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식

박해식 기자

동아닷컴 팩트라인팀

구독 181

추천

건강한 사람이 챔피언. 여러분의 건강한 하루를 위해 ‘피와 살’이 되는 건강 정보를 발굴해 전달하겠습니다.

pistols@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98%
보건2%
  • 사별·이혼·실연 충격 후 심장 이상, 치료법 찾았다

    ‘상심 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다. 사별이나 이혼, 실연 등으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심장이 약해지는 타코츠보 심근병증(Takotsubo Cardiomyopathy)의 별칭이다. 온몸으로 혈액을 펌프질해 내보내는 심장의 좌심실이 마치 문어 항아리(일본어로 타코츠보)처럼 일시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상심 증후군 환자는 심장의 펌핑 능력이 떨어져 흉통, 호흡곤란 같은 심근경색(심장 근육이 혈액 공급 부족으로 괴사하는 급성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겪는다. 일반인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2배 높다. 일부는 심부전으로 이어져 극심한 피로감과 수명 단축을 겪는다. 여성 환자가 80% 이상으로 훨씬 더 많다. 상심 증후군은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그런데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에서 의사들이 치료법을 찾은 것 같다.가디언에 따르면 연구진은 12주간의 맞춤형 인지행동치료(CBT·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더 건강한 행동을 배우는 훈련)나 수영·사이클링·에어로빅 등 운동 프로그램이 환자의 심장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기존 표준 치료만 받은 환자 그룹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연구 결과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심장 학술대회 유럽심장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다. 연구를 수행한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교 의과대학 심장 전문의인 데이비드 갬블 박사는 “심장 증후군은 심장이 회복되지 않거나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뇌와 심장 사이의 연결, 즉 ‘뇌-심장 축’이 회복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이번 연구에는 평균 연령 66세, 여성 비율 91%인 타코츠보 증후군 환자 76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인지행동치료, 운동 프로그램, 혹은 표준 치료군에 배정되었으며, 모든 환자는 심장 전문의가 권고하는 기본 치료를 받았다.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환자는 걷는 거리가 늘고 산소 섭취량(VO₂ max)이 증가했으며,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는 여기에 심장 에너지 활용 능력까지 크게 좋아졌다. 반면 기존 치료만 받은 그룹에서는 이런 변화가 없었다.보행거리와 최대 산소섭취량 증가는 건강 개선의 징후다. 이는 증상 완화와 더불어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이번 임상시험에 자금을 지원한 영국 심장재단의 임상 책임자인 소냐 바부-나라얀 박사는 “이 질환은 삶의 가장 취약한 순간에 발생할 수 있고,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충격을 준다”며 “운동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놀랍지 않지만, 심리치료가 심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상심 증후군 환자들에게 ‘실질적 치료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장기적인 생존율과 증상 완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9-01
    • 좋아요
    • 코멘트
  • 마라톤, 공정한 경쟁 위해 ‘체급제’ 도입해야

    씨름, 태권도, 유도, 역도, 복싱, 레슬링과 같은 종목은 선수들이 체급별로 나뉘어 경기를 치른다. 공정성 때문이다. 대개 더 큰 사람이 더 강한 힘을 갖는다. 그래서 체급을 구분하면 경기 결과가 단순히 체격이나 힘이 아니라 기술에 더 좌우된다.마라톤은 체급 구분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몸무게가 무거우면 달리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이는 의지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학의 문제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신체를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피로가 더 빨리 오고,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커지며, 심장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미국의 한 회계사가 2만 명의 장거리 달리기(10㎞ 이상) 기록을 분석한 결과, 95㎏남성이 10㎞를 51분에 뛰는 것은 68㎏ 남성이 같은 거리를 38분에 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였다.마른 체형이 마라톤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실전은 물론 많은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하지만 체형이 큰 사람들도 마라톤을 즐긴다. 체중이 무거운 주자들은 가벼운 주자들보다 대체로 더 느리고, 몸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취약에 달리기 효율이 떨어진다. 훈련량이 같더라도 이런 차이가 생긴다. 이는 단지 더 많은 체중 때문에 공기 저항이 커지고, 언덕에서 불리하며, 거리가 늘어날수록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체중에 따른 속도를 예측해주는 계산기에 따르면 100㎏ 러너가 마라톤을 4시간에 완주할 수 있다면, 체중을 5㎏ 줄일 경우 약 10분을 단축할 수 있다. 1%법칙도 있다. 체중이 1%늘면 달리기 속도가 동일한 비율(1%)로 느려진다는 개념이다.호주 찰스 스터트 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의 보건·체육 교육학자인 브랜든 하이드먼(Brendon Hyndman) 부교수가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달리기에도 체급제를 도입해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통해 제안했다.체급제 도입 논거하이드먼 교수에 따르면, 체급제를 도입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먼저, 체격이 큰 주자들은 달리기를 하려면 날씬한 체형을 가져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체격이 큰 달리기 선수나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외부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지곤 한다고 토로한다. 경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더라도 주변에서 놀라워하거나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는 단지 신체적 도전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하이드먼 교수는 지적했다.따라서 체급제를 도입하면 경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의 참가를 장려하며, 체격이 큰 주자들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미국을 중심으로 일부 장거리 달리기 대회에서 체급별로 나누어 경쟁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데, 더욱 폭넓게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급제 도입의 단점그러나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전 체중을 재는 과정이 일부 참가자들에게 불편하거나 민망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체중 구분이 오히려 몸매나 체중에 대한 고민을 키워서, 달리기가 본래의 건강이나 체력 향상보다는 몸무게 중심의 활동처럼 보일까 걱정하기도 한다.운영 측면에서는 체급이 추가되어 상장이나 트로피가 늘어나고 관리할 일이 많아진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체급제 도입에 덜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달리기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연구들이 많기에 달리기 경주를 체급별로 나누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이 스포츠를 즐기도록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이드먼 교수는 강조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9-01
    • 좋아요
    • 코멘트
  • 초가공식품 섭취 남성, 정자수 줄고 활동성도 약화

    초가공식품 섭취는 남성의 생식 건강과 대사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저가공식품과 동일한 칼로리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했을 때조차 건강한 남성의 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체지방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NNF 기초대사연구센터(CBMR)가 주도한 이번 연구에는 20~35세 건강한 남성 43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초가공식품 식단(초가공식품 77%)과 비가공식품 식단(비가공식품 66%, 초가공식품 1% 민만)을 각각 3주 동안 섭취했다. 12주간의 휴식기를 거쳐 식단을 바꿔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두 식단은 칼로리는 물론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 주요 영양소가 동일하도록 설계했다.그 결과, 초가공식품을 섭취한 그룹은 비가공식품을 섭취했을 때보다 체지방이 약 1㎏ 더 늘었을 뿐 아니라, 생식 호르몬과 정자 건강 지표에서 뚜렷한 이상 징후를 보였다. 단 3주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초가공식품, 남성 생식건강 위협초가공식품 섭취했을 때 남성이 생식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난포 자극 호르몬(FSH) 수치 감소했다. 뇌에서 생성되는 이 호르몬의 감소는 정자 생성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정자의 운동성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수정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혈액과 정액 내 리튬 농도도 감소했다. 리튬은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네랄이다. 반면 플라스틱 유래 화학물질인 cxMINP 수치는 증가했다. 이는 식품 포장재 등에 첨가되어 신축성, 유연성을 높이는 프탈레이트의 일종이다.연구 주저자인 제시카 프레스턴(Jessica Preston) 박사과정 연구원은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이 과식 여부와 무관하게 생식 및 대사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문제는 칼로리가 아니라 식품의 가공된 특성 자체에 있다”라고 강조했다.초가공식품은 제조과정에서 소금, 설탕, 기름, 방부제, 유화제, 합성 원료 등 많은 첨가물이 포함된다.연구 교신저자인 로맹 바레스(Romain Barrès) 교수는 “건강한 젊은 남자들조차 초가공식품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신체 기능이 교란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며, 장기적으로 불임 및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공중보건 차원에서 식이 지침을 재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현재 초가공식품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약 55%를을 차지하고 있다.연구진은 세계 남성의 정자 수 감소가 초가공식품 소비 급증과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덜 가공된 대안으로 식단을 전환하는 것이 남성 생식 건강을 보호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결론지었다.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 발표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9-01
    • 좋아요
    • 코멘트
  • “치매 위험, 안과 검진에서 20년 먼저 발견 가능”

    앞으로 몇 년 안에 안과에서 받는 일상적인 시력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망막 혈관의 비정상적인 변화는 뇌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안과 검진을 받았는데 망막에서 특이한 혈관 변화가 보인다면, 뇌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조기 진단에 매우 유용하다”라고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메인 주 잭슨연구소(The Jackson Laboratory)의 신경과학자 알레이나 리건 박사가 설명했다. 망막은 중추신경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뇌와 본질적으로 같은 조직을 공유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망막을 뇌의 연장선으로 본다.연구진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MTHFR677C〉T’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를 대상으로 망막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생후 6개월 무렵부터 혈관이 비틀리고 좁아지며, 혈류가 줄어드는 변화를 확인했다. 이러한 양상은 뇌에서 관찰되는 혈류 저하 및 인지 저하 위험과 매우 유사했다. ‘MTHFR677C〉T’ 유전자 변이는 전체 인구의 약 40%가 보유하고 이다.연구 책임자인 리건 박사는 “망막은 사실상 뇌와 같은 조직이지만, 눈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만약 안과 검진에서 혈관이 구불구불하거나 가지가 줄어드는 현상이 보이면, 뇌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망막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구불구불한 모습은 고혈압이나 혈류 제한으로 인한 산소·영양분 공급 문제일 확률이 높으며, 이는 치매 환자들에게도 보이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특히 암컷 생쥐에서 변화가 더 심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실제로 여성에게서 치매가 남성보다 약 1.7배 더 많이 발생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와도 맞아떨어진다.최대 20년 먼저 치매 징후 포착 가능이번 연구는 치매 조기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데, 그 시점에서는 뇌세포 손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하지만 안과 검진을 통해 훨씬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면, 예방적 조치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생쥐의 망막 혈관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생후 6개월째부터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40~50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치매 진단을 받는 시기는 보통 65세 이후다. 즉, 뇌 질환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보다 망막 혈관 변화가 훨씬 먼저 발현된다. 생쥐의 수명을 사람에 대입하면 최대 20년 먼저 치매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아직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다. 최근 승인된 몇몇 치료제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만 있다. 병세가 깊어지기 전 초기에 사용해야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 착수연구진은 실제 환자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메인 주의 노던 라이트 아카디아 병원과 협력 연구를 시작했다. 리건 박사는 “50세 이상 대부분은 안경 처방이나 시력 점검을 위해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다”며 “그때 망막 혈관의 변화를 포착한다면,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9
    • 좋아요
    • 코멘트
  • 신개념 ‘먹는 미세 구슬’로 살 뺀다…지방 흡착해 몸밖 배출

    먹는 미세 구슬(마이크로비드)을 활용해 체중을 줄이는 획기적인 접근법이 등장했다. 구슬을 삼키면 음식에 들어있던 지방을 장에서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여 체중 감량을 돕는 방식이다.구슬은 어떻게 지방을 잡나?구슬은 비타민 E, 녹차 성분, 그리고 해조류에서 추출한 알지네이트(식이섬유)를 결합해 만들었다. 셋 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식품 사용을 승인받은 원료다.작은 구슬이 위에 도달하면 알지네이트로 코팅한 껍질이 위산으로 인해 부풀어 오르면서 작은 구멍이 생긴다. 이 구멍을 통해 부분 소화된 지방이 구슬 내부로 흘러 들어간다. 구슬 속에서는 지방이 비타민 E와 녹차 성분으로 이루어진 ‘매트릭스’(지방 분자와 결합해 고정시키는 틀)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지방은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고, 구슬 속에 갇힌 채 장을 지나 배설된다.간단히 말해, 음식을 먹을 때 구슬을 함께 섭취하면 일부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 돼 몸무게가 줄어드는 원리다.동물 실험 결과연구진은 동물 실험에서 유망한 결과를 얻었다.고지방식(열량의 60%가 지방)에 미세 구슬을 함께 먹인 쥐는 30일 만에 체중 약 17%가 감소했다.하지만 구슬 없이 각각 고지방식과 저지방식(열량의 10%)을 한 쥐들은 체중 변화가 없었다. 쥐들을 해부하고 생체지표를 측정해 분석한 결과, 구슬을 먹은 쥐는 체지방이 줄고 간 손상 징후도 적었다.기존 약물과 차이점지방 흡수를 막는 약물인 오르리스타트(orlistat)가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복통, 설사, 변실금과 같은 부작용이 심해 사용이 제한적이다. 더 큰 문제는 간과 신장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번에 실험한 미세 구슬은 이러한 부작용 없이 지방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첫 번째 임상시험 진행 중현재 26명의 성인이 참여하는 첫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안전성·내약성·초기 효과를 평가하며, 1년 이내에 예비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다만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구슬이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영양소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지방 흡착은 충분히 하면서도 복통, 복부팽만, 변 이상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적정 복용량을 설정해야 한다. 먹는 비만 치료제 대안 가능성최근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마운자로(Mounjaro)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가이고 주사제이며 부작용 위험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만약 이 구슬이 사람에게서도 동물실험에서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면, 약물 없이도 체중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슬은 무미·무취이므로 일상 식품이나 음료에 첨가할 수 있다. 연구진은 타피오카 펄처럼 작게 만들 수 있어 디저트나 버블티 같은 음료에 넣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연구는 중국 쓰촨 대학교 연구자들이 주도했으며 생명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에 지난 22일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8
    • 좋아요
    • 코멘트
  • 수술 생존률, 과체중 노인이 더 높다… ‘비만 역설’

    과체중인 노인들이 정상 체질량지수(BMI)를 가진 노인들보다 큰 선택적 수술 후 단기 사망 위험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선택적 수술이란 응급 상황이 아니라 미리 계획해서 시행하는 수술을 말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일반적으로 정상 체중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노인 환자에게는 다소 다른 이야기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의학자들이 주도해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 환자의 수술 예후를 분석한 결과 과체중(BMI 25-29.9) 그룹에서 가장 낮은 단기(30일 및 1년 후)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정상 및 저체중 환자들은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UCLA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세실리아 카날레스 조교수(책임 저자)는 “전통적인 수술 가이드라인에서는 정상 BMI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는 노인의 경우 이러한 권고가 재고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노인은 생리학적 특성이 다르며, 적당한 과체중이 수술 후 단기적으로는 보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2019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한 대형 대학병원에서 주요 선택적 수술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41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들을 BMI에 따라 분류하고, 수술 후 30일 및 1년 후 사망률, 합병증 여부, 퇴원 경로 등을 비교했다.그 결과 과체중(BMI 25.0~29.9) 그룹의 30일 후 사망률은 0.8%로 나타났다. 반면 정상 BMI 환자는 18.8%, 저체중 환자는 15.0%로 집계됐다. 1년 후 사망률도 각각 5.5%, 28.6%, 16%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나이, 허약(노쇠) 정도, 기저 질환(암 포함) 등을 보정한 후에도 이러한 차이는 의미 있게 유지됐다. 약간 비만인 환자도 과체중 환자와 비슷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다만 고도비만 환자는 해당되지 않았다.전문가들은 이를 ‘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과체중이 건강 위험을 높이지만, 특정 노인 집단에서는 높은 BMI가 오히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연구진은 높은 체질량지수가 수술이라는 급성 손상 후 회복에 필수적인 추가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수술 전후 합병증 등을 우려해 정상 체중을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노인 환자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공동 저자인 UCLA 일반내과 캐서린 사르키시안 교수는 “노인 환자의 생리적 특성은 젊은 층과 다르기 때문에 수술 전 위험 평가를 할 때 이를 반영해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연구는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과체중이 건강에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노인 환자의 수술 전 상담과 위험 예측을 할 때 이들의 생리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성을 제기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8
    • 좋아요
    • 코멘트
  • ‘백세시대’는 헛된 꿈…기대수명 증가율 ‘완만’

    머지않아 ‘백세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컸다. 20세기 초, 공중보건·의학·사회경제적 발전 덕분에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1900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62세였다. 반면 1938년생은 약 80세까지 살았다. 인류 문명은 계속해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에 누구나 100년을 사는 날이 곧 올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39~2000년 태어난 세대는 과거처럼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 23개 선진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세대의 기대수명 증가속도는 과거(1900~1938년) 대비 37~52%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독일, 프랑스, 미국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다.연구진은 다양한 통계 모델과 예측 기법을 사용해 미래 기대수명을 계산했다. 그 결과, 최근 세대 중 누구도 평균적으로 100세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었다.그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급격한 기대수명 증가가 영유아 사망률 감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이미 5세 이하 사망률이 매우 낮아, 이 연령대에서 더는 큰 개선이 어렵다. 따라서 과거처럼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또한, 성인과 노년층의 사망률 개선이 기대수명 증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나 노년기의 사망률을 의미 있게 줄이더라도, 어린 시절 생존율 개선만큼 급격한 기대수명 증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과거(1900~1938년)에는 세대마다 약 5.5개월씩 기대수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1939~2000년)에는 조사 방법에 따라 세대 당 2.5~3.5개월 증가에 그친다. 정리하면 20세기 초반의 기적 같은 기대수명 증가는 다시 반복되기 어렵다.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개인의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정책적 준비에도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보건의료 체계, 연금 제도, 사회정책 등을 기대수명 증가 속도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 동시에 개인에게도 은퇴시기, 노후 대비 저축액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백세시대를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정부와 개인 모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7
    • 좋아요
    • 코멘트
  • 극한 마라톤, 대장암 위험 요인? 적당히 뛰면 최고의 ‘약’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며, 치료 이후 암의 재발을 막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어 왔다. 그러나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공개된 한 연구결과가 새로운 의문을 던졌다. 바로 극한 수준의 장거리 달리기(마라톤·울트라마라톤)가 오히려 대장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버지니아 주 이노바 샤르 암연구소(Inova Schar Cancer Institute) 연구진은 35~50세 마라톤·울트라마라톤 주자 100명을 검사했다. 그 결과 15%에서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진행성 샘종(선종)’이 발견됐으며, 41%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샘종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일반 인구 중 40대 후반에서 보고되는 진행성 샘종 발생률(4.5~6%)보다 높았다. 연구 규모가 작고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예비 결과로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발견 자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끌 만큼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달리기가 암을 일으킨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극단적 훈련 환경이 특정 집단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강조한다.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영국 앵글리아러스킨 대학교 의생명 과학과 저스틴 스테빙 교수가 비영리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한 가지 가설은 장시간 격렬한 운동 중 장(腸)으로 가는 혈류가 다리 근육으로 우선 공급되면서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허혈성 대장염·ischemic colitis) 때문이다. 이는 장거리 주자들이 흔히 겪는 ‘러너스 트롯’(runner’s trots) 또는 ‘러너스 다이어리아’(runner’s diarrhea)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저산소 상태→ 염증→회복’이 반복되며 조직 손상이 누적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샘종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직접적으로 혈류나 염증 지표를 측정하지 않았고 탈수, 진통소염제 사용, 특정 영양 습관, 낮은 체지방률 같은 다른 요인을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이번 연구가 밝히지 않은 것들-마라톤이나 울트라마라톤이 대장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증거 없음.-젊은 대장암 환자의 대부분이 극한 달리기 애호가가 아니기에 최근 젊은 대장암 급증과의 연관성 설명 못 함.-적당한 운동이 같은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음.‘극한 스포츠’가 아닌 대부분의 운동은 ‘약’규칙적인 운동이 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치료 후 생존율도 높인다는 사실이 수십 년간의 연구결과로 축적됐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운동 자체의 건강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은 약’이지만, 극단적인 장거리 달리기는 예외적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몸의 신호, 신중하게 받아들여야그 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운동 후 혈변, 배변 습관의 변화, 원인 모를 복통, 철분결핍성 빈혈이 나타나면 대개 ‘러너스 트롯’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강조한다.지금껏 평균 위험군은 45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 받았다. 하지만 고강도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 중 증상이 있는 경우 더 이른 시점에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조언했다.운동은 여전히 최고의 건강 지킴이 중 하나다. 단, ‘극단적 스포츠’로서의 마라톤과 ‘건강을 위한 적절한 운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이번 연구의 교훈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되,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라는 것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7
    • 좋아요
    • 코멘트
  • “폭염에 2년 간 4일만 더 노출돼도 9일 더 늙어”

    폭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의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그 영향력은 흡연, 음주, 불량한 식습관, 운동 부족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홍콩 대학교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대만 성인 2만492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혈압, 염증, 간·폐 기능 등 12가지 생체 지표를 측정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고 이를 실제 나이와 비교했다. 또한 운동, 흡연, 기존 질병 등 노화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도 반영했다.연구 결과 누적 폭염 노출일이 많을수록 생물학적 나이가 더 빨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염 노출이 데이터 중간 50% 범위(사분위 범위)만큼 증가할 때마다 생물학적 나이가 약 0.023~0.031년 빨라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2년 동안 폭염에 4일 더 노출된 사람은 생물학적 나이가 약 9일 더 증가했다. 특히 야외 활동이 많은 육체 노동자의 경우 33일 더 빨라져 일반 평균보다 거의 4배 빠른 속도로 생물학적 노화가 진행됐다. 농촌 지역 거주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기간인 15년 동안 참가자들은 폭염 조건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에어컨 보급 확대와 야외 활동 중 그늘에 머무는 시간 증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짚었다.고온 노출이 노화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DNA 손상이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올 초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레너드 데이비스 노인학 대학원 연구진이 발표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연간 140일 이상 섭씨 약 32도 이상의 폭염 환경에서 생활하면 같은 기온이 10일 미만인 지역 거주자에 비해 최대 14개월 빠른 생물학적 노화를 겪을 수 있다.이번 연구를 이끈 홍콩대의 환경역학자 궈추이(郭萃) 조교수는 “폭염 노출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다면 건강 피해는 우리가 보고한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며, “게다가 폭염은 점점 더 잦아지고 길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건강 영향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이라는 제목으로 25일(현지시각)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6
    • 좋아요
    • 코멘트
  • 치매 유전자 있어도…‘OOO 식단’ 지키면 위험 ‘뚝’

    알츠하이머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APOE4 유전자 변이를 두 개 보유하고 있더라도,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따르면 위험을 최소 35%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유전력이 80%를 차지한다. 이는 누가 치매에 걸릴지 여부는 개인의 유전자 차이가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유전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유전적으로만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20%는 생활습관, 환경, 교육 수준,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유전적 요인 중 아포지단백(APOE) 유전자 변이, 특히 APOE4는 가장 위험한 인자로 꼽힌다. APOE4 변이 유전자를 하나만 가질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4배, 두 개 모두 가진 APOE4 동형접합자는 그 위험이 8~12배까지 높아진다.그러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이 주도해 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이러한 유전적 위험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1989~2023년 여성 4215명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추적한 간호사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와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남성 1490명을 추적 관찰한 보건 전문가 추적 연구(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 데이터를 분석했다.두 코호트(동일집단)를 합치면 남녀 5700여명을 최장 34년간 관찰한 대규모 연구다. 참가자들의 장기적인 식습관을 조사해 지중해식 식단 실천 점수를 평가해 상·중·하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 오일, 생선 섭취를 권장하고 요거트와 치즈 등 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가급적 줄일 것을 권장한다.식단 평가와 함께 혈액에서 대사체 프로파일을 측정하고 ,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 참가자의 APOE4 변이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 했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정기적으로 인지 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APOE4 변이 유전자 2개(동형접합자) 가진 경우 보호 효과 최대연구 결과, 지중해식 식단 점수가 높은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낮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느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APOE4 변이 유전자가 2개인 사람들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APOE4 동형접합자 중 지중해식 식단 상위군의 치매 위험은 하위군보다 약 35% 낮았다. 반면 변이 유전자가 1개인 그룹과 없는 그룹은 위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뚜렷하지 않았다.유전적으로 가장 높은 위험을 지닌 사람일수록 지중해식 식단의 보호효과가 크게 나타난 셈이다.연구진에 따르면 인구의 약 25%는 APOE4 변이 유전자를 하나 가지고 있으며, 2개 보유자는 약 2~3%다. 이 변이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원래 APOE 단백질은 혈액과 뇌에서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변이형은 이 과정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 및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에 영향을 주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중해식 식단, 대사체 프로파일 조절연구진은 지중해식 식단이 혈중 대사체 프로파일을 유리한 방향으로 조절하여 이러한 효과를 낸다고 봤다. 대사체 프로파일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는 말은 우리 몸속에서 음식이 분해되고 흡수된 뒤 생겨나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 콜레스테롤, 젖산 등의 대사산물의 양과 균형을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실제로 APOE4 동형접합자에서는 지중해식 식단이 인지 건강과 연관된 대사체 패턴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4-구아니디노부타노에이트(4-guanidinobutanoate), 카로티노이드, 글루타민 등이 인지 보호 효과와 인과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멘델 무작위화(MR) 분석에서 확인되었다.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하버드 의대 위시 류 박사는 “이번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식이 전략이 주요 대사 경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일반인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APOE4 변이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처럼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의미와 한계연구진은 “이 결과는 특정 대사체 경로를 조절하는 식단 전략이 유전적 고위험군의 치매 예방에 특히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 대상이 주로 고학력 유럽계 백인 인구였기 때문에, 다른 인종·집단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APOE4라는 가장 강력한 알츠하이머 유전자 위험 요인이 있더라도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면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앞으로는 의사들이 치매 위험 평가에서 유전자와 대사체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제안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6
    • 좋아요
    • 코멘트
  • 돼지 폐, 뇌사자에게 사상 첫 이식…9일간 기능 유지

    사상 최초로 사람(뇌사자)에게 이식 된 유전자 편집 돼지 폐가 9일간 기능을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서로 다른 종(種)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이식은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장기 이식 수요의 최대 10%만이 충족되고 있다.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신장, 심장, 간을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했다. 하지만 폐는 해부학적, 생리학적으로 더 복잡해 큰 도전 과제로 여겨졌다.중국 광저우 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중국·한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인간 면역 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항원을 제거한 돼지의 왼쪽 폐를 39세의 남성 뇌사자에게 이식한 사례를 의학 저널 에 25일(현지시각) 발표했다.연구팀은 6가지 유전자를 변형해 이식한 폐에 대한 초급성 거부 반응(이식 직후 발생하는 급격하고 치명적인 면역 반응)이나 감염 징후 없이 216시간(9일) 동안 기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식 24시간 후 폐 손상 징후가 나타났으며, 강력한 면역 억제제를 투여했음에도 이식 3일째와 6일째에는 환자의 항체가 돼지 폐를 공격해 심각하게 손상되는 거부 반응을 보였다.폐 이식 전문의인 영국 뉴캐슬대학교 앤드류 피셔 교수는 “환자가 자신의 폐 하나를 온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손상된 돼지 폐의 기능 부족을 보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손상의 영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한국에서는 성균관 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전경만 교수가 참여했다.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돼지에서 사람으로 폐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돼지 폐를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피셔 교수는 “숨을 쉴 때마다 외부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폐는 오염, 감염 등 다양한 공격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그만큼 폐의 면역계는 민감하고 활발하다. 그러나 장기 이식에서는 면역 반응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돼지 폐를 이용한 폐 이종이식 시대가 곧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연구팀은 “면역억제 요법의 최적화, 유전자 변형의 정교화, 폐 보존 전략의 강화, 급성기를 넘어선 장기 기능 평가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관련 연구논문 주소: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6
    • 좋아요
    • 코멘트
  • 비만약 복용 고백한 세레나, 알고보니 약 유통사와 홍보 계약

    ‘테니스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44)가 지난 21일(현지시각) 피플, NBC 투데이쇼, 엘르, 보그를 통해 14㎏ 감량 소식을 전한 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사실상 광고에 가까운 상업적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윌리엄스는 “3만 보를 걷고, 여름엔 하루 5시간씩 훈련했지만 과체중이라는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어 ‘다른 것’을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다”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을 8개월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구체적인 제품명은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그녀가 위고비, 오젬픽, 젭바운드 등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공급하는 원격의료 서비스 기업 ‘Ro’의 홍보 모델이며, 남편이 이 업체의 이사회 멤버라는 것.윌리엄스는 투데이쇼와 인터뷰에서 체중 감량 약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 사실을 공개했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꿍꿍이’가 더 컸던 것 같다.가디언에 따르면, 윌리엄스와 Ro는 여러 플랫폼에서 장기간 홍보 활동을 하기로 계약했다. 첫 광고 영상에서 그녀는 “출산 이후, 내 몸에 필요한 것은 이 약이었다”고 말한다. Ro의 최고경영자는 윌리엄스가 ‘꼭 약이 필요해 보이는 않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모델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는 윌리엄스를 모델로 발탁한 이유가 해당 약물을 비만 환자만의 치료제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필요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홍보하겠다는 뜻이다.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팬들은 그녀가 항상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해왔다는 점을 들어 ‘비즈니스적 행보’라며 받아들였다.반면 다른 일부는 “역사상 최고의 운동선수조차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나”라며 허탈해했다. 또 다른 팬들은 흑인 여성으로서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자신을 향한 온갖 조롱을 이겨내며 23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그녀가 체중 감량 약물 산업을 홍보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번 행보는 사회가 요구하는 날씬함의 기준에 결국 굴복한 것처럼 보여 그동안 쌓아온 저항의 이미지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이다.무엇보다 그녀가 부유층만 누릴 수 있는 체중 감량 약물 마케팅에 힘을 보탰다는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높다.한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미국인의 8~10%가 GLP-1 약물을 사용 중인데, 대부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자비로 사야 한다. 한 달 분이 100만 원이 넘어 저소득층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5
    • 좋아요
    • 코멘트
  • 엉덩이 튼튼女가 심장도 튼튼…여성호르몬이 심장노화 예방

    장기를 둘러싼 ‘숨은 지방’인 내장 지방이 과다하면 심장과 혈관의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노화는 심장 질환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노화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의학 연구소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과학자들은 내장 지방이 심장과 혈관의 노화를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연구진은 혈액 검사에서 내장 지방이 체내 염증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만성 염증은 조기 노화의 주범 중 하나로 여겨진다.남녀 간 차이도 발견했다. 여성은 절대적 내장 지방 부피가 남성의 54% 수준인 반면, 피하 지방은 남성보다 38% 더 많았다. 남성은 복부와 상체에 지방이 많은 사과형 체형일 경우 심장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반면 여성은 유전적으로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에 지방이 많은 서양 배 체형일 경우 심장 노화 예방 효과를 보였다. 아울러 폐경 전 여성의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와 심장 노화 지연 사이의 연관성도 발견했다. 에스트로겐은 내장 지방보다 둔부·대퇴부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이는 대표적 여성 호르몬이 심장 노화 예방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2만1241명의 심장·혈관 영상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했다.연구 결과 심장 노화가 빠를수록 위, 장, 간과 같은 장기 주변에 분포하는 내장 지방 조직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장 지방은 복부 깊숙한 곳에 존재해 겉으론 드러나지 않으며, 피하지방이 적어 겉보기엔 날씬한 사람도 많을 수 있다.임페리얼칼리지 런던에 있는 영국 심장 재단 심혈관 AI 책임자인 데클런 오리건 교수는 “복부 깊숙이 숨은 장기 주변의 ‘나쁜’ 지방이 심장 노화를 촉진하지만 일부 지방, 특히 여성의 엉덩이와 허벅지 주변의 지방은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그는 또한 “체질량지수(BMI)는 심장 나이를 예측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며 “이는 단순히 체중만이 아니라 신체의 어디에 지방이 쌓여 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덧붙였다.심장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우리나라에선 2위다.연구진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사용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작용제는 노화 관련 산화 스트레스, 세포 노화, 만성 염증에 대한 보호 효과도 있으며,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내장 지방과 간 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실제 이 약물로 내장 지방을 줄여 심장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5
    • 좋아요
    • 코멘트
  • ‘테니스 전설’ 서리나 윌리엄스 “비만치료제 써 14㎏ 감량”

    23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미국의 ‘테니스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44)가 비만 치료제 복용을 통해 14㎏을 감량했다고 밝혔다.윌리엄스는 최근 NBC 방송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1년 전부터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한 의료 업체와의 협업의 일환이다.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윌리엄스는 7년 전 첫 아이 출산 후 불어난 몸무게가 빠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프로 운동선수로서 엄청난 훈련을 했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2년 전 둘째 출산 후 더 힘들어졌다는 그녀는 채식, 고단백 식단, 하루 2만보 걷기 등을 시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 했다.약물 복용 후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윌리엄스는 병원 검진에서 혈당 수치가 정상화했으며, 관절에도 예전만큼 무리가 가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그녀는 체중 증가로 인해 무릎에 문제가 많았다며 출산 후 몇 차례 우승을 더 했지만 무릎에는 확실히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제2형 당뇨병에 대한 불안도 약물 복용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당뇨병 위험이 더 크다며 가족 중에도 당뇨병 환자가 있다고 밝혔다.윌리엄스는 비만 치료제로 인한 부작용도 아직까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비만 치료제 복용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이 실제로 GLP-1을 복용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나서고 싶다. 내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윌리엄스는 레딧 공동 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안과 사이에 각각 7세, 2세 된 두 딸을 두고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4
    • 좋아요
    • 코멘트
  • 해녀들 잠수반응, 일반 포유류와 정반대 …“인류 최고의 잠수 능력”

    해녀들은 바다사자나 해달과 같은 일반적인 해양 포유류와 정반대의 ‘잠수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최신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을 물속에서 지내는 ‘잠수 달인’으로 나타났다. 한국 미국 영국(스코틀랜드) 공동 연구자들이 ‘한국 해녀의 잠수 행동과 생리학’(Diving behaviour and physiology of the Korean Haenyeo)’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지난 18일 발표했다.연구진은 ‘3대 이상 해녀 가문’ 출신 해녀 7명(62∼80세)이 성게 채집을 위해 총 1786번의 잠수를 하는 동안 심장 박동수, 혈류량, 산소포화도 등이 어떻게 변하는 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해녀들은 하루 2~10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잠수했다. 수면 아래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55분(4시간15분)이었다. 짧게는 124분, 길게는 636분(10시간36분)을 물속에서 보내는 해녀도 있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바다에서 쓴 전체 시간의 56%를 수면 아래서 보냈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된 인간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또한 수달이나 뉴질랜드 바다사자와 비슷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해녀들이 고령인 것을 감안하면, 그들이 젊었을 때는 잠수 시간이 더 길었을 가능성이 있다.더 놀라운 점은 포유류가 물속에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생리학적 변화인 ‘잠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숨을 참으면 심박수가 떨어지고 신체기관 곳곳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등의 잠수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해녀들은 정반대로 잠수 중 평균 심장 박동수(101bpm)가 평상시(84bpm)보다 높았다. 뇌 혈류량도 오히려 증가했다. 뇌와 근육의 산소포화도는 감소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이는 해녀들이 대부분 얕은 수심(평균 0.7m, 최대 4.75m)에서 짧게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성게를 채취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평균 잠수 시간은 11초, 잠수와 잠수 사이 숨 고르기는 8.9초였다.공동 저자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해양 포유류 생물학자 크리스 맥나이트(Chris McKnight) 박사는 해녀들이 반복적인 숨 참기로 인해 체내에 축적되는 이산화탄소(CO₂)를 견딜 수 있도록 적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이산화탄소가 쌓이면 극심한 불쾌감과 불안, 공황 반응을 유발한다며, 앞으로 해녀들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측정하고 싶다고 밝혔다.공동 저자인 미국 유타 대학교 진화유전학자 멜리사 일라르도(Melissa Ilardo) 교수는 평균 나이 70세인 해녀들의 수중 작업 능력에 주목했다. 그녀는 “이는 놀라운 건강 수명(health span)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이 인구집단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를 깊이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일라르도 교수는 지난 5월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제주 해녀들에겐 잠수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유전적 변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 한 바 있다. 본토 출신에겐 없는 혈압 조절, 차가운 수중 환경에서 저체온증을 극복하게 해주는 등의 변이 유전자가 제주 해녀들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3
    • 좋아요
    • 코멘트
  • 물 하루 1.5ℓ 미만 마시면 ‘스트레스 호르몬’ 1.5배 더 분비된다

    ‘하루 물 2리터 섭취’의 적정성을 두고 최근 국내에서 큰 논쟁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훨씬 강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1.5배 증가한다는 것.연구진은 건강한 젊은 성인들을 모집해 하루 수분(물과 따뜻한 음료 등) 섭취량 기준 상위 25%와 하위 25% 두 그룹으로 나눴다. 상위 그룹은 남성 기준 2.5리터, 여성 기준 2리터 이상을 매일 마시는 사람들이었고, 하위 그룹은 하루 1.5리터 미만을 마신 사람들이었다.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평소 습관대로 수분을 섭취했다. 연구진은 소변과 혈액 검사를 통해 이들의 수분 상태를 확인했다. 이후 모의 면접과 수학 문제 풀이 같은 스트레스 상황을 부여한 뒤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를 측정했다.그 결과, 물을 적게 마신 그룹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 분비가 50% 이상 높았다. 즉 매일 권장량의 물을 마신 그룹보다 1.5배 강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다만 맥박 상승, 손에 땀이 나거나 입이 마르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증상에선 두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다.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들이 갈증을 더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수분 부족이 해로운 이유우리 몸의 수분 조절 시스템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 중심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수분 섭취 부족이든 과도한 수분 손실 때문이든 수분이 부족해지면, 몸은 탈수를 감지해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바소프레신은 주로 신장에서 수분을 재흡수해 혈액량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하지만 이러한 보존 기전에는 대가가 따른다. 바소프레신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신장은 소변을 더 농축하고 전해질 균형을 관리하기 위해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바소프레신은 또한 뇌의 스트레스 반응 중추인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바소프레신의 이러한 이중적 역할은 혈액량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코르티솔 수치도 증가시킨다.부신에서 분비하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면역 반응, 신진대사 조절, 혈압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 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분비되면 심장질환, 당뇨병,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의 생리학자 닐 월시 교수는 “코르티솔은 인체의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이며, 과도한 코르티솔 반응은 심장병, 당뇨병, 우울증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며 “중요한 발표나 마감일이 다가올 때 물병을 가까이 두는 습관이 장기적인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에 실렸다.이계호 명예 교수 “핵심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것”한편,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하루 물 2리터 섭취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이계호 충남 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믿음이 퍼지고 있는데, 핵심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이 명예교수는 TV 방송 며칠 후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에 출연해 “2리터라는 숫자에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목마를 때 마시면 되고, 소변 색이 완전히 투명해질 때까지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늦은 밤 억지로 2리터를 채우거나 소변 색깔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분 권장 섭취량은 순수한 물뿐만 아니라 음식 속 수분까지 포함한 수치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2
    • 좋아요
    • 코멘트
  • 유럽, 모기 창궐에 신음 …“모기 매개 질환 역대 최대 규모”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모기에 대한 대비를 하고 떠나야 할 것 같다.올 여름 유럽에서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와 치쿤구니아(chikungunya·모기가 옮기는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와 같은 모기 매개 질환이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 유럽연합(EU) 보건 당국은 모기로 인한 질병의 발생 기간이 길어지고 심각해지는 현상이 이제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왜 모기가 늘고 있을까?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기온 상승, 따뜻해진 겨울, 강수 패턴 변화로 인해 모기가 번식하고 바이러스를 퍼뜨리기에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모기 매개 질환이 유럽에서 풍토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실제로 올해 현재까지 치쿤구니아 발생 건수는 27건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335건으로, 최근 3년간 가장 높다. 감염은 대개 7월에서 9월 사이에 정점을 찍는다. 이에 당국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이 수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모기, 유럽 전역으로 확산치쿤구니아는 이집트 숲모기와 아시아호랑이모기가 주요 매개체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들 모기는 현재 유럽 16개국, 369개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 114개 지역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매년 새로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루마니아와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모기 매개 질환 증상과 위험성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은 증상이 없지만, 일부는 뇌염·뇌수막염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치쿤구니아는 발열, 메스꺼움, 두통, 피로, 발진, 근육통, 관절 부종, 관절통을 유발할 수 있다. 무증상 감염이 많은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와 달리 감염된 사람 거의 모두가 증상을 겪는다. 치명률은 낮지만 환자의 최대 40%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이어지는 극심한 관절통으로 고통을 겪는다. 최근 남미와 중국(특히 광둥성)에서도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치료와 예방두 질환 모두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치쿤구니아는 일부 국가에서 승인된 백신이 있으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이마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이 핵심이다.국가 차원에서 모기 방제 조치를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집 주변 고인 물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가가호호를 방문해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차원에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기가 흔한 지역에서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새벽과 해질 무렵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하며, 에어컨·선풍기·모기장·방충망 등을 활용해 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2
    • 좋아요
    • 코멘트
  • 브로콜리 하루 40~60g 먹으면 대장암 위험 20% 감소

    브로콜리, 양배추, 케일, 청경채, 무, 갓, 루콜라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면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63만 9539명을 대상으로 한 17건의 기존 연구를 종합해 새롭게 분석한 결과, 십자화과 채소를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특히 결장암) 발병 위험이 20% 낮았다.하루 20g 이상 섭취 시 결장암 위험 감소가 뚜렷해지며, 40~60g을 매일 섭취할 경우 보호 효과가 가장 컸다. 이보다 많이 섭취하더라도 추가 이점은 나타나지 않았다.연구자들은 십자화과 채소에 풍부한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천연 화합물이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몸에 유익한 활성 대사산물을 생성해 체내 염증을 줄이고, DNA를 보호하며, 잠재적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등 엄 억제 경로를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지역별 차이도 확인했다.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선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결장암 위험이 줄었다. 하지만 유럽과 호주에서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식습관, 조리 방식, 유전적 요인 등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이번 연구는 중국 내몽골임업종합병원(Inner Mongolia Forestry General Hospital) 연구자들이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에 게재됐다.다만, 암을 예방함에 있어 특정 음식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순 없다.건강 전문가들은 대장암 예방을 위해 과일, 채소, 콩류, 통곡물이 풍부한 식단을 꾸준히 섭취하고 붉은색 육류와 가공육 섭취를 최소화 할 것을 권장한다. 규칙적인 신체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발암물질인 술과 담배는 멀리해야 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1
    • 좋아요
    • 코멘트
  • 적당한 음주 = ‘약’ → ‘독’ …극적 반전 일어난 이유?

    저녁 식사에 곁들이는 반주 한 잔, 친구들과 주말 등산 후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 한 캔.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있었다. 가벼운 음주(특히 레드 와인)가 심장을 보호하고 더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꽤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단 한 방울의 알코올도 건강에 해롭다”고 경고한다. 애주가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상반된 연구결과가 나온 배경은 뭘까.과거 연구는 대상자들을 세밀하게 분류하고 변수를 조정하지 않았다.수십 년 전 수행한 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의 위험 또한 적당히 음주를 즐기는 사람보다 더 높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겉보기엔 하루 한두 잔 마시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가장 좋아 보였다.이것이 언론에 널리 퍼졌다. 주류 업계도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의료계 일부도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큰 한계가 있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의 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 한 점이다. 술을 멀리하는 사람 중에는 예전에 과음하다 건강이 나빠져 끊거나, 다른 기저 질환이 있어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많았다. 건강 문제로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을 ‘비음주자 그룹’에 포함시키면서, 얼핏 보면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더 건강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생긴 것이다.최근 연구에서 이런 변수를 보정하자 술의 보호효과가 사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알코올을 조금만 섭취하더라도 200개 이상의 질병과 부상 기타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구강암, 인후암, 식도암, 간암, 후두암, 결장직장암, 유방암 등 최소 7가지 유형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2024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성인 13만5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적당한 음주(남성 하루 2잔, 여성 하루 1잔)조차 사망 위험을 높였다. 특히 암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졌다.알코올은 몸속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로 분해되는데, 이 물질은 DNA와 세포를 손상시킨다. 알코올의 대사 과정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 외에, 간(간염, 지방간)과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음주는 면역 체계 약화, 분자(단백질, DNA, 지질, 대사산물 등) 수준의 노화 촉진, 불안과 우울 등 정신 건강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WHO는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고 강조한다.점점 더 많은 사람이 술을 ‘위험 물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술을 덜 마시는 흐름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무알콜 음료 소비량 또한 증가 추세다. 그럼에도 기존 음주자가 술을 딱 끊는 일이 극적으로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 술은 인간에게 많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마신다면 정서적 유대감 강화,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이 부분도 있다.전문가들은 가끔 적정 수준으로 마시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여기서 적당한 양이란 한두 잔 수준이다. 미국 하버드 T. H. 찬 공중보건대학원 에릭 림 교수는 “가장 건강한 음주방법은 한 번에 한두 잔만 마시고 같은 주에 여러 번 마시지 않는 것”이라고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Harvard Health Publishing)에 말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키스 험프리스 교수는 “완전히 안전한 알코올 섭취량은 ‘0’이다. 하지만 자신이 안아야 할 위험 요인을 이해하면 얼마나 마셔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루에 한 잔 이하로 마시고 며칠은 아예 술을 쉰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일 수 있다”라고 스태펀드 의대 간행물에서 말했다.미국 기준 표준 1잔은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한다. 이는 알코올 함량 5% 맥주 350㎖, 40도 위스키 43㎖, 12% 와인 145㎖, 17도 소주 103㎖(소주 두 잔) 정도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1
    • 좋아요
    • 코멘트
  • ‘오메가-3’ 부족 女,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 높다…男은 무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70%는 여성이다. 발병 위험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약 두 배 더 높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며 독립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 질환에 여성이 더 취약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평균 수명, 호르몬 변화, 면역 반응,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여성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발견을 한 것 같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성의 혈액 내 지질을 분석한 결과, 불포화지방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여성은 건강한 여성에 비해 불포화 지방산(특히 오메가 지방산) 수치가 최대 20% 낮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 환자에게선 이러한 차이가 없었다. 지방은 뇌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왜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더 취약한지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과 퀸 메리 대학교 런던(QMUL)의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KCL의 크리스티나 레히도-퀴글리 박사(교신 저자)는 “성별 차이가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여성에서 오메가 지방산이 부족한 것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에서 지질의 역할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로 평가된다.연구개요연구자들은 알츠하이머 환자 306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165명, 인지적으로 건강한 대조군 370명의 혈액 속 약 700가지 지질 수치를 분석했다. 지질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고, 후자는 대체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여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인지적으로 건강한 여성보다 포화지방 수치는 높고 불포화지방 수치는 낮았다. 이러한 특징은 남성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포화 지방산은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대표적이다.레히도-퀴글리 박사는 “만약 간이나 신진대사 변화가 원인이라면 여성의 뇌로 전달되는 오메가 지방산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러한 지질은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오메가-3 지방산과 인지 건강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단은 오랫동안 심장, 뇌 및 기타 장기의 건강 증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혈중 오메가-3 지방산 수치가 높은 중년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기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오메가-3 지방산은 크게 알파-리놀렌산(ALA), 도코사헥사엔산(DHA), 에이코사펜타엔산(EHA) 세 가지로 나뉜다.ALA은 치아씨드, 아마씨, 호두, 들기름 같은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다.DHA와 EPA는 대개 고등어, 연어, 참치와 같은 생선을 통해 섭취 할 수 있다.오메가-3 보충제의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이전 임상시험에서는 치매 환자에게 오메가-3 보충제를 제공해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없었다. 레히도-퀴글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여성이 식단에서 오메가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기름진 생선이나 보충제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질 구성이 변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녀는 또한 “여성의 경우 50대 이후부터 불포화 지방산 수치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 식단에서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8-2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