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조선(북한)과 무역하기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단둥 지역의 중국인 대북 기업가 A 씨는 26일 본보 및 채널A 취재진과 만나 “중국 정부의 대북 제재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물품을 들여오지 못해 북한 내에 소유한 공장이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대북 제재 품목이 아니더라도 북한에 물품을 많이 수출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대북 기업을 단속해 처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A 씨 주변에서는 대북 수출을 많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명이 조사받거나 체포됐다. 일부는 “돈 벌러 가는 사람들을 왜 막느냐. 중국 사람을 왜 제재하느냐”며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정도였다. 그는 “단둥 조선족기업가협회 간부인 (중견) 대북 기업 대표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나 외부 접촉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강하게 반대하는 중국이 6월 미국이 제재 명단에 올린 다롄국제해운 대표를 조사하고 있는 것은 대북정책의 중요한 변화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조사는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그치지 않고 중국 내 대북 거래 기업 전반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단둥훙샹(鴻祥)그룹 마샤오훙(馬曉紅) 회장 체포가 일회성이 아니라 중국의 북-중 무역 관련 기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미국 재무부가 제재 대상에 올린 단둥둥위안실업 쑨쓰둥(孫嗣東)도 중국 정부가 조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대북 거래하는 중국인 가운데 중국 당국의 조사를 안 받은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자국 기업을 조사하면서 북한과의 거래 과정에서 밀수 등 국내법을 어긴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독자 제재 압박에 밀려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른 소식통은 “단둥이 포함된 랴오닝(遼寧)성에만 약 300곳의 대북 거래 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의 조사 및 처벌에 따른 영향으로 중소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무역의 거점인 단둥에서는 신의주 여행을 독점하는 G여행사 왕모 대표가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G여행사는 신의주 지방의 대형 위락시설 건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항을 운영하는 르린(日林)그룹 왕원량(王文良) 회장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다가 도피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거래 기업 상당수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대북 기업 전체가 북한과의 거래에서 움츠리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신의 방식으로 북한을 서서히 조이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규모가 큰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금융제재 대상이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북 거래를 자제하거나 아예 손을 떼려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단둥=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물건 갖고 (북한) 가려는데 통행 가능합니까?”(북한 무역상) “오늘 아침에도 차가 다녔어요. 통행 가능합니다. 지금은 해관에서 (물품) 검사 중이라 (잠깐) 안 된답니다.”(중국 무역상) “저녁엔 분명히 되는 거죠?”(북한 무역상) “저녁엔 분명히 됩니다.”(중국 무역상) 24일 오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해관(세관) 앞에선 이처럼 작은 소동이 있었다. 중국과 북한 무역상들은 이날 북-중 무역의 상징으로 단둥∼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통행이 가능한지 물으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화물을 실은 차량과 미니버스 등이 북한 신의주로 넘어가는 모습이 포착돼 다리 통행이 가능한 상태였다. 통행이 가능한지를 놓고 소동이 벌어진 이유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이날부터 열흘간 중조우의교가 폐쇄된다는 보도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일보·채널A 현지 취재 결과 다리 일시 폐쇄는 다음 달 10일 이후로 연기됐다.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에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보수공사를 하기 위해 다리를 폐쇄한다고 단둥 세관을 통해 공지했다. 주말에 철교 통행이 중단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폐쇄 예정 기간은 5일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철교 표면을 수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다리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4일 오후가 돼서야 중국 측은 급하게 세관에 붙였던 공지문을 떼어냈다. 이를 확인하지 못한 요미우리신문과 일부 단둥 소식통이 이날까지도 다리가 폐쇄됐다고 알린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갑자기 보수공사를 연기한 것은 북한산(産) 직물과 섬유 제품을 수입해 의류를 만들어 북한 등에 수출하는 중국 임가공 업체들이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9월 북한산 직물·섬유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전에 계약이 체결된 물량에 대해서는 다음 달 10일까지 한시적으로 수입을 허가하는 유예 기간을 줬다. 유예 기간 만기가 다가오면서 중국 임가공 업체들이 북한산 직물·섬유 제품을 최대한 많이 수입해 수익을 내려는 상황에서 중조우의교가 다음 달 초까지 폐쇄될 경우 이 업체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며 항의했다는 것이다. 중조우의교는 북-중 합의에 따라 1년에 한두 차례 보통 10일간 보수공사를 해왔다. 2015년 10월과 지난해 8월에도 열흘간 보수공사로 철교가 폐쇄됐다. 올해에는 8, 9월경 주말을 포함해 3, 4일 정도 보수공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보수공사를 계속 미뤄오던 중국이 하필 이 시점에 공사를 시작하려 한 데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북한에 특사로 보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했으나 면담이 거부된 데 대한 불쾌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임시 폐쇄는 유지 보수를 위한 조치일 뿐이다. 철교의 상태가 위험하기 때문에 폐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러시아 경제개발부, 극동개발부와 북한 대외경제성은 내년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쿼터를 현재 4만 명 선에서 2만5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것이지만 러시아가 중국에 이어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 제한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단둥=정동연 채널A 특파원 call@donga.com / 윤완준 특파원}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처리에 대한 중국의 요구를 한국이 수용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중관계 전면 개선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22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한국에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압박하면서 한중 군사당국 간 사드 협의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한 반면에 한국은 “사드 문제는 일단락됐다”며 사드 언급 여부 자체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간 회담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사드 문제를 첫머리에서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불)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며 “한국이 계속해서 사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양국이 최대한도로 이견을 줄이며 양국 관계의 전면적인 회복을 위해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왕 부장이 강 장관에게 한중 합의 사항인 사드 협의를 위한 군사 당국자 채널 소통을 “조속히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중이 10월 31일 관계 개선에 합의했지만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추가 조치를 취해야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3불(不)에 더해 ‘3불1한’(三不一限)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신문은 “왕 부장이 한중 회담에서 한국의 3불1한 입장 표명을 언급했다”며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사용에 제한을 가해 중국의 전략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3불1한은 10월 한국이 중국에 이미 약속한 것”이라며 “3불1한 (이행)이 문재인 대통령 방중의 온도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추시보는 “이것이 중한관계 교착 타개의 기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도 이날 “한국이 사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한중관계 전면 개선의 조건을 만든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중국이 우리 정부 측에 △사드 레이더 내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 △사드에 대한 기술적 설명 △경북 성주기지 현지조사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외교회담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중순 중국 국빈방문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다음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미래 양국 관계의 발전에 대한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왕 부장의 발언만 소개했다. 중국이 이미 배치된 사드에 대해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관계 개선의 조건이나 문 대통령 방중의 성과와 연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 장관은 23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왕 부장에게 문 대통령 방중에 앞서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방북을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요청 등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중 회담 결과를 전한 한국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사드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의 사드 압박에 대해 “(한중 간에) 서로 인식이 다른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상회담에서 어떤(사드) 얘기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지만 우리는 (사드는) 일단락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중국 측의 ‘한중 간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 합의’ 표현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한중 간 인식 차이와 이견이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이런 상황을 잘 관리해 가자는 의미라는 점을 강 장관이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확인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측이 10월 31일 공동발표문이 첫 단계이고, 이후 한중 군사채널을 통해 배치된 사드에 대한 중국 측 우려를 불식할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과 정부의 인식은 상반된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중국이 단계적으로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철수한다는 이른바 ‘사드 처리의 단계적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한국에 사드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를 한중 간 합의 내용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지만 “사드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던 한국 정부는 제대로 된 반박조차 내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2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화 회담 모두 발언에서 “얼마 전(지난달 31일) 중한 양측은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해 몇 가지 합의를 달성했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에 임시 배치되는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 한국의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는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行必果)”말이 있다“고까지 하면서 ”한국 측은 계속에서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에 사드 철수를 압박했다.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달 방중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의 논리대로면 한국은 한중관계 개선을 대가로 사드 철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는 주장을 처음 꺼낸 뒤 왕 부장이 이를 재차 거론하면서 지난달 31일 한중 발표문에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던 강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단계적 처리 합의’에 발언에 대해 어떤 반박도 없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에게 ‘단계적 처리’의 의미에 대해 ”단계를 밟아 최종적으로 한반도에서 사드를 제거(철수)하라는 것“이라며 ”첫 단계는 지난달 31일 한중 합의“라고 밝혔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앞서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는 회담 시작 전후 회담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왕 부장이 강 장관에게 사드 문제를 잘 처리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발표문에서 ”한국 측이 사드가 제3국(중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중국의 전략안보 이익을 해치지지 않는다고 확실히 밝혔다“며 사드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강 장관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양제츠(楊潔¤) 외교 담당 국무위원 및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 면담도 요청했으나 무산됐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와의 면담을 거부한 것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한 김정은의 노골적 불만 표시이자 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중과 북-미 간 갈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쑹 부장이 귀국한 다음 날인 21일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면 최하단에 쑹 부장의 귀국 사실만 짧게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3면 왼쪽 하단에 1단 기사로 쑹 부장의 방북 및 귀국 사실을 간단히 보도했다. 이는 쑹 부장이 방북 3박 4일 동안 김정은을 면담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2012년 11월 리젠궈(李建國) 정치국 위원이 특사로 방북했을 때 두 신문은 김정은과 리젠궈의 회동 결과를 자세히 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21일자 1∼3면에 김정은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쑹 부장이 평양을 떠난 20일 김정은이 쑹 부장을 무시하고 평양이 아닌 지방에서 자기 일정을 소화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특사 파견은 김정은 면담이 1차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특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시 주석은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 쑹 부장이 빈손으로 귀국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대화 조건을 전하고 대화 복귀를 설득해 보려던 시 주석의 특사 외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핵을 둘러싼 북-중의 파열음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1일 ‘북-중 관계는 한반도 상황에 직결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중이 양당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북 양국은 핵 문제에서 심각한 이견이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21일 “특사로 가서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997년 방북했던 중국 특사단이 김정일과 만났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곤 특사단은 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중국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이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에서 귀국한 항공편이 마지막이었다. 중국국제항공은 수요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 쑹 부장 면담을 거부한 데 대해 중국 측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대를 모았던 특사 외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시 주석의 체면도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국제항공 홈페이지에서 22일(수요일)부터 베이징∼평양 노선을 예약하려 하면 해당일에 항공편이 없다는 안내가 나온다. 중국국제항공 공보 담당자도 21일 AP통신에 “만족스럽지 못한 경영활동으로 인해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며 “마지막 운항은 20일이었고 언제 운항을 재개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운항은 쑹 부장이 타고 20일(월) 오후 6시 10분경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항공편이었다. 쑹 부장이 평양으로 출발했던 17일(금)을 비롯해 이전에는 월·수·금 주 3회 정상적으로 하루 1회 왕복 노선이 운항됐다. 중국국제항공은 4월 수요 부족을 이유로 베이징∼평양 노선 수를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상황을 들은 바 없다. 이런 상황이 있더라도 항공사가 운영 상황과 시장 상황에 따라 운영계획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국제항공의 운항 중단으로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노선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회 운영하는 고려항공만 남아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의 무기 개발 등을 지원한 중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대북 제재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후 중국이 북한에 특사까지 보내면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중국 특사가 빈손으로 귀국한 것이 미국의 압박에 명분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오래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어야 했다.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며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게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북-미 대화가 성사되기 어렵다면 좀 더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발언이다. 또 “북한 정권은 법을 지켜야 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며 “오늘 이 조치를 하면서 우리는 멋진 젊은이였던 오토 웜비어와 북한의 탄압에 의해 잔인한 일을 겪은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무부 법률관련 부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확실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백악관이 강경한 태도로 밀어붙여 재지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와 미국 등의 독자 제재를 받아온 터라 재지정에 따른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별도 브리핑을 통해 “매우 상징적인 조치로,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의 제재들이 다루지 못한 다른 많은 행위를 금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은 미국 정부에 “재지정을 하더라도 미국의 국내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점과,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담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고위 외교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이 북-미 간 대화 채널을 언급했지만 8월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15개 안팎의 중국 기업에 대해 독자 제재를 하는 것도 이런 기조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가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이는 2주에 걸쳐 마련될 것이다.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돕는 기업이나 개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각국이 정세 완화와 대화, 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가 정확한 궤도로 되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도 “북-미 간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위은지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박 4일의 방북을 마치고 20일 오후 6시 10분경(현지 시간)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왔다. 쑹 부장은 베이징공항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20여 분간 환담한 뒤 취재진에 특별한 언급 없이 떠났다. 쑹 부장이 이날 평양을 떠나기 전 김정은을 면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쑹 부장의 방북 결과를 전하는 관영 신화통신 보도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신화통신 보도 이후 쑹 부장의 귀국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면담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신화통신 중문판은 “쑹 부장은 17일부터 20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조선노동당의 중앙 지도자(영도인)와 회견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앙 지도자’는 일방적으로 당의 중앙정치국을 가리키지만 김정은인지 리수용이나 최룡해를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과거 중국 대표단이 김정은을 만났을 경우 이름을 명시하거나 최고영도자라는 표현을 써 왔다”고 전했다. 회담 내용에 대해 신화통신은 “쑹 부장이 북한 측과 한반도 문제와 양국관계 등 공통 관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한 노동당은 (북-중) 양당 교류 강화를 원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오늘 양당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쑹 부장의 성과로 북-중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표현한 것은 북-중 간 북핵 해법에 대한 이견을 노출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이 쑹 부장과의 면담을 거부해 불발됐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하려던 북핵 대화 조건에는 거부의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제재를 계속해온 시 주석에 대해 김정은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어서 특사를 통해 김정은에게 메시지를 전하려던 시 주석의 체면에도 크게 흠집이 난 것이다. 최룡해와 리수용이 먼저 만나 쑹 부장이 가져온 메시지에 돌파구가 없다고 판단한 김정은이 면담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8일 북한 외교 총책인 리수용 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당 중앙위 주최 연회에 참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회담에서 쌍방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 정세, 쌍무 관계를 비롯해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가 논의됐음을 뜻한다. 중국 대외연락부는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회담 결과에서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쑹 부장이 “중북 양측이 양당 관계와 양당 대외 부문 교류 등 공통 관심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20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쑹 부장이 김정은을 만났는지는 19일 밤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쑹 부장이 17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김정은을 위한 선물을 줬다고 전해 쑹 부장과 김정은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쑹 부장이 김정은을 만나면 시 주석 등 북핵 관련 한미중 정상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대다. 다만 쑹 부장이 김정은을 만나더라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같은 미국의 대화 조건을 당장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달 초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북제재 압박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김정은은 아직 핵 포기나 대화 복귀와 관련한 어떤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태도가 변했다고 볼 수 있는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중국 대외연락부가 쑹 부장의 최룡해, 리수용 면담 결과를 전하면서 강조한 것은 중북 간 전통 친선 우호 관계 및 교류 회복이었다. 중국이 이번 방북의 목적을 중북 관계 개선과 당 교류 회복 등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도 국제사회와의 대화 가능성에 차단막을 쳤다.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계속되면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세운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에 대해서도 “현실은 그런 것들과 거리가 멀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중국 관영매체들은 쑹 부장의 방북에 대한 한국 미국의 기대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18일 사설에서 “쑹 부장은 마술사가 아니다. 방북에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환추시보는 “쑹 부장의 방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으나 쑹 부장은 (대화의) 문을 조금 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쑹 부장 방북에 이어 다음 주초로 예고된 미국 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 발표가 북한 문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의 3색(色)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17일 방북했다. 쑹 부장은 이날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회동했다. 앞서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 귀빈실에서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30여 분간 환담했다. 쑹 부장은 3박 4일로 예상되는 방북 기간에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미중, 한중 정상들이 조율한 메시지를 들고 김정은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쑹 부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가 있으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등 도발 중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김정은에게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쑹 부장의 방중 전날 큰 기대를 나타낸 것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쑹 부장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할 메시지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긴밀하게 조율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쑹타오가 (북한을 압박할) 강경한 메시지를 가지고 간다고 알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발언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6일(현지 시간) “북한이 2개월여간 도발을 멈춘 상황을 미군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제시한 구체적인 대북 대화 조건도 쑹 부장의 메시지에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매티스 장관이 “그들이(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직후로 예상되던 테러지원국 지정 발표를 미룬 것도 김정은이 쑹 부장을 통해 북핵 문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쑹 부장은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전달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대북 메시지도 김정은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요청을 포함해 남북대화 의지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정은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중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에게 “평창 올림픽 때까지 도발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쑹 부장은 한국 정부의 이런 메시지도 김정은에게 전할 예정이다. 지난달 집권 2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협력과 공영의 신형 국제관계를 선언한 뒤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과 전방위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북-중 관계가 최악인 만큼 시 주석은 쑹 부장을 통해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 원유 공급 중단 같은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김정은을 압박할 것이 유력하다. 한편 미국은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막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백악관이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떠나기 전에 요격하기 위해 40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방어청(MDA)이 올해 80억 달러를 받은 것에 더해 새로운 북한 미사일 요격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부근 요격은 ‘발사 전’ 단계와 ‘발사 직후’ 단계에 이뤄진다. 발사 징후가 보이면 사이버 무기를 활용해 북한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발사 직후엔 한반도 부근을 떠나기 전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요격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미 서부 해안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한 핵탄두를 요격하는 ‘3중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정동연 채널A 특파원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오전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에 특사와 대표단을 보낸다. 큰 움직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라고 적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17일 방북하는 쑹타오(宋濤·62·사진)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러시아 하원의원 대표단도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청으로 27일부터 닷새간 북한에 방문한다고 러시아-북한 의원친선그룹 간사인 카즈베크 타이사예프 의원이 16일 밝혔다. 중러 양국이 북한 방문외교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확인하고 돌아올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 순방 결과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시 주석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멈추는’ 쌍중단(雙中斷)을 북핵 해법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그동안 중국이 주장해 온 쌍중단 옵션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미중 정상이 합의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쌍중단 배제 합의를 설명하며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 정권에 대해 그의 거대한 경제적 지렛대를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핵 동결로는 군사옵션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 주석에게 직접 밝혔다는 뜻이다. 1994년 북한이 핵 동결을 약속한 제네바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을 들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만이 북한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는 점을 아시아 순방을 통해 못 박았다는 의미로도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때 평택 미군기지에서 대북 군사옵션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관심을 모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쌍중단 배제 합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말로, 정상 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상 간 논의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위은지 기자}
16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 CJ로킨 본사. CJ대한통운이 인수한 중국 기업인 이곳에선 이날 ‘TES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TES는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시스템(system&solution)을 합친 말이다. 이곳은 CJ대한통운이 개발한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중국 내 고객 기업들에 최적화된 첨단 물류 시스템을 제공하는 연구개발(R&D)센터다. 대형 로봇청소기를 연상케 하는 자율주행 운송로봇들이 빙글빙글 작동을 시작하더니 주문받은 재고 상품을 지정한 위치로 정확히 운반했다. 다른 곳에서는 로봇들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있는 곳으로 정확히 이동해 직원이 주문 상품을 분류하는 걸 돕고 있었다. CJ로킨 측은 “직원이 분류-포장을 진행할 경우 1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22.5km를 걸어야 한다”며 “이를 로봇이 대신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또 “로봇 기술은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 역시 도입하지 못한 첨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봉합 이후 한중 간 첫 경제교류 행사였다. 최근 한중 경제교류 회복 분위기를 반영한 듯 중국물류구매연합회 추이중푸(崔忠付) 부회장과 상하이물류협회 장웨라이(張悅來) 대표 등 현지 물류업계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은 “한중의 사드 합의 발표 이후 한중 기업들의 교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5000여 명인 CJ로킨은 올해 48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2년 전 CJ로킨을 인수할 당시 매출액은 3400억 원이었다.상하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관영 중국중앙(CC)TV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떠난 10일 밤 시사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방중 최고의 인물을 선정했다. 주인공은 시진핑 국가주석도,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였다. 국민 앵커 바이옌쑹은 “트럼프 방중 최고의 인물에는 단지 하나의 답만이 있다”며 흥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의 딸인 아라벨라는 두 정상의 만찬장에 영상으로 등장해 익숙한 중국 노래를 불러 중국인들을 기쁘게 했다. 게스트로 나온 쑤거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신(新)시대 외교에 따라 중미 최고 지도자의 현 세대에서 다음 세대까지 양국의 우의가 이어져 내려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시대 외교는 시 주석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내놓은 ‘신형국제관계’다. 쑤 원장은 “(중국) 문화의 매력”까지 거론하며 트럼프에게 2500억 달러의 투자 선물을 안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승자가 중국임을 역설했다. ‘미국 대통령 손녀도 중국 문화를 배운다. 시 주석은 그런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과시하는 것이다. 사드 문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31일 한중관계 개선 의지를 양국이 발표한 날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는 봉인됐다. 앞으로 중국이 사드를 거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들은 “중국이 사드 철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란 듯이 사드를 거론했다. “한국이 역사적 책임을 기초로 중한관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드 철수를 압박했다. 리커창 총리도 문 대통령에게 한중이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서 공통 인식에 도달했다. 한국이 성실히 계속 노력해 중한관계 발전의 장애를 깨끗이 제거하기 바란다”고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을 취재하니 중국은 지난달 31일 한중 발표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不) 표명을 사드 철수의 1단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3불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으며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는 것이다. 2단계는 군 채널 등 한중 협의를 통해 사드를 최종적으로 철수시키는 것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리 총리의 말처럼 이런 단계적 철수 해법에 한중이 공감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중국 측은 10월 31일 한중 발표문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사드 철수의 단계적 해법’에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측이 사드는 봉인됐다며 외교 성과를 알리고 있던 시간에 중국은 강 장관의 3불 표명을 첫 단추로 사드 철수를 위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자평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중 간에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중국 입장에 따르면 사드는 봉인된 것도, 봉합된 것도 아니다. 한중관계 개선은 시 주석이 거둔 신시대 외교 성과 중 하나이자 사드 철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윤활유 같은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사드 합의는 시 주석이 국익을 양보하지 않았음을 자국민에게 선전할 수 있는 ‘아라벨라’가 될 수 있다. 다음 달 방중 정상회담에서는 사드가 거론되지 않는다 해도 중국이 사드 철수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는 한 한중관계 개선에 계속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중이 얼마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데서 공통된 인식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리 총리 간 13일 회담에서 “사드 문제 자체는 거론되지 않았다.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촉구한 것은 없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화통신은 14일 새벽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전날 필리핀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리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계속해서 성실히 노력해 중한관계 발전의 장애를 깨끗이 제거하기를 바란다. 중한관계가 정확한 궤도를 따라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확실히 보장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여기에서 ‘장애를 깨끗이 제거하라’는 것은 곧 사드 철수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단계를 밟아 최종적으로 한반도에서 사드를 제거(철수)하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철수하라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드 처리의 첫 단계는 지난달 31일 사드 문제를 봉합하고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한중 합의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밝힌 이른바 ‘3NO’에 대해 중국 측이 유의한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는 것이다. ‘3NO’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가입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미일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2단계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양국 군사 채널을 통해 (사드 철수 관련)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리 총리가 말한 사드의 단계적 처리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중한 양국은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일치된 신호를 보냈다.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중한 양국관계 발전의 장애를 제거하는 것은 양국 공통의 바람이며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답변했다. 중국 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중국은 △1단계로 한국의 ‘3NO’ 입장에 따라 한중관계를 개선하되 △2단계로 사드 철수를 위한 한중 간 협의를 진행하는 데 한중 양국이 공감을 이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선(先) 한중관계 개선 후(後) 사드 철수’라는 얘기다. 중국 측의 이런 인식은 “사드가 봉인됐다. 중국이 앞으로 이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청와대)이라는 한국의 인식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과 베트남은 중요한 인식 일치에 따라 해상(남중국해)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모든 형태의 해상 협력을 안정적으로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이렇게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 역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좋은 조정자나 중재자가 될 수 있다. 조정이나 중재가 필요하면 내게 말하라”고 강조했다. 쩐다이꽝 주석은 회담에서 “남중국해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 자유로운 무역을 지키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그간의 중국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중국의 금기를 건드린 셈이다. 집권 2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갈등 관리 및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앞세운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아시아 내 경제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본격화할 태세다. 중국의 전방위 공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아시아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감지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급하게 내놓은 전략이 ‘인도 태평양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인도 태평양(구상)’의 비전을 공유하게 돼 영광”이라며 “미국 의회가 1817년 아시아에 미군 군함 배치를 처음 승인했다. 우리는 인도 태평양에서 오랫동안 친구, 파트너이자 동맹이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태평양 구상에 대해 미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은 (남중국해 등) 중국의 군사 경제적 공세를 걱정하는 국가들과 밀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미국과 인도의 유대관계가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의 미래와 세계 인류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며 인도의 인도 태평양 구상 참여를 공식화했다. 앞서 12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인도 태평양 핵심 국가가 국장급 회동을 열자 중국 외교부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협력 우호 발전의 시대적 조류에 순응하라”고 비판했다. 앞서 시 주석은 9일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태평양은 중미 양국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넓다”며 경계의 뜻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직후 방문한 베트남에서 응우옌푸쫑 서기장과 일대일로와 양랑일권(兩廊一圈·중국-베트남 철도 건설) 협력 이행 문건에 합의했다. 베트남에서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도 만나 “중국은 필리핀과 같은 길을 걷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일대일로와 필리핀 발전 전략을 연계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태평양 구상 참여에 유보 입장을 보인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일대일로 건설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답을 얻어냈다. 심지어 인도 태평양 구상의 핵심 축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도 “일대일로 구조 내 협력을 가급적 빨리 실현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관계 개선을 공식화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시 주석의 전방위 공세에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베트남통신사는 중국 관영 매체 보도와 달리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시 주석에게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법에 기초해 해결하자. 상대의 적법한 권리를 존중하자”고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동남아 국가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APEC 정상회의에서 “(동남아에서도) 만성적인 무역 불균형 문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미국을 첫 번째에 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와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인 영향력 감소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분석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1682억 위안(약 28조5900억 원).’ 11일 0시부터 밤 12시까지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축제 ‘광군제(光棍節)’에서 기록한 총 매출액이다. 단 하루 만에 현대자동차의 3분기(7∼9월) 매출액(24조20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괴력을 보여준 것이다. 광군제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의 표정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했다”는 반응으로 양국 간 해빙 무드가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조금씩 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매출액은 지난해 1207억 위안(약 20조5000억 원)보다 39.3% 증가했다. 매년 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데 전년 대비 증가율마저 지난해 32.3%에서 더 뛰었다. 광군제는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을 기념하고자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해 만든 행사다. 중국에서는 ‘1’자가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11월 11일을 ‘독신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올해 광군제에는 14만 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폭발적인 성장의 견인차는 모바일 활성화와 글로벌 매출 확대였다. 올해 모바일을 통해 상품을 주문한 비중은 90%로 지난해(82%)보다 늘었다. 한국에서는 중국 최대의 유통행사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떤 실적을 거둘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 소비자들이 광군제에서 구매한 국가별 상품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 미국에 이어 3위였던 것보다 두 계단 하락했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이 냉각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광군제 판촉 광고에는 배우 전지현이 깜짝 등장했다. 이른바 금한령(禁韓令)이 풀린 셈이다. 전지현은 지난해 말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오포(OPPO)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광고 출연을 전면 금지하면서 올해 4월부터 광고에 등장하지 못했다. 광군제 당일에는 중국 국영방송이 국내 면세점 물류센터의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광군제가 막바지를 치닫던 11일 오후 11시 20분(현지 시간) 중국중앙(CC)TV2 채널은 인천에 있는 갤러리아면세점 물류센터 현장을 2분 46초간 생방송으로 연결했다. 광군제에서 팔린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데 분주한 물류센터의 모습을 담았다. 국내 유통 기업이 중국을 상대로 대규모 프로모션에 들어간 것은 이달 초부터였다.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양국 외교부가 발표하면서 봉인이 해제된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광군제는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위한 첫 시험대이기도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5∼11일 중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났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중국어판 웹사이트도 1∼11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11일 하루 동안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4억5600만 위안(약 7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39%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이랜드의 모직 더플코트로 24억 원어치가 팔렸다. LG생활건강은 티몰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광군제 때보다 68% 많았다. 한방화장품 ‘후’ 브랜드의 천기단 화현세트는 지난해보다 160% 늘어난 3만1000개가 팔렸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는 “(한중 관계의)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드 문제로 야기됐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4개월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나란히 붉은색 넥타이를 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거의 만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일단 한중 관계 정상화는 합의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예정된 시간을 20분가량 넘긴 50분간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한중 간 북핵 등 전략 대화를 위한 새로운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하지 않았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베트남에 합류해 양제츠(楊潔호) 국무위원과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리더십 강화를 천명한 이른바 ‘시진핑 사상’도 언급됐다. 시 주석은 “오늘 회담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새 시대 비전 실현 과정에서 한중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엔 동의했지만 구체적 해법은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시 주석은 북한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 해법을 강조했다. “한국이 북한과 다시 대화와 접촉을 시작하고 화해와 협력을 회복하길 권한다”고도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 단계적으로 보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한중 정상이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노영민 주중 대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문제가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야기됐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봉인’된 사드 문제 다시 꺼낸 시 주석 하지만 시 주석이 회담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드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는 회담 후 사드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이 지난달 발표한 합의문을 평가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에 (사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와 결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대해 “중대한 이해관계 문제에서 양측이 역사적 책임에 바탕을 둬 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양국 인민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봉합에 따른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도 종국적으로는 한국이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압박도 빼놓지 않은 것이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기존 합의문의 입장과 같다. 사드 문제를 두고 이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 주석이 사드 철회 입장을 당장 거두긴 어렵다. 오히려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한 합의가 본인 의지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초 회담 의제로 다루지 않기로 한 사드 문제를 시 주석이 재차 거론한 것을 두고 지난달 사드 합의 과정에서 중국이 요구했던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이른바 ‘3노(NO)’ 이행을 한국에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과의 회동을 마친 문 대통령은 12일 ‘아세안+3’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했다. 다낭=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뒤 베이징에서 미국 매체들과 만나 “시 주석은 안보리 대북 제재가 즉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시 주석이 제재는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라는 결과로 나타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면서도 “시 주석의 견해로도 북한 정권이 제재의 효과(영향)를 완전히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제재의 압력을 느끼고 있어 제재 효과가 있으며 김정은의 태도 변화 때까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당신은 스트롱맨이다. 북한의 매우 강력한 이웃이고 그들 무역 경제활동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시 주석이 나를 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북한을 고립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틸러슨 장관이 전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요구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는 유보 입장을 표시하면서 중국 내 북한 계좌 폐쇄,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 추방에 대해서는 이행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자국 노동자 17만 명에 대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말까지 귀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아사히신문이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유엔 제재 결의를 수용한 중국과 러시아가 더 이상 북한 노동자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귀국 명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봉제공장 직원 및 식당 종업원 등 12만 명, 러시아에 벌목공 등 5만 명을 파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파트너인 중국인 경영자의 사정을 고려해 일단 8만 명을 연말까지 귀국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내년 중 철수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중국에 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북한이 60일 동안 핵무기나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이세형 기자}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 이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 11일(현지 시간) 오후 열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베트남 다낭에서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말 한중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한 후 처음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중일 아시아 순방 외교 직후 열리는 것이어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올 하반기와 내년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넉 달여 만이다. 첫 회담에서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중국 측과 실무회의를 열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방문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중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다낭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드 등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됐던 사안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않고 북핵 문제와 양국 간 경제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방한으로 한미 북핵 공조를 재확인한 문 대통령은 중국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연내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내년 초 방한 일정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확대를 핵심으로 한 ‘신남방정책’을 내놓은 문 대통령은 북핵 공조와 양국 교류 확대를 당부할 예정이다. 다낭=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상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한국 중국 순방이 10일 막을 내렸다.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예측 불가하고 충동적인 미국 정상을 맞은 3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의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모두가 다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우리나라는 동서양의 조화를 꾀하는 절제된 의전과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하는 ‘진심 의전’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로 3국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말하고 웃었다는 평이 뒤따랐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맞이한 일본은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 외교를 선보이며 정상 간 친밀감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5일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세계적 골퍼 마쓰야마 히데키를 섭외해 황제 골프 접대를 펼쳤다. 중국은 8일 오후 미국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자금성을 통째로 휴관하는 ‘황제급 의전’과 284조 원짜리 돈 보따리를 내밀어 껄끄러웠던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졌던 한중일 의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품격과 절제취타대-사물놀이 가락에 트럼프 어깨 들썩… 청와대 만찬땐 술 대신 다이어트 콜라 준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름다웠다.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극찬한 전통 의장대의 환영 퍼레이드는 사실 작은 실수와 함께 시작됐다. 7일 오후 미 대통령 전용 리무진인 ‘캐딜락원’이 청와대 인근 분수광장에 다다르자 조선시대 ‘왕의 위엄’을 세웠던 취타대가 아리랑 연주를 시작했다가 이내 멈췄다. 의전팀이 탄 차량을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으로 착각한 것. “아! 아니었네.” 짧은 탄식이 흘렀지만 취타대는 긴장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자 힘차게 연주를 시작했다. 캐딜락원은 조선시대 어가행렬처럼 호위를 받으며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서 ‘국빈방문’의 서막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내내 이 장면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던 한국 정부의 마음가짐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향에 맞추려고 했던 일본이나 화려함을 앞세운 물량공세로 나온 중국과 달리 한국적 색채를 담은 절제된 의전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국빈만찬은 동서양의 조화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메인 메뉴인 가자미구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 가자미로 만들었다. 미국은 6월 백악관 만찬에서 문 대통령을 위해 가자미구이를 내놓았다. 만찬 공연에서 연주자 정재일 씨와 유태평양 씨는 ‘축원과 행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사물놀이 가락 위에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연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듬을 타면서 어깨를 들썩거렸고, 공연 후 손을 높게 들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다이어트 콜라’를 내놓는 세심한 의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서로 술을 따라주다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잔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전팀이 직접 만찬 초반 트럼프에게 콜라를 담은 잔을 서빙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화려함보다는 정성스럽게 우리 색채를 충실히 전함으로써 한미동맹을 강조할 수 있는 의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절제된 의전 속에서 의외의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7일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자연스러운 대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통역 없이 걷는 구간을 준비한 것인데, 김 여사가 적극적으로 영어로 대화에 나서자 멜라니아 여사가 편안함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멜라니아 여사가 그렇게 웃는 것을 백악관 관계자들이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국이 다소 지연되자 인도네시아로 가는 자신의 출국 시간을 15분가량 늦출 만큼 트럼프 대통령 예우를 끝까지 챙겼다. 미국 언론의 방한 취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차질이 생겼지만 양측의 협조로 잘 마무리된 일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백악관은 청와대에 풀기자단(전체 기자단 중 대표로 행사에 들어가 취재하는 기자) 명단을 방한 일주일 전에는 보내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에 백악관은 명단을 방한 당일인 7일 제출했다. 미국 측의 실례였지만 청와대는 빠른 행정처리로 업무 공백을 메웠고, 차후 백악관 측으로부터 “미안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인사를 들었다. ● 위엄과 과시황제 건륭제 걸었던 동선따라 자금성 안내… 베이징 동물원 문닫고 멜라니아에만 개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외교 코드는 ‘극진한 대접 속에 감춘 역사적 우월감 과시’로 요약된다.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통령에게 수천 년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던 중국의 찬란한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2050년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1위 국가를 꿈꾸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은연중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8일 베이징(北京) 자금성을 휴관해 통째로 비우는 ‘황제급 의전’을 베푼 것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시 주석은 청나라 최전성기 황제 건륭제의 전용 동선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금성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그러고는 문물보존센터에 들러 화려하고 정교한 도자기와 서화 등을 보여줬다. 시 주석은 대뜸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금색 종을 가리키며 “들어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게 때문에 들지 못하자 시 주석은 그제야 “(실은 들지 못할 정도로) 정말 무겁다”며 웃었다. 9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펼쳐진 화려한 의장대 사열에 감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인민대회당에 들어서며 또다시 놀랐다고 한다. 전통악기 연주가 울려 퍼지며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자금성은 중국의 최전성기 황제의 공간이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보여준 것은 ‘현재는 미국이 강하지만 중국이 역사 문화적으로 유구하고 강력한 국가였다’는 사실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중국은 중화민족 부흥을 내세울 때마다 아편전쟁 이후 100여 년 동안 서방으로부터 당한 굴욕을 딛고 굴기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8일 자금성에선 미중 정상 사이에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역사가 5000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하자 시 주석이 “기록된 역사는 3000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면 8000년의 이집트가 더 오래된 것이군요”라고 하자 시 주석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단일 문명이다. 우리는 스스로 ‘용의 자손’이라 부른다”고 받아쳤다. 중국의 ‘역사 우월감’ 의전 코드를 극대화하는 장치는 비밀주의다. 중국 정부는 외신들이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첫날(8일) 만찬을 자금성에서 함께한다고 잇따라 보도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성 방문 때까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7일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가 관영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Forbidden City(자금성)”라고 말한 대목을 ‘명승고적’이라고 번역해 자막에 넣었을 정도였다. CCTV는 10일 멜라니아 여사의 만리장성과 베이징 동물원 방문 계획 역시 애써 감췄다. 8일 저녁 보도에서 두 곳이 10일 하루 개방하지 않는다고 공고했다는 사실만 전하는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만 풍겼을 뿐이다. 중국은 자국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트럼프에게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중국은 이방카만을 위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의 행사까지 준비했지만 이방카의 중국 방문은 이번엔 성사되지 못했다. ● 배려와 감성골프-햄버거로 ‘정상 대 정상’ 친밀함 강조… 트럼프 딸 이방카의 지난 생일까지 챙겨줘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외교는 ‘정상 대 정상’의 개인적 친밀함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왔다. 가장 많은 공을 들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사실상 ‘절친’ 사이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중일 순방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 첫날인 5일 아베 총리와 느긋하게 골프를 즐기며 장시간 환담을 나눈 것이 대표적이다. 2월 미국 마러라고에서 첫 골프를 친 뒤 두 번째 라운드였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문국을 일본으로 할 것과 주말을 낀 일정을 잡아 달라고 미국에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6일 만찬에선 자신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와 골프를 쳤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골프는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칠 수 있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두 번이나 함께 골프를 치는 건 굉장히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고는 어렵다”고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다. 일본 의전의 특징은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준비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에 머물면서 아베 총리와 4차례 함께 식사했다. 쇠고기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식성을 고려해 5일 점심은 미국산 쇠고기 햄버거를, 만찬은 와규 철판구이를 내놓았다. 순방 기간이 기니 친숙한 음식(햄버거)을 대접하기로 했다거나, 굽기 정도로 ‘웰던’을 좋아하는 트럼프를 위해 눈앞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철판구이를 골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쇠고기도 낮에는 미국산, 밤에는 일본산을 대접해 양국 간 균형을 맞췄다. 사실 트럼프에 대한 접대는 아버지에 앞서 2일 ‘국제여성회의 2017’ 참석차 일본을 찾은 장녀 이방카에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이 큰 이방카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아베 총리가 직접 만찬을 대접했고 나흘 전에 지나간 생일까지 챙겨주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이방카 기금’에 5000만 달러 출연을 약속하자 이방카는 연설에서 “아베노믹스는 우머노믹스(여성이 주도하는 경제)”라고 화답했다. 아베 정부의 외교력이 제대로 발휘된 예는 2016년 11월 미 대선 직후 뉴욕 트럼프 타워를 방문했을 때였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면서도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쪽에도 네트워크 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대사는 개표 당일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지자 즉각 ‘막후 실세’로 불리던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인맥을 동원해 트럼프와 아베 총리의 면담 일정을 잡았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돌발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5일 골프 중에 아베 총리가 벙커에서 나오다 구르는 장면, 6일 두 정상이 잉어에게 먹이를 주다 트럼프 대통령이 먹이를 한꺼번에 쏟아붓는 장면 등이 취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본 정부는 행사의 홍보를 생각하고 방송 취재를 허가했겠지만 예기치 않은 망신살이 뻗친 꼴이 됐다. 극진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불공정 무역을 비판하고 방위장비 구매를 종용한 것에 대해 비판론도 적지 않다. 9일 발간된 한 주간지 제목은 ‘아베 총리, 트럼프 부녀의 발을 핥았다’였다. 또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걸기(올인)’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 “위험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