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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엄마가 저한테 그랬어요.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30분도 얘기할 시간이 없느냐고…. 그게 엄마의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어요.” 11일 광주 북구의 구호전장례식장. 9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 씨(71·여)의 딸 이모 씨(44)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는 짙은 후회가 배여 있었다. 김 씨는 ‘운림54번 버스’에 타고 가다가 버스 위로 갑자기 무너져내린 건물에 깔려 참변을 당한 사망자 9명 중 한 명이다. 부검 절차가 늦어지면서 이 씨는 사고 후 이틀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빈소를 차렸다. 사고가 발생한 동구 학동에서 30년 넘게 살았던 김 씨는 평일이면 인근 지역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이 씨는 “어머니가 워낙 활발한 성격에 (고령임에도) 건강하셨다. 사고 당일에도 동구 계림동에서 가정 방문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지난주 토요일에 마지막으로 엄마를 봤어요. ‘밭에서 상추를 따놨으니 가져다 먹어라’고 하셨는데 귀찮아서 안 간다고 했죠. 그런데도 계속 전화를 하셔서 결국 엄마 집에 갔는데,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상추만 받아갔어요. 그 때 잠깐이라도 엄마랑 이야길 나눌 걸…. 지금은 너무 후회돼서 미칠 것만 같아요.” 김 씨가 탔던 54번 버스는 광주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노선 중 하나다. 이 노선을 운영하는 대창운수에 따르면 하루 평균 승객이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배차 간격도 6~8분 정도로 업체가 운영하는 36개 노선 가운데 가장 짧은 편이다. 그만큼 시민들이 많이 찾는 버스라는 얘기다. 탑승객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말바우 시장’ 등 전통시장 4곳이 운행 노선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고령층 피해가 많았다. 사망자 9명 가운데 6명, 중상자 8명 가운데 7명이 60, 70대 승객이었다. 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광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아빠는 병원에서 ‘나 말고 딸부터 구해 달라’는 말만 내내 해요. 몸도 안 성한데 충격 받을까 봐 말도 못 하고….”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건만 자기 안위엔 관심 없었다. 신음 섞인 목소리로 겨우 입을 떼면서도 “○○이 어디 있느냐”며 딸만 찾았다. 사고 이틀째. 차마 누구도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전하지 못했다. 10일 오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은 전날에 이어 충격 어린 탄식과 비통한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9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당시 함께 버스를 탔던 아버지 김모 씨(69)는 아직 딸(30)의 부고를 알지 못한다. 김 씨는 현재 광주기독병원 중환자실에 있다. 왠지 모를 느낌 때문인지 계속 딸만 찾는다고 한다. 부녀는 버스에서 앉은 자리가 달라 생사가 갈렸다. 아버지는 버스 앞쪽에, 딸은 뒤쪽에 앉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철거 건물이 버스를 덮칠 당시 인도에 있던 아름드리나무가 완충 작용을 해 버스 앞쪽 탑승객은 목숨을 구했다. ○ 덧없이 잃어버린 늦둥이 아들딸 사고로 숨진 9명은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 3곳으로 옮겨졌다. 9일부터 자리를 지킨 유족들은 물론이고 10일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들도 황망한 표정이었다. 일부 사망자는 부검 절차가 늦어져 아직 빈소를 차리지 못하고 있다. 9일 저녁 딸 김 씨가 안치된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온 어머니는 오열을 멈추지 못하고 자기 탓만 했다. “엄마가 미안해. 우리 막내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김 씨의 두 언니는 울먹이면서 “엄마 잘못 아니야”라며 부축했다. 어머니는 10일 광주시 관계자들이 찾아오자 “내 새끼 살려내라”며 또 한번 울부짖었다. “딸만 다섯인 집의 늦둥이 막내예요. 집안 대소사를 살뜰하게 챙겨 아빠 엄마가 유독 예뻐했어요. 수의과대 편입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팥죽집 운영하는 부모님을 위해 가게 일도 자주 도왔죠. 엇나가는 일 한 번 없는 착한 아이였는데…. 그날도 석 달 전 갑상샘암으로 수술한 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엄마 면회 가는 길이었대요.”(김 씨 유족) 함께 참변을 당한 고등학교 2학년 김모 군(17)도 늦둥이 외동아들이었다. 밝은 성격에 예의도 발라 집안에서 두루두루 사랑받았다. 김 군의 학교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등교 없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교내 밴드부에서 활동하는 김 군은 몇 가지 상의할 게 있어 후배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사고 직전 아들과 통화도 했다. 아버지는 “지금 학교에서 출발해서 집에 간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목소리 듣는 것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흐느꼈다. “장인어른께서 집 근처에 큰 사고가 났다고 알려주셨어요. 혹시나 해서 다시 아들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는 거예요. 평소에 전화를 잘 안 받는 아이가 아니라서 덜컥 했죠. 정신없이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어요. 거기서 집까지 겨우 두 정거장밖에 안 남았는데…. 지난해까지도 자기 직전에 옆에 누워서 어리광 부리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서로를 다독이고 보듬은 유족들 유족들은 하루가 지났지만 가족을 잃은 현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9일 사고로 숨진 이모 씨(61)의 남편 한승만 씨(65)는 눈물이 가득한 채 손에 든 휴대전화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누군가의 위치를 알려주는 점이 깜빡거렸다. 한 씨는 “아내가 버스에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지점”이라며 울먹였다. “가족끼리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앱을 깔았어요. 아내는 빛고을국악전수관에 판소리 배우러 갔었거든요. 올 때가 됐는데 안 와서 들여다보니 한곳에 멈춰 서서 움직이질 않아 이상했는데, 사고가 났다는 속보가 뜨는 거예요.” 순간 가슴이 내려앉은 한 씨는 그길로 광주 시내 병원을 뒤졌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하지만 광주기독병원에서 결국 부인 이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 씨는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어 처음부터 불안했다”며 “아내가 판소리가 치매 예방에 좋다며 열심히 배워서 나도 가르쳐 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몇몇 사망자의 유족들은 자신의 아픔도 가누기 힘들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교생 김 군의 어머니가 장례식장 바깥에서 넋이 나간 듯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자, 또 다른 사망자 임모 씨(63)의 유족 한 명이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고 다독였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오랫동안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굵은 눈물만 쏟아냈다.광주=이윤태 oldsport@donga.com·이기욱 기자}
광주 동구 학동 5층 건물 붕괴 사고는 정류장에 있던 버스를 무너진 건물이 덮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시공사 측은 공사를 하기 전 임시 정류장을 만들어 옮겼어야 했지만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정류장은 철거 현장과는 불과 3, 4m 떨어져 있다. 무등산 방향 14개 노선버스가 수시로 정차하는데 출퇴근 시간대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이용한다. 하지만 철거 작업이 한창일 때도 바로 앞 인도만 수시로 통제했을 뿐 정류장은 그대로 운영했다. 건물이 붕괴되기 전 철거업체 측에서 작업자 2명을 배치한 게 전부였다. 사고 당시에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류장에 있던 54번 버스를 순식간에 덮쳤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선 지 4초 만이다.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사망하는 등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늘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일부 시민은 300∼400m 떨어진 다른 정류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40대 A 씨는 “인력을 배치했다고는 하지만 불안했다. 시민들이나 철거 업체나 건물이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한창인 산수동의 한 정류장은 시공사의 요청으로 최근 다른 곳으로 임시 이전했다. 사고 지점에서 2, 3정거장 떨어진 조선대 인근 지하철 공사장 주변 정류장은 현재 구청과 이전을 협의 중이다. 동구 관계자는 “정류장 이전은 시공사의 요청이 있으면 협의를 한다”며 “안전 문제를 고려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이기욱 기자}

“아빠는 병원에서 ‘자기 말고 딸부터 구해 달라’는 말만 내내 해요. 몸도 안 성한데 충격 받을까 봐 말도 못 하고….”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건만 자기 안위엔 관심 없었다. 신음 섞인 목소리로 겨우 입을 떼면서도 “△△이 어디 있느냐”며 딸만 찾았다. 사고 이틀째. 차마 누구도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전하지 못했다. 10일 오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은 전날에 이어 충격 어린 탄식과 비통한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9일 철거 건물 붕괴사고 당시 함께 버스를 탔던 아버지 김모 씨(69)는 아직 딸(30)의 부고를 알지 못한다. 김 씨는 현재 광주기독병원 중환자실에 있다. 왠지 모를 느낌 탓인지 계속 딸만 찾는다고 한다. 부녀는 버스에서 앉은 자리가 달라 생사가 갈렸다. 아버지는 버스 앞쪽에, 딸은 뒤쪽에 앉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철거 건물이 버스를 덮칠 당시 인도에 있던 아름드리나무가 완충 작용을 해 버스 앞쪽 탑승객은 목숨을 구했다. ● 덧없이 잃어버린 늦둥이 아들딸사고로 숨진 9명은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 3곳으로 옮겨졌다. 9일부터 자리를 지킨 유족들은 물론 10일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들도 황망한 표정이었다. 일부 사망자는 부검 절차가 늦어져 아직 빈소를 차리지 못하고 있다. 9일 저녁 딸 김 씨가 안치된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온 어머니는 오열을 멈추지 못하고 자기 탓만 했다. “엄마가 미안해. 우리 막내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김 씨의 두 언니는 울먹이면서도 “엄마 잘못 아니야”라며 부축했다. 어머니는 10일 광주시 관계자들이 찾아오자 “내 새끼 살려내라”며 또 한 번 울부짖었다. “딸만 다섯인 집에 늦둥이 막내예요. 집안 대소사를 살뜰하게 챙겨 아빠 엄마가 유독 예뻐했어요. 수의과대 편입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팥죽집 운영하는 부모 위해 가게 일도 자주 도왔죠. 엇나가는 일 한 번 없는 착한 아이였는데…. 그날도 석 달 전 갑상선암으로 수술한 뒤 병원에 입원해있던 엄마 면회 가는 길이었대요.”(김 씨 유족) 함께 참변을 당한 고등학교 2학년 김모 군(17)도 늦둥이 외동아들이었다. 밝은 성격에 예의도 발라 집안에서 두루두루 사랑받았다. 김 군의 학교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등교 없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교내 밴드부에서 활동하는 김 군은 몇 가지 상의할 게 있어 후배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사고 직전 아들과 통화도 했다. 아버지는 “지금 학교에서 출발해서 집에 간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목소리 듣는 것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흐느꼈다. “장인어른께서 집 근처에 큰 사고가 났다고 알려주셨어요. 혹시나 해서 다시 아들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는 거예요. 평소에 전화를 잘 안 받는 아이가 아니라서 덜컥 했죠. 정신없이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어요. 거기서 집까지 겨우 두 정거장밖에 안 남았는데…. 지난해까지도 자기 직전에 옆에 누워서 어리광 부리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서로를 다독이고 보듬은 유족들유족들은 하루가 지났지만 가족을 잃은 현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9일 사고로 숨진 이모 씨(61)의 남편 한승만 씨(65)는 눈물이 가득한 채 손에 든 휴대전화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누군가의 위치를 알려주는 점이 깜빡깜빡 거렸다. 한 씨는 “아내가 버스에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지점”이라며 울먹였다. “가족끼리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앱을 깔았어요. 아내는 빛고을국악전수관에 판소리 배우러 갔었거든요. 올 때가 됐는데 안 와서 들여다보니 한곳에 멈춰 서서 움직이질 않아 이상했는데, 사고가 났다는 속보가 뜨는 거예요.” 순간 심장이 내려앉은 한 씨는 그길로 광주 시내 병원을 뒤졌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하지만 광주기독병원에서 결국 부인 이 씨의 사망을 전해 들었다. 한 씨는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어 처음부터 불안했다”며 “아내가 판소리가 치매 예방에 좋다며 열심히 배워서 나도 가르쳐 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몇몇 사망자의 유족들은 자신의 아픔도 가누기 힘들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교생 김 군의 어머니가 장례식장 바깥에서 넋이 나간 듯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자, 또 다른 사망자 임모 씨(63)의 유족 한 명이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고 다독였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오랫동안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굵은 눈물만 쏟아냈다. 광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광주=이기욱 기자71wook@donga.com}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땅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어요.” 9일 오후 4시 22분경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졌다. 사고 당시 맞은편 인도를 걸어가던 A 씨는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떨리고 불안감이 밀려든다. 건물이 내려앉으면서 폭음과 함께 건물 잔해가 가림막을 밀어내고 도로 쪽으로 쏟아졌다. 도로 옆 버스 정류장에 승객을 태우기 위해 멈춰 있던 ‘54번’ 시내버스를 순식간에 덮쳤다. 버스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도로 쪽으로 잔해 쏟아져 피해 키워 건물 붕괴 현장 앞을 지나던 시민 3명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주변을 지나던 차들은 줄줄이 급제동하며 멈춰 섰고, 일부 운전자는 추가 붕괴를 우려했는지 다급히 차량을 후진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공사 관계자 1명이 흙먼지를 덮어쓰고 허겁지겁 뛰쳐나왔고 주변을 살핀 후 급히 사고 현장을 떠났다. 기울어지듯 건물이 붕괴하면서 잔해가 왕복 7차로 도로의 절반 이상을 가로막아 도로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 당시 아찔했던 순간은 현장을 비추고 있던 건너편 상점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은 건물 주변 정리를 한 뒤 철거 작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5층 건물 맨 위에 굴착기를 올려 한 개 층씩 철거하며 내려가는 방식이었다. 건물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부숴 갔다. 현장에는 굴착기 1대와 작업자 2명이 있었고 현장 주변에는 신호수 2명이 근무 중이었다. 갑자기 건물에서 ‘뚝’ 소리가 들리자 작업자 4명은 무너진 건물에서 극적으로 피했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는 작업자가 없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있던 승객이었다. 버스 안에는 운전사를 포함해 17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버스가 완전히 흙더미에 매몰돼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오후 11시 현재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크게 다친 채 구조됐다. 대부분 버스 뒤쪽에서 발견됐다.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돼 피해도 컸다.○ 주민들, 평소에도 불안감 느껴 사고 현장은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구역으로 사업 면적은 12만6433m²다. 재개발 사업은 낡은 상가와 주택을 철거하고 지상 29층, 지하 2층 아파트 19개 동 2282채를 새로 짓기 위해 철거를 하던 중이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사고 현장을 지날 때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철거 공사를 한다는데 보기에도 너무 허술했다. 저러다 무너지겠다 싶었다”며 혀를 찼다. 사고 직후 학동에서 화순 방면 도로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퇴근 시간대와 겹치면서 일대에는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소방당국은 날이 저물고 사고 현장에 잔해가 많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스가 가스 연료를 사용해 폭발 위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철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건물이 무너진 것을 보면 건물의 주요 부분을 건드린 것 아닌가 싶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철거 중에 건물이 붕괴했다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구조 작업을 마친 후 합동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이윤태·이기욱 기자}

“큰아들 생일이라 꼭두새벽 미역국 끓여 놓고 나갔는데 이런 변을 당할 줄이야….” 9일 오후 10시 20분경 광주 동구의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후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곽모 씨(64)의 시누이 조효숙 씨(64)는 말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곽 씨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철거 도중 무너진 건물에 깔렸던 시내버스에 타고 있다 참변을 당한 탑승객이었다. 광주지법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곽 씨는 이날 아침 생일을 맞은 큰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 놓은 뒤 바쁘게 나갔다고 한다. 조 씨는 “가게 문 여느라고 아들 얼굴도 못 보고 생일상만 차려 놓고 나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흐느꼈다. “올케가 사고 나기 직전에 오후 4시쯤 큰아들과 통화했다고 해요.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내일 장사에 쓸 음식 재료 사려고 시장에 가는 길’이라고 했대요. 사실 저도 사고 날 때 현장 가까이 있는 과일가게에 있었어요. 지나가다가 건물은 무너지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걸 보고 너무 놀랐는데, 우리 가족이 거기 있을 줄은….” 곽 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숨진 A 씨(62·여)의 조카사위 박모 씨(47)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박 씨는 “처고모가 오늘 함께 점심 드시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하셨다”며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슬퍼했다. 박 씨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해당 버스가 평소 A 씨가 타던 노선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같은 날 다른 사망자들이 안치된 전남대병원도 유족과 시민들이 몰려와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한 여성이 안치실로 찾아와 “어머니가 그 버스에 탔다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 된다”며 사정했다. 어머니 성함을 확인한 경찰이 “사망자가 맞다”고 답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B 군(17)은 이날 동아리 활동을 하려고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 군은 집안에서 사랑받는 늦둥이 외아들이라고 한다. 한 70대 여성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이윤태 oldsport@donga.com·이기욱 / 이소연 기자}

광주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지면서 콘크리트 잔해 더미 등이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객들이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버스 탑승객 9명이 사망했다. 9일 오후 4시 22분경 광주 동구 학동에서 재개발로 철거 공사 중인 높이 18.75m, 연면적 1592m²의 5층 상가 건물이 무너져 잔해가 30m 폭의 도로 전체를 뒤덮었다. 이 사고로 건물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1대가 건물 잔해에 파묻혔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현재 버스에 타고 있던 운전사와 승객 등 17명 가운데 8명을 구조하고 9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가장 어린 사망자는 17세 남자 고등학생이다. 30대로 추정되는 여성 1명, 4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4명, 60대 남성 1명, 70대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밤늦게까지 수색 작업을 했다. 운전사를 포함한 부상자 8명(50대 1명, 60대 2명, 70대 5명)은 모두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매몰된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D운수업체 관계자는 “현재 운전사는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조사 중”이라며 “매몰된 버스는 광주지하철 1호선 학동·증심사입구역 앞 정류장에 정차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5층짜리 상가 건물을 철거하던 중 외벽과 함께 공사현장을 둘러싼 비계(공사를 위한 가설물)가 무너지면서 버스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왕복 7차로 도로까지 콘크리트 구조물과 함께 토사가 흘러내렸고 맞은편 버스 승강장 유리가 깨질 정도로 큰 충격이 발생했다. 버스를 뒤따르던 승용차 3대는 사고 순간 급정거해 화를 면했다. 철거 작업 기간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0일까지로 예정돼 있었고, 해당 건물은 8일부터 굴착기를 동원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사고 당시 작업을 하던 4명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소방당국에 “철거 작업을 하던 중 ‘뚝’ 소리가 나 대피했다”고 전했다. 경찰 등은 철거 작업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공사 관계자와 목격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광주시소방본부는 9일 오후 4시 40분경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광주·전남에서 소방관 등 220명과 장비 64대를 투입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정류장에 버스 멈춘 순간 5층건물 와르르… 고교생 등 17명 매몰 광주 철거건물 버스 덮쳐 9명 사망“‘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땅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어요.” 9일 오후 4시 22분경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졌다. 사고 당시 맞은편 인도를 걸어가던 A 씨는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떨리고 불안감이 밀려든다. 건물이 내려앉으면서 폭음과 함께 건물 잔해가 가림막을 밀어내고 도로 쪽으로 쏟아졌다. 도로 옆 버스 정류장에 승객을 태우기 위해 멈춰 있던 ‘54번’ 시내버스를 순식간에 덮쳤다. 버스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도로 쪽으로 잔해 쏟아져 피해 키워건물 붕괴 현장 앞을 지나던 시민 3명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주변을 지나던 차들은 줄줄이 급제동하며 멈춰 섰고, 일부 운전자는 추가 붕괴를 우려했는지 다급히 차량을 후진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공사 관계자 1명이 흙먼지를 덮어쓰고 허겁지겁 뛰쳐나왔고 주변을 살핀 후 급히 사고 현장을 떠났다. 기울어지듯 건물이 붕괴하면서 잔해가 왕복 7차로 도로의 절반 이상을 가로막아 도로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 당시 아찔했던 순간은 현장을 비추고 있던 건너편 상점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은 건물 주변 정리를 한 뒤 철거 작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5층 건물 맨 위에 굴착기를 올려 한 개 층씩 철거하며 내려가는 방식이었다. 건물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부숴 갔다. 현장에는 굴착기 1대와 작업자 2명이 있었고 현장 주변에는 신호수 2명이 근무 중이었다. 갑자기 건물에서 ‘뚝’ 소리가 들리자 작업자 4명은 무너진 건물에서 극적으로 피했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는 작업자가 없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있던 승객이었다. 버스 안에는 운전사를 포함해 17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버스가 완전히 흙더미에 매몰돼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오후 11시 현재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크게 다친 채 구조됐다. 대부분 버스 뒤쪽에서 발견됐다.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돼 피해도 컸다.○ 주민들, 평소에도 불안감 느껴 사고 현장은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구역으로 사업 면적은 12만6433m²다. 재개발 사업은 낡은 상가와 주택을 철거하고 지상 29층, 지하 2층 아파트 19개 동 2282채를 새로 짓기 위해 철거를 하던 중이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사고 현장을 지날 때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철거 공사를 한다는데 보기에도 너무 허술했다. 저러다 무너지겠다 싶었다”며 혀를 찼다. 사고 직후 학동에서 화순 방면 도로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퇴근 시간대와 겹치면서 일대에는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소방당국은 날이 저물고 사고 현장에 잔해가 많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스가 가스 연료를 사용해 폭발 위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철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건물이 무너진 것을 보면 건물의 주요 부분을 건드린 것 아닌가 싶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철거 중에 건물이 붕괴했다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구조 작업을 마친 후 합동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광주=정승호 shjung@donga.com /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이윤태·이기욱 기자}

“선호야, 잘 가라. 가더라도 아빠는 용서하지 말고 가라.” 9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올해 4월 경기 평택항에서 화물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이선호 씨(23)의 아버지 이재훈 씨(60)는 흐느끼며 아들을 목 놓아 불렀다. 유족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봉행한 49재에서 아버지는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유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인의 장례는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오늘 아들의 영혼을 떠나보냈다”며 “육신은 보내지 못하는 아비의 찢어지는 마음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겠나”라며 오열했다. 대학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하다 숨진 이 씨처럼 청년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외주업체 직원 김모 씨(당시 19세)와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씨(당시 24세) 등 희생자가 나올 때마다 당시에만 주목받을 뿐 본질적인 개선책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의역 사고가 발생했던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만 18∼29세 청년 근로자는 모두 249명이 업무 도중 사고로 숨을 거뒀다. 이들이 목숨을 잃은 원인은 첫 번째가 ‘끼임’이었고 두 번째가 ‘떨어짐’이었다고 한다. 이런 청년들은 대부분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인 경우가 많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에서 산재사고 사망자는 모두 2486명이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6명꼴로 근속 기간이 6개월 미만인 미숙련 노동자들이었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20대 청년들은 젊다는 이유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고 하소연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선모 씨(24)는 지난해 여름 한 현장에서 느닷없이 “신호수로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선 씨는 “신호수는 건설현장을 통제하는 중요한 역할인데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투입됐다. 일이 익숙하지 않아 오가는 건설장비에 부딪혀 온몸에 멍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0대 근로자 A 씨도 “젊다는 이유로 ‘잡부’처럼 이리저리 투입돼 보조 업무를 떠맡는 일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근로자 이모 씨(29)는 “청년 근로자에게 기존 업무 외 추가 업무를 시키는 ‘악습’이 아직도 현장에 남아 있다”며 분개했다. 이선호 씨 역시 사고 당시 평소 본인의 업무가 아닌 컨테이너 청소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고인의 49재에 참석한 친구 이철우 씨(23)는 “현장에 가면 청년 근로자에게는 하루는 페인트칠, 다음 날은 철제 나르기 등 매번 다른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8년 경기 가평의 한 건설현장에서 아들 권지웅 씨(당시 28세)를 잃은 어머니 심인호 씨(54)는 “이선호 씨 뉴스를 보는 순간 아들이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며 “다시는 젊은 아이들이 헛되이 숨지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 씨는 당시 보조로 일하다 화재가 발생하자 현장에 익숙한 다른 직원과 달리 탈출구를 찾지 못해 숨을 거뒀다.김수현 newsoo@donga.com·이기욱·이윤태 기자}

“미국에선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기에 여행을 결심했어요. 다음 주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나면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요.” 대학생 A 씨(21·여)는 지난달 말 친구와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과 뉴욕을 오가는 비행기 삯은 1인당 약 200만 원으로 학생에겐 부담스러운 수준. 하지만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두 사람이 고민 끝에 미국행을 택한 건 미국과 유럽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국내에만 머물다 보니 1년 넘게 친구들과 교류가 끊기다시피 했다. A 씨는 “2차 접종이 끝나면 미국에선 마스크도 벗고 다닐 수 있다고 들었다”며 “3주 정도 미국 여행을 한 뒤 유럽으로 넘어가 친구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맞으려고 수능 볼 거예요” 2월 26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이제 100일이 넘었다. 방역당국은 13일이면 1000만 명 이상이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 30대 젊은이들은 접종 순서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일부 30대 예비군과 민방위 등은 미국이 제공한 얀센 백신을 맞지만, 상당수는 자칫하면 연말에나 접종이 가능하다. 30대 이하는 혈전 논란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잔여분 접종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으려고 묘안을 짜내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를 준비하는 B 씨(25)는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기로 했다. 조만간 9월 모의평가 등을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수능 수험생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비행훈련이나 항공사 취업에선 신체검사가 중요하다. 행여 코로나19에 걸리면 피해 막심이라 수능 응시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군인 중엔 백신 접종을 위해 ‘피 같은’ 휴가를 포기하기도 했다. 경기도 모 부대에 근무하는 C 병장(21)은 이달 말 전역을 앞두고 말년휴가를 스스로 반납했다. 휴가 날짜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예정일과 겹쳤기 때문이다. C 병장은 “1차만 맞고 집에 가는 것도 불안하고 그냥 접종 완료 뒤에 전역하는 게 훨씬 안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들이 주로 쓰는 익명 커뮤니티들에는 백신 접종 방법을 묻는 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한 곳은 이달에만 10건 이상 문의가 올라왔다. ○ 백신 맞고픈 청년 마음 보듬어야 7일 한 기업 20대 직원들의 화이자 백신 예약 러시도 백신을 맞고 싶은 청년들의 심경을 잘 드러냈다. 관련 기관의 명단 입력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정부는 취소 절차를 밟고 있지만, 대상자들은 순식간에 사전예약시스템에 몰려가 예약을 마쳤다. 해외에서 백신을 맞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접종 백신은 국내에서 아직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오면 미접종자와 마찬가지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출국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함께 뉴욕으로 간 A 씨도 비싼 돈을 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영문 음성 확인서를 만들어야 미국 입국이 가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재외동포 등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이들도 국내 입국 때 자가격리를 면제해 달라’는 취지의 글이 여러 건 올라오기도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앞으로 화이자 등 백신 물량이 늘어나면 잔여분 접종의 경우엔 20대 청년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걸 적극 알려야 한다. 세부 일정도 자세히 공개해 청년들의 백신 불안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기욱 71wook@donga.com·김윤이·지민구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는 운전 중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사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를 받아온 가수 김흥국 씨(62)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씨는 4월 24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사거리에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해 적색 신호에서 좌회전하던 도중 황색 신호에 직진하던 오토바이와 부딪힌 후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이후 김 씨는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정차한 차량을 오토바이가 치고 갔기 때문에 내가 피해자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당시 적색 신호에서 좌회전을 한 김 씨의 신호위반 과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가 좌회전하면서 오토바이의 진로를 막을 정도로 교차로에 깊숙이 진입해 충돌 책임이 김 씨에게 더 있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정호석·27·사진)이 어린이날을 맞아 아프리카 탄자니아 아동을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4일 1억 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탄자니아 아동 폭력 예방과 피해 회복 사업을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설립한 ‘원스톱센터(One Stop Center)’에 지원된다. 제이홉은 “따뜻한 나눔이 전해지길 바라며 국내 아동에 이어 해외 아동 후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이홉은 지금까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모두 7억 원을 기부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군 훈련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훈련병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육해공군 및 해병대 훈련소의 실태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훈련병의 식사와 위생, 의료 등 훈련 환경과 코로나19 대응체계, 격리병사 관리 현황 등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조사하겠다”며 “군 훈련소에서 교육 및 방역을 명목으로 훈련병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인권위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외부 전문기관이 인권위 조사관과 함께 훈련소를 방문해 조사한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같은 날 인권위에 “방역을 빌미로 훈련소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지는지 조사해 달라”며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한 벨기에대사의 부인이 한 옷가게 직원을 폭행해 논란이 커진 가운데 피해자 측이 사건 영상을 공개했다. 피해자 측은 피터 레스쿠이에 대사의 부인인 A 씨가 9일 옷가게 직원 2명과 다투는 모습이 담긴 가게 폐쇄회로(CC)TV 영상을 20일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A 씨는 계산대 안으로 찾아와 그를 말리던 직원의 얼굴을 때렸다. 또 다른 직원의 뒤통수도 폭행했다. 당시 A 씨는 이 가게 상품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후 A 씨가 밖으로 나가자 점원이 옷을 입고 그냥 나간 것으로 착각하고 뒤따라갔다가 시비가 붙었다. 피해자 측은 “오해가 생겨 크게 사과했다”는 입장이지만, A 씨는 가게로 다시 찾아와 폭력을 행사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A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나 출석 요구에 명확한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벨기에대사관 측은 “A 씨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건강을 회복하면 경찰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에게는 면책특권이 적용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일단 예약은 4명으로 해놓고, 당일 2∼3명 더 이용하는 건 상관없어요.” 경기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는 18일 오후 2시경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명 이상도 예약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 숙박시설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오히려 A 씨는 “문자메시지로 숙박인원을 확인할 때에만 저희 쪽에 ‘4명’이라고 답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모르는 일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숙박시설은 전화로 예약을 문의하자 “직계가족이 아니더라도 6명 이상 한 방을 잡아주겠다”며 대놓고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절대 안 걸린다”…고삐 풀린 방역 의식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5일부터 나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섰다. 1주간 평균 확진자가 629명일 정도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봄철 나들이객이 몰리는 관광지와 공항 등에선 최소 1m 이상 거리를 띄우는 기본 방역수칙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여행객들은 물론 관광지 인근 숙박시설조차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수칙을 위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봄철 ‘방역 의식’이 집단적으로 느슨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부 숙박시설에서는 업주가 먼저 여행객에게 “절대 걸릴 일 없다”며 단체 예약을 받아내기도 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 6명과 가평의 한 펜션을 빌려 여행을 다녀온 박모 씨(20)는 “오히려 펜션 사장이 먼저 ‘SNS에 후기만 안 올리면 된다. 현금 결제하면 걸릴 일 없다’고 예약을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펜션 내부엔 방문한 이들의 연락처를 적어두는 출입명부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해당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주에게는 최대 3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예약 인원을 속이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가 뒤늦게 확진자가 나올 경우 역학조사 등 감염경로 파악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m 거리두기 안 지키고 줄 서 제주 여행객 등 나들이 인파가 몰린 공항은 주말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17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 입구 두 곳을 합쳐 200명 넘는 인파가 다닥다닥 붙은 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적어도 1m 이상 거리를 두라는 방역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항 2층 외부에 마련된 흡연실에선 16명이 서로 한 발자국 떨어져 마주 보며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실내 흡연실을 이용할 때에도 2m 거리를 두고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방역수칙은 인파가 몰리자 무용지물이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봄철 나들이 특별방역대책’을 세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전국 주요 자연공원과 휴양림, 수목원, 놀이공원 등 집중점검에 나섰다. 중대본은 “봄철 나들이 여행은 가까운 곳으로, 단체여행보단 가족끼리 소규모로 가급적 당일 개인 차량을 이용해 다녀오는 걸 권장한다”고 밝혔다.유채연 ycy@donga.com·이기욱·이소연 기자}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촛불집회에 앞장섰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과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인적 쇄신하라”고 요구했다. 정지강 희망제작소 이사장과 김근상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이충재 전 한국YMCA 사무총장, 채수일 전 한신대 총장 등 재야인사 100여 명은 13일 ‘쇄신과 촛불 개혁을 위한 범시민전국연대’ 명의로 발표한 긴급 성명서에서 “현 정부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겸손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청렴강직하고 개혁적인 인물들을 발탁해 배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매서운 민심의 회초리를 맞았는데도 4·7 재·보선 결과에 반성하고 쇄신하고자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물쩍 요행만 바라지 말고 당과 정권 입장에서 벗어나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이 선거 참패에도 반성하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새롭고 청렴한 인사들을 찾아야 희망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확진자가 11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101경비단은 8일 첫 경찰 확진자가 발생하자 소속 경찰 및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9일 2명과 10일 1명이 추가 확진된 뒤 11일 7명이 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시설을 방역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을 모두 자가 격리하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101경비단에 근무하고 있는 한 미화원을 감염 경로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직원은 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초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던 직원 10명은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집단감염에도 청와대 경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직 근무 등을 서면서 같은 장소에서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자가 격리자가 생기긴 했지만 근무 인력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01경비단과 202경비단은 청와대 내·외부 경비를 담당한다. 서울경찰청 산하 조직이지만 대통령경호처의 지휘를 받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충돌 화재 사건’을 경찰이 수사 약 4개월 만에 대리운전기사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지 못한 데다 테슬라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리기사 A 씨(60)의 조작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로 지목돼 왔던 EDR가 손상돼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외에서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하는 전용 장비까지 들여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테슬라에서 제공한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운행 정보’를 토대로 사고 정황을 분석했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의 운행 정보를 원격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등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속페달만 작동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과수의 검사에서도 제동장치는 기계적 결함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차량이 벽에 충돌하기 10초 전부터 가속을 시작했고 4초 전부터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돼 시속 95km의 속도로 충돌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았으며, 추정 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텔레매틱스 운행 정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텔레매틱스 정보는 EDR 기록보다 정밀하지 않다. 판단 근거가 된 자료의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돌 전 ‘10초 동안’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도 논란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모델X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초 남짓이다. 이미 운행하던 차량에서 가속페달을 4초나 최대로 밟았다면 시속 100km를 넘겨야 맞다”고 했다. 김 교수도 “경험 많은 기사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는커녕 최대치로 밟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량이 급발진하며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기사 A 씨도 “차량이 급발진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해관계에 얽힌 제조사에서 제공한 자료가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이기욱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충돌 화재 사건’을 경찰이 수사 약 4개월 만에 대리운전기사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지 못한 데다 테슬라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충돌 전 가속페달 최대치로 밟아” 서울 용산경찰서는 “차량을 운전한 대리기사 A 씨(60)의 조작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로 지목돼왔던 EDR이 크게 손상돼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해외에서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한 전용 장비까지 들여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EDR에는 차량의 속도나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 작동 여부, 핸들 각도 같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테슬라에서 제공한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운행정보’를 토대로 사고 정황을 분석했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의 운행정보를 원격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등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속페달만 작동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과수가 차량을 검사했을 때도 제동장치에는 기계적 결함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차량이 벽에 충돌하기 10초 전부터 가속을 시작했고 4초 전부터는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돼 시속 95km의 속도로 충돌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았으며, 추정 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텔레매틱스 정보도 EDR 기록 못지않게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울러 CCTV와 사고재현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다각도로 분석을 거쳤다”고 말했다.●“최대치 밟으면 시속 100km 넘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론에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일단 텔레매틱스 운행정보를 믿을 수 있느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텔레매틱스 정보는 EDR 기록보다 정밀하지 않다. 판단 근거가 된 자료의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기사가 충돌 전 ‘10초 동안’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도 논란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모델X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초 남짓이다. 이미 운행하던 차량에서 가속페달을 4초나 최대치로 밟았다면 시속 100km를 넘겨야 맞다”고 했다. 김 교수도 “경험 많은 기사가 10초나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록이 텔레매틱스 정보가 그만큼 세밀하지 못하단 반증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차량이 급 발진하며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리기사 A 씨도 “차량이 급 발진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해관계에 얽힌 제조사에서 제공한 자료가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 대학생 정예진 씨(23·여)는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부산에 사는 부모님 역시 ‘월세살이’라 손 벌릴 여유가 없다. 정 씨는 여기서 계약 기간 6년을 꽉 채울 예정이다. 문제는 6년 뒤다. 정 씨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넥스트 플랜’이 떠오르질 않는다”며 한숨지었다. #2. 미국 유학생인 강모 씨(22·여)는 지난해 11월 울산에서 2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분양가 1억8000만 원은 직접 주식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마련했다. 물론 종잣돈 5000만 원은 부모님이 줬다. 하지만 그걸 4배 가까이 불린 건 강 씨다. 준공이 1년 정도 남은 아파트는 현재 분양가보다 7000만 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생존의 공간 vs 투자의 대상 “서른 살까지 빠듯하게 모아봤자 1억 원 아니겠어요. 요즘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10억 원이라는데 부모 도움 없이 내 힘으로 대출 받으면 9억 원을 받아야 하는 거네요. 60년 상환을 해야 하나…. 죽기 직전까지 집값만 갚으란 소리네.”(박모 씨·26) 청년들에게 ‘집’은 참 힘겨운 존재다. ‘청년과 청년이 만나다’에서 만난 청년 10명은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주택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집을 대하는 자세는 청년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집을 사는 곳으로 보느냐 투자처로 보느냐에 따라 부동산정책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집을 살 곳이라고 인식한 청년들에게 집은 ‘기본권’이란 인식이 강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 등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집을 ‘투자처’로 바라보는 청년들은 부동산정책이 투자 규제 완화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봤다. 요즘 직장인 박용화 씨(32)의 최대 관심사는 ‘기승전 주식’이다. 박 씨는 “2018년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면서 주식시장에 월급의 절반가량을 붓고 있다”며 “적금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을 불리지 않으면 집값의 오름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집을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보다 큰 정부를 원했고, 집을 투자처로 인식하는 청년들은 ‘투자 공부’ 등 스스로 해법을 찾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우린 모두 부동산정책의 피해자” “집값요? 신이 재림해도 해결 못 할걸요.” 조모 씨(30)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지난해 고향 강원도로 돌아왔다. 도저히 서울에서 자가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전세로 살며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방도 요즘엔 녹록지 않아 답답함은 여전하다. 청년 10명의 인터뷰 텍스트에서 드러난 특징은 다른 대목에서 발견됐다. 집에 대한 인식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격차가 아니라 오히려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실망과 시장에 외면당했다는 피해의식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오죽하면 청년 10명이 공통적으로 한 말은 “내 집 마련만 생각하면, 답이 없다”였다. 청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정예진 씨마저 “공공주택이 지금 당장 필요하긴 하지만, 여기에 발을 묶이는 기분이 들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해주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가 스스로를 부동산정책의 ‘공동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청년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말할 때 ‘실패’라는 단어를 공통으로 사용했다”며 “집값이 안정화될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접었고 정책 입안자인 86세대에게 요구하거나 주문하지 않는다. 어차피 말해봤자 듣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왜 하필 우리 세대에 와서 이러는 걸까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울산에 자기 집을 가진 강 씨조차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년들의 눈에 기성세대는 이미 부동산으로 자산 증식을 실컷 누렸으면서, 자신들 세대에게선 그 기회조차 빼앗고 있다는 분노가 배어 있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이미 부동산 막차를 놓쳐버렸다는 박탈감은 청년의 일생을 따라다닐 후유증을 남겼다”며 “적어도 부동산정책을 논할 때 청년 세대는 더 이상 극과 극이 아닐 수 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극과 극은 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이기욱 기자 ※ 동아닷컴 이용자들은 위의 링크를 클릭하여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에 대한 본인의 성향을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네이버·다음 이용자들은 URL을 복사하여 검색창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 벽을 들이받은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대형 로펌 변호사가 숨진 지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 원인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로 꼽혔던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가 해외에서 들여온 전문 장비로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찰로부터 사고 차량 분석을 의뢰받은 국과수는 기존 장비로는 EDR의 분석이 어려워 지난달 3일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할 전용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대당 580만 원가량 하는 이 장비는 모든 테슬라 차종의 EDR 기록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비 도입도 현재까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과수는 이달 중순 서울 용산경찰서에 “EDR 분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다. 서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서 국과수는 “사고로 인해 EDR이 크게 손상돼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정보 확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량의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EDR은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한 전문가는 “EDR 기록 정보에는 차량의 속도나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 작동 여부뿐만 아니라 엔진 회전 수나 핸들의 각도 같은 세세한 내용도 담겨 있다”며 “사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EDR은 사고로 경미한 손상을 입더라도 일부 정보는 추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EDR은 화재로 큰 손상을 입어 정보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모든 테슬라 차량은 원격 송수신 기능을 탑재해두고 있다. 테슬라 측에서는 이미 원격으로 사고 차량의 EDR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국과수가 사고 차량 분석에 실패할 경우 경찰은 테슬라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현재 테슬라 측은 “사고 차량에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무래도 자동차 제조사로선 자사 제품의 평판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과수 자체 분석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테슬라 측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를 토대로 진행한 수사 결과에 객관성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테슬라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이기욱 71wook@donga.com·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