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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남북 정상회담, 5월 혹은 6월 초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13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담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홍 대표에게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지만,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당적 협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홍 대표는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단계적 북핵 폐기 방안’과 같이 과거 북한의 거짓말에 속은 회담을 반복하지 말고 북핵을 일괄 폐기하도록 하는 회담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 대표가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리비아식 핵 폐기가 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요구를 내거는 등 ‘일괄 폐기’ 논리를 펼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1시간 20분 동안 홍 대표와 대화를 하면서 45분가량을 다양한 논리를 들어가며 “남북대화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며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가 지적하는 예전의 회담과는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며 이번 회담의 차별성을 강조했고, “정상회담이 야당의 지지율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정무적 차원의 설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 대표는 “우리가 회담에 반대하는 건 전혀 아니다. 대통령께서 위험한 도박을 하고 계시는데, 국가 운명을 좌우할 기회인 만큼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홍 대표는 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 철회 △대통령 개헌안의 철회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성 수사 중단 △경제 파탄의 책임자인 홍장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해임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요구도 했다. 이날 회담은 12일 오후 3시경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에게 연락한 지 23시간 만에 갑자기 이뤄졌다.최우열 dnsp@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여론을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고 있는 것 같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지명 논란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일반적인 여론은 말과 행동이 다른 처신과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의혹을 두고 “과연 김 원장이 경제검찰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인사인가”를 묻고 있는데 청와대는 엉뚱하게 “의혹이 위법한지 따져보자”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조차 ‘김기식 파문’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청와대의 불통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文, 처음으로 “사임”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 원장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악화된 여론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실을 통하지 않고 직접 메시지를 작성해 김의겸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돈으로 여러 차례 외유를 떠난 김 원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연일 야당이 김 원장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등 떠밀리듯이 사퇴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원장이 물러나더라도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 원장 사태의 출구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에게는 법리적 판단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인식은 그게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답답해했다. 또 청와대가 위법성을 따져보자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관위는 청와대가 전날 질의한 네 가지 사항 중 후원금을 제외한 세 항목은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 김기식은 낙마해도 조국은 지킨다? 청와대 안팎에선 “경제·재벌개혁에 대한 반감이 김 원장에 대한 과도한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기류도 있다. 청와대가 19, 20대 의원들의 피감기관 지원 출장 횟수를 공개한 것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강경파 참모들이 주도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인식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부처 근무 경험이 없는 김 원장을 발탁한 이유가 개혁에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위법성 논란을 들고나온 것도 논란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조 수석은 김 원장 관련 의혹을 두 차례나 검증하고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야당은 검증 부실의 책임을 물어 조 수석을 다음 공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해외출장의 부적합 기준이 불명했기 때문에 조 수석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청와대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與도 “김기식은 평균 이하” 부글부글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전체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여당도 들끓었다. 한 중진 의원은 “도덕성의 평균이 무엇인지 누가,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기업 비용의 출장을 ‘로비’라고 질타해 놓고 자신은 수차례 비용을 지원받았다는 게 김 원장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조차 △출장비용 전액을 피감기관이 부담했고 △다른 당 의원 없이 홀로 출장을 갔고 △인턴 비서까지 동행한 점 등의 이유로 김 원장의 출장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전날 청와대는 피감기관 지원으로 떠난 여야 의원들의 출장 횟수를 공개하며 비용 부담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국회, 피감기관, 의원 등이 비용을 나눠 내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마치 청와대는 167건의 출장이 100% 피감기관 돈으로 이뤄진 것처럼 발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3일 오전 10시 반 자유한국당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단독회담 제의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그는 “남북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만 다루자는 것을 국내 정치 현안까지 같이 대화하자고 역제의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이 왜”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부터 홍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일대일 단독회담을 요구했는데 수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제의하는 이유와 의도가 뭐냐”는 것이다. “그냥 밖으로 보여주기 위한 ‘대화 쇼’를 하자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회담 내용을 놓고 보면 모든 사안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각자의 주장을 교환한 수준으로, 이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존 볼턴의 ‘보수야당 설득’ 옵션론” 제기 이날 회동에선 처음엔 문 대통령과 홍 대표만 테이블에 앉았지만, 홍 대표는 별도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을 불러 함께 앉도록 했다. 신경질적인 질문과 답변을 노골적으로 주고받기도 했던 지난달 7일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와 달리, 단독 회담에선 서로를 깍듯이 대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집요할 정도로 “남북 대화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두세 차례 반복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홍 대표는 ‘우리가 정상회담을 여는 데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시느냐’는 뜻으로 중간중간에 “회담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몇 차례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서 남북 회담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나 정보를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회담에 배석한 강 의원이 메모한 대화록 19장 중 12장이 이런 반복된 공방이었고, 7장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철회 등 홍 대표가 요구한 국내 정치 현안이었다. 이런 대화 내용 때문에 야당 일각에선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정상회담 전 보수야당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지 않으냐’는 ‘옵션’을 내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반대하던 일대일 회담을 돌연 제의하면서 의제 설정도 없이 무작정 만나자고 추진한 것을 보면 무엇인가 ‘외부 요인’이 있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내가 (12일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 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홍 대표가 단독회담을 원하니 만나셔서 설명, 설득하시라’고 제의했다”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한 수석은 “4월 중요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를 만나 설명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정치인 수사 어쩔 수 없어”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양보 없는 줄다리기만 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 때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아 탄핵 제소가 됐다. 지방 출장도 삼가 주시고 지방선거에 엄중히 중립을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이 과하다. 이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 정치보복은 그만해 줬으면 한다.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장관 차관까지 싹쓸이한 정권이 있었느냐”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현안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경청하기만 했지만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선 “검찰 수사는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일은 안타깝다. 김 원장에 대한 해임이나 개헌 문제는 모두 내 권한이기 때문에 다 경청하지만 수사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지난해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네 차례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와의 일대일 회동은 1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19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어 지난해 7월과 9월에는 여야 당 대표들을 초청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참석했지만 홍 대표는 두 차례 회동에 다 참석하지 않았다. 9월 회동에서는 만찬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벙커’라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여야 대표들에게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와 여야는 처음으로 5개 항으로 된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문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주장하며 지난해 내내 불참했던 홍 대표는 지난달 7일에야 처음으로 청와대를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한국 방문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여야 회동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정 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을 한 다음 날인 13일 홍 대표를 재차 청와대로 초청한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태와 관련해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3일 김 원장과 관련한 서면 메시지를 내고 “(김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김 원장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의 자진 사퇴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의 답변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다음 주초에 김 원장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지선 기자}

청와대가 12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과 정치자금 ‘땡처리’ 논란의 적법성을 가려 달라는 질의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 또 공공기관 중 16곳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많이 출장을 갔다며 야당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참여연대까지 김 원장 비판에 나서는 등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어, 청와대가 조만간 김 원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김 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을 받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질의 사항을 보냈다”고 밝혔다. △임기 말 후원금 기부나 보좌직원 퇴직금 지급 △피감기관 비용 부담 해외 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의 해외출장 동행 △해외출장 중 관광 등 4가지가 정치자금법 등에 저촉되는지를 가려 달라는 것. 이는 ‘김 원장에 대한 비판이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 파악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후원금 관련 외엔 선관위가 사실상 답변할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파문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벌기용으로 선관위에 질의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김 대변인은 민주당으로부터 받았다는 19, 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 결과를 발표했다. 수천 개의 공공기관 중 자료 요청에 응한 16개 기관이 국회의원 해외 출장을 지원한 사례는 총 167건으로, 이 중 한국당이 94차례로 민주당 65차례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김 원장이 일반적인 의원 평균 도덕감각을 밑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돌연 선관위를 끼워넣고 ‘야당도 해외출장 가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김기식 구하기’에 나서자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 원장의 친정인 참여연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중에는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와 의회에 대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김 원장의 출장 의혹 등에 대한 3건의 고발을 서울남부지검에서 병합해 수사하도록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황형준 기자}

청와대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후원금 ‘땡처리’ 사용 및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간 것이 적법한지를 판단해 달라고 질의한 것을 두고 헛다리를 짚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후원금 사용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외에 나머지 3가지 질문은 선관위가 답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 일각에선 청와대가 ‘금융 검찰의 수장으로서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김기식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선관위 “4개 중 3개는 해당 사항 없어”…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냈다.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직원 퇴직금 지급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출장 △해외 출장 중 관광 등 네 가지 질의가 포함됐다. 모두 김 원장이 연루된 항목이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김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원금을 사용한 게 수사기관 고발 사안인지만 답변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떠난 것은 선관위의 업무 밖으로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원금의 적법 여부도 수사기관이 수사 중일 때는 답변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선관위 법제국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회신할 예정이다.○ 文이 직접 국회 피감기관 출장 건수 공개 결정 동시에 청와대는 19, 20대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으로 떠난 해외 출장 횟수를 공개하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무작위로 (피감기관) 16곳을 뽑아 자료를 받아보니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이 65차례였고,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고 밝혔다. 김 원장에게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야당을 향해 “너희들은 깨끗하냐”는 경고를 보낸 것.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을 고려해 내린 정무적 판단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청와대는 피감기관 선정 기준, 횟수, 피감기관 비용 부담 비율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출장 횟수 공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원 출신 인사를 임명할 때마다 문제가 될 수 있어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출구전략 차원의 시간 끌기 일각에선 청와대가 김 원장 사퇴를 전제로 한 ‘출구전략’ 마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1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50.5%는 김 원장의 사퇴를 찬성한다고 밝혀 반대(33.4%) 의견보다 많았다. 4개 질의 중 한 가지라도 선관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한다면 김 원장을 해임할 것이냐는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답변을)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말을 흐렸다. 여권 관계자는 “출장 기준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김 원장이 물러나면 ‘해외 출장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부실 검증 책임론도 피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줄줄이 시작되는 시도지사 경선이 주목이나 받겠느냐”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액자를 하나씩 선물했다. 고 신영복 교수가 쓴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사진)다.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 액자를 선물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춘풍추상’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에서 비롯된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 뜻을 설명하며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자가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액자를 선물하게 됐다”며 “남들에게 추상과 같이 하려면 자신에게는 몇 배나 더 추상과 같이 대해야 하며, 추상을 넘어서 한겨울 고드름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선물한 이 액자가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 그리고 김 원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사안은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과연 문 대통령이 비서관 전원에게 이 액자를 선물한 취지와 맞느냐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12일 “지금 국면에서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라 참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올해 어버이날(5월 8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올해 어버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쉬게 되고, (일부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이번에는 3일 연휴에 이어지는 것이어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올해 어린이날인 5월 5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대체 공휴일로 5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연휴다. 청와대는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문제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내년 이후에는 인사혁신처의 연구 결과 등을 받아본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법정 공휴일이 늘어나는 것에 따른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이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경제 부처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했고, 여러 장관들은 임시 공휴일 지정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연일 확산되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해임은 없다”고 버티면서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에도 물러나지 않았다가 종국에 자진 사퇴했던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 원장에 대한 별도의 논의는 없다. 기존의 태도 그대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를 떠났다는 의혹에 이어 국회의원 임기 종료 전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소진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지만 여전히 해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종료 전 보좌진에게 수천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법에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는 김 원장의 의혹에 대해 집중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일제히 ‘김기식 불가론’으로 쏠리면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임 실장으로부터 “김 원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요지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도 일단은 김 원장 엄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과도한 비난은 인격살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임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물밑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사퇴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김두관 의원이 우 원내대표에게 보낸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9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김 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를 확인했지만 모두 적법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너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는 매듭을 지으려는 의도였겠지만 그 뒤로도 추가 의혹이 나오니 민정 라인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여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병도 정무수석만 곤란한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충남·충북도지사, 대전시장 경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 문제가 수습되지 않으면 선거 캠페인 초반부터 악재를 안고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야당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빌미를 줬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상운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간 외유를 둘러싸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청와대는 해임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지만 여당 내에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김 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벨기에 스위스는 물론이고 이탈리아도 다녀왔다. 같은 달 19일 김 원장이 우리은행 부담으로 간 중국 인도 출장에 동행했던 인턴 비서 김모 씨(여)도 함께했다. 김 원장, 인턴 비서 김 씨, KIEP 직원 등은 공식 일정이 없는 토요일인 그해 5월 30일 로마에서 차량 렌트비 80만 원, 가이드 비용 30만 원 등을 썼다. 이와 함께 김 원장은 비서 김 씨와 정치자금을 활용해 19대 의원 임기를 9일 남긴 2016년 5월 20일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고로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땡처리’하려고 항공료, 호텔비, 차량 렌트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날 2016년 5월 출장에 대해 “해외 출장을 가기 전에 선관위에 문의했고 정치자금을 사용해 출장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김 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황태호 기자}
“간도 크다.” 연이어 터지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 의혹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10일 당내 여론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의원들 사이에서 ‘시민단체 출신으로 도덕성을 강조했던 김 원장이 그럴 줄은 몰랐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적법하다”는 전날의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김 원장) 본인도 사퇴 의사가 없고 청와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청와대가 엄호하고 있어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심각한 문제”라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여당에서는 지금이라도 김 원장의 사퇴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론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가 자칫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인사·검증 라인의 책임론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개헌과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도 취소됐다. 총리 시정연설이 여야 대치로 무산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청와대는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시정연설을 언제하게 될지 모르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의결돼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인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의 반대가 있으리라고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선거 이후 추경을 편성해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을 둘러싼 충돌로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추경의 필요성을 앞세워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 청년을 고용할 중소기업, 조선과 자동차 구조조정으로 경제위기를 맞은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진해 울산 동구를 지원하는 추경입니다. 국회의 도움을 간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후폭풍으로 인한 일자리 재난 상황에도 정치권이 추경안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조찬과 오찬으로 이어진 세 차례 연쇄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들은 이어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본회의를 열어야 대정부 질문도 가능하다. (임기 중) 제 마지막 임시국회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분산 내용을 개헌안에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 선거구제 개편이 수용되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헌 협상에 전혀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도 “시대적 추세가 분권이니 대통령중심제를 기본에 놓고 다양한 권력분산 장치를 합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불참한 걸 언급하며 “말로는 개헌을 말하면서 국민 개헌을 반드시 좌초시키겠다는 본심을 드러냈다”고 맞받아쳤다. 방송법 개정안 갈등도 본회의 무산에 핵심 요인이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여당이 방송법에 대해 완전히 ‘내로남불’로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서 정부 여당의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다수제(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처리 불가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면서 말을 바꾸는 민주당을 믿고 협상할 수 없다. 오늘 중 민주당에서 야권이 받을 수 있는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안을 낸다면 받을 수 있다는 최종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2016년 7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도 모두 심의한 뒤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문제가 된 방송법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합의된다면 4월 중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출장 및 한미연구소(USKI) 논란에서 동시에 언급되는 청와대 인사는 바로 홍일표 정책실장실 선임행정관(사진)이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홍 행정관은 1999년부터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여권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등 현 정부 내 ‘참여연대 그룹’의 실무좌장 격으로 통한다. 홍 행정관은 2012년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면서 김 원장의 국회 보좌관으로 여의도에 진출한다. 김 원장이 임기 4년 내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홍 행정관은 관련 실무를 총괄했다. 홍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이 2015년 설립한 ‘더미래연구소’가 출범하면서 사무처장을 맡았다. 김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직전까지 더미래연구소장이었다. 지난해 정권 교체 뒤에는 2급인 정책실장실 선임행정관을 맡았다. 장 실장에게 올라오는 보고를 취합하고 수행하는 역할이다. 여권 관계자는 “장 실장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인연이 있고,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맡았던 김 원장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이 지난해 11월 홍 행정관에게 한미연구소 관련 내용을 보고한 이유에 대해 “19대 국회 때부터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행정관은 ‘이 문제에 개입하거나 별도의 요청을 한 사실이 없고, 보고도 김 부원장이 먼저 오겠다고 연락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구재회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20여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 중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5월 구 소장을 직접 만난 직후 “소장 임기는 3년으로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연구소 정관(定款)에 명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구 소장이 8년간 재직한 점을 감안하면 1년 후에 사퇴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지난달 정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USKI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예산 지원 중단을 통보하기 3년 전에 김 원장이 비슷한 요구를 한 셈이다.○ 김기식 “USKI 소장 임기 명시해야” 국회 정무위원회가 KIEP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던 2015년 5월 26일(현지 시간) KIEP 관계자들과 미 워싱턴의 USKI를 방문해 구 소장, 제니 타운 부소장, 칼 잭슨 교수를 만났다. 이 만남은 KIEP가 후원해 자유한국당이 ‘황제 출장’이라고 비판하는 그 출장 도중 이뤄졌다. 김 원장은 “연구소가 북한 문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에 너무 치우친 느낌이다. 북핵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슈들을 적극 반영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SKI가 북핵 관련 오래된 이슈에 대한 평가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USKI는 당시에도 38노스 사이트를 통해 북핵 시설을 모니터링한 위성자료를 잇달아 공개해 주목받았다. 김 원장은 특히 연구소 운영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구 소장과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을 직접 거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의해 프로그램이 좌우되거나 시스템이 흔들리는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USKI 관계자들과 면담한 직후 김 원장은 KIEP 관계자들에게 “연구소 정관에 소장 임기를 명시해야 한다. ‘소장 임기는 3년이며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키는 걸 검토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각 시도했던 구 소장 KIEP가 2006년부터 매년 20여억 원을 지원해 온 USKI에 대한 논란은 2014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 또한 김기식 당시 의원이 주도했다. 김 의원은 당시 정무위에서 “USKI에 예산만 지원할 뿐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선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이 이어받아 지난해 8월 구 소장의 장기 재직 문제 등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재직 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무위 간사였던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기식 의원이 하도 ‘우리 예산 20억 원을 어떻게 썼는지, 연구소가 내는 성과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고 해서 KIEP가 참여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했다”고 말한 뒤 “이학영 의원이 정무위에 들어와서는 회계보고서 등 각종 운영 자료를 다 보고하라고 했고 이에 USKI는 ‘말이 되느냐’고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아무튼 김기식 원장의 문제 제기를 비롯해 현 여권에선 USKI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가 정권 교체 후 폭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외교 소식통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던 구 소장을 교체하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계 미국인인 구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각을 시도했을 정도로 자타공인 보수 성향 인사.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과 막역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현 여권 관계자들이 USKI에서 연구하도록 배려하기도 했으나 보수 인사들과 가까웠다.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에서 구 소장을 해임하라는 많은 메시지를 받았으며 제니 타운 부소장 해임 요구도 있었다”고 밝혔다. ○ 靑 “국회·경사연이 진행한 일”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8일 “청와대가 나서서 구 소장 교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 이 문제는 국회의 문제 제기에 따라 관리 감독을 맡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가 진행한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USKI에 자금을 지원한 KIEP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사연이 관리 감독을 맡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멘토인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올 2월 경사연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성 이사장도 이날 “USKI에 대한 국회의 지적이 수년간 있었는데 KIEP가 만든 개선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3월 29일 KIEP 이사회에서 예산 중단을 최종 결론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과 홍일표 선임행정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김준동 KIEP 부원장이 지난해 11월 2일 이 비서관과 홍 행정관에게 보고하겠다고 왔다. 두 사람이 별도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문제가 자칫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형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일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인식이 마치 사실처럼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상운 sukim@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5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조 수석은 입장문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두 분은 지금까지 수사권 조정을 위해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조정안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답이 없고, 진행되는 경과를 알지 못한다”고 작심 발언한 내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일 문 총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최근 언론에 보도된 조정안 내용은 논의를 하기 위한 초안 중 하나”라며 “문재인 정부 구성원으로서 구존동이(求存同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으려 노력한다’)의 정신에 따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검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감지되는 일선 검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없지만 자료 공유와 논리 개발을 통한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헌법상 영장청구조항 도입 경위’에 관한 자료와 토론회 발표 자료가 연이어 게시됐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사들은 집단적 의사도 모으고 있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문 총장의 지시로 평검사들을 고참 기수와 그 이하 기수 등 두 그룹으로 나눠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왔다. 또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한 대림산업 현장소장 2명의 구속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가 이날 취소하고 석방한 것도 향후 경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경찰이 이 사건의 제보자로부터 제출받은 핵심 증거가 사후에 작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한상준 기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복심(腹心)’이 마주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것.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다. 우리 측에서는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수석대표로 나섰고 윤 실장과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 신용욱 청와대 경호처장이 참석했다. 당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조 비서관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북측의 요청에 따라 김 차장으로 격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쪽에서 이번 실무회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에서 ‘격을 높여서 이야기하자’고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은 수석대표를 맡은 김 부장을 비롯해 6명이 회담장에 등장했다. 권 춘추관장은 “북측에서 신원철, 리현, 로경철, 김철규, 마원춘 대표가 참석했다”며 “의전, 경호 등의 실무자들이며 직책은 ‘대표’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및 국방위 설계국장을 지낸 마원춘은 김정은이 집권하기 전부터 밀착 수행하며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등 김정은의 주력 건설사업을 실무 지휘한 인물이다. 북한 정상의 첫 남한 방문을 앞두고 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 구조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마원춘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일전선부 실장인 리현은 2월 특사단 방북 당시 기내에서 특사단을 영접했고, 지난해 4월 육군 상장으로 진급한 김철규는 경호를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무회담 대표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윤 실장과 김 부장이다. 정계 입문 때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윤 실장은 2월 특사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고, 1일과 3일 열린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위해 재차 방북했다. 4일 예술단과 함께 귀국한 윤 실장은 하루 만에 다시 북측 인사들을 만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외 행보를 자제했던 윤 실장은 올해 펼쳐진 남북 대화 국면에서는 빠짐없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 끝까지 함께할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남북 교류가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찌감치 윤 실장을 대북 접촉에 포함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서기실장(비서실장 격) 출신인 김 부장 역시 ‘김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최측근이다. 김 부장은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수행해 방남했고, 방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찬에도 배석했다. 김 부장의 정확한 직함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는데, 북측은 이날 ‘국무위원회 부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으로 공개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 남북은 의전, 경호 등에 대한 각자의 안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내부 검토 뒤 2차 실무회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TV를 통해 방송된 방북 예술단 평양공연 중계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포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공연에 참석한 북한 지도부 영상이 이른바 ‘짤방’ 형태로 희화화돼 유통되는 것을 우려한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SNS에 유통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출연진과 북한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TV는 첫 공연이 있은 지 닷새가 지난 이날까지 공연 실황을 방송하지 않고 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96)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를 계속 이어가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정치권 일각에서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업무를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통령 경호법에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여사의 신변 안전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감안하면 청와대 경호처가 이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처는 이 조항의 의미에 대해 해석 논란이 있다면 법제처에 정식으로 문의하여 유권 해석 받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경호처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에게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업무를 경찰로 이관하고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공개됐다. 현재 대통령 경호법의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의 경호 기한은 최장 15년으로 이 여사의 경호 기간은 2월 말 종료됐지만, 경호처는 경호처장의 판단으로 경호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운영위 소위는 2월 22일 이들에 대한 경호 기간을 추가로 5년 늘리는 내용의 경호법 개정안을 처리했으나 아직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심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면서 이 여사에 대한 경호처의 경호를 이어가도록 지시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경호가 계속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는데 경호처가 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고령의 이 여사가 진보진영,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권에서 갖는 정치적 상징성과 무게가 작지 않은 만큼 기한을 특정하지 않고 생존할 때까지는 최대한 예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서울 A대학 총장은 박춘란 교육부 차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 차관은 “수시 비중이 급격히 높아져 우려스럽다”며 우회적으로 정시 모집인원 확대의 뜻을 전해왔다. 그즈음 다른 두 곳의 대학도 박 차관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미 대입전형계획을 제출했던 대학들은 진의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박춘란 미스터리’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10년간 장려해온 수시 확대에 급제동을 걸었다. 그것도 문서 한 장 없이 구두로 전달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이었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교육부와 청와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갑자기 ‘정시 확대 깜빡이’ 켜져 교육부의 정시 확대 요청은 예고없이 이뤄졌다. 지난달 21∼23일 박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가 열렸다. 이때 수시·정시 비율에 대한 우려는 전달되지 않았다. A대학 입학처장은 “인력, 비용 문제로 수시 인원을 더 늘릴 수 없어 오히려 교육부에 혼날까 봐 눈치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 요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일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하게 된 배경은 급격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정시 비율이 차이 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과는 엇갈린다. 이미 준비해왔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이미 1월 2020학년도 대입부터 수시 비중을 늘리지 않는 쪽으로 협의를 마쳤다는 게 청와대 측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발표 예정인 2022학년도 대입 정책 개편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0학년도 전형은 교육부가 맡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2020학년도 대입 정책 방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과정 없이 3월 말이 임박해서야 주요 대학에 전화로 정시 확대를 요청하니 졸속으로 비친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줄곧 정시 확대 여론을 전달했는데도 교육부가 꿈쩍하지 않다가 이렇게 거친 방식으로 처리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뒤늦게 전화한 이유는 이미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졌는데도 교육부는 왜 대입전형계획 제출 마감이 임박해서야 정시 확대를 요청했을까.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내키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전임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시 확대를 추진해 왔고, 수시를 늘리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줘 왔다”며 “이 역할을 맡았던 교육부가 수시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의식해 뒷짐을 지고 있다가 실기(失期)했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년같이 수시·정시가 7 대 3 비율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했는데 주요 대학들이 제출한 대입전형계획을 보니 8 대 2 수준이었다”며 “급한 불을 꺼야 했다”고 말했다. 수시 비중이 높은 서울 주요 대학에만 전화를 한 이유가 설명된다.○ 지방선거 앞두고 당정청 충돌 대학별 대입전형은 이달 말 공식적으로 발표된다. 6월 지방선거가 한 달 남은 시점이다. 수시 비중이 한 해 10% 이상 뛴다면 민심 이반이 우려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개입설과 여당 압력설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 말할 때가 올 것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춘란 미스터리’를 계기로 교육을 둘러싼 당정청의 누적된 난기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새다. 한 여당 의원은 “김상곤 부총리 취임 이후 교육 정책의 혼선에 여당 의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당정 협의를 해도 교육부가 여당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교육 정책 결정 라인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정책은 휘발성이 높고, 국민의 관심도 큰 만큼 혼선을 더 방치했다가는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워 쉽사리 ‘김상곤 카드’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한모 씨(36·여)는 올해부터 아이를 초등 돌봄교실에서 간식을 먹인 뒤 오후 4시부터는 영어와 태권도 학원을 번갈아 보낸다. 돌봄교실에만 맡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씨는 “아이가 초등 돌봄교실에서 1년을 지낸 뒤 ‘지루해서 가기 싫다. 집에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이용은 좋았지만 아이도 엄마도 돌봄서비스의 질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인 임모 씨(35·여)는 돌봄교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픈 아이가 방치돼서 책꽂이 사이에 기대어 자고 있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하면서까지 아이를 놔둔 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회의가 들었죠.” 정부가 2022년까지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가 운영하는 학교돌봄 10만 명,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마을돌봄 10만 명을 각각 확대하는 방침을 4일 내놨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초등학생이 현재의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늘어난다. 돌봄 대상 아동은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모든 학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운영시간 도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연장해 저녁돌봄을 강화한다. 새로 짓는 학교는 돌봄교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돌봄교실은 증축할 예정이다.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 안 빈 교실 1500개를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5년간 매년 2200억 원씩 투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온종일 돌봄학교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다섯 살까지는 무상보육이 실시되는 데 비해 초등학생의 경우 방과 후 돌봄 공백이 심각하다”며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 공백은 육아 병행을 어렵게 만들고 특히 여성에게는 출산 이후의 경제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소에 팔을 걷고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돌봄서비스의 ‘질’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는 돌봄전담사 한 명이 20명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없으면 헛돈만 쓸 가능성이 높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