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바라카 원전을 짓고도 3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정비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데 실패하면서 원전 산업을 수출 돌파구로 삼으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과 이번 수주가 무관하다고 설명하지만 한국의 에너지정책 기조가 바뀜에 따라 UAE 측이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장관의 수주전 지원에도 ‘반쪽 계약’ 전락 한국은 2015년 한전KPS 단독으로 UAE 측과 장기정비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2017년 2월 나와에너지 측이 한전KPS와의 수의계약을 포기하고 국제경쟁입찰로 협상 방식을 바꿨다. 이후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으로 영국, 미국 업체와 경쟁해왔다. 지난해 11월 나와 측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프랑스 전력공사와 1000만 달러 규모의 장기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정비계약 수주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을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해 12월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에 이어 올해 1월 성윤모 장관이 현지를 방문해 지원 사격을 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UAE 측이 한국전력에 자회사인 한수원이 바라카 근무 인력을 교체한 것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핵심 인력을 철수시켰다”며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한국의 원전 수주전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때그때 주문 내는 방식, 알짜사업서 밀릴 우려 안전이 중요한 원전사업의 특성상 원전 정비는 원전 운영의 핵심 사업이다. 정부는 이번 정비계약 체결로 UAE와 건설, 설계, 운영, 정비 등 원전 운영 전반에서 협력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수주 결과를 자화자찬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현 계약에서 한국의 입지는 하도급 업체와 비슷하다. 나와 측이 한국 고유 기술로 지은 원전의 정비를 다른 국가 정비업체에도 나눠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전 정비는 일상적인 정비와 원전 가동을 아예 멈추고 진행하는 계획예방정비로 나뉜다. 나와 측이 한수원 컨소시엄에 모든 정비를 한꺼번에 맡기지 않고 정비 수요가 생길 때마다 주문을 내기로 하면서 투입 시간, 인력 등이 훨씬 더 큰 알짜 사업인 계획예방정비를 맡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주 사업자인 나와에너지 측이 정비와 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UAE 당국이 명시하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 고위직이 현지에 파견돼 물량 수주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비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 “한국 원전 기술력 줄어들까 우려” 현재 한국은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원전 사업자인 뉴젠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청산되면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사우디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원전 강국이 대거 참여하며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원전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탈원전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나와 측은 한수원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비 파트너 선정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성 장관도 “UAE가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바라카 원전 사업을 연계해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탈원전 정책이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아도 원전 수입국 입장에선 이런 정책 기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계약은 UAE 측이 앞으로 한국이 탈원전 정책으로 관련 기술력을 잃을 것에 대비해 대안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번 결과가 다른 나라에 대한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최혜령·송충현 기자}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을 운영하면서 1000억 원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효성그룹이 해외 법인에서 받아야 할 기술 사용료를 실제보다 줄여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본사의 특허기술을 해외 현지법인이 무료로 사용하거나 시중가격보다 싸게 이용하는 것을 역외탈세의 대표적 수법으로 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효성이 축소 신고한 금액은 약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은 베트남 현지에서 섬유와 산업자재를 만드는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효성 측은 “조세 포탈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생긴 수익을 얼마나 갖고 올 수 있는지에 대한 국가 간의 문제다. 법은 어긴 게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국세청은 효성 측이 오너 일가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하거나 회장 사저에 각종 설비를 설치할 때 회사가 돈을 댄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이번 역외탈세 혐의는 이와 별개로 역외탈세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달 역외탈세 혐의가 큰 법인들을 세무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지난달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1호기 제어봉 측정 실험 중 열 출력이 급증한 사고는 근무자들의 실수와 조작 미숙으로 생긴 ‘인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당초 우려됐던 방사능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내놓았다.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사건과 관련해 자격증이 없는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특별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한빛 1호기 제어봉 성능 실험 과정에서 열 출력이 제한치인 5%를 넘어 18%까지 급증한 것은 조작을 담당한 한수원 직원의 계산 실수 때문이었다. 제어봉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로 제어봉을 원자로에 넣으면 중성자를 흡수해 열 출력이 낮아지고 제어봉을 끄집어내면 핵분열이 늘어 출력이 높아진다. 사고 직전 근무자들은 8개 묶음으로 구성된 제어봉이 다 함께 움직이지 않자 제어봉의 높이를 조절하려 했다. 이때 근무자들은 열 출력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실제보다 열 출력이 낮은 것으로 계산을 잘못했다. 그 결과 제어봉을 원자로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뺐고 이 과정에서 열이 급속도로 올라갔다. 원안위 관계자는 “열 출력을 계산하는 몇 가지 산식이 있는데 당시 근무자가 산식을 잘못 이해했다”며 “제어봉의 성능을 측정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는데 14년간 사용하지 않은 방법을 쓴 것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됐던 핵연료 손상 등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고 원안위 측은 밝혔다. 원안위는 추가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한 종합조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21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한 이유는 이사회 내부에서 배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상과 달리 한전 이사회가 결정을 보류하자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7월부터 시작하려던 여름철 전기료 인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한전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는 배임 여부에 대해 로펌에 문의한 법률해석 결과를 공유한 뒤 회의에 임했다. 일반적으로 오전에 열리는 이사회는 상정안건을 처리한 뒤 점심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한 채 오후 2시 30분까지 진행됐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한전 사장 등 상임이사 7명과 김태유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한전 이사회에 올라간 안건은 이사회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한전 측이 사외이사 중 한 명의 찬성표만 얻어도 누진제 개편안은 통과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사회를 추가로 열어 누진제 개편안을 재논의하기로 한 이유는 배임 소송에 대한 이사들의 우려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측 인사들은 그래도 누진제 개편안에 찬성하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전 별도로 모여 의결 여부를 논의할 정도로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사회 내부에선 배임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정부가 한전이 입을 손해액을 어떻게 보전할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전은 정부 재정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매년 한전이 손실을 보는 구조의 전기요금 개편안을 의결하면 소액주주들이 준비하는 배임 소송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보고 로펌 2곳에 법률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현 정부 들어 적폐청산 과정에서 동원된 배임죄 적용이 역으로 정부 정책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실제로 로펌에 보낸 질의서에서 “최근 대법원의 강원랜드 이사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비추어 볼 때 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내리는 방향으로 이사회가 결정하면 소액주주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최근 엄격해진 배임에 대한 잣대에 따라 이사들의 걱정도 커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사회가 결정을 연기하자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사회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누진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지난해처럼 소급 적용해 7, 8월분 전기요금 인하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다음 달부터 매년 7, 8월 주택용 전기료를 할인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시켰다. 한전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을 내렸을 경우 이사진이 업무상 배임으로 걸릴 수 있어서다. 현 정부 들어 적폐청산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 배임 이슈가 되레 정책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1일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서울대 공대 명예교수)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며 “추후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7명과 비상임이사 8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3시간 30분간 회의를 열고 개편안 통과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선 전기료 할인안을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한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650억∼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국회에서 이를 승인해줄지 불확실한 데다 이 정도 규모로는 한전의 손실분(연간 약 3000억 원)을 만회하는 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앞서 18일 민관합동 누진제 개편 태스크포스(TF)는 매년 7, 8월 전기료 누진제 구간을 늘려 가구당 요금 부담을 월 1만 원가량 줄여주는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한전과 정부에 제출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등 지난해 실적이 흑자에서 적자로 악화된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서 A(우수)나 B(양호)등급을 받았다. 실적이 부진해도 정부 정책을 잘 따르면 높은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평가 체계가 바뀐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평가 대상 128개 공공기관 가운데 A, B등급을 받은 기관은 71곳(55.4%)으로 전년 62곳(50.4%)보다 늘었다. 낙제점인 D(미흡)등급 이하 기관은 2017년과 같은 17곳이었다. 하지만 최저점인 E(아주 미흡)등급은 2017년 8곳에서 지난해 1곳(대한석탄공사)으로 급감했다. 전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이 2017년 7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1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평가 점수는 되레 상승한 셈이다. 엄격한 실적 평가로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평가 결과 125곳(97.7%)이 내년에 경영 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다. 한전은 2017년 1조4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 1조2000억 원 가까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B등급을 유지했다. 중부발전은 2017년 1173억 원 흑자에서 2018년 188억 원 적자로 실적이 악화됐는데도 등급은 B에서 A로 뛰었다. 지난해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국민연금공단도 전년에 이어 양호 등급(B)을 유지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기자}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에 7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은 21일 이사회를 앞둔 한전 이사들의 배임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름철 전기료 인하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한전이 떠안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진행되면 정부가 이사들의 배임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기업의 실적을 도외시한 채 무리하게 전기요금 인하를 추진하다 결국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자승자박’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한전과 국회 등에 따르면 한전 이사회는 그동안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의 누진제 개편 권고안을 어떤 방식으로 의결할지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추진한 전기요금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수천억 원의 손실가 불가피한 결정을 이사회 스스로 내리자니 배임 논란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11일 누진제 공청회에서 “한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한전이 국내 대형 로펌 2곳에 배임 여부에 대한 법리 해석을 문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전은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여름철 요금을 할인하는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 해석해 달라”고 문의했다. 올 1분기(1∼3월)에 6300억 원의 적자를 낸 한전이 매년 손실를 볼 수밖에 없는 전기료 인하 방안을 수용하는 게 정당한지 법률 해석을 의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로펌 측은 한전에 “정부의 지원 여부와 규모에 따라 배임 여부가 갈린다”는 1차 해석을 보내놓은 상태다. 사실상 한전이 모든 비용 부담을 질 경우 배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초 비용 보전에 미온적이던 정부가 한전과 지원 규모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배임 논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초 누진제 토론회에서 “전기료 할인에 따른 소요 재원은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 부담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비용의 일부를 국회와 논의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전의 기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요금 할인이라는 포퓰리즘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전력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국민이 전기를 더 쓰도록 부추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전기를 많이 쓰면 에너지 발생비용이 늘고 환경오염이 심화하는데 이런 정책에 공기업 예산이나 정부 예산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전기료 인하 혜택에서 제외된 사용자(626만 가구, 전체의 28%)들이 낸 세금도 한전의 손실 보전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전기 사용량이 적은 계층이다. 누진제 개편이 전기 사용량이 많은 쪽에 유리하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전의 수익 보전을 위해 내년 하반기에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도 추진하기로 해 이들 계층이 받는 불이익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으로 발생할 한국전력공사의 손실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21일 열리는 한전 이사회에서 개편안이 최종 의결되면 한전이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어 세금 투입을 선택한 것이다. 19일 한전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예산 650억∼700억 원을 한전에 투입해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적자를 줄여주겠다는 계획을 한전에 밝혔다. 또 내년 하반기에 전기 사용량이 가장 적은 1단계 소비자에게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폐지해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공제 폐지로 소비자가 더 내는 요금은 4000억 원가량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돼 배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법률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장기업인 한전은 앞서 대형 로펌 2곳에 여름 전기료 인하에 따른 배임 여부를 문의했다. 로펌은 한전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줄지, 지원을 한다면 얼마를 해 줄지 명확히 밝혀줘야 배임 여부를 확정지을 수 있다”며 사실상 정부 지원 없이는 배임 혐의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한전에 18일 제안한 권고안은 올해부터 매년 7, 8월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확대해 1629만 가구의 전기료를 월평균 1만142원 낮춰주는 내용이다. 이로 인한 한전의 손실액은 연간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제조업 부흥이 곧 경제 부흥”이라며 “제조업 4강과 함께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안산시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열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부는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을 목표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제조업을 혁신해 일자리 창출과 산업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 이후 새로운 산업을 만들지 못해 지난 10년간 10대 주력 산업이 변하지 않고 있다”며 “도약이냐 정체냐, 지금 우리 제조업은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의 추격형 산업전략은 더는 우리 경제의 해법은 되지 못한다. 혁신 선도형 산업구조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선진국의 모델을 따라가던 ‘추격형’ 모델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는 ‘선도형’ 모델로 산업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기반의 공장을 2000개 만들고 친환경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제조업과 서비스업 융합 등을 추진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유망 품목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혁신 선도형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 정부는 △산업구조 혁신 가속화 △새로운 주력 산업 육성 △도전과 축적의 산업 생태계 개편 △투자와 혁신을 위한 정부 역할 강화 등 4대 추진 전략을 실시하기로 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올해부터 매년 7, 8월 각 가정이 내는 전기요금이 월평균 1만 원가량 싸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 무렵 ‘전기료 폭탄’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에 한해 전기료 누진제 구간을 완화하는 요금 개편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매년 여름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누진제 개편 최종 권고안을 정부와 한전에 제출했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현재 ‘1단계 0∼200kWh, 2단계 201∼400kWh, 3단계 401kWh 이상’으로 돼 있는 3단계 누진제 구간이 7, 8월에 한해 ‘1단계 0∼300kWh, 2단계 301∼450kWh, 3단계 451kWh 이상’으로 조정된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누진제 구간을 늘려줬던 방식을 정례화한 것이다. 여름철 누진제 구간 개편안은 21일 한전 이사회와 정부의 심의 및 인가 절차를 거쳐 7월부터 시행된다. 약 1629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월평균 1만142원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4인 가구가 하루 3시간 스탠드형 에어컨을 쓸 경우 요금 할인 혜택은 1만6030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누진제 TF는 여름철 누진 단계를 2단계로 줄이는 안과 누진제 전면 폐지안을 함께 검토했지만 가장 많은 사용자가 전기료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는 누진 구간 완화안을 최종 선정했다. 누진 단계를 줄이면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구(약 600만 가구)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누진제를 전면 폐지하면 전기 사용량이 적은 약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히려 오른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개편에도 누진제 전면 폐지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비자단체와 학계는 현재 주택용에만 적용 중인 누진제를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어컨이 필수품이 된 이상 누진제로 전기 사용을 억제하기도 힘들고 매년 한전에 적자를 지우는 현행 방식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정한 전기료 최종 개편안이 한전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다. 이사회가 회사에 손해를 미치는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법리적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18일 한전이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실에 제출한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 관련 법률 질의’에 따르면 한전은 “1분기(1∼3월) 적자가 62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전에 지속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누진제를 개편한다”며 대형 로펌 2곳에 이사회 의결의 배임 여부에 대한 해석을 의뢰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경우 승소 가능성과 이를 임원배상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도 질의했다. 한전 내부적으로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누진제 TF는 이날 매년 여름(7, 8월) 누진제 구간을 완화해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의 개편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정부에 보고했다. 한전 이사회와 정부 심의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되면 한전은 매년 약 3000억 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곽 의원은 “한전의 적자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고 외국인 주주의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국가정보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공기업 출신 이직자들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 등 외국 기업에 한국 원전 기술을 무단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기술의 유출이 정부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정부 당국자는 “한수원 출신 전직 간부가 UAE 등에 기술을 유출했다는 제보를 받은 원안위가 수사를 의뢰했다”며 “기술 유출이 위법한 과정으로 이뤄졌는지,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에 대해 국정원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출된 기술은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 설계와 관련한 핵심 자료와 원전 운영 진단 프로그램인 냅스 소프트웨어 등으로 전해졌다. APR-1400은 지난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은 한국형 원자로다. 한국이 UAE 바라카 지역에 짓고 있는 4기의 원전도 모두 APR-140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으로 꼽힌다. 냅스는 한국전력기술이 수년간의 기술 개발을 통해 만든 원전 진단 프로그램으로 역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냅스 역시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운영업체인 ‘나와’사에 제공된 바 있다. 당국은 해외로 이직한 한수원 전직 간부 등이 기술 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이들이 퇴직 전에 정보를 빼돌린 건지, 퇴직 후 해외 업체에 취업해 정보를 유출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내 원전 기술 보호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고 관계 기관을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국정원이 조사 중인 것은 맞다”며 “다만 정확히 어떤 기술이 어떤 경로로 빠져나갔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력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한국 원전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빌미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UAE와 원전 교류가 활발해진 건 지난 정부부터였기 때문에 일단 정확한 유출 시점의 파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주 52시간제 등 핵심 노동정책을 보완하기로 한 것은 현 상태로는 수출과 투자, 소비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2.5% 안팎이라는 새 성장률 목표조차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선 달성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정부 안팎에 팽배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성장률, 고용, 수출 등 경제지표를 조정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출 투자 소비 동반 부진에 성장 목표 수정 올해 한국 경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다. 여기에 1분기(1∼3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17.4% 감소했고 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3.3% 줄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부진 때문에 이 업종의 고용도 14개월 연속 줄고 있다. 재정 투입으로 만들어낸 노인 일자리와 공공 일자리로 간신히 고용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민간에서의 고용 창출력은 사실상 바닥이 난 셈이다. 1분기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급감한 데다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드는 등 민간 소비도 부진하다. 성장을 견인할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홍 부총리가 이날 “하반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것은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경기 부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주 52시간제 등 노동정책 보완책 마련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중장기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방안과 현 정부가 추진해온 핵심 노동정책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보완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부는 미래차 육성 방안 등 신산업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작업을 추진한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업도 활성화한다. 민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최저임금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일부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2년간 29% 급등을 초래한 최저임금 정책과 탄력근로제 등이 꼽힌다. 주 52시간제와 탄력근로제는 1주, 3개월간의 근로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규제로 기업들은 시장 수요에 따라 인력을 운영할 수 없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정부는 최저임금 책정 방식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국회에서 입법화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장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 부총리와 가진 간담회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 활성화 대책과 규제 혁파 방안,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확대재정을 펴더라도 공공 일자리 등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의 체질 개선에 써야 한다”고 했다. 다른 기관장은 “세금 수입을 복지에만 쓰지 말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분야에 쓰자”고 건의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1∼0.2%포인트 낮은 2.5% 안팎으로 낮춘다. 수출 부진과 기업 투자 감소, 민간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 경제 전망 관련 기관들의 경고에도 기존 전망치를 고수했던 정부가 결국 하향 조정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4일 복수의 경제부처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7∼12월) 경제정책 방향’에 이 같은 내용의 거시경제 목표 수정치와 정책 보완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수출 여건이 안 좋아진 만큼 경상수지와 함께 성장률 수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때만 해도 올 성장률 2.6∼2.7%, 경상수지 64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4월 경상수지마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반년 전의 전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2.5%의 성장률 전망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치로 보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성장률 전망 수정치(2.4%)보다는 0.1%포인트 높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노동생산성 하락 등 대내외 리스크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전망보다 30억 달러가량 줄어든 610억 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민간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과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등이 망라된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와 달랐던 최저임금 정책 등에 대한 보완 방안도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10개 연구기관장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투자와 수출이 부진하고 경제정책의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아 성장률과 고용 등 여러 경제지표를 짚어보고 조정하겠다”고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한국 정부가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국의 기초체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석유화학업종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뉴욕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성과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는 1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만기 5년짜리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과 만기 10년짜리 일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표면금리는 5년물(5억 달러) 2.0%, 10년물(10억 달러) 2.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외화를 조달할 때 금리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포스코건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게일인터내셔널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20억 달러(약 2조3800억 원)의 손해배상 중재 신청을 제기했다. 게일인터내셔널은 11일(현지 시간) 350억 달러의 송도국제도시 개발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20억 달러의 중재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게일 측 변호인은 “한국이 게일의 투자의 상당 부분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용했다”며 “게일에 2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게일 측은 3월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합작사’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미 연방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2조2740억 원의 손배소 중재를 신청했다. 포스코건설이 공사비 수억 달러를 과다 청구하고 계약 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은 2002년 574만 m² 송도 매립지에 국제비즈니스 허브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시작됐다. 게일은 포스코건설과 7 대 3의 출자 비율로 NSIC를 설립하고 2005년 아파트 ‘더샵 퍼스트월드’, 송도중앙공원, 송도국제학교,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건설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게일과 포스코건설이 이익 및 비용 배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2015년 7월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9월 새로운 글로벌 사업자와 손을 잡고 사업을 재개했다. 감사원은 2010년 해외 투자 유치 실패와 게일이 배당 등을 통해 1억7900만 달러를 부적절하게 받아 간 것을 문제 삼았다. 인천시는 이를 근거로 NSIC 토지를 시에 다시 매각하도록 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을 전액 떠안으며 게일 측과 결별했다. 게일 측은 “1억7900만 달러의 보상은 적절한 프로젝트 비용에 대한 것이며 해외 투자 유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일 측은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동 법률, 금융 규제 완화 등의 규제 개혁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ICSID 중재는 90일간 통지 기간이 지난 뒤 개시된다. 한국 정부와 게일의 법정 다툼은 9월경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게일이 포스코건설과 이익 배분 문제로 분쟁을 벌이다가 문제가 잘 풀리지 않자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규제 개혁을 해주지 않았다는 점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법무부 대응단을 통해 소송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한국전력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붙여 전기를 공급하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원가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전기요금 청구서에 전기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이 기재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누진제 개편 공청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누진제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여름철인 매년 7, 8월 누진제 구간별 사용량을 확대해 전기를 많이 써도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1안 △매년 7, 8월에 3단계 구간을 폐지해 201kWh 이상은 모두 2단계 요금을 내도록 하는 2안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 요금(kWh당 125.5원)을 적용하는 3안을 공개했다. 소비자 단체들이 매년 여름 누진제 구간을 늘려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1안에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1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나리오별로 요금 할인 혜택을 보는 가구 수는 1안 1629만 가구, 2안 609만 가구, 3안 887만 가구다. 4인 가구가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씩 1개월 동안 쓴다고 가정하면 1안의 경우 1만6030원 정도 요금이 낮아진다. 2안은 1만7020원, 3안은 3만980원 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송보경 E컨슈머 단장은 패널토론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없애준다는 면에서 1안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공동대표 역시 “많은 가구에 혜택을 주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1안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겠다”고 1안에 힘을 실었다. 한전은 ‘깜깜이’ 전기료 체계가 누진제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요금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하반기에 전기요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공개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요금제 선택권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한전은 이달 14일부터 스마트한전 애플리케이션에 소비자가 집 주소와 계량기 수치를 입력하면 현재 사용량과 월 예상 사용량, 전기요금을 알려줄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대표는 “전기요금이 싼 나라에서 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 몇천 원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암 치료 등 현대 인류의 발전이 이전 인류가 이룬 업적보다 큰 이유는 지식재산권 같은 인센티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안드레이 이안쿠 미국 특허상표청장)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지식재산연구원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하는 ‘2019 지식재산 국제 심포지엄’이 10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권택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과 박원주 특허청장, 구자열 국가지식재산위원장, 안드레이 이안쿠 미국 특허상표청장, 안토니우 캄피누스 유럽 특허청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지식재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에디슨의 특허권이 기술개발 경쟁 촉진”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이안쿠 청장과 캄피누스 청장은 특허권, 상표권이 바꿔놓은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안쿠 청장은 “현대 지식재산 제도의 세계적인 성공은 지난 200년간 지식재산권을 보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현대 지식재산권 제도의 성공은 명확하다“고 했다. 인류의 기술적, 문명적 발전을 이끈 혁신은 지식재산권에서 나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허권과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에는 종교, 사회문화, 성별에 따른 차별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 혁신을 속도감 있게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안쿠 청장은 “에디슨이 특허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다른 종류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원동력을 얻었다”며 “자율주행차, 개인 맞춤 의료 등 빠른 혁신 속도에 맞춰 지식재산을 잘 보호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캄피누스 청장은 유럽의 특허 제도가 유럽 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유럽연합(EU) 대외 무역 중 수출의 93%, 수입의 86%가 지식재산 관련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 특허 출원 중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출원이 종전의 20배 이상 수준으로 성장하는 등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춰 특허청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식재산은 스타트업 성장동력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지식재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논의됐다. 유미코 하나모 ET 큐브 인터내셔널 대표는 주제발표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가 경쟁하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이라며 이제는 유형 자산의 시대가 아니라 지식과 기술이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시대라고 설명했다. 19세기 후반부터 1970년까지가 산업노동경제의 시대라면 1970년 이후부터는 지식경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게 하나모 대표의 설명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이 가진 시장가치의 87%가 특허, 상표, 디자인, 브랜드 등 지식 기반의 무형 자산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1985년까지만 해도 유형 자산과 무형 자산의 비중이 68 대 32 정도였다면 2015년에는 13 대 87로 무형 자산의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전문가들은 지식경제의 선두에 서 있는 기업 형태는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플랫폼 스타트업인 샤플의 진창수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지식재산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샤플이 디자인 특허 등 특허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뒤 49개국에서 40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샤플에서 디자인, 상표권, 특허 등 지식재산 등록을 원했다”며 “등록된 지식재산을 통해 제품을 생산, 판매해 디자이너의 지식재산을 지키고 업체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발명가 지원하는 미국 이날 코트니 스토프 미국 특허상표청 법률고문 등은 주요국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 정책과 지식재산 전략을 소개했다. 에릭 푀르묄런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교수는 플랫폼 경제를 주제로 각 기업과 국가가 혁신성장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제언했다. 푀르묄런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며 “MS는 2000년 이후 한동안 검색은 구글에, 스마트폰은 애플에 뒤처지며 성장이 주춤했다”고 말한 뒤 “이후 개발자의 특허를 지켜주고 스타트업에 특허를 제공해 함께 성장하는 등 지식재산과 관련한 변화된 모습을 기반으로 반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토프 법률고문은 “미국은 자국 헌법에 특허제도를 넣은 최초의 국가이며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발명가 지원 프로그램 등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섭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본부장은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망한 기술을 찾고 이를 분석해 유망 산업의 육성 전략을 어떻게 짤지 연구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산업별 지식재산 수요를 파악하고 산업별 기업별 심층 사례연구를 통해 실효성 있는 지식재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것에 대비해 추진돼 온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에 한국과 영국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EU에서 빠져나오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해도 한국은 자동차나 선박 등 주요 수출품을 영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장관은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영 FTA 협상을 원칙적으로 타결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재 영국에 수출하는 상품의 99.6%는 한-EU FTA에 따라 관세를 물지 않는다. 하지만 한영 FTA가 별도로 타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한국은 영국에 수출할 때 자동차 10%, 자동차 부품 4.5% 등 평균 4.7%의 관세를 내야 한다. 양국은 실제 브렉시트가 이뤄지는 것에 대비해 향후 3년 동안 원산지 개념을 한-EU FTA 수준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즉 브렉시트 이후 3년 동안 영국이 유럽산 재료로 만든 제품을 영국산으로 인정하는 한편 같은 기간 한국이 유럽의 물류기지를 이용해 영국에 수출해도 FTA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브렉시트 여부에 따라 2년 내에 협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만들고 에너지 자동차 농업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 시 부과하는 행정수수료를 한미 FTA 수준으로 개선하고 한국 기업에 많이 적용되는 투자 규범을 향후 2년 내에 개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대(對)영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약 64억 달러로 전체 수출(6054억 달러)의 1.1% 수준이다. 수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동차와 선박,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상품의 수출 시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이 영국으로 수출한 승용차는 14억7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수출품 중 최대 규모였다. 이어 선박(10억7200만 달러) 해양구조물(5억2400만 달러) 항공기 부품(3억8000만 달러) 자동차 부품(2억6100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올해 1월 영국이 EU와 합의하지 않고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자 양국 통상당국은 FTA 공백을 없애기 위해 임시조치 성격의 FTA 추진에 합의했다. 신지현 산업통상자원부 FTA이행과장은 “영국과의 교역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기존 무관세 혜택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영 FTA를 맺었다”며 “다음 달 정식 서명을 마치고 10월로 예정된 브렉시트 전에 FTA가 발효되도록 비준 절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광주형, 구미형 일자리에 이어 ‘밀양형 일자리’ 모델이 추진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남도에 따르면 경남 밀양은 금속제조업체 밀집지역으로 조성 중인 하남일반산단을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로 조성한다. 이달 중 정부와 경남도, 지역 시민단체 등은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이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경남 창원의 주물, 금속가공 업체 등 30개 기업을 하남일반산단으로 집단 이전하는 게 핵심이다. 경남은 2006년부터 이들 업체의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환경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의 반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건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환경의 날’ 행사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만나 밀양형 일자리 추진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경남은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복합문화센터 건설 등을 지원받아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상생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와 경남은 상생형 모델을 통해 2024년까지 기업들이 3500억 원을 직접 투자하고 5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