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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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정치권 37세 반항아 “포데모스”로 국민 사로잡아

    올해 37세의 ‘말총머리’ 좌파 정치인이 스페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의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당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스페인 유권자들은 ‘긴축 반대’를 소리 높여 외치는 ‘옴 파탈’(위험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성) 정치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지지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지방선거와 12월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이글레시아스의 트레이드마크는 뒤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와 턱수염, 그리고 빨간색 넥타이. 그의 외모는 어떤 말보다도 선명한 정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장 양복을 입고 앞뒤 머리를 짧게 자른 ‘라 카스타’(엘리트)로 불리는 스페인 주류 정치권에 도전하겠다는 ‘반항’의 상징이다. 캐나다 출신 가수 레너드 코언의 노래 ‘우리는 먼저 맨해튼을 친다. 다음에 (미국을 추종하는) 베를린을 접수한다’가 울려 퍼지는 그의 집회는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그는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 금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신설, 기업 법인세 인상, 에너지 기업과 병원, 교육부문의 국유화 등의 공약을 내걸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2011년 5월 긴축정책과 불평등 격차가 커지는 데 대한 대중적인 항의 운동인 ‘분노하라’ 시위를 이끌면서 스페인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급상승한 인기를 기반으로 시위 지도부에 참여한 교수들과 함께 지난해 1월 ‘포데모스’를 창당해 분노한 대중을 정치세력화했다. ‘포데모스’는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는 뜻의 스페인어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구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포데모스는 창당 4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일약 제3당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이글레시아스가 주도한 마드리드 긴축 반대 시위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글레시아스는 “이제는 스페인이 변화할 때”라며 “내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유럽 채권국들을 향해) 1조 유로(약 1240조 원)에 달하는 부채 상환 조건을 바꿔 부담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그리스 총선 때 아테네로 직접 날아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40)의 손을 잡아 주며 유럽 좌파 연대를 과시했다.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력도 특이하다. 1978년 역사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스페인 노조연맹(CCOO)의 변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좌파 성향이던 부모는 아들 이름을 19세기 ‘스페인 사회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스페인 명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의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2002년 이후 학술잡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 성향은 14세 중학생 시절부터 스페인 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반(反)세계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뼛속 깊은’ 좌파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교장관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급진 좌파의 부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창해 온 혹독한 긴축 정책이 낳은 예기치 않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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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은 어디로? ‘뼛속까지 좌파’ 37세 ‘옴므파탈’ 정치인 돌풍

    올해 37세의 ‘말총머리’ 좌파 정치인이 스페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의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의 당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그 주인공이다. 기성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스페인 유권자들은 ‘긴축 반대’를 소리 높여 외치는 ‘옴므 파탈’(위험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성) 정치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지지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지방선거와 12월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이글레시아스의 트레이드 마크는 뒤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와 턱수염, 그리고 빨간색 넥타이. 그의 외모는 어떤 말보다도 선명한 정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장 양복을 입고 앞 뒷머리를 짧게 자른 ‘라 카스타’(엘리트)로 불리는 스페인 주류 정치권에 도전하겠다는 ‘반항’의 상징이다. 캐나다 출신 가수 레너드 코헨의 노래 ‘우리는 먼저 맨해튼을 친다. 다음에 (미국을 추종하는) 베를린을 접수한다’가 울려 퍼지는 그의 집회는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지지자들 수천 명이 추운 날씨에도 집회장 밖에서 소리치며 열광할 정도다. ‘포데모스’는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는 뜻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구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난달 31일 포데모스 주도 하에 마드리드에서 열린 반긴축시위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글레시아스는 “이제는 스페인이 변화할 때”라며 총선에서 승리하면 1조 유로(약 1240조 원) 규모의 스페인 부채를 재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요시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급진좌파의 부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창해 온 혹독한 긴축정책이 낳은 예기치 않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지난달 그리스의 총선 당시 아테네를 찾아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40)와 손을 잡고 유럽 좌파의 연대를 과시했다. 그는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금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신설, 기업 법인세 인상, 에너지 기업과 병원, 교육부문의 국유화 등의 공약을 내걸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1978년 역사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스페인 노조연맹(CCOO)의 변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부모님이 19세기의 ‘스페인 사회주의의 아버지’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14살 중학생 시절부터 스페인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반(反) 세계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뼛속 깊은’ 좌파 정치인이다. 그는 2008년 콤플루텐세대학에서 ‘국경이 사라진 시대의 집단행동’이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위스의 유럽대학원(EGS)에서 영화에 대한 정치적 분석 연구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스페인 명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의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2002년 이후 학술잡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글레시아스는 2011년 5월 긴축정책과 불평등 격차가 커지는 데 대한 대중적인 항의운동인 ‘분노하라’ 시위를 이끌었다. 그는 시위 지도부에 참여한 교수들과 함께 지난해 1월 ‘포데모스’를 창당해 분노한 대중들을 정치세력화 했다. 포데모스는 창당 4개월만인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일약 제3당으로 떠올랐다. 포데모스의 부상은 스페인에서 1975년 프랑코 독재가 몰락 한 이후로 40년 동안 지속돼 온 보수당인 국민당(PP)과 중도좌파 사회당이 지배해 온 양당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스페인 유권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뒷짐 진 기성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글레시아스는 “다수 대중이 정치권력을 갖지 않으면, 그들이 당신의 권리도, 지갑도 훔쳐갈 것”이라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로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가 이끄는 포데모스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지확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해고금지 정책에 대해서는 스페인 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데모스가 시리자의 전술을 흉내 내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신생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를 경제 회복으로 이끈다면 포데모스에게도 좋은 미래가 있겠지만, 급진좌파 노선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유로존 퇴출로 이어진다면 포데모스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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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호주기자 400일만에 석방

    이슬람 세력을 지원했다는 혐의 등으로 이집트 교도소에서 1년 넘게 구금됐던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의 호주 출신 기자가 1일 전격 석방됐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구금 400일 만에 석방된 알자지라 소속 피터 그레스터 기자(50)는 이날 이집트 토라 교도소를 떠나 키프로스행 비행기 편으로 출국했다. 그는 비행기를 갈아탄 뒤 고국인 호주에 도착해 가족과 상봉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함께 복역 중이던 캐나다-이집트 이중 국적의 무함마드 파흐미(전 CNN 기자)와 이집트인 바헤르 무함마드 등 알자지라 기자 2명은 여전히 구금 중이다. 알자지라는 성명에서 “남은 기자들이 다시 자유를 얻을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스터 기자는 BBC, 로이터 등에서 일하며 분쟁지역 보도를 해 온 인물로 지난해 12월 ‘호주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워클리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그레스터 등 알자지라 기자 3명은 2013년 12월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체포돼 징역 7∼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레스터 기자는 유죄 판결을 받기 전 공개한 편지에서 거짓 보도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사실에 크게 괴로워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20년간 특파원으로 해외에서 일하면서 나는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을 알지만 그 경계선 언저리에 안주하지 않았다”며 “이집트에서는 ‘새로운 기준’ 때문에 일상적인 취재활동이 갑자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현재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을 관련 당사자에 대한 언급 없이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전 세계 언론단체들은 그레스터 기자 구명운동을 벌여 왔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버티던 이집트 정부가 그레스터 기자를 전격 석방한 것은 알자지라를 소유한 카타르 왕실과 이집트 정부 간 관계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타르는 이집트 군부와 갈등을 빚었던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지원해 반발을 샀다. 카타르는 지난달 22일 알자지라의 이집트 지사를 폐쇄하며 이집트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호주 정부도 자국민 기자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레스터 기자가 이집트 대통령령에 따라 호주로 강제 추방되자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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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랑드 리더십 믿을 만해” 파리테러후 지지율 급등

    프랑스 5공화국 대통령 중 최악의 바닥 지지율로 고전하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의 지지율이 ‘파리 테러’(지난달 7일) 이후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이 무려 40%로 나왔다. 테러 이전 평균 지지율 19%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ODOXA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테러 전 21%보다 10%포인트나 올랐다. 그의 드라마틱한 지지율 변화는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치지도자에게 위기가 기회일 수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테러사건에서 보여준 ‘신속한 행보’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국민을 안심시켜 줬다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하자 1시간 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는 아직 희생자들의 시신이 유혈이 낭자한 채 수습되지 않은 상태였고, 도주한 범인들이 어디서 다시 총격을 난사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 국가지도자가 신속하게 현장으로 뛰어들자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테러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모습도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테러 직후 사상 최초로 경찰특공대(RAID)와 대테러 헌병특수부대(GIGN)를 동시에 투입하고 경찰병력도 8만 명 이상 동원하는 초강수를 띄워 테러 발생 사흘 만에 인질범들을 사살했다. 유대인 상점 인질극도 경찰 진압 작전 전 숨진 인질 외에 추가적인 인명 피해 없이 진압됐다. 테러 발생 사흘 만에 전 세계 국가정상 45명을 파리로 모이게 한 추진력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위기상황이 터지자 정적들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세력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단합(Union Nationale)’을 호소한 ‘정치력’도 돋보였다. 영국 더타임스는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 사태 이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은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정치적 아우라’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게 했다”고 평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자 총리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사회당에서 가장 우파적인 성향의 마뉘엘 발스 총리 지지율이 55∼60%대에 이르는 것. 친기업 정책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실용주의 정책을 펴오고 있는 그는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달 13일 의회에서 테러에 대한 강력한 안보대책을 밝힌 연설로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같은 달 20일에는 이민자를 통합하기 위한 정책을 밝혀 국민 통합을 주문했다. 반면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최근 TV에서 마뉘엘 발스 총리 견제에 나섰다가 지지율이 4%나 떨어지는 역풍을 맞았다. 그는 현 정부의 테러 대책이 미흡하다며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여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프랑스인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등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효율적인 테러대응 조치에 사르코지(47%)보다 발스 총리(57%)가 더 믿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극우파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사건으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4%가 하락했다. 지난달 11일 ‘공화국 행진’ 때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한 것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르펜은 대신 FN이 장악하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소도시 보케르에서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어 통합과 거리가 먼 인물로 비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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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뜨는 정치지도자들]“전방위 국가개조” 외치는 렌치

    지금 이탈리아는 올해 갓 마흔이 되는 젊은 총리의 행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의 이름은 마테오 렌치(40). ‘파괴자’라는 뜻의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이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린다. 중도 좌파를 표방하는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국가 개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유럽 내 역대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그는 60, 70대 ‘노(老)정객’들이 지배해온 이탈리아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럭셔리 관용차들을 인터넷 경매로 팔아치웠고, 내각의 절반을 여성에게 맡겼다. 양복 대신 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그는 “휴대전화 속에 국가행정의 미래를 담겠다”며 모든 민원 시스템을 휴대전화 앱으로 처리하는 행정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파괴자’라는 별명을 안긴 것은 나라 전체를 뜯어고치겠다는 동시다발 개혁안. 우선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였다. 렌치 총리는 지난해 8월 315명에 달하는 상원의원 수를 100명이나 줄이는 40개항의 정치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사적인 일을 단행했다. 상당수 여야 의원이 거세게 반대하며 표결까지 불참하는 진통 끝에 통과시킨 개혁안이다. 법안은 앞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통과되어야 하지만 기존 어떤 정치인도 손대지 못했던 고질적인 국회의 비효율에 칼을 들이댔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는 높다. 렌치 총리가 또 승부수를 던진 분야는 노동 개혁. 이탈리아는 1970년대 도입된 노동법에 따라 15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주는 ‘정당한 사유(just cause)’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한번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시스템이라 ‘시스테마토(Sistemato·시스템 안에서 안착한 사람)’라는 말까지 별도로 있을 정도이다. 2000년대 들어 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돼 개혁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개혁과제로 꼽혔다. 이 노동 개혁이 마침내 렌치 총리 재임 중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는 ‘더 잡 액트(The Job Act·일자리 법안)’라는 이름의 법안을 통해 기업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도록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폭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 이름을 영어로 지은 것도 유연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미국 노동시장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노조로부터 달걀 세례까지 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렌치 총리는 마침내 지난해 12월 3일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도록 하는 데 성공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15년 새해 그의 정치역정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4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89)이 고령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취임 11개월 만에 최대의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탈리아의 최대 관심은 렌치 총리가 추천한 대통령이 29일로 예정된 의회에서 승인을 얻을지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통령이 실권 없는 의전적 성격이 강한 자리이긴 하나 지금은 유로존 재정 위기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 대통령이 국회 해산, 새 정부 구성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중요한 자리이다. 더구나 각종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렌치 총리 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힘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있으나 총리가 제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은 상하원 모두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의 의석조차 과반에 못 미친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가 집권한 것도 렌치 총리에겐 악재 중의 악재다. 민주당 내 좌파 계열들이 그리스 지지를 표방하면서 공격의 화살을 총리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렌치 총리는 집권 민주당 내의 단결을 위해 이들을 껴안는 한편으로 이들이 반대하는 국가 개조도 해내야 하는 위기에 몰려 있다.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국내총생산(GDP) 경제 규모가 9% 축소됐고, 제조업 생산량도 25%나 줄었다. 실업률은 13.4%에 이르고, 청년실업률은 43.6%가 넘는다. 번번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 때문에 개혁의 속도가 늦어지자 이탈리아 개혁을 바라보는 유로존의 시각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가 던진 마지막 ‘희망의 주사위’로 출발한 렌치 총리. 그의 정치인생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이탈리아는 새롭게 거듭나느냐, 아니면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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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佛 볼테르의 ‘관용론’, 250년만에 베스트셀러로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 이후로 프랑스의 서점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프랑스 공화국의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서적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프랑스 인터넷 전자서점 ‘아마존’ 사이트나 출판 전문 잡지인 ‘리브르 에브도(Livres Hebdo)’의 베스트셀러 톱 20위 집계에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희생된 유명 만화가들의 유작이 6권이나 자리를 차지했다. 수년 전에 발행된 이 책들은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샤를리 에브도 1면 만평 모음집: 1969∼1981년’은 3만5000부,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의 만평 에세이인 ‘샤르브의 파트와’는 2만 부, 카뷔의 ‘보프 전집’은 4만 부를 새로 찍어냈다. 지난주 발행된 샤를리 에브도 생존자 특별호는 700만 부가 발행됐고, 샤를리 에브도는 5만 명의 신규 구독자가 생겼다고 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책을 통해 희생자들에게 연대를 표하려는 프랑스 독자들의 의지”라고 분석하고 “그러나 대중이 관심을 갖는 것은 샤를리 에브도의 ‘정신’이지 ‘만평’ 자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증거로 1763년 출판된 볼테르의 ‘관용론(Trait´e sur la tol´erance·사진)’이 250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된 기이한 현상을 들었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가인 볼테르(1694∼1778)의 ‘관용론’은 프랑스의 신구교 갈등 속에서 누명을 뒤집어쓰고 처형된 한 프로테스탄트 상인의 복권을 요구하면서 쓴 책이다.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잊혀진 고전이었는데 1월 11일 ‘공화국 행진’ 이후 판매가 급증했다. 갈리마르 출판사는 ‘분량은 144쪽, 가격은 2유로’에 불과한 이 책을 급하게 1만 부 증쇄에 들어갔다. 책에서 볼테르가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 말은 프랑스 공화국의 원칙인 ‘톨레랑스’와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1월 11일 세계 45개국 정상들은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에서 출발해 볼테르 대로(大路)까지 3km를 걸었다. ‘공화국’과 ‘볼테르’를 상징하는 의미의 행진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시대를 상징하는 책’이 등장하곤 한다. 2002년 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당수 장마리 르펜이 급부상해 사회당 후보를 누르고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을 때 프랑크 파블로프의 ‘갈색 아침(matin brun)’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떤 나라에서 ‘갈색당’이 집권해 차례로 법령을 제정해 옷도, 집도, 자동차도, 고양이도 모든 것이 갈색이 됐다는 우화다. 또한 2010년 뉴욕 월가의 ‘점령하라’ 시위 당시에는 스테판 에셀의 저서 ‘분노하라(Indignez-Vous)’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250년 전에 출간된 볼테르의 고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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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無반성’ 아베… ‘無限반성’ 메르켈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을 맞아 나란히 전쟁 범죄 청산의 부채를 지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행보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6일 베를린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인도주의에 반한 범죄는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시 행했던 끔찍한 행위들에 대해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기억하는 것이 독일인의 영구적인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연설은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에 급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태도와 대비된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25일 NHK방송에 출연해 올해 발표할 아베 담화에서 1995년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의 핵심 표현을 뺄 수도 있다고 시사한 데 대해 27일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으면서도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표현을 이어받는 데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전후 70년 담화, 반성 빼고 미래를 말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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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첫 급진좌파 집권 회오리… “긴축에 지친 그리스 국민, 도박같은 선택”

    “이제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는 ‘과거’가 됐다. 그들이 2010년부터 강요해 왔던 긴축정책은 이제 끝났다.” 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당수(40)가 이날 밤 아테네대 앞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자 군중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치프라스 당수는 “오늘 그리스는 5년간의 치욕과 고통을 끝내게 됐다”며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 모습에 일부 지지자는 눈물까지 흘렸다. 치프라스 당수의 ‘일성(一聲)’에 유럽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처음으로 긴축정책 반대를 내건 정당이 집권함에 따라 유럽 경제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종 개표 결과 시리자는 149석(득표율 36.4%)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전체 의석 300석의 과반인 151석에 단 두 석이 부족할 뿐이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은 76석(27.8%)으로 2위에 머물렀다. 3위는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으로 17석(6.3%)을 득표했으며 중도 성향의 신생 정당인 포타미가 16석(6%)으로 뒤를 이었다. 치프라스는 개표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인 26일 오후 긴축에 반대하는 우파 그리스독립당(13석)과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이날 한때 4% 이상 폭락했던 그리스 증시는 연정 구성 합의 소식에 반등했다. 연정 구성에 성공한 치프라스는 이날 오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면담한 뒤 총리 취임 선서를 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끌었던 그리스 정부는 5년 가까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재정 상태를 흑자로 돌렸지만 민심을 잃었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실업자,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지원까지 대폭 줄어든 탓이다. 그리스 경제학자 루카스 추칼리스 교수는 “그리스 국민은 긴축으로 피폐해진 삶의 고통에 대부분 희망을 잃은 상태”라며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체념이 이번 선거에서 도박과도 같은 선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시리자 압승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6일 유로화 가치는 한때 1.1098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2003년 9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로존 19개국은 26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그리스와의 부채 협상 대책을 논의했다. 회원국들은 이날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브누아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ECB가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해 채무 탕감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그리스가 마침내 ‘독일 사절단’(사마라스 총리의 집권 신민당을 비하한 표현)보다 나은 정부를 갖게 됐다”고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사회당 대표도 “긴축이 아닌 새로운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좌파전선(PG) 장뤼크 멜랑숑 대표와 영국 녹색당도 이번 선거 결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에선 시리자의 집권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니 바버 파이낸셜타임스(FT) 유럽 에디터는 “시리자 당수가 선거운동은 급진적으로 했지만, 통치는 실용주의자처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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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총선 실시 “그렉시트는 없다” 약속에도 국가부도 공포 유로존 확산

    25일 실시된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긴축정책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야당인 급진좌파연합 ‘그렉시트(Grexit)’와 국가부도 가능성이 현안으로 떠올라 유로존이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2만여 곳의 투표소에서는 그리스는 물론이고 유럽의 운명이 달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리스의 총 유권자는 980만 명. 시리자에 한 표를 던졌다는 스타브룰라 구르두루 씨(43·여)는 “외국의 금융 권력이 우리의 아이들을 망치는 것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니콜라 코플루스 씨(78)는 “긴축정책으로 힘들었지만 나라가 망하도록 둘 수 없어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투표는 이날 오후 7시(한국 시간 26일 오전 2시)에 끝났으며, 최종 개표 결과는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시리자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24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시리자는 33.5%로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여당 신민주당(ND)을 3∼6%포인트 앞서며 지지율 1위를 고수했다. 전체 300석 중 과반 확보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은 36.5% 정도로 추산된다. 시리자는 단독 과반 확보가 어려워 지지율 3위인 중도파 ‘포타미’ 등 소수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는 마오이스트, 마르크스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 사회주의자, 유러코뮈니스트, 녹색당 등의 연합으로 구성된 급진좌파그룹이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40)는 24일 마지막 유세에서 “빛이 어둠을 이겼다”면서 “시리자가 집권해 그리스 국민의 존엄성을 회복하겠다”며 좌파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긴축 철폐와 채무탕감 방침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세금 감면, 최저임금 인상, 가정 전기요금 인하, 연금 지급, 공공지출 원상회복 등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도 약속했다. 영국 BBC는 “시리자가 집권하면 유로존에서 처음으로 ‘반(反)긴축정책’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 각국에서도 포퓰리스트 정당의 대약진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시리자가 집권해도 그리스는 구제금융과 관련해 이제까지 언급해 온 연금 삭감, 공무원 대량 감원 등의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2010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2400억 유로(약 29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올해 2월 말이 기한으로 잡혀 있어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신규 금융지원은 중단된다. 그러나 시리자가 집권한다 해도 당장 그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빌 머리 IMF 대변인은 “시리자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어 그렉시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랄람보스 차르다니디스 그리스 국제경제관계연구소 소장은 “유로존 탈퇴보다는 ECB의 그리스 국채 매입 조건에 대한 협상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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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국왕 타계… 유가 깜짝 급등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23일 오전 1시(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91세. 사우디 왕실은 국영TV를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폐렴으로 입원했던 압둘라 국왕이 서거했다면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제(80)가 왕위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23일 하루 종일 CNN 등 외신들은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뤘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권력 지형 변동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우드 왕가의 6번째 국왕으로 2005년 81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압둘라 국왕은 국내외에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사우디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그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이븐사우드 초대 국왕의 부인 22명 중 7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10번째 아들이다. 재임 중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친미 정책을, 대내적으로는 파격적인 개혁 정책을 폈다. 여성의 운전과 운동이 금지될 정도로 성차별이 극심한 문화에서 2013년 1월 국회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 위원 150명 중 30명을 여성으로 채웠고 여성을 차관에 임명했다. 2012년에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올림픽 출전도 허용했다. 하지만 즉위 직후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개방정책을 폈다. 2011년 중동 전역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아랍의 봄’ 때에는 과감한 사회복지 혜택으로 민심을 잠재웠다. 사우디 왕위는 초대 국왕의 유언에 따라 장자가 아닌 ‘형제’가 잇는다. 왕위를 이어받는 살만 왕세제는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2011년부터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아왔으며 50년 동안 수도 리야드 주지사직도 지냈다. 형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최근까지 사실상 국왕 대행 역할을 했다. 살만 왕세제는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선왕의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또 자신의 아들을 새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외교, 석유, 재무 등 일부 장관은 유임시켰다. 그러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국내외 난제들을 해결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뉴욕타임스는 “‘이슬람국가(IS)’의 위협과 이란의 세력 확장, 인접국가 예멘 쿠데타, 유가 하락 등 중동 지역의 불안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압둘라 국왕의 사망으로 불안 요소가 또 하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시간외 거래에서 3.1%까지 치솟는 등 깜짝 요동을 쳤다. 그러나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유지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유가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를 잃게 된 사우디 국민의 슬픔을 위로한다”는 조전을 보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양국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압둘라 국왕의 확고하고 열정적인 믿음에 감사한다”며 조의를 전했다. 중국 일본 프랑스 인도 등도 성명을 내고 국왕의 타계에 조의를 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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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플레 유로존 구하자”… ECB, 매달 600억유로 뿌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에 물가 하락, 소비 침체)에 빠진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조1400억 유로(약 1435조 원) 규모의 양적완화(QE)를 단행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잇따라 발표했으나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결정한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05%로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15%에서 0.05%로 내린 이후 이번까지 4개월째 동결했다. 또 예금금리도 현행 ―0.20%로 유지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사진)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6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약 75조5340억 원)어치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CB가 발표한 양적완화 규모는 경제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5500억 유로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번 조치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에 퍼지고 있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에 참가 중인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ECB 발표 하루 전인 21일 “드라기 총재가 원하는 만큼 양적완화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ECB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2월 유로존 물가상승률(―0.2%)은 5년여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당초 ECB 목표치 2%를 크게 밑돈 것이다. 또 유로존의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11.5%를 기록해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유럽 경제를 살려내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양적완화 조치가 각국의 경제개혁을 오히려 늦출 것”이라며 양적완화에 반대해 왔다. 금융회사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런던 소재 리카르도 바르비에리 에르미트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양적완화 규모는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심은 위험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드라기 총재가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ECB가 아닌 유로존 19개국 중앙은행이 해당국의 국채를 사들여 위험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이) 위험 부담을 공유할수록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ECB의 양적완화 발표 이전인 22일 오전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ECB의 조치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며 “올해 각국의 상반된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말은 유로존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작하는 데 비해 미국은 지난해 양적완화를 종료한 데 이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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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여기자 IS지원 체험기 출간… ‘지하드 2.0’ 선전술 생생

    프랑스의 탐사보도 전문 여기자 아나 에렐(가명·30) 씨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이슬람국가(IS)’의 신병 모집책과 접촉한 뒤 자신이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책으로 펴냈다. 15일 발간된 이 책은 최근 시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 군을 비롯해 전 세계 평범한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IS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전술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외톨이 청소년이라면 자신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IS 대원에게 마냥 빠져들 것”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에렐 씨가 인터넷을 통한 IS 잠입취재를 결심한 것은 지난해 4월. ‘왜 그토록 많은 프랑스 젊은이들이 IS의 유혹에 넘어가는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먼저 페이스북에 ‘이슬람으로 막 개종한 20대 여성 멜라니’라는 가짜 계정을 만들었다. 테러리스트 그룹의 사진과 비디오를 공유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유럽 출신 IS 대원들이 ‘친구 맺기’를 요청해 왔다. 드디어 IS 신병모집 총책이라고 밝힌 프랑스 출신 IS 대원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을 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측근이라고 소개했다. 아부 빌렐(38)이라고 실명을 밝힌 이 남자는 머리에 젤을 바르고, 선글라스를 끼고,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향수를 사용하는 세련된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척 봐도 전형적인 ‘메트로섹슈얼’(대도시에 거주하며 외모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멜라니’에게 “지금 바로 시리아로 오면 좋은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고, 보육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착한 일을 하면서도 돈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인터넷 화상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진행됐다. 에렐 씨는 히잡(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쓰고, 아랍어식 표현을 쓰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오던 남자는 에렐 씨가 잠시라도 화면에서 벗어나면 “어디에 있느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영혼이 너무 맑아 보인다”며 달콤한 말로 끊임없이 속삭이던 남자는 어느 날 “결혼하자”고 청혼까지 했다. 에렐 씨와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착각한 이 남성은 서서히 극단주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은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이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서 싸우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리비아 등에서 게릴라 전사로 활동해 왔다고 자랑했다. 그는 “포로들을 고문하고, 참수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직접 참수한 머리를 들고 있는 사진을 에렐 씨의 스마트폰에 전송하기도 했다. “IS 신병들은 오전 아랍어 수업, 오후 사격 훈련을 하며 2주 훈련이 끝나면 어떤 전선에서도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들은 미래의 영웅”이라며 IS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에렐 씨는 “시리아를 이상향으로 묘사하는 홍보 비디오는 너무나 잘 만들었다. 그들의 훈련 모습 영상을 보다 보면 마치 컴퓨터게임처럼 청소년들을 빠져들게 할 만한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한 달간의 인터넷 잠입취재를 마치고 에렐 씨는 남성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위험은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수많은 살해 위협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 유튜브에는 IS가 그녀에게 사형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내리는 동영상도 떠돌았다. 또 화상 통화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 장면 아래에는 “이 여자를 강간하고 돌로 쳐서 고통스럽게 죽여라”라는 아랍어 자막이 붙기도 했다. 에렐 씨는 결국 전화번호와 이름을 바꾸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17일 프랑스 ‘카날 플뤼스’ 방송에 얼굴을 가린 채 출연한 에렐 씨는 “살해 위협을 받고 있지만 IS의 실체를 증언하기 위한 내 선택에 대해선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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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유혹에 넘어갈까” 프랑스 여기자의 IS 신병모집 잠입취재기

    프랑스의 탐사보도 전문 여기자 안나 에렐 씨(30·가명)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IS의 신병 모집책과 접촉한 뒤 자신이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책으로 펴냈다. 15일 발간된 이 책은 최근 시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김 모군을 비롯해 전 세계 평범한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IS의 소셜네트워크서비(SNS) 선전술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외톨이 청소년이라면 자신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IS 대원에게 마냥 빠져들 것”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에렐이 인터넷을 통한 IS 잠입취재를 결심한 것은 지난해 4월. “왜 그토록 많은 프랑스 젊은이들이 IS의 유혹에 넘어가는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먼저 페이스북에 ‘이슬람으로 막 개종한 20대 여성 멜라니’라는 가짜 계정을 만들었다. 테러리스트 그룹의 사진과 비디오를 공유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유럽 출신 IS 대원들이 ‘친구 맺기’를 요청해왔다. 드디어 IS 신병모집 총책이라고 밝힌 프랑스 출신 IS대원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을 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측근이라고 소개했다. 아부 빌렐(38)이라고 실명을 밝힌 이 남자는 머리에 젤을 바르고, 선글라스를 끼고,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향수를 사용하는 세련된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척 봐도 전형적인 ‘메트로섹슈얼’(대도시에 거주하며 외모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멜라니’에게 “지금 바로 시리아로 오면 좋은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고, 고아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착한 일을 하면서도 돈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인터넷 화상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진행됐다. 에렐은 히잡(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쓰고, 아랍어식 표현을 쓰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오던 남자는 에렐이 잠시라도 화면에서 벗어나면 “어디에 있느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영혼이 너무 맑아 보인다”며 달콤한 말로 끊임없이 속삭이던 남자는 어느날 “결혼하자”고 청혼까지 했다. 에렐과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착각한 이 남성은 서서히 극단주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은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이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서 싸우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리비아 등에서 게릴라 전사로 활동해 왔다고 자랑했다. 그는 “포로들을 고문하고, 참수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직접 참수한 머리를 들고 있는 사진을 에렐의 스마트폰에 전송하기도 했다. “IS 신병들은 오전 아랍어 수업, 오후 사격훈련을 하며 2주 훈련이 끝나면 어떤 전선에서도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들은 미래의 영웅”이라며 IS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에렐은 “시리아를 이상향으로 묘사하는 홍보 비디오는 너무나 잘 만들었다. 그들의 훈련모습 영상을 보다보면 마치 컴퓨터게임처럼 청소년들을 빠져들게 할만한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한 달간의 인터넷 잠입취재를 마치고 에렐은 남성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위험은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수많은 살해위협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 유튜브에는 IS가 그녀에게 사형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내리는 동영상도 떠돌았다. 또 화상 통화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 장면 아래에는 “이 여자를 강간하고 돌로 쳐서 고통스럽게 죽여라”는 아랍어 자막이 붙기도 했다. 아렐은 결국 전화번호와 이름을 바꾸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17일 프랑스 ‘카날 플뤼스’ 방송에 얼굴을 가린 채 출연한 에렐은 “살해위협을 받고 있지만 IS의 실체를 증언하기 위한 내 선택에 대해선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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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슬림 분노 키운 파리 뒷골목… 테러의 온상으로

    16일 오후 1시경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교외의 소도시 ‘젠빌리에’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이슬람교도의 낮기도 시간이 되자 사원 앞 거리 풍경은 이곳이 프랑스인지, 북아프리카의 한 아랍 도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머리에 흰색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남성들과 검은색 니깝(얼굴 가리는 베일)을 뒤집어쓰고 눈만 내놓은 여성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젠빌리에는 ‘샤를리 에브도’ 잡지사 테러범인 셰리프 쿠아시가 약 10년간 거주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을 키운 곳이다. 이날 모스크 앞에는 경찰관들이 대거 배치돼 있었다. 기자가 “평소에도 이렇게 경비를 서느냐”고 묻자 경찰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뜸 “기자 신분증을 보여 달라”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프랑스는 어떤 주의와 주장도 모두 포용하는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도 프랑스에서 원시공산주의를 배웠고 마오쩌둥(毛澤東) 밑에서 중국 문화혁명을 주도한 저우언라이(周恩來)도 프랑스 유학파였다. 이처럼 타 문화에 대해 관용적인 프랑스가 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표적이 됐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프랑스에서 ‘방리외’(Banlieue·교외)라고 불리는 변두리 이민자 집단거주지역을 찾았다. 쿠아시 형제가 테러 직후 차량을 훔쳐 도주 행각을 벌인 지역이 바로 포르트드팡탱, 센생드니에서 샤를드골 공항까지 이어지는 ‘방리외’ 지역이다. 프랑스 경찰은 잡지사 테러 이틀 뒤인 9일 센생드니의 한 아파트를 급습해 거물급 마약 거래상을 체포했다. 그의 창고에서는 코카인 300g, 대마초 640kg, 칼라시니코프 소총 7자루, 권총, 3만 유로의 현금이 발견됐다. 프랑스 정부가 대도시 외곽 지역에 건설한 약 100만 채의 공공임대 주택은 세월이 흐르면서 가난한 이민자, 불법 체류자, 실업자들의 집단 거주지로 변했다. 이곳은 경찰은 물론이고 소방서 구급차량도 맘껏 다닐 수 없어 ‘치외법권 지역’으로 불린다. 2005년 프랑스 북부 폭동의 중심지였던 센생드니를 찾아가니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대적인 눈길에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곤두서는 것 같았다. 거리 곳곳에는 깨진 술병이 나뒹굴었고 소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자는 센생드니의 낡은 아파트 단지 가운데 위치한 들라퐁텐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8월 열 살짜리 흑인 소년 제카리아의 억울한 죽음으로 프랑스 언론이 대서특필한 병원이다. 소년의 부모는 오후 11시 반경 갑작스러운 복통에 시달리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소방서와 병원 구급대, 택시 회사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이들은 모두 “이 시간엔 너무 위험해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걸어서 오전 3시경 병원에 도착했는데 ‘급성 맹장염’ 진단을 받은 아이는 수술이 너무 늦어져 결국 숨졌다. 들라퐁텐 병원 주차장에서 만난 구급대원은 “지난달에도 구급차가 복면을 쓴 청년들에게 공격당해 유리창이 깨지고 의료진이 휴대전화와 소지품을 털리는 사건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무슬림 인구는 약 500만 명.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73년까지 프랑스의 경제 붐을 타고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세네갈 시리아 레바논 등 프랑스의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식민지 출신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일자리가 줄어들고 아랍계 이민자 2, 3세들이 프랑스 사회로부터 배제당하자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1995년 알제리무장이슬람그룹(GIA)의 생미셸 지하철역 테러사건, 2005년과 2007년 파리 북부 폭동사건으로 이어졌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은 외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국민들이 일으킨 자생적 테러라는 점에서 “이슬람의 실패가 아니라 프랑스 이민정책의 실패”(뉴욕타임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존 보언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파리 외곽의 변두리는 이민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의 상징적 공간”이라며 “절망에 빠진 이민자 젊은이들이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선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젠빌리에·센생드니(프랑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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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기획]임기중 경험 살려 세상속으로… 왕성한 프레지던트

    서방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 중 상당수는 퇴임 후에도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현직 때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도 있다. 현직 시절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퇴임 이후 사장(死藏)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퇴임 후 오히려 주목받은 지미 카터 미국 전직 대통령 중 퇴임 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은 단연 지미 카터 전 대통령(1977∼1981년 재임). 워싱턴 정가에는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으로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21년 전인 1994년 북한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성사시키며 1차 북핵 위기를 풀어 낸 주역이다. ‘인권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던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잇따라 ‘외교 참패’를 맛보면서 단임 대통령에 머물렀다. 하지만 퇴임 후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세운 그는 중동 북한 등 세계 분쟁 지역에서 해결사 노릇을 자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세계 각 지역의 분쟁 종식, 민주주의 실천, 인권 보호, 질병 및 기아 퇴치 등을 목적으로 각계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카터 센터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각국의 인권 상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국보법을 적용한 것은 유감”이라는 성명을 내 ‘내정간섭’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절친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리더십 연구 나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을 대표하는 1946년생 동갑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엔 ‘대통령 리더십 연구(Presidential Leadership Scholars·PLS)’ 프로그램을 직접 발족시켰다. PLS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주관하는 본격적인 대통령 리더십 연구 프로그램. 부시 전 대통령은 PLS 프로그램에 대해 지난해 9월 발족식에서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것은 정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에 정치학 연구자는 물론이고 군인 사업가 등 다양한 사람이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PLS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클린턴 가문의 정치 기반 조직의 성격도 강하다.각종 재단과 협회 세우는 유럽 전직 정상들 유럽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들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국제 봉사 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1995∼2007년 재임)은 퇴임 후 2008년 6월에 ‘시라크 재단’을 만들어 △국제분쟁 예방 △보건의료 지원 △문화 다양성 보전 등에 매진하고 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1974∼1981년 재임)은 퇴임 후 한동안 국내외 문제에 관여하지 않다가 2002∼2003년 ‘유럽 미래 대표자회의’ 의장을 맡아 유럽연합(EU) 헌법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여러 명의 전직 대통령이 모이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 원로 정치인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가 대표적. 카터 전 대통령,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그로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등이 중심이 돼 2007년 결성됐다. 지중해의 섬나라인 키프로스 분쟁 중재가 대표적 업적이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

    •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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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기에, IS조직원 2명 사살… 유럽 전역 테러 공포

    15일(현지 시간) 벨기에에서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령을 받은 테러조직이 적발돼 파리발(發) 테러 공포가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테러범들은 수도 브뤼셀을 포함해 벨기에 전역의 경찰서를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IS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유럽의 심장부’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15, 16일 벨기에 프랑스 독일에선 테러 관련 용의자가 25명 이상 체포됐다. 이 와중에 16일 파리 근교에선 인질극 소동이 벌어지고 파리 기차역에선 폭발물 해프닝이 발생해 유럽 각국은 이날 하루 내내 촉각을 잔뜩 곤두세워야 했다. 16일 오후 프랑스 파리 서북부 콜롱브의 한 우체국에서 무장 괴한 1명이 “나는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시민 2명을 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헬리콥터까지 출동시키며 프랑스 전역이 긴장했지만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현지 언론은 실연으로 인한 우발 범행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엔 폭발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빈 가방이 발견된 프랑스 파리 동역(Gare de l‘Est)이 폐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아 1시간 만에 운행이 재개됐다. 이에 앞서 벨기에 경찰은 15일 오전 독일과 인접한 동부 도시 베르비에에서 테러 조직의 은신처인 건물을 급습해 총격전 끝에 용의자 2명을 사살하고 부상한 1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3명의 용의자는 모두 벨기에 국적으로 일주일 전 시리아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을 지휘한 에리크 판 더르 시프트 검사는 “(용의자들은) 자동화기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었으며 벨기에 전역의 경찰서를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감행하기 몇 시간 전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EU 본부가 있는 수도 브뤼셀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여 테러와 관련된 인물 1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브뤼셀과 안트베르펜의 유대인 학교들은 ‘잠재적 테러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휴교에 들어가거나 문을 닫았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했다. CNN은 벨기에 고위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테러범들이 IS의 지령을 받고 공격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몇 주일 동안 IS가 유럽 국적 조직원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가 테러 공격을 감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또 서방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내에 20개 잠복조직 소속 120∼180명이 관련된 테러 위협이 드러났다. EU와 중동의 정보기관들이 벨기에 또는 네덜란드에 ‘임박한 위협’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파리 교외에서 파리 연쇄 테러와 연관됐다고 의심되는 남자 9명, 여자 3명을 체포했다. 독일 경찰은 이날 베를린에서 IS 전사를 모집하고 활동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2명의 남자를 체포했다. 유럽 전역에 테러 공포가 번지면서 최근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고 돌아온 유럽의 젊은 무슬림들이 당국으로부터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CNN은 “최근 시리아 내전에 참여했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유럽 국적자가 500여 명인데 이 중 영국인이 250명, 프랑스인은 200명, 벨기에인은 70명가량 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파리 테러범들이 사용한 무기의 대부분은 테러범 중 한 명인 아메디 쿨리발리가 브뤼셀의 암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벨기에 일간 ‘헷 라츠터 니우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인 쿠아시 형제가 사용한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로켓발사기는 쿨리발리가 브뤼셀의 미디 역 인근 암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권재현 기자}

    •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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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파리 우체국서 인질극 또…총 든 무장 괴한, 경찰과 대치중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사건 이후 파리 당국이 최고 수준의 경계를 펴는 가운데 파리 교외 우체국서 인질극이 또 발생했다. AFP 통신은 16일 오후 1시경(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 콜롱브의 한 우체국에 칼라쉬니코프와 권총을 든 무장 괴한이 침입해 인질 두 명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괴한의 인질극은 지난 주 일어났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언론사 테러 등 연쇄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장 주변에는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있으며 우체국 주변은 출입이 통제됐다. 현지 언론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범인이 과거에도 강도 범죄를 범한 전력이 있다”며 “현지 경찰이 이 괴한과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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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는 부활한 나치즘… 극단주의 키워낸 佛 자성해야”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과 석학들이 이번 테러에 대해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았다. 현지 일간지와 방송 인터뷰, 기고로 종합해 본 이들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자크 아탈리(72) “세계화, 비극도 함께 가져와” 테러범들은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들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근대적 이성주의, 형제애, 톨레랑스(관용), 정교분리 원칙 같은 프랑스 공화국이 내세워 온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 프랑스 시민이 왜 이런 짓을 하게 됐는지 우리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사회 통합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침묵’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순간 프랑스인들은 모두들 종교와 신앙에 관계없이 함께 애도하고, 서로 웃겨주고, 풍자해야 한다. ‘조롱’과 ‘풍자’야말로 야만적 행위에 대한 최고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지난 50∼60년간 평화 속에서만 살아와 비극의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세상에서 비극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화는 ‘비극’도 함께 가져왔다. 우리는 이제 비극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대로 ‘복종’하는 것은 결코 답이 아니다. 용기를 갖고 비극을 이겨나가야 한다. 테러리즘과 맞서는 우리의 선택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시정권’ 때의 비굴한 모습을 반복할지, 런던에 있던 ‘자유 프랑스’ 정부의 모습이어야 할지를 보여주어야 한다.(프랑스 ‘쉬드라디오’ 인터뷰)○ 에드가르 모랭(94) “다른 종교에 귀 기울여야” 이번 사건은 프랑스 공화국의 심장을 강타했다. 공화국의 이상인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침범당했다. 하지만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이 이슬람 신자들의 신앙에 모욕을 줄 수 있고, 예언자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이는 자제심도 필요하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은 지하드(이슬람 세계를 확대하기 위한 성전·聖戰)를 위해 떠나는, 지하드에서 돌아오는 프랑스 무슬림 청년들로 분주하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향연이 프랑스 내부로 옮겨지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이제 프랑스에서 진행 중이다. ‘공포’가 기독교를 믿는 프랑스인, 아랍계 프랑스인, 유대계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을 느끼면서 사회적 결속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독일, 스웨덴까지도 이슬람 혐오증이 번져가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즘과 비시정권하에서 행해졌던 ‘반(反)유대주의’ 폭력이 재연될까 우려된다. 이번에 전 세계 지도자들과 프랑스 국민들이 하나가 돼 나섰던 ‘공화국 행진’은 이러한 두려움에 질 수 없다는 문명인들의 응답이었다.(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 움베르토 에코(83) “2차대전과 같은 공포 엄습” 모든 이슬람교도를 ‘극단주의자’로 정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나치즘’이다. 세계 정복이라는 종말론적 욕망을 위해 인종 말살의 전술을 택한 사람들이다. 세계는 이미 새로운 양상의 전쟁을 시작했다. 파리 테러로 인한 공포는 2차 대전과 비슷하다. 나는 당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폭탄과 함께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나는 이미 30년 전에 기고한 글에서 앞으로 이민은 단지 공간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들어 전방위로 확대된 ‘글로벌 이동’의 물결에 직면할 것이라고 썼다. 이민자들과 본토인들 간에 새로운 균형이 이뤄질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할 것이라고 이미 경고했던 것이다. 책을 놓고 무기를 드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보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지금은 기독교 성서와 꾸란(이슬람 경전)을 놓고 서로 학살을 하고 있다.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악마의 시(詩)’를 통해 이란의 최고 권력자로부터 사형을 선고(파트와)받지 않았는가. 현대사회는 책을 놓고 벌이는 일신교들의 거대한 전쟁을 맞고 있다. (총이 아니라) 책의 텍스트에 담긴 자신들의 사상을 상대에게 강요하려고 일으키는 전쟁 말이다.(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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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인종주의에 반대”… 국가지도자 60여명 ‘파리 행진’

    “우리는 모두 샤를리(테러 당한 잡지사)다.” “모든 인종주의에 반대한다.” “단결하자.” 11일 오후 프랑스 파리가 거대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파리 시민 1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끔찍한 테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민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집회가 예정된 레퓌블리크 광장과 나시옹 광장으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국민들에게 “테러 희생자들과의 연대감을 표출하고, 테러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벽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점을 보여주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발스 총리는 전날 연설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테러 피해를 입은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 직원들도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다음 주 ‘생존자 특집’호 100만 부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날 행진에 참가한 100만 인파는 전날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열린 집회에서 기록한 7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평화 시위행진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전 세계 60여 명의 국가지도자가 참석해 ‘상처 입은’ 프랑스를 위로했다. 또한 이슬람국가인 터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총리와 팔레스타인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도 참석해 테러 행위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프랑스 대테러 당국은 이날 행진에 참가한 세계 지도자들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경찰 2000명과 군인 1350명을 동원한 데 이어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을 비롯해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미국 유럽 내무장관들과 함께 ‘반테러 국제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장관들은 테러 방지를 위해 유럽 국경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무기 밀매와 인터넷에 대한 감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홀더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다음 달 18일 워싱턴에서 반테러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테러범 3명이 사살되면서 파리 테러는 일단락됐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에 대한 추가 테러를 예고한 상태다. 프랑스 당국은 잠복 중인 테러 조직원들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정보에 따라 이날 모든 경찰과 군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기록을 지우고 항상 총기를 휴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유대인 공동체는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10일 오후 6시경 기자가 찾은 파리 동부의 인질극 현장 유대인 식료품 가게에는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찰이 쳐놓은 저지선 주위에서 침묵 속에 헌화하고, 촛불을 켰다. 평범한 동네 이웃이 참변을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흐느끼는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유대계 주민인 조엘 왈리드 씨(46)는 “이제 집 앞에 장보러 나갈 때까지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라며 공포에 떨었다. 한편 11일 새벽 샤를리 에브도의 이슬람 풍자만화를 게재한 독일 신문사에 화염병이 날아들어 사무실과 서류 일부가 불에 탔다. 독일 경찰은 방화 용의자 두 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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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통합 기회로”… 갈등 부르는 ‘마녀사냥’ 자제

    지금 프랑스는 국가 전체가 상중(喪中)이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틀째인 8일 오후 8시 평소 오렌지색 불빛과 하얀 서치라이트로 파리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에펠탑 조명이 꺼졌다. 11일까지로 정해진 애도 기간 중 매일 낮 12시가 되면 전 국민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추모의 종소리를 신호로 직장에 있건, 학교에 있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 탄 승객들도 1분간 침묵 속에 고개를 숙인다. 의사들도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배지를 달고 일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전자 전광판에도 이 문구가 등장했다. 뿌리 깊은 정치적 대립과 만성적인 사회적 분열에 시달려 온 프랑스가 이번 테러 사건 이후 ‘국민 통합’을 화두로 내걸었다. 가장 먼저 화합 행보를 보인 건 정치인들이다.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이끄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8일 엘리제궁을 찾아 회담했다. 반(反)이민을 기치로 내걸고 최근 국민 지지도를 높여 온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9일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제궁을 찾았다. 외신들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정쟁이 치열한 프랑스 정계에서 전에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뉴스”라고 전했다. 언론의 차분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마녀사냥’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범인을 놓친 경찰 간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도, 샤를리 에브도 건물에서 범인들의 위협에 비밀번호를 눌러 편집국 문을 열어 준 여성 만화가를 비난하는 여론도 없다. 여론의 초점은 오로지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극단주의 테러 세력에 대한 응징에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 공영방송 프랑스텔레비전을 비롯해 ‘France24’와 같은 뉴스 전문 채널의 메인 뉴스에서는 테러 세력에 대한 비판을 집중 보도하는 한편 이슬람 종교 지도자 초청 토론 등 특집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프랑스가 잃어버린 ‘자유, 평등, 박애’와 톨레랑스(관용)를 되살려 공화국의 가치를 되찾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일이 반이슬람 정서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슬람 인사와 단체들도 한목소리로 국민 통합을 외치고 있다. 프랑스무슬림위원회(FMC) 전직 지도자인 무함마드 무사위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는 프랑스가 단결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러범 쿠아시 형제 중 형 사이드(35)는 2011년 예멘으로 가서 수개월 머무르며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예멘알카에다는 알카에다 분파 중 가장 위험한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파리에선 미국 유럽 내무장관들이 참석하는 반테러 국제회의가 열린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각국이 프랑스와 연대를 보여 주는 한편 공동의 문제인 테러리즘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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