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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이달 열리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명환 위원장 등 민노총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차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이 민노총 위원장을 청와대에서 독대한 것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70분간 김 위원장,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 등 민노총 신임 지도부와 차담회를 갖고 “(청와대와 노동계가) 지향점이 일치하는 만큼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대화를 위한 민노총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김 위원장 등 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재개와 노사정위 개편을 위해 제안한 협의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24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민노총이 참석 의사를 밝힌 만큼 시기를 조율한 뒤 이달 중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안착,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민노총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민노총 출범 이후 20년 만에 가장 진지한 기대 속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면담 직후 6자회의 참석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지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일정이 조정될 경우 민노총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시기, 방법, 조건 등과 관계없이 자주 보자. 그래야 서로 신뢰가 생기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신년사에서 일자리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이 민노총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그간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했던 민노총 역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 가능성을 내비치며 화답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언해온 사회적 대화와 노사정 대타협 가능성이 커졌다.○ 민노총, 대화 참여와 청구서를 동시에 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0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영훈 전 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는 국제노동총연맹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7년 만에 성사된 대통령과 민노총 위원장의 만남은 회동 자체가 노사정 대화의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민노총은 이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 참석 가능성을 밝히며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민노총은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동시에 요구 사항도 전달했다. 구속 중인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 및 사면이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새해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이·취임식 이야기를 하며 “한 전 위원장이 현재 상태에 있는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조속한 시간 안에 해결되려면 결과적으로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돼야 수월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에 민노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연관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근로시간 단축 개악 반대,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인정 등을 문서로 정리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 그동안 제기하지 않았던 △노사분규 사업장 문제 해결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 등을 새롭게 요구했다. 대화는 부드럽게 했지만 ‘촛불 청구서’만큼은 일목요연하고 확실하게 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민노총이 강경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에 진정성과 열의를 가진 만큼 민노총도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화합 뜻하는 ‘삼합’ 준비한 靑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한노총, 오후에는 민노총 지도부를 연이어 만났다. 노동 문제를 포함한 일자리 대책이 청와대가 생각하는 집권 2년 차 핵심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노사정위원장 및 노동부 장관을 노동계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노동계와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노사정 대화와 이어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 등의 개혁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한노총 지도부의 오찬에 삼곡 영양밥, 삼색 야채된장국, 삼합을 준비했다. “노사정 삼(三)자의 화합을 상징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양대 노총도 각각 선물을 준비했다. 한노총은 꽃다발과 한노총이 제작한 벽시계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민노총은 1970년 노동법 준수를 주장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일기 표구본을 전달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성열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소득주도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주제로 중소벤처기업부 등 5개 부처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에게 정책조정 권한을 맡겨 ‘책임총리’로서 힘을 실어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조치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부처 업무보고 내용이 상당 부분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쳐 ‘총리 업무보고’의 한계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중기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국정과제가 삶의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계획을 드러내야 한다. 장관님들의 얼굴이 드러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정책 변화를 실감하도록 장관이 앞장서 달라는 의미다. 이 총리는 “제 얼굴이 큰 편이지만 장관님들을 가릴 만큼 크지는 않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신년 업무보고의 첫 주자였던 중기부는 중소·벤처기업 지원 사업에 일자리 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정책자금 등 5조8000억 원 규모 37개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일자리 평가를 20% 반영한다. 또 일자리의 창출 성과와 근로환경, 임금상승률 등을 평가에 반영하고 임금 체불이나 중대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는 감점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영세사업주에 대한 새로운 지원책 등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김영주 장관은 “기존 대책 점검 및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고용 감소 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1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영세업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내년도 최저임금 목표액도 제시하지 않았다. 눈에 띈 대목은 퀵서비스 기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과 작가 등 예술가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정도였다. 복지부는 9월부터 아동수당 월 10만 원을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기존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데 방점을 뒀다. 또 몸이 불편해 주치의를 자주 만날 수 없는 아동이 의사의 왕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 농촌 일자리를 3만3000개, 2022년까지 17만 개 창출하겠다고 보고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한상준·김성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차관급인 대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지철호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사진)를 임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 신임 부위원장은 시장구조 개선, 하도급, 유통 정책 등 업무 전문성과 행정 경험을 갖춘 관료 출신”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들어선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 홍보관리관과 경쟁정책국장, 기업협력국장, 상임위원 등 줄곧 공정위에서 요직을 거친 뒤 2015년 9월 퇴임했다. 특유의 업무 추진력으로 공정위 재직 시절 ‘기업 저격수’ ‘저승사자’ ‘불도저’ 등으로 불린 지 부위원장은 독과점과 대·중소기업 상생정책 전문가로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이 크게 강화됐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잇따라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엔 독점감시팀장을 지내며 월마트 인수를 조건부로 허용한 공정위 결정에 신세계가 소송을 내자 직접 자신의 블로그와 국정 브리핑 등에 연일 글을 올리며 반박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충남 서산(57) △남강고 △고려대 행정학과 △행정고시(29회) △공정위 상임위원 기업협력국장 경쟁정책국장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8일 오전 9시 5분, 청와대 여민1관 3층 집무실에 앉아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매우 굳어 있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핵심 참모와 매일 갖는 ‘티타임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한 반응을 직접 밝혔다. 두 문장으로 된 짧은 내용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분노’ ‘모욕’ 등 거친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분노를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 하면서 처음 듣는 표현”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MB의 발언에 문 대통령이 전례 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전·현 정권 충돌의 파열음은 더 커지게 됐다.○ 개인적 분노까지 터뜨리며 전례 없이 강경한 文 문 대통령의 강한 발언을 대신 낭독한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는 MB의 발언을 그대로 반박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MB가 적폐청산에 대해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금도를 넘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한 것에 대해 해서는 안 될 금도를 넘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친구라는 개인적인 인연과, 법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신분 두 가지 측면에서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상당한 분노와 불쾌감이 있을 텐데 그런 게 (성명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MB 측이 청와대가 검찰을 지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 것에 ‘모욕’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민의 명령이고 적어도 우리는 그런 꼼수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모욕스럽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 靑, “그동안 많이 참았다” 폭발 전날 MB의 발표 직후 청와대는 “할 말이 없다”며 반응을 자제했다. 즉각 청와대가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참모들은 “진짜 공작과 보복을 한 세력이 누구냐”며 들끓었다. 이런 기류는 이날 오전 8시 임 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어진 티타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성명 이야기를 했고, 참모들의 의견을 들은 임 실장도 뜻을 같이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문 대통령에게 큰 상처인데, 책임 당사자(MB)가 그걸 거론하면서 정치 보복을 운운한 것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인들의 발언이 정치를 극단적으로 만들고, 사회를 극단으로 갈라지게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청와대의 반응에 여권 관계자는 “임 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 관련 온갖 공격을 받으면서도 청와대는 MB 측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MB가 ‘정치 보복’이라고 역공하니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 역시 “정부를 맡고 있는 책임감 때문에 그동안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정의롭지 않은 것에 인내하지 않는 것이 진짜 책임감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자서전 ‘운명’에서 MB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우리는 그때 엄청나게 인내하면서 대응했다. 그 일을 겪고 보니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후회가 많이 남는다. 너무 조심스럽게만 대응한 게 아닌가”라고 적었다. 전례 없는 강한 발언은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인 셈이다. 문제는 전·현 정권의 ‘강 대 강’ 대치가 불러올 후폭풍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법과 질서에 따라 수사할 것이고, 청와대는 지켜만 볼 뿐이다”며 일단 추가 확전은 않겠다는 태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날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먼저 입장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 높은 표현이 포함된 이날 발표문이 문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분노라는 말 속에 모든 것이 표현돼 있다. 사법질서를 부정하며 국가 근간을 흔드는 발언에 대한 분노와 함께 개인적인 상당한 분노가 포함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큰 상처인 노 전 대통령 서거의 관련 당사자가 정치 보복을 운운한 것이 어처구니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함구해 왔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격앙된 반응으로 정면 대응에 나선 만큼 전·현직 대통령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청와대나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는 것이 국민 명령”이라면서도 “국민 통합이 무조건적인 인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직후 측근들에게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17일 남북은 고위급 실무회담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측은 230여 명 규모의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네 번째로 북한 응원단이 방문하게 됐다. 앞선 세 차례의 관례로 볼 때 북한은 평창에도 젊은 여성이 중심이 된 응원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북은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주축이 된 북측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2월에는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의 대대적인 ‘문화 공세’가 펼쳐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측이 파견하는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중 응원단 규모가 역대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데다 지난해 김정은의 핵폭주 이후 펼쳐지는 올림픽이라 세계적인 주목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남북은 평창 올림픽 기간 중 남북 공동응원을 갖기로 합의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남과 북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응원단 활동도 보장한다”는 합의 내용이다. 총련 응원단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 화제를 모았다. 230여 명 규모의 북한 응원단에 총련 응원단까지 가세하는 것이다. 다만 남북은 이날 실무회담에서 고위급 대표단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북한은 이번 남북 대화에서 평창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선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고위급 대표단의 경우 단장으로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은 이날까지 명단을 밝히지 않았다. 회담에 참여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고위급 대표단과 관련해서는 북측에서 ‘추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참관단도 안 오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누가 오는지에 따라 향후 북한의 대화 지속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장이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북한이 마지막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전까지 거주했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연립주택을 지난해 12월 매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전까지 머물렀던 연립주택을 최근 시세대로 팔았다. 퇴임 후에는 경남 양산 자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 명의로 돼 있는 이 주택의 구입자는 청와대 제1부속실 소속 김재준 행정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주택자이던 문 대통령은 양산 자택 1채만 보유하게 됐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역시 최근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를 매각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 입성 당시 보유하고 있던 부산 해운대구 좌동 아파트에 대해 “지난해 팔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수석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1채만 보유하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이 연이어 자택을 판 것은 2주택 이상 보유한 장관, 청와대 참모 등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무언의 압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다.” 1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잇따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 마음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 제안 8일 만인 이날 남북이 예상보다 빨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면서 선수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선수 달래기 나선 文 이날 오전 진천선수촌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빙상장에서 연습하고 있던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찾았다. 겨울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단일팀 논의로 뒤숭숭한 분위기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전날 단일팀 구성에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한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과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선수들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이) 우리 아이스하키팀에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을 쏟게 하는, 그래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사인한 유니폼을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여자 선수들도 이리 오세요”라고 챙겼다. 사진 촬영 때는 모든 팀원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의 아이스하키팀 구호인 ‘원 보디(one body)’를 외쳤다. 국가대표 선수단과의 오찬 인사말에서도 재차 단일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훨씬 더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일팀 구성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상이라는 점을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논란도 의식한 듯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우리 평창 올림픽의 흥행을 도와서 흑자 대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 “왜 일방적 희생 강요하나” 남북 대표가 회담에서 단일팀 합의를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선수들 달래기에 나섰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표로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문 대통령 방문 하루 전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노 차관은 “남북 단일팀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급진전된 사안이다. 당시 여러분은 미국 전지훈련 중이라 따로 양해를 구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불참 등의 여파로 평창 올림픽은 위기를 맞고 있다. 단일팀이 성공하면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 수 있다”며 선수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선수들은 실업팀 창단과 대학 특기생 제도 신설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골리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 얘기를 듣고는 속이 많이 상했다.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물론이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문 대통령의 선수촌 방문에 동행했다. 도 장관은 40분가량 선수단을 따로 만나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단일팀이 성사된 이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 온 건 우리다. 어떻게 정부가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일팀을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4년을 함께 해온 팀이다. 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라고 하는지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 젊은층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올림픽 출전만을 바라보고 일부 선수는 귀화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선수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18일 한국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이헌재 기자}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안착을 올해 초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 및 소상공인들과 대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약속하면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靑, 최저임금 충격 완화 대책 제시 이날 청와대를 찾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받는 업계다. 만찬장에서 직접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호소한 소상공인도 있었다. 김정애 ‘용궁 단골식당’ 대표는 “음식값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해서 음식값을 올리지 않고도 지금처럼 식당을 운영하실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양한 지원책을 약속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여러분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문 대통령은 3조 원 규모의 일자리안정기금, 1조 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 대책을 제시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정책 자금 우대와 같은 추가 대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을 나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던 약속어음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 생계형 적합 업종을 적극 보호해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지키고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등을 예로 들며 “돌아보면 새로운 도전에는 늘 어려움이 따랐다. 늘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안착되면 소비를 늘려 내수가 확대되고 우리 경제가 더 좋아지고,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文, “中企 경제 중심 만드는 게 올해 소원” 문 대통령은 벤처기업인들을 위한 창업 및 재창업 활성화 정책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8600억 원을 출연한 모태 펀드 지원에 이어 3월에는 10조 원 규모의 혁신 모험 펀드가 출범한다. 정책 금융기관의 연대보증 제도가 전면 폐지되고,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 전용 펀드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 새해 소망은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고 소상공인들이 공정한 생태계에서 사업하시게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건배사로 ‘건강한 중소기업을 위하여’라고 함께 외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현장 목소리를 일일이 적으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으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소·벤처기업은 물론이고 재계(지난해 7월), 노동계(지난해 10월)와 모두 만찬을 가졌다. 다만 노동계와의 만찬에 불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아직 만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회가 되면 민노총 관계자들도 만나게 되겠지만,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송충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가상통화 대책,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 등 정책 엇박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새해 들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부처의 섣부른 정책 발표로 인한 혼선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협의 과정에서 각 부처의 입장들이 드러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협의 과정을 통해 그런 입장 차이를 좁히고, 결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또 “정부 입장은 최종적으로 조율돼 나가야 하는 것이고, 결정되면 그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잘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가상통화 대책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 등을 정책 혼선의 사례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지지층의 반발로 청와대가 가상통화 대책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논란의 출발점이 됐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발언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대책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검토 중이던 거래소 폐지에 대해 개인 생각을 앞세워 발언이 나오다 보니 혼란이 가중됐던 것이다. 앞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신뢰도와 부패인식지수 등을 언급하고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이라며 정부 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내부 칸막이 행정을 깨는 협력을 통해 할 일은 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총리는 국무회의 뒤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과 관련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는 (정책 집행의) 속도를 줄이는 게 낫다. 정부 전체로서의 분야도 교육이 크다. 상의를 좀 더 사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일제히 부처 간 조율을 강조한 것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을 끝낸 장관들이 이제 본격적인 성과 내기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 혼란을 야기하는 일을 막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폭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 부동산 대책에 대해 “좀 더 잘 정리된 정책으로 내놓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청와대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한편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인 동시에 가계 소득 증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이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확산 등 후속 대책을 속도감 있고 세밀하게 추진해 최저임금 인상을 안착시키는 데 각종 부처가 총력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에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등 기업가 32명이 참석했다. 환담에 앞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평창 겨울올림픽과 새 정부 경제정책의 성공을 기원하며 케이크를 꾸미는 행사를 가졌다.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 인형으로 장식된 케이크에 참석자들과 문 대통령이 ‘사람중심’ ‘혁신창업’ ‘성공’이라고 쓰인 깃발을 꽂았다. 청와대는 이날 강정완 공사박사 대표, 박종한 펍플 대표 등 재기 기업인 4명을 초청해 재도전을 응원하는 의미로 운동화를 선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대표는 통신업체 마케팅 대리점을 하다 실패했지만 3년간의 재준비를 거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강 대표에게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 삼덕통상의 운동화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삼덕통상의 문창섭 회장도 ‘일자리 우수기업’ 자격으로 참석했다. 환담 뒤 가진 만찬에서는 전복과 문어, 풍천장어와 설렁탕 등이 제공됐다. 청와대는 “열심히 뛰어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설렁탕은 1990년부터 매달 노인들에게 설렁탕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의 ‘문화옥’ 설렁탕이 공수됐다. 건배주로는 병당 20원씩 장학금을 기부하고 장년고용 활성화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가평 잣 막걸리’가 선정됐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금융당국의 인선 절차 제동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15일 당초 예정대로 차기 회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강행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해 ‘적폐’라는 표현까지 쓰며 우회적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인 우월의식 버려라”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회장 후보군 16명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8명에 대한 인터뷰를 마쳤다. 16일 나머지 후보에 대한 면접을 본 뒤 최종 후보자 3명을 추려낼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날 하나금융에 “CEO 리스크를 감안해 회추위 일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회추위 일정을 2주가량 연기하라는 금감원의 구두 권고를 회추위가 거부하자 공문을 보낸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하나금융과 관련해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된 몇 가지 의혹을 확인 중이고, 이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며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만약 금융인 중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과도한 황제 연봉’ 등을 금융권 적폐로 꼽았다. 이를 두고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앞서 김 회장을 겨냥해 “CEO가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 연임’을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나금융 “금융위 모범 규준대로 이사회 운영” 금융당국은 현행 지배구조상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후보군 간의 실질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김 회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 은행 채용비리 의혹 등을 검사 중인 상황에서 김 회장이 선출되면 향후 CEO 공백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하나금융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금융지주 CEO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대표이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며 “하나금융 회추위는 CEO가 고발된 상황과 이에 따른 리스크를 회장 선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계속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15년 금융위가 만든 모범 규준에 어긋나지 않게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했는데도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자 또다시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CEO 인선에 본격 개입하면서 ‘관치 금융’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특정 개인을 배제하기 위해 룰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금융계 및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다시 하나금융을 지배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청와대도 문제 삼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금감원에서 검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회장 추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강유현·한상준 기자}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에서 ‘실명제 도입’으로 돌아선 것은 가상통화 시장을 무조건 틀어막기보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면서 투기과열을 식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명 확인’과 ‘과세’라는 투 트랙 방식을 통해 이상 과열을 이끄는 투기세력과 불법자금을 차단하고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거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가상통화 투기 열풍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거래소 폐쇄를 장기적으로 계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실명제-과세’ 투트랙으로 과열 식힌다 최근 가상통화 대책을 놓고 혼선을 빚었던 정부는 당분간 실명제와 과세 조치에 주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거래 실명제와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달 말부터 6개 은행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실명 확인을 거친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다. 이러면 은행들이 투자자의 거래 내용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게 돼 불법자금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또 거래 내용이 남아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가상통화 과세 원칙 아래 향후 어떤 세목(稅目)에 과세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적용이 유력한 세목으로는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이 거론된다. 법인세는 현재 세법으로도 거둬들일 수 있지만 거래소들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새해 들어 국세청이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법인세 징수를 위한 자료 수집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양도세를 물리기 위해서는 세법을 고쳐야 한다. 현재 부동산과 달리 금, 채권 등은 양도세를 물리지 않고 있어 가상통화에만 양도세를 매길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투자자도 실명 확인 거쳐야 입금 이달 말부터 실명제가 도입되면 불법자금으로 가상통화를 매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 도입과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실명제가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 A. 현재 가상통화 거래는 투자자가 개인 은행 계좌에서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돈을 옮긴 뒤 가상통화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이 거래소 명의로 된 수십만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면 거래소가 이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형태였다. 하지만 실명제가 도입되면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이 투자자별로 실명 확인을 거쳐야 거래 계좌가 발급된다. 예를 들어 A거래소와 KB국민은행이 계약을 맺으면 국민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A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 Q. 기존 가상계좌는 어떻게 되나. A. 기존 가상계좌를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계좌에서는 돈을 출금할 수만 있고 입금은 안 된다. 추가 투자를 못 하는 것이다. 가상통화를 추가로 사려면 실명 거래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 확인 거래계좌를 통해서는 입금도 할 수 있고 출금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일부 거래소는 가상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자사 명의의 법인계좌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이 법인계좌들은 어떻게 되나. A. 현재 일부 거래소는 거래소 명의의 법인계좌를 만들어놓고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투자금을 송금받아 거래를 대행해주고 있다. 이 계좌는 불법자금이 들어와도 걸러내기가 쉽지 않고 해킹에도 취약하다. 앞으로 은행들은 이런 법인계좌로 거액의 수상한 자금을 입출금하는 의심거래가 있으면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Q. 앞으로 거래가 막힐 염려는 없나. A. 실명제가 도입된 후 신규 계좌를 얼마나 더 만들어줄지는 은행의 결정에 달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에 자율적으로 새 투자자들에게 거래계좌를 발급하라고 허용했다. Q. 그렇다면 거래소 폐쇄는 없던 일로 된 건가. A. 정부는 여전히 거래소 폐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에도 과열이 진화되지 않는다면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폐쇄는 입법 사항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한상준 / 세종=박재명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상통화 논란과 관련해 “블록체인을 블록(막을)할 생각은 분명히 없다.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단지 암호화폐가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그 뒤에 올 것이 정부도 두렵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추첨한 일반인 20여 명과 영화 ‘1987’을 관람했다. 관람 뒤 ‘호프 미팅’에서 “(가상통화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업체에서 근무하는데, 업무를 계속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부처별 온도 차이가 있지만 정부 전체로 보면 ‘블록체인은 건드리지 않는다. 투기적 접근은 위험할 수 있겠다’(로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상통화가 더 문제가 되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겠나. 그땐 정부를 탓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이 총리는 “‘질서 있는 퇴장을 시키겠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정부 고민이 그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검찰권을 악용해 왔음.” “국가정보원은 선거에 개입하고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음.” 청와대가 14일 배포한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야당의 논평에서나 볼 법한 비판들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과거 권력기관의 행적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과 청산’을 권력기관 개혁의 제1방침으로 못 박았다. 이런 방향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경험도 영항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경·국정원 모두 ‘대대적인 메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안의 요체는 검찰·국정원의 권한 약화다. 반대급부로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청와대는 경찰 조직을 크게 4개로 분리해 경찰의 비대화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서 “검·경·국정원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결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잘못이 있었음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들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反)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지난해 탄핵 사태까지 세 조직 모두 잘못이 크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손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청와대는 세 기관의 권한을 나누면서, 상호 견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검·경·국정원을 비롯해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안보수사처 등이 자기 기관의 범죄는 수사하지 못하고 다른 기관을 맡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권력기관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댄 것은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조 수석 등 핵심 인사들과 과거 권력기관들 간 악연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민주화 시위로 두 차례 투옥됐고, 이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이런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좌절됐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靑 “이번에는 좌절 없다” 의지 청와대가 강력한 권력기관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좌절된 개혁을 9년 만의 집권을 통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자서전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들(검찰)은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 한꺼번에 퇴행해 버린 것이 어이없고 안타깝다”고 적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권한 축소 등을 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가 끝나도 다시 역주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혁안에 대해 검찰 의견을 수렴했는지 묻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상급 기관인 법무부가 (청와대의 개혁안을) 수용했다. 검찰청은 별도로 독자 의견을 낼 권한이 없다”고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 의견 수렴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지만 검찰의 저항만 확인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 일선 검사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외압 의혹 등을 제기하며 ‘대들듯이’ 발언했던 ‘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훗날 문 대통령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표현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약속한 자치경찰은 지방분권 강화의 대표적 정책이자 개헌 사항이다. 지방분권 강화를 담은 개헌 역시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드라이브’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까지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청와대의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전략은 명확해졌다. 관건은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여론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는 의견은 항상 80%대다. 야당에서 공수처 등을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 마음이 다르다는 건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31년 전 오늘, 22세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 당시 검찰, 경찰, 안기부(현 국가정보원)는 합심하여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14일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 브리핑에 나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고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입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권력기관 개편안 발표 날짜를 박 씨의 31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로 잡은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조 수석은 박 씨의 고등학교(부산 혜광고) 1년 선배다. 조 수석은 브리핑에서 6월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조 수석은 “영화 ‘1987’을 보면서 시대의 참상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셨을 줄로 안다. 독재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의 이익과 권력 편의에 따라 국민 반대편에 있었다”고 말했다. 검·경·국정원 간의 균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영화 ‘1987’에서 보다시피 경찰의 (과거) 대공수사도 오·남용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와 관련한 대통령 업무지시 이후 8개월 만에 언론 브리핑을 가진 조 수석은 권력기관 개편안 외에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가상통화 관련 대책, 청와대의 야당 설득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는 “말씀드릴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 참사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 수석이 올해는 권력기관 개편 문제에 집중해 명예 회복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간첩 수사 등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겨져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칭)가 대공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권한이 커진 경찰은 수사경찰과 일반경찰로 나눠지고, 지역별 치안·경비 업무는 각 시도지사 관할의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검찰은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수사 업무를 넘기고 경제, 금융 등 특수 분야 수사를 제외한 직접 수사 권한도 사라지게 된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기관이 내놓은 자체 개혁 방안을 청와대가 취합해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종합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공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조 수석은 “국내 정치 및 대공 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게 된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감사만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고위 공직자 수사는 공수처에, 1차 수사는 경찰에 권한을 넘긴 검찰은 기소 업무와 경제·금융 등 특수 분야 직접 수사 권한만 갖게 된다. 경찰의 권한은 현재보다 강화된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은 물론 고위공직자, 경제·금융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의 수사권을 갖게 된다. 경찰 비대화에 대한 우려에 따라 청와대는 경찰 조직의 분리를 약속했다. 경찰은 △일반경찰(치안·경비·정보 담당) △수사경찰(범죄 1차 수사) △안보수사처(대공 수사)로 분리되고, 세 조직은 상호 지휘를 받지 않는다. 여기에 개헌을 통해 지역 치안, 성폭력 및 가정폭력 등의 일부 수사는 자치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조 수석은 이 같은 권력기관 개혁안에 대해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 및 청산, 촛불 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의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남용 통제 등이 개혁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내용이 국회 입법 사항인 만큼 청와대의 개혁안이 현실화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 대공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정원을 해체하자는 것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은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어서 특별법 제정에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항의 글을 대거 올려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거래소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미 완성한 특별법 초안을 토대로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한 뒤 정부의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간담회에서 “가상통화 거래의 급등락을 보면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가상통화를 놓고 해외에서 ‘김치 프리미엄’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도 한국의 가상통화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해외의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통화는 거품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심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거래 형태”라며 “가상통화 거래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가상통화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는 건 문제점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특별법 초안에 따르면 가상통화 거래소가 폐쇄되더라도 개인 간 가상통화 거래는 허용된다. 박 장관의 특별법 제정 방침 발표 이후 국내의 모든 가상통화 가격은 일제히 급락했다가 오후 늦게 반등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 청와대와 법무부에 투자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 박 장관의 발표가 정부의 확정된 방침인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오후 5시 20분경 청와대가 나서 상황을 정리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한상준 기자}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11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소 노동자를 해고하기로 한 고려대를 찾아 “고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를 찾아 청소 노동자들과 학교 측을 모두 만났다. 고려대는 장 실장의 모교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청소 노동자들 대신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장 실장은 “대학이 최소한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가는 방법을 찾는 데 대학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 노동자들을 단시간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 고착화될까 우려된다. 나쁜 일자리가 새로운 고용 프레임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곧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해고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경비원들도 만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최저임금 부작용 최소화를 지시하면서 청와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일자리안정점검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장 실장이 직접 맡기로 했다. TF에는 반장식 일자리수석비서관,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참여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