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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중도좌파 연정이 출범 2개월 만에 붕괴됐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소수 연정을 이끌어온 스테판 뢰벤 총리는 3일 의회가 정부 예산안을 부결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3월 22일 조기 총선을 제안했다. 스웨덴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지기는 1958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3일 의회 표결에서 중도우파 야당연합과 극우 스웨덴민주당의 반대로 총 349표 가운데 과반에 못 미치는 153표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치면서 벌어졌다. 뢰벤 총리는 1일 예산안이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원내 제3당인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난민 수용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예산안을 부결시키겠다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당은 시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 난민 신청이 내년에 역대 최고인 9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조기 총선을 이민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뢰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웨덴민주당이 스웨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정 파트너인 구스타브 프리돌린 녹색당 당수도 “인종 혐오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이 스웨덴 정치판을 쥐고 흔드는 ‘독재’를 하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스웨덴 사민당은 9월 총선에서 증세를 통한 복지 강화를 앞세워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그러나 녹색당과만 소수연정을 꾸리는 바람에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해 불안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내년 3월 조기 총선 비용으로 2억5000만 크로나(약 370억2300만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서방의 제재 압력에 백기를 들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새로운 가스관으로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사우스스트림(South Stream)’ 건설 계획을 전격 폐기한 것이다. 터키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1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우스스트림 가스관이 지나는 불가리아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유럽연합(EU)이 건설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업 투자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행한 알렉세이 밀레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도 기자들에게 사업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결정에 대해 “보기 드문 푸틴의 외교적 패배이자 보기 드문 미국과 EU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사우스스트림 건설로 남동부 유럽에 영향력 강화를 시도했으나 서방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무산됐다는 분석이다. EU의 비협조를 이유로 댄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우스스트림은 흑해 해저 터널을 거쳐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남동부 유럽 6개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220억 달러(약 24조3386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2012년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서 착공했다. 그러나 3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에 EU가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가스프롬의 경영진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자 EU 회원국인 불가리아가 6월 공사 중단 조치를 내렸다.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다른 유럽행 가스관과 달리 사우스스트림은 흑해 해저터널을 통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제재를 피해 유럽에 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새 수출로가 될 것으로 자신해 왔다. 반면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미 유럽 가스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외교·경제적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사업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에너지 담당 외교관을 지낸 카를로스 파스쿠알 씨는 “유럽 소비자들은 추가 가스관 건설로 생길 수 있는 더 많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며 “유럽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와 터키를 연결하는 일명 ‘블루스트림(Blue Stream)’ 프로젝트를 통해 터키와 에너지 협력을 늘려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는 터키 가스 공급량을 연간 190억 m³로 20% 더 늘리는 한편 가격도 내년부터 6% 내리겠다고 밝혔다.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가스프롬이 터키와 그리스 국경에 새로운 가스 허브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러시아와 터키의 에너지 협력에 대해 “NATO 회원국인 터키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YT는 “터키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통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엔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기금 부족으로 1일부터 170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에게 식량구매권을 제공하는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WFP 측은 “외부 지원이 없다면 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라크 이집트 등에 머물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이 배고픔 속에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서린 커즌 WFP 사무총장은 “12월 한 달에만 시리아 난민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6400만 달러(약 710억 원)에 이른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WFP는 그동안 시리아 난민이 현지 가게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식량구매권 제공 프로그램에 약 8억 달러(약 8880억 원)를 투입해 왔다. 앞서 WFP는 지난달 향후 6개월간 해외로 망명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4억126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최근 시리아에서 무장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로부터 딸을 구출해낸 네덜란드 어머니에 이어 IS 전사로 가담한 10대 아들을 시리아 전장에서 구해낸 영국인 아버지의 ‘용감한 부정(父情)’이 화제다. 지난달 30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사는 카림 모하마디 씨는 최근 집에서 3200km나 떨어진 시리아의 IS 근거지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열아홉 살짜리 아들 아흐메드를 구해내 본국으로 무사히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대학생 아흐메드는 올해 초 시리아 난민을 위한 인도주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며 터키로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6월 아흐메드와 같은 동네 친구인 레야드 칸(21)과 나세르 무타나(20)가 IS의 대원 모집 홍보 동영상에 등장한 것을 보고 아들도 IS 대원이 됐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라크 쿠르드계 출신인 모하마디는 터키를 통해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아흐메드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결국 그를 찾아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7월 영국으로 돌아온 아흐메드는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지만 ‘탈(脫)과격화’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지난해 영국에서 이 전향교육을 받은 사람은 총 1281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8%가 늘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현재 IS에 가담한 유럽 청년은 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보 당국자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정부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부모들이 잘 안다”며 “모하마디는 시리아 전장에서 자식을 직접 구출해 온 첫 번째 영국인 부모”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이 숨기려 한다고 숨겨지지 않는 것이 위안부 강제동원의 진실이에요.” 13세 때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가 돼 참혹한 고통을 받았던 길원옥 할머니(87)가 11월 29일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조속히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길 할머니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정의 회복과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가해 “살아생전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라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 청중을 숙연케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는 “고노(河野) 담화가 발표된 1993년 이후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문서가 500개 이상 발견됐다”면서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문서들이 위안부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노 담화는 재조사 또는 경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일제하 군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는 피해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퍼트리샤 비저셀러스 국제형사재판소(ICC) 특별자문관도 ‘국제형사법하에서 노예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노예매매금지법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중 행해진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길 할머니는 1일에는 소르본대에서 위안부 피해사실을 증언하는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정계 복귀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59·사진)이 지난달 29일 야당 대표로 당선돼 2016년 대선 출마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28, 29일 치러진 중도우파성향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 대표 경선에서 사르코지는 64.5%의 득표율로 29.2%에 그친 경쟁 후보 브뤼노 르 메르 전 농림부 장관을 제치고 당대표로 뽑혔다. 이번 당대표 경선은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투표 중 웹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1시간가량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UMP는 총 26만8000명의 당원 중 58%가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1974년 정계 입문 이후 40년간 5번의 장관, 5년간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사르코지가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아직 차기 대선 후보까지 낙점 받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사르코지의 이번 득표율은 2004년 자신이 내무장관 시절에 당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85.1%의 득표율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10년 전보다 20%나 줄어든 사르코지의 당대표 경선 득표율은 더이상 사르코지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파 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르피가로는 30% 가까이 득표한 르 메르를 깜짝 주인공으로 치켜세우며 “사르코지의 재출발을 기념하는 축배를 르 메르가 대신 마셔버렸다”고 평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빈자(貧者)의 옹호자’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판 아방궁’ 논란에 휩싸인 터키의 초호화 대통령궁을 방문한 첫 외부 손님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8일 터키 수도 앙카라의 ‘악사라이’(흰 궁전)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30만 m²에 세워진 새 대통령궁은 미국 백악관 크기의 50배, 영국 버킹엄궁의 3배에 이르며 전 세계 대통령 거주지 가운데 가장 크다. 건축비만도 6억1500만 달러(약 6826억 원)가 들었다. 악사라이는 특히 앙카라 도심 녹지인 ‘아타튀르크 숲 농장(AOC)’을 훼손하는 반환경적 불법 건축물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아타튀르크 숲 농장은 1937년 터키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국가에 헌납한 것으로 20년 넘게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미국 USA투데이는 “방 2개짜리 숙소를 이용하던 교황의 검소한 모습은 1000개 이상의 방이 있는 호화판 대통령궁의 첫 손님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교황의 터키 방문은 가톨릭과 이슬람의 종교 간 화합을 위한 시도로 비친다. 터키에서는 국민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교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야만적인 테러조직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종교의 대화와 연대를 촉구했다. 또 교황은 시리아 난민 160만 명을 수용한 터키에 감사를 표하며 “국제 사회는 터키를 도울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터키 방문 중 종교 간 화합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도 보여줬다. 다음 날인 29일 푸른 타일로 장식된 이스탄불 사원인 술탄아흐메트 자미(블루 모스크)를 방문해 이슬람 지도자와 나란히 서서 2분 정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의 행동은 기도가 아니라 침묵 경배”라며 “다른 종교 간 대화가 이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세계 3억 동방정교회 신도의 수장인 바르톨로메오 1세를 만나 자신의 이마에 축복의 키스를 해주길 청하며 겸손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독일에서 전력 부족으로 오히려 석탄 화력발전이 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지난달 말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웨덴 국영회사인 바텐팔이 브란덴부르크와 작센지역의 독일 광산 2곳에서 석탄 생산 투자 중단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독일의 전력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스웨덴의 뢰벤 총리는 “바텐팔이 청정 재생에너지 분야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은 스웨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답했다고 FT가 전했다. 독일은 2050년까지 1조 유로(약 1379조 원) 이상을 투자해 80%의 전력 생산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로 17개 가운데 8개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할 방침이다. 그러나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이 부족해지자 오히려 석탄 발전을 늘리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해 석탄 발전을 통해 1620억 kWh의 전력을 생산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석탄 발전은 2011년 42.7%에서 2013년 45.5%로 2.8%포인트 늘어난 반면에 같은 기간 원자력 발전 비중은 17.6%에서 15.4%로 줄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연합(EU)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의장은 2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향후 3년간 총액 3150억 유로(약 430조 원) 규모의 ‘전략투자유럽펀드(EFSI)’ 조성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럽이 비즈니스에 복귀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시동장치”라고 말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유럽투자은행(EIB)과 함께 210억 유로의 1단계 기금을 조성한 뒤 민간투자를 유치해 기금 규모를 15배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EU 집행위는 1단계 기금 중 160억 유로를 자체 예산에서 투입한다. EU 정책금융기관인 EIB로부터 50억 유로가 투입되며 EU 각국 정부도 출자할 수 있다. 융커 위원장은 이번 계획을 통해 광대역 통신망과 에너지, 교통, 교육, 연구 분야에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역내에 13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부문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계획은 불투명하다. 융커 의장은 EU가 전체의 5% 수준인 210억 유로를 사회간접자본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이 긴축재정으로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EU가 ‘지렛대 원리’ 금융기술을 활용해 종잣돈의 15배에 이르는 민간투자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지렛대 원리는 빚을 지렛대로 신용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유럽 노조총연맹(ETUC)의 베르나데트 세골 사무총장은 “210억 유로로 15배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이라며 “집행위가 성서의 ‘빵과 물고기’ 일화 같은 재정적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이번 계획이 EU의 예산 확대를 부추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EFSI의 종잣돈을 600억∼800억 유로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내년 1월 EFSI를 출범시키려면 12월 중순 EU 정상회의에서 28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63·사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32년 동안의 하원의원직을 그만두고 정계를 은퇴한다. 브라운 전 총리는 내년 5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에서 은퇴한 뒤 아내 세라 여사와 함께 해온 아프리카 자선사업과 유엔 ‘글로벌 교육 특사’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23일 영국 BBC가 보도했다. 그의 측근은 선데이미러에 “브라운 전 총리가 영국 연방을 지켜낸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싶어 한다”며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브라운 전 총리는 2010년 총리에서 물러난 뒤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9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때 독립 반대 여론을 주도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독립 찬성 여론이 강했던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에서 브라운 전 총리가 원고도 보지 않고 했던 연설은 독립 반대 진영의 승리를 이끈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지난달 조앤 래먼트 스코틀랜드 노동당 당수 사임 직후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을 요청받았으나 “정치의 최전선으로 돌아올 의사가 없다”며 거절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60)의 연인 쥘리 가예(42)가 엘리제궁에서 이미 실제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프랑스의 한 주간지가 주장했다. 프랑스 주간지 ‘부아시(Voici)’는 21일 발매된 최신호 표지에서 ‘첫 번째 사진들’이란 제목 아래 올랑드 대통령이 엘리제궁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서 여배우인 가예와 담소를 나누는 사진을 내보냈다. 이 사진은 10월에 촬영된 것으로,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의 사진은 2011년 프랑스 대선 캠페인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사진은 올 1월 올랑드 대통령이 가예와의 스캔들로 당시 동거녀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헤어진 지 9개월 만에 공개된 것이다. 이 잡지의 편집장 마리옹 알롱베르는 “이 여배우는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밤과 주말을 엘리제궁에서 올랑드와 보냈으며 엘리제궁 직원들도 매일 그녀를 마주치는 것에 익숙한 듯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가예는 엘리제궁이 마치 제 집인 양 편안하게 지냈다. 사실상 프랑스의 준퍼스트레이디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경호안전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알롱베르는 “이 사진은 엘리제궁 내부 직원이 찍은 것도, 드론(무인기)을 띄워 촬영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 측은 엘리제궁 방문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도둑 촬영’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수컷에만 관심을 가져 도살될 위기에 처했던 아일랜드의 ‘게이’ 씨수소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벤지’(사진)라는 이름의 샤롤레종(근육이 발달한 프랑스 원산의 대형 육우) 황소는 당초 번식을 위한 씨수소로 선발됐다. 하지만 아무리 합방을 해도 암소가 새끼를 배지 않았다. 수의사가 면밀히 관찰한 결과 벤지는 수컷만 좋아하는 ‘동성애 황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농장 주인은 씨수소로 다른 황소를 들이고 벤지를 도살장으로 보내려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 동물보호단체와 성소수자단체를 중심으로 벤지를 살리자는 기부운동이 벌어졌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만든 공동창작자 샘 사이먼 씨가 4000파운드를 낸 것을 비롯해 시민 250여 명이 기부에 동참해 최종 목표액 5000파운드(약 870만 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동물권리행동네트워크(ARAN)는 “벤지는 영국의 힐사이드 동물보호소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벤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먼 씨는 “모든 소가 고기로 팔릴 운명에 놓여 있지만 게이라는 이유로 도살당한다면 이중적인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다리를 다친 경주마의 은퇴를 돕고 떠돌이 개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북부 함부르크 항구 인근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운하. 발트 해와 북해를 잇는 98km 구간의 지름길로 연간 3만5000대의 배가 드나드는 중요한 수로다. 그런데 지난해 이 운하가 잠금장치 고장으로 2주간 문을 닫았고, 올해 9월에도 수문이 작동하지 않아 다시 폐쇄됐다. 제1, 2차 세계대전 중에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이는 독일 정부의 ‘균형예산’에 대한 절대적 신봉이 낳은 사고였다. 독일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재정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각종 사회간접자본 투자 예산을 뼈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로 삭감해 왔다. 2012년 운하 유지보수 비용은 연간 6000만 유로에서 1100만 유로로 삭감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운하 전면 보수에 1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독일이 자랑하는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도 곳곳의 균열을 땜질하는 공사 때문에 실제 시속 100km로도 달릴 수 없는 구간이 많다. 2007년 문을 열 예정이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BER)’은 개장이 4번이나 연기돼 기약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독일경제연구소(DWI) 마르첼 프라처 소장(43)이 쓴 ‘독일의 환상(Die Deutschland-Illusion·사진)’은 유로존의 모범생인 독일의 경제모델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독일은 ‘절제와 검약’에 대한 과도한 숭배 때문에 투자하는 방법을 잊었고, 결국 몽유병 환자처럼 경기침체로 한발씩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라처 소장은 독일이 세 가지 환상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는 지난 10년간 노동시장 개혁 덕분에 이룬 ‘취업률의 기적’이고, 두 번째는 경쟁력 있는 회사들로 인한 ‘수출 기적’, 세 번째는 연방정부의 ‘균형예산’이다. 그는 “독일인들이 독일이라는 차의 보닛을 열어 엔진도 들여다보지 않은 외국인들의 잘못된 아첨 발언에 현혹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독일의 환상을 하나하나 벗겨낸다. 취업률 기적은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나 ‘불안정한 일자리’ 창출로 인한 것이다. 수출의 성공은 제품 경쟁력보다 임금 인상 억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독일의 경제모델은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에 자본재를 파는 것이 한계에 이르거나, 임금 압박을 통해 남유럽 국가들로부터 이익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을 더이상 할 수 없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인은 유로존 회원국들이 독일의 호주머니만 털어가고 있으며, ‘유럽에 좋은 것은 독일에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수출이 늘어난 만큼 수입을 늘리지 않아 이웃 국가들에 두통거리를 안겨왔다. 독일은 199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의 23%를 투자했으나 현재 17%만 투자를 한다. GDP 대비 정부의 총투자액도 유럽연합(EU) 28개국 평균보다 낮고, 그리스나 이탈리아보다도 적다. 프라처 소장은 독일이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경제모델을 전 유럽에 강요하는 것은 디플레이션 같은 큰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엄마는 역시 여자보다 강했다.’ 한 네덜란드 엄마가 혈혈단신으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본거지를 찾아가 19세 딸을 직접 구출했다. 19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덜란드 동남부 마스트리흐트에 사는 19세 소녀 아이차 양은 올 2월 IS의 본거지인 시리아 락까로 떠났다. TV에서 본 네덜란드-터키 혼혈 IS 대원인 오마르 일마즈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에 빠졌다. 지난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이름도 아이차로 바꿨다. 딸의 계획을 눈치챈 엄마가 경찰에 알려 여권까지 뺏겼지만 그녀는 다른 신분증을 이용해 락까로 향했다. 엄마 모니크 씨(49·사진)는 “딸이 일마즈를 로빈후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올 4월까지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딸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곧 연락이 끊겼다. 급기야 엄마는 지난달 딸의 생일에 맞춰 딸을 구하겠다며 시리아로 향했다. 하지만 터키에서 시리아 국경을 넘지 못하고 네덜란드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엄마는 딸의 친구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구출해 달라’는 딸의 메시지를 받았다. 남자친구와 이슬람 테러에 대한 환상도 깨졌다고 했다. 다급해진 엄마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너무 위험한 데다 자칫하면 귀국 뒤 지하디스트에 협조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엄마는 경찰의 갖은 만류를 무릅쓰고 홀로 시리아로 떠났다. 이번엔 락까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슬람 여성처럼 보이려고 검은색 부르카(이슬람 여성이 주로 입는 전신을 가리는 옷)까지 입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모녀는 사전에 페이스북으로 약속한 장소에서 마침내 상봉했다.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여권이 없는 딸이 시리아와 터키 국경에서 체포된 것이다. 터키는 여권 없이 시리아 국경을 넘는 사람을 구금해왔다. 며칠 뒤 모녀는 네덜란드 당국의 도움으로 19일 오후 조국 스히폴 공항에 도착했다. 딸은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 네덜란드 당국은 “반국가 테러 활동과 관련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며칠 동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딸을 구한 엄마는 “내 도움 없이는 딸이 락까를 떠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몸서리쳤다. 이어 “아무리 위험해도 때로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옳은 일”이라며 모성애를 발휘한 이유를 밝혔다. 딸과 결혼했던 일마즈는 18일 IS 대원의 광포성을 드러냈다. 트위터에 ‘긴급! 내가 차버리거나 죽이거나 튀니지 형제에게 팔아버려야 했던 전 아내가 지금 터키에 있다’는 글을 남겼다. 네덜란드 군인 출신인 그는 현재 IS 대원들에게 전투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네덜란드정보부(AIVD)는 “시리아로 들어간 자녀를 찾으려는 부모들의 구조요청이 쇄도한다. 하지만 자녀를 찾으려고 시리아 국경을 넘는다면 네덜란드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네덜란드타임스가 보도했다. AIVD는 “모니크 씨 성공 사례 때문에 부모들이 직접 시리아로 들어가서 자녀를 찾으려는 것이 유행이 돼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박희창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북한 대학생이 강제 송환을 당하기 직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처에 은신 중인 이 대학생은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측근 가족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프랑스 국립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ENSAPLV)에 다니던 북한 유학생 한모 씨가 북한 체포조의 추격을 피해 은신 중”이라며 “프랑스 당국도 한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프랑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라빌레트 건축학교 측도 확인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라빌레트 건축학교 카트린 코메 학생생활처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에서 학생과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씨의 소재를 알아봤으나 최근 2주간 이 학생을 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 씨는 프랑스 정부가 2002년부터 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초청유학 프로그램에 따라 파리에서 공부해 왔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주재 북한대표부의 홍영 부대표가 장성택 처형 뒤 갑자기 북한 호송조에 의해 소환됐을 때도 시끄러웠다. 대학에서 공부 중인 유학생까지 강제로 송환하려 했다면 프랑스와 북한 사이에 큰 외교적 마찰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조숭호 기자}

프랑스 파리 시내에 42년 만에 들어설 예정이던 초고층 빌딩건설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파리 시의회가 17일 43층 규모의 피라미드형 타워 건설 계획에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83표)가 찬성(78표)보다 더 많이 나왔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사회당)은 “야당 의원들이 비밀투표 방침을 어기고 투표지를 공개해 반대가 높게 나왔다”며 투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파리 시는 이를 행정재판소에 회부하겠다고 밝혀 초고층 빌딩 건축은 행정재판으로 가려지게 됐다. 스위스 건축회사 ‘헤어초크 앤드 드 뫼롱’이 설계한 이 건물의 높이는 약 180m. 완공되면 에펠탑(324m)과 몽파르나스 타워(209m)에 이어 파리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파리 시는 피라미드의 단면을 잘라놓은 듯한 삼각형 구조의 이 건물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파리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망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972년 몽파르나스 타워 완공을 계기로 초고층 건물 논란이 일자 파리 시는 1977년 도심 미관 보존을 위해 ‘도심 건물 높이 37m’ 고도 제한을 뒀다. 이후 주택난과 경제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도심 외곽 주상복합 건물을 180m 높이까지 지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25주년인데, 누가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우크라이나 사태)이 또 벌어지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느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러시아를 신(新)냉전 상황으로 몰고 간 책임은 바로 서방에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독일과 러시아 정상이 지구촌 반대편에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최근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서방 정상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푸틴 대통령이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에 있던 메르켈 총리에게까지 배척받으면서 사실상 완전히 고립되는 형국이다. 메르켈 총리는 17일 호주 시드니의 로위 국제정치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대러 제재에 조심스러워했던 메르켈 총리는 이날 작심한 듯 직설적으로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한 몰도바, 조지아의 문제이며 세르비아와 다른 서쪽 발칸 국가들까지 걱정하도록 만든다”며 “국제법을 얕보는 낡은 사고방식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과 미국의 대러 제재는 필요하다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날 밤 4시간가량 회동한 뒤 나온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메르켈이 평소의 침착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푸틴을 강력히 비난했다”며 “실용주의적 독일이 언제나 핵심적 동맹이 되어줄 것이라는 푸틴의 착각이 박살났다”고 전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메르켈 정부가 푸틴 정부를 ‘잠재적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서방 정상들에게 혼쭐이 난 푸틴 대통령은 독일 TV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16일 방송된 독일 제1공영 ARDTV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모두를 전멸시키기를 원하느냐”고 반문한 뒤 “러시아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친러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오늘날 세상에는 정당하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무기를 구할 수 있다”는 동문서답으로 즉답을 회피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으로 ‘연방화’를 재차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인구 4400만 명의 유럽 대국이지만 한 가지 결함이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안정적으로 번영하려면 언어가 다른 국민 저마다 각기 자기 땅이 고향처럼 느껴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쌍각 모자(bicorne)’가 거액에 한국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의 김홍국 회장(57)에게 팔렸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16일 보도했다. 파리 외곽 퐁텐블로에 있는 오세나 경매소는 이날 모나코 왕실이 소장해오다 경매에 내놓은 나폴레옹의 검은색 펠트 모자가 188만4000유로(약 25억8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모자 경매 사상 최고가다. 경매소 측은 당초 40만∼50만 유로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4배에 가까운 높은 가격에 팔렸다. 김 회장은 모자와 함께 나폴레옹의 군도(軍刀) 등 7가지 유물도 함께 구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쪽으로 챙이 접힌 모서리가 있는 이 모자는 1800년 알프스 산맥을 넘어 원정했던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마렝고 전투’에서 직접 썼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당시 자신이 지휘하던 부대의 수의사에게 선물한 것으로 1926년 모나코의 현 국왕 알베르 2세의 증조부인 루이 2세가 수의사의 후손으로부터 사들여 왕실 소장품으로 삼았다. 경매소 측은 “전투 현장에서 적들이 나폴레옹을 ‘박쥐’라고 부를 만큼 이 모자는 나폴레옹의 위력적인 상징물”이라고 소개했다. 하림그룹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회장이 사재(私財)로 나폴레옹 모자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하림 관계자는 “김 회장은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이 기업가정신이 절실한 이 시대에 많은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생각해 모자를 구매했다”며 “많은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소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내년 하반기(7∼12월) 완공 예정인 신사옥에 이 모자를 전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박창규 기자}

15, 16일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폭발했다. 서방 정상들로부터 한목소리로 비난을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잠잘 시간이 필요하다”며 G20 폐막 전에 출국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경제문제를 집중 논의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져 푸틴 대통령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악수를 위해 다가오자 “악수는 하겠지만 당신에게 할 말은 한 가지뿐이오. 우크라이나에서 나가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불안정하게 하면 추가 제재가 따를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를 침공하거나 대리인에게 금융지원을 하거나 민주체제를 지닌 국가를 해체하도록 도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7년 만에 3자 정상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4시간의 회담을 마치고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이 17일 브뤼셀에서 모여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독일과 러시아는 최근 스파이 혐의로 외교관을 맞추방하며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의장인 애벗 총리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전에 호주를 떠났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곧바로 일정이 있어 4, 5시간 잠을 자두기 위해 일찍 떠난다”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법 도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전날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러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사건을 둘러싼 정상들의 맹비난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G20 정상들은 이날 폐막 때 ‘브리즈번 액션 플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세계 경제 부양을 위해 향후 15년간 사회기반시설에 70조 달러(약 7경6720조 원)를 투입하며 이를 담당할 임시 국제기구를 호주 시드니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5년간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현재보다 2.1% 이상 높이기로 했다. 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자금을 투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탄소 감축협상에서 구속력 있는 협약을 채택하도록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GCF에 30억 달러를, 일본은 15억 달러를 각각 내놓기로 했다. GCF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G20 연설에서 “(국제무대에서)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2016년 G20 정상회의를 베이징에서 개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사회복지 혜택만을 노리고 부유한 나라로 이민을 가는 이른바 ‘복지관광(Welfare tourism)’에 제동을 걸었다. ECJ는 11일 2010년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에 거주해온 루마니아 여성 엘리자베타 마노 씨(25)가 “실업에 따른 복지 혜택을 다시 달라”며 낸 소송에서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독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마노 씨와 그의 아들은 독일 정부로부터 육아와 생계 수당 명목으로 한 달에 317유로(약 43만3780원)의 보조금을 받아오다 보조금이 끊기자 소송을 냈다. ECJ는 “마노 씨가 이주한 지 석 달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생계 자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직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거주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BBC는 “외국 이민자들이 세금을 통해 복지재정에 기여하지 않으면 복지혜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미나 안드레바 대변인은 “EU는 항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핵심 원칙으로 주창해 왔다”며 “그러나 이것이 회원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상식적인 판결”이라며 “유럽연합 내 ‘복지관광’을 제한하는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관광’이란 동유럽 회원국 국민이 잘사는 국가로 이주해 직업이 없는 상태로 눌러 살며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을 비난하는 말이다. 올해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가난한 동유럽 EU 회원국들에 국경을 완전히 개방한 이후로 영국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반(反)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극우정당이 크게 약진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돌풍으로 내년 5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올해 말까지 강력한 이주민 규제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거주 이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캐머런 총리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CJ가 현행 제도로도 각국이 충분히 복지관광을 막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럽의회에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을 이끄는 만프레트 베버는 “유럽 각국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어기지 않고도 복지관광을 방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특히 캐머런 총리에 대한 강력한 견제 신호”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