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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규모 세계 최대로 올라서는 등 피해가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의 공포와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하고 조만간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판단의 근거와 향후 부작용 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본능에 의존해 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14일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위원회의 인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이) 정점 근처까지 왔다”며 “우리는 (경제 재개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이고 바라건대 옳은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미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사망자가 하루 기준으로 2000명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한 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정상화 위원회’는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중심으로 사실상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30일까지 연장된 가이드라인의 시한이 종료되면 5월부터는 순차적으로 경제활동을 일부라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 그러나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하는 기준과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심지어 ‘본능(instinct)’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본능과 참모진들이 주는 정보의 조합에 근거해 결정한다”며 “많은 사실(facts)만큼이나 본능에도 의존하며, 좋던 싫던 여기에는 특정한 본능 같은 것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브리핑에서는 관련 질문에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게 내 측정 기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조속한 경제활동 재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0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경제활동 재개 시점은 (정부가 아닌) 바이러스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월 경제활동 재개 방침에 관해 “계속 낮은 발병률을 보인 곳들에 대해 검사와 감시, 공중보건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일부 지역에서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전국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측근들도 “트럼프, 브리핑 중단해야” 위기상황에서도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브리핑을 놓고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함께 이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하루 1, 2시간씩 직접 브리핑을 진행하고 기자들과 문답을 하면서 기존 발언을 수시로 뒤집고 의료 전문가들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되레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가 모든 질문에 직접 대답해야 한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며 “전문가들이 말하고 언론 질문도 전문가들이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뼈 있는 조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 자신의 메시지를 잠식시켜 버린다”며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브리핑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조사에 앞장섰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이번에도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는 10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사할 초당적 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치적 비난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수로부터 배움으로써 역사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일 사실상 중도하차하면서 미국 대선은 민주당에 유일하게 남은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결 구도로 확정됐다. 일찌감치 경선을 마무리 짓고 본선으로 직행하는 70대 노장들의 치열한 수 싸움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본선 막 오른다 바이든 후보는 위기관리 대응에 강한 안정적인 이미지가 강점이다. 36년간 상원의원,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정통 정치인이다. 좌충우돌하는 이미지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바이든은 ‘고루한 기성세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경선 레이스 초반 대세론이 흔들리기도 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민주당 중도층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돌풍’을 일으켰던 군소후보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 뒤 3월 ‘슈퍼 화요일’에서 바이든은 14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진보적 사회주의 정책을 앞세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승리하면 본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이 중도 세력의 결집을 이끌었다. 예상외로 싱겁게 대선후보 자리를 따냈지만 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상적인 선거 활동을 못하고 있다. 선거에 바람이 사그라진 데다 대중 유세를 통한 흥행몰이도 불가능해졌다. 인터넷 동영상 메시지를 내는 정도의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서 ‘조는 어디에(#WhereIsJoe)’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정도로 존재감이 약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시 불거진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재조사 의지를 밝히고 있어 선거전 후반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든 후보가 샌더스 후보보다 어려운 상대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샌더스 후보의 중도하차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에 “버니의 사람들(지지자)은 공화당으로 와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워런이 아니었으면 샌더스가 슈퍼 화요일에서 이겼을 것”이라며 뜬금없이 워런 상원의원을 공격했다. 샌더스 후보를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그와 경쟁하는 구도가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표현한 것이다. ○ 코로나19가 흔드는 대선 판도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그래프가 정점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대선 판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재선의 발판으로 삼아온 낮은 실업률, 주식시장의 활황, 경제 성장 등의 경제성과가 모두 무너지고 있는 상황. 이날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5%는 ‘연방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여론조사 통계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와 양자 대결 시 5∼8%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매일 2시간 가까이 코로나19 브리핑을 진행하며 ‘전시(戰時) 대통령’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 지난달 26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이후 최고인 49%까지 올랐다. 전통적인 지지층이 탄탄하게 받쳐 주고 있다는 의미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경합주(swing state)에서의 표심이 이번에 어디로 갈 것인지도 승패를 가를 포인트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경합주로 꼽히는 6개 지역에는 전체 선거인단의 37.4%인 101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4년 전 힐러리 후보를 외면했던 중서부 지역의 블루칼라 백인들의 지지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이 8일(현지 시간)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양강 구도로 경쟁해온 샌더스 후보가 사실상 하차하면서 미 대선은 바이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샌더스 후보는 이날 인터넷을 통해 배포한 영상 메시지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대의원 수가 300명 뒤지는 상황에서 승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리더십을 발휘할 의지 또는 능력이 없는 대통령 때문에 위기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보면서 양심상 이길 수 없는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샌더스 후보는 앞으로도 주별 경선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남겨 대의원은 계속 확보해 가겠다고 했다. 의료 개혁, 부자 증세 등 자신의 공약이 당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민의 지지를 계속 확인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샌더스 후보의 하차 선언 이후 바이든 후보는 성명을 통해 “버니는 단순히 대선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라 사회적 운동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샌더스 지지자들을 향해 “이 나라에서 어떤 일을 시급하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우리 진영에 합류해 달라”고 호소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일 사실상 중도하차하면서 미국 대선은 민주당에 유일하게 남은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결 구도로 확정됐다. 일찌감치 경선을 마무리 짓고 본선으로 직행하는 70대 노장들의 치열한 수 싸움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본선 막 오른다 바이든 후보는 위기관리 대응에 강한 안정적인 이미지가 강점이다. 36년간 상원의원과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정통 정치인이다. 좌충우돌하는 이미지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바이든은 ‘고루한 기성세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경선 레이스 초반 대세론이 흔들리기도 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민주당 중도층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돌풍’일 일으켰던 군소후보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나간 뒤 3월 ‘슈퍼 화요일’에서 바이든은 14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진보적 사회주의 정책을 앞세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승리하면 본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이 중도 세력의 결집을 이끌었다. 예상 외로 싱겁게 대선후보 자리를 따냈지만 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상적인 선거 활동을 못하고 있다. 선거에 바람이 사그라진 데다 대중 유세를 통한 흥행몰이도 불가능해졌다. 인터넷 동영상 메시지를 내는 정도의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서 ‘조는 어디에(#WhereIsJoe)’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정도로 존재감이 약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시 불거진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재조사 의지를 밝히고 있어 선거전 후반 발목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든 후보가 샌더스 후보보다 어려운 상대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샌더스 후보의 중도하차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에서 “버니의 사람들(지지자)은 공화당으로 와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워런이 아니었으면 샌더스가 슈퍼 화요일에서 이겼을 것”이라며 뜬금없이 워런 상원의원을 공격했다. 샌더스 후보를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그와 경쟁하는 구도가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 참가했던 워런 의원은 샌더스 후보와 성향이 비슷해 진보성향 표를 분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흔드는 대선 판도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그래프가 정점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대선 판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재선의 발판으로 삼아온 낮은 실업률, 주식시장의 활황, 경제 성장 등의 경제성과가 모두 무너지고 있는 상황. 이날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과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5%는 ‘연방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여론조사 통계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와 양자대결시 5~8%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매일 2시간 가까이 코로나19 브리핑을 진행하며 ‘전시(戰時) 대통령’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 최근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 수준까지 올랐다. 40%가 넘는 콘크리트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의미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치열한 접점을 벌였던 경합주(swing state)에서의 표심이 이번에 어디로 갈 것인지도 승패를 가를 포인트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경합주로 꼽히는 6개 지역에는 전체 선거인단의 37.4%인 101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힐러리 후보는 2016년 대선 당시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에게 아깝게 패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4년 전 힐러리 후보를 외면했던 중서부 지역의 블루칼라 백인들의 지지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자금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책임을 WHO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이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며 “그들은 틀렸고 때를 놓쳤다. 중국 중심적(China-centric)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WHO에)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도 “WHO가 망쳐놨다” “왜 그들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권고를 내놨는가”라며 날을 세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WHO의 한 해 예산은 약 60억 달러 규모(2019년 기준)이며 이 중 미국이 5억5300만 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잇단 ‘중국 때리기’와 WHO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실책의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와 액시오스는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1월 29일과 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 및 경제 타격을 경고하는 메모를 작성해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에게 전달했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차 메모에서 “최악의 경우 50만 명이 숨지고 6조 달러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두 번째 메모에서는 “최대 1억 명이 감염되고 120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관한 질문에 “당시 메모가 있는지 몰랐고 읽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참모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상황에서도 왜 코로나19 위험성을 축소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국가의 치어리더”라며 “밖에 나가서 그런 일(팬데믹)이 생길 거라고 외치면서 나라를 혼란이나 충격에 빠뜨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통계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 확진자는 전날보다 3만2000여 명 증가하며 4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하루 증가치로는 가장 많은 1914명으로 총 1만2857명이었다. 뉴욕시의 누적 사망자는 3202명으로, 2001년 9·11테러 당시 뉴욕에서 발생한 희생자 수(2753명)를 넘어섰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미국의 자금 지원을 보류할 뜻을 시사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그 책임을 WHO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며 “그들은 틀렸고 때를 놓쳤다”고 말했다. “중국 중심적(China-centric)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WHO)에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WHO에 쓰이는 돈을 매우 강하게 보류할 것”이라고 했다가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고,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WHO의 한 해 예산은 약 60억 달러 규모(2019년 기준)로, 미국은 전체 회원국들의 예산 분담금 중 10%에 이르는 5억5300만 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서도 “WHO가 망쳐놨다”, “왜 그들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권고를 내놨는가?” 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공화당 의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공격 수위를 높여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잇단 ‘중국 때리기’와 WHO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실책의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와 악시오스는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1월 29일과 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및 경제타격을 경고하는 메모를 작성해 백악관 고위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1차 메모에서 최악의 경우 50만 명이 숨지고 6조 달러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두 번째 메모에서는 “최대 1억 명이 감염되고 120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0일 중국으로부터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지만 이후에도 “코로나19는 곧 사라질 것”, “독감보다 심하지 않다”는 등 위험성을 축소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측근인 나바로 국장의 경고조차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그의 정책결정을 바꾸지 못했다는 의미로, 백악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및 안일한 대응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당시 메모가 있는지 몰랐고 읽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를 봤더라도 당시 취했던 조치 이상을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중국을 차단하는 강한 조치를 취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수백 만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모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상황에서도 왜 코로나19 위험성을 축소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국가의 치어리더”라며 “밖에 나가서 그런 일(팬데믹)이 생길 거라고 외치면서 나라를 혼란이나 충격에 빠뜨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통계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이날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2만8000여 명 넘게 증가하며 4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2000명 가까이 증가하며 1만279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단위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에서 브렛 크로저 전 시어도어루스벨트함 함장에 대한 경질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해군 수장이 이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크로저 전 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험에 처한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하는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전격 경질됐다. 6일 CNN방송에 따르면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이날 괌에 정박한 루스벨트함의 선박 내 방송으로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크로저 함장이 복수의 당국자에게 편지를 보내 승조원의 하선을 요청하고 이것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그것이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혹은 멍청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고의적으로 편지를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군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이를 ‘배반’이라고 표현하며 “그런 그가 ‘순교자’처럼 됐다”고 비아냥거렸다. 모들리 대행은 크로저 함장의 경질을 결정한 당사자다. 수백 명의 승조원들이 크로저 함장을 영웅처럼 떠나보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승조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남은 평생 나에 대해 분노할지도 모른다”며 “내가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함장을 교체했다는 이유로 여러분이 나에게 갖고 있는 분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전직 해군 인사를 중심으로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해군을 이끌 자질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거친 발언이었다.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모들리 대행은 이날 저녁 뒤늦게 성명을 내고 “크로저 함장이 순진하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크로저 함장과 그의 가족 및 승조원들에게 줬을지 모를 고통에 대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6일(현지 시간) 정경두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정한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정 장관이 오늘 동맹에서의 공정한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내 전화를 받아준 것에 감사한다”며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공정하고 균형 잡히고 포괄적인 합의에 신속히 서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트위터에서 자주 사용하는 ‘같이 갑시다’를 알파벳으로 표시한 해시태그(#KachiKapshida)를 달았다. 그는 정 장관에게 미국 내 분담금 협상안 처리 상황을 설명하며 마지막까지 한국 측을 압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달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한미 양국 협상 실무팀이 마련한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의 잠정 합의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렸다. 한 때 최종 타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가 나지 않고 있다. 최근 미측의 입장이 “아직 협상 진행 중”으로 미묘하게 바뀌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가까스로 조율됐던 안이 다시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연일 치솟으면서 앞으로의 한 주가 최악이 될 것이라는 고위 당국자들의 전망과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5일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주일이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슬픈 한 주가 될 것”이라며 “우리의 진주만과 9·11테러 같은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주가 극도로 치명적인 한 주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 며칠 안에 이 끔찍한 팬데믹의 정점을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뉴욕주의 신규 사망자가 처음 감소한 상황을 두고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8327명 늘어난 12만203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4159명을 기록했지만 신규 사망자 수는 594명으로 4일(630명)보다 줄었다. 쿠오모 주지사는 “데이터를 볼 때 (증가 추세가) 약간 평평해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100% 확신할 수 없다. 일시적 현상(blip)일 수 있다”고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뉴욕의 신규 사망자 감소에 대해 “터널 끝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33만6851명으로 또다시 전날보다 2만 명 넘게 늘어났고, 사망자는 9620명으로 1만 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심지어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는 더 많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사태가 일단락돼도 코로나19가) 다음 계절에 다시 살아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다가 경질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의 브렛 크로저 함장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문 뒤로 분명 남편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누구보다 건강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떠날 줄은 몰랐다. 벤 루더러와 브랜디 루더러 씨는 뉴저지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부부 교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야구부 출신으로 학교에서 야구팀을 지도하던 남편 벤은 누구보다 건강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7일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열이 나고 호흡이 심하게 가빠졌다. 급히 응급실을 찾아 산소호흡기와 약 처방을 받은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벤은 침실에서, 브랜디는 그외 공간에서 지냈다. ‘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며 쉬어라’는 의사의 지시를 철저히 따랐지만 이틀 뒤 다시 증상이 악화됐다. 그날 오전 2시. ‘응급실에 갈래?’라는 문자에 남편은 ‘확실하지 않다’며 집에서 잠을 청하겠다고 답했다. 브랜디는 친구에게 빌린 가습기를 틀어준 뒤 벽 너머 남편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오전 6시 벤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불과 4시간 사이에 숨을 거둔 것이다. CNN방송은 5일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30, 40대 젊은 사망자의 사연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슬픔과 공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주에 사는 39세 콘래드 뷰캐넌 씨는 딸과 춤추기를 즐기던 건강한 디제이였다. 지난달 중순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갔지만 기저질환이 없고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다. 일주일 뒤 그의 증세는 급속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그의 부인 니콜 뷰캐넌 씨는 “격리 치료 중 사망한 탓에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CNN방송에서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2449명 가운데 20∼44세는 전체의 20%, 45∼54세는 18%로 집계됐다. 젊은 층은 사망에 이를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면역 반응이 무너지면서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달 말 25세 남성 약사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 역시 다른 질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 스크립스 메모리얼병원의 숀 에번스 박사는 “당신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젊음은 코로나19를 피해 갈 수 있는 방탄조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젊은층의 목숨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수용체 단백질인 ACE2의 유전적 변이를 꼽았다. ACE2는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을 때 이용하는 효소로, 이 수용체의 변이에 따라 바이러스가 폐에 더 쉽게 침입할 수 있다. 폐의 수축과 이완을 돕는 계면활성제가 부족해지면 폐가 뻣뻣해져 호흡 곤란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연일 치솟으면서 앞으로의 한 주가 최악이 될 것이라는 고위당국자들의 전망과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주일이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슬픈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덤스 단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피습 사건과 2001년 9·11 테러를 거론하며 “이것은 우리의 진주만과 9·11 테러 같은 순간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주가 극도로 치명적인 한 주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 며칠 안에 이 끔찍한 팬데믹의 정점을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브리핑에서도 “미국이 치명적 시기, 참혹한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한 주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33만5524명으로 또 다시 전날보다 2만 명 넘게 늘어났고, 사망자 수는 9500명으로 1만 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심지어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는 더 많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올해 세계에서 완전히 근절될 것 같지 않다”며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다음 계절에 다시 살아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계절적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보건당국은 뉴욕에서 4500명의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헨리포드 병원에서는 3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약품이 사용, 추적 관찰 및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도 치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긴급 경제대책에 항인플루엔자 치료약 ‘아비간’을 200만 명 분 비축키로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아비간은 코로나19 치료약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임상시험 단계인데다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도 있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2009년에 발표한 56조8000억 엔(약 642조 원) 사업규모를 웃도는 사상 최대 긴급 경제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르면 7일 코로나19 급증을 막기 위해 개인의 권리를 일부 제한할 수 있는 긴급사태를 선언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도쿄도는 법에 근거해 외출 자제를 요청하고, 백화점 등 상업시설 사용 제한을 요청하거나 지시할 예정이다. 위반 시 벌칙을 주는 강제력 없지만, 도민들의 경각심을 높여 사실상 사람 이동을 크게 줄이는 ‘일본식 도시 봉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던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함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이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브렛 크로지어 함장(사진)이 “끔찍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한 반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는 그를 ‘영웅’으로 칭했다. 미 해군은 2일 크로지어 함장을 전격 경질했다. 20통이 넘는 서한을 상부에 돌리는 방식으로 윗선을 압박하고 승조원들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자신이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크로지어 함장은 승조원 4800여 명을 태운 루스벨트함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상부에 “지금은 전시(wartime)가 아니다. 승조원들이 배 안에서 이렇게 죽어갈 이유는 없다”는 내용의 5쪽짜리 서한을 보내 하선을 요청했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고조되자 결국 하선 명령이 떨어졌다. 루스벨트함은 괌에 정박해 하선 작업에 들어갔다. 3일 묵묵히 짐을 챙겨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하선을 준비하던 승조원 수백 명은 “캡틴 크로지어”를 연호하며 배웅했다. 승조원들의 생명을 구하고 경질된 함장이 이들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떠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달궜다.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 사이트에는 몇 시간 만에 6만7000명이 그의 복귀 청원에 서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이자 롱아일랜드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연구소장인 트위드 루스벨트도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4일 뉴욕타임스의 ‘크로지어 함장은 영웅’이라는 기고문에서 “증조할아버지도 크로지어 함장의 판단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큰 용기를 보여주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 조치를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핵 동력으로 움직이는 거대 항공모함의 수장이 편지를 통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그가 편지를 쓴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수도인 도쿄가 미국의 뉴욕처럼 확산의 중심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NHK에 따르면 5일 도쿄의 신규 감염자 수는 143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전 118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은 이후 이틀째 기록을 경신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68명)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도쿄의 누적 감염자는 1034명으로 일본 전체 감염자(4519명)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타 겐타로(巖田健太郞) 고베대병원 감염증내과 교수는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쿄가 미국 내 최대 바이러스 확산지인 뉴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진단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도쿄 인구 1350만 명 중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은 4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본 정부가 조만간 개인의 권리까지 일부 제한할 수 있는 긴급 사태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확산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주말 새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6만6195명, 사망자는 2356명 늘어 누적 확진자는 31만1637명, 누적 사망자는 8454명으로 집계됐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한 주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 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5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1만1637명으로 주말 사이 6만 명 이상 늘었다. 3월 19일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16일 만에 30배로 늘어난 수치다. 3월 27일 10만 명을 넘긴 지 닷새 만인 4월 1일 20만 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다시 1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사망자 수도 8454명으로 증가하며 8000명 선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불행히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망자) 숫자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아마도 세계대전, 제1차 세계대전 또는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발생한 사망자 숫자)…”이라고 덧붙였다. 데버러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지금은 식료품점이나 약국도 갈 때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비롯해 방역물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거칠게 대할 것”이라며 “이는 보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한 주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5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1만1635명으로 주말새 6만 명 이상 늘었다. 3월 19일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16일 만에 30배로 늘어난 수치다. 3월 27일 10만 명을 넘긴 지 닷새 만인 4월 1일 20만 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다시 1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확산속도가 겉잡을 수 없이 빠르다. 사망자 수도 8454명으로 증가하며 8000명 선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다가오는 한 주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며, 불행히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며 “이런 (사망자) 숫자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아마도 세계대전, 제1차 세계대전 또는 2차 세계대전 기간…”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자 수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필요한 의료 물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거칠게 대할 것”이라며 “이는 보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기존 방침을 바꿔 일반인에게도 마스크 등을 이용해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닐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경고는 마스크를 생산해온 3M이 국방물자생산법(DPA)에 따른 마스크 생산 확대 및 해외수출 제한 방침에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3M은 3일 성명을 내고 “중남미 국가를 비롯한 해외 수출 중단은 이들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3M이 태국 공장에서 생산해 독일로 운송될 예정이던 마스크를 DPA 발동을 이유로 사실상 중간에서 가로채는 등 독일과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안드리아스 가이젤 독일 내무장관은 “현대판 해적행위이자 동맹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미국은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의료장비를 비롯한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량을 줄이거나 장애물을 만드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수도인 도쿄가 미국의 뉴욕처럼 확산의 중심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NHK에 따르면 5일 도쿄의 신규 감염자 수는 143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전 118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은 이후 이틀째 기록을 경신했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68명)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도쿄의 누적 감염자 수는 1034명으로 일본 전체 감염자(4401명)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타 겐타로(巖田健太郞) 고베대병원 감염증내과 교수는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쿄가 미국 내 최대 바이러스 확산지인 뉴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진단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도쿄 인구 1350만 명 중 진단검사를 받은 이들은 4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일본 전체로는 3만9000여 건으로 한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본 정부가 조만간 개인의 권리까지 일부 제한할 수 있는 긴급사태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확산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주말 새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6만6195명, 사망자는 2356명 늘어 누적 확진자는 31만1637명, 누적 사망자는 8454명으로 집계됐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사진)은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의 저서에서 줄곧 세계화 움직임을 주목해온 대표적인 글로벌 지식인이다. 그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특정 분야의 세계화가 퇴보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을 이어주는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 간 차단 조치로 세계화가 퇴보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오히려 지금 상황이야말로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상호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이어 “섣불리 ‘세계화가 끝났다’고 예단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주장을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세기의 스토리는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가치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 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세계화 현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시스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 BC와 AC로 나뉠것… 팬데믹에 美우선주의 작동 힘들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토머스 프리드먼(67)의 모습이 등장했다. 턱선이 아슬아슬하게 잘린 채 다소 균형이 안 맞는 모습이었다. 화상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앉았지만 얼굴 정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탓이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지던 그는 “기술사회에 대한 글을 참 많이 썼지만 막상 화상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껄껄 웃었다. 각종 저서와 칼럼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바꿔놓을 미래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지식인의 모습으로는 의외였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뤄진 프리드먼과의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워싱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화상으로 연결돼 있는 것 자체가 세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코로나19로 세계화가 퇴보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세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신은 최근 BC를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AC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로 부르며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뀐다고 보나. “지금 화상 인터뷰가 보여주고 있는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실제로 해보니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겠다. 사람들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코로나19 이후의 학교와 사무실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다소 사회주의화돼 가고 있다.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사실상의 ‘기본소득’을 만들어낸 셈이다. 국가적 차원의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 사회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원격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로 대면소통과 스킨십이 줄어들면 부작용은 없을까. “나는 비대면(virtual) 사회의 신봉자는 아니다. 그러나 원격 시스템의 사용은 가족이나 이웃과 더 많은 대면소통을 하고 인간관계를 쌓을 시간을 벌어준다. 출퇴근 시간만 자유롭게 쓸 수 있어도 다른 업무나 건강관리 같은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요즘 아내와 매일 1시간씩 산책을 하며 자택대피령 생활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입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화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경제와 교역 같은 특정한 분야에서만 보면 세계화가 퇴보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계화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개인 간의 세계화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상호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술이 근사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자동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가치를 그 기술에 부여하느냐에 달렸다.” ―개인 간의 소통을 넘어서는 더 넓은 의미에서도 미래에 세계화의 가치는 유지될까. “세계화는 끝난 게 아니냐는 지적은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마다 어김없이 나왔다. 내가 2005년에 ‘세상은 평평하다’라는 책을 쓴 이후 세상은 평평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책과 논문들이 쏟아졌다. 세상은 뾰족뾰족하고 울퉁불퉁하다면서 나의 주장을 공박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 주장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없다. 기술이 갖는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섣불리 세계화가 끝났다고 예단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세계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우며 코로나19 발병 이전부터 사실상 세계화에 역행하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작동하기 어렵다. 미국 우선주의는 어느 때보다 어리석게 들린다.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만 외톨이가 되는 것(America Alone)이다. 연말 미국 대선에서 다른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지금의 대외정책 기조는 변할 것이다.” ―세계화된 미래 사회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저서에서 브라인(BRINE·Bio Robot Info Nano Energy) 같은 개념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냉전 이후 등장했던 4개의 큰 이론부터 이야기해 보자.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있었고 이어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이론이 나왔다. 세 번째로 로버트 캐플런을 들 수 있다. 그는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 같은 저서에서 미래 무정부 상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마지막이 ‘작은 토미’(프리드먼 본인)가 말하는 세계화다. 세계화된 미래 사회에서는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기술이 충돌한다. 가족과 부족, 지역사회의 신뢰 같은 가치들이 새로운 기술과 교직(intersecting)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긴장을 유발할 것이고, 이들이 상호 교직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과 가치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다음 세기의 스토리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 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세계화 현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시스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바뀌고 있다. 다음 세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700년대 산업혁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주요한 도구라고는 증기기관밖에 없었다. 그때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32세였으니 3세대가 한 가지 도구를 같이 쓴 셈이다. 이제는 한 세대가 32개의 다른 도구를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환경에서 일자리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들고 발명해 가는 것이다. 미래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평생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이든 배우려는 욕구를 갖는 게 중요하다. 배움을 사랑하게 만들어라. 자발적 동기 부여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인생의 기술이다.” ―그런 일자리의 변화는 ‘공유경제’ 같은 새로운 개념과도 맞물릴 것 같은데…. “공유경제는 분명히 이런 변화의 한 부분이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가보면 숙소 정보의 공유, 예약하는 기능 외에 ‘경험’이라는 또 다른 버튼이 있다. 거기를 눌러보면 김치 담그는 법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열정으로 돈을 버는 일종의 ‘열정의 현금화(passion monetizing)’를 하고 있다. 이런 것들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일이 될 수 있다.”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가는 정치 지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 전통 미디어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런 시기야말로 뉴욕타임스, 그리고 한국의 뉴욕타임스인 동아일보가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우리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도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한국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한국은 엄청난 위기에 민주적으로 잘 대응해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다. 권위적인 모델은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적 방식으로 이를 이뤄낸 더 좋은 사례는 없다. 이것은 한국이 이 세상에 주는 큰 선물이기도 하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감사함을 전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토머스 프리드먼(67)의 모습이 등장했다. 턱선이 아슬아슬하게 잘린 채 다소 균형이 안 맞는 모습이었다. 화상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앉았지만 얼굴 정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탓이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지던 그는 “기술사회에 대한 글을 참 많이 썼지만 막상 화상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껄껄 웃었다. 각종 저서와 칼럼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바꿔놓을 미래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지식인의 모습으로는 의외였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뤄진 프리드먼과의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워싱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화상으로 연결돼 있는 것 자체가 세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코로나19로 세계화가 퇴보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세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신은 최근 BC를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AC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로 부르며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뀐다고 보나. “지금 화상 인터뷰가 보여주고 있는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실제로 해보니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겠다. 사람들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코로나19 이후의 학교와 사무실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다소 사회주의화돼 가고 있다.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사실상의 ‘기본소득’을 만들어낸 셈이다. 국가적 차원의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 사회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원격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로 대면소통과 스킨십이 줄어들면 부작용은 없을까. “나는 비대면(virtual) 사회의 신봉자는 아니다. 그러나 원격 시스템의 사용은 가족이나 이웃과 더 많은 대면소통을 하고 인간관계를 쌓을 시간을 벌어준다. 출퇴근 시간만 자유롭게 쓸 수 있어도 다른 업무나 건강관리 같은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요즘 아내와 매일 1시간씩 산책을 하며 자택대피령 생활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입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화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경제와 교역 같은 특정한 분야에서만 보면 세계화가 퇴보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계화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개인 간의 세계화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상호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술이 근사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자동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가치를 그 기술에 부여하느냐에 달렸다.” ―개인 간의 소통을 넘어서는 더 넓은 의미에서도 미래에 세계화의 가치는 유지될까. “세계화는 끝난 게 아니냐는 지적은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마다 어김없이 나왔다. 내가 2005년에 ‘세상은 평평하다’라는 책을 쓴 이후 세상은 평평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책과 논문들이 쏟아졌다. 세상은 뾰족뾰족하고 울퉁불퉁하다면서 나의 주장을 공박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 주장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없다. 기술이 갖는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섣불리 세계화가 끝났다고 예단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을 보석처럼 다루면서 글로벌하게 행동한다면 세계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우며 코로나19 발병 이전부터 사실상 세계화에 역행하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작동하기 어렵다. 미국 우선주의는 어느 때보다 어리석게 들린다.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만 외톨이가 되는 것(America Alone)이다. 연말 미국 대선에서 다른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지금의 대외정책 기조는 변할 것이다.” ―세계화된 미래 사회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저서에서 브라인(BRINE·Bio Robot Info Nano Energy) 같은 개념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냉전 이후 등장했던 4개의 큰 이론부터 이야기해 보자.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있었고 이어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이론이 나왔다. 세 번째로 로버트 캐플런을 들 수 있다. 그는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 같은 저서에서 미래 무정부 상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마지막이 ‘작은 토미’(프리드먼 본인)가 말하는 세계화다. 세계화된 미래 사회에서는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기술이 충돌한다. 가족과 부족, 지역사회의 신뢰 같은 가치들이 새로운 기술과 교직(intersecting)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긴장을 유발할 것이고, 이들이 상호 교직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과 가치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다음 세기의 스토리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 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세계화 현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시스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바뀌고 있다. 다음 세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700년대 산업혁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주요한 도구라고는 증기기관밖에 없었다. 그때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32세였으니 3세대가 한 가지 도구를 같이 쓴 셈이다. 이제는 한 세대가 32개의 다른 도구를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환경에서 일자리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들고 발명해 가는 것이다. 미래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평생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이든 배우려는 욕구를 갖는 게 중요하다. 배움을 사랑하게 만들어라. 자발적 동기 부여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인생의 기술이다.” ―그런 일자리의 변화는 ‘공유경제’ 같은 새로운 개념과도 맞물릴 것 같은데…. “공유경제는 분명히 이런 변화의 한 부분이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가보면 숙소 정보의 공유, 예약하는 기능 외에 ‘경험’이라는 또 다른 버튼이 있다. 거기를 눌러보면 김치 담그는 법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열정으로 돈을 버는 일종의 ‘열정의 현금화(passion monetizing)’를 하고 있다. 이런 것들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일이 될 수 있다.”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가는 정치 지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 전통 미디어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런 시기야말로 뉴욕타임스, 그리고 한국의 뉴욕타임스인 동아일보가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우리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도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한국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한국은 엄청난 위기에 민주적으로 잘 대응해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다. 권위적인 모델은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적 방식으로 이를 이뤄낸 더 좋은 사례는 없다. 이것은 한국이 이 세상에 주는 큰 선물이기도 하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감사함을 전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과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일 중국을 넘어서는 등 미국과 유럽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8만8647명, 4059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수는 하루 동안 2만5000명가량 늘었고, 사망자는 886명 증가하면서 중국(3312명)을 추월했다. 프랑스도 사망자가 499명 증가한 3523명으로 집계돼 중국을 넘어서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스페인은 확진자가 7719명 늘어나 누적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864명 증가한 9053명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앞으로 2주간은 매우 고통스러운 기간이 될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앞에 놓인 힘든 기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건강의료 분야의 위기를 넘어서는 ‘인류의 위기’”라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9·사진)는 글로벌 정치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캐나다의 최장수 정당인 자유당을 이끌면서 2015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에 올랐고, 세계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이끄는 주역이 됐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트뤼도 총리는 “더 나은 미래와 더 번영된 조국을 믿었기에 이 정치적 모험을 시작했다”며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고 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도 직면하지만 리더라면 이런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현안인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보여준 효과적인 방역은 전 세계의 본보기”라며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모든 국민이 성공 기회 얻도록 남녀 동수-다양성 내각 꾸렸죠”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캐나다를 이끌고 있는 40대 지도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역동적이다. 캐나다 총리실이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린 사진 자료 9000여 장 중 상당수는 트뤼도 총리가 넥타이를 풀거나 소매를 걷은 차림으로 대중들과 대화하며 어울리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이런 ‘젊은 카리스마’는 미래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주요한 힘이다. 그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지금까지 해온 것이 쉬운 길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민들의 열정과 개방성, 다양성은 내가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그의 꿈은 모든 국민이 성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번영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역과 투자를 통한 한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한국과 연구 및 혁신분야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순 부인 소피 그레구아르 트뤼도 여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트뤼도 총리도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 격리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해 인터뷰는 e메일로 진행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캐나다 정부는 건강,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나는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고 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백신 개발과 치료가 시급한 우선순위 과제라는 점, 세계 모든 나라가 보건 연구와 과학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경험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맞서 싸우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이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캐나다의 동맹국이며 나는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이 코로나19에 대해 확고하고도 적극적인 방역에 나선 결과 최근 새로운 확진자 수가 점점 줄어든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인들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보여줬고, 전 세계 사람들은 한국을 본보기 모델로 삼고 있다.” ―캐나다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총리로서 나라를 이끌고 있는데 그 젊은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10년 전 더 나은 미래와 더 번영된 조국을 믿었기 때문에 이 정치적 모험을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을 위해 일해 온 것은 내 인생의 큰 영광이었다. 쉬운 일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고 때로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도 직면한다. 그러나 리더라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매일 캐나다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개방성과 다양성의 가치가 우리의 원칙에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느끼고 있다. 이는 내가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젊은 정치인들이 부상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34세 여성 총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글로벌 정치에서 이런 세대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우리 모두는 나이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다. 전 세계에는 모든 연령대의 지도자들이 있고 우리 모두는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2015년 선거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편안한 은퇴 보장,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총리를 원했기 때문에 우리 당을 지지했다.” ―당신은 국내외 정치 무대에서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관련 정책들을 끌고 나갈 생각인가. “우리는 청소년, 노인, 가족,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캐나다인을 계속해서 도울 것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48년간 함께한 파트너를 잃은 아내를 도울 것이고, 월말에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세 아이를 가진 어머니를 도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모든 캐나다인이 성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공정한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다양한 출신의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했고, 남녀 비율을 1 대 1로 구성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펼치려는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캐나다인 5명 중 1명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캐나다로의 이민을 선택한 사람이다. 이들 덕분에 에너지 넘치고 진보적이며 다양한 우리의 도시들이 ‘세계의 창문’이 됐다. 그것이 우리가 캐나다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내각을 가진 이유다. 또한 나는 남녀평등의 실현이 최우선 과제이며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정책 결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취임하면서 남녀 각각 15명으로 내각을 구성했다. 당시 ‘왜 남녀 동수로 내각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Because it’s 2015)”라고 대답한 것은 그의 진보성을 상징하는 일화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주년이 되는 해다. 양국 경제 교역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과의 FTA는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유대를 강화했다. 한국은 그 자체로 주요한 경제 주체이자 캐나다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잘 자리 잡는 것은 캐나다의 장기적인 경제 번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역과 투자 분야를 통한 한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특히 연구 및 혁신 분야의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캐나다는 유학생과 관광객들의 교류가 활발하고 K드라마나 K팝 같은 문화 교류가 활발한데 최근 접한 한국 문화가 있는지. “두 나라는 그런 교류를 바탕으로 국민 간의 강력한 연계를 갖고 있다. 20만 명의 한국계 캐나다인이 보여주는 활기찬 공동체 활동과 공헌은 여러 분야에서 매우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는 한국인들이 영화 ‘기생충’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캐나다인 역시 우리의 작은 공헌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다시피 (‘기생충’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최우식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자랐다. 우리는 그를 캐나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며 한국을 도왔던 나라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 양국은 앞으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 “캐나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캐나다는 한반도의 지역 문제를 포함한 안보에 대해 한국과 계속 협력하고자 한다. 양국은 상호 훈련, 공식 방문, 정보 교환 등의 국방 분야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동아일보는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동아일보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동아일보 100주년을 축하한다. 여러분은 매일 사람들에게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꼭 필요한 정보의 원천이다. 나는 100년의 역사를 취재한 동아일보를 높이 평가한다. 동아일보가 앞으로도 계속 성공하기를 바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