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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을 달리하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6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찰 지휘부가 고 백남기 씨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백 씨 사망의 경찰 책임론에 대해 이 청장은 “경찰 물대포에 의해 희생됐다고 단정 짓기는 그렇다. 저희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청장은 백 씨 조문 의사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처음으로 애도를 표해 감사하다. 여야 의원들과 함께 조문을 가주길 부탁한다”고 말하자 이 청장은 “여야 의원과 함께 가는 것이라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 이 청장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살수차 안전장비를 보강하고 운용 지침의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안전과 인권에 유의하도록 교육 훈련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백남기 특별검사(특검)’ 문제를 놓고 극심하게 대립하다가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더민주당 박남춘 의원 등은 “경찰은 대규모 집회나 상황 관리가 필요할 때 상황속보를 작성한다. 경찰청은 처음에는 ‘작성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폐기했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경찰이 민사재판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니 자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찰이 대대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안행위 위원들은 “야당이 경찰이 고의로 누락, 은폐했다고 주장한 상황속보는 이미 내부 규칙에 따라 파기하고 법원에 제출되지도 않은 자료”라며 “백남기 특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특검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복무 중인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아들의 ‘꽃 보직’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권력자 아들이 경찰 내 가장 선호하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것 자체가 정당성을 부여받기 힘들다”며 “보직 배치 프로그램이 (권력자) 아들들은 어떻게 하든 합격되도록 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4일 국감에서 서울경찰청 차장 부속실장이 우 수석 아들을 선발한 이유로 밝힌 “코너링이 좋았다”란 표현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표현상 문제로 세간의 화제가 됐는데 젊은 사람 중 운전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차를 타면 불안하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뽑았다는 표현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넌 개 값도 안돼" 갑질 횡포 백태#.2"내가 이 학교 교수인데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온 게 잘못 됐냐.넌 개 값도 안 돼서 못 때려 ××야." 1일 오후 11시경 서울 D대학 여학생 기숙사가욕설로 쩌렁쩌렁 울렸습니다.#.3고성을 낸 장본인은 해당 학교 김모 교수(59)그는 여학생 기숙사에 중년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올라간경비원에게 "당장 해고시켜 버리겠다"고 윽박지르고 있었습니다.#.4"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인사권이 있는 것처럼 협박한 것은직장 내 갑질의 전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어 수사를 검토하겠다."-경찰 관계자#.5경찰청은 지난달 1일부터 갑질 횡포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00일간의 갑질 횡포 특별단속에 나섰습니다.9월 한 달간 1289건을 적발해170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69명을 구속했죠.#.6갑질 횡포 가해자로는 '4050 아저씨'들이 두드러졌습니다.경찰 단속에 적발된 갑질 횡포 가해자는 남성이 89.6%.연령대는 50대(29.8%), 40대(27.2%), 30대(18.3%) 60대(12.1%) 20대(8.8%)순으로 많았습니다.#.7직업군은 사업가, 대기업 직원, 교수, 임원 등으로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갑질을 일삼았는데요.특히 상하 관계가 더 분명한 조직에서 갑질 횡포가 심했습니다.#.8부산의 김모 씨(41)는 "이 ××, 일도 제대로 못하네, 당장 사표 쓰고 나가라""너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 등의 욕을 하고, 수시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부하를 때렸습니다. 한 중년 대학교수는 "성적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제자를 협박해 3년간 수십 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습니다.#.9갑질 횡포 피해자 3명 중 1명은 여성이었습니다. 40, 50대 피해자가 많았지만 10, 20대도 적지 않았죠.10, 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가운데 87명이 성범죄 피해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10"사회 각 분야에서 갑의 위치에 오른 40, 50대 남성들은 어릴 적부터 입시경쟁을 치르고 군대문화를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고방식이 위계적, 권위적으로 바뀌어 갑질을 일삼기 쉽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11영화 '킹스맨'에서 중년의 남자 주인공은'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고 합니다.한국의 일부 '막된 중년 남성'들은 한번쯤 이 말을곱씹어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원본: 박훈상 기자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이 230억 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등)를 확인하기 위해 5일 서울 마포구 CJ헬로비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2013, 2014년 2년간 본사 산하 부산, 경남, 경인 등 3개 지역방송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통신설비를 공급하거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참여한 것처럼 꾸며 230억 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하청업체와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역방송이 하청업체와 통신설비 납품 계약을 맺은 뒤 실제 물건은 납품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만 발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날 수사관 17명은 기업 영업 관련 계획서와 실적자료, 회계자료 등 증거를 확보했다. CJ헬로비전은 “회사 차원의 조직적 지시나 매출 부풀리기, 탈세 등이 있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고의로 범법 행위를 저지른 바가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2014년에 관리 소홀 문제를 발견해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관리 감독 기준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마쳤다”고 강조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곽도영 기자}

“내가 이 학교 교수인데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온 게 잘못 됐냐. 넌 개 값도 안 돼서 못 때려 ××야.” 1일 오후 11시경 서울 D대학 여학생 기숙사가 욕설로 쩌렁쩌렁 울렸다. 경비원이 여학생 기숙사에 중년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올라가니 김모 교수(59)가 있었다. 김 교수는 경비원이 기숙사에 들어온 경위를 묻자 “당장 해고시켜 버리겠다”고 윽박질렀다. ‘갑질’을 보다 못한 학생들은 김 교수를 기숙사 문밖으로 내쫓고 문을 걸어 잠갔다. 김 교수는 “경비원에게 욕설을 한 것은 맞지만 여학생의 짐을 들어주기 위해 갔다”고 해명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인사권이 있는 것처럼 협박하는 것은 직장 내 갑질의 전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어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9월 1일부터 갑질 횡포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2월 9일까지 100일간 갑질 횡포를 특별단속하고 있다. 고질적인 병폐인 갑질을 더는 방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경찰은 9월 한 달간 특별단속으로 1289건을 적발해 170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69명을 구속했다. 하루 평균 56.7명꼴이다. 갑질 횡포 가해자는 남성(89.6%)이 여성(10.4%)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는 50대(29.8%), 40대(27.2%), 30대(18.3%), 60대(12.1%), 20대(8.8%) 순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050 아저씨’들의 갑질이 두드러졌다. 갑질 횡포는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더 심했다. 부산의 한 식자재 납품업체 대표 김모 씨(41)는 2014년 10월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하 직원을 괴롭혔다. 그는 “이 ××, 일도 제대로 못하네, 당장 사표 쓰고 나가라” “너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 등의 욕을 하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부하를 때렸다. 한 중년 대학교수는 “성적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제자를 협박해 3년간 수십 차례 성폭행과 추행을 일삼았다. 전형적인 갑질 횡포 가해자 직업군은 사업가, 대기업 직원, 교수, 임원 등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영화 ‘킹스맨’에선 중년의 남자 주인공이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고 했지만 한국의 갑질하는 중년 남성은 제멋대로였다. 지난달 20일 강원 춘천시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들어온 손님 김모 씨(53)는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웠다. 종업원이 몇 차례 정중히 “밖에서 흡연하라”고 요청했지만 도리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도덕보다 자기가 먼저인 개념 없는 중년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갑질 횡포 피해자 3명 중 1명은 여성이었다. 40, 50대 피해자가 많았지만 10, 20대도 적지 않았다. 10, 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가운데 87명이 성범죄 피해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갑의 위치에 오른 40, 50대 남성들은 어릴 적부터 입시경쟁을 치르고 군대문화를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고방식이 위계적, 권위적으로 바뀌어 갑질을 일삼기 쉽다”고 풀이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동혁 기자}
4일 재개된 국정감사 곳곳에서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69)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둘러싼 의혹도 논란이 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이 야당의 추궁에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는 답변을 했다가 다시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백남기 어르신은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것이고 다시는 불행이 없어야 된다는 데 동의하나”라고 묻자 김 청장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여당 의원이 “파장을 고려해 똑바로 답변하라”고 다그쳤다. 김 청장은 속기록을 확인한 뒤 “앞부분(잘못된 국가권력)을 듣지 못했다”며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잘못된 국가권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더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유족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에 영장 집행 방침을 묻자 김 청장은 “지속적으로 유족과 협의하겠다. 유효기간(25일) 전에 집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는 백 씨의 부검영장이 논란이 됐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유족이 반대하면 부검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원칙적으로 강제 처분을 의미하지만 유족의 의사와 희망을 잘 고려해 집행에는 무리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더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0개월 넘게 병원에서 백 씨를 조사해 왔는데 부검이 필요한가”라고 질의하자 이 지검장은 “국민 관심이 큰 중요한 사건으로 사인을 과학적, 객관적으로 명백히 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를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작성 지침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의사의 고유 권한으로 복지위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국감에서는 의경으로 복무 중인 우 수석 아들의 ‘꽃 보직’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은 “실세 아들 운전병이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실세 아들이라고 뽑지 않는 것도 객관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백승석 서울경찰청 차장 부속실장은 “제가 직접 선발했는데 우 수석 아들은 메모장을 들고 뛰어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했다”며 “북악스카이웨이 운전 테스트에서 ‘코너링’이 남달랐고 요철도 ‘스무스하게’(부드럽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차장과 부속실장은 우 수석 아들을 추천한 사람을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하지 않았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임현석 기자}

#누가 신고만 했더라도...무관심이 부른 비극, 6세 입양아 암매장#경기 포천에서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 숨진 A 양(6). 온 몸이 투명 테이프로 묶인 채 17시간이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하다 비참하게 숨졌죠.학대의 이유는 A 양이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양부모는 A 양 시신을 집 근처 야산에서 불에 태워 훼손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입양시킨 A 양의 친어머니는 양부모에게서 "A 양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아이를 찾습니다'란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사망한 뒤였습니다.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랐습니다. "밤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부모가 때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양어머니가 A 양을 혼내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는데, A 양이 엄청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이중 단 한 명도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신고했다가 아동학대가 아니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신고하기 어렵다." - 한 여성 주민"아파트에서 마주치면 양아버지가 때릴 기세로 노려봐서 알고 지내기 꺼려지는 이웃이었다" - 한 남성 주민#A 양이 단 하루만 등원한 뒤 연락이 끊겼지만 어린이집조차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7월 초 부모에게 연락했더니 수족구병에 걸렸다고 했다. 수 차례 연락하고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해 퇴원 처리했다." -A양의 어린이집 #최근 1년간 발생한 주요 아동학대 사건1월 부모의 학대를 받던 인천 초등생 최모군, 2년만에 시신으로 발견2월 계모로부터 락스 학대 등을 당한 7세 신원영군 사망2월 부모에게 학대받던 13세 여중생 11개월간 방치되다 발견8월 친모에게 학대받던 4세 여자아이 사망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주위의 무관심이 여전하고 비극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다.학대 징후가 있으면 바로 신고하도록 이웃의 보호망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무관심이 부른 비극 더 이상의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주변의 관심과 신고가 절실합니다.원본 박훈상 기자 박희제 기자 정지영 기자기획 제작 하정민 기자 이고은 인턴}

무관심이 또 비극을 초래했다. 경기 포천시에서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 숨진 A 양(6)은 온몸이 투명 테이프로 묶인 채 17시간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 결국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 주민들은 평소 양부모의 욕설과 A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 학대를 의심했지만 신고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인천에서 발생한 ‘16kg 소녀’ 탈출 사건, 이어 경기 평택시에서 발생한 신원영 군 살해 사건 등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주위의 무관심 속에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남동경찰서는 A 양의 양아버지 주모 씨(47)와 양어머니 김모 씨(30), 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임모 씨(19·여)에 대해 살인, 사체 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주 씨 부부는 지난달 29일 숨진 A 양 시신을 다음 날 집 근처 야산에서 불에 태워 훼손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누가 신고만 했다면…” 3일 A 양이 살던 포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10여 명은 대부분 양부모의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 A 양 학대와 관련해 주민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또 밤늦은 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2층 A 양 집에서 나는 학대 소리를 들은 주민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밤마다 입에 담지 못할 부부의 욕설이 들려 이웃집 아이가 귀를 막고 잠들었다”며 “부모가 때리는 소리, 욕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자동차 안에서 김 씨가 A 양을 혼내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는데, A 양이 엄청 겁에 질린 표정이라 ‘애를 잡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한 주민은 없었다. 한 여성은 “괜히 신고했다가 아동학대가 아니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신고하기 어렵다”며 “이런 일이 생기니 후회스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남성은 “아파트에서 마주치면 양아버지가 때릴 기세로 노려봐 알고 지내기 꺼려지는 이웃이었다”고 했다. 일부는 A 양 집에서 나는 소음으로 생활이 불편하다고 아파트 관리실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어린이집도 A 양이 단 하루만 등원한 뒤 연락이 끊겼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A 양은 6월 28일 김 씨와 함께 해당 어린이집을 찾았다. 김 씨는 이날 등록했지만 A 양은 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은 “7월 초 부모에게 연락했지만 ‘수족구병에 걸려서 당분간 못 간다’는 답을 들었다”며 “수차례 연락하고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해 퇴원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어린이집은 아동이 무단결석을 하거나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A 양이 앞서 다닌 어린이집 등 2곳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신고 의무 문제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임”이라며 “겨울에 맨발로 다닌다거나 몸에 멍이 보이는 등 아동학대 징후가 있으면 바로 신고하도록 이웃의 보호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혹한 학대 정황 경찰은 A 양의 양부모가 상습적인 학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러 부분의 뼛조각이 수거됐다. 이들은 A 양이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명 테이프로 온몸을 묶은 채 지난달 28일 오후 11시부터 17시간 동안 방치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양부모는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아이가 숨을 컥컥거렸다. 투명 테이프를 풀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졌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평소에도 A 양에게 벽을 보고 손을 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 놓았다. 양부모는 시신 유기 다음 날 축제가 열린 인천 소래포구로 이동해 거짓으로 실종 신고를 했다. 김 씨는 지인인 A 양의 친어머니가 2010년 이혼 후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자 2014년 9월 서로 합의한 뒤 법원 허가를 받아 입양했다. A 양의 친어머니는 양부모에게서 “A 양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아이를 찾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실종 글을 본 사람들이 열심히 글을 퍼 나르며 A 양의 행방을 찾았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정지영 /인천=박희제 기자}

국내 법의학 최고 권위자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서중석 대전보건대 총장(59·사진)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 백남기 씨의 부검을 하지 않으면 갈등을 영원히 종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씨 측은 경찰과 검찰의 부검 요구에 대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처럼 사인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서 총장은 “당시 경찰의 은폐 시도를 결국 부검의가 밝혀 내지 않았느냐”며 “국과수의 부검이 없었다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법의학자는 망자(亡者)의 편에 선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과학적 사실을 밝혀 망자의 억울함을 세상에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검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부검대 위에서 (유족들이 의심하는)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도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2005년 11월 쌀시장 개방 협상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에 돌아와 사망한 농민 전용철 씨(당시 43세)의 부검을 맡았을 때다. 그는 당시 “전 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정지된 물체에 부딪혀 뇌출혈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며, 외부 물체에 의한 충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단체와 야당은 부검 결과를 조작했다고 반발했다. 서 총장은 “전 씨는 경찰 진압 현장에서 넘어져 사망한 것이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경찰이 가슴팍을 밀어 넘어뜨린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1991년 국과수에 들어가 올해 6월 30일까지 25년간 법의학자로 일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등 역사의 현장에 늘 그가 있었다. 그는 백 씨의 부검과 관련해 “당초 유족이 부검을 요구하고, 경찰이 막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가 됐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죽음의 전문가(법의학자)가 사인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책임자를 처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학교 선생님인데 매달 ‘칭찬 스티커’를 많이 모아 온 학생 중 한 명을 뽑아 3000∼5000원짜리 선물을 주고 있어요. 이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되나요?”(대구) “내 나이가 환갑인데 3만 원 이상 식사를 하면 김영란법에 위반되나요?”(대전) 김영란법 시행 이틀 동안 112로 걸려온 전화에는 이런 것들도 있었다. 국민들은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조금이라도 궁금증이 생기면 일일이 경찰에 문의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9일 오후 5시까지 경찰에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신고는 서면 2건, 112전화 29건 등 모두 31건이었다. 112로 접수된 것은 ‘칭찬 스티커 선물’을 포함해 대부분 단순 상담전화였다. 경남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다”, 인천에선 “건설업자도 김영란법에 해당하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에서는 “교수의 생일을 맞아 대학생들이 각각 5만 원씩을 모아 선물을 사줬는데 법에 저촉되는지 궁금하다”란 112 신고전화가 걸려와 경찰은 서면신고를 권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112로 접수된 신고는 대부분 단순 상담전화라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인 110번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김영란법 위반 신고 내용이 공개되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권익위는 29일 김영란법 적용 대상 기관에 ‘청탁금지법 신고자 보호 협조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상담·접수 단계에서부터 신고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을 요구했다. 김영란법 위반 행위를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신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신고자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자 본인이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접수한 기관이 이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휴가 군인에 대한 무료 이용 혜택을 잠정 중단했던 에버랜드는 의무복무 요원에 대해서는 혜택을 다시 제공하기로 했다. 국가를 위해 복무 중인 군 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뜻에서 2010년 7월부터 휴가 군인에게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해 왔던 에버랜드는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이 혜택 제공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에버랜드는 29일 의무복무 요원에 한해 종전처럼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25일 끝내 숨진 백남기 씨(69)의 시신 부검을 놓고 유족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경찰이 28일 법원의 부검영장이 발부되자 유족 측에 공문을 보내 협의를 요청했다. 유족은 대화를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부검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고수해 영장 집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백 씨의 사망에 대해 이렇다 할 사과도 없이 부검을 요구하는 경찰의 태도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영장을 강제집행하지 않고 설득을 통해 최대한 동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유족뿐 아니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도 적극 나서 백 씨의 시신 부검에 반대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투쟁본부에는 위헌정당 해산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간부, 반정부 시위 전문가까지 가담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투쟁본부 공동대표인 김영호 전국농민총연맹 의장, 조직팀장을 맡고 있는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통진당 간부 출신이다. 옛 통진당 출신이 대거 옮겨가 ‘제2의 통진당’이라는 평가를 받는 민중연합당 지도부도 투쟁본부에 참여하고 있다. 또 투쟁본부 공동대표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세월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 반정부 집회 때마다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백 씨를 조문하기 위해 충북 충주에서 왔다는 이모 씨(37)는 “어떻게 해서 비극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겠지만 외부 세력이 백 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투쟁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가족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백 씨가 경찰의 물대포 직사(直射) 때문에 결국 숨졌다는 게 명백한데 가해자(경찰)를 수사해야 할 검찰이 경찰과 함께 고인을 부검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경찰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가 파행되자 자유발언을 통해 “경찰이 경고살수(撒水)도 없이 처음부터 직사살수만 7차례 했다”며 당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박 의원의 주장과 달리 시위 당시 물대포를 쏜 차량의 CCTV를 보면 4초간 경고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해명했다.정지영 jjy2011@donga.com·전주영·박훈상 기자}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 김영란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해 신고했다.” 28일 낮 12시경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112신고 내용이다. 첫 김영란법 위반 신고다. 경찰은 “신고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제공한 금품의 가액도 100만 원을 넘지 않아 ‘서면신고를 하라’고 안내한 뒤 종결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 강남구가 이날 노인회원 160명이 참석한 연찬회를 개최하면서 특정 노인들만 초청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서면신고도 경찰에 접수됐다. 강남구 측은 “매년 진행하던 어르신 연찬회였다. 노인회 내부의 문제로, 김영란법과 상관이 없는데 신고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 위반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고발인 수사 등을 통해 신중히 종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경찰에는 김영란법과 관련해 서면신고 2건과 112신고 3건이 접수됐다. 일단 경찰은 명백한 법 위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추가로 내용을 확인 중이다. 김영란법을 최초 발의했고 법 위반 신고 기관 중 하나인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이날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신고 한 건이 접수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신고자는 권익위 서울종합민원사무소를 방문해 신고했다. 김영란법을 악용하려는 악의적인 신고 남발을 막고자 e메일 등 전자문서를 포함한 서면신고로 제한하는 만큼 ‘신고 폭주’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권익위는 보고 있다. 법 시행 당일 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문의가 폭주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오히려 이날은 평소보다도 문의가 적었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권익위는 다만 법의 허점을 이용한 위반 가능성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영란법 꼼수로는 일명 ‘투명인간 만들기’ 수법이 회자된다. 여러 명이 식사했을 경우 ‘n분의 1’로 계산해 3만 원을 넘기지 않으면 되는 점을 이용해 식사 참석자를 부풀려 1인당 3만 원 이하로 맞추는 수법 등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손효주 기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접수된 첫 위반 신고는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를 건넨 것을 목격한 대학생이 112에 익명으로 신고한 것이었다. 경찰청은 이날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12신고가 총 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날 정오경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를 줬다며 이를 목격한 학생이 서울지방경찰청에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제공 가액이 100만 원이 초과하지 않아 서면 신고 안내 후 종결했다. 경찰청은 예상외로 적은 신고 건수에 대해 "언론을 통해 김영란법 홍보가 많이 된 덕분에 공직자 등이 몸을 많이 사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법원이 명확한 사유 없이 고 백남기 씨(69)에 대한 부검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경찰과 유가족 간 대립이 격렬해지고 있다. 경찰은 “자살처럼 사인이 명백한 시신도 영장을 계속 발부했던 법원이 아니냐”라며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시신 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을 막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입원 316일 만인 25일 사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오전 1시 40분경 백 씨에 대한 부검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사유를 한 줄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 뉴스로 부검영장 기각 보도가 나가고 논란이 일자 그제야 오전 9시경 기각 사유를 팩스로 관할인 종로경찰서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각 사유는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아왔고, 진료기록으로 사인 규명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경찰이 시신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대부분 빨간 줄을 그어 기각하고 유일하게 진료기록 차트 등에 관한 압수수색만 발부했다. 이에 경찰은 “사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부검이 원칙”이라며 영장 기각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진료기록부를 검토해 사인이 확인되지 않으면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재청구한 영장이 기각되면 검경이 더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부검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경찰은 이날 백 씨가 입원했던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의료기록을 확보해 의료기록 분석 등 보강수사에 착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들에게 기록 검토를 요청해 의견을 수렴한 뒤 부검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부검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법의학자들의 견해가 우세하면 영장을 재신청하면서 소명자료로 첨부할 계획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문의 부검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부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백 씨가 장기간 입원해 부검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부검을 한다면 진료기록, 수사기록을 종합해 사망 원인을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도 “정치적 이슈와 상관없이 법의학자 입장에선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실체적 사실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원의 부검영장 기각 통계는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영장기각 사례를 수집해보니 숫자가 많지 않고 대부분 돌연사나 추락사로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 경우였다”며 “사인이 법적 쟁점이 되고 있는 백 씨 사건과는 명백히 다르다”고 밝혔다. 유가족을 비롯한 백남기대책위원회는 부검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백 씨의 큰딸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를 쓰러지게 하고, (사망) 이후에도 계속 괴롭히는 경찰의 행동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의 부검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진상규명도 안 되고 책임자 처벌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당분간 장례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조직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로 개편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정지영·배석준 기자}
경찰이 최근 불거진 검사 비리 사건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확산됐다고 판단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수사구조개혁팀을 부활시켰다. 경찰청은 본청 수사국 수사연구관실이 수사구조개혁팀으로 이름이 바뀌고 수사권 조정 문제 컨트롤 역할을 맡는다고 26일 밝혔다. 수사구조개혁팀은 경찰 내부 수사제도 관련 업무를 모두 다른 부서로 넘기고 수사권 조정 문제만 집중한다. 인력은 13명 그대로다. 경찰은 수사구조개혁팀 부활이 '검찰과 대립'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선진 형사사법시스템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맞다. 이를 위해 경찰부터 신뢰성, 공정성,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업그레이드를 위한 내부 개혁을 만들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권 조정 담당 부서의 위상은 시기별로 부침을 겪었다. 2003년 수사제도개선팀으로 출발해 2005년 수사구조개혁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이 추진되면서 경무관이 단장을 맡는 수사구조개혁단 체제로 확대됐다. 하지만 다시 조정 문제가 잠잠해지면서 2013년 총경 팀장 체제인 수사구조개혁팀으로 축소됐다가 이름마저 2015년 수사연구관실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지휘부가 수사권 조정 의지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법무부와 경찰청은 외국인 범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모든 외국인의 지문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법무부가 관리하는 외국인 신원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외국인 신원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21일부터 운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2014년 5월부터 90일 초과 장기체류 외국인 지문 정보를 공유한데 이어 21일부터 단기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했다. 과거엔 경찰이 외국인의 신원을 확인하려면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고 회신하는 과정이 길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외국인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실시간으로 지문을 대조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외국인 관련사건 단서 확보나 미제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어난 '시화호 토막살인 사건' 당시에도 경찰이 법무부가 실시간 제공한 지문으로 피해자인 중국인 아내 신원을 확인해 범인을 신속해 검거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여기 살인자가 숨어 있다.” 필리핀 중남부 세부에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한국인 살인자가 살고 있었다. 오래전 한국에서 참혹한 범행을 저지르고 도피했다는 소문만 있을 뿐 그의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다. 교민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두려워 그 이야기를 쉽사리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올해 4월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담당관으로 심성원 경감(39)이 파견됐다. 심 경감은 밑바닥 범죄 정보까지 훑기 위해 현지 교민과 필리핀인을 만나 국외 도피 사범 첩보를 수집하다가 살인자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세부 경찰주재관 이용상 경정(42)이 그간 수집한 첩보와 종합해 보니 경찰청 국외 도피 사범 명단에 있는 살인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 장의사 부부를 살해한 강모 씨(47)였다. 강 씨는 2000년 11월 공범 이모 씨(49)와 함께 경기 가평군 설악면 야산에서 장의사 조모 씨(당시 39세) 부부를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이 씨는 부부에게 병원 영안실 운영권을 따주겠다고 속여 1억1000만 원을 가로챘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교도소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강 씨와 함께 살해한 것이다. 범행 직후 검거된 이 씨는 사형 선고를 받아 복역 중이지만 강 씨는 종적을 감췄다. 강 씨가 향한 곳은 도피 사범의 천국으로 불리던 필리핀이다.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만 도착하면 정체를 감추고 살 수 있었다. 필리핀 밀항선 조직은 육지가 보이자 강 씨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했다. 그가 죽자 살자 헤엄쳐 닿은 곳이 필리핀 민다나오였다. 다음 해 세부로 이동해 가명으로 생활했다. 현지인이 거주하는 공간에 살며 한국인과 접촉도 하지 않았다. 그를 목격한 사람은 “거지처럼 살았다. 거의 돌아다니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여행사에 나타나 돈을 구걸하거나 빼앗기도 했다. 관광객에게 겁을 주고 돈을 뜯어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 경정과 심 경감 귀에만 그의 존재가 전해지지 않았다면 영원히 숨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5일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 사범 추적팀은 강 씨가 은신 중이던 콘도를 급습했다. 검거 직후 경찰은 강 씨의 지문을 채취해 e메일로 경찰청에 보냈다. 한국에서 대기 중이던 본청 과학수사담당관실은 3분 만에 강 씨 신원을 확인해 답신을 줬다. 강 씨는 16년 만에 검거되자 낙담한 듯 자해를 시도했다. 아이러니하게 강 씨는 공범 이 씨를 가장 보고 싶어 했다. 강 씨는 “나는 이 씨의 꾐에 넘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죽이게 됐다. 이 씨 얼굴을 꼭 보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씨를 21일 국내로 송환했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도피 사범 검거와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코리안데스크 담당관 6명이 활약 중이다. 이달 중순에도 앙헬레스에서 2003년 청부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한 살인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북부간선도로의 전 구간 제한속도가 현재 시속 80km에서 70km로 낮아진다. 북부간선도로는 서울 성북구와 경기 남양주시를 잇는 편도 2차로의 자동차 전용도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열어 북부간선도로 하월곡 나들목 구간(6.7km) 양방향 제한속도를 다음 달 중순부터 시속 10km 낮추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북부간선도로 경기도 구간을 관할하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도 하월곡 나들목부터 남양주까지 이어지는 나머지 구간(12.8km)의 제한속도를 함께 낮출 예정이다. 앞서 6월에는 종암 분기점¤하월곡 나들목 구간(1.6km) 양방향 제한속도가 하향 조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북부간선도로에선 km당 12.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종암 분기점에서 이어지는 내부순환도로(11.5건)보다 사고가 10%가량 많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북부간선도로에는 급격한 굴곡과 접속 구간이 많아 제한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며 “북부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내부순환로와 제한속도를 통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보험사기가 문제가 되면 네가 챙긴 수수료는 환수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보관하고 있겠다.” 지난해 10월 유명 보험사 보험사기조사실장 김모 씨(47)는 허위진단서 발급브로커 사모 씨(29)를 적발하자 이렇게 겁을 줬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출신 사 씨는 전직 특전사 출신 12명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챙기게 도와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410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사 씨에게 4100만 원을 차명계좌로 넘겨받아 1900만 원을 자녀 대학 등록금, 유흥비 등으로 썼다. 김 씨는 올해 1월 정형외과 의사 김모 씨(54)가 건당 30~40만 원을 받고 허위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자 의사에게 “4억 원을 주면 브로커와 말을 맞춰 혐의가 없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의사는 금액이 너무 많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4월 변호사 김모 씨(52)와 함께 찾아가 수임료 1억6000만 원에 불구속 수사를 받고 의사면허를 유지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가 재차 거절당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횡령 등 혐의로 김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변호사 김 씨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전현직 특전사 출신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 씨의 범행을 확인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는 19일 서울지방경찰청장에 김정훈 충북지방경찰청장(53)을 승진 내정하는 등 치안정감 및 치안감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청 차장에는 김귀찬 경찰청 보안국장(56), 부산지방경찰청장에는 허영범 대구지방경찰청장(58)이 승진 내정됐다. 충북 제천 출신인 김정훈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경찰대 2기 출신이다. 경찰 조직의 2인자로 꼽히며 수도 치안을 책임지는 서울경찰청장에 현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에 이어 충북 출신이 연이어 발탁된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다. 당초 정치권과 경찰 조직 안팎에서 서울경찰청장 유력 인사로 김 신임 청장의 이름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깜짝 인사’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충주고 동문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김 신임 청장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동향이다. 김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을 지냈다. 김귀찬 신임 경찰청 차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23기다. 대전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을 지냈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동향이다. 허영범 신임 부산경찰청장은 경기 파주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간부후보 33기다. 경찰청 보안국장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정감 인사는 지역과 경찰 입문 경로를 고루 안배해 경찰 조직의 안정을 꾀한 인사로 요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은 영남 2명(경찰청 차장, 인천청장), 충청 2명(서울청장, 경기남부청장), 경기 1명(부산청장), 호남 1명(경찰대학장)이다. 경찰 입문 경로는 경찰대 3명(서울청장, 경기남부청장, 인천청장), 고시 특채 2명(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 간부후보 1명(부산청장)이다. 치안감 인사에선 대구경찰청장에 김상운 경찰청 정보국장, 충북경찰청장에 박재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 수평 이동했다. 또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에 김기출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 정보국장에 정창배 경찰청 경무담당관실 경무관, 보안국장에 배용주 과학수사관리관이 각각 승진 내정됐다. 한편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로 꼽혔던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결국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 성관계 파문으로 사실상 옷을 벗게 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청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김정훈 충북지방경찰청장을 승진 내정하는 등 경찰 치안정감·치안감 인사가 이뤄졌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치안정감 6자리 중 3자리가 교체됐다. 경찰 2인자인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정훈 충북경찰청장은 충북 제천 출신으로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충주고 동문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으로 공석이 된 경찰청 차장에는 김귀찬 경찰청 보안국장이, 부산청장에는 허영범 대구청장이 각각 승진 내정됐다. 서울청장, 경찰청 차장, 부산청장 등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는 각각 충청, 영남, 경기 출신으로 입직경로도 경찰대, 고시, 간부후보생 등으로 고르게 안배됐다. 김상운 본청 정보국장은 대구청장으로 박재진 생활안전국장은 충북청장으로 수평이동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