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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창수라고 합니다.’ 이달 초 A여행사 직원이 받은 e메일 인사말이다. 본문에는 “이달 말 여행을 가려고 한다. 질문사항을 첨부파일에 정리했으니 확인하고 예약 가능한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발신자가 실명까지 밝혔기에 여행사 직원은 별 의심 없이 첨부파일을 클릭했다. 그러자 컴퓨터 바탕화면이 가상화폐 1비트코인(약 120만 원)을 요구하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72시간 내에 입금하라’고 협박 내용이 떴다. 발신자 ‘이창수’는 인쇄업체에 명함 디자인을 의뢰하고, 변호사 사무실에 법률 상담을 문의하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신종 랜섬웨어(Ransomware)주의보가 내려졌다. 랜섬웨어는 이용자의 컴퓨터 파일을 암호화하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비너스락커’라는 새로운 랜섬웨어가 첨부된 ‘이창수 e메일’이 유포되고 있다. 발신자인 ‘이창수’는 자영업자나 공공기관 직원에게 상대방 업무와 관련된 e메일을 보내 클릭을 유도한다. 현재까지 경찰에 1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영어가 아닌 한글로 작성된 랜섬웨어 e메일 유포는 처음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doc.lnk, .jpg.lnk와 같은 이중 확장자로 된 문서와 이미지 파일은 실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50·사진)이 고교생 아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12일 모든 당직에서 사퇴했다. 장 의원의 아들 장모 군(고교 1년)은 10일 케이블채널 엠넷의 고등학생 랩 대항전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방송 직후 장 군의 이름은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정식 가수 캐스팅 제안까지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장 의원의 아들인 사실이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평소 장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 이름을 언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11일 새벽부터 장 군의 과거 행적을 폭로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했다. 트위터 캡처 화면을 보면 ‘16살 오프(조건만남) 하실 분 5만원 문상(문화상품권) 주셔야 돼요’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여러 글에 ‘오빠랑 하자’ ‘조건하고 싶다’란 답이 달려 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 계정을 근거로 장 군이 성매매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장 군이 친구와 주고받았다는 페이스북 캡처 메시지엔 친구에게 ‘담배 피는 건 뭐라 하지 않으면서 ××’ ‘우리 엄마 ×때려주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흡연과 음주 사진도 올라오고 일진설까지 불거졌다. 누리꾼의 비난은 장 의원을 향했다. 장 의원이 지난해 말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 그리고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 등 자녀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장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척 반대했고, 그 과정 속에 ○○이가 많이 방황하고 힘들어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장 의원과 장 군에 대한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장 의원은 결국 12일 “수신제가(修身齊家)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고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 다시 한 번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며 대변인직과 부산시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말할 수 없는 욕설과 살인적 댓글에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며 SNS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적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인기가 치솟자 이를 악용한 사이버범죄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지난달 24일 한국에 출시된 포켓몬 고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계속 장소를 옮겨야 한다. 발품 팔기 어렵거나 희귀한 몬스터를 갖고 싶은 사용자들은 ‘꼼수’에 눈을 돌린다. 포켓몬 고 사이버범죄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노린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7일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악성코드 유포, 아이템 거래 사기 등 포켓몬 고 관련 사이버범죄 유형을 발표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은 몬스터 사냥 정보 공유, GPS 좌표 조작, 이동 속도 증가, 자동 레벨업 서비스 등 포켓몬 고 이용을 돕는 보조 애플리케이션 이용 때 많았다. 경찰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 고 관련 한국어 애플리케이션은 44개. 문제는 상당수 앱이 게임과 아무 관련 없는 사진과 동영상, 주소록, 메시지 등에 과도한 접근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다. 앱마다 평균 10개, 가장 많은 앱은 무려 34개의 권한을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앱 제작 업체가 스마트폰 속 연락처와 사진 동영상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유출할 위험성이 크다”라며 “불필요한 권한을 요구하는 앱을 삭제하거나 스마트폰 설정 때 아예 차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스마트폰 관리자 권한을 요구하는 앱을 깔았다가 모바일 광고가 쉴 새 없이 나타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앱 제작 업체가 광고 수익을 노리고 악성코드를 깐 것이다.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오토봇’(자동사냥) 프로그램으로 몬스터 잡기에 나섰다가는 악성코드에 감염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업체가 제작한 오토봇 프로그램에서 구글 계정 비밀번호를 유출하거나 PC에 저장된 파일을 삭제하는 악성코드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발품도 꼼수도 싫어서 돈으로 승부를 보다간 사기를 당할 수 있다. 네이버 ‘중고나라’ 등 인터넷 중고 시장에선 희귀 몬스터가 포함된 포켓몬 고 계정을 판매한다는 글이 하루 수십 개씩 올라온다. 7일 한 판매자는 ‘자녀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분, 시간이 없는데 포켓몬은 잡고 싶은 분, 귀찮은 분 모두 환영한다’고 광고하며 자신이 육성했다는 게임 계정을 판매했다. 잡기 힘든 희귀 몬스터가 다수 포함된 계정은 가격이 수십만 원이었다. ‘원하시는 몬스터 대신 잡아 드립니다’ 같은 대리 알바도 극성이다. 돈을 받고 상대방 계정으로 접속해 몬스터를 잡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 계정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판매자와 거래자가 직접 만나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돈만 받고 연락을 끊는 사기 위험이 크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동혁 기자}

“자주 오는 손님이 수배자와 닮았어요. 머리 길이는 짧은데 얼굴형이 닮았어요.” 지난해 7월 11일 걸려 온 112 신고 내용이다. 전북 남원시에 사는 신고자는 단골손님 중 한 명이 수배 전단 속 살인 용의자 유모 씨(61)와 닮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중요 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 전단에는 유 씨의 사진과 ‘신장 170cm. 보통 체격. 전라도 말씨’라는 설명이 있다. 경찰은 신고 접수 4일 만에 유 씨를 검거했다. 그는 2014년 10월 광주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당시 56세)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 사건 발생 당일 그는 “아내가 화장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 같다”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시신 가슴 부위에서 멍을 발견하고 부검을 하려 하자 장례도 치르지 않고 사라졌다. 유 씨는 1년 9개월간 전국을 돌며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잠은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해결했다. 도피 행각은 2016년 7월 1일 종합 수배 전단이 게시된 지 딱 10일 만에 끝났다. ‘매의 눈’을 가진 가게 주인이 얼굴 특징을 잡아 낸 덕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다 할 단서가 없어 영영 잡지 못할 뻔했다”라며 “도피 중 불안에 떨던 유 씨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라고 말했다.‘베테랑 형사’ 뺨치는 종합 수배 전단 경찰의 종합 수배 전단이 장기 수배자를 잡는 저승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종합 수배 전단에 이름을 올린 용의자 129명 가운데 71명이 검거됐다. 검거율 55%다. 종합 수배 전단엔 수배자 20명의 얼굴 사진과 이름 혐의 특징만 간단히 적혀 있다. 하지만 모두 6개월 이상 행방을 감추거나,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배자를 잡은 것이라 효과는 크다. 전단 한 장이 ‘베테랑 형사’ 못지않다. 그렇다고 아무 수배자나 종합 수배 전단에 이름을 올릴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기준 지명수배는 3만1369건이다. 매년 상, 하반기 각 지방경찰청은 지명수배 후 6개월 이상 잡히지 않은 수배자를 경찰청에 보고한다. 경찰청은 5월과 11월 변호사, 성형외과 전문의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공개수배위원회를 열고 최종 20명을 선정한다. 경쟁률로 환산하면 무려 1568 대 1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 강간 등 강력범, 고액·다수 피해 경제사범 등 범죄가 중대하고 추가 피해 우려가 있는 수배자를 우선 선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종합 수배 전단 3만 장을 인쇄해 경찰서와 지구대뿐 아니라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과 읍면사무소, 주민센터, 은행 등 사람들 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 게시한다. 수배자가 은신하거나 나타날 수 있는 공간에도 부착한다. 가끔 언론에 공개되는 한 명짜리 수배 전단은 사건 발생 직후 빠른 검거가 필요할 때 제작해 배포한다.전단으로 찾고 SNS로 검거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S 씨(48)는 조합 통장에 손을 댔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미분양 청산금 5억 원과 피해 보상금 1억5000만 원을 합쳐 6억5000만 원을 횡령하고 잠적했다. 경찰은 S 씨를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쫓았지만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 5년 넘게 행방이 오리무중이고 추가 피해마저 우려되자 경찰은 2014년 7월 종합 수배 전단에 S 씨를 올렸다. 두 달 뒤 한 시민은 지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둘러보던 중 사진 속 한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종합 수배 전단에서 본 S 씨였다. S 씨는 완벽히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고 생각하고 지인과 사진을 찍었지만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눈을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강한 호기심을 갖고 수배자 사진을 관찰하거나 얼굴 정보 처리 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수배자를 알아볼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해외 도피를 꿈꿨던 수배자도 종합 수배 전단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J 씨(43)는 80억 원대 사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해외로 도피하려 했다. 하지만 성공 직전 J 씨를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미성년자를 성 착취 대상으로 삼은 ‘악마’, 일가족 자살을 하려다가 두 딸만 죽이고 도피하던 ‘나쁜 부모’도 종합 수배 전단에 올라 시민 신고로 곧바로 검거됐다. 종합 수배 전단은 ‘어둠의 세계’에서도 꽤 인기가 있다. 범죄 조직원과 전과자들은 종합 수배 전단이 배포되면 습관적으로, 또는 필요에 따라 찾아본다고 한다. 만약 아는 얼굴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이다. 이권 싸움에서 밀린 조직원들이 특히 열심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과학수사요원은 “첨단 과학수사 기법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수배자의 은신처를 시민이 전단을 보고 신고해 파악하기도 한다”라며 “정확한 위치까지는 아니어도 주변 폐쇄회로(CC)TV를 탐문하면 검거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수배자를 쫓는 누군가의 시선 종합 수배 전단에 올라간 수배자는 항상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수하는 수배자도 많다. 2008년 2월 L 씨(41)는 서울 중심가 증권회사 지점에서 일하다가 고객 돈 40억 원을 빼돌리고 사라졌다. 횡령한 돈을 주식 투자와 유흥비로 쓰고 화려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2010년 하반기 종합 수배 전단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이후 곧 잡힐 것이란 불안감에 시달리다 결국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12월 말 자수했다. 가족이 자수를 권유하는 일도 있다. 2008년 11월 K 씨(29)는 교통경찰의 검문을 거부한 채 그를 그대로 치고 달아났다. 피해 경찰은 크게 다쳤다. 경찰은 장기 도피 중인 K 씨를 잡기 위해 2012년 하반기 공개 수배에 나섰다. 종합 수배 전단을 본 K 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결국 K 씨는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 한 고참 형사는 “수배자의 자수를 유도하는 것이 종합 수배 전단의 가장 큰 힘”이라며 “경찰력도 아낄 수 있어 형사들에게 고마운 존재”라고 전했다. 범인 잡는 종합 수배 전단의 활약이 입소문을 타면서 먼저 찾는 곳도 많다. 주로 낚시터와 여인숙 고시원 유흥주점 노래방 주인들이다. 마치 귀신을 쫓는 부적같이 범죄 예방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제복 입은 경찰관이 1년에 2번 전단을 붙이러 오고, 수시로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등 실제 경찰의 발길도 잦아진다. 경찰도 종합 수배 전단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단 크기를 1종류에서 2종류로 다양화했다. 큰 것은 크기가 가로 42cm 세로 59cm, 작은 것은 가로 33cm 세로 48.5cm다. 2015년 1월부터는 스마트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인 ‘목격자를 찾습니다’에도 전단을 올렸다. 강일구 경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운영계장은 “지명수배 기간에 따라 언제쯤 공개 수배하는 것이 검거할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장소가 효과적인지 분석해 검거율을 계속 높이겠다”라고 밝혔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내 가족이나 내 딸, 조카라고 생각하시고 조금이라도 사진 속 남성과 비슷하거나 닮은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월 26일 한 지방경찰청 소속 A 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성년자 성추행범을 잡도록 제보해 달라는 호소글과 수배 전단을 올렸다. 6개월이 지나도록 단서가 잡히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수배 전단에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캡처한 용의자 사진이 있었다. 2015년 6월 14일 지방의 어느 놀이터에서 여섯 살 여자 어린이 2명을 강제추행하고 사라진 남성이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지만 영상 속 얼굴이 뚜렷하지 않아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A 형사의 페이스북을 본 사람들이 해당 게시글과 수배 전단 사진을 옮기면서 이틀 만에 제보 전화가 걸려 왔고, 그는 범인을 붙잡아 구속했다. 하지만 A 형사의 ‘SNS 공개 수배’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아동 성범죄자를 끝까지 붙잡아 죗값을 치르게 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박수를 보냈지만,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A 형사는 당시 경찰로서 범인을 잡아야 하고, 잡고 싶다는 마음에, 사건을 미제(未濟)로 묻혀둘 수 없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 공개 수배’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인터넷상의 공개 수배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공개 수배 제도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유·무죄 확정 이후에도 개인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남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개 수배 대상을 정하고 온라인상 수배 전단 유포를 막고 있다. 또 피의자 검거 즉시 스티커를 붙인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한국보다 공개 수배를 이용한 범인 검거에 더 적극적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주요 지명수배자의 영상을 제작해 FBI 사이트와 유튜브 등 중요 사이트에 배포한다. 한국에 있는 기자도 손쉽게 수배자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증명사진과 간단한 특징만 게재하지만 미국에서는 수배자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생활 사진, 성형으로 바꿀 수 없는 문신이나 수술 자국, 술과 담배 등 기호 식품까지 소개한다. 전단을 본 사람의 머릿속에 수배자 모습이 완전히 기억되게 하는 것이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도 홈페이지에 수배자의 흉터나 수술 자국, 문신 등 특이사항을 기재했다. 홈페이지의 수배 전단을 페이스북 등 SNS로 공유할 수도 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북한이 정부기관뿐 아니라 탈북자를 타깃으로 해킹 공격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북한 관련 단체와 회의를 열고 탈북자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과 올 1월 국방부와 외교부 탈북단체 직원 등 40명에게 발송된 악성코드 e메일의 인터넷주소(IP주소)가 북한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이 해당 e메일과 악성코드 제어 서버, 경유 서버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 평양시 유경동에 할당된 IP로부터 미국 소재 서버를 경유해 국내로 e메일이 발송됐다. 다만 경찰은 실제 악성코드 감염이나 정보 유출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공격에서는 악성코드 실행을 유도하기 위해 e메일에 최순실 국정 농단 등 최신 현안을 언급한 게 특징. 지난해 11월 3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명의로 보내진 e메일은 ‘심심해서 쓴 글입니다’란 제목에 ‘우려되는 대한민국’이란 한글 문서가 첨부됐다. 이때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의 국정 농단을 밝힐 핵심 증거로 지목된 태블릿PC가 공개된 후였다. 한글 문서 작성자 이름은 영어로 ‘MalDaeGaRi’(말대가리). 당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가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IP를 추적해 보니 포털 뉴스에 자주 접속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현안이 발생하면 e메일 해킹에 이용했다”고 밝혔다. 또 1월 3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학회 명의로 발송된 e메일에는 ‘2017년 북한 신년사 분석’이란 한글 문서가 첨부됐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능력 부족’을 언급해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던 때였다. 이에 따라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25일 탈북단체 등 10여 곳의 대표와 긴급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 파악과 대응책을 의논했다. e메일을 통해 악성코드가 설치되면 민감한 탈북자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2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미국 검찰이 한국 법무부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71)을 체포해 압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야권은 ‘반기문 가족 리스트’를 언급하며 반 전 사무총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형과 동생 사이, 반 전 총장과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관계를 고려하면 친척의 범죄 혐의를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의혹에 대해 반 전 고문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나는 죄가 없다. 내 신병은 한국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시종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고, 담배를 자주 입에 물었다.○ 반주현, ‘반기문’ 이름 팔았나 미 검찰은 10일 기소한 반 전 고문과 미 부동산중개업자인 아들 주현 씨(39)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자금 세탁, 사기(주현 씨만 해당) 등 혐의가 엄중하다고 보고 체포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공개된 미 검찰 공소장과 경남기업 측이 주현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 승소한 서울북부지법 1심 판결문을 종합하면 2013년 3월∼2015년 5월 반 전 고문과 주현 씨는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보유한 초고층 빌딩 ‘랜드마크72’를 카타르투자청에 판매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카타르 정부 관리를 매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 전 고문은 랜드마크72 매각 추진자로 아들 주현 씨를 경남기업에 주선했다. 주현 씨는 카타르 관리를 잘 안다는 미국인 맬컴 해리스에게 50만 달러(약 5억88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리스는 실제 이 관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받은 돈은 사적으로 썼다. 공소장에 반 전 총장은 적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불똥이 반 전 총장에게 옮겨 붙을 수 있는 것은 주현 씨가 랜드마크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계속 언급했기 때문이다. 공소장에는 ‘가족의 명성(family's prominence)’, ‘가족의 보증(family's assurance)’ 등 ‘가족’이라는 말이 5번 나온다. 주현 씨도 자신이 일한 부동산 회사에 보낸 e메일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순수하게 우리 가족의 명성에 기반을 둬 성사된 것”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의 장남 성승훈 전 경남기업 경영기획실장도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현 씨가 반 전 고문과 얘기할 때 ‘반's family’란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전직 핵심 관계자 A 씨 역시 통화에서 “우리도 반 전 총장의 조카라 신뢰하고 작업을 맡겼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전 고문은 “유엔 사무총장이 구청장 정도인 줄 아느냐. 반 전 총장은 얘(주현 씨)가 뭐 하는지도 모른다”라고 반박했다. 성 전 회장이 반 전 총장을 직접 만나 랜드마크72 매각 문제를 상의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013년 8월 26일, 잠시 귀국한 반 전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주도하는 충청포럼에 참석했다. 이튿날 두 사람이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주현 씨가 ‘브로커’ 해리스와 매각 작업을 추진할 때다. 이에 대해 반 전 고문은 “(출신이 같은) 충청이니까 만났다. (반 전 총장이 성 전 회장을) 친구 만나듯 만나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A 씨도 “성 전 회장이 반 전 총장에게 부탁하거나 로비한 사실은 없다”라고 밝혔다.○ 美 검찰, ‘반 전 고문 부자의 공모’ 반 전 고문은 “(공소장에 적힌 혐의는) 소설 같은 소리”라며 미 검찰의 공소 내용을 모두 부인하며 “내 이름을 미국에서 어떻게 알고 그랬는지(기소했는지) 이상하다”라고 주장했다. 음해 세력의 모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주현 씨가 랜드마크72 규모(매매 추정가 8억 달러)의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경험이 없는데도 반 전 고문이 경남기업에 (매각 추진자로) 주선했고, 2014년 4월경 반 전 고문 부자 등이 뉴욕 남부 등지에 모여 돈세탁 등을 공모했다고 적시됐다. 주현 씨가 반 전 고문에게 매각 시도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적시했다. 주현 씨는 경남기업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4년 6월 30일경 해리스에게 “내 고객들(경남기업)에게 무언가를 줘야 한다. (카타르 관리가) 우리에게 무언가 보내 주기를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라며 카타르 관리가 보낸 것처럼 “카타르투자청이 곧 투자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가짜 e메일을 경남기업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각종 서류도 위조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공소장에는 “주현 씨가 2014년 12월 해리스에게 ‘우리 손에 경남기업과 고용자 1000여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등의 e메일을 보냈다. 그런데도 경남기업에 계속 거짓말을 했다”라고 적혔다. 법무부는 미 정부의 반 전 고문 체포 요청을 통상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미국 영주권자인 주현 씨는 기소 당시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지만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친인척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한미 법무 당국 간에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엄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돼 국민의 궁금증을 한 점 의혹 없이 해소하게 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배중·전주영 기자}

하루 방문객이 50만 명인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음란사이트가 경찰에 적발됐다. 운영자는 30대 현직 법무사로, 추적이 불가능한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텔레그램)과 인터넷 가상화폐(비트코인)를 사용하며 수년간 경찰 수사망을 피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법 음란사이트 ‘꿀밤’의 운영자인 정모 씨(33)와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강모 씨(22)를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사이트 관리자 김모 씨(32)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13년 6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경찰 추정 회원 100만 명)을 본떠서 꿀밤을 개설했다. 지난해 4월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소라넷이 폐쇄되자 꿀밤의 회원 및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회원 42만 명, 하루 이용자 50만 명을 기록했다. 꿀밤은 소라넷의 뒤를 이어 최대 음란사이트가 됐다. 회원들이 촬영해 올린 영상 중 가장 음란한 것을 투표로 선정한 뒤 1등에게 200만 원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정 씨는 수도권에 직원 3명을 두고 일하는 법무사였다. 월 600만 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100억 원을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에 범행을 계획했다. 정 씨는 성매매업소 480여 곳의 광고를 싣고 매달 7000만 원가량의 광고비를 챙겼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쉽게 단서를 찾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광고비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치 돈세탁을 하듯이 비트코인을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의 계좌로 옮긴 뒤 출금하는 수법이다. 이렇게 정 씨 일당이 1년여 동안 챙긴 돈은 약 15억 원. 경찰은 정 씨 일당이 챙긴 수익이 50억 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정 씨는 또 대포폰을 쓰고 성매매 업주와는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며 수사망을 피해왔다. 경찰은 여러 의심 계좌를 추적하던 중 한 은행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포착한 정 씨의 모습을 토대로 수사의 실마리를 풀었다. 경찰은 “정 씨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실수’를 딱 한 번 저질렀고 이를 통해 집요하게 수사했다”고 말했다. 정 씨도 경찰에서 “도대체 나를 어떻게 찾았느냐”고 궁금해했다. 한편 소라넷 핵심 운영진인 40대 부부 2쌍은 여전히 검거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소라넷 운영으로 거둔 막대한 수익을 이용해 해외 영주권과 비자를 취득해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박훈상 기자}
국내 최대 불법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이 사라진 자리를 새로운 음란사이트가 차지하고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트 운영자는 30대 현직 법무사. 그는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이용해 지능적으로 경찰 수사망을 피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법 음란사이트 '꿀밤'의 운영자인 정모 씨(33)와 정보기술(IT) 담당자 강모 씨(22)를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사이트 관리자 김모 씨(32)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소라넷'을 본 떠 2013년 6월 '꿀밤'을 만들었다. 그는 인천에서 월 6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법무사였지만 "100억 원을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에 범행을 계획했다. 꿀밤은 회원 수 42만 명, 하루 방문객 수가 50만 명으로 지난해 4월 소라넷(경찰 추정 회원 수 100만명)이 폐쇄된 이후 최대 규모의 음란사이트가 됐다. 최근까지 480여 곳의 성매매업소로부터 매월 7000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받아 챙겨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쉽게 단서를 찾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광고비를 받고 있었던 게 핵심 이유였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업자에게서 받은 비트코인을 2, 3명의 타인 계좌로 옮긴 뒤, 다시 차명 계좌로 출금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비트코인 거래는 일반 금융거래처럼 고정 계좌를 두지 않고, 거래 때마다 계좌 번호가 변경돼 추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 씨는 대포폰을 쓰면서 성매매업소 업주와는 온라인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치밀하게 수사를 피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의심 계좌를 추적하던 중 한 은행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포착된 정 씨의 모습을 토대로 수사의 실마리를 풀었다. 경찰은 "정 씨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실수'를 딱 한 번 저질렀고 이를 통해 집요하게 수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란사이트 범죄가 점차 지능화되는 만큼 수사 기법을 공개하면 모방 범죄가 우려된다"며 적발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정 씨도 경찰 조사에서 "대체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 설명해 달라"며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메인 서버를 둔 꿀밤처럼 소라넷 역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우회 접속이 간단한 인터넷주소를 트위터에 알리는 방식으로 경찰 수사를 피해왔다. 경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사를 시작해 지난해 4월 네덜란드에 있는 핵심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했다. 소라넷 운영진도 2개월 후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사이트 공식 폐쇄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 출신이 포함된 핵심 운영진인 40대 부부 2쌍은 해외 도피 중이다. 이들은 소라넷 운영을 거둔 막대한 수익을 이용해 해외 영주권과 비자를 취득해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 일당이 최근 1년 여간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규모만 15억 원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소라넷이 수사를 받자 지난해 초부터 회원 수가 크게 늘었다"고 진술했다. 꿀밤은 회원들이 촬영해 올린 영상 중 가장 음란한 것을 투표로 선정한 뒤 1등에게 200만 원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경찰은 나머지 기간 동안의 거래명세가 남아있지 않았지만 정 씨 일당이 이 사이트로 챙긴 수익이 5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법무사 사무실에 대마를 재배하려한 정황도 포착돼 회원들을 상대로 판매하려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 6월 친구와 함께 필리핀에 가서 이른바 ‘황제여행’으로 불리는 성매매 관광을 하기로 마음먹은 안모 씨(30).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구하다 카페 관리자로부터 필리핀 현지 가이드 김모 씨(47)를 소개받았다. 김 씨는 호텔 예약과 성매매 알선 등 모든 일정을 짜줬다. 안 씨는 필리핀 중부의 유명 관광지 앙헬레스에 도착해 김 씨가 소개한 호텔에서 현지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국가수사국(NBI) 경찰관 3명과 중년 여성이 호텔방으로 들이닥쳤다. 중년 여성은 “침대의 여자가 내 딸인데 미성년자”라고 말했다. 결국 경찰서로 연행된 안 씨. 그런데 이번엔 40대 후반 정모 씨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직원이라며 접근했다. 정 씨는 “돈으로 경찰을 매수하자. 필리핀 감옥은 쥐가 들끓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제의했다. 두려움에 떨던 안 씨는 현지에 갖고 간 현금 130만 원에 한국에서 송금 받은 5000만 원까지 필리핀 경찰 측에 건넨 뒤 풀려났다. 이후 정 씨와 필리핀 경찰의 관계에 의심이 든 안 씨는 필리핀 현지 파견 코리안데스크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하룻밤을 보낸 여성의 어머니와 대사관 직원이라고 했던 정 씨의 신원이 가짜로 드러났다. 현지 경찰도 가이드 김 씨에게 매수돼 범행에 가담한 것이었다. 김 씨가 설계한 일명 ‘셋업(함정) 범죄’였던 것. 김 씨는 한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전과자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11일 송환해 김 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며 “달아난 정 씨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필리핀 현지의 셋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필리핀 밤 문화’ 등의 제목으로 홍보하는 개인 관광가이드를 접촉하거나 유흥가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필리핀 여성과 성관계 시 셋업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유의사항을 게시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15일 해마다 한국인 피살자가 10여 명씩 발생하는 필리핀의 한국인 도피 사범 송환자 수가 코리안데스크의 활동으로 2015년 47명에서 지난해 8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앞으로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최근 서울 종로 등지에서 열린 촛불집회(2만4000명)보다 친박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3만7000명)에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추산했다가 빚어진 논란 탓이다. 경찰청은 13일 "집회 참가자의 안전과 질서 유지, 경력 운용 등을 위해 그동안 내부 참고용으로 참가 인원을 추산했다"며 "경찰이 근거 없이 추산 인원을 공개한다며 특정 단체가 경찰청장까지 고소하겠다고 해 더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은 언론이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을 요청하면 이를 언론에 알렸다. 먼저 발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았다. 경찰의 비공개 방침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이 공신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도 비슷한 논란을 겪고 비공개로 전환했다"며 "내부 참고용을 위한 추산도 하지 않을 방침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은 참가 인원 수를 놓고 오랜 갈등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12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촛불집회 참가자가 100만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26만 명으로 추산했다. 주최 측 추산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경찰은 '페르미 추산법'을 이용해 집회 인원을 산정했다. 참가자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앉아 있으면 3.3m²(약 1평)당 6명, 서 있으면 9, 10명으로 추산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일시점 최고치를 집계하지만 주최 측은 집회에 참석했다가 빠진 인원까지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모든 제복 공무원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감사와 존경을 받을 수 있게 기여하는 것이 전체 심사위원의 바람입니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제복 공무원들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냅니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정 위원장은 “물론 일회성 사건도 의미가 있지만 본연의 임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했는지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을 찾은 내빈들은 음지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 제복 공무원에 대한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제복은 명예와 신뢰의 상징이고, 국민을 위한 열정과 헌신이 담겨 있다”며 “수상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하고 순직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공직자의 제복은 의복을 뛰어넘어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자랑스러운 것”이라며 “국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항상 국민 곁에 있어야 한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기념사에서 “국민 모두가 여러분의 헌신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동아일보와 채널A가 앞장서겠다”며 “여러분의 고귀한 활동을 국민 모두가 잘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동생에게 꼭 얘기할 거예요. 우리 아빠는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을 잡는 멋진 분이었다고….” 정진희 군(10)은 뿌듯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빠를 향한 그리움보다 자랑스러움이 더 커 보였다. 정 군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아빠를 대신해 위민경찰관상을 받았다. 정 군의 아빠는 지난해 5월 순직한 정기화 경감(당시 37세)이다. 당시 정 경감은 음주운전 단속 중이었다. 그가 달아나는 음주운전 차량에 매달려 끝까지 추격한 덕분에 2차 사고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차량에 치인 정 경감은 곧 태어날 둘째 아이를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하지만 정 군의 마음속에 아빠는 영원히 살아 있다. 정 군은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거실에 상패를 걸어 놓겠다. 어린 동생이 나중에 커서 물어보면 멋있는 아빠에 대해 잘 얘기해 주겠다”며 웃었다. 영예로운 제복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MIU·Men In Uniform)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2012년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국방부와 국민안전처(해양경비안전본부, 중앙소방본부), 경찰청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상 1명과 제복상 4명, 특별상 1명, 위민경찰관상 2명, 위민소방관상 3명 등 모두 11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대상은 육군 1군단 인사참모처 유해발굴과장 주경배 중령(50)이 선정됐다. 주 중령은 전국의 이름 모를 산야를 돌며 6·25전쟁 전사자 유해 3000여 구를 발굴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고야 기자}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유엔 출마 제동 가능’.” 유럽 한인사회를 독자층으로 확보했다는 A인터넷 매체는 7일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 ‘기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신임 사무총장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퇴임한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수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만약 반 전 총장이 유엔 결의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대해서도 유엔 결의를 준수하라고 강제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 유엔 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1946년 유엔 총회 결의안을 근거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 결의 위반이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1∼7대 전직 사무총장들이 이 결의를 준수해 유엔의 전통을 이어갔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직 사무총장 가운데 퇴임 후 고국에서 공직에 진출한 인사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4대 사무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4년 후인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테흐스 총장이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도 확인된 바 없다. 또 이 ‘기사’에 나오는 유엔 결의안에 대해서도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11일 “이 결의는 유엔 창설 직후 사무총장이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룰 것이라는 점을 가정해 만들었고 ‘퇴임 직후’가 언제인지도 불분명하다”며 “총회 결의가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자체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고개 드는 ‘가짜 뉴스’ 올 상반기에 치러질 수 있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기승을 부렸던 ‘가짜 뉴스’가 한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12일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더 주목된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마치 진짜인 양 정리한 기사를 뜻한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는 ‘카더라 통신(유언비어)’과는 다르다. 다른 인터넷 매체 같은 사이트가 있고 기사체로 쓰였으며 출처도 존재한다. A매체도 ‘기사’의 출처라며 SNS 게시글 3개를 링크했다. 이 링크를 따라가면 반 전 총장을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글로 연결된다. 그러나 11일 현재 A매체의 ‘기사’에서는 출처 부분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 기사를 다른 SNS에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고 퍼 나르면서 ‘유엔법 위반’ 글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반기문 출마 유엔법 위반’을 검색하면 해당 기사를 링크하거나 인용한 SNS 게시글이 수십 개가 나타났다. 게시글에는 “법을 지켜라. 출마하지 말라”는 내용의 비난 댓글도 달렸다. 전직 경찰 간부까지 이와 유사한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가짜 뉴스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전파력이 크다”며 “대선 정국에서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가짜 뉴스와 전면전 선포 해외에서는 가짜 뉴스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 피자가게 ‘코밋 핑퐁’ 지하실이 근거지다”란 가짜 뉴스가 퍼져 이를 진짜로 믿은 남성이 피자가게에 총을 쏘기도 했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는 러시아 등이 가짜 뉴스로 선거판을 흐릴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가짜 뉴스 대응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며 적극 대처할 뜻을 나타냈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거짓 정보를 퍼뜨려 독일을 흔들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새해 첫날부터 가짜 뉴스로 들썩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크리스마스 예배에 이어 신년 예배까지 불참하자 ‘BBC뉴스 UKI’라는 트위터 계정에 ‘충격: 버킹엄 궁이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영국 왕실이 “여왕은 심한 감기로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가짜 뉴스는 SNS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2014년 가짜 뉴스를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페이크뉴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톡 같은 SNS에 ‘속보’ ‘단독’이란 제목을 단 찌라시 글이 유통되면 이를 받는 사람은 진짜 뉴스로 믿는 일도 허다하다. 만약 가짜 뉴스가 대선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과 맞물린다면 대선판에 큰 혼란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 뉴스는 생각이 서로 다른 집단을 극단주의로 몰아가 양극화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각 영역에서 팩트 체크 시스템을 가동해 가짜 뉴스의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차길호·조은아 기자}
경찰이 설 명절을 앞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도살처분·반출제한 대상이 된 닭과 계란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경찰청은 31일까지 설 명절 전후 불량식품 집중단속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올해는 AI로 닭이 대량 도살처분된 탓에 닭과 계란 값이 폭등한 현실을 고려해 AI 축산물 유통 단속을 중점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다. 과거 AI 발생 당시 감염의심 닭과 오리를 무단 반출해 유통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판매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I 감염의심 축산물이 유통되거나 관련 첩보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명절을 앞두고 식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불법 행위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세균, 바이러스 등에 오염됐거나 오염 우려가 있는 축산물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경찰은 이밖에 선물·차례용 위해식품 수입·제조와 유통, 허위 원산지 표기 및 과장 광고, 불량 건강기능식품 판매 행위 등도 단속한다. 경찰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해 압수한 불량식품은 적극 폐기처분하고 불량식품 첩보 수집을 강화해 유통 가능성부터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한 이재만, 안봉근 두 전직 청와대 비서관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소재탐지촉탁서’를 6일 경찰에 보냈다. 이, 안 전 비서관은 전날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증인 신문은 19일 오전 10시로 미뤄졌다. 헌재의 촉탁서를 접수한 경찰은 “우선 두 사람의 자택을 방문하고 없으면 주변 탐문 등으로 소재 관련 정보를 확인해 헌재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할 경찰서는 두 전직 비서관의 주거지가 있는 서울 종로서와 강남서다. 헌재는 두 사람이 가족과 함께 집을 비운 채 헌재 사무처의 휴대전화 연락조차 받지 않는 것을 증인 출석을 피하려는 ‘꼼수’로 의심하고 있다. 헌재는 주요 증인이 계속 불출석할 경우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하고 국회 측이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 조서 등 기타 자료를 바탕으로 탄핵 사유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박훈상 기자}
중국에 있는 조선족 해커가 컴퓨터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통해 빼낸 신용카드 정보로 2년 만에 12억 원을 챙겼다. 무작위로 숫자를 입력하는 고전적 해킹 수법을 주로 이용했는데도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킹 등으로 입수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이용해 인터넷 결제, 현금서비스 등으로 11억8900만 원을 현금화한 뒤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로 신모 씨(38) 등 3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또 범행을 주도한 조선족 해커 박모 씨(24)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박 씨는 먼저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여러 사이트에서 중복 사용하는 피해자의 허점을 노렸다. 미리 입수한 31만7000여 개의 e메일 계정을 이용해 컴퓨터 원격조종 프로그램인 ‘팀뷰어’ 홈페이지에 접속해 계정 4만2000여 개를 확보했다. 이 계정으로 팀뷰어 사용자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 ‘키로그’를 설치하고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 간편결제 정보 등을 빼냈다. 박 씨는 해킹한 정보로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 수단인 안전결제(ISP)와 안심클릭을 이용해 4억900만 원을 현금화했다. 피해액 중 90% 이상이 ISP로 결제됐지만 보안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ISP가 실행되면 키로그가 차단돼야 하는데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과거 비슷한 피해를 입었던 카드사가 또 범죄의 대상이 됐다. 2012년 ISP 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했던 KB국민카드 등은 이번에도 피해를 입었다. 팀뷰어 해킹 피해액 4억900만 원 중 1억1000만 원이 KB국민카드에서 발생했다. 당시 KB국민카드는 “ISP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고객 PC 해킹으로 인해 부정 결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 이후 KB국민카드는 추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우리카드가 5600만 원, 씨티카드가 39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박 씨가 기프트카드 정보로 현금화한 4억2000만 원은 카드사 2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가 각각 2억2000만 원, 2억 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2곳은 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CVC값을 5회 이상 잘못 입력해도 차단하는 기능이 없어 피해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보안을 허술히 했다가 고전적인 해킹 방식에 당한 것이다. 경찰은 중국과 국제공조 수사로 박 씨를 체포할 계획이다. 박 씨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내 카드사의 소액결제와 기프트카드 등의 허술한 보안을 노리고 범행 대상을 카드사로 옮긴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일(현지 시간)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사진)가 2일 올보르 법원에서 이뤄진 신문에서 “사흘 내에 현지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테니 구금을 풀어 주면 자진 귀국하겠다”고 요청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법무부, 외교부와 함께 이와 같은 정 씨의 요청에 대해 덴마크 법원 측에 어떤 의견을 표명할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정 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자진 귀국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어 강제 압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 법정에 선 정 씨는 전날 검거될 당시 입었던 회색 털모자가 달린 파카에 검은색 티셔츠, 검은 바지,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덴마크 검찰은 정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한국 측이 요청한 구속 및 송환 사유 등에 대해 덴마크어로 신문했다. 신문은 현지 검사와 판사가 덴마크어로 질문하면 여성 통역이 영어로 번역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 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초췌한 얼굴로 질문에 응답했으며 “물을 좀 먹으라”는 통역의 제의를 거절하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씨는 전날 오후 8시 10분경 덴마크 북부 올보르 시 외곽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8월 12일 독일로 출국한 지 143일 만이다. 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김준일·박훈상 기자}

지난해 8월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도피 행각 중 체포된 정유라 씨(21)는 언제쯤 한국에 올까. 정 씨는 덴마크에서 아들(2)을 돌보는 가사도우미, 승마 훈련을 돕는 마필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측근으로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정 씨의 도피 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정유라 압송 시점 불투명” 그러나 정 씨의 신병 인도 시점은 현재 불투명하다. 덴마크 현지의 상황이 유동적인 탓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단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 씨 측에 자진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만큼 자진 귀국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정 씨를 조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 씨가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특검은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도 요청한 상태다. 대사관 직원이 정 씨에게 여권 무효 조치 공문을 전하면 정 씨 여권은 즉시 무효가 된다. 하지만 정 씨가 유효 기간이 남은 체류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강제 추방을 면할 수 있다. 현지에서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법무부를 통해 덴마크 정부에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인의 구속을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제도다. 덴마크 경찰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한 피의자를 최장 72시간만 구금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특검이 내린 조치다. 덴마크 경찰은 “덴마크 검찰이 한국의 최종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때까지 정 씨의 구금 연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정 씨가 신병 인도 거부 소송을 낼 경우 입국이 장기간 늦어질 수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51)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압송을 당하지 않기 위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 독일과 덴마크 오가며 도피 행각 경찰청과 최 씨 측근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올보르 시 크리스티안스민데 지역의 단독주택에서 검거된 정 씨는 가사도우미 고모 씨(66·여)와 마필관리사 이모 씨(27), 그리고 수행원인 또 다른 이모 씨(27) 등과 함께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당시 정 씨가 데리고 있던 아들은 사실혼 관계였다 헤어진 전남편 신주평 씨(22)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 씨는 2015년부터 정 씨와 함께 독일에서 거주하며 최 씨가 없을 경우 보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씨가 전남편 정윤회 씨와 함께 한국에 살 당시 입주 도우미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또 다른 가사도우미 A 씨는 “최 씨가 정 씨와 손자를 걱정해 고 씨를 독일로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마필관리사 이 씨는 최 씨의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정 씨의 해외 승마 훈련을 도왔다. 정 씨는 독일과 덴마크를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올보르는 정 씨가 최 씨와 함께 머물던 독일 헤센 주 슈미텐 지역과 약 940km 떨어진 곳으로 차량으로 10시간 거리다. 공항과 기차역이 가까워 주변 국가로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의 요지다. 정 씨는 지난해 8월 출국 직후부터 슈미텐에 머물다가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행방을 감췄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올보르에서, 그 두 달 뒤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 안에는 온통 개와 고양이 정 씨는 체포 당시 회색 겨울 파카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경찰차에 올랐다. 경찰에는 스스로 인터폴 적색수배자라고 밝혔다. 정 씨는 현지 경찰 조사에서 승마 관련 일을 하기 위해 덴마크에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다음 날인 2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도착한 집 앞에는 그동안 정 씨 일행이 도피 과정에서 타고 다녔다던 검은색 밴이 세워져 있었다. 차 안에는 어린이 카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집 옆 작은 창고에는 고양이 5마리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방 안에서 개 2마리가 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1층 방 안에는 다른 고양이 2마리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곳곳에 개와 고양이 배설물이 있었다. 이 집에는 승마 관련 물품도 보관돼 있었다. 정 씨가 승마 훈련을 하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 외곽에는 정 씨가 타던 말을 소유한 헬그스트란 승마장이 있다. 정 씨가 머물던 집 쓰레기통에서는 즉석용 밥과 라면, 통조림 햄 등 한국 음식 포장지가 발견됐다. 올보르에는 한국인이 30명 정도 살고 한국 식당도 없다.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정 씨가) 이곳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차량 3대가 있었으나 한 달 정도 뒤에는 2대가 사라졌다. 정 씨와 함께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3명은 다음 날 아침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은 밤에 테라스에서 자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 집에 사는 남자에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공부하러 왔다’고 답했다”며 “‘대학에 다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말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박훈상·허동준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가 1일(현지시각) 덴마크 현지에서 체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삼성의 지원 등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2일 "덴마크 경찰이 정 씨를 포함한 4명을 올보르그 시 외곽의 한 주택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했다. 당시 정 씨는 아들로 보이는 2015년생 어린아이와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덴마크 경찰은 현지 한국인의 신고를 받고 1일 오후 9시경 정 씨를 체포했다. 정 씨는 아들 외에도 20, 30대 한국인 남성 2명과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현지에서 정 씨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 씨는 함께 있지 않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덴마크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면 72시간 동안 구금이 가능하다. 아마 법무부 국제형사과가 특검팀과 조율해 정 씨의 긴급인도구속 요청을 할 것"고 밝혔다. 긴급인도구속은 여러 국가를 경유하며 도피하는 범죄인을 긴급히 구속하도록 요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지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도 범죄인 인도 과정에서 정 씨가 덴마크 사법부에 송환 거부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어 정확한 송환 시기는 판단하기 어렵다. 특검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요청한 적색수배령도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