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김소영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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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영 기자입니다.

ksy@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교육81%
사회일반13%
국제일반3%
노동3%
  • 훈련으로 몸에 밴 화재대피… 신생아-산모 152명 모두 구했다

    《14일 오전 10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생아실과 산후조리원 등이 들어선 8층 건물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휩싸였다. 산모 77명과 신생아 75명 등이 건물 안에 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정기적으로 소방훈련을 한 병원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해 참사를 막았다고 보고 있다.》 14일 오전 10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병원. 8층 병원 건물 가운데 4, 5층 외래진료실에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민경 씨도 4층에서 진료하고 있었다. 김 씨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만 15명. 한 간호사가 급히 문을 열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불이 났으니 대피해야 합니다.” 4, 5층에 있던 김 씨 등 의료진 4명은 화재 대피 훈련을 떠올리며 비상계단으로 환자들을 안내했다. 훈련 상황으로 생각한 환자들도 있어 끌고 가다시피 하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김 씨는 마지막까지 남아 미처 대피하지 못한 환자가 있는지 확인했고 간호사로부터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제 김 씨도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계단에는 연기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방향을 바꿔 4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테라스로 이동해 소방대원의 구조를 기다렸다. 그는 “어제 수술을 마친 산모가 있어서 산모와 신생아 모두 걱정됐다. 주기적으로 소방 대피 훈련을 했고 매주 소방 교육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층에서 시작된 화재로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연기로 휩싸였다. 다행히도 건물 바로 옆 소방서에서 대원들이 신속히 출동해 26분 만에 진화했다. 2층으로 불이 옮겨붙기 전이었다. 당시 병원에는 산모 77명, 신생아 75명 등 357명이 있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이 병원은 화재 진압반과 대피반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정기적으로 훈련해 왔다. 분만실과 수술실, 신생아실 등 저층 환자들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1층으로 대피했다. 산후조리원과 입원실 등 7, 8층 환자들은 대부분 환자복을 입은 채 옥상으로 대피해 칼바람을 맞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소방헬기가 출동해 옥상 대피 환자들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화재가 진압된 뒤 1층 입구를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3층 수술실에는 하반신 마취를 한 임신부도 있었다. 전날 자연 분만에 실패해 제왕절개 수술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의료 침대에 임신부를 태운 뒤 가장 먼저 밖으로 대피했다. 이후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약 3.5km 떨어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 도착했다. 외래 팀장인 이혜정 간호사는 “일산병원에 도착한 뒤 10여 분 만에 산모가 3.68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며 “산모 남편이 전화로 ‘아기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 신속한 대처에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2층 건강검진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대부분 단순 훈련으로 생각했다. 머뭇거리고 있었다”고 했다. 이 간호사는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에야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라고 주변에 외쳤다. 2층 환자들이 모두 대피한 뒤 의료진은 3층 신생아실에 들어가 신생아의 대피를 도왔다. 이 간호사는 “2층 구석에 난임센터가 있는데, 여기에도 사람들이 남아 있어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했다. 연기로 앞이 희미해졌지만 소방대원과 함께 모두 대피했는지 파악한 뒤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필로티 구조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부에 노출된 배관의 동파 방지용 열선을 설치한 곳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1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규모가 작아서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층에는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모든 경보기가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선 경보 방식’을 적용해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 가까운 층부터 순차적으로 작동한다. 한꺼번에 대피하려다 더 큰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채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고양=구특교 kootg@donga.com / 김소영 기자 ▼ “아기들 먼저 ‘캥거루 조끼’에 넣고 신속 탈출” ▼3층 신생아실 팀장 간호사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기들 생각밖에 안 났습니다.” 1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의 한 산부인과병원 옆에 설치된 화재 대피소. 이곳에서 만난 신생아실 팀장인 김상미 간호사가 긴박했던 대피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오전 10시경 1층 주차장 인근 천장에서 불이 났을 때 김 간호사는 3층 신생아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 간호사와 함께 간호사 4명이 신생아 28명을 돌봤다. 그때 화재경보기가 울리며 “불이 났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1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신생아실 외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을 직감한 김 간호사는 두 달 전 받은 소방 대피 훈련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아기들이 호흡에 어려움이 없도록 천에 물을 묻혀 얼굴을 살짝 덮었다. 신생아실 밖에 비치해 둔 ‘신생아 재난조끼’를 착용하라고 다른 간호사들에게 전달했다. 신생아 재난조끼는 조끼를 입으면 캥거루처럼 왼쪽과 오른쪽에 아기를 1명씩 넣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응급장비다. 미국에서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의 재난안전관리 관련 병원 인증을 받으려면 신생아 재난조끼를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 국내에선 신생아 재난조끼 비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 일부 대형 병원을 빼면 구비한 곳이 많지 않다. 이 병원은 2년여 전 소방 교육을 받을 당시 ‘캥거루 조끼’ 방식의 장비를 구입했다. 김 간호사는 ‘캥거루 조끼’를 입고 훈련 때처럼 비상용 구조 리프트가 설치된 분만실 방향으로 아기들을 안고 이동했다. 신생아를 구하러 달려온 다른 의료진과 함께 신생아실의 아기들을 모두 무사히 이동시켰다. 고양=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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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 10여편 표절한 서울대 교수 해임

    서울대가 논문과 단행본 10여 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교수를 해임했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학교는 지난달 말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표절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을 의결했고, 이달 초 총장이 승인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연구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2000∼2015년 박 교수가 발표한 논문 11편과 단행본 1권에 대해 “연구 진실성 위반 정도가 상당히 중한 연구 부정 및 부적절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올해 5월 한국비교문학회는 서울대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박 교수의 논문 2편에 대해서도 ‘중대한 표절’이라고 결론 내리고 박 교수를 학회에서 제명했다. 박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은 2017년 초 제자였던 한 대학원생이 2017년 초 교내에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대자보를 붙이면서 불거졌다. 박 교수는 대학원생을 상대로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학생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자 동료 교수들이 박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공개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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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장애인 울리는 집회 소음[현장에서/김소영]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국립서울맹학교 앞. 이 학교에 다니는 A 군(12)이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로 땅을 짚어가며 학교 정문을 나섰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700m가량 떨어진 설리번학습지원센터로 피아노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이날 A 군은 보행지도사한테서 ‘보행수업’을 받았다. 시각장애인들이 청각과 후각 등을 이용해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처럼 자주 다니는 곳의 동선을 익히는 것이다. 이 수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목적지까지 가려면 어디에서 몇 걸음을 옮겨야 하고, 방향은 어디에서 전환해야 하는지 등을 배운다. 빵집 앞이나 세탁소 앞을 지날 때 나는 특유의 냄새를 기억해뒀다가 방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A 군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차량이 어느 쪽으로 달리는지를 인지했다. 지팡이로 바닥을 짚을 때 나는 소리를 듣고서는 흙길인지 포장도로인지를 구분했다.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학교 주변길 보행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크와 확성기 등의 소음 때문이다. 학교 근처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톨게이트 노조’가 몇 달째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지팡이를 짚어가며 길을 걷던 A 군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거나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을 지날 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지팡이가 땅에 닿으며 내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소음에 놀라 갑자기 넘어지거나 방향 감각을 잃고 차도 쪽으로 향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했다. A 군이 보행수업을 받는 동안엔 다행히 집회 장소에서 큰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음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라고 해도 시각장애인의 길거리 보행은 불안해 보였다. A 군은 목적지인 설리번학습지원센터 건물 입구를 찾지 못하고 차량이 주차돼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A 군은 보행지도사의 도움을 받은 뒤에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맹학교 주변에서 집회 소음이 한창 심했던 올여름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지팡이 대신 부모들의 손을 꼭 붙들고 다녀야 했다고 한다. 박은애 설리번학습지원센터장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산책하러 자주 가는 장소였다”며 “하지만 소음이 심한 집회가 계속되면서 위험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대부분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소음을 내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귀를 잠시 막으면 괜찮을 정도의 소음도 시각장애인에겐 걸음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

    •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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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가던 아이들 위험할 수도”…시각장애인 울리는 집회 소음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국립서울맹학교 앞. 이 학교에 다니는 A 군(12)이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로 땅을 짚어가며 학교 정문을 나섰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700m 가량 떨어진 설리번학습지원센터로 피아노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이날 A 군은 보행지도사한테서 ‘보행수업’을 받았다. 시각장애인들이 청각과 후각 등을 이용해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처럼 자주 다니는 곳의 동선을 익히는 것이다. 이 수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목적지까지 가려면 어디에서 몇 걸음을 옮겨야 하고, 방향은 어디에서 전환해야 하는지 등을 배운다. 빵집 앞이나 세탁소 앞을 지날 때 나는 특유의 냄새를 기억해 뒀다가 방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A 군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차량이 어느 쪽으로 달리는지를 인지했다. 지팡이로 바닥을 짚을 때 나는 소리를 듣고서는 흙길인지 포장도로인지를 구분했다.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학교 주변길 보행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크와 확성기 등의 소음 때문이다. 학교 근처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톨게이트 노조’가 몇 달째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지팡이를 짚어가며 길을 걷던 A 군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거나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을 지날 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지팡이가 땅에 닿으며 내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소음에 놀라 갑자기 넘어지거나 방향 감각을 잃고 차도 쪽으로 향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했다. A 군이 보행수업을 받는 동안엔 다행히 집회 장소에서 큰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음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라고 해도 시각장애인의 길거리 보행은 불안해 보였다. A 군은 목적지인 설리번학습지원센터 건물 입구를 찾지 못하고 차량이 주차돼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A 군은 보행지도사의 도움을 받은 뒤에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맹학교 주변에서 집회 소음이 한창 심했던 올 여름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지팡이 대신 부모들의 손을 꼭 붙들고 다녀야 했다고 한다. 박은애 설리번학습지원센터장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산책하러 자주 가는 장소였다”며 “하지만 소음이 심한 집회가 계속되면서 위험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대부분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소음을 내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귀를 잠시 막으면 괜찮을 정도의 소음도 시각장애인에겐 걸음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

    •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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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구하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28·사진)가 24일 사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 9분경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구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얼굴 사진과 함께 ‘잘 자’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마지막으로 올렸다. 구 씨는 지난달 숨진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올 5월 구 씨는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구 씨는 2008년 카라의 멤버로 데뷔했고 ‘Pretty Girl’, ‘미스터’ 등의 곡이 히트하며 인기를 얻었다. 카라가 해체된 뒤에는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구 씨는 전 남자친구와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전 남자친구는 지난해 구 씨를 때리고 협박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등으로 올 1월 불구속 기소됐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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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글감에 AI가 쓴 첫문장은…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달과 별을 만나는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몸집을 불린다….” 가을에 취한 듯 감성 충만한 글. 하지만 인간의 작품이 아니다. ‘글쓰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가을이 오면’이라고 입력하자 AI는 연필로 꾹꾹 눌러쓰듯 유려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캄캄한 밤하늘의 허공에 떠있는 연인이 손에 잡힐 듯하다”는 문장으로 문단을 끝마쳤다. 성균관대는 21, 22일 이틀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국내 대학 최초로 AI 백일장 행사인 ‘AI×Bookathon(부커톤)’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 방식을 본떠 21일 오후 3시 반부터 다음 날 오후 4시 반까지 약 25시간 동안 진행됐다. 제시어는 ‘만약(IF)’. 참가자들은 고전문학이나 수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텍스트를 AI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대회에 사용된 AI는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단체인 ‘Open AI’가 개발한 AI 모델인 ‘GPT-2’다. 바둑 AI인 ‘알파고’가 인간이 알려준 기보 데이터를 이용해 바둑 두는 법을 스스로 학습(딥러닝)하듯 GPT-2는 인간이 제공하는 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글을 쓰는 방법을 익힌다. 자정이 지나자 참가자들은 학습을 마친 AI와 함께 창작에 돌입했다. 참가자들이 AI가 설치된 노트북에 하나의 단어 또는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그 다음 문장을 쓰는 식이었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내용의 문학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 한 참가자는 “어릴 땐 서른이면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입력했다. AI는 곧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받았다. 어떤 제시어에도 거침이 없었다. 한 참가자가 ‘스님’이란 단어를 입력하자 AI는 “나는 스님이 되어 배우고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진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비워 버려야 보일 것 같다”는 식으로 글을 이어갔다. 글의 내용이나 문체는 사람이 AI를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글을 학습한 AI의 문체는 통통 튀었다. 한 참가팀의 AI는 ‘뇌피셜’(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란 신조어까지 쓰며 글을 이어갔다. 반면 고전문학이나 수필, 원로 작가가 쓴 작품의 텍스트를 학습한 AI는 한자어나 사자성어를 자주 사용했다. 학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AI는 이해할 수 없는 엉성한 수준의 글을 내놨다. 심사위원들은 AI 활용도와 문학성을 기준으로 출품작을 평가했다. 이날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노인인 화자가 과거의 삶을 회상하면서 여러 가지 ‘만약’의 경우에 대해 생각하는 회고록 형태의 글이었다. 대상 수상자인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4학년 김형준 씨(24)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공을 많이 들인 만큼 AI가 마치 제 자식처럼 느껴졌다”며 “AI가 예상보다 더 완성도 높은 글을 내놓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원=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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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 출신 구하라, 24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경찰 “경위 수사”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28·여·사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오후 6시 9분경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구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있는지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씨는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얼굴 사진과 함께 ‘잘 자’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마지막으로 올렸다. 구 씨는 지난달 숨진 가수 겸 배우 고 설리(본명 최진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올 5월 구 씨는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구 씨는 2008년 카라의 멤버로 데뷔했다. ‘Pretty Girl’, ‘미스터’ 등의 곡이 히트하며 인기를 얻었다. 구 씨는 전 남자친구와 법적 공방을 벌였다. 전 남자친구는 지난해 구 씨를 때리고 협박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등으로 올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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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에 취한 듯 감성 충만한 글, 누구 작품인가 봤더니…국내 첫 AI 글짓기 대회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달과 별을 만나는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집을 불린다….“ 가을에 취한 듯 감성 충만한 글. 하지만 인간의 작품이 아니다. ‘글쓰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가을이 오면’이라고 입력하자 AI는 연필로 꾹꾹 눌러쓰듯 유려한 문장을 20초에 하나씩 이어갔다. ”캄캄한 밤하늘의 허공에 떠있는 연인이 손에 잡힐 듯 하다“는 문장으로 문단을 끝마쳤다. 성균관대는 21, 22일 이틀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국내 첫 AI 백일장 행사인 ‘AI X Bookathon(부커톤)’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 방식을 본 따 21일 오후 3시 반부터 다음날 오후 4시 반까지 약 25시간 동안 진행됐다. 제시어는 ‘만약(IF)’. 참가자들은 고전문학이나 수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텍스트를 AI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대회에 사용된 AI는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단체인 ‘Open AI’가 개발한 AI 모델인 ‘GPT-2’다. 바둑 AI인 ‘알파고’가 인간이 알려준 기보 데이터를 이용해 바둑 두는 법을 스스로 학습(딥러닝)하듯 GPT-2는 인간이 제공하는 글 데이터를 통해서 스스로 글을 쓰는 방법을 익힌다. 자정이 지나자 참가자들은 학습을 마친 AI와 함께 창작에 돌입했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내용의 문학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 한 참가자는 ”어릴 땐 서른이면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입력했다. AI는 곧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받았다. 어떤 제시어에도 거침이 없었다. 한 참가자가 ‘스님’이란 단어를 입력하자 AI는 ”나는 스님이 되어 배우고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진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비워 버려야 보일 것 같다“는 식으로 글을 이어갔다. 글의 내용이나 문체는 사람이 AI를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글을 학습한 AI의 문체는 통통 튀었다. 한 참가팀의 AI는 ‘뇌피셜’(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란 신조어까지 쓰며 글을 이어갔다. 반면 고전문학이나 수필, 원로 작가가 쓴 작품의 텍스트를 학습한 AI는 한자어나 사자성어를 자주 사용했다. 학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AI는 이해할 수 없는 엉성한 수준의 글을 내놨다. 심사위원들은 AI 활용도와 문학성을 기준으로 출품작들을 평가했다. 이날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노인인 화자가 과거의 삶을 회상하면서 여러 가지 ‘만약’의 경우에 대해 생각하는 회고록 형태의 글이었다. 대상 수상자인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4학년 김형준 씨(24)는 ”AI 스피커를 볼 땐 AI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높은 완성도의 글을 내놓는 것을 보고 저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성균관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43명이 3, 4명씩 팀을 짜 참가했다. 성균관대는 이날 참가팀들이 쓴 글을 책으로 묶어 내년에 출간할 계획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제시어를 입력하자 AI가 쓴 문장::◇‘스님’-나는 스님이 되어 배우고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진리라는 것은 어디에나 다 있다. 진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비워 버려야 보일 것 같다.◇‘나는 도망치듯 군대를 갔다’-나에게는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모든 것은 흘러간다’는 말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24개월 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깨달았다.}

    •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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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경찰 최초 ‘멧돼지 사냥팀’

    5년 전 가을, 모처럼 일군 330㎡(약 100평) 넓이 고구마 밭이 온통 난장판이 됐다. 멧돼지의 짓이었다. 강원 강릉경찰서 이장원 경위(44)는 쉬는 날마다 고구마를 돌본 게 떠올라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같은 경찰서 박재동 경위(54)는 사정이 더 나빴다. 멧돼지들이 옥수수 밭만 짓밟아놓은 게 아니라 조상 묘까지 파헤쳐놓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찰 최초로 출범한 멧돼지 전담 사냥팀인 ‘멧돼지 신고 대응 전담경찰관팀’에 이 경위와 박 경위가 기꺼이 합류한 이유다.● 복수심에 불타는 총잡이들사냥팀은 멧돼지가 주택가나 농장에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으면 현장으로 출동해 주민 피해를 막고 멧돼지를 포획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는 이달 11일부터 강릉경찰서와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우선적으로 사냥팀을 1개팀(팀당 3명)씩 배치했다. 이곳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를 지닌 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이 높은 길목이다.경찰이 특정 동물을 전담해 대응하는 팀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 태종 16년(1416년) 생겨난 호랑이 사냥 특수부대인 ‘착호갑사(捉虎甲士)’처럼 이번 멧돼지 사냥팀도 정예로 구성됐다. 이 경위는 멧돼지의 횡포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2015년 수렵 면허와 엽총 소지 허가를 받은 베테랑 총잡이다. 쉬는 날엔 민간 자원봉사단체인 야생생물관리협회 강릉시지회에서 활동하며 멧돼지를 쫓는다. 이 경위는 올 들어서만 40마리가 넘는 멧돼지를 잡았다고 한다.박 경위도 지난해 6월 수렵 면허를 받아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격 활동 전에 선배 엽사를 따라다니며 6개월간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박 경위는 이 경위한테서 사수(師授)했다. 강릉경찰서 사냥팀의 또 다른 팀원인 조용승 경위(50)는 경찰 청와대 경비대(101단) 출신의 권총마스터로 사격술이 뛰어나 발탁됐고, 엽총 훈련을 받았다.엽총을 다룰 줄 아는 경찰관들로 사냥팀을 구성한 이유는 평소 순찰 때 차고 다니는 38구경 권총으론 겨울철을 앞두고 두꺼워진 멧돼지의 가죽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광주 서구에선 한 경찰관이 멧돼지에게 권총 실탄 3발을 맞혔지만 멧돼지가 치명상을 입기는커녕 오히려 흥분해 경찰관의 종아리를 물었고, 실탄 7발을 더 맞힌 후에야 사살할 수 있었다. 해당 경찰관은 종아리가 20㎝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엽총은 권총보다 위력이 3배 이상으로 강하다.● 엽총 사격과 빠른 출동이 생명사냥팀은 멧돼지 출몰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날에도 발자국이나 분변 등 멧돼지 흔적을 찾아다닌다. 자주 다니는 길목을 알아둬야 ‘잠복 포획’을 시도할 수 있고, 멧돼지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달 8일 오후 강릉시 성산면의 한 묘목장에서 만난 강릉경찰서 멧돼지 사냥팀은 ‘POLICE(경찰)’라고 적힌 검은색 방검복을 입고 어깨에 엽총을 맨 채 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무릎 높이 수풀 사이에서 멧돼지가 땅을 파헤친 흔적을 찾기 위해 허리를 굽힌 채였다. 오후 3시 40분경 훈련을 돕던 야생생물관리협회 강릉시지회 소속 민간 엽사 김현구 씨(45)가 “이거 멧돼지 발(자국)이네!”라고 소리치자 사냥팀이 모여들었다. 땅엔 약 5㎝ 깊이의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김 씨는 “이 정도면 무게가 80~90㎏은 나가는 녀석”이라고 말했다.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멧돼지들이 주둥이로 땅을 파헤쳐놓은 흔적이 여러 개 발견됐다. 민간 엽사 박승완 씨(45)는 “(파헤쳐진) 흙이 아직 촉촉한 것으로 봐서 어제 저녁에 멧돼지가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농장도 아닌 공터에 이런 흔적이 남은 이유는, 추수철이 지나 먹을 농작물이 없어지면 멧돼지들이 지렁이 등을 잡아먹기 위해 땅을 파헤치기 때문이다.사냥팀은 시속 50㎞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멧돼지를 정확히 맞힐 수 있도록 엽총 사격 훈련도 했다. 박 씨가 조 경위에게 “개머리는 쇄골과 어깨선 사이에 들어가야 하고, 개머리판은 뺨에 붙여야 한다”라며 사격 자세를 상세히 알려줬다.경찰청은 사냥팀 덕분에 전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엔 112나 119로 멧돼지 신고가 들어오면 민간 수렵단체 소속 엽사가 출동할 때까지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 사냥팀 출범 전인 이달 5일에도 남양주시 별내면에선 멧돼지가 나타났지만 민간 엽사가 부상으로 출동하지 못해 멧돼지를 놓쳤다. 경찰 사냥팀은 출동 시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시킬 수 있다.김항곤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장은 “시민 피해를 예방하는데 주력해 다음달 31일까지 사냥팀을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강릉=김소영기자 ksy@donga.com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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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기준선 밖의 ‘인천 일가족 비극’

    19일 인천 계양구에서 일가족을 포함한 4명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빚에 시달리던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지 17일 만이다. ‘인천 일가족’ 중엔 ‘성북구 네 모녀’처럼 한창 일할 나이인 20∼40대 구성원이 있었다. 신체질환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구성원은 없었다. 대다수의 정부 지원금 제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복지서비스의 기준선 밖에 있는 저소득층에게 ‘찾아가는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계양구 동양동의 한 임대아파트 복도엔 출입금지를 알리는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에선 이틀 전 A 씨(49·여)와 아들(24), 딸(20) 등 두 자녀, 그리고 딸의 친구 B 양(19)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 가족을 잘 아는 인근의 한 상점 주인은 “A 씨는 가게에 들를 때마다 얼굴에 그늘이 있었다”고 했다. 계양구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8월 커피숍에서 일하다가 손떨림 증상으로 실직했다. 같은 해 10월 주민센터에 들러 기초생활 주거급여(월 24만 원)와 한시적 긴급복지 지원금(월 93만6500원)을 신청해 받게 됐다. 긴급복지 지원금은 3개월 만에 끊겼다. 당시 주민센터 관계자는 기초생활 생계급여 제도도 안내했지만 A 씨는 “생각해보겠다”고만 하고 신청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A 씨와 두 자녀가 모두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부양의무자’인 전남편과 친정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면 주민센터의 제안을 받아들여 월 최대 112만8010원(3인 가구 기준)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도 있었다. A 씨는 어지럼증으로 한의원을 종종 찾았고 그의 아들은 제대 후 직장에 다니다가 몸이 안 좋아 실직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복지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A 씨 가족은 이미 한부모 가정으로 지원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실제로 관할 주민센터는 A 씨 가족을 사례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성금이나 기부 물품, 장학금 등을 전달해왔고 A 씨의 딸도 주민센터에 직접 들러 통신요금 감면을 신청하곤 했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A 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엔 신체질환이나 생계곤란 못지않게 정신적 어려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A 씨 가족이 우울증 상담을 받거나 서비스 대상으로 등록된 적은 없다. 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가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226곳(2017년 말 기준) 가운데 중증 정신질환을 관리하는 곳은 218군데이지만 자활사업을 수행하는 센터는 81곳에 불과했다. 이런 경향은 올 4월 경남 진주시에서 중증 정신질환을 앓던 안인득이 방화, 살인을 저지른 뒤로 더 심해졌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A 씨 가족처럼 생계가 어려워 긴급복지 지원금을 받다가 끊기면 ‘정신건강 위기가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담사가 찾아갔으면 좋았겠지만, 현재는 그런 제도가 미비하다”라며 “내년엔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엔 ‘성북구 네 모녀’를 위한 시민분향소가 차려져 조화를 바치고 향을 피우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인천=김소영 ksy@donga.com / 조건희·위은지 기자}

    •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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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레일 “주말 대입면접 수험생 수송대책 세울 것”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첫날인 20일 오전 서울역은 열차 운행 일정을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자신이 예매한 승차권과 코레일이 게시한 ‘운행 중지 열차 목록’을 번갈아 보며 예매한 열차가 취소됐는지 확인하거나 정상 출발하는지 알아보느라 바빴다.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충북 청주에서 온 박기용 씨(71)는 “대학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에 왔다. 앞으로 보름 동안 서울을 오가며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파업 소식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당황스러워했다. 중국에서 온 이텅 씨(19)는 “부산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원래 예약한 기차를 타지 못해 다음 기차를 두 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다. 파업 때문인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파업이 오전 9시부터 시작돼 ‘출근길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파업 영향이 본격화된 퇴근시간대 수도권 지하철은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오후 7시 20분경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직장인 박모 씨(33·여)는 “여유 있게 가고 싶어 열차 3대를 보내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회사원 이규진 씨(34)는 “오후 5시부터 충무로역 4호선 열차에 승객이 가득 차서 손잡이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동 수요가 많은 주말이 되면 승객 불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2일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면접이 진행되는 등 대학 입시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서울과 지방을 오가야 하는 수험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주말에 부산에서 하는 대학 동기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 정모 씨(32)는 “파업 영향 때문인지 열차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20만 원 가까이 주고 김포∼김해 왕복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는데 이마저도 거의 매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대입 수험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험생 수송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열차 출발이 지연되거나 운행 도중 지연이 예상될 경우 다른 열차를 이용하도록 무료 환승편을 제공하기로 했다. 수험생이 탄 열차가 지연되면 해당 열차 승무원이 인근 하차 역에 연락해 시험장까지 긴급 수송하도록 경찰 등과 협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해당 대학에도 수험생 도착 상황을 사전 통보하기로 했다. 앞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 승객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은 “파업이 5주 차에 접어들면 대체인력 피로도, 운행 안전 확보 등을 고려해 KTX 운행률이 필수 유지업무 수준인 56.7%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산업계 피해도 우려된다. 철도 수송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철강업 등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시멘트 업체가 몰려 있는 충북 북부의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유통기지별로 재고를 최대 수준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육로 수송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현재 철도 수송 비중은 40% 수준인데 이번 주가 지나면 철도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육로 수송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소영 / 청주=장기우 기자}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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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가정 차등 없어야… 동성혼 합법화, 사회적 합의 못 이뤄”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선 여성과 다문화 가정,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호소하고 대책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여중생 최인화 양은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커 여성 청소년으로서 암울하다”라며 해결책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라든지 이런 건 좋아졌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에 비하면 까마득하다”며 “유럽 국가를 보면 여성 고용률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좋아졌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때 비로소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문화 가정에 대해 “이제 우리 사회의 소수가 아닌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권리도 의무도 차등 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부부가 “무슬림인 아들이 입대하면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는 등의 이유로 차별을 겪게 될까 걱정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차별이 없다는 것은 각기 다른 조건을 갖고 있을 때 그에 맞게 갖춰주는 것”이라며 “음식(문화)이 특별하면 그에 맞는 식단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7대 종단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동성혼은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동성애자 차별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소수자 차별 (철폐) 문제는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동성혼 문제는 합법화하기엔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 패널이 “장애인 활동 지원 인력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지원을 받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TV 방송 종료 후 유튜브에서 약 4분간 이어진 생중계를 마무리하며 “독도 헬기 추락사고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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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세 어린 베트남 아내, 한국 온지 석달 만에 살해 암매장한 50대

    세 달 전 한국에 온 베트남 국적의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한 신모 씨(5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16일 오전 5시 반경 자택인 양주시의 한 빌라에서 아내 A 씨(29)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아내의 시신을 자신의 고향인 전북 완주군의 한 임야에 묻었다. 신 씨의 범행은 A 씨 사촌동생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한국에 살고 있던 사촌동생은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16일 오전 11시경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17일 낮 12시경 경기 동두천시에서 신 씨를 붙잡았다. 검거된 신 씨는 처음엔 아내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하다가 경찰이 계속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신 씨는 “아내가 경기 이천시로 가서 일을 하겠다며 짐을 싸 집을 나가려고 해 말다툼을 벌이다가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이후엔 나도 심경이 복잡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와 A 씨는 2017년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A 씨는 계속 베트남에서 지냈다. 신 씨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생활하다 올해 8월 A 씨가 한국으로 입국한 뒤 양주에서 함께 지내왔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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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 된 교수님 뜻 담아” 퇴직금 2억 장학금 기부

    고(故) 오세영 전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유가족이 오 교수의 퇴직급여 1억9500여만 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경희대는 8일 오 교수의 유가족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영 장학금’ 기부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말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오 교수는 가족들에게 “퇴직급여를 장학금으로 기부해 달라”고 유언했다. 오 교수의 가족들은 “오 교수는 연구 성과를 내는 것보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딛고 취업하는 것을 더 기뻐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세영 장학금’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20년 동안 도움이 필요한 식품영양학과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에게 매 학기 장학금을 전달한다. 생활과학대에는 고인의 이름을 딴 ‘오세영 강의실’이 만들어진다. 박영국 경희대 총장 직무대행은 “오 교수는 삶의 궤적을 통해 동료 교수와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이라고 전했다. 1980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오 교수는 1995년부터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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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오세영 경희대 교수, 퇴직금 1억9500만원 장학금으로 기부

    고(故) 오세영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유가족이 오 교수의 퇴직금 1억9500여만 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경희대는 8일 오 교수의 유가족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영 장학금’ 기부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말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오 교수는 가족들에게 “퇴직급여를 장학금으로 기부해달라”고 유언했다. 오 교수의 가족들은 “동생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보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딛고 취업하는 것을 더 기뻐했다”고 말했다. 박영국 경희대 총장 직무대행은 “오 교수는 삶의 궤적을 통해 동료 교수와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이라고 전했다. 경희대는 ‘세영 장학금’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20년 동안 도움이 필요한 식품영양학과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에게 매학기 장학금을 전달한다. 생활과학대에는 고인의 이름을 딴 ‘오세영 강의실’이 만들어진다. 1980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오 교수는 1995년부터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오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여러 정부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SCI(E)급 논문 20여 편과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급 논문 50여 편을 남겼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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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작별준비 끝… 누군가 내 글로 위로받기를”

    노인 40명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223쪽 자서전이 18일 출간된다.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책이다. 참여자들이 유명 인사여서가 아니다. 장차관이나 대기업 사장, 대학 교수를 지낸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글을 쓸 줄 모르는 어르신이 많아 구술작가가 듣고 옮기는 식으로 1년에 걸쳐 집필했다. 그런데도 이 자서전이 특별한 이유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의향서)로 연명의료를 거부한 이들이 인생을 돌아본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전의향서 공식 상담기관인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이 만난 노인 40명이 ‘존엄한 죽음’을 미리 선택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이들의 자서전엔 한결같이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이 담겼다.○ 죽음 문턱에서 ‘미리 준비하자’ 다짐 김상연 씨(79·여)는 6년 전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더니 쓰러졌다. 급성심근경색이었다. 심장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지만 얼마 후 재발했다. 그제야 ‘나는 이제 자다가도 죽을 수 있구나’라고 깨달았다. 갑자기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2년 넘게 연명의료를 받다가 숨진 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는 것보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수명만 연장하는 게 더 두려워졌다. 6일 서울 도봉구 창동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난 김 씨는 “몇 년 동안 코 줄로 깡통(유동식)만 먹고, 가족들이 오줌똥 다 받아줘야 하고…. 그러느니 미리 준비하자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사전의향서를 썼다. 자서전 제안을 받았을 땐 ‘대단치 않은 인생인데 무슨 자서전까지 쓰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술작가에게 살아온 얘기를 하다보니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숨진 첫딸에 대한 미안함 등 평생 응어리졌던 마음이 눈 녹듯 풀렸다. 김 씨는 “이제야 삶과 작별할 준비가 됐다.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살자고 다짐하니 남은 날이 더 소중해졌다”고 말했다. 조현아 씨(66·여)는 사전의향서를 쓰기 전엔 김 씨와 정반대로 하루 종일 죽음만을 생각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로 집을 잃고 남편과 이혼한 뒤부터 우울증이 점점 심해졌다. 어떻게 해야 ‘실수로’ 살아남지 않을지 궁리했다. 하지만 자서전 구술작가를 만나는 과정이 치유의 시간이 됐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구질구질한 인생 얘기’를 다 털어놓으니 오히려 후련해졌다. 그는 “자서전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엔 ‘힘들 때 손 내밀어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생 처음으로 표현하는 고마움과 미안함 조규열 씨(81·여)는 몇 해 전 노인복지센터에서 ‘죽음 교육’을 받았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고 사후 안구기증 서약도 했다. 세상을 떠날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서전을 쓰면서 평생 다섯 자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초등학교에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큰딸이 졸업장을 못 받은 일, 젖먹이였던 둘째딸이 울며 보챌 때 안아주지 못한 일…. 그래서 조 씨의 자서전은 “미안하다, 얘들아”라는 말로 시작한다. 5쪽 분량 자서전에는 마흔한 살이었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형편이 어려워져 주워온 콩나물로 주린 배를 채운 일, 삶을 포기하려 방에 연탄불을 피웠던 일, 어렵게 기른 자녀들이 결혼할 때 뿌듯함에 눈물 흘린 일이 담담하게 적혀 있다. 한 번도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는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자서전에 비로소 털어놓은 건 조 씨만이 아니다. 손석주 씨(78)는 아내가 갑상샘암 수술을 하는 날에도 회사 일이 바쁘다며 병원에 가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지금껏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어떤 이들에겐 이번 자서전이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할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 증상이 시작된 이춘자 씨(99·여)가 그렇다. 이 씨는 ‘집에 가야지’라고 생각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가 자신이 이미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간 버팀목이 되어준 자녀들에게 더 늦기 전에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며 자서전에 참여했다. ○ 사고로 두 다리 못 써도 “고마운 내 인생” 어르신들의 말을 옮겨 적는 재능 기부에 나선 구술작가들은 모두 사전의향서 상담교육을 받은 전문 상담가다. 어르신이 사는 곳마다 최소한 세 차례씩 찾아가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내가 무슨 자서전이냐’며 손사래 치다가 면담이 뜻밖에 길어진 경우도 많았다.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술작가들이 접촉한 가족들은 원고를 받아 읽어보고 난생 처음 알게 된 가족의 면모에 놀랐다고 한다. 오연순 씨(78·여)의 딸은 오 씨가 남편과 사별한 뒤 양로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는 글을 읽고 “우리 어머니에게 이런 꿈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자서전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6·25전쟁 등 근현대사의 굴곡뿐 아니라 개인적인 아픔을 겪고도 “그래도 살 만한 삶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신애자 씨(76·여)의 아픔은 깊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나흘 만에 수류탄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못 쓰게 되면서 학교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까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자 숨도 못 쉴 정도로 답답했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 뒤 글짓기 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을 키우며 행복을 되찾고 있다. 이하재 씨(66)는 어릴 적 큰 병을 앓고 7년 전엔 대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겪었지만 시를 쓰며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씨는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마지막 소원은 ‘평온한 죽음’” 자서전 참여자들의 버킷리스트는 다양했다. 신동근 씨(69)는 이혼한 아내를 다시 한번 마주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따뜻한 저녁상을 한 번 차려주고 싶다는, 이승에서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적은 노인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자주 언급된 소망은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떠나는 것’이었다. 오랜 병치레 끝에 고통 속에서 삶을 마치는 지인들을 수없이 보며 ‘존엄한 마무리’가 절실한 화두가 된 것이다. 김현한 씨(73·여)는 죽기 전에 5일만 준비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 자서전에 참여한 노인 40명은 1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모여 출판기념회를 열고 축하 파티를 한다. 홍양희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대표는 “노인 한 명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도서관 한 채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생을 마감하기 전 주변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43만457명이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가까운 상담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나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 201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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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사 택한 노인들…남은 소망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남긴 말은?

    《노인 40명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223쪽 자서전이 18일 출간된다.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책이다. 참여자들이 유명 인사여서가 아니다. 장차관이나 대기업 사장, 대학 교수를 지낸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글을 쓸 줄 모르는 어르신이 많아 구술작가가 듣고 옮기는 식으로 1년에 걸쳐 집필했다. 그런데도 이 자서전이 특별한 이유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의향서)로 연명의료를 거부한 이들이 인생을 돌아본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전의향서 공식 상담기관인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이 만난 노인 40명이 ‘존엄한 죽음’을 미리 선택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이들의 자서전엔 한결같이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이 담겼다.》● 죽음 문턱에서 ‘미리 준비하자’ 다짐 김상연 씨(79·여)는 6년 전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더니 쓰러졌다.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심장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지만 얼마 후 재발했다. 그제야 ‘나는 이제 자다가도 죽을 수 있구나’라고 깨달았다. 갑자기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2년 넘게 연명의료를 받다가 숨진 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는 것보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수명만 연장하는 게 더 두려워졌다. 6일 서울 도봉구 창동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난 김 씨는 “몇 년 동안 콧줄로 깡통(유동식)만 먹고, 가족들이 오줌똥 다 받아줘야 하고…. 그러느니 미리 준비하자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사전의향서를 썼다. 자서전 제안을 받았을 땐 ‘대단치 않은 인생인데 무슨 자서전까지 쓰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술작가에게 살아온 얘기를 하다보니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숨진 첫 딸에 대한 미안함 등 평생 응어리졌던 마음이 눈 녹듯 풀렸다. 김 씨는 “이제야 삶과 작별할 준비가 됐다.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살자고 다짐하니 남은 날이 더 소중해졌다”고 말했다. 조현아 씨(66·여)는 사전의향서를 쓰기 전엔 김 씨와 정반대로 하루 종일 죽음만을 생각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로 집을 잃고 남편과 이혼한 뒤부터 우울증이 점점 심해졌다. 어떻게 해야 ‘실수로’ 살아남지 않을지 궁리했다. 하지만 자서전 구술작가를 만나는 과정이 치유의 시간이 됐다.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옷장에 있는 옷 중 가장 예쁜 것을 꺼내 입고 나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구질구질한 인생 얘기’를 다 털어놓으니 오히려 후련해졌다. 그는 “자서전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엔 ‘힘들 때 손 내밀어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생 처음으로 표현하는 고마움과 미안함 조규열 씨(81·여)는 몇 해 전 노인복지센터에서 ‘죽음 교육’을 받았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고 사후 안구기증 서약도 했다. 세상을 떠날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서전을 쓰면서 평생 다섯 자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초등학교에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큰 딸이 졸업장을 못 받은 일, 젖먹이였던 둘째 딸이 울며 보챌 때 안아주지 못한 일…. 조 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런데 미안하단 말이 (입을 가리키며) 여기까지 나오다가 도로 들어가”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 조 씨의 자서전은 “미안하다, 얘들아”라는 말로 시작한다. 5쪽 분량 자서전에는 마흔 한 살이었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형편이 어려워져 주워온 콩나물로 주린 배를 채운 일, 삶을 포기하려 방에 연탄불을 피웠던 일, 어렵게 기른 자녀들이 결혼할 때 뿌듯함에 눈물 흘린 일이 담담하게 적혀있다. 한번도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는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자서전에 비로소 털어놓은 건 조 씨만이 아니다. 손석주 씨(78)는 아내가 갑상선암 수술을 하는 날에도 회사 일이 바쁘다며 병원에 가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지금껏 한번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12년 전 네팔 히말라야에 등반했다가 고산병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려 말 그대로 ‘말을 잃은’ 권창준 씨(74)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꼭 남기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이들에겐 이번 자서전이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할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 증상이 시작된 이춘자 씨(99·여)가 그렇다. 이 씨는 ‘집에 가야지’라고 생각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가 자신이 이미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간 버팀목이 되어준 자녀들에게 더 늦기 전에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며 자서전에 참여했다. ● 사고로 두 다리 못 써도 “고마운 내 인생” 어르신들의 말을 옮겨 적는 재능 기부에 나선 구술작가들은 모두 사전의향서 상담교육을 받은 전문 상담가다. 어르신이 사는 곳마다 최소한 세 차례씩 찾아가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내가 무슨 자서전이냐’며 손사래 치다가 면담이 뜻밖에 길어진 경우도 많았다. 구술작가 유명숙 씨(73·여)는 “어르신들의 배움은 짧아도 삶의 지혜나 의지는 우리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술작가들이 접촉한 가족들은 원고를 받아 읽어보고 난생 처음 알게 된 가족의 면모에 놀랐다고 한다. 오연순 씨(78·여)의 딸은 오 씨가 남편과 사별한 뒤 양로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는 글을 읽고 “우리 어머니에게 이런 꿈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구술작가 박재연 씨(55·여)는 “가족이 보기엔 ‘엄마’나 ‘아빠’였던 그 분들도 한 명분의 인생을 고스란히 살아오셨다는 데서 가족들이 놀라곤 했다”고 전했다. 자서전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6·25전쟁 등 근현대사의 굴곡뿐 아니라 개인적인 아픔을 겪고도 “그래도 살만한 삶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에서도 신애자 씨(76·여)의 아픔은 깊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나흘 만에 수류탄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못 쓰게 되면서 학교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까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자 숨도 못 쉴 정도로 답답했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 뒤 글짓기 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을 키우며 행복을 되찾고 있다. 이하재 씨(66)는 어릴 적 큰 병을 앓고 7년 전엔 대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겪었지만 시를 쓰며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씨는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마지막 소원은 ‘평온한 죽음’” 자서전 참여자들의 버킷리스트는 다양했다. 신동근 씨(69)는 이혼한 아내를 다시 한번 마주해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따뜻한 저녁상을 한 번 차려주고 싶다는, 이승에서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적은 노인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자주 언급된 소망은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떠나는 것’이었다. 오랜 병치레 끝에 고통 속에서 삶을 마치는 지인들을 수없이 보며 ‘존엄한 마무리’가 절실한 화두가 된 것이다. 김현한 씨(73·여)는 죽기 전에 5일만 준비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 자서전에 참여한 노인 40명은 1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모여 출판기념회를 열고 축하 파티를 한다. 홍양희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대표는 “노인 한 명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도서관 한 채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생을 마감하기 전 주변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43만457명이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가까운 상담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lst.go.kr)나 전화(1855-0075)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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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석방없이 숨 멎는날까지… 무기징역형 철저히 집행을”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장대호(39)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석방 없이 피고인의 숨이 멎는 날까지 무기징역형이 철저하게 집행되는 것만이 범죄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법정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해자의 어머니는 무기징역 선고 직후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전국진)는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대호에게 5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했고 반성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며 “사법부까지 조롱하는 듯한 법정 태도를 보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것만이 합당한 처벌”이라고 밝혔다. 장대호는 지난달 8일 결심 공판 때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지 않고 미안하지도 않고 사형을 당해도 괜찮다”고 했다. 또 수사단계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이번 일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다” 등의 막말을 하기도 했다. 장대호는 5일 포승줄에 양손이 묶인 채 법정으로 향하면서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 보였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에도 웃으면서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재판부는 법무부 재량인 형 확정 후 가석방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급하면서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우리나라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방안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며 “피고인에 대한 양형은 가석방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무기징역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형법상 20년 이상 복역한 무기수는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날 재판부가 밝힌 의견이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자수를 했기 때문에 감경해 달라’는 장대호 변호인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이 발각된 뒤에 한 자백도 자수에 포함된다”면서 “하지만 자수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감경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감경해줄 만한 자수가 아니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장대호는 올 8월 8일 투숙객 A 씨(32)의 객실에 몰래 들어가 망치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고양=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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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S도 못치고 떠난 ‘성북구 네모녀’

    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모 씨(76·여)와 세 딸은 신용카드대금과 건강보험료가 몇 달 치 밀려 있었지만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기준에는 미치지 않아 당국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숨진 지 최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발견된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의 첫째 딸 이모 씨(49)는 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평가사에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될 예정이었다.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되면 신용카드 거래와 발급 등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도입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과 카드대금이 소액(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된 지 3개월이 넘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벌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셋째 딸(44)은 체납액이 10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1000만 원 초과 체납자는 주로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셋째 딸은 체납 기간이 2개월이라서 이런 정보가 당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김 씨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총 3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는 6개월 이상 밀려야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통보된다. 통보 대상을 ‘3개월 이상 체납자’로 확대하는 개정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이 아직 시행 전이어서 김 씨 모녀를 포착할 수 없었다. 김 씨 모녀는 ‘긴급 복지지원’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위기가 닥쳤을 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고 신청해야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구제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이들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2, 3일 안에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김소영 ksy@donga.com·박성민 기자}

    •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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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적 선택하게 된 ‘성북구 네 모녀’…복지 문턱 여전히 높아

    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모 씨(76·여)와 세 딸은 신용카드대금과 건강보험료가 몇 달치 밀려있었지만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기준에는 미치지 않아 당국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숨진 지 최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발견된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의 첫째 딸 이모 씨(49)는 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평가사에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될 예정이었다.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되면 신용카드 거래와 발급 등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도입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과 카드대금이 소액(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된 지 3개월이 넘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벌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체납액이 10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1000만 원 초과 체납자는 주로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셋째 딸(44)은 체납 기간이 2개월이라서 이런 정보가 당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김 씨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총 3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는 6개월 이상 밀려야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통보된다. 통보 대상을 ‘3개월 이상 체납자’로 확대하는 개정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이 아직 시행 전이어서 김 씨 모녀를 포착할 수 없었다. 성북구는 2015년부터 그 해 만 65세와 만 70세가 되는 노인이 사는 집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 이미 만 70세가 넘었기 때문에 이 제도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김 씨 모녀는 ‘긴급 복지지원’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위기가 닥쳤을 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고 신청해야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구제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이들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2, 3일 안에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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