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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약 1시간 전, 위급함을 알리는 112 신고가 이어지고 있을 때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외부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및 대응조치를 총괄해야 할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류미진 상황관리관(인사교육과장)이 참사 발생 후 1시간 반 가까이 자리를 비운 채 보고를 받지도, 하지도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3일 경찰청은 이 서장과 류 관리관이 업무를 태만하게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두 사람을 직위해제했다. 또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서장은 지난달 29일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집회 현장을 관리하다 오후 8시 반경 집회가 끝나자 오후 9시경 용산서 경비과장 등 간부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현장 인근에 인파가 운집해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라는 신고가 접수된 시점이었다. 이 서장이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건 이날 오후 9시 반이 지나서였고,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한 건 사고 발생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경이었다. 참사 당시 서울청 112상황실 책임자였던 류 관리관이 근무수칙상 자리를 지켜야 하는 서울청 5층 상황실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10층)에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류 관리관은 이날 오후 11시 39분경에야 112상황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상황실로 복귀했다. 이 서장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16분이 지난 이날 11시 36분에야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참사 사실을 보고했다. 이 서장과 함께 김 청장에게 보고 책임이 있었던 류 관리관은 이 시점에도 참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로 참사 당시 자택에 있던 김 청장은 이 서장의 전화를 한 차례 놓쳤다가 2분 후 전화를 받아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실제 관련 보고 전화를 놓친 횟수는 3차례였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에 걸쳐 연달아 걸려 온 이 서장의 보고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오후 11시 36분경 온 4번째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을 통해 김 청장이 오후 11시 34분 이 서장의 보고 전화를 한 차례 놓치기 전에도 보고 연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서울청장, 참사 2시간뒤 현장에… 경찰청장은 4시간뒤 지휘부 회의 보고-지휘-소통 문제… 지휘부 공백서울청장, 전화 3번 놓쳐경찰, 참사 2시간전 “기동대 보내라”“집회 대응탓 못뺀다” 요청 거부당해 대통령보다 경찰 지휘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실을 늦게 파악하는 등 참사 전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 지역을 담당하는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압사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빗발치던 시기에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2시간 10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첫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 보고와 지휘, 소통에 총체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치안 책임자들 참사에 제대로 대응 못 해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오후 8시 반경 이임재 서장은 종료된 집회시위 현장 관리를 마치고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리던 시점이었다. 이어 오후 9시경에는 용산서 경비과장 등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이미 오후 9시 전에 압사를 우려하는 신고 4건이 이태원파출소에 접수된 상태였다. 이 서장이 식사를 하던 오후 9시부터 10분 동안 4건이 추가로 접수되며 위험 징후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 서장은 오후 9시 반경에야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참사가 발생한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에야 이태원역 인근에 도착해 현장 대응을 했다. 김광호 청장은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집회 관리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오후 9시경 집회가 끝나자 그는 서울 강남구 자택으로 퇴근했다. 김 청장이 사고 발생을 보고하는 이 서장의 전화를 받은 것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이었다. 이에 앞서 김 청장은 2차례 이상 관련 보고 전화를 놓쳤다고 한다. 통상 서장급 이상의 관용차량, 관사에는 상시 무전 대기가 가능한 무전장비가 설치돼 있으나 김 청장은 관사를 쓰지 않고 있었다. 경찰청은 이 서장의 서울청장 보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보고가 늦어진 데다 이동에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김 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건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0시 25분이었다. 참사 당일 윤 청장은 자택에 머물다 30일 0시 14분에 처음으로 경찰청 상황실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참사 발생 후 1시간 59분 후였다. 그가 경찰청 지휘부를 소집한 것은 사고 발생 4시간 15분가량이 지난 30일 오전 2시 30분이었다.○ “집회 관리” 참사 전 기동대 요청 거부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기회는 사전에 여러 차례 있었다. 참사 당일 오후 7시 반∼8시경 이태원 현장에 있던 용산서 소속 경찰관이 현장 인파 통제를 위해 용산서 교통과에 “교통기동대라도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 집회가 끝난 뒤 이태원 현장 질서 관리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 심상치 않자 먼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교통기동대 지원을 요청한 시점은 사고 발생 2시간여 전으로 인파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용산서 교통과 담당자는 “집회 대응을 하고 있어 (교통기동대를) 빼기가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교통기동대 20명은 집회 대응을 마친 뒤 오후 9시 반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이미 인파가 들이차 사고를 막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이어 사고 발생 1시간 15분 후인 오후 11시 반에야 서울경찰청에서 대규모 기동대가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참사가 경찰 지휘관들의 대응 부실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통령실보다 경찰 지휘부가 사안을 늦게 알 정도로 보고 체계가 붕괴됐고, 지휘관들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 너무 많은 계급, 기관 간 상하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보고 문화도 경직돼 있어 단계를 거칠 때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희생자들에게 장례비 등을 지원하는 가운데 이 같은 정부 조치를 비난하는 복수의 글이 서울시 공무원 인트라넷(내부망)에 게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국가애도기간에 공무원들이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최자가 없어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더 강조되는 참사인 만큼 공무원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추모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인트라넷 익명게시판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애도기간 선포, 정부 지원금 지급 등을 비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 게시판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만 접속할 수 있다. 부서를 밝히지 않은 한 공무원은 정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위로금 2000만 원과 장례비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하는 걸 두고 “장례비를 지원해야 할 근거가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주최 측도 없는 행사에 개인적으로 참여해 논 것인데 왜 지원금을 주느냐”는 등의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다른 공무원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건 안타깝지만 공무원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국가가 개인 감정까지 통제하려 하지 말라”고 썼다. 이 글에도 “휴가까지 제한하는 게 어이없다” “끔찍한 사고로 죽는 사람은 항상 생기는데 1년 내내 리본을 달고 살아야 하냐” 등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다만 한 공무원은 “국가애도기간에 꼭 이런 글을 올려야겠느냐”고 작성자를 나무라기도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작성해 배포한 내부 보고서에서 핼러윈 기간 중 ‘토요일’과 ‘오후 10시경’을 112 신고가 가장 집중되는 시간대로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요일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3시’가 가장 위험한 시간대라며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 용산경찰서의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던 지난해 핼러윈 기간 112 신고 추이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는 실제로 토요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경 발생했다. 경찰 내부에선 위험 징후에 대한 보고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대비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핼러윈, ‘토요일 오후 10시경’ 위험 분석 마쳐보고서는 2019년 핼러윈(10월 31일 목요일)과 인접한 토요일(11월 2일) 112 신고 건수가 195건으로 다른 요일(47∼109건)에 비해 2∼4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핼러윈 당일이 일요일이었던 지난해에도 토요일(10월 30일) 신고 건수가 184건으로 다른 요일에 비해 가장 많았다. 경찰은 토요일 중에도 신고가 폭증하는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가 전체 일일신고 건수의 7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는 오후 10시∼밤 12시에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112 신고 양상은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되풀이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미 당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행인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모 씨(27)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후 8시 반경 사고가 난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사람들이 한 차례 밀려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3명이 연쇄적으로 넘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1일 경찰이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 11건을 보면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반경 접수됐는데 오후 8시 이후 3건, 오후 9시 이후 5건 등으로 점차 증가세를 보였다.○ ‘신고 2배’ 예상된 참사 당일에도 차이 없는 대응동아일보가 입수한 보고서는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가 작성해 형사·교통과 등 용산서 내 유관 부서 7곳과 지구대·파출소 7곳,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등에 공유되거나 보고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보고서를 받고도 대응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용산서의 ‘종합치안 대책’ 자료와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26일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핼러윈 기간(지난달 28∼30일) 야간 근무 인원을 현원 대비 80% 늘리고 여러 부문이 협업해 현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12 신고가 2배 가까이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 ‘토요일 오후 8시 이후’와 나머지 시간대 대응 방안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료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금요일은 88명, 토요일은 104명, 일요일은 59명 등으로 투입 인력에 차이를 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인력을 일부 늘린 것만으론 충분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며 “지자체와 협업해 행사 당일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일방통행하게 하는 등 더 세밀한 대응방안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 골목은 불법 증축 백화점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1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함께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골목을 살피던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축물대장, 평면도와 실제 건물을 대조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 골목은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과 맞닿은 곳으로 참사 당시 불법 증축 때문에 대피가 어려워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안 전 교수가 가리킨 한 카페 건물은 내부 공간이 건축물대장에 표기된 경계 밖까지 콘크리트로 1.5m가량 확장돼 있었다. 맞은편 주점 건물은 대장에 표시된 경계 밖으로 1m가량 확장돼 있었는데 이곳에 철제 계단도 설치돼 있었다. 모두 불법 증축으로 구청에 적발된 것들이다. 원래 두 건물 사이의 거리는 8.5m는 돼야 하지만 불법 증축 탓에 실제로는 6m가량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골목 폭이 2.5m가량 좁아진 것이다. 참사 당시 대피로로 사용됐던 이 거리에 있는 건물 14곳 중 6곳이 무단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이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나머지 건물 8곳 중 6곳도 과거 무단 증축됐던 이력이 있었다. 아예 신고조차 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도 1곳 있었다. 안 전 교수는 “돌출한 철제 계단이나 난간, 영업공간을 넓히려고 설치한 천막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무단 증축돼 있다”며 “보행자 안전을 위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행강제금 내면 그만”… 길 막은 불법증축 10년째 시정 안해 전문가와 돌아본 이태원 참사 골목건물 14곳중 6곳이나 무단증축전문가 “불법증축 백화점 같아”… 좁아진 통행로, 결국 참사로 연결1982년 이전 건물은 단속 제외… 지자체들 “강제철거 방법 없어”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인근 상인들은 이 일대 건물의 무단 증축이 이태원 상권 형성 이후 계속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영업 공간을 넓히기 위해 설치한 임시 구조물이 구청에 적발되면 잠시 철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다”며 “일부 업주들은 철거하는 시늉도 안 하고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불법 증축 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이라며 배짱 영업을 한다”고 전했다.○ 5차례 지적 받고도 10년 동안 시정 안 해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건물 외벽에 불법 행사 부스를 설치해 도로를 막았던 해밀톤호텔 별관은 2013∼2017년 총 5차례 무단 증축 지적을 받고도 10년 가까이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밀톤호텔 별관은 1층 31m²가량을 경량철골과 투명 플라스틱 패널 등으로 불법 증축했다가 2013년 12월 처음 당국에 적발됐다. 이 건물은 2014년 11, 12월에도 점포 30m²와 옥상 창고 24m², 2층 영업장 78m²를 무단으로 넓혔다. 2017년에는 별관 1층의 무단 증축 면적이 31m²에서 51m²로 더 늘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로드뷰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한 결과 이 건물은 외벽 밖으로 계속 확장하며 무단 증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해밀톤호텔 별관과 본관 사이 도로 폭이 좁아졌다. 참사 당일에는 이에 더해 불법 임시 부스가 설치됐고, 맞은편 본관 건물에 불법 증축된 테라스까지 더해져 원래 약 5m인 골목 폭이 약 3m로 좁아졌다. 이로 인해 참사 당시 대피로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적발되면 철거하고 재설치 반복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다른 건물들도 무단으로 면적을 늘려 영업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구청에 적발되면 잠시 철거했다 다시 증축하기를 반복해 온 것이다. 이 거리 내 한 주점 건물은 2015년 도로 앞에 파이프, 비닐 등을 이용해 천막을 증축했다가 구청에 적발됐다. 이 건물은 약 11개월 뒤 천막을 철거했다고 신고했지만 2020년 5월 다시 설치해 재차 위반 통보를 받았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이 천막은 해가 지날수록 도로 방향으로 면적을 넓히다 올 9월 다시 구청으로부터 위반 통보를 받았다. 건물 6층 역시 무단 증축된 상태다. 다른 건물도 무단으로 외부 공간에 구조물을 세워 구청에 적발됐다. 이 건물주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키지 않았는데 인테리어 업자가 구조물을 세워 버렸다”며 “그렇다고 부수자니 애매해서 매년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다. 고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자체가 적발 못 한 위반 건축물도무단 증축 상태지만 건축물대장에는 시정 조치된 것으로 기록된 곳도 있었다. 한 주점 건물은 2015년 건물 앞에 창틀과 유리를 덧대 공간을 넓혔다가 구청에 적발됐다. 이후 해당 건물에서 시정 조치를 해 올 9월 구청은 이 건물의 위반 건축물 표기를 해제했다. 하지만 점포가 바뀌면서 이 건물은 다시 철제 기둥과 유리로 온실 비슷하게 무단 증축된 상태다. 안형준 전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이행강제금을 물리긴 하지만 납부만 하면 그 이상의 별다른 제재가 없는 실정”이라며 “이태원뿐 아니라 홍익대 앞 등의 대형 상권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현상”이라고 했다.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에는 아예 신고조차 되지 않은 ‘미허가 건축물’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시건축사회 관계자는 “1982년 이전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서울시 건축조례에 따라 ‘기존 무허가 건축물’로 분류돼 단속 유예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 상당수가 이 같은 건물이 위험 요소라고 보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관할 지자체 “제재 수단 마땅찮다”지자체 실무자들은 불법 증축 건물에 대해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는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가 별로 없다고 했다. 관련 대법원 판례가 있어 건축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강제 철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는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가 사실상 없다”고 토로했다. 이행강제금은 불법 증축물의 시가표준액, 위반 면적 등을 고려해 부과하지만 건물주가 증축으로 얻는 임대료 상승분 등 이익에 비해 적은 경우가 상당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5m가량 떨어진 해밀톤호텔 본관 역시 북측 주점 테라스 17.4m²가 불법 증축돼 지난해 5월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해당 면적에 대해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은 1년 기준으로 400만∼5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불법 증축으로 통행로가 좁아지는 경우 보행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반 건축물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31일 오전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들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에 하얀 국화 수백 송이가 놓여 있었다. 이른 아침 경기 성남시 집을 나섰다는 정지훈 씨(82)는 꽃을 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 씨는 “희생자 대부분이 20대던데, 손자 손녀도 20대 대학생이라 더 안타깝다”며 “부디 아이들이 좋은 곳에 가 편히 쉬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서울 곳곳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특히 참사 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와 국화, 시민들이 술을 따라놓은 잔 등으로 가득했다. 사고 당시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서건훈 씨(36)는 무릎을 꿇고 묵념을 한 뒤 절을 올리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혼자만 빠져나와 죄송하다”고 했다. 서울시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구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운영하기로 했고, 용산구도 녹사평역 인근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인근 유치원생 10여 명이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튀니지 국적의 지헤드 제마이 씨(33)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 저도 이태원을 다녀왔다”며 “안타까움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분향소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PRAY FOR 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문구가 적힌 흑백 이미지 등을 업로드하며 온라인 추모를 하기도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혼자만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31일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들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이 공간에 하얀 국화 수백 송이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서건훈 씨(36)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묵념한 뒤 절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9일 참사 당시 서 씨는 참사 현장 인근에서 친구들과 핼러윈을 즐겼다.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려 뒤엉키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다 추모 공간이 생겨 찾아왔다”며 “혼자만 빠져나와 정말 죄송하다”고 울음을 삼켰다. 31일 서울 곳곳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특히 참사 현장이 한 눈에 보이는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와 국화, 시민들이 따라놓은 술잔 등으로 가득했다. 서울시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구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운영하기로 했고, 용산구도 녹사평역 인근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튀니지 국적의 지헤드 제마이 씨(33)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 저도 이태원을 다녀왔다”며 “안타까움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조문을 오지 못하는 시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PRAY FOR 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문구가 적힌 흑백 이미지 등을 업로드하며 온라인에서 추모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심폐소생술(CPR) 할 줄 아시는 분? 군대 다녀오신 분들요. 얼른 오세요.” 핼러윈을 앞둔 주말인 29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CPR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도와 달라”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곳곳이 의식을 잃은 사상자들이 쓰러져가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지만 시민들은 경찰, 구급대원과 함께 쓰러진 이들을 살리기 위한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이규원 씨(21)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잠깐 본 것만 30여 명의 사람이 쓰러져 CPR를 받고 있었다”며 “나머지 시민들은 4명씩 조를 이뤄 피해자의 팔다리를 잡고 길가로 옮겼고, 저도 일행과 함께 이를 도왔다.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도와 달라” 절박한 외침에 나선 시민들사고 직후 현장에는 구급대원들이 희생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밀집해 있었다. 가까스로 경찰관과 구급대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지만 쓰러진 수에 비해 구조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피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동안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주무르고 물을 공급했다.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서모 씨(22)는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이 계속 들렸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나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한 명씩 맡아 상태를 살피느라 여력이 없어 보였다”며 “저와 함께 온 일행이 도움을 요청하는 분을 따라가 쓰러져 있던 환자에게 정신없이 흉부 압박을 했다. 그런데 이미 (환자의) 배가 부풀고 동공이 풀린 모습이었다”고 돌이켰다.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근처 노점상에서 분장을 받던 A 씨(23)도 “CPR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느냐”란 외침을 듣고 다급하게 달려갔다. A 씨는 “현장 근처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환자에게 무작정 다가가 30분간 CPR를 했다”며 “제가 돌본 8명 중 2명은 맥박이 느껴지지 않아 사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흉부 압박을) 계속하다 보면 심장이 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마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생면부지 시민들과 조 이뤄 환자 이송CPR를 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위급한 환자를 구급차까지 이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의식을 잃은 환자들을 옮길 ‘들것’을 기다릴 새도 없었다. 시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4명씩 조를 짜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환자들을 옮겼다. 총 15명의 시민을 구급차까지 이송한 B 씨(28)는 “성인 남성 4명이 달라붙어야 환자 1명을 간신히 옮길 수 있었다”며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환자 1명을 이송하는 데 1분이 넘게 소요됐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술집에서 일행 1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강모 씨(32)도 뉴스를 보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강 씨는 “좁은 골목에 방치된 환자들을 우선 대로변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 있던 다른 남성 2명과 조를 짜 환자를 이송했다”고 했다. ○ “환자 눕혀라” 인근 상인들도 구조 동참사고 현장 인근 상인과 상점 종업원들도 장사를 접고 피해자 구조를 도왔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있던 클럽은 문을 열고 시민들이 대피하도록 유도해 추가 희생을 막았다. 인파에 밀리던 시민들은 담벼락에 오르거나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이들을 돕기 위해 손을 뻗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5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홍모 씨(60)는 “밖으로 나가 보니 해밀톤호텔 방향에서 사람들이 환자를 들쳐 업고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본 가게 점원들과 손님들이 뛰어가 CPR를 하는 등 구조를 도왔다”고 했다. 당시 홍 씨의 가게 아래층에 있는 식당에서도 의식을 잃은 환자들이 누울 수 있도록 들여보내 주는 등 구조를 돕고 있었다. 홍 씨의 가게 점원들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오전 2시까지 현장을 뛰어다니며 의식을 잃은 환자들을 살리려고 CPR를 계속했다. 일부 점원은 가게로 돌아와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며 울며 자책했다고 한다. 홍 씨는 “직원들을 다독이고 오전 6시가 돼서야 가게 문을 닫았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38)도 비명을 지르며 뛰어오는 시민들을 가게로 들여 물과 음식을 권하며 진정시켰다. 이 씨는 “다들 숨이 가빠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울고 있었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고양=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심폐소생술(CPR) 할 줄 아시는 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요 얼른.” 29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골목 앞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은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급박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쓰러진 일행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흉부 압박을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다른 시민들에게 다가가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도와 달라”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일행에게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긴 뒤 경찰 통제선을 넘어 사고 피해자들에게 달려갔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다 구조를 도운 이규원 씨(21)는 “제가 본 것만 30여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CPR을 받고 있었다”며 “시민들이 4명씩 조를 이뤄 환자의 팔다리를 잡고 길가로 옮기기도 했다.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참….”이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핼러윈 데이(31일)를 이틀 앞둔 이날 밤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부족한 경찰, 소방 인력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섰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고 초기인 10시 29분경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부상자가 워낙 많아 구조 손길이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서모 씨(22)는 “곳곳에서 비명이 계속 들려왔지만 이미 경찰관이나 구급대원들은 각자 환자를 한 명씩 맡아 상태를 살피느라고 여력이 없어 보였다”며 “일행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분을 따라가 쓰러져 있는 환자에게 정신없이 CPR을 했다. 살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도 걱정된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한 의사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환자가) 2명부터 시작해서 4명, 5명으로 점점 늘어나더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며 “환자들의 얼굴이 창백했고 호흡이 없었다.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등 출혈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CPR을 하면서도 복부가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스가 차는 것인지, 출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저희 쪽에서(돌본) 여섯 명 정도는 다 그렇게 (복부팽창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 인파가 밀집하며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근에 있던 클럽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고 클럽 안으로 대피를 돕는 등 구조에 동참했다고 한다. 인근 식당 사장들도 환자들을 식당 안으로 안내해 누울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신풍제약의 57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비자금 조성을 도왔던 납품업체 전 직원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2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성상욱)는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납품업체에서 근무하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 직원 A 씨를 10월 중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A 씨는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B 전무에게 편지를 보내 “적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공갈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 됐지만, 추가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최근 혐의를 소명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검찰은 구속된 A 씨로부터 납품업체 전 대표 C 씨와 신풍제약 오너일가의 관계 등 신풍제약의 횡령 혐의에 대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A 씨의 편지에 따르면 그는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신풍제약과 납품업체 사이에서 만들어진 가공거래(비자금) 금액은 객관적 서류를 증거로 한 것만 246억여 원”이라며 “실제 (비자금)금액은 1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을 돕다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신풍제약과 B 전무가 자신에게 30억 원을 보상하지 않으면 수사기관 등에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압박했다.A 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1년 전인 2019년 9월 이 편지를 작성해 B 전무에게 전달했다. B 전무는 A 씨를 회유하기 위해 A 씨 측 업체가 의약품 원료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2020년 말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신풍제약의 비자금 규모를 57억 원대로 특정하고 올 5월경 B 전무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신풍제약의 창업주 장용택 전 회장과 C 씨의 공모관계 또한 인정된다고 봤지만,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상태여서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지었다.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 규모를 추가로 파악하는 한 편, 창업주의 아들 장원준 전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비자금 조성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전반적인 사항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26일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와 B 전무를 각각 참고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이 오너 일가를 비롯한 임원진의 조직적 공모 하에 이뤄진 것은 아닌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2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현재 나온 것(배당된 돈)을 어떻게 좀 해달라”며 거액을 요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는 유 전 직무대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으로부터 대선자금 20억여 원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시기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여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받았던 만큼 김 씨를 통해서도 대선자금을 마련하려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동규, 지난해 초부터 배당금 요구2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해 2월 초 김 씨에게 거액을 요구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2월 1일 정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뭘 좀 상의하려고 한다”며 “동규 말이야. 이제 현재 나온 것(배당된 돈)을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유 전 직무대리가) 엄청나게 대든다”며 “어제도 현찰 1억, 수표 4억으로 총 5억 원을 줬다”고 했다. 김 씨는 또 “내가 현찰로 주겠다. 수표로 (주겠다)고 했는데 (자신이 실소유한 법인에) 투자를 자꾸 해 달래”라며 “(유 전 직무대리에게) 대선 전 투자해 놨다가 저 돈이 이동했다는 걸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 이거 걸리면 네 명 다 죽어’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대선 경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위험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씨는 지난해 1월 31일 경기 수원시 자택 인근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1000만 원권 수표 40장과 현금 1억 원 등 총 5억 원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불법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장동 사업으로 1400억 원 가까운 거액을 배당받은 김 씨에게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 전달 의혹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고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유 전 직무대리는 2020년 6월에도 남 변호사를 만나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이라면서 협박성 발언을 하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에 낸 자술서에서 “2020년 6월 중순경 어느 날 저녁에 유 전 직무대리 집 근처인 수원시 술집에서 남 변호사와 셋이 만났다”며 “유 전 직무대리가 ‘돈 벌었으면 형 용돈도 주고 그래야지. 막말로 나는 니들한테 아직 돈 받은 게 없고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이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20년에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장동 일당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이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전달받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나는 A 국회의원의 측근이고 대통령비서실장과도 친하다.” 검찰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60·수감 중)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하며 공소장을 통해 이 전 부총장이 정치권 실세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정황을 적시했다. 검찰은 계속된 낙선으로 정치자금이 부족했던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모 씨(62)의 청탁을 받고 불법 자금을 총 10억 원가량 수수한 것으로 보고 19일 구속 기소했다.○ 사진 보내고 “실장님이 도와주신다”2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A4용지 29장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4월경 한 건설사가 소유한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를 도와달라는 박 씨의 청탁을 받은 후 “B (대통령비서)실장님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C 국토교통부 장관과도 친하니 선거가 끝난 후 인수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부총장은 조카의 전세자금 2억2000만 원을 요구했고, 같은 해 7월경 언니 계좌로 2억 원을 받았다. 이 전 부총장은 박 씨에게 실제로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B 전 실장에 대한 청탁 등을 대가로 받은 돈을 3억1500만 원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B 전 실장은 동아일보에 “이 전 부총장에게 부탁을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이 전 부총장은 또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들에게 인사해야 한다”, “내 뒤에 A 의원 같은 분들이 있다”면서 박 씨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해 3, 4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정부 지원금 배정 및 용인 물류단지 개발 관련 문제 해결 등의 청탁을 대가로 2억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부총장은 산업부 지원금 배정과 관련해 산업부 D 전 장관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이후 이 전 부총장의 주선으로 당시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업체 관계자를 만나 지원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D 전 장관은 “이 전 부총장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언니’라 부를 정도로 친해”2019년 말 박 씨로부터 중소기업창업투자사 인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움직여야 한다. E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관계”라며 2000만 원을 요구했다. 실제로 인수에 성공한 박 씨는 이 전 부총장 요구에 따라 수고비와 감사비 등을 더해 총 40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E 전 장관 측은 “장관 재직 중 박 씨의 청탁을 안 받은 것은 물론이고 박 씨와 만나거나 전화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이 전 부총장은 박 씨와 친분 있는 발전공기업 관계자들의 인사 청탁 및 납품 알선 등을 대가로 현금 6100만 원과 1591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았다고 한다. 또 마스크업체의 문제 해결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이던 민주당 F 의원과 G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통해 담당 공무원과 관계자간 면담을 주선했다. F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고, G 전 처장은 담당자 연락처를 전달했을 뿐 이권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반적 범위 내에서 관계자들에게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나는 유력 정치인 A 국회의원(당시)의 측근이고 B 대통령비서실장과도 친하다. A 의원이 곧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것이니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에서 서초구 공천은 따놓은 것과 다름없다.” 검찰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60․수감 중)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며 이 전 부총장의 이 같은 발언을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계속된 낙선으로 인해 정치자금이 부족했던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모 씨(62)로부터 각종 청탁을 받고 총 10억 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1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대통령비서실장과 찍은 사진 보내고 “실장님이 도와주신다” 2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A4용지 29장 분량의 공소장에는 이 전 부총장이 민주당의 유력 인사 및 공공기관 관계자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박 씨에게 돈을 요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4월경 포스코건설이 가지고 있던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를 도와달라는 박 씨의 청탁을 받고 “(B 대통령비서)실장님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C 국토부 장관과도 친하니 선거가 끝난 후 인수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이 전 부총장은 박 씨에게 조카의 전세자금 2억2000만 원을 요구했고, 같은 해 7월경 자신의 언니 계좌로 도합 2억 원을 전달받았다. 이 전 부총장은 조카의 전세자금을 요구하는 도중 박 씨에게 B 전 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포스코건설 소유 우선수익권 인수와 관련해 B 전 실장에 대한 청탁을 등을 대가로 받은 돈을 3억1500만 원으로 집계했다. B 전 실장은 동아일보에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내 뒤엔 A 의원 있다” 불법 선거자금 3억3000만 원 수수이 전 부총장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서초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에도 요구는 계속됐다. 이 전 부총장은 선거 경선일이 다가오자 박 씨에게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 돈이 급하다”거나 “선거 자금이 부족하니 도와달라. 초선으로 출마한 후보들 중 친한 사람이 있으니 그들도 도와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총 6000만 원을 전달받았다. 이 전 부총장은 공천이 확정된 뒤인 2020년 3월경에도 “내 뒤에 A 의원 같은 분들이 있다. 나를 도와주면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스폰서)을 해달라”며 박 씨로부터 5000만 원을 입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 준비기간인 같은 해 3월 25일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월 14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정부 지원금 배정 및 용인 물류단지 개발과 관련된 문제 해결 등 청탁을 대가로 총 2억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산업부 지원금 배정 청탁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은 당시 산업부 D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청탁 성사를 자신했다. 실제로 이 전 부총장의 주선에 의해 청탁을 부탁한 액화수소업체 관계자와 당시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만나 재정지원 등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D 전 장관은 이 전 부총장의 청탁 사실을 묻는 질문에 “이 전 부총장과 알고지내는 사이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으며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중기부 장관을 움직여야 한다. ‘언니’라 부를 정도로 친해”2019년 말 한 중소기업창업투자사(창투사) 인수에 어려움을 겪던 박 씨는 지인을 통해 이 전 부총장을 처음 소개받았다. 박 씨로부터 창투사 인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은 “E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움직여야 한다. E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관계이니 인사 목적으로 2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A 전 의원과 B 전 실장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박 씨는 같은 해 12월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창투사 인수 청탁 목적의 현금 2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부총장은 또 “제가 밥도 사야 하는데 제 돈을 쓸 수는 없지 않느냐”며 박 씨에게 1000만 원을 추가로 받아갔다고 한다. 실제로 박 씨는 창투사 인수에 성공했고, 이 전 부총장에게 감사 인사 등 목적으로 1000만 원을 더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E 전 장관 측은 “청탁을 받은 적도, 장관 재직 중 만나거나 전화가 온 적도 없다”며 “밥 사달라는 문자가 왔는데 만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현역 의원, 전 식약처장은 실제로 면담 주선이 밖에도 이 전 부총장은 박 씨와 친분이 있는 발전공기업 관계자들의 인사 청탁 및 박 씨 회사의 발전공기업 납품 알선 등을 대가로 현금 6100만 원과 명품가방 등 1591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 또 마스크 업체 B 사의 문제 해결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는 등 모두 합쳐 7억 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총장은 산업부 산하 발전공기업 관련 청탁에 대해서는 당시 산자위 위원이던 민주당 F 의원과의 친분을, 마스크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G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의 친분을 내세웠다. 이 전 부총장의 부탁을 받은 F 의원은 당시 한 발전공기업 사장에게 전화해 “관계자가 찾아갈 테니 편의를 봐주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실제로 면담 또한 성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G 전 처장은 이 씨에게 담당 공무원의 연락처를 전달했고 해당 공무원은 박 씨의 부인과 만나 마스크 인허가 관련 민원을 청취했다. F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부총장과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청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청탁이 없었으니 이를 들어준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G 전 처장은 연락처를 전달한 것일 뿐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씨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알선해준 대가로 총 9억4000만 원을, 자신이 출마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총 3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중 2억7000만 원의 경우 알선수재 및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 내 첩보보고서 삭제 지시 시점을 2020년 9월 23일 오전 국정원 정무직회의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최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김선희 전 국정원 3차장 등 전·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을 불러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국정원에서 열린 정무직회의 내용을 추궁했다고 한다. 검찰은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이날 오전 1시 열린 1차 회의에서 피살 사실을 은폐·왜곡하는 안보실 지침이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 등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관계자 조사를 통해 국정원에 삭제 지시가 전달된 시점을 이날 오전 출근시간대 이후로 좁혔다.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으로 출근하지 않았고, 그 시간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참석하는 정무직회의에 참석한 노 전 실장이 박 전 원장의 삭제 지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관련 첩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올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됐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은 26일에도 MBC 라디오에서 “(서훈 당시) 안보실장으로부터 첩보 삭제 지시가 없었고, 저도 국정원에 지시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노 전 실장, 김 전 차장 등도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정원은 이 씨 피살 당일인 2020년 9월 22일 합동참모본부 발표보다 51분 앞서 이 씨의 표류 사실을 확인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정원에서 진행된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도 (표류 사실을) 합참 정보를 받아 확인했고 감사원에서 착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당시 대북 감청정보(SI·특수정보) 첩보에 “월북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고도 했다. 첩보 보고서 무단 삭제 의혹과 관련해 윤 의원은 “국정원장 임의로 삭제가 가능하지만 (박 전 원장) 이전까지 국정원장이 그런 일을 지시한 바는 없었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 핵심 관계자들은 27일 국회를 찾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2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며 20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최근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검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둔 지난해 2월 “광주 지역을 돌고 있다.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면서 20억 원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호남지역 공략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한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4∼8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현금 8억4700만 원을 건네받고, 김 부원장에게 최종적으로 6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이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2월은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4개월가량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호남 민심 선점에 주력하던 시기였다. 호남은 민주당 대의원과 권리당원 수가 20만 명이 넘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최대 표밭이다. 당시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렸지만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비해 호남 지지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호남 내 지지세력 확장에 공을 들였고, 지지모임도 연이어 발대식을 열고 출범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상반기(1∼6월) 이 대표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호남 기반 구축과 광주 지지단체 결성 등에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 6억 원이 쓰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2일 구속된 김 부원장을 23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불러 조사하며 돈의 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부원장은 진술 거부권 등을 행사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수감 중)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수감 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침에 따라 ‘자진 월북’ 판단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22일 구속된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자진 월북’ 판단 및 이에 반하는 첩보 삭제 등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자진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을 관계부처에 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 이후 서 전 장관의 지시에 의해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첩보 60건이 삭제됐다고 한다. 또 국방부는 국가안보실 지침에 따라 ‘자진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종합분석 결과보고서를 작성했고, 동일한 분석 결과를 언론에 발표했다. 해경 또한 자진 월북 정황을 알리라는 국가안보실의 대응 지침을 전달받은 뒤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날(24일) 감사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천 페이지의 조사 기록 중 일부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분석에 착수했다고 한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으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조만간 서 전 실장을 불러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판단과 관련된 지침을 내린 것이 맞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입장을 직접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구속하면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윗선’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당시 컨트롤타워였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출석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했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원이 서면조사를 추진하다가 철회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훈·서주석도 공범으로 적시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가 청구한 서 전 장관 대상 구속영장에는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에 2차례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를 기점으로 정부 차원의 은폐와 왜곡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공모 및 지시 관계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해양경찰청 등이 별다른 근거 없이 이 씨를 ‘자진 월북자’로 판단하고 이에 상반되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분석·검토에서 제외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건을 왜곡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22일 오후 10시∼10시 반경 이 씨의 피살 및 시신 소각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23일 오후 10시 50분 언론 보도로 이 씨 사망 소식이 알려질 때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해 관련 사실을 ‘은폐’했고, 이 씨 피살 보도 이후에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월북 몰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법원이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영장 발부 사유로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를 든 것도 그만큼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거지가 일정한 전직 장관에 대한 ‘도주 우려’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법원이 범죄 혐의에 대해 무겁게 봤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향하는 검찰의 칼검찰은 조만간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 전 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 검찰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만약 조사 요청이 온다면, 없는 죄를 만들어도 안 되지만 있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피살 다음 날인 9월 23일 서 전 실장과 함께 대통령 대면보고를 한 노 전 실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전 실장은 이미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19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에 출석해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서 전 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감사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다만 감사원이 검찰에 보낸 ‘수사 요청서’에는 문 전 대통령 관련 언급은 없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르면 다음 주 검찰에 감사 관련 조사기록을 모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록에 문 전 대통령 관련 언급이 있을 경우 검찰이 이에 기초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영장 발부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은 “조작 정권과의 법정 대결이 시작됐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22일 “검찰은 위기에 빠진 정권을 지켜내기 위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조작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민주당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지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과응보”라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은 본인도 월북 조작의 공범인지, 부하들의 월북 조작에 속아 넘어간 무능한 대통령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0시 45분경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19일 체포한 김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1일 오전 6시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2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20억 원의 대선자금을 요구한 뒤 지난해 4월 1억 원을 시작으로 △5월 5억 원 △6월 1억 원 △8월 1억4700만 원 등 네 차례에 걸쳐 현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자금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조성했고, 천화동인 4호 이모 이사와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등을 거쳐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해 6월 말부터 본격화된 이 대표의 대선 경선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용처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김용에 ‘현금 상자’ 네번 8억4700만원 전달”… 檢, 사용처 수사 5만원-1만원권 담긴 종이상자… 분당 유원홀딩스 사무실서 오가검찰, 남욱 등 증언-통신기록 제시… 金 영장심사서 구속 필요성 주장檢, 이재명 경선자금 유입여부 추적… 김용측 “檢, 유동규 진술에 놀아나” ● 김용 “대선 준비 돈 필요…광주 쪽 돌고 있어”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반경부터 오후 6시경까지 진행된 영장심사에서 100쪽이 넘는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를 통해 김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로와 구속 필요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며 조직을 담당했던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대선 준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20억 원을 요구했고, ‘대장동 일당’에 속하는 남 변호사가 총 8억4700만 원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이 5월에 5억 원으로 가장 많았던 이유가 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난해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해당 자금이 경선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부원장은 현금이 담긴 종이상자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4차례 걸쳐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직무대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함께 만든 회사다. 검찰은 현금 전달 과정에 사용된 종이상자가 5만 원짜리 지폐를 가득 채우면 1억 원가량 들어가는 크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는 자금 마련 과정에서 1만 원권으로 인출된 경우가 있어 4700만 원이 담긴 종이상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억여 원은 유 전 직무대리가 빼돌렸고 김 부원장에게는 실제로는 7억여 원이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경 1억 원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돌려줬다. 다만 검찰은 중간에 일부 금액이 전달되지 않았거나 돌려줬더라도, 불법 정치자금으로 조성된 규모가 8억4700만 원이라는 점이 물증과 진술 등을 통해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해당 액수를 적시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8억4700만 원을 조성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입한 메모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메모는 남 변호사의 지시로 천화동인 4호 이사이자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이모 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 측 “유동규 진술에 놀아나” 반면 김 부원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이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 일정 조율도 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석방 등을 제시하며 유 전 직무대리를 회유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은 심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쪽(검찰)이 유동규 진술에 놀아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달아 발부되면서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김 부원장 뿐 아니라 정진상 실장 등 이 대표의 핵심 측근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4년 정진상도 5000만 원 수수 의혹 또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2014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아 김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각각 1억 원과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선에, 김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재선에 도전한 상태였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는 남 변호사가 2014년 6월 29일 동업자였던 정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저께 정진상, 김용, 유동규, 김만배 네 분이 모였다. 정 실장이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러자 했다. 만배 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얘기를 했대요”라고 말한 내용이 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에도 정 실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21일 입장을 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 고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의 딸(9)이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벌을 (내려) 달라”는 내용의 자필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씨 유족 측은 21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며 이 씨의 딸 이모 양이 전날(20일)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이 양은 편지에서 “아빠는 저를 엄청나게 사랑하셔서 가족을 버리고 혼자 북한으로 가실 분이 절대 아니다”라며 “저에게서 아빠를 빼앗아가고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많은 사람들에게 벌을 달라. 그래야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 양은 2년 전 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해 “출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고 저와 공원에서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라며 “잠잘 때 팔베개도 해주고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도 불러줬는데 이런 아빠를 만날 수 없어서 슬프다”고 했다. 2020년 9월 이 씨가 숨졌을 당시 유족들은 이 양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양은 올 7월에야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이 양은 편지에서도 “아빠가 오랜 출장을 가신 줄 알고 기다렸는데 하늘나라에 가셨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어 많이 힘들었다”며 “아빠는 나라를 위해 일하시고 사고로 돌아가신 훌륭하신 분이다. 저는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유족 측은 이날 이 양의 편지를 김 부장판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국민을 위한 공직자가 아닌 청와대를 위한 공직자였다”며 구속을 촉구했다. 이래진 씨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던 서 전 장관을 보고 “거기 서 보라”며 욕설을 하며 달려들었다가 방호 요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군의 총 책임자였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해양경찰 지휘 책임자였던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22일 구속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27분경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고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첩보 등 기밀을 삭제하거나 부합하는 정보만 선별해 발표하며 ‘월북 몰이’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검찰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일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이 조사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등의 근거를 들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서 전 장관이 감청 정보 등의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하며 은폐했다면서 범죄의 중대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서 전 장관의 지시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밈스에서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서 전 장관 측은 “민감한 정보가 불필요한 부대에 공유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부선 조정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밈스 운영 체계상 배부선 조정이라는 해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의 경우 ‘자진 월북’이라는 당시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증거를 은폐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 측은 “당시 주어진 정보에 따르면 자진 월북으로 판단하는게 합리적이었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장심사는 서 전 장관은 오전 10시부터 4시간 가량, 김 전 청장은 오후 2시 반부터 3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편 이 씨 유족 측은 21일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며 이 씨의 딸 이모 양이 20일 김 부장판사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이 양은 편지에서 “아빠는 저를 엄청나게 사랑하셔서 가족을 버리고 혼자 북한으로 가실 분이 절대 아니다”라며 “저에게서 아빠를 빼앗아가고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많은 사람들에게 벌을 달라. 그래야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박종민기자 blick@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0시 45분경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19일 체포한 김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1일 오전 6시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2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20억 원의 대선자금을 요구한 뒤 지난해 4월 1억 원을 시작으로 △5월 5억 원 △6월 1억 원 △8월 1억4700만 원 등 네 차례에 걸쳐 현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자금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조성했고, 천화동인 4호 이모 이사와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등을 거쳐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해 6월 말부터 본격화된 이 대표의 대선 경선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용처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5만원-1만원권 담긴 종이상자… 분당 유원홀딩스 사무실서 오가검찰, 남욱 등 증언-통신기록 제시… 金 영장심사서 구속 필요성 주장檢, 이재명 경선자금 유입여부 추적… 김용측 “檢, 유동규 진술에 놀아나” ● 김용 “대선 준비 돈 필요…광주 쪽 돌고 있어”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반경부터 오후 6시경까지 진행된 영장심사에서 100쪽이 넘는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를 통해 김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로와 구속 필요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며 조직을 담당했던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대선 준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20억 원을 요구했고, ‘대장동 일당’에 속하는 남 변호사가 총 8억4700만 원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이 5월에 5억 원으로 가장 많았던 이유가 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난해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해당 자금이 경선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부원장은 현금이 담긴 종이상자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4차례 걸쳐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직무대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함께 만든 회사다. 검찰은 현금 전달 과정에 사용된 종이상자가 5만 원짜리 지폐를 가득 채우면 1억 원가량 들어가는 크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는 자금 마련 과정에서 1만 원권으로 인출된 경우가 있어 4700만 원이 담긴 종이상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억여 원은 유 전 직무대리가 빼돌렸고 김 부원장에게는 실제로는 7억여 원이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경 1억 원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돌려줬다. 다만 검찰은 중간에 일부 금액이 전달되지 않았거나 돌려줬더라도, 불법 정치자금으로 조성된 규모가 8억4700만 원이라는 점이 물증과 진술 등을 통해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해당 액수를 적시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8억4700만 원을 조성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입한 메모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메모는 남 변호사의 지시로 천화동인 4호 이사이자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이모 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 측 “유동규 진술에 놀아나” 반면 김 부원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이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 일정 조율도 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석방 등을 제시하며 유 전 직무대리를 회유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은 심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쪽(검찰)이 유동규 진술에 놀아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달아 발부되면서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김 부원장 뿐 아니라 정진상 실장 등 이 대표의 핵심 측근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4년 정진상도 5000만 원 수수 의혹 또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2014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아 김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각각 1억 원과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선에, 김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재선에 도전한 상태였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는 남 변호사가 2014년 6월 29일 동업자였던 정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저께 정진상, 김용, 유동규, 김만배 네 분이 모였다. 정 실장이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러자 했다. 만배 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얘기를 했대요”라고 말한 내용이 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에도 정 실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21일 입장을 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