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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대한민국의 중심인 이곳은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정치사회적 열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 됐다. 광화문, 그 앞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을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다시 그 앞에는 긴 칼을 찬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다. 이날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1362만 명)의 국내 최고 흥행 기록을 5년 만에 넘어섰다. ‘명량’은 15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5000만 인구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꼴로 이 영화를 보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교황이 소형차 쏘울을 타는 모습에 반해 나흘 만에 팬 카페가 20개 넘게 생겼다. 16일 시복식은 ‘프란치스코 마법’의 절정이었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남녀노소, 빈부,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하나 된 하루’였다. 노란 리본을 단 유족 400여 명을 포함한 80만 명(교황방한위원회 집계)이 한자리에서 교황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바티칸공식수행취재단 기자들은 한국인의 열광적인 반응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스 르피가로의 바티칸 출입기자인 게누아 장마리 씨는 “지난해 교황의 브라질 세계청년대회는 젊은 가톨릭 신자 중심이었고, 예루살렘에서는 무거운 정치적 긴장이 느껴졌다”며 “한국에서는 신자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교황이 뜨거운 인기를 얻어 놀랍다”고 했다.▼ 프란치스코-이순신 리더십 공통점은 ‘진정성’ ▼‘프란치스코 열풍’과 ‘이순신 신드롬’의 원인은 뭘까. 최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두드러진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우선 꼽힌다. 미국 보스턴글로브의 존 앨런 기자는 “한국인은 빠른 경제성장의 그늘을 치유해줄 따뜻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정치인들로부터 받지 못했던 ‘보살핌’의 느낌을 교황에게서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사회학을 전공한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불안하거나 위기를 느낄 때 사람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끌 강한 리더십을 원한다”며 “세월호 참사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정치인은 없었고 관료는 무능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교황과 장군의 리더십에는 차이가 있다. ‘명량’의 이순신이 죽음을 불사하는 무한책임의 리더십이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낮춘 소통과 화해의 리더십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통점은 두 리더의 진정성”이라며 “이순신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 나라를 구했고 교황 역시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벤트성이 아닌 실천이 감동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들이 사는 방으로 들어갈 때 몸을 굽혀 구두를 벗었다. 당초 교구 측은 서양에선 실내에서도 구두를 벗지 않고 교황이 무릎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구두 위에 신는 덧신을 마련했다. 하지만 교황은 한국의 풍습과 장애아들이 방바닥을 온몸으로 다녀야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배려해 구두를 벗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는 곳마다 소탈하고 격의 없는 자세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비(非)신자까지 열광시키는 교황의 소통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공감 비법을 꼽는다. 눈맞춤(Eye-contact), 진심이 묻어나는 몸짓, 그리고 유머다.○ 낮게 더 낮게…“눈높이를 맞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기 직전, 바티칸 교황청은 동행 취재단에 요청을 해왔다. “교황과 사람들과의 눈맞춤을 막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교황청 대변인실의 마테오 브루니는 “교황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교황은 끊임없이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 광화문 시복식에서도 신자들과 가까이 눈을 맞추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제단 높이를 1.8m로 최대한 낮게 마련했다. 16일 교황이 꽃동네를 찾았을 때 남녀 수도회 대표가 무릎을 꿇고 인사하자 교황은 손짓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워 눈높이를 맞추며 악수했다. 눈맞춤은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는 “눈을 맞추면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백 마디 말보다 진심어린 행동 교황은 언어의 장벽을 넘는 몸짓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순간, 오른손을 맞잡고 왼손을 가슴에 얹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심장 근처에 손을 대는 것은 상대방의 아픔을 자신도 깊이 함께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공감의 뜻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꾸밈없는 동작들은 진심을 느끼게 한다. 정연아 한국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은 “보통 정치인들이 유세할 때는 손바닥을 빳빳하게 펴고 손가락을 모아서 힘 있게 좌우로 흔들어야 카리스마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린 채로 손을 들어 어린아이의 자연스러운 손짓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16일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의 공연을 볼 때 의자에 앉으라는 거듭된 권유를 듣지 않고 계속 서서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자 장애아동들을 꼭 껴안아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대중과 공감하는 유머 권위주의를 탈피한 화법과 유머도 호감을 이끌어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고통스러운 일도 유머로 넘기자”는 말을 자주 했다. 교황은 15일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준비된 영어 원고를 읽다가 즉석에서 “사실 내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poor)”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로 하겠다”고 하자 젊은이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꽃동네에서 예정보다 일정이 늦춰져 기도를 생략한 뒤 교황은 미리 마련된 원고대로 “이 저녁 기도를 바치며, 우리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라고 읽은 뒤 “아니, 부를 뻔했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정정하기도 했다. 강 소장은 “교황은 가만히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눈도 하회탈 같다”며 “젊었을 때 많이 웃은 습관의 산물이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의전 헬기 대신 KTX 열차를 타고 대전을 찾았다. 교황은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참석을 위해 오전 8시 46분 서울역에서 KTX 4019호를 타고 9시 42분 대전역에 도착했다. 악천후 등으로 헬기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코레일이 마련한 임시 열차로 쉬는 역 없이 50여 분 만에 대전으로 직행했다. 교황은 2∼5호 특실 가운데 4호 객차를 이용했는데, “빠른 기차는 처음 타봤다”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경호를 위해 나머지 3개 특실은 비워둔 채 운행했지만 일반 객실에는 승객 500여 명이 탑승했다.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대전의 날씨가 구름이 많고 바람이 강해 헬기 대신 KTX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교황이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 타고 들어간 ‘포프모빌’(교황이 타는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흰색 싼타페였다. 지붕을 들어내 개조한 오픈카로 내부 좌석은 3열이다. 교황은 두 번째 열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한편 16일 교황이 충북 음성군 꽃동네 방문과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식에서 탈 포프모빌은 기아차의 카니발로 알려졌다. 대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김현지·최예나 기자}

15일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 주변에는 교황이 도착하기 전부터 환영 인파가 몰려들었다. 하늘이 흐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맑았으며, 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20대 중반의 각국 젊은이들은 행사장 안팎에서 성가를 부르거나 미리 준비한 “비바 파파 프란치스코(VIVA PAPA FRANCISCO)” 또는 “진짜 친구 교황님 프란치스코”라고 쓰인 푯말을 흔들며 교황을 기다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아시아 지역의 젊은이들이 모여 가톨릭 신앙인으로서의 영적 체험과 함께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다. 환호 속에 성지에 들어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생가에 먼저 들렀다. 교황은 초가집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약 1분간 기도를 올린 다음 하얀 천으로 된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생가 방문을 마친 교황이 행사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일반 시민과 대회 참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교황은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아기를 발견한 교황은 걸음을 두 번 멈추고 아기 이마에 입을 맞추거나 양 볼을 맞대며 볼키스를 나눴다. 교황이 5시 10분경 행사장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6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비바, 파파!”를 크게 외쳤다. 마침내 천주교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가 “우리의 친구이자 연인이신 프란치스코 교황이십니다”라고 소개하자 “꺄∼악!” “와∼”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설적 록스타의 아시아 순회공연장 모습을 연상시켰다. 교황은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이어 아시아 젊은이들에게도 21세기 최고의 스타로 받아들여졌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젊은이들의 전통 공연에 이어 캄보디아 홍콩 한국 대표 청년들이 각자의 고민을 교황에게 질문했다. 이들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교황은 이따금 종이에 무언가를 받아 적기도 했다. 연단에 오른 교황은 답변을 하다 갑자기 “잠시 침묵 중에 평화와 화해와 통일을 위한 기도하자”며 10초간 눈을 감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침묵의 기도를 제안했다. 교황의 파격은 젊은이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들의 질문에 대해 영어로 답변하다 답답한 듯 원고를 덮었다. 그러면서 교황은 “연설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탈리아어로 꿈을 꾼다”며 이탈리아어 답변에 대한 통역을 부탁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여학생 스마이 씨는 “수녀가 되고 싶어 한국에 유학 왔지만 가난한 부모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성직자가 되길 포기하고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홍콩에서 온 청년은 “중국 본토에서도 교회가 발전하기 위해 청년들이 가질 사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무엇보다 교황은 손자뻘인 젊은이들의 고민에 대해 자상한 할아버지와 같은 따뜻함으로 응대했다. 교황은 “저는 수녀로서의 삶을 계속 살 것인지, 공부를 더 해서 다른 사람을 도울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우리는 종교적인 수도자로서의 삶을 지향하듯, 평신도로서의 삶을 지향하듯 언제나 다른 이들을 향한 마음을 갖도록 초대를 받고 있으며 또한 주님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도하다 보면 응답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인 여학생의 질문이었다. 교황은 “한반도에 형제와 가족들이 서로 갈라지고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픔을 나도 크게 느끼고 있다”며 “나는 언제나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두 형제들이 언젠가는 하나로 뭉치고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두 형제가 갈라져 있는데 그중에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장에서 만난 대학생 장윤혁 씨(27)는 “교황께서 건강하셔서 지금처럼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쁜 마음을 밝혔다. 일주일이나 걸려 교황을 위한 푯말을 준비했다는 임지혜 씨(29·여)는 “교황님께 ‘Coraggio avanti gen(용기를 내어 앞으로)’이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우리 젊은이들한테도 교황님께도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시간 반에 걸친 청년대회 행사를 마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헬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예정에 없었던 서강대 방문을 했다. 교황은 서강대 사제관을 찾아 40여 분간 100여 명의 예수회 한국관구 신부 및 수사들과 환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출신의 첫 교황으로 서강대는 예수회가 설립한 대학이다. 당진=전승훈 raphy@donga.com / 최혜령 기자}

‘아이들 머리에 입 맞추고… 신자들의 손을 잡고…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방한 이틀째를 맞아 한껏 대중과 호흡하며 축복과 은총의 행보를 이어갔다. 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 반경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서 6000여 명의 참석자를 향해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받고 있고 이런 세상에는 하느님의 자리가 더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가고,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교황은 오전 10시 반경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며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 시작 전 제의실(祭衣室)에서 10여 분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 8명과 생존 학생 2명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이들의 얘기를 차례로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교황은 대축일 미사 삼종기도에서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 이 국가적인 대재앙의 결과로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기원했다. 한편 교황방한위원회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 씨가 교황에게 가톨릭 세례를 요청했고, 교황이 이를 받아들여 16일 서울 교황청대사관에서 비공개로 세례식을 집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그의 동료 123위에 대한 시복 미사를 집전한 뒤 오후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다.대전=이기진 doyoce@donga.com당진=전승훈·최혜령 기자}

14일 한국 땅을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한반도의 평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남북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평화의 씨앗”이라며 “이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면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교황에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고 통일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청와대 연설에서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평화의 부재(不在)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이 땅 한국에서는 이러한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들릴 것”이라며 “한국의 평화 추구는 한반도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大義)”라고 치하했다. 지난해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이날 한국을 찾았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까지 4박 5일간 100시간 가까이 한국에 머물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연설에서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진시켜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어 가는 끝없는 도전”이라며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며,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과 동북아가 대화를 통해 역내 평화를 실현하라고 축원한 것이다. 교황은 박 대통령 등 한국 지도자들에게 ‘소통과 대화, 협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그동안 우리 국민은 세월호 사고의 아픔과 젊은 병사들의 죽음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교황의 방문으로 국민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의 방한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의 통일 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핵 없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교황을 비롯해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염원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세계 취재진 70명과 인사를 나누며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의 비극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한국 방문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교황 방한 전세기=전승훈 특파원 }

마주 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은 무척 부드러웠다. 따뜻했다. 비행기 창문에서 새어 들어온 빛이 교황의 하얀색 수단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악수를 마치고 교황의 해맑은 미소와 마주친 순간 멍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는 교황의 귀에 대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많은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교황님의 방한은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에 교황은 친근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예,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한 한국행 비행기가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이륙한 지 약 40분이 흐른 시점. 교황이 취재진과 공식 수행단 사이를 가로막은 기내 칸막이를 열고 나타나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박수가 쏟아졌다. 교황은 3분간 짤막한 인사말을 마친 후 전세기로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날 비행기에는 본보를 비롯한 주요 외신기자 70명이 동행했다. 일부 기자는 교황과 함께 셀프 카메라 사진을 찍는가 하면, 볼 키스를 나눴고 미리 준비해온 묵주, 십자가 등의 성물에 교황의 축복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교황이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 분. 이는 전임 교황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모습이라고 교황청 관계자가 전했다. 교황은 이날 기내에서 숙연한 분위기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교황이 마이크를 잡기 전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이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하던 이탈리아 출신 AP통신 사진기자 시모네 카밀리의 사망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방금 들었듯이 여러분의 동료가 오늘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며 “이것은 전쟁의 비극”이라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무거웠던 분위기는 교황의 농담으로 일순간 떠들썩한 분위기로 반전됐다. 교황은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구약성서에서 다니엘 선지자가 사자굴 속에 갇혔어도 살아남았던 것처럼 나도 결코 ‘사자굴’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사자굴’에 비유한 이 농담에 기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교황의 방한 전세기인 알리탈리아 항공기(AZ4000)에는 승객용 좌석의 헤드커버나 기내식 메뉴에도 교황의 문장을 수놓은 천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 외에 교황을 위한 침대나 회의실 같은 특별한 내부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기내에서 제공된 식사도 교황부터 취재기자단까지 모두 같은 음식이 제공됐다고 승무원들이 밝혔다. 교황 방한 전세기=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빈자(貧者)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10시 반 서울공항으로 입국한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역대 세 번째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교황은 현지 시간 13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알이탈리아 항공 AZ 4000 특별 전세기편으로 왼손에 검은 가방을 직접 들고 탑승했다. 이탈리아 국기와 교황 문장이 장식된 비행기에는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 약 30명의 공식 수행단을 포함해 100여 명이 탑승했다. 현지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공항에는 교황의 출국을 알리는 안내가 없어 이용객 대부분은 출국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공항 측은 X선으로 가방을 검색하는 평상시와 달리 손으로 일일이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살폈다. 기자단과 수행원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오르면서 전세기는 한국으로 향했다. 교황청은 출발에 앞서 기내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전세기가 영공을 통과하는 중국과 몽골, 러시아 등 10개국에 대해 인사말을 전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영공을 통과하는데 중국에 신의 가호와 평화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날 비행기에는 동아일보를 비롯해 CNN, ABC, AP, 르피가로, 보스턴글로브 등 70명 안팎의 각국 취재진도 탑승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아시아 방문길을 동행 취재한다. 교황의 전세기엔 일등석 없이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만 있다. 78세의 교황은 다른 공식수행단과 똑같이 비즈니스석 첫 줄에 앉아 11시간 반 동안 비행한다. 교황은 4박 5일간의 방한 기간 동안 20여 개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한국에서 세월호 사건 생존자 및 유가족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아픔을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교황 방한 메인프레스센터 축복식 강론에서 “교황 방한은 한국 교회와 사회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교황의 방한을 환영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전 서울공항으로 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영접한다. 1984년과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도 전두환,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3부 요인이 공항까지 나가 영접했다.로마=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김갑식·이재명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의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는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특히 25년 만에 이뤄지는 교황의 아시아 방문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순례객이 많이 보였다. 8월은 원래 로마 교황청의 휴가 기간이다. 역대 교황들은 휴가를 로마 인근 호반 도시인 카스텔간돌포 여름 별장에서 보내왔다. 그러나 교황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신 바티칸 내 여행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직접 차를 끓여 마시며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한국 방문에도 파격 행보 바티칸 교황청 프레스센터에서는 12일 오후 3시(현지 시간)에 교황 전세기에 동승하는 총 68명의 한국 언론과 외신기자들을 위한 브리핑이 열렸다. 교황이 방한 때 타고 갈 전세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교황은 13일 오후 4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전세기(알이탈리아 항공의 에어버스 A330)를 타고 출발해 14일 오전 10시 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해외 방문 시 교황은 이탈리아 국적기인 알이탈리아 전세기 편으로 출발했다가 방문국의 국적기로 귀국하는 게 관례다. 이번에도 교황은 귀국 길엔 대한항공(KAL) 특별기를 탄다. 교황의 전세기에 언론은 ‘셰퍼드 원(Shepherd One)’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성경 구절의 ‘착한 목자(Good Shepherd)’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따왔다. 하지만 에어포스 원과 달리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침대나 첨단장비를 갖춘 회의실 같은 것은 없다. 교황은 전세기에 어떤 특별한 공간을 만들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한국으로 떠날 때도 공항에서 환송예식을 생략하고 간소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공항에는 바티칸시국 주재 62개국 외교사절의 단장을 맡고 있는 모로코 대사와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단 2명만 참석한다. ▼교황 中영공 통과때 관계개선 메시지 주목▼주바티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교황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주는 ‘화동(花童)’을 제안했으나 ‘뜻은 고맙지만 굳이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이 이번에도 가방을 직접 들고 비행기에 오를 것인가도 관심사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할 때 교황이 검은색 짐 가방을 직접 들고 비행기 계단을 올라 화제가 됐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교황이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높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방한 때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전쟁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군비 경쟁 대신 평화에 힘쓰며 화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세기, 중국 영공 최초 통과 교황의 전세기가 상공을 통과하는 나라를 지날 때마다 교황은 해당 국가의 지도자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내놓는 게 관례다. 이번 방한 때는 중국 영공을 통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황이 60여 년간 외교관계가 단절됐던 중국에 보낼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미국 ABC방송이 전했다. 1989년 한국을 방문했던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경우 중국 영공을 통과하려 했으나 중국 측의 반대로 소련(현 러시아) 영공을 통과했다. 당시 요한 바오로 2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라디오를 통해 인사말을 전하며 조만간 모스크바도 방문하길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바티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14∼18일 방한 기간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난다. 교황이 14일 청와대를 예방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류 장관이 배석하기로 한 것이다. 교황청 측이 한국의 통일부 장관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 장관이 배석하는 형식이지만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류 장관에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무교’지만 1965년 가톨릭 재단인 성심여중 시절 영세를 받아 ‘율리아나’란 세례명을 갖고 있다. 류 장관은 특정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이다. 청와대는 교황의 방문과 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를 연계해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드레스덴 제안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뒷받침하는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사흘 뒤 18일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즉위 1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 부활대축일 미사에서 “아시아에 평화가 있기를, 특히 한반도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길 빈다”고 기원했다. 올해 초 신년연설에서는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 교황 개성공단 방문 - 남북 합동미사는 불발 ▼그러나 이번 방한 기간에 교황의 개성공단 방문이나 북한 관계자들의 남측 방문 및 남북 합동미사는 사실상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개성공단 방문설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북한 신자들이 오지 못할 경우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실무선에서의 검토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교황청 측이) 공식 타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사흘 앞둔 로마 바티칸에서도 교황이 ‘평화의 사도’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해오셨다”며 방한 시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화해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 바티칸=전승훈 특파원}
프란치스코 교황의 14일 한국 방문을 사흘 앞두고 로마 바티칸 교황청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교황청 산하의 바티칸라디오는 9일(현지 시간)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 이후 25년 만에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며 “역대 교황의 세 번째 아시아 순방이며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후 세 번째 해외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매체는 “교황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한반도 분단과 화해 문제는 교황 방문 기간 내내 가장 중심적인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와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사실상 주관하는 가운데 교황의 동선과 경호, 의전 등에 대해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지역은 130여 개 성당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앞 사거리 등에 환영 플래카드가 걸렸고, 유성 나들목과 월드컵경기장 인근에는 대형 홍보탑이 세워져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청주교구는 교황 방문지인 꽃동네에 약 3만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꽃동네 운동장에 몽골텐트 100여 개를 설치하고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 9대도 갖춰 교황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한편 대통령경호실은 프란치스코 교황 전담팀을 별도로 만들어 일정 전체의 경호를 맡는다. 교황이 방탄차를 거부하고 시민들과 자주 접촉하기를 희망해 교황 경호팀은 각별히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실전’에 돌입했다. 1일부터 경찰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서울 대전 등 주요 방문 지역별로 2, 3차례씩 사전 모의훈련(FTX)을 진행했다. 11일부터는 24시간 근무체제가 가동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대전=이기진 doyoce@donga.com / 청주=장기우 기자 }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지하드 전사가 돼라. 아니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이라크 북부의 야지디족 주민 타리끄 씨(33)는 3일 오전 9시경 이 같은 ‘최후통첩’을 받았다.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집 문을 두드리더니 총을 겨누며 한 말이다. 인구 70만 명의 야지디족은 인종적으로는 쿠르드족이지만 종교는 조로아스터교(배화교), 기독교, 이슬람 등의 교리가 복합된 고유의 종교를 갖고 있다. IS는 이미 이라크 제2도시 모술 등지에서 개종을 거부하는 야지디족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수한 바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타리끄 씨는 가족과 함께 신자르 산꼭대기까지 피신했다. 타리끄 가족처럼 집단학살의 위험을 피해 신자르 산악지대로 숨어든 야지디족 주민들은 4만여 명. 하지만 식량과 물이 턱없이 부족해 집단아사 위기에 직면했다. CNN은 야지디족 주민의 말을 인용해 “시체 500∼1000구가 나뒹굴어 굶주린 개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산악지대에 고립된 야지디족을 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4만 L가 넘는 식수와 5만2000명분의 비상식량을 수송기편으로 공수했다. 영국 국방부도 10일 구호물자 공수 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에볼라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약효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용 치료제 투여를 놓고 의료 윤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1000명에 가까운 아프리카인이 이미 숨졌고 그 두 배가 되는 환자들이 대책 없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왜 미국인 환자 2명에게만 치료제가 투여됐는지, 치료제가 더 있다면 누구에게 먼저 제공해야 하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켄트 브랜틀리 씨(33) 등 미국인 2명이 최근 Z맵(ZMapp) 주사를 맞고 상태가 호전되자 이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고 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톨버트 니엔스와 라이베리아 보건부 차관은 “우리나라에는 ‘치료제가 없다더니 미국인들은 치료를 받느냐’는 비난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측에 Z맵 제공을 요청하고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 “다음주 초 Z맵 등의 투여를 놓고 긴급 윤리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Z맵이 아직 정식으로 생산되지 않고 보관과 이동마저 어렵다는 점이다. Z맵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이 약은 냉동 상태로 현지에 보내져 최소 8∼10시간 동안 상온에서 해동해야 한다. 브랜틀리 씨 등 두 미국인은 발병한 지 최대 9일이 지나 주사를 맞았다. 미 보건당국은 치료제 투약을 승인했지만 WHO에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에 대한 사용 규정이 없다.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동 발견한 페터 피오트 런던 열대위생의학연구소장은 “에볼라가 서구 국가에서 확산됐다면 해당 국가 보건당국은 5개월 동안 기다리지 않고 환자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이 약을 사용할 기회를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HO가 실험용 치료제를 사용하기로 결정해도 매우 부족한 약을 남녀노소 에볼라 환자 중 누구에게 먼저 주느냐도 풀어야 할 난제다. 아서 카플란 뉴욕대 교수는 “배급량이 적은 치료제를 나눠줄 국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약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직 WHO 윤리위원인 낸시 카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죽음 앞에 놓인 환자는 잃을 것이 없다는 식으로 신약을 원하지만 신약 후보물질의 위험성은 환자는 물론이고 외부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고 전문가들이 사용 허가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WHO는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위원회를 열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국제적 위기 상황으로 보고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시에라리온을 다녀온 뒤 에볼라 의심 증세를 보이던 남성이 숨지고 스페인도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신부를 데려오면서 중동과 유럽까지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DC는 6일 에볼라 바이러스 경보단계를 최상위 단계인 ‘레벨1’로 격상했다. CDC가 경보 단계를 이처럼 격상한 것은 2009년에 발생한 H1N1 인플루엔자(신종인플루엔자A) 확산 이후 처음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온 세계가 한국 교회의 건립을 위해 생명을 바친 조선인, 프랑스인, 중국인 순교자들을 공경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음악은 국경과 언어, 문화를 넘었던 순교자의 길을 되새기게 해 줄 것입니다.”(미셸 롱상 파리외방전교회 대표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인 신부의 기도문을 세계 10개 언어로 번역한 성가가 담긴 음반을 출시하기 위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소속 각국 성악가들이 뭉쳤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의 모임인 세실협회(대표 김혜영)가 노트르담 대성당 소속 성악가들과 함께 녹음한 성가 음반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가 8일 인터넷과 CD, DVD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된다. 녹음 작업에는 한국의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리톤 송기창을 비롯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소속의 성악가들이 참여했다. 프랑스 발모비에 시립음악원 교수인 장루이 세르(프랑스어 독일어)와 루실 리카르도(이탈리아어), 란돌 로드리게스(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뤼니 룽(중국어), 곤노 아키코(일본어)와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한국어) 등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됐다. 이 음반은 일본 도쿄 한인성당 주임신부인 이해욱 신부의 기도문을 가사로 삼았다. 6년 전 갑상샘암으로 목소리를 잃었던 이 신부는 지리산에서 수개월간 기도를 하며 느꼈던 신의 은총을 기도문에 담았다. 여기에 작곡가 김효근 이화여대 교수가 곡을 붙여 8분짜리 클래식 가곡으로 탄생했다. 기도문 번역에는 각국 성직자들이 힘을 모았다. 파리외방전교회의 올리비에 텔리에 신부, 일본 도쿄성당의 야마모토 료타로 신부, 프랑스 예수회 소속 각국 신부들이 기도문을 번역했고 파리고등사범음악원 출신 작곡가 스파니시 라파엘마, 프랭크 프레보가 가사로 만들어냈다. 이 곡은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서 열리는 ‘103위 한국 순교성인 시성 30주년 기념행사’ 초청 콘서트에서도 연주될 예정이다. 음악평론가 정남희 씨는 “하나의 언어로 소통했던 인류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은 인간의 오만과 탐욕으로 인한 결과라고 성서에 기록돼 있다”며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10개 언어로 번역 녹음된 이 성가는 바벨탑 이전 세계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천주교 새 성가책 편찬위원인 윤용선 신부(부산 용호성당 주임)는 "다른 언어로 같은 뜻을 전하는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가 되길 바라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음반"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백악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에게 9월에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엔의 인권 분야 최고 수장인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진)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항구적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를 면담한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관련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백악관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할머니들에게 9월에 백악관을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5일(현지 시간) 확인됐다. 폴렛 애니스코프 미 백악관 공공업무 국장은 지난달 30일 할머니들과 면담한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더 많은 백악관 인사를 초대해 할머니들을 9월에 다시 한 번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백악관을 다시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9월 면담에는 국가안보회의(NSC) 등 백악관 외교안보 관계자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일본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패트릭 벤트렐 백악관 NSC 대변인은 이날 “1930, 40년대 성을 목적으로 여성을 인신매매한 행위는 개탄스러운 것이며 중대한 인권 위반 행위”라며 위안부 문제를 인권 문제로 접근하겠다는 기존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필라이 대표는 6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0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정부에 전시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촉구했다”면서 “내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용감한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배상과 권리 회복 없이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 분야 수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이처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일본 정부에 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개 사과와 배상을 권고한 데 이어 필라이 대표까지 직접 나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함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필라이 대표는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된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파리=전승훈 특파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집트의 중재로 5일 오전 8시부터 사흘(72시간)간 휴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군을 가자지구로부터 완전 철수해 한 달간 이어진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마무리 짓고 ‘방어’ 태세로 전환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185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땅굴을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중동 국가들뿐 아니라 우방인 미국으로부터도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는 전쟁범죄자로 비판받는 처지에 몰렸다.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 덕분에 당분간 휴전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이번 전쟁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은 아니어서 오래가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이 2008, 2009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 대규모 지상군이 투입됐던 2008, 2009년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고 전했다. 제반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같은 충돌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양측의 두 차례 충돌은 ①하마스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강력 대응 ②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③하마스의 재공격 ④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⑤유엔 개입 ⑥휴전 순으로 전개됐다. 이 때문에 2008, 2009년 휴전 이후 5년 만에 또다시 충돌이 일어난 것처럼 이번 휴전 합의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선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항상 제자리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도는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는 말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5년 전 충돌과 다른 점도 꽤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은 2008, 2009년 가자지구 침공 당시 하마스 로켓을 대거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하마스의 공격용 터널을 찾아 파괴하는 데 주력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지상군 투입으로 ‘하마스 땅굴’ 32개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재래식 땅굴에 노이로제 반응을 보여 왔다. 전쟁사학자인 제럴드 디그루트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땅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쪽이 첨단 무기로 잘 무장된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싸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전이 아니라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데 땅굴만큼 좋은 수단이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6월 팔레스타인 하마스 병사들이 땅굴을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해 19세의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생포했다. 당시 작전에 걸린 시간은 6분에 불과했지만 하마스는 샬리트를 5년 이상 감금하다가 결국 팔레스타인 죄수 1027명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립 양상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길게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의 유엔학교 포격을 두고 3일 이례적으로 “수치스럽다. 경악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하루 한 개의 사과가 푸틴을 쫓아낼 수 있다!” 요즘 폴란드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데없이 사과를 먹는 셀카(셀프카메라·자가 촬영) 사진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격추 사건 뒤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폴란드에 ‘사과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일 폴란드 사과에서 과도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폴란드의 과일과 채소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 찬성한 자국에 보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4억3800만 유로(약 6073억 원)의 사과 수출액 중 75%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수입을 금지하자 폴란드 사과 재배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폴란드 경제일간 ‘풀스비즈네수’는 사설을 통해 ‘하루에 사과 한 개씩 먹기’ 운동을 제안했고 범국민운동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페이스북에는 ‘사과를 먹어 푸틴 골려주기(Jedz Jablka Na Zlosc Putinowi)’라는 이름의 계정이 등장했다. 폴란드 농업장관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사과 먹는 셀카 사진을 올리고 있다. 바르트워미에이 시엔키에비치 내무장관은 TVN24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폴란드가 피를 흘리는 것보다는 사과 값을 지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폴란드 최대 슈퍼마켓인 ‘폴로마켓’은 “범국민적인 사과 소비 캠페인에 동참한다”고 밝히면서 사과를 재료로 한 각종 요리법을 소개했다. 특히 사과 발효주인 ‘사이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주말 바르샤바 시민의 절반 이상이 사과술에 취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운동을 제안했던 언론인 그세고시 나바츠키는 “폴란드의 연대(Solidarity) 정신이 살아있고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주변국과의 분쟁 때마다 ‘위생 문제’를 이유로 무역보복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소유한 회사의 초콜릿 수입을 금지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우크라이나의 콩, 옥수수, 해바라기, 유제품 수입을 금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대피 중인 유엔 학교를 세 번째 공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지상군을 철수시키고 있는 이스라엘은 4일 7시간 동안의 한시적인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인도주의적 휴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은 그들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휴전 선언은 전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유엔 학교가 공격을 받은 이후 나왔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 학교에 있던 유엔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전쟁범죄 행위”라며 “제발 광기를 멈추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의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수치스럽다. 무장 세력의 공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수많은 민간인을 위협하는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우방국인 이스라엘을 이례적으로 맹비난했다. 한편 이스라엘군 대변인 피터 러너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 연결 통로로 사용하기 위해 파놓은 땅굴 30여 개를 찾아내 파괴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지상군 대부분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자치정부 지도자들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나 가자지구의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 하마스 지도자 칼리드 마슈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휴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헬무트 콜 전 총리(84)가 자신의 육성 증언 녹음테이프 소유권을 두고 회고록 대필 작가와 벌여온 소송에서 이겼다. 쾰른 소재 연방고등법원은 언론인 출신 대필 작가 헤리베르트 슈반이 지녔던 테이프의 소유권이 콜 전 총리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독일 일간 디벨트가 2일 보도했다. 콜 전 총리는 1심에 이어 이번에도 이겨 소유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슈반은 2001, 2002년 독일 남부 루트비히스하펜에 있는 콜 전 총리의 자택에서 105차례 만나 증언을 녹음했다. 총 135개의 테이프에 630시간 분량이다. 콜 전 총리는 2008년 뇌중풍으로 쓰러진 이후 말을 하거나 거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 녹음은 콜 정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지막 자료”라고 평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유엔학교 인근에 3일 이스라엘군이 쏜 포탄이 떨어져 최소 10명의 주민이 죽고 36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의료진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유엔학교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학교는 팔레스타인 주민 3000여 명이 피신해 있는 곳이다. 한 목격자는 “사람들이 줄서서 배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미사일 한 발이 학교 정문 부근에 떨어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4일과 30일에도 가자지구에서 유엔이 난민캠프로 사용하는 학교에 포격을 가했다. 당시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전쟁범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로써 지난달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1762명이 목숨을 잃고 9200여 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군인 64명이 교전 중 사망했고 민간인 3명이 숨졌다. 특히 이번 포격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키는 가운데 발생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다시 악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마스는 “가자 봉쇄 해제 전까지 항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2일 가자 동쪽에 있던 탱크 등 일부 병력을 이스라엘 접경지역으로 재배치했다. 또 피란 중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모세 얄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일부 병력이 가자에 남아 터널 파괴 작전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