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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IT(정보기술) 경력이 20년인데… 막상 공직에 들어와 보니 나를 고장 난 컴퓨터 수리하는 사람으로 보더군요.” 지난해 초까지 한 정부 부처의 과장으로 정보화 업무를 담당했던 A 씨.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20년 넘게 활약한 IT 솔루션 전문가다. 그런데 공직에 발을 들였던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A 씨는 2016년 인사혁신처로부터 “정부에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제안 받은 자리는 공직 가운데 민간에 열린 ‘개방형 직위’였다. 민간의 경쟁력을 활용해 공직사회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된 제도다. 인사혁신처 담당자는 당시 그에게 부처의 정보시스템을 총괄하고 정보화 역량을 키우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에서 조직의 전략과 문화를 IT로 구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냈던 터라 그런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민간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에 봉사한다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실제 맡게 된 업무는 그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A 씨의 부서는 그 부처에서 ‘PC 배급하는 부서’나 ‘PC 고장 나면 고쳐 주는 부서’로 인식돼 있었다. 제대로 일을 해보려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좌절의 연속이었다. 한 부서원은 아예 “여기는 새로 뭔가를 하는 부서가 아니다. 편안하게 지내다 가시라”고 귀띔했다. ▼ 장벽 친 공무원들 “뭔가를 하지말고 쉬다 가시라” ▼20년 IT전문가의 좌절민간 전문가를 공직사회 혁신에 활용하겠다는 개방형 직위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공무원 사회가 민간 출신 전문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가한 자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각 부처는 민간 출신 전문가들에게 견고한 벽을 치고 핵심 요직을 내주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나랏일’에 대한 사명감으로 들어온 민간 전문가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직사회를 조기에 떠난다. 2015년 7월 도입된 정부헤드헌팅과 국민추천제를 통해 공무원이 된 민간 인재 중 최초 임용 기간(3년)이 만료된 인물은 26명. 본보 조사 결과 이들 중 절반 이상인 14명이 3년이 되기 전에 공직을 떠났거나 3년 계약을 채운 뒤 재계약을 포기했다.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공무원에게 주는 임금으로는 민간의 일류 인재를 데리고 오기도, 붙잡고 있기도 쉽지 않다. 일부 민간 전문가는 개방형 공직을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경력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사회가 60년 이상 바뀌지 않는 것은 기득권 때문”이라며 “공직은 전리품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로, 시대 변화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흐름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 기자}
10월 인구 자연증가율이 0%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출산 고령화 경향이 심화하면서 인구 감소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26일 내놓은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5648명으로 1년 전보다 826명(3.1%) 줄었다. 이는 1981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같은 달 기준 최저 수준이다. 월별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43개월 연속 최저치(전년 동기 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연간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10월 기준 5.9명으로 같은 달 기준 조출생률이 5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반면 10월 사망자 수는 지난해 10월보다 510명(2.0%) 많은 2만5520명이었다. 이는 월별 사망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10월 사망자 수는 2015년 10월부터 5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 인구는 128명, 자연증가율은 0%였다. 인구 자연증가율 0%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낮다. 자연증가율이 2017년 12월(―0.4%)과 2018년 12월(―0.9%) 마이너스를 나타낸 적이 있지만 12월에는 한파 영향으로 사망자가 늘고 출산을 다음 해 초로 미루는 경향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인구 자연증가율이 0%로 떨어짐에 따라 인구 감소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데드크로스’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출생이 줄고 사망이 늘어남에 따라 인구가 조만간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내년 1월 1일부터 닭, 오리, 계란도 사육, 도축, 포장, 판매 등의 단계별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학교 급식소와 대규모 식당은 축산물의 이력번호를 메뉴판 등에 공개해야 한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축산물이력제 확대 시행 방안을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축산물이력제는 가축과 축산물의 이력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로 2008년 처음 국내산 쇠고기에 도입한 뒤 수입 쇠고기, 국내산 돼지, 수입 돼지로 적용대상을 확대해 왔다. 닭, 오리 농장 경영자는 매달 말 사육 현황을 관계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농장 등록을 하지 않은 경영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농장식별번호를 신청해야 한다. 도축단계에서는 이력번호를 표시하고, 도축 처리 결과와 거래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최대 500만 원 부과된다. 소비자가 닭, 오리, 계란의 포장지에 표시된 12자리의 이력번호를 축산물이력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입력하면 생산자, 도축업자, 포장판매자, 축산물등급에 대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축산물이력제 확대 시행으로 축산물에서 위생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이동경로를 추적해 회수 및 유통 차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일반 미용업소에서 눈썹과 아이라인에 문신하는 반영구 화장시술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법적근거가 내년 하반기(7~12월)에 마련된다. 편의점에서 파는 안전상비약 품목에 위장약과 화상연고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중소사업자의 혁신을 저해하고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규제를 완화하려는 취지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하반기 중 공중위생관리법이나 문신사법을 고쳐 의료인만 시술이 가능한 반영구 화장 등 뷰티 관련 문신시술을 비의료인도 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미용업소에서 눈썹 문신 등이 사실상 일반화한 데다 뷰티 산업이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관련 산업을 양성화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향후 문신시술 자격증을 따면 비의료인도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안전상비약 개수를 현행 13개에서 2021년 하반기까지 15개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2017년 3월에도 이 같은 방안을 추진했지만 대한약사회 등의 반발로 진척하지 못했다. 현재는 해열제, 감기약, 소화약, 파스 등이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돼 있다. 추가 허용 검토 품목은 제산제(위장약)와 화상연고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1∼6월) 중 국유림에도 수목장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화장한 유골을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은 자연친화적 장례방법으로 꼽힌다. 묘지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사회조사 결과 장례 방법 선호도 중 1위(46.4%)가 수목장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법인에 한해 국유림에서도 수목장을 조성해 운영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자동차 정비업자가 차량 정비를 위해 번호판을 뗄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현행 규제도 개선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등록번호판은 원칙적으로 뗄 수 없게 돼 있다. 정비업자가 작업장에서 번호판을 떼야 하는 경우에도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런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정비사업장에서는 자동차번호판 탈·부탁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제결혼을 중개하는 업체는 내년 하반기부터 방송광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결혼 중개업체에는 광고를 허용하는 것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아울러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물류터미널의 택배 상하차 업무에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할 수 있도록 내년 하반기에 관련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양파 마늘 등 가격 변동이 큰 채소의 경우 생산자단체에 법적 권한과 예산을 줘 스스로 수급 조절을 하게 해 가격 파동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채소 가격이 폭락한다고) 정부가 수매하는 게 효율적인가”라며 “가락시장만 쳐다보는 유통구조를 바꿔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바이러스를 가진 멧돼지가 박멸되지 않는 한 종식 선언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올해 6, 7월 마늘과 양파 공급과잉으로 산지 도매가격이 폭락했다.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채소 파동을 막을 대책은…. “조직화가 미흡한 양파 마늘 관련 의무자조금단체를 만들어 수급 조절 주체로 만들려 한다. 예를 들어 의무자조금단체와 정부가 반반씩 돈을 대 재정을 확보한 뒤 생산자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수급을 조절하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작황을 예상할 수 있는 정밀한 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유통 경로도 다양화하겠다.” 의무자조금단체가 있는 감귤과 파프리카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출하량 급증에도 생산과 유통을 조절해 가격 폭락을 막은 전례가 있다. 농식품부는 양파, 마늘 의무자조금단체가 생기면 이런 자율적 수급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 한 대형 유통회사가 ‘못난이 감자’를 산지에서 직접 매입해 판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통구조 혁명이 중요해 보인다. “올해 양파, 마늘이 도매시장에 일시에 집중 출하돼 가격이 더 급락한 측면이 있다. 농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생산자 모두가 서울 가락시장만 쳐다본다. 하지만 가락시장은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산지공판 기능을 높이고, 산지에서 유통 및 소비가 이뤄지는 ‘로컬푸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내년 680개소로 늘리겠다.” ―내년에 도입하는 공익형 직불제의 취지는…. “쌀에 집중돼 온 직불금을 밭작물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기존에는 직불금이 쌀에 집중되다 보니 소비량이 크게 줄어도 쌀 생산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 구조적 과잉이 발생한 것이다. 또 대농(大農)에 지원이 편중되기도 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밭작물을 짓도록 유도하는 구조여서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부 단가 기준 등은 내년 4월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완료하겠다.” ―농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면서도 농가를 보호 대상으로 보는 모순된 시각이 우리 사회에 있다. “농업을 최소한으로 보호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변화를 향한 움직임이 느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지니 자원을 다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결정에 농민들이 반발하는데…. “우리의 경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는 차기 WTO 협상이 이뤄질 경우 쌀 등 민감 품목은 특별히 보호하고,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하면 즉각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저소득층 농산물 구매 지원 등 농민단체에서 요구한 내용의 대부분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식 선언도 가능한가.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다. 바이러스 매개체인 멧돼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ASF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기 어렵다. ASF가 진정됐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종식이라고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방역체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1961년 대구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농업경제학 석사 △1986년 행정고시 30회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농식품부 차관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내 최초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경북 상주시에서 착공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농업에 청년인력 양성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시키는 8대 혁신성장 과제 중 하나로 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상주시 사벌면 엄암리에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해 8월 스마트팜 혁신밸리 1차 사업지로 상주와 전북 김제시가 선정된 뒤 1년 4개월 만에 첫 삽을 뜬 것이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경북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부지 면적이 축구장 60개 정도 크기인 42만7405m²이며 사업비는 총 1325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스마트팜 교육과 경영 실습을 위한 온실, 교육 수료생에게 경영 기회를 주는 임대형 스마트팜 등이 조성된다. 아울러 산지유통센터, 농작물 빅데이터센터, 청년임대 주택 및 문화거리가 혁신밸리 안에 모두 조성된다. 청년 유입→성장→정착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멘토링 프로그램과 스마트업 펀드 조성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경북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로봇, 병해충, 수출 플랜트 실증특화단지로 지정돼 시설 원예 분야에서의 로봇시장 개척과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박상호 농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은 “혁신밸리 공모 과정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등 농업의 스마트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젊은 농업인들이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해 주택을 10채 넘게 보유한 집주인은 3만7487명으로 201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로 나타났다. 22일 통계청 ‘2018년 주택소유통계 세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채 이상 집 소유자는 2017년(3만6731명)보다 756명(2.1%) 늘었다. 주택 11채 이상 보유자는 2012∼2014년 2만 명대였지만 2016년까지 해마다 늘어난 뒤 2017년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집을 한 채 이상 보유한 유주택자는 총 1401만290명으로 전년보다 2.5% 늘었으며 이 가운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219만2000명으로 3.4% 증가했다. 한편 주택을 51채 이상 소유한 사람은 1882명으로 2017년(1988명)보다 감소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는 19일 내놓은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의 첫 번째 과제로 ‘경제상황 돌파’를 내걸었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이 다소 완화됐지만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국내 건설투자 급감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투자 100조 원 △주력 산업 경쟁력 확보 △유턴기업 유치 등 민간 투자 활성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기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핵심 규제를 건드리지 못해 투자-소비-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률 제고라는 목표가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0조 원 투자대책 ‘공염불’ 우려 정부 내년 경제정책의 목표를 ‘경기 반등 및 성장 잠재력 제고’로 잡았다. 성장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는 한국 경제가 궤도를 이탈해 있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간판급 정책이 민간, 민자, 공공 3대 분야에서 100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울산석유화학공장(7조 원), 인천복합쇼핑몰(1조3000억 원) 등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애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주고 사업 운영 측면에서 지원해 자금이 원활하게 집행되게 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사업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15조 원 규모의 민자사업 가운데 5조2000억 원 규모를 내년에 집행하고 10조 원 규모의 신규 민자사업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노후 하수처리장 현대화, 항만 재개발 등이 관련 사업이다. 공공기관 투자는 2019년 대비 5조 원 많은 60조 원으로 늘린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국내로 되돌아오게 하는 ‘유턴기업 22개 유치’ 사업과 중소·중견기업에 시설 투자를 촉진하는 4조5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등도 투자를 늘리려는 정책이다. 다만 이런 민간 투자 유도 규모 중 상당수가 어디서 어떻게 추진되는 것인지 불확실한 상태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 투자액 25조 원 중 15조 원, 민자투자액 15조 원 중 10조 원 등 총 25조 원의 투자처가 모호하다. 정부가 지원 대상으로 꼽은 10조 원대의 민간 투자 프로젝트의 경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질지 역시 미지수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 방향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총 13조8000억 원의 투자 유도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중 현재 착공에 들어간 건 2조8000억 원(20.2%)에 불과하다. 유턴기업 유치는 어떤 기업을 어떻게 복귀시켜 어떻게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 노동·입지·환경규제 손도 못 댔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는 기업들이 요구해온 노동, 입지, 환경 관련 규제완화책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 9월 화학물질 규제 완화, 규제비용 총량제 법제화, 법인세 및 상속세 완화, 대기업집단 규제 폐지 등을 정책과제로 제안했지만 검토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 기업의 애로를 풀어주면서 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동유연성 확보, 파격적인 규제혁파, 감세 등 민간이 요구해온 시장 활력을 위한 개혁과제는 시늉만 냈고, 향후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등 경제정책 당국이 핵심 규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 권력의 무게중심이 이미 국회로 넘어간 데다 정부의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능력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부처가 추진하는 노동혁신 방안은 고용안정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공공기관 혁신은 재정지원에 치중하는 등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정부의 내년 성장 전망치 2.4%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해외 투자은행(IB) 등의 전망치보다 0.1∼0.6%포인트 높다. 정부는 미중이 1차 무역합의를 이룬 점을 반영했다지만 객관적 수치로 입증하기 힘든 이슈로 성장 목표를 무리하게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투자 인센티브를 내놨지만 경직적인 근로조건 등 기업 활력을 억누르는 정부의 힘이 더 큰 상황에서 실제 기업 투자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부작용이 있는 정책을 수정해 투자 의욕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제조업 분야 구조조정 지원 및 노동, 시설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시공이 시작된 뒤 하도급 계약서를 발급하고 하도급 대금도 부당하게 깎은 현대중공업그룹에 과징금 208억 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같은 위반 행위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옛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은 2014∼2018년 207개 하도급 업체에 4만8529건의 선박, 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맡기면서 하도급 계약서를 작업이 시작된 뒤 짧게는 하루, 길게는 416일 지나 발급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2015년 12월 선박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사외 하도급 업체들에 2016년 상반기(1∼6월)에 일률적으로 단가를 10% 인하해줄 것을 압박했고, 실제로 51억 원의 하도급 대금을 깎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의 특수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5명 중 1명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년보다 47% 급증한 것이지만 남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대상자의 1.2%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18일 내놓은 ‘2018년 일·가정 양립지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9만9199명으로 2017년(9만122명)보다 10.1% 늘었다. 이 중 남성 휴직자는 1만7662명으로 전년(1만2042명)보다 46.7%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13.4%) 처음 10%를 넘어선 뒤 지난해 17.8%에 이르렀다.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는 8만1537명으로 전년(7만8080명)보다 4.4% 늘었다. 과거보다는 육아휴직 사용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만 0∼8세 자녀를 둔 육아휴직 사용 가능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7%에 그쳤다. 20명 중 1명만 육아휴직을 쓴 셈이다. 여성의 사용률은 11.9%, 남성은 1.2%에 그친 수치다. 이마저도 육아휴직자는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대형 사업장에 몰려 있다. 전체 육아휴직자의 65%는 정부기관을 포함한 직원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였다. 육아휴직자 중 근로자 수가 4명 이하인 사업장에 다니는 비율은 1.2%에 불과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출 규제가 서울 강남 등에 새로 진입하려는 수요를 차단하는 대책이라면 종합부동산세 강화는 기존 고가 1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 압박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9·13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한 지 1년 3개월 만에 다시 종부세 추가 인상 카드를 내놓았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하거나 부동산 과열지역에 집을 2채 이상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을 늘려 집을 팔게 하겠다는 취지다.○ 세율, 세금 상한, 현실화율 등 모두 올려 종부세 개편안의 뼈대는 고가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로 올리고,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율을 기존 0.6∼3.2%에서 0.8∼4%로 크게 높이는 것이다. 지난해 9·13대책 당시 정부는 과세표준 3억 원 이하(시가 약 17억6000만 원) 주택 종부세는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 구간의 종부세율을 0.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공시가격 10억 원 안팎의 집을 1채 보유한 실수요자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번 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종부세율 인상 폭을 보유 주택 수와 주택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둔 점이다. 이에 따라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했거나 조정대상지역에 2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종부세율이 최대 0.8%포인트 오른다.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늘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고, 청약 경쟁률이 과열된 곳이다. 이날 함께 나온 공시가격 현실화 대책으로 공시가격이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높아지고, 기존에 예정돼 있는 연차별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이 겹치면 종부세 인상 효과는 매우 커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2채 가진 사람의 보유세 상한선을 전년 대비 200%에서 300%로 높인 것도 매물 유도라는 점에서 취지가 같다. 이 같은 세 부담 상한은 3주택자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실제로 보유세 결정세액이 전년의 2배 이상 오른 납세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100% 이상 오른 개별 주택이 나오는 등 향후 나타날 수 있는 가격 급등 사례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강남 소형 2주택자 종부세 1037만 원 증가 반면 고령자의 종부세 부담은 다소 완화된다. 60세 이상인 1가구 1주택 고령자에게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이 연령대별로 10%포인트씩 높아진다. 이에 따라 60∼65세는 20%, 65∼70세는 30%, 70세 이상은 40%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본보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집주인들이 내년에 내야 할 종부세는 집값과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7m²·10월 실거래가 29억 원)와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m²·11월 실거래가 22억5750만 원) 등 두 채를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은 내년 종부세가 올해보다 864만 원 늘어난다. 재산세 증가분(80만6400원)까지 합치면 총 보유세가 1037만 원 많아진다. 1주택자라도 주택 가격이 높으면 세 부담이 다소 늘어난다. 서초동 전용 84.97m²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2019년분 종부세로 282만 원을 내지만 2020년분은 432만 원으로 현재보다 150만 원 늘어난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새샘 / 세종=최혜령 기자}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정책 평가에서 최종 평가 리스트에 오른 40개 정책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인정받은 정책들이다. 각 부처의 정책들 가운데 여러 단계를 거쳐 추린 ‘대표 정책’인 만큼 최종 점수가 낮다고 꼭 나쁜 정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책 평가는 경제 외교안보 사회복지 교육문화 등 4개 분야를 대상으로 했다. 동아일보 부처 담당 기자들이 정책 리스트를 취합한 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교수들이 중요도를 따져 보완했다. 이를 토대로 일반 국민 600명과 전문가 80명을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를 하고 연구진의 검토를 거쳐 분야별로 10개씩, 총 40개 정책을 최종 평가 대상으로 정했다. 이 40개에 대해 일반인 2000명, 분야별 전문가 200명 등 2200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했다. 이어 연구진이 9개 평가지표로 정성평가를 해 5점 만점 기준의 최종 점수를 매겼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연말정산을 준비할 수 있는 국세청의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는 올해의 경우 10월 30일 문을 열었다. ‘연말정산 미리보기’는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돌려받거나 더 내야 할 세금 규모를 미리 알려준다. 실제 연말정산 시점은 내년 1월 15일이지만 미리보기를 통해 연말까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중 어떤 것을 더 써야 절세에 유리한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리보기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이용할 수 있다. 미리보기에서는 올해 1∼9월 신용·체크카드 사용액 및 현금영수증 결제액 정보가 자동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10∼12월 사용예상액을 입력하면 소득공제 예상액이 뜬다. 이 예상액을 토대로 개정된 세법에 따른 연말정산 예상세액이 계산돼 나온다. 예상세액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부양가족 수 등 공제항목은 전년도 것이 입력돼 있으니 바뀐 사항을 수정입력하면 된다. 미리보기는 연말정산 예상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절세 팁도 알려준다. 우선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올해 7월 1일 이후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금액의 3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생산직 근로자의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월급 기준은 190만 원 이하에서 210만 원 이하로 확대됐다. 돌봄서비스, 미용 관련 서비스, 숙박시설 서비스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마찬가지 혜택을 받는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산후조리원 비용도 의료비 세액공제에 포함시켰다.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산후조리원에 지출하는 비용 중 출산 1회당 200만 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무주택 가구주나 1주택 보유 가구주인 근로자는 금융기관에 상환하는 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소득공제 받는다. 이때 적용하는 주택 가격 기준이 기준시가 4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완화됐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m²)보다 큰 주택을 임차했더라도 해당 주택이 기준시가 3억 원 이하라면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임대차 계약증서의 주소지와 주민등록표 등본의 주소지가 같아야 한다. 기부금의 30%를 산출세액에서 빼주는 고액기부금 기준은 2000만 원 초과에서 1000만 원 초과로 확대됐다. 공제한도를 초과해 해당 연도에 공제받지 못한 기부금을 이월 공제하는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세법상 ‘청년’을 판단하는 기준 연령은 29세 이하에서 34세 이하로 늘었다. 이에 따라 취업 당시에 만 30세여서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을 받지 못했던 직장인도 2019년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대학에 수시합격한 자녀의 등록금을 미리 냈을 경우 자녀가 대학생이 된 연도에 교육비 세액을 공제받아야 한다. 고등학생 자녀의 공제한도는 300만 원이지만 대학생 자녀는 900만 원이기 때문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1. 직장인 안모 씨(33)는 5년째 연말정산을 하고 있지만 환급액수를 해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혼자 살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양가족이 없다. 씀씀이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해마다 1400만∼1600만 원 수준을 오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세청 홈택스에서 연말정산 환급액을 확인해 보니 2016년에는 10만 원을 세금으로 뱉어냈는데 2017년에는 70만 원을 돌려받았다. 지난해에는 20만 원을 돌려받았다. 곧 있을 연말정산에서는 얼마를 받을지 혹은 더 내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는데 금액이 들쭉날쭉해 ‘13월의 수수께끼’ 같다. #2. 사무직 근로자 양모 씨(32)에게 원천징수세율 세 구간(80%, 100%, 120%)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직장인은 정부가 월급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간이세액표의 세율을 세 가지 중 하나 고를 수 있다. 80%의 세율을 선택하면 당장 매달 받는 세후 월급은 늘어나지만 연말정산 때 뱉어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진다. 반면 120%를 선택하면 세후 월급은 줄어들지만 연말정산에서는 환급액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이를 ‘맞춤형 원천징수 제도’라고 부른다. 물론 세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하든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소득세는 동일하다. 이런 설명을 들은 양 씨는 “결국 조삼모사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거죠”라며 의아해했다.○ 맞춤형 원천징수 제도는 왜 나왔을까 연말정산을 두고 흔히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제도’라고들 한다. 시간이 갈수록 연말정산의 구조와 방법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권별로, 시기별로 연말정산을 결정하는 세법에 각종 정치 논리와 즉흥적 보완 대책이 덕지덕지 붙어 왔기 때문이다. 세법이 누더기가 되면 연말정산은 난수표가 된다. 직장인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맞춤형 원천징수 제도의 경우 2015년 1월 연말정산 파동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정부는 세법을 고쳐 자녀 양육, 다자녀 공제 등 인적공제와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특별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정부는 연봉 55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부담이 줄어들고, 5500만∼7000만 원까지는 세금이 3만∼4만 원 정도 늘어나는 정도라고 했다. 적용은 2014년 귀속분(2015년 1월 연말정산)부터 하기로 했다. 2015년 1월 연말정산에 나섰던 직장인들은 바뀐 제도에 따른 공제 금액을 눈으로 처음 확인했다. 환급액이 줄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산발적 불만은 곧 여론의 분노로 바뀌었다. 특히 추후 집계를 해보니 세금이 줄어든다는 55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15%(약 205만 명)가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2015년 1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9%로 곤두박질쳤다. 연말정산 논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들끓는 민심에 놀란 정부는 그해 4월 ‘연말정산 보완 대책’을 내놨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혜택을 높이고, 자녀 세액공제 금액도 올리는 내용이 뼈대다. 중산층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인다는 애초의 취지는 사라져 버렸다. 맞춤형 원천징수 제도도 이때 만들어졌다. 개인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 세액을 달리하게 해서 연말정산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내는 세금에는 변화가 없고 세정(稅政)만 복잡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지적이 현재까지도 유효한 것이다. ○ 연말정산이 도대체 뭐지?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이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13월의 보너스를 먼저 떠올린다. ‘맡겨둔 돈’ 돌려받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동시에 난수표라는 단어도 언급한다. 해마다 1월이면 돈을 돌려받을 것 같긴 한데, 공제 항목이 워낙 복잡한 탓에 자세히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연말정산은 1975년 처음 시작됐다. 정부는 한국의 근로소득세 체계에서는 세금을 미리 많이 거뒀다가 나중에 돌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말정산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직장인은 매달 근로소득의 일정액을 소득세로 내는데, 단순히 일정 세율을 근로소득에 곱해 바로 납부세액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금액을 과세 대상에서 공제한다. 공제 대상 중에는 교육비, 의료비 등 사전에 알 수 없는 항목이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간이세액표에 따라 일정 세금을 먼저 거둔 뒤 지출에 따른 공제를 해서 연말정산 때 돌려주는 것이다. 연말정산은 세원 확대와 세금 징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측면도 있다. 세금 공제 혜택을 주게 되면 세정 당국이 굳이 조사를 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각자 소비 명세를 자발적으로 신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지에 있던 자영업자나 지하경제의 세원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김대중 정부 때 신용카드 공제 혜택을 주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공제 항목이 복잡해지는 이유 연말정산은 복지의 개념도 담고 있다. 자녀가 많거나 노부모를 부양하거나 혹은 병원비를 많이 내게 된 상황이라면, 과세 당국이 가계의 세금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복지정책이 빈약하기 때문에 연말정산에 각종 공제를 두는 방식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말정산 제도를 정책 수단으로 적극 이용한다. 일례로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주에게 조건 없는 추가 공제 혜택을 처음 제공했을 때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2002년이다. 2007년부터는 다자녀 추가 공제가 신설되며 세금 감면을 저출산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폭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혜 대상 연령을 종전 15∼29세에서 15∼34세로 확대하는 식이다. 월세액 세액공제 역시 다주택자 세원 양성화라는 정부 목표와 월세가 부담된다는 납세자 요구가 맞물리면서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반면 고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말정산 공제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기조를 옮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한번 만든 공제 혜택은 없애기 어려워 연말정산 공제는 소득세 감면과 관련 깊기 때문에 한번 만들고 나면 다시 없애거나 축소하기 힘들다. 공제 항목이 너무 늘어나면 세원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세원을 축소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특히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은 소득세 감면에만 열심일 뿐 정책적 목표를 달성한 공제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는 나서지 못한다. 그 대신 이런저런 구실로 늘리려는 방법만 찾는다. 납세자 역시 공제 혜택이 축소되는 걸 원치 않는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8.3%)의 절반 수준인 건 이 같은 이유가 한몫했다. 현 정부도 공제 항목 개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실행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 감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극 정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직장인들 사이에선 “사실상 증세”라는 말이 나왔다. ‘제로페이’에 공제 혜택을 몰아주기 위해 신용카드 혜택을 폐지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기재부는 홍 부총리 발언 일주일 만에 “경제 여건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 여당에서는 “2022년까지 공제 혜택 연장”으로 못 박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지만 이미 전 근로자 1800만 명에게 적용하는 세제 혜택이 된 이상 이를 건드린다는 건 조세저항 촉발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번 만들어진 공제 혜택을 없애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2019년에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노동시장, 공공부문 개혁 등을 담아 구조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내부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6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혁신성장 전략 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차관은 “우리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경제규모, 거시경제의 안정성 등은 최상위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규제 등의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초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ICT 경쟁력과 거시경제 안정성은 세계 1위, 인프라는 6위지만 노동시장 경쟁력은 51위, 제도는 26위다. 노동시장 경쟁력은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했다.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만 놓고 보면 27위다. 노동 이동성, 정리해고 비용 등이 포함된 평가의 핵심 기준인 ‘노동 유연성’은 OECD 평균(63.4점)보다 낮은 54.1점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노동시장 개혁을 필두로 5대 분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김 차관은 “신산업창출 등 산업혁신 강화, 임금·근로시간·근무형태 등 노동시장 혁신, 공공부문 혁신, 인구·기술 등 구조변화 대응, 규제혁신 및 사회적 자본 축적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수단은 직무급제 도입이다. 직무급제는 연공서열형인 호봉제와 대비되는 것으로 직무 난이도나 책임 수준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발로 진전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노동시장, 공공부문 개혁 등을 담아 구조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내부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6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혁신성장 전략 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차관은 “우리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경제규모, 거시경제의 안정성 등은 최상위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규제 등의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초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ICT 경쟁력과 거시경제 안정성은 세계 1위, 인프라는 6위지만 노동시장 경쟁력은 51위, 제도는 26위다. 노동시장 경쟁력은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했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만 놓고 보면 27위다. 노동 이동성, 정리해고 비용 등이 포함된 평가의 핵심 기준인 ‘노동 유연성’에서는 OECD 평균(63.4점)보다 낮은 54.1점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노동시장 개혁을 필두로 5대 분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김 차관은 “신산업창출 등 산업혁신 강화, 임금·근로시간·근무형태 등 노동시장 혁신, 공공부문 혁신, 인구·기술 등 구조변화 대응, 규제혁신 및 사회적 자본 축적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수단은 직무급제 도입이다. 직무급제는 연공서열형인 호봉제와 대비되는 것으로 직무 난이도나 책임 수준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발로 진전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한편 김 차관은 “데이터 3법, 근로기준법, 서비스산업발전법, 외국인투자촉진법, 소재부품특별법 등 법안들이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라며 “각 부처는 입법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1. 직장인 안모 씨(33)는 5년째 연말정산을 하고 있지만 환급액수를 해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혼자 살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양가족이 없다. 씀씀이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해마다 1400만~1600만 원 수준을 오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세청 홈텍스에서 연말정산 환급액을 확인해보니 2016년에는 10만 원을 세금으로 토해냈는데 2017년에는 70만 원을 돌려받았다. 지난해에는 20만 원을 돌려받았다. 곧 있을 연말정산에서는 얼마를 받을지 혹은 더 내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는데 금액이 들쭉날쭉해 ‘13월의 수수께끼’ 같다. #2. 사무직 근로자 양모 씨(32)에게 원천징수세율 세 구간(80%, 100%, 120%)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직장인은 정부가 월급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간이세액표의 세율을 세 가지 중 하나 고를 수 있다. 80%의 세율을 선택하면 당장 매달 받는 세후 월급은 늘어나지만 연말정산 때 토해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진다. 반면 120%를 선택하면 세후 월급은 줄어들지만 연말정산에서는 환급액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이를 ‘맞춤형 원천징수 제도’라고 부른다. 물론 세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하든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소득세는 동일하다. 이런 설명을 들은 양 씨는 “결국 조삼모사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거죠”라며 의아해 했다. ● 맞춤형 원천징수제도는 왜 나왔을까 연말정산을 두고 흔히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제도’라고들 한다. 시간이 갈수록 연말정산의 구조와 방법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권별로, 시기별로 연말정산을 결정하는 세법에 각종 정치논리와 즉흥적 보완대책이 덕지덕지 붙어 왔기 때문이다. 세법이 누더기가 되면 연말정산은 난수표가 된다. 직장인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맞춤형 원천징수 제도의 경우 2015년 1월 연말정산 파동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정부는 세법을 고쳐 자녀 양육, 다자녀 공제 등 인적공제와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특별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정부는 연봉 55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부담이 줄어들고, 5500만~7000만 원까지는 세금이 3만~4만 원 정도 늘어나는 정도라고 했다. 적용은 2014년 귀속분(2015년 1월 연말정산)부터 하기로 했다. 2015년 1월 연말정산에 나섰던 직장인들은 바뀐 제도에 따른 공제금액을 눈으로 처음 확인했다. 환급액이 줄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산발적 불만은 곧 여론의 분노로 바뀌었다. 특히 추후 집계를 해보니 세금이 줄어든다는 55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15%(약 205만 명)가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2015년 1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9%로 곤두박질쳤다. 연말정산 논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들끓는 민심에 놀란 정부는 그해 4월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내놨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혜택을 높이고, 자녀세액공제 금액도 올리는 내용이 뼈대다. 중산층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인다는 애초의 취지는 사라져 버렸다. 맞춤형 원천징수제도도 이때 만들어졌다. 개인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 세액을 달리하게 해서 연말정산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내는 세금에는 변화가 없고 세정(稅政)만 복잡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지적이 현재까지도 유효한 것이다. ● 연말정산이 도대체 뭐지?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이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13월의 보너스를 먼저 떠올린다. ‘맡겨둔 돈’ 돌려받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동시에 난수표라는 단어도 언급한다. 해마다 1월이면 돈을 돌려받을 것 같긴 한데, 공제항목이 워낙 복잡한 탓에 자세히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연말정산은 1975년 처음 시작됐다. 정부는 한국의 근로소득세 체계에서는 세금을 미리 많이 거뒀다가 나중에 돌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말정산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직장인은 매달 근로소득의 일정액을 소득세로 내는데, 단순히 일정세율을 근로소득에 곱해 바로 납부세액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일정금액을 과세대상에서 공제한다. 공제 대상 중에는 교육비, 의료비 등 사전에 알 수 없는 항목이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간이세액표에 따라 일정 세금을 먼저 거둔 뒤 지출에 따른 공제를 해서 연말정산 때 돌려주는 것이다. 연말정산은 세원 확대와 세금 징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측면도 있다. 세금 공제혜택을 주게 되면 세정당국이 굳이 조사를 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각자 소비내역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지에 있던 자영업자나 지하경제의 세원의 노출되기 마련이다. 김대중 정부 때 신용카드 공제혜택을 주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공제항목이 복잡해지는 이유 연말정산은 복지의 개념도 담고 있다. 자녀가 많거나, 노부모를 부양하거나, 혹은 병원비를 많이 내게 된 상황이라면, 과세당국이 가계의 세금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복지정책이 빈약하기 때문에 연말정산에 각종 공제를 두는 방식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말정산 제도를 정책 수단으로 적극 이용한다. 일례로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주에게 조건 없는 추가 공제 혜택을 처음 제공했을 때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2002년이다. 2007년부터는 다자녀추가공제가 신설되며 세금감면을 저출산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 정부는 청년일자리 문제,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중소기업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폭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혜 대상 연령을 종전 15¤29세에서 15¤34세로 확대하는 식이다. 월세액 세액공제 역시 다주택자 세원 양성화라는 정부 목표와 월세가 부담된다는 납세자 요구가 맞물리면서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반면 고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말정산 공제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기조를 옮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 한번 만든 공제혜택은 없애기 어려워 연말정산 공제는 소득세 감면과 관련 깊기 때문에 한번 만들고 나면 다시 없애거나 축소하기 힘들다. 공제항목이 너무 늘어나면 세원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세원을 축소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특히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은 소득세 감면에만 열심일 뿐 정책적 목표를 달성한 공제제도를 폐지하는 것에는 나서지 못한다. 대신 이런 저런 구실로 늘리려는 방법만 찾는다. 납세자 역시 공제혜택이 축소되는 걸 원치 않는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3%)의 절반 수준인 건 이 같은 이유가 한 몫 했다. 현 정부도 공제항목 개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실행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 감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극 정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직장인들 사이에선 “사실상 증세”라는 말이 나왔다. ‘제로페이’에 공제혜택을 몰아주기 위해 신용카드 혜택을 폐지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기재부는 홍 부총리 발언 일주일 만에 “경제여건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 여당에서는 “2022년까지 공제혜택 연장”으로 못 박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지만 이미 전 근로자 1800만 명에게 적용하는 세제혜택이 된 이상 이를 건드린다는 건 조세저항 촉발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번 만들어진 공제혜택을 없애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2019년에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기업에 다니는 오모 씨(45)의 일과 중 상당 부분은 난수표 같은 후배들의 태도와 심리를 해독하는 일이다. 회식 자리에서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눠 보면 분명 열정이 넘치고 꿈이 큰 세대 같은데, 그 열정이 희한하게도 일에 사용되지 않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 성에 안 차는 업무 결과물을 보고받을 때면 그는 감정이 드러날까 봐 입을 앙다문 채 최대한 너그러운 표정으로 “고생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업무 과정의 어디가 잘못된 건지 자책하며 화를 삭인다. “일을 시키면 ‘네’ 하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는데, 다들 자기주장이 강해서 그런지 이 일이 왜 필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해줘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밀어붙이는 게 맞는 일인가 싶고요. 위에 보고하려면 결국 제가 더 뛰고 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40대 “20, 30대는 버릇없고 50대는 보수적” 대부분의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인 40대는 임원인 50대와 실무부서의 보병 격인 20, 30대 사이의 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위에서 떨어지는 지시를 아래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수행해 ‘원팀’으로서 성과를 내던 시대에 일을 배워 온 40대는 개인의 자율성이 우선시된 사회의 관리자 업무를 해내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본보가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간 기업과 공무원, 국회 등 정치권의 40대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은 20, 30대는 물론이고 그들의 상사인 50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의 40대가 보기에 후배들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생각과 열정으로 일하는 세대다. 하지만 조직에서 함께 부대끼며 생활할 때는 아쉬운 부분도 많다. 한 40대 기업 관계자는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무한 집중하는데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희생하지 않는 세대”로 20, 30대를 평가했다. “밝지만 버릇없고 배려심 없다”는 날 선 비판을 한 이들도 있었다. 50대 선배들에 대한 불만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의사결정을 내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보수적이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 조직의 발전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불만은 40대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한 40대 국회 보좌관은 “50대는 40대에게 20, 30대를 이해하라고 하면서 낀 세대인 우리는 자기들과 같은 세대인 것처럼 대한다”며 “50대가 조직에서 느끼는 무한한 책임감을 40대에게 똑같이 바라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 2030 “40대는 진화한 꼰대” 조직 융화에 어려움을 겪는 40대를 바라보는 선후배들의 시각은 어떨까.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들은 40대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조직을 위해 노력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50대 선배들은 40대가 ‘X세대’ 특유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버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 임원 A 씨의 말이다. “40대는 정작 일이 주어져야 행동에 나서면서도 자기들이 일을 제일 많이 한다고 말해요. 알아서 일을 찾아 해야 할 시기에 여전히 위만 바라보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도 50대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해 일을 성사시키면 또 전부 자기 능력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보 설문 결과 스스로를 ‘꼰대’로 여기는 40대의 비중은 전체의 12.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 30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후배들과 부단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 의사 결정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 ‘진화한 꼰대’의 형태가 40대라는 것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11년 차 직장인 박모 씨(37)는 “업무 지시를 내릴 때 이게 왜 필요한 일인지 설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텐데 ‘위’에서 떨어진 일이라는 점만 강조한다”며 “중간 관리자로서 필터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기준 없이 업무를 깔때기처럼 받아서 밀어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30대 직장인은 “우리가 보기엔 이미 기득권인데 자신들이 가장 힘들고 애쓰는 세대라고 말할 때마다 허탈한 감이 있다”며 “나도 후배들한테 저렇게 보이겠구나 싶어 말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 기자}
소위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공포되면 1년 6개월 후부터는 현행 방식으로는 타다가 운행할 수 없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5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교통소위)를 열어 올해 10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타다가 운행 근거로 삼고 있는 차량 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 예외 규정을 엄격히 하고, 플랫폼 운송사업자를 제도화한 것이다. 현행 여객법 시행령 18조에는 렌터카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예외조항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임차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타다는 이 조항을 활용해 11인승 이상의 승합차인 카니발을 승객에게 단시간 대여해 주면서 기사도 알선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시행령에 있던 예외조항을 상위법인 여객법으로 끌어올리고, ‘관광 목적으로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에서 영업 중인 타다의 운행 방식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그 대신 플랫폼 운송사업자 규정을 신설해 사회적 기여금 형태의 플랫폼 면허 비용을 내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운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날 국회의 ‘타다 금지법’ 논의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4일 국회와 국토부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의견서에서 “특정 형태의 운수사업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타다의 영업 방식을 금지한 여객법 34조 조항을 문제 삼았다. 또 플랫폼 운송 사업의 요건인 자동차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소유만을 뜻하는지, 리스 또는 렌터카를 통한 확보도 가능한 것인지 등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업무 기간을 한정해 허가해주는 조항도 신규 서비스 진입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는 “공정위 의견 중에 플랫폼 사업자의 업무 기간을 제한하지 말라는 지적을 수용해 실제 개정안에서 이 규정은 빠졌다”며 “자동차 확보는 반드시 매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추후 시행령에서 택시, 플랫폼 업계와 논의를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검찰 기소를 당한 타다 측은 이날 타다 금지법의 소위 통과에 사면초가로 내몰린 분위기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회원 수 150만 명을 둔 타다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입법파산’의 1호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타다 측은 “국민 편익과 경쟁 활성화를 위해 공정위를 비롯해 다양한 의견이 제안됐음에도 ‘타다금지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국민의 편익과 국가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관점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토부가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플랫폼 업계의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에서 1년으로 더 연기됐다. 여기에 시행 후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을 추가로 부여해 실질적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보장키로 했다. 여객법 개정안은 6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빠르면 이달 말에 공포가 가능해 2021년 7월경부터는 현행 방식의 타다는 불법이 된다.유원모 onemore@donga.com / 세종=김준일 / 김재형 기자}

‘소송기간 2년 9개월, 17번의 변론기일, 양측 변호사 49명, 국내외 전문가 13명, 소송기록 7만4810쪽.’ 과징금 규모가 1조311억 원에 이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세기의 재판’이 남긴 기록이다. 이번 소송은 국내에서 기업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규모로 역대 최대인 데다 휴대전화 제조 강국인 한국에서 벌어진 세계 최대 통신 특허 기업과 경쟁당국 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퀄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공정위는 퀄컴이 표준필수특허권을 무기로 제조사들에 횡포를 부린 점을 문제 삼았다. 표준필수특허는 휴대전화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이동통신 기술로 다른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표준필수특허권자는 국제표준기구에서 ‘프랜드(FRAND)’라는 확약을 한다. 이는 표준필수특허권자가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 제공을 보장한다’는 약속이다. 이런 확약을 하고도 퀄컴은 휴대전화에 쓰이는 모뎀칩셋 제조사가 특허사용권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퀄컴이 이른바 ‘특허권 갑질’을 하는 동안 2008년 이후 전 세계 11개 칩셋 제조사 중 9곳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재판부는 퀄컴이 LG전자, 삼성전자, 소니, 화웨이 등 휴대전화 제조사에 칩셋을 팔 때 특허 라이선스를 함께 사라고 한 점도 위법이라고 봤다. 제조사가 사려는 칩셋에 이미 특허권이 포함돼 있는데 별도로 라이선스를 사게 한 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사에 제품 판매대금의 일부를 ‘실시료’로 받은 것도 위법하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퀄컴의 상품시장은 모뎀칩셋 시장이지 휴대전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 일부 혜택 가능성 이번 재판 결과는 한국 시장뿐 아니라 퀄컴의 글로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퀄컴이 재판에 총력 대응한 이유다. 퀄컴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필수특허(SEP)를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의 제재는 퀄컴의 핵심 사업 기반을 건드린 셈이다. 퀄컴 측이 대형 법무법인(로펌)인 세종, 화우, 율촌 소속 변호사 22명을 투입한 것도 이런 민감성 때문이다. 반면 LG전자, 화웨이, 인텔 등 퀄컴의 특허권 갑질에 속앓이를 했던 글로벌 회사들은 공정위 편에서 보조적 역할을 하며 재판에 참여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퀄컴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특허 사용료는 연간 약 40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체 퀄컴 특허사용료 매출의 16%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에서 퀄컴 패소가 확정되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다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휴대전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퀄컴의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특허도 촘촘하게 갖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