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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직접 추진한다. 관련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및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데다 국회 의원입법이 연달아 무산돼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집시법 제10조를 구체화한 일부 개정안을 제20대 국회에서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이미 2013년 한국인 평균 기상시간이 오전 6시 34분이라는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 개최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하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며 “자정 이후 집회에 동원되는 경찰력을 민생치안에 투입하면 국민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자정을 넘겨 이어진 집회·시위는 634건이다. 현행 집시법 제10조에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9년 “야간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일출·일몰 시각이 계속 달라진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2014년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이 조항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여당은 18, 19대 국회에서 야간 옥외집회 금지시간대를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자정~오전 6시 등으로 명시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야간 집회를 전면 허용하자는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은 우리를 공포에 빠뜨린다. 뚜렷한 이유 없이 죄 없는 사람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는 범인들. 경찰은 그들의 정확한 범죄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한다. 경찰청이 펴낸 보고서 ‘한국의 이상 범죄 유형 및 특성’은 현직 프로파일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보고서를 만든 이유다. 이들은 최근 발생한 이상 범죄 46건을 분석해 △묻지 마형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비전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그저 같은 장소에 있었을 뿐이다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았다. 2년 전 해고됐을 때에도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억울했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살 바에는 차라리 교도소가 나을 것 같았다. 2008년 7월 집을 나와 이틀 동안 여관에서 머물던 최모 씨(당시 36세)는 미리 구입해 둔 정글도와 등산용 칼을 신문지로 싼 뒤 품속에 넣었다. 정오가 지나 여관에서 나온 최 씨는 사람이 많은 큰 건물을 찾았다. 시청이 눈에 들어왔다. 시청 1층 민원실은 점심 식사를 막 마치고 돌아온 시청 직원들과 민원인들로 어수선했다. 흉기를 들고 민원실에 들어온 최 씨는 민원창구 뒤편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여직원 2명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머리와 가슴을 찔린 30대 여직원이 숨졌고 다른 여직원 1명은 손목을 크게 다쳤다. 2008년 동해시청 직원 살인 사건의 가해자 최 씨의 범행은 교도소에 가기 위한 수단이자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경고였다. 프로파일러 앞에서 최 씨는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이상 범죄의 유형 중 하나인 ‘묻지 마형 범죄’는 세상에 대한 고립감, 불우한 성장 과정에서 생긴 분노와 적대심,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불특정 대상에게 쏟아낸 범죄다. 피해자 대다수는 범죄자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그들은 시한폭탄 같은 범죄자가 범행 욕구를 참지 못한 순간 단지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이다. 2011년 5월 밤늦게까지 TV를 보던 A 군(당시 18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TV에서는 아동 학대와 관련된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어릴 적 큰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공포와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 당시 A 군 옆에는 양봉업자 장모 씨(당시 64세)가 잠을 자고 있었다. 양봉장을 운영하는 장 씨는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A 군을 고용한 뒤 함께 숙식을 하며 지냈다. 둘 사이에 불화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따라 A 군의 눈에는 잠자는 장 씨의 뒷모습이 자신을 학대한 큰아버지와 너무도 닮아 보였다. 당한 만큼 되갚아 주고 싶었다. 이성을 잃은 A 군은 망치를 쥐고 장 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신음 소리가 듣기 싫어 휴대전화 충전기 줄로 목을 졸랐다. 이후 정신을 차린 A 군은 갑자기 범행을 멈추고 도주했다. 이틀 뒤 경찰에 붙잡힌 A 군은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장 씨가 큰아버지와 닮아 순간 화가 났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묻지 마형 범죄의 일부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자신에게 분노와 스트레스를 제공한 대상과 비슷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연인-이웃이 돌변했다 2014년 5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20분경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위를 서성이던 대학생 장모 씨(당시 24세)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검은색 배낭을 멘 장 씨의 손에는 커다란 공구상자가 들려 있었다. “배관 수리하러 왔습니다.” 중년 부부는 순순히 현관문을 열었다. 순간 장 씨는 분노가 치솟았다. 가까스로 분노를 감추고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공구상자를 내려놓았다. 중년 부부는 장 씨가 배관공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 씨가 집어든 건 래커(락카)였다. 그는 래커를 여성의 얼굴에 뿌린 뒤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찔렀다. 부인의 비명을 듣고 안방으로 뛰어온 남편에게도 흉기와 망치를 휘둘렀다. 이곳은 장 씨의 전 여자친구였던 권모 씨(당시 20세) 가족이 살던 집이었다. 피해자는 권 씨의 부모였다. 장 씨는 쓰러진 여성의 휴대전화로 권 씨를 유인했다. 이어 핏자국이 보기 싫다며 숨진 부부 시신에 밀가루를 뿌리고 옆에서 술을 마셨다. 그는 자정 무렵 귀가한 권 씨를 8시간 동안 감금했다. 뒤늦게 부모님이 숨진 걸 알아차린 권 씨가 비명을 지르자 장 씨는 시끄럽다며 마구 때리고 성폭행했다. 장 씨가 잠든 사이 권 씨는 가까스로 탈출했다. 프로파일러를 만난 장 씨는 “전 여자친구 부모의 얼굴을 보자 분노가 폭발했다”고 털어놨다. 장 씨가 딸을 폭행한 사실을 알게 된 부부가 헤어져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다. 이후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고 삭이지 못한 분노가 부부를 향했다. 장 씨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 같은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범죄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46건의 사례 중 13건에 달한다. 분노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신질환 탓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장 씨 역시 아무런 정신질환이 없었다. 묻지 마형 범죄와 달리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도 특징이다. 2010년 ‘충북 인삼밭 살인 사건’처럼 평범한 이웃이 한순간에 흉악범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박모 씨(당시 52세)는 이웃인 반모 씨(당시 46세)가 자신의 농기구를 만졌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다 콘크리트 벽돌로 내리쳐 살해했다. 평소 피해자가 자신의 전기를 끌어다 써 피해를 주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누적된 분노가 갑자기 폭발한 것이다. 분노의 폭발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2013년 한 20대 여성은 도서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동갑내기 남성을 짝사랑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있다”며 자신을 귀찮게 여기는 남성의 말을 듣는 순간 억눌려 있던 공격 본능이 살아났다. 이 여성은 남성의 머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교도소가 아닌 치료 감호소에 있다가 출소한 뒤 피해자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5년 전 알코올 의존증이 있던 50대 남성이 집을 나간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마주친 30대 여성을 갑자기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엽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가 아파트 화단에 숨져 있어요.” 2011년 7월 18일 새벽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당시 고등학교 3학년 A 군이 여성 노인의 시신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시신의 모습을 보고 A 군을 의심했다. 누군가 시신에 손을 댄 흔적이 역력했다. A 군은 경찰의 추궁에 횡설수설하더니 시신을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A 군의 엽기 행각은 프로파일러 면담에서 이유가 밝혀졌다. 집 밖을 배회하던 A 군은 시신을 보고 평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친구들의 폭력과 성추행에 시달리면서 반항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하는 자신과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는 시신을 동일시한 것이다. A 군은 프로파일러에게 “자신을 벌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비전형 범죄는 살인을 저지른 뒤 시신을 절단하고 훼손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잔혹한 범죄나 시간(屍姦) 등의 범죄를 말한다. 망상으로 인한 범죄도 포함된다.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는 비전형 범죄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프로파일러는 “이런 범죄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들이 괴로워하고 놀라는 상황을 즐긴다. 범행 뒤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박훈상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진술녹화실. 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52)과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34)가 마주 앉았다. 잠시 뒤 수갑을 찬 김 씨가 고개를 들었다. 권 경감과 눈이 마주쳤지만 피하지 않았다. 김 씨는 17일 오전 1시 반경 범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거미줄 같은 폐쇄회로(CC)TV를 피해 가지 못했다. 검거는 빨랐지만 김 씨가 왜 그토록 잔인하게 여성을 살해했는지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를 만난 프로파일러는 이 사건을 ‘조현병(정신분열증)을 가진 자의 묻지 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망상과 편집증으로 사고가 왜곡돼 마음 한구석에 타인을 향한 이유 없는 분노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분노 표출의 대상이 여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경찰이 이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이유다. “악인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이해하기란 너무도 어렵다.”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일한다는 한 프로파일러는 2016년 한국을 ‘이상 범죄의 시대’로 정의했다. 분노와 적개심,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불특정 다수에게 폭발시키는 묻지 마 범죄,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 충동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의 눈을 통해 한국의 이상 범죄를 들여다봤다. ▼ “약한 상대 정확하게 골라내는 비열함이 그들의 속성” ▼“3, 4년 전부터 우리가 만난 살인범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이 털어놓은 이야기에는 그들의 고뇌와 애환이 녹아 있었다. 프로파일러는 대중이 ‘당장 사형에 처하라’ ‘얼굴과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분노하는 흉악범 앞에 마주 선다. 하지만 그들은 범죄자를 윽박지르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껏 하라. 이야기를 들어주러 왔다”며 말문을 연다. 범죄자의 이야기를 몇 시간씩 한결같은 표정으로 들어주는 건 진이 빠질 정도로 극심한 ‘감정노동’이다. 그들이 억울한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 악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17일 서울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날 경찰청 법최면실에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52)과 서울지방경찰청 이주현 경사(37·여)를 만났다. “수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피해자 주변을 조사해도 이제 범인을 잡을 수 없습니다. ‘묻지 마형 범죄’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범죄’는 만난 적 없는 제3자를 노립니다. 범인의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그들의 특성을 알고 범죄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지금은 이상 범죄의 시대 권 경감은 현장에서 몸으로 느낀 범죄의 변화부터 설명했다. 1990년 이전까지 개인적인 원한과 치정, 금전 갈등 등 범죄자의 범행 동기는 비교적 뚜렷했다. 경험 많고 유능한 수사반장은 피해자 주변 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추렸다. 그리고 곧 검거했다. 1990년대 들어 지존파와 막가파 같은 범죄조직이 등장했다. 그들은 “부자는 다 죽어야 한다” 등 세상을 향해 가시 돋친 분노를 표출했다. 2000년대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세상을 경악하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2010년 이후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부릅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경찰의 과학수사도 날개를 달았다. 강력범죄는 한풀 꺾였다. 대신 한낮 길거리에서 회칼을 휘두르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등 분노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범죄가 이어졌다. 프로파일러는 현재를 이상 범죄의 시대로 정의했다. 이상 범죄란 금품 성욕 원한 같은 뚜렷한 동기 없이 아무 관련 없는 대상을 노린 범죄다. 동기와 대상이 분명해도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는 등 수법이 과도하게 잔인한 경우도 포함된다. 권 경감과 이 경사 등 프로파일러 10명은 이상 범죄를 묻지 마형 범죄,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 범죄, 비전형(非典型) 범죄 등 세 유형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한국의 이상 범죄 유형 및 특성’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상 범죄를 분석한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잔혹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살인한 용의자가 도주한 사건에서 현장 경찰과 프로파일러는 공개수배 전환 시점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권 경감은 “금방 잡을 수 있다”며 공개수배를 지지했다. 그는 “분노·충동 조절 실패형인 범인은 공개수배로 전환되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돌발행동을 저지를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권 경감의 예측대로 범인은 공개수배로 전환되자 난동을 부리다 검거됐다.범죄자 얼굴 공개 효과는… 프로파일러가 이상 범죄의 실체를 분석하는 건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한 범인에게 선량한 시민이 아무 이유 없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경감은 “이상 범죄자는 피해자와 상호작용에서 생긴 감정이 아니라 개인적·주관적인 감정을 범죄로 표출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버스 정류장에서 연인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나가던 남자는 다짜고짜 연인에게 다가가 흉기로 여자를 찔렀다. 범인은 “그들을 죽여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 경감은 “자신이 겪은 불행한 감정을 타인을 파괴해서 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 범죄자는 불특정 대상 중 특히 여성을 공격한다. 분노·충동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어떻게 정확하게 자신보다 약한 여성만 골라낼까. 권 경감은 “물불 가리지 않는 막가파식 범죄자도 바닥에는 자기 보호 본능이 깔려 있다”며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정확히 골라내는 비열함이 범죄자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범죄자의 얼굴’이 따로 있을까. 얼굴을 그릴 수는 없지만 범죄자의 공통적인 특성은 있다고 한다. 권 경감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하고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흉악범 얼굴 공개 문제로 화제가 이어졌다. 범인의 얼굴을 대중 앞에 공개하면 과연 범죄 억제 효과가 있을까. “글쎄.” 프로파일러의 짧은 답이었다. 이들은 정신질환 범죄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불거졌지만, 사실 매뉴얼 작성에 착수한 지는 오래됐다. 매뉴얼을 이용해 현장에서 만난 정신질환자에게 치료 및 보호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조현병 범죄 예방책은 병의 이름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권 경감은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다. 줄이 고르지 않으면 이상한 소리가 나듯 이상 징후가 보이는 정신질환자를 정확히 파악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경사도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사람을 주먹으로 공격하거나 주차된 차량을 파손해 입건되는 전조 증상이 있다”며 “미리 적절한 치료나 보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병이 원인인 범죄는 발생 비율이 낮지만 참혹함 때문에 위험성이 부각된다. 권 경감은 “악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니 얼마나 잔혹하겠느냐”며 “문제는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까지 점차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이상 범죄 대응은 가능할까 이상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권 경감은 “범인을 마주하면 공포로 인한 신체 변화로 몸이 얼어붙는다”고 말했다. 대응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경사는 “묻지 마 범죄 예방을 위해 밤늦게 길을 갈 때 가능한 한 뒤에 오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난 뒤에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프로파일러는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에 40여 명이 활동 중이다. 남자 직원이 많은 다른 경찰 조직과 달리 프로파일러는 70%가 여성이다. 이번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프로파일러 10명 중 7명이 여자다. 이 경사는 “심리학 전공자가 학문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많이 지원한다”고 전했다. 이 경사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배 속 아기 때문에 잔혹한 범죄자를 만나는 일이 꺼려지지 않을까. 이 경사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아이도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분석한 범인의 유형대로 진범이 잡혔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호경 기자}

손길승 SK텔레콤(SKT) 명예회장(75·사진)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손 명예회장은 3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20대 후반의 여성 종업원 A 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A 씨는 사건 발생 후 주거지 경찰서를 찾아 “손 명예회장이 특정 부위를 만졌다”며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카페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손 명예회장의 소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밤늦게 조심히 다녀’라는 말 하지 마세요. 더이상 우리가 조심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17일 일어난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희생자인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한 글귀다. 서울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는 이처럼 ‘여자로 살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쪽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피해자인 성폭력 범죄는 2014년 인구 10만 명당 58.2건으로 2005년(23.7건)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석 달 동안 여성 대상 범죄 대응 특별치안활동을 펼친다고 23일 밝혔다. 먼저 6월 한 달간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 ‘목격자를 찾습니다’ 등을 통해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안전 위협 요인을 접수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이나 지역에 경찰을 집중 투입해 예방순찰과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여성을 위해서는 112신고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워치를 지급할 예정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여성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여성의 시각에서 범죄 취약 장소와 요인을 파악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을 위한 보호관리 대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19일 국회에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6월 법이 시행되면 현장 경찰관이 정신질환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전문의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청은 정신질환자 판단용 체크리스트와 입원 요청 기준 등을 담은 매뉴얼을 일선에 보급할 예정이다. 또 긴급하게 사회 격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72시간 이내에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현행 정신보건법상의) 응급입원 제도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여성 대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3∼5세 누리과정에 양성평등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대상별 양성평등 교육자료를 개발해 보급해 왔다. 2010년부터는 대중매체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해 방송, 인터넷 등의 성차별, 여성 비하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성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여성부는 범정부 차원의 여성 안전 종합대책을 이번 주에 발표할 계획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이지은 기자}
“두 팔을 이렇게 위로 올려보세요.” 병원 브로커 이모 씨(37)는 팔을 올리며 말했다. 맞은편 남자는 이 씨를 따라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이 씨는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며 다시 시범을 보였다. 그는 “수술한 팔은 올리지 말고 ‘너무 아파서…’라고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픈 척하는 연기 교육을 받은 남자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비역 정모 씨(26)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멋진 사나이로 그려졌던 특전사 전현직 일부가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금융감독원과 함께 특전사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범인 특전사 예비역 부사관 황모 씨(26)를 구속하고 특전사 예비역이 포함된 보험모집인과 병원 브로커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황 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현역 특전사 대원 등에게 5∼10개 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허위 영구후유장해 진단서를 받아 보험금을 부당 수령하게 했다. 경찰은 황 씨 등으로부터 보험에 가입한 전현직 군 장교, 부사관 531명도 수사 대상에 올렸다. 특전사 출신이 3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돈 앞에서 ‘절대충성, 절대복종’ ‘백절불굴의 투지’ ‘혼을 나누는 의리’ 등 특전정신을 엇나간 방식으로 발휘했다. 2012년 9월 전역한 황 씨는 고급 수입차를 타고 후배 특전사 대원을 찾아가 “군 복무 중 부상 위험이 높은데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금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형처럼 외제차를 탈 수 있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황 씨도 특전사 선배에게 배운 방법으로 보험금 1400만 원을 받고 국가유공자까지 됐다. 황 씨의 후배들은 의리와 돈 때문에 2, 3개월 사이 1인당 5∼10개 보험에 가입했다. ‘군(軍) 테크’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던 황 씨는 경기 김포시에 보험대리점을 차렸다. 특전사 동기와 후배 15명을 보험모집인과 병원 브로커로 일하게 했다. 이들도 황 씨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의 지시 아래 특전사 전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보험모집에 나섰다”고 전했다. 보험에 가입한 특전사 대원들은 황 씨 일당의 지시에 따라 부대에서 공무상병인증서를 발급받고 군 병원이나 일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병원 브로커를 통해 유명 대학병원 등 병원 22곳의 의사 23명에게서 영구후유장해 진단서를 받았다. 의사와 원무과장은 진단서 발급 대가로 건당 30만∼50만 원을 받았다. 황 씨는 특전사를 넘어 공군 해군으로 확장해 보험사기에 나섰다. 수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군인 531명은 평균 8.7개 보험에 가입해 3300만 원을 수령했다. 최고액은 2억1400만 원이다. 이들은 보험금을 받으면 15∼20%를 황 씨 일당에게 넘겼다. 영구후유장해로 보험금을 타낸 특전사 출신 61명은 전역 후 경찰과 해양경찰, 소방관으로 취업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구후유장해를 입은 사람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임용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은 관행적으로 허위 후유장해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전·현직 육군 특수전사령부 군인 수백 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금융감독원 등과 공조 수사를 통해 보험사기 모집 총책인 특전사 출신 황모 씨(26)를 구속하고 보험사기 모집인, 병원브로커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경찰은 2012년 12월 이후 가입 보험 5건 이상, 수령액 1000만 원 이상인 사기 의심자 470명과 영구후유장해 보험금을 수령하고 전역 후 경찰, 소방 등에 취업한 61명 등 전현직 군인 531명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현역 군인은 80여 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 등은 후배 특전사 군인을 만나 “군 복무 중 위험이 높으니 제대 후 보험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 나도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며 보험 가입을 설득했다. 이들은 보험사가 특전사 가입자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자 일반 육군, 공군, 해군에게도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보험에 가입한 전·현직 군인들은 평균 8.7개 보험에 가입해 3300만 원을 받았다. 경찰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 22곳 의사 23명도 수사 중이다. 일부 의사는 문진만으로 진단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황 씨 등에게 “경찰 수사를 무마시켜주겠다”며 2억7000만 원을 받은 황 씨의 외삼촌 이모 씨(56)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평소 운전 시간이 긴 사업용 운전자 보다 일반 회사원이 난폭·보복 운전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월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90일간 난폭·보복운전 집중 단속·수사를 펼쳐 운전자 732명을 적발하고 이중 450명을 형사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형사입건 된 450명 중 180명(40%)이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운전대를 오래 잡는 택시 등 사업용 운전자는 72명(16%)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안전교육을 받는 사업용 운전자 보다 교육 기회가 적은 일반 운전자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난폭·보복 운전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욱하는 성격이 있거나 도로교통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난폭·보복 운전을 하는 경향도 드러났다. 형사입건 된 운전자 중 전과 2범 이상이 40.4%(183명)를 차지했고 최근 3년 이내 신호위반·진로변경 등으로 통고처분을 받은 운전자가 67.3%(303명)였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자 대부분은 개인의 급한 용무, 평소 잘못된 운전 습관 등을 이유로 밝혔다”며 “공공의 질서 의식이 부족하거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대 여성 사업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달린 ‘걸레 같은 ××’ 등 성폭력적 악플(악성 댓글)을 조사하던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관은 최근 용의자를 검거하고 깜짝 놀랐다. 철없는 10대의 짓이겠거니 했는데 조용한 성격에 점잖게 생긴 무역회사 직원 김모 씨(44)가 장본인이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인터넷 악플을 생산하는 ‘악플러’들이 전 연령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피의자를 연령대로 분석한 결과 20대가 22.4%로 가장 많았고 30대(17.7%), 40대(13.2%)가 뒤를 이었다. 10대는 11.3%에 그쳤다. 직업도 주부, 취업준비생, 교사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가 비교적 적은 것은 청소년의 주요 활동무대가 카카오스토리 같은 폐쇄적 SNS여서 문제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장년층의 증가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대중화 당시 10대, 20대였던 이들이 여전히 인터넷 공간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신고된 악플 등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은 2013년 6320건에서 지난해 1만5043건으로 급증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악플이 10대만의 문제라고 인식해 예방교육도 청소년에게 집중했지만 이제는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인터넷 악플(악성 댓글)이 할퀴고 간 상흔은 처참했다. 수많은 악플러의 먹잇감이 된 피해자들은 더이상 숨을 곳도, 재기의 꿈도 잃었다. 악플 피해자는 말한다. 무심코 했던 말 한마디가 이처럼 집요한 공격을 받을 줄 상상조차 못했다고…. 본보 취재팀이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져가는 악플의 현장을 뒤쫓았다.○ 희생양 소환해 ‘악플 잔치’ 벌이는 악플러 4일 서울 강남의 산타크루즈컴퍼니 사무실. 이곳은 악플로 인생을 ‘삭제’당한 악플 피해자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 기록을 지우기 위해 찾는 곳이다. 직원 10명이 무표정한 얼굴로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옆 사람 모니터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직원끼리 간격도 넓었다. 김나경 총괄팀장은 “의뢰인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동료끼리도 자기가 맡은 의뢰인에 대해 일체 함구한다”고 말했다. 비밀유지 서약서에 서명한 후 기자가 받은 일은 성 추문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연예계에서 생매장된 A 씨의 악플 기록 삭제였다. 엑셀 파일을 열자 A 씨 관련 인터넷 기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수백 건이 정리돼 있다. 그가 복귀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악플러들이 최근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 너는 아직 정신 못 차렸어.” 엑셀 파일 리스트에 정리된 인터넷주소(URL)를 누르자 A 씨를 겨냥한 욕설이 쏟아졌다. 악플을 찾으면 포털사이트에 게시 중단을 요청한다. 게시 중단 요청 취지와 구체적인 권리침해 표현, 소명 내용 등을 정리하고 A 씨 위임장을 첨부하면 된다. 차라리 험한 욕설은 삭제하기가 쉬웠다. 욕설 대신 교묘하게 치를 떨게 만드는 인신공격성 악플은 대처가 애매하다. ‘연예계는 범죄자가 재취업하는 곳’처럼 A 씨를 범죄자로 몰아가거나, ‘진짜 연예인은 뻔뻔해야 할 수 있다’며 인성을 문제 삼는 글이었다. 악플러가 악플에 A 씨 이름을 교묘히 녹이면 다른 악플러가 재밌다고 박수를 치며 ‘악플 잔치’를 벌였다. 김 팀장은 “욕설이 없는 악플은 삭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게시글을 꼼꼼히 읽어 게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적확한 정보통신망법 조항을 적용해 삭제 요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악플 자유에 월 300만 원? 악플 피해자가 망가진 삶을 복원하기 위해 업체를 찾아오면 업체는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지금까지 달린 악플만 삭제하거나, 앞으로 꾸준히 악플 관리를 받거나. 김호진 대표는 악플로부터 100% 자유로워지는 비용으로 일반인 기준 월 300만 원을 제시했다. A 씨 같은 유명 연예인은 악플 개수가 많아 연간 1억 원 이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월 300만 원은 일반인으로선 지불하기 힘든 돈이다. 김 대표는 “업체를 찾았다가 돈이 없어서 울고 가는 피해자도 있는데 결국 돈이 없으면 악플 앞에서 더 비참해진다”고 말했다. 일반인 B 씨(여)는 10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쓰고도 악플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 한마디의 실수로 사이버테러에 시달렸다. 악플러의 마녀사냥은 가혹했다. 얼굴 실명 학교 SNS 등 거의 모든 신상이 털렸다. 이 업체를 찾아 온 B 씨 어머니는 “악플러에 시달리는 딸이 대인기피증과 언어장애에 힘겨워하고 있다. 한마디 실수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다고 한다. 인터넷에 B 씨 이름을 검색했더니 악플러는 그가 누군가를 만났는지까지 찾아내 악플을 달았다. ‘넌 죽어도 까여야 한다’ ‘조물주의 실패작이다’ ‘시간이 흘러 잊혀지길 바라는 것도 너의 죄’ 등이 달렸다. 6개월 동안의 악플 삭제 관리가 끝나자마자 다시 악플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사실상 24시간 감시당하며 살아가느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B 씨가 악플에서 벗어나기는 영원히 불가능해 보였다.○ 알몸에 달린 악플 악플을 찾고 읽느라 눈이 침침해지는데 건너편 직원은 업무 중에 해외 성인사이트만 둘러보고 있다. 직원이 찾는 것은 20대 여성 C 씨의 알몸 사진이다. 지난해 C 씨의 남자친구는 그녀의 알몸 사진을 유명 커뮤니티에 올렸다. C 씨 사진이 담긴 게시글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폭력 협박이 담긴 악플이 달렸다. 누리꾼이 다른 커뮤니티로 게시글을 퍼 나르면서 C 씨의 부모까지 딸의 알몸 사진을 보게 돼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가족에게 알몸을 보이게 된 C 씨는 부끄러움과 치욕 속에 살다가 사진과 악플 삭제를 업체에 의뢰했다. 업체는 6개월간 국내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간 악플을 삭제했다. 하지만 해외 성인사이트에는 C 씨 사진이 계속 게시되고 있었다. 일반인은 방송 출연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거나 노출이 심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출됐을 때 악플러의 먹잇감이 된다. 김 대표는 “방송이나 SNS에서 절대 자기 자랑을 하거나 특정 집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진과 동영상도 함부로 찍어 SNS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죽으면 악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고통은 망자를 사랑했던 가족과 주변 사람이 고스란히 넘겨받는다. 웬만한 악플에는 눈도 깜짝 않는 베테랑 직원도 연예인 D 씨를 떠올리면 숙연해진다. D 씨가 생전에 찍은 사진이 여전히 SNS에 올라오고 저속한 성적 농담을 담은 악플이 지금도 달린다. ‘부관참시(剖棺斬屍·한 번 죽은 사람을 또 죽이는 것) 악플’이 D 씨의 영혼마저 옭아매고 있었다. 악플 삭제 업체는 피해자의 불행에서 이윤을 올린다. 업계 최초로 꼽히는 산타크루즈컴퍼니를 비롯해 현재 10여 개 업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니 세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늘고 있다”며 “반사회적인 분노를 악플로 타인에게 표출하니 고객은 늘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몰지각한 업체는 악플을 삭제해주겠다며 의뢰인의 개인정보를 넘겨받고서 이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아빠도 다른 사람에게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한 적이 있었느냐’라고 물어보곤 해요. 물론 나도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했었지. 우리 딸도 한여름 밤의 꿈같은 사랑도 해보고, 시련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어.” 딸이 “10대 시절 아빠에게도 사랑이 있었나요”라고 묻자 아버지가 수줍어하면서 온화한 얼굴로 들려준 대답이다. 평소와 달리 존댓말을 섞어가며 답했다. 》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 김승완 씨(46)와 외동딸 아연 양(15)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연 양이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만들기 위한 인터뷰였다. 아연 양은 출생부터 현재까지 아버지의 삶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아빠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딸의 특별한 선물은 아버지의 자서전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망설였는데 딸이 자서전을 쓰겠다며 용기를 냈다. 딸은 무엇보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을 물었다. 아버지는 “여섯 살 때 아빠의 엄마, 아빠랑 온 가족이 함께 김밥을 만들어 공원에 놀러 간 기억이 난다. 그날 찍은 사진 속 가족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고, 부라보콘을 처음 먹은 기억이 생생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딸도 아버지의 얼굴에서 여섯 살 소년이 그려지는지 환히 웃었다. 아버지가 지금의 딸 나이가 됐을 때는 무얼 하고 놀았을까. 아버지는 “도시락 싸서 배낭 메고 기차 여행을 갔다”고만 말했다. 단답형 답변에 약간 실망한 딸의 표정을 읽었는지 아버지는 오래 간직한 비밀을 털어놓듯 수줍게 답했다. “사실 아연이 나이일 때 아빠는 이성 친구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또래나 나이 어린 친구보다 교회에서 피아노 치던 누나처럼 연상이 좋았어. 괜히 아연이가 이성에 일찍 눈을 뜰까 걱정돼서 이야기해 주지 못했단다.” 아버지의 자서전에서 딸이 빠질 수 없다. 서른 이후 아버지 인생에서 딸은 주연(主演)이었다. 아버지는 “갓난아기였던 너를 처음 안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후 벼랑 끝에 놓인 듯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아연이의 재롱에 힘을 냈다. 아연 양은 “부모님에게 내 존재가 위로가 됐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서전 인터뷰니 평소라면 묻지 못할 질문까지 나왔다. 아버지의 장단점과 인생의 가치관, 인생에서 후회한 순간, 삶의 전환점과 목표 등이다. 아버지는 인생 최고의 목표가 뭐냐는 딸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지켜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로 오해도 풀었다. 평소 딸은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아버지가 불만이었다. 어쩌다 대화를 어렵게 시작하더라도 ‘사회적 양극화 현상’ 같은 딱딱한 주제를 입에 올렸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딸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정작 무슨 대화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내 관심 분야를 이야기하면서 주장을 관철하려고 반복해서 말했다”며 미안해했다. 딸은 몇 차례 더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완성한 자서전을 어버이날 선물할 계획이다. 딸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 나를 낳았을 때 추억 등 평소 몰랐던 이야기를 들어 더 친밀해진 것 같다”며 “옆에 계신 것만으로 든든한 존재가 아빠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생애 가장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부녀는 “앞으로 기억에 남을 많은 추억을 쌓아가자”고 약속했다. 한국의 보통 부모와 자녀는 일주일에 1시간 정도밖에 대화하지 않는다. 소통 전문가들은 자녀가 부모 세대의 인생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것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부모와 자녀 간 깊은 소통의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내가 쓰는 아빠, 엄마 이야기’ 공모전을 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7월 31일까지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 수상자에겐 상장과 부상을 주고 수상작은 책으로 묶어 발간할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3월 17일 서울에 사는 A 씨(60·여)는 “범죄에 연루됐으니 예금보호를 위해 안전계좌로 돈을 보내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지방검찰청 수사관을 사칭했다. A 씨는 불안한 마음에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려준 계좌로 5200만 원을 송금했다. 인출책 B 씨는 서울 동대문 인근 은행에서 2200만 원을 인출하고 근처 지점을 다시 찾아 3000만 원을 추가로 인출하려 했다. 은행 직원은 평소 거래가 없는 B 씨가 큰 금액을 찾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곧 직원은 경찰에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보이는 자가 출금하러 온 것 같다”고 신고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즉각 현장으로 출동해 인출책을 검거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원 2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3월 15일 체결한 ‘금융범죄 척결 업무협약’이 효과를 보고 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고액 현금인출 등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가 발생하면 창구 직원이 경찰에 즉각 신고하는 ‘112신고 및 현장예방·검거’ 체계를 구축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유기적인 공조로 3월 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89명의 피해를 사전 예방하고 피해금 22억 원의 인출을 차단했다. 대포통장으로 입금 받은 피해금을 인출하거나 인출한 현금을 건네받으려 한 보이스피싱 조직 15명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기범들이 경찰관과 은행 직원도 유착돼 믿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일체 알리지 말라며 피해자를 위협했다”며 “앞으로도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권과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박물관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오늘은 나도 어린이 경찰관’ 행사를 연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찰박물관 앞 경희궁 입구에 오면 경찰 사이드카와 오픈카를 탈 수 있다. 박물관 2층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뮬레이션 사격을 즐길 수 있다. 경찰박물관은 행사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특공대 등 경찰관에게 스탬프를 받아오면 선착순 800명에게 기념품도 제공한다. 이밖에 포돌이, 포순이와의 기념촬영, 사이언스 매직쇼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상세 내용은 경찰박물관 홈페이지(www.policemuseum.go.kr)를 참조하면 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기차역 무인발권기에서 빼낸 신용카드 정보로 1억 원이 넘는 현금을 챙긴 루마니아 출신 외국인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기차역 무인발권기를 이용한 고객 188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 카드를 복제한 다음 현금 1억4000만 원을 인출한 루마니아 국제범죄조직원 B 씨(27)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B 씨는 달아난 루마니아인 공범(35)과 함께 복제 신용카드로 올 2월 1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국내와 싱가포르, 홍콩 등을 오가며 398회에 걸쳐 수십 만 원씩 1억4000만 원가량을 인출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다. 구속된 B 씨는 경찰 추적이 시작되자 루마니아로 도주를 시도하다가 지난달 22일 인천공항에서 출국 직전 검거됐다. 당시 B 씨가 갖고 있던 노트북 안에는 8000유로(원화 약 1000만 원)이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B 씨는 신용카드 정보를 훔친 수법을 함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당한 188명이 서울역과 용산역 무인발권기에서 승차권을 발권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발권기에 카드 복제기를 설치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값을 복제하고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국 기차역 무인발권기에 신용카드 복제기 설치 점검 등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 복제 범행을 저지른 외국인을 검거하면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가 많다”며 “이들 국가가 심각한 경제난에 빠지면서 신용카드 복제 등 국제범죄조직에 많이 가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청사 침입’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 씨(26)는 인생의 관문을 꼼수로 통과하려다 범죄의 덫에 빠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송 씨는 어릴 적 지방직 공무원인 아버지와 일가친척을 보면서 공직을 꿈꿨다. 2010년 제주 A대학에 입학했지만 서울 유명 대학에 가려고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보기로 했다. 경쟁자가 공부할 때 수능의 허점을 살핀 그의 눈에 ‘저(低)시력 수험생 매 교시 일반 수험생 시험시간의 1.5배 부여’라는 규정이 들어왔다. 송 씨는 2010년 8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첫날 의사는 송 씨가 약시(弱視)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송 씨는 다음 날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달린 끝에 약시 진단서를 받아냈다. 송 씨는 그해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시각장애인 9명과 수능을 치렀다. 그는 응시시간을 더 받은 것도 모자라 매 교시 종료 후 인터넷에 답안이 올라오는 점을 악용해 시험시간 중 화장실에 가 휴지통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을 확인했다. 일반 수험생의 시험시간이 더 짧아 이미 답은 공개돼 있었다. 하지만 미처 답안을 확인하지 못한 1교시 언어영역이 5등급에 그쳐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지방직 9급 시험에 응시했지만 불합격했다. 그러자 이번엔 지역인재 7급 시험의 허점을 노렸다. 2010년 받은 약시 진단서를 제출해 지역인재 추천에 필요한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시간을 늘렸다. 교직원을 사칭해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고사 문제지도 훔쳤다. 송 씨의 꼼수 인생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들통 났다. 공전자기록 변작 등 8개 혐의로 구속된 송 씨는 14일 검찰로 송치됐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경찰 출신 국회의원 7명이 탄생했다. 19대 국회 때 3명에 비교해 배 이상 늘어나 13만 경찰관은 경찰 조직의 숙원을 그들이 풀어줄지 관심을 갖고 있다. 20대 국회의원에선 새누리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김석기(경북 경주), 이만희(경북 영천 청도), 김한표(경남 거제), 더민주 표창원(경기 용인정), 국민의당 권은희(광주 광산을), 무소속 이철규(강원 동해 삼척) 등 모두 7명이 당선됐다. 윤재옥과 김한표, 권은희 의원은 재선이다. 16대 국회 당시 5명의 경찰 출신 의원보다 많은 숫자다. 법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경찰 조직은 20대 국회에서 경찰의 숙원 사업이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석·박사 과정을 양성하는 경찰대 치안대학원 신설, 은퇴 경찰의 진로를 위한 민간조사업법 제정, 국가와 지자체가 범죄 예방을 위해 협력하는 범죄예방기본법 등이다. 또 해묵은 분쟁인 검경 수사권 갈등 문제에서도 경찰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조직의 의사를 국회로 전달한 통로가 늘었다”며 “경찰 조직을 잘 아는 만큼 조직 발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경찰 간부는 “의원의 성향과 당도 제각각인데다 조직을 잘 아는 만큼 더 아프게 비판할까 걱정”이라고 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서울청사 침입, 시험 성적 및 합격자 명단 조작, 모의고사 시험지 절도 그리고 허위 진단서를 이용한 토익(TOEIC) 시험 부정까지, ‘7급 공무원’이 되기 위한 송모 씨(26)의 용의주도한 범행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구속된 송 씨가 ‘지역인재 7급 공무원시험’ 응시자 추천 자격요건인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허위로 약시(교정시력 0.16) 진단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시험시간 연장 혜택을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지역인재 7급 공무원시험은 토익 700점과 한국사능력시험 2급 이상을 받아야 해당 대학의 응시자 추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는 지난해 1월 24일 한국사능력시험을 앞두고 한 대학병원에서 약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진단서를 국사편찬위원회에 제출했고 시험시간을 80분에서 96분으로 늘려주는 혜택을 받았다. 송 씨는 같은 방법으로 토익 독해도 75분에서 90분으로 연장해 치렀다. 이 시험들은 응시자가 약시 등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시간 연장 혜택을 제공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이는 이곳에 오지 말아야 했다. 3월 12일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신원영 군(7)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차가운 부검대 위에 눕혀졌다. 키(112.5cm)가 작아 2m 길이의 부검대 절반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한겨울 벌거벗은 몸으로 찬물 학대를 받고 숨진 아이 주변에는 부검용 메스가 놓여 있었다. 밝은 조명이 앙상한 몸을 비췄다. 두 팔로 놀이기구에 매달려 환하게 웃던 신 군의 밝은 표정은 찾기 힘들었다. 시신이 부패한 탓에 얼굴과 몸은 군데군데 검게 변하고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부검을 맡은 김민정 법의관(37)은 신 군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메스를 들었다.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메스로 절개해야 했지만 쉽사리 그러지 못했다. 그는 “학대 상처로 얼룩진 몸을 보고 있자니 칼을 대기가 정말 미안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학대 사실을 입도 뻥긋 못한 채 사망했다. 나이가 어렸고 부모가 무서웠다. 1월 16일 신 군보다 형인 부천 초등생 최모 군(사망 당시 7세)과 2월 3일 누나인 부천 여중생 이모 양(사망 당시 13세)이 먼저 부검대에 눕혀졌다. 법의관은 억울하게 죽은 아이를 대신해 부모의 학대 흔적을 찾았다. 부모의 죄를 물을 결정적 증거였다. 5일 서울 양천구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김 법의관과 양경무 법의관(48)을 만나 부검 감정서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법의관은 신 군 또래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그는 “아들을 생각하면 원영이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웠을지 짐작이 간다.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신 군의 몸에서는 피하지방 조직층을 찾기 힘들었다. 먹을 것에 욕심낼 나이에 오래 굶주린 탓이다. 부검용 컴퓨터단층촬영(CT)에선 가슴과 팔 부위에서 각기 다른 시기에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골절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몸 밖으로 꺼낸 장기를 몸속 원래 자리에 넣고 시신을 봉합한다. 김 법의관은 신 군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며 시신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사연 많은 주검을 매일 대하는 ‘프로’ 법의관에게도 학대 피해 아동을 부검하는 일은 힘들다. 그는 “학대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것만으로 다른 학대가 발생하는 일을 막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져 더이상 부검실에서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 부모를 벌할 증거를 찾는 일은 법의관의 몫이다. 양 법의관은 최 군을 부검했다. 최 군의 부모는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훼손했다. 최 군은 얼굴과 목 일부만 남았다. 아동학대 흔적은 머리나 배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머리엔 없었고 배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최 군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흔적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얼굴과 목에서 작은 멍 자국 10개를 찾았다. 그는 “사라진 나머지 몸에 더 많은 학대 흔적이 분명 남았을 것”이라며 “부검할 땐 중립을 지켰지만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으면서 가슴이 짠하고 화가 났다”고 했다. 어린이 사망은 희소 질병이거나 사인 불명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사고사로 위장하기도 한다. 이날 만난 법의관들은 어린이 사망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대한법의학회에서 ‘소아사망 워킹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 법의관은 “오랜 기간 시신을 부검하면서 사람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 아름답더라”라며 “순수함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그만큼 그들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금융기관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천 건이 해외 범죄조직에 넘어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시중은행 공인인증서 등 개인정보 7000건가량이 홍콩에 있는 범죄조직에 유출됐다고 11일 밝혔다. 중복된 개인정보를 감안하면 약 4800명의 정보가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는 ‘파밍(Pharming)’ 수법이 동원됐다. 파밍은 사이트에 접속하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 PC에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피해자가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면 비슷한 형태의 가짜 사이트로 유도하는 것이다.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어도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아 일반 이용자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가짜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정보와 공인인증서 번호 등을 입력하면 그대로 유출되는 것이다. 실제 일부 피해자는 계좌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등을 입력했다가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며 “국제 공조수사와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을 통해 범죄조직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올해 초 사설학원에서 치러진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고사 응시자까지 수사하기로 했다. 일부 대학은 PSAT 모의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인재 7급 공무원시험’ 응시자를 자체 선발했다. 사실상 공무원시험의 한 단계인 셈이다. 11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구속된 송모 씨(26)는 1월 10일 서울 M학원에서 모의고사 답안지와 문제지를 훔쳤고, 같은 달 23일 치러진 모의고사에서 277명 중 2등을 기록했다. 이어 제주 A대학은 송 씨를 공무원시험 응시자로 선발했다. 조사 결과 M학원 모의고사를 활용한 대학은 모두 5곳으로 응시자는 총 107명이다. 경찰은 송 씨가 훔친 시험지를 다른 응시생과 공유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응시생과 필기합격자 중 송 씨와 통화기록이 있거나 모의고사와 실제 필기시험 성적 차이가 큰 사람이 있는지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에 따라 지역인재 공무원시험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