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차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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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죽음까지,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사회일반30%
보건27%
칼럼13%
복지10%
인사일반7%
대통령7%
금융3%
사건·범죄3%
  • “배-구급차로 병원까지 2시간… 닥터헬기가 우리에겐 생명줄”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의 말대로 손을 움직여 본 조명희 씨(42·여)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몇 시간 전, 경기 이천시의 한 정육점에서 기계를 청소하다가 왼쪽 손목이 완전히 절단됐을 때만 해도 출혈이 심해 목숨을 잃을 위기였다. 살아남아서 자신의 뜻대로 손을 움직이는 게 기적 같았다. 지난해 12월 조 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은 차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조금만 지체해도 신경이 손상돼 봉합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 씨를 구한 것은 이 교수가 탄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였다. 조 씨는 하늘에서 이 교수의 응급처치를 받은 뒤 20분 만에 아주대병원에 도착해 수술을 받았다. 조 씨는 “점점 가까워지는 헬기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6대가 운영되는 닥터헬기가 실어 나른 환자는 지난해에만 1676명이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섬이나 산에서 생명의 위기를 맞은 환자들에게 닥터헬기는 ‘생명의 동아줄’이다. 올 2월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전선 작업 중 12m 아래로 추락한 이종균 씨(43)가 그랬다. 경추와 척추가 부러져 신경 손상 위험이 컸지만 닥터헬기가 긴급 출동해 이 씨를 20분 만에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으로 옮겨 손상을 막았다. 이 씨는 “닥터헬기 덕분에 두 번째 인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신도에 사는 김두선 씨(65)는 27년째 앓고 있는 심장질환 탓에 한 해 두세 차례 닥터헬기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부인 백정임 씨(65)도 2012년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닥터헬기 덕에 목숨을 건졌다. 닥터헬기가 없을 땐 해경 공중부양선과 구급차를 타고 2시간이 걸려 인천 길병원까지 가야 했다. 닥터헬기 덕에 새 생명을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닥터헬기가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상에서 지체되는 시간을 단 1분이라도 줄여야 소생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절박함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겐 닥터헬기로 인한 소음과 먼지 등 당장의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응급구조에 전념해야 할 구조대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닥터헬기 바람에 튄 돌로 차량이 긁혔다’는 차주를 상대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전남 A병원은 주변 아파트 주민의 소음 민원 탓에 닥터헬기 계류장을 인근 신안군 압해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잠깐의 불편을 감내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6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10∼50대 1000명을 설문한 결과 ‘닥터헬기가 관공서나 학교 운동장 등 환자가 있는 어디서나 뜨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72.8%가 찬성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잠깐의 불편이나 손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또 응답자의 59.2%는 ‘닥터헬기가 24시간 운항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는 사전에 허가된 이착륙장인 인계점에서 해가 지기 전에만 뜨고 내릴 수 있다. 각 문항에서 ‘중증환자를 이송할 땐 헬기가 어디서나 뜨고 내리도록 허용하자’는 의견을 더하면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둔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근처의 닥터헬기 소음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는 물음엔 44.7%가 ‘횟수 제한 없이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낮에는 상관없다’ ‘3, 4회는 괜찮다’는 응답도 각각 32%, 18.2%였다. 닥터헬기 한 대가 출동하는 횟수가 하루 평균 3회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94.9%가 닥터헬기 소음을 ‘생명의 소리’로 여기고 견딜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다만 불편을 견뎌야 하는 헬기장 주변 주민에겐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47%로 많았다. 응답자의 80.5%는 닥터헬기 이착륙 전 문자메시지 알림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박성민 min@donga.com / 옹진=송혜미 기자}

    •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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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성 확인된 ‘발사르탄 고혈압약’ 판매 재개

    지난해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판매가 중지된 발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 중 일부의 판매가 재개됐다. 발사르탄 공급 업체를 바꾼 뒤 생산된 제품에서 NDMA가 더 이상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판매가 중단됐던 고혈압 치료제 175개 품목 중 106개의 제조 및 판매 중지 조치를 2일부터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들은 일선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한 성분이다. 발사르탄 1일 최대 복용량 0.32g 가운데 NDMA가 0.3ppm을 넘어선 안 된다. 식약처가 지난해 국내 환자들의 해당 약품 복용 기간과 복용량을 분석한 결과 발암 가능성은 10만 명당 0.5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제 의약품 안전 기준인 ‘10만 명당 1명’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도 판매가 중단되는 69개 제품은 해당 제약사가 추가 검증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다. 판매 재개 품목은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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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늦춰 받겠다” 고령화에 연기신청 급증

    내년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김동우 씨(61)는 수급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을 고민 중이다. 연금을 늦게 받으면 이자가 붙어 수급액이 늘어나는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김 씨의 예상 수급액은 월 110만 원가량인데, 연금 받는 시기를 5년 늦추면 36% 가산 이자가 붙어 월 수급액이 149만 원 정도로 늘어난다. 김 씨처럼 국민연금을 늦게 받는 대신 매달 더 많은 금액을 받으려는 연기연금 신청자가 늘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고령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3730명이 연기연금을 신청했다. 연기연금 신청자는 2010년 1075명에서 2015년 1만4871명, 2017년에는 2만2139명으로 급증했다. 연기연금은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최대 5년까지 늦출 수 있는 제도다. 연 7.2%(월 0.6%)씩 이자를 가산해 지급한다. 연금을 5년 늦게 받으면 36%의 가산 이자가 붙어 받는 돈이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달 204만6000원을 받아 국민연금 최고액 수령자가 된 A 씨도 연금 수급을 5년 미룬 경우다. 연금 감액을 피하기 위해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연금 수급 개시 후 5년 동안 근로소득과 부동산 임대소득 등을 포함한 사업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2019년 월 235만 원)보다 많으면 초과 소득의 5∼25%를 감액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는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총 수령 기간이 줄어 최종 연금 수령액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며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은퇴 후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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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급시기 미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주의할 점은?

    내년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김동우 씨(61)는 수급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을 고민 중이다. 연금을 늦게 받으면 이자가 붙어 수급액이 늘어나는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김 씨의 예상 수급액은 월 110만 원가량인데, 연금 받는 시기를 5년 늦추면 36% 가산 이자가 붙어 월 수급액이 149만 원 정도로 늘어난다. 김 씨처럼 국민연금을 늦게 받는 대신 매달 더 많은 금액을 받으려는 연기연금 신청자가 늘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고령층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고령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3730명이 연기연금을 신청했다. 연기연금 신청자는 2010년 1075명에서 2015년 1만4871명, 2017년에는 2만2139명으로 급증했다. 연기연금은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최대 5년까지 늦출 수 있는 제도다. 연 7.2%(월 0.6%)씩 이자를 가산해 지급한다. 연금을 5년 늦게 받으면 36%의 가산 이자가 붙어 받는 돈이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달 204만6000원을 받아 국민연금 최고액 수령자가 된 A 씨도 연금 수급을 5년 미룬 경우다. 연금 감액을 피하기 위해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연금 수급 개시 후 5년 동안 근로소득과 부동산 임대소득 등을 포함한 사업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2019년 월 235만 원)보다 많으면 초과 소득의 5~25%를 감액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는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총 수령기간이 줄어 최종 연금 수령액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며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은퇴 후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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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결혼해야만 가족인가요

    《난산이었다. 턱밑까지 올라온 비명을 차마 내지르지 못했다. “소리를 질러야 호흡이 수월하다”고 간호사가 말했지만 이를 더 꽉 깨물었다. 출산의 고통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부끄러움이 더 컸다. 그렇게 꼬박 24시간을 버텼다. 2011년 3월 정수진 씨(38)는 자연분만으로 아정 양(8)을 낳았다. 엄마가 됐지만 세상은 그를 ‘미혼모’라고 불렀다. 출생신고서상 딸은 혼외자로 구분됐다. 주변에선 ‘능력도 안 되면서 왜 아이를 낳았느냐’는 핀잔이 이어졌다. 엄마는 강하다지만 이런 차별과 편견 속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투사’가 돼야 했다. 그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건 아이를 책임진 내가 아니라 아이를 외면한 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지만 정 씨처럼 미혼 가족이나 동거 가족이 겪는 차별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10여 년을 함께 살아도 동거 가족은 서로의 수술동의서에 서명조차 할 수 없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결혼과 혈연, 입양으로만 법적 가족을 인정받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로드맵’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존중받는 포용사회’를 새로운 목표로 내세웠다. 가족 형태를 떠나 모든 아이를 정부가 동등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출생신고 시 혼외자 구별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포용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정수진 씨(38·여)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1개월가량 지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태동을 느끼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당시 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을 갚고 생활비를 빼면 남는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임신 8개월 무렵 정 씨가 임신한 사실을 안 편의점 사장은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어떻게 임신을 했냐. 너 같은 사람은 신뢰할 수가 없다”고 훈계했다. 그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출산 후 월세 35만 원짜리 원룸에서 혼자 몸조리를 했다. 2.4kg. 정 씨의 딸은 출생 당시 또래보다 작았다. ‘임신 사실을 숨기려 배를 복대로 꽉 싸맸기 때문은 아닐까.’ 정 씨는 아직도 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왜 아비 없는 자식을 낳아서…” 모아둔 돈은 금세 바닥이 났다. ‘능력이 안 되는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 안 된다’는 말들이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처럼 여겨졌다. 현실이 정말 그렇다면 딸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다. 정 씨는 생후 15일 된 딸을 입양 기관에 맡겼다. “며칠 내내 우는 저를 보고 동네 친한 언니가 ‘부모님께 사실대로 얘기하고 아이를 데려오라’고 하더군요.” 그 언니도 두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였다. 사흘 만에 다시 입양 기관을 찾았지만 아이를 데려가려면 연락조차 안 되는 생부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아이를 며칠간 맡아준 비용도 내야 했다. 정 씨는 가족과 지인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열흘 만에 다시 딸을 품에 안았다. “아이 아빠가 없는데….” 정 씨의 말에 동주민센터 직원은 출생신고서 부의 인적사항란에 엑스(×)표를 그었다. 혼외자라는 표시다. 이런 관행이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제도가 바뀌긴 했다. 공무원 대신 부모가 출생신고서에 직접 혼외자를 기입하도록 한 것이다. 며칠 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려고 다시 들른 동주민센터에서 담당 사회복지사는 정 씨를 앞에 두고 “왜 아비 없는 자식을 나랏돈으로 키우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배려 없는 사회, 상처받는 이들 사람들이 무심코 뱉은 말들은 대못이 돼 정 씨 모녀의 가슴에 박혔다. 어느 날 딸이 어린이집에서 “넌 아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정 씨가 어린이집 원장에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원장은 도리어 “어차피 크면 겪을 일인데 이런 것도 예상하지 못했느냐”고 핀잔을 줬다. 학교에선 엄마랑 아빠가 ‘결혼’을 해야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된다고 가르쳤다. 평소 ‘우리 가족은 사정이 있어 아빠랑 같이 살지 못할 뿐’이라는 엄마의 말에 순응하던 딸은 이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왜 엄마는 결혼을 안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씨는 2014년부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딸은 자신처럼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상담하며 만난 미혼모 대다수는 자신처럼 일과 양육을 홀로 감당하며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 공백의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미혼 가족을 위해 추가로 지원하는 건 월 최대 20만 원인 ‘한부모 가족 양육 지원금’ 정도다. 정 씨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면 ‘무책임하게 즐기다가 아이 낳은 사람한테 왜 나랏돈을 주냐’는 비난이 뒤따른다”며 “국회의원들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 미혼모를 지원하는 법 개정에 난색을 표한다”고 말했다.○ 인생 동반자도 법 앞에선 ‘남’인 현실 박정민(가명·38) 씨는 2006년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결혼 대신 동거를 택했다. 양가 부모와의 관계 등 원치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결혼 제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혼 후 새 가정을 꾸린 부모를 보며 결혼이 꼭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년간 동고동락한 박 씨 커플은 법적으로 여전히 ‘남남’이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어 월세로 집을 구했다. 건강보험료 부양가족 등록도, 연말정산 소득공제 시 인적공제도 할 수 없다. 동거 커플은 응급실에 실려 가도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 서로 수술동의서를 쓸 수 없다. 박 씨는 “파트너가 간단한 외과 수술을 받는데도 부산에 사는 부모님이 올라와 수술동의서를 써야 했다”고 씁쓸해했다. 이들이 아이를 낳아도 법적으론 ‘한부모 자녀’가 된다. 최근 고령화로 이혼이나 사별 뒤 ‘황혼 동거’를 택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권정수 씨(81)와 김복남 씨(71·여)는 매일 아침 두 손을 꼭 잡고 울산노인복지관을 찾는다. 두 사람이 12년 전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곳이다. 생일 등 기념일에는 양쪽 여섯 자녀와 손주들까지 모여 대가족을 이룬다. 권 씨는 “이 사람을 만난 덕에 나이 여든에도 옷맵시를 신경 쓰는 멋쟁이가 됐다”고 했다. 김 씨는 “배울 게 많은 스승, 친구 같은 애인”이라며 권 씨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두 사람의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김 씨는 “돈을 바라고 만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수군거림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며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고 했다. 자녀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권 씨는 사별하거나 이혼한 친구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권한다. 재혼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혼인 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얼마든지 동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갈 길 먼 포용사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56.4%가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했다. ‘결혼해야 한다’는 답변(48.1%)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족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끌어안는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현행법은 가족의 개념을 혼인과 혈연, 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로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동거 가족은 통계조차 없다. 2017년 기준 약 23만 가구인 비친족가구 중 일부가 동거 가구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학계에서는 동거 가족을 약 20만 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같은 해 기준 국내 미혼모는 2만2065명, 미혼부는 8424명이다. 입양을 보낸 미혼부모는 뺀 수치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차별을 막으려는 노력은 전통적인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는 일각의 우려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사실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논의를 시작조차 못 했다. 이 법을 개정하더라도 출생신고 시 혼외자를 구별하는 등 차별을 없애려면 민법이나 가족관계등록법 등도 바뀌어야 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미숙한 가정으로 보지만 이미 각 가정마다 함께 사는 구성원이 다 다르잖아요. 우리도 그런 다양한 가족 중 하나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아정 양을 홀로 키우며 ‘투사’가 된 정수진 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박성민 기자}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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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의 다양성 인정, 법으로 보호하는 선진국

    해외 선진국들의 가족 정책은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바탕에는 ‘혼인이나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더라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미혼모 가정에는 직업 교육과 보육 지원 등을 강화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한다.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1990년대 동거 인구가 급증하자 1999년 ‘팍스(PACs·시민연대협약)’ 제도를 도입했다. PACs는 결혼하지 않아도 가족수당과 사회보장급여, 소득세 산정 등에서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PACs 건수는 2000년 1만6589건에서 2017년 18만6614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결혼 건수는 22만6671건이다. 조만간 동거 커플 수가 결혼 커플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주는 PACs 커플에게도 결혼 커플과 똑같은 출산이나 사망과 관련한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유서를 남기면 PACs 커플끼리 유산도 상속할 수 있다. 정부에 동거 사실을 신고할 때도, 이별을 통보할 때도 지방법원에 서류 한 장만 보내면 된다. 영국은 2004년 동성애자 커플에게 혼인 관계와 유사한 법적 권리를 허용한 ‘시빌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를 이성 커플로 확대했다. 결혼이나 시빌 파트너십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상속, 세제, 연금 등에서 차별받지 않는 것이다. 결혼 전 동거가 보편화된 스웨덴은 이보다 앞서 1988년 ‘동거법’을 제정해 동거 커플이 임신, 출산, 양육을 할 때 혼인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보장했다. 아동수당이나 출산휴가 등 복지 서비스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개인 신상을 적는 관공서 등의 서류에는 기혼과 비혼 외에도 ‘동거’를 선택하는 칸이 있다. 선진국들은 미혼 가정 역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덴마크는 미혼모에게 모성보호법, 임신보호법을 똑같이 적용해 결혼한 여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다. 아이 아빠가 양육을 포기하고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히트앤드런 방지법’도 있다. 양육을 포기한 쪽은 매달 일정 금액을 양육자에게 보내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영국은 10대 미혼모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길 원하면 교육 유지 수당을 지급하고, 자녀 1인당 일주일에 약 30만 원의 양육비를 제공한다. 독일 미혼모들은 부모에게 나누어 쓰도록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 14개월을 혼자 다 사용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이런 노력은 출산율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97년 각각 1.7명, 1.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16년 나란히 1.9명대를 회복했다. 동거 가정, 미혼 가정, 혼외 출산 등을 전통적 가족의 ‘해체’로 여기기보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으로 보고 사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유럽뿐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배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지바(千葉)시는 사실혼 커플의 ‘파트너’ 지위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동거 커플이 서로를 파트너로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하면 ‘파트너십 증명서’를 발급하고, 이들에게 결혼 커플과 동등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파트너 범위에는 성소수자 커플까지 포함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지바시는 이 파트너들에게도 친족끼리만 거주할 수 있는 공영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박성민 min@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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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해야만 가족인가요?”…다양한 가족형태 지원이 출산율 상승으로

    난산이었다. 턱밑까지 올라온 비명을 차마 내지르지 못했다. “소리를 질러야 호흡이 수월하다”고 간호사가 말했지만 이를 더 꽉 깨물었다. 출산의 고통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부끄러움이 더 컸다. 그렇게 꼬박 24시간을 버텼다. 2011년 3월 정수진 씨(38)는 자연분만으로 딸 아정 양(8)을 낳았다. 엄마가 됐지만 세상은 그를 ‘미혼모’라고 불렀다. 출생신고서상 딸은 혼외자로 구분됐다. 주변에선 ‘능력도 안 되면서 왜 아이를 낳았느냐’는 핀잔이 이어졌다. 엄마는 강하다지만 이런 차별과 편견 속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투사’가 돼야 했다. 그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건 아이를 책임진 내가 아니라 아이를 외면한 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정 씨처럼 미혼 가족이나 동거 가족이 겪는 차별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십수 년을 함께 살아도 동거 가족은 서로의 수술동의서에 서명조차 할 수 없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결혼과 혈연, 입양으로만 법적 가족을 인정받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로드맵’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존중받는 포용사회’를 새로운 목표로 내세웠다. 가족 형태를 떠나 모든 아이들을 정부가 동등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출생신고 시 혼외자 구별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포용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뗀 수준이다. 정수진 씨(38·여)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1개월가량 지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태동을 느끼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당시 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을 갚고 생활비를 빼면 남는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임신 8개월 무렵 정 씨가 임신한 사실을 안 편의점 사장은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어떻게 임신을 했냐. 너 같은 사람은 신뢰할 수가 없다”고 훈계했다. 그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출산 후 월세 35만 원짜리 원룸에서 혼자 몸조리를 했다. 2.4kg. 정 씨의 딸은 출생 당시 또래보다 작았다. ‘임신 사실을 숨기려 배를 복대로 꽉 싸맸기 때문은 아닐까.’ 정 씨는 아직도 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왜 애비 없는 자식을 낳아서…” 모아둔 돈은 금세 바닥이 났다. ‘능력이 안 되는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 안 된다’는 말들이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처럼 여겨졌다. 현실이 정말 그렇다면 딸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다. 정 씨는 생후 15일된 딸을 입양 기관에 맡겼다. “며칠 내내 우는 저를 보고 동네 친한 언니가 ‘부모님께 사실대로 얘기하고 아이를 데려오라’고 하더군요.” 그 언니도 두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였다. 사흘 만에 다시 입양 기관을 찾았지만 아이를 데려가려면 연락조차 안 되는 생부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아이를 며칠간 맡아준 비용도 내야 했다. 정 씨는 가족과 지인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열흘 만에 다시 딸을 품에 안았다. “아이 아빠가 없는데….” 정 씨의 말에 동주민센터 직원은 출생신고서 부의 인적사항 란에 엑스표를 그었다. 혼외자라는 표시다. 이런 관행이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제도가 바뀌긴 했다. 공무원 대신 부모가 출생신고서에 직접 혼외자를 기입하도록 한 것이다. 며칠 뒤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려고 다시 들른 동주민센터에서 담당 사회복지사는 정 씨를 앞에 두고 “왜 애비 없는 자식을 나랏돈으로 키우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배려 없는 사회, 상처받는 이들 사람들이 무심코 뱉은 말들은 대못이 돼 정 씨 모녀의 가슴에 박혔다. 어느 날 딸이 어린이집에서 “넌 아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정 씨가 어린이집 원장에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원장은 도리어 “어차피 크면 겪을 일인데 이런 것도 예상하지 못했느냐”고 핀잔을 줬다. 학교에선 엄마랑 아빠가 ‘결혼’을 해야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된다고 가르쳤다. 평소 ‘우리 가족은 사정이 있어 아빠랑 같이 살지 못할 뿐’이라는 엄마의 말에 순응하던 딸은 이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왜 엄마는 결혼을 안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씨는 2014년부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딸은 자신처럼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상담하며 만난 미혼모 대다수는 자신처럼 일과 양육을 홀로 감당하며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 공백의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미혼 가족을 위해 추가로 지원하는 건 월 최대 20만 원인 ‘한부모 가족 양육 지원금’ 정도다. 정 씨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면 ‘무책임하게 즐기다가 아이 낳은 사람한테 왜 나랏돈을 주냐’는 비난이 뒤따른다”며 “국회의원들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 미혼모를 지원하는 법 개정에 난색을 표한다”고 말했다.● 인생 동반자도 법 앞에선 ‘남’인 현실 박정민 씨(가명·38)는 2016년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결혼 대신 동거를 택했다. 양가 부모와의 관계 등 원치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결혼 제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혼 후 새 가정을 꾸린 부모를 보며 결혼이 꼭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년간 동고동락한 박 씨 커플은 법적으로 여전히 ‘남남’이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어 월세로 집을 구했다. 건강보험료 부양가족 등록도, 연말정산 소득공제 시 인적공제도 할 수 없다. 동거 커플은 응급실에 실려 가도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 서로 수술동의서를 쓸 수 없다. 박 씨는 “파트너가 간단한 외과 수술을 받는데도 부산에 사는 부모님이 올라와 수술동의서를 써야 했다”고 씁쓸해했다. 이들이 아이를 낳아도 법적으론 ‘한부모 자녀’가 된다. 최근 고령화로 이혼이나 사별 뒤 ‘황혼 동거’를 택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권정수 씨(81)와 김복남 씨(71·여)는 매일 아침 두 손을 꼭 잡고 울산노인복지관을 찾는다. 두 사람이 12년 전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곳이다. 생일 등 기념일에는 양쪽 여섯 자녀와 손주들까지 모여 대가족을 이룬다. 권 씨는 “이 사람을 만난 덕에 나이 여든에도 옷맵시를 신경 쓰는 멋쟁이가 됐다”고 했다. 김 씨는 “배울게 많은 스승, 친구 같은 애인”이라며 권 씨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두 사람의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김 씨는 “돈을 바라고 만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수군거림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며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고 했다. 자녀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권 씨는 사별이나 이혼한 친구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권한다. 재혼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혼인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얼마든지 동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갈길 먼 포용사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56.4%가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수 있다’고 답했다. ‘결혼해야 한다’는 답변(48.1%)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족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끌어안는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현행법은 가족의 개념을 혼인과 혈연, 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로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동거 가족은 통계조차 없다. 2017년 기준 약 23만 가구인 비친족가구 중 일부가 동거 가구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학계에서는 동거 가족을 약 20만 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같은 해 기준 국내 미혼모는 2만2065명, 미혼부는 8424명이다. 입양을 보낸 미혼부모는 뺀 수치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차별을 막으려는 노력은 전통적인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는 일각의 우려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사실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논의를 시작조차 못했다. 이 법을 개정하더라도 출생신고 시 혼외자를 구별하는 차별을 없애려면 민법이나 가족관계등록법 등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미숙한 가정으로 보지만 이미 각 가정마다 함께 사는 구성원이 다 다르잖아요. 우리도 그런 다양한 가족 중 하나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아정 양을 홀로 키우며 ‘투사’가 된 정수진 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해외 선진국 가족 정책 사례 살펴보니…▼ 해외 선진국들의 가족 정책은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바탕에는 ‘혼인이나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더라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미혼모 가정에는 직업 교육과 보육 지원 등을 강화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한다.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1990년대 동거 인구가 급증하자 1999년 ‘팍스(PACs·시민연대협약)’ 제도를 도입했다. PACs는 결혼하지 않아도 가족수당과 사회보장급여, 소득세 산정 등에서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PACs 건수는 2000년 1만6589건에서 2017년 18만6614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결혼 건수는 22만6671건이다. 조만간 동거 커플 수가 결혼 커플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주는 PACs 커플에게도 결혼 커플과 똑같은 출산이나 사망과 관련한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유서를 남기면 PACs 커플끼리 유산도 상속할 수 있다. 정부에 동거 사실을 신고할 때도, 이별을 통보할 때도 지방법원에 서류 한 장만 보내면 된다. 영국은 2004년 동성애자 커플에게 혼인 관계와 유사한 법적 권리를 허용한 ‘시빌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를 이성 커플로 확대했다. 결혼이나 시빌 파트너십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상속, 세제, 연금 등에서 차별받지 않는 것이다. 결혼 전 동거가 보편화된 스웨덴은 이보다 앞서 1988년 ‘동거법’을 제정해 동거 커플이 임신, 출산, 양육을 할 때 혼인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보장했다. 아동수당이나 출산휴가 등 복지 서비스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개인 신상을 적는 관공서 등의 서류에는 기혼과 비혼 외에도 ‘동거’를 선택하는 칸이 있다. 선진국들은 미혼 가정 역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덴마크는 미혼모에게 모성보호법, 임신보호법을 똑같이 적용해 결혼한 여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다. 아이 아빠가 양육을 포기하고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히트앤드런 방지법’도 있다. 양육을 포기한 쪽은 매달 일정 금액을 양육자에게 보내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영국은 10대 미혼모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길 원하면 교육 유지 수당을 지급하고, 자녀 1인당 일주일에 약 30만 원의 양육비를 제공한다. 독일 미혼모들은 부모에게 나누어 쓰도록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 14개월을 혼자 다 사용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이런 노력은 출산율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97년 각각 1.7명, 1.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16년 나란히 1.9명대를 회복했다. 동거 가정, 미혼 가정, 혼외 출산 등을 전통적 가족의 ‘해체’로 여기기보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으로 보고 사회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유럽뿐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배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지바(千葉)시는 사실혼 커플의 ‘파트너’ 지위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동거 커플이 서로를 파트너로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하면 ‘파트너십 증명서’를 발급하고, 이들에게 결혼 커플과 동등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파트너 범위에는 성소수자 커플까지 포함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지바시는 이 파트너들에게도 친족끼리만 거주할 수 있는 공영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박성민기자 min@donga.com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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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우후죽순 현금복지, 겉핥기 16분 심사

    경기 김포시는 지난해 12월 관내 모든 중고교생에게 한 명당 30만 원의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데 예산 21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0여 곳이지만 가정형편을 따지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는 건 김포시가 처음이었다. 학계에선 이 사업을 허용하면 ‘무상 급식’과 ‘무상 교복’에 이은 현금 퍼주기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김포시의 계획을 받아 든 보건복지부는 전문가 회의를 1차례도 열지 않았다. 협의 요청 접수부터 최종 동의까지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현금 복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이를 적절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협의를 거쳐 지난해 신설된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 사업(연간 예산 10억 원 이상)은 36건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2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25건은 전문가의 공식 검토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규모가 상당한 사업조차 공무원의 자체 심사만으로 통과된 것이다. 나머지 11건은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축인 ‘협의지원단’ 회의를 거쳤다. 하지만 협의지원단 회의가 열린 시간은 안건 1건당 평균 16분에 불과했다. 18∼39세 도민이 취업 면접을 보면 재산과 무관하게 최대 30만 원을 주는 경기도 ‘청년 면접수당’ 사업을 검토할 땐 회의가 총 4시간 만에 끝났다. 같은 날 다른 안건 16건도 함께 심사해야 했기에 청년 면접수당 논의에만 할애한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도민 설문조사에서 찬성률이 46.4%에 그칠 정도로 논란이 컸던 사업을 겉핥기로 졸속 심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협의지원단을 통과한 사업 중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의 추가 검토를 거친 것은 강원도 ‘출산장려수당’(3세 이하에게 월 30만 원 지원) 등 3건뿐이었다. 문제는 이 회의에서도 정부나 지자체가 출연한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 짧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협의지원단과 협의회 회의록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충남도 아기수당, 기존 아동수당과 대상 - 금액 겹치는데 ‘통과’ ■충남도는 지난해 만 1세 미만 아동 1만5500명에게 월 10만 원을 주는 ‘아기수당’ 사업을 신설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아동수당(만 6세 미만에게 월 10만 원)과 액수가 똑같고 지급 대상도 겹쳤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제도와 중복되는 사업을 신설할 수 없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충남도로부터 협의 요청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에 이 사업을 통과시켰다. 아동수당과 아기수당은 사업 목적이 각각 ‘아동의 권리’와 ‘저출산 대응’으로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였다. 충남도가 아기수당 협의 요청서를 제출하며 사업 목적을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과 같다”고 명시한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복지 제동권’ 포기 후폭풍 속출 복지부는 지난해 1월 사회보장제도 협의 지침을 바꿔 지자체의 신설 사업에 대해 정부가 내릴 수 있는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없앴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제동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요청에 정부가 최종 동의한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전 80.3%에서 출범 이후 91.6%로 높아졌다. 복지부는 신설 사업의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곳곳에서 부실 심사의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유급병가’ 제도다. 저소득층(중위소득 이하)이 질병으로 입원하면 하루 생활비 8만1184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상 수급자를 1만4610명으로 내다보고 소요 예산을 62억 원으로 책정했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축인 ‘협의지원단’과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를 각각 한 차례씩 열어 이 제도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서울시는 90억 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새로운 계산 결과에 따라 복지부에 재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당초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파악했는데 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수급 대상이 7만여 명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의 과정에서도 인지한 사실이지만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건보료를 기준으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업의 협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사례도 있다. 복지부는 연간 423억 원이 들어가는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산모 1명당 50만 원)을 전문가 회의도 열지 않고 통과시켰다. 이와 유사한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을 2017년에 강원 속초시 등 5개 시군이 신설하겠다고 했을 땐 동의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 선정 기준도 깜깜이 또 다른 문제는 누구에게 심사 검토를 맡길지 기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협의회 전문가 인력 풀(pool)’을 구성해 이 명단에 등재된 74명 중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일정이 맞는 전문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당 명단의 전문가 중 10명을 무작위로 인터뷰해 보니 7명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그런 인력 풀에 속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답했다. 아동 및 보육 전문가로 이름을 올린 A 교수는 “협의회가 뭐하는 기구냐”라고 반문했다. 과거 정부에서 2주에 한 번꼴로 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여러 차례 신설 복지 제도에 반대했던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1년간은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실한 협의 절차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복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예산 10억 원 이상의 현금성 복지 제도를 신설한 지자체 중 강원도와 전북 완주군 등 7곳은 재정 자립도가 30%도 되지 않았다. 이런 부실 재정 속에서도 복지를 확대하는 이유는 인근 지자체로부터 인구를 끌어와야 정부가 주는 지방재정교부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시군구일수록 무리하게 복지를 확대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토를 내실화하고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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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범 우려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적극 시행”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전국 243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들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돌출행동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를 조속히 파악해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2일 이런 내용의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추진안에 따르면 이웃 주민을 위협하거나 소란을 피워 경찰에 반복 신고된 사람 가운데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적극 개입해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한다. 경찰청은 재범 우려가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를 상대로 ‘응급입원’ 조치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 관리 인프라도 강화한다. 정신질환 재활시설이 없는 104개 시군구의 재활시설을 확충하고, 시도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해 초기 발병 환자를 찾아낼 계획이다.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이들을 ‘동료지원가’로 양성해 정신질환자 관리를 돕는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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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만실 줄폐쇄… 전남-경북 신생아 3명중 1명은 타지 원정출산

    지난달 16일 경북 김천제일병원 2층 산부인과 병동. 지난해까지 아기 침대 13개로 꽉 찼던 신생아실엔 침대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까지 4월 들어 태어난 신생아는 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달 약 20명의 아이가 태어났지만 올 들어서는 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 말 김천시에 유일하게 있던 이 병원의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으면서 산모들이 인근의 대구나 서울로 분만 병원을 옮겼기 때문이다. 김천에서는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몸조리할 시설이 사라지면서 출산을 앞둔 여성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임신 24주 차인 박모 씨(37)는 “출산이 임박한 32주 차부터는 친정이 있는 전남 순천이나 서울의 분만 병원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3월까지 김천시에 출생신고된 신생아 255명 중 228명(89.4%)이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 1025명 중 776명(75.7%)이 원정 출산한 지난해보다 산모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98명까지 떨어지면서 지방의 출산 인프라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신생아가 한 명이라도 태어난 병원은 2013년 706곳에서 지난해 569곳으로 5년 새 19.4% 감소했다. 출산율이 떨어지자 운영이 힘들어진 산부인과는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아이 낳을 곳이 부족한 여성들은 출산을 망설이거나 장거리 원정 출산까지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원정 출산 비율은 전남과 경북이 가장 높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지역 신생아 1만1200명 중 3981명(35.5%)이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 경북은 1만6100명 중 5171명(32.1%)이 타지에서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산 인프라가 없는 지역의 산모들은 주로 인근의 대도시에서 출산을 했다. 시도별 분만 수와 출생신고 수를 비교해 보면 전남은 분만 수가 출생신고 수보다 3981명 적은 반면 광주는 4237명 더 많았다. 산모들이 분만 병원뿐 아니라 산후조리원 등 출산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찾아 원정 출산을 한 것이다. 정부는 분만 시설 이용이 어려운 지역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분만취약지는 1시간 내 분만실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전국에서 시군 33곳이 그런 형편이다. 상주시, 영천시 등 기초지자체 11곳이 포함된 경북이 가장 많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산부인과에는 시설비 10억 원과 6개월 기준 운영비 2억5000만 원이 지원된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이렇게 약 38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원 대상 시군에서 태어난 신생아 5478명 중 해당 병원에서 분만한 경우는 1282명(23.4%)에 불과했다. 병원만 있을 뿐 산후조리원 등 다른 인프라가 없다 보니 가까운 병원이 있어도 외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만 수가 등 산부인과 운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병원급 산부인과의 자연분만 기준 건강보험 수가는 약 40만 원 정도다. 응급 수술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하는데 현행 수가 체계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는 소규모 병의원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24시간 운영하는 분만실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최소 3명 필요하고, 간호사 등을 합하면 12명 이상의 스태프가 필요한데, 지방에서는 인력 수급과 경영 흑자 유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의 출산 인프라를 단기간에 갖추기 힘들다면 원정 출산이 불가피한 산모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은 “타 지역에서 출산하는 산모들에게 출산 전 1∼2주가량 병원 주변에서 숙박할 수 있는 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천=박성민 min@donga.com / 조건희 기자}

    •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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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양수 터지면 서울로 달려가야할 지경”… 젊은 혁신도시마저 출산 인프라 붕괴

    “양수가 터졌는데도 원래 다니던 서울 병원까지 3시간을 달려간 적이 있습니다. 지역의 산모 대다수는 서울이나 인근 대구, 구미 등에서 원정 출산을 해요.” 경북 김천에서 둘째를 임신 중인 정모 씨(35)가 첫째 아이를 낳을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인구 14만여 명의 김천은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이 이전한 혁신도시다. 젊은층의 인구 유입이 많아 출산 수요가 늘었고, 그 결과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최근 3년 연속 신생아 수(주민등록 기준)가 늘었다. 그런데도 출산 인프라가 후퇴하면서 원정 출산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김천에서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더 듣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8개 산부인과 중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해 온 김천제일병원이 올해 안에 분만실을 폐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 이왕복 원장은 “분만실 운영에 연간 1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해 더는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인구가 줄고 교통이 불편한 지방 도서 지역의 문제로만 여겨지던 출산 인프라 붕괴가 혁신도시 등 지방 중소도시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이 이전한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도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63곳에 이른다. 경기 과천시 하남시, 충남 계룡시, 경북 문경시도 분만실이 없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의 시군구(특별시, 광역시를 제외)에서 태어난 신생아 18만5000명 중 1만9485명(10.5%)은 지역의 출산 인프라 부족으로 인근 특별시와 광역시의 병원에서 원정 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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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채소음료 절반이 ‘설탕 범벅’

    어린이들이 즐겨 마시는 과일·채소 음료의 절반 이상에 영양 기준보다 높은 당류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성장기에 권장량 이상의 당류를 섭취할 경우 영양 불균형과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 중인 과일·채소 음료 334개 중 170개 제품이 영양 기준보다 많은 당류를 포함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음료 200mL당 당류 함량이 17g을 초과하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된다. 수입 음료(60개)와 국산 음료(110개)의 200mL당 평균 당류 함량은 각각 평균 23.8g, 21.9g으로 나타나 권고치를 넘었다. 수입 제품 중 당류가 가장 많이 포함된 음료는 이탈리아산 ‘푸루타렐리 오리지날맛’(40g)이었다. 국내에서 생산된 음료 중에는 ‘자연은 블루베리’(웅진식품)의 당류 함량이 30g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가공식품을 통한 어린이의 1일 당류 섭취 기준량 37.5g과 맞먹는 수준이다. 코카콜라 한 캔(250mL)의 당류 함량 27g보다도 많다. 반면 어린이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포함하고, 당류와 포화지방 등을 적게 담은 음료는 조사 대상 품목 334개 중 40개에 불과했다. 이는 200mg 기준으로 △열량 250Cal 이하 △당류 17g 이하 △포화지방 4g 이하 △단백질·섬유질·비타민·무기질 중 2가지 이상 포함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경우다. 당류가 가장 적게 포함된 음료(4g)와 가장 많은 음료의 당류 함량 차이는 10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식약처 홈페이지의 ‘식품안전나라’ 코너에서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음료뿐 아니라 과자나 사탕 등 군것질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당류를 과다 섭취할 위험이 높다.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 김건희 교수는 “당류나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음료와 과자 등을 많이 섭취하면 영양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간식을 고를 때 품질인증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당류 섭취량은 2010년 하루 69.9g에서 2016년 73.6g으로 늘었다. 12∼18세 청소년들은 하루에 80.8g(2016년)을 섭취했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성인 기준 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면 일상생활에서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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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질환자 관리 구멍 여전… 재활기관 등록 30%뿐

    경남 진주에서 흉기를 휘둘러 이웃 주민 5명을 숨지게 한 안모 씨(42)가 과거 조현병 치료를 받았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뒤 정부가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2015년부터 1년 반 동안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입원 치료나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지원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아파트 주민에게 난동을 부렸지만 경찰이나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빠졌던 것이다. 안 씨처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킨 범죄는 과거에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858건의 살인사건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72건이었다. 정신질환자들의 재범률은 2017년 기준 66.3%로 전체 범죄자 재범률(46.7%)보다 높았다.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도 조현병을 앓았다. 이 때문에 중증 정신질환자는 퇴원 후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해 관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복지부의 ‘2017년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중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4304명(63.3%)에 불과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시설 및 지역사회 재활기관 등록률도 약 30%에 그쳤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는 ‘외래 치료 지원 서비스’ 제도를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임세원법)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거부하면 지자체에 통보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 정신건강심사위원회가 환자의 거부가 적절한지 다시 심사하도록 안전장치를 뒀지만 지역 사회의 관리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관리의 초점이 감금 및 치료에서 ‘사회 복귀’로 옮겨가는 만큼 사후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지금은 환자가 퇴원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사후 관리도 안 된다”며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치료받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호주에선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역사회 정신건강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다”며 “입원 여부도 보호자가 아닌 행정기관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부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범죄를 전체 정신질환자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정신건강 복지센터에 등록하는 게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입원 중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체 조현병 환자가 다 위험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구특교 기자}

    •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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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또 문 못연 투자개방병원… 복지부 “現정부선 계획 없어”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가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가 ‘외국인 전용 조건’으로 허가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이 정한 3개월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며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회’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청문주재자인 오재영 변호사가 12일 제주도에 제출한 청문 종합의견서는 “제주도가 병원 개설 허가를 15개월이나 지연했고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허가 후) 3개월 내 개원하지 못했다는 녹지병원 측 주장은 개원하지 못할 만큼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문회에서 녹지병원 사업자인 중국 뤼디(綠地)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측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요구에 따라 778억 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신축하고 2017년 8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진료를 시작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췄지만 개설 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5000만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조건부 개설허가로 인해 당장 개원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내줬지만 의료법상 개원 시한인 지난달 4일까지 개원하지 않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 유한회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뤼디그룹 측은 올 2월 제주지법에 개설허가 조건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주도 안팎에서는 뤼디그룹 측이 이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투자금을 비롯해 약 8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주도에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녹지병원은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헬스케어타운에 건물을 짓고 47병상을 갖췄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가 취소되면서 의료 공공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 정부에서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허가권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이날 “현 정부에서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박성민 기자}

    •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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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보사 투약 3900명 15년간 추적조사”

    국내에서 유통된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주성분 중 일부가 허가 당시와 다른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밝혀졌다. 미국 임상시험 결과처럼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우려가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된 것으로, 그간의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성분이 바뀐 경위를 추가 조사한 뒤 약품 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15일 이런 내용의 인보사 사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와 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형질전환세포를 무릎에 주사로 투여해 통증을 줄이고 연골 재생을 돕는 치료제다. 2017년 7월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까지 임상시험을 포함해 총 3957건이 환자에게 투여됐다. 문제가 처음 생긴 것은 지난달 31일. 미국 판매를 위해 진행된 임상시험 과정에서 국내에서 허가받을 당시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인보사는 1액(사람연골세포)과 2액(형질전환세포)이 3 대 1로 구성되는데 2액의 구성이 허가 서류와 다르다는 사실이 개발 15년 만에 밝혀진 것이다. 이날 식약처의 조사 결과 발표로 의혹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개발 회사가 신장세포를 고의로 사용했는지 여부다.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2004년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연골세포의 특징이 나타나 연골세포로 판단했지만 뒤늦게 최신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진행한 결과 신장세포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고의로 성분을 바꾸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신장세포를 사용한 것인지, 단순히 성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추가로 조사하기로 했다. 개발사의 성분 인식 오류로 밝혀지더라도 논란은 남는다. 약품 성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품목허가를 변경해야 한다. 인보사 사용 환자 등은 허가를 취소하고 안전성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방사선 처리를 거쳐 종양 발생 가능성을 차단했고 투여 환자 중에서도 부작용 발생 사례가 없다”며 “다시 임상시험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들의 손해배상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인보사는 처음부터 잘못된 의약품이고, 수백만 원의 약값을 지불한 환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자문 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2017년 4월 인보사에 대해 “위해(risk)가 더 크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하지만 식약처는 두 달 후 “(약품에) 방사선을 쬐여 위해성을 최소화했다”는 코오롱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의약품을 허가했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의 건강 상태를 15년간 장기 추적 조사하기로 하고 이상 반응이 생기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신고하거나 식약처로 문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성민 min@donga.com·배석준 기자}

    •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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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건보수가 가산제, 지방은 그림의 떡

    외과 및 흉부외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장기화하자 보건복지부는 2009년 7월 이 분야 수술의 건강보험 수가를 30∼70% 더해주는 ‘수가 가산제도’를 도입했다. 심장 수술비가 100만 원이라면 30만∼70만 원을 더 얹어 병원에 주는 방식이다. 연간 4000억 원가량의 건보 재정이 여기에 쓰인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 후에도 해당 분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늘지 않았다. 전공의가 비교적 많은 서울의 대형 병원은 수술 건수가 많은 덕에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지만 수술 환자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지방 병원에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수가 가산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해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외과 수술에 따른 수가 가산금을 원래 목적대로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양성을 위한 인건비 지원에만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학병원 19곳을 조사한 결과 12곳은 가산금 일부(13∼60%)를 인건비가 아닌 병원 운영비로 썼다. 한 대학병원은 전체 가산금 중 2%만을 전공의 인건비에 보탰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수술 수가 가산제도를 현실화하는 한편 공공 의학전문대학원에 외과 및 흉부외과 지원자를 위한 정원을 별도로 두는 등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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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외과의사 모자라… 지방선 ‘수술 절벽’

    오전 7시에 시작한 심장 수술을 장장 13시간 만에 마치고 오후 8시경 수술실에서 나온 김도정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36·여)는 2일 두 눈이 빨갛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종일 굶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날은 김 교수에게 평소보다 ‘한가한’ 하루였다. 지난달 말엔 사흘 내내 3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오가야 했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크게 부족한 탓이다. 젊은 의사들이 외과와 흉부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지방에서는 이미 수술 일손이 부족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수술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진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는 2016년 기준 6886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평균 6.5명이다. ‘수술 의사’는 서울(인구 10만 명당 10.4명)과 대구(8.9명), 부산(8.5명)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충남(3.5명)이나 경북(3.7명) 등 지역에선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수술 의사 1명이 감당해야 하는 인구가 서울은 9576명이지만 충남은 2만8818명으로 서울의 3배에 가깝다. 의료계는 현재 수술 의사의 주축인 50대 외과·흉부외과 전문의가 대거 의료 현장을 떠나면 2026년경에는 수술 절벽이 서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외과학회와 대한흉부외과학회는 14일 “정부가 올해 안에 충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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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 보장성 강화 종합계획, 건정심 “추가논의 필요” 제동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재정 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안’에 제동이 걸렸다. 건보 재정 문제와 관련해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일부 위원들이 추가 논의를 요구하면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건정심을 열고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안을 논의했지만 위원들 사이의 이견으로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2023년까지 과거 10년 수준인 평균 3.2%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에 대한 반발도 컸다. 2023년까지 추진되는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건보 보장률을 현행 62.7%에서 70% 수준으로 높이는 동시에 노인외래정액제 연령 기준을 만 65세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올려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종합계획안의 방향성은 좋지만 2000년 의약분업 때처럼 재정 파탄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함께 안건에 오른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 체계 개선 방안’도 보류됐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중증환자의 급여를 올려 요양병원이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환자 유치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이 개선안으로는 효과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추가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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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 임상경험 거의 없고 의학적 연구 부족… “의사들 교육 시급”

    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기간을 두고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에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하는데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여성계에서 요구하는 유산 유도 약물 합법화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본인·배우자의 유전적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이나 인척 간 임신 △임부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경우에만 임신 24주 안에 낙태가 허용된다. 임신 초기 낙태를 허용한다면 ‘24주’라는 기준을 앞당겨야 한다. 그럴 경우 태아를 어느 시점부터 ‘생명체’로 볼지를 두고 생명윤리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에서는 대체로 12∼16주까지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의료계도 대체로 임신 초기 단계로 분류되는 1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산모의 건강을 고려해 허용 시점을 더 앞당겨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임신 9주부터는 태아가 사람 형체를 잡고, 10주부터는 장기가 성숙 단계에 들어선다”며 “10주 이후 낙태는 출혈이 많고 산모도 위험할 수 있어 낙태 허용 시기를 8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 시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낙태가 66년 동안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의대의 낙태 관련 커리큘럼은 전문적 지식을 가르치기보단 윤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운 시술법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이대목동병원 김영주 산부인과 교수는 “낙태도 분만처럼 과다 출혈 등 다양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는데 의사들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가로 허용되는 낙태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대체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합법적 낙태는 임신 8주 이내는 약 10만 원, 8∼12주는 13만 원가량의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최안나 난임센터장은 “낙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며 “국공립병원 등에서 숙려 제도를 갖춰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모의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 등의 불가피한 낙태뿐 아니라 원치 않은 임신이라는 이유로 낙태하는 것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여성계에서는 낙태를 위해 수술 외에도 유산 유도 약물 사용을 합법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 조사 결과 낙태를 시도한 여성의 9.8%는 약물을 이용했다. 유산 유도 약물은 수술로 인한 감염과 장기 손상 등의 우려가 적고 비용 부담도 낮다. 대표적인 유산 유도 약물인 미프진은 이미 세계 62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초기의 가장 안전한 낙태 방법으로 약물을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프진을 피임약처럼 쉽게 구할 것을 우려해 합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불법적인 유통까지 모두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협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미프진은 합법화가 필요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료기관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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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69세 231만명 ‘1500원 진료’ 혜택 못받는다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동네 의원에서 최소 1500원만 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노인 외래 정액제’의 연령 기준을 만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노인들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방지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당장 65∼69세 노인 약 231만 명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10일 발표했다. 노인 외래 정액제는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일 때 1500원 △1만5000원 초과∼2만 원 이하 10% △2만 원 초과∼2만5000원 이하 20% △2만5000원 초과면 30%만 부담하는 제도다. 노인들이 이 제도로 할인받은 진료비는 지난해에만 약 4716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노인 외래 정액제가 노인들의 의료 쇼핑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제도의 연령 기준을 높이면 65∼69세 약 231만 명이 감액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65세 미만도 동네 의원 진료비의 30%만 부담하고 있어 내야 할 진료비가 대폭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노인의 진료비 할인 혜택 연령이 70세로 확정되면 노인 연령 기준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고 동네병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증 질환자가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본인부담률이 현재의 60%에서 더 올라간다. 대형병원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요양병원에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하는 환자의 본인부담률도 높이기로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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