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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올해보다 820원 오른다. 최저임금법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월급에 포함해 계산한다. 국내에 사는 만 6세 미만인 아동은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아동수당을 지급받는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현행 2%에서 3.2%로 오른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이거나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을 갖고 있으면 종부세 대상이 된다. 내년에 달라지는 제도를 분야별로 정리했다. ●복지·노동·교육·환경 ▽기초연금 월 최대 30만 원=내년 4월부터 소득 하위 20% 이하인 65세 이상 고령층은 월 최대 30만 원을 받는다. 대상자는 약 150만 명. 정부는 이 같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2020년에 소득 하위 20~40% 계층으로 늘린 뒤 2021년에는 소득 하위 40~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세 미만 아동 및 임산부 의료비 경감=1세 미만 아동의 외래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기존 21~42%에서 5~20%로 줄어든다. 임신과 출산 비용을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로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도 낼 수 있다. 사용한도는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10만 원 오른다. 또 기존에는 국민행복카드를 분만예정일로부터 60일 동안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확대=난임 시술비 지원받는 대상이 ‘기준 중위소득’ 130% 이하에서 180% 이하로 확대된다. 또 신선배아 체외수정 시술비를 회당 최대 50만 원 씩 4회까지 지원하던 것을 내년부터 신선배아 체외수정 4회, 동결배아 체외수정 3회, 인공수정 3회 등 총 10회로 늘린다.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인상=저소득 한부모가족(기준 중위소득 52% 이하)의 아동의 양육을 지원하기 위해 만 18세 미만 자녀까지 월 20만 원을 지원한다. 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에게 지원하는 양육비도 월 35만 원으로 오른다. ▽여성 청소년 보건위생물품 구입 바우처 지원=지금까지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은 보건위생물품을 현물로 지원받았으나 내년부터 바우처를 받는다. 청소년 또는 보호자가 온·오프라인 국민행복카드 가맹점에서 선호하는 보건위생물품을 직접 살 수 있다. ▽덤프트럭 기사, 식당 자영업자도 산재보험 가입=현재는 레미콘 기사만 산재보험을 가입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덤프트럭, 굴삭기 등 27개 건설기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음식점업, 상품중개업 등을 하는 1인 자영업자도 가입할 수 있다. ▽저소득층 교육급여 인상=저소득층 학생들이 지원받는 학용품비 및 부교재비가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오른다. 초등학생 학용품비 및 부교재비는 올해 11만6000원에서 내년 20만3000원으로, 중고생 학용품비 및 부교재비는 올해 16만2000원에서 내년 29만 원으로 늘어난다. ▽아이돌봄서비스 개선=지원 대상이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50% 이하로 확대된다. 정부 지원 시간도 연 600시간에서 연 720시간으로 확대된다. ● 사법·행정·국방·문화 ▽서울 사대문 안 차량 제한속도 변경=내년부터 서울 사대문 안 차량 제한속도가 종전 최대 시속 60km에서 간선도로의 경우 시속 50km, 이면도로의 경우 시속 30km로 낮아진다. 적용도로는 사직로-율곡로-창경궁로-대학로-장충단로-퇴계로-통일로로 둘러싸인 사대문 안과 청계천로 전체구간인 청계1가-서울시설공단 교차로이다. 3월까지 교통안전표지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공사 완료 3개월 뒤부터 단속한다. ▽입국장면세점 도입=내년 6월부터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된다. 담배와 검역대상인 품목은 혼잡을 초래할 수 있어 판매가 제한된다. 중소기업 명품관 등이 설치된다. ▽수하물 위탁 서비스 도입=내년 3월 시범운영을 통해 항공사가 호텔에서 고객의 짐을 접수하고 도착하는 공항까지 보내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제주항공 국제선 승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다. ▽병사 평일 외출 전면 허용=올 8월부터 일부 부대에 한해 실시됐던 병사 평일 외출제도가 내년 2월부터는 전체 부대로 확대 시행된다. 외출시간은 오후 5시 반부터 4시간가량.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개인 용무를 목적으로 한 외출은 월 2회로 제한된다. ▽통합문화이용권 지원금 인상=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지원금이 올해 1인당 7만 원에서 내년에는 8만 원으로 오른다. 문화예술, 국내 여행, 체육 활동과 관련된 전국 2만7000여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문화이용권은 읍·면·동 주민센터나 온라인(www.mnuri.kr)으로 신청할 수 있다.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신용카드 소득공제=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료를 신용카드 등으로 사용한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가 적용된다. 공제 한도는 도서, 공연, 박물관, 미술관 입장료를 합해 총 사용금액 100만 원까지다. ▽하자 있는 신차 교환·환불=자동차를 산 날부터 1년 이내 동일 증상으로 중대 하자 3회 발생, 일반적인 하자 4회 발생,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 등의 경우 회사 측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면 된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5등급 차량 운행제한=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해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노후 경유차 등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 세금·금융·부동산 ▽공정시장가액 비율 5% 인상=종합부동산세 산정을 위해 도입한 과세표준 기준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현행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2019년부터 85%로 상향 조정된다. 공정시장가액은 2022년 100%가 될 때까지 매년 5%씩 오를 전망이다.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가입 확대=최고 연리 3.3%가 적용되는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가입 대상이 현행 만 29세 이하에서 만 34세 이하로 확대된다. 무주택 가구주 외에 무주택 가구의 가구원도 가입할 수 있다.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2019년 한 해 동안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는 취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다. 신혼 기준은 ‘만 20세 이상, 혼인신고 후 5년 이내’로 재혼도 포함된다. 이런 혜택을 받는 주택은 3억 원(수도권은 4억 원) 이하, 전용면적 60㎡ 이하여야 한다. 소득 기준은 외벌이 연간 5000만 원, 맞벌이 7000만 원 이하다. ▽노후 경유차 교체하면 개별소비세 감면=내년에 오래된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승용차를 사면 143만 원 한도로 개별소비세를 70% 감면받는다. 2008년 이전에 최초 등록한 경유 자동차를 올해 6월 30일 현재 등록, 소유한 경우가 대상이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연매출 5억~30억 원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낮춰준다. 연매출 5억 원 초과~10억 원이면 현행 2.05%에서 1.4%, 10억 원 초과~30억 원이면 2.21%에서 1.6%로 인하된다. ▽개인신용평가 등급제 대신 점수제=개인신용평가 체계가 기존 1~10등급의 등급제에서 1~1000점의 점수제로 바뀐다. 내년 1월 5대 시중은행에 먼저 적용된다. 2020년 경 전체 은행권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잇돌대출 공급 확대 및 지원기준 완화=중·저신용자를 위한 사잇돌대출 보증 한도를 현재 연 3조1500억 원에서 5조1500억 원으로 늘린다. 지원기준을 연소득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재직기간 기준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완화한다. ▽근로장려금 확대 개편=소득 요건은 완화되고 지원액은 늘어난다. 단독가구는 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일 때 150만 원, 홑벌이 가구는 3000만 원 미만일 때 260만 원, 맞벌이가구는 3600만 원 미만일 때 300만 원을 지원받는다. ‘30세 이상’으로 돼 있던 연령요건이 없어져 30세 미만인 단독가구도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연 2000만 원 이하 주택임대소득 과세=그동안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연 2000만 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도 세금이 부과된다. 지금은 2000만 원을 초과할 때만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모두 의무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으면 미등록·지연등록 가산세가 부과된다. 정리=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편집국 종합}
정부가 26일 올 들어 13번째 최저임금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취지의 9조 원짜리 재정 지원책이다. 하지만 이미 올해 이런 직접 지원으로 4조7000억 원을 썼고, 자영업자 간접 지원에 10조3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15조 원을 들이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잘못된 정책의 틀을 뜯어고치지 않고 땜질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23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 연착륙 방안’을 내놨다. 이번 방안은 올 들어 7번 나온 자영업자 지원책과 5번 나온 최저임금 보완책에 이은 13번째 대책이다. 일자리안정자금(2조8000억 원), 취약계층에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1조3000억 원), 근로장려금(4조9000억 원) 등의 재정 지원 사업을 내년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기존 발표처럼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달 25일과 20일에는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자영업자 채무를 탕감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려다 논란이 일자 24일 법정주휴시간만 넣는 ‘미봉책’을 내놨다. 8월에는 소상공인 세무조사를 연기하는 대책 등을 쏟아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보완 조치가 꼬리를 무는 상황은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정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법정주휴수당은 65년간 지급된 것으로 기업에 추가 부담은 전혀 없고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불과 열흘 전 소득주도성장의 속도 조절을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선 현장과 동떨어진 거대 담론만 논의됐을 뿐 구체적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경제가 요즘 부진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며 “전통 주력 제조산업을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대단히 절실하다”고 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적폐청산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노조의 불법 행위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기업도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유성열 / 세종=김준일 기자}

고향 부모님 댁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A 씨는 쓰고 남는 전력과 발급받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하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곧 포기했다. 전력거래소에 직접 사업자로 등록하거나 1년에 2번 열리는 입찰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부터는 A 씨처럼 소규모로 발전을 하는 사업자들은 지금보다 편리하게 남는 전력이나 REC를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 사업자도 자격요건을 갖추고 등록만 하면 1MW(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사업자의 전력이나 REC를 사서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로 제한돼 있던 영역을 민간에 일부 개방하는 것이다. 전력은 저장하기 어려워 생산과 동시에 소비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에너지다. 정부 관계자는 “중개업이 활성화되면 남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신재생에너지 2030’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유통, 소비 등 전 분야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은 200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도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유통이나 소비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이후에도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은 발전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큰 전기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다. 가정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6.7%, 백화점, 음식점 등 상공 부문의 경우 전체의 67%를 전기로 충당한다. 이 때문에 11월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에서도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 사회 구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독일의 경우 2014년부터 ‘국가에너지 효율 실행계획’을 세우고 170억 유로(21조7600억 원)를 투입하고 있다. 2020년까지 각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매년 2%씩 개선하도록 지원하고, 건물을 신축할 때 소비효율이 좋은 건물을 지으면 낮은 금리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각 기업이 에너지 컨설팅을 받아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다양한 수요관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전력수요가 높을 때 대규모 공장, 빌딩이 수요감축요청(DR)을 받아들이고 대가를 받는 DR시장을 가정 상가 등 소규모 소비자에게까지 확산하는 ‘국민 DR’ 제도나 전기자동차의 저장전력을 이동형 전력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비즈니즈 모델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조현춘 에너지기술평가원 본부장은 “에너지 유통,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산업이 발달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고향 부모님 댁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A 씨는 쓰고 남는 전력과 발급받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하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곧 포기했다. 전력거래소에 직접 사업자로 등록하거나 1년에 2번 열리는 입찰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부터는 A 씨처럼 소규모로 발전을 하는 사업자들은 지금보다 편리하게 남는 전력이나 REC를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 사업자도 자격요건을 갖추고 등록만 하면 1MW(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사업자의 전력이나 REC를 사서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로 제한돼 있던 영역을 민간에 일부 개방하는 것이다. 전력은 저장하기 어려워 생산과 동시에 소비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에너지다. 정부 관계자는 “중개업이 활성화되면 남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신재생에너지 2030’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유통, 소비 등 전 분야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은 200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도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유통이나 소비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이후에도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은 발전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큰 전기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다. 가정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6.7%, 백화점, 음식점 등 상공 부문의 경우 전체의 67%를 전기로 충당한다. 이 때문에 11월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에서도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 사회 구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독일의 경우 2014년부터 ‘국가에너지 효율 실행계획’을 세우고 170억 유로를 투입하고 있다. 2020년까지 각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매년 2%씩 개선하도록 지원하고, 건물을 신축할 때 소비효율이 좋은 건물을 지으면 낮은 금리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각 기업이 에너지 컨설팅을 받아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다양한 수요관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전력수요가 높을 때 대규모 공장, 빌딩이 수요감축요청(DR)을 받아들이고 대가를 받는 DR시장을 가정 상가 등 소규모 소비자에게까지 확산하는 ‘국민 DR’ 제도나 전기자동차의 저장전력을 이동형 전력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비즈니즈 모델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조현춘 에너지기술평가원 본부장은 “에너지 유통,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산업이 발달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부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보상 문제 등을 지자체, 지역주민 등과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19일 첫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돌연 취소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주기기 납품업체인 두산중공업 간 보상 합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중단 결정이 보상 문제 등으로 지연되는 모양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진군 등에 따르면 정부와 울진군은 19일 울진군, 한수원, 지역주민, 산업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울 3, 4호기 건설 관련 진실·소통 협의체’ 출범식을 갖고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전날 울진군 측이 ‘정부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울진군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회의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대한 어떤 전제도 없이 완전히 열린 입장에서 논의를 하자는 취지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인데 울진군 측이 먼저 회의 취지와 배치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회의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전히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백지화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8차 계획 때와 비교해 현재 정책을 변경할 만한 상황 변화가 없는 만큼 신규 원전 백지화라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신한울 3, 4호기는 정부가 지난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을 취소하기로 한 신규 원전 6기 중 2기다. 이 중 천지원전 등 4기는 월성원전 폐쇄와 함께 올해 6월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정됐다. 하지만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 지난해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됐을 뿐 한수원 이사회 결정은 보류된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이 이처럼 신한울 3, 4호기와 관련한 결정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매몰비용이다. 다른 신규 원전과 달리 신한울 3, 4호기는 종합설계용역이 끝나고 지난해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등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설계비, 각종 관리비, 용역비 등이 1500억 원 이상 투입됐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이미 제작을 완료한 주기기 납품비용, 울진군에 지급한 건설지역지원금 1400억 원 등을 합치면 매몰비용은 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제작비용을 한수원이 추정하는 3200억 원보다 2000억 원 가까이 높게 추정하고 있어 매몰비용이 8000억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산중공업과 제작비용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 합의에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8월 한수원은 현재 신한울 3, 4호기 사업에 대해 1291억 원의 손상차손 처리를 했다. 아직 건설 중단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몰비용 일부를 손해로 처리한 것이다. 원전업계는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대해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달 13일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24일 현재까지 약 10만5000명이 서명한 상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업계의 일감 절벽을 막고 원전 건설 기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이 되는 것은 기업마다 인정하는 유급휴일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했다면 유급휴일을 한 주에 하루분(8시간)만큼 주도록 하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노사 합의로 유급휴일을 이보다 많이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넣으면 기업들은 ‘인건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23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 장관들 간 비공식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앞으로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하는 반면 뒤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법을 개정하려 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시행령 바꾸면 시간당 임금 1만 원 선 돌파 23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다수 대기업은 현재 주당 12시간(토요일 4시간, 일요일 8시간)을 유급휴일로 인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는 유급휴일까지 포함한 226시간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된다. 이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46만 원을 받는 근로자는 월 188만7000원으로 임금이 올라야 시간당 임금이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맞출 수 있다. 이 월급(188만7000원)을 월 174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은 1만845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7530원과 비교한 인상률은 44%에 이른다. 주당 유급휴일로 이틀 치인 16시간까지 인정하는 기업은 같은 기준으로 계산할 때 시간당 임금이 1만1661원에 이른다.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해 인상률이 55%까지 치솟는다. 주당 유급휴일을 하루 치(8시간)만 인정해도 시간당 임금은 1만30원으로 인상률은 33%다. 내년도 최저임금 실제 인상률은 10.9%지만 정책 변화로 인한 인상분까지 더한 실질적인 인상률은 그보다 높다.○ 모호한 최저임금법 산정 기준 혼란 가중 정부가 이처럼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은 현재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법에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는 최저임금을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산정한다고만 돼 있다. 문제는 이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실제로 일한 시간, 즉 월 174시간이라고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재계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주 5일 일한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휴일을 최소 1일 이상 줘야 하는 만큼 소정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용부는 시행령이 개정돼도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도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행정해석을 통해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있고, 최저임금 월급 역시 주휴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고시하고 있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법원 판례도 (시행령을)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절차 무시” 비판… 뒤늦게 수정 논의 하지만 야권과 경영계에서는 시행령을 통해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정하면 앞으로도 정부 입맛대로 변경할 수 있어 최저임금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 정부가 함께 결정하도록 돼 있는 최저임금 산정 절차의 취지를 정부가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노조가 노사 합의에서 유급휴일을 더 많이 인정해 달라고 주장해 관철되면 그만큼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셈”이라며 기업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기준도 서로 달라져 혼란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법률로 정해 정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호 의원은 “24일 최저임금 시간급 환산 방식에서 유급휴일은 제외하도록 하고, 이를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3일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기재부와 산업부는 최근 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시간으로 예정된 회의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걸 보면 격론이 벌어진 것 같다”며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 직후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유성열 기자}
근로시간에 실제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유급휴일까지 포함해 직장인의 최저임금을 산정하면 내년 기업들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고 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무리하게 변경하려 함에 따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LG전자, 대한항공 등 상당수 대기업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몰렸다. 정부는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녹실 간담회’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24일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 시행령을 일부 수정해 의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이 내놓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실질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유급휴일 반영 일수에 따라 33∼55%에 이른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도 감당하기 힘든 폭인데 이 수치의 3∼5배에 이르는 인상 효과가 나는 정책이 국회 논의도 없이 정부 시행령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현행법에서 최저임금은 월급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도록 규정돼 있다. 이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일하는 시간인 월 174시간으로 하느냐, 유급휴일까지 포함해 산정하느냐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으로 유급휴일까지 포함하고 있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는 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하라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정근로에다 실제 일하지 않았지만 돈을 주는 유급휴일까지 합해 계산하는 것으로 법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추 의원실에 따르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146만 원의 월급을 주는 기업은 현재 기준으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급휴일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면 대다수 기업이 이를 위반하게 된다. 유급휴일이 주당 12시간이어서 최저임금 산정 때 월 근무시간이 226시간으로 늘어나는 기업은 월급을 42만7000원 정도 추가 지급해야 최저임금법 기준을 맞출 수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상당수 대기업이 유급휴일을 12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유급휴일이 주당 16시간인 기업은 근로자에게 월 56만9100원을 더 줘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일단 원안 그대로 24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일단 시행령을 원안대로 의결한 뒤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계도기간을 주고 처벌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홍 부총리와 별도로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유성열 기자}
‘액체괴물’로 불리며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장난감인 슬라임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일 어린이제품과 생활용품 1366개 품목에 대해 10월부터 3개월간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132개 제품에서 간 손상 등을 일으키는 물질이 검출돼 수거 및 교환토록 하는 리콜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슬라임은 시중에 유통 중인 190개 제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6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과 간과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이 기준치를 최대 332배 초과했다. 이번에 리콜 명령을 받은 제품은 제품안전정보센터 및 행복드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8일 발생한 강원 강릉시 펜션 사고는 일산화탄소 누출을 알려주는 감지기만 설치돼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사고가 난 숙박시설인 농어촌 민박에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설치 규정이 없어 정부 발표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관광진흥법상의 펜션과 호텔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부 대책이 없어 가스 누출 사고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은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농촌관광시설 기준에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펜션업자가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거나, 정기 안전점검 때 감지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주택이나 호텔, 펜션 등을 포함한 어떤 시설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다만, 야영장은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우거나 가연 물질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법은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택이나 펜션은 여전히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일산화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액화석유가스(LPG) 등이 연소하며 나오는 일종의 폐가스로 일반적인 가연성 가스 감지기와는 별도로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가연성 가스 감지기나 차단기 등은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농어촌정비법상 민박시설인 펜션에 감지기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지만 관광진흥법상의 펜션 등 숙박시설에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2017년 기준 농어촌민박 형태의 펜션은 2만6578개다. 반면 관광진흥법상 펜션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관광편의시설업으로 분류된 4114개 업체 중 일부가 해당 숙박시설이다. 전체 펜션에서 농어촌민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해외에서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전미주의회연맹(NCSL)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가 민간 주거시설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81년에 도시가스와 LPG 등을 사용하는 모든 지하도, 지하실, 공동주택, 학교, 병원, 음식점 등의 건축물에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일반 가정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스는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달라 감지기 설치와 관리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인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천장에서 30cm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LPG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서 30cm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는 이 같은 규정이 아직 없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필터를 꾸준히 교체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각 가정이나 숙박업소에 의무적으로 설치한다고 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권고하면서도 감지기 설치만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시설에 감지기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최지선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산업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런 비판 목소리는 정부에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실패를 반성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개혁 속도를 고집하는 대신에 정책 현실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부는 산업계 애로사항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소통이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가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도 “계란 살충제 검출 사건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부처 간 혼선, 친환경 인증제도의 허술한 관리 등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불안을 줬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 데 이어 부처 신년 업무보고에서 잇달아 취임 1년 반 동안의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언급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를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은 확고하다”면서도 “개혁 추동력을 얻으려면 개혁 성과에 급급하기보단 정책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 2022년까지 2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자동차 부품업계에 3조5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2022년까지 현재 1.5%인 친환경차 국내 생산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 대통령 업무보고는 제조업 활력 제고 방안이 핵심이었다. 자동차부품 산업에 3조5000억 원 이상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전국 주요 지역의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전날 발표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득주도성장’에서 ‘투자주도성장’으로의 정책 궤도 수정을 공식화한 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만 최근 침체에 빠진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했던 탈(脫)원전 정책은 이날 보고에서 빠졌고 문재인 대통령도 탈원전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광주형 일자리 전국 확산” 산업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광주형 일자리 같은 상생형 일자리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각 지역 주요 제조업과 연계되는 신산업을 발굴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노사가 상생형 일자리에 합의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제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북에는 수소차, 신재생에너지, 중고차 수출단지, 부산·경남에는 전기차와 반도체 클러스터, 광주·전남에는 한국전력을 활용한 전력산업 클러스터, 대구·경북에는 홈케어가전과 자율주행차 등 4개 지역에서 14개 프로젝트가 우선 추진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022년까지 2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도 노동계의 반대로 표류하는 상황에서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장 기업, 노동계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수익이 나야 투자를 한다”며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고 해서 손해 보는 투자를 하는 것은 배임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도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하고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소-전기차 2022년까지 50만 대 보급 산업부는 주력 제조업 고부가가치화, 중소·중견기업 육성 등 제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밝혔다. 대표적으로 올해 8월로 예정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일몰을 연장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활법은 인수합병 절차 간소화,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이 신산업 분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이다. 지금은 일부 과잉 공급 업종으로 적용 대상이 제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신산업 진출 기업이나 산업위기지역 주요 업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소재·부품 전문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장비 분야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자동차부품업계를 살리기 위한 지원 대책도 발표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3조5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 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 규모를 2022년까지 각각 43만 대와 6만50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현재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1.5% 수준인 친환경차 비중은 2022년 10%로 높아진다. 이를 위해 설비투자를 위한 1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연구개발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이날 대책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시의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일부 부품사는 업종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차로 지원이 쏠릴 경우 오히려 일반 자동차부품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탈원전 빠진 업무보고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탈원전이나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상 언급되지 않았다. 산업부가 배포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됐지만 제조업 대책에 밀려 네 번째 과제로 제시됐고 실제 대통령 보고는 제조업 활성화 대책 위주로 진행됐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탈원전과 탈석탄 등 에너지 관련 정책이 우선순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정부가 경제정책 궤도 수정을 시도하면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제조업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산업 정책 위주로 보고한 것으로, 에너지 전환에 관한 기존 정책 방향이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이은택·유성열 기자}

반도체 수출 단가와 관련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생산물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물량지수는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10월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하는 소폭 반등에 그쳤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반도체 설비투자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기계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단가 역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D램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8월 45에서 11월 41.58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지수도 지난해 11월 49.75에서 올해 11월 28.46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출물가지수는 수출 품목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수다. 이 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하락하면서 설비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 수출 증가율은 1.9%로 수출이 성장률을 떠받치는 상황이다. 10월 기준 우리나라 총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이른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에서 “내년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을 5%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 전망 역시 어둡다. 연구원 측은 내년 총수출액 증가율을 올해 전망치 5.8%의 절반 수준인 3%로 봤다. 반도체 경기가 조정 국면을 맞이하면서 수출뿐 아니라 기업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국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은 16일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반도체 등 전기·전자기기 업종이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3.1%에 이르렀다”며 해당 업종에서 투자가 줄어들면 전체 투자도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정민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설비투자 감소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달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계기로 실시한 긴급점검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 지점이 서울 강남, 경기 성남시 분당, 대구 등 20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수송관에 이상 징후가 있다고 당장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사고 위험이 잠재돼 있는 셈이다. 실제 11일 서울 목동과 12일 경기 안산에서 잇달아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전국 지역난방시설 관리 체계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열수송관 사고로 고인과 유가족, 국민께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고 사과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달 5∼12일 시공한 지 20년 이상 된 686km 길이의 열수송관에 대해 열화상 카메라로 점검했다. 그 결과 인접 땅과 온도가 달라 누수가 의심되는 지점 203곳을 발견했다. 가장 많은 이상 징후가 포착된 지역은 서울 마포와 여의도 등 도심으로 78곳에 이르렀다. 이어 분당(49곳), 고양(24곳), 강남(18곳) 등의 차례였다. 황 사장은 “지열의 차이가 큰 16개 지점은 바로 굴착해 직접 점검을 하고 있고, 나머지 지점은 청음과 레이더를 이용한 정밀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석역 사고는 열수송관에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한 덮개 부분이 오래돼 파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역난방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사고 지점과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33개 지점의 땅을 모두 파내 점검하고 필요하면 보수하기로 했다. 점검 및 보수 시한은 내년 3월이다. 공사 측은 “해당 공법은 2002년 이전까지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난방공사는 내년 1월까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미 올해 9월 감사원에서 위험 등급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황 사장은 “감사 뒤 11월에 등급 기준을 수정했지만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며 등급 분류 및 유지 관리 기준 등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또 열수송관 안전관리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현재 외부에 맡기고 있는 안전관리 업무를 공사가 직접 관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지역난방공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11일 목동에서 사고가 난 열수송관은 서울에너지공사 관할로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사업자를 포함한 모든 지역난방 사업자가 관할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는 비용이 2017년부터 15년 동안 17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 정부가 원자력을 대체하는 발전 자원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를 냄에 따라 관련 비용이 급증하고 그 결과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1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신재생 보조금’ 등 비용 내년에 6조 원 육박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재생에너지 전력구매비용’ 보고서에서 2017∼2031년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보조금과 전력 구매 비용으로 약 171조원, 연평균 11조4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치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31년이 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생산하는 전력량이 총 14만3067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이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남에 따라 2017년 4조2254억 원이었던 연간 보조금 및 전력 구매 비용은 2031년 19조1434억 원으로 종전의 5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정부 지원 없이는 유지하기 힘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전 사업자에게 일정 수준의 가격을 보장해주고 장기로 체결하는 전기 공급 계약인 발전차액지원제도 등 보조금 관련 제도에 2031년까지 총 92조 원이 들 것이라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직접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31년까지 총 7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본래 한전은 원자력발전 등 저렴한 전력부터 먼저 구입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는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하면 어떻게든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뜨거운 감자’ 전기요금 개편 논의 시작 이런 가운데 정부는 11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요금 개편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TF에서는 올해 10, 11월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 사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와 해외 사례 연구 등을 바탕으로 누진제 개편 및 보완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 누진제는 소득이 적은 가구는 전기 사용량도 적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소득 수준, 가구 구성원 수 등 다양한 요소와 전기 사용량 간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소득 수준과 전기 사용량이 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날 경우 누진제가 현재보다 더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1인당 소득은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전기 사용량은 적은 1, 2인 가구는 전기요금이 현재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곽 의원은 “정부가 탈원전,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설명 없이 ‘묻지 마’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책 추진에 드는 비용과 전망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0일 퇴임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간접적인 ‘러브콜’(영입 제의)에는 ‘자신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라며 선을 그었다. 이날 김 전 부총리는 기재부 내부망에 올린 이임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임사에서 그는 “(경제성장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치권이 중심이 돼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득권을 허물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 부총리는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한 발도 못 움직이는 상황을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그는 “금년 하반기 들어선 (일자리 문제 때문에) 가슴에 숯검정을 안고 사는 것 같았다. 2기 경제팀에서 소득분배와 일자리 문제에 천착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뼈대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 조절에 대해선 “떠나는 마당에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야당의 영입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각을 세운 것이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며 특별하게 계획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국회가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2%에서 3.2%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년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많게는 100%까지 오른다. 다만 서울 부산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집 2채를 가진 집주인의 보유세 인상 상한선은 정부가 9·13부동산대책에서 발표했던 300%에서 200%로 낮아졌다. 집 1채를 15년 이상 장기 보유한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를 50% 감면받는다. 올해 집값 급등으로 내년도 공시가격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자 국회가 중산층 다주택자와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을 다소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더 축소해 다주택자가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우회 통로로 임대사업자 등록에 나서는 것을 막기로 했다.○ 종부세 최고세율 3.2% 확정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9·13부동산대책 때 발표된 대로 종부세율을 현행 0.5∼2.0%에서 0.6∼3.2%로 올리는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최고세율이 노무현 정부 때(3.0%)보다 높은 3.2%까지 오른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상한은 정부가 현행 150%에서 300%로 높이는 안을 제출했으나 국회는 이를 200%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용산 마포 등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어 내년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걱정했던 집주인들은 세금이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9일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별 보유세 부담을 분석한 결과 올해 공시가격이 12억3200만 원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84m²(이하 전용면적)와 용산구 한가람아파트(84m²·7억8800만 원)를 보유한 A 씨는 올해 882만 원에 이어 내년엔 1959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당초 정부안인 2449만 원보다 세 부담이 490만 원 줄어든다. 이는 내년 각각의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률을 올해와 같다고 예상해 계산한 결과로 실제 공시가격 인상 폭에 따라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달라질 수 있다.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에게 주는 종부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현행 ‘10년 이상 보유 시 최대 40%’에서 내년부터 ‘15년 이상 보유 시 50%’로 확대된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82m²·12억5600만 원)를 15년 이상 보유하면 내년 종부세 부담은 75만 원으로 지금보다 15만 원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개정안 확정이 종부세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 상한만 낮춘 것이어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주택사업자 혜택은 더 줄어 임대주택사업자가 받는 임대소득에 물리는 세금은 정부안보다 강화됐다. 우선 내년부터 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 이하인 집주인은 단일 세율(14%)에 따라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재는 2000만 원 초과인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6∼42%의 세율로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된다. 정부는 당초 임대주택 등록사업자에게는 임대소득의 70%를 경비로 인정해 미등록 사업자(50%)보다 세금을 적게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면서 등록사업자에 대한 경비율이 60%로 줄었다. 이에 따라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인 임대사업자는 현재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56만 원을 내야 한다. 정부안대로라면 28만 원만 내면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자의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적정하게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소득공제 확대 이 밖에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주택저당차입금의 이자 지급액에 대한 소득공제 기준도 현재 공시가격 4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인 근로자에게 300만∼1800만 원 한도로 소득공제해주는 혜택이다. 지방소비세율은 현행 부가가치세의 11%에서 15%로 상향 조정됐다. 자영업자의 매출세액에 대한 연간 공제한도는 2021년까지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소득 증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종교인에게 가산세를 물리는 방안은 내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까지 가산세를 유예할 계획이었다. 3만 원이 넘는 모바일 상품권은 2020년부터 종이상품권처럼 인지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1만 원 초과 모바일 상품권에 대해 내년 7월부터 인지세를 물릴 예정이었지만 국회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주애진 / 세종=이새샘 기자}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6일 기준으로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에 이르게 된 과정을 긴박하게 묘사해 당시 어두운 터널을 직접 경험한 30, 40대 관객들의 기억을 끌어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된 장면도 많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아직까지 평가가 엇갈리는, 비교적 최근의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국회 국정조사 회의록, 관계자들이 남긴 저서와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하고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을 인터뷰해 6가지 의문점을 정리했다.[의문 1] 한시현 팀장, 윤정학, 갑수는 실존 인물일까? 영화는 주인공 3명의 동선을 대비하며 극적 효과를 높인다. 한국은행의 한시현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은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종합금융회사에 다니던 윤정학(유아인)은 위기를 기회로 보고 투자자를 모아 ‘한판’을 벌인다.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납품 대금으로 백화점 어음을 받지만 백화점이 부도가 나면서 절망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3명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특히 한은 통화정책팀장은 존재하지도 않는 직책이다. 윤정학도 실존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금융계에도 남다른 통찰력으로 경기 흐름을 읽어낸 사람이 있었다. 국내 최초의 뮤추얼 펀드 ‘박현주 1호’로 성공 신화를 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투기적 성향을 보인 윤정학과는 다르지만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투자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갑수는 실존이기도 하고 가상이기도 한 인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인 이듬해인 1998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8569명으로 1997년(6022명)보다 30% 이상 급증했다. 평범한 가장이자 중산층이었던 갑수의 절망은 당시 우리 사회가 겪었던 고통을 대변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정부 관료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과 일대일로 연결되지만 인물에 대한 묘사는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재벌과 결탁한 부패 관료로 그려지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재정경제원 차관을 염두에 둔 설정이지만 강만수 당시 차관의 실제 행적과는 관계가 없다. 과거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와 김인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이름 없이 직함만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의문 2] 재정국(재정경제원) 관료가 IMF 구제금융으로 상황을 몰고 간 것일까? 영화에서 재정국은 대기업에 유리하게 한국 경제를 개편하기 위해 IMF 구제금융을 받도록 상황을 몰고 간다. 반면 한시현을 비롯한 한은 직원들은 이를 막으려 애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경제가 어찌 되어 가는 거요?”라고 묻자 이 총재가 “‘김인호 경제수석에게 IMF로 가는 것 외에 국가 부도를 막을 방법이 있느냐’고 강하게 하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은이 IMF 구제금융을 불가피하게 봤고, 강경식 당시 부총리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되도록 IMF행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영화는 한은 직원들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일본 정부에서 달러를 빌려오는 등 대안을 냈는데도 재정국이 이를 가로막은 것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는 재경원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였다. 이런 대안을 검토했지만 당시 한국 상황으로선 성사시키기 힘든 카드였다. 당시에는 오히려 ‘왜 IMF에 좀 더 빨리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았나’가 쟁점이었다. 정부가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지 못했고, 시간에 쫓긴 IMF와의 협상 결과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문 3] 정책 결정권자들은 정말 ‘국가 부도’ 직전까지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을까? 영화에서는 한시현이 한은 총재에게 수차례 보고서를 올리지만 무시당한다. 재정국 차관도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한시현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국은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를 낸 뒤 3월 진로그룹 부도 위기, 9월 말 기아그룹 화의 신청이 이어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었다. 여기에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차례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었다. 1997년 7월에는 재경원에서 통화 위기를 우려하는 ‘밧화와 기아―상이한 문제인가’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태국 통화인 밧화 폭락과 부도 위기에 몰렸던 기아자동차가 서로 연결된 문제임을 부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통화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하게 나타날 것인가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불안감이 높아지자 강 전 부총리는 당시 미국과 유럽을 돌면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열 정도였다.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하니 안심하고 투자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부총리가 직접 홍보에 나서야 할 정도로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컸다. 그때 정부는 국회에서 금융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금융개혁으로 경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다만 정권 말 레임덕과 야당의 반대로 개혁은 지연됐고 정부는 단기 대응에도 실패했다.[의문 4] 정부는 IMF 구제금융 신청 사실을 숨겨 국민들이 피해를 보도록 방치했을까? 영화는 재정국 관료들이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겨 국민들의 피해를 키우고, 재벌들에게는 뒤로 이 사실을 알려 이득을 챙기도록 했다는 음모론을 내세운다. 특히 교체된 신임 대통령경제수석은 IMF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해 두고도 기자들 앞에서 당당히 “IMF로 가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정부가 구제금융 신청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은 사실이다. 구제금융 신청을 사실상 확정하고 발표를 하기 직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제수석과 부총리를 전격 교체하면서 혼선은 더욱 커졌다. 새로 임명된 임창열 당시 부총리가 강 전 부총리가 발표할 예정이었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임명 당일인 11월 19일 발표하면서도 ‘IMF로 간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이 대목은 이후 국회 국정감사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두고두고 논란이 된다. 김 전 대통령과 강 전 부총리는 임 전 부총리에게 IMF 관련 결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전 부총리는 국감에서 “IMF와 협의 중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구제금융 신청이 결정됐다는 점은 인수인계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누구의 말이 옳든, 당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리더십 공백기’였던 점만은 분명하다. [의문 5] 미국은 정말 IMF를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었을까? 영화에서는 IMF와의 협상 도중 같은 호텔에 미국 재무부 차관이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시현이 IMF 측에 “왜 미국 재무부 차관이 이 호텔에 와 있느냐”고 호통 친다. 미국의 지시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따져 묻는 장면이다. 외환위기의 배경에 한국 경제를 집어삼키기 위한 미국과 거대 투기 자본이 있었다는 음모가 드러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실제 영화가 참고했을 만한 순간이 있었다. 당시 재경원 제2차관으로 협상팀 수석을 맡았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IMF로 가게 된 과정과 협상 막전막후를 상세히 기록한 ‘외환위기 징비록’에서 “당시 미국 재무부의 데이비드 립턴 차관이 IMF 협상팀과 같은 힐튼호텔에 묵으며 협상팀을 만나는 장면이 한국 협상단에 목격됐다”고 썼다. 그는 “이후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본시장 개방 등 IMF의 조건이 실은 미국의 주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IMF의 가혹한 요구 조건에는 경제 개방은 늦추면서 공격적인 수출 정책을 펼치는 한국을 탐탁지 않아 하던 미국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미국의 음모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IMF는 각 국가가 출자한 지분에 따라 의사결정권을 갖는 국제 금융기구다. 미국의 지분이 17% 안팎으로 가장 높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인 미국이 협상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면이 있다. 미국이 일부러 배후에 숨은 것도 아니었다. 주요 협상 파트너였던 스탠리 피셔 당시 IMF 부총재부터 미국 측 인사였고,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미국 재무부 차관보 등 미국 측 인사는 구제금융 신청 전부터 한국을 드나들고 있었다.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IMF의 무리한 요구로 한국 경제가 과도한 부담을 진 측면이 있지만 모든 것을 음모로만 볼 수는 없다.[의문 6] 현재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일까? 영화는 21년 뒤인 현재 한국을 조명한다. 1500조 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대출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거라는 경고를 담았다. 실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도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정책 결정권자의 무능,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등 영화에 담긴 위기의 원인은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의 가계부채가 1997년과 같은 위기로 직접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가계 소득이 악화하는 것이 문제”라며 외환위기와 지금 경제 상황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금융사 직원 윤정학(유아인)은 국가 부도 상황을 이용해 일확천금을 거두려 한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위기에 휩쓸린다. 이 영화에는 당시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한 당국자들을 연상시키는 인물들이 나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기까지의 막전막후를 실감나게 묘사한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6일 기준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에 이르게 된 과정을 긴박하게 묘사해 당시 어두운 터널을 직접 경험한 30, 40대 관객들의 기억을 끌어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된 장면도 많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아직까지 평가가 엇갈리는, 비교적 최근의 사건인 만큼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국회 국정조사 회의록, 관계자들이 남긴 저서와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하고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을 인터뷰해 6가지 의문점을 정리했다. #의문 1. 한시현 팀장, 윤정학, 갑수는 실존 인물일까? 영화는 주인공 3명의 동선을 대비하며 극적 효과를 높인다. 한국은행의 한시현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은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종합금융회사에 다니던 윤정학(유아인)은 위기를 기회로 보고 투자자를 모아 ‘한판’을 벌인다.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납품 대금으로 백화점 어음을 받지만 백화점이 부도가 나면서 절망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3명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특히 한은 통화정책팀장은 존재하지도 않는 직책이다. 윤정학도 실존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금융계에는 경기 흐름을 절묘하게 읽은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한국 경제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대성공을 거둔 ‘바이코리아 펀드’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나 국내 최초의 뮤추얼 펀드 ‘박현주 1호’로 성공신화를 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갑수는 실존이기도 하고 가상이기도 한 인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인 이듬해인 1998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8569명으로 1997년(6022명)보다 30% 이상 급증했다. 평범한 가장이자 중산층이었던 갑수의 절망은 당시 우리 사회가 겪었던 고통을 대변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정부 관료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과 일대일로 연결되지만 인물에 대한 묘사는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재벌과 결탁한 부패 관료로 그려지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강만수 당시 재경원 차관으로 추정된다. 이경식 총재와 김인호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도 이름 없이 직함만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의문 2. 재정국(재정경제원) 관료가 IMF 구제금융으로 상황을 몰고 간 것일까? 영화에서 재정국은 대기업에 유리하게 한국 경제를 개편하기 위해 IMF 구제금융을 받도록 상황을 몰고 간다. 반면 한시현을 비롯한 한은 직원들은 이를 막으려 애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경제가 어찌 되어 가는 거요?”라고 묻자 이 총재가 “‘김인호 당시 경제수석에게 IMF로 가는 것 외에 국가부도를 막을 방법이 있느냐’고 강하게 하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은이 IMF 구제금융을 불가피하게 봤고, 강경식 당시 부총리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되도록 IMF행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영화는 한은 직원들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일본 정부에서 달러를 빌려오는 등 대안을 냈는데도 재정국이 이를 가로막은 것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는 재경원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였다. 이런 대안을 검토했지만 당시 한국 상황으로선 성사시키기 힘든 카드였다. 당시에는 오히려 ‘왜 IMF에 좀더 빨리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았나’가 쟁점이었다. 정부가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지 못했고, 시간에 쫓긴 IMF와의 협상 결과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문 3. 정책 결정권자들은 정말 ‘국가부도’ 직전까지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을까? 영화는 한시현이 한은 총재에게 수차례 보고서를 올리지만 무시당한다. 재정국 차관도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한시현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국은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를 낸 뒤 3월 진로그룹 부도 위기, 9월 말 기아그룹 화의 신청이 이어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었다. 여기에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차례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었다. 실제로 1997년 7월에는 재경원에서 ‘밧화와 기아-상이한 문제인가’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통화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하게 나타날 것인가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불안감이 높아지자 강 전 부총리는 당시 미국과 유럽을 돌면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열 정도였다.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하니 안심하고 투자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부총리가 직접 홍보에 나서야 할 정도로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불신이 컸다. 그 때 정부는 국회에서 금융개혁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금융개혁으로 경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다만 정권 말 레임덕과 야당의 반대로 개혁은 지연됐고 정부는 단기 대응에도 실패했다.#의문 4. 정부는 IMF 구제금융 신청 사실을 숨겨 국민들이 피해를 보도록 방치했을까? 영화는 재정국 관료들이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겨 국민들의 피해를 키우고, 재벌들에게는 뒤로 이 사실을 알려 이득을 챙기도록 했다는 음모론을 내세운다. 특히 교체된 신임 대통령경제수석은 IMF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해두고도 기자들 앞에서 당당히 “IMF로 가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정부가 구제금융 신청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은 사실이다. 구제금융 신청을 사실상 확정하고 발표를 하기 직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제수석과 부총리를 전격 교체하면서 혼선은 더욱 커졌다. 새로 임명된 임창열 당시 부총리가 강 전 부총리가 발표할 예정이었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임명 당일인 11월 19일 발표하면서도 ‘IMF로 간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이 대목은 이후 국회 국정감사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며 두고두고 논란이 된다. 김 전 대통령과 강경식 전 부총리는 임 전 부총리에게 IMF 관련 결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전 부총리는 국감에서 “IMF와 협의 중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구제금융 신청이 결정됐다는 점은 인수인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누구의 말이 옳든, 당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리더십 공백기’였던 점만은 분명하다. #의문 5. 미국은 정말 IMF를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었을까? 영화에는 IMF와의 협상 도중 같은 호텔에 미국 재무부 차관이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시현이 IMF 측에 “왜 미국 재무부 차관이 이 호텔에 와 있느냐”고 호통 친다. 미국의 지시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따져 묻는 장면이다. 외환위기의 배경에 한국 경제를 집어삼키기 위한 미국과 거대 투기 자본이 있었다는 음모가 드러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실제 영화가 참고했을 만한 순간이 있었다. 당시 재경원 제2차관으로 협상팀 수석을 맡았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IMF로 가게 된 과정과 협상 막전막후를 상세히 기록한 ‘외환위기 징비록’에서 “당시 미국 재무부의 데이비드 립튼 차관이 IMF 협상팀과 같은 힐튼 호텔에 묵으며 협상팀을 만나는 장면이 한국 협상단에 목격됐다”고 썼다. 그는 “이후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본시장 개방 등 IMF의 조건이 실은 미국의 주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IMF의 가혹한 요구 조건에는 경제 개방은 늦추면서 공격적인 수출 정책을 펼치는 한국을 탐탁지 않아 하던 미국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미국의 음모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IMF는 각 국가가 출자한 지분에 따라 의사결정권을 갖는 국제금융기구다. 미국의 지분이 17% 안팎으로 가장 높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인 미국이 협상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면이 있다. 미국이 일부러 배후에 숨은 것도 아니었다. 주요 협상 파트너였던 스탠리 피셔 당시 IMF 부총재부터 미국 측 인사였고,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미국 재무부 차관보 등 미국 측 인사는 구제금융 신청 전부터 한국을 드나들고 있었다.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IMF의 무리한 요구로 한국 경제가 과도한 부담을 진 측면이 있지만 모든 것을 음모로만 볼 수는 없다. #의문 6. 현재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일까? 영화는 21년 뒤인 현재 한국을 조명한다. 1500조 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대출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거라는 경고를 담았다. 실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도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정책 결정권자의 무능,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등 영화에 담긴 위기의 원인은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의 가계부채가 1997년과 같은 위기로 직접 이어질 것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가계 소득이 악화하는 것이 문제”라며 외환위기와 지금 경제 상황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정부 정책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5일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으로 자영업자와 기업의 부담을 키운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가야 할 길이지만 한꺼번에 몰려오다 보니 상당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어도, 또 상당수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내년에 더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고,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4일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속도가 빨랐다.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등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는 가중된 것”이라며 “(관련 통계가) 조사 대상의 변화가 있어 현실을 더 잘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로서는 소득분배 악화는 뼈아프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과거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고 분배가 악화됐다는 통계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표본을 이전보다 늘려 저소득층이 더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소득분배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분배 악화는 근본적으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총리는 “근로소득자의 가구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시장에서 배제된 실업자, 고령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밝은 것은 지켜나가되 어두운 쪽에는 빨리 온기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는 “내년에는 우리 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국민적 합의와 정부의 노력이 합치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문재인 정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노동자를 중시하는 사회로 가야 하지만 불법까지 눈감자고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노동계도 그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해가 점점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 민감한 정책을 두고 노동계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한국판 노동혁신”이자 “해야 하는 일”로 묘사했다. “이제껏 기업들은 (지역을) 떠나고, 노동자들은 불만이고, 악순환이 있었는데 이를 끊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해 그는 “우리가 대외 의존도가 큰 나라인데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두 지도자가 특별한 결단을 하지 않는 한 지난 몇 개월 상태가 지속되거나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이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그 어느 쪽의 사인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원래 시기가 구체적으로 못 박힌 합의는 없었고, 되도록 연내에 하겠다는 양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에도 비공식적으로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며 “생각할수록 미리 점검할 일이 많아 큰 그림이 그려진 뒤 수면 위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탄력근로제의 운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업종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은 (주 52시간의) 큰 틀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며 “노동계도 대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생산 주체인 기업의 활동이 얼어붙고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민간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지 않고 정부 힘만으로는 위기 수준으로 추락하는 각종 경제지표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이어 그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대해 “속도가 빨랐다.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지불능력, 시장수용성 등을 감안해 내년 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다. 또 “대통령께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하겠다”며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는) 내년 하반기 정도부터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보유세 부담이 낮은 만큼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홍 후보자를 ‘바지사장’ ‘예스맨’이라고 표현하며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히든 원톱’ 아니냐고 지적하자 강한 어조로 “그런 평가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령탑의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뜨거운 감자’ 가업상속세 완화 거론 이날 홍 후보자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 활력 회복에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 정책 중에서 가업상속세 완화와 서비스산업발전법 추진 등 현 정부에서 논의가 부진했던 ‘뜨거운 감자’를 들고나왔다. 홍 후보자는 “가업상속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긴밀히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기업 오너들이 가업을 상속하려 해도 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경영권을 넘기면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어 홍 후보자는 2012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시절 자신이 주도했던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시급한 만큼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풀을 도입하기 위해 택시업계를 설득하고 침체된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노동계에 대해서는 “민노총이 노동자의 이익을 확보하는 건 이해하지만 노사정과 같이 협의하는 대승적 관점을 가져 달라”면서 “폭력은 있어선 안 된다”며 최근 민노총의 유성기업 폭행 사건을 에둘러 비판했다.○ 임대주택사업자 의무등록 검토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을 이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하지 말고 ‘구간설정위원회’를 따로 둬 경제지표와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 등을 고려해 인상 폭을 정하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주택 공급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면서도 단계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도세에 대해서는 “취임 뒤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의 탈세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제도에 대해선 “1, 2년의 시간을 두고 임대주택사업자 의무등록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의 등록을 민간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임대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 집주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게 되고, 등록 전 미리 임대료를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홍 후보자의 발언은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을 추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 정부서 접었던 고교 무상교육에 가속도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선 “한 번에 실시하긴 어렵고 내년 3학년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정부 때도 추진했지만 재원 문제로 보류됐다. 이미 저소득층 상당수가 무상으로 교육받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무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고교 무상교육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고 올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년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 후보자는 “재정 부담은 없다”며 무상교육 기조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기 경제팀은 현재 한국 경제에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만 신경 쓰고 정책을 펼치면 된다”며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펼 때에는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노조에 충분히 설명해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 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