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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 증원을 공약한 가운데 대학생과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YBM 한국TOEIC위원회는 대학생과 직장인 64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58.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거나(43.7%) 현재 준비 중(14.8%)이라고 답했다고 23일 밝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정년 보장’이 59.8%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은 ‘좋은 복지제도 및 근무 환경’(49.8%), ‘공정한 채용 기회’(27.7%), ‘공무원연금’(24.6%), ‘뚜렷한 적성을 찾지 못해서’(17.7%) 등의 순이었다. 준비 중이거나 응시 예정인 공무원 시험은 9급(42.3%)이 가장 많았고, 7급(32.7%), 5급(전 행정고시·4.9%), 경찰직(4.4%), 군무원(3.4%), 외무고시(2.1%), 소방직·입법고시(각 0.8%) 순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41.5%)의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시험 준비 장기화에 대한 걱정’(47.3%)이었다.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아서’(46.3%), ‘높은 경쟁률’(37.2%), ‘낮은 연봉’(13.6%), ‘시험 준비 비용 부담’(11.7%) 등도 꼽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문대학은 수시모집으로 전체 모집 인원의 87.0%를 선발한다. 2018학년도보다 1.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019학년도 전문대 입학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21일 발표했다. 전국 136개 전문대의 2019학년도 총 모집 인원은 20만6207명으로 2018학년도(21만129명)보다 1.9%(3922명) 감소한다. 전문대교협 측은 “학령인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등직업교육 특성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시모집 비중은 대폭 늘어난다. 농협대를 제외한 135개 대학이 전체 모집 인원의 87.0%인 17만9404명을 뽑는다. 수시 1차 모집에서 65.3%(13만4619명), 2차 모집에서 21.7%(4만4785명)를 선발한다. 수시모집의 80.2%(14만3850명)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다. 면접 위주 10.1%(1만8041명), 서류 위주 7.6%(1만3554명), 실기 위주 2.2%(3959명)다. 정시모집에서 수능을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 2개 과목을 반영하는 곳이 60개교로 가장 많다. 18곳은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원서 접수 일정은 모든 전문대가 동일하다. 수시 1차가 2018년 9월 10∼28일, 수시 2차는 11월 6∼20일, 정시는 12월 29일부터 2019년 1월 11일까지다. 전문대는 일반대와 달리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지 않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박근혜 정부 시절 ‘안 된다’던 국가 정책이나 기조가 속속 바뀌고 있다. 법과 규정을 바꿔야 한다거나 현 여건에 맞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쳐왔던 공무원들이 기존의 입장을 빠르게 뒤집고 ‘박근혜 그림자’ 지우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지시를 받아 16일 관련 행정예고를 한 교육부는 새 검정 역사교과서의 적용 시점과 내용까지 바꿀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중1과 고1에게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중 역사 및 한국사만 시점을 2018년에서 2019년 3월 1일로 연기하기 위한 행정예고도 준비 중이다. 교육부는 시간을 번 동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수정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편에 착수한다. 새 집필 기준에선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1차(1956년)∼7차(2009년) 교육과정까지 쓰였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노무현 정부가 고시한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시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쳐졌기 때문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정 교과서는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실무진은 “교육과정에 명시된 거라 수정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교육부는 현재 교육과정 적용 시점을 연기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 놓고도 행정예고를 주저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불가를 수차례 강조했던 장차관이 이를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다. 행정예고는 차관, 최종 고시는 장관이 결재하면 된다. 공직자의 알아서 몸 낮추기는 다른 부처도 비슷하다. 인사혁신처는 15일 대통령 지시 5시간 만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인사처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기간제 교사 김초원 씨(당시 26세·여)와 이지혜 씨(당시 31세·여)의 순직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지난 3년 동안 밝혀 왔다. 기간제 교사 4만6000여 명은 교육공무원법의 공무원이 아니어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을 인정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김동극 인사처장은 3월까지만 해도 “기간제 교사를 모두 공무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특별법 제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순직 처리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인사처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등에 반영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시행령은 담당 부처의 입안을 거쳐 국무회의만 거치면 된다. 증세 역시 정부 태도가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 분야다.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상 등 증세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워 온 태도와 확연히 달라진 것.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토론회에서 세율을 높이면 회복 중인 경제가 타격을 입어 대폭 증세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최예나 yena@donga.com·황태호 / 세종=천호성 기자}
“자율형사립고가 없어져야 할 명분이 있습니까? 대통령이나 교육감은 자사고가 과열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는데, 그게 자사고 때문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내년부터 자사고의 입학전형을 추첨제로 바꾸겠다고 시사하자(본보 5월 12일자 A16면 참조) 교육 현장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A고 관계자는 “평등사상을 중시하는 중국도 오래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한다”며 “모두 일반고로 만들면 교육의 특수성과 자율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인재는 어떻게 양성할 거냐. 자사고를 도입할 때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사고로 통칭해 부르는 전국 46개교는 서로 출발이 다르다. 김대중 정부는 평준화에 따른 획일화된 교육을 극복하고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2002년 자립형사립고 6곳을 승인했다. 정부 재정이 부족하니 스스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학교에 자율권을 주자는 취지였다. 이 학교를 이명박 정부는 자율형사립고라는 이름으로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과 광역 단위 자사고 36곳이 있다. 자립형사립고 출신 B고 관계자는 “2010년 정부가 우리를 자율형사립고로 강제 전환시키면서 ‘매년 학생납입금의 20%를 법인전입금으로 내면 전국 단위 학생 선발권을 유지해주겠다’고 약속해 10억 원씩 부담한다”며 “정부가 못하는 인재 양성을 15년간 잘해왔는데 정부 스스로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고 관계자는 “친(親)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향 교육감들이 대통령 공약까지 있으니 대놓고 자사고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사고의 주장에 적잖은 학부모들도 공감한다. 한 학부모는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학교만 만들면 되겠느냐”며 “자사고를 없애면 우수 학생들은 과학고나 영재학교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일반고는 입시 대비가 안 되고 면학 분위기도 안 좋으니 어떡하냐”며 “잘 운영되는 학교를 갑자기 없앤다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때 발생할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학비가 3배 정도 비싼 대신 정부 보조금을 안 받는다.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각 시도 교육청이 사립학교에 주는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자사고는 학교별로 10억∼40억 원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최대 18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이 구체화되면 등록금을 일반고와 동일하게 하고 보조금을 다 지원할 건지, 등록금을 조금 더 받고 일부만 지원할 건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함에 따라 교육부는 이를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국정 교과서 폐지는 예상됐던 일로 비교적 간단한 행정절차만 거치면 된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쓸 검정 역사 교과서를 완성도 높게 개발하는 건 쉽지 않다. 교육계는 당초 문 대통령이 새로운 교육부 장차관을 임명한 뒤 국정 교과서 폐지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이날 국정 교과서 관련 고시 수정 지시를 내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정 교과서 폐지는 교육부 관련 고시 수정을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과 검정, 두 가지 체제로 구분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에서 ‘국정’ 부분을 삭제하고,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 교과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검정만 사용하도록 수정하면 국정제는 사라지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시 수정은 통상 규제심사에 10일, 관계기관 행정예고에 20일가량 소요된다”며 “그러나 긴급한 사안의 경우 총 20일 내 처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해 빠르면 내달 초 폐지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교육부가 운영해 온 ‘올바른 역사 교과서’ 사이트도 폐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 교과서 개발을 총괄한 교육부 내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 이달 말일자로 해체된다. 국정 교과서는 연구학교 신청을 한 문명고를 비롯해 보조교재로의 사용을 희망한 83개 학교와 50개 국립·재외한국학교 등 총 130여 개교에 약 6000권이 배포돼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회수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중고교 현장에 적용하기로 돼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검정 역사 교과서 개발이다. 역사 과목은 국정교과서 사용이 예정돼 있던 탓에 다른 과목보다 1년 이상 늦은 올 초에야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개발 공모가 시작됐다. 집필진 확보부터 집필, 검토, 인쇄까지 채 1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벌써부터 부실 교과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만든 집필 기준 자체를 손보고 현장 적용 시점도 늦춰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 내년도 역사 교과서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 입시를 치르는 내년부터 자율형사립고 입학 전형 방법을 추첨제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현재 서울 23개 자사고는 먼저 입학원서를 받은 뒤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추첨제로 전환하면 자사고는 우수 학생 선발권을 잃게 되고, 학부모들은 학비가 일반고의 3배인 자사고에 보내기를 주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선거 때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학교와 학부모, 교육부 반발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사고,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자사고를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1일 “자사고 폐지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여러 저항과 정부 방침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 당선으로 환경이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르면 내년 3월 말 이전에 2019학년도 자사고 입학 전형을 추첨제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자사고나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어도 이미 평가를 거쳐 전국적으로 2019년 또는 2020년까지 재지정돼 있는 학교를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사고나 외고의 입학 전형 승인권은 교육감이 갖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먼저 학생 선발권을 박탈해 자사고를 사실상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외고 입학 전형을 추첨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는 친(親)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의 공약이었던 만큼 서울시교육청이 추첨제를 도입하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3단계로 구상 중이다. △추첨제로 전환하고 △일반고와 입시를 동시에 진행한 다음 △최종 일반고로 전환하는 순서다. 이 가운데 2, 3단계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단계를 위한 시행령 개정은 3, 4개월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 이르면 현재 중2에게 적용되는 2019학년도 고입부터 자사고와 외고 입시가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자사고와 외고 경쟁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나 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은 먼저 일반고에 지원한 학생들이 우선 배정되고 남은 학교로 가야 한다”며 “희망하는 일반고에 못 갈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재학생, 학부모 반발은 거세다.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는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했던 것”이라며 “자사고 폐지로 고교 서열과 사교육이 사라질 거란 판단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중3 학부모 A 씨는 “내년부터 자사고에 추첨제가 도입되면 학교 질이 크게 떨어질 거라 올해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951년에 세워진 경북 소천고는 올해 3학년(14명)이 졸업하는 내년에 문을 닫는다. 소천고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입학생이 전혀 없었다. ‘저출산의 늪’이 초등학교를 넘어 중고교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부가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5∼2017년 초중고교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입학생이 5명 미만인 학교 중 중학교는 108곳→122곳→127곳으로, 고교는 12곳→12곳→14곳으로 증가했다. 중고교의 입학생이 없거나 적은 건 초등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학년을 한 반(복식학급)으로 운영할 수 있는 초교와 달리 중고교는 여러 선택과목을 운영할 수 없는 등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내년 고교 입학생(46만 명)은 올해(52만 명)보다 6만 명이나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입학생이 0명이었던 전국 고교 7곳(중학교는 10곳) 중 4곳을 차지하는 경북도교육청은 한 개 연도만 1학급(최소 14명)을 못 채우면 다음 연도부터 학생을 모집하지 못하게 한다. 자연스러운 폐교를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통폐합된 전국 학교 279곳 중 대부분이 초교였지만 이제 중고교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줄면서 몇 년 전부터 ‘썰렁한 초등학교 입학식’ 같은 기사가 보도됐다. 그런데 ‘학생 없는 학교’ 현상이 중고교로 이어지면서 학교 통폐합을 넘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교의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건 초중학교와 달리 교육의 질 차원에서 큰 문제를 가져온다. 학생이 적으면 이과와 문과를 다 운영하기 힘들고, 학생이 여러 선택과목을 자유롭게 택해 듣는 교육과정의 목적을 살릴 수 없다. 가뜩이나 고교는 공부 중심인데 체육을 하면서 공동체를 배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경북 경주마케팅고는 올해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받았다. 2015년엔 15명, 2016년엔 14명이 입학했다. 보통 특성화고는 여러 전공반을 운영하지만 경주마케팅고에는 유통회계과 하나만 있다. 인천 서도고는 1∼3학년 각 1반에 학생이 1명, 2명, 1명밖에 없다. 이 학교 교사는 “외부에서는 ‘모든 교사가 매달리면 1명밖에 없는 학생이 서울대를 못 가겠느냐’고 하지만 공부는 경쟁이나 상호성이 있어야 잘되지 않느냐”며 “학습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했다. 모든 학년을 통틀어도 축구를 할 수 없다. 학생 수가 적으면 평가도 문제다. 고교 내신 1등급은 상위 4% 이내다. 한 학년 전체 10명 중 1등(10%)을 해도 2등급(상위 11% 이내)이다. 대학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북도교육청은 폐교 기준을 초중학교보다 고교에 더 엄격히 적용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입학생이 1명이어도 학교를 유지하려 하지만 고교는 1년만 제대로 모집을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보고 폐교 수순을 밟는다”고 말했다. 같은 농산어촌에 있더라도 초중학교와 달리 고교는 학부모들이 웬만하면 도시로 보내려 하는 만큼 저출산의 타격을 더 크게 받는다. 교육부는 고교 1∼3학년 학생 수가 2020년 128만 명으로 올해(175만 명)보다 27% 줄어든다고 추정한다. 입학생 수가 0명인 고교는 2015∼2017년 9곳→7곳→7곳, 중학교는 9곳→12곳→10곳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교에서 시작된 저출산 문제가 중고교에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도교육청이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통폐합 정책을 운영하므로 사라질 학교 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들은 정부에 적극적인 저출산 해결을 요구했다. 개교 이래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못 받은 경북 금성여상 교사는 “국가 전체적으로 출생률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인데 학교가 홍보활동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아동수당 지급이나 육아휴직급여 인상 외에 뚜렷한 저출산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약이 이미 출산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밖에 없다”며 “결혼을 안 한 사람이 출산을 결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기자}

《 5·9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중반전을 지나면서 후보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까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족·친인척 비리에 불행한 결말을 맞았던 역대 대통령을 보더라도 후보들의 가족 이야기는 살펴볼 만한 검증 요소다. 동아일보는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보들의 배우자, 자녀, 처가(妻家)를 들여다봤다. 가정 내 ‘생활정치’에서 후보 부부의 권력관계는 어떨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부인 김정숙 씨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눈치를 살피며 자녀들에게 “얘들아, 엄마 노래 부른다. 긴장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가 화났을 때 식구들의 대처법이었다. 베일에 싸인 처가 스토리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전남 여수에서 30년 넘게 매실주를 빚던 양조장집 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볼품없이 마른 ‘촌놈 고시생’과의 결혼을 반대한 장인(丈人)과 한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다. 후보 자녀가 나온 초중고교도 확인 대상에 올랐다. ‘혹시 자기 자식은 귀족교육 시켜 놓고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없애겠다는 것 아니냐’는 엄마 아빠 유권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확인 결과 ‘유학파’(안 후보), ‘교육특구파’(문재인,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안학교파’(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세 부류로 나뉘었다. 》● 문재인의 ‘특보’ 김정숙 씨특유의 살가움으로 바닥민심 다져… “부부싸움하면 내가 먼저 손 건네” “내 남편, 내 아내는 내가 당선시킨다.” 5·9대선 유세에서 전국을 누비며 후보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선 후보의 배우자들이다. 각 후보의 ‘1호 지지자’인 이들은 때로 후보가 듣기 싫은 소리도 거침없이 하는 ‘따끔한 참모’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는 퍼스트레이디, 퍼스트젠틀맨 후보의 유세 모습과 후보 부부의 ‘생활정치’상 역학관계를 들여다봤다. 문재인의 ‘호남 특보’ 김정숙 “어르신∼ 인사드려도 될까요.” 27일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63)는 인사를 건네기 전에 허락부터 구했다. 어르신이 눈을 맞추면 특유의 살가움으로 손을 붙잡고 말을 건넸다. “문재인 아세요? 제가 안사람입니다.” 노인회 관계자가 방명록 작성을 권하자 “저는 후보 부인일 뿐이에요”라며 연신 고개를 숙여 사양했다. 경희대 동문인 문 후보 부부는 대학축제에서 만나 7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문 후보가 유신 반대 시위로 구속됐을 때, 석방된 후 강제 징집돼 특전사에서 복무할 때를 비롯해 문 후보의 여러 인생 고비마다 김 씨는 곁에서 남편을 힘껏 도왔다. 그래서 문 후보는 “어려울 때 늘 함께해주고 기다려주고 견뎌준 아내”를 ‘잊지 못할 은인’으로 꼽는다. 김 씨는 ‘가정 경제 주도권’에 대한 물음에 “생활 관련된 것은 제가, 수입과 재산 관리는 남편이 한다”고 말했다. 부부 싸움을 하면 주로 먼저 손을 건네는 쪽은 김 씨란다. 문 후보가 나설 때도 있다. 김 씨는 “남편은 화해하고 싶을 때 엉덩이를 슬쩍 들이밀며 툭 친다”며 “그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서 금세 화가 풀릴 때가 많다”고 전했다. ● ‘정치인 홍준표 내조’ 21년차 이순삼 씨어디가든 인사할 땐 허리 더 숙여… “스트롱맨? 용돈 타쓰는 착한 남편” 홍준표 ‘내조의 여왕’ 이순삼 27일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 빨간 점퍼를 입은 여성이 분식을 파는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가 “내 손이 찰 텐데…”라며 망설이자 그는 “제가 따뜻하게 덥혀 드리겠다”며 두 손을 감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62). 이 씨는 항상 인사받는 사람보다 허리를 조금이라도 더 숙인다. ‘몸을 더 낮춰야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게 21년 차 정치인 아내의 내조 철학이다. 1988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국민은행에서 창구 업무를 보던 이 씨는 ‘촌놈 고시생’이던 홍 후보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열었다. 지하 단칸방에 신혼살림을 차렸지만 부부는 누구보다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홍 후보는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 덕에 고시도 합격하고 검사, 정치인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최근 홍 후보는 ‘스트롱맨’을 자처하며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아내에게 용돈을 꼬박꼬박 타 쓰는 ‘착한 남편’이란다. 남편에게는 월급의 3분의 1을 용돈으로 준다는 이 씨는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홍 후보가 먼저 “내 미안하데이”라며 화해를 청해 온다고 전했다.● 안철수의 ‘동반자’ 김미경 씨배식봉사 다니며 서민밀착형 고집… “싸울때도 존댓말, 내가 꼼짝 못해” 안철수의 ‘닮은꼴 반쪽’ 김미경 27일 대전 동구의 다기능복지센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54)가 정장 재킷을 벗고 부지런히 손을 놀려 밥을 펐다. 어르신이 식판을 내밀 때마다 눈을 맞추며 “더 드릴까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젊은이들을 만나라고 해도 김 교수는 ‘서민 밀착형’으로 하겠다고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린다”고 전했다. 안 후보와 ‘여수댁’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30년 가까운 지금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쓴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그러셨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따질 정도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경제권은 어느 정도 독립돼 있다. 김 교수는 “제 월급통장에서 제 카드 대금이 나가고, 후보가 쓰는 건 후보 통장에서 나간다”고 말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금까지 아내한테 한 번도 못해 본 말이 ‘밥 줘’였다”고 고백했다. 한 인사는 “안 후보 자택에서 도시락을 시켜먹은 뒤 나서는데 김 교수가 안 후보에게 ‘쓰레기는 가지고 나가라’고 하더라. 안 후보가 자연스레 들고 나와 버렸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오히려 제가 (남편한테) 꼼짝을 못 한다”며 웃었다.● 유승민의 ‘안사람’ 오선혜 씨“무뚝뚝해도 내게 다 져주는 남자”… 앞에 나서기보다 조용한 내조 유승민의 ‘그림자 참모’ 오선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부인 오선혜 씨(58)는 27일 서울 은평구 은평노인복지관을 찾았다. 오 씨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선 어르신들과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유 후보 안사람입니다. 남편 잘 부탁드립니다.” 오 씨는 그간 다른 후보의 배우자들보다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일이 적었다. 그 대신 복지관 등을 찾아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거나 유 후보에게 주변의 여론을 전달하는 ‘조용한 내조’를 했다. 유 후보는 서울대 재학 시절에 고향인 대구 은사 댁을 찾았다가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아내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5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유 후보는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오 씨는 그런 남편에 대해 “사소한 문제는 내게 다 져주는 남자”라고 했다. 월급은 신혼 때부터 오 씨 통장으로 바로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 심상정의 ‘동지’ 이승배 씨유세 점퍼 한쪽에 ‘남편’ 표시… 아내 국회입성뒤 살림 도맡아 심상정의 ‘동지적 배우자’ 이승배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노인종합복지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61)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혀 앉더니 선거명함을 건넸다. 노란색 유세 점퍼의 한쪽에는 ‘남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성 노인들은 그런 그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최근 이 씨는 정의당 지지세가 강한 경기 북부 일대에서 집중적인 유세 지원을 펼쳤다. 언론 인터뷰,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한 ‘메시지 외조’도 활발하다. 심 후보와 이 씨는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중매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심 후보가 초선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2004년부터 이 씨는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이 씨는 “생활(소득)의 많은 부분을 심 후보가 충당하고, 일상경비의 집행이나 재산 관리는 제가 한다”고 말했다. 부부싸움을 하면 냉랭한 기운을 못 참는 심 후보가 먼저 화해를 청하는 편이다. 이 씨가 공연히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하는데 심 후보도 못 이기는 척 넘어간단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신진우 기자·최예나·이철호 기자}

《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학부모 유권자들은 집중한다. 학부모들이 교육정책 변화에 예민한 건 자녀가 대학 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두려워서다. 현 시스템에 맞춰 어릴 때부터 열심히 대입을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생기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스레 학부모들은 대통령 후보들은 자녀를 어떤 초중고교에 보냈을까 궁금해한다. 대선 후보들이 “부모 경제력에 따라 아이 미래가 결정되지 않게 하겠다”며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폐지, 대입 수시모집 비중 축소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자격고사화, 심지어 학제개편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말이다. 》 그런데 대선 후보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후보 캠프 관계자들조차 잘 모른다. 본보가 대선 후보 다섯 명의 캠프에 모두 확인해 봤지만 후보를 오래 모셔 왔다는 측근조차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며칠에 걸쳐 한 캠프 내 여러 사람에게 수차례 물었지만 한 번에 대답해준 적이 없었다. ○ 특목고-자사고 보낸 후보는 없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그나마 2012년 대선 출마 과정에서 딸의 호화 유학 논란으로 출신 학교가 알려졌다. 그런데도 캠프에서는 서로 “잘 모르겠으니 ○○○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결국 다섯 번째 사람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안 후보의 외동딸 설희 씨(28)는 2002년 서울 송파구 가원초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타이 중학교, 뉴포트 고등학교를 다니다 캘리포니아 주 팰로앨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캠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아이 하나만 달랑 보내는 조기 유학과는 다르다”며 “김미경 서울대 교수(안 후보의 아내)가 유학을 갔을 때 딸을 돌보기 위해 함께 데려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제기된 김 교수의 원정출산 논란을 의식한 듯 “딸은 J2, F2 비자를 받았다”고도 했다. J2 비자는 교환학생이나 교수 연구원 등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부모의 자녀가 받을 수 있다. F2 비자는 유학생의 동반 자녀에게 발급된다. 특히 안 후보는 핵심 교육공약인 학제 개편이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대입이 그대로인데 학제 개편으로 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본인이 국내에서 자녀 입시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초교 입학이 1년 빨라지면 우리 아이가 언니 오빠들 틈에서 평생 입시와 취업 경쟁을 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남 명문학교 출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 이름 밝히는 것을 매우 꺼렸다. 유 후보 측은 처음에 “아들딸 모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일반 초중고교를 나왔다. 자사고나 외고를 나온 건 아니다”라고만 확인해줬다. “딸이 지난해부터 유명세를 치러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였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아들 훈동 씨(35)와 딸 담 씨(23)는 강남구 개포동 개일초교와 구룡중을 졸업했다. 고교는 강남구 도곡동의 중대부고와 은광여고를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17∼20대 지역구가 대구였는데 자녀는 강남 학교를 보냈으니 이름 알려지는 게 싫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은 “두 아들과 통화했는데 실명은 공개 안 하고 싶다며 모두 자사고나 그런(특목고가) 게 아닌 일반 학교를 나왔다고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전한 다른 관계자는 “사모님이 거짓말을 하진 않으니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후 본보는 홍 후보의 장남 정석 씨(36)가 서울 강남구 개포고, 차남 정현 씨(34)가 송파구 잠신고를 거쳐 강남구 휘문고를 나온 게 맞는지, 초중학교는 송파구에서 나왔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홍 후보 측은 “맞다”고 했다. 휘문고는 2011년부터 자사고지만 정현 씨가 재학 중일 땐 아니었다. 문 후보 측은 끝내 학교 이름 공개를 거부했다. 문 후보 측은 “사모님에게 여쭸는데 아들(준용 씨·35)과 딸(다혜 씨·34) 모두 부산 금정구에 있는 자동 배정받은 학교를 다녔다고만 했다”며 “학교 이름은 사생활에 해당해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논의해보고 최종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전혀 연락이 없었다. 이후 본보는 준용 씨가 금정구 지산고를 나온 사실은 확인을 받았다. 금정구는 해운대구가 급부상하기 전 교육특구로 유명했던 곳. 캠프 측은 “문 후보는 영도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금정구에서 터를 잡고 부산 생활을 이어갔다”면서도 금정구로 옮겨간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준용 씨가 지산고를 졸업한 사실은 졸업생들조차 잘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졸업생은 “취업 특혜 의혹도 찜찜함이 남았는데 학교라도 떳떳이 밝히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7년 대선 출마 경선 과정에서 아들 이우균 씨(24) 출신 학교가 일부 알려졌다.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균 씨는 경기 안양 민백초교를 졸업한 뒤 중고교 교육과정을 도시형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에서 마쳤다. 이우학교는 한때 분기당 학비가 150만 원 정도였고, 최태원 SK 회장 장남도 다니면서 ‘귀족학교’로 알려졌다. 입학할 땐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소개서를 쓰고 면접까지 봐야 한다. 심 후보는 아들이 이우학교에 진학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보니 아이가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없고 그랬다. 입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이가 스스로를 세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 절실했다. 남편은 이우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등록금이 비싸고 어쨌든 특별학교 아니냐며 일반 학교를 보내자고 했지만 6개월 논란을 벌이다 결국 이우학교를 보내기로 결론을 냈었다.”최예나 yena@donga.com·홍수영·박성진 기자}

“영재학교에 합격해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학부모 박모 씨(46·여)는 중학교 3학년 딸의 영재학교 원서를 내고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준비해온 딸의 영재학교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선 후보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대입에서 특기자전형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출신이 대학에 가는 주요 통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착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씨는 딸이 일반고에 가는 게 대입에 유리하지 않나 생각한다. 21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국 8개 영재학교의 2018학년도 경쟁률이 14.01 대 1(정원 내)로 3년 연속 하락했다. 23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경쟁률은 지난해(15.09 대 1)보다 떨어졌다. 영재학교 경쟁률은 2014학년도 16.09 대 1에서 2015학년도 18.41 대 1로 상승했다가 2016학년도(18.26 대 1)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중학교 학령인구의 감소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 중3 학생 수는 약 46만 명으로 지난해(52만 명)보다 약 6만 명, 2015년(59만 명)보단 13만 명이 적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모든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 시 교사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고 고교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은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을 입학전형 요강에 명시한 게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부터 모든 영재학교가 2단계 영재성 검사 일정을 통일해 중복 지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건 대선 뒤 바뀔 고등학교와 대입 정책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국제고 같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입시 경쟁률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낼지 말지 가장 혼란스러워한다. 문 후보는 과학고는 유지하겠지만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의 형태는 유지하지만 추첨제로 선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문 후보는 현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계에서도 요구하는 사안. 하지만 고교 내신 체제를 어떻게 할지는 대선 후보 중 아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학부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 역시 7월이나 돼야 현 중3에게 적용될 고교 내신 평가 방법과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발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특목고나 자사고 선호가 늘어난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가 폐지되고 대입에서 특기자전형까지 없어진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려 준비해 왔는데 차기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임우선 기자}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전액 장학금을 주고 졸업 뒤 취업까지 보장되는 경찰대와 사관학교 인기가 높다. 특히 지난해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향으로 지원 경쟁률이 더 셌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대와 사관학교 1차 학과시험이 모두 7월 29일이라 복수 지원이 불가능해서다. 원서접수는 경찰대가 6월 2~12일, 사관학교가 6월 23일부터 7월 3일까지다. 경찰대 특별전형 원서접수는 5월 22일부터 6월 1일까지다.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대부분 1차 학과시험으로 모집 인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2차에서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 △자체 시험을 치른다. 자체 시험으로 공군사관학교는 역사·안보관 논술, 해군사관학교는 잠재역량평가, 경찰대는 인·적성검사를 치른다. 합격을 위해서는 우선 1차 학과시험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과시험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범위가 동일하고 문제 형태도 유사하다”며 “수능과 병행해 준비하되 각 사관학교의 기출문제를 풀면서 유형을 익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찰대와 사관학교 입시에서는 내신(학교생활기록부)과 수능 성적도 중요하다. 육군사관학교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전형의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까지 내신을 평가하지 않았던 우선선발(학교장추천) 전형은 올해 내신을 200점 반영한다. 공군사관학교는 올해도 신입생을 모두 수능 미반영 전형으로 선발한다. 대신 학생부를 100점 반영한다. 해군사관학교는 고교학교장추천 전형과 일반전형(수시)의 1차 시험 성적 배점이 300점으로 지난해(100점)보다 높아졌다. 내신은 모두 100점을 반영한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수능을 반영하지 않는 수시전형 선발 비중이 30%에서 50%로 확대됐다. 경찰대 입시에서는 한국사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수능 한국사 성적이 4등급인 경우부터 감점했지만 올해는 2등급부터 감점하고, 등급별 편차도 0.4점에서 0.5점으로 높였다.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지원이나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대학 수시나 정시에 지원할 수 있다. 수시 6회 지원 제한도 받지 않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독서 교육을 따로 시키는 학부모가 많아졌다. 학원에서 국어 수학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독서하는 방법도 따로 학습하는 것.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상황을 기재하고, 대입 면접에서 나오는 독서 관련 질문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익숙해 책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 학원 일정이 빡빡해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다 보니 독서도 사교육의 힘을 빌린다. 독서교육업체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에서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는 남경민 씨(46), 류재아 씨(25·여)와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책이 재미없다는 아이들 독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아직 이르지만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 씨는 “학부모 대부분 ‘학종으로 대학 가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씨는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를 100% 출제하는 중학교가 있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하는 엄마도 있다”며 “특수목적고와 대입에 대비해서 초등학교 6학년도 자기소개서나 논술을 준비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부분 책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한숨을 푹 쉬며 “엄마가 시켜서 해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많다. 하루에 세 쪽 읽기 힘겨워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은 모두 “책이 재미없다”고 입을 모은다. 남 씨는 “학생들이 책에 너무 많이 치여 있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읽는 책의 90%는 문제집”이라고 지적했다. 류 씨는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수업을 하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힘겹게 책을 읽은 뒤 글로 정리하는 건 더 힘들어한다. 학생들이 쓴 글에는 ‘ㅋㅋㅋ’ 등 각종 이모티콘이 난무한다.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쓰는 것처럼 줄임말과 단답형으로 끝나는 글도 많다. 토론을 할 땐 남의 말을 안 듣는 게 문제다. 각자 ‘나는 무슨 말을 하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다. 자기 차례가 오면 “선생님, 쟤가 뭐라고 말했어요?”라고 묻기 일쑤다. 그러니 토론이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하다 끝난다. 류 씨는 “10여 년을 자기 할 말만 하고 살았던 아이들이라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안 돼 있다”고 했다.○ 부모가 먼저 책을 펴라 책에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독서를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류 씨는 초등학교 5학년들과 ‘파랑새’ 내용을 희곡으로 바꾸고 연극해 보게 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이 배역을 나누고 대본을 만들어 연극을 하니 책 내용을 두고두고 기억했다”고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남 씨는 ‘징비록’을 읽은 초등학생이 마인드맵 형태로 생각을 정리한 노트를 보여줬다. ‘이순신: 죽는 날까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싸웠다’ ‘조선 의병들: 왜군을 물리친 용감한 의병들’ 등의 내용이 알록달록 색깔 펜으로 적혀 있었다. 남 씨는 “꼭 글로 쓰지 않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따로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독서에 재미를 붙인다”고도 했다. 자녀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하려면 엄마 아빠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류 씨는 “대부분 학생들이 ‘나한테는 책 읽으라면서 왜 엄마는 휴대전화 하고 텔레비전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면서 “가족 독서 시간을 권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 씨는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나도 처음으로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며 “아이가 ‘아빠 공부해?’라며 자연스럽게 책을 편다”고 설명했다. 당장 독서의 성과를 바라는 성급함은 금물이다. 엄마들은 대부분 ‘수학학원을 다니면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받겠지’라는 생각을 독서에 적용한다. 남 씨는 “큰 성과가 바로 안 나타나니 ‘학원 때문에 바빠서 독서 교육은 이제 그만둘게요’라고 말하는 엄마도 많다”며 “독서가 진짜 공부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독서는 꾸준히 하면 성적 향상은 물론이고 아이가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독서지도사들 의견이다. 남 씨는 “어휘력이나 표현력 모두 낮았던 아이는 2, 3년이면 확실히 달라진다”며 “스스로 ‘제가 몇 년 전에는 말도 잘 못하고 진짜 별로였어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류 씨는 “아직 꿈을 못 찾은 아이가 책을 통해 자기 인생을 돌아봤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교우관계가 좋아지는 건 덤이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독서 교육은 주로 그룹으로 이뤄진다. 나와 의견이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배려심이 생긴다. 남 씨는 “잘하는 애들끼리만 모아 수업하길 원하는 엄마들이 간혹 있다”면서 “요즘은 아이들이 대개 형제가 없는 만큼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 함께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3D(3차원) 바이오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어요.” 한 대학생의 이런 의뢰를 받은 최혁진 대표(22)가 국내 2000개 연구실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시스템에서 적합한 곳을 찾아 추천했다.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 교수님 연구실이나 GIST(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 교수님 연구실이 좋겠네요.” 이달 홈페이지(labbylab.io)를 열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랩바이랩’은 이공계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무료로 국내 연구실 정보를 제공한다. 랩바이랩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창업해 지난해 10월 법인 사업자 등록을 한 회사다. 최 대표와 김명현(21) 김혜진(20·여) 김종수(20) 김산하 씨(20) 등 5명은 올 2월 창업휴학을 하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 오피스텔을 얻어 올라왔다. 부산 제주 등 출신에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 강남은 너무 낯선 곳.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떠나왔다. 이들은 ‘나중에 어느 대학원에 가지?’라는 고민에 빠진 자신들을 생각하며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했다. 11일 만난 최 대표는 “연구실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홈페이지가 잘 관리되지 않는 곳이 많아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랩바이랩은 온라인에 있는 DGIST, KAIST, G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2000개 연구실 정보를 모두 모아 핵심 연구 분야를 키워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보는 김명현 씨가 개발한 봇(데이터를 찾아주는 소프트웨어)을 통해 수집했다. 이 봇은 연구실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자동으로 반영시켜 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랩바이랩은 2000개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 김산하 씨는 “석박사생이 직접 설명해주는 연구실 특징, 홈페이지에는 잘 나와 있지 않은 졸업 뒤 진로 분야까지 정보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아직 페이스북 페이지만 운영하지만 랩바이랩은 지금도 의뢰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연구실 정보를 알려준다. 앞으로도 학부생이나 석박사생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석박사급 인재 채용을 원하거나 기술 자문을 할 곳을 찾는 기업과 연구소,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랩바이랩 학생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 맞춤형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자금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학교에서 산학협력관에 입주하게 해줬지만, 투자자를 만나고 연구실을 찾아다니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4∼8학기 쓸 수 있는 창업휴학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군대도 가야 하고 취업도 준비해야 하는데 창업휴학 하겠다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도 있었다. 김혜진 씨는 “주변에서 ‘대학도 안 나왔는데 무슨 사업? 곧 내려오겠지’라고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며 “서로 ‘창업으로 얻고 싶은 것’을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김종수 씨는 ‘부모님께 인정받고 선물 사드리기’를 적었다. 앞으로 랩바이랩은 국내 다른 대학 연구실까지 3000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유학 오려는 학생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영어로도 만들 방침이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유명 연구실 정보를 모두 수집해 가장 큰 이공계 연구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982년 문을 연 수원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제2창학위원회를 설립했다. 제2창학위원회는 △미래 성장동력과 연계된 융합 교육과정 신설 △교수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교육 방식 전환 △산학협력 및 창업 중심의 인프라 구축 △우수 교원 확충 △장학 및 학생 프로그램 강화 등의 전략과제를 수립했다. 수원대는 2025년까지 10대 명문사학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원대는 신입생 전원에게 융합교육을 실시한다. 교양은 물론이고 코딩 등 기초 소양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후 각자 전공을 이수하면서 융합연계 과정으로 캡스톤 디자인 과목에 참여한다. 대학 인근의 우수 기업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수행한다. 현실과 관련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학생들은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을 자기 전공과 접목해볼 수 있다. 기존 교과과정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게 개편하고, 학생참여형·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무크(온라인 공개강좌)를 활용해 새로운 학습 방법도 정착시킬 예정이다. 수원대는 특성화 교육으로 융합인재를 양성 중이다. 화공신소재공학부와 정보통신공학부를 특성화 학부로 선정했다. 두 학부에서는 나노기술 같은 첨단기술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맞춤형 전문 인력을 키우고 있다. 정보통신학부도 수원대의 경쟁력 있는 학부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신뢰성과 보안성이 강조됨에 따라 ICT 융합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올해 신설한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 전공은 드론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의 문화콘텐츠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수원대는 최근 국내 대학이 처한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전환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혁신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미래혁신관과 글로벌경상관을 완공하고, 창업선도대학으로 거듭났다. 2월 세운 미래혁신관은 지상 8층, 연면적 5만86m² 규모의 첨단 교육연구 시설이다. 일반 건물과 달리 칸막이도 없고 천장도 열려 있다. 교수와 학생, 입주자 상호 간에 의사소통을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래혁신관에는 AR·VR센터, 디자인연구센터, 신소재 융합 기기분석센터, 창업보육센터, 뷰티사이언스 연구센터 등이 입주했다. 글로벌경상관에는 화성문화융합센터와 통계조사연구소 센터가 입주할 예정이다. 화성문화융합센터는 화성지역에 밀집돼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문화융성 콘텐츠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원대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대학이 되려고 노력한다.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가 있는 날에 수원대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콘서트와 발레, 무용 등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화성시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의 창의체험 및 자유학기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 영화 만들기 수업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수원대는 기술은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이 융합하는 창업을 장려한다. 학생들이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인력과 교수도 투입했다. 전체 교수와 직원도 융·복합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난해 4월 모 고교 A 교사는 B 학생이 던진 책을 피하지 못하고 코 아래를 맞았다. 교사는 코피가 나는 줄 알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교탁으로 달려온 B 학생으로부터 머리도 맞았다. 이후 다른 학생들이 말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A 교사의 인중은 2cm 찢어졌고 마음엔 더 깊은 상처가 남았다. 결국 그는 다른 학교로 전보 갔다. 이날 사건은 수업을 방해하는 다른 학생을 A 교사가 복도로 불러내 지도하면서 벌어졌다. 교실 안에 있던 B 학생은 A 교사에게 계속 웃으며 장난을 쳤다. 이에 A 교사는 “선생님 행동이 웃기니?”라고 물었다. B 학생은 “너 하는 꼬라지가 싸가지가 없으니 ×같게 굴지 마”라고 했다. 이후 책이 날아들었다. A 교사가 겪은 일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1일 발표한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담겼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572건으로 10년 전(2006년 179건)보다 3배로 늘었다.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2009년 이후 7년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건 중에는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46.7%(267건)로 가장 많았다. 학생에 의한 침해는 10.1%(58건)였는데 폭언·욕설(31.0%), 명예훼손(22.4%), 폭행(20.7%) 순이었다. 학교장 등 처분권자에 의한 침해는 23.1%(132건), 교직원에 의한 침해는 14.5%(83건)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연세대는 차별화된 교육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김용학 총장은 취임할 때부터 “산업사회의 대학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3C’를 비전으로 삼았다. 3C는 기독교 정신(Christianity), 창의성(Creativity), 연결성(Connectivity)이다. 2013년 연세대는 국내 및 아시아 지역 최초로 RC(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신입생들은 국제캠퍼스에서 1년간 거주하며 공부한다. 학과 공부 이외 시간에는 열린 토론을 하고 학습윤리 생활윤리 사회기여 문화예술 체육활동 등에 참여하며 인성도 기른다. 다양한 전공의 신입생 5000여 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므로 공감과 소통의 능력을 지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연세대는 스스로 배우고 깨치는 능동적 학습도 지원한다. 2015년 국내 대학 최초로 세계 최대 규모 무크(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인 코세라와 퓨처런에 가입했다.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시청하고 질의응답 토론 등을 하며 쌍방향 학습을 할 수 있다. 연세대는 학생들의 융·복합적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연구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구자가 하나의 사이트에서 쉽게 연구 업적 특허를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산학융복합의료센터’에서는 산업체 대학 병원 연구기관의 융합연구를 진행한다. 연세대와 연세의료원이 함께 ‘연세사이언스 파크’를 구축 중이며 ‘융합사이언스 파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독일 최대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와 소재 분야 공동연구를 위한 국제연구소를 설립했다. 해외 우수 연구자들이 연세대 연구자와 쉽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연세 프런티어 랩’도 개설할 방침이다.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세대는 창업과 창의성을 강조한다. ‘연세 창의클래스’ 과목은 학생들에게 삶과 연결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RC 창의플랫폼’도 운영한다. 국제캠퍼스에서 50개 팀을 선발해 연구비를 최대 50만 원 지원한다. 다양한 전공의 대학원생이 모이는 ‘연세 주니어 융합연구 그룹’에도 연구비를 지원한다. 교내 ‘창업지원단’은 학생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게 적극 도와준다. ‘창업휴학제도’를 운영하는 등 창업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연세대는 2011년 창업선도대학, 2012년 서울시 캠퍼스 CEO 육성사업에 선정되는 등 창업 지원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미래에는 친화력과 공감능력, 배려가 중요하다. 이에 연세대는 특히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입학식에서는 학생명예선언을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섬김의 정신과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대학공동체 구성원을 배려하며 존중하자”고 강조했다. 연세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글로벌 사회공헌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기존의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으로 봉사활동, 선교, 기금 모금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연세인의 사회 공헌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지구촌 곳곳에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깊이 참여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수와 학생 그 누구의 책상 위에도 교재는 없었다. 그 대신 아이패드나 노트북이 올려져 있었다. 교수가 아이패드에 판서해 스크린에 띄운 건 수업이 끝나면 내려받을 수 있다. 이따금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전자펜으로 아이패드 화면에 메모하는 학생도 있었다. 전자교재 내용을 출력해온 일부 학생은 손에 볼펜과 전자펜을 모두 쥐고 있었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모든 학생은 국내 최초로 전자교재로 공부하고 있다. 공교육 현장에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처음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는 그대로 사용하고, 디지털교과서를 원하는 교사나 학생이 알아서 내려받아 쓰는 수준이다. 6일 DGIST ‘응용미적분학과 미분방정식’ 수업. 교수가 “(전자교재) 강의록에 있는 걸 구현해 볼게요”라고 말하자 스크린에서 자동으로 그래프가 그려졌다. 다른 방식으로 그린 학생이 있다면 교수는 해당 학생의 아이패드 작업 내용을 스크린에 띄울 수도 있다. DGIST는 2014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無)학과 단일학부 제도를 시작하며 전자교재를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전자교재 42종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 담당자인 김현호 선임행정원은 “기초교육을 강화했는데 같은 과목을 배워도 교수에 따라 다루는 내용이 달라지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모두 들어간 전자교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자교재 집필에는 기초학부 교수 40명이 전부 참여했다. 사진이나 영상, 그래프는 교수가 최상이라고 판단한 내용을 엄선했다. 다른 이가 쓴 교재를 일부 활용하는 건 교내 수업 목적이라 저작권상 문제가 없다. ‘악기연주’ 교재를 만들 때는 교수가 바이올린 잡는 법, 정확하게 치면 나는 소리 등을 촬영하고 녹음했다. 여러 교과, 과거와 현재 지식을 융·복합하는 것 역시 전자교재의 특징이다. 물리학 교재에서 미적분학 개념을 클릭하면 수학과 교수가 등장해 설명한다. ‘동서양 철학의 통시적 이해’ 교재에는 개념을 추가 설명해주는 링크가 1000개 달렸다. DGIST는 학생들에게 1년에 네 번씩 설문조사하면서 전자교재의 기능을 계속 고쳤다. 도입 초기엔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학생들이 종일 스마트폰을 쓰니 전자교재가 종이교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건 오산이었다. 이에 DGIST는 전자교재 내용을 출력해 볼 수 있도록 PDF 파일을 제공했다. 손으로 직접 쓰며 공부하는 게 효과적인 물리, 수학 교재 일부와 영어와 실험 과목 전부는 전자교재 내용을 축약해 종이로 워크북도 만들었다. 학생들 요구에 따라 전자교재에 직접 메모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가독성 높은 서체로 바꿨다. 학생 일부를 ‘교재원정대’로 구성해 오탈자를 잡거나 기능적 제안을 끊임없이 하게 했다. 이제 학생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연재 씨(21·여)는 “아이패드 하나면 한 과목 안에서도 여러 교재를 모두 공부한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기초학부 전담 교수제도 전자교재 성공에 기여했다. 배영찬 교학부총장은 “기초학부 교수는 재임용이나 승진을 심사할 때 논문 실적을 평가하지 않으므로 수업에만 전념한다”고 설명했다. 손상혁 총장은 “상반기에 전자교재를 외부에 공개하고 다른 대학도 전자교재를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달성=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대가 정시전형에서 과학탐구 두 과목을 모두 Ⅱ(심화과목)로 응시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줬던 정책을 1년 만에 폐지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서울대는 변경된 내용을 예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말 2018학년도 입학전형을 공고할 때도 안내하지 않았다. 일부 교사와 학생은 “어려운 Ⅱ과목을 가산점 때문에 일부러 준비했는데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시에서 과탐을 Ⅱ+Ⅱ로 응시할 경우 모집단위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1배수 점수 폭의 3%를 가산점으로 부여했다. 원래 큰 변화가 예고되는 입시정책은 2년 전 예고해야 한다. 서울대는 2017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 해당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2013년 11월에 예고했다. 당초 서울대의 정책은 과탐 Ⅱ 응시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 서울대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전체 모집단위와 일반전형 미대 및 사범대 체육교육과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할 때도 과탐 한 과목 이상은 Ⅱ를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가 공고한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는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 사라졌다. 서울 A고 교장은 “변경 공고가 따로 없었기에 당연히 올해도 가산점을 주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서울대는 해당 정책을 폐지했다. 도입 목적과 달리 과탐을 Ⅱ+Ⅱ로 응시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Ⅱ과목이 난도 조절 실패나 문제 오류로 1개만 틀려도 3등급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지난해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예고했던 거라 시행했다”며 “그런데 2017학년도 물리Ⅱ 문제도 출제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Ⅱ+Ⅱ를 공부하는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 정책을 폐지하는 건 예고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학생 부담을 완화해 주는 것이라 예고 필요성도 없다”고 했다. 입학전형에 ‘가산점 정책은 폐지한다’는 설명은 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달에 올릴 자료나 향후 설명회에선 달라진 점을 명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가산점을 폐지했어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할 때 Ⅱ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은 바뀐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고 교장은 “일부 상위권 고3과 재수생은 서울대 때문에 힘들게 Ⅱ+Ⅱ를 공부하고 있는데 변경됐다면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때의 기쁨이란…. 아이의 말문이 한번 트이면 부모는 매일 행복하다. 하지만 걱정도 시작된다. ‘옆집 아이는 벌써 문장으로 말하던데 우리 아이는 왜 안 되지?’ 비교하기 시작하면 걱정은 끝이 없다. 한솔교육의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가 진행한 두 번째 부모교육은 언어 발달을 주제로 진행됐다. 송현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강의했다.○ 끊임없이 이야기 만들기 장애가 없다면 모든 아이는 언어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바깥 세상 말을 듣는다. 익숙해진 소리를 기억하기 때문에 태어난 직후 엄마·아빠 목소리나 모국어에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한동안 말의 메시지를 이해하진 못한다. 9개월 된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친근한 말투로 “안돼∼ 만지지 마”라고 말해보자. 그래도 아이는 장난감을 덥석 집는다. 하지만 18개월 된 아이는 혼란스러워하면서 장난감을 만지지 못하고 주변 반응을 살핀다. 언어 학습은 다양한 말소리를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 생후 12개월 전까지 아이는 모든 언어의 말소리를 구분한다. 성인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도 영어의 L과 R 발음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12개월부터 모국어에 없는 소리는 구별하지 못한다.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송 교수는 “자신에게 필요한 소리가 뭔지 빨리 구별해내는 아이일수록 언어 발달이 빠르다”고 말했다. 언어 능력이 발달하려면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상대방이 수화기 너머로 “영미구나, 엄마 집에 있니?”라고 말했을 때 “네”라고만 답한다. 상대가 “엄마 바꿔줄래?”라고 해야 엄마에게 달려간다. 이처럼 언어의 숨겨진 뜻을 이해하는 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는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시도해야 한다. 아이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 대화를 발전시키게 돕는 것이다. 아이가 “공룡!”이라고 말하면 엄마는 “옛날 옛적에 공룡이 한 마리 살고 있었지? 그 공룡은 초록색이었을까?”라고 물어본다. 만약 아이가 “아니, 파란색”이라고 답하면 “맞아. 옛날에 파란색 공룡이 살고 있었는데 공룡은 매우 배가 고팠어”라고 말해보자. 아이들은 짧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계속 질문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청소년기 이후 공부하는 데 중요한 건 읽기 능력이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일상생활에서 즐겁게 책 읽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단순히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읽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이가 어리다면 그림책의 특정 그림을 가리키며 이름을 맞히게 해보자. 언어 능력이 조금 발달했다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 전 내용을 유추하게 해보거나 주인공의 감정을 떠올려보게 한다. 때론 “팥쥐한테 비단신이 꼭 맞았대” 식으로 일부러 틀리게 말하는 것도 좋다. 책을 다 읽은 뒤 완전히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책 읽는 것을 재미없어 한다. 따라서 “책 좀 읽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라고 외국어 쉽진 않아 모국어만 배워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영유아 때 사교육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건 일반적으로 맞다. 한 연구에 따르면 3∼7세에 미국에 간 아이가 사춘기 이후에 간 경우보다 더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습득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로 이주한 미국 가족을 살펴본 한 연구는 네덜란드어 실력이 청소년과 성인, 아동 순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외국어 학습의 결정적 시기가 언제인지는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 CD나 음원 파일을 틀어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기가 9개월에 중국어를 접하는 실험을 했다. 1집단 아기들은 중국어로 매일 15분씩 놀아줬고, 2집단은 1집단의 행동을 녹화해 보여줬다. 3집단에게는 1집단의 대화만 녹음해 들려줬다. 분석 결과 중국어 말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건 1집단뿐이었다. 해당 언어로 직접 놀지 않으면 아무리 아이여도 외국어를 습득하기 어렵다. ‘아이는 스펀지 같아서 영어도 한국어도 동시에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틀렸다. 많은 학자는 어려서 이중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결코 순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동기에는 뇌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영어도 100%, 한국어도 100% 배울 수는 없다. 영어를 50%, 한국어를 50% 배운다고 보는 게 맞다. 송 교수는 “모국어가 좀 뒤처질 수 있다는 걸 감수할 수 있으면 외국어 학습을 일찍 시작해도 된다”며 “아이가 남들과 잘 어울리고 말하는 걸 좋아하며 어법상 틀리게 말하는 걸 불안해하지 않는 경우에도 어려서 하는 외국어 학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