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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두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서해의 북한 전력은 우리의 3~5배 규모인데 이번 합의로 서해 완충구역이 우리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설정됐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우발적 전쟁 가능성을 사실상 없앤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군단급 이하 무인기(UAV)는 대북감시가 불가능해져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비행금지 및 공동어로구역 문제는 영토와 관련된 만큼 (국회) 비준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군의 선제적인 무장해제 모습에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최전방 감시초소(GP)의 시범철수(11개)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철수되는 1,2번 GP는 서로 인접해 두 개 모두 빠지면 굉장히 넓은 (대남침투)공간이 생기고, 3번 GP 인근에선 목함지뢰 도발이 있었다”며 “북한이 시범철수 후 나머지 GP 철수 합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우리만 (GP를)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홍철 의원은 “GP 중심의 최전방 병력배치는 개전초 막대한 아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GP 철수는 군의 자신감에 바탕한 것이고 전력 약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지난해 5월 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계엄문건을 ‘온나라시스템(정부전자결재시스템)’에 비밀문건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았지만 이후 현 정부가 이를 숨기고 조직적·의도적으로 비밀해제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기무사가 ‘쿠데타 음모 문서’를 (온나라시스템에) 등재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계엄문건이 실제 (비문) 등재가 안됐는데도 온나라시스템에 등록된 경위에 대해 합수단에서 수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국립현충원 방문 필요성을 제기하자 정 장관은 “일정하는 쪽에다 그런 의견을 제시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고지 내 수색로에서는 우리 군 장병들이 지뢰 탐지 장비를 갖추고 일렬로 늘어선 채 한창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 합의가 이행되는 현장이었다. 남북은 1일∼다음 달 말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나뉜 고지 양측 지역에서 각각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4월부터는 지뢰 제거 지역을 대상으로 한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휴전 이후 최초로 시작된다. 남북이 지뢰 제거로 DMZ를 ‘평화지대’로 바꾸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이날 작전은 MDL에서 1km 떨어진 수색로 초입에서 실시됐다. 방탄복과 방탄모를 착용한 기자가 DMZ 내 감시초소(GP)를 에워싼 3중 철책 통문에 다가서자 MDL 방향으로 난 폭 2∼3m의 수색로가 보였다. 이미 방탄복, 지뢰화 등 20kg에 가까운 장비를 장착한 병력들은 지뢰를 탐지 중이었다.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장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계·의료·통신 등 지원 병력 외에 지뢰 탐지·제거 작전에 직접 투입되는 장병은 80명. 이 중 20명이 한 팀을 이뤄 작전에 투입됐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위험한 작전인 만큼 한번 투입된 팀은 15분이 지나면 다른 팀과 교대했다.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수색대대 경계병력 6명은 작전 병력 전후방에 3명씩 배치돼 삼엄한 경계작전을 펼쳤다.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는 DMZ 특성상 남북 화해 국면에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통 경호를 받으며 선두에 선 장병은 땅속 3m 깊이까지 탐지되는 장비 ‘숀스테드’로 지뢰 탐지를 시작했다. 그 뒤로는 예초기를 든 장병이 탐지를 마친 지역의 잡풀을 제거했다. 이어 장병 2명이 금속 성분이 제각각인 여러 종류의 폭발물을 감지할 수 있도록 민감도를 달리 설정한 일반 지뢰 탐지기(탐지 깊이 약 15cm)를 들고 ‘숀스테드’가 1차 탐지한 지역을 정밀 탐지했다. 이 과정에서 지뢰가 탐지되면 공기압축기로 지뢰 매설지 주변 흙을 제거한다. 이후엔 군 폭발물처리반이 지뢰를 후방으로 옮겨가 최종 해체한다. 현장 지휘관은 “해당 지역에 우리 군이 계획적으로 매설한 지뢰는 없지만 6·25전쟁 때 산발적으로 매설한 지뢰나 유실 지뢰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이미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거쳐 MDL로 향하는 2∼3m 폭의 ‘안전 수색로’를 확보해 놓았다. 이번 작전은 이 수색로를 좌우로 확장해 유해 발굴을 위한 안전지역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군은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을 1, 2구간으로 나눴다. 이날 언론에 일부 공개된 1구간 내 800m 길이 기존 수색로는 폭 4m로, 2구간 내 500m 길이 수색로는 10m로 확장하는 것이 작전 목표다. 군은 6·25전쟁 당시 쓰인 ‘교통호(참호 사이를 연결하고, 사격 등의 임무 수행을 위해 좁고 길게 구축한 참호)’들이 남아 있는 2구간에서 유해가 다수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구간 수색로를 10m까지 넓게 확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화살머리고지는 6·25 당시 한국군 미군 프랑스군 중공군 등 다양한 국적 군인이 세 차례 격전을 치른 곳이다. 유해 300여 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고지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DMZ ‘통문’이 있는 통문 통제대 사무실 옆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완전 작전’ ‘선배님들의 숭고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현장 지휘관은 “지뢰 제거 작전 투입 병력 40%는 관련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간부이고 병사들도 경험이 풍부한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한 가운데 임무를 기한 내에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남북 합의서엔 북측도 1일부터 지뢰 제거 작전을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남측 현장에서 북측 상황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이 지휘관은 “북한도 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제대 인근에선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에서 파견된 뉴질랜드군이 DMZ에 드나드는 병력과 장비를 감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UNCMAC 관계자는 “지뢰 제거 작전 및 유해 발굴이 실시되는 기간에 계속 와서 장비 및 병력 출입을 승인하는 등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감독할 것”이라고 했다.철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현역 육군 소장이 국군의날에 부하 여군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보직 해임된 뒤 형사입건됐다. 육군에 따르면 피해자인 위관급 장교 B 씨는 “A 소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2일 오전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B 씨는 국군의날인 1일 오후 6시쯤 A 소장과 둘이 경기 이천의 한 식당에서 음주를 겸한 식사를 하던 중 A 소장이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소장은 과거 한 부대에서 일한 인연이 있는 B 씨를 군부대 휴무일이던 국군의날 “식사를 하자”며 따로 불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신고를 접수한 직후 A 소장을 형사입건했다. 형사입건에 앞서 A 소장은 육군본부 직할부대 지휘관 직위에서 보직 해임됐다. 육군 관계자는 “A 소장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피해자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어 곧바로 형사입건 조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사입건된 육군 장성은 A 소장을 포함해 올해만 3명에 이른다. 앞서 7월 각각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던 육군 C 준장과 D 소장은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및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을 이행하기 위한 사전 조치인 지뢰 제거 작업이 1일 시작된다. 남북 및 JSA가 포함된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1일부터 20일 일정으로 JSA 내 지뢰 제거 작업에 들어간다. JSA 내 남측 지역은 우리 군 병력이, 북측 지역은 북한군이 투입돼 지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우리 측은 지뢰 제거 방법 및 제거 지역 등에 대해 유엔사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 JSA 내 남측 지역은 우리 군 및 유엔사 병력, 관광객 등이 자주 오가던 지역인 만큼 매설된 지뢰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람이 오가지 않았던 JSA 내 수풀, 습지 일부에 폭우 등으로 북측에서 떠내려온 유실 지뢰가 있을 수 있다. 남북은 앞서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끝낸 뒤 5일 내에 JSA 내 양측 초소와 화력 장비를 철수하는 등 JSA 비무장화 조치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사상 최초로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실시될 강원 철원 DMZ 내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 대한 지뢰 제거 작업도 같은 날 시작된다. 남북은 하루 4시간씩 작업해 11월 말까지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지뢰 제거 작업을 마친 뒤에는 유해 발굴 병력 이동을 위한 도로 개설 작업을 진행해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 각자가 개설한 도로를 연결할 계획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해병대 병장 7명이 동료들과 함께 백령도 내 유실 지뢰 제거 작전을 끝까지 수행하고 싶다며 전역을 한 달 이상 미룬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해병대 1사단 공병대대 이재성 정민혁 권승준 강재현 강혁규 이태원 원현권 병장(21·이태원 병장만 20)이다. 30일 해병대 사령부에 따르면 이재성 정민혁 병장은 다음달 22일, 나머지 병장들은 11월 12일 각각 전역이 예정돼있다. 그러나 이들은 “동료들과 함께 지뢰 탐지 및 제거 임무를 모두 완수한 뒤 전역하겠다”며 6월 부대측에 전역을 연기할 뜻을 밝혔다. 해병대 1사단 공병대대는 9월~12월초 약 3개월간 백령도에 투입돼 유실 지뢰 탐지 및 제거 작전을 할 게획이었다. 군은 6·25전쟁 이후 백령도에 북한군 침투를 막기 위해 경계용 지뢰를 매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지뢰 중 일부가 폭우 등으로 유실되자 해병대는 정기적으로 1사단 공병대대를 투입해 유실 지뢰 탐지 및 제거 작전을 해왔다. 전역을 미룬 7인 역시 지뢰탐지병, 폭파병 등으로 지뢰제거작전에 수차례 투입돼 경험을 쌓았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들의 전역 연기로 지뢰 탐지 및 제거 작전이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성 병장은 “지뢰 제거 유경험자로서 마지막 작전을 전우들과 꼭 함께 하고 싶었다”며 “조국 동쪽 끝 울릉도에서 태어나 서쪽 끝 서북도서에서 군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육해공 완충구역’을 설정한 데 이어 이 구역 내 병력·무기 감축이나 철수를 추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완충구역 내 훈련 중단과 포 전력 포구 폐쇄 등을 넘어 배치 전력 일부를 후방으로 빼는 실질적 군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北, 서북도서 위협 ‘근원적 제거’ 시도 특히 북한은 황해도 해안과 내륙 일부, 서북도서 간 ‘시범 군축’을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향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황해도에 배치된 장사정포 등 포병 전력과 천안함, 연평도 도발 이후 서북도서에 증강 배치된 우리 군 전력의 상호 감축이나 후방 철수를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 군 관계자는 “서북도서의 대북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서북도서에서 우리 군의 무장 축소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NLL 이남 1.5∼6km 해상에 있는 백령도 등 서북도서엔 해병대 병력(5000여 명)과 각종 타격무기(K-9 자주포, 신형다연장로켓포 천무 등)가 대거 배치돼 있다. 유사시 서북도서 맞은편 황해도 내륙의 북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에 대한 즉각 타격이 가능하다. 전시에 서북도서 해병대는 미 해병대와 함께 대북 상륙작전을 펼쳐 최단기간에 평양을 함락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각각 북한의 목과 허리를 겨눈 ‘비수’로 불리는 이유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기회에 서북도서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과감한 군축 제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약 300문)를 후방 배치할 테니 서북도서 전력을 철수하는 ‘맞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북도서 전력 감축·철수는 북한의 기습강점 위험을 높이고, 서울 등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인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군축 논의를 해도 서북도서는 최종 단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북한 장사정포 등 지상 배치 전력은 감축·철수 뒤에도 언제든 재배치할 수 있지만 서북도서 전력은 육상으로 빼면 재배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비행금지구역은 北 요구 거의 관철 이런 가운데 ‘공중완충구역’(비행금지구역)은 북한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북한은 4·27판문점선언 이후 군사회담에서 정찰기는 MDL 남북 각 60km, 전투기는 각 40km, 무인기(UAV)는 각 20km 구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자고 요구했다.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비행금지구역에 따르면 전투기 등 고정익 항공기는 MDL 남북 각 40km 이내(동부전선 기준·서부전선은 20km) 공역에 진입할 수 없다. 당초 북한의 전투기 비행금지구역 제안이 그대로 수용된 셈이다. 백두, 금강 등 우리 군 주요 정찰기도 고정익이어서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글로벌호크, F-16 등 미군 운용 정찰기나 전투기에까지 당장 합의 내용이 적용되진 않지만 한미가 협력해 작전하는 한반도 특성상 미군 공중 전력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60km 정찰 금지구역’을 제안한 뒤 남측에 양보하는 모양새로 ‘40km 정찰 금지구역’을 챙겨가는 ‘흥정’에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은 ‘깡통 무인기’와 구식 전투기 등 열악한 공중 전력을 포기한 반면 우리는 한미 공군의 최신 전투기와 첨단 정찰전력의 MDL 근접비행이 금지됐다. ‘크게 밑진 거래’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북한이 기습 도발을 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완충구역에서 도발을 하면 모든 합의는 무효가 되고, 우리 군은 기존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19일 채택된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 합의서’엔 남북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최초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북은 우선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의 ‘화살머리(Arrowhead) 고지’를 시범 발굴지역으로 정했다. 화살머리 고지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프랑스군과 중공군, 국군과 중공군이 격돌한 대표적 격전지다. 국방부는 이곳에 국군 유해 200여 구와 미군 및 프랑스군 유해 100여 구 등 300여 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시범 발굴지역 선정은) 남북 모두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점, 전사자 유해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DMZ 내 유해 공동 발굴 합의는 판문점선언뿐 아니라 북-미 정상이 미군 유해 수습 및 송환을 약속한 6월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를 동시에 이행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남북은 안전한 유해 발굴을 위해 다음 달부터 두 달간 해당 지역에 매설된 지뢰와 폭발물 제거에 나선다. 이어 올해 말까지 발굴 지역으로 가는 폭 12m의 도로도 건설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남북이 19일 채택한 군사 분야 합의서의 핵심은 육해공에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완충구역’을 만들어 우발적 충돌 소지를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발적 충돌이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정착을 수포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합의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우리 군 최전방 감시 능력을 ‘협상칩’으로 활용해 대북 감시 태세가 제약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완충구역 내 군사훈련 전면금지, 군단급 이하 대북정찰 공백 초래 합의서에 따르면 군사분계선(MDL) 남북 각 5km(총 10km),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남북 약 135km 해역(동해는 80km 해역), MDL 기준 남북 일정공역(동부는 40km, 서부는 20km)에 ‘육해공 완충구역’이 각각 설정된다. 이 구역에선 11월 1일부터 포 사격은 물론이고 야외기동훈련(해상 및 비행전술훈련 등)이 전면 중지된다.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에는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도 폐쇄토록 했다. 군 관계자는 “(완충구역은) 상호 배치된 전력의 종류와 규모,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우발적 충돌 소지를 최소화하는 지역을 골라서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 완충구역’은 ‘(기종별) 비행금지구역’으로 규정돼 고정익(전투기 등)과 회전익(헬기), 무인기(UAV) 등 모든 군용기의 해당 구역 내 진입이 금지된다. 당초 북한은 장성급 회담에서 MDL 기준 정찰기는 60km. 전투기는 40km, UAV는 20km까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번 합의로 그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됐다는 분석이 많다. 군은 한미 대북감시 능력과 우리 군의 항공기 우세 등을 볼 때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U-2 미 정찰기와 공중조기경보기, 새매(RF-16) 등 한미 전략 정찰 수단은 MDL 더 남쪽에서 북한 핵·미사일과 장사정포 동향을 감시해야 한다. 크든 작든 대북 감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군단급 이하 대북 전술감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방의 군단급 이하 부대는 주로 통신감청(신호정보)과 소형 UAV(영상정보)로 MDL 인근 북한군 동향을 추적한다. 작전반경이 짧은 소형 UAV는 MDL 인근으로 최대한 접근시켜야 소규모 북한군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정찰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기만통신으로 병력 장비 동향을 속일 때가 많아 UAV의 MDL 인근 감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1km 이내 GP 22개 연내 철수남북은 올해 말까지 1km 이내(최단 거리 600m)의 GP를 11개씩, 총 22개를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화기 및 장비 철수→근무병력 철수→시설물 완전 파괴→상호 검증의 4단계로 진행된다. 아울러 남북은 향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DMZ 내 모든 GP의 철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DMZ 내 북측 GP는 160여 개로 남측(80여 개)보다 많은 만큼 시범 철수는 ‘일대일 맞 철수’로 진행하고 향후 추가 철수는 ‘구역별 철수’로 군은 추진할 방침이다. JSA 비무장화 차원에서 남북 경비요원(각 35명 이하)은 비무장 상태로 남북을 왕래하며 함께 근무하게 된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년) 이후 남북 경비요원들은 고강도 무장 상태로 MDL을 기준으로 엄격히 분리돼 근무해 왔다. 군 관계자는 “도끼만행사건 이전에도 권총을 차고 근무했지만 이번엔 권총도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남북과 유엔군사령부 ‘3자 협의체’가 가동돼 다음 달에 JSA 내 지뢰 제거 등 후속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판문점을 찾는 관광객도 JSA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하는 조치에도 합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군사합의서에 유엔사가 들어와서 협의 기구로 참여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남북 군사회담과 합의 과정에서 청와대 국방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및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남북이 19일 채택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 합의서’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평화수역의 기본 전제가 돼야 할 ‘남북 간 해상분계선은 NLL’이란 문구는 정작 명시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해상경계선을 어디로 정할지를 둘러싼 남북 대립으로 평화수역화 합의가 다시 한 번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서엔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을 어디까지로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구역 범위와 관련된 문구가 빠져 있다. 시범공동어로구역에 대해선 ‘남측 백령도와 북한 장산곶 사이에 설정하되…’라는 식으로 대강의 위치는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경계선과 범위에 대한 내용은 없다. 정부는 NLL이 유일한 남북 해상경계선이고, NLL을 기준으로 남북이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이에 북한이 반대하면서 구역 범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역시 구체적인 구역 범위에 대해선 남북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평화수역은 구역을 합의하지 못했지만 (관련 내용을) 합의서에 담은 이유는 (서해 평화수역화를 위한 정부의) 매우 강력한 이행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평화수역을 실현시킬 것임을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태운 ‘공군 1호기’가 막 착륙한 평양 순안공항. 주기장으로 향해 난 공항청사 유리문이 열리자마자 숨죽이고 있던 북한 주민들은 꽃술과 인공기, 한반도기를 흔들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깜짝 등장’한 것. 김정은이 5·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가을 중 평양을 방문하면 성대하게 맞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 문 대통령에게 “각하” 호칭에 첫 예포 발사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오자 ‘왼쪽, 오른쪽, 왼쪽’ 순으로 볼을 맞대며 포옹하는 스위스식 인사법으로 적극 환영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도 영접을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포옹을 했지만 다소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파격 의전은 우리 군 의장대 격인 북한군 명예위병대 사열 및 분열에서 절정에 달했다. 명예위병대장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정렬하였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적국 군통수권자에게 ‘각하’라는 최고 존칭을 쓴 것.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당시엔 ‘노무현 대통령’이라고만 칭했다. 통상 명예위병대장이 북한 최고지도자 이름 및 직함을 먼저 외친 뒤 외국 국가원수 이름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식으로 사열 및 분열 보고를 해온 것과 달리 이날은 김정은 이름 및 직함은 아예 외치지 않았다. 남측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만 집중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환영행사 땐 볼 수 없었던 예포 21발도 이날 처음 발사됐다. 앞선 4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선 명예위병대 및 한국군 의장대 사열은 진행됐지만 외국 국가원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예포 21발 발사는 남북 모두가 생략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도 남한을 정상국가로, 남한 정상은 정상국가 정상으로 예우할 테니 남한이 나서 미국을 설득하고 종전선언을 이끌어내 북한도 정상국가가 되게 해달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환대라고 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식 의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에 감사드린다”며 “정말 기대 이상으로 환대해 주셨다”고 했다. 올해 대화 무드로 돌아선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환대하면서 ‘정상 국가’ 의지를 안방에서 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말 집권 이후 사실상 ‘중량감 있는 외국 정상’의 첫 평양 방문인데, 적극적인 환대를 표시하면서 세계에 “평양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환대는 북-미 평양 회담으로 가기 위한 북측의 전략적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내 편 만들기’ 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은 “북한은 이번에 한국을 확실한 자기 편으로 만들어 놓으면 향후 미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협상 레버리지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남북 정상 카퍼레이드, 예우 가장한 선전?이날 북한이 문 대통령이 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평양 시내 거리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환영 인파를 동원해 카퍼레이드를 한 것을 두고는 파격 의전을 가장한 북한 체제 선전 전략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정상이 각자 차량에서 내려 북측이 준비한 벤츠 리무진 오픈카로 갈아탄 곳은 평양 도심 초입에 위치한 3대 혁명전시관 앞이었다. 카퍼레이드 출발점이 된 이곳은 북한이 사상·기술·문화의 3대 혁명노선 성과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이어 영생탑을 지나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 여명거리도 거쳤다. 김정은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여명거리는 지난해 4월 완공된 뒤 북한의 화려한 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두 정상이 탄 차량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도 지나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카퍼레이드 구간을 비롯해 총 4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첫날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공동취재단 /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자체에만 함몰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미 모두 성급하게 대화 열의만 보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중장·사진)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제15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정작 북한 비핵화 의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 지난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로 북한이 질식 직전까지 가는 등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최상의 환경이 조성됐는데 올해 들어 북한의 ‘대화 공세’에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성급한 대화 열의’를 보이면서 결국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전 차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을 지낸 대북 군사작전 분야 전문가다. 그는 4·27 판문점선언 중 ‘남북은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부분을 정부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대표적인 대목으로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군의 모든 군사 활동에 대해 ‘긴장을 유발한다’며 시비를 걸 명분만 준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 한국군의 정상적인 군사 활동에 딴지만 걸고, 수가 틀리면 곧바로 대남 도발을 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문구가 포함돼선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이 서해 평화수역화에 나서는 속내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남북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평화수역화를 유도한 뒤 해당 구역에서 한국 해군의 군사작전 중단에 이어 본격적으로 NLL 무력화에 나설 것이란 지적이다. 종전선언 또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 없이 주한미군 철수,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을 요구하는 근거로 변질될 것으로 경계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실제 영향력은 없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포괄적 군사 분야 합의서’에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대해선 단계적 철수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길 가능성이 높다. 1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 군 당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합의서에 담는 것으로 견해를 좁히고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 군 당국은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4·27 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장성급 회담 및 군사실무회담을 거쳐 이행 방안을 마련해 왔다.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MDL 양측 60km 이내에서는 한미 및 북측 정찰기 비행을, 40km 내에선 전투기 등 군용기 비행을 중지하자”는 주장이 합의서에 어떤 식으로 담길지다. 군 당국은 MDL 60km 이내에서의 공중 정찰 활동이 중단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에 구멍이 생기는 등 대북 대비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해 왔다. 이 때문에 합의서엔 양측 8km로 설정된 기존 비행금지 구역을 우리 군 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 더 확장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GP 철수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이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DMZ 내에 GP 약 160개, 한국은 60개를 운용 중이다. 남북은 1단계로 DMZ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상징적 조치로 각각 GP 10여 개를 시범 철수하고 2단계로 특정 구역 내 GP를 모두 철수한 뒤 최종적으로는 GP 전체를 철수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문제다. 북한은 이번에도 NLL을 인정하지 않고 NLL 이남으로 최대 15km나 내려와 있는 이른바 ‘서해 경비계선’을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해상경계선 문제를 놓고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평화수역화 논의가 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NLL 문제는 남북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해상경계선을 명시하는 대신 이번엔 NLL 일대에서의 해상사격 중지 등 적대 행위 중단 방안에 한해 합의서에 담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의 한 유명 대학 성악과에 다니는 A 씨(24)는 2013년 병역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다. 키 175cm에 체중 77kg이었던 A 씨는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4.8이 나왔고, 신체등급 판정기준에 따라 1급 현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3년 후 재검사에선 몸무게가 106.5kg으로 늘어나 체질량지수 35.2의 고도비만이란 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병역 판정도 1급 현역에서 4급 보충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병무청 조사 결과 A 씨가 재검 전 6개월에 걸쳐 고의로 폭식을 해 몸무게를 30kg가량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병무청은 A 씨 등 이 대학 성악과 학생 12명이 이 같은 수법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 검찰에 모두 송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신체검사 몇 달 전 폭식과 함께 검사 직전엔 알로에 음료를 마셔 체중을 1, 2kg가량 더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엔 “토일 식비로 20(만 원) 이상 써야겠다. 100kg 찍어야지” 등 고의로 체중을 늘린 정황이 다수 담겼다. 병무청 관계자는 “복무 중이거나 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도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다시 병역판정 검사를 받고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여기자협회는 14일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자 지망생들을 위한 ‘2018 기자가 되는 길’ 워크숍을 연다. 이번 행사는 한국언론재단이 후원한다. ‘이런 인재를 원한다’를 주제로 열리는 1부 행사에서는 김정훈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최원석 SBS 보도국장이 각 언론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가 주제인 2부 행사에선 현역 기자들이 언론사 시험 준비 경험과 입사 과정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올해로 28회째인 ‘기자가 되는 길’ 워크숍은 기자 지망생들에게 현직 기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자리다. 참가비는 무료. 남녀 모두 사전 신청 없이 참석할 수 있다. 문의 한국여기자협회 사무국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고, 심지어 연설도 생략하며 파격적인 ‘로키 행보’에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열병식에서 군인들을 모아놓고 ‘핵’ 대신 ‘경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임박과 18일 남북 정상회담을 열흘도 안 남긴 시점에서 비핵화 협상력 끌어올리기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 단골’이었던 ICBM 빠져 정보당국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9·9절 열병식은 철저히 미국을 의식한 행사로 진행됐다. 외신 기자 140여 명을 초청해 이런 ‘로키 행보’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북한은 ICBM은 물론이고 스커드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르기까지 탄도미사일 ‘라인업’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최고지도자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대규모 군 행사가 핵심 무기들이 빠진 채 진행된 것이다. 앞서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2월 8일 건군 70주년 열병식에선 ICBM 화성-14형, 화성-15형과 괌 및 알래스카를 겨냥한 준ICBM 화성-12형을 공개했다. 대화 분위기 속에서도 대미 핵타격 능력을 과시한 바 있지만 이번엔 도발 수위를 대폭 낮춘 것이다. 그 대신 북한은 KN-01 개량형 등 지대함·함대함 순항미사일, KN-06 등 지대공 미사일 위주로 공개했다. 신형 무기체계로 공개된 건 152mm 자주포, 미사일 8발이 장착된 신형 대전차 장갑차 정도에 그쳤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진행한 열병식에서 탄도미사일을 공개하지 않은 건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재래식 무기는 대량으로 공개해 대내 결속도 다지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ICBM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ICBM 폐기로 보거나 비핵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4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했다”고 천명하는 등 이미 ICBM 상당수를 양산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열병식에서 공개를 안 했을 뿐이지 ICBM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한이 ‘선의의 행동을 또 했다’면서 향후 협상에서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군대 앞에서 핵 대신 경제 강조한 김정은 김정은은 이날 주석단에서 중국 권력 3위인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열병식을 참관했다. 둘은 손을 올려 잡고 환하게 웃으며 북-중 친선관계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직접 연설에 나서지는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이 폼페이오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결국 대외에 화해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이런 메시지가 군부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기에 아예 연설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설에 나서 사실상 김정은의 대외 메시지를 ‘대독’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핵 무력과 관련된 발언은 일절 삼간 채 경제건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인들에게 전투태세 강조뿐만 아니라 경제건설의 일꾼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함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리 위원장의 공항 영접에 나선 데 이어 9일 열병식에서 주석단에 김정은과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여정이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이다.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 중 하나인 코브라 헬기(AH-1S)가 훈련 중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발생한 해병대 운용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추락 사고처럼 주 회전날개가 헬기 기체에서 통째로 떨어져 나가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육군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 44분경 경기 용인비행장에서 주간 비행 훈련 중이던 코브라 헬기 1대가 주 회전날개가 분리되는 동시에 불시착했다. 헬기는 1m가량 상승해 기체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비행 준비를 하던 중 주 회전날개가 분리돼 날아갔다. 주 임무 조종사 A 중령과 임무조종사 A 대위가 탑승하고 있었지만 비행 고도가 낮아 크게 다치지 않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간판 중 한 명. 야전사령관 시절 적진을 향해 “도발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If you f××× with me, I will kill you all)”고 해서 ‘미친 개(Mad Dog)’로 불린 살아있는 미 해병대의 전설이다. 그런 매티스가 또 다른 해병대 4성 장군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함께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 직접 나서 군사적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은 트럼프의 대북 기조가 협상 모드에서 초강경 압박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친 개’ 매티스가 꺼낸 군사적 압박 카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며 선제적으로 내놨던 핵심 유인책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 겨울올림픽 전인 1월 전화통화를 갖고 “올림픽 기간 연합 훈련은 안 하겠다”고 합의했고, 트럼프는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전쟁게임(war game)”이라며 중단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결정을 사실상 뒤집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의 북-미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초강경 대응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끌어내지 않으면 협상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북한은 올해 비핵화 논의 과정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간 한미 연합 훈련을 ‘도발 책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해 왔다. 5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하나인 ‘맥스선더’에 반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게 대표적이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으로 당장 12월 예정됐던 ‘비질런트 에이스’의 정상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훈련은 한미 연합 공군훈련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한미 군사당국은 지난해 이 계획을 수립한 뒤 예산까지 편성해뒀지만, 북-미 협상 기류가 이어지면서 “미 국방부가 훈련을 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한다면 이는 곧 북-미 관계를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더 나아가 2월 평창 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이고 북한은 이를 비핵화 협상 결렬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지난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의 경우 F-22 6대를 비롯해 스텔스 전투기 총 24대가 참가해 미 스텔스 전투기의 한반도 전개 역사상 가장 많은 대수가 한꺼번에 투입됐다. 한미 공중 전력 투입 대수는 수송기 등 지원전력까지 포함해 260여 대에 달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도 투입됐다.○ 매티스 뒤에서 또 다른 카드 준비하는 폼페이오 다만 한미 군사당국이 이런 고강도 훈련을 당장 재개할지는 미지수다. 매티스 장관은 내년 대규모 훈련 재개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결정된 건 없다.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따져보겠다”며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훈련 재개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미래 훈련 중단이나 훈련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 온 국무부는 이날 매티스 장관의 발표와는 별개로 대북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대독한 성명에서 “미국은 김 위원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게 분명할 때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됐을 때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신호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목표는 세계의 목표”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김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북한이 이 결의를 이행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매티스 장관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매우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까지 몇 개월간 비핵화 논의의 주역이 폼페이오였다면 트럼프가 잠시 주연을 매티스로 바꿔 김정은의 생각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전 벌어졌던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밀당’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손효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복무기관이 교도소 등 교정시설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군 당국은 앞서 소방서와 교도소를 최종 후보로 추린 뒤 대체복무자에게 둘 중 하나를 골라 복무할 수 있도록 할지, 아니면 군이 고른 한 곳에서만 복무하게 할지 검토해 왔다. 국방부가 교도소를 대체복무기관으로 확정한 것은 병역 거부로 처벌받지 않도록 대체복무할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복무 분야 선택권까지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복무자들을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지를 교도소로 국한한 것은 소방 분야엔 이미 현역병이 전환복무 형태로 복무하는 의무소방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체복무는 36개월이 유력한데, 의무소방대 복무 기간은 기존 23개월에서 20개월로 단축되기 때문에 기간도 서로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의무소방대와 대체복무자 간의 갈등만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 소방은 막판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복무자들은 2020년부터 합숙 복무하는데 교도소 내 업무는 물품 보급 등 단순 보조 업무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방부가 올해 하반기에 발간하는 ‘2018 국방백서’와 군 정신전력 교육교재에서 북한군을 ‘적’으로 지칭한 문구와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의식한 지나친 유화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백서는 2년마다 발간한다. 이번 백서는 문재인 정부가 내는 첫 국방백서다. 군 고위 소식통은 22일 “올 12월에 발간되는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의 삭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적이라는 표현을 ‘군사적 위협’과 같은 용어로 대체하는 안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대외적으로 발간하는 정부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채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적대행위 해소 조치들을 북한군과 협의해 나간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해 해당 문구의 삭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 백서인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공격, 테러 위협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 문구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2010년 말에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 포함됐다. 아울러 군은 올해 안에 발간하는 장병용 군 정신전력 교육기본교재(5년마다 발간)에서도 “(북한군은) 현존하는 위협의 실체이자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는 대목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재 분량도 18개 장에서 12개 장으로 축소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친북세력’ ‘주사파’ 등의 용어도 뺄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군 당국이 12월에 발간하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적’이라는 문구의 삭제를 추진하는 것은 4·27 판문점선언의 적대행위 중지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0여 개 시범 철수 등 군사적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대화 상대’를 적으로 계속 두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지금 상황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한반도 평화 화해를 추구할 협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 비핵화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이를 가속화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화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2016 국방백서’는 적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란 단서를 달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고 한국,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만큼 그 단서 조항이 일정 부분 해소됐으니 적 문구를 삭제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도 국방백서에서 ‘적’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사례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동시에 성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최근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정황을 보이는 등 핵·미사일 위협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 개념을 ‘선(先)폐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 더욱이 군내 정신전력 교육교재의 ‘적 표현’까지 삭제를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오판과 장병들의 대적관이 흔들리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군 소식통은 “핵 개발 중단 검증과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기습전력 후방 배치 등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적 표현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화책이 우리의 안보의식과 대비태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당시 TV 토론회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언급을 피했다는 점에서 군이 현 정부 들어 처음 발간하는 국방백서에 그런 시각을 반영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남북 GP 시범 철수 합의에 대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도모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도 “MDL 방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다소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