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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언제 추임새를 넣어야 하나 망설이지 말고, 흥에 따라 맘껏 추임새를 넣어 주세요. 관객이 소리에 푹 빠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 소리꾼의 흥도 폭발합니다!” 창극 ‘심청가’에는 두 명의 심청이 등장한다. 서울 중구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 17일 만난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37)과 ‘황후 심청’ 역의 이소연 씨(35)는 이렇게 당부했다. 다음 달 5일 막을 올리는 국립창극단의 ‘심청가’는 지난해 첫 공연 후 올해로 두 번째다. 심청 역은 인당수에 빠지기 전과 후로 구분해 두 소리꾼이 한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한다. 본래 완창으로 5∼6시간이 소요되는 판소리 ‘심청가’의 좋은 대목과 일부 장면을 선택해 2시간 30분으로 압축했다.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作唱)과 도창을 맡았으며,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도 함께 도창으로 나선다. 이번 공연의 모토는 ‘과유불급’이다. 작품 속 여러 요소를 무리하게 담지 않으려 애썼다. 배우의 역량에 맞게 창극의 기본인 소리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제작진 역시 무대와 소품 등을 최소화했으며, 전통 국악기로만 라이브 연주를 선보여 소리꾼에 최적화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민은경은 “두 번째 공연이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졌지만 결국 기본은 소리”라며 “제가 담을 수 있는 그릇 안에서 소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소연 역시 “심청이가 홀로 소리하는 부분은 철저히 개인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더 힘 있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내야 한다”며 “창극 배우로서 훌륭한 소리꾼이 되는 게 먼저”라고 했다. 2013년 함께 창극단에 입단한 두 소리꾼은 평소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언니, 동생 사이다. 다만 심청가에서는 언니인 민은경이 어린 심청을 맡고, 동생 이소연은 성인이 된 황후 심청을 연기한다. 민은경은 이를 “소리꾼으로서 서로가 가진 장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타고난 목소리와 신체조건에 어떤 소리도 표현할 수 있는 소연이가 황후에 더 적합하다”고 했다. 이에 이소연은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처럼 언니의 소리에 강단과 소신이 담겨 있다. 소녀 같은 체구에도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판소리의 다섯 바탕(춘향가, 흥부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을 공부하느라 “쉴 시간도 별로 없다”는 두 사람은 어느덧 중견 소리꾼이 됐다. 때문에 소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대중과 쉽게 소통하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이소연은 “무용에서 몸짓에 감정을 응축해 표현하는 법이 인상적이다”고 했다. 민은경은 “창극에서도 연극, 뮤지컬 등의 무대 디자인을 응용하면 대중이 소리를 더 친근하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한참 동안 판소리의 앞날을 논하던 두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다. “소리 공부에는 끝이 없어요. 다른 걸 신경 쓰면 자꾸 소리를 놓쳐요. 결국 기본부터 잘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웃음)” 6월 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대본만 보고도 캐릭터의 옷차림새와 시대상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배우들에게 모든 시공간을 입히는 무대의상 디자이너다. 고대 신화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외형과 내면을 옷이라는 시각 언어로 표현한다.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무대 의상은 극 중 배우에게 큰 무기이자 날개가 된다. 최근 공연했거나 개막을 앞둔 작품의 무대의상 디자이너 조문수(58), 이수원(45), 유미진 씨(38)는 “우스갯소리로 무대의상 디자인을 ‘출산한다’고 할 만큼 힘든 창작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식처럼 소중한 옷이 배우에게 입혀져 빛날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무대의상은 과거 무대 디자인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됐다. 그 때문에 무대, 조명 디자인과 함께 의상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무대의상은 점차 개별 전문 분야로 구분됐고 최근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 어린이극 등 장르별로 분화되고 있다.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를 맡은 조문수 디자이너는 “의상 디자이너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프로그램북 한 면에 제 얘기가 가득 담겨 극의 이해를 돕는 걸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무대의상 디자인의 시작은 대본이다. 인물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대본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의 이수원 디자이너는 “의상 의뢰를 받으면 대본부터 분석한다. 연출, 배우 상견례는 물론 대본 리딩에도 참석해 콘셉트를 잡고 끊임없이 자료 조사와 연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제품 제작, 배우 피팅, 리허설을 거치며 의상이 수정된다. 사고를 대비해 여벌의 옷도 만든다. 대형 작품의 경우 작업에만 1년이 걸리기도 한다. 무대의상 디자인은 일반 패션디자인과 달리 ‘복합예술’의 특성을 갖는다. 옷 자체만 주목받기보다는 무대와의 조화를 고려해 배역을 빛나게 해야 한다. 조 디자이너는 “옷으로 배경을 설명하고 캐릭터를 완성하기 때문에 옷에 대한 태도가 패션디자이너와 다르다”고 했다. 작품별 특징에 따라 작업은 천차만별이다. 공연 중인 아동 뮤지컬 ‘로빈슨 크루소’를 맡은 유미진 디자이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맡게 직관적, 동화적인 원색을 주로 사용했다. 캐릭터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안무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엑스칼리버’에서는 70여 명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을 위해 144벌의 옷을 제작했다. 무대의상 디자인 환경은 해외에 비해 아직 열악하다. 전공학과도 많지 않다. 예산 문제도 늘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끊임없이 옷감을 손질하는 이유는 뭘까. “첫 공연이 끝나는 그 순간 때문에 합니다. 힘든 것도 다 잊게 되거든요.”(조문수) “캐릭터에 나만의 영감을 표현할 자료나 이미지를 조사하고 퍼즐처럼 맞춰갈 때 가장 행복해요.”(이수원) “내가 만든 옷이 무대에 올랐을 때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을 때가 있답니다.”(유미진)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남북 갈등은 이탈리아에도 있다? 1930년대 반파시즘 운동으로 이탈리아 남부 ‘알리아노’로 유배된 저자가 이탈리아 내 남북 갈등을 다룬 정치·사회 에세이집. 유배지에서 의사, 화가로 활동한 저자는 체험을 토대로 풍요로운 북부와 달리 척박한 남부의 모습을 생생히 그렸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문명세계를 상징하는 ‘그리스도’가 알리아노 인근의 문턱 ‘에볼리’에서 멈췄다는 의미로, 문명의 수혜를 받지 못한 ‘야생의 남부’를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책이 단순히 남북을 대조하거나 비극적 모습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오히려 문명과 대비되는 남부인의 일상을 꾸준히 관찰한 뒤 생명력 넘치는 존재로 표현했다. 계몽적 관점에서 야만을 재단하지 않았던 작가의 시각만으로도 참신한 맛이 있는 작품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몸으로 이렇게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었나 싶어 무용수인 저희도 매번 놀라요. 몸을 파괴하는 듯한 피지컬 무용의 ‘끝판왕’을 한번 느껴보세요.” 세계 최정상급 현대무용단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에는 춤추는 ‘코리안 트리오’가 있다. 김수정(46), 석진환(36), 정정운 씨(24)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16일부터 열리는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의 개막작 ‘Asylum(피난처)’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15일 만난 이들은 “고국에서 ‘키부츠표’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며 “지독하게 몸을 혹사하는 역동적 공연에 관객도 놀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무용수가 늘고 있지만 해외 무용단원이 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코리안 트리오가 이스라엘로 향한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2012년 입단한 김수정은 “집요하게 몸동작을 쪼개고, 파고드는 이스라엘 무용을 체험하고 싶었다”고 했다. 국립현대무용단원으로 활동하던 석진환은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과 무용의 본질을 더 공부하고 싶었다”며 2015년 입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정운은 호기심을 품고 도전해 무용단에서 2017년부터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선보일 ‘피난처’는 처절함을 표현한다. 세계 초연작으로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대인 출신 라미 베에르 예술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난민으로서 겪은 정체성 혼란과 불안, 핍박을 표현하기에 역동적이고 과도한 몸짓이 강조된다. “예술감독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턱을 들라’는 겁니다. 작은 동작에서도 턱을 치켜들고 팔, 다리 등 몸의 선을 최대한 크게 활용해요.”(김수정) 무용단에서 이들은 “서로 너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같은 한국 출신임에도 저마다 확고한 스타일을 춤에 녹여내기 때문이다. 김수정은 “한국 무용수가 개성이 강한 데다 핍박받은 역사로 인해 이스라엘인과 비슷한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해 예술감독이 우리의 표현력을 좋아한다. 이는 스스로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할 동력이 된다”고 했다. 한국 공연 후 폴란드, 프랑스, 미국 공연을 이어가는 이들은 고된 일정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용단에서 체득한 ‘멘털 관리’ 덕분이다. 정정운은 “무용은 몸으로 말하는 예술이라지만 사실 정신이 지배한다”며 “‘머리가 심장’이라는 무용단의 정신을 늘 되새기며 춤출 것”이라고 말했다. 16,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3만∼7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배우 장현성(49)이 연극 ‘킬 미 나우’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늘 악역에 익숙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장애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 제이크 역할을 맡았다.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던 제이크는 17세 지체장애 아들 ‘조이’를 돌보려 작가로서의 성공을 포기한 채 인생을 헌신한다. 배우들은 장애, 죽음, 존엄사 등 결코 쉽지 않은, 묵직한 화두를 관객에게 던진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창 연습 중인 그를 9일 만났다. 오랜만에 공연을 앞둔 그는 잠도 4시간으로 줄이고 살도 6kg이나 빠졌다고 했다. 다소 긴장한 기색을 내비치던 그는 작품 얘기를 시작하자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연극은 다른 매체보다 감정 소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죠. 한 인간의 극단적 감정을 두 시간 안에 꽉꽉 뭉쳐서 진한 밀도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몸은 쉬어도 머리는 항상 작품 생각에 쉴 틈이 없어요. 상대와의 호흡도 맞춰 보려면 잠은 당연히…. 하하.” 바쁜 작품 활동 중에도 그가 연극에 참여한 건 “순전히 개인적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좋은 연극을 접하면 혼자 ‘리스트’로 만들어 적어 둔다. ‘킬 미 나우’ 역시 그 리스트에 있던 작품이다. “2016년 초연을 접하고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공연 후 대본도 보여 달라고 할 정도로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죠. 장애, 인간의 존엄성 등 사회적, 개인적 이슈를 던지는 복잡다단한 내용이지만 이를 잘 정돈해 표현하는 게 또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장현성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회에서 소외된 비극적 ‘대안가족’의 가장을 연기한다. 그의 생애나 경험을 통해 감정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어려운 역할이기도 하다. 그는 “살면서 겪지 못한 어마어마한 비극을 연기해야 하는 저 역시 작품을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한 숙연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 중 장애에 대한 대사 때문에 의학적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공부한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대학 때 배운 ‘연극개론’ 책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은 대학 때 배운 연극개론에 나온 내용 그대로 감정의 순도가 짙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을 정화하는 연극의 본질에 충실한 이야기”라며 “배우의 흐름을 차근차근 따라가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7월 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4만∼5만5000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지독한 추남(醜男)인데 똑똑하고, 예쁜 여자인데 머리가 나쁘다? 그 추남과 미녀가 마주한다면?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를 향해 연극 ‘추남, 미녀’는 이 같은 발칙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0세기 프랑스 파리에 사는 두 주인공 데오다와 트레미에르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추하거나 예뻐서, 혹은 남들과 조금 달라서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산다. 극은 평균에서 조금 벗어난 이들의 성장 과정과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집중하게 된다.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 소설을 세계에서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톡톡 튀는 매력’이다. 이는 전적으로 20여 개의 캐릭터를 쉴 틈 없이 연기하는 두 배우 덕분이다. 데오다 역의 백석광과 트레미에르를 맡은 정인지는 주인공의 가족, 학교 친구 등 주변 인물을 90분 동안 유쾌하고 뻔뻔하게 소화한다. 빠른 배역 전환에도 전개가 비교적 자연스럽다. 특히 백석광은 추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분장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 대신 구부러진 신체로 심리적 위축을 표현하는 참신한 방식을 택했다.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찬 산뜻한 연출도 보는 맛을 더한다. 작품 속 핵심 키워드인 ‘새’와 ‘보석’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각, 영상 효과는 미셸 공드리 표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원작의 맛도 살리며, 무대 미학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뻔한 추남과 미녀의 로맨스와는 달라도 “겉모습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야”라는 흔한 교훈적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그럼에도 봄처럼 따뜻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4만 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17년간 연극계를 지키던 ‘설치극장 정미소’가 6월 공연을 끝으로 폐관한다. 경영난, 수익성 악화가 주된 이유다. 극장을 운영 중인 배우 윤석화 씨(63)는 “공연을 하고 싶어도 늘 무대가 없어 고민하던 수많은 연극인들을 위해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맘껏 내주고 싶었다”며 “극장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임영웅 선생님이 ‘바보야, 미련하게 극장은 왜 하냐’며 나무라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에 위치한 설치극장 정미소는 2002년 윤 씨와 건축가 장운규 씨의 손에 탄생했다. 이들은 목욕탕으로 쓰다 남겨진 3층짜리 폐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데 뜻을 모아 건물을 사들였다. 극장 이름인 ‘정미소’는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조된 건물은 소극장, 갤러리, 공연장 등 다양한 공간으로 쓰이며 실험적인 공연을 올리는 개성 있는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극장 내부와 천장에는 17년간 극장을 거친 작품과 박정자, 손숙 씨 등 원로배우의 작품 포스터가 붙어 있다. 문화공간으로 숨쉬어 온 세월이 짙게 묻어난다. 192석 규모의 정미소는 다른 소극장과 달리 무대의 높이가 6m가 넘기 때문에 다채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오를 수 있었다. 윤 씨가 월간지 ‘객석’ 발행인을 지낼 때 객석 사무실이 정미소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개인 자금을 투자해도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지 못해 2013년 객석을 매각했다. 정미소 역시 같은 운명에 처했다. 극장은 마지막 공연까지 약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12일에는 박정자 씨의 ‘꿈속에선 다정하였네’가 공연을 마쳤다. 다음 달 11일부터 22일까지는 굿바이 공연으로 윤 씨의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무대에 오른다. 극장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연극계에서는 정미소의 폐관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한태숙 연출가의 ‘서안화차’, 박상현 연출가의 ‘자객열전’ 등 숱한 의미 있는 작품들이 설치극장 정미소를 거쳐 갔다”며 “독특한 아우라를 갖고 있던 극장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황승경 연극평론가는 “대학로 연극계의 상징적 공간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17년간 극장을 지킨 윤 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굉장히, 굉장히 어려웠다”며 “건물 매각 후에는 매입자가 연극에 엄청난 뜻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혹은 연극쟁이나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소극장이나 연극인을 위한 공간으로는 운영되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겉으로는 유쾌한 그의 웃음 속에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듯한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정미소로 대표되는 대학로 소극장은 연극인들에게 애증이 담긴 존재다. 윤 씨는 “오랜 시간 소극장을 운영해 본 사람은 ‘극장을 지금이라도 불태워 버리고 싶다’고 농담할 정도로 늘 애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원섭섭한 감정을 담아 마지막 말을 했다. “영원한 건 없어요. 그래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00명의 국민이 독립운동가에게 쓴 편지 모음집. 독립운동가 후손부터 현역 의원,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물이 100명의 선열에게 감사와 존경을 담아 편지를 썼다. 모든 편지에는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공적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100인의 위인전을 읽는 듯 흥미롭다. 함께 수록된 풍부한 자료 사진은 그들도 우리처럼 한 시대를 살아간 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책은 독립운동가의 삶을 되새기고 널리 기려야 한다는 당위적 메시지는 물론이고 독립운동가의 직계후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생생한 내용도 담겼다. 임시정부 문화부장인 김상덕 열사의 아들인 김정륙은 “가난함에 술 한 잔도 망설이던 아버지 눈빛” “아버지 코끝에 맺힌 투명한 콧물” 등 애절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타오르는 횃불 사이로 오토바이 추격전이 펼쳐진다. 대형 장대에 올라탄 배우들은 거미처럼 성큼성큼 무대를 누빈다. 극 중 수시로 등장하는 금속 재질의 차가움과 횃불의 따뜻함은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이달 19일까지 열리는 의정부음악극축제의 개막작인 폴란드 극단 ‘비우로 포드루지’의 야외 연극 ‘맥베스’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원작 맥베스를 각색해 인간의 야망이 불러온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보여준다. 극단은 지금까지 50여 개 국가에서 야외 버전의 맥베스를 공연했다. 7일 한국을 찾은 파벨 슈코타크 연출가(54)는 “폴란드와 한국은 모두 전쟁의 아픔, 상처를 겪은 공통점이 있어 작품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며 “10년 전 한국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초연 후 10년이 지났어도 야외 연극은 아직 생소한 장르다. 그는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않을 때 우리가 관객 앞으로 극장을 가져간다는 게 극단의 취지”라며 “시간, 날씨, 주변 건축물이라는 요소만 고려하면 연극은 어디서든 다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를 비롯해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도 가설무대를 차려 공연했다. ‘연극’이라는 단어도 모른 채 생애 처음으로 극을 접하는 관객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든 교감하게 만드는 힘이 연극에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관객이 자유롭게 관람하는 야외극은 극의 원작자인 셰익스피어 활동 시기와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맥베스 연극이 야외에서 공연될 때면 귀족, 평민, 하층민 등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연극을 봤다. 오늘날 야외 연극은 극장이라는 공간 안팎을 구분하지 않으며 누구든 관객이 될 수 있다. 슈코타크 연출가는 “배우들도 매 순간 달라지는 무대와 관객 앞에서 더 생동감 넘치게 연기한다”고 말했다. 작품에 사용하는 10여 개의 장엄한 오페라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는 인류의 폭력성, 잔인함을 더욱 거칠고 광폭하게 표현한다. 극단과 30년째 함께하는 그는 “‘여행사’라는 뜻의 극단 이름처럼 관객을 상상 속 여행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9시, 11일 오후 8시 반. 경기 의정부예총 앞 야외광장(시청 앞 광장). 무료.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법은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운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우수한 성적, 온화한 성격, 뛰어난 체력까지 갖춰 동료의 신뢰를 독차지한 경찰대생 김지용. 그는 어린 시절 흉악범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경찰대에 입학한 뒤 스스로 자경단을 자처하며 법이 제재하지 못하는 범죄자를 찾아가 사적으로 복수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과 범죄자들은 조두순 사건, 아우디 음주 역주행 사건 등 실제 뉴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거의 각색하지 않았다. 웹툰 ‘비질란테(vigilante)’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고발적 메시지를 담은 ‘다크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법의 한계, 성폭력, 가정폭력 등 소재도 다양하다. 웹툰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피해자들과 다양한 사회 주체의 목소리가 조명되면서 독자들은 등장인물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3월 정식 연재를 시작한 웹툰 ‘27-10’이 대표적이다. 제목인 ‘27-10’은 열 살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성폭력을 스물일곱 살이 되어 말한다는 의미로, 가정 내 성폭력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꺼냈다. 성인이 된 주인공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심리상담을 받을 정도로 변화해 자기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작가 AJS는 “시작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어쩌면 영원히 못 할 것만 같던 이야기. 그녀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4월 정식 연재를 시작한 ‘땅 보고 걷는 아이’는 가정폭력과 환영받지 못한 임신, 출산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주인공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10대 소녀지만 이따금씩 어린 시절의 끔찍한 폭행 트라우마로 몸서리친다. 친부모로부터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언어폭력과 폭행을 당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남아 선호로 인한 낙태 문제와 가정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독자들은 “사회의 썩은 부분을 대놓고 찌르는 웹툰” “묵직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깊이 공감하면서도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이라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다크 웹툰의 댓글 창은 작품 속 사례와 비슷한 본인의 피해를 토로하거나 아픈 현실에 분노하는 독자 의견으로 가득 찬다.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 ‘1초’에는 작품보다도 더 열악한 소방관의 처우를 꼬집는 현직 소방관들의 의견도 올라왔다. 독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신한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틴맘’에 대해서는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겪게 될 차별과 고민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가 측은 “독자 의견을 반영해 1회 이후 10대 임신을 더 진지하고 섬세하게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만화평론가)는 “웹툰 독자가 늘고 연령층도 넓어지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는 등 다양한 분야로 주제가 확장되고 있다”며 “장르 특성상 작가가 자기 고백적 서사로 아픈 경험과 트라우마를 털어놓고 치유도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네이버웹툰 리더는 “사회 내 여러 주체의 목소리가 주목받는 만큼 더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법은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운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우수한 성적, 온화한 성격, 뛰어난 체력까지 갖춰 동료의 신뢰를 독차지한 경찰대생 김지용. 그는 어린 시절 흉악범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경찰대에 입학한 뒤 스스로 자경단을 자처하며 법이 제재하지 못하는 범죄자를 찾아가 사적으로 복수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과 범죄자들은 조두순 사건, 아우디 음주 역주행 사건 등 실제 뉴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거의 각색하지 않았다. 웹툰 ‘비질란테(vigilante)’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고발적 메시지를 담은 ‘다크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법의 한계, 성폭력, 가정폭력 등 소재도 다양하다. 웹툰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피해자들과 다양한 사회 주체의 목소리가 조명되면서 독자들은 등장인물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3월 정식 연재를 시작한 웹툰 ‘27-10’이 대표적이다. 제목인 ‘27-10’은 열 살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성폭력을 스물일곱 살이 되어 말한다는 의미로, 가정 내 성폭력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꺼냈다. 성인이 된 주인공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심리상담을 받을 정도로 변화해 자기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작가 AJS는 “시작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어쩌면 영원히 못할 것만 같던 이야기. 그녀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4월 정식 연재를 시작한 ‘땅 보고 걷는 아이’는 가정 폭력과 환영받지 못한 임신, 출산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주인공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10대 소녀지만 이따금씩 어린 시절의 끔찍한 폭행 트라우마로 몸서리친다. 친부모로부터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언어폭력과 폭행을 당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남아선호로 인한 낙태 문제와 가정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독자들은 “사회의 썩은 부분을 대놓고 찌르는 웹툰” “묵직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깊이 공감하면서도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이라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다크 웹툰의 댓글창은 작품 속 사례와 비슷한 본인의 피해를 토로하거나 아픈 현실에 분노하는 독자 의견으로 가득 찬다.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 ‘1초’에는 작품보다도 더 열악한 소방관의 처우를 꼬집는 현직 소방관들의 의견도 올라왔다. 독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신한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틴맘’에 대해서는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겪게 될 차별과 고민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자들은 임신을 한 여학생이 자신의 삶을 염려하기보다 남자친구에게 차일까봐 고민하고 여성 혼자 임신을 책임지는 장면 등이 문제라며 연재 중단을 요구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만화평론가)는 “웹툰 독자가 늘고 연령층도 넓어지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는 등 다양한 분야로 주제가 확장되고 있다”며 “장르 특성 상 작가가 자기 고백적 서사로 아픈 경험과 트라우마를 털어놓고 치유도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네이버웹툰 리더는 “사회 내 여러 주체의 목소리가 주목 받는 만큼 더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노트르담 성당 화재로 저희 출연진, 예술가들 모두가 큰 슬픔에 잠겼죠. 5년 안에 다시 보게 될 성당의 모습을 소망하며 노래할 생각입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한국에서 뮤지컬 콘서트를 연다. 공연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은 연출 필리프 바로(49·사진)는 “공연을 준비하던 중 성당의 화재 소식을 접한 배우들이 슬퍼하면서 한참 동안 서로 위로했다”며 “뮤지컬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이 사건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배우들의 애달픈 연기 안에 녹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8∼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1980년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공연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탄생 40주년을 앞두고 기획됐다. 원작 뮤지컬은 초연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라이선스 공연으로 성공을 거뒀다. 콘서트와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세계적으로 ‘레미제라블 붐’을 일으켰다. 작품은 노트르담 성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는 “핵심 배역인 자베르가 넘버 ‘스타스(Stars)’를 노래하는 장면을 비롯해 다양한 장면에서 파리와 노트르담 성당이 주된 공간적 배경”이라며 “또 원작 소설을 집필한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성당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작가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품의 오리지널팀에 뽑힌 단원들은 사고 이후 어느 때보다도 공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프랑스 오리지널팀 소속 서정시(lyriques) 가수 겸 배우 28명과 40인조 오케스트라 단원이 참여한다. 배우들은 고증을 거친 200벌가량의 19세기 의상을 갈아입으며 뮤지컬 넘버를 노래하고 연기한다. 그는 “서정시 가수 겸 배우들이 전하는 노랫말의 의미와 감성을 느끼는 게 관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바로는 한국에서 수년 전 개봉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큰 인기를 전해 듣고 한국 공연을 꿈꿔 왔다. “한국에 수많은 레미제라블 팬들이 있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오리지널팀 제작진은 오랜 시간 한국에서 공연을 꿈꾸고 있었죠. 내년 전 세계 투어에 앞서 한국 관객이 레미제라블 콘서트의 서정성, 창의성을 느끼고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하길 바랍니다.” 7만∼14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흑자 도예가 김시영의 개인전이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한중일 전통 흑자 재현에 몰두한 초기부터 추상으로 변해가는 최근 작업까지 대형 달항아리, 최신 조각품 등 총 47점을 선보인다. 찻잔 등 소품도 함께 전시되며 새롭게 시도한 ‘3차원 회화’와 ‘추상을 향하는 조각’도 나온다. 작업은 흙과 불이 만나 이뤄낸 형식적 특성에 집중해 진행했다. 6월 15일까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난 소진(消盡)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무대에서 한 점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내 모든 걸 소진하는 게 연극이거든요. 미처 저를 다 태우지 못한 날이면 스스로 얼마나 부끄럽던지….” 원로 연극배우 박정자(77)는 최근 낭독극 ‘꿈속에선 다정하였네’에서 ‘혜경궁 홍씨’로 변신했다.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난 그는 “낭독극인 만큼 관객에게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인물의 감성을 담아 나를 불태우듯 대사를 뱉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앞둔 그는 “잠깐 무대 좀 보고 오겠다”며 손수 음향과 무대를 점검했다. 공연장 안팎을 분주하게 오가며 완벽을 추구했다. “아무리 작은 극장이라도 관객에게 제 연기가 고루 전달되지 않으면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 2층에 제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어 음향을 점검하고 새 장비도 설치했죠.” 작품은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영조의 며느리인 혜경궁이 집필한 ‘한중록’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그의 기억을 따라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대면한다. 배우이자 프로듀서 역할도 겸한 그는 “부부갈등, 남편과 아들의 갈등, 친정의 몰락이라는 비극을 감내해야 했던 여성 혜경궁에게 한(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며 “후대에 그의 말을 전하고 싶어 직접 작가, 연출을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숱한 무대 경험에도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책임감 때문에 “평생 했어도 무대는 점점 더 떨린다”고 했다. 그가 끊임없이 새 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연극을 안 하면 숨이 막히거든요. 6·25전쟁 중인 아홉 살 때부터 극을 접하기 시작했으니 연극은 이미 운명이자 공기처럼 제 안에 들어와 있어요. 그 말 말고는 설명이 안 되네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할머니 역할 오디션에 도전해 캐스팅된 일화도 털어놨다. “우리 때는 오디션이라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영국에서 온 연출가는 베테랑 배우더라도 오디션은 거쳐야 한다고 했죠. 국내 제작진이 난감해할 때 제가 먼저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어요. 제 나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나요.” 배우로서 노력과 도전을 강조하는 그도 타고난 목소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어머니 목소리를 빼닮아 배우로서 큰 무기를 가졌다”고 말했다. 성우로 먼저 연기를 시작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덕택에 지금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원작자도 제가 영어만 된다면 극 중 마녀 역할을 해주길 원했어요. 최근 봉준호 감독 요청에 영화 ‘기생충’ 소개 영상에도 제 목소리를 담았죠. 외모는 변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목소리 덕택에 배우로서 늘 감사하며 삽니다.” 인터뷰 내내 박정자는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혜경궁처럼 하고픈 말이 많은 명성황후의 ‘살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조상들의 원혼이 있다면 저를 내려다보며 고마워하겠죠. 새로운 배역으로 항상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제 인생이야말로 한바탕의 굿거리입니다.” 12일까지. 3만, 4만 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난 소진(消盡)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무대에서 한 점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내 모든 걸 소진하는 게 연극이거든요. 미처 저를 다 태우지 못한 날이면 스스로 얼마나 부끄럽던지…” 원로 연극배우 박정자(77)는 최근 낭독극 ‘꿈속에선 다정하였네’에서 ‘혜경궁 홍씨’로 변신했다.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난 그는 “낭독극인 만큼 관객에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인물의 감성을 담아 나를 불태우듯 대사를 뱉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앞둔 그는 “잠깐 무대 좀 보고 오겠다”며 손수 음향과 무대를 점검했다. 공연장 안팎을 분주하게 오가며 완벽을 추구했다. “아무리 작은 극장이라도 관객에게 제 연기가 고루 전달되지 않으면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 2층에 제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어 음향을 점검하고 새 장비도 설치했죠.” 작품은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영조의 며느리인 혜경궁이 집필한 ‘한중록’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그의 기억을 따라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대면한다. 배우이자 프로듀서 역할도 겸한 그는 “부부갈등, 남편과 아들의 갈등, 친정의 몰락이라는 비극을 감내해야 했던 여성 혜경궁에게 한(恨)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며 “후대에 그의 말을 전하고 싶어 직접 작가, 연출을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숱한 무대 경험에도 그는 긴장의 끝을 놓지 않았다. 책임감 때문에 “평생 했어도 무대는 점점 더 떨린다”고 했다. 그가 끊임없이 새 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연극을 안 하면 숨이 막히거든요. 6.25 전쟁 중인 9살 때부터 극을 접하기 시작했으니 연극은 이미 운명이자 공기처럼 제 안에 들어와 있어요. 그 말 말고는 설명이 안 되네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할머니 역할의 오디션에 도전해 캐스팅된 일화도 털어놨다. “우리 때는 오디션이라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영국에서 온 연출가는 베테랑 배우더라도 오디션은 거쳐야한다고 했죠. 국내 제작진이 난감해할 때 제가 먼저 오디션을 보겠다 했어요. 제 나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나요.” 배우로서 노력과 도전을 강조하는 그도 타고난 목소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어머니 목소리를 빼닮아 배우로서 큰 무기를 가졌다”고 말했다. 성우로 먼저 연기를 시작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덕택에 지금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원작자도 제가 영어만 된다면 극 중 마녀 역할을 해주길 원했어요. 최근 봉준호 감독 요청에 영화 ‘기생충’ 소개 영상에도 제 목소리를 담았죠. 외모는 변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목소리 덕택에 배우로서 늘 감사하게 삽니다.” 인터뷰 내내 박정자는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혜경궁처럼 하고픈 말이 많은 명성황후의 ‘살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조상들의 원혼이 있다면 저를 내려다보며 고마워하겠죠. 새로운 배역으로 항상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제 인생이야말로 한바탕의 굿거리입니다.” 12일까지. 3만·4만 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3년간 공백이라고요? 연극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코미디를 펼쳤던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개그 트렌드를 이끌던 시절, ‘정 여사’ 캐릭터로 인기를 끌며 ‘개콘 간판스타’로 불린 정태호(41)는 어느 순간 TV에서 자취를 감췄다. 누군가는 인기가 떨어져 그가 잠시 휴식을 갖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이 꿈을 위해 연극인으로 변신했다. 최근 만난 그는 서울 홍익대 인근 번화가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정태호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태호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할 때도 늘 머릿속에서는 나만의 무대와 작품을 꿈꾸며 대본을 썼다”며 “누가 뭐라고 하든 지난 3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한 작품은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 끝에 여장 남자의 하숙집 생활 이야기를 발랄하게 풀어낸 연극 ‘그놈은 예뻤다’로 탄생했다. 지난해 3월 막을 올린 후 계속 공연(오픈 런)하고 있다. 관객은 TV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의 진지한 연기와 유머에 빠져 유쾌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연극인으로 변신하기로 결정했을 때 두려움은 없었을까.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에 이를 모두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2∼3분 내외의 짧은 코너에서 소모적으로 소비되는 점이 안타까워 도전을 밀어붙였죠.” 그토록 원하는 무대를 갖게 됐지만 꾸려나가기는 만만치 않다. 연기는 물론 무대 디자인, 조명까지 모든 것을 손수 챙겨야 한다. 임차료를 포함한 소극장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람료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방송 출연 당시 모아두었던 돈과 종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받는 출연료도 소극장에 쓰고 있어요. 무대를 직접 준비해 보니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개그 연기만 하면 됐던 방송이 고맙기도 하더라고요.” 동료들은 그의 도전을 걱정하면서도 힘을 보탰다. 개그 코너를 함께 짜던 송병철, 김대성 등은 ‘웃기면서 좋은’ 무대를 만든다는 취지에 공감해 함께 작품에 출연한다. 정태호는 “개그맨들 중에는 자신의 개그를 선보일 무대만 있다면 어디든 갈 준비가 된 사람이 많다”며 “개그맨이 하는 연극은 ‘우습고 하찮을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코미디’를 100회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일 공연, 4만5000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허영만 화백의 만화 ‘오! 한강(사진)’을 25년 만에 종이책으로 복간해 출시했다. 이 작품은 해방기부터 6·29선언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다룬 만화책으로 당대를 살아간 화가 이강토와 그의 아들 이석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문 장면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대학가에 독재 타도, 민주화 쟁취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과 1995년 단행본으로 나왔으나 이후 절판됐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3년 간 공백이라고요? 연극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코미디를 펼쳤던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개그 트렌드를 이끌던 시절, ‘정 여사’ 캐릭터로 인기를 끌며 ‘개콘 간판스타’로 불린 정태호(41)는 어느 순간 TV에서 자취를 감췄다. 누군가는 그의 인기가 떨어져 잠시 휴식을 갖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이 꿈을 위해 연극인으로 변신했다. 최근 만난 그는 서울 홍대 인근 번화가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정태호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태호는 “개그 콘서트에 출연할 때도 늘 머릿속에서는 나만의 무대와 작품을 꿈꾸며 대본을 썼다”며 “누가 뭐라고 하든 지난 3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한 작품은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 끝에 여장 남자의 하숙집 생활 이야기를 발랄하게 풀어낸 연극 ‘그놈은 예뻤다’로 탄생했다. 지난해 3월 막을 올린 후 계속 공연(오픈 런)하고 있다. 관객은 TV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의 진지한 연기와 유머에 빠져 유쾌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연극인으로 변신하기로 결정했을 때 두려움은 없었을까.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에 이를 모두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2~3분 내외의 짧은 코너에서 소모적으로 소비되는 점이 안타까워 도전을 밀어붙였죠.” 그토록 원하는 무대를 갖게 됐지만 꾸려나가기는 만만치 않다. 연기는 물론 무대 디자인, 조명까지 모든 것을 손수 챙겨야한다. 임대료를 포함한 소극장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람료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방송 출연 당시 모아두었던 돈과 종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받는 출연료도 소극장에 쓰고 있어요. 무대를 직접 준비해보니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개그 연기만 하면 됐던 방송이 고맙기도 하더라고요.” 동료들은 그의 도전을 걱정하면서도 힘을 보탰다. 개그 코너를 함께 짜던 송병철, 김대성 등은 ‘웃기면서 좋은’ 무대를 만든다는 취지에 공감해 함께 작품에 출연한다. 정태호는 “개그맨들 중에는 자신의 개그를 선보일 무대만 있다면 어디든 갈 준비가 된 사람이 많다”며 “개그맨이 하는 연극은 ‘우습고 하찮을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코미디’를 100회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인택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64·사진)이 임기(3년) 내에 국고보조금 비율을 50%까지 높이고 유료 회원 10만 명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30일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 연간 예산 440억 원 중 27%인 120억 원을 국고보조금으로 받고 있다. 이를 국내외 타 예술기관과 비슷한 수준인 50% 이상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인당 연간 10만 원을 내는 유료회원을 10만 명까지 늘린다면 추가로 100억 원을 마련하고 예술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원 확보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학로에서 소극장을 운영하고 영화 및 공연계에서 일하며 40년간 쌓은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것”이라며 “평생 ‘을’로 살았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의 공적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예술의전당이 대관 장사, 임대·주차 사업 등 수익 창출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을 알고 있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해 순수예술과 기획공연·전시에 더 많이 투자하는 제작극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무대 위 갈릴레이의 모습은 달라도 하늘을 바라보며 진실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똑같습니다.” 2019년 봄, 한국 공연계에 노래하는 갈릴레이와 고뇌하는 갈릴레이가 나타났다. 17일 막을 올린 뮤지컬 ‘시데레우스’에서는 정민 배우(37)가 갈릴레이 역을 맡아 진실을 향한 여정을 힘차게 노래한다. 호평 속에 28일 막을 내린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에서는 베테랑 김명수 배우(53)가 진실 앞에서 고뇌하는 갈릴레이를 연기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를 최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숱하게 무대에 오른 두 배우는 이날 처음 만나 “요즘 대세는 갈릴레이인가 보다”라며 조심스레 인사를 나눴다. 갈릴레이를 연기하는 고충을 묻자 이들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연기하기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직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진실에 다가가려는 한 인간의 모습에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며 봇물 터지듯 ‘갈릴레이 토론’을 이어갔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갈릴레이의 내적 혼란과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갈릴레이는 당대의 통념에 반하는 지동설을 계속 주장하거나 철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민은 갈릴레이에 대해 “학자로서 정의감도 있으면서 명예욕도 강한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펼쳐야 하는데 모순적이고 복잡다단한 갈릴레이의 모습 때문에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릿속에서 비슷한 모습의 갈릴레이를 떠올리더라도 두 사람이 연기한 갈릴레이는 사뭇 달랐다. 김명수는 “구시대에 발을 딛고 신시대를 꿈꾸는 경계인의 모습을 표현하며 그가 겪었을 법한 고뇌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정민은 “학문적 혹은 내적인 고민보다는 과학자 케플러와 진실을 위해 한발씩 나아가는 모습 자체를 유쾌하게 노래했다”며 “격한 감정 표현보다는 갈릴레이의 고민을 노래로 차분하게 들려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참 동안 서로의 작품을 논하던 두 사람의 토론 주제는 자연스레 ‘배우의 삶’으로 이어졌다. 서울예술대 선후배인 이들은 “배우로 산다는 게 녹록지 않지만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했다. 김명수가 “공연은 관객과 호흡하는 매력이 엄청나다”고 하자 정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에서 연기하고, 무대 밖에서는 연기를 고뇌하는 우리 모습이 곧 ‘인간 갈릴레이’가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 6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1만1000∼6만6000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