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수업 중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서울 남대문중 교사가 해당 학급 수업에서 제외됐다. 학교 측은 13일 “학생 보호 등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제외 이유를 밝혔다. 앞서 남대문중 교사 A 씨는 지난달 29일 수업 때 학생들에게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집회에서 연설한 음성을 들려줬다. A 씨는 전 회장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며 “(연설 내용의) 타당성을 따져가며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틀 뒤 수업에서도 A 씨는 전 회장이 담임인 교회 홈페이지의 집회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성조기가 왜 있느냐”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자 A 씨는 1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료를 들려준 것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6일 후 수업에서 “자료를 (추가로) 준비했는데 누가 또 민원 넣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발언을 하자 학교 측은 A 씨의 수업 제외를 결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위축되거나 피해의식이 생길 수 있어 교사를 교체했다”며 “교사가 조금 경솔했고 (학생을) 배려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교육부가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59곳을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연간 26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교육부는 7일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계획 발표 이후 5일 동안 소요 예산 추산치를 4차례나 바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사립학교인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 59곳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첫해 800억 원, 2년 차 1700억 원, 3년 차 2600억 원 정도 지원해야 한다”며 “이후 매년 26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립 외고와 자사고의 학교운영비와 법정부담금은 학부모 납입금 등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일반고로 바뀌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 공공 부담으로 대신해야 한다. 전환 첫해인 2025년 1학년, 이듬해 1·2학년 등 단계적으로 규모가 늘어나고 3년 차부터 전체 학생을 지원해야 된다. 앞서 유 부총리는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이 부담해야 할 일괄전환 추가 비용을 “5년 동안 77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 부총리는 “5년간 1조5억 원”, “5년간 1조500억 원” 등 구체적인 추산치를 잇달아 고쳐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최종적으로 “5년간 1조 원으로 연간 2000억 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흘 만에 다시 연간 2600억 원이란 추산치가 나온 것이다. 교육부 측은 “처음 ‘5년간 7700억 원’은 자사고만 계산한 것으로, 여기에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포함시켜 5년간 1조500억 원을 추산했다”며 “이는 단계적 전환을 감안한 것으로 일괄 전환을 가정하면 연간 2600억 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꾸는 중요한 정책을 마련하면서 소요 예산조차 오락가락하는 건 그만큼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선언적으로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발표했다가 졸속 추진 논란에 휩싸였다”며 “기본적인 검토도 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권 교체 후 일반고 전환 정책의 번복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외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큰 방향에서 미래 교육을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제가 보기에는 다음 정부에서도 학교 현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원래대로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또 현 정부 교육정책에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대해선 “일부 여론조사에서 교육부가 18개 부처 가운데 15등이라는 결과를 봤다”며 “입시 공정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나온 결과”라고 해석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강동웅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59곳을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연간 26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7일 일괄 일반고 전환 계획을 발표한 정부가 소요예산 추정치를 바꾼 건 지금까지 4번째다. 유 부총리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에 사립인 외고 국제고 자사고 59곳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첫 해 800억 원, 2년차 1700억 원, 3년차 2600억 원 정도 지원해야 한다”며 “이후 매년 26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립 외고와 자사고의 학교운영비와 법정부담금은 학부모 납입금 등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일반고로 바뀌면 지방자치단체 교부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앞서 유 부총리는 7일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하며 추가 비용을 “5년 동안 7700억 원”이라고 밝혔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5년간 1조5억 원”, “5년간 1조500억 원” 등 잇달아 추정치는 정정했다가 최종적으로 “5년간 1조 원으로 연간 2000억 원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흘 만에 다시 연간 2600억 원으로 수정한 것이다. 5일 동안 5가지 예산 추계가 나온 셈이다. 미리 필요한 예산을 분석했느냐는 질문에 유 부총리는 “대략의 추계로 1조500억 원이 나온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자사고 전환 비용에 예술고, 국제고 등을 포함하면서 차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선언적으로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발표했다가 졸속 추진 논란에 휩싸였다”며 “기본적인 검토도 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권 교체 후 정책 번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외고 자사고 전환은) 큰 방향에서 미래 교육을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제가 보기에는 다음 정부에서도 학교 현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원래대로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현 정부 교육정책에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교육부가 18개 부처 가운데 15등이라는 결과를 봤다”며 “입시공정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가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되는 내용으로 수업하다 학부모 등이 반발하자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10일 서울 성북강북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성북구 남대문중 교사 A 씨는 지난달 29일 1학년 한 반의 수업시간에 듣기평가 자료라며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연설 음성을 들려줬다. 보수 성향의 전 회장이 지난달 초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한 연설 중 55초 분량이었다. 수업 목표는 ‘설득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듣기’였다. A 씨는 연설을 들려준 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의 예를 들며 “설득 내용의 타당성을 따져가며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일부 학생의 학부모 등은 “A 씨가 ‘전 목사는 히틀러 같은 선동가다. 듣는 사람이 타당성을 따져서 듣지 않으면 선동 당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발언을 전해 들은 일부 학부모와 한기총 측은 남대문중에 ‘A 씨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기총 측은 지난달 31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교육청에서 조사하라”고 청원했다. 이달 1일 A 씨는 자신이 수업한 반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료를 들려준 것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지원청은 5일 장학사 2명을 남대문중에 보내 A 씨와 학교 관계자의 해명을 듣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한기총 측은 “지원청이 학생들 얘기는 듣지도 않는 등 부실 조사를 했다”며 추가 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일부 학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제기를 위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교육법정주의’와 ‘교육받을 권리’ 다툴 헌법소원 서울자사고 측은 교육부의 일괄 일반고 전환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교육 기본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교육법정주의’(헌법 31조6항),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교육받을 권리’(헌법 31조1항)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 전환을 하겠다는 정부 조치가 교육법정주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총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4월 ‘고교의 유형을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정한 데서 자사고 혼란이 기인한다’고 밝혔다”며 “국가교육의 큰 방향과 틀을 시행령 수준에서 좌지우지한 것은 교육법정주의를 명시한 헌법 정신의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고 외고의 일괄 전환이 위헌 논란을 빚자 정부도 즉각 ‘방어’에 나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이들 학교(자사고 등)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이라며 일반고 전환 역시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우리는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 법률적 검토를 다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사고 측은 설립 때와 달리 시행령 개정으로 발생할 피해가 크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교육권 침해 여부까지 가릴 방침이다. 오세목 전국자사고공동체연합회장은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학생의 교육기본권을 뺏어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승 백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기본권은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닌 ‘자기 수준과 소질에 맞게 교육받을 권리’로 해석할 수 있어 (정부 방침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소송 쟁점은 “자사고 유지” 교육부 약속 행정소송에서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자사고 측은 정부가 설립 당시 운영의 지속성을 약속하고서 현재 이를 어기고 있다는 의견이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자사고 설립 당시 교육부가 ‘5년, 10년 후 문 닫게 할 일 없다’고 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시교육감 대행으로 ‘자사고 심의 지정·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당시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교육부의) 지정 취소가 없을 것이란 암묵적 분위기가 있었다”며 “행정소송이 시작되면 자사고 측을 대변할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당시 정부와 소통하면서 자사고가 한시적 운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각 학교 교장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기숙사 등 학교시설을 둘러싼 소송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면 기숙사를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며 “이런 부분도 함께 소송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서울 강남을 비롯한 교육특구 지역의 부동산값이 벌써부터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폐지하는 게 국민 평등을 위한 것인지, 지역 불평등을 심화하기 위한 정책인지 탄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자사고 등에 ‘5년 시한부 선고’를 발표한 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 모인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학부모들은 “자사고 등을 폐지하면 고교 서열화 문제가 사라지고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교육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교육계에서는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이 모두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른바 서울 강남구나 양천구 목동 등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온 지역 자사고 등이 학생 수 부족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면서 지방의 거점 고교가 한꺼번에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강남 8학군 부활, 이사 수요 증가할 것” 자사고 등이 일반고로 전환하면 서울 강남이나 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와 다른 지역 간 교육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이들 지역의 명문고로 불리던 기존 일반고에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로 바뀌는 자사고 등도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사고는 대부분 교육특구에 있는 곳이 경쟁률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곳은 미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8학군’에 명문 일반고 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들 지역으로의 이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초교 4학년 이하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시점부터 8학군으로 본격 이동할 수 있다”며 “고교 유형 간 격차가 일반고 간 지역 격차로 모양만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고 전환 직전까지 5년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에 지원이 몰릴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른 일반고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오랜 기간 교육 프로그램과 입시 실적 등으로 명성을 쌓아온 학교를 학부모들이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 방안이 하향평준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왜 자사고 등이 선택받는지 분석해 일반고에 도입하면 되는데 모조리 없애면 하향평준화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남 쏠림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통계를 보면 그 영향이 실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학생 모집 어려운 지방학교는 몰락 우려 지방에서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온 자사고 10곳과 일반고 49곳은 존폐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학령인구 급감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나 전북 전주시 상산고는 서울과 경기 지역 학생이 많이 진학했다.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각각 강원 지역이나 전주 지역(또는 전북도내 비평준화) 학생으로 채워야 한다. 농촌형 자율학교이면서 일반고로 전국에서 학생을 받아온 충남 공주시 한일고는 주변 중학교 졸업생이 매년 6∼9명에 불과하다. 자사고인 경기 용인외대부고도 인근에 중학교가 한 곳뿐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초교 4학년 자녀를 둔 A 씨는 “민사고에 보내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없어진다니 황당하다”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를 심화학습시키는 학교에 보내는 게 그렇게 욕심인 건가”라고 말했다. 학부모 B 씨는 “자사고가 없어진다고 진학 준비를 그만뒀다가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서 부활한다고 하면 내 아이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최예나 yena@donga.com·강동웅·김수연 기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4일 전국 118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이제는 그동안 공부한 것을 차분히 마무리하면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알아봤다.○ 준비물 챙기기 시험장에 가져갈 준비물을 미리 챙겨놓으면 시험 당일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본인 확인을 위한 수험표와 주민등록증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신분증도 가능하다. 만약에 대비해 수험표와 같은 사진을 1, 2장 더 준비하면 좋다. 시험장에 가져갈 수 없는 물건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소지가 제한된 물품이 제법 많다. 특히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워치 등은 절대 가져가면 안 된다. 실수로 가져갈 경우 감독관에게 알리고 1교시 시작 전에 제출하면 된다.○ 생활리듬 맞추기 시험 전까지 하루 일과를 수능일에 맞춰 지내면 좋다. 수능 시간표에 맞춰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당일 시험장 입실이 오전 8시 10분인 걸 감안해 그 시간에 의자에 앉아 주변을 정돈한다. 30분 후 각 영역 기출문제를 한 과목씩 풀어본다. 국어는 오전 8시 40분부터 80분간, 수학은 오전 10시 반부터 100분간, 영어는 오후 1시 10분부터 70분간, 한국사와 사회·과학·직업탐구는 오후 2시 50분부터 102분간 진행한다. 제2외국어와 한문은 오후 5시부터 40분 동안 풀면 된다.○ 컨디션 유지하기 수능 당일 수험생들은 몸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험일에 몸이 아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사소해 보이지만 시험 당일 컨디션은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몸 상태를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우선 잠을 잘 자야 한다. 적어도 6, 7시간은 자야 한다. 잠들기 최소 30분 전에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 밤 12시 전에 잠이 들어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시험이 다가오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이 당길 수 있다. 하지만 소화기관이 약한 수험생들은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간혹 시험 전날 몸보신을 위해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위나 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평소 차분하던 학생도 수능을 앞두면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부모님의 기대나 시험을 망칠 것에 대한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게 된다. 부정적 감정이 계속 남아있으면 시험 당일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잠들기 30분 전 자기계발서를 보는 것도 방법이다. 긍정적 내용이 담긴 책을 보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수능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는 채우기보다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능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라고 조언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서울 동대문구 A고등학교 복도와 계단은 쉬는 시간마다 북새통이다. 학생들이 별관 지하 1층의 매점으로 몰리는 탓이다. 음료 1개를 사기 위해 매점으로 달려가 줄을 서고 다시 교실로 돌아오려면 쉬는 시간 10분은 너무 짧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 뒤 미처 다 마시지 못한 주스를 들고 교실로 뛰어가는 학생도 많다. 학생 B 군(18)은 “각 층마다 자동판매기 1개씩만 있으면 쉬는 시간에 이리저리 뛰어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날씨가 더워 음료수 사먹는 아이들이 많을 때에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내 음료 자동판매기(자판기) 설치 금지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학생청원게시판에는 ‘교내 자판기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한 여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 학생은 “학생회 설문조사 결과 84%의 학생이 자판기 설치에 찬성했다. 자판기 설치 여부는 각 학교가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3일 현재 해당 게시물은 710명의 동의를 얻어 최다 추천 청원에 올랐다. 교육부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학교보건 기본 방향’을 통해 교내 음료 자판기 설치를 금지했다.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학생들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의 교내 판매를 금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나머지 16개 시도교육청은 탄산·카페인 음료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교내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학생들은 “왜 서울 학교에서는 물이나 주스 한 개도 편하게 먹을 수 없느냐”며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다. 일부에서는 정책의 실효성도 지적하고 있다. 학교 정문만 나서도 주변에 수많은 편의점이 있고 마음대로 탄산음료를 사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고교 교사 C 씨(50·여)는 “교문 바로 앞에서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카페인이 많이 든 캔커피나 에너지드링크도 아무렇지 않게 판매하는데 교내 자판기만 금지한다고 학생들 건강을 지킬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학생 건강권에 민감한 외국의 학교들도 자판기 설치를 아예 금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은 학생 건강을 위한 간식 영양기준을 정하고 탄산음료 등의 교내 판매를 제한하지만 자판기 설치를 막지는 않는다. 일본은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면서 우유와 주스 등으로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있다. 곽 의원은 “건강음료만 마실 수 있게 하면 되는데 굳이 자판기 설치까지 금지한 건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 비만 등 학생들의 건강 문제 때문에 교내 자판기 설치를 제한한 것”이라며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면 위생 관리 등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논의를 거쳐 설치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를 1차 서면조사를 한 결과 학생 20여 명이 “‘너, 일베야?’란 말을 교사로부터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반일시위 강요’ 논란에서 촉발된 인헌고의 내부 갈등 문제에 대한 시교육청의 서면조사가 이번 주 초 완료됐다. 서면조사의 대상자는 인헌고 재학생 500여 명이었다. 설문에는 “교사의 정치 편향적 발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학교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등의 문항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이 설문지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그간 문제가 됐던 ‘너 일베냐’란 질문을 들어봤다고 답한 학생은 약 20명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질문을 ‘들어봤다’는 응답은 특정 반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반에 걸쳐 반마다 1, 2명씩 흩어져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응답이 어느 특정 반에서 집중적으로 나와야 해당 학급과 교사에 대한 조사가 가능할 텐데 지금 결과는 다소 산발적으로 나왔다”며 “지금까지 ‘정치 편향 교사’로 언급된 교사 7, 8명과 학생들에 대한 심층면담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조사 시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다소 신중한 태도다. 시교육청 측은 “논란이 뜨거운 사안인 만큼 추가 조사와 장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11월 14일 이후에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학내에선 많다”고 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31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이 사회에 충격을 줬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정치 편향 교육은 명백한 위법행위이자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축출해야 할 교육 적폐”라며 “교육 당국은 학교 교실을 정치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민주시민교육’의 하나로 진행되는 토론, 자기 의견 표현하기 수업 과정에서 정치 편향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주에 민주시민교육 가이드라인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기로 했다. 해당 공문에는 사회적 현안을 소재로 토론이나 발표수업을 하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특정 사상이나 생각을 강요하며 반대 의견을 부정하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삼가라는 내용이 담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하게 이뤄져야 할 토론이나 글쓰기 수업마저 축소되는 분위기”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오프라인 교원 교육 등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

“문 연지 겨우 한 달 됐는데 행패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반 서울 양천구 A영어학원 안내데스크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학원 원장과 교육지원청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심야교습 단속을 나온 교육지원청 직원들이 학원 강의실로 향했다. 그러자 원장은 이들을 잡아 당기며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했다. 원장은 “한 달에 200~300만 원씩 받고 새벽 4시까지 공부시키는 대형 학원도 많다. 우리처럼 작은 곳을 꼭 단속해야 하냐”라고 항변했다. 이날 단속은 1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A학원을 비롯해 근처 학원 3곳이 학생들을 가르치다 적발됐다. ‘학원 심야교습 금지’ 조례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학원 수업은 불법이다. 학생의 건강권을 지키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 서울시교육청이 처음 도입했다. 이후 심야교습 금지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처벌 규정도 엄격하다. 서울의 경우 오후 10시 이후 1시간 이내 교습을 하다 2회 이상 적발되면 즉각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1회 적발 기록이 2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학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만약 오후 10시에서 2시간이나 넘겨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회 이상 적발되면 등록이 말소된다.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불법 심야교습이 갈수록 성행 중”이라고 말한다. 교육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갖기지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습장소 ‘바꿔치기’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 밀집지역에서는 오후 10시에 학원을 나서는 아이들이 강사와 함께 근처 스터디 카페로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연장교습은 보통 2시간가량 진행된다. 교육당국이 현장을 적발해도 불법을 인정하지 않고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심지어 불시 단속이 시작되면 강사와 학생이 학원 문을 걸어 잠그고 새벽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다. 교육지원청 직원은 문을 따고 강제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새벽 1~2시까지 대치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점검 대상이 많아 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31일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학원 심야교습 적발은 2017년 141건에서 지난해 176건으로 증가했다. 2회 이상 적발로 교습 정지 처분이 내려진 학원은 2017년 7곳에서 지난해 9곳, 올해는 7월 말까지 10곳이었다. 학생들의 심야 학습시간도 규제 전후 큰 차이가 없다. 통계청이 5년 단위로 조사하는 학생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오후 10시 이후에도 학원이나 과외, 자습 등의 방식으로 공부하는 고등학생은 조례 도입 전인 2004년과 도입 후 2009·2014년 모두 20%대로 비슷하다. 박현욱 군(18·고3)은 “오후 10시에 학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옆 독서실로 간다. 학원 끝났다고 바로 집에 가는 고등학생이 몇 명이나 되겠냐”라고 반문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추진 중인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칫 규제만 늘리고 풍선효과가 유발할 수 있어서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학생 건강권을 지키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결국 부작용만 커졌다. 교육당국은 규제를 추가할 게 아니라 시행 중인 규제의 부작용부터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기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먼저 자신이 그 조직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의 김준석 본부장(51)이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채용시장의 흐름을 설명하며 구직자에게 전한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에 대한 이해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워라밸’만 추구하는 구직 전략으로는 취업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청년을 채용하고 관리할 기업 경영진의 변화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호통치고 몰아세우는 순간 똑똑한 신입사원들이 아무 생각 못하는 바보가 된다”며 “관리자라면 자기 생각과 다른 청년을 뽑아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정보업체인 진학사는 2016년 청년들을 위한 취업정보 사이트 캐치를 설립했다. 김 본부장은 캐치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구직자에게 맞는 직업을 연결해줄 수 있다면 일자리가 줄어도 취업률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의 채용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국내 주력 산업인 제조업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방식도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잇달아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SK그룹 등이 시작하면서 수시채용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김 본부장은 “현재 많은 대기업이 도입을 고심 중이고 같은 그룹사 중에서도 어디가 먼저 도입할지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수시채용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용시장의 긍정적 변화도 있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평판이 좋은 이른바 강소기업의 인기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얼마 전 주최한 어느 중견기업의 채용설명회는 사전 신청이 일찌감치 마감됐고 당일 현장에 자리가 없어 서서 들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인지도나 연봉만으로 단순하게 기업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대기업 못지않은 뛰어난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팁은 무엇인지 물었다. 김 본부장은 “핵심은 기업과 미래를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차선책이거나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직무에 대해서 미리 열심히 공부하고 지원동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리 대상 기업들을 정한 뒤 인턴이나 직무간담회, 현직자 멘토링, 채용설명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취업정보 사이트의 역할을 ‘조력자’라고 설명했다. 구직자 스스로가 채용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과거에는 학교 교육만으로 취업에 필요한 내용을 얻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새로 배워야 하는 업무방식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업은 이런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업무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자기소개서에 한 줄 첨삭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기업에 대한 공부와 필요한 업무역량에 대한 분석 등 나만의 비교우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자립형사립고(현재의 자율형사립고)가 처음 도입된 2002년보다 지금이 더 다양화·특성화 교육이 절실한 때입니다. 자사고 없애고 모두 평준화로 가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습니다.” 전북 전주의 자사고인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25일 정부의 ‘2025년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일괄 폐지’ 방침 발표를 듣고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홍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처음 제안된 자사고가 2002년 도입돼 8년간 시범 운영되다가 2010년 법제화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어디에도 시범 운영을 이렇게 오래하고, 공청회도 많이 한 제도는 없다”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폐지를 결정하느냐”고 지적했다. 자사고들은 정부가 일반고 전환을 강행하면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할 예정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졌던 자사고 10곳(서울 8곳, 경기 1곳, 부산 1곳)은 현재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제도를 폐지한다면 그동안 자사고가 유지될 것으로 믿고 투자해온 데 대한 손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립 비율이 절반 정도인 외고, 국제고도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지방의 한 외고 교장은 “포퓰리즘에 의해 일괄 폐지한다니 국가 미래의 손실”이라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강동웅 기자}
“지금처럼 1년 만에 대입 제도를 바꾸면 내년에 또 바뀌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시 확대’ 등 교육개혁 방침을 밝히자 대학에서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들이 주로 나왔다. 서울 주요 대학의 A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으라고 해서 모든 포커스가 수시에 맞춰져 있었다”며 “정시는 ‘오지선다’라서 안 된다던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렇게 입장을 바꿔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특정 개인의 문제 때문에 교육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 B 씨는 “고위 공직자의 개인 문제로 갑자기 대학 입시가 휘둘리고 있다. 과연 이 나라에 교육 철학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을 10년째 묶어놓고 재정지원사업 페널티로 모든 걸 통제하고 있다”며 “0.5점 차이로 사업비가 갈리는데 정부가 정시 확대를 강제하면 억지로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진보 교육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늘의 (정시 비율 상향) 결정은 교육적 관점에서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이 아니라 지지율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진보 교육감이 대다수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시 확대는 현재 교육 과정과 맞지 않다. 대통령이 현장의 교육감과 더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구체적인 방안 없는 정시 확대는 교육개혁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권 대물림을 조사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지난해 교육부가 정시 30% 확대를 권고했지만 꼼수를 쓰는 대학이 있어 실효성이 부족했다”며 세부 계획안 마련을 촉구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왔다. 학부모 C 씨는 “수시 제도는 돈 많이 쓴 사람이 스펙 쌓기가 좋은 ‘음서제도’인 만큼 정시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지금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정시 확대를) 당장 시행한다면 여태까지 준비한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정시 확대가 좋은 해결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시 확대 등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교육만을 주제로 장관들을 불러 회의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에게 “(교육관계장관회의가)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해 입시제도 개편 전반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 논의할 주제, 자료 등도 청와대 교육비서관실에서 준비한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장관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시 비율이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시제도는 단숨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밝힌 대로 정시 확대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비율과 적용 시점 등은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 확대 방침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교육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공정성 시비를 완화하기 위해 서술·논술형 문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시의 기초 자료인 수능을 보완하는 등 장기적인 추진 과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교육혁신 및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 부총리는 “11월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때 2024학년도 중장기 방안도 함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다수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학교 교육과정과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 탓에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강동웅 기자}
정시 비중 확대에 대해 교육계는 찬반양론으로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정시 확대 방침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22일 “수시·정시 비율이 지나치게 한쪽에 쏠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입장을 내고 “2021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비율을 높이고 서울대부터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정시 비중 상향은 민심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 당국은 확실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최진욱 대변인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00%가 대부분인 정시는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길러주는 현재의 고교 교육 방침에 맞지 않다”며 “정시를 확대하면 사실상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을 하는 ‘교육과정 왜곡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대통령이 입시제도의 한 유형까지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지난달 대입제도 개편 언급에 이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논평에서 “급작스럽게 정시 확대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검토 발언의 철회를 요구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정시 비중 상향은 공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임시방편과 같은 대책에 연연하지 않고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주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교육부는 현재 고교 1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확대를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대학 입학요강은 2021학년도까지 확정된 상태다. 이미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때 정시를 30% 이상 반영하도록 지난해 각 대학에 권고했다.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에 따라 정시 반영 최소기준이 30%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정시 비중이 40%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주요 대학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 15개 대학 등 경쟁이 치열한 학교의 입시 공정성에 국민 관심이 큰 상황이라 이들 대학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발표할 대입제도 개선안에 정시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2022학년도 주요 대학 위주로 적용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 “정시 확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 방침을 밝히자 교육부 안팎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까지 바꿔놓았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대입에서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체의 53.2%로, ‘수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률(22.5%)의 2배 이상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기초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그간 신뢰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올해 조 전 장관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입 수시 학종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 정치권에서도 정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2일 “대입에서 정시 선발 50% 이상을 추진하는 것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시 확대로 인해 ‘시험으로 줄세우기’ 논란이 나오지만 ‘내신 줄세우기’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도 비교육적”이라며 정시 비중 50%를 주장했다. 상당수 학부모는 정시 확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고2 자녀를 둔 김기태 씨(50)는 “내가 조국 같은 ‘스펙’이 아니어서 혹시 우리 아이가 학종으로 가게 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내심 걱정했다”며 “정시 확대는 공정한 평가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교육특구’ 쏠림 우려도 정시가 확대될 경우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한 혼란도 예상된다. 특히 학생부 전형 위주로 대입을 준비해 온 학생과 학부모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현재 우리 교육은 ‘백년대계’는커녕 1년짜리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수능 성적이 좋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사교육 과열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 추진과 맞물려 이른바 ‘교육특구’로 학생이 대거 몰리고 이 지역의 부동산까지 들썩거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자사고, 특목고 없앤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상황에서 정시까지 늘릴 경우 강남 대치동 이주 수요만 늘어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양대 입학처장을 지낸 배영찬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갑자기 정시 확대를 주문하면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자사고, 특목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지방이나 저소득층 학생의 학습 지원 정책도 더 강화하는 대책도 주문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최예나·강동웅 기자}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2곳의 내신 수학시험 문제를 전수조사한 결과 ‘모든 자사고가 선행학습을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사고들이 지난해와 올해 1학기 출제한 수학 문제 약 2000개 중 규정을 위반한 문항은 3개에 그쳤다. 앞서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올 5월 “자사고의 중간·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분석해 보니 선행학습 금지를 100% 위반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자사고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사고(22개교) 선행학습 금지 위반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 6∼9월 22개 자사고의 지난해 고1 수학시험 44건과 올해 고1, 2 수학시험 70건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문항은 3개 학교에서 1문항씩에 지나지 않았다. 한 시험에 최소 20문항이 출제된다고 보면 2000개 넘는 문제 중 적발된 것이 단 3문제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A 자사고는 총 25문항 중 1문항, B학교는 22문항 중 1문항, C학교는 20문항 중 1문항을 ‘교과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3문제 이외에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시 교육청은 설명했다. 이는 사걱세가 제기한 의혹과는 정반대다. 당시 사걱세는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사고 9곳의 2018학년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모두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조사대상을 (서울) 자사고 전체로 확대해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시교육청에 자사고를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영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한 부담을 주는 선행학습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4년 시행됐다. 만약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해당 자사고는 재지정 평가의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큰 감점을 받게 된다.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 취소도 가능하다. ‘자사고 선행학습 금지 규정 위반’ 주장은 올 8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교육계 내부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지난달 조사 결과를 해당 3개교에만 통보했을 뿐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사를 맡은 시교육청 담당자는 “워낙 적게 적발됐기 때문에 따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사고 폐지’라는 답을 내놓은 시교육청이 자사고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자사고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일개 교육단체의 주장만 듣고 자사고를 조사한 것 자체에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던 B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는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감점당하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시험문제를 낸다”며 “이른바 교육특구의 일반고 내신시험이야말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측은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시교육청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2곳의 내신 수학시험 문제를 전수조사한 결과 ‘모든 자사고가 선행학습을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사고들이 지난해와 올해 1학기 출제한 수학 문제 약 2000개 중 규정을 위반한 문항은 3개에 그쳤다. 앞서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올 5월 “자사고의 중간·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분석해보니 선행학습 금지를 100% 위반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자사고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사고(22개교) 선행학습 금지 위반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 6월~9월 22개 자사고의 지난해 고1 수학시험 44건과 올해 고1, 2 수학시험 70건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만한 문항은 3개 학교에서 1문항씩에 지나지 않았다. 한 시험에 최소 20문항이 출제된다고 보면 2000개 넘는 문제 중 적발된 것이 단 3문제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A 자사고는 총 25문항 중 1문항, B학교는 22문항 중 1문항, C학교는 20문항 중 1문항을 ‘교과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3문제 이외에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시 교육청은 설명했다. 이는 사걱세가 제기한 의혹과는 정반대다. 당시 사걱세는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사고 9곳의 2018학년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모두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조사대상을 (서울) 자사고 전체로 확대해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시교육청에 자사고를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영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한 부담을 주는 선행학습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4년 시행됐다. 만약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해당 자사고는 재지정 평가의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큰 감점을 받게 된다.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취소도 가능하다. ‘자사고 선행학습 금지 규정 위반’ 주장은 올 8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교육계 내부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지난달 조사 결과를 해당 3개교에만 통보했을 뿐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사를 맡은 시교육청 담당자는 “워낙 적게 적발됐기 때문에 따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사고 폐지’라는 답을 내놓은 시교육청이 자사고에 유리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자사고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일개 교육단체의 주장만 듣고 자사고를 조사한 것 자체에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던 B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는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감점당하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시험문제를 낸다”며 “이른바 교육특구의 일반고 내신 시험이야말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측은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시교육청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 및 자율형공립고(자공고) 출신 학생의 서울대 입학 비율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학원 교습비가 비싼 지역에서 서울대 입학생 수가 많았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자공고 출신 학생 중 서울대 입학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서초구였다. 2018학년도 서초구의 고3 학생 2755명 중 78명이 서울대에 진학한 것이다. 이를 고3 학생 1000명당 비율로 환산하면 28.3명이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로 4502명 중 122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학생 1000명을 기준으로 보면 27.1명에 이른다. 서울 양천구는 3466명 중 56명이 진학해 1000명당 16.2명을 기록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로부터 ‘2019학년도 신입생 출신 고등학교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했다. 경기 과천시(14.7명)와 성남시 분당구(14.6명)도 높았다. 지방에서는 울산 동구(11.7명), 부산 부산진구(11.2명), 경북 포항시 남구(10.0명) 등이 상위 10곳에 포함됐다. 박 의원은 “이들 지역(서울 서초, 강남, 양천)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뿐 아니라 일반고와 자공고의 서울대 진학 비율도 높다는 것”이라며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말했다. 상위권에 자리한 지역들은 이른바 ‘교육특구’ ‘교육과열지구’로 불리는 곳이다. 사교육 시장도 다른 지역에 비해 발달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 입학과 사교육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고3 학생 1000명당 서울대 입학생 비율과 월평균 학원 교습비를 비교한 것이다. 월평균 학원 교습비가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38만3511원)였다. 다음은 서초구(33만1538원), 양천구(27만5893원) 순이었다. 서울대 입학생 비율이 높은 3곳과 일치한다. 박 의원은 서울대 입학생 비율과 교습비의 상관계수를 0.929로 분석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밀접하다. 일반고 중에서도 서울대 입학생 비율에 일부 차이가 있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제외하면 사립 일반고 출신 학생의 비율이 자공고나 국·공립 일반고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박 의원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공교육 내실화와 일반고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현재 논의 중인 자사고와 특목고 일괄 폐지가 지역 격차 해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없어지면 이른바 평준화 지역의 명문 일반고로 학생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입시정보업체 관계자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그나마 공교육을 믿고 맡기던 부분까지 사교육으로 옮겨야 한다”며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 및 자율형공립고(자공고) 출신 학생의 서울대 입학 비율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학원 교습비가 비싼 지역에서 서울대 입학생 수가 많았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자공고 출신 학생 중 서울대 입학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서초구였다. 2018학년도 서초구의 고3 학생 2755명 중 78명이 서울대에 진학한 것이다. 이를 고3 학생 1000명당 비율로 환산하면 28.3명이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로 4502명 중 122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학생 1000명을 기준으로 보면 27.1명에 이른다. 서울 양천구는 3466명 중 56명이 진학해 1000명당 16.2명을 기록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로부터 ‘2019학년도 신입생 출신 고등학교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했다. 경기 과천시(14.7명)와 성남시 분당구(14.6명)도 높았다. 지방에서는 울산 동구(11.7명), 부산 부산진구(11.2명), 경북 포항시 남구(10.0명) 등이 상위 10곳에 포함됐다. 박 의원은 “이들 지역(서울 서초·강남·양천)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뿐 아니라 일반고와 자공고의 서울대 진학비율도 높다는 것”이라며 “지역간 교육 격차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말했다. 상위권에 자리한 지역들은 이른바 ‘교육특구’ ‘교육과열지구’로 불리는 곳이다. 사교육 시장도 다른 지역에 비해 발달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 입학과 사교육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고3 학생 1000명당 서울대 입학생 비율과 월평균 학원 교습비를 비교한 것이다. 월평균 학원 교습비가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38만3511원)였다. 다음은 서울 서초구(33만1538원), 서울 양천구(27만5893원) 순이었다. 서울대 입학생 비율이 높은 3곳과 일치한다. 박 의원은 서울대 입학생 비율과 교습비의 상관계수를 0.929로 분석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밀접하다. 일반고 중에서도 서울대 입학생 비율에 일부 차이가 있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제외하면 사립 일반고 출신 학생의 비율이 자공고나 국·공립 일반고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박 의원은 “지역 격차 해소를 공교육 내실화와 함께 일반고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현재 논의 중인 자사고와 특목고 일괄 폐지가 지역격차 해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없어지면 이른바 평준화 지역의 명문 일반고로 학생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입시정보업체 관계자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그나마 공교육을 믿고 맡기던 부분까지 사교육으로 옮겨야 한다”라며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