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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조업체 사장인 A 씨는 해외 거래처에 돈을 보낼 때 항상 ‘넘치게’ 송금했다. 그러면 해외 거래처는 외국에 살고 있는 A 씨 가족에게 실제 거래액을 뺀 나머지 돈을 전달했다. 거래처는 심부름의 대가를 챙겼다. A 씨 가족은 이 불법 송금액으로 외국의 부동산을 사거나 보석을 구입했다. 심지어 회사 법인카드로 생활비를 썼다. 회사 금고를 사금고처럼 이용한 셈이다. #2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B 씨는 자기 명의로 된 법인 소유의 100억 원짜리 건물을 자녀에게 30억 원에 팔았다. 해당 건물은 B 씨 개인 소유 땅에 있었고 명목상 건물주였던 법인은 B 씨에게 임차보증금 조로 30억 원을 내고 있었다. B 씨는 새로운 건물주인 자녀에게 이 임차보증금(30억 원)을 돌려줬다. 자녀는 이 돈으로 건물대금을 치렀다. 100억 원짜리 건물을 무상으로 증여한 셈이다. 국세청은 7일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 ‘대자산가’ 95명을 대상으로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승희 국세청장이 1월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고소득층의 해외자산 은닉을 통한 사치생활 등 공정사회에 반하는 탈세행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들 개인 대자산가는 그동안 대기업에 비해 감시망이 소홀한 틈을 타 변칙적인 방법으로 탈세해 왔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중견기업 사주 일가 37명, 부동산 임대·시행업자 10명, 자영업자·전문직 48명이다. 개인별 재산 소득자료와 외환거래 등 금융정보, 사주 일가의 해외 출입국 현황, 고가 미술품 구입 명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탈세가 의심되는 이들을 추렸다. 이들이 보유한 재산은 총 12조600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330억 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주식이 1040억 원으로 가장 많고 부동산 230억 원, 금융재산 60억 원 순이었다. 재산이 100억∼300억 원인 사람이 41명으로 가장 많았고 50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9명으로 집계됐다. 업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이 대부분이었고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업 종사자도 3명 포함됐다. 대자산가들은 주로 자녀 명의로 법인을 만든 뒤 재산을 빼돌리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 대표가 회삿돈을 자녀 명의로 된 법인에 투자금 대여금 등으로 넘겨 자녀가 개인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식이다. 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사주 이름으로 특허 등록한 뒤 다시 회사가 특허권을 비싸게 사오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례도 있었다. 해외에 수출할 때 친인척 이름으로 유령회사를 세워 거래 중간에 끼워 넣고 수십억 원의 통행세를 낸 업체도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렸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을 추징하는 동시에 검찰에 고발한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와 횡령, 배임, 분식회계 등 위법행위는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 누구나 정당한 세 부담을 나눠 져야 한다”며 “과세 기간을 최소화하는 기업 세무조사와 달리 대재산가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지 6일로 8일째에 접어들자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공기청정기 보급 확대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미세먼지를 해결할 ‘뾰족 수’는 없어 보여주기 식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인공강우에 대한 중국 쪽의 기술력이 훨씬 앞선 만큼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어린이집과 학교에 공기청정기나 환기설비를 조기 설치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특단의 조치를 거듭 주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 앞서 인공강우 실험을 많이 했다”며 “중국과의 협조를 통해 향후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이 되면 보다 적극적인 인공강우 대책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1월 문 대통령의 지시로 환경부와 기상청이 서해상에서 첫 인공강우 실험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당시 구름입자는 커졌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대통령 지시로 성급하게 실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더욱이 중국의 인공강우 실험이 성공했는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번엔 중국과의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주문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학교나 군대 등 단체생활 공간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게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현재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 27만2728개 중 11만4265개(41.9%)에 공기 정화장치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들이 공기 정화장치를 갖춘 학교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저감 효과가 제각각이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이날 모든 병영 생활관에 공기청정기 6만여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원인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2022년 5월까지 삼천포 1, 2호기 등 6기를 폐쇄할 계획이었는데 이 시기를 더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또 미세먼지가 심하면 최대 출력을 80%까지만 가동하도록 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상을 현재 40곳에서 6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은 초미세먼지(PM2.5)보다 미세먼지(PM10)를 많이 배출하는 반면 LNG 발전은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다”며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석탄화력발전과 달리 LNG 발전은 상대적으로 도심과 인접해 있는데, LNG 발전을 늘린다는 건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1월 인공강우 실험을 비롯해 지금까지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을 보면 전문성 없이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김호경 kimhk@donga.com·한상준 / 세종=송충현 기자}

“눈 딱 감고 한 번만 넘어가 주시죠. 담당 부서가 너무 힘들어합니다.”(한국전력공사 관계자) 4일 본보는 한전이 지난달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 농사용 전기 인상 계획을 담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 설명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기사화했다. 한전이 주택용 누진제와 산업용 요금체계 개편에 이어 전국 184만 곳의 농가와 기업농이 사용하는 농사용 전기료 인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간 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전력 수급 부족을 농업인의 희생을 담보로 무마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농사용 전기 수혜 대상을 축소하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사업에 막대한 영향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이에 한전은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내놨다. 해명자료를 통해 “농사용 요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국회 에너지특위 등 대외에 제출한 바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해명은 거짓말이다. 국회 관계자는 한전 영업본부 요금전략실장이 지난달 12일 차장 2명과 직접 국회를 방문해 자료를 건넸다고 확인했다. 기자가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항의하자 한전은 “그냥 넘어가 달라”며 ‘앓는 소리’를 했다. 도대체 한전이 언론과 국회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면서까지 모면해야 할 상황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사실 전기료 기사를 쓸 때마다 한전은 물론 전기요금을 인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까지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한전과 산업부가 민감해하는 것은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할 때 적지 않은 시민들은 발전비용이 싼 원전을 줄인 결과 요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전과 산업부는 전기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 “탈원전 때문이라는 표현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에서 난리가 났다”며 기사의 소스를 알려달라는 정부 당국자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위’의 실체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한전과 산업부 모두 원전 가동이 줄면 영업비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비용 증가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전기료 인상과 원전 정책은 별개라고 강조한다. 전기료가 오르더라도 그건 소비자들의 불합리한 전기 이용 행태 때문이지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 정책이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농민과 기업이 전기를 펑펑 쓰는 관행을 잡기 위해 요금제를 개편하면 결과적으로 전기료가 올라갈 수 있고 적자도 메워지겠지만, 수익성을 높이려고 요금제를 개편하는 것은 아니니 자신들은 ‘무죄’라는 식이다. 농민들은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부족문제를 우리 희생을 담보로 해결하려 들지 말라”며 분노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이 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과소비라는 프레임으로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선 전기료 인상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에너지 과소비는 과소비대로, 정부 정책은 정책대로 요금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한 뒤 전기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득하는 것이 정직한 행정이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던 2006년 김미정(가명·44) 씨는 서점 직원으로 일했다. 남편과 함께 매달 600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5년 전 육아 때문에 직장을 관두면서 월 소득은 500만 원으로 줄었다. 경기 악화로 남편이 회사에서 받던 2500만 원가량의 연말 인센티브도 사라져 가계는 쪼그라들었다. 김 씨는 뒤늦게 직장을 구해보려 했지만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재취업의 꿈은 접었다. 김 씨는 “매달 돌아오는 월급날을 채 못 버티고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로 매달 30만 원가량을 보태고 있지만 적금도 못 붓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마침내 3만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6·25전쟁 직후 대외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불과 약 70년 만에 당당하게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선 신화를 쓴 것이다. 하지만 숫자와 달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출산과 저성장,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그 다음 단계인 ‘4만 달러 시대’를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12년 만에 3만 달러 돌파 5일 한국은행의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349달러로 2017년(2만9745달러)보다 5.4% 증가했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서 벌어들인 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이다. ‘1인당 GNI 3만 달러’는 통상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7년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3개뿐이다. 특히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선 ‘30-50 클럽’에도 7번째로 가입하게 됐다. 기존 6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다. 한국의 1인당 GNI는 1963년 100달러, 1977년 1000달러를 넘어선 뒤 1994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에 2만 달러 고지를 밟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3만 달러를 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미국은 1인당 GNI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가 되기까지 9년, 독일과 일본은 5년이 걸렸다. ○ 3만 달러 시대라는데, 아직 기분은… 하지만 많은 국민에게 ‘3만 달러’는 그저 숫자에 그칠 뿐이다. 열대어 및 수족관 자재 수입업을 하는 한문표 씨(38)는 “최근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사업이 위축돼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도 접은 지 오래”라며 “예전엔 내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돈도 벌고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뭔가 막막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은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분배 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 차이는 5.47배로, 4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12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7%나 줄었다.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명목 GDP 성장률도 지난해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1998년(―1.1%)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2만 달러를 달성한 2006년 당시 80 선을 유지했던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해에는 70 선으로 떨어졌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도 체감경기를 나쁘게 본다는 얘기다. 경제 성장 속도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2.7%로, 2006년(5.0%)의 절반 수준이다. ▼ 전문가 “4만달러 넘으려면 규제개혁 등 시급” ▼지난해 수출증가율도 4.2%로 2006년(14.6%)보다 훨씬 낮다. 다만 이런 외형적인 성장 속도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느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은 국가들이 모두 4만 달러 대열에 안착한 것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 프랑스 영국은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인 2, 3년 만에 4만 달러에 진입했지만, 경기가 둔화되면서 2017년 현재 1인당 GNI가 3만 달러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2007년 3만 달러 문턱을 넘었지만 2017년 1인당 GNI가 2만 달러 후반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은은 물가와 환율, 인구 등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성장률이 2%대 중반을 유지한다면 4만 달러 고지까지 가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4만 달러 고지에 도달한 국가들은 성장과 고용,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경제의 각 부문이 모두 균형 있게 발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규제 개혁 등 구조적 문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최혜령·송충현 기자}

정부가 수출 기업에 235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용도가 떨어진 기업이 수출계약서만 제시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특별보증도 해준다.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11% 감소하는 등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짐에 따라 정부가 긴급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해외 현지의 텃세와 인력난을 해소해 달라는 기업의 호소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손쉬운 단기 자금 대책만 나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한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A4용지 60쪽 분량의 대책에 따르면 올해 수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무역금융 규모는 235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15조3000억 원 늘어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한국 기업의 수출 실적이 3개월간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기업이 자금난과 신용도 하락을 겪자 돈을 풀어 숨통을 틔우기로 한 것이다. 무역금융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수출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무역보험공사 보증으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져 자금난을 겪는 수출 기업을 위해선 수출계약서만으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특별보증을 신설했다. 원래 은행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해 주지만 1000억 원 규모의 보증 상품을 만들어 수출계약만으로도 대출하도록 한 것이다. 수출계약 후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몇 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수출채권(해외어음)을 빠르게 현금화하는 보증 상품도 만든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4만2273개를 대상으로 해외 전시회 등 수출 마케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1976개 늘어난 수치다. 일례로 글로벌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일대일로 이어주는 상담회를 개최한다. 반도체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을 대체할 바이오, 2차전지 등 6개 산업을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금융 및 마케팅 지원 방안도 대책에 담겼다. 일각에서는 기업 현장에서는 통상 분쟁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를 겪고 있는데도 정부 대책은 과거 수출 대책의 단골메뉴인 금융, 마케팅 지원에만 집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1월 기업의 수출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통상 관련 애로사항은 11건으로 무역보험 관련 애로(10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관련 이슈는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금융 등 단기 대책 중심으로 담았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들의 체력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수출 6000억 달러 달성’이라는 철 지난 성과에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하강기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2015∼2017년 17개의 수출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난해에는 관련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반도체 착시로 수출 실적이 좋게 나오자 기업들의 체력을 높이는 데는 소홀히 한 채 최저임금 인상 등만 강요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기업들이 고용 부문에서 비용이 늘며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다”며 “진통제식 처방보다는 산업 구조를 재편해 기업의 체력을 키워주는 게 수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가구주가 50대인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대출 이자나 연금보험료 등 소비 이외 분야에 쓴 돈이 늘어난 데다 고용 한파로 주수입인 근로소득이 줄어든 결과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것이다. 3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50대 가구주 가계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41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0만1600원(2.4%) 줄었다. 이 같은 소득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분기(―2.9%) 이후 가장 크다. 가처분소득은 명목소득에서 세금, 연금,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 평균 365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늘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 가구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8%, 40대 가구주 가계는 6.3% 늘었다. 50대 가구주 가계의 소득이 유독 많이 줄어든 것은 고용 부진의 충격이 다른 가구보다 컸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50대 가구주 가계의 근로소득은 2013년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0.1%)로 돌아섰다. 반면 지난해 4분기 50대 가구주 가계가 의무적으로 낸 비소비지출액은 12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만8000원(15.5%) 늘었다. 이자 비용은 4만1000원(48.2%) 증가했고 조세는 7만2000원(42.2%) 늘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전국 184만 곳의 농가와 대형 기업농이 사용 중인 싼 농사용 전기료를 올리는 방안을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08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전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료 때문에 전기 과소비가 생기는 점을 들어 전기료 체계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3일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와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설명자료’에서 대규모 기업농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농사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용 누진제와 산업용 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해온 한전이 농사용 전기료까지 손대기로 한 것이다.○ 중국산 냉동고추 건조에 쓴 농사용 전기 농사용 전기 1kWh당 요금은 49.09원으로 산업용(107.41원)이나 주택용(108.50원)의 절반 수준이다. 영세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 보니 일부 농가에서 석유나 도시가스 대신 전기로 냉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바나나, 애플망고 등 아열대성 작물을 키우기 위해 전기로 난방시설을 돌리거나 중국산 냉동고추를 전기 건조기로 말리는 사례도 있었다. 농사용 전기를 주택용과 산업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농사용 전기를 주택용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는 2만2500여 건에 이른다. 누진제 적용을 받는 주택용 전기 대신 농사용 전기선을 끌어와 냉난방기를 돌리는 식이다. 한전은 대규모 농업에 사용되는 농사용 전기부터 단계적으로 요금을 올릴 방침이다. 그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하림 삼성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산업용 전기 대신 농사용 전기를 사용해 수십억 원의 전기료를 아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영세 농민 지원이라는 농사용 전기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은 6월 전까지 구체적인 인상폭과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농사용 전기요금이 낮다 보니 산업용 주택용 등 다른 전기 사용자에게 요금 부담을 증가시켜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농사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한다는 시그널로 신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 4900ha인 스마트팜을 7000ha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농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농사용 전기료 인상이 기업농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스마트팜 농가는 “스마트팜 1ha를 운영하는 1년 전기료가 1억 원 수준이라 전기료가 오르면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주택용 요금체계도 개편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개편’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요금은 전기 사용이 적은 편인 오후 11시∼오전 9시(경부하 시간대)의 요금을 올리고 나머지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산업용 요금은 경부하 시간대보다 나머지 시간대의 요금이 최대 3.4배 비싸다. 이 때문에 새벽 시간대 전기 사용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주택용 누진제는 현재 최저와 최고요금 차가 3배인 누진율을 낮게 조정하거나 여름에만 누진제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개편이 추진된다. 전기를 적게 쓰는 일반가구에 주는 할인 혜택인 ‘필수사용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저소득,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요금 할인을 늘릴 계획이다.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반가구는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전이 올해 전기요금 체계를 전방위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 올해 2조7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영업적자를 만회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소비자 부담이 늘지 않는 선에서 소비 왜곡과 자원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A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최근 경기도의 한 상가 밀집 단지에 직영점을 내려고 유동인구 정보만을 토대로 상권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상권 정보가 부족한 탓에 수많은 상가 건물 중 어떤 건물에 입점해야 좋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상가 단지라도 장사가 잘 안 되는 건물에 들어갔다가는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유동인구 외에도 상가의 일별, 월별 전력 사용량으로 어떤 상가가 실제 영업이 활발한지 알 수 있다. 2250만 개의 가구와 기업 고객 정보가 담긴 한국전력공사 전력데이터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한전이 신청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안건’을 포함한 5개 사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현대자동차의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등 4개 안건을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푼 데 이어 보름 만에 5개 사업을 추가로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다음 달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전력데이터 공유센터를 공식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 센터는 민간, 공공 등 전력데이터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전력사용량과 전기료 납부 현황 등 전기와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공개하는 일을 한다. 한전은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가공한 데이터를 수요자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전력데이터에 들어가는 개인정보는 성별, 이름, 주소, 연락처, 고객번호 등이다. 한전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개인정보 적정성평가단을 통해 기업이나 복지시설이 요구한 정보의 성격에 맞게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뒤 공개할 계획이다. 가령 성별이 들어간 전력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주소를 시군구 단위까지만 제공하고 성별이 필요 없는 데이터라면 읍면동 단위까지 개인정보를 좁히는 식으로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이렇게 가공된 데이터는 민간 기업의 상권 분석이나 복지 서비스, 에너지 수요 관리사업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기관이 이 데이터를 이용하면 혼자 사는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평소 전기 사용량 데이터와 실제 사용량을 비교하다가 갑자기 전기 사용량이 줄어드는 경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홀몸노인 가구를 직접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자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 통계청 데이터 프리존처럼 민간에서 필요한 전력 관련 공공데이터를 개인정보를 지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전력데이터가 필요한 사업자는 직접 공유센터를 방문해야 전력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한전이 준 데이터로 상권 분석 등 필요한 결과물을 뽑은 뒤 최종 결과만 외부로 가져갈 수 있다. 정보가 무작위로 유출돼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날 심의회에서는 수동 휠체어 앞부분에 킥보드 모양의 전동보조장치를 달도록 하는 수동식 휠체어 전동보조키트와 순도 93%의 산소를 의약품으로 임시 허가해주는 안건도 처리됐다. 유산균의 한 종류인 프로바이오틱스로 만든 화장품도 안전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허가해주기로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내년부터 대구 광주 등 지방 1주택 보유자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면 해당 주택에 실제로 살아야 하도록 세법을 개정하라고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했다. 지금은 서울 전역과 세종 등 집값이 많이 오른 43개 조정대상지역을 뺀 지방에서는 1주택자가 2년 보유기간만 채우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재정특위는 2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정개혁 보고서를 내놓고 해산했다. 보고서에서 특위는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에 지역과 관계없이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라고 했다. 9억 원이 넘는 고가(高價)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 실제 거주토록 한 기간을 현행 2년보다 늘리는 방안도 권고했다. 아울러 고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도록 해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13부동산대책에서 고가 1주택자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연간 8%씩 최대 80%(10년 이상 보유)까지 양도차익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특위는 이 연간 공제율을 4, 5% 안팎으로 줄여 최대 공제율(80%)을 적용하는 보유기간을 16∼20년으로 늘리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부동산세제 권고안을 검토해 올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특위는 이날 상속세 과세 기준을 전체 상속금액에서 상속인별 취득금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권고도 내놨다. 재정특위는 지난해 4월 ‘100년 갈 조세개혁’을 명분으로 출범했지만 부동산 과세를 강화한 것 말고는 성과가 미미해 ‘집값 잡기용 임시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김준일 기자}

지난해 10월 24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참사’ 수준의 고용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단기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드는 게 대책의 핵심이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기자들은 저마다 어떤 내용을 앞세워 기사를 정리할지 고민한다. 자료를 살핀 뒤 ‘공유교통’을 기사의 맨 앞에 담았다. 정부가 두 달 뒤인 그해 말까지 카풀, 우버 등 공유교통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안을 확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단 내에선 “카풀은 정치적 논쟁거리라 도입이 쉽지 않다”, “알맹이가 없는 걸 보니 구색 맞추기로 대책에 담은 것 같다”며 다른 소재를 앞세워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필자는 어떤 식으로든 경제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정부가 허투루 대책에 넣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공유교통’을 기사 첫 문장에 담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지명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내정 당일인 지난해 11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유경제는 사회적 파급역량이 큰 ‘빅 이슈’”, “선진국에서 하는 보편적인 서비스면 한국에서도 못할 바 없다”며 도입을 시사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한 택시기사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을 거둔 뒤부터였다. 정부와 물밑에서 택시사업자를 위한 보상안을 만들던 국회가 카풀 도입 반대로 방향을 틀었다. 정책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국회 기류를 잘 아는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회 카풀 도입 태스크포스(TF)가 카풀 저지 TF가 됐더라”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당국자는 당초 공유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려던 연말이 가까워오자 “이번엔 진짜 되는가 싶었는데…”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젠 정부마저 언제 공유교통을 추진했냐는 듯 말을 아끼고 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강연에서 “이해 당사자들끼리의 타협”을 강조하며 사업자끼리 해결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이번 정부가 정말 공유서비스를 도입할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정부는 “이 정도 규제도 못 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젠 이 정도 규제도 못 푸는 정부가 되어도 괜찮은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과제를 꺼내놓고 변죽만 울리다 만 건지 헷갈린다. 공유교통 도입을 먼저 거론했던 정부가 “사업자들끼리 우선 잘 해결해 보세요”라며 한발 물러선 사이 택시업계와 ‘타다’, ‘쏘카’ 등 공유교통 사업자들은 서로를 검찰에 고발·고소하며 이전투구 중이다. 사업자끼리 대타협을 하기는커녕 사회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정말 공유교통 서비스가 필요하다 생각한다면 사업자끼리 난타전을 펼치게 두지 말고 최전선에 나서 이해관계를 조율했어야 한다. 꼭 지금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플랜B’라도 마련해야 한다. 택시업계와 공유교통 사업자들은 생존을 걸고 싸우는데 “당사자 간 타협”이라는 느긋한 소리만 하는 걸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가 정말 ‘헛발질’을 했구나 싶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20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은 22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18년 매출액 60조6276억 원, 영업손실 2080억 원, 당기순손실 1조1508억 원의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한전이 영업이익 계정에서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2017년 영업이익이 4조9532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익이 5조 원 넘게 감소한 것이다. 한전은 연료 가격이 오른 데다 원전 가동률 하락으로 전력 구입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9.7달러로 2017년(53.2달러)보다 30% 올랐다. 원전 정비일수가 늘며 원전 가동률은 2017년 71.2%에서 지난해 65.9%로 떨어졌다. 적자가 계속 커지면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민들이 세금, 사회보험료 등으로 매달 낸 돈이 1년 만에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부담이 늘며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비(非)소비지출은 95만3900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8만6500원(10%) 늘었다. 비소비지출은 2017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1∼3월) 처음 90만 원을 넘어선 뒤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 올 1분기에는 100만 원을 넘어설 수 있다. 작년 4분기 평균 가계소득(460만6100원)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늘었다. 항목별로 소득세, 재산세 등 조세가 17만3400원으로 1년 전보다 29.4% 늘었다. 준조세 성격인 연금으로 나가는 돈은 15만2900원으로 같은 기간 12.1% 늘었다. 사회보험료(15만4000원)도 11.6% 증가했다. 양도소득세, 부동산 취등록세 등 비경상조세는 38.4% 늘어 7300원이었다. 각 가구는 이자 명목으로 10만7400원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별로는 하위 20%의 비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9.9% 줄어든 25만 원이었다. 상위 20%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206만3800원으로 17.1% 늘었다. 비소비지출이 늘며 실제 소비할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은 237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늘었다. 전체 소득이 3.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증가폭이 낮은 셈이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기자}

“오토바이 타고 먼 아파트 단지까지 ‘원정 영업’을 다녀도 수입이 자꾸 줄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세탁소를 하는 남모 씨(58)는 손님을 찾아서 전에는 가지 않던 다른 동네까지 발품을 판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벌었다. 여름부터 손님이 줄더니 지금은 생계가 위협받을 지경이다. 남 씨는 “발버둥을 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4분기(10∼12월) 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남 씨처럼 영세 자영업자의 수입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이 많아진 때문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복지가 강화됐다지만 주 수입이 급감하는 상황에선 정부 지원도 큰 도움이 못 된 셈이다.○ 고용 참사로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작년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07만3000명. 고용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쪽은 저소득층이었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 가구의 취업 가구원 수는 0.64명으로 1년 전(0.81명)보다 감소했다. 저소득가구 중 가구주가 무직인 비중도 55.7%로 1년 전보다 12.1%포인트 늘었다. 2017년 4분기 68만 원 선이었던 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 43만 원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과 기초연금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보전했지만 주 수입원이 사라지거나 감소하는 상황에 대처하긴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에 지급된 공적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28.5% 증가했다. 2017년 4분기(6.5%)보다 증가 폭이 커졌지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심해졌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저소득층도 세금과 이자 등을 빼면 쓸 돈이 없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만난 이모 씨(32)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버는 월급 180만 원 중 160만 원을 이자로 낸다”고 말했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지만 소득이 적고 신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중은행들은 대출을 외면했다. 그 대신 이자가 비싼 저축은행에서 6000만 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지만 이자 낼 걱정이 새로 생겼다. 이 씨는 “간신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손에 쥘 수 있고 저축 등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세금 등을 뺀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1년 전보다 8% 넘게 감소했다.○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점점 추락” 이런 소득 감소는 하위 20% 가구뿐 아니라 이보다 좀 더 수입이 많은 소득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악기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44)는 과거 매달 200만∼300만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지금은 월평균 수입이 14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려오고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악기점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강 씨는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점점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하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4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4.8% 줄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작년 2분기(―2.1%)와 3분기(―0.5%)보다 훨씬 크다. 특히 자영업자가 벌어들이는 사업소득이 18.7%, 이자와 배당금 등 재산소득이 43.8% 감소했다. 통계청은 “하위 20∼40% 가구에 있던 자영업자의 여건이 나빠지면서 하위 20%로 내려앉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소득 가구의 수입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10.4%, 근로소득은 14.2% 늘었다.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화장품 무역업을 하는 최모 씨(42)는 “2017년에는 한 달에 700만 원가량을 벌었지만 지난해에는 수출이 잘돼 월수입이 800만 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고소득 가구는 국민연금과 아동수당 등으로 받는 공적이전소득도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상위 20% 가구가 받은 공적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52.9% 증가했다. 통계청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수혜자가 증가했다”면서 “상위 소득 가구에 아동수당 수혜 아동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면서 대책 못 내는 정부 정부는 21일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배포한 자료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지만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분배가 악화된 데 대해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취약계층 고용 부진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기재부는 “하위 20% 가구 가운데 근로 능력이 취약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 가구 비중이 늘었다”고 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취업하는 임시·일용직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임시·일용직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4월 기초연금 인상과 근로장려금(EITC) 확대 등 소득지원책이 본격화되면 저소득층의 수입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개인용달업을 하는 우모 씨(64)는 자신이 정부에 손을 벌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버는 돈은 적었지만 그래도 밥벌이는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감이 줄자 한 달 수입이 120만 원에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말 뇌혈관에 이상이 생겼다. 수술비는 800만 원. 소득이 적어 은행 대출이 안 됐다. 결국 신용카드 4장으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우 씨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다른 대출금을 포함해 약 60만 원. 21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을 기다리던 그는 “심사를 통과하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카드 대출을 저리 정책금융상품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마지막 희망이다”라고 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빌딩 경비를 하는 성모 씨(63)도 이날 센터를 찾았다. 그 역시 월급의 절반가량을 고금리 저축은행 이자로 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뒤 일자리도 불안해졌다. 성 씨는 “이 일이라도 잃지 않으려 전보다 더 굽실거리며 살게 됐다. 왜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지…”라고 했다. 이 센터를 찾은 사람은 2017년 31만8300명에서 지난해 34만5100명으로 늘었다. 저소득층의 삶이 팍팍해진 건 수치로도 나타난다. 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12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7% 줄었다.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임금 등 근로소득이 36.8%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10.4% 늘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 차이는 5.47배로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격차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임시직과 일용직 부문에서 고용 사정이 좋지 않았다”며 “소득분배 개선 정책이 악화되는 시장 상황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기자}

지난해 4분기(10~12월) 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저소득층에 실업의 고통이 집중되면서 소득 상, 하위층의 격차는 4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이 벌어졌다. 통계청이 21일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2017년 4분기보다 17.7% 감소했다. 이 같은 소득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1분위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은 근로소득이 1년 만에 36.8%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근로소득 감소 폭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임시직과 일용직 등 취약계층이 많이 취직하는 분야에서 고용 사정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금과 수당 같은 공적이전 소득이 늘었지만 전체 수입의 3분의 1이 넘는 근로소득이 줄어든 충격을 완화하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1분위 가구의 취업자 수는 2017년 4분기만 해도 0.81명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0.64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1분위 가구주의 55.7%는 무직상태로 1년 전의 무직비율(43.6%)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상위 20% 소득층인 5분위의 가구소득은 지난해 4분기 10.4% 늘었다. 작년 3분기의 소득 증가율(8.8%)보다 1.6%포인트 증가 폭이 커진 것이다. 5분위 가구원들은 상용직 신규 일자리에 비교적 많이 취업한 데다 임금 인상의 효과를 많이 누린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세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1분위의 5.47배였다. 이 같은 4분기 소득격차는 2003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의 정책효과가 확대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정도가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 정책효과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 최초의 컬러TV를 만들었던 ‘아남전자’는 2000년대 초반 생산라인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던 중국에 진출했다. 당시는 아남전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에 매력을 느끼며 앞다퉈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때였다. 하지만 이후 인건비가 계속 올랐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견제가 거세지며 아남전자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2013년 중국에 있던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겼고 적자에 허덕이던 아남전자는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실적 기대치는 미국 일본 베트남 등지에 진출한 기업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처로 중국이 저무는 반면 베트남 등 신흥 국가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이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해외 투자처 중국 지고 베트남 뜨고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는 19일 세계 각국에 진출한 1만2500여 개 법인을 대상으로 매출 실적, 고용 현황 등을 설문조사한 ‘2018 해외 진출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 현지 법인의 81%가 전년과 비교해 2018년 매출이 증가 또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59%), 미국(56%), 일본(51%)에 진출한 법인의 절반 이상이 작년 매출이 1년 전보다 늘 것으로 봤다. 반면 중국은 진출 기업의 39%만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최우혁 산업부 해외투자과장은 “미국은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시장이 견고해 한국 기업도 반사 이익을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역시 지난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고 베트남은 새로 떠오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도 선전했다”고 했다. 고용 관련 설문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 생산 직종의 99%를 현지 인력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마케팅과 상품 개발 등 관리 직종에서는 한국인 채용 비중이 13%였다.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 본사 신규 인력 채용이 늘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국내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인건비에 허덕이는 중국 진출 기업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임금 상승과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국의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13년 “최저임금을 경제적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밝힌 뒤 2018년 9월까지 중국 내 31개의 성과 시에서 최저임금이 올랐다. 상하이의 경우 2008년 960위안이던 월 기준 최저임금은 2012년 1280위안, 2014년 1820위안으로 올랐고 지난해엔 2420위안으로 뛰었다. 10년 사이 최저임금이 2배 이상으로 급증한 셈이다. KOTRA 설문에서 중국 진출 법인의 22%가 임금 상승 및 인력 채용을 어려움으로 꼽아 다른 지역 평균(19%)보다 높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보가 부족한 점도 기업들이 겪는 애로였다.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떠오른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임금 상승과 현지인의 높은 이직률 등을 애로 사항으로 꼽지만 아직은 기회의 땅이다.○ 정부 “한국 돌아오는 기업 지원” 정부는 해외에 진출했다가 어려움을 느껴 돌아오는 한국 기업을 위해 유턴기업 지원 대책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사업장의 축소 및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은 전체 171개사로 이 중 34%가 중국 내 법인이었다. 이호준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현지 법인의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해 기업 지원센터와 KOTRA 무역관을 통해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각 부처의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정보포털에 사실상 1건인 규제가 여러 개의 규제혁신과제로 쪼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의 성과에 연연하면서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도심 정비사업 시행사와 관리업자에 대한 감독을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개혁 과제는 7건이다. 이 과제들은 모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는 과제로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겨 있다. 하나의 법 개정안인데 7개 과제로 쪼개진 셈이다. 이 같은 ‘규제 쪼개기’는 재정비 촉진사업, 건설기술용역,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감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나타났다. 규제를 세분해 규제정보포털에 등록해 둔 상태에서 법안 1건이 처리되면 여러 규제개혁 과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효과가 난다. 한 정부 부처의 규제 담당관은 “실무자가 보기엔 한 덩어리인 규제가 많은데 규제 현황을 관리하는 국무조정실에서 모두 나눠 등록했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이 규제개혁을 총괄하면서도 규제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부처별로 규제 완화에 대한 ‘온도차’를 보이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 항목에 뇌중풍(뇌졸중), 대장암 등 13개 질병을 포함하는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이 시범사업을 허가받은 유전자 검사업체 마크로젠은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규제 샌드박스 1호 업체가 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14일 비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57개로 확대하되 질병은 검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마크로젠은 유전자 질병검사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업체는 안 되는 셈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면서도 한정된 범위의 규제 완화를 허용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짧은 시간에 부처마다 같은 규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부처별로 충분히 협의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지난해 대진 침대에 이어 미국 침대 브랜드인 씰리 침대 제품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씰리 침대는 해당 모델을 자체 수거할 방침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씰리코리아컴퍼니에서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 판매한 제품 중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을 초과한 침대 6종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모델명은 ‘마제스티 디럭스’, ‘시그너스’, ‘페가수스’, ‘벨로체’, ‘호스피탈리티 유로탑’, ‘바이올렛’이며 판매량은 총 357개다. 6개 모델은 모두 라돈 방출 원인물질 ‘모나자이트’가 함유된 회색 메모리폼을 사용했다. 씰리는 회색 메모리폼을 사용했지만 안전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1개 모델(알레그로)과 회색 메모리폼 사용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려운 2개 모델(칸나, 모렌도)도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씰리코리아는 이용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해당 침대를 수거할 예정이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씰리가 자체 회수하는 제품은 수거나 처리 등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이 밖에도 라돈이 의심되는 제품들은 생활방사선 안전센터를 통해 소비자의 제보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과 반도체 부품·장비업체가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부지로 경기 용인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구미시 등 지방 도시도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경쟁에 나섰지만 정부가 지역균형발전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1분기(1∼3월) 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확정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입주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10년간 120조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 1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는 용인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1순위 후보지로 꼽혀 왔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 가까워 관련 중소기업과 함께 클러스터 형성에 유리하다.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4개의 반도체 공장과 약 50개의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한다. 용인은 인재 유치 측면에서도 지방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는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커 인재 유치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은 수도권 일부 도시를 ‘남방한계선’으로 여긴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계획을 밝힌 이후 용인시 외에 경기 이천시, 충북 청주시, 경북 구미시, 충남 천안시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성 계획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공장총량규제 완화 등을 관련 부처와 협의한 뒤 늦어도 다음 달까지 최종 조성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산업단지 신청과 부지 매입 등을 거쳐 2022년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으로 최종 결정되면 문재인 정부 최초의 수도권 규제 완화 사례가 된다.황태호 taeho@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연초부터 참담한 고용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가 ‘세금 채용’ 카드를 또 빼들었다. 공공 부문에서 정규직 2000명을 더 뽑고 이와 별도로 체험형 인턴도 2000명 늘린다. 고용 충격을 조금이나마 막아보겠다는 취지지만 장기적으로 나라살림에 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제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월 취업자가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무는 등 엄중한 상황이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공공 부문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2만30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2000명 확대하기로 했다. 발전사 등 안전관리와 재난 예방이 필요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정향우 기재부 공공정책총괄과장은 “최근 발전소에서 2인 1조 근무 규칙을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기관들이 있다”며 “안전 분야에서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정규직 채용 확대와 함께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도 지난해 1만6000명에서 올해 1만8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체험형 인턴은 공기업에서 1∼6개월간 업무 경험을 해보는 것으로 ‘채용형 인턴’과 달리 정식 직원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민간 분야에서는 규제 샌드박스와 광주형 일자리, 기업투자 프로젝트 발굴을 통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1월 고용동향 분석’ 자료에서 “상용직 근로자가 늘고 25∼29세 청년 고용이 개선되는 등 고용의 질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월 상용직 근로자는 전년보다 27만9000명 늘었다. 하지만 증가폭이 예전보다 줄고 있다. 지난해 1월 상용직 근로자 증가폭은 전년 대비 48만5000명으로 올해 1월의 약 1.7배였다. 25∼29세 고용률도 정부 예산이 투입된 보건복지 분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