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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작지만 강한 회사들이었다. 2000년대 중반 회사채 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본드) 단계로 떨어지며 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살린 건 스파크 등 GM대우(현 한국GM) 소형차 라인업이었다. 르노삼성 SM 시리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인 품질 경쟁 신호탄을 쐈다. 쌍용 체어맨은 ‘회장님이 타는 차’로 불리며 부의 상징으로 꼽혔다. 영광의 뒤안길은 초라하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들 3사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지 오래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국산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동안 이들의 내수 점유율은 각각 5% 안팎까지 떨어졌다. 고급 수입차 메이커가 치고 올라오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과거 쏘나타와 SM5, 말리부 중 하나를 선택하던 소비자들은 이제 수입차와 제네시스를 놓고 고민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외국계가 대주주다. 한국에서는 중요한 산업 기반이지만 대주주에게는 ‘경쟁력이 떨어지면 없앨 수도 있는’ 변방의 공장이다. 애플카 개발·생산을 놓고 현대자동차그룹에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계열사 주가가 들썩이는 동안 이들에게는 감산 연장(한국GM), 구조조정(르노삼성), 기업회생 절차 갈림길(쌍용차) 등 우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당장 어느 공장 한 곳이 폐쇄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쌍용차는 이대로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사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임원 40%가 퇴직한 르노삼성은 모회사에서 “경쟁력 향상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한국GM은 그나마 수출 숨통이 트였다지만 허약한 체질이 개선됐다고 보긴 힘들다. 친환경, 자율주행 등 자동차 업계에 부는 혁신의 물결은 이들에게 넘기 어려운 쓰나미급 위기에 가깝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각각 300억 원대 과징금을 낼 위기에 처했다. 내연 기관차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이들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부진은 당장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오늘의 고통이다. 이미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 상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쌍용차는 협력사 납품 거부로 차량 생산 중단이 현실화됐다. 외국의 현실은 더 가혹하다. 미국 포드사는 브라질에 진출한 지 102년 만인 올해 모든 브라질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는 올 연말 닛산 공장이 문을 닫는다. “뭐든 할 테니 제발 폐쇄만은 말아 달라”는 스페인 정부 요청에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지만 미래를 장담하긴 힘들다. 당장 ‘스몰 3사’가 글로벌 빅 메이커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과거처럼 국책은행이 수천억 원씩 지원해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졌다간 한국 경제 전체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올 1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98만 명 감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를 겪고 있다. ‘경쟁력 없는 일자리, 사라져도 그만’이라며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미국산 부품이 최소 절반 이상 들어가야 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탄소 배출량 제로(0)’인 차량이어야 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 정부기관 관용차 공급이 미미한 수준이고 관용차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 등 의미는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 아메리칸’은 연방정부가 공공 업무를 위해 구매하는 물품은 모두 미국산이어야 하는 원칙을 말한다. 미국 근로자와 일자리 보호를 위해 미국 제품 우선 구매 방침을 발표하면서 연방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전기차를 사용하겠다는 뜻을 함께 밝힌 것이다. 다만 언제까지, 어떤 종류의 연방정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지를 포함해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2019년 기준 연방정부 소유 차량은 우체국 배달 및 군용차량 등을 합쳐 44만 대가 넘는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는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닛산자동차 정도가 국내 생산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산 부품 사용을 위한 기준과 규제를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GM은 성명을 내고 “미 제조업을 지원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 우리는 고무돼 있다”며 환영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 4위인 현대차·기아는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미 전기차 시장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 시장을 겨냥해 현지 생산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 아메리칸’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인 20일 스위스제 롤렉스 시계를 착용한 것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적어도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들의 전통 하나를 깼다. 이 시계는 ‘모든 이들’의 시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 시계 가격이 소매점 기준 7000달러(약 773만 원)를 넘는다고 전하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산 중저가 브랜드인 타이맥스의 플라스틱 시계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500달러 미만의 미국산 시계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면서도 스위스제 롤렉스를 선호한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상훈 기자}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아진 회사는 어디일까. 애플카 개발에 나서는 애플? 명품 차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 러브콜 받는 걸로 치면 대만 반도체 업체 TSMC가 1순위다. 적당히 잘 봐달라는 수준의 구애가 아니다. 새해 초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장관)에게 “독일 자동차 산업을 위해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늘려 달라고 해 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대만 정부는 “세계 각국이 외교 루트로 증산 요청을 하고 있다. TSMC 등에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고 알렸다. 미국 새 행정부가 중국에 대만 압박을 중단하라고 경고한 게 대만 반도체 산업 보호 목적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중국 SMIC가 미국 제재를 받으면서 몸값은 더 높아졌다. 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에 집중하는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가 주력 사업이 아니어서 시장점유율이 낮다. 유례를 찾기 힘든 반도체 품귀의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다. 집콕,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PC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수요가 폭발했다. 반도체 수요는 늘어났지만 공급에는 한계가 따랐다. 불똥은 자동차산업에 튀었다. 자동차가 첨단화되면서 센서,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필수 소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전통적으로 반도체보다 엔진, 미션 같은 ‘기름 묻는’ 부품을 중시해 왔다. 그 결과가 작금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다. 미국 포드사는 2월 19일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고 독일 폭스바겐은 올 1분기 생산량을 계획보다 10만 대 줄인다. 일본 도요타 혼다 등도 감산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1, 2개월 치를 확보했다지만 그 이후는 100% 장담이 어렵다. ‘올해 자동차 업계 순위는 TSMC가 정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얽히고설킨 글로벌 공급 사슬의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를 호령하는 선진국 자동차 메이커도 언제든 ‘슈퍼 을’이 된다. 3만 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전부 스스로 만들자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공급 확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겪은 한국에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수백억 원 규모의 소재 수입 차질로 주력 산업이 마비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겪었다. 정부가 대대적인 소재·부품·장비 육성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이 분야 일본 수입 비중은 1년 전보다 오히려 0.2%포인트 높아졌다. 외교 갈등 때문이 아니더라도 차량용 반도체 같은 부품 소재의 수급 불안정은 언제 어디서라도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 수급 불안정이라는 이유가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이런 시기에 주력 산업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산업계가 방기해선 안 될 임무다.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한국의 약점은 어디 있는지, 안정적 생산망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는 무엇을 할지 점검할 때다. 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