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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추석 연휴에도 공연계는 풍년이다.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신나고 따뜻한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뭣보다 다양한 명작 뮤지컬이 눈을 즐겁게 한다. 코가 커서 슬픈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 ‘시라노’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주인공이 분장한 코와 17세기로 돌아간 듯한 무대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누아르 속으로 빠지고 싶다면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을 추천한다. 풍부한 재즈선율로 관객의 귀 호강까지 보장한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아바(ABBA)의 멜로디로 신나는 에너지를 안긴다. 누적 관객 200만 명 기록을 세운 명작으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14일까지 공연한다. 1959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벤허’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연휴 기간 펼쳐진다. 화려한 무대 연출과 웅장한 군무가 빼어나다. 전국 투어 뒤 2주간 서울 앙코르 공연 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도 풍성하다. 서울 대학로에서는 마르판증후군에 걸린 소녀와 할머니의 가족애를 다룬 ‘안녕 말판씨’가 굿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극 ‘에쿠우스’는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SKON 1관에서 공연한다. 짜릿한 무대를 보고 싶은 관객은 스릴러 연극 ‘미저리’가 열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추천한다. 한편 인터파크는 ‘2019 한가위 예매보감’ 기획전에서 다양한 공연의 할인 혜택과 특별 초대권 이벤트를 진행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뻔한 신파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끝내 터지지 않는 담담한 사모곡(思母曲)이다. 연극 ‘사랑해 엄마’는 직관적 제목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는 무대 인트로 음악처럼 헌신적 모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생선을 팔며 홀로 아들 ‘철동’(이준헌, 류필립)을 길러낸 ‘엄마’(조혜련, 정애연)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내용이다. 예상 가능한 전개로 참신함은 부족하다. 다만,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따금씩 영정 사진 밖으로 나와 상상 속에서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설정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뻔한 전개에 힘을 싣는 건 절제된 연기다. 비슷한 주제의 타 작품과 달리 배우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철저하게 일상을 연기한다. “아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엄마의 외마디 절규 외에 극은 오히려 평온하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 흔한 오열 장면도 없다. 암 선고 후 어머니와 아들이 등을 돌리고 눈물을 훔치거나 웃으며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눈물샘을 더 세게 자극한다. 조혜련은 “과거 코미디 ‘울엄마’처럼 모성애에 깊게 빠지게 한 작품이다. 억척스러운 엄마로서 힘들어도 겉으로는 웃는 감정에 집중했다”고 했다. 이준헌은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툰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참고 참아도 삐져나오는 일상 속 슬픔을 끌어냈다”고 했다.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4만4000∼5만5000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밭이 한참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김을 매지요…왜 사냐건 웃지요.”(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는데 굳이 으리으리한 집이 필요할까. 넓이 6평(19.8㎡) 안팎의 미니 전원주택이나 세련된 농막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상당한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전원주택에도 소형화, 실속화 바람이 부는 셈이다. 2016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소장(43)은 2013년 경기 양평군에 작은 농막을 설계했다. 건축주는 은퇴를 앞둔 60세 가량의 전문직 부부. 이들은 작은 밭을 장만한 뒤 농기구를 보관하고, 농사일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을 원했다.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막으로 쓰는 게 보통이지만 부부는 “모양도 예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신 소장이 다른 곳에 계획했던 창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해 크기만 작게 만들었다. ‘철골 각파이프’를 바닥에 깔고 EPS 복합패널로 건물을 지은 뒤 양철 골강판으로 외부를 감쌌다. 약 18㎡ 넓이인 이 농막의 건축비는 1400만 원 가량. 신 소장은 “지붕 중앙의 선(한옥의 용마루)이 벽면과 평행하지 않고 틀어진 설계여서 작업 비용이 올라갔는데, 단순하게 만들었다면 1000만 원으로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막은 가설건축물축조신고만 하면 지을 수 있지만 법에 따라 면적이 20㎡를 넘을 수 없다. 오수처리시설(정화조) 설치는 금지 규정이 없지만 지자체가 대체로 불허한다. 화장실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정식으로 전원주택 건축을 결심하기 전 마치 인턴처럼 전원생활을 체험해보려는 이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작은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한아름 씨(39)는 지난해 양평군 서종면에 7평(약 23.1㎡)짜리 세컨드 하우스를 지었다. 주말 등 틈이 날 때 가족과 쉬다 간다. “사는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만 오는데 굳이 큰 집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텃밭도 가꿀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잔디에서 뛰고 흙을 만지며 놀아서 정말 좋아요. 주말마다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 안 해도 되고요.”(한 씨) 요즘은 오픈마켓 앱에서도 집을 판다. ‘이동식 주택’을 검색하면 가격도 모양도 천차만별인 집들이 상당수 나타난다. 이동식 주택은 기초 공사를 통해 고정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농막이 아니라면 주택 신·증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설계기업이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갖춘 이동식 미니 목조주택을선보이기도 했다. 건축이 만든 스타트업 간삼생활디자인은 지난해 공장에서 제작해 배달하는 20㎡안팎의 모듈 형 목조주택 ‘ODM’을 출시했다. 고기밀성 단열재를 사용했고 냉난방 설비가 포함됐으며 수납형 냉장고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 제작비는 4000만~6000만 원대. 여기에 운송비, 전기와 상·하·오수관 설치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노현수 씨(57)는 5년 전 제주시 구좌읍에 마련한 땅에 ODM을 구매해 올 7월 설치하고 세컨드 하우스로 쓰고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땅에 예쁘고 작은 집을 지으려고 여러 곳을 알아보던 차에 판교의 쇼룸에서 ODM을 보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노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무엇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며 “은퇴 후 제주도에 살기로 결정한다면 ODM을 추가로 구입해 2, 3개를 함께 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세컨드 하우스의 증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원주택지로 선호되는 경기 양평군의 주택 수는 2015년 3만6899호에서 2017년 4만1689호로 13% 늘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10만8316→11만5105명) 증가율(6.3%)보다 높다. 가평군도 마찬가지다. 강원 인제군은 주민등록인구는 줄었는데 오히려 주택 수가 늘었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44)는 “‘5도2촌’(닷새는 도시에,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생활 스타일)이나 ‘4도3촌’하는 분들이 주로 ODM을 구매한다”며 “해외와 마찬가지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작은 세컨드 하우스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 쓰레기야. 우린 살아있는데 죽었어.”(문소리) “쳐다봐도 내 안에 아무 느낌이 없어.”(지현준) 서로를 향해 내뱉은 말이 미사일처럼 날아가 폭발한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두 남녀 사이 ‘말의 전쟁’이 2시간 동안 이어진다. 가시 돋친 말로 상대에게 굴욕감을 안기는 이들은 실은 6년 동안 서로를 미칠 듯 사랑한 연인이었다. 배우 문소리(45)와 지현준(39)이 연극 ‘사랑의 끝’에서 이별을 앞둔 연인으로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만난 두 배우는 “연습 때마다 공업용 대형 진공청소기가 영혼을 빨아들여 탈탈 털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 이별의 상흔을 그린 ‘사랑의 끝’은 지현준의 50분간의 독백이 끝나면 문소리가 다시 50분 동안 거친 독백을 쏟아내는 2인극이다. 문소리는 “이별이라는 사건을 두고 확연히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는 언어 전쟁”을 극의 매력으로 꼽았다. 2011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처음 소개할 당시 참신한 형식으로 극찬받아 30여 개국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번 첫 한국어 공연은 프랑스 출신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을 맡았다. 연기력이 탄탄한 두 배우에게도 이 작품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사의 양만 각자 50여 페이지에 달한다. 대사도 거친 데다 감정의 폭도 크다. 지현준은 “사랑의 끝, 인생의 끝을 표현하면서 배우로서 연기의 끝까지 가게 만든다”고 했다. 문소리는 “가슴에 박히는 말을 하나하나 삼킨 뒤 ‘끝났어?’라는 말과 함께 후반부에서 제 감정을 모조리 터뜨린다”고 했다. 둘은 3년 전 연극 ‘빛의 제국’에서 첫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았다. 이번에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문소리는 “굵은 철사 같던 지현준 씨가 이 작품에서 너덜너덜해지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며 웃었다. 지현준은 “3년 전 연습실에서 감정이 ‘터져’ 스스로 주체할 수 없던 순간, 문 선배가 건넨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고 큰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독하면서 ‘찌질한’ 이별을 담으려면 한국 감성에 맞게 공감 가는 단어를 선택하는 게 필수. 둘은 번역을 마친 대본을 2주 동안 붙들고 다시 ‘최적화’ 작업에 돌입했다. 지현준은 “프랑스어에서 한 단어로 표현되는 ‘수치, 굴욕, 모욕’이라는 말 중 가장 강한 어감을 가진 ‘굴욕’을 택했다”고 했다. 철학적 메시지가 강한 프랑스 작품이 관객에게 어렵진 않을까. “한국 드라마, 영화 속 이별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일단 말이 많잖아요.(웃음) 시시비비를 가리고 이별의 명분을 찾는 모습은 한국과 꼭 닮아 있더라고요.”(문소리) 두 배역의 이름은 ‘소리’와 ‘현준’이다. 캐릭터에 얽매이지 않되 무대 위 감정에 충실하자는 취지다. “우리도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감정을 쏟아낼 뿐”이라는 두 배우가 결국 관객에게 던지는 물음은 이것이다. “저희도 누가 답 좀 알려주면 좋겠어요. 누군가 미칠 듯 사랑했던 그 마음,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문소리, 지현준) 7∼27일.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3만 원. 17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지금 젊은 시절로 돌아가 연출하라고 하면 연극 말고 영화 연출했을 거야.(웃음) 요즘 영화관이나 넷플릭스에 재밌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그 수준도 연극 못지않아요.” 백발이 성성한 노(老)신사, 국내 연극연출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정진수 연출(75)의 입에서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주변 사람 모두 의아한 듯 그를 쳐다봤다. 평생 희곡 대본 수십 편과 씨름하며 연출을 해 온 그의 말엔 연극이 더 진일보해야 한다는 자기반성과 염원을 담고 있었다. 그는 “연극이 살아남으려면 영화나 넷플릭스 이상으로 삶을 뒤바꿀 만한 경험과 ‘인생에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 진실함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극단을 이끌며 50년 이상 연극계에 헌신한 정 연출을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극 연출가로는 유일하게 ‘한국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예술가의 일생, 작품 활동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후대 예술인을 위한 기록과 경험을 남기는 게 사업 취지다. 두 달간 5번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 연출은 이날 “시원하지 뭐. 연극계에 전할 나의 짐을 벗어던진 것 같다”며 구술채록에 참여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민중극단을 이끌며 ‘아가씨와 건달들’ 등 70여 편을 연출 또는 번역했다. 또 성균관대 영문학과 교수 재직 당시 연기예술학과 창설을 주도했다. 그는 “연극, 영상을 위한 전공을 만든 시기는 내 인생에도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했다. 꾸준한 극단 활동 외에도 윤호진 연출, 윤석화 배우와 제작사 ‘에이콤’을 1993년 공동 설립했다. 에이콤은 현재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무대에 올리는 대형 제작사. 그는 “능력보다는 이것저것 끼어들다 보니 쉼 없이 많은 작업을 한 것 같다”며 “가끔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다”고 말하고는 겸연쩍게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털어놓는 에피소드에는 상상치 못한 인물도 튀어나왔다. 수녀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넌센스’ 초연 당시 그는 다짜고짜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극을 제작한 조민 대표를 도우려고 김 추기경께 전화해 공연을 보러 오시라고 했어요. 근데 정말 오셨더라고요. ‘공연이 좋다’고 격려하셨는데 그 순간은 평생 잊히지 않아요. 김 추기경 추모 영상에 당시 옆자리에 앉은 저도 나옵니다.(웃음)” 2008년 교수직 퇴임 후 그는 암으로 큰 수술을 치렀다. 회복 후엔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전에 제작한 ‘이병철, 정주영, 박정희’를 다룬 역사기록극의 연장선상에서 1987년 민주화운동부터 소련 붕괴 등 한반도의 격변기를 다룬 극을 내년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1910년 국권을 상실했으나 이후 7년 사이에 태어난 이병철 정주영 박정희가 대한민국 근현대의 기틀을 닦았죠. 이후 한국은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1987년 민주화, 공산권 붕괴 등을 겪으며 다양한 군상의 인물이 생겨났죠. 이들의 삶을 통해 현대사를 조명하는 것이 극작품으로 흥미롭고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대본의 틀을 잡고 제작 준비 중입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술보다는 타이레놀? 다소 뚱딴지같이 들리는 이 처방은 실제 미국 켄터키대에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근래에 실연을 겪은 피실험자 가운데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은 가짜 약을 복용한 사람에 비해 마음의 고통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모든 심리적 고통이 약으로 다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트라 소셜’ ‘다윈의 식탁’ 등을 집필하며 문화와 사회성의 진화에 천착한 저자가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외로움과 사회성을 진단했다. 책은 누구나 공감 가능한 “혼밥이 좋다” “‘좋아요’ 개수가 신경 쓰여요”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린다” 등 일상 사례로 가볍게 시작한다. 저자는 그동안 쌓아온 연구·실험 결과와 본인의 통찰을 곁들여 고민에 대한 학술적 답을 차분히 들려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빵, 버터 굽는 냄새가 가득한 ‘달콤한 발레’ 보셨어요? 최고 무용수들의 동화 발레를 기대하세요.” 2017년 ‘죽음과 여인’을 시작으로 ‘트리플 바흐’ ‘베토벤의 천사들’의 안무를 맡았던 발레리나 김세연(40)이 올해는 달콤한 가족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미국 보스턴발레단,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스페인 국립무용단 ‘프리메라 피규라’(Primera Figura·수석 무용수보다 한 등급 위인 최고 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무대 위에서 가장 예쁜 무용수”라며 이번 작품에서 발탁한 이현정 와이즈발레단 수석무용수(27)를 소개했다.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동료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던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지젤’에서 주역 ‘지젤’에 더블캐스팅됐다. “신작을 구상하자마자 무대에서 빛나던 ‘지젤’ 현정이를 바로 떠올렸어요. 관객 앞에서 뭘 할지 아는 무용수거든요.”(김세연) “사람 자체가 ‘지젤’인 선생님은 안무가로서도 칼 같은 완벽함을 요구하시죠. 가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동작만을 요구하실 때도 있어요(웃음).”(이현정) 마포문화재단·와이즈발레단과 협업한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을 숲속으로 유인하는 마녀와 그에 맞서는 두 남매의 이야기로 동명의 오페라 줄거리를 기반으로 한다. 동화적 구성을 충실히 따라 뭉클한 가족애를 그린다. 클래식 발레를 토대로 무대를 꽉 채우는 군무와 주요 인물의 연기가 볼거리다. 최근까지 스페인에서 무대 연출을 공부한 김세연의 센스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동화 속 상징적 공간인 ‘과자로 만든 집’을 위해 무대에 흙도 뿌리고, 빵과 버터 냄새도 나게 했어요. 무의식적으로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무용은 점점 세트를 줄이는 추세지만, 타 장르는 후각적 연출을 활발히 활용합니다.”(김세연) 의상과 조명도 그가 각별히 신경 쓰는 요소다.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해 “그림책 읽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지젤’ 리허설에서 의상의 주름, 조명의 각도 같은 디테일을 챙기는 김세연을 목격한 이현정은 “‘프로는 저런 것도 신경 쓰는구나’라는 생각에 크게 놀랐다”고 털어놨다. 김세연은 “솔직히 조명과 의상이 무용 실력의 30%는 먹고 들어간다”는 고수의 팁도 공개했다. 만나는 동안 두 사람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프로페셔널’이다. “확실치 않은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하다”는 완벽주의 성격도 닮았다.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느라 “단원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김세연의 넋두리에 이현정은 “어차피 무용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만족을 모르는 프로들의 목표는 확고했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모든 연령층에 사랑받는 가족 발레 만들 겁니다!”(김세연·이현정) 9월 20, 2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3만∼5만 원. 48개월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뮤지컬 같은 영화처럼 영화 같은 뮤지컬도 가능할까. 현실과 시나리오 세계를 오가는 ‘누아르 판타지’ 뮤지컬이 탄생했다. 대극장 특유의 화려한 무대 구성과 참신한 연출의 ‘케미’가 예사롭지 않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듯 진한 여운이 남는다.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1989년 브로드웨이 작품이 원작이다.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블랙코미디를 그렸다. 초연 당시 롱런하며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자신의 탐정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는 작가 ‘스타인’과 시나리오 속 주인공 ‘스톤’이 극중극 형태로 교차한다. 두 배역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스톤’은 작가 ‘스타인’의 내면이 투영된 또 다른 자아를 연기한다. 한 무대 위에서 두 개의 시공간을 동시 구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연출은 이를 조명의 색감으로 풀어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흑백(시나리오 속), 컬러(현실) 조명은 극의 중심 매개가 된다. 다만 이를 숙지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극 초반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근래에 흔치 않은 대형 뮤지컬 신작이다. 무대디자인, 의상, 영상 등으로 판타지 구현에 총력을 쏟은 흔적이 보인다. 배우들의 유쾌한 입담과 무대 위 활극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작품이 추구하는 색이 뚜렷하다. 뮤지컬의 한 축이 판타지라면 다른 한 축은 음악이다. 아쉽게도 메인 넘버 ‘너 없이 난 안돼’ 말고 다른 넘버의 강렬함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김문정 음악감독이 진두지휘하는 18인조 밴드와 보컬, 스캣 등의 재즈 선율은 극장의 공기를 1940년대 할리우드로 뒤바꾸는 힘이 있다. 10월 2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4만 원. 중학생 관람가. ★★★☆(★ 5개 만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017년 5월 일본 나고야의 한 금융기관에 한 남성이 침입했다. 그는 등유를 뿌리며 불을 지르려다 제지당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 붙잡힌 남성은 재판정에서 “위안부 문제로 이전부터 한국에 나쁜 감정을 가졌다.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분노를 느낀다. 한국을 용서할 수 없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과격한 폭력은 일본 우익의 상징. 하지만 이 남성은 조금 달랐다. 평생 우익 관련 단체, 조직과 연결된 적이 없었다. 65세 은퇴자인 그는 전 직장에서는 ‘우수 직원’으로, 이웃으로부터는 ‘점잖은 아저씨’라는 평을 듣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수수한 느낌마저 주는 이 인물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본의 우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우의 공기’가 일본을 뒤덮고 있다. 군복을 입고 욱일승천기를 들었던 과거 우익은 이제 일반인 사이로 침투 중이다. 저자는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느껴 펜을 들었다. 저널리스트 출신 논픽션 작가로 앞서 ‘거리로 나온 넷우익’을 출간한 저자는 “일본 우익의 주체는 극우의 분위기를 탄 일반인”이라고 규정했다. 오늘날 일본 극우의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넷우익’ 이전,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형성된 우익 사상의 모태를 추적한다. 그가 ‘우익의 현대사’로 명명한 시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종전 이후 전범 세력이 퇴출되고 폭력이 난무한 1970년까지. 천황이 전쟁의 책임을 언급하며 ‘죄인’임을 밝히자 집단적 광기가 드러난 시기다. 두 번째는 1970년 이후 ‘개헌’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걸고 ‘재특회’ ‘일본회의’ 등 세력이 공존하는 최근까지다. 일본 우익 분류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일본 우익의 유형을 무려 6가지로 구분했다. 전후 질서를 부정하고 천황제로 돌아가자는 ‘전통 우익’, 군복을 입고 거리에 선전차량을 타고 다니며 반공, 반좌익을 모토로 움직이는 ‘행동 우익’, 반공과 애국을 명분으로 숱한 폭력 사건을 일으킨 ‘임협 우익’이 있다. 타 우익들과 달리 ‘반미’를 외친 ‘신우익’, 종교 보수단체를 모체로 한 최대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와 신도정치연맹을 거느린 ‘종교 보수’, 마지막으로 인종차별과 혐오발언을 일삼는 ‘넷우익’이다. 일본 우익이 한때 한국 군사정권과 파트너였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 박정희, 전두환 정권과 일종의 공생관계였다는 것이다. 파트너십은 1987년 한국의 민주화로 종결됐다. 가장 최근까지 일본 우익의 선봉에 섰던 ‘재특회’는 오히려 힘이 빠진 모양새다. 저자는 “재특회가 없어도 될 만큼 사회에 이미 극우 공기가 가득 찼기 때문”이라고 봤다.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 관점에서 우익은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우익에 되묻는다. “우익은 국가의 손발 행세만 하면 될까? 마이너리티를 위협하기만 하는 우익은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아이 보라고 틀어놨는데 이젠 제가 더 많이 찾아봐요.” 김준성 씨(39)는 요즘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 푹 빠졌다. 우연히 TV에서 재방영하던 작품을 본 뒤로 아이도 같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해당 채널 시청을 시작했다. 김 씨는 “매주 방영시간을 체크할 정도로 아이보다 제가 더 빠져들었다”며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시점에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네 살, 일곱 살 아이를 둔 이수지 씨(37)도 최근 ‘짱구는 못 말려’ 팬이 됐다. 여느 드라마 못지않은 명대사가 매력 포인트란다. 특히 “짱구가 블록 집을 무너뜨리는 동생을 보면서 ‘집 대출이 32년이나 남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웃픔(웃음+슬픔)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올드보이’ 캐릭터들이 속속들이 브라운관으로 귀환하고 있다. 그런데 주시청자가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성장한 30, 40세대들. 작품 속 캐릭터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 업계도 메인 타깃을 영·유아층에서 30∼49세 중년층까지 확장하는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클래식 만화들은 주로 전문채널에서 재방영한다. 투니버스는 ‘검정고무신’ ‘짱구는 못 말려’ ‘안녕 자두야’ 등을 편성했다. 애니원이나 애니박스, 애니맥스 등도 ‘도라에몽’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을 재방송해 인기를 끌고 있다. 1983년에 처음 방영한 원조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인 ‘아기공룡 둘리’도 디즈니 채널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전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1990년대 전후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에 들어선 캐릭터도 적지 않다. 인기가 좋다 보니 새롭게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사례도 생겼다. 2000년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뿌까’는 현재 3D 애니메이션인 ‘뿌까 NEW 에피소드’로 재탄생했다. ‘뿌까’의 새 에피소드에서 더빙을 맡은 한 성우는 “20년 전 탄생한 고전 애니메이션을 참고하며 새롭게 목소리를 입히느라 저 역시 추억에 잠겨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이렇듯 추억의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건 의미심장하다. 요즘 세대에게도 인기란 건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방증이겠지만, 30대 이상의 만화채널 시청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AGB닐슨이 올해 1월부터 8월 20일까지 자녀가 있는 30∼49세 주부 시청률 순위를 분석한 결과, 250여 개 채널 가운데 투니버스가 6위, 니켈로디언이 20위에 올랐다.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청하는 프라임 시간대(오후 6∼9시)는 투니버스 시청률이 0.672%로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채널을 앞지르고 2위를 기록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채널들도 새로운 편성전략을 구상한다. 하나영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콘텐츠편성팀장은 “최근 부모와 자녀 세대의 동반 시청률이 88%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연령을 아우르는 ‘제너럴 타깃 애니메이션’의 수요가 높다”며 “어린이 채널의 메인 타깃을 30∼49세까지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옛날 애니’는 핫한 콘텐츠다. 유튜브에서 17만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 ‘카툰버스’는 1980, 90년대 만화를 유통하고 있다. ‘짱구는 못 말려’ ‘은하철도 999’는 유튜브에서 큰 인기다. 넷플릭스도 올해 4월 ‘울트라맨’을 3D로 제작해 공개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만화를 보던 세대가 중년이 되면서 애니메이션은 가족 콘텐츠가 됐다. 단순한 추억을 넘어 옛 콘텐츠를 재해석한 결과물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아이 보라고 틀어놨는데 이젠 제가 더 많이 찾아 봐요.” 김준성 씨(39)는 요즘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 푹 빠졌다. 우연히 TV에서 재방영하던 작품을 본 뒤로 아이도 같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해당 채널 시청을 시작했다. 김 씨는 “매주 방영시간을 체크할 정도로 아이보다 제가 더 빠져들었다”며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시점에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네 살, 일곱 살 아이를 둔 이수지 씨(37)도 최근 ‘짱구는 못 말려’ 팬이 됐다. 여느 드라마 못지않은 명대사가 매력 포인트란다. 특히 “짱구가 블록 집을 무너뜨리는 동생을 보면서 ‘집 대출이 32년이나 남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웃픔(웃음+슬픔)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올드보이’ 캐릭터들이 속속들이 브라운관으로 귀환하고 있다. 그런데 주시청자가 어린시절 만화를 보며 성장한 30, 40세대들. 작품 속 캐릭터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 업계도 메인 타깃을 영·유아 층에서 30~49세 중년층까지 확장하는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클래식 만화들은 주로 전문채널에서 재방영한다. 투니버스는 ‘검정고무신’ ‘짱구는 못 말려’ ‘안녕 자두야’ 등을 편성했다. 애니원이나 애니박스, 애니맥스 등도 ‘도라에몽’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을 재방송해 인기를 끌고 있다. 1983년에 첫 방영한 원조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인 ‘아기공룡 둘리’도 디즈니 채널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전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1990년대 전후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에 들어선 캐릭터도 적지 않다. 인기가 좋다보니 새롭게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사례도 생겼다. 2000년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뿌까’는 현재 3D 애니메이션인 ‘뿌까 NEW 에피소드’로 재탄생했다. ‘뿌까’의 새 에피소드에서 더빙을 맡은 한 성우는 “20년 전 탄생한 고전 애니메이션을 참고하며 새롭게 목소리를 입히느라 저 역시 추억에 잠겨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이렇듯 추억의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건 의미심장하다. 요즘 세대에게도 인기란 건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방증이겠지만, 30대 이상의 만화채널 시청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AGB닐슨이 올해 1월부터 8월 20일까지 자녀가 있는 3게0~49세 주부 시청률 순위를 분석한 결과, 250여 개 채널 가운데 투니버스가 6위, 니켈로디언이 20위에 올랐다.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청하는 프라임 시간대(오후 6~9시)는 투니버스 시청률이 0.672%로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채널을 앞지르고 2위를 기록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채널들도 새로운 편성전략을 구상한다. 하나영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콘텐츠편성팀장은 “최근 부모와 자녀세대의 동반 시청률이 88%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연령을 아우르는 ‘제너럴 타깃 애니메이션’의 수요가 높다”며 “어린이 채널의 메인 타깃을 30~49세까지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옛날 애니’는 핫한 콘텐츠다. 유튜브에서 17만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 ‘카툰버스’는 1980~90년대 만화를 유통하고 있다. ‘짱구는 못말려’ ‘은하철도 999’는 유튜브에서 큰 인기다. 넷플릭스도 올해 4월 ‘울트라맨’을 3D로 제작해 공개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만화를 보던 세대가 중년이 되면서 애니메이션은 가족 콘텐츠가 됐다. 단순한 추억을 넘어 옛 콘텐츠를 재해석한 결과물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변강쇠가 그냥 색골남? 외로움 가득한 조선시대 힙스터던데요.”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새로운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초연부터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주연 변강쇠 역할로 ‘국악계 아이돌’ 유태평양(27)이 합류했다. 6세에 ‘흥보가’를 완창하며 판소리 신동으로 유명했던 그가 청년 아티스트로서 보여 줄 농익은 변강쇠는 어떤 모습일까. 16일 국립창극단에서 연습을 마친 유태평양은 “‘변강쇠…’는 연달아 네 번 볼 만큼 좋아한 작품”이라며 “군더더기 없이 소리 집중이 잘되면서 야설적 내용도 유쾌하게 넘어가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사를 뜯어 보니 변강쇠라는 인물이 그저 욕정에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고 했다.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변강쇠…’는 외설로만 치부되던 이야기에서 해학을 끄집어내고, 관객이 공감할 만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공연을 앞두고 그가 작품을 탐구한 결과, 변강쇠의 키워드는 곧 ‘외로움’이었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캐릭터 안에 있더라고요. 감성적 허전함으로 몸과 마음이 같이 떠돈 거죠.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옹녀’라는 여자를 만나고 나서 그의 애틋한 사랑이 드러납니다.” 유태평양은 소리꾼 경력만 따지면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변강쇠가 보여 줘야할 농익은 감정 연기를 20대 중반의 청년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선배들과 얘기해 보면 20대든 40대든 연애 고민거리는 비슷하던데요? 자신을 잘 이해하는 상대를 만나 ‘이 사람이다!’ 싶은 순간 있잖아요. 변강쇠가 옹녀를 봤을 때처럼요. 이 정도는 이해할 나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그는 요즘 20대와 변강쇠의 가치관이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조선시대 힙스터더라고요. 마음 가는 대로 연애하며 행복하게 사는 ‘욜로(YOLO)’족요. 낙천적이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모습은 저랑 비슷해요. 정작 마지막에 죽을 땐 ‘외로워하지 말고 다른 남자와 행복하라’는 대목은 어찌나 슬프던지.” 그는 스스로 “관종(관심종자)병 환자”라 했다. 달리 말하면 타고난 무대 체질에다 소리꾼으로서 주목받는 게 그렇게 좋았단다. 어려서 스승 조통달 명창이 공연을 마치면 “할아버지는 공연해서 좋겠다”며 심통이 나 입을 삐죽거렸다고. 그는 요즘 활동 반경을 넓혔다. 노래 경연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우승했다. 국악을 알리겠다는 소명이 있었다. “무작정 국악이 좋으니까 들어보라는 것보다 ‘쟤 누구지?’라는 호기심이 국악에 대한 관심으로 번져갔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도전을 통해 청년 예술가 유태평양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는 국악이라는 뿌리를 절대 놓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국악을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지킬 건 확실히 지키되 대중과 국악이 친해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변화하되 변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이 적혀 있다. 30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19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보세요. 여기 또 구멍이 있네요. 이런 실수가 있으면 뒷사람이 채색하는 데 애를 먹어요.” 서울 용산구에 있는 박은혁 작가(25)의 인기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 작업실.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는 꽤나 쾌적했지만 자꾸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분명 밑그림만 따라 그리면 되는 단순 반복 노동이라고 했는데…. 만화 채색 전에 캐릭터의 기본 선을 그리는 일명 ‘선 따기’는 생각과 전혀 달랐다. 몇 번 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더니 갈수록 실수 연발. 아, 괜히 한다고 했나. 웹툰 팬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기시감이 있다. 대다수 작가들은 꼭 한 번쯤 펑크를 내거나 1년에 한두 번 휴재를 한다. 자초지종은 비슷하다. ‘며칠씩 밤을 새우다 건강을 해쳤다’ ‘휴일도 없이 만화에 매달리다 지쳐 버렸다’ 등등. 도와주는 어시(어시스턴트·보조 작가)도 많고 돈도 잘 벌면서…. 직접 작업실 어시를 경험해본 뒤 ‘별것 아니다’라고 폭로를 퍼부어 주기로 결심했다. 웹툰 사이트에 따르면 독자들이 스크롤을 내리며 웹툰 한 회를 완독하는 시간은 평균 약 30초가 걸린다. 그런데 작가들이 이 한 회를 만드는 데 쏟는 시간은 약 150시간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그린다면 한숨도 안 자고 6.25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에이 설마. 하지만 ‘스윽스윽’(펜 그림 소리)과 ‘타닥타닥’(키보드 소리)만 가득한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뭔가 잘못 발을 들였단 불안이 몰려왔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무작정 태블릿PC 펜이 손에 쥐어졌다. 주로 캐릭터의 머리카락과 옷 선 등을 정리하는 ‘선 따기’ 업무를 배당받았다. 시범을 보여줄 땐 별것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이리 수전증이 생겼는지. 선 하나를 그릴 때마다 지우길 대여섯 번씩. “처음치곤 잘하는 편”이라며 당근 전략을 쓰던 박 작가의 말수는 어느새 줄어들고 있었다. 뒤통수에 꽂히는 건 정색한 눈빛인지 한숨인지. 그리고 잘생긴 주인공 얼굴은 갈수록 찌그러지고 있었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초보 수준 작화로 나갔다간 난리 나는 인기작이다. 2017년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1020세대에게 호응이 크다. 학원 연애물인지라 비주얼이 매우 중요하다. 박 작가는 “당시 심심풀이로 유행하던 ‘랜덤 채팅 앱’을 쓰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채팅으로 우연히 만난 이가 같은 반 친구임을 알게 되는 묘한 감정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독자에게 짜릿한 연애 감정을 전하는 작품이지만 막상 작가는 인간관계가 다 끊겼단다.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땐 일 아니면 잠의 연속이었다. 현재는 박 작가를 돕는 어시 작가가 3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다. “솔직히 친구 만날 시간도 없었습니다. 매주 마감 뒤에 갖는 3시간의 휴식이 전부였어요. 어시 작가를 구한 뒤에야 처음으로 이틀 연속으로 쉬어봤어요. 자유로운 프리랜서를 상상했다간 큰코다치죠.” ‘랜덤채팅의 그녀’ 한 회에 들어가는 그림은 평균 150컷 안팎. 컷마다 ‘밑그림 콘티’ ‘인물 선 따기’ ‘밑색 깔기’(옷, 피부, 배경 채색) ‘명암’ 등으로 업무를 나눠 진행한다. 물론 스토리와 총연출은 메인 작가의 몫. 한 컷마다 보통 들어가는 시간은 1명당 약 20∼30분.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는 데만 매일 9∼12시간이 걸린다. “작업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하루 이틀이나 낮밤은 저희에게 크게 중요치 않아요. 매주 마감을 앞두고 늘 1주 단위로 사는 것 같아요.” 한 회 작업을 다 마쳤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곧장 이들은 마무리 컷을 위해 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박 작가는 “드라마처럼 마지막 장면이 재밌어야 다음 화도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최종 결정은 제가 하더라도 팀원들과 상의해 필요하면 마지막에 몇 컷을 늘려서 끝을 살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전·사후 작업도 만만치 않다. 사전에 배경으로 활용할 사진 촬영을 하는 답사가 필요하다. 작품을 업로드한 뒤에도 회사와 독자 요청에 따라 맞춤법을 교정하고 수위를 조정하는 등 일이 많다. 박 작가는 “특히 사전 답사가 중요하다. 자료 수집에 따라 작품의 질이 달라진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의 기술 발달이 너무나 고맙다. 배경 사진을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이 간편해졌다. 캐릭터도 반복해 그리다 보면 아무래도 손이 빨라진다. “같은 주인공 얼굴을 몇백 번 그리면, 나중엔 눈감고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거든요.” 겨우 몇 시간 동참했을 뿐인데 벌써 손에 힘이 하나도 없다. ‘골병든다’는 말은 정말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어차피 비슷한 얘긴데, 좀 설렁설렁 그리면 되지 않을까. 미소를 잃지 않던 박 작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충 보며 넘기는 독자도 있겠죠. 하지만 많은 팬들은 깨알 같은 디테일까지 다 알아보고 댓글을 남겨줍니다. 며칠씩 고민한 흔적을 알아주는 게 얼마나 짜릿한데요. 웹툰은 이런 소통하는 맛이 주는 희열이 가장 커요!” 그래, 앞으론 다시 독자로 돌아가 소통만 해야겠다. 쓴소리도 마구 남겨야지. 한데 이놈의 손가락 언제쯤 제대로 움직이려나.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만화·웹툰 콘텐츠 산업은 올해 전체 규모를 1조1000억 원대로 전망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하지만 웹툰 작가 수익의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5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웹툰 작가 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0.1%가 지난 1년간 소득이 연 3000만 원 미만 수준이라고 답했다. 연 1000만 원 미만이란 응답도 남성 8.3%, 여성 7.4%에 이른다. 1억 원 이상 수익을 낸 작가는 남성 11.1%, 여성 7.9% 정도였다. 지난해 네이버웹툰은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가 300여 명의 연평균 원고료 수익은 2억2000만 원, 월평균 1800만 원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다. 한 웹툰 아카데미 관계자는 “수강생이 대폭 늘어나 대기를 해야 강좌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연령이나 직업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유명 작가의 온라인 강좌도 개설됐다. 전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플랫폼 ‘도전만화’ 등에 연재를 시작하다 인기를 끌어 정식 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은 극심하고 데뷔는 ‘로또’나 다름없다. 실제 조사에서도 웹툰 작가들은 창작활동의 애로사항(중복 응답)으로 ‘창작 활동 시 경제적 어려움’(50.2%) ‘차기작 준비 중 경제적 어려움’(46.2%) ‘휴식시간 부족’ ‘건강 악화’를 꼽았다. 한 작가는 “대박을 터뜨린 작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오랜 시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에 철학이라는 현미경을 들이대면 의미가 변하고 뒤집힌다. 지금껏 읽어온 세계 고전소설에 숨어 있는 철학적 의미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여정이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철학아카데미에서 수많은 학생, 대중을 가르치다 지난해 생을 마감한 저자의 ‘전복적 소설 읽기’ 강의를 정리했다. 평생 철학 연구 및 대중화에 힘쓴 저자의 깊은 통찰과 유쾌한 분석이 돋보인다. 약 10년간 100여 개의 문학작품을 강의한 그는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책은 8개 소설을 8개의 키워드로 조명한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카뮈의 ‘이방인’ 등을 통해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라는 키워드를 꺼낸다. 정해진 해석과 교훈에 따라 소설을 흡수하던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의 집필 의도 등에 주목하니 소설이 새롭게 보인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등장인물 ‘뫼르소’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을 “존재를 발견하는 축제”로 읽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예수의 십자가와 연결짓기도 한다. 익숙함을 재발견하는 맛이 있다. 저자는 “문학은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연결을 끊는 힘”이라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5일 74주년 광복절을 전후해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영화들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9일째인 이날 오후(2시 반 기준)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광복절 특수를 누렸다. 1920년 6월 독립군 역사상 최초로 승리한 전투인 봉오동 전투를 그린 이 작품은 무장 항쟁을 벌였던 무명 독립군의 아픔과 상처, 승리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특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민초들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구성해 기존 영화와 차별화했다는 평도 받는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봉오동 전투’는 특히 40대 이상 관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12일까지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 가운데 40대의 비중은 30.9%로 가장 높다. 50대도 17.7%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경쟁작 ‘엑시트’는 40, 50대 관객이 각각 26.2%, 11.5%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박스오피스에서 3계단 상승해 8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목소리를 냈던 김복동 할머니의 27년간의 여정이 관객의 눈을 뜨겁게 적신다. 같은 날 기준 누적 관객은 4만3741명이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도 14일까지 2만5816명을 동원하며 현재 독립·예술영화 부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숨기고 싶어 하는 일본 우익들의 실체를 쫓는 내용이다. 한미일 3개국에서 약 3년에 걸쳐 촬영됐다. 한편, 광복절을 맞아 3월 개봉했던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도 다시 관객을 찾았다. 이번 상영작은 3·1운동 100년 뒤 위안부와 강제동원 관련 배상을 거부하며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영상을 추가로 담고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 외전’으로 이름 붙였다. 앞서 14일에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봉오동 전투’를,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 등 청와대 직원들은 ‘주전장’을 단체 관람하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어린 시절부터 ‘발라드 왕자’로 살면서 평생 좋은 소리만 듣고 살았죠. 첫 대극장 뮤지컬을 준비하던 어느 날 ‘넌 왜 섹시하지 않냐’는 소리에 충격받았어요. 그때부터 끝없이 갈고닦았습니다.” 이지훈(40·사진)이 7일 개막한 국내 초연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사립탐정 ‘스톤’을 맡아 무대에 돌아왔다. 검증된 가창력, 풍부한 무대 경험, 영화와 드라마에서 익힌 연기 경험으로 극을 이끄는 주역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9일 만난 그는 “초연에 발탁돼 영광이지만 허당 매력의 누아르 주인공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8년 전 혹평에 자극받아 노력한 것처럼, ‘한계가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 브로드웨이 원작인 ‘시티…’는 할리우드에 입성한 신인 작가 ‘스타인’의 이야기다. 작가의 인생과 그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 ‘스톤’이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극 중 극으로 교차되는 누아르 뮤지컬이다. “영화 ‘영웅본색’, ‘무간도’를 진짜 좋아했다”며 누아르물에 애정을 나타낸 그는 “이 작품을 필두로 공연계에서 누아르 장르를 개척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공연을 조금만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알 정도로 그의 변신은 매번 놀라움을 준다. 국적, 시대를 오가며 ‘광염소나타’ ‘엘리자벳’ 등에서 수많은 페르소나를 드러냈다. 그가 거친 공연만 27편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염색과 탈색을 4번이나 했어요. 제작진과 상의해 지금의 회갈색이 작품에 더 잘 맞겠다고 판단했죠.” 가수 시절 정말 게을렀다고 고백한 그는 스스로 달라진 모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평생 사용한 가수 발성부터 바꾸기로 했어요. 새 작품에 도전하며 지금까지 레슨만 400번은 받았을걸요?” 매일 무대에서 에너지를 소진하느라 막상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는 그에게도 낭만적이면서도 겸손한 꿈이 있었다. “남자 배우라면 ‘지킬’은 꼭 해봐야죠. 동시에 ‘가늘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될래요. 하하.”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가요계 : 케이팝 일본서 잘나가도 국내선 홍보 자제 한일 관계 경색으로 가요 업계에 ‘일본 주의보’가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수들의 일본 내 활약상은 물론 일본 입출국 소식, ‘공항 인증샷’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살얼음판을 걷는 이들이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일본의 비중이 높은 기획사, 이제 막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며 가까운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룹들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패션 브랜드 협찬을 받아 김포공항 출국 인증샷을 언론에 하나라도 더 노출하려 했는데 최근에는 일본 입출국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며 “‘또 일본 가는 것 아니야?’ 하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국제공항발 비행기표를 끊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귀띔했다. 일부 기획사는 최근 일본 오리콘 차트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하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축하 메시지가 오갔을 뿐이다. 세계 시장에서 두루 강하거나 팬덤의 충성도가 공고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이들 팬덤에서는 ‘이런 시국에 우리 가수가 일본에서 활약해 엔화를 벌어 온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조심하는 것은 일본 내 인증샷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열심히 활동하되 식당에 가더라도 ‘여기 사시미가 정말 맛있다’ 같은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지 말자는 암묵적 계율이 생겼다. ‘일본’이 사실상 SNS 게시물 금기어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와 무관하게 일본 내 케이팝 시장은 아직 든든하다. 트와이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일본 싱글 ‘HAPPY HAPPY’와 ‘Breakthrough’ 모두 9일 일본 레코드 협회로부터 플래티넘(25만 장 이상 출하) 인증을 받았다. 트와이스는 이로써 2017년 6월 발표한 일본 데뷔 앨범부터 8연속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발표한 열 번째 일본 싱글 ‘Lights/Boy With Luv’로 이날 밀리언(100만 장 이상 출하) 인증을 받았다. 갓세븐, 동방신기도 최근 오리콘 차트에서 정상을 밟거나 최상위권에 랭크되며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한 연예계 관계자는 “케이팝의 주 소비층인 일본 젊은이들은 한일 관계에 관심이 높지 않은 데다 최근 일본 기획사 ‘요시모토 흥업’과 ‘자니즈’가 각각 내분 사태를 겪는 등 잇따른 일본 연예계 대형 이슈에 눈길이 쏠려 있다”면서도 “한일 갈등이 심화돼 한국 가수의 TV 출연 금지, 대형 공연장 대관 금지 조치가 내려질까 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공연계 : 일제 강점기 연극 무산… “국내 반일 감정 부담”한일 관계 경색이 지속되면서 공연계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추가 공연 논의가 무산되거나 일부 공연을 자체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로 인한 피해보다는 국내 반일 감정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6일 개막해 25일까지 공연하는 ‘루루섬의 비밀’은 지방 및 연말 공연이 논의 중이었으나 최근 연말 공연 계획은 무산됐다. 작품은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 그림자극단 ‘가카시좌’가 5년간 워크숍을 거쳐 만든 어린이 대상의 그림자 인형극. 대관을 담당한 공연장 측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 굳이 논란이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공연 논의를 중단했다. 해당 공연에는 그림자나 인형 등이 주로 등장하며 실제 배우의 대사는 적은 수준이지만, 작품 제작에 참여한 일본인 배우 2명이 무대 앞으로 나서 한국어로 공연을 펼치는 장면도 연출된다. 조현산 ‘예술무대산’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지만, 공연장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연을 본 관객들이 ‘이런 문화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남기는 후기를 보면 문화와 정치를 구분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국립극단은 9월부터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연극 ‘빙화’를 전격 취소했다. ‘빙화’는 1940년대 발표된 임선규의 작품으로, 연해주로 강제 이주한 조선인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연극 통제 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립극단 측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친일 연극의 실체를 드러내 부끄러운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심려에 공감해 기획 의도를 참작하더라도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연장에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7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 공연에서는 일본의 탱고밴드 ‘콰트로시엔토스’ 연주 순서에서 한 관객이 “쪽바리!”라고 외친 뒤 공연장 밖으로 사라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24일에는 일본 플루티스트의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어 주최 측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일본 관련해 예정된 공연을 무조건 취소하기도 어려우며, 관객을 완벽히 통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저 무사히 공연이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출판계 : “일본 소설 안 읽어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국내에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출판계로 번지고 있다. 12일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일본 문학 분야 도서 판매량은 6월 마지막 주 대비 38% 감소했다. 7월 중반까지 건재하던 일본 소설도 7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한 이후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다. 일본 소설 스테디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의 7월 판매량은 6월 대비 22% 감소했다. 6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인플루엔셜)의 판매량은 39% 줄었다. 일본과 관련된 역사·사회서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반일 종족주의’(미래사)는 8월 둘째 주 인터넷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거세게 비판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오키 오사무 전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이 아베 신조와 내각 각료 19명 중 15명이 속한 조직 ‘일본회의’의 실체를 해부한 ‘일본회의의 정체’(율리시즈)는 정치·사회 부문 2위였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뿌리와이파리)는 지난달 셋째 주 3위에 오른 뒤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일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일본인 저자와 관련된 마케팅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출판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설 기자 snow@donga.com}

한일 관계 경색이 지속되면서 공연계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추가 공연 논의가 무산되거나 일부 공연을 자체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 내 반한(反韓)기류로 인한 피해보다는 국내 반일 감정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6일 개막해 25일까지 공연하는 ‘루루섬의 비밀’은 지방 및 연말 공연이 논의 중이었으나 최근 연말 공연계획은 무산됐다. 작품은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 그림자극단 ‘카카시좌’가 5년 간 워크숍을 거쳐 만든 어린이 대상의 그림자인형극. 대관을 담당한 공연장 측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 굳이 논란이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공연 논의를 중단했다. 해당 공연에는 그림자나 인형 등이 주로 등장하며 실제 배우의 대사는 적은 수준이지만, 작품 제작에 참여한 일본인 배우 2명이 무대 앞으로 나서 한국어로 공연을 펼치는 장면도 연출된다. 조현산 ‘예술무대산’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지만, 공연장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연을 본 관객들이 ‘이런 문화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남기는 후기를 보면 문화와 정치를 구분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국립극단은 9월부터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연극 ‘빙화’를 전격 취소했다. ‘빙화’는 1940년대 발표된 임선규의 작품으로, 연해주로 강제 이주한 조선인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연극 통제 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립극단 측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친일 연극의 실체를 드러내 부끄러운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심려에 공감해 기획 의도를 참작하더라도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연장에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7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 공연에서는 일본의 탱고밴드 ‘콰트로시엔토스’ 연주 순서에서 한 관객이 “쪽바리!”라고 외친 뒤 공연장 밖으로 사라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24일에는 일본 플루티스트의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어 주최 측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일본 관련해 예정된 공연을 무조건 취소하기도 어려우며, 관객을 완벽히 통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저 무사히 공연이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당신이 직장에서 새로운 e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얼마일까. 1분? 5분? 느긋한 성격의 사람까지 고려한다면 넉넉잡아 10분? 답은 6초다. 직장에서 받는 e메일의 70%는 도착하고 평균 6초 만에 열린다. 끊임없이 무언가 확인하고,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없음’이라는 문구가 나타나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현대인에게 저자는 ‘목표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 마케팅을 가르치는 저자는 현대인이 겪는 온갖 종류의 중독에 천착한 학자다. 특히 과학기술로 새롭게 나타난 온라인, 휴대전화, 행위 중독 등을 오래 연구했다. 책 1부를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으로 명명하며 “우리 모두가 중독자”라고 경고한다. 그는 인간의 중독 현상을 파헤치기 위해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앓던’ 중독을 통시적으로 짚었다. 열대 과일, 담배, 마약, 코카콜라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재밌게도 이는 인간에 내재된 ‘DRD4-7R’라는 유전자 때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감각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이 유전자는 오늘날 ‘DRD4-4R’라는 유전자로 변형됐다. 이를 보유한 인류의 10%는 실제로 남보다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 물론 중독이 반드시 유전자 유무의 문제는 아니다. 실은 누구나 수많은 종류의 중독에 시달린다. 저자가 주로 문제 삼는 건 “행위에 대한 중독”이다. 과거 중독은 곧 ‘약물 중독’만을 의미했으나 최근엔 목표·피드백·향상·난이도·관계·쇼핑 중독 등 범주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내 몸보다 휴대전화를 더 소중히 여긴다. 어젯밤 ‘정주행’을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내일은 오늘보다 무조건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 현대인이 앓는 중독이다. 목표·향상 중독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책 1000권당 ‘목표 추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비율” “‘완벽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의 비율”을 살펴봤다. 1980년대 전까지는 ‘0’에 수렴하던 비율은 놀랍게도 과학기술 발전과 맞물려 크게 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수직 상승했다. 인간이 또 하나의 새로운 중독에 걸려든 것이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면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뾰족한 해답은 없다. 책은 당신이 왜 불안하고 초조할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 있는지, 그 중독은 왜 멈추기 힘든지 상세히 설명한다. 책은 중독 ‘탈출 가이드’라기보다 중독에 대한 ‘연구서’에 가깝다. 물론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일부 중독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소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몰아 보기의 고통을 호소하는 독자에게 그가 내놓은 대안은 이렇다. 한 에피소드 안에서 미결 상태(클리프 행어)가 나오기 전에 시청을 중단하기. 혹은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미결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만 시청하고 중단하기. 즉, 매 에피소드가 시작한 5분부터 다음 에피소드 시작까지 시청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시청하는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는 대신 몰아 보기를 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작가가 써놓은 마약 같은 시리즈의 구조를 따라가선 안 된다”고 말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