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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회냐. 곧 (민심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국회로 몰려들 수 있다.” 19일 오전 국회의장 접견실.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5당 원내대표를 소집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문 의장은 “국회가 원내대표들만의 국회냐. 이러면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누가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쓰나미가 몰려오면 다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문 의장의 고함 소리는 접견실 문밖에까지 흘러나왔다. 문 의장은 이날 작심한 듯 “국회가 뭐 하나 한 게 있나. 사법 개혁이 됐나, 국가 기관 개혁이 됐는가”라며 “그러니 5·18 (폄훼 논란)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의 운명은 마치 (러일전쟁 직후) 가쓰라-태프트 밀약 때처럼 위중하다”며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 앞에서 국회가 하는 것 없이 서로 치고받기만 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문 의장의 호통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의장실 관계자는 “문 의장이 회동 후 ‘정치 인생에서 이렇게 화낸 것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의 격정 토로에도 불구하고 이날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은 또 불발됐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오전 문 의장과의 회동 후 오후 별도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된 것. 문 의장은 여야 협상 결렬 후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전 서한을 보냈다. 그는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 국민의 삶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해 들어 국회(본회의)가 단 하루도 열리지 못했다”며 국회 파행 장기화를 우려했다. 이 총리는 “초등 1, 2학년 영어 교육 부활은 이달 안에, 탄력근로제는 3월 안에 결정돼야 한다. 국회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경제 법안이 많은데 이런 법안 처리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효목 기자}

국회가 시급한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 실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올 들어 본회의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의원 징계를, 한국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를 각각 주장하며 사생결단식 대치 국면만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등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18일에도 국회 정상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오전 9시 반 시작된 협상은 1시간도 채 안 돼 결렬됐다.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관련 특검 요구를 접고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관련 국정조사라는 최소한의 요구만 했는데도 여당이 응하지 않았다.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조건 없이 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며 “다만 5·18 망언 문제는 한국당도 함께 참여해 분명하게 처리를 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표류하는 민생법안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수많은 법안들 중 신속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주요 민생 관련 법안만 10여 개. 대표적인 법안이 주 52시간의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늦어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논의를 하고 있지만 1월 이후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주 52시간제의 처벌유예 기간(계도 기간)은 다음 달 31일이면 끝난다.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 비상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전면에 나설 차례지만 ‘정치 실종’ 상태에 빠진 국회는 대안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 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한국당과 기간 확대 최소화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견해차가 상당하다”며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3월 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그 사이 산업현장의 혼란과 노동계 반발로 인한 생산성 둔화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재개를 위한 공교육정상화법, 유치원 회계 투명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등 교육 법안들도 계속 표류 중이다. 당초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에 대한 이견이 적어 올해 1학기부터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입법이 늦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몰카’ 등 불법영상 유통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일명 ‘양진호법’(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법), 환자 폭행으로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정신건강증진법) 등 여야 이견이 적은 비쟁점 법안들도 국회 공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3월 임시국회 전망도 어두워 여야가 2월 임시국회를 건너뛰고 3월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도 이들 법안의 처리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 2020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여야는 조금씩 총선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여야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당은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한 뒤 전열을 정비해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 등 내부 악재로 고심 중인 민주당도 사법개혁, 5·18 폄훼 논란 등을 매개로 강공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3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 공정거래법, 5·18특별법 등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들이 다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공수처법은 아직 국회 사법개혁 특위 차원에서도 합의되지 않았고, 여권이 밀어붙이기로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시간이 정말 없다. 여야가 서로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역할”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강성휘 기자}

“참으로 두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끝내며 이 같이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정원 개혁 등을 두고 “마치 물을 가르고 간 것처럼 분명 가르고 나갔는데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물이 합쳐져 버리는, 또는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가 버리는 그런 일이 될지 모른다”면서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두렵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오늘 회의를 가진 이유가 잘 드러나 있다”고 했다. 올해 어떻게든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은 검찰의 자체 수사권 제한 등 ‘플랜B’도 제시했다.○ ‘자체 수사권 제한’으로 檢 압박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은 가능하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또 100% 완전한 자치경찰을 곧바로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연방제가 아니기도 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자치경찰이 생기더라도 경찰 총량은 유지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전날 청와대와 여당이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에 대해 “공룡 경찰을 방치하자는 것”이라는 검찰의 반발에 직접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현재 논의되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이유도 별로 없다”며 “영장의 검찰 청구가 헌법에 명시돼 있어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영장 청구 과정에서 사실상 수사 지휘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수사권 조정 입법이 계속 늦춰지면 검찰의 수사권 제한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비리사건과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등을 제외한 일반 사건에 대해선 직접 수사를 최소화하도록 한다는 것.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은 “현행 국정원법상 국내 정보담당관(IO)을 (예전처럼 각 기관에) 파견해도 합법이지만 (국정원은) 하지 않고 있다. 한다면 아마 징계를 내릴 것”이라며 “검찰도 모든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자제하는 것을 강화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문무일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조 수석은 핵심 당사자인 검경 수장의 불참에 대해 “두 조직은 개혁의 주체임과 동시에 개혁의 대상”이라며 “검찰청과 경찰청의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사권 조정에 합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공개된 마무리 발언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함께 민 청장을 언급하며 경찰 개혁 성과에 감사인사를 전했지만 검찰 개혁 노고를 격려할 때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만 언급했을 뿐 문무일 총장은 거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남은 것은 입법뿐” 이날 회의에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도 집중 논의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이 공수처의 대안으로 언급한 특별감찰관과 상설특별검사 제도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라도 거의 같은 효과를 거두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도 했다. 대통령과 측근,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찰관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상설특검을 합치는 우회로를 언급하며 야당에 공수처의 국회 통과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그 방안을 주로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했다. 남아 있는 것은 법률, 즉 국회가 해줘야 할 문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국회 입법 전망은 밝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공수처 설립 법안은 여야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한 상황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5·18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 국회의 합의였다. 국회 일각에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국회의 자기부정이 된다”고 14일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몹시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가 논란 확산 후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는 이어 “(5·18 폄훼 발언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또 한 번 결정적인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4월 대법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당시 발포 명령을 용인한 점을 포함해 내란목적살인죄 등 협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고, 1997년 5·18민주화운동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전남도지사 출신인 이 총리가 5·18 망언에 대해 무척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최대한 냉정한 톤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리는 “요즘 일본의 일부 정치인과 전직 외교관 등이 자국 내 혐한 기류에 영합하려는지 신뢰에 어긋나는 언동을 하곤 한다. 당사자들의 신중한 처신을 요망한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에 대해 일본 정치권이 예민한 반응을 쏟아내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당정청은 경찰의 권한 일부를 지방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자치경찰제를 올해 5개 시도에서 시범 실시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자치경찰제 시행안을 공개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국가경찰의 업무 중 여성, 청소년, 교통 등 실생활과 밀착된 분야의 수사권이 지방으로 이관된다. 특히 시도지사에게 자치경찰본부장,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부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정책을 실현하기로 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지역 상황과 현실에 맞게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치안 활동을 하게 해 분권과 안전의 가치를 조화시키고 균형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 뒤 경찰의 권한이 무리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 권한의 일부를 각 광역시도에 넘기는 자치경찰제 시행을 추진해왔다. 당정청은 현재 제주에서 시범실시 중인 자치경찰제를 올해 서울 세종 등 5개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제주 서울 세종을 제외한 2곳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력은 자치단체의 신규 증원 없이 4만3000명을 국가경찰에서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치경찰제 완전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경찰법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하는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

처음엔 관람객을 안내하는 국회 직원인 줄 알았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졸졸 따라갔다. 그들은 국회의사당이 잘 보이는 국회 앞마당 포토존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으로 가득한 런던과 파리의 국회의사당 풍경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풍경이었다. 익숙한 얼굴의 인솔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A 장관이었다. 국회를 방문한 자신의 지역구 인사들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방문객 한 명 한 명과 손을 맞잡는 모습이 지역구 행사장을 연상케 했다. 며칠 전 국회 앞의 일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시계를 봤다. 오전 11시 40분. 장관의 공식 업무시간인 평일 오전에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국회는 여야 대치로 1월에 이어 2월도 사실상 ‘올 스톱’ 상태. 국회는 상임위원회, 본회의 등 일정이 없는 날이었다. 장관이 국회까지 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 A 장관의 국회 방문은 해당 부처 공무원들도 모르는 눈치였다. 장관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불법은 아니다. 국회법 제29조 1항은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장관) 직 외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역 장관도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장관직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지역구 관련 활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한 장관의 정책보좌관은 “정치인 장관은 주말에도 지역구 가는 게 조심스럽다. 평일 대낮에 국회에서 지역구를 챙긴 건 너무 뻔뻔하다”고 했다. 사실 A 장관의 과도한 지역구 사랑은 이전부터 꽤나 유명했다. 그는 장관직에 오른 뒤에도 의원실 보도자료를 내서 지역 관련 업적을 홍보했다. 지역구 특산품인 한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 위해 “돼지고기는 안 먹는다”는 농담도 종종 했다. 설 연휴에는 지역구 특산물인 사과를 주변에 선물로 돌리기도 했다. A 장관은 부처 출입기자들과 만날 때도 지역구 얘기를 자주 꺼냈다고 한다. 장관이 된 후 첫 기자단 상견례에선 장관으로서 정책 비전을 밝히기보다 “다음 총선에 꼭 당선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지역구를 못 가 아내가 대신 지역행사를 챙긴다”고도 했다. 그를 보좌하는 공무원들조차 자주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물론 정치인 출신 장관은 장점이 적지 않다. 관료, 학자 출신에 비해 부처를 강하게 장악하고, 추진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는 데 능하다. 하지만 국민의 삶보다는 자기 정치에 더 열정을 쏟는 장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염불보다 잿밥이 관심인 장관 밑에서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겠는가. 다가올 개각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 장관들이 국회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청와대에 로비전을 펼친다는 말도 들려온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옥석을 잘 가리길 바랄 뿐이다. 유근형 정치부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을 찾아 지역 최대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신공항 문제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 울산, 대구, 경남, 경북 등 5개 광역자치단체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는 데다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의 의견도 달라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文 “결정 내리느라 사업 늦어져서는 안 돼” 문 대통령은 이날 여섯 번째 지역 경제 투어의 일환으로 부산을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부산 시민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게 뭔지 잘 안다”며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 지역의 오랜 현안이다.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맞붙었지만, 정부는 2016년 6월 현재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동남권 신공항 문제의 총리실 검토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한껏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원론적 입장을 말한 것이지 특정 방향으로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정부가 결정한 일을 일부 지역 여론에 등 떠밀려 재논의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상치 않은 PK 민심에 여권 촉각 문 대통령이 이날 신공항 문제를 언급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PK) 지역의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문 대통령은 줄곧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고 총선에 처음 출마한 곳도 부산 사상이었다. 문 대통령이 PK 지역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면서 여당은 이 지역에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모두 약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역 경제 악화 등을 이유로 PK 민심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50.4%였지만, PK 지역에서는 40.2%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 동문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8월 무렵 동문회 고문직에서 물러난 것도 이런 지역 민심과 무관치 않다. 부산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 때 PK에서 승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 5곳을 포함해 PK에서 8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PK 민심 잡기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18일 경남 창원에서 예산·정책과 관련한 지역 민원을 청취하는 예산정책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PK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역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사상구의 폐(廢)공장에서 열린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부산 대개조의 성공은 대한민국 지역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 대개조는 철도 지하화, 지하고속도로 신설, 스마트시티 건설 등을 통해 부산 지역을 변신시키는 사업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부산=조용휘 / 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우리가 함께 굴린 작은 눈덩이가 평화의 눈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역사적 북-미 회담이 하노이의 2차 (북-미 정상) 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고 평창이 우리에게 준 기적 같은 선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선수들이 지루한 훈련을 반복하고, 오래도록 손발을 맞춰야 후회 없는 결과를 이룰 수 있듯 평화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며 “끊임없이 평화를 이야기하고 우리의 일상과 마음을 평화의 시대에 맞춰야 비로소 평화가 우리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 년 전 오늘, 평창 밤하늘에 1218개의 드론이 떠올라 오륜기를 완성했다”며 “국민 모두 한마음이 돼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5·18은 폭동”이라고 8일 국회 공청회에서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를 한국당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통한 국회의원직 제명과 별도의 고소 고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해명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선 “나치의 만행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국당 5·18망언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공청회 발표자로 나서 북한군 개입설을 편 지만원 씨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정동영 대표는 “이번 기회에 한국당은 학살자의 후예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미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끝없는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앞으로 버스와 택시 운전사는 운행에 나서기 전에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치게 된다. 또 버스나 택시 운전사를 고용한 운수사업자는 음주 측정 결과를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정부는 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로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시행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15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전국의 모든 버스 회사와 법인택시 회사는 운전사가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호흡측정 방식으로 음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개인택시 운전사는 음주 측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측정 결과 음주 상태가 확인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현재 음주운전 단속 기준인 0.03%에 미치지 않더라도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운수업체는 음주 측정 기록을 출력해서 관리해야 한다. 음주 측정기의 용량 문제로 데이터가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는 운수사업자가 ‘(고용한) 운전사의 음주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었고 음주 측정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 그동안 버스 운전사에 대한 음주 측정은 대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조례로 실시해 왔다. 대구는 2015년 4월 시내버스 운전사가 혈중알코올농도 0.048%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뒤 건물 담벼락을 들이받아 승객 등 6명이 다친 사고를 계기로 시 관할 모든 시내버스 회사 운전사에 대해 운행 전 음주 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후 대구에서는 시내버스 음주운전 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유근형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자유한국당 심재철 김석기, 무소속 손혜원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이달 안에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당 소속 박명재 윤리특위위원장과 민주당 권미혁, 한국당 김승희,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 등 여야 윤리특위 간사들은 7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박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른 시일 내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열어서 계류된 안건의 상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이달 내 윤리특위 회의를 별도로 열어 처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에 대해서는 재판 청탁 의혹, 손 의원에 대해서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심 의원은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 및 유출, 김 의원은 용산참사 당시 과잉진압 논란 부인 등의 이유로 각각 징계안이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미국 출장 중 스트립바 방문 의혹을 받는 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에 추가로 제출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합의한 서영교 손혜원 심재철 김석기 등 의원 4명에 대한 징계안은 최대한 빨리 논의하고, 추가된 최교일 의원 건은 추후 안건 상정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 이틀째인 31일에도 전례 없는 ‘재판 불복’ 투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으로 규정한 데 이어 법관 탄핵을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의 집단적 사법부 때리기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대표 지시로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김 지사의 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재판부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혁에 맞서려는 적폐세력의 저항은 당랑거철(螳螂拒轍·자기 분수를 모르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대적하는 무모한 행동거지라는 뜻)일 뿐 반드시 국민의 힘에 의해 제압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에 대한 여당의 이례적인 집단반발은 이번 판결이 문재인 정부 탄생의 정통성을 흔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김 지사의 향후 재판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위기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등법원의 판사들도 절대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라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사법부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던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성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이번 판결만 문제 삼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성 부장판사가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별활동비 개입사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하자 “지극히 예상 가능한 결정”이라고 환영한 바 있다. 성 부장판사가 2017년 1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도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권여당의 행태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밑동부터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하면 판사가 잘못된 사람이고,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하면 훌륭한 판사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판사가 유죄를 인정한 증거가 잘못됐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판사 성향만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이 이 같은 사법부 때리기에 나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틀째 ‘김경수 지키기’에 매달리고 있다. 박주민 최고위원 등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사법농단TF)’는 1심 판결문에 드러난 법리적 모순점을 찾아 알리는 동시에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법관 탄핵 등 사법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 지사를 30분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도정 공백이 생기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며 “이른 시간 안에 판결을 바로잡고 도정에 복귀해 서부경남 고속철도(KTX)와 조선업 부활, 제조업 혁신을 마무리 짓고 성공적으로 경남 경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최고위원은 전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강성휘 기자}

감투 쓰기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피하고 싶은 자리가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가 그렇다. 인기 상임위원회는 간사를 두고 재선 의원들도 경쟁하는데 정개특위 간사는 초선들도 꺼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만 들고 실익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개특위는 대개 구성 단계부터 힘을 잔뜩 뺀다. 우여곡절 끝에 특위가 출범하면 이전에 합의했던 내용을 다시 논의하고 재탕하느라 또 진을 뺀다. 활동 기한 막판에 합의안 비슷한 게 나와도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조정하기가 어렵다. 결국 코앞에 닥친 선거의 선거구만 미세 조정하고 빈손으로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개혁에 앞장섰다’고 홍보하지만 지역구에서 “잘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어렵다. 여기에 특별활동비(특활비)가 대폭 줄어들면서 금전적 혜택조차 사라졌단다. 정개특위 간사를 할 시간에 지역구라도 한 번 더 가는 게 다음 선거에 훨씬 유리하다. 설령 운 좋게 성과를 내더라도 욕먹을 가능성도 높다. 정치개혁을 하려면 누군가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예컨대 여당의 선거제 개편안대로 지역구를 현재 253석에서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면 현역 의원 누군가는 애지중지 다져온 지역구를 내놓을 처지가 된다. 이럴 땐 같은 당 의원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개특위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은 “열심히 하다 실세나 동료 의원들에게 찍히지 말라는 말을 적지 않게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정개특위 주변엔 회의론이 가득하다. 뭘 하려고 해도 “어차피 안 될 텐데” 하는 패배의식 비슷한 게 있다는 얘기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많은 걸 포기하고 두 달간 치열한 토론 끝에 개혁안을 만들자마자 ‘위장 개혁안’이라고 몰더라. 이런 정치풍토에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여야가 지난해 말 의욕적으로 합의했던 선거제 개편은 이번에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1월 안에 선거구제 개혁안을 만들자는 5당 원내대표의 약속은 공수표가 된 지 오래다.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된 2월엔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당인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에게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긴 것도 결국 쇼라는 말도 들려온다. 이번에도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면 기존과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 주인인 국민에게 직접 선거제도를 뜯어고치게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도된 공론화위원회에서 개혁안을 도출하고 국민투표로 최종 승인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들도 사회적 기구를 통해 선거제 개혁에 성공한 적이 있다. ‘게임의 룰’을 업계 1, 2위가 정하는 분야는 거의 없다. 프로스포츠의 세계만 해도 신인 선수를 뽑는 우선 권한(드래프트)을 하위권 팀에 먼저 준다. 경쟁을 유도해 리그 전체의 흥행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국민 신뢰도가 2%에 불과한 국회라면 지금보다 더 과감한 수술 도구와 새로운 룰 세팅이 필요할 듯싶다. 유근형 정치부 기자 noel@donga.com}
“하필이면 이 시점에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세안으로 가라’라는 발언 파문으로 하루 만에 경질된 김현철 전 대통령경제보좌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욕적인 경제 행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을 기초한 핵심 경제참모가 국민의 공분을 살 만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자 청와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김 전 보좌관의 발언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다 급격히 이탈하고 있는 20대와 50, 60대를 겨냥한 만큼 상황을 제대로 추스르지 않으면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세안 발언’ 하루 만에 전격 경질 김 전 보좌관은 29일 오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출근하자마자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며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보좌관의 사의를 받아들이면서 오후 5시경 그를 불러 마지막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발언 취지를 보면 맡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이라며 “우리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큰 기여를 했고 경제보좌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해왔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기초 이론을 제공한 김 전 보좌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을 두고 청와대 일각에선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인사파동이나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참모를 발언 하루 만에 경질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웬만해선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그만큼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 실장의 ‘기강 다잡기’도 이날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노 실장 취임 후 낮술 금지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금지 등 비서실 장악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건도 속전속결로 후폭풍을 최소화하려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김 전 보좌관 면담에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50·60대 민심 이탈 가속화되나 그러나 일각에선 김 전 보좌관 경질에도 이번 ‘아세안 발언’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보좌관 발언이 가뜩이나 이탈 현상이 뚜렷한 20대와 50, 60대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고용·양극화 쇼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강남에 굳이 살 이유가 없다”는 실언보다 타격이 크다는 것. 실제로 김 전 보좌관이 지목한 20대와 50, 60대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1월 4주 차 국정지지율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다. 특히 지난해 1월 응답자의 75%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했던 20대의 지지율은 25일 발표에선 1년 만에 26%포인트 하락한 49%로 떨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현상을 놓고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 창출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말이 나오던 차였는데 이번 발언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신남방정책이 희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아세안 국가 순방과 함께 한국에서 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SNS에선 “네가 가라, 아세안” 등 이번 발언을 비꼬는 패러디가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9일 “1월 말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노동 현안에 대해 (노사정)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2월 국회를 열고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끝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한 만큼 여당도 노동계 동의 없이 노동 현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장 야당을 만나 국회 정상화 해법을 찾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에 대해 “매유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노동계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화 자체를 거부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같은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며 “문은 지금도 열려 있다. 대승적 결단을 다시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사노위는 이미 출범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예정된 일정에 맞춰 나가겠다”며 “사회적 대화와 타협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노총 결정만 기다렸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자유한국당 차기 당 대표직에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출마를 시사하며 당 전당대회가 흥행 조짐을 보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8일 “한국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출범시키면 지지율이 30%대를 회복할 가능성도 있고 본격적인 여야 경쟁 시대가 된다”며 “이제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 공세로 국면을 주도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줄곧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에 기대는 방어 위주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탈당한 손혜원 의원 논란 등 야당의 공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맞불 공세용 재료를 찾고 있다.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포인트 오른 26.7%로 2주 연속 상승세다. 리얼미터가 21∼2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2016년 10월 3주차 지지율인 29.6% 이후 가장 높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선후보급들이 몰린 ‘컨벤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한국당에선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자격을 놓고 공개 설전이 벌어졌다. 최병길 비대위원은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지낸 분이 영입 대상이 되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 “당헌·당규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예외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현호 비대위원 역시 “당헌·당규 적용에 예외가 있다면 특권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가세했다. 반면 이만희 의원은 “국민은 누구든지 문재인 정부를 막아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황 전 총리를 두둔했다.최우열 dnsp@donga.com·유근형 기자}

“최근 단행된 2기 청와대 개편처럼 이번 개각의 키워드도 ‘성과’다.” 청와대 관계자는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 대해 28일 이같이 말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오로지 부처 업무에만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내각 진용을 갖추려 한다는 것. 그 대신 현역 국회의원 출신 장관 등은 당으로 복귀시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1차 후보자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인 출신 줄고 관료 출신 늘 듯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개각의 핵심은 ‘원년 멤버’들의 교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장관이 바뀌지 않은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0곳. 여권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외교부를 제외한 9개 부처가 교체 후보에 올라있다”며 “이 중에서 총선 출마자와 부처 업무 평가 등을 고려해 현재로서는 7곳 안팎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도 주례 회동 등을 통해 교체 대상과 후보군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송영길, 안민석, 홍익표 의원 등이 장관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은 “입각한다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청와대와 총리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변수다. 청와대와 여당은 내년 총선을 문재인 정부 후반기는 물론이고 차기 대선의 흐름까지 결정할 중요한 선거로 보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인 입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대신 관료 출신 발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약속한 ‘여성 장관 비율 30%’도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꼽힌다. 한 청와대 참모는 “집권 20개월을 넘기면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알고 있는 관료들이 늘었다”며 “다음 달 안으로 인선 발표를 마치는 게 1차 목표지만 검증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사 검증 부실 논란과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번 개각 검증에 각별히 공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개각 당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만 나중에 발표한 것처럼 2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기 장관’의 컴백, 향후 與黨은? 이번 개각이 마무리되면 여당은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1기 내각’ 출신으로 당에 복귀할 김부겸 행안부, 김영춘 해수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중진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2017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김부겸 장관은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고, 김영춘 김현미 장관은 원내대표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 “내각 인선이 완료되는 시점이 곧 차기 원내대표 선거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여당 의원은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총선 공천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두 사람 모두 대선 당시에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은 아니었지만 ‘문재인 정부 1기 장관’이라는 타이틀로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을 아우를 수 있어 원내대표 선거 양상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청와대 개편에 이어 내각 인선까지 마무리되면 총선 출마자들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만큼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 세력 간 신경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수도권 곳곳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당 출신 인사들의 경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총선의 첫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효목·한상준 기자}
청와대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현역 의원에 대해 법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감찰할 수가 없다”고 23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손 의원을 민정수석실이 정리할 계획이 없나’는 질문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인 사람들을 감찰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아무리 대통령 배우자의 친구라 할지라도 손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손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숙명여중·고 동기동창이라는 점을 앞세워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이어 김 대변인은 “만일 민정수석실이 (손 의원과 김 여사가) 특수 관계라는 이유로 현역 국회의원을 감찰하거나 뭔가 조사를 했다면, 그것 자체가 대단한 월권이라고 아마 비판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도 청와대가 손 의원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부각시켰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손 의원의 권력형 부정사건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예견된 전형적 사건으로 최순실 사건을 능가하는 질 나쁜 사건”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22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고발도 접수돼 있는데, 잘못이 확인되면 법대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 모두발언에서 “도시재생사업과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고,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일이 없도록 투기를 차단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은 손 의원 투기 의혹 논란이 불거진 후 정부여당에서 나온 최고위급 인사의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이 총리는 이어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국민 앞에서 겸허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했다. 손 의원이 20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22일 오후 목포 대양산업단지를 방문해 수산물수출단지 조성사업 현장을 점검한 뒤 손 의원 논란에 대해 “잘못이 확인되면 법대로 대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손 의원은 민주당 탈당과 함께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아직 떠나지 않았다. 손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서 민주당 내 사·보임 형식이 아닌, 국회의장이 비교섭단체 의원들 간 조율을 거쳐 상임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장이 마음대로 비교섭단체 의원들에게 문체위로 상임위를 바꾸라고 하기도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회의에는 안민석 위원장을 제외하고 민주당 의원이 전원 불참했고, 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간사 박인숙 의원은 “정의를 찾던 민주당 의원들이 적폐를 감싸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포가 고향인 국수(國手) 조훈현 의원은 “내 고향을 투기판으로 변절시킨,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가 이용된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민주당이 상임위 개최를 거부하는 것은 (손 의원이라는) 정권 실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효목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목포시의회가 이미 지난해 11월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된 목포시) 만호동 땅값이 엄청 뛰고 있다. 유명한 정치인까지 와서 구입을 했다는 설도 많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목포시 측은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상당히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투기가 아니라는 손 의원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부터 목포 현지에선 외지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이슈로 제기됐고, 주무 지방자치단체인 목포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 이는 손 의원 주변 인사들이 목포 땅과 건물을 매입하기 시작한 2017년 3월 이후인 같은 해 9월부터 최근까지 목포시의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11월 23일 목포시의회 관광경제위 회의의 경우 김양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현 무소속)은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시험사업에 사업비 500억 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시에서 (해당 지역 부동산) 단가 자체가 많이 올라 매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고 묻자 심인섭 목포시 교육문화사업단장(현 자치행정복지국장)은 “걱정이다. 민간이 훼손해버리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이 매입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현실적으로 매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투기적인 성향을 가진 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송지 민주평화당 의원은 “만호동에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들어와 땅값이 오르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심 단장은 “원주민이 쫓겨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18일 손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부장 오영신)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박효목·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