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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주요국 대사 인선 결과에 대해 ‘외교 관례’를 이유로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해 놓고 정작 자체 블로그에서 공개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경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언론매체가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중 대사로 내정됐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외교관 인사는 상대국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받아야 하는 등 외교적 절차와 관례가 있다”며 “미리 취재를 했더라도 상대국의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포괄적 엠바고를 적용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강조했다. 또 주요국 대사 인선 결과를 밝히면서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엠바고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대사 인사는 상대국의 동의를 받아야 정식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내정 단계에서 발표하는 것은 외교상 결례란 설명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같은 날 낮 12시 11분 자체 블로그(blog.president.go.kr)를 통해 정작 자신들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자료를 공개했다. 대변인 브리핑 코너에 서면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올리면서 빚어진 실수였다. 블로그 글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 내용이 시스템상으로 블로그와 연동되게 돼 있다 보니 미처 가려내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31일 오후 6시 20분경에야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청와대가 “외교적 결례”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을 두고 홍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기자단은 “이미 다 알려진 사안이어서 엠바고가 파기됐다”며 31일 오후 3시부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대사 인선 내용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다. 주미 대사에는 안호영 외교부 1차관, 주중 대사에는 16∼18대 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주일 대사에는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이 각각 내정됐다.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와 김숙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유임됐다. 이번 인선의 특징은 미국과 러시아에는 외교관 출신의 ‘실무형’을, 중국과 일본에는 정치인 출신의 ‘정무형’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미국 및 러시아와는 현재 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확대하되,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측근을 배치해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와 여당의 소통에 대해 ‘사전협의’ ‘사전양해’ ‘사전동의’의 3대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30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 비공개 세션에서 “당정청 협의가 늦어졌고 그동안 당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미흡했다. 앞으로는 겸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정책을 당에 사전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이 수석은 이어 “대통령은 당과의 관계에 있어 사전협의, 사전양해, 사전동의를 강조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은 또 ‘여당이 이해하는 것이 국민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 이 수석이 전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여당 달래기’인 동시에 ‘청와대 내부에 주의를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최근 인사 등에서 ‘당이 소외됐다’는 섭섭함을 갖고 있으며 공직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를 계기로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이를 달래는 동시에 청와대 내부에는 국정과제의 상당수가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여당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는 얘기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150만 명. 이미 한국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문화 가정을 대할 때 한국 사회가 출신 국가나 인종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73.2%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런 편이다’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은 편’이라는 답변은 16.5%, ‘매우 그렇지 않다’는 4.6%에 불과했다. ‘차별이 있다’는 답변은 남성(77.7%)이 여성(68.6%)보다 많았다. 전 연령에서 ‘차별이 있다’는 답변이 ‘그렇지 않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다만 ‘당신의 자녀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와 결혼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을 넘는 61.7%의 응답자가 ‘괜찮다’고 답해 다문화 가정이 일상으로 들어온 현실을 반영했다. ‘괜찮지 않다’는 답변은 34.7%에 불과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65.3%)이 여성(58.2%)보다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괜찮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자녀들이 실제로 결혼 적령기에 이른 50대 여성의 경우 유일하게 ‘괜찮지 않다’는 답변이 48.9%로 ‘괜찮다’(46.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 52.3%, 중도 68.7%, 진보 75.0%가 ‘괜찮다’고 답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안호영 주미국 대사 통상 분야 본부 요직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등 관련 공관 업무를 두루 섭렵한 통상 전문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G20 담당 대사를 맡아 성공적인 정상회의 개최에 기여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사람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며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적 이행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보인다. △서울(57) △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11회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 △외교부 1차관○ 권영세 주중국 대사검사 출신의 전략기획통. 지난해 4·11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작 자신은 ‘4선 고지’를 넘지 못했다.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 합리적이고, 당내 소장파나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정무 감각도 갖춰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 같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54) △배재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5회 △서울지검 검사 △대검찰청 연구관 △16∼18대 의원 △국회 정보위원장 △새누리당 사무총장,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 ○ 이병기 주일본 대사외교관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오랫동안 정무적 조언을 해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2006년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김무성 유정복 유승민 이성헌 등 전현직 의원들과 비밀리에 대선 경선을 준비했던 이른바 FM(Five Members)의 한 명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의전수석비서관 시절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언행이나 처신이 튀지 않고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66) △경복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8회 △주제네바대표부 근무 △민정당 총재보좌역 △대통령의전수석비서관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 △이회창 대선후보 정치특보 △여의도연구소 고문}
청와대는 양건 감사원장을 교체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양 원장에 대해 인사 계획이 없다”며 “유임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임기제 기관장의 임기를 존중하고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장 임기는 4년으로, 양 원장은 2011년 3월 11일 임명돼 임기가 2년 정도 남아 있다. 당초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철학 공유’ 원칙에 따라 양 원장의 교체를 검토했지만 야당 등에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마저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교체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서도 “조직의 안정 차원에서 당분간 인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정부에서 임명된 뒤 새 정부에서 계속 활동하게 된 정부 고위직 인사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해 모두 네 명으로 늘어났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거액 편법 증여 논란을 빚은 신준호 푸르밀 회장 일가의 주식 매매에 대해 감사원이 국세청에 다시 조사해 세금을 더 부과하도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의 아들과 딸, 며느리, 손자 등은 2005년 신 회장에게서 빌린 돈 50억여 원에 자신들의 돈을 합쳐 120억 원으로 대선주조 주식 31%를 매입했다. 부산 최대 주류업체인 대선주조는 당시 신 회장이 주식의 50.79%를 소유해 최대 주주였다. 신 회장 자녀 일가는 2007년 이 주식을 모두 팔아 11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국세청은 신 회장 일가의 주식 매매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2011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선주조 주식이 비상장주식이어서 증여 가액을 산정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시세 차익이 아닌 신 회장이 자녀 일가에 빌려 준 50억 원의 가치 상승분만을 계산해 증여세 120억 원을 부과했다. 신 회장 자녀 일가는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내고도 800억 원 정도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양도 차익이 1100억 원에 이른 상황에서 증여세 규모가 너무 적다며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증여세 부과 기준을 마련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통상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초과하면 증여세율은 50%다. 이번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주가 조작 행위를 엄단하라”고 지시한 데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다른 대기업 대주주의 증여와 상속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는 지금까지 견지하던 ‘대선공약 무조건 강행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현실론’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이명박 전 정부가 적자재정을 물려주는 등 악조건에 처해 있고 당초 가정한 재원 마련 대책도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공약을 무조건 지키겠다는 방침은 유효하냐”고 묻자 “무조건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이 18조 원이라고 했지만 실제 대상을 보니 좁혀지지 않나. 18조 원을 안 썼다고 공약을 안 지킨 것이냐”고 반문한 뒤 “공약의 취지를 다 살리되 재원도 좀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이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4대 중증질환 보장 및 기초연금 도입 공약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돈을 들여 다 하는 건 누가 못 하냐’고 말씀하신다. 창의적인 발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재정 투입보다는 효율적인 정책 추진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으로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공약을 실현하면서 건전재정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를 위해선 세출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날 “새 정부가 인계받은 경제상황, 현재의 상황을 분명히 해 놓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평가받기 힘들다”며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여건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먼저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낮아졌다”며 “경제정책의 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이 2.3%로 떨어질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전 정부가) 건전재정을 (만들기) 위해 세입을 6조 원가량 과다계상했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지 않으면 올해 경제운영이 어렵다”며 전 정부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발표할 정책들을 두고 “경제활성화가 아니라 ‘경제정상화’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전 정부에서 짠 예산과 경제정책이 현재의 경기와 차이가 있는 만큼 일단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발표하는 정책이라는 뜻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 업무에도 ‘칸막이 없애기’가 시도된다. 감사원은 국무총리실 및 국민권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공직부패 방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각 기관이 독자적으로 감사 활동을 했고 그 결과도 서로 공유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같은 투서를 받고 동일인을 연달아 감사하는가 하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인력 부족으로 감사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각 기관의 감사계획, 진행 중인 감사, 감사 결과 자료가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중복감사를 막을 수 있다”며 “기관끼리 협조를 강화하고 교차 및 합동감사를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위 정보가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정기관의 특성상 정보교류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시스템이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등과도 공직 비리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하반기에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140개 국정과제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국정과제는 국무총리실에서 추진 과정을 점검하고 있지만 주로 서류 위주여서 미비점 등을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관계자는 “중요한 국정과제를 현장 위주로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국정과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앞으로도 매년 국정과제를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부가 악화된 대내외 경제상황을 반영해 올해 취업자 증가폭 전망을 20만 명대로 하향조정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대 중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서둘러 편성하는 한편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대면(對面) 보고’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박근혜 정부 첫해 경제의 밑그림을 담은 경제정책방향을 보고한다. 이날 재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지난해 12월 정부가 전망했던 32만 명보다 적은 20만 명대로 낮춰 보고할 계획이다. 지난해(43만7000명)와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3.0%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3개월 만에 2%대 중반으로 낮춘다. 4년 만에 추경도 편성한다. 추경 편성 규모는 10조 원 안팎에서 조율 중이며 구체적인 규모 등은 4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하는 성장률 전망치는 추경의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10조 원 안팎의 추경이 집행되면 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은 다음 주부터 박 대통령에게 정례적으로 ‘대면 보고’를 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매주가 될지 격주가 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례 보고를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의 주례 보고는 2001년 진념 부총리 때 이후 12년 만에 부활하는 것으로 경제 현안을 직접 챙기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세종=황진영 기자·장원재 기자 buddy@donga.com}

북한은 26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전략미사일 부대와 장거리포병 부대를 포함한 모든 야전 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고 밝혔다. ‘최고사령부 성명’이란 형식은 이례적이고, ‘1호 전투근무태세’라는 표현은 처음 등장한 것이다. 최고사령부는 이날 “우리 군대와 인민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전쟁 소동은 위험계선을 넘어 실전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위협했다. 북한은 포병군의 공격 대상이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 도를 비롯한 태평양군 작전지구 안의 미제 침략기지와 남조선, 그 주변 지역의 모든 적 대상물”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1호 전투근무태세’가 북한군의 가장 높은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격상된 대북 감시 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이런 식의 엄포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으나 도발할 경우 강력하고 단호히 응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핵전쟁 상황이 조성되었음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했고 반미 전면 대결전의 최후 단계에 진입했다”고 위협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1호 전투근무태세’ 선포에 대해 “관련국들이 자제하는 가운데 정세를 완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브리핑 기록에 실제 브리핑에 없던 “관련국이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북한을 겨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 행사에 참석해 “핵무기와 미사일,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하는 것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서 “천안함 3주기를 맞아 북한의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를 지켜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대북 관계를 거론할 때 단골로 입에 올렸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 1호 전투근무태세 ::북한의 비상사태는 △전시상태 △준전시상태 △전투동원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경계태세 △경계태세로 구분되며 ‘1호 전투근무태세’는 사용된 전례가 없다. ‘1호’라는 수식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접 지시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조숭호·장원재 기자 shcho@donga.com}
대형로펌 근무 경력과 세금탈루 의혹 등으로 적격성 논란에 휘말렸던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내정된 지 11일 만인 25일 전격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한 전 후보자는 “(자신 때문에) 정부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사퇴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한 전 후보자가 해외 비자금 계좌에 소득 일부를 은닉해 세금을 탈루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 등을 통해 제기된 것이 결정적인 사퇴의 원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한 전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서에서 2006∼2010년 5년간 내야 했던 종합소득세 1억7767만 원을 2011년 7월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소득을 신고하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진 납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기간에 어디서 어떻게 소득을 올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24일 “한 전 후보자가 해외 비자금 계좌에 일부 소득을 은닉해오다 뒤늦게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한 의혹이 있다”며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국세청이 역외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2011년 ‘해외자산 자진신고제’를 도입하자 한 전 후보자가 서둘러 자진 납부를 했다는 주장이다. 지명 이후 한 전 후보자는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의 ‘적임자’임을 자부하며 부적격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해외 비자금 계좌 관련 언론보도를 본 뒤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조세 전문가로서 해외에 소득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후보자는 이 의혹과 관련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민정 라인이 지난주부터 한 전 후보자의 자금 문제를 조사했고 관련 내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인 것도 한 전 후보자를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약자를 억누르는 데 앞장서 온 로펌 출신 변호사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려다 한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계획을 취소했다. 공정위의 우군(友軍)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유성열·장원재 기자 ryu@donga.com}
경호 목적상 공개되지 않아야 할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천안함 폭침 3주기 추모식 행사에 참석해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46명의 해군 용사와 수색 중 전사한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 목적상 행사가 끝나기 전까지 포괄적인 엠바고(보도유예) 대상이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인데 써도 되느냐”고 묻자 “내 말을 못 믿느냐. 써도 된다”고 재확인했다.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다음 주 경호 계획을 짜던 대통령경호실은 발칵 뒤집혔다. 박흥렬 경호실장은 윤 대변인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공개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하고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실장이 윤 대변인의 발언 때문에 경호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일정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윤 대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지만 대통령이 안보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필요한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대변인이 엠바고를 해제할 권한이 있다”며 “이번 경우는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차원에서 미리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경호실은 박 대통령의 26일 국립대전현충원 방문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만큼 그에 맞춰 인력을 보강하는 등 경호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유통구조의 개혁으로 소비자가 농산물을 지금보다 10% 이상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2일 청와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업무계획에 따르면 농업인은 농산물 가격을 5% 이상 더 받고, 소비자는 10% 이상 덜 내게 하는 유통구조 개혁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직거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농산물 직매장은 기존 20곳에서 100곳으로, 대규모 직거래 장터는 1곳에서 10곳으로 늘린다. 가격 급등락이 심한 품목은 ‘가격 안정대’를 설정해 안정권을 벗어나면 관세 인하나 소비 장려 등으로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기존 농업(1차 산업)을 제조·가공(2차), 관광(3차) 산업과 결합해 ‘6차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농식품 분야 예산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지난해 5%에서 2017년 10%까지 올리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농축산업은 국민의 소중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면서 국가안전의 토대가 되는 안보산업”이라며 “여기에 첨단과학 및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유재동·장원재 기자 jarrett@donga.com}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운명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21일 밤이다. 이날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전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싸고 ‘더이상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견과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의견이 하루 종일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21일 밤 사퇴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박 대통령의 이런 뜻이 김 후보자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임명 강행’ 쪽에 가까웠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한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 수장을 계속 비워둘 수 있겠느냐”며 임명은 시기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19일 김 전 후보자가 재산신고에서 해외 자원개발 특혜 의혹을 받은 KMDC 주식 보유 사실을 누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많은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부인이 보유한 주식은 모두 신고했다는 점에서 ‘의도적 누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 때문에 위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은 김 전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은 상태였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KMDC 관계자들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문회 자료로 제출된 출입국 기록에 미얀마 출국 당시 행선국이 ‘미상’으로 기록돼 있어 김 전 후보자가 미얀마 방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20일과 21일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는 김 전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외부에 ‘임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전 후보자의 사퇴와 김관진 장관의 유임은 21일과 22일 사이에 모두 결정된 것”이라며 “특히 김 전 장관 후보자 사퇴는 21일 밤에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 측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짐이 된다는 점 때문에 김 후보자가 부담스러워했다”며 “청와대 연락은 없었으며 22일 오전에 본인이 사퇴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주요 방송사와 금융회사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악성코드가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중국을 경유한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이뤄진 정부 합동대응팀은 21일 “농협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중국 인터넷주소(IP주소)를 통해 악성코드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며 “동일 조직이 피해 기업 6곳을 공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KBS, MBC, YTN,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제주은행 등 6개사의 PC와 서버 약 3만2000대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들은 이날 피해를 대부분 복구하고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원 PC의 상당수가 파괴된 방송사들은 여전히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합동대응팀에 따르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해커집단이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 특히 추적이 힘든 중국 IP주소를 이용한 점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이 배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때 중국 IP주소를 경유해 공격한 바 있다.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전문 해커집단의 소행인지, 그동안 (한국을) 위협했던 북한의 소행인지 모든 가능성을 놓고 분석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추적, 분석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해킹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전산망 마비 사태에 사용된 악성코드는 일종의 ‘트로이 목마’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는 악성코드지만 겉보기에는 정상 프로그램인 것으로 위장했다는 뜻이다. 이 악성코드는 백신 프로그램으로 위장해 설치됐다. 안랩은 “공격자가 자산관리서버 관리자의 ID와 비밀번호를 빼낸 뒤 이를 이용해 악성코드를 백신 프로그램처럼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날 오전 1시부터 전용 백신을 배포했다. 또 공공기관과 교통·전력 등 기반시설, 금융회사와 병의원 등에 백신 업데이트 서버를 인터넷과 분리할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관계 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가칭 ‘국가사이버안전전략회의’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상훈·장원재 기자 sanhkim@donga.com}
전남의 모 사회복지법인 대표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530만 원을 결제했다. 또 사무국장에게 개인계좌로 1000만 원을 입금하게 하는 등 총 40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서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서둘러 해당 금액을 입금하고 법인자금을 빌린 뒤 상환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가 적발됐다. 21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업에 쓰라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 돈을 유흥비, 대출 상환 등에 엉뚱하게 사용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인건비 부풀리기가 가장 많았다. 전남의 한 장기요양기관 시설장은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실제로는 근무한 적 없는 16명이 시설에서 일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인건비를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총 337회에 걸쳐 4억5200만 원을 횡령했다. 그는 딸의 대학친구 등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 18개를 사용했다. 횡령한 돈은 자신의 명의로 된 7개 계좌로 관리하면서 빚을 갚고 부동산을 사는 데 썼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원은 종사자들의 퇴직적립금을 퇴직연금상품에 납입하는 대신 시설장 아들을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에 납입했다가 적발됐다. 감사원 확인 결과 이 시설장이 중도인출과 약관대출 등으로 적립금을 타서 사용하는 바람에 적립금은 원래 있어야 할 금액보다 5600만 원이 부족한 상태였다. 전남의 한 노인복지센터 대표는 노인들의 식비 2100만 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고, 충남의 한 사회복지법인 대표는 법인 소유 토지 등의 보상금 1억8500만 원을 개인 계좌로 이체한 뒤 그중 4300만 원을 대출이자를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반경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취임을 축하했으며 “북한의 추가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지만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양국 정상이 취임축하 전화를 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처음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청와대 일각에서 헌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 교체를 시사하는 움직임이 일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유임이 예상되던) 경찰청장도 바뀌지 않았나. 일단 지켜보자”고 말해 양건 감사원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철학 공유’를 위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감사원장 교체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한 바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4년으로 명시돼 있으며 양 원장의 임기는 아직 2년가량 남았다. 그리고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역대 감사원장은 총리 발탁과 정년퇴직 등을 제외하고는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정년퇴직 사례는 김대중 정부 시절 한승헌 전 원장으로 당시 정년(65세)에 걸려 1년 반 만에 그만둔 바 있다. 이후 감사원장 정년은 70세로 연장됐다. 대개 임기가 보장됐지만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김영준 원장이 물러나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전윤철 원장이 사퇴하는 등 정치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 다 4년 임기를 마치고 정권 말 한 차례 연임한 다음에 물러난 것이어서 양 원장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헌법학자로서의 소신에 따르면 당연히 임기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교체 의사를 갖고 있으면 감사원 업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그런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양 원장은 조직을 생각하면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감사원장이 교체되면 이것이 선례가 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장이 물러나야 하고 결국 감사원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호칭을 영문 이니셜 대신에 ‘박 대통령’으로 해 달라고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1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말미에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게 언론에 나오는 자신의 호칭이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GH’나 President Park을 줄인 ‘PP’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새 정부가 운영돼 나가면서 국민들이 자신과 새 정부에 대한 애칭을 만들 것인 만큼 그전까지는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로 써 달라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로 불리는 등 역대 대통령들은 성을 빼고 이름의 영문 이니셜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JP라고 불리는 등 유명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영문 이니셜은 굳이 직책을 붙이지 않아도 되고 간결하고 친근하다는 점에서 애용돼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영문 이니셜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도 심벌 아이콘으로 박 대통령의 초성인 ‘ㅂㄱㅎ’을 사용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부처 예산을 따로 줄 게 아니라 협력을 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면 예산이 그 협의체로 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부처 중심에서 TF팀 중심으로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새 정부에서는 모든 부처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통해 일관성과 효율성을 다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는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TF팀이나 협의기구를 만들어 (각 부처가) 너와 나의 일을 구분하지 말라”며 “TF팀에서 예산을 집행해야 협업 체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 “협업 체제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민간과 국민도 참여할 수 있는 광의의 협의체로 만들어야 한다”며 “한 부처가 잘한 것만 평가하면 공무원들은 기존 틀을 뛰어넘을 수 없는 만큼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부 부처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칸막이 철폐에 이어 아예 TF팀에서 예산을 직접 집행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정부 운영과 평가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창조경제만 하더라도 관련 부처 협의체가 꾸려지면 추진부터 성과까지 모든 책임을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뿐 아니라 협의체 전체가 져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2시간 넘게 주재하며 7000자 분량의 각종 지시를 쏟아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지연으로 ‘잃어버린 21일’을 만회하려는 듯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출발이 늦은 만큼 국정운영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히 알고 보다 효율적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며 “씨앗을 잘 골라 뿌려야 1년 농사가 잘되듯이 지금 국정 5년의 씨앗을 뿌린다는 각오로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수석비서관들에게 “장차관을 최대한 지원하라”는 주문을 여섯 차례 이상 반복했다.▼ ‘잃어버린 21일’ 만회하려는 듯… 7000자 분량 지시 쏟아내 ▼○ 민원 피드백 강조 박 대통령이 이날 새로 제시한 것 중 하나는 ‘민원카드’다. 박 대통령은 “(각 부처가) 민원카드를 작성해서 한 사람의 문제가 끝까지 해결될 수 있도록 하라”며 “한 가지 민원이 해결되면 동일한 문제가 있는 10만 가구의 민원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식 당일 ‘희망 복주머니’ 행사 때 접수한 365개 민원은 대통령이 된 이후 국민과의 첫 약속”이라며 “(민원 처리 결과를) 한 번 회신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 국민들이 ‘내 삶이 이렇게 바뀌었구나’라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공약 따로, 장관의 어젠다 따로’가 아니다. 공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키는 것이 장관의 책임”이라며 “백방으로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5년 후에 국민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유념하라”고 말했다.○ 창의적 직종 발굴 지시 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미국은 직종이 3만 개, 일본은 2만5000개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1만 개 정도”라며 “선진국에 우리와 다른 창의적 직업군이 있을 것이다. 체계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해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일자리 정보를 통합하고 연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만들기만 하면 무엇 하느냐. 이것을 국민들한테 널리 알려서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자꾸 국내에서만 경쟁하면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지 외교 접촉 통로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구축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때 사업에 실패하거나 금융거래 자체가 막혀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국민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분들에 대한 구제는 단순히 돕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시각에서 공동체적 관점으로 접근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기본적 인프라로 ‘저작권 보호’를 강조한 뒤 “남의 물건을 훔쳐가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남의 저작물을 가져가는 것도 부도덕한 일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저작권을 보호해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 잇따르는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안전수칙만 지키면 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안전수칙을 안 지키면 벌칙도 따른다는 것을 반드시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홍보 미흡 지적 박 대통령은 정책 혼선에 대해 질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 사전에 잘 의논해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멘트를 해야 한다”며 “국민이 모르거나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은 없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다. 정책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정책 혼선은 △담배가격 인상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 △4대 중증질환 보장 후퇴 논란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 등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과다노출 경범죄 처벌의 경우처럼 실제로는 처벌을 완화하는 것인데도 마치 새로운 처벌 조항이 생긴 것처럼 오해를 많이 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처음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정확한 대국민 홍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란들을 ‘홍보 미흡’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창조경제 등의 개념이 (국민)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구체적 언어로 풀어서 전달할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쏟아낸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21일 시작되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