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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보낸 친서에는 ‘곧 둘이 만나 양국 관계를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달한 문 대통령 친서에 “가능하면 머잖은 시기에 둘이 만나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 총리와의 회담 당시 차가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의 친서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에서는 ‘선(先) 징용문제 해결, 후(後) 관계 개선’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도 기자회견에서 이 총리가 ‘한국도 1965년 이후 청구권협정을 준수해 왔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건 일본 측과 인식이 다르다”며 반박했다. 그는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전체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 판결로 일본 기업에 다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요청한 것 자체가 청구권협정을 준수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한국 측이 정상회담을 할 환경을 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일본의 한 고위 관료도 이날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공은 한국 측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문제의 핵심은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서로의 노력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도 24일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서로 요청을 받으면 회담해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촉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하기 위해 협정 종료일인 다음 달 22일 전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회담을 갖고 양국의 관계 악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회담에서는 ‘양국 현안이 조기에 해결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됐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12분부터 21분간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배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밝혔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의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양국 외교당국 간 대화를 포함해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켜 나가자”고 했고, 아베 총리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두 총리 모두 ‘소통’이라는 표현을 쓴 것. 예정된 시간은 10분이었지만 11분이 늘었고 양측은 ‘면담’이 아닌 ‘회담’으로 용어를 통일했다. 두 총리는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조 차관은 밝혔다. 이 총리는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개선돼서 (한일) 두 정상이 만나신다면 좋지 않겠는가”라며 한일 정상회담을 거론했고, 아베 총리는 듣기만 했다. 양국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으며 이 총리는 “한국도 1965년 한일 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교류나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 대화의 중요성에 관해 인식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일정한 의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길이 정리되고 레일이 깔리면 대화에 속도가 날 것이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총리 회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3개월 반 만에 처음으로 한일 최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자갈밭 같던 비공식 물밑협상 대신 정부 채널을 통한 대화를 공식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제징용 등 핵심 이슈에 대해 한일은 여전히 큰 간극을 재확인했다.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가운데 당장 한일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년 만에 한일 갈등 봉합 시도 이 총리는 방일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회담은 오전 11시 12분부터 21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상됐던 ‘10분 면담’보다는 2배가량 긴 시간이었다. 회담에서 두 총리는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자”고 화답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는 귀국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갈등 이후 전개됐던 양국 간) 부정기적이고 간헐적인 대화가 이제 공식화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 속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았고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으니 (대화가) 공식화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회담을 마치며 흰색 봉투에 밀봉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나갈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양국 현안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라는 표현을 강조하면서 지소미아 복원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 아베 “국가 간 약속 준수해야”… 11월 정상회담은 어려울 듯 정부는 한일 총리 회담이 양국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로부터 정부 차원의 공식 대화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면서 적어도 당분간 해빙 기류를 이어갈 디딤돌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총리도 “현안에 관해서만 말하면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며 “결과는 (아직) 가치중립적”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아베 총리가 모두발언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히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서를 전달받은 후에도 다시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두 차례 징용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 두 번째는 친서를 받은 후라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며, 일한(한일) 관계의 법적인 기반을 근본으로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한국은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되는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했다. 다음 달 23일 지소미아 종료 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한일 갈등 해결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총리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른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양국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후속 논의를 거쳐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수정안이 오갔는지 말씀드리기엔 아직 설익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담은 강제징용 해법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 “이틀전 日 갈때보다 희망 조금 더 늘어” ▼李총리 귀국길 기내 간담회, “아베, 개인 인연 언급… 배려 느껴” “제가 이틀 전에 이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보다는 희망이 조금 더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 입장을 말씀했지만 저 개인에 대한 배려를 했다고 느꼈다”고도 했다. 이 총리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발언을 시작하며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났던 것과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어떤 얘기를 하는 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을 써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도입부에서 “일본에 대해 많이 아시는 이 총리가 오셔서 고맙다”고 했다고 이 총리는 전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회담 장소인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해 회담 시작을 기다렸다. 당초 회담은 1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베 총리와 아일랜드 총리의 면담이 길어지면서 10분 정도 미뤄졌다. 아베 총리는 잠시 회담장을 비웠다가 다시 돌아와 11시 12분경 이 총리를 맞이했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꽂혀 있는 대기 장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순차통역 형태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은 예정됐던 10분을 넘겨 21분간 진행됐다. 중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전날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과 19분간 회담한 것을 고려하면 한일 총리 회담이 비중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친서와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여러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한일 문제는) 총리께서 잘 아시니 총리께 (구두 메시지 등은) 맡기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회담 후 아베 총리가 징용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석간에서 ‘국가의 약속 준수 요구’라는 제목 아래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이 빠르면 연내 현금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더욱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NHK 방송도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한국에 재차 요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旭日旗) 사용 금지를 요구한 한국 측 주장과 관련해 “무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인 모리 전 총리는 전날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욱일기 사용 금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 “정치의 문제는 올림픽으로 가져오면 안된다.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무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OC 측은 한국의 요청에 대해 “올림픽 경기 기간동안 (욱일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때, 우리는 사안별로 (금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답변을 내놨지만, 모리 전 총리는 아예 무시할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신임 올림픽담당 장관은 지난달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욱일기가 정치적 의미에서 결코 선전(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도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욱일기가) 정치적 선전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욱일기에 대한 설명을 기존 일어와 영어 버전에 이어 한국어 버전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 홈페이지는 욱일기에 대해 “풍어를 기원하는 깃발이나 출산, 명절 축하 등 일상생활의 여러 장면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전범기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길이 정리되고 레일이 깔리면 대화에 속도가 날 것이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총리 회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3개월 반 만에 처음으로 한일 최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자갈밭 같던 비공식 물밑협상 대신 정부 채널을 통한 대화를 공식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제징용 등 핵심 이슈에 대해 한일은 여전히 큰 간극을 재확인했다.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가운데 당장 한일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년 만에 한일 관계 봉합 시도 이 총리는 방일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회담은 오전 11시 12분부터 21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상됐던 ‘10분 면담’보다는 2배가량 긴 시간이었다. 회담에서 두 총리는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자”고 화답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이 총리는 귀국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갈등 이후 전개됐던 양국 간) 부정기적이고 간헐적인 대화가 이제 공식화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 속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았고 ‘(대화가) 지속해야 한다’고 했으니 (대화가) 공식화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 총리는 회담을 마치며 흰색 봉투에 밀봉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나갈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양국 현안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라는 표현을 강조하면서 지소미아 복원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 아베 “국가 간 약속 준수해야”…11월 정상회담은 어려울 듯 정부는 한일 총리 회담이 양국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로부터 정부 차원의 공식 대화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면서 적어도 당분간 해빙 기류를 이어갈 디딤돌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총리도 “현안에 관해서만 말하면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며 “결과는 (아직) 가치 중립적”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일본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아베 총리가 모두 발언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히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서를 전달받은 후에도 다시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두 차례 징용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 두 번째는 친서를 받은 후라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며, 일한(한일) 관계의 법적인 기반을 근본으로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한국은 국교정상화의 기반이 되는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했다.다음 달 23일 지소미아 종료 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한일 갈등 해결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총리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른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양국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후속 논의를 거쳐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수정안이 오갔는지 말씀드리긴 아직 설익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담은 강제징용 해법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양국 청년들이 미래의 양국 관계를 크게 보는 노력을 해 달라.”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 미타캠퍼스에서 열린 ‘게이오대 학생들과의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다. 우호적인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사회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소프트 행보의 일환이다. 이 총리는 “지금 한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가장 제가 아프게 생각하는 건 청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부분적 견해차가 문제로 표출될 때마다 양국은 대화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 왔다”며 양국 대화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행사에 참석한 일본 학생 19명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학생 여러분께 제 명함도 드리겠다. 제 전화번호도 적혀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규슈 지방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하다 10초 정도 곰곰이 생각한 뒤 “기라와레룬자나이카(嫌われるんじゃないか·미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여행을 안 가는 것 같다”고 일본어를 섞어 말했다. 이어진 동포 초청간담회에서는 “너무 어려운 한일 관계이기에 저희 재일동포들은 숨을 죽이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호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이 총리는 “귀국 후에 여러 가지를 정부에서 논의해서 좀 더 진척되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너무 큰 걱정 마시라”고 위로했다. 이 총리는 세종학당을 방문해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 수강생들에게 “한일 관계가 불편을 드린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되도록 빨리 좋은 관계로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주요 국가로 성장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 대해 “일정한 정도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전 11시 총리 관저에서 열릴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 대한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다만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큰 만큼 한일 갈등을 풀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23일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면서) 지혜를 짜내면 하나씩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 같은 걸 가지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최대한 대화가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을 두고 양국 간의 관계 개선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일본 측과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대화 재개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 이 총리가 전달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는 간단하고 원론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도 별도로 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줄 선물로 전통주인 막걸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일왕 주재 궁정연회와 총리 주재 만찬 등 이날까지 두 차례 아베 총리와 만났다. 전날 궁정연회에서 이 총리와 마주친 아베 총리는 먼저 “모레 만납시다”라고 말했다고 이 총리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만난 지) 오래지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 총리에게 자신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이 총리와 조찬을 함께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도 “지금 같은 일한(한일) 관계가 계속되는 것은 양국에 마이너스”라며 “서로 대화하며 외교 루트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측은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돼야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일본은 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나 수출 규제만 갖고 논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는 원샷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사안별로 분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3일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만큼 당장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외교 채널을 열고 동시에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리는 이날 일본 게이오대에서 가진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면 우선 정치가 ‘경제는 경제대로 해결하십시오’ 하며 해결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도 이날 오후 이 총리와의 면담에서 “최근 1년간 움직임으로 인해 문화, 국민 교류, 경제적 부분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치외교 문제로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양국이 신뢰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과 수출 규제 등 핵심 이슈에 대한 간극은 여전하지만 한일 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파국을 막기 위한 타협점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선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경제 불안 심리가 부담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22일 즉위식에서 부친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다만 헌법 개정에 대해선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일본에서 개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구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일본 국내외 2000여 명의 인사가 모인 가운데 즉위를 선언하며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일왕으로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60년생인 나루히토 일왕은 전후 출생한 첫 일왕이다. 새 일왕의 즉위 선언에 대해 오쿠조노 히데키(奧원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부친의 평화주의에 대한 생각을 계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일본 점령지를 순례하며 전쟁을 반성했던 부친의 움직임은 나루히토 일왕 시절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나루히토 일왕은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기원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하며 세계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강조했다. 다만 5월 1일 즉위 후 첫 소감을 밝혔을 때와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라고 표현하며 개헌과 호헌(護憲)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현재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전쟁을 경험한 부친 세대 때는 ‘호헌’이 국민의 절대 다수 의견이었지만 지금은 호헌과 개헌 양론이 있어 중립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왕의 선언이 끝나자 아베 총리는 축사를 한 뒤 “즉위를 축하하며, ‘천황(일왕) 폐하’ 만세”라고 외쳤다. 만세는 두 번 더 이어진 삼창이 됐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아베 총리의 선창에 따라 “만세”를 복창했다. 행사장 바깥에서는 육상 자위대가 축포 21발을 발사했다. 국민대표인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이 선 단상 ‘다카미쿠라(高御座)’보다 1m 정도 낮은 위치에 섰다. 이를 놓고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 및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일왕 부부는 이날 오후 7시 20분에 180여 개국 대표로 참석한 400여 명의 해외 사절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는 일본 국내 인사와 주일 외국 대사 등 대상을 달리해 31일까지 3차례 더 열린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21일부터 방일한 각국 대표들과 릴레이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이브라힘 무함마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과 회담했다. 25일까지 약 50명을 만날 계획이다. 일본 경시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경비본부’를 설치하고 2만6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일본 정부는 즉위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에게 총 3명분(부부 및 수행원 1명) 숙박비와 현지 이동용 차량 1대 등을 지원한다. 외국 정상들이 단골인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의 스위트룸은 1박에 200만 엔(약 2160만 원)이 넘는다.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 사절 체류비에 50억 엔을 사용했다. 일련의 즉위 의식에 사용되는 총예산은 약 160억 엔으로 1989년 아키히토 일왕 때에 비해 약 30% 늘어났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50년도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우호·협력의 역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일 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 총리는 22일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 마련된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한 뒤 “두 나라를 길게 보면 1500년의 보호 및 교류 역사가 있다. 한문을 가르치신 왕인 박사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1년가량 이어온 한일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앞서 이 총리는 이날 오후 1시에 열린 일왕 즉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뒤 나루히토 일왕이 주재한 궁정 연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일왕에게 축하와 함께 “레이와(令和)의 새로운 시대에 일본 국민이 더욱 행복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총리는 외교 경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일왕에게 전달했다. 이 총리는 일본 출국 전 환송에 나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20여 분간 환담하고 “이번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게 해결되리라 기대하진 않지만,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24일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갖고 문 대통령의 친서와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11일 일본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부흥담당 부대신 간케 이치로(菅家一朗) 의원을 만났다. 이달 초 후쿠시마 제1원전을 취재한 인연으로 후쿠시마현 출신인 그를 만났다. 도시락을 먹으며 1시간여 동안 원전 이야기를 나눴다. 일어서려는데 간케 의원이 갑자기 “제 안경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주일 한국대사관 인사들과 만났더니 거의 예외 없이 테가 둥근 안경을 착용했다는 것을 기억했다고 한다. 한국 기자를 만나는 자리인 만큼 평상시 사용하는 각진 테 대신 둥근 테 안경을 썼다고 했다. 작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한일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배려’라는 단어가 무척 낯설어졌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한 과거 사례들은 꽤 많다. 일본 보수의 원류로 꼽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씨는 1982년 총리가 되고 나서 다음 해 1월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자체가 처음이었다. 소노다 스나오(園田直) 당시 외상이 “한국은 싫어하는 상대(일본)에게 돈 빌려가는 관습이라도 있나”라고 망언을 했고 교과서 문제도 불거져 한일 관계가 나쁠 때였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2010년 ‘보수의 유언’이라는 책에서 “한국인들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NHK 한글 강좌를 시청하며 틈틈이 공부한 한국어로 만찬회 인사말의 4분의 1가량을 했다. 전원이 기립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는 “한국 방문은 대성공이었다”고 전했다. 그 후 한국 정부도 반일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강경 매파였던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5년 야스쿠니신사에 공식 참배했으나 한국 등의 반발에 단 한 번으로 그만뒀다. 지한파 언론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한 칼럼에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1990년 국회의장 시절 방일해 와카미야 전 주필에게 “일본의 장래 총리 후보들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의 공사가 찾아와 만남을 중단시키려 했다. 국회의장이 일본 의원 사무실을 돌면 한국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김 의장이 몹시 꾸짖으며 “내가 면담을 신청한 것이니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일 관계 미래를 위해서라면 나는 한신(중국 한나라 장군)처럼 남의 가랑이 밑을 기는 일이라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본 와카미야 전 주필은 김 의장의 ‘왕팬’이 됐다고 고백했다. 와카미야 전 주필은 평생 한국 입장을 이해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호소하는 칼럼을 썼다. 김 전 의장의 대범한 모습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2일 이낙연 총리가 취임 후 처음 방일했다. 일본 언론은 ‘지일파 한국 총리가 온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4일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가슴’으로 대화하길 기원한다. “외교의 중심점은 양국 수뇌가 정말로 우정을 느끼고 굳게 악수하는 것이다. 서로 우정을 느낄 수 있도록 상대의 입장도 존중하고 이쪽 입장도 존중받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나카소네 전 총리의 말(2006년 10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처럼.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전후 출생인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새로운 일본 통합의 상징으로 아버지 ‘헤이세이(平成) 시대’와는 구분되는 과제를 갖고 있다. 레이와(令和) 시대는 거세지는 우경화의 기류 속에서 출범했다. 현재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자민당의 독주로 급격한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3선 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전후 일본 평화헌법의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에서 ‘보통 국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화를 첫 메시지로 내보낸 나루히토 일왕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영국 유학 시절에 대해 “기숙사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 일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런 행보 때문인지 그의 즉위로 보수적인 사회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여성 왕위 승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아들 없이 딸인 아이코 공주 한 명만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상 여성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재위한 쇼와(昭和)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그 자체가 침략전쟁의 상징이기도 했다. 메이지 시대 군국주의를 배경으로 성장한 그는 만주사변을 묵인했으며 태평양전쟁 개전을 직접 선언했다. 히로히토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지고 전범으로 기소될 뻔했다. 그러나 그를 전범으로 기소하면 일본 사회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더글러스 맥아더 당시 연합군 사령관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쇼와 일왕의 아들이자 헤이세이 시대를 이끈 아키히토(明仁·재위 기간 1989∼2019년) 상왕은 평화를 강조했다. 1975년 오키나와 방문 당시 오키나와 독립론자로부터 화염병 테러를 당했음에도 “오키나와는 지난 전쟁에서 전장이 돼 일반 시민을 포함해 무수한 피해를 입었다. 전후에도 오랜 기간 고생을 강요당해 온 깊은 슬픔과 아픔을 기억한다”며 오키나와 주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재임 중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전후 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전쟁에서의 많은 희생과 국민의 노력으로 구축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지막까지 평화헌법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아키히토 상왕은 재위 때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했던 국가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1990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방일 때 그는 “귀국의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본인은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올해 전몰식 추도사에서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에 대한 염원만큼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이와 시대는 ‘헤이세이 불황’을 겪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레이와 시대를 맞아 일본인들은 쇼와 시대에 경험한 전후 고속 성장기를 그리워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일본은 정보통신기술에서 한국, 중국 등의 경쟁국에 뒤떨어진다는 것을 지적하며 레이와 시대의 일본은 5세대(5G) 기술을 포함해 정보기술(IT)의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22일 즉위식에서 부친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다만 헌법 개정에 대해선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일본에서 개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구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일본 국내외 2000여 명의 인사가 모인 가운데 즉위를 선언하며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일왕으로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60년생인 나루히토 일왕은 전후 출생한 첫 일왕이다. 새 일왕의 즉위 선언에 대해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부친의 평화주의에 대한 생각을 계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일본 점령지를 순례하며 전쟁을 반성했던 부친의 움직임은 나루히토 일왕 시절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나루히토 일왕은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기원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하며 세계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강조했다. 다만 5월 1일 즉위 후 첫 소감을 밝혔을 때와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라고 표현하며 개헌과 호헌(護憲)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현재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전쟁을 경험한 부친 세대 때는 ‘호헌’이 국민의 절대 다수 의견이었지만 지금은 호헌과 개헌 양론이 있어 중립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왕의 선언이 끝나자 아베 총리는 축사를 한 뒤 “즉위를 축하하며, ‘천황(일왕) 폐하’ 만세”라고 외쳤다. 만세는 두 번 더 이어진 삼창이 됐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아베 총리의 선창에 따라 “만세”를 복창했다. 국민대표인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이 선 단상 ‘다카미쿠라(高御座)’보다 1m 정도 낮은 위치에 섰다. 이를 놓고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 및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일왕 부부는 이날 오후 7시 20분에 180여 개국 대표로 참석한 400여 명의 해외 사절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는 일본 국내 인사와 주일 외국 대사 등 대상을 달리해 31일까지 3차례 더 열린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21일부터 방일한 각국 대표들과 릴레이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이브라힘 무함마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과 회담했다. 25일까지 약 50명을 만날 계획이다. 일본 경시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경비본부’를 설치하고 2만6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일본 정부는 즉위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에게 총 3명분(부부 및 수행원 1명) 숙박비와 현지 이동용 차량 1대 등을 부담한다. 외국 정상들이 단골로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의 스위트룸은 1박당 200만 엔(약 2160만 원)이 넘는다.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 사절 체류비에 50억 엔을 사용했다. 일련의 즉위 의식에 사용되는 총 예산은 약 160억 엔으로 1989년 아키히토 일왕 때에 비해 약 30% 늘어났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한국 편의점 CU에서 일본 맥주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맥주 판매량의 약 30%였다. 하지만 올해 8월에는 이 비중이 2.8%로 줄었고 9월에는 1.5% 수준까지 급감했다.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인 결과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 금액도 6000달러(약 700만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674만9000달러)에 비해 99.9% 줄었다. 사실상 한국으로의 수출이 끊긴 상태다. 이런 상황은 21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9월 무역통계에서도 나타났다. 맥주를 포함한 식료품 수출이 지난해 9월보다 62.1% 급감해 주요 항목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기화합물 수출도 24.5% 줄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도체 등 제조장비 수출은 55.7%, 자동차 수출은 48.9% 줄었다. 9월 일본의 한국 수출액 전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9% 감소한 4028억 엔(약 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8월(9.4%)보다 감소 폭이 커져 한일 관계 악화가 수출 부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드러났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등 주요 언론은 일제히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불매 운동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9월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도 8.9% 줄어든 2513억 엔에 그쳤다. 일본은 9월 한국과의 교역에서 1515억 엔의 흑자를 올렸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5% 줄어든 것이다. 한일 갈등 외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9월 일본의 전체 교역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9월 총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줄어든 6조3685억 엔을 기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다.”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22일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양국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신중함과 기대감이 섞인 말이다. 이 총리는 22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시작으로 사흘 일정을 시작한다. 이 총리는 24일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포함해 일본 정·재계와 접촉하는 등 13개에 달하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간다. 이 총리는 즉위식 참석 후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이수현 씨는 2001년 26세의 나이에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승객을 구하다 숨져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된 인물로 이 총리는 양국 관계 회복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후 7시 20분에는 일왕 내외가 외국 사절 400여 명을 초대한 궁정 연회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처음 조우해 환담을 나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24일 예정된 아베 총리와의 ‘10분+알파(α)’ 면담이다. 짧은 면담 시간이지만 아베 총리와 개인적 인연이 있고 일본어에 능통한 이 총리에겐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이전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해제 등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잔칫날을 맞아 25일까지 50개국 이상 대표와 회담을 하는 만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총리가 한일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만 마련해도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일 정상 차원의 회동이 가능하려면 일본의 전향적 태도,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며 “그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선 “우리가 (‘1+1안’을) 제안한 건 협의 시작 단계로서 제안한 것이다. 일본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가 제안한 이 안을 포함해 다양한 안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강 장관은 또 “통상 친서 초안은 외교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다”며 “(이번에도) 초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는 가운데 양국이 막판 물밑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이 총리의 방일을 통해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20일 도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고 전했다. 조 차관의 방일은 급작스럽게 잡힌 것으로 알려져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을 앞두고 의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일 장관급의 비공개 접촉이 있었느냐”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확인해 드릴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으면서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이라고 전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는 가운데 양국이 막판 물밑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이 총리의 방일을 통해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20일 도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고 전했다. 조 차관의 방일은 급작스럽게 잡힌 것으로 알려져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을 앞두고 의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8월 이후 한일 외교장관 접촉이 3차례, 국장급 회담이 4차례 있었고 지난주 국장급 회담이 있었다. 비중 있는 장관급의 비공개 접촉이 있었다”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에 “확인해 드릴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친서는 외교부의 초안을 토대로 문 대통령이 직접 문구를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으면서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는다. 7월 한일 갈등 본격화 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특사 파견에 따라 한일 양국에선 11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이 총리는 22일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24일에는 아베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초 태국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나 11월 중순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만큼 양 정상이 해법 모색에 나선다면 그 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0일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함과 기대감이 섞인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이 풀리는 흐름이 없다면 두 정상이 만나기 쉽지 않다”면서도 “반대로 접점만 찾아진다면 정상회담은 양국이 가까운 만큼 한일 어디에서든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방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9일(현지 시간)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는 것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일 간에 연내에 이 문제가 마무리돼 불확실성이 걷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한일 역사 문제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일본 고베(神戶)대 교수는 19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한국과 단교하자’는 일본 내 일부 주장에 대해 “때려도 한국을 단순히 굴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일본 사회가 깨달으면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혐한론의 정체’를 주제로 기무라 교수를 포함해 전문가 3명의 의견을 보도했다. 기무라 교수는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 대해 ‘때리면 꺾이게 돼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고, 일본인들이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싶어 한다”는 일본인의 심리를 전했다. 일본으로서는 추월당하고 싶지 않은 국가의 대표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일본 내 혐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기무라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고, 국방비나 구매력으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며 “한국을 공격하는 이들이 생각하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더 이상 ‘한국이 사죄한다’→‘(일본이) 재교섭에 응한다’는 과거의 시나리오가 들어맞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일본에서 ‘한국 단교’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도 ‘강하게 나가면 뭔가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일한(한일) 양측이 새로운 관계성을 학습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작가 스즈키 다이스케(鈴木大介) 씨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77세로 세상을 떠난 부친을 언급하며 “부친은 만년에 인터넷 우익과 같은 언동을 두드러지게 했다. 한국과 중국을 비판하고, 여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한류 드라마는 ‘보잘것없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혐한 비즈니스에서 고령자보다 더 나은 고객은 없다. 출판사는 죽기 살기로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고 인터넷 매체도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필사적이다”며 “부모 세대가 이런 비즈니스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스즈키 작가는 “부모 세대가 혐한 비즈니스의 타깃이 된 것은 과거 고도 성장기를 경험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본의 모습이 사라져 상실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7월 이후 답보 상태였던 한일 관계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22일 방일을 앞두고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열리지 않았던 한일 정상회담이 이 총리 방일을 계기로 다음 달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갈등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 부담인 만큼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흐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에서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실제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흐름이 있어야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전향적 검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이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내달 국제회의에 맞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아세안+3(한중일)’ 관련 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도 16일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소미아가 다음 달 23일 효력이 끝난다는 점도 11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결정은 실수(mistake)”라고 할 정도로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백악관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청와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이번 이 총리의 방일부터 지소미아 효력 종료까지의 약 한 달이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일본도 이 총리의 방일에 생각했던 것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별 성과 없이 한 달을 보낸다면 한일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청와대와 총리실은 신중한 분위기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 논의의 모멘텀만 만들어 내도 성공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석 달 넘게 양국 실무라인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리 방일 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방일을 수행하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의 행보도 관심사다. 외교부의 대표적인 일본통인 조 차관은 7월 이후 한일 물밑 접촉에 참여해 왔고, 이번 방일에서도 실무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번 이 총리 방일을 통해 ‘통상 당국 간 협의를 시작한다’는 수준의 진전만 있어도 정상회담을 위한 교두보는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는 분위기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사진) 전 일본 환경상(현 자민당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언급에 대해 “정치가로서 책임을 가지고 한 말”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지만 해양 방류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하라다 전 환경상은 17일 도쿄 제2중의원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정화된 오염수 지칭) 해양 방류는 국무대신, 국회 대표로서, 정치가로서 책임을 갖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상 재직 마지막 날인 지난달 10일 ‘처리수 해양 방류’를 처음 언급했고, 당시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환경상으로 1년간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전문가를 만나 토론하며 내린 결론”이라며 개인 의견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해양 방류에 대해 그는 “후케타 도요시(更田豊志)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이 ‘과학적 기준에서 해양 방류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가장 강한 규제를 하는 기관에서 ‘문제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의견 조율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