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근 포항교도소로 이감된 초등생 성폭행범 조두순(66)의 사진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현행법상 사진 등 신상정보의 공표는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출소 이후 5년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서는 개별적으로 조두순의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23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의2에 따르면 검사와 경찰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 얼굴을 경찰이 공개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2010년 4월 신설돼 2008년 12월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조두순이 2020년 12월 13일 만기 출소하게 되면 향후 5년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실명인증을 거치면 조두순의 얼굴과 키, 몸무게, 주소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검사에게 법무부가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른바 ‘윤창호 씨 사망 사건’ 이후 음주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너무 가벼운 징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척결을 위해선 공직사회가 앞장서야 하고, 이를 위해선 관련 규정을 개정해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경찰보다 낮은 검찰의 음주운전 징계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A 검사(36)는 올해 3월 혈중알코올농도 0.08%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A 검사는 검찰 수사관 등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를 사준 뒤 검찰청사로 돌아와 업무를 했고, 술이 깼다는 생각에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법무감찰위원회는 지난달 23일 A 검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에 따르면 적발 당시인 3월 기준으로는 음주운전에 처음 적발됐고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이면 견책 또는 감봉이 가능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당초 대검 감찰본부에서는 감봉 1개월로 징계 청구를 했는데 10명 중 9명이 외부 인사인 법무감찰위에서 A 검사가 야근하다가 귀가한 점 등을 정상 참작해 견책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지시한 뒤 이틀 만에 법무부가 A 검사를 경징계한 사실이 밝혀져 박 장관이 민망하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6월 지침을 개정해 첫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라도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이면 감봉, 0.1% 이상이면 정직으로 징계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그렇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이고 첫 음주운전 적발이라도 정직 처분을 받는 경찰보다는 여전히 징계 수위가 낮다. 한 예로 올해 1월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B 경사(47)는 혈중알코올농도 0.099%의 상태로 운전하다가 붙잡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원은 법원공무원에 대해선 징계 기준이 있지만 판사는 적용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한 예로 2016년 인천지법 소속의 한 부장판사는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도 징계는 감봉 4개월에 그쳤다. ○ “공직사회부터 징계 수위 높여야” 공직사회에서 음주운전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5급 이상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 건수는 총 87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파면이나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인원은 13건(15%)에 불과했다. 일반공무원은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라 최초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1% 미만인 경우에는 견책이나 감봉, 0.1% 이상이면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를 받는다.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보다도 징계 수위가 낮다. 국회도 음주운전에 관대하다.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운전하다가 적발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당에서 ‘당원권 3개월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만 받았다. 음주 사망사고 처벌을 살인사건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 법’은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법 행위를 단죄하는 법조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타인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음주운전에 견책 수준의 경징계를 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권기헌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도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고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므로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서 징계 수위를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지선·김예윤 기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정신감정 결과가 처음 나왔다. 법무부는 15일 “김성수가 우울증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 왔지만 범행 당시의 치료 경과 등에 비춰 봤을 때 정신병적 상태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소한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시하라고 지시한 지 24일 만이다. 통상 한 달이 소요되는 전례를 고려하면 비교적 신속하게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국립법무병원은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감정 전문 요원을 지정하고 인성검사와 전문의 면담, 행동 관찰 등을 실시했다. 이날 감정 결과로 향후 재판부가 김성수의 정신병력이 범행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만약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이 절반가량 줄어들 수 있다. 한편 피해자 신모 씨(21)의 유족과 변호인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수의 동생 김모 씨(27)를 살인 혐의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김호인 변호사는 “현장 영상을 보면 동생이 피해자를 잡고 있고 김성수가 피해자 뒷덜미 쪽을 망치질하듯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김성수가 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피해자의 뒤통수와 목 뒷덜미 부위에 다수의 상처가 발견됐다는 부검감정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동생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가 아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법무병원에서 김성수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이제부터라도 저를 비롯한 선배 법관들은 지난날의 미흡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여러분에게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경력 5년 이상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여러분이 오랫동안 꾸었던 꿈이 실현되는 오늘,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임 법관 임명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진 것에 대한 자성과 안타까움이 묻어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는 법관들이 헌법적 책무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결과”라며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이란 가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은 결코 중단될 수도 없고, 중단돼서도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임명된 신임 법관 36명은 내년 2월까지 사법연수원에서 신임 법관 연수를 받은 뒤 각급 법원에 배치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법원이 1일 기존 판례를 뒤집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930여 명에게 곧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은 사면 등을 통해서만 구제받을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모두 227건이다. 전국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는 이는 930여 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단은 그동안 재판부마다 유무죄가 엇갈려 왔다. 대부분의 하급심 재판부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징역 1년 6개월 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대법원 판례와는 정반대로 하급심 재판부가 44건이나 무죄 판결을 했다. 이번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자연스럽게 하급심 판결들이 무죄 취지로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올해 6월 말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 조항이 없는 병역법에 대해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병무청 고발 사건 22건 정도의 수사를 보류해왔다. 검찰은 피고발인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모두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례가 바뀌었더라도 이미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인 수용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률의 효력이 즉각 상실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달리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향후 재판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급 적용도 불가능하다. 판례 변경은 재심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1949년 병역법 시행 후 최근까지 모두 2만여 명이 처벌받았다. 일각에선 법무부 차원의 사면·복권이나 가석방, 대통령의 특별사면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면이나 복권이 이뤄지면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71명은 즉각 풀려나고 형기를 마친 이들도 전과기록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 복권이나 형 집행정지는 검토한 바 없다. 헌재 결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가석방 요건을 완화했다”고 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12년 5월 대법원 1부(당시 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처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6년 5개월 뒤인 지난달 30일 뒤늦게 이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대법원이 그 당시 한일 외교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정부의 영향을 받아 고의로 재판 심리일정을 조정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터닝포인트는 ‘2015년 12월 한일 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지난 2015년 5월까지 대법원은 판결을 확정지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는 별도로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2015년 5월 이전 확정한다면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이 이를 피하려고 판결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가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들과 2013년 12월과 2014년 10월 두 차례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회의를 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로드맵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정부기관이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을 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을 바꿨다. 그런데 규칙 개정 이후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을 미루면서 로드맵 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피해자 합의 직후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가 합의에 반대하자 외교부가 부담을 느낀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 배상 인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보낼 경우 매국노 소리를 들을까 봐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2016년 7월경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곽병훈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에게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재촉했고, 곽 전 비서관은 “대법원에서 다 오케이 했는데 왜 이렇게 늦어지냐”며 외교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A 행정관은 외교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빨리빨리 진행하라’고 질책했다”고 전하며 의견서 제출을 촉구했다. 또 같은 해 9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송금한 뒤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청사를 직접 찾아갔다. 외교부는 의견서 제출을 위한 규칙 개정 1년 10개월 만인 2016년 11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결국 로드맵 시행이 중단됐다. 검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14만 명 이상의 추가 소송 제기를 막았기 때문에 대법원과 청와대·외교부 간의 ‘재판 거래’가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30일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 승소 판결로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 수사가 힘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5년간 지연시킨 배경이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때문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었고, 검찰 수사로 판결 지연 사실이 드러나자 대법원이 속전속결로 3개월 만에 재판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구속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의 재판 개입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판결 전까지 대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미뤄온 이 사건 관련 재판보고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 7월 검찰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2013년 9월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2013년 11월 말 대법원의 손해배상 인정 판결 시 한일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잘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을 파악했다. 또 김 전 비서실장이 2013년 12월과 2014년 10월 서울 종로구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박병대 전 대법관을 각각 만나 강제징용 재판 처리에 대해 논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2016년 9월 말 임 전 차장이 외교부 당국자와의 회동 전과 후에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강제징용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원고 승소 취지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을 견인했다”는 반응이 나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59)을 28일 소환 조사했다. 구속 후 첫 조사였다. 앞서 그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2시경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이 사건의 ‘핵심적 중간 책임자’로 지목한 임 전 차장의 구속으로 향후 수사는 그의 ‘윗선’이자 공범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을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법원 “구속 필요성·상당성 인정” 임 전 차장은 28일 오후 1시 반경 호송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임 전 차장의 심경 변화 여부 등 입장을 확인한 뒤 비교적 일찍 조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그동안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재판 개입 등 30여 가지 의혹 대부분에 대해 “잘 모르겠다”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는데 아랫사람들이 오버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날 임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 관련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임 전 차장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구속된 임 전 차장이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혐의를 부인하는 자세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초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이 자신과 이 전 대통령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구속 이후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진술을 한 것처럼 임 전 차장도 바뀔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경우 임 전 차장이 지금까지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업무일지나 수첩 등 윗선의 지시를 입증할 물증을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의 변호인 황정근 변호사는 “법리보다는 정치적인 고려가 우선시된 부당한 구속”이라며 “검찰 수사에 일절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을 조선시대 권력 다툼인 당쟁에 빗대 무술년(2018년)의 ‘무술사화’라고 규정한 글을 올렸다가 지웠다. 임 전 차장 측은 법원에 구속이 합당한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구속적부심 청구를 검토 중이다. ○ 다음 달 ‘양-박-고’ 소환 시작 검찰은 다음 달부터 임 전 차장의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 등 이른바 ‘양-박-고’ 소환 조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동향 감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지연 관여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유출 등을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임 전 차장과 공범 관계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돌이켜보면 좀 더 신중하고 주의 깊게 해서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어야 했는데, 반성합니다.” 26일 오후 4시 20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21호. 5시간 넘게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던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은 판사에게서 처음이자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제 생각으로는 법원을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도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 전 차장은 미리 자필로 써 온 A4용지 절반 분량의 글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었다고 한다. 심리를 맡은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임 전 차장보다 12년 후배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12분경 법원에 도착한 임 전 차장은 “재판하던 곳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를 받아 판사 동향을 감시하고, 대법원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사 8명과 임 전 차장 측 변호인 5명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 20분경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넘게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300여 쪽 분량의 PPT 자료로 임 전 차장의 범죄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은 정권교체기의 정치보복 수단으로 자주 활용됐다”며 검찰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사법농단’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의 부탁을 받고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소송에 관여한 것에 대해 “저쪽(청와대)이 손발이 없어 도와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참고자료를 전달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판 구조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민사소송에서 왜 전범기업인 피고의 편에 서고, 원고인 100세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한을 품고 사는 것을 몇 년이나 끌며 한쪽 말만 듣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허동준 기자 ※제작시간 관계로 영장심사 결과를 싣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dongA.com을 참조해 주십시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27일 수감되면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수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 달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공개 소환한 뒤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檢 “모든 길은 林으로 통한다” “모든 길은 임 전 차장으로 통한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서 임 전 차장의 신병 확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핵심적 중간 책임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핵심적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역할과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차례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동향 감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 관여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유출 등을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에게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상당부분이 공범 관계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른바 ‘양-박-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 林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일 없었어야” 26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간 20분경까지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선 검사 8명과 임 전 차장의 변호인 5명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300여 쪽의 PPT 자료로 임 전 차장의 범죄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직권남용은 정권교체기의 정치보복 수단으로 자주 활용됐다”며 검찰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사법농단’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의 부탁을 받고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에 관여한 것에 대해 “저쪽(청와대)이 손발이 없어 도와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참고자료를 전달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판 구조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민사소송에서 왜 전범기업인 피고의 편에 서고 원고인 100세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한을 품고 사는 것을 몇 년이나 끌며 한쪽말만 듣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자필로 써온 A4용지 절반 분량의 글을 읽었다. 그는 “좀 더 신중하고 주의깊게 해서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어야 하는데 반성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적 중간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59)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2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올해 6월 수사에 착수한지 131일 만이다. 법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등의 지시를 받아 판사 동향을 감시하고, 대법원 및 하급심 재판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이 개입한 재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관련 소송 등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신병을 확보한 만큼 양 전 대법원장과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고 전 대법관 등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그간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지만 구속 수감 된 이후에는 진술 태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하며, 연말까지 수사를 마무라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임 전 차장은 26일 오전 10시반부터 4시20분까지 5시간 넘게 진행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좀 더 신중하고 주의 깊게 해서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어야 하는데, 반성합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중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지연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2016년 9월 29일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부 당국자들과 강제징용 소송 사건 처리를 논의하기 전과 그 이후에 각각 양 전 대법원장을 면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 등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강제징용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려고 하는데, 내 임기 안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대법원 사건을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 심리하는 전원합의체 소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검찰이 확보한 관련 문건에는 임 전 차장 등이 외교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외교부 의견서를 제출받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긴 다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로드맵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교부는 로드맵에 따라 2016년 11월 말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같은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청와대와 외교부, 법원행정처 등이 조율한 로드맵 시행이 중단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에서 이 같은 진술과 문건 내용을 근거로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과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오전 10시 반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8기) 심리로 열린다. 이달 4일 영장전담부로 보임한 임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김윤수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3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진)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6월 18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127일 만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 3명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의 지시를 받아 판사 동향을 감시하고, 대법원 및 하급심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의 동향을 감시한 의혹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에 관여한 의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소송에 관여한 의혹 등 30여 개의 범죄 사실이 포함됐다. 임 전 차장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모두 10가지 가까이 된다. 구속영장 분량은 A4용지 200쪽이 넘는다. 앞서 검찰은 15일부터 20일까지 임 전 차장을 4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5일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22일 얼굴이 처음 공개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가끔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던 길이었다. 김성수는 파란색 후드티 차림에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왼쪽 목에는 10cm 남짓한 크기의 검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동생이 공범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울증 진단서는 왜 냈어요. “제가 낸 거 아니에요.” ―그러면 누가 냈나요. “가족이….” ―피해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죄송합니다.” ―반성하십니까.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잔혹한 수법 등 고려해 신상 공개 경찰은 이날 살인 피의자 김성수에 대해 신상 공개를 결정하고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신상 공개 결정의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조항이다. 살인, 강도, 강간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고 △미성년 피의자가 아닐 때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해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해악을 끼친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 조항이 마련됐다. 경찰은 김성수가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의 얼굴을 흉기로 30여 차례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그 결과 신 씨가 끔찍한 고통과 함께 사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현장 폐쇄회로(CC)TV와 본인의 자백 등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상 공개라는 극단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수는 2010년 4월 이 신상 공개 조항이 신설된 후 18번째로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다. 그동안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48),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을 저지른 조성호(32) 등에 대해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심신미약’ 판별 위해 정신감정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성수는 이날 오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최장 30여 일간 머무르며 9가지 심리 검사와 뇌파 검사, 각종 신체검사를 받는다. 담당 간호사는 김 씨의 생활습관과 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보고서로 남긴다. 면담과 검사, 간호 기록 등을 종합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 초안을 작성하고, 의사 7명과 담당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정신감정 진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감정 결과는 향후 재판에서 김성수의 ‘심신미약’ 주장을 판단할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정신감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정신감정 결과가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범행 장면이 담긴 PC방 건물의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하는 등 보강 수사를 할 예정이다. 고도예 yea@donga.com·황형준 기자}

“이름은 잊혀지고 사건은 기억해야 합니다.” 19일 이란 출신 A 군(15)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같은 중학교 동급생들은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 군의 사연을 올리고 A 군의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면서 난민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자신들은 잊혀지길 원하지만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기억해 달라고 호소한 이유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A 군의 난민 지위를 승인했다. 2016년 5월 처음 난민 신청을 한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A 군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가능했다”며 “한 사람당 3일씩 붙잡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A 군은 7세였던 2010년 사업을 하던 아버지 B 씨(52)를 따라 한국에 왔다. 서울서 초등학교를 나와 현재는 중학교를 다닌다. 그가 난민 신청을 낸 것은 2011년부터 친구를 따라 교회에 나가면서 기독교를 믿게 됐기 때문이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이란은 개종자를 반역죄로 처벌한다. 최고 사형도 당한다. 하지만 처음에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2016년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따르는 이란에서 기독교인은 종교 박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받아 승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적극적 포교행위를 하지 않는 한 박해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고 14세란 나이가 종교적 신념을 갖기 너무 어리다”며 1심 결과를 뒤집었다. 상고했지만 올해 5월 대법원은 심리를 열지 않고 기각했다. 결국 A 군은 강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 사이 A군은 세례와 견진성사(세례성사 다음에 받는 의식)를 받고 천주교로 개종했다. 같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선 것은 이때다. 같은 반 여학생은 “공정한 난민 심사를 받게 해달라”며 올해 7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했다. 같은 달 A 군이 난민지위 재신청을 하던 날 친구 50여 명이 응원 집회를 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A 군과 학생들을 찾아 격려했다. 이달 초 친구들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이번에 난민 심사가 극적으로 수용된 건 친구들이 사회적 관심을 높여준 데다 A 군의 종교적 신념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권종현 난민과장은 ”성당 신부님과 교인 등 주변인들을 만나보고 탄원서와 서명 등을 살핀 결과 A 군의 신앙심이 확고해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 군은 우여곡절 끝에 난민 지위를 얻었지만 난민 심사는 매우 까다롭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난민신청자 4만5354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868명(1.9%)뿐이다. 올해 상반기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84명 중 362명(74.8%)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지만 누구도 난민 지위를 얻지는 못했다. 이는 난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무관치 않다. A 군 학교의 오모 교사는 “학생들이 A 군을 돕겠다고 나서자 학교로 많은 항의 전화가 왔다. 학생들을 향한 비난 댓글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제 잊혀지고 싶다고 한 이유다. A 군은 난민 인정을 받아 내년에 고교 진학이 가능하다. 그는 “디자이너 겸 모델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박은서 clue@donga.com·황형준 기자}

“우리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포토라인에 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재판 거래와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 이 문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3월 이후 세 차례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사법부 신뢰가 추락했다.○ 검찰, 문건 이행 및 윗선 지시 여부 추궁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반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올해 6월 18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119일 만이다. 검찰은 7월 21일 임 전 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재직 때 작성한 파일 8000여 개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확보했다. 이 문건 내용을 분석하고 전현직 판사 60여 명을 조사하면서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추궁할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30여 개로 추렸다. 수사 대상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부 동향을 감시한 의혹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 의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처분 행정소송 개입 의혹 등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법관 사찰 의혹부터 조사한 뒤 임 전 차장을 귀가 조치하고, 앞으로 수차례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문건 관련 보고를 했다”는 심의관 등의 진술을 토대로 임 전 차장을 압박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지휘 및 보고라인에 있던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의 지시나 묵인 없이 일탈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임종헌 전 차장 “오해 있는 부분, 적극 해명”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부분이 오해라고 보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답하겠다”고만 했다. 검찰 조사 때 임 전 차장은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말하면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12일까지 검사 및 판사 출신으로 구성된 변호인단과 회의를 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법관 사찰 등을 포함한 자신의 행위가 상당 부분 적법한 업무이거나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재판 지연과 해외법관 파견을 거래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임 전 차장은 “별개의 사안으로 시기적으로 일치했을 뿐 거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의 PC에서 발견된 전교조 법외노조화 소송과 관련된 재항고이유서에 대해서도 “왜 저장됐는지 기억이 안 난다. 대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 건설업자의 뇌물 공여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주변에서 들리는 정보와 소문들을 재판부에 전해주는 게 법원행정처의 역할”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듣기 싫으면 나가세요!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입니까.”(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누가 국감 진행을 방해합니까! 계속 남의 말에 끼어드는 면허증이 있으신가 봐요.”(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12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국정감사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사면복권 발언을 놓고 여야가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다 오전 내내 파행을 거듭했다. 오전 10시경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인사말이 끝나자 의사진행 발언권을 얻은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장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강정마을에 가셔서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계신다. 아직 재판도 안 끝난 것을 가지고 사면복권을 논의한다는 것은 사법농단”이라며 박 장관의 설명을 요구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11일 제주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 관련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만 하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야당이 맞서면서 장내 소란이 이어졌다. 조 의원은 “지난 1년간 법무행정을 제대로 했는지 얘기해야 하는데 의사진행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1시간 10분 후에 재개된 국감에선 여 위원장이 박 장관에게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박 장관이 “주 질의 시간에 답을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파행은 계속됐고 점심시간이 지난 뒤 오후 2시 37분에서야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됐다. 이 의원이 “강정마을 불법시위자들 재판 진행 중인 걸로 안다. 그런데 대통령 발언이 적절하냐”고 묻자 박 장관은 “재판이 일부 진행 중인 것도 있고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사면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박 장관은 “향후 (강정마을 사건이) 구체적으로 사면 문제로 떠오를 때 관련 법률에 따라서 검토할 생각”이라고 사면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본 뒤 사안별로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며 “강정마을 사태 관련 재판이 다 끝나고 사면복권을 단행한다는 게 현재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거론됐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박 장관을 향해 “장관이 책임지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라. ‘방탄 법원’을 뚫고 속전속결하는 길만이 무너져가는 사법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박 장관은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관련 수사 일정을 묻자 “금년 내로 끝냈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다. 올해 내에 끝낼 수 있을지 확실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황형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수감자 가운데 최순실 씨가 1년 10개월 동안 553회 변호인 접견을 받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접견 횟수가 국정 농단 사건 수감자 중 가장 많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 씨는 2016년 11월 1일 구속 수감된 이후 올해 8월 31일까지 669일 동안 553회 변호인 접견을 했다. 최 씨는 1회 평균 1시간 2분 동안 접견을 했다. 이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524회로 많았고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488회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 362회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350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336회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323회 등 순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 이후 252회 변호인 접견을 했다. 지난해 8월 24일까지 구금 147일간 변호인을 148회 만난 사실이 드러나 ‘황제 수용 생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로 국선변호인과의 접견을 피한 것이 접견 횟수가 적게 나타난 이유로 해석된다. 구금일 대비 접견 횟수로는 최 씨 조카인 장 씨가 하루 1.35회꼴로 가장 많았고, 우 전 수석이 1.34회, 조 전 수석이 1.33회, 김 전 실장이 0.93회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하루 동안 변호사 여러 명이 번갈아 만나 많게는 5회까지 접견했다. 변호인 접견은 수용자의 권리지만 일부 특권계층의 ‘황제 수용생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른바 ‘집사 변호사’를 활용해 소송 준비가 아닌 말동무 역할 등을 하기 위해 접견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채 의원은 “접견실에서 사담을 나눈 시간이 징역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돈으로 변호사를 사서 수감 생활을 편하게 하는 이른바 ‘집사 변호사’ 접견제도는 공정한 형 집행제도에 반하는 권력층에 대한 특권”이라며 “수사·재판 준비와 무관한 편의제공, 외부 연락 등을 위한 반복적 접견 등을 제한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수감 중인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1)의 서울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12년 총선 및 대선 개입 사건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우 전 수석을 압수수색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2월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전후해 작성한 문건에는 “(원 전 원장의) 항소심이 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 원장 부부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에게 요청하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대법원 재판에도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곧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의 대법원장 재임 시절 공용 컴퓨터의 문서 등을 그대로 옮겨놓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2개를 확보했다. 검찰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메모리처럼 양 전 대법원장의 USB메모리가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이 될지 검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택 서재에 보관하던 USB메모리를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차량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의 경기 성남시 자택을 전날 방문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퇴직하면서 가지고 나온 USB메모리가 서재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제출받았다.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 압수수색 영장은 “증거 자료가 주거지에 있을 개연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러나 발부된 차량 압수수색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된 것이 확인될 경우 보관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임 전 차장 압수수색 때도 자택 압수수색 도중 사무실에 USB메모리가 있다는 걸 파악한 뒤 이를 확보한 적이 있다. 검찰은 현장에 있던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으로부터 진술서를 받는 등 동의를 얻은 만큼 향후 ‘위법한 증거 수집’으로 인한 증거 능력 배제 등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1일 변호인과 다시 통화해 압수행위의 위법성을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는 답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사돈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74)이 고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이다. 검찰 일각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추후 압수수색 영장이 재청구되면 발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미리 기각 사유를 만드는 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 있다. 재청구를 하더라도 법원이 ‘관련 증거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높다’는 사유로 기각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피해자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 의혹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 △공보관실 예산 전용 의혹 △일선 법관의 동향을 감시했다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해 7월 블랙리스트 혐의만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벌여 재판 거래 의혹 등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허동준 hungry@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