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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혐의 수사를 이끌었다가 고소, 고발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재배당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최근 울산지검으로부터 황 청장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을 넘겨받았다. 자유한국당의 고소,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이송됨으로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울산시청 공무원이 울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 울산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레미콘 업자가 납품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후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고,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이 아파트 건설업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황 청장을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황 청장은 18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정기인사에 맞춰 퇴직하려 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힐 수는 없지만 (출마계획이 없다고) 거짓말할 수도 없다”며 총선 출마를 예고했다. 황 청장은 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평소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신념을 외부에 알리지 않다가 입영통지서를 받고 병역을 거부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라고 판결한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이에게 처음 유죄가 확정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28)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해 11월 “신병교육대로 입영하라”는 입영소집통지서를 받았지만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 씨는 기소 전까지 6차례 입영을 연기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언급하지 않다가 기소 후에야 자신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주장했다. 또 본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지만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 수감 중 평화주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저서를 읽은 뒤 비폭력주의자가 돼 병역을 거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 2심은 “피고인은 계속해 입영을 연기했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면서 입영을 기피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검찰이 최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과 특감반원을 참고인 자격으로 비공개 조사한 것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에 대한 감찰 무마를 지시한 ‘윗선’을 가려내는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소명하고도 덮었다는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결국 검찰 수사가 고위 공직자 비리 의혹에 대한 감찰을 무력화시킨 ‘강력한 힘’의 진원지를 규명하는 수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에 이어 살아있는 권력과 검찰이 또 한 차례 충돌할 가능성까지 전망되고 있다. ○ “내부 제보로 비위 ‘뜰채’로 건졌는데 감찰 무마” 서울동부지검은 최근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한 전 특감반원 A 씨의 직속상관인 이 전 특감반장, A 씨의 특감반 동료를 대거 비공개 조사하면서 당시 감찰이 무산된 경로를 상당 부분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 수사와 별개로 그에 대한 감찰 무마를 규명하는 수사를 검찰이 투 트랙으로 진행한 것이다. 청와대 감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금융위 내부자의 순도 높은 제보가 상당한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제출받고, 세 차례 대면조사로 업체 관계자에게 오피스텔과 골프채, 항공권 등 금품을 받은 단서까지 확보했다. 유 전 부시장은 “자녀의 유학비 송금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귀가한 뒤 갑자기 잠적했고, 특감반이 소재를 파악하던 사이 갑자기 감찰중단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최초 감찰 착수 때만 해도 유 전 부시장에 대해선 ‘행정고시 출신의 평범한 늘공(늘 공무원)’ 정도였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감찰이 무산되고, 유 전 부시장이 영전을 이어가자 특감반 내부에서는 “금융위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생생한 비위 혐의를 특감반이 ‘뜰채’로 건져 올린 상황이었는데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마됐다”, “어떤 힘이 작동한 것이냐”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전 부시장이 대가성 뇌물을 받은 정황이 최근 검찰 수사로 더 구체화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당시 감찰을 무마하거나 지시한 인사가 규명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유 전 부시장, 친분 깊은 여권 핵심 힘 빌렸나 이 과정에 여권 핵심 관계자가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을 받고 감찰 무마를 청와대에 요청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정국에 끼칠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사실을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통보한 인사가 이 전 특감반장의 직속상관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아닌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었다는 점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금융위 담당이어서 그가 최 위원장에게 통보했다”고 했다. 반면 “특감반 감찰은 절대 보안이 유지되는데 다른 부서에서 안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유 전 부시장의 여권 내 폭넓은 인맥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그는 친노(친노무현) 핵심 그룹과 두터운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정권 핵심 관계자 A, B 씨와 친분이 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함께 근무했던 C 씨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기를 압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이 무마된 2017년 당시는 통화기록 추적기간(1년)을 지난 시점이어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성희 chef@donga.com·김정훈·이호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28일 열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오전 10시 10분 전 국정원장들에게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3심 선고를 진행한다. 같은 시각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3심을,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활비를 중간에서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3심을 각각 선고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35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의 2심은 국정원장이 법적으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문고리 3인방 2심은 국정원장들이 회계관계직원이어서 국고손실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시절이던 2016년 9월 청와대로 건네진 2억 원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 2심은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받은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지만, 문고리 3인방의 2심은 뇌물이라는 정반대의 판결을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2008년 방통위가 출범한 이래 방송의 객관성 공정성 등에 대한 방통위 제재의 적절성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RTV)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수의견 7명(김명수 대법원장,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은 이 다큐멘터리가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 유지 의무 및 사자 명예존중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사실상 주류적인 지위를 점한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묘사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반대의견 6명(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방대한 자료 중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 선별해 객관성을 상실했고, 제작 의도와 상반된 의견은 소개하지 않아 공정성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저속하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사자 명예존중을 규정한 심의규정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견을 따르면 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방송을 해도 ‘역사 다큐’ 형식만 취하면 아무런 제재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신철식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은 “일방적으로 건국 대통령을 폄하, 모욕하는 소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것을 방송해도 좋다는 결정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2012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 편인 ‘두 얼굴의 이승만’과 박 전 대통령 편인 ‘프레이저 보고서 제1부’ 등 두 편으로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려 독립운동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한국 경제성장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챘다는 주장이 담겼다. 시민방송이 이 다큐를 55차례 방송하자 방통위는 2013년 8월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시민방송은 이에 불복해 방통위에 재심 청구를 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 재구성해 사실을 오인하도록 조장했다”며 방통위 제재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이호재 hoho@donga.com·조종엽 기자}
증인의 법정 증언 거부가 정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증인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염모 씨(48)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염 씨는 2017년 3월 최모 씨에게 640만 원을 받기로 하고 필로폰을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최 씨는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우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최 씨가 자신의 마약 혐의 사건 판결이 확정돼 증언 거부권이 사라진 2심 때도 증언을 거부하자 검찰은 최 씨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 등 다수의견 12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에서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증인이 정당하지 않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때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한 증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해 피고인이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실효적인 제재수단을 도입하는 등 증언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예외규정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이유가 다른 별개의견을 냈다. 박 대법관은 “증인이 이미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이상 참고인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 (정당하게 증거능력이 인정된) 이후 증언거부사유가 소멸된 시점에 증인이 다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리운전 기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노조 결성, 단체교섭, 파업 등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합의1부(부장판사 서정현)는 최근 손오공과 친구넷 등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 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 내용, 시간, 기사 배정 등에 비춰 볼 때 대리기사들이 겸업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근로 전속성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론 해당 업체에 고용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어 “업체들이 기사들로부터 대리운전 1회에 3000원의 수수료를 받는 점, 대리운전 업체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점, 복장 착용이나 교육 의무 부과, 업무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점에서 지휘·감독도 존재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노조법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하지 않고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 제공자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근로자를 정의하고 있다. 교섭력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기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1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27일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이호재 hoh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의 임관혁 단장(53·사법연수원 26기)이 17일 전남 목포신항에 있는 녹슨 세월호 선체 내·외부를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둘러봤다. 특수단과 세월호 유가족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임 단장은 이 자리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유가족에게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임 단장 등 특수단 소속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은 17일 세월호 선체 안으로 들어갔다. 특수단은 먼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들으며 세월호 선체 내부의 조타실과 객실 등을 살펴봤다. 이 자리엔 협의회의 장훈 운영위원장(고 장준혁 군 아버지), 유경근 전 집행위원장(고 유예은 양 아버지), 김광배 사무처장(고 김건우 군 아버지) 등 유가족 10여 명이 참석했다. 임 단장은 세월호 선체 외부도 둘러본 뒤 유가족들과 별도로 약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임 단장은 유가족들에게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다녀왔다. 세월호 선체를 둘러본 소회가 의미 있다”고 했다. 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며 진상 규명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협의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을 포함한 세월호 참사 책임자 40명을 15일 검찰에 고소 고발한 점을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또 기존 검찰 수사의 문제점 및 재수사의 성격과 방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단장은 어떤 의혹부터 수사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수사 방향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해약금 규정(민법 제565조)에 의해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 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올 2월 실시된 제56차 변리사 국가자격시험 1차 시험 민법개론 A형 시험지 33번(B형 32번) 문제다. 응시자 A 씨는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는 실제 지급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의 배액(일종의 해약금)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1번 답안을 기재했다. 그러나 변리사 시험을 시행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정답은 달랐다. 1번은 옳은 경우에 해당하고, 4번만이 틀린 경우에 해당하는 정답이라고 한 것이다. A 씨는 이 문제를 맞히지 못해 합격선인 77.5점을 넘지 못하자 올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A 씨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1번 답안은 해약금 규정에 관해 확립된 판례의 법리에 어긋난다. 평균적인 수험생들이 정답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장애를 주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판례에 비춰 볼 때 1번 역시 옳지 않은 경우에 해당해 1, 4번을 복수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A 씨가 이 문제를 맞혔다고 인정해 점수를 더하면 총득점은 합격 기준점을 상회함이 분명하므로 (1차 시험에 대한) 불합격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 씨에 대한 법원 판결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고, 다른 수험생들에게 모두 복수 답안으로 처리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심 판결 결과에 대한 항소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외교부 관계자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자들 동의 없이는 일본과 합의하지 않겠다”며 강제동원에 대한 해법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 등에 따르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총리실, 외교부 관계자는 15일경 광주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99)를 만났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88) 등도 정부 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은 청와대 측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강제동원 피해자 측에 먼저 연락해 성사됐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1941∼45년 일본제철에서, 양 할머니는 1944∼45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 동원됐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이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확정 판결했다. 청와대는 식사를 겸한 면담 자리에서 “피해자들 동의 없이는 일본과 합의하지 않겠다”며 피해자들을 다독였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같은 입장을 대리인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전달해 왔지만 이번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다. 강제징용 대리인단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들과의 만남이 없던 것에 대해 ‘질책하면 질책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정부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뵙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피해자들에게 최근 한일 간 강제동원 해법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일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정부의 ‘1+1’ 해법을 거부한 뒤 문희상 국회의장이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만들자는 ‘1+1+α(국민 성금)’ 방안을 내놓았다. 피해자들이 진행 과정을 궁금해하고 있는 만큼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들과 여러 채널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지혜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런 방안들에 대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안의 내용에 대해 청와대와 피해자 측 모두 함구했다. 일각에선 조만간 피해자들의 동의를 거쳐 새로운 강제동원 해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아직 정부가 특정 방안을 갖고 피해자들에게 설명하는 단계는 아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배상 방식을 감안해 새로운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문병기 기자}

법무부가 전국 41개 직접수사 부서를 연말까지 폐지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대검찰청의 요청이 있기까지 5일째 함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14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가 이 같은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언론 보도와 대검찰청 고위 간부가 전해주기 전까지 일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부패 대응 역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결정이지만 법무부가 검찰과 사전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 청와대 여당과만 논의, ‘검찰 패싱’” 국회에서는 14일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검찰 개혁 추진 상황 점검회의가 열렸다. 장관 권한대행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의 직제 개편안을 보고한 지 6일 만이다. 그사이 개편 당사자인 검사들의 의견 수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 차관이 문 대통령에게 이 내용을 보고한 8일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열려 윤 총장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회의를 마친 뒤 김 차관은 윤 총장 몰래 대통령을 따로 만나 검찰 개혁 보고서를 올렸다. 사흘 뒤인 11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대검은 법무부의 연락이 없자 다음 날 간부 간 비공식 루트를 통해 자료를 요청했다. 대검은 12일 밤 법무부로부터 김 차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른바 ‘VIP보고서’를 전달받았다. 이 연락마저 없었다면 14일 당정회의까지도 대검은 관련 사실을 몰랐을 수 있다. 당정회의에서 김 차관은 “직접수사 축소로 인해 생겨나는 수사력을 형사·공판부로 돌리는 방향”을 연내 추진 과제로 재확인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은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 돌이킬 수도, 방향을 바꿀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고 화답했다. ○ 윤석열 총장 “국가 부패 대응 역량 약화 우려” 법무부가 뒤늦게 “대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총장 등 검찰 분위기는 격앙되어 있다. 윤 총장은 14일 대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국가 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되지 않는지 잘 살펴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특히 법무부가 추진 중인 ‘수사 상황 법무부 장관 사전 보고’ 규정에 대해 “검찰 중립성 보장을 위한 검찰청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뿐 개별 검사는 지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발생과 처분 과정 등을 보고하는 사무규칙이 있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 만약 수사 착수 전이나 진행 단계를 일일이 보고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권력층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군사정권에서도 몰래 하던 일을 아예 대놓고 규정으로 만들려 한다”며 “앞으로 정권 수사할 때 ‘치워 놓으라’고 알려주고 압수수색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수사 상황 사전 보고 논란에 대해선 “보고 대상과 유형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검 측은 “검찰 개혁 주체인 검찰과 법무부가 신뢰를 갖고 추진해야 하는데 청와대 보고 내용과 배치되는 법무부의 해명은 거짓 해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했다. ○ 검사들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 반발 일선 검사들은 정부의 반부패 수사 축소 논의에 검찰총장이 배제된 것에 대해 “조 전 장관 수사에 대한 보복이자 의도적인 검찰 패싱”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산업기술범죄조사부, 특허범죄조사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폐지 대상 부서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공정성과 반부패를 위한 부서라는 점에서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검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혁 추진 절차를 문제 삼았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병원에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이 간판을 모두 내리고 1호 병원, 2호 병원, 3호 병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의사들 의견도 묻지 않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국가 부패 수사 역량에 심각한 구멍이 발생할 수 있는 조치로, 내용과 절차 모두 최악의 개혁안”이라며 “법무부 개혁안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탓에 협의할 자신이 없어 대검을 건너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법무부의 일방적인 직제 개편안에 대한 성토글이 올라왔다. 서울동부지검의 한 검사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전문 부서 전부를 두 달 안에 일괄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썼다. 범죄의 고도화와 지능화에 대응해 전문 부서가 만들어지고 그에 맞는 인적, 물적 자원을 갖춰 왔는데 이런 노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고검의 또 다른 검사는 “법무부에 의한 검찰 장악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검찰의 독립과는 많이 다르고 일선의 업무 수행 현실과도 동떨어진 듯하다”는 글을 올렸다. 신동진 shine@donga.com·이호재 기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더욱 경종을 울려야 할 사항이다. 선거에 관한 여론 조작을 엄중히 처벌하지 않으면 온라인 여론조작 행위가 성행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허익범 특별검사팀) “한두 번 만난 김동원 씨(온라인 닉네임 드루킹·50·수감 중)와 불법을 공모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까지도 공격한 저들의 불법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김경수 경남도지사·사진) 14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과 김 지사는 각각 이같이 주장했다. 김 지사는 올 1월 댓글 조작 혐의(업무방해)로 징역 2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등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3개월 뒤 조건부 보석 석방됐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3년 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 등 총 6년을 구형했다. 1심 구형량인 징역 5년보다 1년 높다. 특검팀은 “(김 지사는) 공소 사실이 객관적 증거와 증언으로 인정되는데도 진술을 바꿔 가며 이해하기 어렵게 부인하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객관적 자료로 자신의 행위가 밝혀졌음에도 보좌관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또 “원심이 실형을 선고하자 법정 외에서 판결 내용과 담당 재판부를 비난했다. 사법부에 대해 원색적으로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지켜야 할 공인이자 모범을 보여야 할 행정가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지사는 9분간의 최후 진술을 통해 “찾아오는 지지자를 만난 것과 불법을 함께 공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셨다. 대통령 모실 때 혹시라도 누가 될까 싶어 동창회나 향우회도 나가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인연을 강조했다. “제가 문제 생기면 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께 누를 끼치는 문제라 생각하고 매사에 조심히 하면서 살아왔다”고도 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만약 1심 선고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는 14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은 그룹 총수 배우자의 지위를 이용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일에 회사 임직원을 동원했다. 설령 자신의 개인 돈으로 가사도우미 비용을 지급했다고 해도 이는 고용의 당연한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 1심과 달리 사회봉사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사회봉사명령은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에게 사회를 위해 일정 기간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할 것을 지시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만 70세의 고령이고 수사 및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남편마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아갈 처지에 놓여 있는 점을 모두 고려해 별도로 사회봉사를 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재판이 소송 제기 3년 만에 처음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13일 오후 5시경 고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법정에는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 대리인은 출석하지 않았다. 법정에 선 이 할머니는 울먹이며 “군인들에게 끌려가 온갖 고문을 당하고 1946년에 돌아왔다.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옥순 할머니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와서 공식 사죄를 해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소송은 2016년 12월 제기됐지만 그동안 재판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관련법에 따라 올 5월 재판 진행 관련 통지서를 법원 게시판에 게시한 뒤에야 재판을 진행했다. 위안부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일본의 금전 배상뿐 아니라 인간 존엄의 가치와 자유권 회복을 위한 소송”이라며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내년 2월 5일에 열릴 예정이다.김동혁 hack@donga.com·이호재 기자}
“일부 혐의는 부인하지만 그래도 도덕적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수치심을 주고 기분 나쁘게 한 점은 정말 죄송하다. 억울함은 재판을 통해 조금 밝혀졌으면 좋겠다.”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촬영·유포한 혐의(특수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 씨(30·수감 중)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입국하자마자 조사를 받고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피해자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못 드렸다.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그때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금 더 생각했다면 이런 상처를 드리지 않았을 텐데 저의 어리석음이 너무 후회되고 깊이 반성한다. 앞으로 베풀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종훈 씨(30·수감 중)는 “특수준강간이라는 죄명이 너무 무겁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술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로 여성에게 먹게 해 간음이나 추행한 적은 없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며 울먹였다. “인생의 반을 연예계에 몸담으며 또래보다 바쁘고 화려하게 살아왔고, 어린 나이에 인기를 얻었지만 겸손하지 못했다. 공인으로서 부도덕한 행동들을 이제 와서 사과드리는 것이 부끄럽다. 피해자분들을 생각하면 평생 고통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은 정 씨와 최 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정 씨와 최 씨에게 모두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의 취업 제한을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가수 소녀시대 유리의 친오빠 권모 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건 이른바 이철희 장영자 부부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범죄 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83년 12월 제정된 특경가법 제3조는 배임 횡령 등에 대한 가중처벌 조건을 기준 이득액 ‘1억 원 이상’으로 정했고 50억 원 이상은 최고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민주화된 뒤 1990년 12월 기준 이득액 ‘5억 원 이상’으로 개정되면서 50억 원 이상은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낮췄다. 이후 29년간 이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현재는 대기업들이 수조 원을 투자하는 시대다. 기준 이득액이 변하지 않은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올 5월 개정돼 8일부터 시행 중인 ‘특경가법 시행령’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시행령에서는 배임 횡령 등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으로 유죄가 확정된 기업인은 범죄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보는 제3자 관련 기업체에 대해서만 취업이 제한돼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다니던 회사에도 일정 기간 복귀할 수 없게 됐다. ‘직업 선택의 자유’나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이익금이라고 속인 뒤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등 ‘돌려 막기’ 방식으로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 발행업체 간부들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상화폐 업체 코인업 대표 강모 씨(53)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코인업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권모 씨와 신모 씨는 각각 징역 11년, 총재 윤모 씨와 부총재 장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강 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코인업 투자금을 모집한다고 속이며 수천 명에게 4000억 원대의 투자금을 끌어 모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자신들이 지목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면서 패키지 상품에 투자하면 4∼10주가 지난 뒤 최대 200%의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용해 실체가 불분명한 코인을 매개로 다수 투자자로부터 금원을 받았다. 후순위 투자자의 돈을 선순위에게 돌려주는 등 돌려 막기 방식으로 운용했고 피고인들은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강 씨 등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라고 권유했지만 실제로는 가치 상승의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들이 유능한 기업인으로 보이려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것으로 합성된 사진을 잡지에 게재한 뒤 피해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과의 합성 사진이 게재된 잡지까지 비치하는 등 그럴듯한 외관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범행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몰수한 재산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추징금은 선고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겠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투자해 피해가 확대되는 데 일부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11일 공식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임관혁 단장(53·사법연수원 26기)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첫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임 단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면 그분(유가족)들과 소통,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임 단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이번에 정리한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당부한 만큼 유가족들과 소통해 모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15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122명을 검찰에 고소 고발할 계획을 밝힌 만큼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과의 구체적인 면담 일정 등은 이르면 이번 주 만날 계획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관계자와 상의할 예정이다. 임 단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다시 살펴본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수사 범위에 대해선 “현재는 우선순위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조위가 기존에 수사 의뢰해 검찰에서 수사해왔던 세월호 폐쇄회로(CC)TV,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의 조작·편집 의혹, 청해진해운 산업은행 불법대출 의혹 기록 등은 봤다”고 했다. 수사 기간이나 절차 부분에 대해 임 단장은 “수사는 기본적으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처벌을) 전제로 하지 않은 조사까지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대해선 “다른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법무부는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을 불러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날 ‘전관예우 불패’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TF는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을 팀장으로 대한변호사협회, 검찰, 학계 등 내·외부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한다. 올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활동하며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내놓는다. 20일 전후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직퇴임(전관) 변호사에 대한 감독 등의 업무를 맡는 법조윤리협의회로부터 의견이나 자료 협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TF는 먼저 현재 법원에서 시행 중인 ‘연고 관계 변호사 회피·재배당 절차’를 검찰 수사 단계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검찰에선 보통 부장검사가 전문성 등을 고려해 각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고 있는데, 수사 검사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되면 논란을 피하도록 재배당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관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TF는 장기적으론 현행 변호사법을 개정해 변호사가 본인과 관련 있는 사건을 수임하거나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을 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을 할 때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올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은 전관 변호사가 사건번호와 수임액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호재 hoho@donga.com·신동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을 맡은 임관혁 안산지청장(53·사법연수원 26기)에게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이번에 정리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은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임 단장을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고 대검 관계자가 7일 밝혔다. 윤 총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부장 한동훈 검사장)를 통해 수사를 직접 지휘할 계획이다. 윤 총장은 특수단을 통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분 단위로 모든 것을 꼼꼼히 점검하는 ‘백서’식 수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과정의 문제점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최종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윤 총장의 결단에는 2017년 12월 제정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 제28조가 ‘검찰총장은 특조위로부터 고발 받은 사건의 수사와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담당할 검사를 지명하고, 검사가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정한 만큼 검찰총장이 해야 할 법률적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단장은 이날 오전 특수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 12층으로 출근했다. 임 단장은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통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사건 발생 5년 7개월 만에 특수단이 꾸려진 특수성 등을 고려해 되도록 조용히 출범을 준비하려는 모습이었다. 특수단은 8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지만 현판식도 갖지 않기로 했다. 임 단장은 11일 오후 2시 출범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한다. 임 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재수사가 세월호 관련 마지막 조사가 되도록 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동안 세월호와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과 문제점을 다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시 영상이 저장된 녹화장치를 해군과 해경이 조작했고, 참사 당일 구조 헬기에 병원 이송이 시급한 학생이 아닌 해경청장을 태웠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