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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가!” 북한 노동자가 일한다는 카타르 도하 근처 산업단지 인더스트리얼 에어리어의 한 조립식 건물 제작공장. 경비원이 영어로 고함치며 공장 안으로 들어서려는 기자를 막았다. 다른 공장보다 통제 수위가 훨씬 높았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이종설 카타르한인상공인협의회장은 “북한인들이 공장 내부 숙소에서 밀주를 만들어 파는데 뇌물을 받은 경비가 외부인 접근을 차단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공장에서 숙식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 밀주를 만들어 팔다가 현지 경찰에 적발돼 강제 추방됐다. 하지만 일명 ‘싸대기’(sadiki·아랍어로 ‘나의 친구’)로 불리는 북한 밀주는 허가증이 없으면 술을 살 수 없는 카타르의 은밀한 음주 수요와 외화벌이에 혈안이 된 북한의 욕망이 맞물려 암세포처럼 번지고 있다. 술이 금지된 이슬람 국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불법 밀주 제조 현장에 내몰리는 건 돈줄이 말라가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2014년 한 해에만 밀주 판매로 1200만 달러(약 143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합법적인 건설노동자 임금으로 벌어들인 수입 800만 달러의 1.5배에 해당하는 돈이다. 카타르가 5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노동자들은 밀주 제조에 사활을 걸게 됐다. 충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밀주 제조로 내몰리는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괴로운 처지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카타르 주재 노동자들이 밀주를 만들다 적발됐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밀주 제조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3월에는 밀주 제조 실태를 감시한다며 국가안전보위부 검열단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검열단은 뇌물을 받고 밀주 제조를 눈감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밀주 없이는 충성자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카타르 주재 북한 건설회사들은 한때 잠시 줄였던 밀주 제조를 올해 9월부터 대폭 늘리고 있다.○ 2층 단독주택 통째 빌려 24시간 밀주 생산 북한 건설사들은 회사마다 카타르 외곽에 2층짜리 단독주택 여러 채를 통째로 빌려 24시간 내내 밀주제조 공장으로 가동하고 있다. 5개 건설사 산하 35개 사업소에도 주방 등에 제조시설을 몰래 만들어 놓고 밀주를 생산해 낸다. 제조 과정에서의 악취를 숨기기 위해 공장은 사방이 한적한 곳을 고른다. 단독주택을 빌려 24시간 가동하는 밀주공장에서는 한 곳당 매일 1080L가량의 밀주를 생산한다. 1.5L짜리 페트병 12개를 한 박스로 묶어서 파니 매일 60박스씩 만드는 셈이다. 35개 사업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밀주 시설에서는 한 곳당 대략 매일 324L, 즉 18박스씩 만들어낸다. 밀주 가격은 알코올 농도가 높은 것은 한 박스에 400리얄(약 14만 원), 물이 많이 섞인 건 200리얄(약 7만 원) 정도로 카타르의 초고가 물가를 고려하면 싼 편이다. 북한 밀주는 물과 설탕, 효모균 가루를 이용해 만든다. 기자가 북한 밀주를 구해 직접 마셔 보니 싸구려 백주(白酒) 같은 맛이 났다. 소주잔으로 한 잔을 마셔도 머리가 아찔할 만큼 도수가 높았다. 조악한 시설에서 만들다 보니 물에 알코올 성분이 깊게 배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북한 밀주는 북한 노동자와 인도 스리랑카 등 비(非)이슬람 국가에서 온 150만 외국인 노동자가 주 수요층이다. 독주를 선호하는 일부 북한 노동자는 밀주 대신 약국에서 의료용 알코올을 사서 물에 타 마시기도 한다. 카타르 도하 인근 건설현장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 A 씨는 “‘사탕가루 술’은 (도수가) 약해서 잘 안 마신다”며 “약국에서 L당 60리얄(약 2만 원)에 파는 의료용 알코올을 사다가 물을 1 대 1 비율로 타서 마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 “걸리면 추방되지만 막노동보다 낫다” 북한 노동자들은 밀주를 만들다 적발되면 바로 강제 추방된다. 추방당한 동료의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노동자들은 북한 건설사 간부들에게 뇌물로 3000∼4000달러를 바치기로 약속하면서까지 밀주 제조책을 지원한다. 밀주 수익 대부분을 간부들이 챙긴다지만 월 150∼200달러에 그치는 공사장 일보단 수입이 많다고 한다. 밀주가 돈이 되다 보니 중동 주재 북한 외교관들까지 나서 면책특권을 악용해 밀주를 판매한다. 쿠웨이트에 주재하는 한 북한 외교관은 올해 외교차량을 검문검색하지 않는 점을 노려 차량에 가짜 양주를 한 박스 싣고 육로를 통해 카타르로 들어와 팔았다. 지난해 북한으로 돌아간 1건설(수도건설) 사장은 노동자 임금 착취와 밀주 수입으로 100만 달러를 챙겼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창 때는 건설사 1곳당 밀주 제조용 단독주택 공장 5∼10곳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카타르 당국의 단속이 강화됐다. 북한의 불법 밀주사업이 합법적인 노동 임금을 뛰어넘는 김정은 체제의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밀주 산업을 뿌리 뽑아야 실질적인 대북제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설 회장은 “북한의 노동자 송출 자체를 중단시키지 않는 한 김정은 정권을 배불리는 밀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인더스트리얼 에어리어=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어둠이 깔렸지만 그는 여전히 작업복 차림이었다. 헐렁한 주황색 작업복 위에 형광조끼까지 걸쳐 입었는데도 160cm가 안 되는 키와 깡마른 몸매는 가려지지 않았다. 북한 건설노동자 A 씨가 일하는 곳은 카타르 도하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 최근 찾아간 이곳은 근처 다른 공사 현장과 달리 거대한 조명을 켠 채 야간작업이 한창이었다.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이 2개 조로 나뉘어 24시간 일하는 곳이다. A 씨는 올해 카타르에 왔는데 북한 건설사가 주는 식사가 너무 열악해 처음 보름 동안은 아예 못 먹었다고 털어놨다. “일이 워낙 힘든 데다 안 먹으면 죽으니까 지금은 주는 대로 먹습니다. 새벽에 나와 하루 14시간 일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면 북에 두고 온 부모님과 처자식 이름만 되뇝니다.” A 씨가 주 6일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50∼200달러. 그는 2019년까지 임기 3년을 채우고 돌아갈 날만을 그리며 버틴다고 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김정은 체제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14시간 주 6, 7일 일하고도 정당한 월급은커녕 최소한의 인권도 누리지 못하는 현대판 노예이다. 동아일보는 12월 집권 5주년을 맞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돈줄이 말라가자 통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동과 유럽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착취하는 실태를 추적했다. 노동자들은 중노동을 하고도 제대로 먹지 못해 쓰레기통까지 뒤지지만 북한 건설사는 현지 발주 회사 몰래 노동자들을 다른 건설 현장에 보내 휴일에도 일을 시키고 있었다. 또 인력 송출로 인한 외화벌이마저 어려워지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한국인과의 접촉이 일절 금지돼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 중엔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거나 ‘북조선’ ‘남조선’ 대신 ‘북한’과 ‘한국’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해외로 파견된 이들은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세상 물정을 빠르게 접하고 있는 듯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이었다.도하=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12세기에 지어진 요르단 유명 관광지에 무장괴한 일당이 침입해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캐나다 여성 관광객 등 10명이 숨지고 22∼27명이 다쳤다. 요르단 당국은 반(反)정부 성향의 토착 부족민이나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배후를 추적 중이라고 요르단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첫 총격은 18일 오전 카라크 시 북동부 30km 지점에 있는 사막 마을 까트라나에서 시작됐다. 마을 주택에서 울린 화재 경보를 확인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갑자기 복수의 무장괴한이 뛰쳐나와 총격을 가했다. 이들 괴한은 총격 직후 차를 타고 12세기 건축물인 십자군 요새가 있는 카라크 시 방향으로 내달렸다. 요새를 향해 차를 몰고 가던 중에도 순찰 경관과 경찰서를 향해 총기를 난사해 사상자를 냈다. 괴한 일당은 요새 안으로 침입해 탑 하나를 차지하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유명 관광지인 이 요새에는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괴한들과 경찰이 5시간여 동안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캐나다 여성 관광객 1명과 요르단 시민 2명, 경찰 7명 등 총 10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요새 저층부에 고립됐던 관광객 10여 명은 사태가 진압된 후 구출됐다. 총격전 끝에 괴한 4명이 사살됐지만 범행을 저지른 이들의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최초 총격전이 벌어진 까트라나는 정부에 저항해온 다양한 부족이 중무장한 채 사는 곳인 데다 밀수 등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요르단이 미국 주도 IS 폭격에 가담하는 몇 안 되는 중동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IS의 테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런 데서 정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가 집단 거주하는 사일리야 지역 캠프 일대에 들어서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리는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악취가 진동해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맨땅에 대충 세운 컨테이너 가건물이라 최고 기온 50도에 육박하는 사막의 열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 지역이어서 건물 앞 곳곳에는 자체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 숙소는 북한 건설사에서 임차료를 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 달러(약 7080만 원)가 넘는 카타르의 초고가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주로 황무지에 지어진 가건물을 빌린다. 허름한 숙소는 4인실에 2층 침대 4개를 놓고 8명이 쓴다. 컨테이너 가건물 외부에는 허름한 티셔츠와 작업복 등이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북한 건설노동자를 꾸준히 접해 온 이종설 카타르한인상공인협의회장은 “북한인 캠프 안에는 하수도가 없어 매일 오물을 직접 퍼내야 한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공사장에서 일하고 동트기 전 숙소를 나서는 일상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하는 북한 노동자도 있다. 이들은 공사 현장이나 숙소에서 몰래 도망치는데, 딱히 갈 곳이 없는 처지인 데다 북한 건설사의 집중 수색에 대개는 일주일 안에 다시 잡혀 온다. 북한 당국은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건이 알려진 8월부터 모든 노동자가 휴일에 외출할 때 2, 3명이 짝지어 다니게 하고 행선지를 외출 장부에 적도록 한다. 북한 건설사가 노동자들에게 뿌린 행방불명자 수배문을 보니 얼굴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키, 입국일, 북한 집 주소, 행방불명 날짜, 작업 현장, 옷차림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 사내는 공사 현장에서 탈출했다가 4일 만에 붙잡혀 북한에 강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사일리야=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북한 노동자들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새벽에 패스트푸드점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카타르의 북한 건설노동자 실태에 정통한 현지 교민은 이들의 열악한 생활 실태를 이렇게 전했다. 매끼 식사가 너무 부실하다 보니 새벽 시간에 몰래 시내 패스트푸드점 쓰레기통을 뒤져 먹다 남은 닭뼈 등을 가져가 죽처럼 끓여 먹는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해외 노동자 월급에서 매달 50∼60달러를 식비 명목으로 떼어 간다. 하지만 식단은 맨밥에 김치 몇 조각이 전부라고 했다. 한 북한 노동자는 최근 도하의 대형 쇼핑몰 제과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에 버린 빵을 몰래 주워 가다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현지 경찰에게 걸려 추방되기도 했다.○ 900달러 벌지만 손에 쥐는 건 150달러뿐 카타르 사막의 뙤약볕 아래에서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에 동원되는 북한 노동자는 2600여 명. 북한 노동자 파견 규모로는 중동에서 쿠웨이트(3800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북한이 한창 카타르에 노동자를 많이 보내던 2014년에는 30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매년 800만 달러(약 95억 원)를 벌어들여 북한에는 주요 돈줄 역할을 한다. 최근 어느 토요일 저녁에 찾아간 도하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밤중에도 조명 아래 북한 노동자들이 한창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는 고정 일당을 받는 게 아니라 성과에 따라 차등 급여를 받기 때문에 속도에 사활을 건다. 북한 회사 입장에선 노동자가 계약한 공사를 최대한 빨리 마쳐야 다른 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맺어 통치자금을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 일부 공사 현장에서는 2교대로 팀을 짜 24시간 동안 작업하기도 한다. 공사 현장 입구엔 경비가 지키고 있어 북한 노동자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7월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쏟아내자 북한 당국이 주쿠웨이트 북한대사관을 통해 중동 지역 현장에 일괄적으로 보냈다는 공문 내용을 전해 들은 터라 두렵기도 했다. 공문 내용은 이랬다. “공사 현장에 남조선 사람이 접근해 촬영을 시도하면 단숨에 제압해서 카메라를 부수고, 끝까지 반항하면 폭력을 써서 내쫓아도 좋으니 적극적인 차단 방책을 강구하라.” 공사 현장을 서성인 지 1시간가량 지났을까. 주황색 작업복에 형광조끼를 걸친 북한 남성이 공사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잠시 쉬려는 듯했다. 그에게 접근해 한국인이라고 밝히자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두운 공사장 뒤편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어렵게 만난 북한 노동자 A 씨는 매주 6일간 오전 6시 30분∼7시 현장에 도착해 오후 9시까지 하루 14시간 일한다고 했다. 숙소인 사일리야 캠프는 도하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외곽에 있어 출근 시간을 맞추려면 오전 5시에는 눈을 떠야 한다. 매주 금요일은 휴무지만 쉬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가 하루 14시간 동안 뙤약볕 아래에서 몸을 혹사해 손에 쥐는 돈은 월 150∼200달러다. 카타르 건설사와의 계약서에는 월급이 900달러가량으로 적혀 있지만, 이 중 700∼750달러는 북한 건설사가 세금 식비 보험료 등 각종 명목으로 떼어 간다. 군인들로 구성된 남강건설 소속 노동자는 3년간 일절 월급을 못 받고 북한으로 돌아갈 때 일시금으로 3000달러를 받는다. 월평균 83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다.○ “‘최악’ 북한보단 ‘차악’ 카타르”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는 북한 대외건설지도부 산하 건설사 5곳에 소속돼 있다. 형식적으로는 북한 민간 건설사가 카타르 현지 건설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인력을 파견하는 구조지만 사실상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한다. 관리를 맡은 건설사 사장과 당 간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은 중간에서 노동자 월급을 갈취하고 뇌물 액수에 따라 보직을 정해 준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언제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은 신세가 된 북한 건설사는 하루빨리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자들을 밤낮없이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5∼8월에는 낮에 계약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몰래 다른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98명이 적발돼 계약 위반으로 추방됐다. 카타르는 유엔 대북제재 움직임에 발맞춰 올해 5월부터 북한 신규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미국은 8월 카타르 등에 북한 인력 고용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인지 카타르에서 만난 복수의 북한 노동자들은 미국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물어보면 머뭇거리며 대답하던 이들은 유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취나 미국 대선에 대해선 거꾸로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도하 공사 현장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 B 씨도 “오바마 소식 좀 아는 게 있느냐”며 “오바마가 ‘까따르’에서 북조선 사람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과 수년간 교류해온 현지 교민은 “북한으로 돌아가면 최악(最惡)의 처지에 놓일 거란 걸 잘 알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나마 차악(次惡)인 카타르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도하=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팔순 생일을 맞아 다양한 국적의 노숙인 8명을 초청해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2013년 중남미 출신 최초로 교황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교황은 17일 오전 7시 15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인근에 기거하는 노숙인들을 바티칸호텔로 초청해 아침을 먹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초대된 노숙인 8명의 국적은 이탈리아 4명, 루마니아 2명, 몰도바와 페루 각 1명이었고 남자 6명, 여자 2명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교황이 노숙인을 위해 설치한 샤워 시설 인근에서 섭외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식 케이크와 고기, 빵과 초콜릿 잼 등을 나눠 먹으며 노숙인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노숙인들은 감사 표시로 해바라기 꽃다발 세 묶음을 전했고, 교황은 이를 자신의 처소인 바티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 예배당에 꽂아 뒀다. 교황은 바티칸 파올리나예배당에서 주최한 특별미사에서 팔순을 맞이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며칠간 노년이라는 게 못나 보일까 봐 두렵다는 생각을 했다. 노년은 지혜에 목마른 시기라는데 내 노년도 그랬으면 좋겠다. 평화롭고, 신앙심 깊고, 유익하며 기쁜 노년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 교황의 팔순을 맞아 교황청이 7개 언어로 개설한 축하 메시지용 e메일 계정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전을 비롯해 7만 통이 넘는 축전이 쏟아졌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창업은 인구와 자원이 변변찮은 이스라엘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최근 텔아비브대 창업지원센터 스타타우(starTAU)를 찾은 기자에게 이곳의 교육 담당 엘리야 엘론 디렉터(24·사진)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800만 명에 불과하고 사방이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둘러싸여 지리적으로 고립된 상태라 글로벌 창업을 통해 국가 융성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다. 엘론 디렉터는 이민자에게 타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면 창업가에게는 ‘이스라엘 드림’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드림의 요체는 ‘후츠파 정신’이다. 히브리어로 뻔뻔함, 당돌함 등을 뜻하는 후츠파는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과 주장을 당당히 개진해 관철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한다. ‘이스라엘인은 고집이 세서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후츠파 정신이 좁은 국토에서 숱한 유명 기업을 탄생시킨 이스라엘만의 저력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이스라엘에선 매년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생기지만 이 중 매출 1억 달러를 넘는 회사로 성장할 확률은 5% 미만이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는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노(No)를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만약 네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면 정문이 잠겼어도 창문을 넘어서 안에 들어가라’처럼 도전정신을 고양하는 격언을 듣고 자라거든요.” 엘론 디렉터는 “어떤 창업가도 인구 80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 시장만을 대상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지는 않는다”라며 스타타우에서도 글로벌 시각을 심어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높은 이스라엘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삼성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가 250여 곳 자리 잡고 있어 세계시장에 진출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 “이스라엘에는 스타트업 창업 실패의 상처를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젊은이들이 취업보다는 창업을 꿈꾸는 원동력이지요.” 텔아비브=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전쟁은 끝난 듯했지만 평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5년째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전쟁터가 된 시리아 알레포는 동부지역을 장악한 채 저항해온 반군이 전격 철수하기로 하면서 한때 총성이 멈췄다. 경제수도로 불릴 만큼 융성했던 알레포는 정부군과 러시아에 포위당한 채 1년 넘게 집중 폭격을 맞아 앙상한 폐허로 변했고 주민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여기다 알레포 동부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휴전 합의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포격전이 재개되면서 깨졌다. 13일 밤 휴전 합의로 14일 오전 5시부터 시작하기로 한 반군 및 시민 수만 명의 알레포 철수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군에 포위된 채 고립된 반군과 시민들을 퇴각시키기 위해 시리아 정부가 보낸 버스들은 포격이 시작되자 차고로 되돌아갔다. 반군과 정부군은 상대편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삐걱대는 알레포 탈출 작전 당초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반군 측 터키는 13일 밤부터 알레포 전투를 멈추고 최후의 항전을 펼치던 반군에게 퇴각로를 열어주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이날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군과 러시아가 지난달 15일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 동부지역으로 진격하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알레포 탈환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군의 철수가 지연되는 사이 교전이 시작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반군이 알레포 북서쪽에 있는 정부군 진영을 공격하면서 휴전 합의를 깼다고 비난했다. 반군 측은 이란에 책임을 돌렸다. 시리아 반군의 법률 자문인 오사마 아부 자이드는 이란의 시아파 민병대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반군 지역에 포격을 재개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로써 러시아가 이란에 합의 준수를 이행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은 정부군 측이 반군을 도운 주민들에게 ‘피의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며 민간인 피해를 우려했다. 반군과 함께 최후의 저항을 택했던 시민 10만여 명은 점령군의 보복이 두려워 국외로 도망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반군 점령 지역을 탈출해 정부군 지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알레포 동부 4곳에서 민간인 82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으며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과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이란 등 친정부 세력에 학살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이란을 향해 “(알레포 학살이)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일갈했다.○ 러시아의 힘이 만든 승리 알레포 전투를 포함한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중동 일대에 불어닥친 민주화 혁명 ‘아랍의 봄’ 열풍을 정부군이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3월부터 시민들이 40년 넘게 이어온 바샤르 알 아사드 부자(父子)의 독재정권을 타도하자는 시위를 벌이자 정부군은 총으로 강경 진압해 숱한 사망자가 나왔다. 이에 반발한 일부 군경이 시위대에 가담해 반군이 형성됐다. 도시를 장악하고 빼앗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국적인 내전으로 격화됐다. 경제수도 알레포도 2012년 여름부터 내전에 휩싸였다. 반군이 알레포 동부를 장악하고 정부군과 격전을 벌여 2만 명 넘게 숨지고 수십만 명이 전쟁을 피해 도시를 떠났다. 기세를 탄 반군이 시리아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아사드 정권은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들처럼 몰락하는 듯했다. 고사 위기의 아사드 정권을 기사회생시킨 건 러시아였다. 러시아가 지난해 9월 아사드 정권을 도와 본격적인 공습에 나서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미국은 ‘개입은 하되 미국의 모든 역량은 온전히 보존한다’는 외교 전략인 ‘오바마 독트린’에 따라 공중 폭격이나 지상군 투입 대신에 군사 물자를 지원하는 수준의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 반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미 행정부 내부에선 시리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다자주의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군은 알레포 전투 승리로 내전 발발 이래 최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알레포 전투가 재개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러시아는 합의 중재자이자 보증자인 터키와 긴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반군 조직은 알레포를 떠나 서쪽의 반군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이 결렬된 만큼 향후 행보는 불투명해졌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시리아인 31만2000명이 숨졌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김수연 기자}

이스라엘에서 네 자녀를 키우는 노암 모르긴스틴 씨(43)는 2년 전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회사에서 나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린 네 남매와 전업 주부인 아내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창업의 꿈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공대 졸업 후 태양광 산업 마케팅, 제약회사 연구직 등 다양한 회사 경험에서 착안한 사업 아이템으로 꼭 성공할 거라는 자신도 있었다. 또 하나 믿는 구석이 있었다. 텔아비브대 산하 창업지원센터 스타타우(StarTAU)다.○ 회사원에서 창업가 된 네 아이 아빠 모르긴스틴 씨는 2014년 스타타우에서 월급쟁이 생활과는 전혀 다른 창업의 세계를 배웠다. 시작을 뜻하는 ‘스타트(Start)’와 ‘텔아비브대(TAU)’의 합성어인 스타타우는 2009년 창업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두 학생 엘레나 도네츠와 오렌 시마니안 공동대표가 만든 학내 비영리 기관이다. 운영비의 90%를 외부에서 조달할 만큼 재정 자립도가 높고 12만 명에 이르는 텔아비브대 졸업생을 근간으로 한 비즈니스 네트워킹이 강점이다. 스타타우는 이론보다는 ‘창업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창업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회사 설립에 필요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도 소개해 준다. 창업가와 멘토, 벤처투자사와 개인투자자, 각종 행정 지원 등을 한데 묶어 주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앙 교차로’인 것이다. 비영리 단체라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는 하지 않는다. 모르긴스틴 씨는 온라인 기반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인터넷 장애가 발생할 때 즉각적인 대처와 재발 방지 등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회사를 차리고 싶었다. 온라인 회사의 자체 기술팀은 새벽 시간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데다 사건 보고 등 서류 작업이 복잡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고 관련 지식을 공유하지 못해 회사 정보기술(IT) 담당자가 바뀌면 같은 사고가 반복됐던 경험도 창업 아이디어의 착점이 됐다. 스타타우에서 창업 교육을 받은 그는 온라인 장애가 발생하면 관련 정보가 자동 입력되고 원인과 해결책을 분석해 주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1년 동안 개발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온라인 회사를 잠재 고객으로 삼고 6개월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가서 고객의 수요를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10월 ‘엑시전스’라는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서비스 긴급 복구 지원 회사를 차렸다. “창업하려면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듣고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을 짚어 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스타타우에서 배웠습니다. 직원이 6명인데 온라인 회사여서 사무실이 필요 없어요. 고객과 회의할 필요가 생기면 스타타우로 와서 하지요.”○ 내년부터 스타트업 크게 키우는 교육도 시작 스타타우는 2009년 설립 이후 4800여 명의 창업가가 거쳐 갔다. 60개국 350명이 투자자로 등록돼 있고 커뮤니티 회원이 2만 명을 넘는다. 대표 교육 프로그램 ‘비(BEE·벌)’에는 매년 텔아비브대 학생 300여 명이 지원하는데 35명을 엄선해 창업 아이디어를 스타트업으로 만드는 과정을 가르친다. 창업 전문 멘토 8명이 1년 내내 이들을 집중 조련하고 스타트업 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초청해 경험을 전수받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100일 동안 팀 단위로 창업을 집중 교육하는 ‘엘리트 론치’도 있다. 2∼4명이 한 팀이 돼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배우는데, 리더 마케터 기술자 등으로 각자 역할 분담이 확실한 팀만 참여할 수 있다. 개발자만 3명으로 구성된 팀이라든가 1인 창업가는 교육받을 수 없다. 스타타우의 교육 담당 엘리야 엘론 디렉터(24)는 “기술 개발, 마케팅, 재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팀이 제대로 된 기업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을 마친 예비 창업가들은 투자자에게 사업을 설명할 수 있는 발표 기회를 갖는다. 스타타우와 연계된 벤처투자회사나 개인투자자는 이들의 발표를 듣고 보완해야 할 점을 두루 지적해 준다. 최근 이 프로그램 출신이 설립한 스포츠 경기 주요 순간 재생 기술 기업 ‘프리디’가 인텔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 밖에 중국이나 아랍 등 특정 시장을 겨냥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여성 예비 창업가를 위한 코스도 있다. 스타타우는 내년부터 이미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차린 창업가에 대한 교육을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창업 교육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방안과 투자처 유치에 주력했다면 이젠 이미 세운 회사를 크게 키우는 역량을 강화해 창업을 통한 경제 융성이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엘론 교육 담당 디렉터는 “주로 기술 개발자인 창업가에게 제대로 된 경영 방식을 가르치면 스타트업 창업 성공률을 현재의 5%에서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텔아비브=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스라엘 텔아비브대1956년 이스라엘 건국 초기 정부 주도로 법률경제학교, 자연과학연구소, 유대학연구소 등을 통합해 설립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연구 중심 대학으로 9개 학부 106개 학과에 학생은 3만 명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선두 주자 우버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 주노의 탈몬 마르코 최고경영자(43), 투자자문사 토포앤코코리아(TCK)의 오하드 토포 회장(37)이 동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켈리앤 콘웨이 정권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이 12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줄곧 수도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 오지 않았다.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면 사실상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는 것이 돼 중동정책의 대격변이 예상된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이날 보수논객 휴 휴잇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트럼프는 당선 이후 내게 사적으로 이런 얘기를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결정에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의 유대인들이 아주 고마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언론에선 미국이 예루살렘 총영사관 인근 외교관 호텔을 차기 대사관 부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긴다는 말은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오랫동안 견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을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란히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원칙으로 이-팔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추구해 왔다.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무단으로 정착촌을 확대하면 미국은 ‘의도적인 평화 방해 공작’이라고 비판하며 이-팔 분쟁에서 균형의 추를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길 경우 아랍 국가와 팔레스타인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 서예루살렘을 차지했고 1967년 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하지만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미국은 ‘예루살렘은 1948년 영국령에서 벗어난 이후 그 어떤 주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 왔고 광범위한 국제사회 협상을 통해 최종 지위가 결정돼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측은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떤 행정부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며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면) 이-팔 분쟁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니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의 복잡성과 예민성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거 빌 클린턴(민주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공화당)이 후보 시절 유대계 표를 위해 예루살렘으로의 대사관 이전을 공약했지만 취임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실현하지 못했던 선례를 볼 때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팔 간 평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유대인인 데다 딸 이방카도 유대교로 개종할 만큼 가족이 친(親)이스라엘적인 정서를 공유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이번 기회에 강하게 밀어붙이려 하고 있어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 주도 연합군이 알레포 동부에서 전멸 위기에 놓인 시리아 반군에 ‘명예로운 퇴각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제안대로 반군이 알레포에서 안전하게 물러난다면 5년째 참화를 겪어온 알레포 내전은 종식된다. 알레포에 주둔하는 반군 지도자 3명은 미군 주도 연합군으로부터 ‘안전한 퇴로를 보장해주기로 러시아와 합의했으니 이에 응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퇴각 시 유엔 감시 아래 반군의 가벼운 무장을 허락하고, 정부군과 러시아가 48시간 동안 반군이 원하는 장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안전한 퇴각로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반군은 아직 제안에 답하지 않았지만 일부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반군 주축인 무장단체 파테 알샴(옛 누스라 전선)은 인근 도시 이들리브로 가고, 나머지는 각자 흩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반군은 2012년부터 알레포 동부를 장악했지만 최근 3주간 점령지 98%를 잃고 사방이 포위된 상태에서 매일 폭격을 받고 있다. 만약 반군이 알레포에서 물러난다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내전 이래 최대 승리를 거두게 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반군의 퇴각로 확보 보장을 미국과 합의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진 않았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반군 퇴각에 대해 미국과 어떠한 합의도 이룬 게 없다.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군의 퇴각 제안 수락을 뒤흔들 변수는 ‘이슬람국가(IS)’다. IS는 11일 정부군이 알레포 반군 격퇴 작전에 매진하는 틈을 타 시리아 고대 도시 팔미라를 9개월 만에 재탈환했다. 락까와 모술을 공략당하며 수세에 몰린 처지를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다. 만약 IS가 계속 정부군을 흔들 수 있다면 반군은 작정하고 버티다가 정부군 전력이 분산되는 틈을 타 재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축구장 인근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8명이 숨지고 155명이 다쳤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오후 10시 30분경 터키 슈퍼리그 베식타시 축구팀 안방구장 출구 앞에 배치된 경찰 버스가 갑자기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테러범들은 경찰 버스에 미리 폭탄을 설치하고 원격조종으로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폭발 45초 뒤 경기장 건너편 맛카 공원에서도 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이 경찰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자살 테러를 감행했다. 이번 테러엔 폭탄 300∼400kg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러는 안방팀 베식타시가 방문팀 부르사스포르를 2-1로 이긴 뒤 2시간 만에 벌어졌다. 많은 관중이 축구장을 찾았지만 테러가 경기 종료 2시간 뒤에 터져 관중 가운데 사상자는 없었다. 사망자 38명 중 30명이 경찰관으로 밝혀져 경찰을 노린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 터키 당국은 버스 폭발에서 나온 무선 통제장치 등 잔해들을 조사한 결과 분리독립 운동을 펼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배후로 지목하고 용의자 13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터키에서는 올해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지에서 PKK와 이슬람국가(IS)의 잇따른 테러로 200여 명이 숨졌다. 한편 이집트 카이로 북동부 압바시야 지구에 위치한 콥트교 성지 세인트마크 대교회당 옆 작은 교회 건물에서도 10일 오전 10시경 폭탄 테러로 최소 25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12kg 상당의 TNT 폭탄이 동원된 이번 테러는 교회 건물의 여성 전용 기도 공간에서 감행돼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다. 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테크니온은 1912년 개교한 이스라엘 최고(最古)의 대학으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독일계 유대인들이 뜻을 모아 이스라엘 건국(1948년) 전에 설립했다. 18개 학부 중 11개가 엔지니어링 부문이며 노벨상 수상자를 3명 배출했다. 미국 코넬대와 합작해 뉴욕에, 중국 광둥(廣東) 성 산터우(汕頭)대와 합작해 산터우에 각각 캠퍼스를 만들고 있다. 학생 수는 1만4000명이다. 》 이스라엘 줄기세포 연구 회사를 운영하는 이츠하크 앙겔 대표(63)는 예순을 눈앞에 둔 2012년 11월 스타트업 ‘아셀타’를 창업했다. 30년 넘게 프랑스 파리의 제약회사 등에서 일하며 쌓아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줄기세포 배양액을 상용화하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는 이미 수차례 스타트업을 세웠다가 실패했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한국이었다면 은퇴할 나이인 예순 언저리에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명문 공대인 테크니온의 전폭적인 투자 덕택이다. 향후 줄기세포가 미래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테니 다양한 배양액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그의 아이디어를 대학이 받아들였다. 대학은 직접 투자하고 해외투자자까지 구해 190만 달러(약 22억2000만 원)를 모아줬다. 대학 내 줄기세포 연구소를 사무실로 내주고 연구팀을 지원했다. 앙겔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대학 연구소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아이디어 좋으면 나이 불문 창업 지원 이스라엘은 ‘창업국가’다. 이스라엘 출신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80개 넘게 상장돼 있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보아즈 골라니 테크니온 대외협력 및 인력개발 담당 부총장은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회사가 유럽연합(EU)의 나스닥 상장 회사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 있는 테크니온은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엔진’으로 창업혁신 분야에서 세계 10대 대학에 꼽힌다. 대학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설립되거나 운영 중인 스타트업의 54%가 이 대학 출신이다. 그만큼 테크니온 졸업장은 창업 보증수표로 통한다.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들 중 3분의 2는 테크니온 졸업생이 임원을 맡고 있다. 테크니온이 창업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에다 인구(800만 명)와 천연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창업을 통한 신규 가치 창출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달 초 테크니온 줄기세포 연구소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앙겔 대표는 “이스라엘은 아이디어만 좋다면 내 나이에도 꾸준히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세계 여러 회사에 줄기세포 배양액을 납품해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기업 가치를 100만 달러(2015년)까지 끌어올렸다.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과 미국 등 대형 투자사에서 1000만 달러를 모금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신체 장기를 재생시키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유명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올해 무릎뼈 재생 수술을 받았을 만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줄기세포를 통한 질병 치료와 비만, 모발이식 등은 현실화 단계에 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줄기세포로 만든 장기를 3차원(3D) 프린터로 대량 양산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60시간 창업 마라톤’에 창업 과목 부전공까지 테크니온은 2005년부터 브로니카창업센터를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창업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 센터 창업교육의 백미는 ‘3일 만에 스타트업 창업하기(3DS)’와 ‘비즈텍 경진대회’다. 3DS는 생면부지의 학생들이 모여 3일 안에 팀을 짜고 아이디어를 정해 투자섭외까지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학내에선 ‘60시간 마라톤’으로 불린다. 창업을 해보고 싶지만 경험이 없어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창업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과정이다. 비즈텍은 매년 4월 사전 신청을 통해 엄선한 30개 팀을 6개월간 집중 교육해 1∼3위를 뽑는 창업 경진대회다. 여름방학 때도 매주 세 번씩 강의를 듣고 멘토들과 회의를 이어가는 고강도 교육으로 유명하다. 매년 10월에는 언론인 벤처투자자 학자 등 300여 명을 초청해 참가 팀의 결과물을 소개하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기회를 부여한다. 1위 팀에는 상금으로 창업지원금 1만 달러를 주고 경제신문에 기사를 내주기도 한다. 11년에 걸친 비즈텍 경진대회를 통해 1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회사가 60여 개 탄생했다. 2010년 이 대회에서 2위에 오른 팀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온라인 결제서비스 회사 ‘거스토’를 차려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켰다. 이 대회 출신 학생이 차린 척추 수술 기계 제조회사 ‘아질렉트’는 5억 달러에 팔리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테크니온의 창업 교육은 학문적 지식과 영감을 창업으로 이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대생 위주인 창업지망생이 기술 개발에만 매몰되면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공 학부 안에 전공과 연계된 창업 과목이 별도로 개설돼 있고, 창업 과목을 부전공으로 택할 수도 있다. 일반 교양수업에서도 창업 강의를 빼놓지 않는다. 라피 나베 브로니카창업센터장(60)은 “창업교육은 운전과 똑같다. 운전을 해보면 이론과 실전이 다르듯이 창업 역시 그 간극을 메워주는 게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하이파=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대기업을 키워내는 한국의 저력과 이스라엘 창업가정신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보아즈 골라니 테크니온 대외협력 및 인력개발 담당 부총장(60·사진)은 한국과 이스라엘의 창업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이 기존 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내는 저력이 강한 만큼 이스라엘의 창업가정신이 보태진다면 융성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골라니 부총장은 한국과 이스라엘이 미국과 가깝고 이웃에게 안보 위협을 받는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은 주요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이스라엘처럼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학생들도 우수하지만 대부분 삼성 LG 같은 대기업에 입사해 승진하는 데에만 매진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대기업에 갈 생각보단 ‘넥스트 빌 게이츠’ ‘넥스트 스티브 잡스’가 돼 자기 회사를 갖고 싶어 합니다. 한국도 똑똑한 학생들이 창업의 꿈을 가지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탄탄한 기초학문과 세계화 전략을 성공한 창업가를 배출하는 근간으로 꼽았다. 테크니온은 18개 학부 중 11개가 엔지니어링 부문일 만큼 공학에 집중하는 대학이다. 미국의 저명한 공학회인 US엔지니어링아카데미 소속 회원을 8명 보유하고 있어 미국 대학을 제외하고는 영국 케임브리지대(12명) 다음으로 많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미국 최첨단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세계 대학 중 7번째로 많이 배출하기도 했다. 테크니온은 내년 9월 미국 명문 코넬대와 손잡고 미국 뉴욕 루스벨트 섬에 합작 기술연구대학을 개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이 월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최첨단 기술개발을 위해 세계 유수의 30개 대학을 초청해 미국 대학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넬-테크니온 컨소시엄이 이 프로젝트를 따냈다. 프로젝트로 30년간 230조 달러의 경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당시 한국의 KAIST도 초청됐지만 고배를 마셨다. 테크니온은 중국 광둥 성 산터우대와 손잡고 산터우에도 합작 캠퍼스를 짓고 있다. 골라니 부총장은 “중국 정부가 땅을 무료로 빌려주고 캠퍼스 건설비를 제공할 만큼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소개했다.하이파=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21호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박춘일 주이집트 북한대사(62·사진)가 결의안 발표 직전인 지난달 중순 돌연 가족을 데리고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북한은 이미 박 전 대사 후임자를 내정해 이집트 정부에 통보했고 아그레망(주재국의 임명 동의)이 진행 중이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전 박 전 대사를 급거 귀국시킨 것은 현직 대사가 안보리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사는 다른 임지로 발령받지 않은 채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사 후임자는 연내에 카이로에 부임할 예정이다. 결국 안보리는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그를 이집트 대사 직함으로 제재 명단에 올린 셈이 됐다. 박 전 대사는 이집트에서 무기를 불법 판매하는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를 지원한 혐의로 이미 3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는 ‘요주의 인물’이다. 북한 외교관으로 신분을 가장한 KOMID 소속 직원 2명이 3월 이집트에서 불법 무기 거래 혐의로 추방됐을 때 박 대사도 추방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미국과 부쩍 가까워지고 있는 이집트가 박 전 대사의 존재에 부담을 느껴 북한에 미리 교체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세계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선 축하를 했을 정도다. 정부 당국자는 “박 전 대사가 공식적으로 추방된 건 아니지만 이집트 정부가 교체를 요청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트위터에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알려온 ‘알레포 7세 소녀’ 바나 알라베드 양이 시리아 정부군 폭격으로 집을 잃는 신세가 됐다. 알레포 동부 지역에 사는 알라베드 양은 27일 오후 11시경 폭격으로 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13만 팔로어에게 알렸다. 소녀는 “오늘 우리는 폭격에 집을 잃어 돌무더기 안에 갇혔다”라는 트윗과 함께 어둠 속에서 찍은 흐릿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소녀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숱한 시신을 봤고, 나도 거의 죽을 뻔했다”라며 간신히 생명을 건진 소식을 전했다. 알라베드 양 가족은 이날 오전 ‘최후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트윗을 띄우며 최근 부쩍 잦아진 공세에 두려움을 토로했다. 그의 어머니 파티마 씨는 “군대가 (도시에) 진입했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며 “인터넷이 끊길 거 같다. 제발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1시간 뒤에는 “지금 대규모 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더 살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만약 우리가 죽으면 (알레포 동부에 남아 있는) 주민 20만 명과 계속 대화해 달라. 안녕(BYE)”이라고 적었다. 알라베드 양의 트위터에는 최근 거센 폭격이 몰아치는 알레포 도심 장면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이 부쩍 자주 올라왔다. 그가 24일 올린 동영상에는 폭격 소리에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폭격의 공포를 보여 줬다. “오늘 밤 폭격으로 죽은 내 친구”라며 분홍색 옷을 입은 또래 소녀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선 내전의 참상이 묻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알레포 사람 수천 명이 굶어 죽고 있다며 “음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제발 먹을 것을 달라”라고 호소했다. 소녀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무색하게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의 융단폭격 지원을 등에 업고 알레포 동북부 거점을 잇달아 점령하며 동부∼북부에 걸친 반군 점령지를 사실상 두 동강 냈다. 정부군은 26, 27일 이틀 만에 알레포 반군 점령지의 30%를 탈환하면서 6년째인 내전 승리에 한 발짝 다가섰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20일(현지 시간)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사실상의 ‘반(反)트럼프 선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상들은 페루 리마에서 ‘질적 성장과 인간개발’을 주제로 열린 제24차 정상회의 폐막 공동선언문에서 “세계화와 이와 관련된 통합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고 보호무역주의 대두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자국 통화가치) 평가절하 경쟁을 자제하고 경쟁적 목적으로 환율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을 약화시키고 국제 경제의 진전과 회복을 늦추는 보호무역과 무역의 왜곡적인 조치를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한다”고 강조했다. APEC 정상들은 다자무역 체제 발전과 관련해 중국이 수년간 공들여온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이슈에 대한 공동 연구와 요약보고서를 승인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폐기 위기에 처한 미국 주도의 TPP 대신 중국 중심의 FTAAP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PEC 기간 내내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된 태도가 화제가 됐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유럽 등에서의 세력 확장을 기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내내 뻣뻣했고 트럼프가 환율 조작국 지정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시 주석은 부드러운 자세로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을 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리아 내전 및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수년간 계속된 공동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서도 “러시아 주권이 있는 영토”라고 일축했다. 반면 보호무역 정책을 선언한 트럼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시 주석은 국제무대에서 필리핀과 베트남 등 제3국을 상대로 유화 공세를 펼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이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필리핀 어민들의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인근 해역 조업을 약속하며 “남중국해가 협력의 상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2012년 중국이 실효 점유에 들어간 스카버러 암초에 대해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계속해 왔던 이곳에서의 조업을 보장받는 대신 사실상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카이로=조동주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시리아 알레포에 재개한 대규모 폭격으로 최소 87명이 숨졌다. 구호단체 하얀 헬멧은 16일 알레포 도심 동부지역의 아동병원을 포함해 알레포 전역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러시아 편대는 이날 낮부터 알레포 동부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바얀 아동병원에 폭탄 20여발을 집중 투하했다. 병원에 있던 어린이 6명과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24명이 숨졌고 신생아를 위한 인큐베이터 등 병원 시설도 대거 파괴됐다. 지하로 피신한 의료진과 산모, 아기들은 수 시간 동안 이어진 폭격에 고립됐다. 병원 관계자는 "이전에도 폭격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지키려 했다"고 WP에 밝혔다. 이날 공습은 알레포 지역 병원 3곳과 이들리브 지역 병원 2곳 등 의료시설을 타깃으로 삼았다. 알레포 시내에 있는 중앙혈액은행도 폭격을 당했다. 시리아 사태는 지난달 18일 일시 휴전에 접어들었지만 정부군과 러시아가 15일부터 대규모 공습을 재개하면서 다시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기다. 러시아는 자국 유일의 항공모함을 지중해 동쪽에 배치하며 반군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반군을 지원해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중동 정책을 대거 수정할 것으로 예상돼 시리아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유럽에서는 반군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취임에 대비해 미국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중동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방정책을 재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그동안 공화당, 민주당 정권 가리지 않고 다방면으로 중동에 적극 개입해온 미국의 대외정책이 전면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매체 알자지라는 미국이 19세기부터 이어온 제국주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지역 반군을 전폭 지원해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뒤 새로운 민주주의 체제를 세우곤 했던 중동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동정책에 지나치게 많은 국고를 들여 국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군사 개입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는 시리아 내전 사태에 미국이 개입하는 걸 싫어한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정부군 편에 선 러시아와 사실상 대리전을 펴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서 발을 뺀다면 러시아의 지원을 업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정당성이 공고해지고 러시아의 중동 장악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라고 불리며 돈독한 관계를 자랑해온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중동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공공연히 이슬람국가(IS) 섬멸을 주장해온 만큼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논의됐다가 중단됐던 미-러 공동 IS 격퇴 작전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리아 난민에 대한 세계의 문호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유럽과 미국으로 유입되는 시리아 난민을 잠재적 테러범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장남 주니어는 “만약 스키틀스가 담긴 그릇에 독이 든 스키틀스 3알이 섞여 있다면 당신은 한 줌을 가져가겠는가? 이게 바로 우리의 시리아 난민 문제”라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 3만 병력이 ‘이슬람국가(IS)’ 수도이자 최후의 심장부인 락까를 겨냥한 진격 작전을 개시했다. ‘유프라테스의 분노’로 명명(命名)된 이번 작전이 성공해 락까를 함락시키면 IS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은 5일 밤 IS 수도 락까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고 BBC가 6일 보도했다. 시리아민주군은 “락까 해방작전을 개시했다”며 “락까를 향한 포위작전을 시작했고 조만간 IS를 락까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작전은 이라크군이 IS의 이라크 최후 거점 모술을 공략하고 있는 방식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우선 락까 인근 지역을 포위해 점령해 나가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최종적으로 락까 시내로 진입할 예정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시리아민주군의 진격 개시 발표에 “락까 탈환은 반드시 필요한 작전이다.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테러집단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미군은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상군 투입 없이 공중폭격과 물자 지원, 병력훈련 지원 등을 맡는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6일 터키 앙카라를 방문해 훌루시 아카르 합참의장을 만나 시리아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측에 양해를 구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