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경

김하경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구독 55

추천

팩트(fact)의 조각들을 차분히 모아 통찰력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whatsu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산업46%
경제일반14%
인공지능7%
기업7%
사회일반7%
모바일4%
인사일반4%
사고4%
유통4%
모바일/인터넷3%
  •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 처벌, 급여 중단서 약값 인하로 변경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처벌이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거나 급여 목록에서 아예 빼버리던 기존 방식에서 약값을 인하하거나 과징금을 대폭 물리는 방향으로 바뀐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환자의 약값 부담이 커지는 피해를 막고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는 불법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은 의약품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일정기간 정지하거나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약사를 처벌하기 위한 조처였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환자가 약값 전액을 고스란히 부담하거나 복용하던 약을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하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허점이 있었다. 개정안은 보험 약값을 줄이거나 급여정지 또는 이를 대체하는 과징금을 대폭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은 △1차 적발 시 최대 20% 약값 인하 △2차 적발 시 최대 40% 약값 인하 △3차 적발 시 급여정지 또는 매출액의 최대 60% 과징금 부과 △4차 적발 시 급여정지 또는 매출액의 최대 100%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게 된다. 개정안은 28일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석면철거 공사 1227개 초중고, 개학전 대청소 실시

    겨울방학 동안 석면철거 공사를 한 학교 가운데 5곳 중 1곳에서 여전히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 뒤 청소 등 뒤처리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기간 석면철거 공사를 한 1227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대청소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겨울방학 중 석면철거 공사를 한 1227개 학교 가운데 무작위로 학교 201곳을 선정해 학부모와 전문기관이 합동 조사한 결과, 43곳에서 석면 잔재물이 검출됐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이들 43개교와 시민단체 등이 발표한 석면 잔재물 검출 10개교에 대해 출입통제 후 공기질 측정 등 안정성 조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석면 잔재물 검출 여부에 관계없이 1227개 학교 모두에 대청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학부모와 교육청·학교·석면조사기관 관계자 등이 이들 학교 중 공사 규모가 크거나 민원이 있는 100여 곳을 선정해 잔재물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교육청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명된 인헌초에서 석면이 검출된 만큼 석면 잔재물에 대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장은 “석면제거공사를 한 모든 학교에서 정화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석면철거 공사 뒤 잔재물 여부 전수 조사와 대청소 후 전수 확인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철거공사 시 규정을 위반한 업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석면해체 작업 기준을 2번 위반하면 사업자등록을 취소할 방침이다. 또 앞으로 진행되는 학교 석면해체 공사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이 모니터단을 꾸려 공사 시작부터 석면 잔재물 조사까지 공사 전 과정을 확인할 예정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용기 내 고발했지만… “꽃뱀” 수군거림에 또 눈물

    “꽃뱀….” 회사 동료들은 A 씨(26) 뒤에서 그렇게 숙덕였다. 회사 동기와 상사 등 3명에게 연이어 성희롱과 성폭행을 당했지만 이를 신고한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왜곡된 소문과 동료들의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A 씨는 ‘한샘 성폭력 피해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입사 연수 도중 동기에게 화장실 몰카를 찍혔다. 입사 사흘 만에 교육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도움을 준다며 접근한 인사팀장마저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 A 씨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사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장문의 글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건 지난해 10월이다.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도 그녀 편에 서지 않았다. 회사는 A 씨를 성폭행한 교육담당자 B 씨에게 고작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성적 접촉을 시도한 인사팀장 C 씨는 해고됐지만 ‘혐의’는 횡령이었다. 사내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A 씨는 어느덧 ‘남자를 유혹해 돈을 뜯어내려 한 꽃뱀’이 됐다. B 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 악성 소문은 사실로 굳어졌다. 하지만 A 씨가 고소를 취하한 건 B 씨의 시달림을 못 견뎌서다. 그 과정에서 합의금은 1원도 없었다. 회사는 뒤늦게 유급 휴직을 권하고 심리상담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정상적인 회사생활은 불가능했다. 결국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지 한 달 만에 사표를 냈다. 그 후 두 달간 집밖에 나가지 못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만 같았다. 소셜미디어 계정은 모두 삭제했다. 그렇게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혔다. 검찰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문화계 등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한 이들은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세상을 향해 ‘미투’를 외쳤건만 내부에선 조직을 배신한 가해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지난해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여비서는 최근 회사 측으로부터 오히려 공갈미수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이러 사례를 지켜보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를 포기한다. 실제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성희롱 피해자의 78.4%가 ‘참고 넘어간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절반가량이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은 728건이다. 2013년 370건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728건 중 76.4%에 이르는 556건은 행정종결 처리됐다. 피해자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해 아무런 조치 없이 끝난 것이다. 재판에 넘겨진 것은 단 4건에 불과했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97건을 합쳐 가해자가 처벌을 받은 건 전체 신고 중 14%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려면 회사 내에 성폭력 처리제도 및 전담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이 기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내부 입김에서 자유롭게 조사하고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제 살 깎기’란 쉽지 않다”며 “외부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전담기구가 실효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징계와 처벌도 뒷받침돼야 한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피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신고 후 신상공개와 가해자에 대한 미진한 처벌”이라며 “사건 처리기준을 마련한 뒤 가해자의 징계사안에 대해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이미지 기자}

    • 2018-0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환자 앞에서 “머리 ×만 찼나” 폭언… 교육 빙자한 대물림 폭력

    《 사람을 살리겠다며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간호사 2명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 이른바 ‘태움’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2005, 2006년의 일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간호사의 세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간호협회가 조사해 보니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지금도 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15일 한 대형병원 간호사의 자살을 계기로 동아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전현직 간호사 10명 중 2명은 태움 탓에 한때 자해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  1년 차 간호사 A 씨(24·여)는 19일에도 하루 종일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직속 선배(프리셉터)는 A 씨의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너 머리 안 좋니”라며 폭언을 퍼붓다가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퇴근시간이 벌써 지났지만 A 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선배가 입을 열 때까지 선배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 결국 달빛을 보며 퇴근한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끔 출근하다가 차에 치여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쉴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쉬는 날에도 전화해 다짜고짜 욕설” 설 연휴가 시작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학병원 간호사 B 씨(28·여)가 숨지기 전 선배로부터 지속적으로 ‘태움(괴롭힘)’을 당해 왔다는 주장이 나오자 간호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현직 간호사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가장 흔한 태움의 유형은 폭언이었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7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흔한 태움 유형은 △고함과 폭언(62.7%)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 퍼뜨리기(47%) △비웃음거리로 삼기(44.5%·중복 응답) 순이었다. 폭언과 폭행은 주로 근무 교대시간에 벌어진다. 직속 선배와 단둘이 대면하는 시간에 교육이란 미명 아래 각종 질책이 쏟아지는 것이다. 간호사실로 불러 혼내는 건 그나마 낫다. 간호사 C 씨(24·여)는 환자 앞에서 선배로부터 “머리에 똥만 찼냐”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3년 차 간호사 D 씨(33·여)는 서류판으로 머리를 맞은 적도 있다. 퇴근 후에도 태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E 씨(29·여)는 쉬는 날에도 “왜 건강보험을 정확히 청구하지 않았느냐”거나 “기록부가 깔끔하지 않다”는 등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는 선배의 전화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선배가 바뀐 근무표를 일부러 전달하지 않아 쉬는 날에 출근한다거나 근무일이 아닌데도 나와서 일손을 보태라고 강요받은 적도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대물림 구조 간호사들 사이에선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신입을 엄격하게 교육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수십 년간 지속된 태움 문화가 교육 효과를 높이는 데 방점이 있다기보다 후배에 대한 선배의 갑질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괴롭히기 위한 태움이 잦다는 얘기다. 선배의 시범을 한번에 정확하게 따라하지 못하면 질책하는 등 꼬투리잡기식 교육이 주를 이룬다. 일부 병동에선 새 간호사가 들어와야 기존 간호사가 ‘태움 타깃’에서 벗어난다는 말도 나온다. 의대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하는 의사 사회의 오랜 악습과 닮은꼴이다. 한 원로 간호사는 “최소한 50년 전부터 현장에서 태움이라는 단어가 쓰였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태움을 견디려다가 몸과 마음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사한 F 씨(24·여)는 반년째 생리를 하지 않고 있다. 새벽에 출근해 10시간 넘게 시달리다가 퇴근하고, 쉬는 날에도 불려나가는 게 일상이 되면서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수간호사나 간호부장 등은 “신입 땐 누구나 혼나기 마련이고 못 버티면 그만두는 게 낫다”는 인식으로 방관하는 일이 많다. 이직을 마음먹는 건 더 어렵다. 태움 탓에 이직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 정도도 못 견디느냐”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다. 병원을 옮겨도 경력과 상관없이 다시 태움을 당하는 생활이 시작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태움의 피해자가 점차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를 닮아간다. 업무 스트레스를 후배에게 푸는 걸 교육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3년 차 간호사 G 씨(29·여)는 “나도 막상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후배를 어느 정도 태워야(괴롭혀야) 더 열심히 배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교육 간호사’ 별도로 둬야 정부가 나서 태움을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성희롱처럼 사용자가 방지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분이 아닌 한 노동자 간 문제는 근로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호계에선 기존 간호사가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신입 교육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가 태움 악습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프리셉터는 보통 한꺼번에 11∼13명씩 자기 환자를 돌보면서 후배를 가르치고, 후배가 맡은 환자도 돌봐야 한다. 신입이 업무를 빨리 익히지 못하면 그 책임은 프리셉터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신입의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 간호사’를 따로 두는 병원은 드물다. 교육 간호사를 따로 채용해도 건강보험 수가를 청구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간호계에선 교육 간호사를 따로 둘 수 있도록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간호협회 윤리위원회에는 지난해 11월 이전까지 태움 관련 신고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신고 내용을 해당 병원에 통보할 때 신고자의 신원도 함께 넘기기 때문이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협회 내에 인권센터를 신설해 신고를 상시 접수하고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0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움 근절” 靑청원 사흘새 2만 명

    간호사 사이의 고질적 악습인 ‘태움 문화’가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움 근절을 위한 서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님 간호사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란 제목의 국민청원은 18일 게시됐다. 20일까지 2만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해당 글 외에도 18일 이후 태움과 관련된 또 다른 청원 글은 10여 건 더 올라왔고 34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체육대회 때 간호사들에게 야한 춤을 강요한 한림대 성심병원 사건이 불거진 뒤 지난해 11월 게시됐던 ‘[도와주세요] “간호사, 의료인인가요? 하인인가요?” <전국 간호사 처우개선 청원>’ 제목의 국민청원에도 태움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청원에도 한 달 동안 5만8470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7275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지난 12개월 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비율은 40.9%였다. 가해자는 직속상관(프리셉터)이 30.2%로 가장 많았고, 동료 간호사 27.1%, 간호부서장이 13.3%, 의사 8.3% 순이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실태조사 기간 동안 실명을 밝힌 신고도 130여 건이 접수돼 고용노동부에 실사 의뢰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이슈]환자 앞에서 “머리 ×만 찼나” 폭언…간호사 40% “‘태움’ 경험”

    《사람을 살리겠다며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간호사 2명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 이른바 ‘태움’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2005, 2006년의 일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간호사의 세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간호협회가 조사해보니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지금도 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15일 한 대형병원 간호사의 자살을 계기로 동아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전현직 간호사 10명 중 2명은 태움 탓에 한때 자해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백의의 천사’들의 마음은 말 그대로 잿더미나 다름없었다. 고질적인 태움문화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1년차 간호사 A 씨(24·여)는 19일에도 하루 종일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직속 선배(프리셉터)는 A 씨의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너 머리 안 좋니?”라며 폭언을 퍼붓다가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퇴근 시간이 진작 지났지만 A 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선배가 입을 열 때까지 선배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 결국 달빛을 보며 퇴근한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끔 출근하다가 차에 치여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럼 쉴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쉬는 날에도 전화해 다짜고짜 욕설” 설 연휴가 시작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학병원 간호사 B 씨(28·여)가 숨지기 전 선배로부터 지속적으로 ‘태움(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주장이 나오자 간호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현직 간호사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가장 흔한 태움의 유형은 폭언이었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7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흔한 태움 유형은 △고함과 폭언(62.7%)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 퍼뜨리기(47%) △비웃음거리로 삼기(44.5%·중복응답) 순이었다. 폭언과 폭행은 주로 근무 교대 시간에 벌어진다. 직속 선배와 직접 대면하는 시간에 교육이란 미명 아래 각종 질책이 쏟아지는 것이다. 간호사실로 불러 혼내는 건 그나마 낫다. 간호사 C 씨(24·여)는 환자 앞에서 선배로부터 “머리에 똥만 찼냐”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3년차 간호사 D 씨(33·여)는 서류판으로 머리를 맞은 적도 있다. 퇴근 후에도 태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E 씨(29·여)는 쉬는 날에도 “왜 건강보험을 정확히 청구하지 않았느냐”거나 “기록부가 깔끔하지 않다”는 등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는 선배의 전화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선배가 바뀐 근무표를 일부러 전달하지 않아 쉬는 날에 출근한다거나 근무일이 아닌데도 나와서 일손을 보태라고 강요받은 적도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대물림 구조 간호사들 사이에선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신입을 엄격하게 교육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수십 년간 지속된 태움 문화가 교육 효과를 높이는 데 방점이 있다기보다 후배에 대한 선배의 갑질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괴롭히기 위한 태움이 잦다는 얘기다. 선배의 시범을 한번에 정확하게 따라하지 못하면 질책하는 등 꼬투리 잡기식 교육이 주를 이룬다. 일부 병동에선 새 간호사가 들어와야 기존 간호사가 ‘태움 타깃’에서 벗어난다고 말도 나온다. 의대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하는 의사 사회의 오랜 악습과 닮은꼴이다. 한 원로 간호사는 “최소한 50년 전부터 현장에서 태움이라는 단어가 쓰였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태움을 견디려다가 몸과 마음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사한 F 씨(24·여)는 반 년째 생리를 하지 않고 있다. 새벽에 출근해 10시간 넘게 시달리다가 퇴근하고, 쉬는 날에도 불려나가는 게 일상이 되면서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수간호사나 간호부장 등은 “신입 땐 누구나 혼나기 마련이고, 못 버티면 그만두는 게 낫다”는 인식으로 방관하는 일이 많다. 이직을 마음먹는 건 더 어렵다. 태움 탓에 이직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 정도도 못 견디느냐”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다. 병원을 옮겨도 경력과 상관없이 다시 태움을 당하는 생활이 시작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태움의 피해자가 점차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를 닮아간다. 업무 스트레스를 후배에게 푸는 걸 교육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3년차 간호사 G 씨(29·여)는 “나도 막상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후배를 어느 정도 태워야(괴롭혀야) 더 열심히 배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 간호사’ 별도로 둬야 정부가 나서 태움을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성희롱처럼 사용자가 방지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분이 아닌 한 노동자 간 문제는 근로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호계에선 기존 간호사가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신입 교육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가 태움 악습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프리셉터는 보통 한꺼번에 11~13명씩 자기 환자를 돌보면서 후배를 가르치고, 후배가 맡은 환자도 돌봐야 한다. 신입이 업무를 빨리 익히지 못하면 그 책임은 프리셉터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신입의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 간호사’를 따로 두는 병원은 드물다. 교육 간호사를 따로 채용해도 건강보험 수가를 청구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간호계에선 교육 간호사를 따로 둘 수 있도록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간호협회 윤리위원회에는 지난해 11월 이전까지 태움 관련 신고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신고 내용을 해당 병원에 통보할 때 신고자의 신원도 함께 넘기기 때문이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협회 내에 인권센터를 신설해 신고를 상시 접수하고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심리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간호사▼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의 자살이 간호사들 사이의 고질적 악습인 ‘태움 문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심리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의료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살 예방 등 심리지원 사업은 한 건도 없다. 의료인의 자살 실태를 파악한 자료도 전무하다. 경제·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지위가 높다고 여겨지는 의료인에 대해서는 별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의료인은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인식되는 점도 심리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유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외국에도 의료인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자체 상담소를 운영하는 병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인을 위해 병원 내에 심리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를 설치한 곳은 서울대병원 등 극소수의 대형병원뿐이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지속적으로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든 마음을 동료를 향한 폭언이나 폭행으로 풀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인 심리지원과 함께 의료계의 저비용 고강도 근로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간호사들의 고통 외면하지 말아주세요”…靑 국민청원 2만 명 참여▼간호사 사이의 고질적 악습인 ‘태움 문화’가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움 근절을 위한 서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님 간호사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18일 게시됐다. 20일까지 2만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해당 글 외에도 18일 이후 태움과 관련된 또다른 청원 글은 10여 건 더 올라왔고 34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체육대회때 간호사들에게 야한 춤을 강요한 한림대 성심병원 사건이 불거진 뒤 지난해 11월 게시됐던 ‘[도와주세요] “간호사, 의료인인가요? 하인인가요?” <전국 간호사 처우개선 청원>’제목의 국민청원에도 태움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청원에도 한 달 동안 5만8470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7275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지난 12개월 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비율은 40.9%였다. 가해자는 직속상관(프리셉터)이 30.2%로 가장 많았고, 동료간호사 27.1%, 간호부서장이 13.3%, 의사 8.3% 순이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실태조사 기간동안 실명을 밝힌 신고도 130여 건이 접수돼 고용노동부에 실사 의뢰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20
    • 좋아요
    • 코멘트
  • “설연휴 음식 주의하세요”… 장염환자 최다

    설 연휴기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은 장염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방광염 환자 10명 중 9명은 명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성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연휴기간(1월 27∼29일)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의 병원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흘간 64만여 명이 병원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가장 많이 발생한 질병은 장염이었다. 또 찰과상과 피부 내 염증, 두드러기 환자가 연휴기간에 많이 발생했다. 장염 환자의 43.4%는 19세 이하였다. 두드러기 환자의 26.4%는 9세 이하 어린이였다. 소아청소년이 음식 위생 상태나 알레르기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연휴기간 병원을 찾은 방광염 환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었다. 특히 30, 40대 여성의 비율이 평소보다 20% 늘었다. 심평원은 주부들이 명절 준비를 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높은 노동 강도로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을 연 응급실이나 병원, 약국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전화는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나 119로 하면 된다. 응급의료포털()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해도 된다.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등 13개 품목은 24시간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복지부는 연휴기간 응급실 526곳이 24시간 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휴 때 30, 40대 여성 방광염 급증…설날에도 문여는 병원·약국 어디?

    설 연휴기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은 장염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방광염 환자 10명 중 9명은 명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성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연휴 기간(1월 27~29일)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의 병원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흘간 64만여 명이 병원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가장 많이 발생한 질병은 장염이었다. 또 찰과상과 피부 내 염증, 두드러기 환자가 연휴 기간 많이 발생했다. 장염 환자의 43.4%는 19세 이하였다. 두드러기 환자의 26.4%는 9세 이하 어린이였다. 소아청소년이 음식 위생 상태나 알레르기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연휴 기간 병원을 찾은 방광염 환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었다. 특히 30, 40대 여성의 비율이 평소보다 20% 늘었다. 심평원은 주부들이 명절 준비를 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높은 노동 강도로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번 설 연휴 기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을 연 응급실이나 병원, 약국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전화는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나 119로 하면 된다.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해도 된다.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등 13개 품목은 24시간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휴 기간 응급실 526개소가 24시간 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설 연휴 병원·의약품 찾는 법1. 전화 문의 서비스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국번 없이 119)2. 응급의료포털 주소창에 ‘www.e-gen.or.kr’ 입력→메인 화면에서 ‘응급실 찾기’ 또는 ‘병원·약국 찾기’ 클릭3. 포털 검색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명절병원’ 또는 ‘E-GEN’ 키워드 검색→사이트 목록 상단에 뜨는 ‘응급의료포털 E-Gen’ 클릭→메인 화면에서 ‘응급실 찾기’ 또는 ‘병원·약국 찾기’ 클릭4. 응급의료정보제공 앱 앱스토어에서 ‘응급의료정보제공’ 검색→다운로드(무료)→메인 화면 하단 ‘병의원’ 또는 ‘약국’ 버튼 누르면 현재 위치 인근에 있는 병·의원 및 약국을 지도에 표시※가기 전 해당 병·의원 및 약국에 전화를 걸어 열려있는지 확인 필수※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된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13개 품목은 24시간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13
    • 좋아요
    • 코멘트
  • 한국 귀화 외국인도 병역의무 추진

    정부가 귀화한 남성도 병역의무를 지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거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농장주 및 고용주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1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차 외국인정책위원회 및 제15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및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추진된다. 이번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외국인에 대한 개방을 합리적으로 하면서도 외국인의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귀화자에게 병역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국방·이민 연구기관 등과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할 남성이 줄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남성은 병역의무 없이 본인이 원할 때에만 군에 입대한다.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구체적인 안이 마련됐다. 정부는 농·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주거시설 최소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닐하우스같이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는 사업장에는 신규 인력을 배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일부 외국인 노동자가 열악한 시설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성폭력 범죄 경력이 있는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하지 못하도록 했다. 산업재해를 은폐한 사업장은 외국인 신규 인력을 배정받을 때 감점이 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밤 9시52분 취침, 아침 7시45분 기상…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한국 영유아

    한국 영유아의 기상·취침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에 투자하는 시간과 TV·인터넷에 노출된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었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핀란드 대만 등 5개국 영유아(2~5세) 학부모 143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9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2~5세)의 평일 평균 기상시각은 한국이 오전 7시 45분으로 5개국 가운데 가장 늦었다. 가장 빠른 곳은 일본으로 오전 7시 2분이었다. 오전 7시 30분 이전에 일어나는 한국 영유아의 비율은 20.4%에 불과했다. 미국과 일본 핀란드는 10명 중 7명 이상이, 대만은 2명 중 1명이 이 시각 전에 일어나는 점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 반면 8시 이후에 일어나는 한국 영유아의 비율은 51.6%였다. 비교 대상 국가의 8시 이후 기상 비율은 대만 18.4%, 핀란드 10.9%, 일본 9.7%, 미국 5.3%였다. 평일 평균 취침시각도 한국이 오후 9시 52분으로 가장 늦었다. 핀란드(오후 8시 41분)와 비교하면 1시간 11분이나 늦다. 핀란드와 일본, 미국은 오후 9시 30분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영유아의 비율이 각각 87.6%, 69.8%, 69.4%로 한국(21%)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한국 영유아의 58.3%는 오후 10시 이후에 잠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취침시각이 늦은 것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엄마 퇴근 시간이 늦은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영유아의 주당 학습시간과 TV·인터넷 노출 시간은 5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영유아의 학습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미국으로 1시간 30분이었다. 이어 한국이 1시간 18분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 높은 핀란드는 18분에 불과했다. TV·인터넷 노출 시간은 일본이 8시간 36분으로 가장 길었다. 한국은 6시간 6분이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영유아는 학습시간과 TV나 인터넷에 노출된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09
    • 좋아요
    • 코멘트
  • 개회식 때 평창기온 영하 5∼영하 2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9일 오후 8시께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의 기온은 영하 5도∼영하 2도로 강추위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만큼 야외 개회식에 참석하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7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일 오후 8시께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올림픽플라자 지역의 기온이 영하 5도∼영하 2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람이 초속 3∼5m로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개회식 관람객은 오랫동안 야외에 있어야 하는 만큼 방한복과 방한용품을 꼭 챙겨야 한다. 10일까지 온난한 서풍의 영향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1일부터는 북서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다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고도비만 탈출… 입던 옷 커져 새옷 샀어요”

    “배에 약물을 넣어 부풀린 뒤 약물 속에서 지방을 빼는 거예요. 풍선에서 바람을 빼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다만 수술이 끝나고 바로 ‘짠’ 하고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 약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배가 들어가기 시작할 거예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365mc병원. 서재원 원장이 복부 사진을 벽면 모니터에 띄워 놓고 지방흡입 수술 원리와 과정, 주의사항을 꼼꼼히 설명했다. 김현정(가명·22·여) 씨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서 원장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일보와 365mc가 공동 진행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꾸밈(꿈-I‘m) 프로젝트’의 참가자 3명 중 김 씨와 양지윤(가명·23·여) 씨의 수술이 끝났다. 박미혜(가명·22·여) 씨는 수술을 위해 사전 체중 감량 중이다. 꾸밈 프로젝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비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저소득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김 씨는 첫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서 원장은 수술 전 김 씨의 지방층 두께와 근육량, 지방 상태 및 셀룰라이트 정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했다. 수술대에 누우면 피부가 뒤로 밀려 지방이 많이 몰려 있는 부위가 펑퍼짐해진다. 어느 부위에 지방이 많은지 분간하기 어려운 만큼 사전에 꼼꼼히 파악해 놓아야 한다. 꾸밈 프로젝트에 참여할 당시 김 씨는 키 174cm, 몸무게 88.8kg이었다. 다른 두 참가자와 달리 초고도비만은 아니어서 사전 체중 감량 없이 바로 지방흡입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차례 수술을 통해 복부와 등, 팔 부위에서 5000cc가량의 지방을 뺐다.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지금보다 20∼25kg을 감량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 씨의 꿈은 날렵한 경호원이다. 가장 먼저 꾸밈 프로젝트에 참여한 양 씨는 수술 전 체중 감량과 수술을 모두 마쳤다. 키 160cm, 몸무게 101.7kg, 체질량지수(BMI) 39.7의 초고도비만이었던 그는 사전 감량으로만 18.3kg을 줄였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방만을 줄여 의미가 크다”고 했다. 프로젝트 참여 이후 양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365mc 노원점을 방문해 한 번은 복부, 한 번은 허벅지에 지방분해주사(HPL)를 맞았다. 채 원장은 양 씨의 운동 습관과 식단을 꼼꼼히 체크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채 원장의 걱정이 컸다. 수술 전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필수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양 씨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참가 첫 달 7.3kg을 감량하면서 몸이 가벼워지자 양 씨는 매일 걷기 운동을 했다. 30분씩 걷던 양 씨는 일주일 단위로 10분씩 운동 시간을 늘렸다. 두 번째 달에 4.5kg을 감량하자 자신감은 배가됐다. 셋째 달에도 6.5kg을 감량한 뒤 세 차례에 걸쳐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이때 제거한 지방은 9800cc다. 바지 사이즈가 두 치수 줄어든 양 씨는 “일단 급한 대로 바지 두 벌을 새로 샀다”며 “예전에는 퉁퉁했는데, 이제는 통통해진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애견미용사라는 꿈을 향해 그렇게 한 발씩 나아가고 있었다. 김 씨와 양 씨는 이달부터 수술 후(後)관리를 받기 시작한다. 후관리는 엔더몰로지, 카복시세러피, 고주파세러피 등 세 가지를 2주씩 진행한다. 각각 원리는 다르지만 수술 후 림프순환을 돕고 뭉침과 탄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영양 상담도 꾸준히 받게 된다. 수술 전 체중 감량 절차에 돌입한 박 씨는 한 달 정도 관리를 받은 결과, 4.3kg을 감량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해 일주일에 한 번밖에 병원을 찾지 못한다. 식사도 고칼로리 음식으로 간단히 때우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박 씨가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채 원장은 “이번 달에도 비슷한 수준의 체중 감량이 이뤄지면 계획대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과 비만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향한 세 여성의 ‘자신과의 싸움’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컴퓨터 OFF, 노트북 ON ‘웃픈 칼퇴’

    #1 “자, 이제부터 오후 6시면 사무실 불을 다 끌 겁니다. 일찍 퇴근하세요. 하하하!” 화장품 유통업체에 다니는 박민기(가명·31) 씨는 지난해 ‘위풍당당’했던 사장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드디어 ‘저녁이 있는 삶’이 오는 걸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오후 6시가 다가올수록 팀원 모두가 초조해졌다. 오후 5시 50분, 한 동료가 말했다. “팀장님, 보고 자료를 아직 다 만들지 못했는데 어떡하죠?” 팀장도 당황했다. 오후 6시, 불이 다 꺼지자 팀장은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알렸다. “모두 노트북 들고 회사 앞 카페로 모여라.” 한두 명씩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문 앞에서 사장님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배웅했다.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며 귓속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사장님,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리면 모를까, 6시 퇴근은 불가능합니다. 업무 현실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아요.’ 먼저 카페에 도착한 동료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 오후 7시 ‘카페 야근’에 한계가 왔다. 다른 손님 눈치가 보였고 집중도 안 됐다. 식당을 찾아 국밥을 먹은 뒤 ‘사무실 수복 작전’에 들어갔다. 선발대가 어두컴컴한 사무실로 향했다. 공포영화처럼 사장님이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사무실 불은 다시 환하게 켜졌다. 웃프게도(웃기고 슬프게도) 우리가 들어온 뒤 2개 팀이 쑥스럽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결국 ‘일괄소등제’인지 뭔지는 두세 달 만에 흐지부지됐다. 오히려 그때 이후로 야근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공고화된 느낌이다. #2 대기업에 다니는 이현경(가명·29·여) 씨는 ‘워라밸’ 얘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회사는 지난해 ‘오후 7시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며 PC오프제 도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 씨는 “지난주에도 나흘 야근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꺼지는데 어떻게 야근을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씨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답답해했다. 이 회사에선 오후 7시에 컴퓨터가 바로 꺼지지 않는다. 오후 6시 55분에 ‘종료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뜬다. 오후 7시가 되면 화면이 꺼지지만 그렇다고 컴퓨터 자체가 꺼지는 건 아니어서 마우스를 움직이면 다시 화면이 켜진다. 더 황당한 건 알림창에 ‘연장 버튼’이 있다는 점이다. 이 버튼을 통해 연장근무를 원하는 시간을 입력할 수 있다. 어차피 컴퓨터가 꺼지는 것도 아니면서 알림창까지 뜨니 직원들의 ‘짜증지수’는 두 배로 치솟는다. 많은 동료들은 연장근무 시간을 ‘2018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으로 입력해 놓았다. 올해 안에 다신 알림창이 뜨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 씨는 “PC오프제가 퇴근시간이 아니라 야근 시작 시간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3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선(가명·31·여) 씨는 지난해 말 회사의 ‘통 큰 약속’에 애사심이 싹텄다. 사장님은 “우리도 워라밸을 실천하자”며 전 직원 해외여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정이 결정된 뒤 환호성은 수군거림으로 바뀌었다. 회사 단체행사인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을 끼고 일정을 잡은 것이다.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주말에는 아이를 봐야 하는데….” “왜 휴일에 반강제로 단체여행을 가야 하나.” 여행지도 상대적으로 비용이 싼 일본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녀온 해외여행 직후 직원들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가 해외여행 기간 중 평일인 목, 금요일을 사전 동의도 없이 일괄적으로 연차휴가로 처리한 것이다. “사장님, 허울뿐인 워라밸은 사양합니다.”   ▼ ‘묻지마 워라밸’ 공감 못얻고 역효과 불러… 업무별 효율성 높이는 법 찾아야 ▼삼성,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PC오프(OFF)제, 유연근무제 등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이 워라밸을 내세운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개인의 삶과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퇴사율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이 직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2016년 기준)에 달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업무 방식으로는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어 변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보조 맞추기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조삼모사 식’ 도입이란 지적도 있다.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안선영 연구원은 “올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가 삶의 질 개선”이라며 “대기업은 정책 기조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노조 관계자는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며 “근무시간만 줄여 급여를 낮추려는 시도 같다”고 주장했다. 기업문화나 노동시장이 변하지 않으면 워라밸 열풍이 사라질 수 있다. 포스코는 2014년 퇴근 소등제를 시행했지만 곧 폐지됐다. 업무 상황과 특성이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퇴근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란 사내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작정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조직 내 구성원의 근무 행태, 회의, 의사결정 방식,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 리디자인(smart redesign)’을 통해 근로자는 워라밸이 되고, 회사는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정태영 부회장 “회식에 끌려가는 분들께…” ▼페이스북에 동아일보 시리즈 링크… 워라밸 기획, 포털 조회수 160만건“오늘 저녁 어쩔 수 없이 회식에 끌려 나가는 모든 분께 이 글을 바칩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저녁도 회식‘(본보 2월 1일자 A8면)의 동아일보 기사 링크를 걸어 놓고 쓴 글이다. 정 부회장은 본보 기사를 소개하며 “직원들이 집에 들어가기 싫은 상사의 도우미도 아니고, 부서 단합이라면 1년에 몇 번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팔로어 수만 10만 명에 이르는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혁신경영의 리더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임직원은 오전 7∼10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도록 ‘출퇴근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본보가 지난달 30일에 시작한 연중 기획 시리즈 ‘워라밸을 찾아서’는 3회 만에 동아닷컴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조회 수 160만 건에 이르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특별사이트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윤종 기자}

    • 2018-0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시 회사 컴퓨터 꺼지자 카페로 출근…허울뿐인 워라밸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4회 ‘칼퇴의 반전’은 미스터리 웹툰 ‘금요일’(禁曜日)로 유명한 배진수 작가가 사내 칼퇴근 제도 탓에 퇴근 후 카페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본 회사원 박민기씨(가명)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웹툰 속 시계를 보면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1 “자, 이제부터 오후 6시면 사무실 불을 다 끌 겁니다. 일찍 퇴근하세요. 하하하!” 화장품 유통업체에 다니는 박민기(가명·31) 씨는 지난해 ‘위풍당당’했던 사장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드디어 ‘저녁이 있는 삶’이 오는 걸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오후 6시가 다가올수록 팀원 모두가 초조해졌다. 오후 5시 50분, 한 동료가 말했다. “팀장님, 보고 자료를 아직 다 만들지 못했는데 어떡하죠?” 팀장도 당황했다. 오후 6시, 불이 다 꺼지자 팀장은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알렸다. “모두 노트북을 들고 회사 앞 카페로 모여라.” 한두 명씩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문 앞에서 사장님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배웅했다.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며 귓속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사장님,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리면 모를까, 6시 퇴근은 불가능합니다. 업무 현실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아요.’ 먼저 카페에 도착한 동료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 오후 7시 ‘카페 야근’에 한계가 왔다. 다른 손님 눈치가 보였고 집중도 안 됐다. 식당을 찾아 국밥을 먹은 뒤 ‘사무실 수복 작전’에 들어갔다. 선발대가 어두컴컴한 사무실로 향했다. 공포영화처럼 사장님이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사무실 불은 다시 환하게 켜졌다. 웃프게도(웃기고 슬프게도) 우리가 들어온 뒤 2개 팀이 쑥스럽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결국 ‘일괄소등제’인지, 뭔지는 두 세 달 만에 흐지부지됐다. 오히려 그때 이후로 야근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공고화된 느낌이다. #2 대기업에 다니는 이현경(가명·29·여) 씨는 ‘워라밸’ 얘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회사는 지난해 ‘오후 7시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며 PC오프제 도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 씨는 “지난주도 나흘 야근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꺼지는데 어떻게 야근을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씨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답답해했다. 이 회사에선 오후 7시 컴퓨터가 바로 꺼지지 않는다. 대신 오후 6시 55분에 ‘종료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뜬다. 오후 7시가 되면 화면이 꺼지지만 그렇다고 컴퓨터 자체가 꺼지는 건 아니어서 마우스를 움직이면 다시 화면이 켜진다. 더 황당한 건 알림창에 ‘연장 버튼’이 있다는 점이다. 이 버튼을 통해 연장근무를 원하는 시간을 입력할 수 있다. 어차피 컴퓨터가 꺼지는 것도 아니면서 알림창까지 뜨니 직원들의 ‘짜증지수’는 두 배로 치솟는다. 많은 동료들은 연장근무 시간을 ‘2018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으로 입력해 놓았다. 올해 안에 다신 알림창이 뜨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 씨는 “PC오프제가 퇴근시간이 아니라 야근 시작 시간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3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선(가명·31·여) 씨는 지난해 말 회사의 ‘통 큰 약속’에 애사심이 싹텄다. 사장님은 “우리도 워라밸을 실천하자”며 전 직원 해외여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정이 결정된 뒤 환호성은 수군거림으로 바뀌었다. 회사 단체 행사인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을 끼고 일정을 잡은 것이다.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주말에는 아이를 봐야 하는데…” “왜 휴일에 반강제적으로 단체여행을 가야 하나”. 해외여행도 값이 싼 일본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녀온 해외여행 직후 직원들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가 해외여행 기간 중 평일인 목, 금요일을 사전 동의도 없이 일괄적으로 연차휴가 처리한 것이다. “사장님. 허울뿐인 워라밸은 사양합니다.” ▼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마트 리디자인 해야” ▼삼성,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PC오프(OFF)제, 유연근무제 등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이 워라밸을 내세운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개인의 삶과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퇴사율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직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2016년 기준)에 달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큰 비용을 들여 사원을 선발해 자사에 적합한 인재로 키운 기업 입장에서는 무시 못할 손실”이라며 “과거 업무 방식으로는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어 변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보조 맞추기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조삼모사 식’ 도입이란 지적도 있다.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안선영 연구원은 “올해 문재인 정부 국정목표가 삶의 질 개선”이라며 “대기업은 정책 기조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노조 관계자는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며 “근무시간만 줄여 급여를 낮추려는 시도 같다”고 주장했다. 기업 문화나 노동시장이 변하지 않으면 워라밸 열풍이 사라질 수 있다. 포스코는 2014년 퇴근 소등제를 시행했지만 곧 폐지됐다. 업무 상황과 특성이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퇴근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란 사내 의견이 많았기 때문.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작정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조직 내 구성원의 근무 행태, 회의, 의사결정 방식,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 리디자인(smart redesign)’을 통해 근로자는 워라밸이 되고, 회사는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워라밸을 찾아서’ 시리즈 3회 만에 큰 호응 ▼ “오늘 저녁 어쩔 수 없이 회식에 끌려나가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저녁도 회식’(본보 2월1일자 A8면)의 동아일보 기사 링크를 걸어 놓고 쓴 글이다. 정 부회장은 본보 기사를 소개하며 “직원들이 집에 들어가기 싫은 상사의 도우미도 아니고, 부서 단합이라면 일년에 몇 번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팔로어 수만 10만 명에 이르는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혁신경영의 리더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키우는 임직원은 오전 7~10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도록 ‘출퇴근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본보가 지난달 30일에 시작한 연중기획 시리즈 ‘워라밸을 찾아서’는 3회 만에 동아닷컴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조회수 160만 건에 달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2-01
    • 좋아요
    • 코멘트
  • “실내라 안심했는데…” 교실-체육관 미세먼지 농도 ‘빨간불’

    ‘미세먼지 피하려고 체육관에 들어갔는데 체육관 내부의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면?’ 지난해 정부는 어린이·청소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실내 체육시설이 없는 979개 학교에 2019년까지 체육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언뜻 들으면 학생들을 고농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는 훌륭한 대안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체육관 내부의 공기는 깨끗할까? 교육부가 올 3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교사(校舍·체육관 포함) 초미세먼지(PM2.5) 신설 유지 기준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m³당 7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하로 입법예고했지만 실외 미세먼지 기준 ‘나쁨’ 수준(m³당 50μg 초과)보다 못하다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같은 달 26일 수치를 지운 채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실외 미세먼지) 일평균 기준을 적용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재입법예고를 한 뒤 전문가 협의에 들어갔다. 현재 실외 미세먼지 일평균 기준은 50μg 이하이고 올 상반기 중 35μg 이하로 강화될 예정이다.  ○ 실내 기준 설정, 왜 어렵나 교육부의 당초 기준인 70μg 이하는 사실 환경부의 민감계층시설 관리 기준을 따른 것이다. 민감계층이란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 노약자를 뜻한다. 환경부는 이들이 이용하는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산후조리원 등에 대해 실내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유지 기준보다 한 단계 낮은 관리 기준)을 6시간 평균 m³당 70μg 이하로 정했다. 미세먼지 영향에 취약한 민감계층의 이용 시설 관리 기준이 실외 환경 기준(일평균 50μg 이하)보다 더 높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밀폐된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개방된 공간보다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환경청(EPA) 사이트에선 실내 미세먼지와 관련해 ‘외부 미세먼지와 공기질보다 나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실내로 피신한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실내 공기질 관리가 잘 안 되는 곳이라면 기존 먼지에 실외 먼지가 더해져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을 수 있다. 환경부 실시간 자동측정소 자료에 따르면 황사가 온 2015년 2월 23일 인천지하철 1호선 작전역 안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m³당 498.8μg으로 황사주의보 수치(400μg)보다 높았다. 따라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실내체육관을 대안으로 삼으려면 기본적으로 내부 공기질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 방법은 환기시설이나 공기정화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공기질을 개선하는 것뿐이다. 만약 실내 공기질 기준 수치를 실외처럼 대폭 낮춘다면 그만큼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난감한 교육부 학부모 단체들은 현 기준이 너무 높다며 ‘최소 m³당 35μg 이하’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회원이 7만 명에 이르는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는 지난해 12월 ‘세계보건기구(WHO)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인 25μg 이하로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미대촉은 국내 여건상 25μg 이하가 어렵다면 최소한 올해 상반기 새롭게 적용할 대기환경 기준에 따라 35μg 이하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조만간 실외 미세먼지 ‘나쁨’ 기준을 50μg 초과에서 35μg 초과로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옥 미대촉 대표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은 실내든 실외든 다르지 않다”며 “실내 기준이 최소 실외 기준과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기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다. 초미세먼지의 실내 기준을 정한 나라가 많지 않지만 대만(일평균 35μg 이하)이나 독일(일평균 25μg 이하)의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다. 다만 이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실외 공기질이 좋다. 교육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해 미세먼지 기준을 세우자니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기준을 강화하자니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관 한 곳을 짓는 데만 18억∼20억 원이 들고 여기에 초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는 수준의 설비를 갖추려면 추가적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주 체육관 등 실내 미세먼지 기준을 명확히 정하기 위해 1차 전문가 회의를 열었으나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해 조만간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체육관을 짓기로 했다면 실제 고농도 미세먼지가 체육관 내 공기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정도 환기 시설을 갖춰야 좋은 공기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봤어야 한다”며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다시 과학적인 조사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 2018-0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저임금 상담” 버스 몰고 간 정부…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저조에 고육책

    ‘최저임금을 해결해 드립니다!’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노원구 노원역 사거리 앞. 노란색 버스 앞에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직원 20여 명은 이런 문구가 적힌 파란색 띠를 매고 안내문을 나눠줬다. 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후 2시경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김 장관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러 온 사업주들에게 직접 신청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김 장관이 “굉장히 간단하죠?”라고 한 방문자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이날 ‘일자리안정자금, 찾아가는 현장접수처’ 개소식을 열었다. 현장접수처는 오프라인 접수처(지방고용노동관서나 근로복지공단 지사 등)를 방문할 여유가 없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KB국민은행의 이동 점포 6대를 빌려 마련했다. 소상공인이 밀집한 수도권과 부산 경남 등 전국 6개 권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시급 7530원)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월 보수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근로자 한 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한다. 고용부가 ‘버스 접수’라는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건수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해서다. 고용부는 1월까지 236만 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6일까지 집계한 결과 사업자 수 기준으로는 9513명, 근로자 수로는 2만2845명이 신청해 고작 1%에 불과했다. 월급날이 몰려 있는 25일 전후로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는 고용부의 예상도 빗나갔다. 고용주들이 직원들을 4대 보험에 의무 가입해 주는 데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운영한 노원 현장접수처에는 75명이 방문해 이 중 30명이 일자리안정자금을 직접 신청했다. 김 장관은 버스에서 나와 주변 가게를 돌며 “현장접수처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김 장관은 한 음식점에 들어가 “주민센터에서도 신청을 받고 있다. 종업원 수가 30명 미만이면 1인당 13만 원씩 지원한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여성 업주는 “우리는 직영사업장이라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직영도 다 해당된다. 이를 모르고 신청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꼼꼼히 읽어보시라”며 안내문을 건네자 이 업주는 “알았다”고 했다.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업주도 있었다. 직원 4명을 고용한 두피관리실 사장 정송은 씨(42·여)는 이날 버스를 방문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했다. 그는 “직원 소개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알게 됐다”며 “최저임금이 오른 것 자체는 부담이 되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직원들 월급을 더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중소·영세업체는 1월 임금을 2월 이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신청해도 1월분부터 소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 중순 이후 신청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예상이 어긋나자 신청 급증 예상 시점을 미룬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청만 기다릴 게 아니라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아닌 월급 190만 원 이상인 서비스업종 근로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유성열 기자}

    • 2018-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얼어붙은 한반도, 2주 전보다 더 춥다

    《 올해 최강 한파가 찾아왔다. 그동안 한파는 대개 3, 4일간 한반도를 강타한 뒤 물러섰다. 이번 한파는 일주일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에는 올겨울 최저기온 기록을 갈아 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가장 추웠던 날은 12일이었다. 당시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3도였다. 24일 아침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7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관령은 영하 24도, 부산도 영하 11도까지 떨어진다. 25일도 비슷하다. 이런 혹독한 한파는 다음 주 초반까지 이어진다. 이번 주를 거치며 서울이 시베리아처럼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서베리아’라는 말까지 나온다. 》  올겨울 가장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다. 기상청은 금요일인 26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몰아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 때문이다. 이날 서울 인천 경기 세종 등에는 한파경보가, 광주 부산 등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에 한파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6년 1월 23일 이후 2년 만이다. 2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관령과 부산의 아침 최저기온은 각각 영하 24도, 영하 11도까지 떨어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영하 10도, 대관령 영하 15도, 부산 영하 1도다.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전날과 비슷하지만 낮 기온은 조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영하 7도, 대관령 영하 10도, 부산 0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2∼5도 더 낮아질 수 있다. 26일에도 최저기온이 서울 영하 17도, 철원 영하 22도, 대관령 영하 21도, 광주 영하 10도, 부산 영하 8도 등 한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눈구름대의 영향으로 24일 오후까지 충남 서해안, 호남 내륙, 제주도(산지 제외)에는 1∼5cm, 전라 서해안 2∼7cm의 눈이 올 예정이다. 도로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때와 달리 이번 한파는 길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이후에도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진다. 그 이후에는 평년 기온보다 약간 낮은 기온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루에 물 8컵 마시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

    지난주 내내 한반도를 떠나지 않았던 미세먼지가 이번 주에는 잦아들 전망이다. 하지만 언제 또 찾아올지 안심할 수 없다. 실외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만 머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실외 미세먼지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고, 일상공간에도 미세먼지 유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평소 미세먼지 건강 수칙을 알아둬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고 실외활동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특히 대기오염이 심한 도로변이나 공사장을 피해야 한다. 부득이 외출해야 한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어린이는 신장의 노폐물 제거율과 대사활동률이 낮아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더 취약해 주의가 필요하다. 마스크는 KF80, KF94, KF99로 나뉜다. KF80은 평균 0.6μ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내고 KF94와 KF99는 평균 0.4μm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걸러낸다.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입자 차단 성능은 뛰어나지만 공기 투과율이 낮아 숨쉬기 불편할 수 있다. 어떤 마스크든 초미세먼지(PM2.5)보다 훨씬 작은 입자를 걸러내니 자신에게 편한 마스크를 사용하면 된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코 위치에 오는 마스크의 코핀을 눌러 마스크를 안면에 밀착시켜야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 집에 들어오기 전 외투를 털어 실내까지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귀가 뒤 깨끗이 씻는 것은 필수다. 손과 발, 얼굴을 씻고 코를 흐르는 물에 씻어내는 것이 좋다. 하루 8∼10컵의 물을 마시면 미세먼지를 비롯해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카페인 음료는 탈수를 유발해 피해야 한다. 평소 생활공간의 공기질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후드를 가동하는 것이 좋다. 가스레인지로 요리를 할 때 알데히드류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미세먼지가 나온다. 후드를 틀 때는 후드가 흡입하는 공기 양이 많아지도록 부엌 창문을 최대한 열고 조리 후에도 30분 이상 환기를 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다면 환기는 청소할 때뿐만 아니라 하루 세 번 이상 하는 게 좋다. 대기오염도가 높은 도로변 쪽 창문보다는 다른 창문을 통해 환기를 해야 한다. 청소할 때는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통로를 깨끗이 닦아야 한다. 베란다와 현관, 창문틀은 물걸레로 닦는다. 방충망 청소는 붓으로 먼지를 털어 내거나 신문지를 물에 적셔 붙여두면 된다. 청소가 끝난 뒤 일정 시간 창문을 열어둬야 한다. 청소 이후에도 30분 정도 먼지 농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진공청소기를 구입할 때는 미세먼지 방출량 등급을 확인하고 공기청정기는 사용 공간의 1.3∼1.5배 용량의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박광주 아주대 의대 호흡기내과학교실 교수는 “미세먼지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증상을 악화시키기 쉬워 평상시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삼한사온 아닌 ‘칠한칠미’

    이번 주는 미세먼지로부터 해방된다. 대신 일주일 동안 한파가 찾아온다. 찬 공기가 몰려오지 않으면 대기가 정체돼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찬 공기가 몰려오면 한파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겨울이 삼한사온(三寒四溫·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한 현상)에서 일주일간 춥고 일주일간 미세먼지에 갇히는 ‘칠한칠미(七寒七微)’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경기 남부와 강원 영서, 충청, 호남 등에서 ‘나쁨’ 수준이었던 미세먼지 농도가 22일 오후 충북과 전북을 제외한 전 권역에서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주 내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주된 이유는 ‘대기 정체’였다. 15일 이동성고기압으로 서풍이 불면서 중국 몽골 등에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유입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오호츠크해에 강한 저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이동성고기압이 옴짝달싹 못 한 채 한반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22일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늦은 오후부터 눈이 올 것으로 보인다. 23일 새벽까지 예상 적설량은 서울과 경기, 충청이 2∼5cm, 호남과 경남 서부, 경북 내륙이 1∼3cm, 강원이 3∼8cm다. 23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에서 벗어나 찬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으로 한파가 찾아온다.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도로 전날인 22일 아침보다 11도나 뚝 떨어진다. 낮 최고기온도 영하 8도로 22일 낮보다 12도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이번 한파는 주말까지 이어진다. 찬 고기압은 공기 흐름을 좋게 만들어 한파 기간 미세먼지는 전 권역에서 좋음 내지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요즘 일주일 주기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대기 질이 깨끗해지고, 영상으로 올라가면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기차 성능따라 국고보조금 차등 지급

    올해부터 전기차 국고보조금이 차량 성능과 환경개선 효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지금까지 차종에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지원해온 만큼 차등 지급이 친환경차 확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등 성능을 고려해 승용차를 기준으로 최소 1017만 원에서 최대 1200만 원까지 등급을 나눠 지원한다. 지난해까지는 승용차 한 대당 무조건 14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 최대 지원금을 받아도 지난해보다는 적은 것이다. 차종별 올해 지원금은 △GM 볼트 1200만 원 △현대 아이오닉 N·Q트림 1127만 원 △아이오닉 I트림 1119만 원 △기아 쏘울 1044만 원 △르노삼성 SM3 1017만 원 등이다. 초소형전기차 보조금은 지난해 578만 원에서 올해 450만 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보조금은 정액지원 체계가 유지된다. 지자체별로 보조금 액수가 다르지만 평균 600만 원 선이다. 여기에 국고보조금을 더하면 전기차 한 대당 1600여만 원에서 1800여만 원까지 지원받는 셈이다. 구매 보조금과 별도로 개별소비세 최대 300만 원, 교육세 최대 90만 원, 취득세 최대 200만 원의 세금 감경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환경개선 효과가 높은 택시와 버스, 화물차에 대한 지원은 확대된다. 택시는 차종에 관계없이 1200만 원, 1t 화물차 2000만 원, 중형버스 6000만 원, 대형버스 1억 원을 지원한다.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전기차는 2014년 1075대에서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 2017년 1만3826대로 매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보조금 자체가 줄어든 데다 차등 지급에 나서면서 이런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보조금 및 세제혜택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시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