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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비슷하게 받는데, 10개월 더 복무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선택할까요.” 지난달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지훈 씨(21)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에 지원했다가 후속 서류를 내지 않고 포기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 ROTC에 지원하려 했지만 병사 월급이 크게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원 경쟁률 7년 만에 반 토막대학가에서 ROTC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 지속적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해 온 데다 병영 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로 병사의 복무 여건이 개선된 반면에 ROTC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 공약까지 나오면서 ROTC의 매력이 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3월 2일 시작돼 이달 6일 마감한 올해 육군 ROTC 지원 경쟁률은 2.4 대 1로 2015년(4.5 대 1) 대비 7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원래 4월 9일까지였던 모집 기간을 1개월 연장했는데도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는 먼저 상대적으로 긴 복무 기간이 꼽힌다. ROTC는 졸업 뒤 장교 임관 시 복무 기간이 28개월로 병사(육군 기준 18개월)보다 10개월 길다. 1968년 당시 복무 기간은 ROTC(28개월)가 병사(36개월)에 비해 8개월 짧았지만, 54년이 흐르며 병사 복무 기간이 반으로 줄어드는 동안에도 ROTC 복무 기간은 그대로다.○ 병사, 장교 월급 역전 가능성도최근 병사와 장교의 월급 역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군 복무를 하며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ROTC의 매력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전에는 장교와 병사 간 급여 차이가 컸지만 병사 월급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현재는 장교 월급(올해 소위 1호봉 기준 176만 원가량)이 병사(병장 기준 약 68만 원)의 2.6배가량이다.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발표대로 병사 월급이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라 200만 원이 될 경우 현행 소위 월급 인상률(연간 2% 안팎)을 감안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한 학군후보생 A 씨는 “캠퍼스에서 ROTC 지원을 열심히 홍보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도 호응이 적었다”며 “병사 복지가 좋아지는 만큼 장교 지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미 합격한 훈련생 중에도 중도 포기를 고민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학군후보생 B 씨는 “복무 기간과 보상 측면에서 병사 대비 장교의 메리트가 적어지다 보니 일부 후보생들은 진지하게 탈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ROTC로 임관한 현역 육군 중위 C 씨(25)는 “대학 후배인 학군후보생이 초기 교육을 받다가 그냥 병사로 입대하겠다며 떠난 경우도 있었다”며 “병사 근무 여건이 소위보다 훨씬 낫다면 누가 간부로 복무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인수위는 학군·학사 장교 후보생에게 주는 ‘단기복무 장려금’을 6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으로 2400만 원 인상하는 해법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단계로 아직 시행 시점을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호텔 사우나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와 현금 등을 훔친 2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 씨(22)를 6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공범 B 씨(22)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경 청담동 고급 호텔 사우나에서 목욕하던 피해자 옆에 있던 사물함 열쇠를 몰래 가져간 후 사물함에 보관돼 있던 2000만 원 상당의 ‘오데마 피게’ 시계를 훔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달 25∼29일 7차례에 걸쳐 명품 시계와 현금 등 총 6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A 씨의 범행 당시 망을 본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호텔 사우나 직원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했던 직원 C 씨가 A 씨를 발견하고 따라가 범행 장면을 모두 지켜본 뒤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은 A 씨의 인상착의는 확인했지만 사우나 탈의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다.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은 그의 집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IWC’ 시계 두 점도 발견했는데 이 역시 도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로부터 장물을 매입한 곳 등을 계속 수사해 추가 피해 물품이 있는지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호텔 사우나에서 수천 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와 현금 등을 훔친 2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 씨(22)를 6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공범 B 씨(22)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경 청담동 고급 호텔 사우나에서 목욕하던 피해자가 바가지에 놓아 둔 열쇠를 몰래 빼돌렸다. 이 열쇠로 피해자의 사물함을 연 A 씨는 안에 보관돼 있던 2000만 원 상당의 ‘오데마 피게’ 시계를 훔쳤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달 25~29일 7차례에 걸쳐 명품 시계와 현금 등 총 6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범행 장소로 고른 이 호텔 사우나는 낮 시간대 입장료가 2만 원이 넘는 고급 사우나다. 이곳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A 씨는 명품 시계를 착용한 피해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당초 사우나 탈의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검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나 입구 등에 설치된 CCTV를 이용해 A 씨의 인상착의 등을 확인했지만, 범행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A 씨는 사우나 직원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알려준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던 직원 C 씨가 A 씨를 발견하고 조용히 따라가 범행 장면을 모두 지켜본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A 씨는 “그냥 사물함을 열어본 것일 뿐”이라며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야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집에서 또 다른 피해 물품인 수천 만 원 상당의 ‘IWC’ 시계 두 점도 발견했다. 경찰은 A 씨가 범행하는 사이 망을 봐주던 B 씨도 붙잡았다. 조사 과정에서 신고가 되지 않은 A 씨의 범행도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회수한 명품 시계는 모두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며 “나머지 피해 물품을 회수하기 위해 A 씨로부터 장물을 매입한 곳 등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로 첫 출근을 한 11일 아침 큰 출근길 교통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무정차 통과’를 위해 교통 신호를 조작하면서 일부 교차로에서는 차량 대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자택인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 앞은 오전 7시 30분경부터 경호 인력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경찰 30여 명과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각각 회의를 하는 한편 ‘싸이카’(순찰 오토바이) 10여 대가 행렬을 이뤄 인근에 도착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관저로 사용할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이날부터 약 한 달간 자택에서 용산구 집무실까지 7km가량을 차량으로 출퇴근한다.○ 서초 자택∼용산 집무실까지 ‘8분’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 8시 21분경 자택 앞으로 나왔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들과 함께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 무렵 아크로비스타 앞에는 통제선이 설치됐다. 진입하려던 택배 차량도 통제됐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오전 8시 23분경 출발했다. 경찰은 대통령이 탄 차량이 멈추지 않도록 이동에 맞춰 교차로 신호를 파란색으로 바꿨다. 대통령 차량은 테러 위험 등에 대비해 이동 중 정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경찰은 서울성모병원 사거리 등 일부 교차로에서 대통령 차량 진행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차량을 통제해 일반 차량이 행렬에 끼어드는 것을 막았다. 다만 반포대교 등에서는 대통령 차량과 일반 차량이 나란히 이동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반포대교를 건너 서빙고로 방향으로 좌회전한 대통령 차량은 오전 8시 31분경 집무실 출입구인 용산 미군기지 13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외부 도로 이동만 계산하면 8분가량 소요된 것.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평소 일반 차량의 같은 경로 이동에는 15∼20분가량 걸린다. 이날 대통령 차량이 출발하고 5분 후 같은 경로를 주행했을 때는 약 18분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자는 경호처 방침에 따라 최소한의 교통통제만 했다”며 “신호 개방으로 인해 (각 교차로에서) 일반 시민들의 신호대기가 길어진 건 20∼30초가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평소보다 오래 걸려” 시민 불만도그러나 대통령 출근길이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사거리 등 상습 정체 구간을 지나는 까닭에 일부 운전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서초구 주민 A 씨는 이날 “아침에 차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사평대로를 지나 돌아왔는데, 평소 10분이면 되던 길이 30분이나 걸렸다”면서 “유난히 도로 정체가 심했던 건 대통령의 차량 출근 탓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초구 맘카페에도 ‘유난히 차가 밀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대통령 자택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봉사를 하던 택시기사 김영산 씨(62)는 “아크로비스타에서 반포대교에 이르는 길은 평소에도 여러 방면에서 합류하는 차량이 많아 아주 복잡하다”며 “대통령의 출근이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교통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 동선과 신호 관리 방법 등을 바꿔 가며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은 대통령이 반포대교로 한강을 건넜지만 한남대교와 동작대교 등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대통령 취임식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테러 암시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취임식을 수류탄으로 테러하겠다고 암시하는 글을 작성한 A 씨를 충북 모처에서 임의동행 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9일 오후 10시 반경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내일 취임식에 수류탄 테러하실 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이 글에서 “일제강점기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오늘날 다시 그 친일파 후손들이 취임식을 하는 이 암울한 시대에 다시 실낱같은 희망을 불어넣어줄 열사가 필요합니다”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경찰은 당일 신고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다. 이튿날인 10일 오전 경찰의 내사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A 씨는 또다시 글을 올려 “테러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을 구한다고 넌지시 장난스럽게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A 씨는 경찰 관계자와 통화한 뒤 “수류탄 테러(글을 쓴) 본인입니다. 죄송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취임 축하드리고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A 씨를 조사한 뒤 구체적 혐의를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장난으로 올린 글이라고 해도 범죄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라며 “A 씨가 어떤 의도로 글을 올렸는지, 실제 행동을 준비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대통령 취임식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테러 암시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취임식을 수류탄으로 테러하겠다고 암시하는 글을 작성한 A 씨를 충북 모처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붙잡아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9일 오후 10시 30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내일 취임식에 수류탄 테러하실 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이 글에서 “일제감정기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오늘날 다시 그 친일파 후손들이 취임식을 하는 이 암울한 시대에 다시 실낫(실낱)같은 희망을 불어넣어줄 열사가 필요합니다”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경찰은 당일 신고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다. 이튿날인 10일 오전 경찰의 내사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A 씨는 또다시 글을 올려 “테러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을 구한다고 넌지시 장난스럽게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A 씨는 경찰 관계자와 통화한 뒤 “수류탄 테러(글을 쓴) 본인입니다. 죄송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취임 축하드리고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A 씨를 조사한 뒤 구체적 혐의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장난으로 올린 글이라고 해도 범죄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라며 “A 씨가 어떤 의도로 글을 올렸는지, 실제 행동을 준비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니 매출이 40% 정도 더 떨어졌네요….”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에서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판수 씨(41)는 2일 공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기계 2대, 직원 10명과 함께 마스크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기계 8대를 추가하고 직원을 45명까지 늘리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고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판매량은 급감했다. 지난해 말 직원 20여 명을 내보냈는데, 올해 추가로 10명이 공장을 떠났다. 현재 15명의 직원이 기계 3대만 가동 중이다. 김 씨는 “물량을 비축하고 향후 판로 개척을 돕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사업을 확장했다”며 “나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설비조차 돌리지 못하거나 이미 폐업한 상태”라고 했다.○ 마스크 업체 10곳 중 7곳 생산 실적 無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마스크 제조업계에는 ‘이러다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장에선 상당수 업체들이 이미 마스크 생산을 멈춘 상태다. 4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의약외품(보건·비말차단·수술용) 마스크 생산 실적을 보고한 업체는 식약처 등록 업체 1591곳 가운데 483곳(30.4%)에 불과했다. 올 1, 2월 집계에서도 각각 551곳과 521곳만 마스크를 생산했다고 신고했다. 마스크 제조업체의 3분의 2가량은 올해 1분기(1∼3월) 마스크 생산 실적이 전혀 없는 ‘좀비업체’라는 뜻이다. 폐업하는 업체들이 싼 가격에 유통하는 ‘덤핑(저가 투매) 마스크’도 업계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이모 씨(42)는 “지난해 6월 경기 군포시 마스크 공장을 폐업하면서 재고 마스크를 정가의 10분의 1에 팔아치웠다”며 “상당히 손해를 봤다. 5억 원을 투자했는데 폐업 후 한 푼도 안 남았다”고 했다. 4일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선 보건용(KF94) 마스크가 장당 1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인천에서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생산원가가 200원 정도 된다. 100원에 파는 건 기부나 마찬가지”라며 “값싼 중국산 마스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해 마스크를 해외에 파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나중은 걱정 말라더니…”식약처에 따르면 2019년 131곳에 불과하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0년 한 해만 999곳이나 늘었고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도 461곳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이익을 약속하면서 시장 진입을 유도한 덕분이었다. 박종한 웰킵스마스크 대표는 “정부가 공적마스크 도입 초기 생산량의 50%만 수매하고 생산단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을 책정해 과도하게 시장 진입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초기부터 낮은 가격에 100% 수매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비쳐 마스크 업계가 이렇게 과열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3월 경기 평택의 마스크 공장을 찾아 “남는 물량은 전량 정부가 구매해 비축할 계획”이라며 “나중을 걱정하지 마시고 충분히 생산량을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해 7월 정부는 공적마스크 제도를 폐지하면서 마스크 업계에 판로 개척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관계부처에 확인한 결과 현 시점에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마스크 성능 점검과 허가를 주무로 하고 지원책은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마스크 업계를 위해 따로 마련된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고 의원은 “코로나 초기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힘써준 업체들을 위해 이제는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때”라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가 마스크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만큼 부작용도 충분히 예견됐다”며 “정부 정책에 따른 여파를 개별 업체가 떠안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업체들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거리 두기 제한이 풀려서 기분 낼 겸 나왔는데 어딜 가든 2만, 3만 원은 기본으로 내야 하니 놀러 나오기도 부담되네요.” 23일 강원 원주시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35·경기 남양주 거주)는 주말을 맞아 남편, 두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고 했다. 그는 “커피 한 잔, 밥 한 끼를 따로 놓고 보면 얼마 안 오른 것 같지만 모아서 계산해보면 물가가 오른 게 확 체감된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기자는 이날 지인과 원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런데 카페부터 식당, 주유소, 박물관까지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장소는 한 곳도 없었다. 날씨가 풀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간만에 교외로 놀러 나온 상춘객들은 “이렇게 다 오른지 몰랐다. 나오기 부담스러울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커피부터 기름값까지 전부 올라 이날 기자의 당일치기 나들이에는 총 20만500원이 들었다. 각 업주들에게 문의하고, 인터넷 정보를 취합한 결과 약 1년 전에는 17만1600원이면 같은 코스로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비용이 약 17% 늘어난 것이다. 가장 많이 오른 건 기름값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기자는 준중형 경유 승용차로 이날 약 210km를 이동하면서 약 16L를 사용해 약 3만1500원(L당 1966원)이 들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서울 지역 주유소 경유 평균 가격(L당 1412원) 기준으로는 약 2만2600원이었는데, 8900원(약 39%)이 더 든 것이다. 외식비, 관람료 등 서비스업종도 일제히 올랐다. 원주시의 한 막국수 집은 한 그릇 가격이 7000원에서 최근 1000원 올라 8000원이 됐다. 원주시의 한 카페 역시 커피 한 잔당 가격이 5500원에서 6000원으로 500원씩 올랐다. 카페 관계자는 “재료값, 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4인 가족 박물관 관람료 10만 원 넘어 기자가 찾은 원주시의 한 박물관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별관 관람이 포함된 이곳의 티켓 값은 1인당 3만5000원으로 전년(3만2000원)보다 3000원 올랐다. 이날 부인, 아들 둘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김모 씨(43)는 “가격을 보고 솔직히 깜짝 놀랐다”며 “볼거리가 많아 좋았지만 한번에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 원이 넘게 드니 물가가 오른 게 체감됐다”고 말했다. 박물관 직원은 “시설 유지 및 보수 비용이 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입장료를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람을 하던 도중 간식을 먹기 위해 박물관 카페를 찾았다. 이곳에서 산 케이크 한 조각 가격은 1만1000원. 1년 전보다 1000원 올랐다. 케이크 등 빵값이 오른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활어회 가격도 올랐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오후 5시경 서울 서초구의 횟집을 찾은 기자가 활어회 2인분에 지불한 가격은 6만 원이었다. 작년보다 1만 원 비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줄였던 양식 물량이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사료와 기름값 인상까지 겹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횟집 종업원은 “전반적인 비용이 모두 오르다 보니 활어회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들이 물가 상승을 두고 세계적 수요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가 인상이 시차를 두고 추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 서민들의 나들이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조짐이 없는 데다 지난해부터 세계 소비시장의 수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물가 인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관련 논란이 연일 확산되는 가운데 후보자의 아들 정모 씨(31)의 2018학년도 1단계(이전 대학 성적, 공인영어성적, 서류평가의 종합) 전형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정 씨는 2017학년도에도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시험에 지원했으나 1단계 전형에서 탈락했다. 반면 이듬해에는 자기소개서를 뺀 나머지는 같은 서류를 제출했지만 여유 있게 1단계를 통과했다. 2018학년도 편입시험에서 정 씨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한 평가위원 6명 가운데 3명은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쓰거나 경북대 동문회 활동을 함께한 사이였다.○ ‘같은 스펙’으로 탈락→합격 18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2단계 응시 대상자 99명 명단에는 정 씨의 이름이 없었다. 2017학년도 편입시험 1단계 합격 최저점수(커트라인)는 441.33점. 탈락한 정 씨는 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이듬해 1단계 전형에서 총점 480.07점을 받아 합격했다. 2017학년도보다 최소 38.74점 높아진 점수다.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 편입시험 1단계의 제출 요구 자료와 자기소개서 항목, 점수 산출 방식 등 세부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2018학년도 편입시험에 최종 합격한 정 씨가 1단계 전형에서 제출한 서류는 모두 2017학년도 편입시험 원서 마감 기한인 2016년 10월 이전에 취득한 것들이다. 당시 정 씨는 이전 대학 성적으로 2016년 2월 졸업한 경북대 전자공학부 학점을 제출해 199.07점을 받았다. 공인영어성적은 2016년 3월에 발표된 TEPS 점수를 내고 98점을 받았다. 정 씨가 제출한 자원봉사 기록과 장학금 수령 내역, 두 편의 연구논문 참여 경력도 모두 2017학년도 편입 원서 제출 마감 전 이력이다. 정 씨가 2017학년도 편입시험에 탈락한 이후 새로 이수한 봉사활동 실적이나 추가로 참여한 연구는 없었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경우 2017, 18학년도 지원 시) 당연히 같은 스펙이었다. (1년 사이) 객관적 스펙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결국 1단계 전형에서 1년 사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정성적 평가가 진행되는 ‘자기소개서’뿐이다.○ 서류 평가자 절반, 아버지 인연 2018학년도 편입시험 당시 평가위원이었던 경북대 의대 박태인 교수(현 경북대 의대 학장)와 A 교수는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회 26대 임원 활동을 함께했다. 정 후보자와 논문을 10여 편 함께 쓴 경북대 의대 B 교수도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정 씨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했다. 이들은 각각 30점 만점에 28점, 28점, 29점을 줬다. 나머지 평가위원 3명은 24점, 26점, 28점을 줬다. A 교수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동문회 임원을 함께했지만 사석에서 만난 적은 없다”며 “당시 서류와 면접 평가에 참여했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병원장 아들, 딸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부정 있었다면 딸 예비 합격 아녔을 것” 한편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2017학년도 정 후보자 딸 편입시험 구술평가에서 3고사실 평가위원들의 점수가 모두 20점 만점으로 유독 높았던 점에 대해 “구술평가는 정해진 기준에 따르는 정량적 평가 방식”이라며 “같은 고사실 평가위원들의 점수는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해명했다. 이재태 경북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후보자 딸은 33명 합격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38등이고 예비 후보 5순위가 됐다. 수도권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 제법 빠져서 27등으로 입학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18일 오후 3시경 경북대로부터 정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학 등 특혜 의혹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제기되고 있는 의혹, 경북대 감사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자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구술평가에서 정 후보자 아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교수 역시 정 후보자와 논문을 같이 쓴 사이로 밝혀지며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정 후보자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아들 병역 등급 판정 과정에서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행위도 없었다”며 “교육부에 신속한 조사를 요청하고 아들 병역 판정과 관련해선 국회 지정 의료기관에서 재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자료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대 의대 A 교수는 2018학년도 편입시험 구술평가 위원으로 참여해 정 후보자 아들 정모 씨(31)에게 만점(20)에 가까운 19점을 줬다. 19점은 정 씨가 9명의 평가위원에게 받은 점수 중 최고점이다. A 교수는 2017년까지 정 후보자와 세 편의 논문을 함께 쓴 사이다. 앞서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평가위원 3명이 2017학년도 편입시험 구술평가 당시 3고사실에서 딸 정모 씨(29)에게 모두 만점(20점)을 준 것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딸 정 씨의 입학 성적은 합격자 33명 가운데 27등이었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합격자의 점수보다 5점 높았다. 정 씨는 구술평가에서 1고사실 53점, 2고사실 51점을 받았지만 3고사실에선 60점을 받았다. 이를 두고 “3고사실의 점수가 1, 2고사실과 비슷했다면 정 씨의 합격은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17일 전했다. 아직까지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며 총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이 만약 지금 검찰총장이었다면 이 정도 의혹 제기면 진작에 정 후보자의 자택과 경북대병원을 전방위 압수수색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06년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부인이 소유한 서울 중구 장교동 일대 땅값을 공시가격보다 2700만 원가량 낮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해당 토지를) 모두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한 후보자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퇴임한 직후인 2006년 8월 당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는 한 후보자의 부인 A 씨가 중구 장교동 땅 5개 필지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온다. A 씨와 형제자매 등이 1992년 한 후보자의 장인으로부터 상속받은 땅이다. 한 후보자는 이 땅 중 보유 지분이 각각 6.98m², 5m²인 필지 2곳의 가격을 3839만 원, 2025만 원 등 총 5864만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A 씨의 지분에 2006년 5월 공시된 공시가격(m²당 800만 원, 589만 원)을 곱하면 총 금액은 8529만 원이다. 재산신고 시 부동산 가격은 취득가 또는 공시가로 하는데 공시가보다 2665만 원 낮게 신고한 것이다. 재산공개 한 달 뒤인 2006년 9월 과거 법원 조정 결정에 의해 A 씨의 지분이 약 29.7m² 늘어난 사실이 뒤늦게 등기부등본에 기재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2007년 3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장교동 땅 관련 의혹이 나오자 “올해 2월 28일자로 완전히 다 매각했다”고 답했다. 실제 5개 필지 중 2개는 매각했고 3개 필지는 이미 1990년대 후반 법원 판결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였다.한 후보자 측은 2006년 공직자 재산신고에 관해 “당시엔 부동산 거래 없이 단순 가액만 변동된 경우에는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2006년에도 2004년 신고한 금액대로 표기한 것”이라면서 “2006년 12월 국무회의에서 공직자 재산 등록 시 재산가액 변동사항도 매년 신고하도록 공직자윤리법시행령을 (개정) 의결해 2008년 초 공개된 2007년 정기변동사항 신고부터 시행됐다”고 해명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사용 연한이 지난 불용품(不用品·쓰지 못하게 됐거나 쓰지 않는 물품)을 사용한 ‘모터카’들이 마치 새것인 양 편법으로 등록돼 철도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터카는 철도 선로 보수 등을 할 때 장비나 자재를 옮기는 궤도 차량이다. 인명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철도궤도공사업체 A사는 최근 20년 넘게 사용한 모터카를 내세워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계약을 따낸 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A사에 모터카를 판매한 철도차량 수리업자 B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모터카가 “10여 년 전 서울교통공사 등으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불용품 중 하나”라며 매입 당시 이미 20년 넘게 사용된 것임을 시사했다. B 씨는 사들인 모터카를 수리한 뒤 국토교통부가 성능시험기관으로 지정한 민간업체에 “2014년 제조됐다”며 테스트를 받았다. 법에 따르면 제조 20년 후부터 3∼5년마다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모터카의 경우 2034년까지 정밀 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 모터카는 이후 2017년 약 2억 원에 공사업체에 팔렸고 여러 차례 재판매되며 철도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 B 씨는 “새 모터카는 가격이 대당 5억 원이 넘는데 그 가격(2억 원)에 팔았겠나”라며 “낙찰받은 불용품으로 만들었으니 중고 값에 판 것이다. (판 건) 전부 중고차”라고 했다. 지난해 국토부 조사 결과 C공사업체의 경우 1977년 일본에서 제조된 모터카를 2002년 수리업체로부터 1100만 원에 산 뒤 철도궤도공사사업자 자격을 따내 공사를 해왔다. 이 모터카는 이후 다른 두 업체에 차례로 소유권이 넘어가며 해당 업체들이 사업 자격을 획득하는 데 활용됐다. 한 철도 공사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자들이 수리된 중고인 걸 알면서도 사들여 정밀 진단 없이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철도 공사 현장의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5년 경력의 한 철도차량 제작자는 “수년 동안 차체에 반복해서 가해진 충격은 정비를 통해 회복될 수 없다”며 “차체가 약해진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실이 입수한 국토부의 ‘철도궤도공사 업체(41곳) 모터카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1곳 이상에서 제조 시기 조작, 장비 노후, 이중 등록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그러나 국토부의 행정 처분은 건설업 등록 말소 1곳, 영업정지 3곳에 그쳤다. 철도 관련 공공기관에서 퇴직한 한 관계자는 “(철도) 업계가 좁은 탓에 규제와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1990년대 만든 철도차량이 서류상으로는 2014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돼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지난달 동아일보로 이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모터카’라고 하는 생소한 궤도장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터카란 ‘철도 선로보수 등 궤도공사를 할 때 장비나 자재를 옮기는 데 사용되는 궤도차량’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궤도 위를 달리는 트럭입니다. 철도궤도공사업을 하려면 한 대에 5억 원 가량으로 알려진 모터카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제보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만들어진지 오래돼 진작 폐기됐어야 할 모터카들이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허위 등록돼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 명 거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도업계가 좁은 탓에 인터뷰에 응해주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법원 판결문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2020년 A 사는 법원에 “경쟁업체 B 사가 입찰 자격으로 제시한 모터카는 2014년에 만들어졌다고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오래 전 제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B 사와 한국철도공사의 공사 계약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소송을 냈습니다. B 사의 모터카 제조일자가 허위이니 이를 근거로 이뤄진 철도공사와의 계약도 무효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B 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입찰 절차와 서류만 보면 이상이 없고, B 사의 모터카가 2014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새 차를 그 값에 팔겠나. 그게 전부 중고차”동아일보는 B 사의 모터카를 직접 제작했다는 철도장비 수리업자 C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C 씨에게 전화를 걸어 ‘모터카가 2014년에 제작된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니 대답은 이랬습니다. C 씨는 10여 년 전 서울교통공사 등으로부터 중고 모터카 여러 대를 헐값에 사들였다고 합니다. 당시 C 씨가 사들인 모터카는 이미 20여 년 동안 사용해 내구연한이 다한 ‘불용품’(쓰지 못하게 됐거나 쓰지 않는 물품)이었습니다. 중고 모터카를 사온 C 씨는 부품 일부를 교체하고 색을 새로 칠하는 등 수리해 새것처럼 만들었다고 합니다. C 씨는 국토교통부가 철도차량 완성검사 전문기관으로 지정한 민간업체에 “2014년 새로 제조했다”며 성능시험을 의뢰해서 공인까지 받았습니다. C 씨가 2014년 이렇게 수리한 모터카를 2017년경 약 2억 원에 팔았다고 합니다. C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모터카는 5억 원이 넘는다. 그 차(모터카)는 불용품으로 낙찰 받은 중고로 만들었으니 중고 값에 판 것이다. 새 차를 미쳤다고 그 가격에 팔겠느냐”라며 “그게 전부 중고차”라고 털어놨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터카들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철도차량에는 ‘기대수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철도차량은 만들어진지 20년 뒤부터 3~5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안전과 성능을 확인받아야만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용품을 수리해 마치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등록된 모터카들은 이후 20년 동안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엔진과 차체, 미션 등 핵심 부품은 낡아 언제 큰 사고를 유발할지 모르는 차량들이 오랫동안 안전진단도 받지 않는 채 철로 위를 달리는 것입니다. 철도차량 제조업계에서 35년 동안 종사한 한 전문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꾸준히 하중이 가해져 차체가 약해진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년 동안 차체에 반복적으로 가해진 하중은 정비를 통해 회복되지 않는다”며 “이런 장비가 여전히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여객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넘기면 안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1977년 생산 차량도 공사 수행철도차량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국토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국토부는 현장에서 잡음이 나오자 지난해 2~3월 당시 철도궤도공사업 등록 업체 총 41곳의 소유 모터카를 전수조사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실을 통해 국토부의 전수조사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자문을 받아 이 자료를 분석해보니 최소 21개 업체 소유 모터카에서 등록기준 미달에 해당할 수 있는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D 사의 경우 2002년 모터카 수리 전문 업체로부터 모터카를 단돈 1100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D 사가 구매한 모터카는 1977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차량이었습니다. 구매 당시 만들어진지 25년이 지난 차량이었던 겁니다. D 사는 이 장비로 철도궤도공사사업자 자격을 따내 공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 모터카는 다른 두 업체에 차례로 소유권이 넘어가며 해당 업체들이 철도궤도공사사업자 자격을 따내는 데 사용됐습니다. 이밖에 다른 4개 업체는 D사의 모터카와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C 씨로부터 중고 가격에 모터카를 사들여 제조일자를 속인 업체도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대놓고 내구연한이 지난 모터카로 사업자격을 따낸 업체도 있었습니다. E 사는 국토부 조사에서 기존 보유하고 있던 모터카를 폐기하고 지난해 12월 23일 모터카 제작업체로부터 새 차량을 구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 사의 구입 가격은 약 2억 원. 그러나 하루 뒤인 같은 달 24일 해당 제작업체는 동일한 설계의 모터카를 5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했습니다. 사실이라면 E 사는 새 차를 3억 원이나 싸게 산 셈이지요.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장비를 마치 새로 구입한 것처럼 허위 등록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E 사와 모터카 제작업체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모터카를 거래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기준 미달 장비로 건설업 자격을 유지하는 경우 등록 말소 대상입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업체는 5곳뿐이었습니다. 이마저도 1개 업체만 등록말소 처분을 받았고, 3개 업체에는 영업정지 처분만 내려졌을 뿐 아니라 국토부에 따르면 나머지 1개 업체는 아직 아무런 행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업체 중 2곳은 정지 기간이 끝나 궤도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문제가 된 철도궤도공사업체와 모터카 수리·제작업체 등 10여 개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고, 이와 관련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누가 죽어야 바뀔 것”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철도궤도공사업계 또한 중대한 인명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 대상과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는 아직도 허위등록된 장비가 투입되는가 하면, 이 같은 장비로 공사업 자격을 따낸 업자들이 공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철도 관련 공공기관에서 수년간 일하다 퇴직한 한 관계자는 “여객차량 운행시간이 종료된 뒤에 현장에 투입되는 장비라 그동안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철도)업계가 좁은 탓에 제대로 규제가 작동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아직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용객들이 타고 다니는 여객차가 아니라고 해서 이 같은 문제들을 방치해도 되는 걸까요.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발생해야 부랴부랴 법을 바꾸고 전수조사에 들어가잖아요. 누가 죽지 않는 이상 바뀌는 건 없어요.”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A 국장이 산하기관장들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호텔에 차례로 불러 사표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1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네 곳에서 제출받은 전직 기관장 업무추진비 명세에 따르면 발전자회사 전직 사장 B 씨의 업무추진비 명세에는 2017년 9월 6일 해당 호텔에서 차를 마신 기록이 남아 있다. B 씨는 이날 이 호텔에서 ‘차대’ 명목으로 총 3만2727원을 사용했다. 이 호텔은 다른 발전자회사 전직 사장 2명이 ‘사퇴 종용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한 전직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6일 오후 2시 해당 호텔에서 A 국장이 ‘사표를 내줬으면 좋겠다. 권고사직으로 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다른 전직 사장도 “9월 초 해당 호텔에서 A 국장에게 ‘요청이 가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표를 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찻값은 저희 측에서 계산한 걸로 아는데 업무추진비 카드인진 모르겠다”고 했다. B 씨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다른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A 국장을 만나 사퇴 종용을 받은 뒤 찻값을 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앞서 발전자회사 전직 사장들은 2017년 9월 11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 갈 것”이라는 발언을 한 뒤 일제히 사표를 냈고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동부지검은 2019년 전직 기관장들을 불러 조사한 지 3년 만인 지난달 25일부터 산업부 기획 관련 부서와 산하 8개 공공기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문재인 정부 초기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뒤늦게 속도를 내는 가운데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던 국무총리실 등에 대한 수사도 조만간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표를 강요당했다’는 전직 공공기관장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9년 국무총리실, 교육부, 통일부 등이 산하기관장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3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 초기 국무조정실장이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등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고발 이후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손광주 전 이사장,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 A 씨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손 전 이사장은 31일 동아일보에 “2017년 7월 당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새 정부가 들어오면 기관장이 사표를 내는 것이 관례이니 협조해주면 좋겠다’며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개인 사정으로 제출이 미뤄지자 조명균 당시 장관이 ‘9월 국회 새 회기 시작 전에 사표 문제를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2017년 8월 31일 사임 당시 손 전 이사장의 임기는 11개월 남아 있었다. 동아일보는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조 전 장관과 천 전 차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임기를 1년 남기고 2017년 8월 사표를 낸 교육부 산하기관 전직 이사장 A 씨도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직후 교육부 국장과 과장으로부터 사표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런 내용을 2019년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산업부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8곳을 최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국무총리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교육부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임기가 남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과기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직 공공기관장 A 씨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말 과기정통부의 압박으로 임기 중 사표를 냈다”며 “사임 무효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강압적 사퇴 요구 받아”A 씨는 “2017년 말 과기정통부 B 차관으로부터 강압적 사퇴 요구를 받았다”며 “조만간 당시 사표 제출이 부당한 압박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행정소송을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과기정통부가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등 산하기관장 7명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2019년 3월 서울동부지검에 과기정통부를 고발했다. A 씨는 해당 기관장 중 한 명으로 사임 당시 임기가 2년가량 남아 있었다. 하 원장 등이 사임 직후 언론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아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하지만 최근 동부지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공공기관을 수사하면서 다시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 한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장은 2017년 말 과기정통부 C 본부장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사임) 날짜를 달라”는 말을 들었다. “명분이 없지 않느냐”며 거부하자 약 한 달 뒤 B 차관이 부르더니 “촛불정권이 들어섰으니 나가 달라”라고 했다고 한다.○ “무작정 나가라고 해 놓고…”한편 동부지검이 하재주 전 원장의 사표 강요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2017년 3월 취임한 하 전 원장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8년 11월 물러났다. 검찰은 2020년 1월 30일 “(과기정통부가) 해당 기관(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진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고, 증거도 부족하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언급한 ‘문제점’은 2016년 불거진 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관리 허점’ 문제로 추정된다. 그러나 하 전 원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임 전 생긴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은 나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무작정 나가라’고 해놓고 검찰에선 내게 문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부지검은 하 전 원장을 제외한 다른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산업부처럼 강제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장 허수아비 만들어”‘산업부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언급된 공공기관 8곳 외에 다른 산업부 산하기관에서 ‘중도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 D 씨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말 산업부 E 국장이 ‘요즘 분위기를 아느냐. (사표를) 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며 “사장이 뜻대로 인사(발령)를 낼 수 없게 허수아비로 만들어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D 씨는 당시 임기가 약 2년 더 남아 있었다. 산업부 및 과기정통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고발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3년 동안 묵살됐던 고발 사건 중 일부가 이제야 겨우 강제수사를 시작했다”며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남은 사건도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취임 후 공공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국정철학을 공유했습니다. 같이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겁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이던 2017년 9월 11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선 취임 50일을 맞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그의 발언은 곧 산하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이란 신호탄이었다. 이틀 후 산업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4곳 사장이 사표를 냈다.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자율적으로 낸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이들이 낸 사표는 19∼22일에 모두 수리됐다. ○ ‘물갈이’ 암시 발언 5일 전 “사표 방침 정해졌다”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며 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줄사퇴’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 장관의 물갈이성 발언 며칠 전 산업부 A 국장이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들을 차례로 광화문 모 호텔 라운지로 호출했다. 전직 발전자회사 사장 B 씨는 “9월 초 ‘긴히 전할 말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갔다. 사표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B 씨는 이 자리에서 A 국장이 “사장님 사표를 수리하기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 사표를 내라는 요청이 오면 ‘일신상의 이유’를 사유로 적어 내달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다른 발전자회사 사장 C 씨는 “A 국장을 (백 장관 발언 5일 전인) 2017년 9월 6일 오후 2시경 만났다”고 기억했다. B 씨와 동일한 장소였다. C 씨는 사표 제출 요구를 받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C 씨는 “이어 ‘차라리 권고사직으로 하자. 그래야 나도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고 항의했는데 A 국장이 ‘그건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B 씨와 C 씨는 모두 “사직 의사가 없었지만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워 요구하는 대로 사표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장 교체 후 탈원전 드라이브산업부 공공기관장 줄사표는 2017년 7월 백 전 장관 취임 전후로 시작됐다. 비위가 적발됐거나 노조와 갈등을 빚던 공공기관장이 첫 타깃이었다. 노조와 충돌했던 ‘친박(친박근혜)’ 출신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시작으로 감사원 감사를 통해 채용비리가 지적된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등의 사표가 이어졌다. 이어 B 씨와 C 씨를 포함해 한전 발전자회사 4개사(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사장들이 일제히 사표를 냈다. 물갈이가 본격화된 2017년 12월 기준으로 한때 산업부 산하 기관장 절반 이상이 공석이었다. 산업부는 산하 공공기관이 41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59개)에 이어 부처 중 2번째로 많다. 산업부 줄사표가 일단락된 후 과기정통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물갈이도 이뤄졌다.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산하 공공기관장을 대거 교체한 산업부는 2018년 초부터 탈원전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산업부의 공공기관장 사퇴 종용 의혹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9년 초 백 전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표면화됐다. 서울동부지검은 고발장 접수 후 3년 2개월 만인 이달 25일부터 산업부와 공공기관 8곳을 연달아 압수수색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검찰의 갑작스러운 수사 재개에 대해 “3년 전 수사해서 혐의가 없다고 덮어놨던 것”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강제수사를 시작한 것에 대해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9월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 등 공공기관 8곳을 28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고발 3년 2개월 만에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흘 만에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28일 오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 4곳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백운규 전 장관 등을 고발하며 ‘기관장 사퇴 강요’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곳들이다. 산업부 관계자에게 중도 사퇴를 요구당했다는 전직 공공기관장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발전 자회사 전직 사장 A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산업부 B 국장이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며 “내고 싶지 않았지만 (안 내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사표를 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발전사 사장 4명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만 봐도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2019년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사실을 진술했다고 한다. A 씨의 증언은 다른 발전 자회사 전직 사장 C 씨가 털어놓은 내용과 유사하다. C 씨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초 B 국장으로부터 ‘사표 요청이 오면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수사가 뒤늦게 본격화된 걸 두고 검찰 내부에선 지휘라인이 정권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동부지검장 등이 애써 (수사를) 외면했다”면서 “실무진 역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재판에 주력하느라 여력과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권 교체 후 검찰의 연이은 압수수색에 대해 “참 빠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이 3년 가까이 가만히 있다가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먼저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친정권 검사를 배치해 수사를 막아 놓고 이제 와 왜 수사를 안 했냐고 한다”고 지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사표 제출 요구를 받았다는 전직 공기업 사장의 증언이 나왔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자회사 사장을 지낸 A 씨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9월 초 산업부 B 국장과 서울시내 호텔 라운지에서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사표 요청이 오면 제출해 달라’는 정부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당시 A 씨는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었다. 약 열흘 후 실무진을 통해 사표 요청이 왔다. A 씨는 “사표를 내자 하루 이틀 만에 수리됐다”고 했다. A 씨를 포함해 2017년 9월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 4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사표 강요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에 검사 등을 보내 산업부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검찰이 25일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했다. 야당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2019년 1월 고발한 지 3년 2개월 만에 첫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대선이 끝나자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 없었지만 사표 낼 수밖에”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산업부 운영지원과와 혁신행정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산업부의 압박으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4곳 등 공공기관 8곳의 사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며 당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차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 중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과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임기가 2년 2개월,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과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임기가 1년 4개월 남은 상태였다. 이들이 낸 사표는 즉각 수리됐다. 이때 사표를 낸 전직 사장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신상의 이유’를 사유로 적으라고 했는데 당시 사퇴 의사가 없었다. 왜 중간에 사표를 내야 하느냐고 생각했지만 사기업도 아니고 정부의 입장이 그렇다는데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안타까운 일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중간에 나가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검찰, 진술 확보 3년 만에 첫 강제수사검찰은 2019년 4월 A 씨를 포함해 사표를 냈던 전직 사장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통해 산업부가 사표를 종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맡았는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하는 등 정권을 겨냥하면서 사실상 수사팀이 해체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고발 후 3년 넘게 지나 첫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정권 교체가 결정되자 문재인 정부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다 보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길 기다렸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대법원은 올 1월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 임원 등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퇴를 종용한 산업부 관계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