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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의학적 기준에 따라 1∼6등급으로 구분해 온 ‘장애등급제’가 다음 달부터 폐지된다. 1988년 도입 이후 31년 만이다. 장애등급제가 당사자들이 각각 필요한 복지 혜택을 받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등급제를 없애는 대신 기존의 1∼3등급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중증)’으로, 4∼6등급은 ‘장애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경증)’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등급제 폐지로 141개 장애인 복지 혜택 중 23개 서비스의 대상이 확대된다. 건강보험료 할인율은 중증 30%, 경증 20%로 통합돼 기존 3급 장애인은 20%에서 30%로, 5·6급은 10%에서 20%로 할인폭이 커진다. 활동지원 서비스는 현재 1∼3등급만 신청할 수 있지만 향후 전체 장애인으로 확대된다. 월 최대 활동지원 시간은 441시간에서 480시간으로 늘어나고 본인 부담금 상한은 32만2900원에서 15만8900원으로 낮아진다. 또 개인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한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의 다양한 불편을 점수로 매겨 제출하면 그 결과를 보고 해당 장애인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중증장애인의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 실제 부양을 받지 않는데도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동탄중앙이음터’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즐겨 찾는 ‘마을학교’나 다름없다. 1층 마을카페에선 학생과 주부를 위한 바리스타 교육이 진행되고, 그동안 아이들은 같은 층의 시립 어린이집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3, 4층 도서관은 방과후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5층 정보통신기술(ICT) 프로그램실에는 3차원(3D) 프린터를 직접 사용해보고 드론 수업도 받을 수 있다. 이곳은 원래 동탄중앙초 운동장이 들어서기로 한 공원 부지였다. 하지만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은 주민 복지를 위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예산과 공간의 한계 때문에 급증하는 신도시 인구를 수용할 문화·교육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무상으로 제공한 땅에 화성시가 2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복합공간을 만들었다. 동탄중앙초 학생들은 학교와 붙어 있는 시립운동장을 사용하도록 했다. 주민들은 직접 미술·무용 수업의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한 공간에서 육아 부담을 덜고 배움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신도시는 퇴근 후나 주말에 주민이 이용할 문화·복지 시설이 부족하다”며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학교 부지를 개발하면 접근성이 뛰어난 주민 친화시설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탄중앙이음터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복합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생활 SOC는 문화 보육 체육 등 주민 복지와 밀접한 필수 인프라를 뜻한다. 공공도서관, 국공립어린이집, 체육센터 등이 포함된다. 각 부지에 하나의 시설을 세우는 것보다 여러 시설을 연계하면 주민 접근성을 높이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 같은 생활 SOC 복합화를 장려하기 위해 문화·체육시설 등을 2개 이상 연계해 짓는 지방자치단체에 현재 시설별로 40∼70% 수준인 국고보조율을 내년부터 10%포인트 높여 지원하기로 했다. 영구시설물 설치가 금지된 국유지에도 생활 SOC 시설 설치가 허용된다. 다양한 가족 형태별 돌봄, 소통 문제를 지원하는 ‘가족센터’도 복합화 사업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생활 SOC 공급률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실내체육관은 인구 약 5만3000명당 1곳이 있는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1만∼2만 명당 1곳꼴로 있다. 도시의 구도심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선 이런 복지시설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학교 부지나 노후 공공청사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간을 생활 SOC로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9월까지 내년도 사업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고용 위기지역 등 지방 재정이 열악하거나 주변에 유사 시설이 없는 지역이 우선 선정 대상이다. 2022년까지 3년 동안 총 30조 원을 지원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은 “건강하고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수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A 씨(49)는 최근 합병증으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A 씨와 그의 가족들은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임종을 맞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증은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 질환이 아니어서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어 병원비만 산더미처럼 쌓여 가고 있다. 이르면 2021년부터 A 씨와 같은 만성신부전증 환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임종 말기 환자들이 보다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질환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맞춰 심혈관 질환과 치매, 파킨슨병 등 13개 질환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4개 질환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확대해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률을 현행 20%대 수준에서 2023년까지 30%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민의 60.2%는 집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지만 실제 그 비율은 2017년 기준 14.4%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입원형’이 아닌 호스피스팀이 가정을 방문해 환자를 돌보는 ‘가정형’ 서비스를 내년 정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가정형 서비스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2021년부터는 일반 병동이나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문형’ 서비스, 아동에 특화된 ‘소아청소년형’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방침이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아닌 일반 병동에 입원해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임종을 준비하는 1인실 입원과 통증을 줄이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이와 함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의료기관을 현재 198곳에서 2023년 8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22만170명, 말기나 임종기에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환자는 2만2649명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수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A 씨(49)는 최근 합병증으로 건강히 급속도로 악화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A 씨와 그의 가족들은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임종을 맞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증은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 질환이 아니어서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어 병원비만 산더미처럼 쌓여 가고 있다. 이르면 2021년부터 A 씨와 같은 만성신부전증 환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임종 말기 환자들이 보다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질환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맞춰 심혈관 질환과 치매, 파킨슨병 등 13개 질환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4개 질환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확대해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률을 현행 20%대 수준에서 2023년까지 30%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민의 60.2%는 집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지만 실제 그 비율은 2017년 기준 14.4%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입원형’이 아닌 ‘가정형’ 서비스를 내년 정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가정형 서비스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2021년부터는 일반병동이나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문형’ 서비스를, 아동에 특화된 ‘소아청소년형’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방침이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아닌 일반 병동에 입원해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임종을 준비하는 1인실 입원과 통증을 줄이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이와 함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의료기관을 현재 198곳에서 2023년 8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22만170명, 말기나 임종기에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환자는 2만2649명이다. 박성민기자 min@donga.com}

“제가 사람을 아주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지난해 1월 24일 오후 A 씨(77·여)는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신고했다. 56년간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아온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직후였다. A 씨는 치매 환자였다. 환각과 망상에 시달렸고, 충동이 조절되지 않았다.○ 치매 환자 75만 명, ‘치매살인’도 늘어 A 씨는 6, 7년 전부터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간호했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 홀로 남편을 돌봤다. 식사 등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편의 수발을 들었다. 변비를 앓는 남편을 매일 관장해주는 일도 맡았다. 남편은 그런 A 씨에게 폭행을 일삼았다. 성적 모욕감을 주는 말과 함께 지팡이로 A 씨를 때리기도 했다. 2016년 1월부터 치매 초기 증세를 보였던 A 씨는 갈수록 증세가 악화됐다. 지난해 1월 21일 경찰에 아들이 죽었다는 허위 신고를 했고, 이틀 뒤엔 별다른 이유 없이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고, 길가의 화분을 던져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월 A 씨는 남편이 지팡이로 목을 찌르자 화가 나 다용도실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들고, 남편에게 갔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면서 A4 용지 2장에 걸쳐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수년 전부터 치매 증상이 발현됐음에도 적절한 치료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증상이 악화됐다. 향후 정신적인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이 사건 범행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피고인의 인지기능 저하와 이에 동반된 현실 검증력 저하, 환각, 망상, 충동성 등의 병적 상태에 기인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A 씨에 대한 의료진의 정신감정 소견을 받았다. A 씨는 지난해 11월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고령에다가 치매 등의 질병으로 수감 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천차만별 판결… 징역, 집행유예, 치료보호처분 지난해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75만 명에 이른다. 치매 노인을 돌보다 이른바 ‘간병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끊이질 않지만 거꾸로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한 치매 노인이 자신을 돌보는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60대 치매 노인이 아내를 살해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자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치료를 위한 보석 방침을 밝힌 사실(본보 6월 20일자 A10면 참조)이 알려지면서 살인을 저지른 치매 환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치매 증세를 보인 피고인이 가족을 숨지게 한 사건의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치매 살인자들의 범행과 재판 과정에는 크게 다섯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피고인이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온 고령자다. 둘째, 범행 이전에 자살을 시도하거나 주변 물건들을 파손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셋째, 자신을 오랫동안 보살핀 가족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넷째, 스스로 이웃이나 경찰·소방 신고를 해 범행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범행에 큰 상처를 입은 자녀들이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선처를 요구했다. 최근 재판부로부터 첫 ‘치료사법’ 대상자가 된 B 씨(67)도 수년간 치매를 앓아왔다. 또 범행 이전 폭력성이 커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B 씨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아버지를 용서하셨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알코올성 치매와 불면증을 앓던 C 씨(70)는 아내를 살해하기 전 누군가와 대화하듯 허공에 대고 말하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치매 발병 이전에는 평소 온화하고 여린 성품으로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해왔다고 자녀들은 증언했다. C 씨 자녀들은 C 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자신들의 과오를 자책하며 선처를 요구했다. “엄살 부리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 D 씨(85)도 15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했지만 치매 증상이 심각했다.○ 1심 최대 징역 10년, 최소 징역 3년 “피해자의 죽음으로 누구보다 가장 큰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피고인 자신이다.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E 씨(79)에게 이렇게 선고했다. E 씨는 치매 장기요양 4등급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오랫동안 인지능력과 판단력 저하, 충동성, 공격성 등이 수반되는 증상을 겪었다. 지난해 2월 E 씨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아내에게 치매 약을 달라고 했지만 아내가 “이미 약을 먹었다”며 거절했다. 순간적으로 격분한 E 씨는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E 씨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양형 범위가 징역 2년 6개월∼22년 6개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심신 미약 상태였던 점과 피해자이나 가해자의 가족인 자녀들이 E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참작해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가족을 숨지게 한 치매 노인 A∼E 씨는 1심에서 최대 징역 10년, 최소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모두 감형 받았다. 남편을 죽인 A 씨 형량은 징역 3년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줄었다. 15년간 치매를 앓다 아내를 살해한 D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6년에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 첫 치료사법… 병원 못 구하면 무산될 수도 B 씨의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도 B 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B 씨의 치료를 강력히 검토했지만 치료감호소에서 “치매 환자는 치료 감호로 개선이 어렵다”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향후 정신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질병으로 장기간 수감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B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B 씨와 검찰 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정준영)로 넘겨졌다. 정 부장판사도 B 씨 사건 기록을 살피다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아내를 죽이고도 아내가 숨진 사실조차 모르는 B 씨를 감옥에 보내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통적 사법 개념을 넘어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치료사법을 시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의 대립적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B 씨의 치료를 위해서 변호인, 검찰과 피고인의 가족이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19일 B 씨의 재판에서 B 씨의 자녀들을 증인석에 앉히고 “피고인이 중증 치매 환자이니 수감 생활보다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병원이 정해지면 입원 치료를 조건으로 보석 보증금이 없는 직권 보석 허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B 씨를 일정 기간 치료한 뒤 최종 판결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시범적으로 치료법원 개념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며 “우리나라는 치료법원이 없으니 형사소송법 절차를 활용해 그 한도 내에서 하겠다”고 설명했다. 치료법원은 정신질환 범죄인에게 구금 대신 치료를 제공하는 법원이다. 정신질환 범죄인의 치료 과정을 법원이 사법적으로 통제해 재범을 방지하도록 하는 ‘치료사법’ 이념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은 치료법원인 정신건강법원을 대부분의 주에서 운영하고 있다. 판사와 검사, 변호인, 치료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루어 피고인의 치료 방법을 마련한다. 피고인이 치료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거나, 법원이 형을 감경해준다. 재판부와 B 씨 자녀의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B 씨가 입원 치료할 병원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치료법원처럼 법원과 병원이 연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른 B 씨를 치료할 시설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미국의 정신건강법원은 많은 경우 100곳 이상의 치료 기관에 피고인의 치료를 위탁하고 있다. B 씨의 가족이 치료 시설을 구하지 못하면 재판부의 치료사법 시도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치매 요양보호 현장선 “전문인력 처우 개선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1명꼴 치매 정부 “전문 요양보호 인력 2022년까지 10만8000명 양성” 만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도달한 한국은 더 이상 치매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다. 21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추정치)는 75만488명에 이른다. 만 65세 이상 노인(약 739만 명)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인구는 2024년 100만 명이 넘고, 2039년에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에 치매로 고생할 확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정부는 총 치매 환자 중 80세 이상 비율을 약 61%로 추산한다. 지난해 기준 80세 이상 인구 164만4089명의 28%(46만여 명)가 치매 환자라는 얘기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결혼한 성인의 경우 양가 부모 4명 중 한 명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의미”라며 “한국인의 상당수는 노년에 치매를 겪거나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돌봄이 동시에 필요한 치매는 가계에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 치매 환자 1명당 평균 진료비는 약 344만 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환자 1명을 돌보는 데 지원하는 비용은 2074만 원에 이른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돌보는 사회적 비용이 2050년 약 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가족의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치매 환자의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확대했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환자 부담을 줄였다.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치매 검사 등 환자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치매 지원 정책이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단기 처방에만 치우친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진과 요양보호사 등 치매 돌봄 인력을 양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데 소홀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총 10만8000명의 치매 전문 요양 보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처우 개선 없이는 현재 인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는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의료진과 요양 인력이 보충되지 않으면 돌봄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에 따르면 새로 배정되는 신경과 전공의 정원은 2015년 93명에서 지난해 82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치매 환자가 곧 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달 “2025년까지 70대 인구의 치매 환자 비율을 6%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담은 치매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노인의 사회적 교류를 늘리고 스포츠 교실을 활성화하는 등 치매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치매 친화 마을을 조성하고 치매 카페를 운영해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웅 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 예산의 최소 1%를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치매 예산 약 14조 원의 0.3% 수준에 불과한 R&D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예지 yeji@donga.com·이호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원모 씨(27·여)는 한국에서 피우는 담배가 미국 담배보다 맛이 더 좋고 중독성이 강하다고 느낀다. 다양한 맛과 향을 강조한 각종 첨가물이 목 넘김을 편하게 해줘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멘톨’을 제외한 가향 담배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첨가물이 화학적 변화를 거쳐 연기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담배 한 개비에는 얼마나 많은 유해성분이 들어있는지 국내 흡연자들은 전혀 알 수 없다. 한국에서는 담배 성분과 흡연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 정보를 담배회사들이 정부에 제출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건강진흥개발원에 따르면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담배에 함유된 성분과 정보를 담배회사가 정부에 제출하는 국가는 67개국이다. 이 중 51개국은 담배 성분과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담뱃갑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등 엄격한 담배 규제를 시행해 온 캐나다는 니코틴과 타르, 암모니아 등 25개 독성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때 모든 담배회사가 동일한 기준 속에서 실험하도록 하고 있다. 유해물질 측정 시 연기 흡입량(55mL)과 흡입 간격(30초)을 지키고, 환기 구멍을 막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정해둔 것이다. 이런 강력한 규제로 캐나다는 2001년 22%였던 흡연율을 2016년 12% 수준까지 낮췄다. 미국은 담배 판매를 승인 받을 때 담배의 유해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식품의약국(FDA)에 내야 한다. 프랑스는 각 첨가물을 왜 넣었는지 그 이유까지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각 담배의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함유량을 담배회사로부터 독립된 실험실에 의뢰해 검사한다. 이처럼 건강과 관련된 국민의 알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담배회사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담배 성분과 관련한 정보들이 베일에 감춰져 있다. 담뱃갑에 표기된 성분은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뿐이다. 유해물질 정보는 ‘니켈과 벤젠 등 6가지 발암물질이 담배연기에 포함돼 있다’는 담뱃갑 경고 문구가 전부다. 이는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제품의 성분 공개 기준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화장품은 전체 성분 표기제가 적용돼 화장품에 사용한 모든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 일례로 AHC의 ‘내츄럴 퍼펙션 선스틱’에 함유된 655개 성분은 온라인상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신호상 교수는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성분이라도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해 연기로 흡입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담배 성분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제조사가 마음대로 첨가물을 넣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성분을 공개할 뿐 아니라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충북대 연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타르 수치가 표기된 것보다 높게 나온 제품이 전체 173종 중 148종(85.5%)에 달했다. 측정된 타르의 양이 표기보다 2.2배나 많이 나온 제품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담배 유해물질 분석에 드는 인력과 비용 부담을 제조사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는 “식품이나 의약품은 제조사가 안전성을 검증하도록 돼 있다”며 “담배 역시 제조사가 유해성 검증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원모 씨(27·여)는 한국에서 피우는 담배가 미국 담배보다 더 맛이 좋고 중독성이 강하다고 느낀다. 다양한 맛과 향을 강조한 각종 첨가물들이 목 넘김을 편하게 해줘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멘톨’을 제외한 가향 담배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첨가물이 화학적 변화를 거쳐 연기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담배 한 개비에는 얼마나 많은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지 국내 흡연자들은 전혀 알 수 없다. 한국에서는 담배 성분과 흡연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 정보를 담배회사들이 정부에 제출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건강진흥개발원에 따르면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담배에 함유된 성분과 정보를 담배회사가 정부에 제출하는 국가는 67개국이다. 이 중 51개국은 담배 성분과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담뱃갑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등 엄격한 담배 규제를 시행해 온 캐나다는 니코틴과 타르, 암모니아 등 25개 독성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때 모든 담배회사가 동일한 기준 속에서 실험하도록 하고 있다. 유해물질 측정 시 연기 흡입량(55mL)과 흡입 간격(30초)을 지키고, 환기 구멍을 막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정해둔 것이다. 이런 강력한 규제로 캐나다는 2001년 22%였던 흡연율을 2016년 12% 수준까지 낮췄다. 미국은 담배 판매를 승인 받을 때 담배의 유해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식품의약국(FDA)에 내야 한다. 는 각 첨가물을 왜 넣었는지 그 이유까지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각 담배의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함유량을 담배회사로부터 독립된 실험실에 의뢰해 검사한다. 이처럼 건강과 관련된 국민의 알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담배회사의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담배 성분과 관련한 정보들이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담뱃갑에 표기된 성분은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뿐이다. 유해물질 정보는 ‘니켈과 벤젠 등 6가지 발암물질이 담배 연기에 포함돼 있다’는 담뱃갑 경고 문구가 전부다. 이는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제품의 성분 공개 기준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화장품은 전체 성분 표기제가 적용돼 화장품에 사용한 모든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 일례로 AHC의 ‘내츄럴 퍼펙션 선스틱’에 함유된 655개 성분은 온라인 상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신호상 교수는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성분이라도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해 연기로 흡입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담배 성분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제조사가 마음대로 첨가물을 넣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성분을 공개할 뿐 아니라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충북대 연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타르 수치가 표기된 것보다 높게 나온 제품이 전체 173종 중 148종(85.5%)에 달했다. 측정된 타르의 양이 표기보다 2.2배나 많이 나온 제품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담배 유해물질 분석에 드는 인력과 비용 부담을 제조사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는 “식품이나 의약품은 제조사가 안전성을 검증하도록 돼 있다”며 “담배 역시 제조사가 유해성 검증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 올 2월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다. 환자의 심전도 기록에 이상이 생기면 전화나 문자로 병원에 올 것을 안내하는 장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를 우회적으로 허용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정부는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뿐 진단과 처방은 하지 않아 원격의료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2. 서울대병원은 올 2월 복막 투석환자의 상태를 병원에서 주치의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도 의사가 손쓸 방법이 없다. 환자에게 복막투석기를 조정하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병원에 오라고 하면 현행법상 금지된 ‘원격의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서 올해 안에 의료진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은 원격의료 수준을 나날이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의사가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느냐를 두고서도 이처럼 논란이 거세다. 5세대(5G) 통신 서비스 상용화로 멀리 떨어진 환자를 시차 없이 로봇으로 원격 수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철벽 규제에 막혀 국내 원격의료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산업 발전도 지지부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원격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기기로 허가된 제품은 총 51개에 이른다. 혈압이나 혈당 등 건강정보를 측정해 이를 의료기관에 전송하는 기기들이다. 하지만 이 장비들은 환자 개인의 측정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의사가 환자의 위험신호에 대처할 수 없어 의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원격 모니터링’ 도입이 어렵다 보니 병원에 가지 않고 진단이나 처방을 받는 것은 더 기대하기 힘들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진 간의 ‘협진’ 형태의 원격의료만 허용한다. 환자 옆에 의사나 간호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나마 △도서 벽지 △군부대 △원양 선박 등 의약 취약지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만 돼 있고, 국회 통과는 미지수다. 의료계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돼 의료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중국 등과 달리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해 의료 접근성이 높아 원격진료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협 대변인은 “현행 의료수가 체계는 국민의 체감 의료비가 낮아 원격 진료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원격진료를 도입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반대에 부딪쳐 원격진료 도입은 지난 20년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된 뒤 5명의 대통령이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대못처럼 박힌 규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주요 선진국들은 원격의료를 앞다퉈 도입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비단 선진국뿐이 아니다. 중국은 2016년 원격의료 도입 후 원격 진료 환자가 1억 명을 넘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영상통화로 진료를 받은 뒤 의약품 처방부터 구입, 배달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나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한 달에 의사를 한 번 만나 진료받는 것보다 서너 번씩 원격진료로 꾸준히 상태를 살피는 것이 나은 환자도 있다”며 “대면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 기자}

“도쿄(東京)의 외과 전문의가 홋카이도(北海道)의 병원에 있는 로봇으로 수술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원격 진료’ 규제의 문턱을 또 낮췄다. 2015년 일본 전국으로 원격 진료를 확대한 데 이어 로봇을 활용한 원격 수술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전국 어디서든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취지다. 반면 규제개혁이 더딘 한국에서는 원격 수술은커녕 환자 원격 진료도 불법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20년 가까이 원격 진료를 논의해 왔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최근 방침을 확정해 다음 달 ‘온라인 진료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의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었지만 수술은 할 수 없었다. 온라인 진료를 하려면 최소 한 번은 환자를 대면 진찰해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원격 수술을 허용하고, 대면 진찰 없이도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 수술은 내시경 수술 지원 로봇 ‘다빈치’를 활용한다. 다빈치는 의사가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을 하는데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거리에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주로 갑상샘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 주요 암 수술에 쓰인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수술실에는 의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통신이 도중에 끊기면 현장에 있는 의사가 다빈치 수술을 이어간다. 일본의 원격 진료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1997년부터 섬 지역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2015년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시 “대형 병원이나 유명 의사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일부 진료만 원격으로 대체하면서 병원 쏠림 현상이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원격 진료 도입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추세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원격 진료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3월 중국에선 5세대(5G)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하이난성의 의사가 3000km 떨어진 베이징의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했다. 세계 원격 진료 시장 규모가 2021년 412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의료 서비스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부터 원격 진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 사고 책임 문제와 중소 병의원 고사를 우려한 의료계 반대에 부닥쳐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 관찰해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을 추진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정부가 체육센터나 공공도서관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2개 이상 연계해 짓는 지방자치단체에 국고보조율을 현재보다 10%포인트 높여 지원하기로 했다. 영구시설물 설치가 금지된 국유지에도 생활 SOC 시설 설치가 허용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2일 이런 내용의 ‘생활 SOC 복합화 사업 선정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했다.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은 한 부지에 문화, 체육, 보육, 의료 등과 관련된 SOC 시설을 2개 이상 연계해 건립하는 사업이다. 공공도서관과 주민건강센터, 국공립어린이집 등이 포함된다. 생활 SOC 사업의 국고보조율을 인상하는 것은 각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줄여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학교 부지나 노후 공공청사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간을 적극 개발해 주민 친화 시설로 개발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부는 8월 2일까지 사업계획을 접수해 9월 내년도 사업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고용 위기지역 등 지방 재정이 열악하거나 주변에 유사 시설이 없는 지역이 우선 선정 대상이다. 정부는 생활 SOC 복합화 사업에 2022년까지 3년 동안 총 30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6·여)는 취업에 거듭 실패하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생계를 책임지는 홀어머니나 취업한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지 못했다. 결국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다행히 가족에게 일찍 발견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발견돼 응급실에 실려 온 10, 20대 여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 대다수는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진짜 죽음을 원한 게 아니라 손을 잡아 달라는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응급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사후관리사업은 응급실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두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사례관리팀이 자살 시도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퇴원 후 심리 치료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센터는 2016~2018년 응급실 내원 환자 3만8193명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여성 자살 시도자 중 10대, 20대 비율은 2016년 각각 8.1%, 18.2%에서 지난해 15.7%, 24.0%로 급증했다. 학업 스트레스와 취업, 경제적 문제로 마음의 병이 깊어진 젊은 여성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자살 시도자 중 87.7%는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술을 먹은 경우도 52%에 달했다. 50.8%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응답자의 37.3%는 “주위의 도움을 원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17년 국내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으로 집계됐다. 1만 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4.3명으로 전년 대비 1.3명 줄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0명, 2015년 기준)보다 여전히 두 배가량 높다. 박성민기자 min@donga.com}

“차라리 그 돈으로 공공 정자은행이나 난자은행을 만들어 주세요.”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더불어민주당 서윤기 시의원 사무실. 10평 남짓한 좁은 회의실로 난임 가족 40여 명이 찾아오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시가 39억 원을 들여 서울의료원에 만들기로 한 ‘공공난임센터’ 계획을 시의회에서 막아달라고 요구한 자리였다. 한 번에 수백만 원씩 드는 난임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시에서 만들겠다는데 당사자들이 왜 반대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민간 의료기관의 베테랑 난임 전문의를 두고 누가 검증되지 않은 공공난임센터에서 시술을 받겠느냐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전시성 행정에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스스로를 ‘난임 노마드(유목민)’라고 불렀다. 시술 확률이 높은 병원을 유목민처럼 찾아다닌다는 의미에서다. 시술을 거듭할수록 분만 확률은 낮아지지만 희망의 크기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난임의 고통은 저의 부모도 알지 못합니다. 부모님은 이미 저를 낳아봤기 때문이죠. 그래도 저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39억 원이면 2000명의 난임 시술비를 지원할 수 있어요. 그중 10%만 분만에 성공해도 서울에 신생아가 200명 태어나는 겁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난임 여성들은 간절한 목소리로 실효성 있는 난임 정책을 요구했다. 환영받을 줄 알았던 정책이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서울시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시 관계자도 참석해 난임 여성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주 공공난임센터 설립 계획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공난임센터 설립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정책의 성공 여부가 디테일에 달려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책 입안자의 ‘선의’가 담겼고, 방향이 옳더라도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시가 난임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멈춘 것은 평가할 만하다. 난임 지원 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돼왔다. 하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다. 건강보험 난임 지원 횟수를 기존 10회에서 17회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체외수정 12회(신선배아 7회, 동결배아 5회), 인공수정 5회로 시술별 횟수가 정해져 있다. 이 횟수를 넘긴 난임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수백만 원을 들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 난임 시술을 받기 위해 휴가를 갈 수 있는 직장 여성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책 집행에 있어 서로의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난임 지원 횟수를 늘렸다면 지자체는 경제적 부담이 큰 비급여 진료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는 식이다. 이렇게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겨 난임 소외계층이 사라질 때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경남 창원시에 사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정모 씨(36)는 1급 중증장애 아들(7)을 두고 있다. 정 씨는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눕혀 두고 다른 지체장애 아동을 돌보러 매일 아침 아파트 옆 동으로 출근한다. 그 시간 정 씨의 아들은 다른 활동지원사가 돌본다. 장애 아동 부모들이 이렇게 ‘교차 돌봄’을 하는 이유는 장애가 있는 직계가족을 돌보는 활동지원사에게는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에 꼭 필요한 급여를 받기 위해 다른 장애 아동을 돌보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 아동은 활동지원사가 맡기를 꺼린다. 이런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돌보며 정부 지원을 받기를 원하지만 정부는 부정수급 등을 우려해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 씨는 “아이가 갑자기 숨을 못 쉬면 산소통을 연결해줘야 하고, 가래도 정기적으로 빼 줘야 한다”며 “부모에게도 힘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뇌병변 1급 아들(15)을 둔 유모 씨(42)는 “아이를 제때 먹이고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배변 교육과 사회성 교육을 해야 하는데, 활동지원사에게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증장애 가족을 둔 활동지원사를 중심으로 직계가족을 돌보더라도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급여 지급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6일 현재 1만1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중증장애 가족이 있는 활동지원사들은 “아동수당이나 보육수당 등의 형태로 이미 가족 간 돌봄에 국가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장애인 지원만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돌봄은 가족이 아닌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활동지원사의 급여를 높여 언제 어디서든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돈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1년 도입된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1∼3등급 장애인(약 65만 명)의 식사나 목욕, 외출을 돕고 1시간에 1만2960원의 급여를 받는다. 올 3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7만648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활동지원 급여로 총 1조163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사용됐다.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으면 급여의 6∼15%를 장애 가족들이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각 가정의 사정이 다른 만큼 장애인을 둔 가정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선진국에선 지원금을 주고 장애인 가족이 직접 돌볼지 선택하도록 한다”며 “가족 돌봄을 허용하는 대신 장애인의 건강이나 위생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21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구강 검진과 충치 치료 등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아동 치과주치의 제도’가 도입된다. 비급여 항목이 많은 치과 진료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해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런 내용의 ‘구강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치아 건강 취약 계층의 치과 진료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치주 질환을 예방해 연간 4조 원(2017년 기준)에 이르는 치과 진료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 국민이 치과 진료에 쓰는 돈은 전체 보건의료 관련 가계 지출의 약 17%에 이른다. 아동 치과주치의는 영구치 완성 시기에 치아 건강을 집중 관리하는 제도다. 가까운 치과의원에서 주치의를 선택하면 충치 치료와 치석 제거(스케일링), 치아 홈 메우기 등 예방 진료를 받는다. 내년에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 대상 아동의 나이, 건강보험 수가와 본인 부담금 수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구강정책은 우리나라 아동의 치아 건강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기준 만 12세 아동의 56.4%는 영구치에 충치가 생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충치 수는 1.84개로 미국 0.4개, 일본 0.8개보다 많다. 점심식사 뒤 이를 닦는 비율이 20.1%(남자 중학생 기준)에 그치는 등 올바른 치아 관리 습관을 갖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치과 진료의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된다. 치과 의료비 중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는 비율은 병원급 18.9%, 의원급 31.7%로 전체 의료기관 평균 62.7%에 크게 못 미친다. 복지부는 장애인의 치석 제거 급여 횟수 확대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소득이나 장애 유무에 따른 치아 건강 불평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 조사에서 소득에 따른 충치 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그룹의 충치 발병률은 37%로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22%)의 약 1.5배에 달했다. 복지부 장재원 구강정책과장은 “아동과 청소년기에 치아 관리에 소홀하면 성인이 돼 치주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며 “남성은 40대, 여성은 50대 이후부터 치주질환이 급증하고 있어 스케일링 등 예방 치료 이용률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일정하지 않고 변화가 클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콜레스테롤 관리가 안 돼 혈관이 막혀 뇌혈류가 줄면서 뇌 기능이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려대 구로병원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공동 연구팀이 2008∼2015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13만1965명의 진단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4일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3772명(2.82%)이 치매에 걸렸다. 연구팀은 평균 8.4년 동안 관찰한 총콜레스테롤 변화 정도에 따라 이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치매 발병 가능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총콜레스테롤 변화가 가장 큰 그룹에서는 가장 낮은 그룹보다 치매 발병 확률이 1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LD)과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로 나뉜다. LDL 콜레스테롤은 dL당 130mg 미만, HDL 콜레스테롤은 dL당 60mg 이상이 권장 수치다. 전문가들은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dL당 200mg 미만으로 유지하고, 200∼239mg이면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광견병처럼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감염되는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이 아닌지를 두고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은 ASF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인체에서 병원성(질병을 일으키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ASF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음식물이나 흙 등을 통해 돼지나 멧돼지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ASF가 확산된 지역에서 판매한 돼지 부산물 등을 구입할 경우 여기에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사람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ASF 바이러스는 얼리거나 건조시킨 식품에서도 최대 2년까지 살아남는다. 이런 음식 잔반을 돼지에게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음식뿐 아니라 호흡기나 피부, 진드기 물림 등을 통해서도 돼지가 감염될 수 있는 만큼 감염 지역을 다녀온 뒤에는 축사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시가 3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의료원에 ‘공공난임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난임 여성들이 반발하고 있다. 난임 여성들에게는 시술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큰데도 ‘전시성’ 행정에 세금을 쓴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르면 올 하반기에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에 공공난임센터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난임 시술 전문의 충원과 시설 확충에 필요한 예산 39억 원을 책정해 이달 23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시켰다. 그러자 난임 여성들은 “난임 가족 지원 정책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며 반발했다. 서울시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민주주의 서울’에는 ‘공공난임센터 설립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00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난임 전문의를 두고 누가 검증 안 된 공공난임센터에서 시술을 받겠느냐.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라면 소외 계층에게 직접 시술비를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또 난임 여성들의 절대 다수는 공공난임센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불임은 없다. 아가야 어서 오렴’에서 회원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1%(900명)는 서울시에 가장 바라는 난임 정책으로 ‘난임 시술비 직접 지원’을 꼽았다. 공공난임센터를 원한다는 응답은 1.4%(14명)에 그쳤다. 난임 여성 회원들은 “병원이 없는 게 아니라 비용 부담 때문에 시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라리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의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일부 난임 가족들은 빚을 내 시술 비용을 마련할 만큼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낀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아도 본인부담금(체외수정 기준)은 1회 102만∼114만 원에 이른다. 검진비, 약값 등을 더하면 많게는 200만 원이 넘는다. 건강보험 지원 횟수를 모두 소진한 경우엔 한 회에 400만∼500만 원까지도 내야 한다. 난임가족연합회 박춘선 회장은 “39억 원이면 약 2000명의 난임 시술비를 지원할 수 있다”며 “공공난임센터 지원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난임센터 추진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 3월 난임 부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난임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난임 지원 정책협의체’를 꾸려 난임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난임협의체에서 공공난임센터 설립안은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공공난임센터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료원이 2011년 개설한 ‘미래맘가임클리닉’은 전문의 부족과 이용률 저조로 2017년 문을 닫았다. 국회에서도 2017년 공공의료기관에 난임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실효성 문제로 폐기됐다. 서울시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공공난임센터는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의 난임 시술 기회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본인부담금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난임 시술 지원은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 계층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건강보험 지원 횟수를 다 소진해 경제적 부담이 큰 난임 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은 인보사의 몰락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성분을 속인 허위 자료로 판매 허가가 이뤄지고, 허위 사실이 해외 수출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콩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2016년 품목 허가를 신청하기 전부터 알았음에도 이런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약처는 코오롱 측의 ‘은폐 고의성’이 짙다고 보고 의약품 허가 취소라는 ‘철퇴’를 내렸다. 코오롱 측은 허가 신청 당시 인보사에 신장세포가 없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신장세포가 포함된 2액과 1액을 섞은 ‘혼합액’을 1액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이 혼합액과 2액이 같은 단백질 발현 양상을 보이는 것을 근거로 2액도 연골세포로 구성됐다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TGF-β1)의 개수가 기존 자료와 다르고, 위치가 바뀐 시험 결과도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 유전자 정보는 유전자 치료제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도 이를 누락한 것이다. 식약처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판매를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 측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당시 기술로는 신장세포임을 확인할 수 없었고, 회사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2017년 3월 미국 진출을 위해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액에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미국 위탁생산업체로부터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인보사의 미국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이 사실을 그해 7월 13일 e메일로 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에 통보했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이를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 식약처의 판매 허가는 코오롱티슈진이 코오롱생명과학에 e메일을 보내기 하루 전인 같은 달 12일 이뤄졌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신장세포 발견 사실을 숨겨 왔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코오롱 측이 신장세포 사용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건국대 의대 이상헌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연골세포는 배양과 유전자 삽입이 힘들어 기술적으로 관절 재생용 의약품으로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약 개발 욕심이 지나쳐 증식이 활발한 신장세포를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과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2017년 4월 인보사 허가와 관련해 처음 개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에선 위원 7명 중 6명이 인보사 허가에 반대했다. 연골의 구조개선 없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의약품으로 허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6월 열린 2차 약심위에선 결과가 뒤집혔다. 바이오산업에 우호적인 위원들이 합류하면서 ‘통증 완화’ 약물임을 명시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승인했다. 가천대 길병원 백한주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공개된 인보사의 임상 결과와 효능만으로는 환자 치료에 사용할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은 “향후 3년 동안 신약 허가 및 심사 전담 인력을 350명가량 충원해 현재의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허가 심사 서류를 조작해 판매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콩팥)세포’를 사용하고도 ‘연골세포’를 사용한 것처럼 속여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올 4월부터 인보사 성분 논란을 조사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이런 내용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인보사에 대한 의약품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허가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의약품 허가가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식약처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에 고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 측이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서류부터 엉터리였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는 2액으로 구성돼 있는데, 식약처가 2액의 최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유전자가 검출됐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허가 신청 서류에 연골세포를 사용했다고 허위로 기재했다. 또 코오롱 측은 연골 재생을 돕기 위해 삽입한 유전자(TGF-β1)의 개수가 다르고, 위치가 바뀐 사실을 두 차례나 발견하고도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에 문제가 있다는 건 품질에 일관성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2017년 미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해 7월 식약처의 판매 허가가 날 때까지 코오롱 측은 이 사실을 숨겼다. 식약처는 신장세포가 인체에 투여되면 44일 이후엔 생존하지 못해 ‘신장세포 인보사’의 부작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1회 주사 비용이 600만∼700만 원에 이르는 인보사를 맞아온 환자 244명은 이날 생산·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약 2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번 사건은 향후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의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 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코오롱 측은 “품목 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조작이나 은폐 사실은 없다”고 사과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예지·배석준 기자}
“지금 얼마나 불안한지 몰라요. 몇 날 며칠 잠도 못 잤어요.” 김모 씨(63)는 두 손으로 다리를 부여잡고 겨우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김 씨는 올 2월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맞고, 온몸이 붓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김 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 소식에 대해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 등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244명은 28일 인보사 판매사 코오롱생명과학과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244명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주사제 가격과 위자료 등 25억 원 상당이다. 130여 명의 환자가 추가로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혀 소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시험 대상자와 인보사 투약 환자는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의 핵심 쟁점은 코오롱의 불법 행위와 환자의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 규명이다. 환자 측 대리인 법무법인 오킴스 소속의 엄태섭 변호사는 “환자들은 미지의 위험 물질이 내 몸에 주입돼 제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두려워하고 있다”며 “어떤 질병이 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오롱의 반복적 거짓 해명과 식약처의 늑장 대응에 대한 분노까지 겹쳐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이 상황만으로 충분히 손해가 입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1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전·현직 식약처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추적 조사 결과 중대한 부작용이 없어 안전성에 큰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전체 투여 환자를 15년 동안 추적 조사할 계획이다.김예지 yeji@donga.com·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