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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왼쪽에서 두 번째 방이에요. 큰 방 앞에 있어요.” 22일 오전 11시 10분경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이른바 ‘천호동 텍사스촌’ 2층 건물 안. 쇠창살을 붙잡은 20대 여성 A 씨가 울먹이며 다급한 목소리로 밖에 있던 소방관에게 구조를 호소했다. 가로세로 폭이 각각 1m가 채 되지 않는 창문의 쇠창살 사이로 시꺼먼 연기가 새어나왔다. 바로 옆방 창문에서도 쇠창살을 붙잡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 내부에 진입한 소방대원들은 온몸이 연기와 재로 뒤덮인 여성을 업고 빠져 나왔다. 쇠창살을 뜯어내자 건물에 갇혀 있던 한 여성은 사다리로 빠져나왔다. 건물 밖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의식을 잃은 여성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 피해 여성들, 업소서 숙식 23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전 11시 4분 이 건물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16분 만에 진화됐다. 한 목격자는 “1층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 화재로 2층에 있던 여성 6명 가운데 성매매 업소 업주 B 씨(50)와 업소 여성 B 씨(46)가 사망했다. 2명은 중태, 1명은 경상이고, 1명은 귀가했다. 건물 주변에는 2층 건물 내부에서 떨어진 인형이 불에 검게 그을려 있었고 조각 난 창살과 김치통 등이 흩어져 있었다. 화재가 난 건물은 성매매 업소로 운영됐다. 이 업소 여성들은 평소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 7시까지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화재 당시 잠을 자고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잠을 자다가 신속히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1968년 지어진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탈출구가 없었다. 업소 운영을 위해 불법적으로 방을 복잡하게 쪼개놓은 점도 탈출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파악된다. 천호2지구 재건축 지역에 속해 있는 이 건물은 지난달 30일이 이주 마감시한이었고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었다. 해당 지구 내 223가구 가운데 이 건물을 포함한 18가구만 생계 등을 이유로 이주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불이 출입구로 올라오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어 마땅한 탈출구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철거 예정 건물이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업소 여성들은 20세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이 건물에서 숙식을 했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20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주민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여성들은 출퇴근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숙식을 하며 돈을 모은다고 한다”고 전했다. ○ 방화 가능성 낮은 듯 경찰은 업주 B 씨가 여성들을 깨우려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조된 여성은 ‘잠을 자던 중 B 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불이야”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소방관의 도움으로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상인회장 이차성 씨(64)는 “B 씨는 건물에서 숙식하지 않고 출퇴근을 한다. 직원들을 깨우러 돌아다니다 안타깝게 본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22일 진행된 1차 감식에서 화재가 1층에서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1층에 주방시설이 있고 연탄난로를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했다. 화재 원인뿐 아니라 건축법상 위반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고령자들도 손주들을 돌보러 가거나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나러 다닐 자유가 있습니다. 고령자이기 때문에 운전을 금지하는 것보다 노인들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현지 시간) 스웨덴 린셰핑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에서 안나 아눈드 도로안전연구원이 고령자 운전에 관해 강조한 말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건강하게 지내는 고령자도 증가하는데 단순히 연령 제한을 걸어 두고 일괄적으로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고령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은 ‘교통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세계적인 과제다. 스웨덴은 고령자들이 어떻게 하면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 노인이 운전을 하는데 지장을 겪을 질병이 없는 이상 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해 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고령자가 차량 운전면허증을 자진반납 하도록 유도하는 부산시의 정책이나 노령자에게 운전면허 검사를 강화하는 국내 방식과 반대다. 안나 연구원은 “연구 결과 단순히 고령자이기 때문에 사고율이 높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운전을 방해하는 질병이 문제이지 나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운전에 제약이 있는 질병을 가진 사람만 운전을 제한하면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고령자가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야간 시력이 좋지 않은 고령자는 낮 시간 동안 운전이 가능하도록 카메라 등 운전보조장치를 설치하고, 의사가 판단해 인지 능력이 감소했을 때는 수동 기능이 아닌 자동 기능 차량으로 운전하도록 유도한다. 스웨덴은 2010년 고속도로 중앙선이나 도로의 가장 바깥 차선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차로를 벗어나면 운전자가 진동을 느끼게 만들어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운전에 집중하게 한다. 이후 울퉁불퉁한 차선이 설치된 고속도로에서 사망자와 중상자가 24% 줄었다. 안나 연구원은 “장기간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장시간 졸지 않고 100% 집중해 운전하라고 강요만 할 수는 없다. 고령 운전자나 졸음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차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린셰핑=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가 결국 파면됐다. 20일 숙명여고에 따르면 학교는 17일 법인 이사회를 열고 의결을 진행해 A 씨의 파면을 최종 결정했다. 이날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A 씨가 시험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기소된 만큼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보고 파면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파면 처분은 지나치다는 일부 의견도 나와 의견이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논의 끝에 대부분 이사의 동의를 얻어 A 씨의 파면을 결정했다고 한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징계는 이사회가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앞서 7일 열린 징계위원회는 A 씨의 징계 수위를 파면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사회에 통보했다. 당시 A 씨는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징계위에 소명을 전달했다. 징계위는 교장과 교감, 법인이사 2명, 외부 법조인 1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에도 10여 명의 교직원이 A 씨의 파면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해 징계위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A 씨의 파면은 필연적 결과라는 입장이다. 앞서 A 씨의 쌍둥이 딸은 지난달 30일 퇴학 처리됐다. 쌍둥이 딸의 성적 0점 처리도 이번 겨울방학 중 마무리돼 성적이 재산정될 예정이다. 숙명여고 학부모 B 씨는 “매일 밤마다 촛불을 들고 집회를 가지며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법원에서도 원칙과 정의대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A 씨는 파면 결정에 대해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관계자는 “A 씨가 파면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깨어나야 해, 제발 깨어나야 해.” 19일 오후 7시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면회 시간이 됐다’는 공지를 듣자마자 유모 군(18)의 가족들이 중환자실 입구로 몰려들었다. 유 군의 어머니가 면회실로 들어가자 유 군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입구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깨어나야 한다’는 희망의 기도를 했다. 이 병원에는 18일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채 발견된 학생 7명 중 2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두 학생은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10분 뒤 면회를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온 유 군의 어머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가족 중 한 명은 “아마 금요일까지는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을 했다. 남모 군(18)을 면회한 가족들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남 군의 가족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심장이 크게 뛰어야 하는데 조금씩 뛴다”고 우려했다. 차용성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뇌와 심장, 콩팥, 폐, 근육 등 다양한 장기 손상을 보여 약물과 수액 치료로 안정화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치료나 회복이 어떤 단계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학생 5명 가운데 2명도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그중 한 명은 호흡이 불안정해 기도삽관을 하고 있다. 다행히 나머지 3명은 의식을 찾았다. 18일 병원에 도착한 뒤 의식을 회복했던 도모 군(18)은 19일에는 걸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나아졌다. 도 군은 의식을 찾은 뒤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라고 안부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 군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백모 군은 대화가 가능하고 물도 마실 수 있는 상태다. 다른 한 학생도 “여기가 어디냐”는 의료진의 질문에 “병원”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의식이 회복됐다. 이날 오후 도 군과 백 군은 함께 고압산소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서로 “괜찮으냐”며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의식불명인 학생 한 명도 같이 치료를 받았는데, 도 군과 백 군이 그 학생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학생 3명의 시신은 이날 오후 강릉고려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안모 군(18)과 김모 군(18)의 어머니는 소방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힘겨운 발걸음으로 시신과 함께 헬기에 탑승했다. 안 군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강릉으로 오지 못했다. 안 군의 큰아버지는 본보 기자와 만나 “안 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상황을 아직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들 하나 있어 모든 걸 다 아들에게 의지하고 사는데 이렇게 돼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숨진 학생들이 서울로 이송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한 학생 부모님의 한 맺힌 말씀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대신 말을 전했다. 조 교육감은 “평소에도 (아이들은) 학교와 부모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생활했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잘못되는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 어른들과 사회가 응답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망자 3명의 유가족들은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지만 우리는 조용히 가족장을 치르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애들을 보내고 싶다”는 유가족의 입장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측은 각 빈소 앞 복도에 인력을 배치해 외부인의 접촉을 막았다. 강릉=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18일 강원 강릉시 펜션에 투숙했던 고교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객실 내 보일러 배기통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학생들이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현장 감식 결과 학생들이 묵은 2층 객실에 설치된 액화석유가스(LPG) 보일러 본체와 가스가 배출되는 배기통이 2∼3cm가량 벌어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측정한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159ppm으로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의 15배가 넘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 몇 시간 노출되면 체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보일러와 배기통 사이 벌어진 틈새 확인 사고가 난 펜션은 2층 건물로 객실은 1층에 3개, 2층에 2개가 있다. 2층의 두 객실은 복층 구조다. 학생들은 복층으로 된 201호에 머물다가 변을 당했다. 개별난방 구조여서 객실 안에 보일러실이 있고, 거실 쪽으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있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이 문은 열려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일러와 배기통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사망 원인이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살펴본 소방 관계자는 “보통 보일러와 배기통의 연결 부위는 분리되지 않도록 은박지로 감거나 고리로 걸어 고정하는데, 해당 보일러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펜션은 2013년 10월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뒤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7월 펜션으로 업종 전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다가구주택으로 허가받은 건물이라 농어촌 일반 민박으로 분류돼 정밀 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할 소방서가 연간 1회 일부 업소를 샘플로 정해 점검하도록 돼 있지만 이 펜션은 최근 2년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았다. 이 펜션에는 일산화탄소 누출 감지기도 없었다. 현행 규정상 별도의 설치 기준이 없다. 최저 2만 원 정도인 누출 감지기라도 설치돼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보기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100ppm이 넘을 경우 경보음이 울린다.○ “새벽에 잠든 뒤 일산화탄소 흡입한 듯” 학생들은 아래층 거실과 방에서 각각 4명과 2명이, 위층 거실에서 4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입에는 거품과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이 중 3명은 사망했고 7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155∼159ppm)는 몇 시간 노출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정도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를 한참 넘긴 수치라 장시간 들이마시면 체내 산소 공급을 차단해 호흡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에는 홀몸노인들이 찌그러진 보일러 배기통 사이로 새어나온 배기가스를 마시고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피해 학생들은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이른 아침 잠든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펜션 주인 김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이 17일 오후 2박 3일 일정으로 입실했다”며 “그날 저녁 고기를 구워 먹었고 18일 오전 3시까지도 방에 인기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8일 오후 1시 12분경 학생들 방에서 소리가 나지 않아 문을 열어봤다가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사망한 3명은 각각 강릉고려병원(2명)과 강릉아산병원(1명)으로 옮겨졌으며, 부상자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강릉=홍석호 will@donga.com·김정훈·구특교 기자}
경찰이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유성기업의 임원 감금 및 폭행 사건을 미흡하게 대처한 관련자들을 징계하기로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상황 총괄 책임자인 충남 아산경찰서장이 현장 경찰관들에게서 보고를 받고 제대로 대응했느냐를 볼 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유성기업 김모 상무(49)를 대표이사실에 감금하고 폭행할 당시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경찰은 합동감사단을 꾸려 △현장 초동 대응의 적절성 △‘집단 민원 현장 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 여부 △지방청·경찰청 보고 및 사후 조치 과정 등을 감사했다. 현재까지 징계 절차에 들어간 책임자는 김보상 아산경찰서장 한 명이다. 경찰은 추가 감찰 조사를 통해 김 서장 외에 지휘 체계에 있었던 일부 관계자들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민 청장은 “이번 감사는 전반적인 상황을 조사한 것이고 이후 (징계 대상자) 개개인을 직접 조사한 뒤 (인사 조치 등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민 청장은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회사 내에 다수의 노조원이 있는 상황에서 적은 수로 나름 소임을 다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다”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은 뒤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했고, 현장 진입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구체적인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민 청장은 “전국 112상황실 전담 체계를 다듬어 세분화된 상황에 대한 보고와 전파, 경찰 총력을 어떻게 집중할지에 대해 정밀하지 못한 부분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한 해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자리에 자동차 그림을 띄웠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회장은 운전자가 보기 힘든 자동차의 ‘사각지대’ 측면, 전면 등 7곳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차들의 이 부분에 소니의 이미지센서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 쓰이는 화상(畵像)처리 반도체다. 그는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에서 (이미지센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첨단기술이 교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자율차 안전성이 수익으로 연결 동아일보 취재팀은 자율주행차(자율차) 상용화를 2년가량 앞둔 유럽의 산업과 정책, 시민사회, 관련 기술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유럽에서는 자율차가 교통안전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영국은 2013년 시험운행을 시작하는 등 자율차 상용화를 가장 빨리 준비한 국가 중 하나다. 런던에서 만난 영국자동차제조판매협회(SMMT) 마이크 호스 회장은 자율차 확산의 전제조건으로 ‘안전’을 꼽았다. 충돌과 졸음운전 등을 막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급이 증가한 것처럼 안전이 확보돼야 자율차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호스 회장은 “한 해 영국에서 팔리는 차의 70%가 능동형긴급제동장치(AEBS) 등 ADAS를 장착하고 있다. 첨단장치가 사고를 줄여 보험료를 아끼게 하는 것처럼 자율차는 교통안전 관련법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큰 안전과 이익을 사회에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운전자의 변함없는 책임’을 강조했다. 독일도로안전협회(DVW)의 쿠르트 보데비히 회장은 “찰나의 순간에 자율차가 사고를 경고하는 건 기술의 책임이지만, 사고가 벌어지면 책임소재 규명에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율차는 안전차’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자율차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리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필리프 크리스트 자동화차량·안전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운전대가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에서는 사고가 모두 없어져야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운전대가 있지만 비상 상황에서만 사람이 운전하는 ‘레벨4’ 자율주행 중에는 운전자가 음주운전, 휴대전화 사용 등 ‘일탈행위’를 할 우려도 있다. 실제 독일의 한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차 주행실험을 하던 연구원이 운전석에서 졸기도 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차량이 보행자와 다른 차 등 주변을 제대로 파악해 제때 속도를 줄이거나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은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의 자율주행 연구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의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는 자율주행 중 운전자의 신체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리다가 수동으로 운전 상태가 바뀔 때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중 긴장을 풀거나 졸던 사람이 운전을 하게 되면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로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린셰핑에서 만난 안나 아눈드 VTI 도로안전연구원은 “센서를 통해 신체의 스트레스 수치 등 다양한 반응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운전에 적합한 상태인지 점검하고, 만약의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으로 쓰이는 대형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가 자동으로 멈추고 승객이 탑승을 마치면 자동으로 출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승객의 탑승 상태까지 모두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버스 운전사가 안전한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율차 관련 연구개발(R&D), 실험도시 ‘K-City’ 구축 등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율차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율차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베를린·파리=서형석 skytree08@donga.com / 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한 해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자리에 자동차 그림을 띄웠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회장은 운전자가 보기 힘든 자동차의 ‘사각지대’ 측면, 전면 등 7곳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차들의 이 부분에 소니의 이미지센서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 쓰이는 화상(畵像)처리 반도체다. 그는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에서 (이미지센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첨단기술이 교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자율차 안전성이 수익으로 연결 동아일보 취재팀은 자율주행차(자율차) 상용화를 2년가량 앞둔 유럽의 산업과 정책, 시민사회, 관련 기술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유럽에서는 자율차가 교통안전 수준을 한 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영국은 2013년 시험운행을 시작하는 등 자율차 상용화를 가장 빨리 준비한 국가 중 하나다. 런던에서 만난 영국자동차제조판매협회(SMMT) 호즈 회장은 자율차 확산의 전제조건으로 ‘안전’을 꼽았다. 충돌과 졸음운전 등을 막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급이 증가한 것처럼 안전이 확보돼야 자율차 시장도 커질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호즈 회장은 “한 해 영국에서 팔리는 차의 70%가 능동형긴급제동장치(AEBS) 등 ADAS를 장착하고 있다. 첨단장치가 사고를 줄여 보험료를 아끼게 하는 것처럼 자율차는 교통안전 관련법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큰 안전과 이익을 사회에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운전자의 변함없는 책임’을 강조했다. 독일도로안전협회(DVW)의 쿠르트 보데비히 회장은 “찰나의 순간에 자율차가 사고를 경고하는 건 기술의 책임이지만, 사고가 벌어지면 책임소재 규명에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벤츠가 사이드미러로 보이지 않던 대형 화물차의 측면 사각지대의 상황을 파악하는 센서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차의 안전성이 새 수익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데비히 회장은 “전면 자율주행 때를 대비해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 간 통일된 규칙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자율차는 안전차’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자율차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리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맞췄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필리페 크리스트 자동화차량·안전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운전대조차 없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수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에서는 사고가 모두 없어져야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운전대가 있어 비상상황시에만 사람이 운전을 하는 레벨4 자율주행 중에는 운전자가 음주운전, 휴대전화 사용 등 ‘일탈행위’를 할 우려도 있다. 실제 독일의 한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차 주행실험을 하던 연구원이 운전석에서 졸기도 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차량이 보행자와 다른 차 등 주변을 제대로 파악해 제때 속도를 줄이거나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은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의 자율주행 연구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의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는 자율주행 중 운전자의 신체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리다가 수동으로 운전 상태가 바뀔 때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중 긴장을 놓거나 졸던 사람이 운전을 하게 되면 갑작스런 신체변화로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린셰핑에서 만난 안나 아눈드 VTI 도로안전연구원은 “센서를 통해 신체의 스트레스 수치 등 다양한 반응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운전에 적합한 상태인지 점검하고, 만약의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으로 쓰이는 대형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가 자동으로 멈추고 승객이 탑승을 마치면 자동으로 출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승객의 탑승 상태까지 모두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버스 운전사가 안전한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로렌스 에트키손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 연구원은 “자율주행이 가능해져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더라도 안전만큼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자율차 시대의 첫 조건은 ‘안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율차 관련 연구개발(R&D), 실험도시 ‘K-City’ 구축 등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율차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율차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런던·베를린·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시속 100km 달리던 자율차 운전대에서 두 손 떼니… ▼화성 ‘자율주행차 실험도시’를 가다 “이제 자율주행 모드로 들어가겠습니다.” 10일 경기 화성시 자율주행차실험도시(K-City)의 고속주행 시험 구간. 한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시속 100㎞로 달리던 자율주행차(자율차) 운전대에서 서서히 두 손을 뗐다. 차량에 동승한 본보 취재진은 순간 호흡을 멈추고 지켜봤다. 긴장도 잠시, 차는 스스로 매끄럽게 운전을 이어갔다. 곡선 구간에 다다르자 자동으로 시속을 80㎞로 낮췄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도로의 곡률이 심하면 속도를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다른 차와의 간격도 스스로 조정했다. 앞 차와 간격이 좁아지자 자동으로 속력이 줄었다. 차로를 바꿀 때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차로 변경 신호를 주었는데 다른 승용차가 있자 ‘left risk(왼쪽 위험)’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자율차는 일정 거리가 확보 된 뒤에야 차로를 바꿨다. 10일 자율차 실험도시인 K-City가 문을 열었다. K-City는 자율차 기술 상용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성한 32만㎡ 규모의 실험도시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차장 등 실제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주행 실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율차가 교통수단 혁신뿐만 아니라 교통안전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자율차는 운전자의 실수 자체를 차단함을써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69%(2891명)가 운전자 안전의무 불이행으로 사망했다. 이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자율차도 주행 연습에 한창이었다. ETRI의 자율차는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있는 도심 구간을 집중 주행했다. 차 외부에 붙어있는 카메라 센서가 빨간불과 파란불을 구분했다. 시속 30㎞를 지키면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편도 4차로의 복잡한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자 곧바로 정지선에 맞춰 멈췄다. 보행자를 인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성인 보행자가 나타나자 빠르게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했다. 이날 연습주행을 맡은 ETRI 민경욱 박사는 “악천후에도 신호와 보행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우 한국교통안전공단 K-City 준비팀장은 “K-City는 세계적 수준의 자율차 실험공간으로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과 대학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자율차의 상용화와 안전성 확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실험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청력이 나빠져 치료받고 있고 체중도 10kg가량 줄었습니다.” ‘전세 사기’로 신혼집 전세금 3억 원을 날린 고모 씨(30)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사무실에서 공인중개사 김모 씨(45·구속)가 내민 전세계약서가 가짜일 것이라고 고 씨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씨는 주인이 월세로 내놓은 집을 세입자들에게는 전세로 둔갑시켰다. 김 씨는 집주인의 위임장을 내밀며 “계약 관련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안심시킨 뒤 전세금을 빼돌렸다. 주인에겐 김 씨가 대신 월세를 보내 범행을 숨겼다. 김 씨가 이런 수법으로 2015년 5월부터 약 2년 9개월 동안 가로챈 돈만 50여억 원. 피해자 20명은 신혼부부 등 대부분 사회초년생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진수)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씨에 대해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어렵게 쌓은 자산을 한순간에 날린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없이 전세계약을 맺은 줄로만 알았던 피해자들은 갑자기 집을 비워 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상당수가 부모 집 등 임시 거처로 옮겼고 일부는 집주인과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고 씨를 포함해 본보 취재진이 최근 접촉한 피해자 3명은 김 씨에게 눈 뜨고 사기를 당한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억3000만 원의 피해를 입은 직장인 A 씨(32·여)는 “가족에게 사기당한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다. 사건 이후에 잠을 못 자고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이모 씨(31·여) 역시 “스트레스성 탈모가 생겼고 불면증이 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신적 충격과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셋집을 옮기려다 김 씨에게 5억 원의 사기를 당한 여성 B 씨는 자신의 부주의를 자책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에게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부동산중개업자가 세입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을 경우 중개업자가 가입한 보증보험에서 손해배상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보증보험 약관에 따르면 피해자의 수나 피해 액수와 관계없이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금액 한도까지만 보상해준다. 김 씨가 가입한 보험금은 고작 1억 원. 50억 원의 피해를 본 피해자 20명이 1억 원을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억울하다’는 사연을 올렸지만 ‘본인 잘못이다’ ‘어리석어서 사기를 당한 것’ 등 싸늘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계약 전 집주인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안 당해본 사람들은 우리 마음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김 씨는 7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변호사를 네 차례나 바꾸며 차일피일 공판을 미뤘다. 12일 결심공판에 나온 김 씨는 “내가 보유한 주식과 모친의 부동산 등을 처분해 피해자들과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공판에서도 같은 말은 했지만 실제 합의가 된 사례는 없다. 재판부는 “더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내년 1월 11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김정훈 hun@donga.com·구특교 기자}

지난달 1일(현지 시간) 스웨덴 린셰핑시의 한 왕복 2차로 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30km를 넘긴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주변에 학교와 유치원이 있어 속도를 낮게 지정한 것을 어긴 것이다. 그런데 도로가 10cm가량 스스로 땅속으로 내려앉았다. 스웨덴의 교통기술 개발업체 ‘에데바’가 2016년 개발한 내려가는 과속 방지턱 ‘액티범프’다. 과속한 차량 운전자에게 진동과 충격을 줘 스스로 속도를 줄이게 만든다. 차량 속도가 규정을 준수하면 액티범프는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다.○ 내려가는 과속방지턱으로 도심 속도 줄여 액티범프는 도심의 차량 속도를 줄여 차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안됐다. 차량이 15∼20m 정도로 가까워지면 레이더를 이용해 속도를 확인하고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보행자 통행이 잦아 차량의 과속을 예방해야 하는 도로에서 유용하다. 운전자에게도 제한 최고 속도를 지키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불필요하게 급히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으니 서행으로 인한 탄소 배출 증가도 막을 수 있다. 반면 과속을 한 운전자는 액티범프로 인해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는 충격을 느껴 과속의 위험성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운전자들의 학습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상벌 시스템’이다. 카린 비클룬드 에데바 마케팅매니저는 “제한 최고 속도를 지키면 충격을 느낄 필요가 없어 규정 속도를 지킨 운전자는 ‘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며 자연스럽게 규정 속도를 지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액티범프의 효과는 상당했다. 2016년 5월 액티범프가 설치된 곳에서 과속 차량 비율은 설치 전 80%에서 설치 후 30%로 줄었다. 올 4월에는 지점별로 5∼10%에 머물렀다. 액티범프는 도심 차량 속도를 낮추는 해결책으로 주목받으면서 스웨덴 말뫼를 비롯해 호주에도 수출됐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도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다.○ 국민 설득으로 속도 줄인 프랑스 유럽은 ‘자동차의 대륙’으로 불린다. 유명한 자동차 제조사들과 독일의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차들이 빠르게 다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유럽은 교외 지역에서도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 7월 1일부터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시속 90km에서 80km로 줄였다. 10월 2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TSC 본부에서 만난 도빌러 아드미나이터 ETSC 연구원은 “속도 하향은 40만 km가 넘는 도로의 표지판을 모두 바꿔야 하는 큰 작업이었지만 매년 프랑스 교통사고 사망자의 55%가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발생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처음 속도 하향 방침을 발표했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운전자의 반발이 심했다.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차량 속도를 시속 10km 줄이면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를 약 400명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차량 흐름이 원활하면 속도를 시속 10km 줄여도 통행시간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속도 하향의 효과를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더들리 커티스 ETSC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프랑스와 이웃한 벨기에에서도 속도 하향으로 교통 흐름이 개선돼 오히려 이동 시간이 준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프랑스 정부는 운전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외에도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시속 90km이던 교외 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시속 80km로 줄였다.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역은 지난해 시속 90km이던 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프랑스보다 10km 더 낮은 시속 70km로 줄이기도 했다. 게다가 파리, 브뤼셀 같은 대도시 도심 일반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는 한국의 시속 60km보다 낮은 시속 40, 50km로 운영하고 있다. 속도 하향은 한 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 3명에 그치는 유럽 국가의 교통안전 비결인 것이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차량의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교통 정체 우려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속도 하향 정책을 운전자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기보다 프랑스 정부의 사례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50km로 낮추는 사업이다.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지난달 1일(현지 시간) 스웨덴 린셰핑시의 한 왕복 2차선 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30km를 넘긴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주변에 학교와 유치원이 있어 속도를 낮게 지정한 것을 어긴 것이다. 그런데 도로가 10㎝ 가량 스스로 땅 속으로 내려앉았다. 스웨덴의 교통기술 개발업체 ‘에데바’가 2016년 개발한 내려가는 과속 방지턱 ‘액티범프’다. 과속한 차량 운전자에게 진동과 충격을 줘 스스로 속도를 줄이게 만든다. 차량 속도가 규정을 준수하면 액티범프는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다.● 내려가는 과속방지턱으로 도심 속도 줄여 액티범프는 도심의 차량 속도를 줄여 차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안됐다. 차량이 15~20m 정도로 가까워지면 레이더를 이용해 속도를 확인하고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보행자 통행이 잦아 차량의 과속을 예방해야하는 도로에서 유용하다. 운전자에게도 제한 최고 속도를 지키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불필요하게 급히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으니 차량 성능은 물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반면 과속을 한 운전자는 액티범프로 인해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는 충격을 느껴 과속의 위험성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운전자들의 학습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상벌 시스템’이다. 카린 위클런드 에데바 마케팅매니저는 “제한 최고 속도를 지키면 충격을 느낄 필요가 없어 규정 속도를 지킨 운전자는 ‘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며 자연스럽게 규정 속도를 지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액티범프의 효과는 상당했다. 2016년 5월 액티범프가 설치된 곳에서 과속차량 비율은 설치 전 80%에서 설치 후 30%로 줄었다. 올 4월에는 지점별로 5~10%에 머물렀다. 액티범프는 도심 차량속도를 낮추는 해결책으로 주목 받으면서 스웨덴 말뫼를 비롯해 호주에도 수출됐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도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다.● 국민 설득으로 속도 줄인 프랑스 유럽은 ‘자동차의 대륙’으로 불린다. 유명한 자동차 제조사들과 독일의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차들이 빠르게 다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유럽은 교외지역에서도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 7월 1일부터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시속 90km에서 80km로 줄였다. 10월 2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TSC 본부에서 만난 도빌 어드미나이트 ETSC 연구원은 “속도 하향은 40만km가 넘는 도로의 표지판을 모두 바꿔야 하는 큰 작업이었지만, 매년 프랑스 교통사고 사망자의 55%가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발생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처음 속도하향 방침을 발표했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운전자의 반발이 심했다.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차량 속도를 시속 10km 줄이면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를 약 400명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차량 흐름이 원활하면 시속 10km 속도를 줄여도 통행시간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속도하향의 효과를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두들리 커티스 ETSC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프랑스와 이웃한 벨기에에서도 속도하향으로 교통 흐름이 개선돼 오히려 이동 시간이 준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프랑스 정부는 운전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외에도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시속 90km이던 교외 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시속 80km로 줄였다. 벨기에의 플랜더스 지역은 지난해 시속 90km이던 도로의 제한최고속도를 프랑스보다 10km 더 낮은 시속 70km로 줄이기도 했다. 게다가 파리, 브뤼셀 같은 대도시 도심 일반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는 한국의 시속 60km보다 낮은 시속 40, 50km로 운영하고 있다. 속도하향은 한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 3명에 그치는 유럽 국가의 교통안전 비결인 것이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차량의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교통정체 우려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속도하향 정책을 운전자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기보다 프랑스 정부의 사례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50km로 낮추는 사업이다.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부산시, ‘안전속도 5030’ 적용▼ 2019년은 국내에서 속도하향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사실상의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관할하는 모든 일반도로의 차량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9월 영도구에서 시작한 속도하향 정책 ‘안전속도 5030’이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시의 모든 일반도로 2324㎞에 적용하기로 했다. 차량 속도는 왕복 4차로 이상 간선도로의 경우 최대 시속 50㎞로, 그 이하 소규모 도로는 시속 30㎞로 조정한다. 지금보다 10, 20㎞ 가량 줄이는 것이다. 단, 보행자가 없는 광안대교, 번영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는 제외된다. 노면 표지와 표지판 등 시설 약 3만3000개를 교체하기 위해 157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9월부터 영도구에서 올 8월까지 교통사고로 숨진 인원은 5명이었다. 속도하향 도입 전이었던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의 연 평균 6.6명보다 24.2% 줄었다. 보행자 사망은 4.8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 사고 사상자가 39.8명에서 23명으로 42.2% 줄면서 심야시간 보행자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부산시에서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8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1.2%였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3번째로 높은 비율로 2015년(46.1%)보다 5.1%포인트 늘었다. 반면 차량 속도는 태종로의 교통량이 가장 많은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속도하향 시행 전 평균 28㎞에서 시행 후 27.1㎞로 변화가 미미했다. 부산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9월 지하철 1호선 구간을 따라 중앙대로 16㎞ 구간(서면~하단)에서 벌인 주행 실험에서도 시속 50㎞로 달렸을 때 소요 시간은 시속 60㎞ 때와 비교해 1, 2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적인 차량 속도하향 노력에 힘입어 11월까지 경찰청이 집계한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어든 3443명으로 나타났다. 보행자 사망은 1318명으로 12.7% 줄었다. 부산은 속도하향 캠페인에 힘입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7.5%, 보행자 사망자 수가 23.5% 줄어들며 광역시 중 광주에 이어 2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김봉철 부산시 교통운영팀장은 “속도하향 사업을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해 보행자가 안전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60·예비역 중장·육사 37기)이 7일 고층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 48분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 실내 13층에서 1층 로비로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은 13층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외투를 벗어놓고 사무실 밖으로 나온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이 사무실에 놓고 나온 손가방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내용은 ‘모든 걸 안고 가겠다.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원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신의 신변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기무사에 ‘세월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유가족의 동향을 감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3일 기각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정성택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A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기자가 주차장을 돌아다니자 주차장 구석에 세워져 있는 두 대의 차량이 움직이더니 접근했다. 이들은 출장 세차 브로커가 고용한 직원들로 새로운 세차업체가 주차장에서 세차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매일 밤 ‘보초’를 선다. 직원들은 기자를 새로운 세차업자로 착각했는지 앞뒤를 차로 막았다. 40대 여성 직원은 “(세차) 아르바이트생이냐. 누가 여길 보냈느냐, 당장 나가라”고 위협했다. 기자가 주차장에 들어선 지 10분도 안 돼 세차업체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새로운 외부 세차업체가 나타났다’는 글과 사진이 공유됐다. 소문을 들은 기존 세차업자들이 ‘지금 당장 A아파트 단지로 가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서울 강남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세차권을 둘러싸고 ‘세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차권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입주민 차량을 외부 세차업체가 세차를 해주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 새벽 보초에 폭행 벌이는 ‘세차 전쟁’ 세차 브로커는 세차권을 아파트관리소나 입주민대표회의 등에서 낙찰받아 세차업체에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업자다. 세차업자는 월 4만∼10만 원을 받고 매주 1∼3회 밤부터 새벽 시간 동안 주차된 차량을 세차한다. 서울 서초구에만 세차업체 10여 곳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활동 중이다. 세차업자 C 씨는 “일부 세차권은 수천만∼수억 원의 뒷돈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암암리에 거래된다. 강남구 고급 아파트에서는 1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수천 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는 1, 2개의 세차업체가 세차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사이의 분쟁과 다툼이 계속 벌어진다. 세차권을 얻지 못한 세차업체는 수익을 낼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와서 홍보를 하거나 입주민의 요청으로 세차 활동을 하다가 기존 세차업자와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D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신규 세차업체 사장 김모 씨(40)가 한 입주민의 차량을 세차 중이었다. 그러자 기존 세차업체 직원이 김 씨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쌍방폭행 혐의로 두 사람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9일에는 입주민이 지하주차장에 세차 홍보 현수막을 걸어둔 차의 현수막을 떼어냈다가 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 ○ 다툼 계속돼도 마땅한 제지 수단 없어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은 세차업체의 과도한 경쟁 때문에 독점 세차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아파트 관리소장은 “세차업체 사이에 경쟁이 과열돼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세차업체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민은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D아파트 주민 E 씨(42)는 “여러 세차업체를 비교하고 선택할 권리를 빼앗긴 것 같다. 어떤 세차업체든 이용할 수 있어야 다툼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독점 세차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분쟁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경찰은 세차업체가 아파트에서 분쟁을 벌이는 것 자체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같이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업체들을 주거침입죄로 체포할 권한이 없다”며 “세차업체가 주차장에 못 들어가게 막는 것은 아파트 경비업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도 A아파트에서 세차업체끼리 분쟁이 생겨 경찰이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자치구도 출장 세차업체의 분쟁을 나서서 손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공동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 등 내부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자치구가 강제력을 갖고 세차업체를 쫓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A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 기자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돌아다니자 주차장 구석에 세워져 있던 두 대의 차량이 움직이더니 기자에게 접근했다. 운전자는 출장 세차 브로커가 고용한 직원들이다. 새로운 세차업체가 주차장에서 세차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매일 밤 ‘보초’를 선다. 직원들은 기자를 새로운 세차업자로 착각하더니 기자 차량의 앞뒤를 차로 막았다. 40대 여성 직원 B 씨는 “(세차) 아르바이트생이냐. 누가 여길 보냈냐, 당장 나가라”고 위협했다. 기자가 주차장에 들어선 지 10분도 안 돼 세차업체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새로운 외부 세차업체가 나타났다’는 글과 사진이 공유됐다. 소문을 들은 기존 세차업자들이 ‘지금 당장 A 아파트 단지로 가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서울 강남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세차권을 둘러싸고 ‘세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차권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입주민 차량을 외부 세차 업체가 세차를 해주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 새벽 보초에 폭행 벌이는 ‘세차 전쟁’ 세차 브로커는 세차권을 아파트관리소나 입주민대표회의 등에게서 입찰 받아 세차 업체에게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업자다. 세차 업자는 월 4만~10만 원을 받고 매주 1~3회 밤부터 새벽 시간 동안 주차된 차량을 세차한다. 서울 서초구에만 10여 곳의 세차 업체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활동 중이다. 세차업자 B 씨는 “일부 세차권은 수천 만~수억 원의 뒷돈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암암리에 거래된다. 강남구 고급 아파트에서는 1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수천 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는 1, 2개의 세차 업체가 세차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사이의 분쟁과 다툼이 계속 벌어진다. 세차권을 얻지 못한 세차업체는 수익을 낼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와서 홍보를 하거나 입주민의 요청으로 세차 활동을 하다가 기존 세차업자와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C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신규 세차 업체 사장 김모 씨(40)가 한 입주민의 차량을 세차 중이었다. 그러자 기존 세차업체 직원이 김 씨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쌍방 폭행 혐의로 두 사람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9일에는 입주민이 지하 주차장에 세차 홍보 현수막을 걸어둔 차의 현수막을 떼어냈다가 재물 손괴죄로 입건됐다. ● 다툼 계속돼도 마땅한 제지 수단 없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세차업체의 과도한 경쟁 때문에 독점 세차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 아파트 관리소장은 “세차업체 사이에 경쟁이 과열화돼 무분별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세차 업체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C 아파트 주민 D 씨(42)는 “여러 세차업체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 것 같다. 어떤 세차 업체든 이용할 수 있어야 다툼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독점 세차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분쟁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없다. 경찰은 세차업체가 아파트에서 분쟁을 벌이는 것 자체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과 같이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업체들을 주거 침입죄로 체포할 권한이 없다”며 “세차업체가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아파트 경비업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도 출장 세차업체의 분쟁을 나서서 손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공통 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 등 내부에서 관장을 하기 때문에 자치구가 강제력을 갖고 세차 업체를 쫓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반려자를 찾기 위해 지난해 A결혼중개업체에서 상담을 받았다. A업체 상담 매니저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집안이 좋은 상대를 연결해 주겠다”고 설명했다. ‘원래 5차례 만남을 주선하지만 행사 기간이어서 8차례 추가로 주선해 주겠다’는 제안에 김 씨는 770만 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큰 기대와 달리 첫 만남부터 김 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처음 만난 상대 남성이 스킨십을 요구하더니 “속궁합을 먼저 보자”고 한 것. 김 씨는 바로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성은 며칠 뒤 김 씨에게 연락해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에 김 씨는 매니저에게 항의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A업체는 “(상대 남성을) 안 만나면 그만”이라며 환불을 거부했다. 결혼을 원하는 미혼 남녀의 간절한 심리를 이용해 결혼정보업체들이 고액 결제를 유도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해 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결혼중개 피해구제 신청은 매년 250건 이상씩 총 781건이 접수됐다. 결혼정보업체는 대부분 이용자의 나이와 직업 등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눠 금액을 다르게 매긴다. 소개 방식은 1년 동안 소개를 무제한으로 받고 400만∼1300만 원가량 지불하는 ‘기간제’와 10∼15차례 소개를 받고 200만∼1500만 원가량을 지불하는 ‘횟수제’로 나뉜다. 결혼이 성사될 때까지 주선을 해주는 ‘성혼제’도 있다. 30대 여성 B 씨는 지난해 ‘5+10 프로모션’을 통해 횟수제 계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봤다. 프로필에 소개된 것과는 직업, 키, 외모 등이 전혀 다른 남성이 나왔다. 2주에 한 번씩 만남을 주선한다던 매니저는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10차례는 이벤트로 제공했기 때문에 환불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사는 상대방을 요청하며 계약을 했지만 차량으로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사는 사람을 주선해 주거나 전문직이 아닌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명시했지만 변호사를 배정받은 이용자도 있었다. 성추행이 벌어졌는데도 업체 측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분통을 터뜨리는 이용자도 있다. 김모 씨(27·여)는 상대 남성이 차량 안에서 안전벨트를 매주겠다고 하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김 씨가 업체 매니저에게 따졌지만 “회원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나봐요”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전문가들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가입비, 계약 기간, 만남 횟수 등 약정 내용이 설명한 대로 기재됐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관련 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계약 내용과 다른 조건으로 만남을 주선할 경우 만남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반려자를 찾기 위해 지난해 A 결혼중개업체에서 상담을 받았다. A 업체 상담 매니저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집안이 좋은 상대를 연결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원래 5차례 만남을 주선하지만 행사 기간이어서 8차례 추가로 주선해주겠다’는 제안에 A 씨는 770만 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큰 기대와 달리 첫 만남부터 김 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처음 만난 상대 남성이 스킨십을 요구하더니 “속궁합을 먼저 보자”는 이야기를 꺼낸 것. A 씨는 바로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성은 며칠 뒤 A 씨에게 연락해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에 김 씨는 매니저에게 항의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A 업체는 “(상대 남성을) 안 만나면 그만”이라며 환불을 거부했다. 결혼을 원하는 미혼 남녀의 간절한 심리를 이용해 결혼정보업체들이 고액 결제를 유도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해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결혼중개 피해구제 신청은 매년 250건 이상씩 총 781건이 접수됐다. 결혼정보업체는 대부분 이용자의 나이와 직업 등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눠 금액을 다르게 매긴다. 소개방식은 1년 동안 소개를 무제한으로 받고 400만~1300만 원가량 지불하는 ‘기간제’와 10~15차례 소개를 받고 200만~1500만 원가량을 지불하는 ‘횟수제’로 나뉜다. 결혼이 성사될 때까지 주선을 해주는 ‘성혼제’도 있다. 3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5+10 프로모션’을 통해 횟수제 계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봤다. 프로필에 소개된 것과 직업, 키, 외모 등이 전혀 다른 남성이 나왔다. 2주에 한 번씩 만남을 주선한다던 매니저는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10차례는 이벤트로 제공했기 때문에 환불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사는 상대방을 요청하며 계약을 했지만 차량으로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사는 사람을 주선해주거나, 전문직이 아닌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명시했지만 변호사를 배정받은 이용자도 있었다. 성추행이 벌어졌는데도 업체 측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분통을 터트리는 이용자도 있다. 김모 씨(27·여)는 상대 남성이 차량 안에서 안전벨트를 매주겠다고 하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김 씨가 업체 매니저에게 따졌지만 “회원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나봐요”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전문가들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가입비, 계약기간, 만남횟수 등 약정 내용이 설명한 대로 기재됐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관련 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계약 내용과 다른 조건으로 만남을 주선할 경우 만남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 서초경찰서는 법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3대를 파손하고 달아난 혐의로 법원행정처 8급 서기 A 씨(35)를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 반경 서초구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직원용 기숙사 주차장에서 자신의 K5 차량을 운전하다 주차돼 있던 차량들을 연쇄적으로 들이받은 뒤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먼저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 주차된 아반떼 차량의 범퍼를 파손했고, 다시 앞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주차돼 있던 차량 두 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아반떼 차량의 범퍼가 심하게 찌그러졌고, 두 대의 차량도 일부 손상됐다. A 씨는 사고 이후 신고하지 않고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둔 채 현장을 떠났다. A 씨와 연락이 닿은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4시 반경 A 씨를 만나 음주 측정을 했다.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이후 이미 15시간가량 지난 뒤 측정을 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 씨의 음주 여부를 엄밀히 따져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A 씨를 소환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음주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스위스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도로 신호체계와 복잡한 표지판 읽는 법을 배운다. 국내 운전면허시험에 나올 만한 수준이다. 한 예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73개의 교통 상황과 각종 교통 표지판을 익힌다. 이를 소개한 책에는 보행자 우선구역, 제한 최고속도 시속 30km를 뜻하는 ‘Zone(구역) 30’ 같은 간단한 표지판부터 합류도로, 회전교차로 등 복잡한 표지판까지 자세히 쓰여 있다.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간단한 퀴즈로 평가도 받는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교통안전 교육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취리히주(州) 경찰에서 초등학생 교통교육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안 셸리바움 씨는 “신호체계 교육은 교통안전에 필수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복잡한 신호와 표지판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직접 자전거 타며 배우는 교통안전 10월 19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프라터 공원에서 7세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조심스레 차를 몰듯 어린이는 머리에 안전모(헬멧)를 쓰고 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이곳은 빈의 어린이 누구나 교통안전을 배우는 ‘교통 유치원’이다. 교통 유치원에서는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가기 전 신호등과 표지판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통안전 규칙들을 가르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만 12세 미만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한 ‘어린이 자전거 면허증’ 제도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어린이들은 경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신호와 표지를 잘 지키는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만 자전거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 안전도 ‘최신’을 가르치는 네덜란드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자살 행위’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 운전 중 휴대전화를 쓰다 발생하는 사고가 급속히 늘고 있어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10월 29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네덜란드교통안전협회(VVN)에서 마케팅과 교육을 맡고 있는 로프 솜포르스트 씨가 ‘가장 대표적인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 있게 내놓은 답이다. 네덜란드는 내년 7월 1일 자전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다.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를 쓰는 ‘자전거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자전거 스몸비족은 자전거를 몰면서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거나 메시지를 읽는다. 운전자가 메시지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 평균 시속 25km로 자전거를 타면 20m 이상 앞을 보지 않고 달리는 셈이 된다. 자전거 운전 중 메시지를 보내는 건 더욱 위험하다. 일부는 자전거에서 두 손을 떼기도 한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차량이 가까이 오는지 모를 때도 있다. 솜포르스트 씨는 “메시지의 답장을 빨리 보내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소외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자전거 스몸비 사고가 늘고 있다. 새 법은 이런 최근의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자전거 사고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운전과 휴대전화 사용 중 하나만 하라는 ‘모노(MONO) 캠페인’이다. 네덜란드는 전체 인구(약 1700만 명)보다 많은 약 2200만 대의 자전거가 있는 나라다. 오스트리아처럼 자전거 교육을 어릴 때 시작한다. 정부는 자전거 안전교육 시험을 통과한 어린이에게 ‘자전거 안전 학위(디플로마)’를 제공한다. 1931년 시작한 네덜란드의 오랜 전통이다. 어린이들은 매년 4∼ 6월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른다. 교통 규칙이나 안전한 이용 습관, 교통 수신호 등을 평가받는다. 시험은 의무가 아니지만 네덜란드 초등학생의 92%가 학위를 받고 중학교로 진학한다.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교통안전의 한 축을 책임진다는 점을 몸으로 익힌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전거 사용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관련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어린 나이부터 철저한 교육을 통해 교통안전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한 유럽 국가들의 세심한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취리히·빈=최지선 aurinko@donga.com / 아메르스포르트=구특교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스위스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도로 신호체계와 복잡한 표지판 읽는 법을 배운다. 국내 운전면허시험에 나올 만한 수준이다. 한 예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73개의 교통 상황과 각종 교통 표지판을 익힌다. 이를 소개한 책에는 보행자 우선구역, 제한 최고속도 시속 30km를 뜻하는 ‘Zone(구역) 30’ 같은 간단한 표지판부터 합류도로, 회전교차로 등 복잡한 표지판까지 자세히 쓰여 있다.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간단한 퀴즈로 평가도 받는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교통안전 교육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취리히주(州) 경찰에서 초등학생 교통교육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안 셸리바움 씨는 “신호체계 교육은 교통안전에 필수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복잡한 신호와 표지판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직접 자전거 타며 배우는 교통안전 10월 19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프라터 공원에서 7세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조심스레 차를 몰듯 어린이는 머리에 안전모(헬멧)를 쓰고 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이곳은 빈의 어린이 누구나 교통안전을 배우는 ‘교통 유치원’이다. 교통 유치원에서는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가기 전 신호등과 표지판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통안전 규칙들을 가르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만 12세 미만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한 ‘어린이 자전거 면허증’ 제도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어린이들은 경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신호와 표지판을 잘 지키는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만 자전거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시민의 55%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전거를 타는 빈에서 어린이들은 스스로 시민의 일원이 된다는 성취감도 느낀다. 빈시(市) 자전거팀의 마르틴 블룸 매니저는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교통 신호체계를 잘 알고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빈의 보도나 차도 대부분에는 자전거를 위한 전용차로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간혹 차도를 이용할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어린이에게도 자동차의 신호체계를 꼼꼼히 가르치는 것이다.● 안전도 ‘최신’을 가르치는 네덜란드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자살 행위’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 운전 중 휴대전화를 쓰다 발생하는 사고가 급속히 늘고 있어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10월 29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네덜란드교통안전협회(VVN)에서 마케팅과 교육을 맡고 있는 로프 솜포르스트 씨가 ‘가장 대표적인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 있게 내놓은 답이다. 네덜란드는 내년 7월 1일 자전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다.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를 쓰는 ‘자전거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자전거 스몸비족은 자전거를 몰면서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거나 메시지를 읽는다. 운전자가 메시지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 평균 시속 25km로 자전거를 타면 약 20m 이상 앞을 보지 않고 달리는 셈이 된다. 자전거 운전 중 메시지를 보내는 건 더욱 위험하다. 일부는 자전거에서 두 손을 떼기도 한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차량이 가까이 오는지 모를 때도 있다. 솜포르스트 씨는 “메시지의 답장을 빨리 보내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소외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자전거 스몸비 사고가 늘고 있다. 새 법은 이런 최근의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자전거 사고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운전과 휴대전화 사용 중 하나만 하라는 ‘모노(MONO) 캠페인’이다. 과거 VVN은 운전자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자전거 운전을 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존감이 강한 네덜란드 국민에게 외면을 받았다. 반면 ‘운전할 때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게 올바른 일’이란 점을 강조하며 자존감을 높인 모노 캠페인은 성공을 거뒀다. 네덜란드는 전체 인구(약 1700만 명)보다 많은 약 2200만 대의 자전거가 있는 나라다. 오스트리아처럼 자전거 교육을 어릴 때 시작한다. 정부는 자전거 안전교육 시험을 통과한 어린이에게 ‘자전거 안전 학위(디플로마)’를 제공한다. 1931년 시작한 네덜란드의 오랜 전통이다. 어린이들은 매년 4, 5, 6월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른다. 교통 규칙이나 안전한 이용 습관, 교통 수신호 등을 평가 받는다. 시험은 의무가 아니지만 네덜란드 초등학생의 92%가 학위를 받고 중학교로 진학한다.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교통안전의 한 축을 책임진다는 점을 몸으로 익힌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전거 사용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관련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어린 나이부터 철저한 교육을 통해 교통안전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한 유럽 국가들의 세심한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취리히·빈=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아메르스포르트=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한국도 음주-과속운전 막는 강력한 정책 시급”▼2015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국 가운데 노르웨이(2.3명), 스웨덴(2.7명), 영국(2.8명), 멕시코(2.9명)는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명대에 머물렀다. 이들 국가의 평균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9.1명)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교통안전 선진국’이라 불리는 이들의 비결은 교통안전 문화가 일상이 되도록 만든 강력한 교통안전 정책이었다. 10월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만난 국제교통포럼(ITF)의 베로니크 페이펠 수석연구원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일 때 가장 참고해야 할 국가 중 하나가 스웨덴”이라며 “도로 설계부터 교통사고 원인 분석까지 교통안전과 관련된 모든 정책에 ‘안전’을 최우선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도로교통사고센터(IRTAD)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교통안전 분야의 세계적 학자다. 스웨덴의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5명으로 2년 전보다 0.2명 더 줄었다. 지난해 8.1명이 숨진 한국의 30% 수준이다. 비결은 ‘비전제로(0)’ 정책이다. 1997년 스웨덴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0으로 만들기 위해 내건 정책 방향이다. 도로를 설계할 때 중앙분리대 설치를 의무화하고, 과속을 막기 위해 수시로 차로 수를 1, 2개씩 바꿔 운전자가 긴장하도록 했다. 특히 ‘음주운전과의 전쟁’에 집중했다. 스웨덴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 원인 중 절반 이상이 음주운전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는 음주운전으로 한 번이라도 적발된 사람의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달도록 했다. 시동을 걸기 전 음주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장치다. 설치비용은 운전자가 부담한다. 국민도 호응하며 2007년 337명이었던 스웨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135명로 줄었다. 페이펠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음주운전자의 15%가 세 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범”이라며 “특히 버스 운전사 등 생계형 운전자일수록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는 등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심의 차량속도를 줄이는 것도 강조했다. 과속은 음주운전과 함께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페이펠 연구원은 “보행자 통행이 잦은 도심에서는 시속 60km도 빠르다”며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40%인 점을 볼 때 도심의 차량속도 하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교통안전 선진국들의 강력한 교통안전 정책 경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영화에서나 나오는 폭력을 실제 눈앞에서 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감금된) 1시간이 10년 지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29일 오후 2시 40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유성기업 최철규 대표이사(64)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최 대표는 22일 폭행을 당한 김모 상무(49)와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 갇힌 채 김 상무가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 대표는 이 사건 이후 “어두컴컴한 길에서 사람이 나타나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둔 상태다. 최 대표는 “일부 노조원들이 ‘최 대표를 몰아내자’고 주장하고 있는 등 다음 타깃은 나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부하 직원이 맞는 걸 옆에서 보면서도 지켜주지 못한 게 가장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는 ‘우발적 폭행’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표이사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초반 1, 2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폭행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2, 3차 폭행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 그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김 상무가 얼굴에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계속 얼굴을 가격하고 뺨을 10여 차례 때렸다”고 전했다. 당시 노조원들끼리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폭행으로 바닥이 피범벅이 되자 물을 뿌리고 정리를 했다. 집기류 엎어진 것도 다 세우는 등 ‘정리조’가 있더라”고 말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는 아쉬움을 밝혔다. 최 대표는 “비명 소리가 나고 두들겨 맞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라도 경찰이 노조원들을 밀치고 들어오는 모습만 보여줬어도 위안이 됐을 텐데 그러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김 상무 폭행에 가담하거나 경찰·소방관의 현장 진입을 막은 11명을 출국 금지하고 출석을 요구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원들은 계획된 폭행이 아니라 1, 2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발적 폭력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어진 서울사무소 점거 농성도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사측이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도성대 유성기업 노조 아산지회장은 “(2011년부터 진행된) 사측의 노조 파괴와 사람을 죽게 한 행위들이 무엇 때문에 발생하게 된 건지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장관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유성기업 폭행 사건) 피해자한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구특교 kootg@donga.com / 아산=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