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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경제금융·산업·스포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고양이에게까지 튀고 있다. 국제고양이연맹(FIFE)은 1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 고양이 수입 금지 △러시아 회사 소속 고양이의 FIFE쇼 참가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러시아산 고양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품종으로 꼽힌다. ‘러시안 블루’ 종은 1000~2000달러, 희귀종인 피터볼드 종은 3000달러까지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FE는 “러시아 정권의 잔혹한 행위를 묵도한 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FIFE는 이번 금지 조치 기한을 5월로 정한 뒤 이후 조치는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방침이다. 러시아의 침공 일주일 만에 우크라이나에서는 집을 잃은 난민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FIFE는 우크라이나 난민 및 고양이 브리더들을 위한 성금도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FIFE의 이번 금지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양이 제재’냐는 조롱도 나오고 있다. FIFE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사용자는 “러시아 브리더들이 자신들이 초래하지도 않은 전쟁 때문에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특히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크게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보에는 “고양이, 개, 닭, 돼지, 거위까지 다 국적이 있나? 바퀴벌레도 국가에 충성해야 하냐? 이게 서구의 사상이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단결을 보여준다고 고양이에게까지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등의 비판이 달렸다. 대다수 중국 누리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 왔다. 다만 연대의 의미에서 정도가 크든 작든 이들의 행동 역시 박수 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지금 대부분의 러시아 선수들은 사실상 모든 경기 출전을 금지당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공연회사라고 해서 왜 금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임보미기자 bom@donga.com 임보미기자 bom@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우크라이나 대도시 하르키우의 한 호텔. 워싱턴포스트(WP) 촬영기자 휘트니 리밍은 러시아군의 폭격과 함께 도심에 공습경보가 울려 퍼지자 현장 취재를 위해 막 객실을 나섰다. 그때 어디선가 침울하지만 절제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리밍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으려 복도 끝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텅 빈 호텔 로비에 있는 흰색 피아노 앞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리밍은 곧바로 카메라를 꺼내 소년의 연주 모습을 담았다. 그가 연주한 곡은 ‘학교 가는 길(Walk to School)’. 2020년 아마존 프라임 공상과학 드라마 ‘루프이야기’에 삽입된 OST였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극도의 혼란이 벌어지던 상황에서 묵묵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리밍이 WP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소년의 영상은 1일까지 조회 수 900만 회를 넘기며 널리 확산됐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를 떠올렸다. 게시물에는 ‘침몰하는 배에서 악단이 연주를 계속하는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같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등 2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소식은 ‘학교 가는 길’ 원곡 작곡자들에게도 전해졌다. 이 곡은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인 작곡가 필립 글래스(85)와 폴 레너드모건(48)의 공동 작품이다. 글래스는 1일 성명을 통해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이 음악이 정치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우리가 절대 마주하기 원치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동 작곡가인 레너드모건 역시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며 “누군가 삶의 가장 끔찍한 순간에 우리 음악으로 위안을 얻었다는 데에 말 못 할 감동을 받았다. 소년이 노래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피아노를 연주한 소년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리밍은 “취재 때문에 (촬영) 몇 분 뒤 호텔을 떠났는데 이후 소년과 그의 가족을 다시 보지 못했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우크라이나 대도시 하르키우의 한 호텔. 워싱턴포스트(WP) 촬영기자 위트니 리밍은 러시아군의 폭격과 함께 도심에 공습경보가 울려 퍼지자 현장 취재를 위해 막 객실을 나섰다. 그 때 어디선가 침울하지만 절제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리밍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찾으려 복도 끝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텅 빈 호텔 로비에 있는 흰색 피아노 앞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리밍은 곧바로 카메라를 꺼내 소년의 연주 모습을 담았다. 그가 연주한 곡은 ‘학교 가는 길(Walk to School)’. 2020년 아마존 프라임 공상과학 드라마 ‘루프이야기’에 삽입된 OST였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극도의 혼란이 벌어지던 상황에서 묵묵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리밍이 WP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소년의 영상은 1일까지 조회수 900만회를 넘기며 널리 확산됐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를 떠올렸다. 게시물에는 ‘침몰하는 배에서 악단이 연주를 계속하는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같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등 2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소식은 소년이 연주했던 ‘학교 가는 길’ 원곡 작곡자들에게도 전해졌다. 이 곡은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인 작곡가 필립 글래스(85)와 폴 레오나르드 모건(48)의 공동작품이다. 글래스는 1일 성명을 통해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이 음악이 정치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미 그렇게 됐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우리가 절대 마주하기 원치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동작곡가인 모건 역시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며 “누군가 삶의 가장 끔찍한 순간에 우리 음악으로 위안을 얻었다는 데에 말 못할 감동을 받았다. 소년이 노래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피아노를 연주한 소년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리밍은 “취재 때문에 (촬영) 몇 분 뒤 호텔을 떠났는데 이후 소년과 그의 가족을 다시 보지 못했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러시아 언론에 ‘전쟁’ ‘점령’ ‘침공’ 등의 표현을 못 쓰게 했다. 하지만 1993년 설립된 반정부 성향의 독립 신문 ‘노바야 가제타’는 굴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시시각각 알리고 있다. 이 신문은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1면에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병기한 성명을 내 침공을 규탄하면서 “러시아인의 반전 운동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필리핀 독립 언론 ‘래플러’의 창립자인 마리아 레사(59)와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61)이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최근 미 주간지 뉴요커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이 국제 청원사이트(Change.org)를 통해 반전 서명에 참여했다. 러시아인의 고질병인 ‘무관심’이 사라졌다”고 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체첸 전쟁의 참상을 폭로한 안나 폴릿콥스카야 기자가 2006년 총격으로 피살되는 등 창간 이후 소속 기자 6명이 의문사를 당했지만 꿋꿋하게 신문을 발행해 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우리는 계속 ‘전쟁’을 ‘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블라미디르 푸틴 정권은 러시아 언론에 ‘전쟁’ ‘점령’ ‘침공’ 등의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1993년 설립된 반정부 성향의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는 굴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시시각각 알리고 있다. 이 신문은 침공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1면에도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병기한 성명을 내 침공을 규탄했다. “우리는 이번 호를 우크라이나-러시아어 두 언어로 발행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보지 않고 우크라이나어 역시 적의 언어로 여기지 않는다. 러시아인의 반전 운동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필리핀 독립 언론 ‘래플러’의 창립자인 마리아 레사(59)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브(61) 편집장이다. 그는 최근 미 주간지 뉴요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꾸준히 보도하는 이유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을 배신하지 않겠다”며 절대 푸틴 정권의 기관지로 전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라토브 편집장은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활발하다며 “이미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이 국제 청원사이트(Change.org)를 통해 반전 서명에 참여했다. 러시아에 만연한 고질병 ‘무관심’이 사라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체첸 전쟁의 참상을 폭로한 안나 폴리코프스카야 기자가 2006년 총격으로 살해당하는 등 창간 후 6명의 소속 기자가 의문사를 당했음에도 꿋꿋하게 신문을 발행해왔다. 무라토프 편집장 역시 노벨상 수상 당시 언론 자유를 수호하다 죽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임보미기자 bom@donga.com}

우크라이나 여성인 교사 율리야 씨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의 한 승합차 안에서 동료 여성 자원군들과 함께 전투 투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소총을 부여잡고, 다른 손으로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차량 안에서 마주 앉아 있던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율리야 씨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저는 그저 우리나라에 살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율리야 씨) “총을 쏠 줄 아세요?”(NYT 기자) “아직 잘 모릅니다. 이틀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끔찍해요.”(율리야 씨) 율리야 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에서 총을 내려놓지 않았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은 성별, 배경, 전투 능력에 관계없이 싸울 의지가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원군으로 받고 있다. 율리야 씨처럼 총을 전혀 잡아본 적이 없는 여성들도 삶의 터전을 내 손으로 지키겠다며 전장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지난 이틀 동안에만 자원군을 포함해 총 10만 명이 예비군으로 추가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자원군에 입대해 소총을 받으러 온 여성 사업가 올레나 소콜란 씨는 “폭발음을 듣게 된 순간 (군에 자원할)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난 성인이고, 건강하다. 이건 내 의무”라고 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5년 차 부사관인 나디야 바비시 씨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졸로테 지역 검문소에서 보초를 맡고 있다. 불과 400m 앞에서 러시아군과 교전이 한창인 최전선이다. 총을 쥔 바비시 씨의 오른손에는 결혼반지와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다. 그는 “여자들이 입대하는 이유도 남자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싶다”며 “우리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에서 저격수로 활약하는 올레나 빌로제르스카 씨는 참전용사인 남편에게 총 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내가 전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남성 군인들은 다들 내가 의사인 줄로 착각했다”고 했다. 빌로제르스카 씨는 러시아군의 주요 타깃이 될 만큼 위협적인 사격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에서 여군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여성들의 군 입대가 꾸준히 늘어 현재 여군은 정부군 병력의 10%를 차지한다. 여성과 노인, 직장인, 자영업자 등 평범한 시민들이 자원군으로 참여해 결사항전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수도를 점령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이 틀어졌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발 항공편의 입국을 금지해 ‘하늘길’까지 차단했다. 미국과 노르웨이 등이 러시아 자산 매각 및 금융 제재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 루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증시도 휴장했다. 국영은행 스베르반크유럽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러시아 경제의 고전이 상당하다.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영TV를 해킹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일부 러시아 부호까지 ‘전쟁 반대’를 외치는 등 안팎에서 반(反)푸틴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루블 폭락에 증시 휴장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EU 입국을 금한다고 밝혔다. 하루 뒤 러시아 또한 유럽, 캐나다 등 서방 36개국 항공사의 러시아 입국을 금했다.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또한 유럽행 항공편을 중단해 사실상 EU와 러시아의 하늘길이 막혔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반크 계열사인 스베르반크유럽이 조만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한 스베르반크 주요 계열사가 부채를 갚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또한 스베르반크, 가스프롬 등 러시아 주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국부펀드가 러시아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다.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 등 서방이 국제 금융결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런 악재가 겹치자 루블은 최저로 하락했다. 28일 역외시장의 미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전일 종가 대비 30% 낮은 109루블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장중 한때 40%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곳곳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달러를 뽑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루블이 더 떨어질 것이란 생각에 서둘러 달러를 바꿔 놓으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루블이 급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0%로 대폭 인상했다. 증권거래소 또한 루블 급락 등의 여파로 28일 주식 및 파생상품 시장을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나니머스, 국영TV에 우크라 참상 방송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사이버전쟁을 선언한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지난달 27일 트위터에 “러시아 국영TV 채널을 해킹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렸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국영TV의 어떤 채널을 돌려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처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건물 등 우크라이나의 피해 모습만 계속 나온다. 이들은 하루 뒤에도 국영 타스통신, 포브스러시아 등 주요 언론 웹사이트를 해킹한 후 ‘푸틴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문구를 올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태생이자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뱅크의 설립자인 세계 128위 부호 미하일 프리드만은 최근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쟁은 수백 년 동안 형제처럼 지낸 두 나라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지금의 충돌은 모두에게 비극”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의 회장이자 푸틴 대통령의 후원자인 올레크 데리파스카 또한 “빨리 평화회담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불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각국의 반러 시위도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최소 10만 명이 모여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고 전쟁 반대를 외쳤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군에 화력이 절대 열세라는 평가 속에서도 키예프 외곽까지 진격한 러시아군을 나흘 째 막아내며 러시아군에 수도를 비롯해 주요도시를 내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군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기대 이상의 기여를 하면서 단기간에 수도를 점거하려던 러시아군의 계획을 틀어놨다고 평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은 배경, 능력, 성별에 관계없이 싸울 의지가 있는 모든 이들을 자원군으로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27일(현지시간) “지난 이틀간 자원군을 포함해 총 10만 명이 예비군으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총을 전혀 잡아본 적이 없는 여성들도 수도를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로 전장에 나서고 있다. ○총 잡은 지 이틀 만에 전장에 선 여성들…“우리나라에 살고 싶을 뿐”교사 줄리아는 26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동료 여성 자원군과 전투 파견을 대기하며 한 손으로는 소총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로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대기차량에 마주앉아 있던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괜찮으냐’ 묻자 “난 그저 우리나라에 살고 싶을 뿐이다. 그게 다다”라고 했다. ‘총을 쓸 줄 아느냐’는 질문에 줄리아는 “아직 잘 모른다. 이틀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도무지 선택지가 없어 총을 든 줄리아는 인터뷰 내내 비통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여성 사업가인 올레나 소콜란 씨 역시 “폭발음을 들은 순간 (자원) 준비가 끝났다고 결심했다”며 “난 성인이고, 건강하다. 이건 내 의무”라고 말했다.○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여성 군병력 10%까지 증가두 아이의 엄마인 나디아 바비쉬 준부사관은 우크라이나 동부 졸로테 지역 검문소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총을 쥐고 있는 그녀의 오른 손에는 결혼반지와 약혼반지 두 개가 끼워져 있다. 러시아군과 교전이 한창인 최전선은 이 곳에서 400m도 떨어져있지 않다. 바비쉬는 “여자들이 입대하는 이유도 남자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싶다”며 “우리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말한다.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을 때만해도 우크라이나의 여성 군인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정부군에 합류한 여성은 전체 군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바비쉬 역시 2017년 군에 입대해 그 사이 둘째도 낳았다.올레나 빌로제르스카는 참전용사 출신인 남편에게 총쏘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 전장에 나타나자 남성 군인들이 다들 자신을 의사인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빌로제르스카는 러시아군이 주요 타깃이 될 만큼 전장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20~50대까지 자원병 모집에 긴 줄, “총 못 들면 헌혈이라도”물론 남성들이라고 모두 전투에 투입될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자원병을 모집하는 대기줄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전투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 애널리스트인 이고르 씨(37)는 NYT에 “나는 군 경험도 없고 경찰도 아니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싸울지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트클럽 매니저로 일하던 데니스 메타쉬 씨(33) 역시 “여자, 소녀 할 것 없이 지금은 모두가 나라를 지킬 때다. 지금 상황을 보라”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던 나이트클럽 역시 폭격을 입었다. 이 나이트클럽에서 남성 스트립 댄서로 일하던 그리고리 맴쳐 씨(40)도 “우린 어떻게 해서든 우리나라를 지킬 것이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호르 자볼라키예브대학교 역사학 교수(58)는 “가족 모두가 걱정한다. 하지만 아내도 딸도 (자원병에) 가지 말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가 여기(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프로그래머인 올렉산드르 호르부노프 씨(24)는 부모님의 반대로 군에 지원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해야겠다 싶어 헌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을 믿는다. 우릴 지켜줄 것이라 결심한 이들이다. 모두가 그렇다. 모두가 키예프가 이틀이면 함락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흘이 지났고 여기에서 아직 러시아기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심리학자 이리나 코지엔코 씨(42) 역시 “헌혈이라도 하고싶어서 왔다”며 “두렵기도 하지만 화가 난다. 오늘 날이 이렇게 화창하고 봄 같은 날씨에 내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각종 시민단체, 자원봉사단체들이 손들고 나섰다. 이들은 공병을 모아 화염병을 만들고 모래주머니를 쌓아 벙커를 만들고 있다. 한 남성은 돕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비켜라. 다칠 수 있어. 이건 어른들 일이야”라고 말했다. 해외에 살고있는 우크라니아인들도 고국을 돕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나섰다. 재영 우크라이나인 모음인 런던의 우크라이나 소셜 클럽은 구급상자부터 부츠까지 시민군에게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모두 모아 보내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부탁입니다. 저 대신 제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주시면 안 될까요?” 피란을 가던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야 아블레예바 씨(58)는 헝가리와 맞닿아 있는 우크라이나 남서쪽 접경 지역에서 낯선 남성으로부터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같은 고향 출신인 이 38세 남성은 18∼60세 남성에 대해 출국 금지를 명령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징집 조치에 따라 국경경비대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 어린 두 남매라도 헝가리로 피신시키려 했다. 2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아블레예바에게 아이들의 여권을 쥐여 주며 “아이들 엄마가 이탈리아에서 급히 헝가리로 오고 있는 중”이라며 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그는 아이들에게 두꺼운 점퍼를 입히고 모자를 씌워준 뒤 작별 인사를 했다. 아블레예바도 장성한 두 남매를 둔 어머니였다. 하지만 홀로 피란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경찰, 딸은 간호사로 둘 다 국가 동원 대상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10세 안팎인 어린아이들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아블레예바는 어린 남매의 손을 잡고 헝가리 국경검문소를 통과했다. 그러곤 국경 초소에 마련된 임시 난민 텐트 옆 벤치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남매의 어머니를 기다렸다. 얼마 뒤 아블레예바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오빠인 남자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헝가리 국경에 거의 다 왔다는 남매 어머니의 전화였다. 아이들 어머니인 안나 세뮤크 씨(33)는 난민 텐트 인근에 도착하자마자 겉옷도 걸치지 못한 채로 차에서 내렸다. 세뮤크는 눈물을 쏟으며 달려가 아들을 끌어안았다. 어린 딸은 지쳐서 분홍색 담요에 싸인 채 잠들어 있었다. 아블레예바는 울먹이는 얼굴로 이 상봉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뮤크는 아블레예바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하며 끌어안았다. 두 어머니는 몇 분 동안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소리 내 울었다. 세뮤크는 “지금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다 잘될 거야’ ‘1, 2주 안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라는 말뿐”이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신(新)러시아연방(노보로시야)을 위한 ‘플랜Z’가 시작됐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기 직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측이 밝힌 말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은 DPR와 LPR가 러시아와의 연방을 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의미다. 당시 돈바스 지역에는 부대 휘장 없이 하얀색 페인트로 ‘Z’를 표시한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차량이 대거 발견됐다.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서구 언론은 러시아군이 아군을 구별하는 표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Z가 있으면 러시아군, 없으면 적군이라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옛 소련이 속한 연합군이 아군을 겨냥한 발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앞서 21일에도 DPR와 LPR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 것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즉각 이곳에 군대를 파견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계 주민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여 군대를 보냈을 뿐이므로 이번 사태는 ‘타국 침공’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또한 ‘평화유지군’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과 끝에 모두 돈바스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돈바스는 왜 이렇게 러시아와 밀착하려 할까.○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러시아화 진행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일컫는다. 일대를 관통하는 도네츠강의 분지 지형 명칭에서 유래했다. 이 분지에서 석탄, 철강 등 풍부한 원자재가 생산된다. 인구는 620만 명, 면적은 5만3200km²로 각각 우크라이나 전체의 약 14.3%, 8.0%에 불과하다. 특히 DPR와 LPR는 돈바스 내에서도 3분의 1 정도만 점유하고 있다. 즉 면적만으로 보면 한국의 6배에 달하는 60만 km²가 넘는 넓은 영토를 보유한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의 비중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이곳이 유럽의 화약고가 된 이유는 우크라이나 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러시아어 화자 및 러시아계 주민 비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체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은 17.3%다. 마지막 공식 자료인 2001년 우크라이나 인구조사에 따르면 돈바스 주민의 약 38.6%가 러시아계로 우크라이나 전체 비율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전체 주민의 약 70%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즉 러시아계가 아닌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조차 제1언어로는 러시아어를 쓸 정도로 러시아화가 진행됐다. 돈바스에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이유는 이곳이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석탄 생산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인의 1차 이주가 이뤄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옛 소련 또한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이주시켰다. 한때 돈바스는 소련 내 철강용 석탄의 절반을 생산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독립 직후에도 돈바스 광산업은 한때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의 25%를 담당했다. 그러나 2014년 내전 발발 후 공장이 폐쇄되고 사람들 또한 떠나면서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졌다. 소련은 우크라이나어와 역사 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민족 말살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돈바스에서는 우크라이나어 화자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현상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3년 키예프국제학연구소(KII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화자가 드물고 동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화자가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서부는 러시아어 화자가 5.0%에 불과하고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중부에서도 25.6%에 그친다. 돈바스가 포함된 동부에서는 92.7%가 러시아어를 쓴다.○ 야누코비치 축출 후 러시아계 주민 불만 고조돈바스의 친러 세력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직전인 1990년에도 독립을 반대하는 ‘인터프런트 운동’을 벌였다. 1994, 2004년에도 자치권을 요구하며 결집했지만 당시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걸핏하면 중앙정부와 대립하던 이들이 결정적으로 러시아에 쏠린 계기로 역시 돈바스 태생이며 집권 내내 친러 정책을 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72)의 축출이 꼽힌다. 도네츠크주 예나키예베에서 태어난 야누코비치는 소련 붕괴 후 도네츠크 주지사를 지냈고 2010년 집권했다. 고질적 경제난으로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의 외환 위기가 가중됐을 때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200억 달러의 경제 지원을 받는 대신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협정 서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만난 야누코비치가 돌연 ‘EU와의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분노한 국민은 키예프의 마이단 네잘레주노스티(독립 광장이라는 뜻)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장소 이름을 따 ‘유로마이단’으로 불린 이 시위로 2014년 2월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졌다. 야누코비치 또한 러시아로 도피했고 의회는 러시아어의 제2공용어 지위를 박탈했다. 분노한 러시아는 한 달 후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60%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이번 사태에서 DPR, LPR가 취한 행동과 마찬가지로 당시 크림반도의 친러 세력 또한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2014년 3월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97%가 찬성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아직까지도 “크림반도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며 주민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 후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덩달아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2014년 4월 DPR와 LPR를 세웠고 주민투표 또한 실시했다. 두 곳 모두에서 약 90%가 “독립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후 러시아는 반군에게 대규모 병력과 무기 등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중앙정부와의 전쟁을 부추겼다. 2014년 7월 친러 반군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민항기를 적의 군용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당시 서방 정보당국은 격추에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이 쓰였으며 반군 지도자가 러시아군 고위 간부와 격추 사실을 논의하는 통화 내역까지 입수했지만 반군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반군, 러시아, 독일은 2014년 9월 이웃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차 휴전 협정을 맺었다. 교전이 끊이지 않아 2015년 3월 2차 민스크 협정이 체결됐다. 이후에도 양측은 내내 대립했다. 이번 침공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고 2000건의 휴전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 러, 돈바스 주민에게 여권 발급·공무원 급여 지급DPR와 LPR는 설립 후 사실상 러시아 지방정부처럼 행동했고 러시아 또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우냐를 포기하고 러시아 루블을 공식 통화로 채택했고 학교에서도 러시아어와 러시아 교과 과정만 가르친다. 지난해 DPR는 아예 6월 12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소련으로부터 새롭게 설립된 날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국경일이다. 2016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DPR 공무원의 급여 및 연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부가 2014년 이후 이 지역 공무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러시아가 연 10억 달러(1조2000억 원)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획득을 촉진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후 80만 명이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타국 국민에게 여권을 발급하는 것이 노골적인 주권 침해 행위임을 알면서도 감행한 것이다. 이 같은 ‘여권 정책(passportization)’은 우크라이나인의 대규모 러시아 귀화를 통해 합병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치인 또한 종종 돈바스를 찾아 ‘러시아와 돈바스는 하나’라는 식으로 연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박하면 “러시아 국적자가 많으니 이곳에서 유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 또한 러시아와 돈바스 상품 수출입 규제 철폐를 명령했다. 2017년부터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돈바스와의 교역을 중단하며 경제 봉쇄를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된다. DPR와 LPR는 즉각 “러시아와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환영했다.○ 크림반도 때처럼 주민투표 후 병합 수순?전문가들은 러시아가 DPR와 LPR를 독립 국가로 승인한 것을 두고 노골적인 합병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지원은 하되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제 독립 국가로 승인한 만큼 노골적인 지원 및 합병 여론 조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크림반도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돈바스 또한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 때도 겉으로는 ‘주민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강제 병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듯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란 의미다. 침공 하루 만에 수도까지 함락 위기에 놓일 정도로 허약한 우크라이나의 실정을 감안할 때 돈바스를 내주지 않으면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투표 결과 또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 따르면 돈바스 내 친러 반군 점령지의 주민 80%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 복귀’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침공 전에는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지만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가 완전히 돈바스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민스크 협정 이후처럼 정부군과 반군이 공존하던 시기는 끝났고 두 번 다시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에 편입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돈바스의 약 3분의 2는 친러 세력이 점령하고 있는 곳이 아니며 280만 명의 주민 또한 러시아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표적 지역이 도네츠크 2대 도시이자 남부의 군사 요충지인 마리우폴이다. 이들 또한 원하지도 않는 러시아 국민이 되는 길을 반길 리 없어 러시아로의 합병이 진행되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WP 조사에서 친러 반군 점령지 이외 지역에 있는 돈바스 주민의 70%는 우크라이나 복귀를 희망했다. DPR와 LPR가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식 공포 통치를 펼쳤다는 점도 비러시아계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그것(SWIFT 결제망 퇴출)은 언제나 선택지에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유럽 일부 국가가 (시행을) 원하는 입장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공개한 ‘러시아 2차 제재안’ 중 러시아를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이 빠진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제재에는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도 없었다. 폭주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압할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공개적으로 “독일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의 반대로 SWIFT 결제망 퇴출 방안이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공동 전선에서 적전 분열이 발생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제재안에는 러시아 금융시장 및 주요 산업에 타격을 입힐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스베르방크, VTB 등 러시아 대형 은행을 미 금융 체계에서 차단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항공 등 첨단기술 분야에 속한 미 기업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해 러시아가 강점을 지닌 항공우주, 조선업 등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도록 했다. 다만 EU는 25일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유럽 내 자산을 동결했다. 외교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행금지 제재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WIFT 퇴출 제재 ‘양면성’에 적전 분열SWIFT는 북한 이란 등을 제외한 세계 200여 개국의 금융사 약 1만1000곳이 가입한 국제 금융 전산망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 결제와 주문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퇴출되면 기업은 수출 대금을 못 받고 해당 국가는 국제 금융 체계에서 사실상 단절된다.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또한 “러시아의 SWIFT 결제망 퇴출 제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의 퇴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자”며 반대했다. EU 일부 국가 또한 독일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러시아를 국제 금융 체계에서 배제하면 러시아 기업의 수출에만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방 또한 러시아의 원유를 비롯한 자원을 수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빌려준 돈이 많은 서방 주요국 금융기관 또한 빚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 ‘에너지 금수, 자칫 푸틴 도울 수도’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금수(禁輸) 조치도 빠졌다. 경제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큰 러시아를 생각하면 이 조치는 러시아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EU의 높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40%는 러시아산이다.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 제재가 자칫 러시아를 돕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 또한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안할 때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가격을 올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으면 유럽 에너지 가격이 3배로 오를 것”이라고 비아냥댄 것도 이를 인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하루 만인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며 함락을 시도했다. 러시아군 탱크부대는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고 미사일 공격 또한 이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부터 속전속결로 점령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국가지도부를 제거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인은 무기를 내려놓아라. 지도부가 국민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현 정부는 약물에 중독된 신나치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공수부대를 투입해 키예프 외곽 호스토멜 비행장을 장악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200대 이상의 헬기가 투입됐고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200명 이상이 사살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는 이날 오전 키예프 시내 북부 지역인 오볼론스키에서 소총이 발사되는 소리와 폭발음이 들렸다며 교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CNN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키예프에 대한 크루즈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이 계속됐으며 러시아군이 민간과 군 모두를 목표물로 겨냥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저항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으면 언제든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항복을 요구했다. 미국 등 서방은 이날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와 반도체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 등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등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제재의 핵심으로 꼽히는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조치는 독일 등 유럽연합(EU) 일부 국가가 반대하면서 빠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제재에 보복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에 미군 7000명 증파를 지시하며 “푸틴이 나토 국가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를 침공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옛 소련 국가로 러시아 압제에 신음한 역사를 지닌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역사 문화 정신을 공유한 불가분 관계”라며 침공을 정당화한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자국에도 들이밀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발트 3국은 1991년 소련 붕괴 때 독립해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로부터 중장거리미사일을 제공받아 독일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의 진격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고 중·동유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트비아도 거짓 정보와 선전을 퍼뜨린다며 러시아 방송국 승인을 일시 중지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정상 긴급회의에서 “우리는 토론이나 하는 사치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리투아니아 외교장관도 19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러시아와) 유럽의 전쟁이다. 여기서 저지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더 치고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며칠 내로 S-400 신형 중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서 도입해 서방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국가연합을 이룬 벨라루스는 나토군이 주둔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우크라이나 남부 작은 지미니섬(뱀섬)에서 러시아 전함에 항복을 거부하고 끝까지 결사항전을 벌이다 섬 폭격으로 전원이 사망한 13인의 지미니섬 경비대에 대한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25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BBC, CNN등 방송에 공개한 교신 녹음에 따르면 러시아 전함은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러시아 전함이다. 불필요한 희생 발생을 피하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포한다. 알겠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우크라이나 경비대는 “됐다. 꺼져라. 러시아 함대는 지옥에나 가라”라고 소리쳤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음성이 러시아가 지미니섬을 향해 공습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은 음성이라고 전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나 연설에서 “지미니섬에서 끝가지 국가를 수호하던 경비대원들이 영웅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비대 전원은 우크라이나 영웅으로 치하받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군이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포위하면서 우크라이나 곳곳의 국경 검문소에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려는 남성들과 반대로 해외에서 급히 귀국해 러시아에 맞서려는 이들의 행렬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18~60세 출국금지에 검문소서 부인 자녀와 눈물의 이별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18세~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고 예비군 동원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11살난 딸과 부인만 폴란드로 보내고 국경을 넘지 못한 알렉산더 고르벤코(54) 씨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자신이 러시아군에 맞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난 소총 하나만 있다. 현금인출기도 작동이 안 되고 그렇다고 무슨 조직이 구성돼있는 것도 아니다. 준비할 수가 없다. 여기서는 미국처럼 그냥 가서 무기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집과 동네를 지키려고 시도해봤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 “많은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본 적이 아예 없다. 돈바스(지난 8년간 친러 분리독립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내전을 치른 곳)에서 그랬듯 이런 젊은이들은 그냥 죽게 될 것이다.” 역시 아내와 아이만 폴란드로 먼저 보낸 비탈리(31) 씨는 “나도 함께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다. 이건 너무 잔인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바쳐 싸운다’며 귀국이와 대조적으로 일부러 귀국해 “싸우러가겠다”고 외치는 젊은이들도 있다. 예비군 빅터(22) 씨는 영국 런던에 머물다 소집 명령을 듣고 곧바로 체코행 비행기를 탔다. 체코에서는 육로를 택해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배신했어도 우리는 맞서 싸울 것이고 이들이 한 짓을 기억할 것”이라며 “내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바쳐 싸울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러시아군이 이날 키예프 북부 오볼론스키 지역까지 진격하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아예 나이 제한을 폐지하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다만 알렉사이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은 “나이 제한을 60세 이상으로도 확대하는 것이지 미성년자 모집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방부는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화염병을 만드는 방법까지 안내하며 러시아군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옛 소련 국가로 러시아 압제에 신음한 역사를 지닌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역사 문화 정신을 공유한 불가분 관계”라며 침공을 정당화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자국에도 들이밀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발트 3국은 1991년 소련 붕괴 때 독립해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로부터 중장거리 미사일을 제공받아 독일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의 진격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고 중·동유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트비아도 거짓정보와 선전을 퍼뜨린다며 러시아 방송국 승인을 일시 중지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정상 긴급회의에서 “우리는 토론이나 하는 사치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리투아니아 외교부장관도 19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러시아와) 유럽의 전쟁이다. 여기서 저지당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더 치고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러시아의 발틱함대 본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가 다음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있는 러시아 땅이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알렌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며칠 내로 S-400 신형 중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서 도입해 서방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국가연합을 이룬 벨라루스는 나토군이 주둔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교사 야뉴스 카즈라유스카스 씨(50)는 AP통신에 “우리 할아버지는 (소련 스탈린에 의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 당했고, 아버지는 KGB(소련국가보안위원회)에 처형당했다. 난 민주국가에 사는데도 보장된 건 없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오전 5시 45분(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명령한 긴급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공격이 임박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하고 비(非)나치화해 유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나치 독일에 비유하며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분쟁 중인 돈바스를 구실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은 즉각 무기를 버리고 돌아가라”고 위협했다. 군사적으로 점령하지 않는다면서 항복을 겁박한 것이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요구를 무시하며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확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희망하지만 서방에서도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나토의 우크라이나 동진(東進)을 침공 이유로 주장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피오나 힐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은 뉴욕타임스에 “푸틴은 임기 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궤도 안으로 돌려놓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1년 소련 붕괴를 ‘금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재앙’으로 평가할 만큼 소련, 더 나아가 ‘러시아 제국’ 복원을 공공연히 꿈꿔 왔다. 그는 21일 TV 연설에서도 소련 붕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원래 국가가 아니었으며, 러시아와 역사 및 뿌리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족적, 심리적 요인에 더해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관 대부분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라서 러시아 영향권 아래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는 가스관은 해저를 통과하는 노르트스트림1, 2뿐인데 독일은 최근 러시아 제재의 하나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가 자유민주주의를 100% 흡수하게 되면 옛 소련 국가들 단합에 균열을 일으키고 러시아 내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도 우크라이나 압박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데온 리치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러시아가 옛 소련 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 선거가 치러지고 시민사회가 작동하는 등 민주화가 강해진 것”을 꼽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며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우크라 영토까지 확장하며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요구)’을 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및 동맹국이 그간 러시아가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러시아 안보보장 요구를 무시해왔다며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를 “우크라이나의 비무장, 탈 나치화”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친푸틴 정권이 유지됐다면 푸틴이 지금 같은 침공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내 러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은 뉴욕타임스에 “푸틴은 자신의 임기 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궤도에 안으로 돌려놓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과거 러시아 영토를 회복시킬 역사의 주인공으로 여기는 푸틴에게 친서방 정책을 펼치는 우크라이나는 규범에서 벗어나는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21세기에 전쟁은 비이성적인 선택이지만 푸틴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극히 이성적인 결정인 이유다. 나토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러시아의 안보위협으로 규정해온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으로 최소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나토 영향력 억제’라는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귀기울이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1990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를 ‘이번 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재앙’으로 평가할 만큼 나토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왔다. 푸틴은 이미 21일 돈바스 지역 친러 독립주의 국가들의 독립 승인을 발표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한번도 실제 주권국가의 전통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국가로서의 정체성 자체를 부인하기까지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외국인들의 책략에 놀아나는 “실패한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서구권 국가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빌미로 “위험한 지정학적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순히 자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기데온 리치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러시아가 구소련에서 독립한 여러 나라 중 유독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 선거가 열리고 시민사회가 작동하는 민주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을 꼽았다. 러시아와 오랜 역사를 공유해온 우크라이나가 서양의 자유주의를 흡수하는 것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분노하는 본질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러시아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오전 2시에 대국민 TV연설에 나섰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두렵지 않다.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과 현재는 다르다며 “우크라이나는 8년 전과 다른 나라이고 그때와 다른 군대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진 내전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돈바스 주민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큰 위안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에 살고 있는 안나 벨리츠코 씨(39)는 AFP통신에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의 뺨을 때리고 싶다. 둘이 마주 앉아 빨리 이 전쟁을 끝냈으면 좋겠다”며 분노했다. 테탸나 플리시추크 씨(67) 역시 “러시아가 침공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서 가방을 싸서 현관문 옆에 뒀다”고 했다. 과거 내전이 심각했을 때도 한 번도 집을 떠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것이다. 2014년 친러 반군이 도네츠크 주요 지역을 장악했을 때 이미 가족들을 데리고 대피한 경험이 있다는 예브게니 치가노크 씨(27)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부모님 역시 도네츠크에 계신다”고 토로했다. 돈바스 내에서도 정부군 관할 지역과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완전히 대조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군이 관할하는 지역에서는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많지만 반군 장악 지역에서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러시아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친서방 성향이 강한 수도 키예프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미 공영방송 NPR는 많은 키예프 시민들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맞서 싸우거나 모금을 하자고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러시아 관련 소식을 읽는 사진도 소셜미디어에 나돌고 있다. 돈바스 내 일부 주민들 또한 러시아로 대피하고 있다. 앞서 19일 친러 반군이 설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수뇌부들은 러시아계 주민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러시아로 떠나라”고 대피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또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쪽 국경 검문소를 개방하고 피란민 캠프를 마련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러시아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새벽 2시에 대국민 TV연설에 나섰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두렵지 않다. 그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과 현재는 다르다며 “우크라이나는 8년 전과 다른 나라이고 그 때와 다른 군대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8년 간 이어진 내전에 이미 지칠대로 돈바스 주민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큰 위안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네츠크주 아브데브카에 살고 있는 안나 벨리츠코(39) 씨는 AFP통신에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의 뺨을 때리고 싶다. 둘이 마주앉아 빨리 이 전쟁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그는 최근 친러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으로 인한 폭격 소리가 돈바스 내전이 처음 발발한 2014년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전했다. 테티야나 폴리쉬슈크(67) 씨 역시 “러시아가 침공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서 가방을 싸서 현관문 옆에 뒀다”고 했다. 과거 내전이 심각했을 때도 한 번도 집을 떠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것이다. 2014년 친러 반군이 도네츠크 주요 지역을 장악했을 때 이미 가족들을 데리고 대피한 경험이 있다는 예브게니 시가노크(27)씨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부모님 역시 도네츠크에 계신다”고 토로했다. 돈바스 내 러시아계 주민의 마음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앞서 19일 친러 반군이 설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NR) 수뇌부들은 러시아계 주민들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러시아로 떠나라”고 대피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또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쪽 국경 검문소를 개방하고 피난민 캠프를 마련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