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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포함한 미국의 비핵화 검증 강화 요구를 큰 틀에서 수용하기로 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비공개 실무접촉 단계에서부터 핵시설과 핵무기 폐기에 대한 검증 강화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최대한 시간을 벌어 협상 우위를 점하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 수교 등 체제 보장을 맞교환하는 일괄 타결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 사전 신뢰 조치로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준비에 들어가는 등 비핵화 의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별사찰 카드로 ‘속전속결’ 압박하는 트럼프 3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절차를 신속하게 완료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핵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에게 신속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검증 강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열려 있고 훌륭하다”고 평가한 것은 이 회동 결과를 보고받은 뒤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합의의 대원칙이 접점을 찾았지만 북-미 간 실무접촉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자는 “미국에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고 일단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 도보다리 대화 등을 통해 트럼프와의 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사찰·검증 수용 방침 등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에게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한 정부 핵심 당국자는 “핵무기 없는 북한으로 가려면 사찰·검증 조치 없이는 상식적이라 할 수 없다. 김 위원장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특별사찰을 요구하며 속전속결식 비핵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에 합의하고도 이행 과정에서 지연전술을 펴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특히 지하 핵시설만 1만 곳이 산재한 북한은 검증하기에 난관이 많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사찰에 더해 향후 북한의 핵기술 인력 추적 관리 등 추가 요구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핵동결 부각하며 북-미 수교 보장받으려는 北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조율과 동시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S방송은 2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에서 전선(電線)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는 핵실험장 갱도 폐쇄를 위한 첫 조치”라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도 3일 관련 보도에 대해 “풍계리 지역을 한미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선 철거 등 동향이 실제로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 폐쇄를 대대적으로 공개해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의지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인 것.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갱도 내 전선 철거는 핵실험 중단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달 중 방북할 한미) 전문가들이 핵실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전 증거인멸 작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리비아식 모델을 고수하며 북한의 선(先)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 수교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사전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외에 또 다른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북한과 사전 실무접촉에서 주민 인권 개선과 관련해 상징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 측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관련 이슈를 의제로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했다. 그동안 미국은 비핵화 의제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북한에 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건 최대한 자제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측에 인권 개선 의지까지 보여줘야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제거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언급했다는 것. 지난해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도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 3명과 관련해 석방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도 인권 문제를 제기한 미국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상원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북한 내 외부세계 정보 유입을 지원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연장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등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리는 북한의 미국 총기 범죄 등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미국이 자신들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덮어두고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를 시비 건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우리(미국 정부)도 비판을 받아들일 테니 너희(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인권 개선 요구를 묵살하지 말라’는 의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트럼프는 남북 정상회담의 이미지와 회담 전체가 생중계됐다는 점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CNN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을 때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를 깜짝 방문하려다 짙은 안개 때문에 가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된 판문점의 모습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다면 앞선 남북회담 때보다 더 큰 파격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판문점에 가면 앞선 문재인 대통령보다 뭐든지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이 장소로 선정되면 북-미 실무자들은 새로운 ‘그림 만들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미 대화 국면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과 비슷한 장면은 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의집, 도보다리 등은 이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상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시설을 중심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통일각, 판문각 등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거나, 북한에서 판문점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72시간 다리’까지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회담이 통일각 등 북측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은 평양까지는 아니지만 북한 땅에 미국 대통령을 들인 셈이 되고, 트럼프 또한 단순히 MDL을 넘는 수준이 아니라 북한을 방문한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북-미 회담은 하루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 정상의 경우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만 선언문에 넣었지만, 북-미 정상은 비핵화와 관련된 시한, 검증 등 더욱 진전된 문구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유학을 다녀온 김정은은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상회담인 만큼 통역사를 거쳐 세밀하게 문구를 조정해야 해 물리적 회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회담이 이튿날까지 이어진다면 김정은은 개성을, 트럼프는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회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트럼프가 판문점까지 가 회담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판문점은 미국 측으로 보면 사실상 북한의 홈그라운드여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백악관 일각에서 판문점 회담에 부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내 책상 위에 핵단추 있다”고 위협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 더 크고 강력한 단추가 있다”고 맞받아쳤을 때 국제사회의 우려는 절정에 달했다.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빅 로켓맨(트럼프)’의 유치한 말싸움이 자칫 핵전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그랬던 이들이 이달 안에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서로를 향해 쏟아냈던 날선 발언들은 이젠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으로 변했다. ‘세기의 핵 담판’을 앞둔, 아버지(72)와 막내아들(34)뻘 두 정상의 협상 스타일을 살펴본다. ○ ‘뼛속까지 협상가’ 트럼프 vs ‘예상보다 노련한’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워싱턴 정가엔 김정은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상대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아무데서나 담배를 물고, 부하에게 욕설을 내뱉을 줄로만 알았던 김정은이 준비된, 심지어 노련한 협상가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골초이면서도 흡연 욕구까지 자제하며 세련된 매너로 상대에게 어필하려 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자인 만큼 일반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과 순발력은 김정은의 강점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측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거나, 평양 표준시를 단박에 제자리로 되돌린 게 대표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국내 언론 보도까지 꼼꼼히 챙기는 게 눈에 띄었다.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노련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 보니 김정은이 지난 2년간 미치광이처럼 행동한 건 지금 극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상황 판단과 학습력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대북정보분석관을 지낸 정박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최근 낸 ‘김정은의 교육’이란 보고서에서 “그는 공격적이기는 하나 무모하거나 ‘미친 사람’은 아니다. 미 정보 당국이 갖고 있던 김정은에 대한 편견을 급히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의 기술’ ‘승자의 생각법’ 등을 펴낸 트럼프는 지지 여부를 떠나 협상만큼은 전 세계 정상 중 최고 수준이다. 그의 특기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상대방을 뒤흔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의 공로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지난달 26∼28일(현지 시간) 사흘 연속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 국제정치 무대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에게도 협상에 들어서기 전까지 ‘냉온탕’을 번갈아가며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엔 ‘로켓맨’ 등 지난해 사용하던 과격한 표현을 자제하면서 ‘훌륭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만큼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판을 깰 정도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담 초반이 ‘골든타임’ 될 듯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통념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과정보다 결과,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란 얘기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처음 만나고 공통점이 거의 없지만 이런 기질 때문에 회담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8세의 나이 차가 나지만 친근감이 형성되지 말란 법도 없다. 부동산 재벌가 아들(트럼프)과 현대판 세습 왕조의 아들(김정은)로 각각 아쉬울 것 없이 자란 ‘금수저’와 ‘핵수저’다. 이들은 또한 농구(김정은)와 골프(트럼프)를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는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트백(fight-back)’ 전술로 김정은을 몰아치다 어느 순간 김정은을 치켜세우며 결정적인 과실을 따내려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강온 전략’ 수행 능력으로만 보면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주눅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별로 없다. 이동우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반전을 거듭한 김정은의 발언과 행동을 종합하면 냉혹한 정치인이자 심지어 안정적인 협상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혈질인 두 사람의 기질로 봤을 때 전문가들은 초반 기싸움에서 협상의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은 따라하기도 힘든 각진 글씨체까지 닮은 두 정상의 스타일상 마주 앉은 후 첫 몇 시간이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도 오전 회담에서 대부분의 합의가 이뤄졌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진심’을 초반에 확인한다면 삽시간에 세계를 놀라게 할 ‘슈퍼 빅딜’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는 얘기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대외 공개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강화된 비핵화 검증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과거 영변 핵시설 폭파 장면을 공개했던 것처럼 본격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에 들어가기 전 핵실험장 폐쇄 과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에 핵동결 대가로 대북제재 완화 및 체제 보장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깜짝 카드’로 진정성 인정받겠다는 김정은 29일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김정은이) ‘일부에선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하는 거라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풍계리 동쪽에 있는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으로 이미 무너졌고, 북쪽의 2번 갱도도 2∼6차 핵실험을 거치면서 사용 불능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건설 완성 단계에 이른 3번 갱도(남쪽)와 보완을 거치면 사용 가능한 4번 갱도(서쪽)의 경우 여전히 유용하다는 평가가 있다. 김정은이 3, 4번 갱도가 기존 실험장보다 더욱 크고 건재하다는 점을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은 미국에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멀쩡히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선 김정은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핵실험장 폐쇄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24일 방한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선언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말만으로는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29일 “일부에서 ‘이미 못 쓰게 된 핵실험장을 폐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해 김 위원장이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청와대는 김정은이 핵실험장 폐쇄 과정에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을 초청한 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 폐쇄 과정을 미국 전문가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보 당국자는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을 잡아둘 나름의 로드맵을 마련한 것 같다”며 “핵실험장 폐쇄 조치에 대한 회의적 반응으로 스텝이 시작부터 꼬이자 ‘실험장 폐쇄 공개’란 제안을 다시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핵실험장 폐쇄로 ‘비핵화 청구서’ 들이밀 듯 김정은이 5월 중 핵실험장 폐쇄를 공언한 것도 관심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전에 양보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 전 핵 동결 조치의 속도를 높여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미국의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핵실험장 폐쇄 공개가 거꾸로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선전전의 일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핵능력이 완성됐음을 제대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핵실험장 폐쇄를 공개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공식적인 검증단 대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을 초청한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김정은은 20일 노동당 전원회의 후 핵 실험장 ‘폐기’ 방침을 밝힌 것과 달리 이번엔 ‘폐쇄’하겠다고 했다. 폐기(dismantle)는 핵 시설 동결에 이어 핵 시설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종 조치인 반면 폐쇄(shut-down)는 가장 초기의 동결 단계 조치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핵 사찰 등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요구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려 시간을 버는 작전의 일환일 수 있다”고 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대통령님’ vs ‘위원장’. 27일 첫 만남에서부터 100분간의 정상회담, 30분간 독대, 만찬까지 친밀한 호흡을 과시한 남북 정상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얘기를 할 것”이라며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며 존대했다. 북측 최고 지도자가 남측 정상을 향해 ‘대통령님’이라고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께서’라는 말도 자주 사용했다. 앞서 2000,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란 공식 명칭으로만 불렀다. 우리 정부가 이번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를 ‘여사’로 부르기로 한 것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남측으로 넘어올 때만 “여기까지 온 건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라며 밝게 웃었다. 30세 넘게 손아래로 ‘아들뻘’인 김정은에게‘님’자를 붙여 예우한 것. 다만 문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이나 판문점 선언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선 ‘님’을 빼고 ‘김정은 위원장’으로만 불렀다. 남북 정상이 서로에게 존칭을 쓴 건 상호 신뢰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또 이날 회담 의제가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되면서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호감을 적극 표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서까지 ‘대통령님’으로 부른 것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한 정부 소식통은 “정상 국가 지도자로서 유연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려는 김정은의 전략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두 정상의 물리적인 나이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장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27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사실상 비서실장으로서 김정은의 진짜 측근이 누구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 수행단과 차례로 인사할 때 경직된 표정을 지은 일부 북측 인사들과 달리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악수했다. 김여정은 김정은이 환영 행사에서 아이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전달받았고, 김정은이 방명록을 작성할 땐 만년필을 직접 건넸다. 의장대를 사열할 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밀치며 자리를 잡기도 했다. 김여정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김정은 바로 좌측에 배석해 ‘오빠’의 발언을 수첩에 꼼꼼히 적기도 했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마주 앉는 회담 메인테이블에 14개의 의자를 준비했지만 6개의 의자만 사용했다. 북측이 배석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우리 측도 그에 맞춰 인원을 줄였다고 한다.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에서도 북측에선 9명의 수행원 중 김여정과 김영철만 배석했다. 우리 측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을 비롯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배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여정 에피소드’도 화제가 됐다. 남북 정상 간 오전 환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을 가리키며 “남쪽에선 아주 스타가 돼 있다”고 말했고 김여정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한다. 김여정의 소속이 당 선전선동부인 것도 이날 확인됐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환담하면서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란 말을 만들었다”고 말해서다. ‘만리마(萬里馬) 속도전’이란 김정은이 주민들의 경제건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로 이러한 선전선동 작업은 대부분 당 선전선동부에서 수행한다.판문점=공동취재단 /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7일 오전 9시 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인 높이 5cm, 폭 50cm의 콘크리트 연석 앞에 섰다. 그 앞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악수한 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것도 걸어서 한국 땅을 밟는다. ○ 김정은, 하루에만 4번 이상 MDL 넘을 듯 평양에서 판문점까지의 거리는 200km가 넘는다. 김정은은 하루 전인 26일 판문점 인근 개성으로 가 머물다 회담 직전 판문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소식통은 “개성의 ‘자남산 여관’을 리모델링해 김정은이 하루 머물 숙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300m가량 떨어진 MDL 인근에 도착해 걸어서 경계선을 넘는다. 문 대통령이 직접 건너가 MDL 중간 지점에서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도보로 이동하는 두 정상은 9시 40분 남측 ‘판문점광장’에서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을 갖는다. 환영식 직후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1층에서 방명록 서명, 기념 촬영을 함께한 뒤 같은 층 접견실에서 환담을 나눈다. 정상회담은 10시 반부터 2층 회담장에서 시작한다. 회담장은 새로 단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상회담 리허설 이후 브리핑에서 “회담장에 아직 새집 냄새가 남아 그 냄새를 빼려고 난방 온도를 최대한 높였다”며 “양파와 숯도 곳곳에 깔고 선풍기까지 동원해 냄새를 뺐다”고 설명했다. 오전 회담 후 김정은 등 북측 인사들은 MDL을 넘어 북측에서 따로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에 있을 두 번째 정상회담과 협상문에 비핵화 항목을 어떻게 명시할지를 놓고 양측이 마지막 ‘작전 타임’을 갖는 것이다.○ 오후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비핵화 담판 오찬 후 두 정상은 소나무를 심는다. 식수 장소는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황소 1001마리를 이끌고 방북했던 ‘소 떼의 길’. 식수목은 정전협정을 체결했던 1953년에 심어진 소나무다. 남북 화합의 의미로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어 식수한 뒤 문 대통령은 북측이 가져온 대동강 물을, 김정은은 우리 측이 준비한 한강 물을 준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란 문구와 함께 두 정상의 서명이 들어간다. 공동 식수 직후 두 정상은 MDL 표지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눈다. 한반도기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새로 단장한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후 중립국 감독위원회가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들었다.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이곳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두 정상은 이후 오후 회담을 갖고 최종 담판에 나선다. 두 정상만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거나 배석자를 1, 2명으로 줄여 사실상 단독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비핵화 합의 수준에 따라 발표문을 작성한다. 우리 측은 ‘판문점 선언’으로 명명되길 바라고 있다. 두 정상이 비핵화 합의를 선언문에 담고 공동기자회견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만찬에 박용만 상의회장 등 기업인도 참석 회담이 끝나면 두 정상은 오후 6시 반부터 평화의집 3층에서 환영 만찬을 갖는다. 북측에선 김창선 서기실장 등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 25명 안팎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만찬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한다. 최근 박 회장은 전문가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여는 등 남북관계 변화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 현대차, LG, SK 등 개별 기업들은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가 만찬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논의한다기보다는 북한이 향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 완화 상황에 대비해 기업인 참석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후에는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환송 행사가 이어진다. 평화의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3차원(3D) 동영상이 상영된다. 이후 김정은 일행은 북으로 돌아간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이은택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국 땅으로 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전에 이어 오후엔 배석자를 1, 2명으로 최소화한 사실상 단독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담은 ‘판문점 선언’(가칭)을 발표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인 T2와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9명의 공식 수행단 명단을 통보했다. 김정은은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문 대통령과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을 갖고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간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후 6시 반 공식 만찬을 시작하기 전 회담 결과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사실상의 단독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놓고 이른바 ‘핵 담판’을 벌인다. 외교 소식통은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하거나 사실상 단독회담에 준하는 소규모 회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 내면 남북은 핵무기 실험과 제조, 저장을 금지하고 핵사찰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발효)에 이어 26년 만에 새로운 남북 비핵화 선언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폐기하는 등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두 정상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임 실장은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아가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북한의 핵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미가 적대 관계 청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남북이 먼저 군사적 대결 종식을 선언할지 관심을 모은다. 임 실장은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은 물론 남북 간의 긴장 완화에 대한 내용들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북한이 공식 수행원에 군 책임자를 포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진우 기자}
캐나다 토론토의 대표적인 한인 타운이 위치한 번화가에서 23일(현지 시간)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24일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 캐나다 국적의 한인 동포 1명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캐나다 현지 공관 및 영사콜센터 등으로 접수된 한국민 연락 두절자가 9명인데 이 중 6명의 안전은 확인됐지만 나머지 3명은 여전히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이날 오후 1시 반경 하얀색 승합차가 토론토의 영가(Yonge Street) 인도를 따라 약 2km를 25분가량 질주하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차량을 운전한 용의자인 25세 남성 알렉 미내시언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이를 “의도적인 공격이었다”고 규정했다. 다만 랠프 구데일 공공안전장관은 같은 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조직적 테러일 가능성은 낮게 봤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진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을 포함해 강화된 비핵화 검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김정은이 한발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핵 사찰·검증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비핵화 물밑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3일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극비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김정은과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본격적인 실무접촉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 폐기 검증 절차를 북한이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 김정은은 트럼프 행정부가 ‘성의 있는 협상’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핵 동결에 이은 신고, 사찰 등의 의무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 후보자는 과거 북한이 IAEA 사찰 과정에서 사찰단을 추방했던 것을 거론하면서 단기간에 집중적인 핵 검증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필요하다면 사찰단이 추가적으로 핵 시설을 들여다보는 ‘특별사찰’의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러한 요구들에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23일 김정은이 폼페이오 후보자와 만난 뒤 “내 배짱과 이렇게 맞는 사람은 처음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북-미 간 국교 정상화 및 제재 완화 등의 보상을 폼페이오 후보자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별다른 이견 안달아▼일각 “北, 검증 시간끌기 나설수도”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기존보다 낙관적인 견해를 여러 차례 내비친 건 폼페이오의 평양행을 통해 들은 김정은의 답변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보 당국자는 “(국제사회가) 북핵 재검증에 나선다면 (그 검증) 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셀 것”이라며 “김정은이 이를 잘 알면서도 ‘핵 사찰’ 수용 카드를 일찌감치 내놓은 건 트럼프 메시지를 들고 방북한 폼페이오에게 그 정도 성의 표시가 불가피하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가에선 국제사회가 고강도로 핵 사찰에 나선다 해도 북한이 작심하고 ‘시간 끌기’에 나설 경우 신고 및 검증에만 수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로만 추려도 검증해야 할 건물이 400여 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를 인식한 듯 ‘신중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방법론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5개 장소가 검토되고 있지만 미국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에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과 외신은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로 평양과 판문점, 서울, 제주, 미 워싱턴, 몽골 울란바토르, 스웨덴 스톡홀름, 스위스 제네바, 싱가포르 등을 거론한 바 있다. 트럼프가 일단 미국은 아니라고 한 만큼 상대국 수도인 평양일 가능성도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기브 앤드 테이크’가 확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비핵화 정도를 담보하지 않고 평양을 선뜻 방문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내다봤다. 최근엔 스톡홀름, 울란바토르 등도 그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사적인 회담인 만큼 아무래도 상징성이라든지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장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은이 평양에서 이동하는 데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이전에도 북-미 간 ‘트랙 1.5회담’이 종종 열린 곳이 동남아다. 말레이시아도 한때 후보였지만, 지난해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 꺼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과 제주도를 여전히 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17일) 이와 관련해 “미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의 장소라면 판문점이나 제주도 다 가능성은 있는 게 아니냐”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면담한 후 팽팽했던 북-미 정상회담의 기류는 확연히 달라졌다. 김정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정은-폼페이오 비밀 회동’에서 폼페이오 후보자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를 직접 확인하고 비핵화 반대급부에 대해 김정은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비핵화 의지 확인차 방북 북한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 간 해빙 기류는 무르익었지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청와대가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간 직접 접촉에 난색을 표했다. 북-미 관계가 전환점을 맞은 시기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지난달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을 때다. 김정은의 대화 의사를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하면서 물꼬가 트인 것.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여전히 물밑 신경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 방미 직후 트위터에 “(대북) 제재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차례 북한에 ‘단계별 비핵화 방식’으로 협상 지연을 노리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던 중 폼페이오가 이달 전격 방북한 것이다. 북-미 간 실무접촉이 다소 답보 상태로 흐르자 김정은에게서 직접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회담 준비도 속도가 붙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폼페이오의 방북은) 서훈 국정원장과 그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 의해 짜였다(arranged)”며 “(방북 목적은) 김정은의 대화 의지가 진지한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폼페이오의 방북 당시 백악관이나 국무부 인사는 함께하지 않았으며 CIA 소속 정보요원들만 일정에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의사 밝힌 듯 우리 정부 당국은 폼페이오가 김정은과 만나 원론적 비핵화를 넘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수준의 발언까지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8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폼페이오가 ‘우리는 과거 실패한 비핵화 협상 방식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김정은에게 강조했고, 이에 김정은은 비핵화 검증 요구까지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만큼 김정은이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까지 그에게 일부 언급했다는 것.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한 폼페이오는 방북 이후 가진 상원 인준청문회(12일)에서 “(김정은은) 지금 자신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다루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내놓을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 의사를 확인한 뒤 북핵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18일 북-미 간 비핵화 논의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같다”며 “비핵화 달성 방안 역시 북한의 구상과 미국의 구상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불시 사찰 등을 통해 핵 폐기와 검증 절차를 단축하려는 미국의 일괄 타결 구상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구상 간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김정은은 폼페이오에게 체제 보장 장치를 중심으로 비핵화 조건을 일부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반대급부로 무엇을 우선 내줄 수 있을지 집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김정은과 폼페이오가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양국에 대사관 설치 △북한에 인도적 지원 개시 등 조건들을 언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 및 일정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회담 장소를 결정하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고 전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과 군의 고위직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입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위성을 통해 주민 단속도 크게 강화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이란 빅이벤트가 코앞에 다가오자 강한 내부 검열로 대화 의제 및 협상 관련 정보에 대한 보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최근 김정은이 북한 고위층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정상회담 및 주요 정치 동향 등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렸다는 첩보를 입수해 우리 당국이 확인 중이다. 이 첩보에 따르면 김정은은 서면으로 이를 직접 지시했고 일부 고위층을 상대로는 휴대전화 등 통신수단까지 검열했다고 한다. 또 관련 내용을 누설하다 적발될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수차례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미가 본격 (실무) 접촉 등에 나섰고 보안이 요구되는 기밀이 늘어나면서 김정은도 (대미) 메시지 관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최고지도자의 중요 일정이나 군사적 도발 등을 앞두고선 내부 메시지 정리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협상전략을 얼마나 오래 감추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며 “이를 잘 아는 김정은이 당 관리들에게 ‘로키(low-key)’ 전략으로 ‘바싹 엎드려 있으라’고 지시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 김정은은 중국 예술단 공연 관람 등 일부 일정을 제외하곤 최대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속내 감추기 전략’에 들어간 모습이다. 주민 통제 수위도 최근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위성 요원들은 각종 소문의 근원지인 ‘장마당’ 등을 중심으로 메시지 단속에 나섰다. 중국과의 접경지대에서는 ‘자본주의 배격’ 메시지가 담긴 포고문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리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고 비핵화 등 구체적 의제가 공개됐을 때 동요를 막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회담을 계기로 외부 정보가 북한에 유입될 경우에 대비해 사전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하루 앞둔 14일 중국 예술단 단장으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했다.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릴레이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쑹 부장의 접견을 거부한 바 있다.○ 김정은-쑹타오 ‘중대 문제’ 논의 15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전날 김정은과 쑹 부장의 접견 소식을 전하며 “조선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의 공동 관심사로 되는 중대한 문제들과 국제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들이 진지하게 교환됐다”고 보도했다. 또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선 최근 조중(북-중)의 두 당, 두 나라 사이 관계 발전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두 당 사이의 고위급 대표단 교류를 비롯해 당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여러 분야, 여러 부문들 사이의 협조와 내왕(왕래)을 활발히 진행함으로써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적극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데 대해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쑹 부장 사이 어떤 ‘중대 문제’가 논의됐는지 북한 매체들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시 주석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중국이 바라는 비핵화 방향에 대해 지난 북-중 정상회담 때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전략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언을 건넸을 수도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5일 김정은이 쑹 부장과 만나 “얼마 전 역사적 방중을 통해 시 주석과 의미 많은 회담을 해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 중국 당의 경험을 거울삼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CCTV는 김정은이 면담을 위해 들어서는 쑹 부장을 밝게 웃으며 맞이하고 악수한 뒤 세 번이나 끌어안는 장면을 방영했다. 김정은은 쑹 부장이 인솔하는 중국 예술단 방문을 환영하는 연회에도 참석했다. 연회에는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최룡해 리수용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리설주, 혼자 중국 예술단 맞아 조선중앙통신은 리설주가 14일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열린 중국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전하며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고 호칭을 붙였다. 2월 28일 건군절 열병식 보도에서 리설주를 ‘여사’로 부른 데 이어 이번에는 처음으로 ‘존경하는’이란 수식어까지 붙인 것.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를 앞세워 정상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이날 리설주는 김정은과 동행하지 않고 김여정 김영철 등과 함께 중국 예술단의 발레 공연 ‘지젤’ 등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태양절을 맞아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다가올 정상회담을 의식해 정상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태양절에 △친선 예술축전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 △김일성화축전(꽃 전시 축제) 등의 행사가 열렸다고 집중 보도했다. 북한은 2016년에는 태양절 당일 무수단 계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해 태양절에는 외신들까지 불러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면서 한 달 반가량 앞둔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만큼 김정은이 트럼프 속내 읽기에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리아 공습은 ‘슈퍼 매파’로 통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 업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주도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7일 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입수됐다며 볼턴은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신속한 군사 대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대화로 안 되면 무력으로 친다’는 볼턴 식 해법을 재확인한 게 이번 시리아 공습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공습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평양을 위축시켜 협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김정은이 다시 한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비극적 최후를 떠올렸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리비아는 오랜 기간 핵무장을 하려다 미국의 제재로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로 선회했다. 하지만 그 후 카다피는 2011년 ‘아랍의 봄’을 거치면서 반군에 체포돼 처형됐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북측 대표단이 카다피를 지목하며 ‘핵이 있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며 “김정은에게 핵은 국내외적인 위협에서 벗어나 편히 자게 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의 기습 공격을 지켜본 김정은이 핵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을 거란 얘기다. 게다가 이번 공습을 주도한 볼턴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여전히 ‘리비아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 CNN도 “북한의 오랜 동맹인 시리아에 대한 공격은 북-미 정상회담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번 공습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더 갈망토록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시리아 공습이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흔들 만한 영향은 주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청와대 역시 이번 공습이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릴레이 회담’ 국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공습을 논의하는 비슷한 시간에 북-미 간 실무접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공습을 본 김정은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비핵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시리아 공습을 보고 체제 보장 등 비핵화 보상이라도 확실하게 챙기는 게 더 이익이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김정은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경우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군사 옵션을 쓸 수 있고, 그 다음 타깃은 평양인 만큼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고 독촉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시간벌기용 시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시간벌기를 허용해 주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를 이뤄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평양에 미국대사관을 개설할 가능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더 밝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한 현지 언론의 질문에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통령을 지원하는 포괄적이고 범정부적인 노력을 진행 중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이 비핵화 조치에 나선다면 그 반대급부로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양국에 대사관 설치 △북한에 인도적 지원 개시 등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존 볼턴 신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점검했다. 정 실장은 청와대의 중재안을 전달하는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 측이 준비 중인 액션플랜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도 북-미 양국에 연락사무소 및 대사관을 개설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선물할 수 있는 ‘제1옵션’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한 달 반가량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실무접촉에선 서로 요구사항만 전달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상대 요구에 따른 보상 방안까지 검토하며 협상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계획에 따른 맞춤형 반대급부를 어떻게 내놓을지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김정은 설득 플랜 짜나 미국은 그동안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을 주장하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장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과 선을 그었다. 백악관 당국자는 9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우리 측에도 ‘(북핵 협상과 관련해) 과거 백악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줄곧 전달해왔다”고 했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일종의 보상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각료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 시기까지 ‘5말 6초’라고 콕 집어 밝히며 북한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도 비핵화 검증 및 사찰 이슈와 관련해 북한과 어느 정도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동결-불능화-신고-사찰-폐기’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비핵화 단계를 3단계 수준으로 확 줄이고, 단계별 이행 기간 역시 초단기로 정해 이를 북한이 이행할 때만 ‘당근’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경우 6개월 안에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는 진일보한 장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설치, 양자 대화 확대, 양국에 대사관 설치 등을 통해 북-미가 정상적 관계로 가는 장면도 당장 미국이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란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은 북한에 직간접의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에 돈을 퍼줘서 협상에 실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경제적 지원으로 지금까지 결정적인 협상 레버리지로 작동해 온 대북제재가 작동을 멈추는 것은 트럼프 머릿속에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美, 대북 인권 문제 본격 거론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10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일단 미국 내 북한 인권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져 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 역시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도록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조미(북-미) 대화의 결렬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협상의 극적인 타결을 염두에 둔 외교 공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미 핵대결전을 평화적 방법으로 총결산하고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데 대한 최고영도자(김정은)의 결심과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에 나선다면 그 반대급부로 무엇을 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김정은이 밝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대해 ‘조건 없는 비핵화’를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해왔다. 하지만 북-미 실무접촉 과정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만큼,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될 경우 우선 ‘부분적 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사전 실무접촉에서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북한에 인도적 지원 개시 △양국에 대사관 설치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북제재 완화 등 경제적 지원 방식은 일단 제외됐다고 한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1일(현지 시간) 극비리에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정 실장은 신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5월이나 6월 초(in May or early June)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조미(북-미) 대화’를 언급하면서 북-미가 10일 오전 동시에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북-미가 회담 장소와 비핵화 해법을 두고 사전 접촉에서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이고 한반도 대화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접촉했다”고 밝힌 뒤 “북한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우리 대북 특사단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뒤 북한과의 사전 접촉 사실과 함께 비핵화 의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전 접촉 과정에서) 북-미 양측이 서로를 대단히 존중(great respect)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가 아주 오래전에 그랬던 것보다는 훨씬 더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10일자 노동신문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의 전날 개최 내용을 전하며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남북정상) 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김정은 지시로 미국과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다는 것을 북한 주민에게도 알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는 정보기관 간 물밑 접촉에서 비핵화 검증 프로세스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이 핵사찰 등에 대해 진전된 자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을 공식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