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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난 지 하루 만인 4일 낮 12시(현지 시간)부터 돌입한 ‘대만 봉쇄’ 훈련에서 대만 해역 곳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 11발을 동시다발로 퍼부었다. 특히 일부 탄도미사일은 중국 본토에서 발사돼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해역에 떨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미사일들이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온 대만 서부의 ‘대만해협 중간선’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다. 중국이 이날 미사일과 로켓포 실탄 훈련을 벌인 대만 주변 해역 6곳은 모두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쪽이었다. 특히 훈련 지역 3곳은 대만의 영해까지 침범했다. 이날 오후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해역의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해 목표물을 전부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북부 남부 동부 해역에 둥펑 계열 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는 공개한 영상에서 탄도미사일인 DF 계열 미사일이 본토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어 이 미사일들이 대만 동부 해역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앞서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는 다연장 장거리 로켓포들을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대만 쪽 해역으로 발사한 뒤 “특정 구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 해역을 훈련 지역으로 지정한 뒤 한국 영공을 넘어 한국 측 해역으로 미사일들을 발사한 셈이다. 중국이 발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도 훈련에 참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군 훈련 시작 직전인 3일 국가안보팀을 전화 회의로 소집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이날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5발이 사상 처음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며 외교 경로로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中, 사상최대 대만 포위 훈련… 동서남북에 미사일-로켓포 퍼부어 中, 스텔스기-공중급유기까지 동원… 침공시 미군 개입 차단 능력 과시훈련구역 추가하고 기간도 연장, 中매체 “대만 무력 통일 리허설”日, 中미사일 5발 日 EEZ 낙하에 “매우 위험한 훈련… 강력 비난”중국은 4일 낮 12시(현지 시간) 시작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만 봉쇄’ 훈련에서 대만 동부 북부 남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했다. 중국군은 대만과 대치해온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의 대만 해역인 대만 서부에 장거리 로켓포를 발사했다. 대만을 둘러싼 4면에서 모두 무력시위를 벌인 것. 훈련 시작 전부터 중국은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에 나섰다. 대만을 둘러싼 훈련 지역 6곳 모두 중간선을 넘었고 이 중 3곳에 대만 영해가 포함된 가운데 이날 군함들이 영해 침범 위협까지 했다. 중국군은 이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젠-20을 포함해 100여 대 군용기를 동시에 투입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기종의 군용기들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 중간선 무력화 “무력통일 리허설”이날 중국군은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대만 북부 남부 동부 해역에 발사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훈련에 DF-11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DF-11은 사거리가 300∼800여 km다. 특히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군 동부전구가 이날 공개한 미사일 발사 영상과 낙하지점 그래픽에 따르면 대만 서쪽인 중국 본토의 미상 장소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대만 동북부, 동부, 남동부의 중국군 훈련 해역 3곳에 낙하했다. 탄도미사일들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렀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SCMP는 둥펑 미사일들이 대만의 북쪽 지룽항, 동쪽 화롄, 서쪽 타이중 근해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됐다고 전했다. 동부전구는 앞서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는 장거리 로켓포들을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대만 쪽 해역으로 발사했다. SCMP는 사거리 350∼500km인 PCL-191 다연장로켓이 푸젠성 핑탄에서 발사됐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대만 동부 해역까지 타깃으로 한 것은 대만 침공 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전구는 미사일 발사가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역 거부 능력이란 ‘적의 접근이나 육해공 지역 점령을 차단한다’는 뜻이다. 훈련 해역 6곳 중 3곳은 대만 영해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이 대만 영해에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서쪽 지역은 대만 제2도시 가오슝 인근 류추섬에서 불과 9.5km 떨어져 있다. 미사일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 인근 동북쪽 지역도 해안에서 불과 18.5km 떨어져 있다. 이날 오전 11시경에는 대만 동북부 화롄항 인근 해역에 중국군 미사일 구축함 3척이 동시에 나타났다. 구축함들은 화롄항에서 25해리(약 46.3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다 막판에 선회했다. 1해리만 더 접근하면 대만 영해에 진입하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중국 공군은 전날 밤 군용기 22대를 중간선을 넘어 대만 영공으로 진입시켰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번 군사훈련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할 때에 대비한 ‘무력통일 리허설’”이라며 “이번 훈련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대만해협 중간선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앞으로 최소 4일간 이어지는 훈련에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수위를 높여 대만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돼 혼란에 빠뜨리는 심리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대만 전문가들은 봤다. 중국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존 방어체계로 막을 수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DF-17을 훈련에 참가시켰다. 대만은 중국이 애초 7일 정오까지 3일간 6곳에서 훈련을 한다고 했지만 기간을 8일로 하루 연장하고 훈련 지역도 1곳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 대만 “中, 北에서 배워 멋대로 미사일 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팀을 소집해 전화 회의를 열고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항모강습단이 대만 동남부 필리핀해에 있다고 밝혔다. 미군 해상초계기 P-8A가 대만 서남부에 등장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미사일 발사는 대만의 안보를 위협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국제 교통과 무역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라며 “중국 정부는 북한에서 배워 인접 국가 수역에 마음대로 미사일을 쏘았다”고 했다. 이날 NHK 등에 따르면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9발 중 5발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며 “강력히 비난한다. 매우 위험한 훈련”이라고 규탄했다. 기시 방위상은 “중국에 외교 경로로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치솟는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인권 정책의 후퇴란 비판까지 무릅쓰고 지난달 중동을 방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체면을 구겼다. 그의 중동 순방 후 처음 열린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OPEC+)’ 회의에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이 합의한 증산량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기 때문이다. OPEC+는 “추가 생산 여력이 많지 않다”고 했지만 미국에서는 모욕적 수준의 증산이란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로부터 “뺨을 맞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백악관이 “중요한 것은 유가가 하락세라는 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좋지 않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다음 달 하루 10만 배럴 ‘찔끔’ 증산 3일 OPEC+는 다음 달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7, 8월 일평균 증산량(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치솟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OPEC+는 올해 내내 월 40만∼65만 배럴씩 증산했지만 이달 들어 유독 증산 규모를 대폭 줄였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AP통신에 “에너지 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증산 규모가 워낙 작아 세계 경기 침체 우려에도 국제 유가 또한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세계 원유 수요를 감안했을 때 불과 86초면 소비되는 양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짊어질 정치적 후폭풍 또한 작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거론했다. 취임 전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가 급등 으로 6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내 최고치인 9.1%까지 치솟고 11월 중간선거에서의 패배 또한 예상되자 ‘냉혹한 독재자와 손잡는다’는 미 일각의 비판에도 중동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까지 나눴지만 그는 대통령의 면전에서부터 증산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이번 OPEC+ 회의의 결정에도 무함마드 왕세자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사우디 관계 악화 불가피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 또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발표한 후부터 야당 공화당은 물론이고 집권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순방이 별 소득 없이 끝났음이 드러나면서 ‘괜히 가서 모욕만 당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라드 알카디리 이사는 증산 규모가 무의미할 정도로 적다며 “물리적인 관점에서도 미미하고 정치적으로는 모욕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전무이사 또한 “사우디 방문에 든 정치적 비용을 부담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는 것은 모욕”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중요한 것은 석유와 가스 가격이 내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통령이 중동 방문을 발표한 순간부터 유가가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순방 일정이 공개된 6월 14일부터 유가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에이머스 혹스틴 미 국무부 에너지안보 고문 역시 “전체 생산량이 늘었고 유가 하락에도 기여했다”며 증산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난 지 하루 만인 4일 오후 12시(현지 시간)부터 돌입한 ‘대만 봉쇄’ 훈련에서 대만 해역 곳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들을 동시다발로 퍼부었다. 특히 일부 탄도미사일은 중국 본토에서 발사돼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해역에 떨어졌다.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온 대만 서부의 ‘대만해협 중간선’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다. 중국이 이날 미사일과 로켓포 실탄 훈련을 벌인 대만 주변 해역 6곳 모두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쪽이었다. 특히 훈련 지역 3곳은 대만의 영해까지 침범했다. 이날 오후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해역의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해 목표물을 전부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북부 남부 동부 해역에 둥펑 계열 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는 공개한 영상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DF-11이 본토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어 이 미사일들이 대만 동부 해역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는 장거리 로켓포들을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대만 쪽 해역으로 발사한 뒤 “특정 구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 해역을 훈련 지역으로 지정한 뒤 한국 영공을 넘어 한국 측 해역으로 미사일들을 발사한 셈이다. 중국이 발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도 훈련에 참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군 훈련 시작 직전인 3일 국가안보팀을 전화 회의로 소집했다.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미국은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4일부터 3일간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는 첫 군사훈련에 나서는 중국은 “미국에 의지한 대만의 독립 시도는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주권이자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통일을 둘러싸고 미중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미중이 돌이키기 어려운 ‘대만 신(新)군사냉전’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차이 총통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43년 전 미국은 대만관계법으로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ironclad)같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에 대한 방어 의지를 강조할 때 사용하는 ‘철통같은 결의’를 대만에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3차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펠로시 의장도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미군 개입을 가능하도록 한 대만관계법을 강조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 직후 공개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시 주석의 집권 강화로 중국에서 최악의 인권 상황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이 총통과 회담 전 연설에선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해 시 주석 체제를 독재 정권으로 묘사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은 중국의 통일 대업을 방해하려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두파혈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국방부는 4∼7일 대만을 둘러싼 해역 6곳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제2도시 가오슝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도 포함됐다. 중국은 훈련 지역에 선박과 항공기 진입을 금지해 대만이 고립 상태가 된다. WP는 이날 “미중 관계가 영원히 바뀌고 대만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밍보는 사설에서 “미중 관계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며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에서 19시간 체류를 마치고 3일 밤 한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4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이 홍콩에서 한 일보다 더 많은 증거는 필요하지 않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일국양제(1국가 2체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 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어떤 구상이 있나’라는 질문에 “독재와 민주주의의 간 투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 체제를 독재로 겨냥하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약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약속은 미중 수교로 이어진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근간이 됐다. ○ 펠로시 “中, 일국양제 약속 쓰레기통에”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입법회(국회)를 찾아 부원장 등을 만난 뒤 차이 총통과 회담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의회 대표단은 안보와 경제, 통치체제의 ‘3가지 기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과 반도체 동맹 등 경제 협력, 중국의 통일 시도에 맞선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 방어를 핵심 의제로 꼽은 것. 그러면서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이 총통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대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에게 중국의 압박에도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한 벨리즈 정상 등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을 수여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홍콩 사태를 언급하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며 “중국공산당의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관해선 안 된다”고 시 주석을 정조준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시 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차이 총통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시 주석이 자신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불안감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경제 둔화 등 어려움에 봉착하자 대만을 위협해 국내 동요를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위기의 소용돌이 확산 안 돼”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로 해석하자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중국이 “통일 대업을 방해하면 머리 깨져 피 흘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자 진화에 나선 것.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위기와 충돌의 소용돌이를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는 가운데 대만을 두고 중국과 군사 충돌할 경우 미국이 2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악관은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 등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레드라인(한계선)’으로 두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은 중국에 있다”며 “중국은 다음 단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3일간 대만 봉쇄’ 고강도 반격 대만 둘러싼 6개 지점서 7일까지 군사훈련모래 수출-100여개 식품 수입 금지 등 보복대만해협 물류-韓 항공편 운항 차질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서 4일부터 3일간 대만 주변에서 해·공군 훈련을 실시해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반격에 나섰다. 섬나라인 대만이 해상 및 공중 봉쇄로 고립에 처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의식한 행동이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중국은 농수산물 수입 금지 등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보다 약자인 대만에 보복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2시간 동안 사실상 대만 봉쇄”중국 국방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당도한 2일 밤 “대만을 둘러싼 6개 지점에서 4일 낮 12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72시간 동안 군사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6개 지점을 연결하면 대만을 완전히 에워쌀 수 있다. 훈련 중에는 일반 선박 및 항공기의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대만은 사실상 72시간 동안 고립된다. 국방부는 훈련 중 이상 조짐이 포착되면 바로 군사 행동으로 반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와 별도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 해상 및 상공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 연합 군사행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가 3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공개한 훈련 영상에 중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야간 출격 장면, 사거리가 중장거리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등장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은 인도태평양 전체 정세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가장 서쪽에 있는 요나구니섬은 대만과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일본 또한 중국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 “훈련 해역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반발했다. 항공편과 물류 차질까지 빚어졌다. 대만 직항편을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군사훈련 첫날인 4일 항공편을 3시간 앞당겨 훈련 시간을 피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화물기 운항시간을 앞당긴다. 훈련이 계속되면 결항할 수도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일본과 대만 등으로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있다. 해운사들도 위험이 큰 대만해협을 대신할 다른 항로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대만 겨냥 경제 보복 가속미국은 중국군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진입시키거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의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존하는 방공 체계로 요격이 불가능한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대만 부근의 미 항공모함 전단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을 넘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2일 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건넜다”고 했지만 대만 국방부는 부인했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천연 모래는 풍화작용 등 자연적 현상에 의해 형성된 모래로 건축 자재 및 철강재 제조 등에 필수적이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도 이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해관총서는 음료수·과자류 생산 기업 등 100여 개 대만 기업의 식품 수입도 금지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약 70km 떨어진 버지니아 포키어 카운티. 북(北)버지니아 전력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레밍턴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건너편에 125에이커(약 50만6000m²) 규모 레밍턴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2016년 버지니아 주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협력해 세운 첫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인 이곳에서는 태양광 패널 23만6000개가 전력 20MW(메가와트)를 생산한다.》 레밍턴 태양광 발전소 설립 7년이 지난 현재 버지니아주 태양광 발전소는 모두 44개다. 버지니아주가 대대적인 태양광 발전에 나선 것은 2020년 주의회가 ‘버지니아 청정경제법안’을 통과시키며 ‘2050년까지 탄소 제로(0)’를 선언한 데다 아마존 MS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데이터센터가 북버지니아에 집중돼 있어서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있는 ICT 기업들이 ‘환경 파괴 주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앞다퉈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서면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이다. 실제로 MS와 아마존은 버지니아에만 각각 5곳, 6곳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美, 한반도 4배 태양광 발전 추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폭염과 산불, 홍수 같은 이상 날씨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더 힘을 받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탈(脫)탄소 정책을 가속화하는 미국에서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1조 원)를 투입하는 기후 대응 예산에 의회가 합의했다.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립’을 선언한 유럽에서도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동맹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 텍사스주는 올 4월 휴스턴 도심 인근 쓰레기 매립지에 240에이커 규모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허가했다. 약 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미국 최대 도시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도심 발전소 건설을 제한하는 규제도 풀었다. 3000에이커 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미 중부 캔자스주 존슨 카운티도 올 6월 도심에서 2.5km 떨어진 외곽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에도 주 정부와 의회가 태양광 발전소 확대를 밀어붙였다. 더 이상 채굴하지 않고 버려진 광산을 비롯한 사회갈등시설을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하는 사업도 한창이다. 버지니아주는 폐(廢)광산 6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했고, 대표적인 석탄 생산지 웨스트버지니아주 역시 2015년 파산한 5000에이커 규모 석탄 광산에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쏟아붓자 주정부도 일자리 창출과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태양광 발전소 유치에 나선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 전체 전력 생산량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을 2050년까지 45%로 늘릴 계획이다. 미 에너지부는 연면적 한반도 4배에 이르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농장이나 유휴지, 사회갈등시설만으로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 터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주택에는 전기요금을 최대 50% 깎아주는 전기료 감면 정책을 내놨다. 시범사업으로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 콜로라도 뉴멕시코 등 6개 주에서 450만 가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자국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러시아 탓에 에너지 공급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에서도 태양광 발전 확대는 속도를 내고 있다. 5년 내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유럽연합(EU)은 올 5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100억 유로(약 281조 원)를 투자해 태양광 전력 생산은 2030년까지, 풍력 발전은 2025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카드리 심슨 EU 집행위원은 “현재 기술 진전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며 “몇 년 내로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일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비용을 낮추고 이익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독일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건물에는 보조금을 최대 두 배로 지급하는 새로운 에너지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태양광 시장 ‘프렌드쇼어링’ 강화 태양광 패널 제조 기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려 상당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가 문을 닫은 미국은 중국 태양광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나 원자재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제정하고도 중국 태양광 기업은 예외로 할 정도다. 중국이 공급하는 태양광 패널 소재 폴리실리콘 절반가량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사활을 건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태양광 패널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조업체에 600억 달러(약 79조 원)를 지원해 태양광 산업 부활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미 2011년부터 500억 달러(약 65조 원) 이상을 쏟아부어 태양광 산업을 육성한 중국을 겨냥해 미국도 대규모 투자로 태양광 패널 자체 생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동맹, 희토류 동맹에 이어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가치 공유 우방국 간의 생산 분담)을 강화할 태세를 갖췄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호주 ‘시드니 에너지 포럼’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태양광 협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조지아주 돌턴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한화큐셀은 1억71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투자해 1.4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의 목표는 미 태양광 모듈 생산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것이다. 지난달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 “태양광 패널 같은 핵심 제품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동맹과의 교역관계 및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미국은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4일부터 3일간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는 첫 군사훈련에 나서는 중국은 “미국에 의지한 대만의 독립 시도는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주권이자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통일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미중이 돌이키기 어려운 ‘대만 신(新)군사냉전’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차이 총통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43년 전 미국은 대만관계법으로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ironclad) 같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에 대한 방어 의지를 강조할 때 사용하는 ‘철통같은 결의’를 대만에 쓴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3차례에 걸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펠로시 의장도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미군 개입을 가능하도록 한 대만관계법을 강조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 직후 공개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도 “시 주석의 집권 강화로 중국에서 최악의 인권 상황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은 중국의 통일 대업을 방해하려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완전히 헛된 일”이라며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두파혈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국방부는 4~7일 대만을 둘러싼 해역 6곳에서 실탄사격 등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의 제2도시 가오슝에서 불과 20㎞ 떨어진 곳도 포함됐다. 중국은 훈련 지역에 선박과 항공기 진입을 금지시켜 대만이 사실상 고립 상태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훈련 해역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반발했다. WP는 이날 “미중 경쟁의 속도와 강도가 높아져 미중관계가 영원히 바뀌고 대만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명보는 사설에서 “미중 관계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며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스스로 불에 타죽을 것”이라는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2일 밤 대만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가 대만 공역에 들어서자 중국군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통과해 대만 방향으로 진입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앞서 이날 대만 해역을 포위하며 실탄훈련을 시작한 중국은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 간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까지 근접 비행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을 대만 동쪽 500km 해역까지 접근시켰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대만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3일 오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면담하고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등 반중국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뒤 성명에서 “대만 방문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지지하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은 것은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미국은 필리핀 인근 해역에 있던 로널드레이건함을 대만 동부 500km 인근 해역까지 북상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뒤 낸 성명에서 “모든 엄중한 후과는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 핵항모 500km 근접에, 中 항모도 출항… 대만해협 일촉즉발 펠로시 대만行에 ‘4차 대만해협 위기’中왕이 “美 신뢰 저버리면 파탄날것”… 군용기들 대만해협 중간선 출동샤먼시 등엔 대공미사일-탱크 집결백악관 “미국은 겁먹지 않을 것”… 강습상륙함 등 4척 대만해역 진입대만軍도 전투준비태세 격상 “미국은 겁먹지(intimidated) 않을 것이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현지 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두고 고강도 대응을 예고한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제 군사행동 태세를 보이자 미국도 맞대응을 경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예정된 2일 대만 인근 해역을 통제하고 실탄 사격 훈련을 개시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등 전함 4척을 대만 동부 해역으로 진입시켰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대만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일촉즉발의 최대 화약고가 됐다. 일각에선 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26년 만에 미중 간 군사충돌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中, 대만 포위하듯 동시다발 실탄 훈련백악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앞으로 수일 내, 장기간 동안 (대만 인근에서) 더 많은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여기엔 대만해협 또는 그 주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대규모 침범,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등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대한 첩보를 실시간 공개한 것처럼 백악관이 직접 나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군사대응 시나리오를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공개한 것. 실제 중국 전투기들이 1일 대만 ADIZ를 침범한 데 이어 2일 오전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 간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대만해협과 맞닿은 푸젠성의 민간 항공 비행을 통제해 실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위협했다. 항공모함인 ‘랴오닝’과 ‘산둥’도 각각 모항인 칭다오항과 싼야항에서 출항했다. 중국군은 이날 남부·동부·북부전구에서 동시에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대만 남서쪽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는 군사훈련을 이유로 4개 해역 선박 진입을 차단했다. 대만 서쪽의 동부전구는 지난달 30일 실탄 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이날 “침범하는 적을 모두 매장시키겠다”는 영상을 올리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베이징 인근 보하이만과 서해 해역을 담당하는 북부전구도 훈련을 시작했다.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샤먼시 등에서 중국 지상군의 대공미사일과 탱크, 다연장 로켓포 등 중화기들이 집결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신뢰를 저버리고 멸시하면 국가신용이 더욱 파탄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만판 쿠바 미사일 위기 될 것”미국과 대만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필리핀 해역에 머물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 전단을 북상시켜 대만 동부 해안 500km 인근에 배치했다. 로널드레이건은 유도미사일 순양함 USS앤티텀,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히긴스와 함께 기동하고 있다. 대만군도 2일 오전부터 전투준비태세를 격상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하거나 대만해협에서 공격적인 군사활동을 늘리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이는 대만판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주장했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의 군사력이 26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스스로 불에 타죽을 것”이라는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2일 밤 대만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가 대만 공역에 들어서자 중국군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통과해 대만 방향으로 진입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앞서 이날 대만 해역을 포위하며 실탄훈련을 시작한 중국은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 간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까지 근접 비행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을 대만 동쪽 500km 해역까지 접근시켰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대만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3일 오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면담하고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등 반중국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뒤 성명에서 “대만 방문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지지하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은 것은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이날 미국은 필리핀 인근 해역에 있던 로널드레이건함을 대만 동부 500km 인근 해역까지 북상시켰다.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뒤 낸 성명에서 “모든 엄중한 후과는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美 핵항모 500km 근접에, 中 항모도 출항… 대만해협 일촉즉발“미국은 겁먹지(intimidated) 않을 것이다.”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현지 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두고 고강도 대응을 예고한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제 군사행동 태세를 보이자 미국도 맞대응을 경고한 것이다.그럼에도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예정된 2일 대만 인근 해역을 통제하고 실탄 사격 훈련을 개시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등 전함 4척을 대만 동부 해역으로 진입시켰다.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대만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일촉즉발의 최대 화약고가 됐다. 일각에선 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26년 만에 미중 간 군사충돌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中, 대만 포위하듯 동시다발 실탄 훈련백악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앞으로 수일 내, 장기간 동안 (대만 인근에서) 더 많은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여기엔 대만해협 또는 그 주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대규모 침범,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등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대한 첩보를 실시간 공개한 것처럼 백악관이 직접 나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군사대응 시나리오를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공개한 것.실제 중국 전투기들이 1일 대만 ADIZ를 침범한 데 이어 2일 오전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 간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대만해협과 맞닿은 푸젠성의 민간 항공 비행을 통제해 실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위협했다. 항공모함인 ‘랴오닝’과 ‘산둥’도 각각 모항인 칭다오항과 싼야항에서 출항했다.중국군은 이날 남부·동부·북부전구에서 동시에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대만 남서쪽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는 군사훈련을 이유로 4개 해역 선박 진입을 차단했다. 대만 서쪽의 동부전구는 지난달 30일 실탄 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이날 “침범하는 적을 모두 매장시키겠다”는 영상을 올리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베이징 인근 보하이만과 서해 해역을 담당하는 북부전구도 훈련을 시작했다.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샤먼시 등에서 중국 지상군의 대공미사일과 탱크, 다연장 로켓포 등 중화기들이 집결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신뢰를 저버리고 멸시하면 국가신용이 더욱 파탄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만판 쿠바 미사일 위기 될 것”미국과 대만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필리핀 해역에 머물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 전단을 북상시켜 대만 동부 해안 500km 인근에 배치했다. 로널드레이건은 유도미사일 순양함 USS앤티텀,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히긴스와 함께 기동하고 있다. 대만군도 2일 오전부터 전투준비태세를 격상했다.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하거나 대만해협에서 공격적인 군사활동을 늘리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이는 대만판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주장했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의 군사력이 26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도 대만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미중 간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 고위 관리들 또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CNN이 1일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매우 심각한 사태와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군은 절대 좌시하면서 손을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전투기들은 이날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고 미국 역시 항공모함을 대만 인근에 배치해 훈련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성사되면 그를 호위하는 미군과 중국군 간 우발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미 의회 대표단은 1일 싱가포르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도 만났다. 이후 말레이시아를 거쳐 4일 한국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하고 5일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일정이다.펠로시 의장은 1일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조시 로긴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2일 저녁 또는 3일 오전 대만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대만 TVBS방송의 류팅팅 기자 역시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이 2일 밤 타이베이에 도착한다”고 썼다. 앞서 프랑스 공영 국제라디오방송 RFI는 “펠로시 의장이 4일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를 거쳐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면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또한 “펠로시 의장이 기체 결함이나 급유 같은 비상 상황을 핑계로 대만 공항에 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반발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1일 최소 2대의 SU(수호이)-35 전투기가 대만 ADIZ를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비행기가 포착되면 경고, 추격, 요격, 전자전, 강제 착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관할하는 미 해군 7함대는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이 남중국해에서 전투기 훈련 등에 나선 사진을 지난달 31일 공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1월 8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물가 급등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공화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CBS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가 100일 남은 지난달 31일 당일 선거가 실시된다고 가정할 때 하원 435석 중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230석, 205석씩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20석으로 과반인 민주당이 15석을 빼앗겨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넘겨준다는 예측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율은 38%,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나왔다. 2018년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할 때 지지율이 공화당을 4%포인트 앞선 것과 반대다. 공화당 지지자 54%, 민주당 지지자 35%는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물가가 중간선거 최대 이슈라는 뜻이다. 또 공화당 지지자의 76%, 민주당 지지자의 73%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변수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전날 갤럽 여론조사에서 38%로 갤럽 조사 기준 취임 후 가장 낮았다. 다만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론이 커진 데다 연방대법원의 낙태할 권리 폐지 판결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 유권자 50%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여성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50대 이하 여성 67%는 공화당을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낙태권 폐지 판결을 지지한 공화당이 여성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지자 76%, 중도층 45%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를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군사적 행동을 경고하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3차 대만 해협’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실탄 사격 훈련에 이어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 역시 항공모함을 대만 인근에 배치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디오프랑스인터네셔널(RF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 일행이 4일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를 출발해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서 차이 총통 등과 회담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미 의회 대표단은 1일 오전 싱가포르 파야 에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싱가포르는 전날 펠로시 의장이 2일까지 싱가포르에 머물며 리셴룽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말레이시아를 거쳐 4일 한국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갖고 5일엔 일본을 찾는다. 대만 연합보는 “해외 관측통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몇 시간만 머물다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이 기체 결함이나 급유 같은 비상 상황을 핑계로 대만 공항에 내리고자 하는 위험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시 중국군이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관할하는 미 해군 7함대는 지난달 31일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와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빌호가 대만 인근 남중국해에서 전투기 전개 훈련 등에 나선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한데 이어 대만에서 126㎞ 떨어진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에 나서는 등 무력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일부 외신들은 1일 최소 2애의 중국 SU(수호이)-35 전투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중국군이 대만으로 향하는 펠로시 의장 일행의 미군 수송기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나오는 가운데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면 미중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에선 1954년 미국과 대만의 방어조약 체결 움직임에 중국이 포격에 나서면서 불거진 1·2차 대만해협 위기와 1995년 3차 대만해협 위기에 이어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으로 불거진 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중국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대만 상륙 훈련에 나섰으며 미국은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인디펜던스호 등을 대만 해협에 집결시키면서 충돌 위기를 맞기도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도발로 간주해 전략핵무기 등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력을 동원해 맞대응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9월 재가동된다. EDSCG에선 핵추진 항모강습단, 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시기, 규모, 방식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EDSCG는 2018년 1월 2차 회의 이후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멈춰 섰다가 4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가까운 시일 안에 EDSCG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미는 9월 중 워싱턴에서 열기로 하고 세부 일정도 잠정 확정했다고 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회담 직후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을 지켜줄 것인지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EDSCG”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위협을 가할 경우 미국의 응징을 보증하는 ‘안보장치’가 필요한데 EDSCG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을 포함시키는 강수를 두면서 EDSCG 조기 재가동까지 합의한 바 있다. 한미 장관은 EDSCG 개최 후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도 연내 더 강화해 개최하기로 했다. 확장억제수단 TTX는 핵위협, 핵사용 임박, 핵사용 등 단계별로 핵도발 상황을 가정해 한미 간 군사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훈련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 공세에 맞서 억지 태세의 강화 방안과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구조적 경쟁자에 대해서도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한미,‘北 핵도발땐 핵 포함 모든 전력 맞대응’ 협의… 北에 강력 경고 확장억제협의체 9월 워싱턴 개최남북-북미 정상회담 계기 중단돼… 北은 신형 ICBM 도발등 핵위협한미, 북핵 군사공조 고삐 조이기로… 일각 “美전략무기 순환배치 재논의”한미 군수뇌부, 美핵훈련 현장 참관… 연내 ‘확장억제 운용 연습’도 실시 한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9월 개최에 합의한 것은 남북 및 북-미 화해 기류로 다소 느슨해진 북핵 대응 군사 공조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전술핵을 개발하고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내는 등 핵무력 고도화에 몰두하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기도 하다.○ EDSCG 재가동으로 北에 ‘핵 도전 말라’ 경고EDSCG는 북한의 5차 핵실험(2016년 9월)을 계기로 처음 열렸다. 북한의 핵도발 등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재래식 무기 등 모든 군사적 수단(확장억제)으로 적시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외교·국방차관급 협의체가 가동된 것. 북한의 핵위협 고도화에 상응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한국 방어 공약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자는 게 핵심 취지였다. 하지만 2018년 1월 2차 회의 이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중단됐다. 그사이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한미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레드라인(금지선)’에 바짝 근접했다. 일각에선 이젠 북한의 핵무력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무력화할 수준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군 관계자는 31일 “한미 간 EDSCG 재가동 합의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강력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EDSCG 재가동을 통해 핵을 실은 ICBM으로 워싱턴·뉴욕을, 단거리 핵미사일로 서울을 동시에 위협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깰 수 있다고 보는 김정은의 ‘핵도박’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보다 수백, 수천 배의 핵무기 등 막강한 전력으로 한국을 방어하는 미국에 핵으로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 다른 군 관계자는 “향후 EDSCG에선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이 한국에서 적기에 발휘되는 방안 등도 본격적으로 강구될 것”이라고 전했다. ‘3대 핵전력(ICBM, 전략핵잠수함, 전락폭격기)’과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 등이 핵실험, ICBM 도발 등 북한의 위협 고조 시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도록 한미가 머리를 맞댈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선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신형 저위력 핵무기 등을 확장억제 수단에 포함시키거나 1, 2차 EDSCG에서 논의됐던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방안 등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확장억제수단 TTX도 강화해 연내 열기로미국의 확장억제가 엄포가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주지시키는 후속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지휘부가 미 전략무기의 시험·훈련 현장을 참관하거나 3대 핵전력의 관련 기지와 시설을 방문해 운용 실태를 점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히 한미는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을 EDSCG 개최 이후 예전보다 강화해서 연내 열기로 하면서 확장억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확장억제수단 TTX는 북한의 핵위협 단계별 상황에 맞춰서 한미 간 군사적 대응책을 점검하는 토의식 연례훈련이다. 2016년 2월 확장억제수단 TTX 때는 한국군 관계자들이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미니트맨3(ICBM)의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B-52 폭격기의 내부를 견학하기도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EDSCG는 정책적 차원에서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강하고 (확장억제수단) TTX는 군사적 차원에서 대비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장관은 이달 하순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연습을 국가 총력적 개념의 전구(戰區)급 훈련으로 통합 확대 시행하는 한편으로 내년부터 연대급 이상 연합 기동훈련도 재개하기로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 차단을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주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육성법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투자와 공장 증설을 금지한 데 이어 수출 통제 고삐를 죄면서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둔 국내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가 미국 모든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의 반도체 제조장비 중국 수출 제한 기준을 10nm(나노미터)에서 14nm로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1nm(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며 이 선폭이 줄수록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14nm급 공정은 현재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꼽힌다.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가 지난해 14nm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7nm급 초미세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움직임이 보이자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한 것. 반도체 기술 국산화에 사활을 건 중국 정부는 14nm급 이하 공정 설계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강화에 중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체는 “관련 내용과 영향을 파악 중”이라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10nm급 반도체 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서도 “반도체 수출 제한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 중국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미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한국, 대만, 일본 등 ‘칩4’ 동맹에 대한 한국의 참여와 관련해 “한국은 반도체 분야 역할과 관련해 스스로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칩4 동참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하면서도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 우회적으로 참여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미국과 일본이 첫 경제판 2+2(외교·산업) 장관 회의를 열고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AI) 실용화에 필요한 ‘2nm(나노미터)급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일본과 먼저 손을 잡은 것이다. 일본 언론은 미일이 합의한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가 일본에 건립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센터는 2025년 2nm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세계 최초로 3nm급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2025년 2nm급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한국 대만에 밀리던 미일이 손을 잡고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미일 기술 협력이 가속화하면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Chip·반도체)4’에 대한 한국 동참 압박이 커지고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의 ‘위협’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美日 “3년 내 2nm급 반도체 양산”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정책협의위원회(EPCC) 공동성명에서 미일은 “반도체, 배터리 및 중요 광물을 포함한 전략적 부문에서 공급망 탄력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EPCC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이 참여했다. 두 나라가 외교·국방 분야에 이어 외교·산업 분야 2+2 장관급 협의체를 가동한 것이다. 특히 미일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센터 건립에 합의했다. 하기우다 경산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빠르게 행동할 것”이라며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리켄 국립연구소, 도쿄대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모아 국제적 공동 연구의 거점이 될 새로운 연구개발(R&D) 조직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협력을 이끌기로 했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 양국이 2025년까지 2nm급 차세대 반도체를 양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1nm(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 선폭(線幅)을 의미한다.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 전력은 줄고 정보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2nm급 반도체는 컴퓨터 기술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양자컴퓨터와 AI는 물론이고 차세대 미사일과 레이더, 전투기 등에 적용될 핵심 부품이다. 최첨단 반도체 90% 이상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 생산 확대에 사활을 건 미국이 일본과 힘을 합친 것. 아사히신문은 “대만 유사시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며 “대만 의존을 낮추는 것이 중요 과제”라고 분석했다.○ “中 대만 침공 가능성 대비 반도체 동맹”미일 양국은 반도체는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등 중국이 주도하는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일은 공동성명에서 “미일 양국이 뜻을 같이하는 국가 간 협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희토류를 비롯한 중요 광물 (원천이) 다변화되고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불공정한 개발금융에 대한 공동 대응에도 합의했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구상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미일은 경제판 2+2 장관 회의를 정례화하고 내년에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야시 외상은 “미일은 세계 1, 2위 민주주의 경제국가”라며 “이번 회담은 경제안보 분야 국제 공조를 주도하겠다는 양국 결의의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2nm(나노미터) 반도체회로 굵기가 2nm(1nm는 10억분의 1m)인 반도체.양자역학의 원리를 사용해 훨씬 빠른 연산 능력을 지닌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량 등의 핵심 부품에 사용될 수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 그리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한 만델라 전 대통령과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공존에 합의한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낸 페레스 전 총리는 세계사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두 사람과 선뜻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운 아베 전 총리까지 세 전직 정상의 공통점은 미국이 이들의 사망을 추모하기 위해 조기(弔旗)를 걸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콜린 파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같이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 인사가 세상을 떠나면 대통령 포고문으로 조기를 달지만 외국 정상에 대한 조기 게양은 흔치 않다. 공과(功過) 평가가 엇갈리기 쉬운 외국 정치인 사망에 조기를 걸어 애도하기에는 뒤따를 외교적 후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총 8년 8개월 재임해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아베 전 총리는 ‘빛’에 비해 ‘그림자’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일본대사관을 찾은 데 이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일본에 보내 조문하고, 조기까지 게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드거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토론회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일본이 안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길 희망해 왔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인 역내(域內) 전략적 균형을 위해 일본이 더 큰 역할을 맡는 것은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을 통해 중국과 경제, 군사적 세력 균형을 이루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면 일본 재무장화가 필수라고 본다는 얘기다.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보통국가화를 추구한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지 3주가 넘도록 미국이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는 배경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일본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물론이고 중국 일대일로 구상에 대항할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GII)’을 일본과 함께 출범시켰다. 일본은 오커스(AUKUS) 참여국 영국과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에 합의했고 호주와는 태평양에서 작전할 때 자위대 보호 전술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국제 군사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29일 미일 첫 외교·경제 2+2 장관급 회의에서 “아베 전 총리는 10년 전 워싱턴에서 ‘일본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민주주의 수호자인 미국과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전 총리의 보통국가화를 미국이 처음부터 대환영하지는 않았다. 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개 비판하는 등 미국은 주변국과 갈등을 키우는 일본 행보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07년 고안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같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는 이런 미국의 우려를 적극적 지지로 바꾼 중요한 요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체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두고 일촉즉발이고,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동맹같이 우리 운명을 뒤바꿀 이슈를 주도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취임 석 달이 되도록 외교 독트린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쉽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 동맹’ 강화라는 선언적 비전만으로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서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8일(현지 시간)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두고 격하게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해협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하자, 시 주석은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맞섰다. 두 정상은 미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 중국의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쳤다. 특히 시 주석은 한국 등이 포함된 반도체 동맹 등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이것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갈등 고조로 한반도 정세 또한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특히 ‘칩4 동맹’에 날을 세우며 한국의 참여를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2시간 17분 통화 내내 충돌 두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다섯 번째인 이날 통화에서 2시간 17분 내내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에 군사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지적하며 “현상 유지 상태를 일방적으로 변화시키거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약화하려는 그 누구에게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과 마찬가지로 ‘불타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만에 관한 14억 중국 인민의 뜻은 확고하다. 대만 독립 및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양측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도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를 언급하며 전적으로 펠로시 의장 본인의 뜻에 달려 있음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 입법부는 행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별도 기관임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경제 현안에서도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지식재산권 침해 같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공급망 안정, 에너지 및 식량 안보 등에서 미국이 중국과 소통해야 한다며 “중국을 최우선 경쟁자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중국의) 공급망 단절을 시도하는 것은 미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이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을 주창하며 한국 일본 대만 등을 규합해 ‘칩4’ 같은 반중 협의체를 구성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양측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의 상한제 실시 등 대러 제재에 관해서도 입장 차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에도 신경전…대면 여지는 남겨양측은 회담 후에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자행한 집단학살 및 강제노동을 문제 삼고 중국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집단학살과 강제노동이 언급됐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 또한 이날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무산되면 안 된다며 “시 주석의 호전적 발언은 ‘허풍(bluster)’”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펠로시 의장은 29일부터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찾으나 대만행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두 정상은 기후 변화, 보건 분야 등에서는 협력할 뜻을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둘의 대면회담 또한 추진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는 같은 달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8일(현지 시간)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두고 격하게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해협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하자 시 주석은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맞섰다. 두 정상은 미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 중국의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쳤다. 특히 시 주석은 한국 등이 포함된 반도체 동맹 등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이것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갈등 고조로 한반도 정세 또한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특히 ‘칩4 동맹’에 날을 세우며 한국의 참여를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2시간 17분 통화 내내 충돌 두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다섯 번째인 이날 통화에서 2시간 17분 내내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에 군사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지적하며 “현상 유지 상태를 일방적으로 변화시키거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약화하려는 그 누구에게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과 마찬가지로 ‘불타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만에 관한 14억 중국 인민의 뜻은 확고하다. 대만 독립 및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양측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도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를 언급하며 전적으로 펠로시 의장 본인의 뜻에 달려 있음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 입법부는 행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별도 기관임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경제 현안에서도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지식재산권 침해 같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공급망 안정, 에너지 및 식량 안보 등에서 미국이 중국과 소통해야 한다며 “중국을 최우선 경쟁자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중국의) 공급망 단절을 시도하는 것은 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이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을 주창하며 한국 일본 대만 등을 규합해 ‘칩4’ 같은 반중 협의체를 구성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양측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의 상한제 실시 등 대러 제재에 관해서도 입장 차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에도 신경전…대면 여지는 남겨 양측은 회담 후에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자행한 집단학살 및 강제노동을 문제 삼고 중국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집단학살과 강제노동이 언급됐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 또한 이날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무산되면 안 된다며 “시 주석의 호전적 발언은 결국 ‘허풍(bluster)’”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펠로시 의장은 29일부터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찾으나 대만행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두 정상은 기후 변화, 보건 분야 등에서는 협력할 뜻을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둘의 대면 회담 또한 추진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는 같은 달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다.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지 6일 만이다. 대통령 주치의 케빈 오코너 박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어제 저녁과 오늘 두 차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음성을 나타내는 코로나19 검사 키트 사진을 올리고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로 돌아간다”고 적었다. 이후 자가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그는 “다행스럽게도 증상은 가벼웠고 회복도 빨랐다”며 “격리 기간 내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10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전임자는 코로나19 감염 당시 헬기를 타고 월터 리드 국립 군병원으로 가야 했고 심하게 아팠다”며 “하지만 나는 백악관에서 5일간 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이는 백신”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권장한 것이지만 2024년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3일간 입원한 것을 짚으며 자신의 건강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