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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상산고가 5년 동안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전북도교육청이 내린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위법하다”며 뒤집은 것이어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무리한 자사고 평가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부(不)동의’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최종 거부한 것이다. 교육부는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재지정 평가에 잘못 적용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상산고 등 옛 자립형사립고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이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정원 10% 이상 사회통합전형 선발’을 기준으로 정량평가한 점이 법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다른 시도교육청(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정한 것은 “교육감 권한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상산고는 이날 “교육부 장관의 부동의 결정은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평가가 형평성, 공정성,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당연한 결과이자 사필귀정이다”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 취소를 신청한 경기 안산동산고와 자발적으로 전환 신청을 한 전북 군산중앙고는 이날 자사고 지정 취소가 확정됐다. 안산동산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위가 취소된 첫 사례가 됐다. 교육부는 다음 달 1일 지정위원회를 열어 서울시교육청이 지정 취소를 신청한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의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심의한다.박재명 jmpark@donga.com·최예나 기자}

전북 전주시 상산고가 교육부로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유지 결정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였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전북도교육청이 구 자립형사립고인 상산고에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정량평가로 반영한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이라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국정과제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그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과정의 공정성’에 중점을 뒀다는 취지다.○ ‘절차 위법’한 교육감에 제동 전북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은 상산고가 가장 많이 감점당한 것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였다.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정원의 10% 이상 선발해야 4점 만점인데 1.6점을 받았다. 상산고는 ‘구 자립형사립고는 사회통합전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을 적용받기 때문에 선발 의무가 없다. 자발적으로 3%씩 선발해 왔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은 “교육부가 2013년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 공문을 보내 ‘구 자립형사립고는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비율을 연차적으로 10%까지 확대 권장’했다”며 상산고가 지표를 미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시행령 부칙에 구 자립형사립고에는 사회통합전형을 강제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권해석을 의뢰한 법무법인 2곳과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 여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지표가 부당하다는 지적은 올 1월 언론과 상산고에서 제기됐다. 지표 표준안을 만든 교육부는 교육청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었다. 박 차관은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사고가 있는 강원 울산 전남 경북교육청은 해당 지표를 정성평가로 수정했지만 전북도교육청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도 애초에 문제 있는 지표를 만들고, 논란을 예상하고도 전북도교육청의 지표 수정을 유도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 정치권 전방위 반발도 영향? 당초 교육계에서는 전북도교육청이 재지정 커트라인을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설정한 것을 두고 교육부의 동의 여부 절차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육감 권한이라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박 차관은 다른 교육감이 커트라인을 또 올려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회적 기준 내에서 설정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남은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은 반발했다. 정옥희 대변인은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담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연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날 상산고는 고요했다. 23일 방학식을 한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집으로 돌아가 교장과 교감, 몇몇 교사만 뉴스를 지켜봤다. 환호는 없었다. 담담히 “고생했다”는 말만 나눴다. 강계숙 학부모비상대책위원장은 “전북도교육청에서 130일 동안 1인 시위를 하고 전국에서 지정 취소 반대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전달했다. 정말 눈물 난다”고 말했다. 상산고를 자사고로 유지한 교육부의 결정에는 법적인 판단이 우선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동문, 정치권 등에서 전방위로 쏟아진 반발이 교육부에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전주가 지역구인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달 18일 여야 의원 151명에게서 ‘상산고 지정 취소 부동의 요구서’를 받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 전주=박영민 기자}

전북 전주 상산고가 앞으로 5년 동안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전북도교육청이 지난달 20일 내린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위법하다”며 한 달여 만에 180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무리한 평가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부(不) 동의’했다고 밝혔다. 각 시도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최종 거부한 것이다. 교육부는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잘못 적용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위법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상산고 등 옛 자립형사립고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이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전북도교육청이 ‘정원 10% 이상 사회통합전형 선발’을 기준으로 정량평가한 점이 문제라는 본 것이다. 교육부는 전북도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다른 시도(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정한 것은 ‘교육감 재량’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산고는 이날 “교육부 결정은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평가가 형평성, 공정성,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한 경기 안산동산고와 자발적으로 전환 신청을 한 전북 군산중앙고는 이날 자사고 지정 취소가 확정됐다. 안산동산고는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첫 학교다. 교육부는 다음달 1일 지정위원회를 열어 서울시교육청이 신청한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의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심의한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최예나기자 yena@donga.com}

대학에서 체육학 강사로 일했던 A 씨는 몇 달 전 피트니스센터에 ‘위장 취업’했다. 2학기 때 강의를 맡으려면 대학이 요구한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강사 채용에 부담을 느낀 대학이 겸임교수 자리를 내세운 것이다. 다른 기관에서 상시 근무하면서 강의하는 겸임교수는 임용 기간 보장 같은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강의료도 강사보다 적다. 다음 달 1일부터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이 강사 채용 대신 겸임교수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A 씨는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최저임금만 줘도 좋으니 4대 보험만 해결하게 해달라”고 사정했고 결국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취업했다. A 씨 주변의 강사들도 태권도장 같은 체육시설에서 잡무를 보거나 지인의 회사를 찾아 부탁하기도 했다. 대학과 강사들 모두 강사의 처우 개선이라는 법 취지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11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2011년 강사법 개정 후 시행이 유예되면서 상당수 대학은 조금씩 강사 규모를 줄였다. 지방 사립대 강사였던 B 씨도 올 1학기에 강의를 맡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지인의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자 2학기를 앞두고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맡으라는 연락이 왔다. 그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두 과목을 강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강사 채용 현황 등을 조사하자 이 같은 겸임교수 채용을 갑자기 중단하는 대학도 있다. 강사 C 씨는 “겸임교수에게만 강의를 주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강사로 채용하겠다고 해서 취업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며 “하지만 처우는 강사법 시행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강사법에 따라 대학은 강사를 공개 임용해야 한다. 하지만 강사들은 형식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강사에 따르면 서울 한 주요 대학은 내부적으로 각 학과에 ‘강사를 채용하는 만큼 정교수 충원을 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자기 대학 출신 강사만 챙기는 관행도 여전하다.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돌아가며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지원했던 강사 D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면서 면접 도중 ‘우리 학교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강사는 “늦은 밤 ‘서류 합격’ 문자를 보내고 다음 날 바로 면접에 오라고 했다. 사전에 언질을 받은 후보자만 오게 하려는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려면 연간 2965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방학 중 2주일 치 임금에 해당하는 288억 원만 올해 지원금으로 마련했다. 그러면서 “퇴직금 등은 2020년 예산에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도 못 하게 하고 지원금도 부족한데 ‘평가에 반영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건 협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강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복지 혜택 확대나 정년 보장 같은 걸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일단 강사 수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학기당 12학점 미만으로 수업을 맡았는데 강사를 줄이다 보니 17학점까지 높아졌다”며 “교수가 학원 강사처럼 수업만 하면 연구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교육부가 26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북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발표한다. 교육부는 전날 지정위원회를 열어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상산고와 안산동산고에 내린 지정 취소 결정이 적절한지 등을 심의했다. 앞서 상산고는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된 전국의 다른 자사고 23곳보다 커트라인이 10점 높은 80점을 적용받았고, 커트라인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으로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교육부는 25일 전북 상산고와 군산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지정위원회를 열었다. 위원 10명으로 구성된 지정위원회는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동의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에 각 시도 교육청이 실시한 재지정 평가 절차의 공정성과 적절성 등을 따져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기구다. 군산중앙고는 신입생 모집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지정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상산고에 대해 장시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에서는 △전북도교육청이 재지정 커트라인을 교육부가 마련한 권고안(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설정한 것 △상산고에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정량평가로 반영한 것 등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정위원회 종료 후 심의내용을 보고받은 뒤 26일 오후 2시 최종 결과 발표를 결정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세 학교에 대한 결정 사유를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 장관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정위원회가 자문기구이지만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는 26일 최종 결과 발표 이후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여부에 대한 공문을 보낼 방침이다. 각 자사고는 교육청으로부터 최종 처분을 통보받는다. 상산고와 안산동산고는 처분 결과에 따라 즉각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한편 포스코교육재단이 최근 포스코에 포항제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자사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예나 yena@donga.com·박재명 / 포항=장영훈 기자}

대학에서 체육학 강사로 일했던 A 씨는 요즘 ‘위장취업’을 준비 중이다. 2학기 때 강의를 맡으려면 대학이 요구한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일부 대학들이 8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고육지책 탓이다. 고용 부담으로 정식 채용이 어렵자 강사들에게 겸임교수 자리를 내세운 것이다. 겸임교수는 정식교원 채용, 임용기간 보장 같은 강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강의료도 강사보다 적게 받는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일자리 취직을 강의 배정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A 씨도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최저임금만 줘도 좋으니 4대 보험만 해결하게 해달라”고 사정했고 결국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취업했다. A 씨 주변의 강사들도 태권도장 같은 체육시설에서 잡무를 보거나 지인의 회사를 찾아다니며 ‘위장취업’에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학과 강사 모두 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법 취지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학은 “11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2011년 강사법이 처음 개정됐다. 그러나 시행이 계속 유예되면서 상당수 대학은 이미 조금씩 강사 규모를 줄였다. 지방 사립대 강사였던 B 씨는 올 1학기에 강의를 맡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자 2학기를 앞두고 여기저기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맡으라는 연락이 왔다. 그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2과목 강의를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뒤늦게 교육부가 강사와 겸임·초빙교수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다시 채용을 중단하는 대학도 있다. C 씨는 “갑자기 강사로 채용하겠다고 해서 취업했던 회사에서 그만뒀다. 하지만 방학 중 임금은 2주일치만 준다고 했다. 강사법 시행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강사법에 따라 대학은 강사를 공개임용해야 한다. 하지만 강사들은 공고가 말뿐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한 강사에 따르면 서울 한 주요 대학은 내부적으로 학과에 ‘강사를 채용하는 만큼 정교수 정원을 줄인다’고 공지했다. 정교수가 그만두지 않는 한 강사 채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일부 강사를 뽑아도 자기 대학 출신만 챙기는 관행도 여전하다.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돌아가며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부 강사들 사이에서는 “서류 넣어봐야 들러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지원했던 강사 D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면서 면접 도중 ‘우리 학교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강사는 “늦은 밤 ‘서류 합격’ 문자를 보낸 뒤 다음 날 바로 면접에 오라는 경우가 있었다. 사전에 언질을 받은 후보자만 오게 하려는 편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사정도 만만찮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려면 연간 2965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방학 중 2주일치 임금 288억 원만 지원금으로 마련했다. 그러면서 “퇴직금 등은 2020년 예산에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강사법으로 인한 등록금 인상도 못 하게 하고 지원금도 부족한데 ‘평가에 반영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E대 관계자는 “대학은 강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각종 복지 혜택이나 정년을 주장하는 등의 리스크가 많은 걸 두려워한다. 그러니 일단 강사 숫자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G대 교수는 “한 학기당 12학점 미만으로 수업을 맡아왔는데 강사를 줄이다보니 17학점까지 높아졌다”며 “교수가 학원 강사처럼 수업만 하면 학문 경쟁력은 누가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전북 전주 상산고 등 자율형사립고 3곳의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할 교육부 지정위원회가 25일 열린다. 교육부는 합의로 결론을 내릴 방침이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경우 투표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정위원회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 위원 명단을 모두 비공개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25일 심의하는 학교는 전북 상산고와 군산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려면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 및 결정 방식은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교육부는 지정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만약 투표가 이뤄져 참석자의 과반이 지정 취소에 찬성하면 해당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견이 팽팽하면 추후 지정위원회를 한 번 더 개최할 수도 있다. 지정위원회 위원 10명 중 당연직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외부 위원이다. 2017년 김상곤 전 장관이 임명한 교육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정 취소를 결정한 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을 24일 마무리했다. 26일에는 ‘지정 취소 동의 요청서’를 교육부에 보내기로 했다. 최종 결정은 8월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북도교육청이 전주 자율형사립고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동의해 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교육부는 25일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동의 여부를 심의한다. 전북도교육청은 17일 오후 상산고 지정 취소 관련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교육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부는 “25일 지정위원회를 열고 전북 상산고와 군산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의 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15일 안산동산고의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했다. 군산중앙고는 자발적으로 지정 취소를 신청한 학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정위원회 심의 결과를 검토한 뒤 빠르면 다음 주말 상산고 등의 일반고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상산고 학부모 500여 명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 모여 “전북교육감이 죽인 상산고, 교육부 장관이 살려내라!”고 요구했다. 전국에서 모인 상산고 학부모들은 앞뒤에 ‘아이 러브 상산’, ‘상산고 교육의 정석’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전북교육감의 권력남용, 학부모 피해 보상하라’고 새긴 고깔모자도 썼다. 학부모들은 △전북도교육청만 커트라인을 80점으로 설정하고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부는 (김대중 정부 때) 자사고를 만들더니 이번에는 없애려 한다. 정치 입김이 작용한 교육정책은 미래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다”고 호소했다.세종=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인 전북 전주 상산고의 학부모들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직권남용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한 11개 지역에서 교육감이 고소·고발당한 것은 처음이다. 상산고 학부모 3명은 15일 “자사고 폐지라는 교육감의 의지 실현을 위해 횡행하는 탈법과 명예훼손을 더 묵과할 수 없다”며 전북지방경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학부모들은 김 교육감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지정 커트라인을 80점으로 설정하고 △법적 의무가 없는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반영했으며 △재지정 평가 기간 전에 실시한 감사 결과로 감점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교육감이 지난달 한 방송에서 “금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에 상산고에 서울로 가는 대형 버스가 많이 대기하는데 학생들이 서울의 학원에 가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허위 사실로 일부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산고는 전국 단위 학교라 서울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귀가하는 거지 학원에 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15일 “현재로서는 (고소·고발과 관련해) 들은 것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르면 1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상산고에 대한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상산고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자사고 지정 취소를 공정하게 결론 내려달라”며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부모 약 500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5일 경문고가 정원 미달로 인한 운영상 어려움 때문에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문고는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은 아니었다.최예나 yena@donga.com / 전주=박영민 기자}

“일반고에 갔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탈북해서 중학교 2학년 2학기부터 다닐 때 알파벳밖에 못 읽었던 저는 대학의 ‘대’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저는 전북 상산고가 입시 위주라서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요. 모든 고교가 입시 위주 아닌가요? 오히려 상산고는 양서 읽기나 헌법 등 입시와 무관한 수업도 많았어요. 북한에도 한국의 자사고 같은 1고등중학교가 있어요. 공부 잘하는 애들을 뽑는데, 일반 학교 다니다가 편입시험 보고 가기도 해요.”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적정성 논란이 계속되던 얼마 전 이혜심 씨(25·여)와 통화했다. 탈북자 이 씨는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의 배려로 난생처음 들어본 ‘자사고’에서 학비 걱정 없이 무료로 공부했다. 당연히 성적은 내내 꼴찌였다. 이 씨는 재수 끝에 2016년 이화여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이 씨는 “상산고 선생님들이 저를 붙잡고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도 가르쳐줘 노력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 영향도 받았다. 상산고에서 공부 습관을 기른 덕분에 대학에서도 6학기 동안 성적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일반적인 학생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의 사례에서 자사고가 교육당국의 주장처럼 입시 경쟁에만 매몰된 학교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자사고 졸업생들은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은 학교라고 증언한다. 그런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자사고 24곳 중 46%(11곳)가 교육청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받고 교육부 장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상산고를 비롯해 서울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화여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다. 최소 10년, 길게는 18년째 자사고로 운영해온 이 학교들은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위기에 놓였다. ○ 구성원들 만족하는데 지정 취소 상산고와 해운대고는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 조사에서 만점(8점)을 받았다. 이 외에 지정 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대부분은 학교 구성원 만족도 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구성원이 만족하는 학교를 정부가 마음대로 없애려는 것”이라며 “만족도 만점인 일반고를 만들 생각이나 해 봤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사고는 면학 분위기가 좋다” “교사들이 입시에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말한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원이 미달되면 운영이 어려워진다. 한 자사고 교장은 “일반고는 학생들이 알아서 오니 교사들이 뭘 더 할 명분이 없다”며 “자사고는 선택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자사고의 대입 실적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여러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수시·정시전형으로 학생들을 대학에 많이 보낸다.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학교 구성원 만족도가 높으면 자사고는 지정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교육감, 선거 공약 후 폐지 강행 문재인 정부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자사고의 뿌리는 김대중 정부가 2002년 고교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자립형사립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 고교 평준화를 도입한 이후 정권마다 평준화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과학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외국어고를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는 평준화의 문제점인 획일성을 보완하고, 고교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 수월성 추구를 확대한다며 자립형사립고 시범 운영 방안을 내놨다. 열악한 교육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자립형사립고는 학생 납입금의 25% 이상을 매년 법인이 부담하고 교육청이 지원금을 주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과 학생 선발을 자율적으로 하게 했다. 2002년 광양제철고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2003년 상산고 해운대고 현대청운고가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자립형사립고의 운영 성과를 토대로 자율형사립고를 법제화했다. 이 학교들은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한 자립형사립고와 달리 해당 시도에서만 학생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학생은 중학교 내신 50% 이내에 드는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으로 뽑아야 했다. 법인전입금은 학생납입금의 3% 또는 5%였다. 양질의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정원의 20% 이상 선발해야 했다. 교육감이 5년마다 자사고를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도 이때 생겼다. 당초 49개였던 자사고는 현재 42개다. 평가로 지정이 취소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2010년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진보 교육감의 원조로 불리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MB 특권교육’을 심판하겠다며 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다. 그 대신 지필평가를 지양하는 혁신학교 확산을 추진했다. 자사고 폐지는 이후 모든 진보 교육감이 이어받았다. 2014년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엄격한 재지정 평가로 자사고를 대부분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 제2의 고교 평준화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재지정 평가를 통해 6곳을 지정 취소하려 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교육청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현 정부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5년 전보다 10점 높였다. 전북도교육청은 홀로 20점을 올려 80점으로 높였다. 또 자립형사립고 출신인 상산고에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유일하게 적용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모든 국가 ‘인재 양성’ 안간힘 이번에 탈락한 자사고 측은 “인재 양성에 힘써 왔는데 하루아침에 교육당국이 몹쓸 학교 취급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정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쏟아온 열정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자사고 전환 이후 460억 원을 투자했다. 전국에서 오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190억 원을 투자해 기숙사도 건립했지만 일반고가 돼 인근 학생이 오면 쓸모가 없어진다. 120억 원을 들여 기숙사를 세운 배재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에 획일적 평등주의 색채가 강화되면서 ‘인재 양성’ 목표가 안 보인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가 인재 양성을 위해 달려가는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암기 위주,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한국보다 빠른 1967년 고교 평준화를 도입했지만 2003년 폐지했다.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자 ‘인재를 안 키우면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당국은 과잉 경쟁의 폐해를 지적하는데 경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뒤처지는 사람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끼처럼 잠자다가 추월당하면 어떡할 것인가. 교육자라면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일부 정부 관료와 교육감 자녀들이 자사고나 특목고, 서울 8학군 학교를 나온 점을 지적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아들은 과학고 출신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상산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지난달 말, 아들의 영국 케임브리지대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가를 쓰기도 했다. 상산고의 한 학부모는 “상산고 학비가 비싸고 명문대에 많이 입학시킨다고 비판한 교육감이 아들을 유학 보냈다”며 “자기 자식은 좋은 학교 보내면서 다른 사람은 기회조차 박탈하느냐”고 말했다. 정부나 교육감이나 선거 공약 이행에 매몰돼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오래도록 유지돼 온 학교 체제를 갑자기 바꾸는 일은 더욱 그렇다. 현 정부 교육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이 모토대로라면 자사고가 특권 교육을 받는 탓에 일반고가 피해를 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정부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자사고와 일반고 모두 우리의 아이다. 이들이 함께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자사고 정책과 일반고 활성화 정책을 기대한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교육특구가 아닌 곳에 살고 있어요. 집 인근에 자율형사립고가 하나 있어서 아이를 거기 보내려고 했거든요. 근데 지정 취소라고 해서 ‘멘붕’이에요.”(학부모 A 씨) 전국적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1곳이 지정 취소 결정을 받자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던 중학생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10일 엄마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자녀 진로를 고민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만약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들의 손을 들어줘 최종적으로 지정이 취소되는 학교에 가기 원하는 중3 학생은 해당 학교를 일반고처럼 지원하면 된다. 배정은 전산 추첨으로 한다. 자사고일 때와 달리 입학원서나 자기소개서는 필요 없다. 그러나 탈락한 자사고가 법원에 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해당 학교는 올해 자사고로 학생을 선발한다. 지난해처럼 1지망에 자사고를 지원하고,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2지망부터 일반고를 쓰면 된다. 법원의 결정이 고입 전형이 시작되기 직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니 미리 입학 서류를 준비해 두지 못한 학생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를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는 교사의 질이나 입시 노하우, 면학 분위기가 자사고 때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학부모 B 씨는 “자사고는 10년,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학교는 17년째 유지돼 왔는데 그냥 일반고보다는 당연히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일반고 1학년으로 들어가면 자사고 학생으로 입학한 2, 3학년이 공존해 학비는 자사고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더라도 자사고 시스템을 같이 적용받는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다. 학부모들 중에서는 올해 재지정된 해당 지역의 자사고나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사고에 자녀를 보내려는 이들도 있다. 일단 재지정된 학교에 보내는 게 지정 취소됐거나 내년에 평가받는 학교에 가는 것보다 안정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학부모 C 씨는 “상산고만 생각했었는데 교육부가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 불안하다”며 “전국 단위이면서 재지정된 포항제철고나 현대청운고를 보내려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세화고가 탈락한 서울 강남 서초 지역에서는 휘문고보다 중동고의 경쟁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휘문고는 내년 평가를 받지만 중동고는 올해 재지정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학부모 D 씨는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자사고 폐지보다 공교육 살리기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4등급을 받고 서울대 정시 모집에 합격한 수험생이 화제였다. 서울대는 영어를 2등급부터 0.5점씩 감산하는 방식으로 반영한다. 4등급이라고 해도 1.5점만 감점되므로 다른 영역 점수가 월등히 높기만 하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수능 영어는 지원하는 대학에서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지, 감산·가산 방식으로 반영하는지에 따라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대학이 영어 등급 간 점수 차를 어떻게 뒀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2020학년도 대입의 주요 대학 영어 반영 방법을 살펴봤다. 건국대(서울) 경희대 한양대(서울) 같은 주요 대학은 대부분 영어를 10∼20% 반영한다. 수능의 다른 영역보다는 당락에 주는 영향력이 작다는 뜻이다. 한국외국어대는 국어 반영 비율을 지난해 30%에서 올해 35%로 확대한 대신 영어 비율을 15%로 줄였다. 상명대 수학교육과도 수학 반영 비율을 35%에서 40%로 늘리고 영어는 20%에서 15%로 축소했다. 연세대(서울)는 반영 비율이 10%대(인문 16.7%, 자연 11.1%)이지만 등급 간 점수 차가 크다. 이 소장은 “1, 2등급 차이는 5점이지만 1, 3등급은 12.5점이고 1, 4등급은 25점으로 벌어진다”며 “3등급 이하를 받고 합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화여대는 영어 반영 비중이 25%지만 1, 2등급 간 점수 차가 지난해 4점에서 2점으로 줄었고 1, 3등급 간은 8점에서 6점으로 줄어 영향력이 축소됐다. 영어를 가산 또는 감산으로 반영하는 주요 대학의 경우 당락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고려대는 영어 2등급은 1점, 3등급은 3점을 감산한다. 그런데 지원자들 성적이 대체로 비슷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대는 영어 가산점을 20점 만점에서 100점으로 변경하고 1, 2등급 간 점수 차는 5점으로, 1, 3등급 간은 12점으로 늘렸다. 상위권 학생은 다른 영역을 공부하느라 영어를 소홀히 하기 쉽다. 특히 자연계열이나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은 절대 공부시간이 줄어 9월 모의평가나 수능에서 영어 등급이 하락하기도 한다. 이 소장은 “시간을 쪼개 고난도 유형인 ‘순서 배열’, ‘문장 삽입’, ‘빈칸 추론’ 같은 문제를 꾸준히 풀면 계속 1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하위권 학생에게 여름방학은 영어 점수를 올릴 마지막 기회다. ‘세부사항 파악’ 같은 점수 올리기 쉬운 유형을 틀리지 않도록 연습해야 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당연히 통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교사들이 다 같이 대책을 논의하는 중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이 나온 세화고 교사는 10일 학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양대부고의 한 교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재지정 탈락 소식에)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 탈락한 서울 지역 자사고 8곳은 10일 대책 마련을 위해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서울 22개 자사고 학교장들은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세화고에 모여 전날 발표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놓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교장단은 교육청에서 아직 전달받지 못한 세부 지표별 평가 결과를 요구하고, 불합리한 평가 사례를 취합해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지정 취소 결정이 난 학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화여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 등 8곳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1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특히 ‘자사고 폐지론’의 주요 논리 중 하나인 ‘자사고의 입시학원화’ 주장에 대해 김 교장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진학 지도를 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입시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학생들에게 진학 준비를 안 시키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측은 우선 평가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으로 일반고 전환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까지 자사고 측에 세부 지표별 점수를 전달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학교들이 청문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언제쯤 공개하겠다는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 해운대고는 평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부산시교육청에 항의하며 8일 예정된 청문에 불참했다. 경기 안산동산고도 경기도교육청에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청문이 임박해서야 세부 점수를 알 수 있었다. 교육계에서는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 자사고들이 교육부 장관의 최종 결정으로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에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정 취소된 학교는 물론이고 그 인근의 일반고까지 학생 수와 학급 수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 취소된 중앙고는 관내 학생(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비율이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한양대부고도 34%에 그쳤다. 배재고(61%) 경희고(64%) 등도 60%대였다. 한 자사고 교장은 “일반고 전환 시 우리 학교 학급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인근 일반고들과 학생을 나눠 가지게 된다”며 “벌써부터 주변 학교에서 ‘학생 수가 줄어들어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는 한 울타리 안에서 일반고, 자사고가 공존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시스템을 갈등 없이 운영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한편 내년에는 자사고 14곳, 외국어고 30곳, 국제고 6곳 등 총 50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교육계에선 “내년에 올해보다 더한 무더기 취소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김수연 sykim@donga.com·최예나·강동웅 기자}

“복수혈전이죠. (조희연) 교육감이 5년 전 했던 평가는 정당했는데 박근혜 정부 교육부 때문에 지정 취소를 못 했다는 주장을 담보하기 위한 거고.” 9일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전해 들은 A자사고 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지정 취소 결정을 통보받은 자사고 8곳 중 7곳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평가 때 지정 취소하려 했던 학교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자사고에서도 “철저히 기획된 평가다”, “교육감이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제기했던 소송에서 패한 것을 복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언론 발표 10분 전인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과를 통보받은 자사고 측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정 취소된 B자사고 교장은 “나도 충격을 받았는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동요할까 봐 안정시키는 게 중요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초 자사고교장협의회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 바로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해 입장문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32개 평가지표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고 6개 영역별 점수만 알려주는 바람에 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C자사고 교장은 “구체적으로 뭐가 부족했던 건지 전체적으로 분석해야 대응책을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생들도 혼란스러워했다. 지정 취소 대상인 D자사고 2학년생은 “다들 ‘전학 가자. 이제 학교에 메리트(이점)가 없다’고 했다”며 “교장선생님이 우리는 모두 자사고 학생으로 졸업하니까 동요하지 말라고 교내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제2외국어로 (일반고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터키어, 스웨덴어도 배우고 주말엔 관심사별로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크게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공부하려는 욕심이 있고 더 나은 교육을 바라면 자사고에 갈 수 있는 건데 왜 전부 하향 평준화하려는 것이냐”며 “앞으로 경제력과 사교육 수준에 따라 자녀의 대학이 결정되는 현상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 체제는 미래 교육 환경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검토와 국민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교 없애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으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8개교만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에 한참 모자란다”며 “‘봐주기 평가’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고 자사고 완전 폐지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yena@donga.com·강동웅 기자·박나현 인턴기자 고려대 철학과 졸업}
“(앞으로) 비교육특구에 살면 가까운 곳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도, 우수한 일반고도 없다. 지역 간 학업 격차뿐만 아니라 집값 격차도 공고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8곳에 대한 지정 취소를 결정한 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사고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부동산 투자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자사고를 없앨수록 ‘8학군’ 수요가 더 많아져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하는 글들이 잇달아 게시됐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가 이른바 ‘명문 학군’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그 여파로 강남 집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정 취소 결정이 나온 자사고 8곳은 서초구 세화고, 강동구 배재고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의 거점학교다. 성동·동대문·강북구 자사고는 전멸했다. 남녀 공학인 이화여대부고와 한양대부고가 탈락하면서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사고는 7곳에서 5곳으로 줄게 됐다. 반면 이번에 재지정된 한가람고, 중동고를 비롯한 자사고와 우수 일반고는 강남·서초·양천구에 집중돼 이들 지역의 교육특구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서울 시내 전체 22개 자사고 중 7곳(32%)이 교육특구에 있었다면, 이번에 8곳이 탈락하면서 전체 14곳 중 6곳(43%)을 교육특구가 차지하게 된다. 자사고 폐지의 명분으로 내세운 ‘교육특구 쏠림’이 더 심화되는 역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사고는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어 교육특구에 살지 않아도 다닐 수 있다. 일반고는 서울 전체 학교에 지원해 뽑는 건 정원의 20%뿐이고, 대부분은 거주지 학군에서 배정된다. 결국 명문대 진학 성적이 좋은 강남의 ‘똘똘한’ 일반고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명문 학군으로 이사 가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살아남은 자사고는 교육특구에 주로 있기 때문에 자사고가 사라진 비교육특구 학부모는 인근 교육특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화여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 등 8곳이 9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해당 자사고들은 “각본에 짜 맞춘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국민적 관심사인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곳의 총점과 세부 지표별 점수 등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근거를 일절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비교육특구인 강북의 거점 학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서울 자사고의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13곳 가운데 8곳(62%)이 평가 커트라인(70점)을 넘지 못해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하나고 한가람고는 자사고 지위가 유지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발표에서 구체적인 지정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탈락한 자사고 8곳이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학교별 총점과 32개 지표별 점수도 ‘민감하다’는 이유로 비공개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평가를 받은 자사고에도 지표별 점수를 알려주지 않고 ‘학교 운영’ ‘교육과정 운영’ 등 6가지 영역별 점수만 통보했다. A자사고 교장은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 청문도 준비하는데 교육청은 탈락시키는 데만 의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락 학교 중 상당수는 평가에서 65∼69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재량 평가’ 영역(12점)에서 절반밖에 못 받은 학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고 측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서울 지역의 자사고 교장들과 자사고 동문, 학부모, 시민단체 모임인 자사고공동체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 평가를 빙자해 자사고를 없애기 위한 짜 맞추기식 평가는 원천 무효”라며 “평가 전반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소송으로 자사고 폐지를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들 사이에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년 전 교육부의 제동으로 지정 취소를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한 복수를 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번에 탈락한 8곳 중 한양대부고를 제외한 7곳은 조 교육감이 취임 직후 실시한 2014년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탈락한 8곳의 일반고 전환 여부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8곳에 대한 청문을 22∼24일 열고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총점 80점이 넘을 거라 확신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으니 ‘폭풍전야’입니다.”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 발표를 하루 앞둔 8일. 평가 대상이 된 학교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4∼2015년 재지정 평가 때보다 정성적인 요소가 강화되자 학교장들은 “정량적 요소를 완벽하게 준비했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서울 자사고 학교장들은 8일 오후 동대문구 대광고에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회의에서는 “이대로라면 절반 이상(7곳 이상)이 탈락할 수도 있다” “시교육청이 탈락시키면 올해는 청문절차에서 뒤집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약 2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학교장들은 9일 몇 개 학교가 지정 취소되든 부당한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행정소송이나 가처분 신청도 공동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재지정 평가는 5년 전보다 기준점이 10점 상향 조정되고 대부분의 평가 과정이 베일에 가렸다. 이런 이유로 갖가지 소문이 무성했다. A 학교장은 “진학 실적이 뛰어나지만 감사 적발이 있었던 학교를 ‘대마잡기식’으로 탈락시킬 것이란 예측도 있고, 지역별 균형을 고려해 평가 점수를 ‘조정’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는 재지정에 대한 의지가 없어 탈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도 있었다. 이에 해당 학교장은 “발표가 다가오니 별의별 음해를 다 한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9일 발표에선 각 학교에 대한 평가 총점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점수 공개로 인한 논란을 부담스러워하는 데다 자사고들도 점수에 따른 서열화를 피하고 싶었다는 전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자사고 측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 ‘비공개’로 결정했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 학교장들 사이에서도 평가 공정성을 따져보려면 학교별 점수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연 자사고 재지정 평가 심의위원회의 일정과 장소, 위원 명단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9일 재지정 여부가 발표되는 자사고는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화여고, 이화여대부고, 중동고, 중앙고, 하나고, 한가람고, 한양대부고다. 인천에서도 인천포스코고에 대한 재지정 여부가 발표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단체 회원 40여 명은 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봐주기 없는 엄정한 평가를 촉구한다”며 합동집회를 열었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은 지정 취소를 결정한 상산고에 대한 청문을 8일 개최했다. 상산고는 전북만 커트라인이 80점인 것과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반영한 것을 두고 교육청 측과 약 5시간 동안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상산고 측은 청문에서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자사고 정책을 신뢰해 홍성대 이사장은 학생 납입금의 73%에 이르는 돈을 출연하고 200억 원을 들여 학교 시설을 완비했다”며 “그런데 이제 교육당국이 자의적인 평가로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며 그 첫 번째 희생양이 상산고가 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도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 자료와 청문 자료 등을 토대로 지정위원회를 열어 이달 중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김수연 sykim@donga.com·최예나 / 전주=박영민 기자}
전북도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전북 상산고의 의견을 청취하는 청문이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상산고는 이날 청문에서 △전북도만 재지정 커트라인이 80점인 점 △자립형사립고 출신 자사고에는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반영한 점 △평가기간 이전 실시한 감사 지적 사례로 감점한 점 등을 지적할 예정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청문 결과와 상관없이 79.61점을 받은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는 청문을 통한 지정 취소 2년 유예를 하지 않기로 해서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2년 뒤 재평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삭제됐다”며 “청문은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 취소 동의를 구하기 전의 절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8일 지정 취소를 결정한 안산동산고에 대한 청문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오전 11시 서울시내 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이화여대 사범대 부속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대부고(한양대 사범대 부속고) 하나고가 대상이다. 학교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적어도 4, 5곳 이상이 지정 취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자사고 가운데 지정 취소된 학교는 동양고와 용문고(이상 2013년), 미림여고와 우신고(이상 2015년), 대성고(2018년)로 모두 학교가 요청한 것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등으로 이뤄진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8일을 ‘자사고 폐지 집중 행동의 날’로 정하고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향후 행정소송을 비롯한 대응을 자사고 공동으로 펼칠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도 9일 인천포스코고에 대한 재지정 여부를 발표한다.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11월 14일 실시하는 올 수능의 응시원서는 다음 달 22일부터 9월 6일까지 접수한다. 성적통지표는 12월 4일까지 배부할 예정이다. 예년처럼 EBS 교재·강의 연계율은 문항 수 기준 70%를 유지한다.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성적통지표에 등급만 표시되고 표준점수 등은 나오지 않는다. 한국사는 필수 응시 영역이라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자체가 무효 처리돼 성적통지표를 받을 수 없다. 4교시 탐구영역과 5교시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 문제지는 영역별 합본 1권으로 제공된다. 올해부터 탐구영역 문제지의 성명, 수험번호를 적는 칸 옆에 해당 과목이 몇 번째 선택과목인지 기재하는 ‘제 ( ) 선택’ 칸이 생긴다. 제1 선택 과목 답안지에 제2 선택 답을 표기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OMR 답안지에도 제1, 2 선택 답란을 서로 다른 색으로 인쇄해 구별하기 쉽게 할 예정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사고 폐지를 막아달라는 편지를 전달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를 폐지하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하고 대통령이 걱정하는 부의 양극화에 따른 교육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학연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A4용지 4장짜리 편지에서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 중 강남 서초에 있는 건 5곳”이라며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학교를 없애면 고액 사교육과 8학군이 부활해 부동산 정책에 역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자사고 부모를 부르주아로 보고 계시냐”며 “우리는 그저 아이들 교육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는 대통령이 사랑하는 서민”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자사고가 폐지되면) 우리와 후배 학부모들은 강남구에 수억 원의 빚을 내서 이사를 해야 하고 그렇게 못하는 학부모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학연은 학부모, 학생, 시민들에게서 받은 ‘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서’ 2만5000부와 함께 편지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곳에 대한 지정 취소 여부를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대광고 교장)은 성명을 내고 “고교 체제가 개편돼도 어떤 형태로든 서열화는 존재할 것”이라며 “자사고 폐지 공약에 함몰돼 자행하는 무리한 정책 추진은 학부모 학생 학교의 상당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