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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책을 읽고 행복하게 되는 날까지 전국을 돌아다닐 겁니다.” 책을 읽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김수연 목사(69·사진)를 직접 만나긴 힘들었다. 늘 문화소외지역에 도서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독서 강연을 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18일 짬을 내 정장을 입고 인천 문화예술회관에 들를 예정이다. 그는 그곳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제21회 독서문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그는 1987년부터 사재를 출연해 사립도서관을 운영하고 문화소외지역에 마을도서관 개설 및 책 나눔 사업을 펼쳤다. 지금까지 전국에 학교마을도서관 252개를 세웠고 2008년부터 KB국민은행 후원으로 작은도서관 44곳을 만드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또 ‘책을 실은 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며 독서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강원 원주와 철원, 경남 진해, 경기 김포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책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책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 할아버지’라고 하면서 책을 달라고 할 때가 제일 기분 좋아요. 마지막 소원인데 될 수 있으려나….”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지난 기 조한승 국수는 박정환 9단의 도전을 받았다. 조 국수는 물밀듯 국수 성으로 쳐들어오는 박 9단을 한 번은 막았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진 못하고 4연속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박 9단은 여세를 몰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김지석 9단을 꺾고 우승했다. 조 9단으로선 다시 한번 복수전을 펼치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을 것이다. 본선 첫 대국에서 만난 박민규 4단은 신예 중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 특히 지난 기 국수전 본선 4강에 오르는 등 국수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시종 흥미로웠지만 감질나는 대국이었다. 한판 신나게 붙다가도 어느 순간 타협하며 ‘치킨 게임’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승부가 크게 기울지 않고 막판까지 팽팽한 형세를 유지했다. 승부는 중앙 흑 대마의 생사에서 갈렸다. 흑이 조금만 일찍 신경 썼더라면 흑 대마는 여유 있게 살 수 있었고 끝까지 미세한 끝내기 국면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참고도 수순을 미리 밟아 두지 않은 탓에 흑 대마가 미생으로 쫓겼다. 흑은 최후의 수단으로 수상전까지 시도했으나 딱 한 수가 부족했다. 181…96, 201 207=197, 204=198. 22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흑 195로 집 모양을 만들자 백은 바로 196에 둬 파호한다. 이미 집으로 손해를 본 백은 반드시 흑을 잡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금도 늦출 수 없다. 흑 197로 패를 시도했지만 백이 202, 208로 그냥 물러서도 흑이 사는 모양을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 수단은 수상전. 흑 209로 끊어 최후의 전단을 구한다. 백 210으로는 211의 자리에 끼우는 묘수가 있다. 그것도 백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진행이다. 하지만 서로 바꿔치기를 하는 등 복잡한 수순이 예상되자 조한승 9단은 실전을 택했다.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면 간명한 길을 택해 불의의 실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젠 서로 수를 줄여 나가는 진행인데 흑 217이 기억해 둘 만한 수상전의 요령. 백 218로 덜컥 흑 217 한 점을 잡으면 수가 실전보다 줄어든다. 흑 219로 먹여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흑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우상 흑보다 백 대마의 수가 많아 보인다. 결국 백 224를 본 흑이 돌을 던졌다. 계속 둔다면 백 15까지인데 백이 딱 한 수 빠르다. 지난해 타이틀을 빼앗긴 조 9단이 리턴매치를 위한 첫 고비를 넘었다. 201 207=197, 204=198.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바둑계의 가장 큰 이슈는 한국기원의 바둑TV 설립이다. 한국기원은 8월 13일 발대식을 가졌고 내년 1월 1일 개국하겠다는 일정을 밝힌 바 있다. 한국기원은 1996년 개국해 20년 가까이 바둑 방송을 해온 바둑TV(CJ E&M 소속)에는 내년부터 기보 사용권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바둑TV는 대국 해설 방송이 불가능해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한국기원은 새 바둑TV가 기존 바둑TV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 진실게임 양상 한국기원은 바둑TV를 신설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현 바둑TV가 횡포를 부려 바둑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기원 측은 최근 “그동안 바둑TV가 자사의 이익 극대화만 추구할 뿐 바둑 발전 등에 힘쓰지 않고 오히려 바둑 기전 유치와 중계를 빌미로 한국기원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협찬고지비. 지난해 7월 한국기원과 바둑TV는 협약을 맺고 바둑TV가 가져가는 협찬고지비를 기전 예산의 3%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기원에 따르면 바둑TV 측이 합의한 액수보다 더 많은 비용을 계속 요구해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바둑TV 측의 주장은 다르다. 기전 상황에 따라 실무 비용에 대한 협의를 했을 뿐 협약을 어긴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바둑TV가 설령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이를 빌미로 기보 사용권을 주지 않아 사업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바둑TV 측은 한국기원에 최근 공문을 보내 ‘국내 최대 상금의 기전 창설’ ‘바둑발전기금 마련’ 등의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기원 측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운영 능력은 있나 한국기원은 새 바둑TV에 자본금 4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가질 예정이다. 40억 원은 한국기원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계에선 직원 20여 명의 임금과 방송 장비 구입비용, 제작비만 해도 수십억 원이 드는데 예상 수입은 그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996년 현 바둑TV가 40여억 원의 자본금을 갖고 출발할 당시 한국기원이 40% 지분을 가진 1대 주주였으나 자금 부족으로 증자하는 과정에서 온미디어 측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에 대해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순 없지만 내년 말엔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형성된 바둑 방송 시장이 있어 수지를 맞추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 절차상 하자는 없나 일부 바둑 기사는 한국기원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업에 바둑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집행부의 뜻만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기원 이사인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40)는 “이 정도로 큰 사안이면 당연히 한국기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방침을 정해놓고 뒤늦게 10월 5일 임시이사회 보고 안건으로 올렸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서 승인한 것이어서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남 교수는 또 “한국기원의 역할은 바둑계의 민간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일이어야 하는데 잘 운영되고 있는 바둑TV를 한국기원의 힘을 이용해 강제로 고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개국 일정도 촉박하게 잡아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내년 상반기 내로 새 바둑TV가 케이블 인터넷TV(IPTV) 등에서 채널 번호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시청자들은 그 기간에 기전 해설방송을 볼 수 없다.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빨리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박정환 국수(9단)와 겨룰 도전자를 뽑는 59기 국수전 본선 4강 진출자가 가려졌다. 14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국수전 8강전에서 이세돌 조한승 9단, 한상훈 7단, 이지현 4단이 승리해 4강에 올랐다. 이 9단은 8강에서 신예 이동훈 5단을 183수 만에 흑 불계로 가볍게 눌렀다. 이 5단은 먼저 실리를 취한 뒤 대마 타개에 승부를 걸었으나 이 9단의 강완을 넘지 못했다. 이 9단은 51, 52기 국수전에서 2연속 우승했고 57기엔 당시 조한승 9단에게 도전했다가 1승 3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이 9단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승수를 쌓고 있다. 이 9단은 최근 TV바둑아시아선수권 우승, 삼성화재배 16강과 제2회 멍바이허배 4강 진출 등 주요 세계 대회에서 연이어 승리하며 10연승으로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7월 이후 하반기 성적은 16승 2패. 55∼57기 국수를 지냈다가 지난 기에 박정환 국수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던 조 9단은 강적 김지석 9단을 202수 만에 불계로 눌러 리턴 매치의 가능성을 높였다. 한 7단은 이창호 9단에게 고전했으나 초읽기에 몰린 상대의 실착에 힘입어 21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 4단과 안조영 9단의 대결은 7시간 가까이 걸리는 혈전이었다. 이 4단이 188수 만에 백 불계로 승리해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4강 대진은 이세돌-이지현, 조한승-한상훈의 대결로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4강에선 이 9단과 조 9단의 우세가 점쳐진다. 이 9단은 이 4단과의 역대 전적에서 6승 무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조 9단은 한 7단에게 2승 1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데 평소 국수전에서 성적이 좋았던 점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4강전에서 승리하면 도전자 결정전 3번기를 갖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전기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수전은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며 우승 상금은 4500만 원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의 응수타진에 백은 한참 고심하다 176으로 중앙을 보강했다. 백 두 점을 살리고 싶지만 중앙이 끊기면 백이 전체적으로 엷어진다. 흑 177이 기분 좋은 선수여서 여기서 흑이 포인트를 땄다. 그러나 흑 179가 기분에 취한 과수. 참고도 흑 1로 먼저 중앙 흑 대마의 생사를 돌봐야 했다. 흑 3, 5를 아낌없이 둬 눈 모양을 확보하면 ‘가’와 ‘나’가 맞보기여서 안전했다. 지금이라면 흑 3에 백 4로 받을 수밖에 없다. 안 받으면 실리 손해가 크기 때문. 이런 수순 이후에 흑 179(참고도 흑 7)를 둬도 늦지 않았다. 박민규 4단은 중앙 흑 대마의 생사를 너무 소홀히 한 것이다. 백 184로 한 점을 살려 나오자 비로소 박 4단도 심각성을 깨닫는다. 흑 187(참고도 흑 3)에 대해 아까와는 달리 백이 받아주지 않고 대신 188로 대마의 눈 모양을 파호한다. 이어 190, 192로 후방을 두텁게 해둔 다음 백 194로 앞으로 있을 수상전에 대비한다. 미세한 끝내기 국면으로 갈 것 같았던 반상에 갑자기 살기가 돈다. 얼핏 봐선 중앙 흑 대마가 온전한 두 집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8)가 국내외 젊은 연주가들의 모임인 앙상블 ‘디토’와 협연을 하기 위해 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7,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그가 운영하는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도 함께한다. 7일엔 러시아 출신의 현대 작곡가 알프레트 시닛케의 피아노 사중주와 오중주, 슈베르트의 ‘다섯 개의 미뉴에트와 여섯 개의 트리오’, 9일엔 시닛케의 ‘하이든풍의 모차르트’ ‘셋을 위한 협주곡’ ‘하이든의 피아노 협주곡 D장조’ 등을 연주한다. 임동혁(피아노)과 리처드 용재 오닐(바이올린) 등 디토 멤버가 참여한다. e메일로 그의 방한 연주 계획과 소감을 물었다. ―연주 목록에 시닛케 작품이 많이 들어 있다. “시닛케의 음악은 옛 소련 정부의 사회주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금지곡은 아니었지만 누구도 그의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억압을 인정할 수 없어 용기를 내 그의 곡을 연주했다. 그 뒤 시닛케가 나와 유리 바시메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셋을 위한 협주곡’을 만들어주는 등 인연이 깊다. 음악은 만남이다. 이번 공연에서 시닛케와 슈베르트, 시닛케와 모차르트를 ‘대면’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디토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나. “2012년 한국 공연 후 디토가 협연을 제안했고, 나와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새로운 공동작업을 늘 흥미롭게 여기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디토는 재능 있고 매력적이며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연주자들이다.”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생긴 지 18년 됐는데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나. “열린 마음을 갖도록 고정관념이나 습관을 피하려고 한다.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레퍼토리를 늘 구상한다. 특히 동료와 소통하는 너그러운 자세를 요구한다. 이것이 음악적 시야를 넓힌다.” ―지난 시간 연주자로서 명성을 지켜온 비결이 궁금하다. “나 자신부터 먼저 놀랄 수 있는 것, 예측하기 어려운 것, 매일 새롭게 산다는 가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든 ‘놀랄 만한’ 것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하변 전투가 일단락되면서 이젠 끝내기 승부에 접어들었다. 하변 백 대마가 구불구불 살아나오면서 흑 집을 많이 깼지만 흑도 백 ○ 두 점을 잡아 큰 불만은 없다. 상변 흑 155가 생각보단 까다롭다. 응수가 어려울 땐 손을 빼라는 바둑 격언처럼 백은 손을 돌려 158로 우하 흑을 위협한다. 흑에게 쌈지뜨고 살라는 뜻이다. 흑도 173에 두면 쉽게 두 집 내고 살 수 있지만 백에게 굴복하는 것 같아 싫다. 흑은 165까지 삶을 확인하면서 우하에 백 집이 몇 집 붙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식으로 대응했다. 상변에서 백의 선택은 166. 첫 감으로 떠오르는 수는 참고도 백 1로 붙이는 것. 보통은 이것이 맥이다. 그러나 흑이 6으로 끊은 뒤 재차 12까지 절단하면 중앙 백이 고립무원이다. 그래서 백 166은 인내와 기다림의 한 수다. 흑은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지 175로 묘한 곳을 찔러 온다. 백이 A로 이어 두 점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B로 중앙을 보강할 것인지 묻는다. 질문의 난도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된다. 백이 반집 정도 두터운 지금 상황에선 한 문제만 틀려도 그동안 쌓아놓은 점수를 확확 잃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8)가 국내외 젊은 연주가들의 모임인 앙상블 ‘디토’와 협연을 위해 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7,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무대를 갖는다. 그가 운영하는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도 함께 한다. 7일엔 러시아 출신의 현대 작곡가 슈니트케의 피아노 사중주와 오중주, 슈베르트의 ‘다섯 개의 미뉴엣과 여섯 개의 트리오’, 9일엔 슈니트케의 ‘하이든 풍의 모차르트’ ‘셋을 위한 협주곡’ ‘하이든의 피아노 협주곡 D장조’ 등을 연주한다. 임동혁(피아노)과 리처드 용재 오닐(바이올린) 등 디토 멤버가 참여한다. e메일로 그의 방한 연주 계획과 소감을 물었다. -연주 목록에 슈니트케 작품이 많이 들어 있다. “슈니트케의 음악은 옛 소련 정부의 사회주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금지곡은 아니었지만 누구도 그의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억압을 인정할 수 없어 용기를 내 그의 곡을 연주했다. 그 뒤 슈니트케가 나와 유리 바쉬메트,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셋을 위한 협주곡’을 만들어주는 등 인연이 깊다. 음악은 만남이다. 이번 공연에서 슈니트케와 슈베르트, 슈니트케와 모차르트를 ‘대면’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디토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나. “2012년 한국 공연 후 디토가 협연을 제안했고, 나와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새로운 공동작업을 늘 흥미롭게 여기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디토는 재능 있고 매력적이며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연주자들이다.”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생긴 지 18년째 됐는데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나. “열린 마음을 갖도록 고정관념이나 습관을 피하려고 한다.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레퍼토리를 늘 구상한다. 특히 동료와 소통하고 너그러운 자세를 요구한다. 이것이 음악적 시야를 넓힌다.” -지난 시간 연주자로서 명성을 지켜온 비결이 궁금하다. “나 자신부터 먼저 놀랄 수 있는 것, 예측하기 어려운 것, 매일 새롭게 산다는 가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든 ‘놀랄만한’ 것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의 끊음으로 반상은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이번 한판 대결로 결판이 날 것 같이 험악한 분위기. 일단 흑 131이 선수라는 점에서 흑은 큰 위험은 없다. 흑 133, 135로 잡아 하변에서 안정을 취한다. 공을 넘겨받은 백은 하변 대마 타개를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백에게 믿을 만한 것은 백 136으로 끊는 수. 이렇게 끊어 놓으면 우하 흑 대마가 미생이다. 그걸 노리면서 백 142로 자신의 수부터 늘리고 본다. 만약 흑이 손 빼거나 143이 아닌 다른 곳에 두면 바로 A로 끊어 하변 백 2점을 살린다. 이때 조한승 9단은 없는 시간을 쪼개 하변 변화를 한참 연구한다. 참고도 백 1에 둬 우하 흑과 수상전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수읽기를 한 것. 복잡하지만 결국 참고도처럼 패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패는 좌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백 대마를 노리는 흑의 팻감이 너무 많아 백이 이길 수 없다. 따라서 백 144, 146의 연결이 정수. 결국 일촉즉발의 대마 수상전은 실현되지 않고 흑백이 각생한 채 하변 전투가 마무리됐다. 형세는 여전히 팽팽하다. 박민규 4단이 잘 버티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1343년 10월 고려 충혜왕은 원(元)의 사신에게 납치되다시피 원의 수도 대도(현재의 베이징)로 끌려간다. 한 달 뒤 대도에 도착한 충혜왕은 원나라 황제로부터 게양 현(중국 남부 광둥 성)으로 유배 조치를 당한다. 충혜왕은 유배 가던 중 악양 현(후난 성)에서 숨졌다. 국내에서도 충혜왕이 음행을 많이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한 나라의 군주를 마음대로 잡아다가 유배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원과 고려의 관계가 어땠는지 잘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뒤에는 원의 후궁으로 선발돼 들어갔다가 황제의 정부인이 된 기황후의 개인감정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혜왕이 사소한 다툼으로 기황후의 다섯째 오빠인 기윤의 집을 허물어버리자 기황후가 직접 손을 썼다는 것. 이 책은 1300년대 초중반 이른바 원 간섭기에 기황후처럼 원나라와의 끈을 배경으로 고려 정치에 관여한 ‘부원배(附元輩)’를 주목한다. 고려와 원의 관계는 충렬왕이 원 공주와 결혼해 ‘부마국’의 위치를 갖게 되면서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특히 충선왕은 주로 원나라에 체류하면서 무종과 인종 등 두 황제를 옹립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덕에 고려의 왕이면서 원 제국 2인자의 지위를 누렸다. 양국의 관계는 비정상적으로 가까워졌고 원을 왕래하는 국왕을 시종하던 환관 통역관 내관 무관 등 관리들이 부원배가 됐고 이들은 전통적 지배층인 문벌귀족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고려 문벌귀족 시각에서 보면 부원배는 원에 빌붙어 권력을 탐한 자들이지만 세계 제국의 시각에선 원나라의 세계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주역이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선조 역시 몽골에 귀화했던 무장들이었다. 제목처럼 이 시기는 고려 왕조의 위기임과 동시에 세계화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이중적 측면을 갖고 있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가 반상 최대의 곳이라 백이 기분 좋은가 싶었는데 흑 115가 음미해볼 만한 수. 귀로 뛰어드는 큰 끝내기를 노리면서 약간 엷은 좌하 흑 돌을 좌변 흑과 연결시킬 구명줄을 만들어 놓았다. 박민규 4단의 감각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백 116은 일종의 승부수. 불리해야만 승부수를 던지는 건 아니다. 팽팽한 형세일 때 치고 나갈 자신감이 있다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흑이 덜컥 참고 1도 흑 1로 받는 것은 백 2로 끊기면 괴롭다. 흑 3, 5로 두는 정도인데, 6을 선수하고 8로 붙이는 맥점이 있어 백이 끝내기로 큰 득을 본다. 흑도 117로 부딪치는 강수로 버틴다. 여기서 백이 물러서서 참고 2도처럼 두면 흑 6까지 괜히 보태준 꼴이다. 백도 118로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다. 흑 129까지 필연의 공방. 이때 백 130의 강수가 등장한다. 이제 중반 막바지에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하변 백을 어떻게 살려나가는지가 관건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좌상에서 패는 나자마자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첫 팻감인 백 98을 흑이 받지 않고 패를 해소한 것. 우상 흑 귀에서 백의 팻감이 무수히 나오는 데 비해 이에 필적할 만한 흑의 팻감 공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흑은 만패불청하고 좌상 패를 해소했다. 이로써 흑은 좌상을 정리하고 백은 우상을 통째로 삼켰다. 이 결말은? 흑은 두터움과 선수를, 백은 실리를 얻어 아직은 팽팽한 형세. 선수를 얻은 흑은 101, 103의 연이은 날일자 행마로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 백 104 때 보통은 참고도 흑 1로 붙이는 것이 맥. 백이 여기에 응수하면 걸려들기 때문에 좌변 백을 포기하고 백 2, 4로 중앙 흑대마를 잡으러 간다. 이건 중앙 흑 대마의 사활이 바로 승부. 그러나 흑에겐 너무 위험도가 높은 모험이다. 좌상에선 드잡이를 서슴지 않던 흑백이 중앙에선 쉽게 타협했다. 서로 모양을 갖추며 장기전에 대비한 것. 흑 109에 덜컥 잇지 않고 백 110, 112로 연타를 날린 건 왜 조한승 9단이 정상급인가를 보여준다. 흑이 그냥 이어가는 건 굴욕적. 최대한 능률적으로 흑 113에 뒀으나 뒷맛이 영 안 좋다. 그 사이 백이 114로 하변에 깃발을 꽂으며 기세를 올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세계 최대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가 내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넷플릭스의 그레그 피터스 글로벌 사업 총괄책임자는 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5)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넷플릭스 한국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피터스 총괄책임자는 “한국 콘텐츠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한국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및 해외 콘텐츠의 한국 진출 기회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편리한 운영방식과 싼 가격, 초고화질(UHD) 콘텐츠로 무장한 ‘방송 시장의 게임 체인저’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하면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넷플릭스 핵심 경쟁력은 단연 콘텐츠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해 독점 방영한 ‘하우스 오브 카드’ ‘마르코 폴로’ 등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기반 DVD 대여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2007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한 넷플릭스는 현재 50개국에서 5700만 명이 넘는 가입자(2014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한 달 8.99달러(약 1만 원) 남짓한 회비로 영화·드라마를 무제한 볼 수 있다. 광고 없이 회비로만 약 4조8000억 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린다. 내년부터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가입자들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에서 영화 및 드라마 등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측은 대부분의 동영상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BCWW에선 기조강연 외에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고 미디어 콘텐츠의 동향과 콘텐츠 소비 변화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의 강연과 토론을 진행한다. 10일 오전 10시 반에는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중국의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 ‘유쿠’의 프랭크 밍웨이 회장이 연사로 나와 ‘새로운 도약, 웹 콘텐츠’를 주제로 최근 디지털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웹 콘텐츠의 발전 양상과 가능성을 전망한다. 이어 ‘떠오르는 스타, MCN 전성시대’를 주제로 유튜브에서 750개의 채널을 보유한 미국의 MCN(멀티채널네트워크)기업 ‘콜랩’의 최유진 부사장이 강연한다. MCN은 1인 콘텐츠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기획, 스튜디오 지원, 홍보 등의 업무를 제공하는 매니지먼트업을 말한다. 이 밖에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방송프로그램 게임 음악 패션 분야의 우수 콘텐츠 100여 개를 전시하고 이들 제작 업체와 국내외 투자자를 연결시켜 새로운 투자 유치 기회를 주는 ‘K노크 2015’ 행사도 11일까지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BCWW는 아시아 최대 방송영상콘텐츠 국제 시장으로 채널A 등 방송사, 제작사, 배급사, 케이블 업체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50개국 190여 개사가 참가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서정보 기자 }

18일 한국과 일본 프로기사들의 골프 대항전이 강원 알펜시아 트룬 골프장에서 열린다. 한국 선수는 주장 조훈현 9단을 비롯해 서봉수 권갑용 유창혁 양재호 김영삼 김승준 김영환 김효정 등이다. 이에 맞서는 일본 선수는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주장이고 조선진, 류시훈, 고마쓰 히데키, 고마쓰 히데코, 하네 나오키, 다케미아 요코, 이마무라 도시야, 오가키 유사쿠 등이다. 실력은 권갑용 김승준 정도가 ‘두텁다’는 평을 듣고 나머지 한국 선수들은 많이 ‘엷다’고 한다. 적어도 골프 실력만큼은 일본 기사들이 앞선다고 한다. 백이 81의 곳에 단수 치는 것은 안 된다고 전보에서 말했다. 그러면 백 80의 단수가 유일한 길. 이어 흑 87까지도 다르게 둘 수 없다. 백은 A로 두면 쉽게 좌변 백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백이 강타를 날린다. 백 88, 90을 선수하고 백 92로 틀어막았다. 흑 93으론 참고도 흑 1로 끊고 싶지만 백 8이 선수여서 흑이 낭패를 본다. 흑 93으로 축을 보강할 때 백은 재차 94로 이단젖힘을 강행한다. 조한승 9단이 여기서 뼈를 묻자고 나선다. 얼른 봐도 흑은 B로 단수해 패를 하는 수밖엔 없다. 두 대국자는 팻감 세느라 바빠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나이 칠십이 되니까 좋은 거? 연주를 점점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돼요. 요즘은 고민도 없어요. 하하.” 올해 한국 나이로 고희를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사진)의 얼굴은 덤덤하면서도 훤해 보였다. 17일 시작하는 국내 리사이틀을 앞둔 그가 7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친분이 깊었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 얘기를 꺼냈다. “그와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데 자기 연주가 흘러나오자 기분 좋아하면서 ‘음악은 (연주한) 본인이 즐길 수 있어야 해’라고 말하더군요. 그땐 잘 몰랐는데 나이 들면서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어요. 전보다 즐길 수 있다는 게 나한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예전에는 연주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남을 설득하려고 했는데 이젠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어서 인생도 연주도 즐거워졌다는 뜻이었다. “아직은 체력적으로 연주에 아무 문제가 없고, 앞으로 새로운 곡, 예전에 연주했던 곡 가리지 않고 더 많은 곡을 연주하는 데만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그는 “음악이란 긴 여정을 가는데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면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연습도 쉴 수 없다”며 “1960년대 유학 당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절실했던 기억이 지금까지 나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1번과 스크랴빈 24개의 전주곡을 연주한다. 둘 다 국내에선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백건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번 연주곡도 그가 평소 좋아하지만 한국에선 듣기 힘든 점을 고려해 골랐다고 한다. “러시아 곡은 투박하고 인간적이에요. 우리 정서와 비슷한 데가 있어요. 웬만한 러시아 악보는 다 구해서 봤을 정도로 푹 빠졌어요.” 그는 이번 라흐마니노프 곡처럼 45분이나 되는 대곡을 연주한 뒤엔 앙코르 곡을 고르는 것도 신경 쓰인다고 했다. “메인 연주곡과 앙코르 곡이 너무 다른 분위기면 메인 곡의 감동을 음미하면서 집에 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앙코르 곡은 짧게 가는 걸 좋아해요.” 요즘 음악계에도 쓴소리를 한마디 던졌다.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악기를 통해 나오는 음악은 속일 수 없어요. 그래서 음악에 대한 진심이 연주에 묻어나야 합니다. 진심으로 파고들고, 진심으로 메시지를 담고…. 근데 요즘은 너무 상업화되면서 보기 좋게 포장되기만 한 연주들이 많아요.” 그는 17일 충남 천안을 시작으로 경기 구리(18일) 군포(19일), 서울(22일), 인천(23일) 순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11월 23일에는 내한 공연을 갖는 뮌헨 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귀에 쏙 들어온다. 편안히 몸을 내맡긴다. 흥겨우면 어깨를 들썩이고 애잔하면 조용히 눈을 감는다. 동요에 클래식이란 옷을 입혀 동요는 풍성해지고 클래식은 가벼워졌다. 최근 발매된 앨범 ‘누나야’를 들은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인 박종화 서울대 교수(41·사진)가 연주하고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광해, 왕이 된 남자’ 음악감독 김준성 씨, 작곡가 나실인 씨가 편곡한 크로스오버 앨범. 수록 곡목은 엄마야 누나야, 자장가(김대현 작곡), 꽃밭에서, 섬집아기, 산토끼, 새야 새야, 과수원 길, 아리랑(경기), 소녀의 꿈, 우리의 소원, 고향의 봄 등 11곡. 소녀의 꿈만 김감독이 작곡한 신곡이다. “멜로디야 쉽죠. 그런데 동요 속에 숨겨진 한국인의 감정을 최대한 끄집어내 표현하려고 하니까 애먹었어요.” 다섯 살 때 일본 도쿄로 피아노 유학을 간 뒤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 박 교수에겐 ‘한국적’ 정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박 교수는 그동안 연주회 앙코르곡으로 동요를 클래식으로 편곡한 작품을 가끔 선보였는데 이번엔 동요 11곡을 편곡해 앨범과 연주회를 기획한 것. “전문 연주자로서 명곡을 깊게 파고들어 그 정수들을 뽑아내는 길을 계속 갈 겁니다. 하지만 넓게 옆으로 파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은 20일 오후 5시 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여수 예울마루(24일), 김포아트홀(30일), 제주아트센터(10월 1일), 서귀포 예술의전당(2일), 대전 예술의전당(7일)에서 열린다. 공연에선 동요 외에도 모차르트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 ‘월광’,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 빌라로부스의 ‘아기 인형 모음곡’ 등도 연주한다. “브라질 출신인 빌라로부스의 아기인형 모음곡이 이번 제 작업과 비슷해요. 남미 보사노바나 삼바 고유의 리듬과 화성을 넣은 곡이에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뭘 할 거냐고 묻자 “서울시향의 진은숙 같은 현대 작곡가에게 직접 곡을 의뢰해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협업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의 왕성한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3만∼7만 원. 02-2005-0114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61, 63은 좌변 신천지를 개척하는 큰 수지만 어쩐지 허한 느낌이다. A로 뛰어들어 상변 백의 근거를 빼앗는 것이 보다 능동적 구상은 아니었을까. 백은 66으로 A를 방비하며 한시름 놓았다. 흑이 69의 강수를 들고 나오자 백도 70의 강수로 응수한다. 참고 1도 백 1은 흑 4로 탈출하는 수가 있다. 중급 실력의 맥. 지금의 승부는 좌상에서 좌변으로 이어지는 흑 진이 과연 얼마나 집으로 바뀔 것이냐는 것. 흑은 75까지 좌변 흑 진을 조금씩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조한승 9단은 백 76으로 좌변 흑 진으로 풍덩 뛰어든다. 백 68의 후원군을 믿는 것이다. 그런데 흑은 77, 79의 이단젖힘으로 난폭하게 백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이곳이 첫 번째 승부처다. 백이 알기 쉽게 참고 2도 백 1로 둔다면 흑 6까지 좌변이 모두 흑 집으로 변한다. 이 변화는 백에겐 낙제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백은 어디에 둬야 하나. 잽만 날리던 두 사람이 이제 본격적으로 주먹을 낼 참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시상식 때 말을 알아듣지 못해 제가 1등을 했는지도 모른 채 상을 받았어요. 무대에서 내려오고서야 제가 1등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6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는 아직 얼떨떨한 듯 수줍게 말했다. 피아니스트 문지영 씨(20)는 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막을 내린 ‘제60회 부소니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최초는 물론이고 아시아 피아니스트로서도 처음이다. 한국인으로는 1969년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금상을, 1980년과 1997년에 각각 서혜경과 이윤수가 ‘1위 없는 2위’를 했다. 부소니 콩쿠르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페루초 부소니(1866∼1924)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창설됐으며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다. 특히 2001년 격년제로 바뀐 이후 지금까지 1위를 3명만 배출했을 만큼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제가 무대에서 좀 떠는 편이어서 첫 라운드에선 긴장을 많이 했는데 갈수록 편안해져서 마지막 라운드는 아주 기분 좋게 연주했어요.” 그가 최종 라운드에서 연주한 곡목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8년째 그를 가르치고 있는 김대진 교수(수원시향 상임지휘자)는 “외국 지인들로부터 제자가 엄청난 상을 탔다고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지영이는 화려한 기교를 내세우기보다는 깊고 섬세한 연주로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연주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처음 접한 문 씨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로 불리기도 했다.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각종 피아노 대회에서 입상했고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예술영재학교를 거쳐 지난해 한예종 음악원에 수석 입학했다. 문 씨는 국내외 무대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 2009년 폴란드 루빈스타인 청소년 국제 콩쿠르 공동 1위에 이어 독일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1위(2012년), 동아음악콩쿠르 2위(2013년), 다카마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2014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2014년)를 차지했다. 이번 콩쿠르에는 어머니 이복례 씨(52)도 동행했다. 문 씨는 “어머니가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신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1위 기념 공연을 마치는 대로 귀국할 예정이다. “선생님(김대진 교수)이 우승 후 축하해 주시면서 ‘이제 연주 인생의 50분의 1밖에 가지 않은 거니까 겸손하게 연습하자’고 하신 말씀을 듣고 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앞으로 좋은 연주자가 돼 어려운 형편의 지망생들을 많이 이끌어 주고 싶습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46으로 석 점 머리를 두드릴 때 흑 47은 먼저 상대의 굴복을 요구하는 수. 백도 거침없이 48로 끊어 흑의 응수부터 묻는다. 서로 기 싸움을 벌이는 것. 조한승 9단은 백 50으로 잇는 수를 많이 망설였다. 참고 1도 백 1을 결행하면 어떻게 될까. 이 수가 성립한다면 백은 압도적 우세를 확보할 수 있다. 백 11까지 하변 백은 쉽게 죽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우변 백이 문제. 흑 14까지 끊기면 우하 흑과의 수상전 등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버틸 만한 싸움이지만 신중파에 속하는 조 9단은 후일을 도모하며 백 50으로 참는다. 흑은 55까지 선수했는데 여기서 흑도 고민이다. 좌우동형의 급소인 참고 2도 흑 1이 눈에 확 들어온다. 상하 백 연결을 끊는 맥점. 그러나 백도 2∼6으로 패를 만드는 비상수단이 있다. 백 ‘가’의 자체 팻감도 있어 흑이 장담할 수 없는 그림. 흑도 아쉽지만 일단 57로 물러서 역시 후일을 도모한다. 서로 멱살을 부여잡은 상태지만 먼저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는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