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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서비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해 12월 현대리서치를 통해 전국 20~80세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율은 47.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율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것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신뢰율은 ‘신뢰한다’나 ‘아주 신뢰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이 가운데 병원 응급실을 신뢰하지 않는 응답자는 17.2%로 조사됐다. 병원 응급실 서비스에 대한 신뢰율은 31.9%로 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는 ‘의사 면담과 입원·수술까지의 긴 대기시간’을 가장 시급한 응급실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구급차서비스에 대해서는 절반을 넘는 55.1%가 ‘신뢰한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구급차서비스와 관련해 구급대원의 불친절한 응대 태도(23.0%), 과도한 비용(16.5%), 출동시간 지연(13.9%) 등은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최근 1년 이내에 응급실을 찾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9.5%로 전년(30.7%) 대비 1.2%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을 찾은 이유로는 ‘주말, 휴일, 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다’는 응답이 48.8%로 가장 많았다, ‘약국이나 집에서 치료할 수 없는 응급상황 발생’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45.4%에 달했다.임현석기자 lhs@donga.com}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1일에도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무더운 곳이 많겠다고 31일 예보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습한 공기를 한반도로 올려 보내고 있어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더 높겠다. 31일 강원 영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 폭염주의보(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지속)와 폭염경보(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지속)가 발령됐다. 특히 경남 창원은 36.7도까지 오르며 올 들어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은 32.8도였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무인 자동기상관측망 측정치로는 대구 달성군의 수은주가 37.8도까지 치솟는 등 이날 전국 각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2∼4도 높았다. 이런 폭염 때문에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온열질환으로 8명이 숨지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자외선 지수도 5단계 중 세 번째 위험도인 ‘높음’ 이상을 보이고 있어 피부 화상에도 유의해야 한다. 기상청은 10일까지 전국적인 비 소식이 없어 밤낮 없는 찜통더위가 이달 중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27도에서 35도로 폭염이 이어지겠다. 광주가 35도로 가장 더울 것으로 보이며 대구 34도, 청주 33도, 서울 32도, 부산 32도로 예보됐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25도 이상의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마는 물러났지만 대기가 불안정해 경기 동부, 강원 영서, 충북, 경남, 경북 내륙에는 1일 오후와 밤사이에 5∼30mm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하게 내려 산악과 계곡 지역에서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다”며 피서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인파 때문에 ‘한반도 생태축’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흙과 식물이 쓸려나가고 황폐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두대간 보호구역 중 약 76만9566㎡에 달하는 지역이 풀 한포기 없는 황폐한 땅인 ‘나지(裸地)’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제규격 축구경기장의 107배가 넘는 규모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간 백두대간보호구역 지리산 천왕봉~진부령의 마루금 등산로를 전수조사하고 이후 10개월간의 추가조사를 거쳐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녹색연합이 2001년에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을 당시 풀 한포기 없는 황폐한 땅이 63만3975㎡였는데 15년만에 약 13만6000㎡가 더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황폐한 지역이 21%나 더 늘어난 것이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보호구역 지리산 천왕봉~진부령의 마루금 등산로 중 군용도로로 지정된 향로봉~진부령 구간을 제외하고 총 732.92㎞에 달하는 구간을 46개 구간으로 나누어 전수조사했다. 각 구간의 등산로를 200m 간격마다 지형과 해발고 등의 입지조건과 등산로폭, 나지 노출 폭, 침식깊이 등을 확인했다. 전체 측점 중에서 나무 뿌리노출이 나타난 지점은 1539지점에 달했는데 이는 등산로 전체의 42.4%가 해당됐다. 암반노출이 나타난 지역도 전체 등산로 중 24.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1년과 비교해 조령~하늘재 구간과 궤방령~작점고개 구간처럼 사람이 많이 찾는 등산로를 중심으로 풀 한 포기 없는 땅 면적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등산로 훼손은 단순히 노폭이 조금 넓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표 식물을 없애고 땅속 공기층이 사라져 물이 토양으로 스며들 수 없게 만들어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풀 한포기 없는 땅은 비가 조금만 오더라도 토사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흙이 많이 유실될 뿐만 아니라 산사태 위험도 가중시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제대로 된 관리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국가 보호지역의 등산로는 선진국과 같이 ‘예약탐방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등산인파를 규제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예약탐방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보호와 이용 측면을 모두 고려해 등산로 정비와 식색 복원 작업, 탐방문화 개선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른바 ‘빅5 의료기관’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의료시장 구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불거지면서 대형병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환자는 여전히 이들 병원에 몰렸다. 28일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 의료기관 진료비에서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였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이들 병원의 의료시장 점유율은 7~8%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2010년 8.2% 보다 지난해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 건보공단이 지난해 이들 빅5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는 2조5109억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상급종합병원 43곳의 요양급여비 총 지급액과 비교했을 때는 34.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병원의 외래진료비는 2009년 5702억 원에서 2014년 8536억 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만 8550억 원 수준으로 다소 주춤했다. 입원치료비는 2009년 1조734억 원에서 지난해 1조6559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맞다, 맞아! 우리 동네는….” 본보의 ‘감각공해’ 기획기사(27일자 A1·3면) 보도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 뉴스 의견란에는 ‘감각공해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A 씨는 건국대 먹자골목 일대를 ‘지옥’으로 표현하며 “식당 거리 쪽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불편하다”고 밝혔다. 누리꾼 B 씨는 “지하철 당산역 출입구는 1년 내내 족발 냄새가 진동한다. 장사하는 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주변에 산다는 C 씨는 ‘감각공해 종합세트’를 체험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집 바로 옆 포장마차 때문에 악취, 소음 공해를 매일 겪는다. 문 닫고 자려고 해도 일대 네온사인이 너무 밝아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민들은 소음공해를 호소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곳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와 홍익대 일대로 버스킹(길거리 공연)에 불만이 많았다. D 씨는 “대학로에서 장사하는데 버스킹으로 너무 피곤하다. 오후 11시 이후에는 금지시키자”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끄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E 씨는 “너무 시끄럽고 지저분한 홍익대 거리를 외국인이 지나가며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라. 내가 민망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상업지구와 주거지역이 혼합되는 문제,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 규제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F 씨는 “외국처럼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철저하게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G 씨는 “경찰이나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데시벨 측정기를 가지고 오지 않거나 ‘오후 6시가 넘어 퇴근했다’며 현장에 오지 않는다.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마을버스 정류장 종점. 승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30도 안팎의 무더위에도 버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달부터 마을버스 운수 회사는 관행처럼 여겨지던 공회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전에는 10∼15분간 종점 정류장에서 정차하면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기 위해 공회전을 했지만 올여름 들어 정류장 앞 원룸 건물에 사는 주민들이 “소음과 배출가스 악취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소음, 악취 등 감각공해가 부각되면서 관행으로 어물쩍 넘어갔던 불쾌한 공해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감각공해 기준치부터 마련해야 동아일보 취재팀 분석 결과 2013년 감각공해로 접수된 전국의 민원 건수는 9만321건이었으나 2014년 10만8493건, 지난해 12만5526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감각공해 문제가 부각되는 만큼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기준치부터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살인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경우 피해 인정 기준치가 현실적이지 않아 문제다. 층간소음은 주간 기준으로 1분간 평균 43dB(데시벨)을 넘거나 57dB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하면 규제의 대상이 되지만, 정부의 ‘층간소음 상담 매뉴얼’에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로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을 평균 40dB로 규정하고 있다. 즉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실제 소음 기준치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취공해도 마찬가지다. 악취방지법상 악취세기가 2.5도를 넘어야 악취로 인정된다. 하지만 악취세기 2.5는 ‘주거지역에서 일부 사람들에게 악취 민원이 될 정도의 악취세기’로 규정돼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참기 어려운 악취일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냄새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조차 “감각공해는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 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나도 감각공해 가해자’ 인식 공유해야 지난해 울산에서 복선전철 터널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애견이 죽은 사례가 정식 피해로 인정받았다. 인공조명 탓에 곡식이 덜 자라 배상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쟁 종류가 복잡해지는 만큼 공해에 대한 기준을 객관적으로 정할 필요성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원활한 분쟁 조정을 위해 배상 기준부터 현실화하자는 목소리도 커진다. 생활소음 기준인 65dB을 약 5dB 넘긴 환경에서 일주일간 생활한 점이 인정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이를 분쟁 조정하더라도 피해배상액이 약 7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건설사 직원은 “공사장 소음처럼 가해자가 사업장일 경우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배상금을 주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감각공해 예방에 나서기 시작했다. 건설사, 가전제품 업체 등 기업에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는 건축자재 사용, 가정용품의 소음저감 기능 강화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사전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 또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개정해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빛공해를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 냄새를 포집해 기계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주축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현장에서 바로 악취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악취방지법 개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제는 악취 등 감각공해가 객관적으로 수치화되고 법으로도 공해라고 규정되는 만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감각공해 분쟁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시민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취재팀이 한국환경공단에 최근 접수된 층간소음 사례 52건을 분석해보니 그중 90% 이상이 △슬리퍼 신기 △매트 깔기 △야간에 청소기, 세탁기 돌리지 않기 △가족행사 등 소음 우려 시 미리 이웃에게 메시지 주기 등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만으로 갈등이 조율됐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사람마다, 그날 기분마다 느껴지는 감각공해가 달라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윤종 기자}


12만5526건. 지난해 소음과 악취 등 생활성 공해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부주의한 이웃과 불쾌한 생활환경 때문에 괴롭다”며 지방자치단체에 쏟아낸 민원 건수다. 하루 평균 343건이다. 지자체에 쏟아지는 민원 종류도 단순한 소음을 넘어 △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힙합음악 길거리 공연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윙’ 하는 기계음 △설렁탕 가게 환풍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사골 냄새 △아래층 담배연기 등이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공해들이다. 대기오염, 토양오염, 수질오염, 폐기물 등 전통적인 환경오염에서 생활 영역을 침범하는 ‘감각공해’가 새로운 환경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감각공해란 사람의 △미각과 후각(악취) △시각(빛공해) △청각(소음) △촉각(진동)을 자극하는 생활성 공해를 의미한다. 지난해 사업체와 개인 사이에서 환경 분쟁이 벌어져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한 사례 210건을 들여다보면, 대기·수질오염 등 전통적인 환경오염 때문에 발생한 분쟁은 12건에 불과했다. 분쟁의 대부분은 소음·진동·악취로 인한 감각공해 분쟁(179건, 85%)이었다. 분쟁의 대상도 기존의 사람에서 ‘자라’ ‘난초’ ‘애견’ 등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감각공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서울이다. 동아일보가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하루 평균 117건의 감각공해 민원이 발생했다. 상업지구와 주택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현대 도시의 공간적 특성과 새로운 문화 유행에 따라 등장한 ‘길거리 밴드음악’과 ‘노점상 꼬치구이 냄새’ 등이 민원들로 부상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남광희 위원장은 “새로운 공해가 나타날 때마다 이에 맞춰 공해 기준을 신설하고 배상액 등을 현실화하는 등 감각공해 트렌드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윤종 기자}
감각공해는 피해자의 불만 못지않게 가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상가 업주들이다. 특히 주상복합 건물은 식당 등 입주 상가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 때문에 감각공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입주 상점이 자주 바뀌는 번화가 주상복합 건물에서 주민의 민원과 갈등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에 고깃집이 들어서면서 인근 환풍기와 에어컨 실외기에서 냄새가 난다는 불만과 항의가 일주일에 2, 3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손님들에게는 고소한 고기 냄새가 인근 주민에게는 악취로 여겨지는 것. 24시간 운영하는 가게의 경우 이와 같은 갈등 요소는 더 커진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도 주상복합에 들어설 경우 늦은 밤까지 오가는 손님들의 소음이 발생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성모 씨(32)는 “가게 앞에 파라솔을 펴고 맥주나 땅콩 등 안줏거리를 팔고 있는데 종종 시끄럽게 술주정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라며 “그때마다 주민 항의가 들어오는데 ‘죄송하다’고 말하고 손님을 말려도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밤에 장사하는 술집이나 노래방의 경우 간판이 지나치게 밝아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각종 생활 소음을 비롯해 감각공해에 대한 피해를 접수하고, 상담 및 지원 업무를 맡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자신이 무시당해서 이웃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필요할 경우 공단 측의 중재 등을 받아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임현석 기자}

《 25일 오후 9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오거리. 기타 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메웠고 휘파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젊은이들의 문화인 ‘버스킹’(길거리 공연) 현장은 크나큰 ‘스트레스’의 진원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진짜, 민원을 100번은 넣었어요. 너무 시끄러워서 손님 응대가 불가능할 정도예요. 법적 조치를 생각 중입니다.”(화장품 가게 직원) 이날 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반경 500m 내 지역에 무려 세 팀이 길거리 공연을 벌였다. 신촌에 사는 권유정 씨(24)는 “밤 12시 반까지도 노랫소리가 들려 잠들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시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우리 삶에 새롭게 침투하고 있는 ‘감각공해’가 고통을 부르고 있다. 취재팀이 2000∼2015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환경분쟁신청사건 피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소음·진동공해는 2000년 60건에서 2015년 177건으로 15년 사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 ○ “저녁 힙합 버스킹은 한류스타 와도 싫다” 전체 분쟁 피해 원인 중 소음, 진동 등 감각공해로 인한 피해가 86%(2769건)를 차지한 반면 물질공해인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3∼6%에 불과했다. 네온사인 등 인공조명이 밤에도 대낮처럼 밝게 비추어 숙면을 방해하는 ‘빛공해’도 심각하다. 취재팀이 서울시 등 87개 지자체의 빛공해 민원을 집계해 보니 2012년 2800건, 2013년 3210건, 2014년 3850건, 2015년 3670건 등으로 매년 3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김주혁 씨(41)는 “야구 경기가 열리면 아파트 주변이 환해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검암동 주민들은 네온사인 불빛에 수개월째 밤잠을 설쳐 참다못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주거문화의 변화와 도시화도 감각공해의 원인이다. 기존에는 주택지구와 상업지구가 명확히 갈렸지만 요즘은 명소로 떠오르는 곳을 중심으로 상업가와 주택가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소음과 악취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빛공해 심각, 주택과 상업지구 혼재 문제 최근 뜨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우 냄새공해가 큰 논란거리다. 주택가에 설렁탕집이 들어서면서 환풍기를 통해 내뿜는 고기 냄새를 참다못해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전국 악취공해 발생건수는 2014년 1만4816건에서 지난해 1만5573건으로 증가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공해의 정의가 새롭게 규정되고 있는 셈”이라며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감지하기 어려운 반면 감각공해는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 있어 체감상 더 큰 공해로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감각공해 역시 물질공해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심야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 장애도 일으킨다.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음성통신전공)는 “소음공해가 신체 장기 부위에 불쾌감을 주어 두통이나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각공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앞 삼성 사옥 주변은 틈만 나면 각종 시위로 고성과 노래가 흘러나와 사옥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만 이를 감각공해로 규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각공해에 대한 법적 기준치는 있지만 너무 낮거나 측정의 문제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빛공해의 경우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주택가에 비치는 빛이 10lx(럭스)를 초과하면 공해 수준이 된다. 반면 미국은 3lx, 독일은 1lx 이하로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 감각공해 밑바탕에 피로사회 분노 깔려 정부조차 감각공해가 사회적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환경부 관계자는 “빛공해의 경우 커튼을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공해로 느낀다”며 “인식 변화로 감각공해 대책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간 밤샘 근무와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감각공해 민원인의 대다수다. 낮에 집에서 쉬거나 주말에 잠시 늦게까지 눈을 붙일 때 위층 아이의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듣고 분노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 황석환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감각공해는 사회적 피로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사람들이 다소 과하게 반응한다”며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감각공해에 대한 정부의 환경정책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임현석 기자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25일 찜통더위에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26일도 전국이 최고 35도에 이르는 불볕더위와 함께 열대야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5일 오전 11시부터 전남과 전북, 경북, 경남, 광주, 부산, 울산, 대구 등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고 밝혔다. 강원 영동과 서울, 경기, 제주, 충북, 충남지역도 같은 시간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전국이 폭염에 갇혔다. 이날 밤에는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 유지되면서 열대야도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3도 내외로 오르는 매우 무더운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도 낮 최고기온은 서울 31도, 청주 33도, 대구 35도, 전주 33도, 제주 32도 등 전국이 26∼35도로 폭염이 이어지겠다. 기상청은 27일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중부지방에 비를 뿌릴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기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40분경 전력 수요가 8027만 kW로 뛰어 여름철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8000만 kW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늘었지만 예비전력이 857만 kW로 기준 예비전력인 500만 kW보다 많아 전력 수급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여름철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올해 들어 두 차례 경신됐다. 이달 11일 7820만 kW를 기록해 종전 기록을 넘어선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에너지 절약을 위한 홍보 활동을 집중 시행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인 ‘문 열고 냉방’을 자제하고 적정 냉방 온도를 지키도록 절전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임현석 lhs@donga.com / 세종=신민기 기자}

주요 차종의 국내 판매 금지 처분이 임박한 폴크스바겐이 25일 불법 서류 조작에 대해 “실무적 실수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인증 취소와 판매 금지 등 예고된 행정처분을 다음 달 2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차량 인증 취소 청문회에 참석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사장과 정재균 부사장은 “(업체)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선처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이날 청문회는 서류 조작으로 32개 차종 79개 모델의 인증을 허위로 받은 사실과 관련해 폴크스바겐의 마지막 소명을 듣는 자리였다. 비공개로 70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폴크스바겐 측은 “행정처분이 확정될 경우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과 영업사원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행정처분을 경감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의 김정수 교통환경연구소장은 “폴크스바겐이 기존 해명을 반복했지만 앞서 확인한 불법 행위는 인증제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를 우습게 아는 무책임한 해명”이라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폴크스바겐이 판매를 중단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시승차를 중고로 팔거나 미리 등록을 마친 차량을 판매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또다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 서류 조작이 드러난 32개 차종 외에 추가 조작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정밀 검증을 하고 있는 서류가 더 있다”며 추가적인 서류 검증을 통해 행정처분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의 추가 조작설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석 lhs@donga.com·이은택 기자 }

위해성 때문에 회수 대상이 된 옥틸이소티아졸론(OIT) 함유 항균필터가 공기청정기, 가정용 에어컨 84개 제품에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용 에어컨 필터도 LF쏘나타 등 국내 주요 차종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환경부는 OIT 항균필터를 써 시중에 유통된 제품은 공기청정기 51개 모델과 가정용 에어컨 33개 모델이라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여 호흡기 위해 논란이 불거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 물질인 OIT는 2014년에 환경부가 유해물질로 등록했다. 앞서 환경부는 20일 공기청정기와 차량용·가정용 에어컨에 쓰인 OIT 항균필터를 발표하면서 난수표 같은 필터명만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해당 필터가 어떤 기기에서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환경부는 이날 해당 필터가 쓰인 기기명으로 다시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앞선 발표에서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수출용 제품이나 OIT 미함유 제품을 함께 발표했다”며 필터 모델 수를 88개에서 57개로 정정했다. 이 중 가정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쓰인 OIT 항균필터(45개 모델)는 전부 3M이 만들었다. OIT 항균필터가 쓰인 공기청정기(51개)는 △쿠쿠 21개 △LG전자 15개 △삼성전자 8개 △위니아 4개 △프렉코 2개 △청호나이스 1개 제품이었다. 가정용 에어컨(33개)은 LG전자가 25개, 삼성전자가 8개였다. 차량용 에어컨에 쓰이는 항균필터는 당초 3개라는 발표와 달리 12개 제품이었다. 판매사도 현대모비스, 두원에서 마스터케미칼, M2S, ICM, 청솔, Genpen 등 5곳이 추가로 발표됐다. 3M과 두원전자가 만든 차량용 에어컨 항균필터는 13년식 에쿠스, EF쏘나타 등에 장착 가능한 제품인 만큼 정비소 등에서 모델명을 확인해야 한다. 이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시중에서 판매된 제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당초 환경부는 차량용에어컨 제조사 중 한 곳이 '씨앤투스성진'이라고 알려왔으나, 이후 해당 제조사를 두원전자로 변경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검찰 수사로 서류 조작 및 허위 인증 사실이 확인돼 사면초가에 몰린 폴크스바겐이 문제 차량의 판매 중지를 택했다. 이에 최대 1000억 원가량 부과가 가능했던 과징금은 최대 32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매 금지 등 행정처분이 예고된 차종과 모델이 이미 11일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이 10배로 높아지는 법 시행일(28일)이 임박해서야 손해를 줄이려고 마지못해 판매를 중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폴크스바겐의 국내 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인증 취소, 판매 금지 등의 행정처분이 예고된 아우디·폴크스바겐의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국내 판매를 25일부터 중단한다고 21일 딜러들에게 e메일을 통해 알린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만약 폴크스바겐이 28일까지 해당 차량을 국내에서 판매했더라면 대규모 과징금을 맞을 가능성이 있었다.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제48조가 시행되면 제작 차 인증 기준을 어기고 인증을 받은 자동차업체에 현재 차종당 최대 10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이 100억 원으로 높아진다. 과징금은 업체 매출액의 최대 3% 한도 내에서 부과가 가능해 폴크스바겐에는 최대 1000억 원 가까이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두고 국내 리콜 관련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차일피일 리콜을 미루는 꼼수를 부려온 폴크스바겐이 또 한 번 소급 조항이 없는 국내법의 허점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매 중단을 놓고 대규모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폴크스바겐 측은 “그런 의도는 없다”며 부인했다. 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의 최종 결정을 받기 전까지 소비자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판매를 중단했다”고 해명했다.임현석 lhs@donga.com·박은서 기자}

공기청정기와 가정용·차량용 에어컨 88개 모델에 들어간 항균필터에서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유독물질이 방출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항균필터 제조사는 해당 제품을 회수하기로 했다. 소비자는 제품에서 에어컨 및 공기청정기 필터를 꺼내 모델명을 확인한 뒤 해당 제품 제조사에 연락하고 리콜 대상 제품이라면 교체를 요구해야 한다. 환경부는 최근 실험 결과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차량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항균필터를 회수하라고 3M 등 항균필터 제조회사 두 곳에 권고조치를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공기청정기 제품은 58개 모델, 차량용 에어컨은 3개 제품에서 호흡기 위해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포함된 항균필터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3M은 가정용 에어컨 27개 모델에도 이와 같은 OIT 항균필터가 쓰였다고 알리고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OIT가 함유된 것으로 보고된 항균필터 제품 7종을 대상으로 실제 사용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차량용 에어컨 항균필터 3개, 공기청정기 제품 3개에서 OIT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개 제품에서는 OIT가 배출되진 않았다. 실험 대상 제품에 포함된 OIT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26∼76%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원이 판매한 제품 2개는 1개 모델명으로 확인돼 총 5개 제품이 회수 대상이 됐다. OIT 항균필터를 쓴 88개 모델 중 두원이 판매한 차량용 에어컨 항균필터(씨앤투스성진 제조) 1개를 제외하고 전부 3M이 만든 항균필터였다. OIT를 함유한 항균필터가 들어간 공기청정기는 7개 제조사의 58개 모델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웨이 21개 △LG전자 17개 △쿠쿠 9개 △삼성전자 6개 △위니아 2개 △프렉코 2개 △청호나이스 1개 등이다. 가정용 에어컨 모델은 △2014년형 LG전자 5개·삼성전자 5개 △2015년형 LG전자 8개·삼성전자 4개 △2016년형 LG전자 5개 제품이 해당됐다. OIT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물질로 2014년에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9일 수도권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중부지방을 달구는 불볕더위는 오늘도 이어지다가 21일 내리는 비로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여주 이천 하남 의왕)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2.4도를 기록해 평년 기온보다 3.8도가량 더 높았다. 기상청은 수도권에서 강한 일사로 기온이 유독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하남 등 경기지역 17개 시군과 서울 서남권에서 오존주의보도 발령됐다. 20일 중부지방은 곳에 따라 장마전선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받겠으나 강수량은 5mm 정도로 많지 않겠다. 이 때문에 내륙지방의 폭염은 이날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날 중부지방은 차차 흐려져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충남 서해안은 오후 한때 비(강수확률 60%)가 오는 곳이 있겠고 남부지방은 구름이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서울 32도, 서산 30도, 군산 30도, 상주 29도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의 폭염은 21일부터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부터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방에서 비(강수확률 60∼80%)가 시작돼 밤에는 그 밖의 중부지방으로 점차 확대되겠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독성물질 정보를 작성하면서 수출용 영문판에만 제대로 된 독성값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과 관련해 내수용과 수출용 설명서가 달랐던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SKYBIO 1125’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국문판과 영문판을 비교한 결과 서로 다르게 작성된 점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SKYBIO 1125는 흡입시 폐질환을 유발하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과 염화나트륨을 배합해서 만든 혼합화학물질이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낳은 참사의 주범인 PHMG는 이 제품(SKYBIO 1125) 형태로 유통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SK케미칼은 2011년 1월 해당물질에 대한 국문MSDS를 작성하면서 일부 생태독성 및 피부독성값을 누락시켰다. 이 의원은 “국문판 보다 9년 먼저 작성된 영문MSDS에는 독성값이 표시돼 있어 이를 고의로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MSDS는 해당물질의 유해성과 함유량 등을 설명하는 자료로 화학물질제조업체가 물질을 공급할 때 함께 제공한다. 특히 SK케미칼은 이 물질의 생태독성과 관련해 국문판에서 물벼룩의 독성값을 1㎎/L로 기재했으나 영문판에서 0.42㎎/L로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판에 해당 물질의 독성값이 실제와 비교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잘못 표기했던 것이다. 또 영문판에는 물벼룩 외에도 송사리와 조류의 생태독성자료를 함께 표기한 반면 국내자료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없었다. 또 영문에 표기된 생태독성값은 국내유독물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또 SK케미칼은 이 물질의 피부독성과 관련해 국문판에는 ‘자료 없음’이라고 표시했으나 영문판에서 ‘LD50(rat)=8000㎎/㎏’이라는 제대로 된 독성값을 표시했다. 영문 자료에 제시된 독성값은 실험 쥐의 개체수 중 절반이 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유독물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샴푸와 물티슈 등 생활화학용품에 해당물질을 원료로 많이 썼는데 피부독성값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특별히 의도적으로 MSDS를 다르게 표시할 이유가 없다”며 “국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되는 국문MSDS와 수출국 등에 따라 달라지는 영문MSDS가 완전히 같을 순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생태독성값이 절반으로 잘못 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24시간을 조건으로 한 실험이었는데 48시간으로 잘못 표기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와 같이 독성값을 절반으로 낮춘 것은 고의적인 조작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며 “독성정보가 달랐다는 것만으로도 간접살인행위”라며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정부가 이번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로 더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말 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하고도 지역 주민을 설득할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갈등과 혼란만 키운 형국이 됐다. 보안이 필요한 국책사업이나 안보 현안뿐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논란이 된 민생 현안마다 ‘뒷북 대응’ 비판이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런 뒷북 대응이 국정 전반에 걸쳐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관이나 기관장, 직업 관료 등이 대통령 눈치만 살피면서 ‘책임 행정’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예견된 갈등도 ‘수수방관’ 최근 갈등이나 혼란이 뻔히 예상되는 현안에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 불씨를 더 키운 사례가 적지 않다.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신공항 입지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가운데 하나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신공항’을 강조했을 뿐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다. 청와대는 논란을 우려해 여당에 ‘신공항 관련 언급 자제’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3안’을 결정하자 지역민들의 동요도 커졌다. 법 시행 이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도 사전에 법안 제정 단계에서 좀 더 정밀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은 2011년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출발점이었다.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상자가 크게 확대되는 등 허점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여론에 떠밀려 국회에 조속한 법안 통과를 당부하기까지 했다가 최근 ‘경제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되자 뒤늦게 시행령에서 보완하겠다고 했다. 특히 규제개혁위원회까지 나서 ‘중요 규제’로 분류해 심사하겠다고 하자 대체 정부 내 논의도 없었던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일하게 판단하다 ‘뒷북’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소음·배기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 등은 대표적인 ‘뒷북 대응’ 사례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비록 과거 정부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관련 부처 어느 한 곳이라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행정 조치를 했다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수습 과정도 졸속이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불명의 폐질환을 2008년 처음 접수하고도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사건이 커진 뒤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를 씻는 용도로 허가를 내줬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접수만 3698건(사망 피해 신고 698건)으로 늘었다.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문제를 방치하다가 불필요한 논란만 키우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141억 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면서 “형사고발 사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결함시정 명령에 불성실하게 응했고, ‘정부가 물렁하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올해 1월에야 정부는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 과정에서 업체의 부정 행위가 드러났다. 어린이가 무리하게 매달리거나 올라타면 쓰러지는 이케아 서랍장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미 지역에서 어린이 6명이 깔려 숨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업체가 판매는 계속하면서 환불 조치만 하고 있어 ‘반쪽 리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외국 기업들의 간을 키워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사(人事)까지 난맥상 국정 운영이 혼선을 거듭하는 데는 인사 난맥상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가 만사’라고 할 만큼 인사는 정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좌우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파문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관리 시스템의 구멍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진 검사장을 ‘검찰의 꽃’인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논란이 불거진 뒤 4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새 의혹들이 불거졌지만 검찰이나 법무부는 진 검사장 ‘해명’ 이상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진 검사장의 해명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전체는 물론이고 정부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날려 버린 ‘홍기택 사태’는 잘못된 인사로 국익에 손해를 끼친 사례다. 공직 윤리도, 전문성도 확인되지 않은 인물을 국제기구 고위직에 보낸 청와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가 ‘참사’를 부른 셈이다. 현안이 발생했을 때는 관료들이 직을 걸고 치밀하게 사후 전략을 세워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청와대 눈치만 살피고 있는 ‘보신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여학생 성관계 파문은 사건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지만 이후의 경찰 대응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해당 경찰서장은 사건 직후 조직적인 은폐에 나섰고 사건이 공개된 뒤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유감을 표했을 뿐 대국민 사과도 없었다. 경찰 수뇌부가 처음부터 발 빠르게 진상 규명을 지시하고 공개 사과를 했다면 경찰 조직 전체가 질 부담은 덜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 난맥상을 놓고 여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권 4년 차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무사안일 뒷북 대응’ 문제는 각 부처와 기관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여권이 4·13총선에서 참패한 뒤 관료들의 눈치 보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홍수영 gaea@donga.com·임현석·우경임 기자}

‘세계적 진품 곤여만국전도라 이름한 300여 년 전의 세계지도 한 장이 평양에서 발견됐다.’ 1931년 3월 22일 동아일보에 실린 한 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사는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만들어 명나라 황제인 만력제에게 헌상한 지도를 평양에서 찾았다는 내용이다. 발견된 곤여만국전도가 원본인지 복사본인지 알기 어려워 경성제대에 감정을 보낸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발견자는 명문학교 평양공립고등보통학교(평양고보)의 한 학생. 발견 장소는 고물상이었다. 상대적으로 푼돈인 8원을 주고 매입했다. 고물상에서 골동품 세계지도를 취급했다는 점이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그때는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고물상은 한복과 양복, 권총, 단검, 불상, 책, 세계지도, 제사용 그릇, 자전거 등 온갖 물건을 불법과 합법을 가리지 않고 취급했다. 폐품을 포함해 모든 중고품을 수집했다. 해당 지도는 필사본이나 역시 귀한 보물로 밝혀졌다. 당시엔 고물상에서 보물도 찾아낼 수 있었다. 이처럼 고물상은 시대별로 역할과 모습이 달랐다. 1910∼1930년대에는 폐품을 수집해 재활용 업체에 넘기기도 했지만 이처럼 중고품을 판매했다는 기록도 숱하게 확인된다. 고물상이 자원 재활용 기지와 중고장터 역할을 함께 했던 셈이다. 고물상은 학생이 들르는 중고서점이면서 저렴하게 옷을 살 수 있는 의류매장이었고 낯선 기계장치와 부품들을 확인할 수 있는 근대의 명소이기도 했다. 고물상은 일본 총독부가 1912년부터 영업허가 등록 대상으로 알리면서 도입됐고 이후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도시의 풍경을 바꿔갔다. 엿장수와 함께 규제 대상으로 고물상을 통해 근대문물이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했다. 고물상이 있어 당대 민중도 생소한 기계장치나 사치품에 접근할 수 있었다. 1923년 6월 1일. 경기 고양군(당시)에서 위조지폐 제조 기계를 만든 일당 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이 만든 기계는 실제론 작동되지 않는 먹통이었다. 이들은 위조지폐 기계라며 사람들에게 엉터리 장치를 보여주고 투자금만 받아 챙기려던 사기꾼이었다. 기계에 미리 지폐 한 장을 넣어 두었다가 꺼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속이려 했다. 기계식 장치를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어떻게 각종 기계부품을 손에 넣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부품을 모아다가 만든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고물상은 상대적으로 고철 등 폐자원을 모으는 장소라기보다 ‘중고품 수집판매소’ 역할이 강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말인 1930년대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937년 중일전쟁이 시작되고 전쟁물자가 부족해지면서 자원 수집 역할이 중요해진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물자 관리에 힘쓰던 총독부가 고물상에 폐자원 수거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주거지도 불투명한 폐자원 수집자들은 철퇴를 맞았다. 다름 아닌 엿장수였다. 1939년 10월 14일 동아일보에 실렸던 ‘엿행상(엿장수)의 폐품매매금지’라는 기사를 보자. 마산경찰서가 당시 마산지역에서 엿장수들이 폐품을 모으는 것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이들의 폐품 수집을 막은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였다. 엿도 식품인 만큼 위생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 이들이 폐품을 모으는 과정에서 절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속내는 이보다 복잡했다. 물자를 수월하게 회수하기 위해서는 허가받은 고물상을 통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고물상에게 폐품 수거 업무를 맡겨도 생각했던 것처럼 폐품 수집이 원활하진 않았다.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재활용품은 숨겨 놓거나 폐품 절도를 저지르는 등 총독부 정책을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총독부는 1942년을 넘어서면서 자유로운 고물상 영업을 제한하고 직접 관리하는 ‘폐품회수조합’ 등을 다수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김두한 등 종로 뒷골목 주먹들이 고철 등 폐품 회수에 나서면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폐품 처리한다는 명분으로 총독부가 특별회수 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뒷골목 주먹들이 직접 가정집에서 폐품을 공출해 갔다. 고물상은 위축되고, 대신 주먹들이 폐품 수집을 주도하는 시기였다. 동의대 사학과 김인호 교수는 “일제강점기 말 폐품 수집에 큰 이권이 걸려 있어 많은 깡패와 건달이 구리 등 고철을 수거하기 위해 가정집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넝마주이에서 고물상으로 광복 이후 고물상은 장물을 취급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인식이 강해서 단속의 대상이었다. 고물상보다는 고아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넝마주이’들이 마을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은 폐품을 팔아 연명하는 사람들이었다. 넝마주이촌에서는 이른바 ‘왕초’가 불우한 청소년들을 거느렸다. 왕초는 이들을 폐품 수집업에 종사토록 강제하고 제지공장 등에 폐품을 팔아 남긴 돈의 30%가량을 상납받았다. 이를 위해 불우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협박하거나 경우에 따라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폐품 수집은 부랑자나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이때다. 넝마주이는 1970년대 도시 개발과 맞물리면서 거점을 잃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넝마주이촌으로 대표되는 빈민공간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군사정부가 1962년부터 넝마주이를 부랑자로 보고 감시 대상으로 삼으면서 관할 경찰서의 수용소에서 머물게 한 것도 왕초 문화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넝마주이로 시작해 현재 서울 강북구의 한 고물상을 운영하는 김모 씨(72)는 “왕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각자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힘든 인생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넝마주이와 엿장수 등은 유통과 산업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고물상을 직접 운영하는 방향으로 틀기 시작했다. 폐품회수조합 등에 밀려났던 고물행상이 당당한 사업가가 될 기반을 이때 마련했다. 1993년 들어서는 고물상이 장물거래를 할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이유로 그동안 유지하던 허가제를 폐지하면서 규제도 크게 완화됐다.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고물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25일 주거단지에서 700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기 구리시의 한 고물상. 이곳 주인인 고철영 씨(61)는 “최근 자원 재활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고물상이 혐오시설이란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때 장물거래나 절도 등이 이뤄진다고 생각해 고물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달라졌다는 것. 자원 재활용의 거점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오늘날 편견 사라져도 운영에 어려움 겪어 그러나 주위의 인식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고물상 운영은 녹록지 않다. 2013년부터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특별시·광역시 1000m²)인 고물상은 의무적으로 폐기물 처리 신고를 하고 주거지나 상업지에서 고물상을 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을 두고서도 업주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고물상 중 10∼20%에 해당하는 기업형 고물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업주들은 “고물상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시설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썩 좋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고물상을 힘들게 하는 것은 최근 유가 하락 추세와 맞물려 덩달아 폐자원 가격이 떨어진 점이다. 한국환경공단이 2013년과 올해 2월 시장에서 거래되는 폐자원 가격(kg당)을 비교했더니 △고철은 305원에서 96원 △압축페트병은 500원에서 281원 △철캔은 221원에서 80원 △폐신문지는 117원에서 97원 △폐플라스틱은 775원에서 658원으로 각각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품 가격은 신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유가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국내 경기도 덩달아 침체돼 시장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폐지를 주워 파는 노인 등 도시 빈민의 수입과 고물상의 수입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이날 고 씨는 폐지 박스를 5t 차량에 실어 중간거래자에게 보냈다. 한 차를 보내고 폐지 값으로 받는 돈은 25만 원 정도. 약 23만 원을 들여 폐지를 매입했던 만큼 약 2만 원의 이익을 남겼다. 매년 이익이 줄어들다 보니 부지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폐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고물상도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폐업하는 고물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자를 밀어내기 위해 고물상들이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는 곳도 많다. 그러다 보니 고물상들은 해마다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고물상이 적자를 보는 수준이다 보니 폐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의 경우 폐지 100kg을 모아 고물상에 팔아도 4600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 서울 도봉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김인용 씨(81)는 “계속 폐지 값이 떨어져 아무리 부지런해도 4000원을 벌기 쉽지 않은데 라면 값이라도 벌기 위해 계속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폐자원 가격 하락세 때문에 폐품 수거 노인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고물상 업주들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서울 성동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류모 씨는 “폐품 수거 노인이 180명 정도 오가는데 96세 할머니도 있다”며 “여기에 1t 차량을 끌고 다니는 고물 수집업자가 아니면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구조여서 노인들이 점차 폐지 수집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상을 비롯한 영세 재활용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상당 부분 줄여주는 내용의 자원순환기본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물상이 불필요한 규제 비용을 줄이고 이에 따라 재활용에 따른 이익도 커질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고물상의 숨통이 다소 트이면서 이에 의지하는 폐품 수집인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자원순환기본법은 폐지처럼 환경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낮고 자원 순환이 가능한 품목에 한해 폐기물에서 제외하고, 시장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폐기물 규제 때문에 스티로폼을 운송하려고 해도 지정된 폐기물 운송차량만 이용해야 했고 이 때문에 비용이 커졌다. 지금까진 이 같은 규제 때문에 폐자원 매입 가격이 떨어지면 재활용하는 것보다 매립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환경부는 폐기물과 관련한 규제를 풀어 순환자원을 폭넓게 인정하면 고물상이 특정 폐기물용 화물차를 고집할 필요도 없고 이에 따라 점차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물상을 비롯해 재활용 산업이 어엿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도시 빈민과 영세 사업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원 순환 기지로서 고물상의 역할과 위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고물상의 자원순환센터 전환이 새로운 과제로 남아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장마전선이 내륙으로 복상하면서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겠다. 16일 전국이 흐리고 비(강수확률 60~90%)가 오다가 제주도는 오후에, 남부지방은 밤에 대부분 그치겠다. 중부지방에 이날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17일까지 이어지겠다. 이번 장맛비는 이날 새벽과 오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산간 등 곳에 따라서는 시간당 20㎜ 내외의 강한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 장마전선은 차츰 북상을 이어가면서 남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이날 밤이면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중부지방과 경북지역은 이튿날인 17일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해 낮이면 대부분 지역에서 멎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장마전선이 다시 남해안으로 밀려나기 시작해 남해안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장맛비는 멎겠으나 대기불안정 때문에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전국이 21~27도로 무더위가 다소 주춤하겠다. 이날 바다의 물결은 서해전해상과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서 2~4m로 매우 높게 일다가 점차 낮아지겠고, 그 밖의 해상에서는 0.5~3m로 일겠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