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던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7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13명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날 채택된 증인에는 △하현회 LG 부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박영춘 SK 수펙스추구협의회 팀장(부사장)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등 대기업 고위 임원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각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경위 등을 신문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100번째 재판인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항소심 재판부에도 건강상 이유로 증인 출석이 어렵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사건 담당 재판부는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 증인신문을 취소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26일 구치소 방문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 “추가적인 직접 조사 시도는 현실적인 실익이 적다고 생각한다. 추가 혐의에 대한 증거를 분석해 내년 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모든 벌은 제게 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27일 오후 6시 45분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피고인석에서 울먹이며 항소심 최후 진술을 마무리했다.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종이 2장에 직접 쓴 1500자 분량의 글을 9분 동안 읽었다. 종이를 든 손은 떨렸다.○ “실력으로 초일류 기업인 인정받고 싶었는데…”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에서 시작됐다.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오라니까 간 거지만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법적 책임은 모두 제가 지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가 벌을 받아야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 같다. 최지성 실장(66·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사장(63·전 미래전략실 차장) 두 분은 제발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주십시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시작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우리 사회에 제일 빚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았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 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다”고 말했다. 또 “10개월간 구치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겪으며 사회에서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 인생 얘기를 들으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혜택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부회장은 “제 인생의 꿈을 말씀드리고 싶다. 오로지 제 실력과 제 노력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이것은 전적으로 저한테 달린 일이고 제가 못하면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없다. 근데 제가 왜 대통령에게 청탁하겠나. 재판장님 이것만은 꼭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청탁을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 사실을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회장 타이틀이나 지분 같은 건 의미 없었고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아버지 같이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이다. 다른 기업과 같이 후계자 다툼 할 일도 없었다”며 “이런 제가 왜 승계를 위해 청탁을 하겠나. 이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순간 이 부회장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 도중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라며 출소하더라도 그룹 회장 직을 맡지 않을 뜻을 밝혔다. ○ “대통령 후원 요구 따른 게 실체적 진실”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시작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은 오후 6시 55분까지 8시간 55분 동안 이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특검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최 전 실장과 장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의 승마 지원에 관여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에게는 징역 10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55)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영수 특검은 2500자 분량의 논고문을 8분 동안 읽으며 “이 사건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 대가로 대통령과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25분 동안 1만 자 분량의 최종 변론으로 맞섰다. 이인재 변호사(64)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문화, 스포츠 융성 등 공익적 목적을 내세우며 지원을 요청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대통령으로부터 후원 요구를 받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른 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독대 횟수 놓고 공방 앞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몇 차례 독대했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특검이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구속 기소)의 증언을 제시하며 “2014년 9월에도 독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안가에서 안 전 비서관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제가 이걸로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그걸 기억 못 하면 적절한 표현 같진 않지만 제가 치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건 2015년 7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뿐”이라고 말했다.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의 만남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횟수는 모두 3번이라는 것이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김지현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사진)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25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15일 구속 수감된 지 열흘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우 전 수석의 구속적부심을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우철)에 배당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적부심은 원래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가 전담해왔다. 하지만 우 전 수석 사건은 신 수석부장판사의 요청으로 재배당이 이뤄졌다. 신 수석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과 연고 때문에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재배당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과 동향(경북 봉화군)이며 서울대 법대 84학번,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형사합의51부의 대리재판부는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오성우)지만 재판장이 휴가로 공석이어서 형사합의2부가 대신 사건을 맡았다. 우 전 수석의 구속적부심사는 27일 오후 2시 열린다.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을 불법사찰하고 자신에 대한 사찰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15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우 전 수석의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앞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한 바 있다.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에 수십억 원의 국가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59)도 22일 건강상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에 비판적인 법관의 동향을 파악, 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추가조사위원회(조사위·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의혹 관련자들의 컴퓨터를 당사자 동의 없이 강제 개봉해 조사를 시작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당사자 동의 없는 강제조사는 위법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던 데다 자유한국당 측은 “강제조사를 시작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위는 26일 오후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공용컴퓨터에 저장된 사법행정과 관련해 작성된 문서”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8)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전·현직 심의관 2명이 사용했던 컴퓨터 4대의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다. 이날 공지 글에서 조사위는 “최근까지 수차례 서면 및 대면 방식으로 동의를 구해왔다”며 관련자 컴퓨터 강제 개봉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당사자 동의를 받지는 못했지만 조사 내용 및 방식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저장매체에 있거나 복구된 모든 문서를 열람하는 것이 아니다. 문서가 생성, 저장된 시기를 한정하고 현안과 관련된 키워드로 문서를 검색한 뒤 해당 문서만을 열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장매체에 들어있을 수 있는 개인적 문서와 비밀침해 가능성이 큰 이메일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관련 당사자들의 참여와 의견 진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면 사적 정보(비밀)가 침해될 개연성은 거의 없고 이런 문서의 열람 등에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컴퓨터 저장장치의 보존 조치와 보안유지 과정이 법원행정처의 협조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사위는 “사법연수원의 협조를 받아 조사 장소 입구에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보안유지 조치에 필요한 모든 물적 설비는 법원행정처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조사위의 강제 개봉과 조사 방식에 동의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조사위의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자 컴퓨터 강제 개봉은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50)와 이숙연 부산고법 판사(48)는 법원 내부 통신망에 당사자 동의 없는 컴퓨터 강제조사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조사위도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지난달 말 관련자들의 컴퓨터 저장매체를 확보하고도 조사를 미뤄왔다. 한국당 의원들이 실제 김 대법원장과 조사위원들에 대한 고발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검찰 손에 넘어가면 법원으로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밀들을 외부에 공개하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법원이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금호타이어의 파견 근로자로 인정했다. 금호타이어가 해당 근로자 132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하면서 경영 위기에 처한 금호타이어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근로자 박모 씨 등 87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씨 등이 속한 협력업체들은 독자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근태 관리, 임금 지급 등을 했다”며 정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금호타이어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지휘·명령을 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박 씨 등은 금호타이어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며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근로자 45명이 같은 취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금호타이어는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소송 당사자 132명을 22일자로 정규직원으로 신분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20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나머지 협력업체 근로자 300여 명도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는 은행 빚도 갚지 못하는 데다 이미 올해 1∼3분기(1∼9월) 509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상태다.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려면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삭감 등 자구계획안을 거부했다. 채권단은 내년 1월 말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권오혁 hyuk@donga.com·송충현·유성열 기자}

롯데그룹 총수 일가 비리 재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사진)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기업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신 회장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95)과 공모해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 모녀에게 117억 원의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일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총괄회장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지만 고령과 건강 상태를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 씨 등 가족에게 넘겨 회사에 770여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서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신 회장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롯데피에스넷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471억 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로 결론 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이사장과 서 씨에게 차명주식을 증여한 혐의(조세포탈)도 무죄로 판단했다. 신 이사장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지 않고 서 씨는 납세의무가 있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391억 원의 ‘공짜 급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기업을 사유화한 단면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안이다. 신 회장 등의 사익 추구 범행은 성실하게 일한 임직원들에게 자괴감과 상실감을 주었고 롯데가 국민의 지지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선고 직후 신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 기자}

22일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면한 롯데그룹은 다음 달 면세점 뇌물 의혹과 관련한 선고가 남아 있지만 한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혁신을 골자로 한 ‘뉴롯데’ 재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장인상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회장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淡河義正) 전 다이세이 건설 회장은 21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롯데는 막판까지 신 회장의 실형 여부에 있어 낙관하지 못했다. 공소사실에 담긴 횡령 및 배임 액수만 1750억 원대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횡령 배임 액수 자체가 대폭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관련 배임액 774억 원에 대해서 재판부는 “범죄로 통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이득액의 엄격한 증명을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적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됐다. 롯데피에스넷 불법 지원 등 471억 원 규모의 배임 혐의도 ‘경영상 판단’이라고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95)이 공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에게 ‘공짜 급여’ 391억 원을 지급했다는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무죄가 선고됐다. 2009년 8월∼2016년 5월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와 서 씨의 딸 신유미 씨(34)에게 총 117억 원의 공짜 급여를 준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대부분 신격호 시대에 발생한 일이다. 이번 사건 범행으로 신 회장이 얻은 직접적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롯데그룹이 처한 대내외적 어려운 사정과 향후 건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총괄회장에겐 징역 4년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하며 가장 큰 책임을 물었다. 롯데 임원 중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67)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62),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67),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57)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롯데의 건전한 기업 활동을 주문한 만큼 신 회장은 뉴롯데 재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지주사 설립을 시작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및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차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1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왔지만 2심과 3심이 남아있다.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면세점 비리 관련 선고도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4년형을 구형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권오혁 기자}
대형 한정식 업체 진진바라가 매출 부진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대형 한식당이 매출 부진으로 회생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한식당 ‘진진바라’를 운영하는 ㈜제이씨오퍼레이션과 식자재 납품업체 씨케이진진바라, ‘진진바라’ 지점 3곳 등 관련 법인 8곳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진진바라 측은 ‘(각종 모임 등) 수요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을 회생 신청 이유로 들었다. 진진바라는 점심세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코스요리 1인분 가격이 청탁금지법의 음식물 접대 상한액 3만 원 이상이다. 진진바라는 매출 감소를 막으려고 3만 원 이하 메뉴를 개발하는 등 노력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로 각종 식사 모임이 크게 줄면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음식물 접대 상한액을 5만 원으로 올리려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1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공직자의 사명”이라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 지원 배제라는 결과는 정부 재량적 문화 정책 기조에 좌우되는 반사적 혜택 또는 불이익에 불과하다”며 ‘블랙리스트’ 정책은 무죄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전 실장은 “종북 세력의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회도 내비쳤다. 그는 “이 사건으로 고통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최후진술을 이어가던 김 전 실장은 “여든을 바라보는 고령의 환자인 제게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쉰세 살 된 아들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잠시 울먹였다.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도 “재직 당시로 돌아가 정무수석실이 관여한 그 순간을 바로잡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3일 열린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종은 ‘직권남용 말고는 모두 털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특검과 합의가 없었다면 어떻게 수사 도중에 호언장담을 할 수 있겠느냐.” 1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 기소)에 대한 특검의 ‘플리바기닝’(수사 협조자 처벌 면제)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이 김종, 박원오 ‘플리바기닝’ 의혹” 김 전 차관이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해 특검이 원하는 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한 이 부회장의 청탁과 뇌물 공여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는 게 변호인단의 시각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 내지 의혹을 눈감아 줬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개입 △올해 1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 위증 △장시호 씨(38·구속 기소)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문체부의 특혜성 예산 지원 개입 등을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의 비리 의혹 중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가 이뤄졌는데 김 전 차관은 불기소를 위해 특검이 원하는 대로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와 기소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징역 3년보다) 훨씬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6일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항소심 공판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7)에 대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삼성에 불리한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그 근거로 삼성에서 매달 1250만 원의 자문료를 받으면서 삼성의 최 씨 모녀 승마 지원에 깊이 관여한 박 전 전무를 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최 씨가 “(삼성이)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발언했다는 박 전 전무의 진술은 꾸며냈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또 박 전 전무가 처음에는 “삼성이 정유라 외에 승마 선수를 추가 선발할 의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삼성은 최 씨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뒀다”는 취지로 진술을 뒤집어 특검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특검 수사 기간 두 달 동안 방대한 수사를 하면서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기소를 안 한) 어떤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장시호 ‘플리바기닝’ 의혹 짙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특급 도우미’라는 별명이 붙은 장 씨 사례를 들어 특검이 실제 플리바기닝을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장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 그리고 최 씨가 삼성 측에 지원을 요구한 정황 등을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특검과 검찰은 장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장 씨를 법정 구속했다. 구형량보다 법원의 선고 형량이 높게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특검과 검찰은 항소도 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이나 특검의 플리바기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플리바기닝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판부는 해당 증거 및 진술을 배제하게 된다. 불법 취득한 증거와 진술은 효력이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최근 플리바기닝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 미국 등 영미법 체계 국가에서 시행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권오혁 hyuk@donga.com·전주영 기자}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피해 부동산 중개업 시장을 넘보는 변호사들의 움직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 변호사(46·사법연수원 28기)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공 변호사는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업체를 설립해 지난해 1월부터 부동산 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반 부동산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률 자문료’라는 이름으로 기존 공인중개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고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공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불법으로 부동산 중개를 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공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 행위를 무료로 제공하고 법률사무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았으므로 무등록 중개업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중개수수료를 받은 혐의와 인터넷에 ‘트러스트 부동산’ 이름으로 각종 광고를 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공 변호사가 낮은 수수료를 받아 중개 의뢰인들에게 이익을 준 측면도 있지만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데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재판이 끝난 직후 공 변호사 측은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판결로 국민들이 부동산 거래에서 법률 전문지식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8일 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규정이 폐지된 데 이어 이날 판결로 부동산 중개까지 못하게 될 상황에 처하자 변호사업계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변리사와 행정사, 노무사 등 특정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직역과도 비슷한 분쟁을 겪으며 업무영역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변협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에서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세무사법 개정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이용한 범죄의 처벌 기준은 아직 없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관련 법 규정이 없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회원이 122만여 명인 음란 사이트를 운영해 광고비 등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안모 씨(33)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억4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비트코인을 범죄 수익으로 봐서 추징 대상으로 삼을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현금 14억여 원과 216비트코인(4월 17일 기준 약 5억 원)을 범죄 수익으로 보고 216비트코인 몰수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현금 3억4000만 원 추징만 인정했다. 반 판사는 비트코인에 대해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 측 증거만으로 전체 범죄 수익을 특정하기 어렵고 216비트코인 중 범죄 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 단속 및 처벌을 어떻게 할지 고심 중이다. 사기 범죄로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등을 놓고 법리 연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소송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서버 접속 장애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 545명은 4일 빗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가상화폐 급락에 따른 손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빗썸에 대해 올 6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책임을 물어 과징금 4350만 원,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사고로 최소 3만6487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과징금 등의 제재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빗썸의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이 평균 2조 원 넘는 것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작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방통위 관계자는 “향후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과징금 금액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신수정 기자}
회사와 관공서에 허위로 자녀 출생 신고를 한 뒤 각종 지원금을 받은 전직 항공사 승무원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한 국내 항공사 전직 승무원 류모 씨(41·여)는 2010년 4월 회사에 첫아이를 출산했다며 출생증명서와 육아휴직 신청서를 냈다. 류 씨는 3개월간 출산휴가와 함께 750만 원가량의 급여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류 씨는 둘째를 출산했다며 또다시 출산휴가를 내고 3개월간 휴직하면서 900여만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하지만 류 씨는 그때까지 실제로는 아이를 낳은 일이 없었다. 출산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장기 휴가를 쓰고 싶은 욕심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회사를 속인 류 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2013년 2월에는 지방자치단체에 두 아이의 양육수당을, 같은 해 5월에는 고용노동청에 출산급여를 각각 신청했다. 이런 식으로 류 씨가 회사와 관공서에서 타낸 금액은 4780만 원에 달했다. 류 씨의 ‘출산 자작극’은 2010년에 태어났다고 거짓 신고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면서 꼬리가 밟혔다. 신입생 예비 소집일에 류 씨의 첫째 아이가 불참하자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에 ‘아이의 행방을 찾아 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류 씨는 경찰 수사를 피해 달아났다가 6개월 만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범석 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류 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류 씨가 한 일은 출생에 대한 사회 질서를 깨뜨린 충격적 범행”이라면서도 류 씨가 회사와 합의해 사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과 현재 생후 5개월여 된 영아를 키우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법원이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업체 측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 기소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여·사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일부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여서 신 이사장의 형량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신 이사장이 아들 명의 회사와 딸을 통해 입점 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서울고법의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회전초밥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A 씨에게서 롯데백화점 입점 청탁 대가로 11억5600만 원을 받은 혐의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2)에게서 롯데면세점 내 매장 위치변경 청탁 명목으로 6억62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아들 명의 회사 비엔에프통상에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등재해 급여명목으로 35억62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회삿돈 47억4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회전초밥 업체 대표 A 씨가 신 이사장의 딸에게 돈을 준 부분에 대해 “딸이 받은 돈을 신 이사장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해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473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본 부분 외에 정 전 대표가 비엔에프통상 쪽에 돈을 준 부분도 무죄로 보고 신 이사장의 형량을 징역 2년으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딸과 비엔에프통상을 통해 받은 돈은 신 이사장 본인이 직접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람이 아닌 제3자가 이익을 취했더라도 사회통념상 청탁을 받은 사람이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시청각 장애인도 차별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극장사업자가 자막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우종)는 7일 박모 씨 등 시청각 장애인 4명이 CJ CGV와 롯데쇼핑, 메가박스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CGV 등은 원고들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영화 제작업체나 배급업자에게서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받은 경우 이를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또 “원고들이 영화나 영화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영화와 상영관, 상영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이 밖에 영화관에서도 FM 보청기기, 점자 자료나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수화 통역 등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씨 등 시각장애인 2명과 오모 씨 등 청각장애인 2명은 지난해 2월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도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영화 분야에서 이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대형 극장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초 박 씨 등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과 화면해설 등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극장사업자 측이 자막과 화면해설 제작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설득하자 ‘영화 제작업자나 배급업자에게서 자막 등을 받은 경우에 한해 편의를 제공하라’고 청구 취지를 바꿨다. 박 씨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론 모든 영화에서 편의 제공이 이뤄져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재판장님, 제가 현재 아이와 둘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제가 어디로 도망가겠습니까.” 6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명령하자 장시호 씨(38)는 발언 기회를 요청해 “수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것을 감안해 구속만은 면하게 해 달라”고 다급하게 호소했다. 장 씨는 “지난번 ‘(정)유라 (피습) 사건’도 있고 아이를 혼자 두게 하는 것이…. 아이도 지난주 월요일에 새로운 학교로 옮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사실 지금 머리가 하얘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잠시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 점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재판부가 미리 합의해서 중형을 선고해 구속영장 발부가 불가피하다”며 원래 선고대로 법정 구속을 집행하도록 했다. 장 씨는 이내 체념한 듯 변호인에게 아이를 맡길 지인 또는 아이의 학교 주소로 추정되는 메모를 적어서 건넸다. 이날 장 씨는 자신이 법정 구속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검찰은 앞서 결심 공판에서 장 씨에게 비교적 낮은 형량인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장 씨가 이모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각종 혐의 입증에 큰 도움을 준 점을 감안해 일종의 ‘플리바기닝(수사 협조자 처벌 감면)’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 씨가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한 점을 고려해도 죄책이 중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검찰 구형량보다 1년이 더 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씨가 최 씨,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 등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8억여 원을 받은 혐의(직권남용 등)에 대해 “장기적으로 영재센터가 최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됐다 해도 범행 즈음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영재센터를 운영하고 자금 관리를 총괄한 장 씨”라고 지적했다. 장 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무역업체 A사 최모 회장(89)에게 서울 종로구의 한 도심 재개발 사업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2000년 7월 서울시는 최 회장 소유의 1775m² 규모 땅과 건물이 포함된 지역을 도심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했다. 최 회장 등 일부 지주는 개발에 반대해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은 결국 강행됐고 최 회장은 2009년 땅과 건물을 강제로 수용당했다. 최 회장의 은행계좌에는 공탁금 명목으로 262억 원이 입금됐다. 최 회장은 공탁금을 은행에 예치해둔 채 수용당한 토지를 되찾기 위해 다시 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4월 최 회장의 계좌에 들어있던 공탁금 중 162억 원이 돌연 최 씨의 둘째 딸과 그의 가족 계좌로 이체됐다. 뒤늦게 이를 안 최 회장은 둘째 딸 최 씨가 자신 몰래 공탁금을 빼갔다며 2015년 4월 예금반환 소송을 냈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2013년 12월 첫째 딸과도 A사 주식 문제로 송사를 벌여야 했다. 첫째 딸이 가짜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꾸며 최 회장 소유의 A사 지분 44.8%를 빼돌린 때문이었다. 재산을 노린 딸들의 행동에 위협을 느낀 최 회장은 2015년 10월 지인 손모 씨(64·여) 부부 등에게 신변 보호와 민·형사 재판 변호사 선임 등 권한을 위임하는 위임장을 작성했다. 재판 과정에서 둘째 딸 최 씨 측은 “최 회장이 고령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최 씨가 최 회장의 비서를 통해 몰래 최 회장의 커피에 신경안정제를 탄 사실이 드러났다. 최 회장의 비서가 두 딸이 재산을 빼돌릴 때 최 회장의 신분증과 도장 등을 몰래 건네며 도움을 준 사실도 밝혀졌다. 최 회장은 올 5월까지 이어진 두 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딸들이 최 회장의 허락 없이 공탁금을 인출한 사실과 A사 주식을 빼돌린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위임을 받아 소송을 진행한 손 씨 등은 최 회장에게 소송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현재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의 보호자로 나선 둘째 딸 최 씨는 손 씨 측이 최 회장과 접촉하는 것을 막고 있다. 병원도 딸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손 씨 측의 접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손 씨 측은 “둘째 딸 최 씨가 아버지를 감금했다”며 최근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정신이 멀쩡한 최 회장을 딸 최 씨가 병원에 가둬놓고 있다는 것이다. 손 씨 측은 대법원 판결 직전인 4월 재판부 명령으로 두 차례에 걸쳐 5분씩 최 회장을 접견했다며 “(접견 당시) 최 회장의 인지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둘째 딸 최 씨 측은 “손 씨 등이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하는 행동”이라며 “아버지가 연로하셨고 이미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돌보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법원이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을 유용하고 돈세탁한 혐의로 구속된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 씨(46)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검찰이 조 씨를 긴급 체포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석방을 결정했다.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전 전 수석의 측근인 조 씨까지 풀려나면서 검찰 수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30일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조 씨의 석방을 명했다. 앞서 15일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보름 만에 영장재판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신 수석부장판사는 앞서 22일에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 24일에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준 바 있다. 석방 결정의 주된 이유로 신 수석부장판사는 자진 출두한 피의자를 장시간 조사한 뒤 긴급체포한 검찰 수사 관행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긴급체포 제도는 긴급성이 충족될 때 제한적으로 하도록 돼 있는데 스스로 검찰에 출석해 신병이 이미 확보된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씨는 13일 오전 10시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다가 14일 오전 1시경 긴급체포됐다. 조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일부 자백했지만 긴급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4일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튿날 법원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했다. 조 씨는 전 전 수석의 전 비서관 윤모 씨 등이 e스포츠협회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다. 피의자는 긴급체포를 당하면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데다 통상 영장 청구 다음 날 곧바로 영장실질심사가 열려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긴급체포를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단과 구속영장 청구의 준비 단계로 활용해온 기존 검찰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법원과 검찰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씨 석방 결정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긴급체포를 적법하게 했고 그래서 영장전담판사도 영장을 발부한 것 아닌가. 영장 발부 이후 사정이 바뀐 것이 없는데도 구속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조 씨가 풀려남에 따라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구속된 피의자들도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70)도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다가 이튿날 오전 3시 긴급체포 당한 끝에 17일 구속됐다. 이날 같은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 수십억 원을 지급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로 구속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60)에 대해서는 “기존 구속영장 발부가 적법하다”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 달 1일 신임 법관 임용식에서 정치권의 사법부 독립 침해에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을 석방한 결정 등 ‘적폐 청산’ 수사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에 여당의 비난이 잇따르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석방에 대해 “법원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짐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급하고도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안민석 의원도 석방 결정을 한 판사를 비난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5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영장 재판도 재판이다. 결과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법치주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수사와 관련한 영장 기각에 검찰이 반발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과거에도 대법원장은 판결 등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정치권 등 외부의 문제 제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할 경우 공식 발언을 통해 우려를 제기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73)가 8월 출소한 뒤 여당이 유죄 판결을 한 법원을 강하게 비난하자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9월 13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사를 하면서 ‘사법권 독립’을 아홉 차례 언급했다. 양 대법원장은 “(과도한 비난은) 재판 독립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적 가치는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을 배제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판사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정치권의 공격이 지나치다”며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배석준 기자}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구속 기소)의 전 사위가 36억 원가량을 지인의 차명계좌에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노정희)는 신 전 이사장의 사위 이모 씨가 “차명계좌에 맡겨놓은 돈과 주식을 돌려달라”며 옛 직장 직원인 최모 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 씨에 측에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씨 부부와 이름을 빌리는 명의신탁계약을 맺고 최 씨 계좌에 재산을 맡겼다. 명의신탁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재산을 돌려달라”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최 씨 부부가 이 씨의 허락없이 계좌에서 꺼내쓴 2억5106만 원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최 씨 부부는 “돈의 주인이 이 씨가 아니라 제3자일 가능성이 있어 반환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최 씨 측은 본인들 동의 없이 개설된 계좌가 추가로 있다며 해당 계좌가 롯데 오너 일가의 차명계좌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999년 최 씨와 함께 증권사를 방문해 위탁계좌를 개설했다. 이 씨는 최 씨 계좌에 들어있는 주식과 돈의 반환을 요구하며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