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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 1, 2, 3학년은 교육과정(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가 모두 다르다. 교육 현장에선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런 때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1과 고2는 교과서는 같은데 수능 체제가 다르다. 고2와 고3은 교과서가 다른데 수능 체제는 같다. 다만 일부 과목의 출제 범위가 다르다. 그만큼 고교생들은 자기 학년에 맞는 내신과 수능 체제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은 달라지는 체제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고교 학년별 달라지는 입시 제도를 정리했다.○ ‘역대급’으로 복잡한 2022학년도 수능 고3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배우지만 고1과 고2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문·이과 구분 없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을 들으며 기초 소양을 쌓고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일반선택, 진로선택)을 이수한다. 교육과정이 바뀐 만큼 수능 체제도 고2부터 달라져야 맞다. 그러나 개편된 수능 체제는 고1부터 적용된다. 고2는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가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이다. 고2가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 체제는 고3이 보는 2020학년도와 동일하다. 하지만 수학 과목의 출제 범위가 달라진다. 이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와 벡터가 빠진다. 수능이 실시된 1994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문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 기존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추가돼 학습 부담이 커졌다.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은 크게 바뀐다. 국어는 지금까지 모든 수험생이 공통범위로 응시했다. 하지만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독서’와 ‘문학’은 공통이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수학은 문·이과 구분이 폐지돼 ‘수학Ⅰ’과 ‘수학Ⅱ’를 공통으로 하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골라 응시한다. 사회·과학 탐구과목도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유롭게 두 과목을 골라 보면 된다. 고2까지는 영어와 한국사 과목만 절대평가지만 고1부터는 제2외국어와 한문도 포함된다.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 비율은 고2까지는 70%를 유지하고 고1부터 50%로 줄어든다.○ 학생부, 양보다 질 중요 2022학년도 입시에서는 대학이 선택과목 점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소장은 “일부 상위권 대학은 계열별로 수학이나 과학의 특정 선택과목을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다”며 “제2외국어나 한문이 절대평가가 되면서 대학의 활용 비중이 줄어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남윤곤 소장은 “자연계열 지원자는 2021학년도 출제 범위에서 제외된 기하가 그 다음 해에 다시 선택과목에 포함돼 재수나 삼수를 할 때 학습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비중은 77.3%로 절대적이다. 다만 2021학년도부터는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정시모집 인원 확대를 권고했다. 구체적인 대학별 전형계획은 올해 5월 발표된다. 2022학년도 역시 교육부가 정시 선발 비율을 30% 이상으로 권고했다. 이 소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 선택권 확대인데 정시 비중이 늘어나 수능 영향력이 커졌다”며 “선택과목이 많아지면서 가장 복잡한 입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3부터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이 간소화돼 수시 지원 시 유의해야 한다. 고3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의 특기사항 기재 분량이 3000자에서 1700자로 줄어든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1000자에서 500자로 축소된다. 고1은 수상 경력을 학기당 1개,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만 기재할 수 있게 바뀐다. 봉사활동은 특기사항을 제외하고 실적만 적을 수 있고 방과후 학교 활동 내용은 쓸 수 없다. 학생부 기재 내용을 축소한 건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어떤 학교에 다니고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부 질이 달라지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활동한 사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남 소장은 “2022학년도 대입부터 교사추천서가 폐지되므로 교사가 기재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평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담당 교사의 눈에 띄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미세먼지로 온 세상이 뿌옇게 변했는데도….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6일 전남지역에 사는 학부모 A 씨의 하소연이다. 이날 아침 전남 일대의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0μg 가까이로 치솟은 상황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자녀를 학교에 보내며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A 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공기정화장치’가 한 대도 없다”며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돼 종일 미세먼지를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고 말했다. A 씨뿐 아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6일,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뛰어노는 학교 내 ‘미세먼지 안전’이 위협받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실시하고, 교실 내에 공기정화장치가 있어도 가동하지 않는 등 미세먼지에 둔감한 학교가 많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청소년이나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정기석 한림대의료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아이들은 초미세먼지(PM2.5)의 일차적인 방어막이 돼주는 코 점막과 체모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며 “폐의 면역세포와 상피세포도 성인보다 더 민감해 초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의 자극을 더 강하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공기정화장치 하나 없는 교실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크게 나타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공기정화장치 설치 비율이 74.9%(2019년 2월 기준)에 그친다. 초등생 자녀를 둔 경기지역 학부모 B 씨는 “학교 4곳 중 1곳은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데다 미세먼지가 심해도 계속 현관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는 곳이 적지 않다”며 “미세먼지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곳에서 계속 공부해야 한다니 이민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중학교는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이 25.7%, 고등학교 26.3%로 더욱 열악하다. 교육부는 올해까지 가능한 한 학교 내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끝낼 방침이지만 그 계획에 실내 강당이나 체육관이 포함되지 않는다. 전남의 한 학부모는 “강당에서 체육을 하다 보면 폐활량이 많아 미세먼지를 많이 흡수하는데도 공기정화장치가 없다”며 “교장이 재량으로라도 공기정화장치를 놓지 않으면 교육청에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미세먼지에 둔감한 학교의 태도에 더 큰 분노를 표출했다. 경북지역의 한 학부모는 “아파트에서 내다보니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창문을 계속 열고 수업을 하기에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경기지역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생 수가 많아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며 “학생들이 발암물질을 한 시간가량 먹은 셈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실에 설치된 공기정화장치도 방치되기 일쑤였다. 학부모 C 씨는 “교장이 1000만 원을 들여 교실 공기정화장치에 좋은 필터를 장착했다고 강조했는데 교사 중 누구도 정화장치를 가동시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일부 학부모는 아예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호흡기질환이 있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일 때 학교에 가지 않아도 질병결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는 이 같은 교육부 지침을 모르고 무단결석으로 처리해 학부모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교도 나름대로 고충이 크다. 학생들은 학부모의 우려만큼 미세먼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지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2년 차 초등학교 교사는 “하교할 때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신신당부해도 교실에 꼭 서너 개씩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왜 우리 애 마스크 안 챙겨줬냐’고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건희·김하경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5일 발표했다. 전국의 사립유치원이 이날 개학 연기 방침을 철회하고 모두 정상 운영됐지만 이미 한유총이 공익을 훼손했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판단이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단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제38조를 한유총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개학 연기 철회와 관계없이 교육당국의 엄정 대응 방침을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민법 제38조에 따르면 주무관청은 법인이 목적 이외 사업을 하거나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이 개학을 연기하고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거부하면서 학부모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판단했다.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설립허가 취소 방침을 담은 ‘사전통지서’를 한유총에 보냈다. 행정절차에 따라 앞으로 설립허가 취소 원인 등에 대한 청문과정을 담당할 청문주재자가 선정된다. 이달 25~29일 중 청문회를 거쳐 설립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법인설립 허가가 취소되면 한유총은 1995년부터 법적 단체로서 가져온 정부와의 대화 자격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한유총을 탈퇴한 온건파들이 세운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가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한유총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유총이 해산되면 정관에 따라 한유총의 기본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한유총의 기본 재산은 5000만원 정도다. 교육청 관계자는 “한유총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최종 취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이날 사립유치원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교육부는 “4일 개학을 연기했던 유치원 239곳을 방문 조사했는데 다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5일까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하지 않은 사립유치원은 시정명령과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공립으로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학부모 A 씨는 “어제 병설유치원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 와서 등록했다. (사립유치원이) 언제 또 휴원할지 모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날 “아동학대에 준하는 범죄행위”라며 개학 연기에 동참한 유치원 239곳과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계에서는 한유총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무리한 자충수를 두다가 완전히 코너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공립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더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교육부가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284명에 대한 고발 취하서를 5일 검찰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284명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이유(국가공무원법 위반)로 고발했다. 이 중 33명은 기소돼 2심에서 50만~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대법원에선 법률 해석 문제만을 다투기 때문에 고발 취하서가 재판에 직접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고발 취하서를 낸 데 대해 유은혜 장관은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도 2017년 선처 의견서를 검찰에 낸 바 있다. 현 정부는 3·1절을 맞아 사회적 갈등 치유 차원에서 세월호 시국집회 참가자 161명을 특별 사면했다. 다만 세월호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은 재판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교조는 이날 환영 논평을 내고 “교사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부당한 탄압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라며 “교사도 교육활동과 무관한 정치 활동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4일 오후 개학 연기를 전격적으로 철회했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아침부터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평소라면 원아들이 새로운 유치원 반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 날이지만 개학 연기 소식을 듣고 항의하러 온 학부모 등으로 시끄러웠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A유치원에 아이 손을 잡고 온 한 학부모는 원장에게 “유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길 거니까 퇴원시켜 달라”고 소리쳤다. A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홈페이지에 올린 ‘개학 연기 유치원 현황’에는 무응답 유치원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에게는 1일 문자로 개학 연기를 통보했다. 화가 난 학부모들은 전화를 걸었지만 번호는 착신이 금지된 상태였다. 직접 달려온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교사들은 “학부모님의 항의 전화가 너무 많아 원장님을 바꿔 줄 수 없다”고만 반복했다. 개학을 미루고 자체돌봄은 운영하기로 한 곳도 학부모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아이를 직접 등·하원시켜야 해서였다. 개학을 무기한 미루겠다고 공지한 서울 강남구 B유치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정문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며 아이를 들여보내고 바로 출근했다. 오후에 손녀를 데리러 온 한 할머니는 “왼쪽 다리 관절염이 심해 잘 걷지도 못하는데 셔틀버스 운영을 안 한다고 해서 송파구에서 전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를 갑자기 철회한 경우에도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었다. 부산 남구의 한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개학이 연기된다고 해서 어제 이웃에 어렵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새벽에 갑자기 아이를 보내라고 해 급하게 달려왔다. 연휴 내내 애타게 만들고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입학시키려던 한 학부모는 “일방적인 개학 연기 통보와 연락이 되지 않을 거라는 문자 내용을 보고 유치원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아이가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이상 오늘 같은 불안한 일이 반복될 것 같아 입학 취소 및 환불 요청 문자를 담임교사에게 보냈다”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돌봄 공백을 방지하겠다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헛발질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은 도봉구 D유치원에 시정명령서를 전달하겠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원장이 줄곧 전화와 문자에 응하지 않아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치원을 방문한 장학사는 “오는 중에 ‘유치원 원장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겠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문이 닫혀 있다”며 문에 시정명령서를 붙이고 돌아갔다.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결과 D유치원은 올해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휴원한 곳이었다. 애초에 개학을 하는 유치원이 아닌데 교육청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정명령서를 붙인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김재희 기자}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4일 강행한 ‘개학 연기’ 투쟁을 하루 만에 전격 철회했다. 이에 따라 5일부터 전국 사립유치원의 운영이 모두 정상화된다. 한유총이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무기한 개학 연기’라는 강수를 뒀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정부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유총은 4일 오후 5시경 “개학 연기 준법투쟁을 조건 없이 철회한다”며 “5일부터 각 유치원은 정상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학 연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날 전국의 상당수 학부모와 아이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또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예정대로 5일 한유총 설립 허가 취소를 발표한다. 교육부도 4일 시정명령을 내린 유치원 239곳이 5일 개학하지 않으면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은 전체 사립유치원(3875곳)의 6.2%(239곳)였다.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정권에 관계없이 중장기 교육 의제를 논의하고 결정할 대통령직속의 합의제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위한 법안이 28일 공개됐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다. 그러나 위원 15명 중 최소 10명이 정부와 여당 추천으로 선정되는 탓에 당초 취지대로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정책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여야가 합의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이 처음 공개됐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장관급인 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지명한 5명, 국회가 추천한 8명, 당연직 위원인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3명 중 호선으로 정하고 임기는 3년이다. 국회 추천 인사를 여야가 절반씩 나눠가진다고 가정하면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15명 중 10명에 이른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대통령과 여당에 집중된 위원 추천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박인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지금 형태로는 대통령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교원단체, 학부모 관련단체, 대학 협의체 등에도 위원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연내 설립을 목표로 조만간 법안을 발의하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준비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과 장기적인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하게 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널뛰기’하는 교육정책에 장기적 교육철학과 일관성을 부여하려는 조치다. 교육과정 연구와 개발을 비롯해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도 진행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유관순 열사의 모교인 서울 중구 이화여고를 방문한다. 교육부는 2월 28일 “유 부총리가 이화여고 학생들이 주최하는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며 “3·1 운동의 중심에 학생들이 있었으며 학생들의 외침이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00년 전 우리 민족이 외친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의 정신을 2019년 오늘날 학생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1일 학생, 교직원과 함께 유관순 동상 앞에 헌화할 예정이다. 이화여고 학생들은 이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서울광장에 도착하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이화인의 독립선언문’을 낭독한다. 유관순 열사는 1916년 이화여고의 전신인 이화학당에 입학했다. 1919년 3·1운동 때 친구들과 5인 결사대를 조직해 참여했다.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인 충남 천안에 내려가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1920년 순국했다. 교육부는 1일부터 임시정부수립일인 4월 11일까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3·1운동 100주년’ 교육주간을 운영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교육개혁을 뒷걸음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시·정시 통합전형을 제안하고, 수능 위주 전형(정시)의 확대에 반대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6일 대입제도 개선연구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자 개선연구단을 발족했다. 교육감협의회가 가장 강조한 것은 수시와 정시 전형의 통합이다. 수시를 준비하느라 고교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9월부터 수시 원서접수와 대학별 고사가 진행된다. 이를 수능 이후인 11월∼2월로 미루자는 것이다. 수시·정시 통합전형은 지난해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대입제도 이송안에 포함됐지만 최종 공론화 범위에서는 제외됐다. 수능 이후 수시를 진행하면 대학이 학생을 충분히 살펴보고 뽑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대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가 대학에 정시 전형을 30% 이상 늘리도록 권고한 것도 비판했다. “수능 비중을 늘리면 학생이 진로 관련 교과를 선택하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만을 골라 교육과정이 정상화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2020학년도 대입 정시 비율이 22.7%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정시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편안이 이미 확정돼 교육감협의회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선생님이 생활지도부장을 좀 맡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서울 서초구 A고 교장은 두 달 동안 여러 교사에게 이런 말을 하며 속앓이를 했다. A고는 지난해 12월 교사들을 대상으로 10여 개 부서의 부장을 발표했다. 이 중 특별활동부, 정보교육부 등은 모두 부장 자원자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생활지도부장은 맡겠다는 이가 없었다. 결국 교장은 ‘2월에 새로 오는 교사에게 맡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기존 교사가 생활지도부장을 맡겠다고 나서 한시름 놨다. 하지만 이 교사는 다른 부장들보다 연차가 한참 어렸다. A고 교장은 “마음 약한 어린 교사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맡게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개학을 앞두고 생활지도부장을 선정하지 못한 학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교사들이 생활지도부장을 기피하다 보니 교장과 교감은 폭탄 돌리기를 하듯 지원자를 찾는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77%가 가장 기피하는 보직으로 생활지도부장을 꼽았을 정도다. 생활지도부장을 맡으면 ‘바람 잘 날’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생활지도부장은 주로 학교폭력 사건 담당자로 통한다. 현행법상 학교폭력 사건이 신고되면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을 처벌한 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다 보니 생활지도부장의 업무가 크게 늘었다. 서초구 B고 교감은 “자녀의 대입 문제에 관심이 높은 강남구, 서초구에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소송 한두 건 없는 학교가 드물다”고 전했다. 강남구 C고 교장은 “소송에 휘말리는 등 부담이 크니 ‘생활지도부장을 맡으라’고 강하게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에게 생활지도부장은 ‘학생들한테 존경 못 받고 스트레스만 받는 보직’이 돼 버렸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두발과 복장을 강압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생활지도를 하고 학교폭력 문제를 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은 생활지도부장을 싫어한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생활지도부장은 학생, 학부모의 교원평가 만족도 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 일쑤다. A고 교장은 “과거 생활지도부장은 무서운 대상이지만 존경받았다”며 “얼마 전 총동창회를 했는데 말썽을 부리던 학생들이 생활지도부장을 지낸 교사에게 존경을 표하는 걸 보고 요즘과 다른 현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생활지도부장 기피 현상은 특히 공립학교에서 두드러진다. 사립학교는 교사들이 한곳에 계속 있다 보니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일’로 여겨 자원자가 나온다. 하지만 공립학교 교사들은 ‘이 학교에서 5년간 잘 피하다 가자’고 생각한다. 서초구 D고 교장은 “일부 공립학교 교장은 기간제 교사한테 생활지도부장을 맡길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학교들은 각종 보상책을 제시하고 있다. 생활지도부장의 수업시간을 줄여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교원 성과급은 수업 시간이 많은 교사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또 생활지도부장 등 보직을 맡으면 월 7만 원의 수당을 받는 데 그친다. 담임교사 수당(13만 원)보다 적다. 교육당국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는 생활지도부장의 수업시간을 줄여주는 만큼 시간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지만 고교는 이마저도 대상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생활지도부장이 기피 보직인 만큼 다른 교사들도 수업 경감과 성과 평가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당국이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전북 상산고 학부모들이 23일 평가 기준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달 교육당국이 5년 전보다 기준을 대폭 올린 재지정 평가 계획을 발표한 뒤 학부모들이 서명운동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서울 부산 등 10개 시도교육청은 재지정 커트라인을 이전보다 10점 올렸다. 그런데 전북도교육청만 유일하게 20점 상향시켜 상산고는 80점 이상을 받아야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는다. 24일 상산고에 따르면 이 학교 학부모들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우선 비대위는 상산고 재학생 학부모와 전북 주민을 대상으로 23, 24일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강화와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25일부터는 서명운동을 전국 자사고 학부모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명은 다음 달 교육청과 교육부에 제출한다. 상산고 학부모인 강계숙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초 전북도교육청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산고는 23일 학부모, 교직원 비상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전북도교육청만 기준점을 다른 교육청보다 더 높인 건 형평에 맞지 않으니 철회해야 한다”, “교육감은 왜 지표 수정 요구에 답변하지 않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자사고의 반발이 커지자 강원 울산 경북 전남교육청은 학교 의견을 반영해 일부 평가지표를 완화했다. 하지만 전북은 여전히 입장 변화가 없다. 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발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경기 안산동산고 학부모들은 21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오세목 서울자사고연합회장은 “서울 학부모들도 3월 개학 이후 반대 행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당국이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20일 서울 지역의 모든 자사고가 “평가지표 재검토 요구를 교육당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 상향에 반발한 자사고의 첫 집단 움직임이다. 서울자사고연합회 소속 22개 자사고 교장들은 20일 모임을 갖고 “교육당국의 평가지표 수정 불가 입장이 최종 확인되면 평가를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교장들은 “좋은 학교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는데 운영을 잘못했다고 망신 주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들은 평가지표 재검토 요구를 담은 공문을 13일 서울시교육청에, 14일 교육부에 보냈다. 평가 거부에 나설 경우 서울 자사고들은 다음 달 교육청에 ‘운영성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은 각 자사고의 운영성과 보고서를 토대로 서면과 현장평가를 실시해 7월경 일반고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학교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재지정 평가가 진행될 수 없다. 올해 재지정 평가는 전국 자사고 42곳 중 24곳(서울 13곳 포함)이 받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보고서를 안 내면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인생의 절반을 방송대와 함께했습니다. 방송대 모든 학과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국방송통신대 학위수여식에서 환경보건학 학위를 받은 손판철 씨(58·사진)의 말이다. 손 씨는 환경보건학을 비롯해 행정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일본학, 미디어영상학, 무역학 등 10개 학위를 37년간 방송대를 다니며 받았다. 손 씨는 울산 현대일렉트릭 품질경영부에서 일한다. 그는 이 회사를 다니던 1982년 방송대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때 담임교사로부터 “그 성적으로 어디 대학 원서를 써주냐”며 핀잔 들었던 게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행정학 학위를 딴 후에도 다양한 학문을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올해부터는 농학과에 다닐 예정이다. 그는 “퇴근 후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며 “공부하는 게 습관이 돼서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위 수여 대상자는 학사 1만2851명, 석사 211명, 프라임칼리지 259명 등 1만3321명이다. 방송대는 1972년 개교 이후 70만여 명의 학사 학위자를 배출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강원도교육청에 이어 울산시교육청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를 완화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경북도와 전남도교육청도 일부 지표를 정성평가로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재지정 평가 기준이 부당하다”는 자사고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교육청이 확산되는 분위기다.(본보 2월 12일자 A14면 참조) 울산시교육청은 신입생 정원의 10% 이상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선발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대상자 선발 노력’ 지표(4점)를 정성평가로 최근 바꿨다. 구체적으로 ‘노력 정도’만 평가하기로 했다. 사회통합전형은 양질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를 선발하는 제도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현대청운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현대청운고는 옛 자립형사립고에서 전환된 자사고이기 때문에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정원의 4%(8명)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해왔다. 그럼에도 1월 발표된 교육부의 자사고 재지정 표준안 기준(충원율 10% 이상)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대청운고는 점수를 낮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표준안의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는 △대상자 선발 노력(4점)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8점)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현황(2점) 등 총 14점이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옛 자립형사립고에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을 강요할 수 없어서 충원율 관련 지표를 정성평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다만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과 ‘대상자 1인당 재정 지원’ 지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포항제철고를 평가하는 경북도교육청, 광양제철고를 평가하는 전남도교육청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 지표를 정성평가로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포항제철고는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어서 해당 지표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자사고 측 주장이 일리 있다”며 “이달 중 수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도 “다음 주 교육부와 하는 실무진 협의에서 수정 여부를 상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지정 평가 지표가 부당하다”며 지난달 교육부와 전북도교육청에 시정요구서를 제출했던 상산고가 14일 시정요구서를 다시 냈다. 상산고는 “시정 요구를 받아들인다거나 못 받아들인다는 어떤 답변도 듣지 못해 다시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상산고는 끝내 교육부에서 답변이 오지 않으면 재지정 평가를 아예 거부할지, 일단 평가는 받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나면 행정소송을 할지 등을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그래도 밝히는 게 낫겠지?” 이란성 쌍둥이 자매는 요즘 자주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참 오랜만에 하는 고민이다. 지난 3년 동안 자매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 모두 자매와 같은 출신이었다. 바로 “넌 어떻게 넘어왔어?”라고 물으면 됐다. “강을 건너는데 물고기가 붙을까봐 아빠가 날 비닐로 감쌌어”, “베트남 수용소에서 밥 같지도 않은 밥을 먹었어”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자매는 친구들에 비하면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자매는 4살이던 2003년 북한 회령에서 중국으로 탈북했다. 하지만 엄마는 자매를 두고 먼저 한국으로 향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 사이 중국 고아원에서 3년을 보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래도 구박받지 않고 밥도 잘 먹었다. 2007년이 되서야 자매는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당시 나무로 된 수하물 상자에 숨어 인천항에 들어올 때는 ‘걸리면 죽는 걸까’란 마음에 무서웠다. 나무 상자 내부가 너무 더웠지만 브로커 아저씨가 준 물 한 병뿐이었다. 그래도 ‘둘’이라서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새로 입학하는 대학의 전체 학생 중 자매 같은 출신은 손에 꼽을 것이다. 더욱이 평생 처음으로 자매는 떨어져 지내야 한다. 각자의 꿈을 찾아 가는 길이기에 정말 기쁘지만 걱정도 앞선다. 다음달 홍익대 디자인학부에 입학하는 언니 김수진 씨(19·가명)와 경인교대 초등교육과에 입학하는 김지혜 씨(19·가명) 이야기다. 탈북 학생인 자매는 한겨레고등학교(경기 안성)를 졸업하고 이번에 나란히 대학에 합격했다. 한겨레고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다.● 놀림 견디게 해준 그림과 선생님 ‘모두 고등학교에서 공부 잘 하던 친구들일 텐데 우리가 출신 밝히고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고 하면 차별하지 않을까….’ 수진·지혜 씨의 고민이다. 한국에 오자마자 입학했던 초등학교 때가 자꾸 떠오른다. 한국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날, 담임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수진이랑 지혜 모두 북한에서 왔으니까 잘 해줘.”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북한 사람을 처음 본 친구들은 자매를 놀렸다. 수군거리는 게 어린 수진이와 지혜 가슴에 콕콕 박혔다. 그럴수록 이들은 서로에게 의존해야 했다. 6년 동안 같은 반에서 자매이자 친구로 지냈다. 수진 씨는 외로울 때마다 틈을 내 그림을 그렸다. 엄마가 일하러 나간 텅 빈 집에서 밥을 먹고 청소까지 하고 나면 텔레비전 만화를 보며 연필을 움직였다. 멋지고 예쁘고 언제나 즐거운 주인공을 그리다보면 기분이 좋았다.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 없지만 그림은 늘 수진 씨를 행복하게 했다. 엄마의 공백을 메워준 건 당시 멘토 교사였다. 서울시교육청이 탈북 학생과 연결시켜준 교사로, 다른 학교 소속이었다. 멘토 교사는 집으로 와 자매에게 공부를 가르쳐줬다. 자매가 태어나 처음 영화랑 연극을 본 것도 그와 함께였다. 지혜 씨는 “엄마가 늘 바빠 사랑을 못 받았는데 선생님이 엄마 같았다”며 “정이 깊게 들었고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북한에서 온 게 뭐 어때?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자매는 일반 초중학교를 졸업한 후 한겨레고로 진학했다. 숙식을 해결할 기숙사는 물론 교복 급식 모두 지원해주기 때문이었다. 여느 학생처럼 사춘기를 겪으며 엄마와 떨어져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약간은 있었다. 지혜 씨는 “엄마는 한국 교육 시스템을 잘 모르니 우리한테 신경을 잘 못 써주고 학원만 가라고 했다”며 “처음으로 지금까지 쌓였던 엄마에 대한 서러움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 자매는 딱히 북한에서 온 걸 자각하지 못했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서였다. 수진 씨는 “어릴 때 북한에서 아빠가 돌아가셔서 땅에 묻힐 때 우는 엄마 옆에서 나도 따라 엉엉 울었던 기억만 난다”고 했다. 더구나 초등학교 때 겪어야 했던 따돌림이 항상 마음 속 상처로 남아있었다. 자매는 늘 출신을 숨겨야 된다고만 생각한 이유다. 중학교 때는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았으면서도 친구들이 “북한은 빨갱이”라고 얘기를 할 때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런 자매에게 한겨레고에서 만난 친구들은 새로웠다. 북한과 중국에서 즐겨먹던 닭발과 해바라기 씨를 좋아하는 친구들 틈에서 자매는 문화충격을 겪었다. 하지만 당당하게 “나는 탈북자”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매는 부끄러움을 극복했다. ‘북한에서 온 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게 됐다. 많은 친구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 한국에 왔다. 한국 학생 수준의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워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으며 자격증을 따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탈북자 학생이 많았다. 이 틈에서 지혜 씨는 고독하게 공부했다. 학생회장이었고, 한번도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다. 수진 씨도 처음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미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느꼈다. 수진 씨는 “장학금 받은 걸로 한달 학원에 다니며 실기를 준비했는데 다행히 잘 봤다”고 했다. 수진 씨는 한겨레고 역사상 처음으로 디자인 전공 대학에 진학했다. 자매의 합격에 제일 기뻐한 건 엄마였다. 엄마는 합격 소식을 듣고 “꺅” 소리 질렀다. 잘 먹이고 잘 가르치고 싶어서 엄마는 낯선 땅에서 밤낮 없이 일했다. 하지만 곁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늘 먼저였다. 인천항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딸들이 엄마를 몰라봤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매는 믿고 있다. 대학 친구들은 자신들처럼 지난해 주민등록증을 받았고, 올해 학생증을 받는 똑같은 학생이라고. 지혜 씨는 “탈북 출신 선배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출신을 밝히면 더 이상 묻지 않고 잘 대해준다고 했다”며 웃었다. 수진 씨는 “미술 실력 차이가 많이 날 것 같아 내가 먼저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 수진 씨는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혜 씨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대폭 강화한 11개 시도교육청 중 강원도교육청이 처음으로 일부 기준 완화에 나섰다.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민족사관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한다. 앞서 이들 교육청은 지난달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5년 전보다 10점 또는 20점 높이고 교육청의 재량평가 배점을 늘리는 방법으로 평가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본보 1월 4일자 A1·5면 참조) 동아일보가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강원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만든 표준안 중 총 14점인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를 강원도교육청은 4점으로 줄였다. 표준안의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는 △대상자 선발 노력(4점)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8점)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현황(2점) 등 총 14점이었다. 사회통합전형은 양질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를 선발하는 제도다. 5년 전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에서도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는 14점이었다. 하지만 민사고처럼 자립형사립고에서 전환된 자사고의 경우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어 교육청은 해당 지표를 평가하지 않았다. 민사고는 그동안 사회통합전형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교육부와 11개 시도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점수 기준점을 과거보다 상향시키는 등의 새 표준안을 만들면서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가 민사고 등에도 적용될 상황이었다. 강원도교육청은 당초 표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통합전형 지표에 대한 문제점을 교육부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강원도교육청은 독자적으로 지표를 수정해 이달 초 민사고에 내려보냈다. 강원도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지표 중 ‘대상자 선발 노력’만 남겨두고 다른 조항은 모두 삭제하면서 배점을 14점에서 4점으로 낮췄다. 이 지표를 평가하는 기준도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대상자를 충원하려는 노력’으로 정성적인 방식을 택했다. 다른 교육청이 ‘대상자 선발 노력’ 평가 기준을 ‘정원 대비 연평균 충원율 20% 이상’(옛 자립형사립고는 10% 이상)으로 적용함으로써 정량평가로 한 것과 대비된다. 강원도교육감은 진보 성향의 민병희 교육감이다. 이번 조치로 민사고는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14점)에서 0점을 받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민사고는 그간 법적 의무가 없어 사회통합전형 선발이 0명이었는데 다른 교육청과 동일 지표를 적용하면 완전히 자사고에서 탈락시키겠다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다른 교육청도 향후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일부 수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일부 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에 대해 “학교가 뽑으려 해도 해당 학생이 안 오는 건데 단순히 정량평가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연합회는 최근 교육부에 “사회통합전형 지표를 포함해 재지정 평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전북 전주 상산고도 지난달 재지정 평가 지표와 기준점이 부당하다며 시정요구서를 제출했다. 교육부는 다음 주에 시도교육청 담당자들과 회의를 연 뒤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를 보완하는 방법을 논의할 방침이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교육부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해 중앙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듣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마다 창의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획일적 교육과정을 탈피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모든 고교에 부분 도입한다. 2025년에는 전 과목 성취평가제를 적용해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11일 박백범 차관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3개 지원기관(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과정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을 공동단장으로 ‘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을 구성했다. 중앙추진단은 수강신청 프로그램과 수업·평가방식 등 고교학점제 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한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운영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는 105곳에서 올해 354곳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이 학교들을 대상으로 혁신 사례를 발굴할 계획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올해 서울에서 고3 학생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지난해보다 1337명이 감소한 강남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다음으로는 노원구(―1266명), 송파구(―1108명), 양천구(―743명), 강동구(―621명) 순으로 고3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의 쓰나미가 교육특구까지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실은 동아일보가 7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서울 25개 자치구의 2016∼2019년 고3 학생 수를 분석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서울의 모든 고등학교(올해 기준 320곳)의 학생 수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고3 학생 감소폭 강남이 1위 강남 노원 송파 양천 강동구의 고3 학생 수 감소폭은 서울지역 전체 감소폭(―1만1687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43%였다. 교육특구는 대학 잘 보내는 고등학교와 유명 학원을 찾아오는 학생 덕분에 지금까지 학생 수 감소의 위기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강남구의 올해 고3 학생 수는 6568명으로 전년 대비 1337명 줄었다. 지난해 감소폭(―318명)의 4.2배다. 양천구는 3년 연속 전년 대비 고3 수가 줄었다. 올해는 모든 자치구의 고3 수가 처음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지역 고교 중 고3 수 감소폭이 큰 10곳 중 9곳은 교육특구였다. 강남이 6곳(은광여고, 단국대사대부고, 숙명여고, 중산고, 영동고, 경기여고)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강서고) 송파(창덕여고) 강동(동북고)이 각각 1곳이었다. 비교육특구는 성동 1곳(무학여고)뿐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북은 학생 수 감소 현상이 몇 년 전부터 뚜렷했다”며 “학생이 선호하는 강남 송파 등 교육특구도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강남으로 전입하려 하지만 집값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강남은 3학년 때 퇴학하고 검정고시 쳐서 대학 가려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면학 분위기를 이유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자사고도 학생 수 감소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23곳 중 14곳이 올해 고3 수가 줄었다. 14곳 중 6곳(강남 3곳, 송파 양천 강동 각 1곳)이 교육특구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서울시교육청은 인가 당시 기준에 고정돼 있는 자사고의 학급 수와 학급당 평균 인원(35명)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쟁률이 높았던 자사고 학생 수가 이렇게 줄어드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감소폭 큰 학교 내신 불리 우려 고3 학생 수 감소폭이 큰 학교는 학생들이 내신을 받기가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고3이 제일 많이 줄어든 강서고는 지난해는 고3(503명) 중 4%인 20명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327명)는 13명으로 줄어든다. 교육특구는 자녀 내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 교장들이 학생 수 감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3 학생이 작년보다 117명 줄어든 송파구 영동일고 박애나 교장은 “학생 수가 적으면 내신 받기가 불리하다고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있다”고 말했다. 142명이 줄어든 은광여고 윤미영 교장은 “대입 수시모집에서 내신을 정량 평가하는 대학이 많이 줄었지만 학생 수가 감소해 등급을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는 게 사실이라 학교로선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생 수는 더욱 급격하게 줄어든다. 올해 고3이 태어난 2001년은 신생아가 유일하게 50만 명대(55만 명)인 해다. 2000년생은 64만 명으로 ‘60만 명 세대의 마지막’이었고 2002년부터는 40만 명대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생 수 감소가 지방에서 서울 강북으로, 이제는 강남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들은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시행돼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학생 수에 따른 성적의 유·불리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 서울’ 할 수 있는 내신 기준으로 여겨지는 1.8등급까지 받은 학생 수를 각 학교가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시에서 3학년 1학기까지 내신이 중요한데 아무리 노력해도 일부 선택과목에서 ‘인 서울’이 가능한 내신을 못 받는 학교가 생길 수 있다”며 “소수점별로 등급을 받은 학생 수를 학부모는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공립中高교사도 271명 감소…작년의 2.7배 ▼고교 학급당 2명 배치했지만 신규임용 확대는 엄두 못내 학생 수 감소는 교단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서울지역 중고교 공립학교 일반 교과 교사가 지난해보다 271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감소폭(102명)의 2배가 넘는다. 학생 수 감소로 올해 서울시내 공립 일반고는 학급당 교사를 2명씩 배치했다. 현재 재직 중인 교사도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 확대는 언감생심이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중등교사 신규 임용은 757명으로 지난해 843명에서 100명 가까이 줄었다. 신규 채용을 급격하게 줄이는 건 교육청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2017년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도 공립초등교사 임용 선발 예정 인원’을 전년보다 708명 줄인 105명으로 발표했다가 임용 시험 준비생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이런 이유로 교육당국은 학급 수를 급격히 줄이기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학교는 학급 수를 줄이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데도 교육당국이 정부의 채용 확대 정책을 내세워 학교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A사립고교 교장은 “아무리 교육청에서 교원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도 사립 입장에서 추가 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가 줄면 “수업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발표나 토론 등 참여식 수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급당 인원이 줄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적합한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교육시민단체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수능 난이도가 소송으로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해 수능 문제 가운데 수학 12개, 국어 3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2월에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학교 교육으로 대비할 수 없는 고난이도 문제를 출제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사걱세는 소송을 위해 지난해 수능을 치른 학생과 학부모 10여 명을 원고로 모집했다. 사걱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어 39~42번 에 적용되는 제시문과 보기에 나오는 ‘모순관계’ ‘무모순율’ ‘가능세계’ 개념은 대학 철학과 전공과목인 논리학에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학 ‘가’형 14번 문제에 대해서도 “지수부등식에서 함수와 함수의 곱이 지수로 사용되는데 고교 교육과정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소재”라고 했다. 사걱세는 이번 수능이 선행학습 금지를 담은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사걱세 관계자는 “해당 법에 ‘국가는 학교가 국가 교육과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당연히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위반해 발생한 피해는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육정상화법’에는 직접적인 수능 관련 조항은 없다. 교육부는 “사걱세의 주장을 검토해봤지만 모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됐다”고 발표한 지난해 수능 직후 입장에서 달라질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공교육정상화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법률 검토 결과 수능이 어려워 피해봤다는 것은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이르면 올해 3월부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서면사과, 교내봉사 등을 충실히 이행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이 기재되지 않는다. 가해 사실이 기재됐던 재학생의 기존 기록도 삭제된다. 경미한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원치 않으면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소송과 갈등을 줄이고 학교의 교육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학교폭력 피해가 신고되면 학교는 반드시 학폭위를 열고 가해 학생에게 9가지 징계 처분 중 한 가지 이상을 내렸다.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기재됐다. 개선안에 따라 새 학기부터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폭력으로 서면사과(1호), 접촉·협박·보복 금지(2호), 교내봉사(3호) 등의 조치를 받고 가해 학생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 다만 1∼3호 조치를 두 번 이상 받으면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첫 번째 가해 사실까지 모두 학생부에 기재된다. 개선 내용은 기존에 경미한 학교폭력에 연루돼 징계 처분이 학생부에 기재됐던 재학생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교육부 이상돈 학교생활문화과장은 “법적 검토가 필요하지만 1∼3호 처분을 받았던 재학생의 기록도 삭제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대학에 제출하는 학생부에 학교폭력 관련 내용이 사라져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다만 중대한 폭행으로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4∼9호 조치) 등을 받으면 현행과 동일하게 학생부에 기재한다. 또 가벼운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면 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가벼운 사건의 기준은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피해가 복구된 경우 등이다. 다만 학폭위 개최 여부는 학교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사건을 축소·은폐한 교원은 징계 수위가 가중된다. 학교마다 설치된 학폭위는 내년 1학기부터 교육지원청 산하로 이관된다. 이번 개선안은 2012년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이 대폭 개정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담긴 조치다. 당시 법 개정은 2011년 12월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법 시행 과정에서 ‘학교 현장이 소송전에 휘말린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학생 간 사소한 다툼도 학폭위에 회부되고 학생부에 기록되다 보니 “입시에 ‘주홍글씨’가 된다”며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많이 낸 것이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행정심판 건수는 2013년 247건에서 2017년 643건으로 급증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교폭력이 잔인하고 심해서 처벌을 강화했던 것”이라며 “이번 개선안은 가해자 입장만 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중학생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장이 ‘조용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하면 어떤 엄마가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학교 자체 해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은 61.2%가 반대했다. 반면 교원은 78.9%가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이 은폐되거나 폭력 피해자가 늘지 않도록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폭력 예방활동을 하는 푸른나무 청예단 김승혜 본부장은 “학교폭력 해결 권한을 다시 학교에 준 만큼 교사들이 더욱 엄중하게 학교폭력을 처리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초교 4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총 9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학생(2153명)의 절반은 초등학생(1056명)으로, 중학생(775명)이나 고등학생(322명)보다 많았다. 학폭위의 초등생 심의 건수도 2014년 2792건에서 2017년 6159건으로 3년 새 2.2배로 증가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