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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의 차량과 그의 재임 중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의 사무실이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금까지 사법부 수장을 지낸 16명의 전·현직 대법원장 중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경우는 양 전 대법원장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 소유한 차량과 차한성 전 대법관(64)의 법무법인 사무실, 박병대 전 대법관(61)의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63)의 서울 종로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과 서울남부지법의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사건 한정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 번복 등 대법원과 하급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과 3명의 전직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차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은 2013∼2014년경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지연 등에 관여한 혐의를,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고등법원 판사가 연루된 부산 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은 특별수사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105일 만에 처음이다. 법원 안팎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적극적인 수사 협조 방침을 밝힌 뒤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완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년 동안 검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이 여전히 수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영장 위주로 발부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과 차 전 대법관, 박 전 대법관의 자택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사무실이 있는 경우 사무실에 대해서만 발부하고 자택 영장은 기각한 것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심판과 같은 국적인 나라를 상대로 축구 경기를 하는 느낌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의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 관계자는 이같이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찰이 특별수사부 검사들을 투입해 수사를 시작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수사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전직 판사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여러 차례 제동이 걸려 속도를 내지 못했다. 통상 수사는 3개월 안에 끝내야 된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이번 수사 종료 시점에 대한 전망은 점점 늦춰져 이제는 “빨라야 내년 초”라는 말도 나온다.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사팀도 확대됐다. 사건은 올해 6월 중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됐는데 특수3부가 곧 합류했고, 이어 특수4, 2부 순서로 전원 같은 수사에 투입됐다. 검찰 최정예 팀으로 평가받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4개 부서가 이례적으로 한 아이템을 수사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독립 부서인 방위사업수사부 검사와 대검 연구관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수사팀 인력은 현재 검사만 50명이 넘는다. 검찰은 수사팀 검사 증원 배경에 대해 “판사들을 직접 수사하려면 검찰 수사관보다 검사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 안팎인 상황에서 물증 확보가 어려워 또 다른 자료 확보에 나서야 되고 이를 위해 검사가 직접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수사가 장기화하자 검사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일부는 병치레를 하고 있다.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3차장검사는 신경성 위염에 걸려 병원에 다니고 있고 신봉수 특수1부장은 간경화 초기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과의 회의에서 “이번 수사는 법원을 죽이려는 수사가 아니다. 법원을 살리기 위한 수사다. 법원이 무너지면 검찰도 무너진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을 담당했던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로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법원행정처 문건들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전달받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2013년 말 대법원 민사조 총괄부장이었던 A 고법부장을 소환 조사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부터 ‘일제강점기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곤란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법원행정처 문건들을 e메일과 출력물로 직접 전달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조에서 해당 문건들을 참고하라는 취지로 임 전 실장이 전달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A 고법부장은 당시 민사조 조장인 총괄부장으로서 강제징용 소송의 재상고심을 담당하고 있었다. 통상 민감하고 중대한 사건의 경우 대법관은 부장판사급 재판연구관인 총괄부장에게 법리 검토와 판결문 초안 작성을 맡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문의 초안을 쓰는 재판연구관에게 정부의 입장이 담긴 문건들을 직접 전달한 것은 명백한 재판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문건이 전달된 2013년 말은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했던 2015년 1월 이전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다음 달로 예정된 사법부 국정감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현직 판사 17명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17명 중 11명이 현직 판사다. 그동안 국감에서 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물론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채택된 전례는 없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황형준 기자}
국회의 사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규명을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판사 17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7명 중 11명이 현직 판사 신분이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다음 달 10일 예정된 대법원 국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현직 판사 8명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4)의 뇌물 공여 사건 재판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는 16일 예정된 부산고법 국감에, 18일 서울고법 국감 때는 김모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 8명이 증인으로 신청될 예정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 고의로 출석요구서의 수령을 회피한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국감에서 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물론 현직 판사가 출석 의무가 있는 증인으로 채택된 전례는 없는 일이다. 다만 증인 채택은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의 법사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채택된 증인 수 등은 일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 의원은 “법원의 잇단 영장기각 등을 보면 사법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무너진 사법정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같은 이유로 7억7000만 달러(약 86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이어 두 번째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메이슨은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2억 달러(약 22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며 13일 한국 정부에 중재신청서를 보냈다. 중재의향서에선 손해액이 최소 1억7500만 달러(약 2000억 원)라고 주장했지만 본격 소송에 돌입하면서 손해액을 200억여 원 늘린 것이다. 메이슨은 중재신청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타 정부 고위층 인사들은 삼성물산의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고자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절차를 침해했다. 부적절한 수단과 동기에 의한 FTA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메이슨은 중재신청서를 접수시키면서 영국 국적의 엘리자베스 글로스터 씨(69)를 중재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조만간 중재인을 선정할 계획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른바 ‘우유주사’라 불리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성형외과 원장 홍모 씨(50) 등 3명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홍 씨는 원가가 2908원에 불과한 프로포폴 앰풀 20mL를 50만 원을 받아 172배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16일 서울 강남구 A성형외과를 적발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원장 홍 씨와 병원 관계자, 투약자 등 19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홍 씨 등 병원 관계자 3명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환자 10명에게 총 247회에 걸쳐 5억5000만 원을 받고 프로포폴 2만1905mL를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 투약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와 마약류통합관리 시스템에 진료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고 있다. 상습 투약자 중에는 홍 씨의 병원에서 석 달 동안 투약비로만 1억1500만 원을 쓴 30대 유흥업소 종사자도 있었다. 홍 씨는 과거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될 정도로 명성을 얻은 강남의 성형외과 전문의였지만 경제적 이유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씨의 병원에서는 병상 대부분이 프로포폴 중독자들의 투약에 제공됐다”며 “이번에 적발된 액수 등 규모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2011년 2월 이후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서울 강남구 일대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 주사 1만여 mL를 맞은 장모 씨(32)와 장 씨에게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공급한 전직 병원 영업실장 신모 씨(43)도 구속 기소했다. 장 씨는 6개월 동안 프로포폴 투약에만 2억 원을 넘게 쓸 정도로 중증 중독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한 차례 기각됐지만 영장 기각 12일 만에 또 프로포폴을 투약해 결국 구속됐다. 신 씨는 1억여 원을 받고 장 씨에게 석 달간 5020mL의 프로포폴을 공급한 혐의다. 검찰은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몰래 투약하는 병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실장 회의를 열어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도록 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실장 회의에 참석한 고위 간부들과 이를 보고받은 양 전 대법원장 모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4월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가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사건에서 한정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리자 실장 회의에서 번복을 결정한 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당시 재판장이었던 염모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번복하도록 한 정황을 파악했다. 법원행정처 실장 회의에는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기획조정실장, 사법정책실장, 사법지원실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서울남부지법의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로 전자공문을 발송하는 단계에서 이를 우연히 파악했다고 한다. 이 심의관은 대법원 수뇌부에 보고했고 이 사실을 안 대법원은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이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헌재와 갈등을 빚던 상황에서 일선 법원에서 헌재에 한정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지시로 열린 실장 회의에서 한정위헌은 제외하고 단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것으로 번복을 지시했고 서울남부지법은 며칠 만에 결정을 뒤바꿨다.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과 염 부장판사 등을 소환 조사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고 이와 관련된 법원행정처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A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사무실과 영장전담 판사들이 사용한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한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은 2016년 당시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지자 법원행정처가 비리가 의심되는 판사 7명의 가족 정보를 취합한 뒤 영장전담 판사에게 전달해 가족들에 대한 통신·계좌추적 영장이 청구되면 걸러내도록 했다는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11일 오후 4시 대법원 청사 11층 회의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차담회 형식의 긴급 간담회를 소집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김 대법원장이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전임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해용 변호사의 검찰 조사에 대해 설명했고, 대법관들은 현 사태에 대한 우려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맡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재판과 관련한 연구관 보고서를 총괄해서 대법관에게 보고하는, 대법원 재판의 핵심적인 보좌 역할을 한다. 간담회는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관련 내용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해 들었을 때는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걱정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고 다들 이야기하다 한숨을 쉬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거기다 현직 수석재판연구관의 소환 조사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민망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법원 재판에 관여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임의 제출을 요구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넘길 것인지도 논의했다고 한다. 다만, 대법관 대다수는 “대법원 평의 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연구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2일 김 수석연구관과 유 변호사,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소환 조사했다. 유 변호사는 수석연구관 재직 시절 5년 치 재판 관련 문건들을 출력하거나 파일로 저장해 퇴임 뒤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파기했다. 김 수석연구관은 2016년 당시 수석연구관이었던 유 변호사에게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전달해 재판 개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또 검찰은 당시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선 진료’했던 김영재 원장 부부 특허 소송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관계자가 임 전 차장에게 부탁해 재판 자료와 소송 상대방 법무법인의 정보 등을 넘겨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김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 씨도 소환 조사했다. 박 씨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허 소송에 문제가 있어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한 청탁이 우 전 수석을 거쳐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고, 임 전 차장은 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 변호사를 통해 입수한 재판 자료를 청와대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 기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지방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과 물증 등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일선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에 대해 추후 법원행정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번복을 지시하자 해당 법원이 그대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중인 사건에서 적용할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가 문제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제청하거나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하는 것이다. 이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일선 재판의 독립성을 법원행정처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훼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은 당사자에게까지 통보됐다가 추후 번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이미 결정한 사안을 법원행정처가 뒤집은 사례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대부분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에선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을 지연시키거나 최종 결정 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검찰이 5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김도균 대표(49)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배임수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교사 등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우유 공급업체가 회사에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 가운데 10억여 원을 사적으로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우유 공급업체들은 한 팩당 100∼200원을 커피전문점 본사에 지급했는데, 검찰은 이를 일종의 리베이트로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또 가맹점에 빵 반죽을 공급하는 과정에 다른 업체를 끼워 넣어 9억여 원의 ‘통행세’를 챙긴 혐의(횡령)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 대표가 2013∼2014년 서울서부지검에서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허위 증언을 시키고 거짓 증거 서류를 제출한 혐의도 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 김 대표는 이 재판에서 선고된 추징금 35억 원도 빼돌린 회삿돈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38)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했던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뒤늦게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6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증거은닉 등 혐의로 이모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국장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유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출입경 기록과 관련해 허위 영사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증거로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국장과 최모 전 대공수사국 부국장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당초 서울시에서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유 씨가 2013년 2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두 달 뒤 유 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국정원이 유 씨 여동생을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회유, 협박, 폭행을 당한 끝에 허위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8월 유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유 씨의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을 위해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과 출입경 기록을 발급해줬다는 허룽 시 공안국의 확인서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증거조작 논란이 벌어지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2014년 4월 증거 중 일부가 국정원이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 전 국장은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이 대공수사국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모 전 처장 주도로 이뤄진 범행으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처장의 상사였던 이 전 국장과 최 전 부국장은 “구체적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수사 의뢰로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하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2014년 당시 검찰 수사팀이 요구한 주요 증거자료를 이 전 국장이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일부 서류를 변조해 제출하게 하는 등 증거를 은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도 4년 만에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국제법상 문제가 있어 재판이 지연된 것일 뿐 재판 거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해 본 경험에 비춰 보면 전원합의체든 소부든 대법원장이 어떤 결론을 원한다고 해서 대법관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라며 재판 거래 의혹의 실체를 부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사건은 단순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이 아니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해석 등 법원이 친숙하지 않은 국제법 쟁점이 얽혀 있는 복잡한 사건이다. 만약 지금 재상고 사건이 기각되고 종국적으로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의 국내 재산에 강제집행까지 이루어졌다면 한국의 국제법 위반이 될 여지가 대단히 큰 사건”이라고 밝혔다. 주 교수에 따르면 국제법상 한국인 징용 피해자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제2조 등을 통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원이 친숙하지 않은 국제법 쟁점 사건에서 국무부나 외교부가 정부의견서를 적극 제출하고, 최고법원도 당연히 정부의견서를 적극 고려한다고 한다. 대법원이 외교부의 의견서를 제출받기로 한 것은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의미다. 주 교수는 “재상고심에서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게 된 대법원으로서는 전원합의체로 첫 판결의 법리를 변경하고 파기환송해야 했으나 마치 손바닥 뒤집는 모양새가 돼 엄청난 부담감을 가졌고 장기 미제로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2008년, 2014년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지만 관련 소송을 직접 검토하지는 않았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검찰이 하이트진로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9일 세종시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하이트진로 고발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공정거래위가 조사했던 자료와 압수물 등을 넘겨받기 위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공정위 조사 과정에 비위가 발견된 것은 아니다. 이에 앞서 올해 1월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부당 지원행위를 주도한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40)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56) 등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2007년 12월 박문덕 회장(68)의 장남 박 부사장이 비상장회사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뒤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 지원을 통해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하이트그룹에 계열 편입된 서영이앤티는 5월 말 기준으로 박 부사장 58.44%, 박 회장 14.69%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사던 맥주용 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캔당 2원의 통행세를 지급하는 식으로 부당이익을 몰아줬다. 2013년 이후부터는 통행세를 직접 주는 대신 삼광글라스에 원재료를 살 때 서영이앤티를 거쳐서 사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또 서영이앤티가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납품업체에 ‘서영이앤티의 자회사 주식을 시가보다 11억 원 더 비싸게 사면 8년간 영업이익률을 보장해 주겠다’고 요구하며 이면계약을 맺은 정황도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그룹의 부당 지원 결과 서영이앤티는 그룹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 지분 27.66%를 소유하게 됐다. 서영이앤티를 통해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횡령 및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압수물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판사 대다수가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휴대전화를 버렸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최근 판사들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뒤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내다 버렸다. 항상 그렇게 해왔다”, “절에 불공드리러 갔다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액정이 깨져서 교체했다”는 등의 휴대전화 교체와 파기 과정에 대한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폰 교체 시기가 2∼6개월 전에 해당하는 것도 공통적이라고 한다. 검찰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3차 조사 기구인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올해 2월 출범한 이후부터 법관들이 검찰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고 있다. 검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관련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고영한 전 대법관(63) 등 전·현직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 전 처장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의자들이)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등의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판사의 심정적 추측을 아무 근거 없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로 든 것은 처음 본다”며 “압수수색 영장 심사 단계에서 증거 자료가 그 장소에 있을 가능성을 넘어 ‘개연성’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 비리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검찰을 협박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2016년 8월 17일 작성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문건에는 임모, 김모 판사 등 정 전 대표와 연루된 판사 3명의 실명이 적혀 있고 “다른 판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고위층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김수천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59·수감 중)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3·수감 중)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에 작성됐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의 정 전 대표 ‘봐주기 의혹’을 퍼뜨리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검찰 측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정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원정 도박 사건으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을 당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 전 대표를 변호했고,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김 전 총장이 사건을 봐준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검찰의 특수수사에 엄격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다. 영장실질심사 등을 통해 사실상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관심도 등 언론별로 유형을 나눠 관련 루머를 퍼뜨리려 한 정황을 다른 문건들을 통해 파악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에 삼성 승계 작업과 관련된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과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24일 “대법원 판결을 봐야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 간 합병이 국민연금의 자율적 결정행위인 만큼 정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긴 어려워졌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두 회사 간 합병에 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 과정에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봤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 전인 13일 한국 정부는 엘리엇 측에 보낸 답변서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의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취지를 사실상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당시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 분쟁 대응단의 답변서가 공개되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과도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뤄진 정부의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각각 7억7000만 달러(약 8600억 원), 1억75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와 세부 절차를 구체적으로 협의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 소송을 고의로 지연한 적이 없다”는 대법원 해명과는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016년 9월 29일 당시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과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등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아 외교부 당국자들과 이 사건의 처리 절차를 논의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가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2013년 12월과 2014년 10월 두 차례 열린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 회동의 시나리오대로 재판 지연을 이행하려 한 마지막 실무 회의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문건에는 회의에서 △피고인 전범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외교부 의견서를 제출받고 △이를 빌미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긴 다음 △최종적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2012년 대법 판결을 뒤집는다는 로드맵이 논의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교부로부터 의견제출 절차 개시 시그널을 받으면 대법원은 피고 측 변호인으로부터 정부 의견 요청서를 제출받아 이를 외교부에 그대로 전달할 예정”이라며 “외교부가 의견서를 늦어도 11월 초까지 보내주면 가급적 이를 기초로 최대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한 임 전 차장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사실상 기존 판결을 뒤집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건 내용대로 2016년 10월 피고 측 대리인은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제출했고, 대법원으로부터 이 서류를 넘겨받은 외교부는 같은 해 11월 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의견서 제출 이후 전원합의체 회부 및 판결 번복은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후 계획은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23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에 파견 중이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를 통해 헌법재판관 평의 과정 등 외부 누설이 금지된 내용을 보고받고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들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2016년 2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새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하자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가 헌재 사건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신임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최근 대법원 PC에서 ‘헌법재판소 주요 사건 심리 경과보고(대외비)’라는 제목의 A4용지 10여 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 업무보고 형태로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진행 중인 사건, 선고 예정 사건, 아직 심리하지 않은 사건 등으로 헌재 사건을 분류해 놓고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재판소법에는 평의 진행 과정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며, 검찰은 헌재 파견 판사가 이 같은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신임 법원행정처장 보고용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대법원 고위 관계자가 관여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헌재 파견 판사였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을 20일 압수수색한 검찰은 22일 오전 10시 최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한다. 한편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연시키기 위해 2013년 12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이뤄진 4자 회동과 별개로 이듬해 2차 회동이 있었던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2014년 하반기 김 전 비서실장은 공관으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조윤선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정종섭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불러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2차 회동에선 △일본 전범기업 측이 대법원 재판부에 정부 의견을 제출받을 것을 촉구하고 △대법원 재판부가 그 요청을 따르는 형식으로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 △2016년 11월까지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피고 측 요구로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됐고, 외교부는 2016년 11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같은 사항을 모두 보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강제징용 소송이 외교부와 청와대의 요구대로 심리불속행 시한을 넘겨 지연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20일 “상고인인 일본 기업에 접수통지서가 도착한 날짜는 심리불속행 기각 시한(2013년 12월 9일)을 한참 넘긴 2014년 5월 7일이었다. 국외송달이 늦어지면서 심리불속행이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또 “4자 회동 열흘 전에 이미 상고기록 통지서를 일본 측에 발송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했던 판사가 외부 누설이 금지된 헌재 내부 평의 과정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문건을 검찰이 다수 확보해 이 과정에 관여한 현직 판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0일 최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고법부장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 및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헌재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건들 중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의 헌재 평의 논의 과정 등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죄)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최 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들의 발언과 평의 진행 및 예정 상황 등을 파악해 이 전 상임위원과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한 헌재 내부 정보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5년 11월 작성된 ‘업무방해죄 관련 한정위헌 판단의 위험성’이라는 청와대 보고 문건 등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대법원이 파업 노동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판결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려 한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위헌은 법률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법 해석이나 적용이 잘못이라는 결정이어서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부장판사는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패소 판결 △군사정부의 고문·조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판결 등에 대해 검토한 헌재 내부 자료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4년 이후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에게 “해외 파견 법관을 늘려 달라”고 수차례 직접 요청했다는 외교부 문건도 확보했다. 검찰은 2013년 12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윤 장관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이 모인 ‘4자 회동’ 결과를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2013년 11월 당시 김 실장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 위법 소지가 있으니 앞으로는 외교부가 나서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로 보고한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원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에서 5년째 계류 중이던 이 사건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23일 전원합의체 회의에서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7억7000만 달러짜리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를 제기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증거와 증인이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한 답변서를 엘리엇 측에 보냈다. 1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며 한국 정부는 엘리엇의 ISD 중재신청서에 대한 답변서를 13일 제출했다. 이 답변서는 중재기관인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의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신청 30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보내는 예비단계의 답변서다. 답변서에 따르면 엘리엇이 두 회사의 합병으로 7억7000만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증인 또는 전문가 증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문제가 된) 형사소송 하급심 판결에 따르더라도 전직 대통령과 국민연금공단 등으로 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제안됐다거나 합병안이 통과되기에 충분한 주주들의 찬성을 받게 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국민연금은 합병과정에서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엘리엇 측은 국민연금의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가 한국의 협정 의무 위반에 해당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손해액에 대해서도 피해액 산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도 근거로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에서 이재용 전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이 전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도 삼성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캐나다 국적의 크리스토퍼 토마스 변호사(64)를 중재인으로 선임했다. 토마스 변호사는 국제공법과 상사분쟁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ISD 사건에서 총 44회 중재인으로 선임된 경험이 있다.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이 2013년 11월 말 청와대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판결이 확정되면) 큰일 나겠다. 합리적으로 잘 대처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은 며칠 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긴급 회동을 주선해 대법원 확정을 미루려고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3자 회동’ 아닌 ‘4자 회동’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는 자리에 배석했던 김 전 비서실장은 평소 친분이 없던 차한성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장(64)에게 전화해서 “외교부 장관이 애로 사항이 많다. 설명하고 싶은데 시간 내줄 수 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65)도 김 전 실장한테 “법원에 설명해야 한다. 판사를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도 이 같은 요구를 이미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만큼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보고 2, 3일 뒤인 12월 1일 오전 10시에 김 전 실장과 윤 전 장관, 차 전 법원행정처장 등이 비서실장 공관에서 모였다. 수십 쪽짜리 보고서를 들고 온 윤 전 장관은 차 전 처장 앞에서 이 보고서를 읽으며 판결 확정에 따른 문제점, 외교적 파장, 향후 대책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비서실장 공관 회동에는 당초 알려진 3명 외에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61)도 참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법무부에 국제법 관련 부서가 있기 때문에 황 전 총리의 참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 방안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구받은 법무부는 민사소송에 법무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검토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더 이상 재판 개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동 이후 대법원은 결국 관련 소송을 마무리하지 않고 재판을 지연했다. 그 대신 대법원은 주유엔대표부 법관 파견 등 법관 해외 파견이라는 반대급부를 얻게 된다.○ 박준우-이병기-정홍원, 판결 확정 심각성 보고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하기 한 해 전인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서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하면서 대일 관계는 냉각됐다. 2013년 8, 9월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 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각각 미쓰비시중공업은 1인당 8000만 원, 신일본제철은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선고했고 해당 기업들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에 다시 접수됐다. 통상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과를 고등법원에서 그대로 받아 판결하면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신속하게 판결한다. 다만 심리불속행 시한은 4개월이어서 그해 12월 안에 심리불속행 기각(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확정 판결을 눈앞에 두고 일본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2013년 11월 초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상공회의소 등 일본의 4개 경제단체는 한일 경제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11월 중순 당시 주일 한국대사였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71)을 만나 일본 기업들에 대한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이 전 실장은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74)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74) 앞으로 서신을 보내 관련 소송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65)도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결국 당시 정 국무총리는 11월 말 대통령 정례보고 때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한일 관계 냉각으로 인한 경제·외교적 후유증 외에도 1965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체결한 한일협정의 업적과 의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 승소 판결이 나는 것에 부정적이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 같은 ‘4자 회동’ 결과가 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정, 황 전 국무총리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방안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