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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3일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방안은 정부가 각종 재정 투입 사업의 권한을 틀어쥐고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업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의 문턱을 대폭 낮출 뿐 아니라 최종 결정권도 기재부 산하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두기로 함으로써 정부 곳간을 활짝 개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는 “공정하게 평가하겠다”지만 정작 공정성을 확보할 장치는 마련하지 않아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기 쉽다는 우려도 있다. ○ 기재부에 예타 승인권한 집중 예타는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재정 낭비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남부내륙철도,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등 숙원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최장 3년까지 걸리는 조사기간도 사업 시행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예타 제도 개편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올 1월 23개 지역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면서부터다.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예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보탰다. 이날 발표된 제도 개선 방안의 핵심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담당했던 경제성, 정책성, 균형발전분석 중 정책성, 종합평가 부문을 떼어내 기재부 내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분과위원회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분과위에 정치권이나 정부 입김이 작용할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분과위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지만 위원은 정부가 선임한다. 종합평가 결과를 최종 심의, 의결할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도 정부 인사가 다수 포함된다. 기재부 2차관이 평가위원장을 맡고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실장들이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기재부 연구용역을 주로 수행하면서 정책 코드를 맞춰 온 조세재정연구원에 경제성 분석 기능을 나눠준 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뀐 예타 제도 아래서는 경제성 부족으로 통과가 어려웠던 비수도권 광역시도 지역사업이 좀 더 수월하게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은 종합평가에서 불리했던 경제성 비중을 축소(30∼45%)하고 수도권보다 유리한 균형발전평가 비중을 강화(30∼40%)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사업은 균형발전평가를 없애고 경제성 비중(60∼70%)을 높였다. 수도권 사업에 유리한 경제성 비중이 높아지고 불리한 균형발전평가가 없어져 오히려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는 “경제성 평가 결과가 사업시행 기준에 근접한 일부 수도권 사업에는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 사업 시행 여부가 바뀌는 사업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지역 낙후도’ 감점 제도도 없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변 시군보다 낙후하지 않아 평가에서 감점을 받았던 지방 광역시가 유리해졌다. ○ 지자체 일제 환영… 정치권 민원 프리패스 우려도 지역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예타 제도 개편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자체장 모임이나 중앙정부와 만나는 공식 석상에서 예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면서 “지금까지 비수도권은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충남도 등도 “경제성 평가 비중이 줄면서 예타에서 유리해졌다”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로 민원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균형발전을 이유로 지역 사업을 대거 승인해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개편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곳은 대구 대전 부산 등 지방 거점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지역균형 발전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재정건전성의 보루 역할을 하던 ‘안전핀’이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예타 심사는 재원 조달 가능성 등 사업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정책효과’ 항목이 새로 만들어지며 주민 생활여건 영향, 안정성, 환경성 등의 사회적 가치가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항목들이 평가 기준에 포함되면서 지역 정치인과 정부의 민원성, 선심성 사업이 여과 없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타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500억∼1000억 원의 중(中)규모 사업을 통제할 수단까지 일거에 사라진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개정안은 현재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인 예타 대상 사업 기준을 1000억 원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혈세 낭비를 중단하고 예타를 통과하고도 실패한 사업들의 문제점을 분석하라”며 “건설·운영비로 수십 년간 국가 예산을 필요로 해 국가 미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 사업 통과 가능성을 높여 기대감을 갖게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지난달 19일 오후 8시 베트남 하노이. 직장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 ‘황자 샤브샤브’는 회식 인파로 북적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20, 30대 베트남인 3명이 카운터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다. 직원 1명이 페이 앱에 뜬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자 ‘띡’ 소리 한 번 만에 결제가 끝났다. 고객 하티번 씨는 “1년 전부터 페이 앱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1주일에 5, 6번 이용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금융산업과 결제시장에서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의 한복판에 한국 금융사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쌓아올린 디지털 금융의 노하우를 활용해 아세안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국 은행들, 동남아 페이 시장 빠르게 침투 한국 금융사들이 아세안 국가에서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3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4400만 명이던 베트남의 인터넷 이용자는 2020년 8200만 명으로 86%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네시아 역시 같은 기간 인터넷 이용자가 13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털을 활용한 금융 활동은 동남아 국가에선 이미 일상이다. 특히 아세안의 결제 시장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발판 삼아 현금에서 페이로 퀀텀점프(대도약) 중이다.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커피숍 곳곳에는 ‘리브 페이(KB국민은행의 간편 결제 서비스)로 계산하면 가격을 20% 할인해 준다’는 안내판이 중국 알리페이, 현지 업체가 만든 ‘파이페이(Pi pay)’ 안내판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현재 캄보디아 페이 시장의 선두는 25만 명의 가입자를 앞세운 파이페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최근 파이페이와 가맹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빠른 속도로 캄보디아 페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이용자는 약 8만 명 수준이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리브페이는 간편 결제는 물론이고 은행 계좌와 연결한 모바일 송금도 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카드 및 페이 결제가 늘어나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우리스토어에 가입한 가맹점에서 고객이 페이 앱을 실행하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때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우리스토어로 가입한 ‘황자 샤브샤브’의 레탄롱 대표는 “카드 결제가 빠르니 손님들이 계산할 때 줄을 안 서도 된다”며 “젊은 고객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이용자가 늘 것 같다”고 했다. 이정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장은 “베트남은 화폐 종류가 워낙 많아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드 결제가 편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모바일 중심 아세안 고객에 적합 “비대면 계좌 개설 화면 켜주세요.”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신한인도네시아은행.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정보기술(IT)실에서 김연준 신한은행 e뱅킹부장이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었다. 이 회사 IT팀 사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켜자 왼쪽 화면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다른 사무실에서 스마트폰 화상 통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한 다른 직원의 얼굴이었다. 변상모 신한인도네시아은행장은 “인도네시아 로컬 금융사와 글로벌 금융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한국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한국 금융사가 택한 전략은 ‘디지털’”이라고 했다. 아세안에서 한국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은 페이 시장을 넘어 비대면 계좌 개설 등으로 확장 중이다. 특히 약 1만5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업체가 곳곳에 수천 개의 지점을 설치해 놨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 금융사들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만들고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사 고객의 인터넷, 모바일 거래 건수는 7만1034건으로 1년 전(8099건)의 약 8.8배 수준이다. ○ 핀테크 업체와 협업도 한국 금융사들은 IT, 핀테크 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현지화에 나서기도 한다. 현지인에게 익숙한 플랫폼에 한국식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베트남 1위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렌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패션프루트와 MOU를 맺었다. 렌트 익스프레스 앱을 통해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핀테크 업무제휴를 맺었다. 회원 5000만 명을 보유한 라인에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모바일 핀테크 시장을 개척하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잘로’,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와 연계해 모바일 간편 대출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자카르타=송충현 balgun@donga.com / 프놈펜·양곤=이건혁 기자}

한국의 수출이 4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조업일수 감소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주력 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기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에만 기대는 대책으로는 수출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 하락이다. 가격이 하락하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를 줄였고 전체 수출액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구글, 애플 등이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물량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며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지난해 3월 9.1달러에서 올해 3월 5.1달러로 44% 급락했다. 128GB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간 6.8달러에서 4.9달러로 27.9% 떨어졌다. 이와 함께 모바일용 D램의 수요는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해 올해 1분기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9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억 달러)에 비해 16.6% 떨어졌다. 정부는 수출 실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1일 무역보험공사, 시중은행과 함께 수출채권(해외어음)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보증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준의 반도체 호황은 올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이 2월 반도체 업계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가 “지난해보다는 부진하지만 평년 수준 혹은 평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평년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해 수출 시장에도 활력이 돌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도체 가격이 대세 상승기 직전인 2016년 말∼2017년 초 수준으로 떨어졌고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던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이 여전히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올해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중단기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가) 최근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속도도 조금 더디게’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어 상당한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등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는 만큼 기술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 기관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기자}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시장 침체로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2.6∼2.7%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내놓은 ‘3월 수출입 동향’에서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 줄어든 471억1000만 달러(약 53조5000억 원)였다고 밝혔다. 월별 수출은 지난해 12월 1.7% 감소한 이후 넉 달 연속 하락세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20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21억8000만 달러)에 비해 4.1% 줄었다. 수출 부진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견줘 16.6% 줄었다. 반도체를 해외에 내다 판 물량은 소폭 늘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국제 시세가 44.0%, 27.9% 떨어지면서 전체 수출액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액이 114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5%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대중 수출이 지난해 11월(―3.2%)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안 좋아지면서 설비투자 등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정부가 목표한 올해 경제성장률(2.6∼2.7%)을 달성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와 기업이 총력 대응하면 다음 달 수출 감소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계 은행이 아니었으면 공장 문을 닫을 뻔했습니다.” 지난달 21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북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빈즈엉 미푹산업공단에서 만난 황태민 성진포머 베트남 법인장은 6만 m² 규모 공장 터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이곳에 완공된 2만 m² 공장에선 230여 대의 기계설비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성진포머는 자동차의 엔진, 브레이크 등 부품을 제조하는 2차 협력사다. 베트남 진출 2년 만에 양산에 돌입했다. 올해 처음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황 법인장은 “일감이 모여드는데 인력 구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성진포머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부진에 빠져드는 시기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렸다. 처음부터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다. 초기엔 자금난에 빠질 뻔했다. 제품 생산을 시작해 매출을 늘리려면 2년 넘게 걸리는데 당장 기계 구입비만 대당 1억 원이 넘었다. 적자 우려가 큰 외국 회사에 베트남 은행은 대출을 꺼렸다. 이때 KB국민은행은 성진포머의 과거 재무제표보다 특허 20여 건을 비롯한 기술력에 주목했다. 서울 본사에서 심사 인력들이 2, 3차례 출장 나와 기술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시설·운전자금으로 350만 달러(약 39억8000만 원)를 대출해 주기로 했다. 남돈우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 부지점장은 “비록 회사가 적자였지만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발전할 것이란 확신이 섰다”고 회고했다.○ 금융·보험업의 아세안 투자, 제조업에 이어 2위 국내에서 인건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체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에서 한국 금융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제조업체와 거래를 이어가며 순이익을 늘리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에 국내 제조업체들이 주로 진출한 것과 달리 아세안에는 국내 제조업과 금융이 함께 진출해 ‘동반 성장’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신남방정책 이후 한국의 대(對)아세안 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보험업 투자 규모는 15억4200만 달러로 전년(10억1000만 달러)보다 52.7% 증가했다. 제조업 투자액(25억1400만 달러)에 이어 2위다. 금융·보험업의 투자액 비중도 2017년 19.2%에서 지난해 25.1%로 늘었다. 미얀마에 진출한 의류 제조사 MST언더웨어는 미얀마에 공장을 세운 뒤 현지 은행과 거래하다 지난해 주거래은행을 신한은행 미얀마 법인으로 바꿨다.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무조건 현지 담보를 요구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 반면 한국계 은행은 기업 신용평가를 할 수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나라 소재 자산도 평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다. 유병문 MST언더웨어 미얀마 법인장은 “한국계 은행이 주거래로 붙어 있으니 대출은 물론이고 각종 금융거래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며 “개도국 은행과 거래할 때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은행 리스크’가 줄어 안정적으로 사업 자금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중소기업, 현지 대기업 거래를 뚫다 전자통신 부품업체 선린전자는 2015년 베트남 하남성 쩌우선 공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때만 해도 국내 협력사들과의 거래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 이 회사 협력업체 20여 곳 중 절반가량이 베트남 업체다. 지금은 베트남의 첫 완성차 기업인 ‘빈페스트’에 납품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베트남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빈페스트의 전기오토바이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대기업 공급망에 진입하긴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선린전자의 거래은행인 KEB하나은행이 힘을 보태고 있다.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빈페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이 우리와 거래 중이라 ‘우수한 한국계 협력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선린전자의 납품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은행이 현지에서 중소기업의 현지화를 돕는 버팀목이 되는 셈이다.○ 정책금융으로 수출 불모지 개척해야 정책 금융기관들은 민간 은행이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운 대규모 사업에 자금을 보태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힘쓰고 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최근 국내 시중은행 진출이 늘어나자 국내 은행,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민관협력사업(PPP)을 시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아세안 제조업 중심이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하고 캄보디아 기업금융시장을 뚫고 있다. 우선은 현지 은행에 비해 영업 기반이 밀리다 보니 중소기업 맞춤형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책 금융기관들이 현지 당국의 규제 때문에 시중은행이 진출하기 힘든 불모지로 더욱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영식 KIEP 신남방경제실장은 “제조업과 금융의 동반 진출이 많아지면 은행들이 대출 경쟁으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있으니 중장기 리스크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하노이·호찌민=조은아 achim@donga.com / 자카르타=송충현 기자}
5월 문을 여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가 선정됐다. 관세청은 29일 보세판매장특허심사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이같이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5월 31일부터 에스엠면세점은 제1여객터미널, 엔타스듀티프리는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을 맡아 5년간 운영하게 된다. 입국장 면세점은 1터미널은 수하물 수취장을 기준으로 동편과 서편에 각 1개씩 총 380m², 2터미널은 입국장 중앙에 326m² 규모로 운영된다. 판매 물품은 담배와 과일, 축산가공품 등 검역 대상 물품을 제외한 향수, 화장품, 주류 등이다. 구매 한도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600달러다. 사업자 선정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에 한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9곳이 입찰에 참여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일 2곳으로 압축했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해외 소비가 국내 매출로 흡수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20년 입국장 면세점에서 730억 원의 매출과 582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지난달 생산 투자 소비 3대 산업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1970년 이후 처음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지 열흘 만에 각종 지표가 대거 곤두박질치면서 정부의 경제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1.9% 줄었다. 2013년 3월(―2.1%) 이후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이 2017년 2월(―2.8%) 이후 최대인 2.6% 줄며 하락 폭을 키웠다. 전 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 12월 감소했다가 올해 1월 반짝 반등한 뒤 다시 거꾸러졌다. 설비투자는 2013년 11월 이후(―11.0%)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10.4% 감소했다. 기계류와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크게 줄었다. 수출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는 음식료품과 승용차 등의 판매가 줄며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0% 떨어졌는데 1년 전과 비교해 소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201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하락’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경기 하강 국면도 장기화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6개월 뒤 경기흐름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는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떨어졌다. 두 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째 동반 하락 중이다. 이는 1970년 1월 관련 지표가 만들어진 뒤 처음이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수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지난달 조업일수가 1월보다 닷새 줄어 각종 지표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설 연휴가 2월 초에 있다 보니 소비와 투자 등이 1월로 몰렸고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같은 이유로 1월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돼 다행”이라고 말한 뒤 열흘 만에 악화된 지표들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만큼 정부가 경제를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역시 15일 ‘3월 경제동향’에서 1월부터 산업활동과 경제심리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이른 연휴의 반사 효과로 인한 ‘착시 효과’를 경제 개선 시그널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수출과 기업 투자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승희 국세청장(사진)이 2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12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회의에 참석해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킨 한국의 전자세정 추진 상황을 직접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53개국 국세청장과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 회의에서 한 청장을 포함한 각국의 국세청장들은 세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한 청장은 전자세금계산서, 홈택스, 현금영수증 등 IT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세정 업무를 소개했다. 지난해에만 10개국 174명의 해외 국세 공무원이 국세청을 방문했을 만큼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한국의 전자세정을 해외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그는 전자세정이 보급되면 해외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이 한국과 비슷한 세정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베트남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를 시범 실시한 뒤 내년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전자세금계산서로 세액공제 혜택을 빠짐없이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전산시스템 관련 기업의 수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한 청장은 “디지털과 기술 발달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인구 감소 추정 시점이 기존 추정치보다 앞당겨짐에 따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보험료를 낼 사람이 줄면서 재정 고갈 예상 시기가 앞당겨지고,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급 연령을 높이는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은 28일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내놓으면서 새 인구추계 자료가 사회보장성 보험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때 기초 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계획을 새로 짜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가 줄면 경제성장과 소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복지나 연금 등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약 40년 뒤 미래 세대는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 계획안을 짤 때만 해도 예상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다. 하지만 통계청은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이 최저 0.87명으로 떨어지는 등 ‘0명대’ 출산율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3년 빠른 것이지만 출산율 0명대가 계속되면 재정 고갈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건강보험 재정도 문제다. 건강보험은 보장성 항목이 늘어나고 매년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며 2026년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됐다. 보험급여는 2017년 55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60조6000억 원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인 인구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인 복지 지급 시점을 현재 65세에서 늘려 재정 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지금의 노인 기준은 1964년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든 것인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월 서울시가 65세 이상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가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72.5세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초 한 강연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인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대 등에 반도체학과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메모리 분야의 인재를 확보한 뒤 육성해 삼성전자에 취업시키는 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대,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2003년 산학협력 촉진을 위해 개정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대학과 협의해 정원 외로 운영할 수 있는 학위 과정이다. 정부와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비메모리 부문 학과는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한 뒤에는 채용을 100%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년당 100여 명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성균관대, 모바일 분야에서는 경북대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기업은 미국, 중국 등 해외 기업으로 국내 인력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은 산업 현장에 우수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이 학과 신설에 합의하면 교육부가 운영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대학은 시행계획을 세워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내년에 500조 원대의 ‘울트라 슈퍼급’ 예산안을 검토하는 것은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치면서 복지와 신사업까지 지원하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기업 실적과 고용 사정이 함께 악화돼 양대 세금 항목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작년만큼 걷기 어려워졌다. 적극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세금을 걷을 만한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업 실적 추락, 세수 전망 어두워도 정부 지출은 더 늘려 기획재정부는 26일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영계획안 작성 지침’을 통해 내년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을 투입해 곳곳에서 경제 현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적극적 재정 운용’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원하는 만큼 돈을 풀려면 세수가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전망이 어둡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기업 활동이 부진하면 이익 감소, 배당과 임금 감소, 소비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경제 부문마다 세금을 낼 여력이 줄기 때문이다.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수가 동반 감소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코스피 상장사의 예상 영업이익은 33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조1000억 원)보다 38.1%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 추정치(39조9000억 원)에 비해서도 16% 감소한 수치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간 동반 하락했다. 두 지수가 8개월간 같이 떨어진 건 197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계획보다 세수가 25조 원 이상 걷혔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세수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세수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 일자리 지원으로 분배 개선 한다지만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서도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려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스마트산업단지, 신남방 등 수출시장 다변화 등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의 상당 부분은 복지 부문에 치우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보건 복지 고용 부문 예산은 전체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내년에 500조 원의 예산이 편성되는 데다 복지 예산 증가세가 다른 분야보다 가파른 점을 감안하면 복지 관련 예산이 180조 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편성 지침을 통해 “고용 분배 등 민생의 어려움은 경기 구조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 개선이 쉽지 않다”며 재정 투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우선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고 저소득층, 자영업자 지원, 고교 무상교육,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등에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층 구직자의 생계를 돕는 ‘한국형 실업부조’도 내년에 처음 도입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직업훈련을 강화해 일할 수 있는 취약계층의 고용안전망도 정비하기로 했다.○ “감세로 기업 투자 지원해야”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1월 장기 재정전망을 통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38.4%에서 내년에 39.5%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3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지금은 재정이 건전해 보이지만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불안감을 감안해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종전에는 부처가 알아서 쓸 수 있는 재량지출만 줄이게 하고 인건비나 복지비 등 경직적인 의무지출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지침에는 재량지출 10% 감축뿐 아니라 의무지출까지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의무지출은 출생아, 학생, 병역의무 이행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이 늘어나는 인구 추세를 감안해 지출 구조를 개편키로 했다. 특정 연령대 인구 증감 추이에 따라 의무지출 규모를 조정키로 한 것이다. 예산을 편성한 뒤 다 쓰지 못해 이월되거나 불용처리되는 의무지출 사업도 축소토록 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에서 예산을 짜며 지난해 예산에 일정액을 관성적으로 더해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반영해 예산을 새로 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과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린다면 오히려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줄여줘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돕거나 기업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업 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기자}

26일부터 일반인도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기존 휘발유 및 경유차를 LPG 차로 개조할 수 있다. 종전에는 택시사업자나 장애인 등 일부만 LPG 차를 살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수송용 LPG 연료 사용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반인도 LPG 차량을 새로 구입하거나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의 가족이 보유하던 LPG 차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 일반인이 해당 차량을 관할 시군구청 자동차등록 부서에 등록하면 된다. 아울러 기존 휘발유나 경유차량을 LPG로 개조해 등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LPG 연료 사용제한을 어길 때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던 행정처분 조항도 26일부터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LPG 차를 탈 수 있는 사람과 공동명의로 차를 쓰다가 세대 분리 뒤 명의변경을 안 해 과태료를 부과받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조치에 따라 2030년경 LPG 차량은 282만 대에 이르러 종전 예상(182만 대)보다 100만 대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연료비가 저렴해 LPG 차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기준 L당 LPG 가격은 797.22원으로 휘발유 가격(1381.85원)의 60%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LPG 차를 늘려 미세먼지 피해를 다소나마 줄이려는 취지에서 나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1km 주행 시 초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LPG의 경우 0.14g으로 경유(1.06g)나 휘발유(0.18g)보다 낮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대기질은 여전히 저개발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24일 OECD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5.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실외공기 m³당 초미세먼지 노출량을 나타낸 이 지표에서 한국은 2010년 이후 8년 연속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인접한 일본(11.9μg)이나 OECD 평균(12.5μg)의 약 2배 수준이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 비교하면 캄보디아(25.5μg), 케냐(28.3μg)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나라는 칠레(22.1μg)와 멕시코(21.2μg)였다. 핀란드(5.9μg)가 가장 공기가 깨끗한 회원국으로 조사됐고 뉴질랜드와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세계적으로는 중동 산유국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사우디아라비아(92.4μg), 카타르(89.7μg), 이집트(86.6μg), 나이지리아(70.1μg) 등이 대표적이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인도와 중국 등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0.2μg, 중국은 53.5μg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국가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중국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각각 76.2%, 67.1%였으며 한국은 46.2%였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OECD 전체 회원국 평균(27.2%)은 물론이고 전 세계 평균(38.1%)보다 높았다. 한편 정부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충청과 수도권의 석탄화력발전소 36기 중 일부를 폐쇄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 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미세먼지가 심하면 최대 출력을 80%로 낮추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기존 40곳에서 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국세청이 세금 납부기한을 연장할 때 쓸 수 있는 ‘세금 포인트’ 혜택을 확대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20일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를 찾아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간담회에서 한 청장은 “혁신성장 지원 대상 기업을 위한 세금 포인트 혜택을 확대해 납세담보 부담 완화와 같은 세정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성실 납세자를 우대하는 차원에서 납부세액에 따라 세금 포인트를 부여하고 있다. 납세자는 이 포인트를 이용해 징수 유예 및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할 때 납세담보 제공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에는 보유 포인트가 500점 이상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사용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보유 포인트가 100점 이상∼500점 미만인 약 14만4000개 법인 사업자도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통신업체 A사는 1월 유럽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가한 뒤 자사 대표의 동정을 담은 자료를 돌리다 낭패를 봤다. 행사 사무국이 사진 속 유럽 기업인들 이름을 모두 지우라고 강하게 요구한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데이터법이 유럽연합(EU)에서 시행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엄격한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EU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신데이터법)이 한국 기업에 돌발변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연일 수출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기업들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견 바이오업체 B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한 법무법인에 1억 원을 주고 신데이터법과 관련해 자문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사업을 시작했는데 정부에서 조언받을 게 없어 급한 마음에 1억 원을 주고 민간 컨설팅을 받았다”고 했다. 신데이터법은 기업이 EU 거주자의 이름, 성별, 주소, 인터넷 검색 기록 등 개인정보를 EU 밖으로 유출하거나 동의 없이 사용하면 2000만 유로(약 260억 원) 또는 해당 기업 전 세계 매출의 4% 중 많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제다. 역대 최강 개인정보 통제방안으로 불린다. 1월 구글이 최초로 과징금 5000만 유로(약 640억 원)를 부과받았고, 이달 들어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도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유럽 법인이나 지사가 유럽에서 영업활동을 하다 얻은 고객정보를 본사와 공유하는 것조차 금지된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TV 한 대를 팔아도 애프터서비스(AS) 등을 위해 고객정보를 갖고 있게 된다”며 “본사에서 이런 정보가 없으면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대기업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비용 문제와 노하우 부족 등으로 난감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1월 이미 신데이터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국가 간 합의인 ‘적정성 평가’를 끝냈다. 국가 자체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검증받은 것이다. 반면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은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라며 책임을 돌렸다. 앞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 해외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통상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구호성 대책에 집중하지 말고 기업이 진짜 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신동진 기자}

스마트폰 잠금화면 광고를 만드는 스타트업 A사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유럽 업체들과 사업제휴를 모색하다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고객이 어떤 광고나 콘텐츠를 주로 보는지 파악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신데이터법)에 저촉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신데이터법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과징금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 EU가 세운 데이터 거래 장벽 지난해 5월 25일부터 시행된 신데이터법은 개인정보를 해외로 반출하거나 활용할 때 개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잊혀질 권리’인 삭제권도 신설돼 개인이 동의를 철회하면 정보를 수집한 기관이 해당 정보를 바로 지워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EU가 역외 기업에 대해 ‘데이터 거래 장벽’을 세운 셈이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신데이터법은 ‘역대 최강의 개인정보 규제’로 통한다. 법 위반 시 최대 2000만 유로(약 260억 원) 혹은 전년도 전 세계 매출액의 4% 중 더 큰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가령 영국 인터넷서비스기업 ‘토크토크(Talk Talk)’는 2015년 10월 고객 약 15만7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로 당시 개인정보 관련 최고액인 40만 파운드(약 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데이터법이 적용됐다면 과징금은 7400만 파운드(약 1100억 원)까지 치솟는다. 신데이터법은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한국 기업이 유럽에 설치된 지점이나 지사를 통해 현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지점이 없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유럽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신데이터법을 따라야 한다. ○ 각자도생 나선 기업들 신데이터법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에는 코앞에 닥친 위협이다. 올해 1월 구글을 시작으로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잇달아 신데이터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구글은 이용자 맞춤형 광고에 개인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 때문에 5000만 유로(약 64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3월엔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가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EU에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9만5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현재 225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신데이터법을 잘 아는 글로벌 업체까지 EU의 제재 선상에 오르면서 한국 기업들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개인정보 관리 규정이 워낙 방대하고 해석이 다양해 ‘EU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고넘어질 수 있는 규제’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 회사는 컨설팅 비용을 내고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유럽에 진출한 B금융사는 고객정보도 아닌 현지인 직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다른 한국 금융회사들과 합동으로 신데이터법 컨설팅을 받아야 했다. ○ 정부는 아직 ‘강 건너 불구경’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느긋한 편이다. 신데이터법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업체를 타깃으로 한 규제라서 한국 기업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에 진출한 기업 중 얼마나 신데이터법을 준비하고 있는지 실태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정을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산업부는 주무 부처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기업 민원이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창구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행안부는 “산업부로부터 유럽 진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 부처끼리 ‘핑퐁’ 하는 사이 기업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데이터법이 이미 시행된 이상 한국 기업도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한다. 대기업과 달리 비용과 인력 문제로 신데이터법 대응을 충분히 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이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자문을 총괄하는 손도일 변호사는 “현지 직원이 해고당했을 때나 현지 기업과의 거래가 틀어졌을 때 고의로 당국에 신고할 수 있다”며 “EU 당국이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정하지 않아도 여러 경로로 신고가 접수되면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EU의 제재가 한국 기업 코앞까지 온 상황”이라며 “산업부가 관망하지 말고 기업들에 새로운 법체계에서 주의할 점을 알리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 신동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홍 부총리는 취임 당시 “이제 성과로 말하고 성과로 승부내야 한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각 경제부처가 ‘원 팀(one team)’이 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남기호’는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추진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취임 당시의 일성에는 아직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부총리의 필수덕목인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책은 많았지만 ‘한 방’은 없었다 홍 부총리는 취임 직후 기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명칭을 변경했다. 10차까지 열린 이 회의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및 규제 입증책임 전환 추진계획’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제2 벤처붐 확산전략’ 등 30여 개 정책을 생산해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각 부처에서 이미 발표했던 대책을 다시 정리한 ‘재탕’이 눈에 띈다. 6일 내놓은 ‘제2 벤처붐 확산전략’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과 흡사하다. 신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방안은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추진해오던 대책이다. 그런데도 ‘데이터·AI 경제활성화 대책’(1월 16일), ‘ICT 산업 고도화 및 확산전략’(1월 30일)에 2주 간격으로 등장했다. ‘뚝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9일 부총리로 내정된 당일 홍 부총리는 카풀 문제에 대해 “선진국에서 하는 서비스면 한국에서도 못 할 바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월 15일 최고경영자(CEO) 혁신 포럼에서 “이해 당사자 간 타협이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홍 부총리 발언에 “비상식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을 정도다. 한 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 취임 뒤 성과를 강조하며 각 부처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어떻게 매번 새로운 대책을 내놓겠느냐”며 결국 기존 대책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대안 없이 말 앞세운다” 내부 지적도 혁신성장과 민간 활력 대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홍 부총리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 정치권 반응이나 여론에 따라 기존 입장을 바꾸는 등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4일 납세자의 날 축사에서 홍 부총리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근로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라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12일 기재부가 “일몰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고 13일 일몰을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일몰을 1년 연장할 당시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 역시 1월 초 세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기재부는 “주식 양도 소득세 전면 도입 이후(2022년)에나 검토가 가능하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1월 15일 여당과 금융투자협회 간담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권거래세 인하를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발언한 뒤 홍 부총리는 “인하를 검토하겠다”며 물러섰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 등의 사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 같은 상황에 기재부 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가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을 언급할 때는 반대 여론을 설득할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발언이 앞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홍 부총리가) 시장이나 여론 반응을 지나치게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총리급의 인물이 발언했다 관철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측은 “합리적 문제 제기를 내부 검토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 협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송충현·최혜령 기자}
‘다이슨’과 ‘블루에어’ 등 해외 유명 공기청정기를 수입해 팔면서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99.9% 이상 제거할 수 있다고 한 판매업자의 광고가 허위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했다. 공정위는 판매업자인 한국암웨이와 게이트비젼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실제보다 부풀려 광고했다고 보고 각각 4억600만 원과 1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암웨이와 게이트비젼은 공기청정기를 수입해 판매하며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등 유해물질을 99.9% 이상 제거한다고 광고했다. 게이트비젼은 ‘블루에어’와 ‘다이슨’ 공기청정기가 초미세먼지를 99.95∼99.97% 제거한다고 광고했고, 한국암웨이는 ‘앳모스피어’ 공기청정기가 유해물질을 99.99% 제거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일반적인 생활환경이 아닌 제한된 조건에서 확인한 결과여서 실생활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능과는 거리가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필터만 따로 떼어 여과효율을 실험한 결과일 뿐이며 침실, 거실 등 소비자가 사용하는 공간에서의 성능은 다르므로 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5년 만에 순손실을 냈다. 12일 한수원이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020억 원(연결 기준)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월성1호기가 조기 폐쇄된 데다 신한울3, 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의 사업이 표류하며 영업 외 비용 등이 7420억 원 늘어난 게 이유라고 한수원은 분석했다. 한수원이 연간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13년(―1883억 원) 이후 처음이다. 한수원의 순이익은 2014년 1조4405억 원, 2015년 2조4571억 원, 2016년 2조4721억 원 등 증가하다가 2017년 8618억 원으로 1조 원대 아래로 떨어진 뒤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한수원이 매출과 금융수입으로 벌어들인 돈은 총 9조1729억 원인 반면 비용은 9조2749억 원에 이르렀다. 부채는 1년 사이 1조2075억 원 늘어난 30조6530억 원이었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1호기의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월성1호기는 약 6000억 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해 2022년까지 수명이 남아있지만 영구 정지가 결정되면 해체될 수밖에 없다. 원안위 관계자는 “고리1호기 영구 정지에는 약 1년이 걸렸으나 월성1호기는 이보다 짧은 기간 내 영구 정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훈 의원은 “연간 수조 원의 순이익을 내던 우량기업 한수원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바뀐 뒤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최근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월급쟁이에 대한 증세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968만 명에 달한다. 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되면 1인당 더 내야 하는 세금은 많게는 수십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번 조치가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사실상 증세” 직장인 반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직장인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 씨(36)는 “미혼이라 가족 공제도 못 받는 상황에서 연말정산을 할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사실상 거의 유일한 혜택”이라면서 “이마저 없어지면 1년에 수십만 원의 세금을 더 내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진행 중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에는 서명자가 사흘 만에 5000명을 넘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부동산 관련 세금 등 다른 세목이 오르고 있는데 공제 혜택까지 없애면 개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애지는 않고 점차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결국엔 중장기적으로 공제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되면 직장인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령 연봉 5000만 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1917만 원을 써서 현재 공제를 100만 원 받고 있다면, 공제가 폐지될 경우 16만5000원의 세금을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또 2584만 원, 3250만 원을 신용카드로 사용할 경우 세 부담은 각각 33만 원, 49만5000원 늘어난다. ○ “자영업자 도우려 직장인 혜택 축소하나” 물론 정부도 이런 조세 저항을 예상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이미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에 혜택 축소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자영업자의 현금 거래에 따른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혜택을 없애는 일몰(日沒) 기간을 뒀지만 매번 1∼3년씩 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충분히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제로페이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카드의 혜택을 줄이면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작년 말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0%대 수수료율을 실현하기 위해 제로페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들면 다른 결제수단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제로페이 도입에 맞춰 정책 수단을 재구성하려면 기존 결제 수단에 대해서는 조세 지원을 줄일 수 있다”며 사실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등을 줄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