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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보기구인 국가안보국(NDS)이 지난달 31일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차량 자폭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 정보국(ISI)을 지목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까지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을 중재해 와 ISI 개입이 사실일 경우 양국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일 아프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NDS는 이날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연계 테러조직인 ‘하까니 네트워크’가 이번 테러를 실행했으며 이를 ISI가 직접 지시하고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NDS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감옥에 수감 중인 하까니 네트워크와 탈레반 조직원 재소자 11명에게 이날 사형을 명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아프간 정부를 겨냥한 테러 공세가 커지는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수도 중심가 외교공관 일대마저 뚫리면서 아프간 국민의 안보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외교공관과 정부 부처, 대통령궁 등이 밀집한 와지르아크바르칸 지구에서 벌어진 차량 폭탄테러 사상자가 500명을 훌쩍 넘었다. 내무부에 따르면 최소 90명이 사망했고 46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군 주도 연합군이 2001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공격한 이후 벌어진 최악의 테러 중 하나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철군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라고 AP통신이 전했다. 테러가 발생한 독일대사관 인근에 미국이 운영하는 캠프에서도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CNN에 따르면 이 캠프를 지키던 미국대사관 소속 아프간인 경비 9명이 사망하고 미국인 11명이 다쳤다. 아프간인 경비 1명은 실종 상태다. 미국인 피해자 중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현장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는 미국대사관에서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테러 발생 당일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테러를 강력 규탄했다. 아프간 경찰은 1.5t 규모의 폭발물을 실은 물탱크 트럭이 최고등급 보안이 유지되는 그린 존 입구까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럭을 몰던 자살 테러범은 그린 존으로 진입하는 잔바크 광장 인근 검문소에서 보안요원이 차량을 제지하고 질문을 하자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미르자 모하마드 야르만드 전 내무부 차관은 “와지르아크바르칸에서 테러가 벌어질 거라곤 아무도 상상조차 못 했다”며 “이건 정부의 안보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속적인 테러 불안에 시달려온 아프간 국민들은 수도 중심부를 강타한 이번 테러를 계기로 정부에 강력한 안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 앞에선 성난 군중들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카불 시민 에나야툴라 무하마디 씨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지도자들이 안보를 확보해주길 원하고,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을 맞아 테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가 떠 있는 동안 물과 음식을 일절 먹지 않는 라마단 기간에는 사회 전체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지기 때문에 자주 테러 세력의 먹잇감이 돼 왔다. 카불 테러 발생 하루 만인 1일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공항 인근 검문소에서는 차량 폭탄테러로 군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테러를 자처하는 세력은 없지만 탈레반이나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한 아프간에는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직원,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등 25명이 거주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들을 당장 철수시킬 계획은 없다”며 “자체적으로 비상경계태세를 갖추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아랍 매체가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지목한 IS는 이날까지 선전매체인 아마크 등을 통해 자신들의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IS가 국가를 선포한 2014년 아마크를 창립한 라얀 메샬이 미군 주도 연합군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박민우 기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교 공관 밀집 지역에서 폭탄을 실은 물탱크 트럭이 폭발하면서 최소 80명이 사망하고 350명이 다치는 대형 테러가 벌어졌다. 폭발 현장에 깊이 4m의 구멍이 생겼을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다. 이번 테러는 출근 시간대인 31일 오전 8시 22분 카불 중심가인 와지르아크바르칸 지구 잔바크 광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 일대는 각국 대사관 공관과 외교부 등 정부청사, 대통령궁과 고위 관료 저택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독일대사관에서 365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물탱크를 실은 트럭이 폭발하면서 출근길로 북적이던 도로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상자 대다수는 출근길에 나섰던 시민이다. 현장엔 검은 버섯구름이 치솟았고 비명과 구급차 소리로 가득했다고 BBC가 전했다. 차량 50여 대가 파손돼 길이 막히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돼 구조에 애를 먹었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승용차로 부상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당시 인근 은행에서 일하고 있던 무함마드 하산 씨(21)는 “지진이 난 것 같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폭발 지점에서 1km가량 떨어진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건물에서도 유리창이 깨지고, 본관 옆 가건물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카불에는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 등 한국인 25명이 거주하고 있다. 카불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A 씨는 기자에게 “테러 직후 카카오톡을 통해 한국인들의 안전을 확인했는데 모두 무사했다”고 전했다. 테러 현장과 인접한 외교 공관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독일대사관 소속 아프간인 경비원 1명이 사망하고 직원 여러 명이 다쳤다고 독일 외교부가 밝혔다. 본보가 접촉한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대사관과 현지 주재기관 직원 일부가 이날 오후 아랍에미리트(UAE)로 피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대사관에서도 일본인 직원 2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는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주요 테러단체인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중 한 곳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은 테러 발생 이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해 IS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대서양 동맹’의 핵심국인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서방의 결속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1일 오전 트위터에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결정을 며칠 안에 내리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CNN이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한 거의 같은 시간에 올라온 것으로 사실상 협정 탈퇴를 예고하는 듯한 글이었다. 세계 최대 산업국인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 협약의 근간이 무너지기에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CNN은 유럽과의 관계 악화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요 정책까지 뒤엎는 중대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유럽 순방 중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다른 6개국의 협약 잔류 압박에도 합의안 서명을 거부했다. 두 국가의 거리가 대서양만큼이나 멀어졌다는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실상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데 이어 트럼프가 독일을 두고 ‘매우 나쁘다(very bad)’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우리는 독일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고,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군대에 내야 할 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내고 있다”며 “(독일의 이런 상황은) 미국에 매우 나쁘다. 이건 바뀔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달 28일 메르켈 총리가 뮌헨 유세에서 “유럽인이 다른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4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메르켈은 9월 총선을 앞두고 트럼프에게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해 강경 발언을 이어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르켈의 정적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마저 선거 기간인데도 메르켈을 옹호하며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상황이다. 슐츠는 “트럼프가 브뤼셀에서 독일을 대변하는 수장 메르켈에게 모욕을 준 건 용납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유엔을 파괴하고 국제외교를 정치적 협박으로 대신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회원국들도 미국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자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기후변화, 열린 사회, 자유무역 등 근본 가치를 저버릴 순 없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와 메르켈의 사이는 매우 좋고, 유럽 전체를 중요한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대서양 동맹의 균열은 이미 너무 벌어진 모양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슈퍼히로인 원더우먼이 지구촌 전체에서 환영받는 건 아닌 듯 하다. 레바논에서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우먼의 주인공 갈 가돗(32)이 이스라엘인이라는 이유로 상영 금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전쟁 중인 상태일 만큼 견원지간(犬猿之間)인데, 이스라엘 여군 출신인 가돗이 세계를 구하는 역할을 맡은 영화가 탐탁치 않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원더우먼을 맡은 가돗은 2005~2007년 이스라엘군에서 전투병 교관으로 2년 동안 복무했다. 이스라엘에선 18세 이상 남녀가 동등하게 병역의 의무를 진다. 가돗은 2004년 미스 이스라엘로 뽑힌 이듬해 군에 입대해 화제를 모았다. 제대 후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군대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한 장면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하며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기에 해박한 지식 덕에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분노의 질주)’에서 지젤 역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원더우먼 상영에 반대하는 레바논 시민단체는 가돗이 이스라엘 병사 출신으로 가자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대 정책을 지지해왔다며 영화 상영 금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가돗은 2014년 가자지구 전쟁 당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끔찍한 행위에 맞서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키려는 이스라엘군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단체는 “국가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상영 1시간 전에라도 취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과거 숱한 전쟁의 역사로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06년 7월에는 레바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한 데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육군이 탱크를 몰고 레바논을 침공해 숱한 인프라가 파괴되고 수백 명이 사망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군이 무기 밀매를 이유로 시리아의 헤즈볼라 기지를 폭격하고 있다. 그렇다고 31일부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원더우먼이 상영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레바논 정부가 이미 영화 상영을 승인한데다, 지난해 가돗이 출연했던 영화 ‘배트맨 vs 슈퍼맨’이 레바논에 상영됐을 때도 비슷한 보이콧 운동이 있었지만 그대로 상영된 전력이 있다. 영화 상영을 막으려면 레바논 경제부의 관련 위원회에서 위원 6명의 추천이 필요한데, 관련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배우가 이스라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영을 금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레바논 국민은 이스라엘에 갈 수 없고 이스라엘인과도 접촉하지 못한다. 미스 레바논인 샐리 그리에지가 2015년 미국 마이에미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미스 이스라엘인 도론 마탈론과 다정히 셀카를 찍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리에지는 “셀카를 찍으려는데 미스 이스라엘이 억지로 끼어들었다”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성난 여론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23)가 이슬람국가(IS) 테러의 타깃이 됐던 영국 맨체스터 시민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연다. 이번 콘서트 수익금은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 콘서트 당시 IS 소속인 리비아계 영국인 살만 아베디의 자살폭탄테러에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에게 모두 돌아간다. 그란데는 4일 맨체스터 에미레이츠 올드 트래포드 크리켓 경기장에서 테러 피해 성금 모금을 위한 콘서트를 연다고 지난달 30일 BBC가 보도했다. 이번 콘서트는 그란데가 테러 피해자 유가족을 위해 다시 맨체스터로 가 공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성사됐다. 아레나는 테러 4일 뒤인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대단히 용감한 도시인 맨체스터로 돌아가 팬들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콘서트를 올해 안에 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BBC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이번 콘서트에는 저스틴 비버, 콜드플레이, 케이티 페리, 마일리 사이러스, 패럴 윌리엄스, 어셔, 테이크 댓, 나일 호란 등 역대급 초호화 가수들이 동참할 계획이다. 주최 측은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로 최소 200만 파운드(29억 원)가 모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든 순수익은 맨체스터시가 테러 희생자를 위해 조성한 ‘위 러브 맨체스터 이머전시 펀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에는 가방을 들고 입장할 수 없다. 22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다친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 당시 범인이 가방에 폭탄을 숨겨 들어왔기 때문이다. 티켓 판매는 1일부터 시작되며, 아레나 콘서트에 갔던 모든 관객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생중계를 맡은 BBC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모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콘스터를 방송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번 콘서트를 계획하기 전 유가족에게 사전 동의를 구했다. 이언 홉킨스 맨체스터 경찰서장은 지난달 30일 BBC 라디오에 출연해 “처음에 콘서트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우선 희생자 유가족에게 의사를 물어봐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다수 유가족들이 자선 콘서트 계획에 적극 찬성했지만 일부는 확실히 그렇지 않았다”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0)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강한 남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도 직설적이고 당당한 행보를 이어갔다. ‘늙은 스트롱맨’을 길들이는 ‘젊은 조련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과 푸틴은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2시간가량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수교 300주년을 기념한 만남에서 두 정상은 북핵 프로그램과 테러리즘에 대한 공조 체제 강화 등 일부 현안에선 의견이 일치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체첸공화국 동성애자 탄압,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등 주요 현안에선 확고한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고 BBC가 전했다. 마크롱은 푸틴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선 기간 가짜 뉴스 논란을 불러온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통신을 직접 언급하며 “거짓 선전을 퍼뜨린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대선 기간 러시아 언론의 캠프 출입을 막은 이유를 묻는 푸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푸틴 면전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를 가짜 뉴스 생산자라고 비판한 발언은 유럽 매체들이 톱뉴스로 다뤘다. 마크롱은 “화학무기 사용은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이라며 “누구든 이런 상황이 생기면 프랑스가 즉각 보복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후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4월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을 겨냥해 경고하는 발언이었다. 이에 푸틴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테러집단에 대처하려면 정부를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마크롱은 푸틴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듯 체첸공화국에 동성애자를 고문하는 게이 수용소가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은 마크롱에 대해 “학습이 빠르고 자신감이 있으며,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표명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은 트럼프에 이어 푸틴과도 ‘악수 외교’를 폈다. 트럼프와 힘겨루기를 한 것과는 달리 푸틴과는 정중하고도 신속한,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냉담한 악수를 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평가했다. 현지 언론에는 먼저 손을 내민 마크롱의 손을 바라보는 푸틴의 모습이 보도됐다. 마크롱은 28일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푸틴,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스트롱맨을 다루는 팁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들은 국제 관계를 힘의 논리로 보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모욕해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양자 대화를 할 때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존중받을 수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조은아 기자}

이라크 모술의 알 누리 모스크는 2014년 7월 4일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46)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언한 곳이다. 바그다디는 스스로를 예언자 무함마드의 대리인인 칼리프라고 칭하며 수니파 무장단체에 불과했던 IS를 국가화하고 전 세계 무슬림의 충성을 요구했다. 이슬람 율법에 기반을 둔 신정일치 국가를 자칭하는 IS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점령하며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그로부터 3년여 뒤인 28일, 이라크군은 IS의 상징인 알 누리 모스크가 눈에 보이는 전장까지 진격하며 모술 완전 수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군은 이슬람 성월(聖月) 라마단 첫날인 27일 최후의 진격을 개시했다. 목표는 IS가 주민을 인간방패 삼아 극렬한 최후 저항을 펼치고 있는 모술 서부 구시가지 시파, 젠질리, 세하 지역이다. IS가 지난해 10월 이라크군의 모술 진격이 시작된 이후 패퇴를 거듭한 끝에 최후까지 사수하고 있는 모술 땅의 5%가량 되는 곳이다. 알 누리 모스크도 이곳에 있다. 이라크군은 저격수 부대의 엄호를 받으며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 가고 있다. IS가 건물마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거리마다 폭탄을 묻어둔 탓에 전진이 늦어지고 있지만 완전 수복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구시가지 전장에서는 매 분 폭발물이 터져 이라크군은 주택에서 주택 사이에 구멍을 뚫고 진격하고 있다고 BBC가 28일 전했다. 궁지에 몰린 IS는 남성 전투원이 다수 사망하자 여성들까지 전투에 동원하며 최후의 저항을 펼치고 있다. IS 병사는 모술 탈환 작전이 시작된 작년 10월 3500∼6000명이었지만 이젠 1000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IS 여성들은 전신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검은 의복인 니깝 속에 폭탄을 감추고 자살폭탄테러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라크군 점령지에서 잠복하던 IS 남성 대원들마저 니깝을 입고 여성으로 위장해 탈주하거나 자살폭탄테러를 벌였다. 이라크 경찰은 27일부터 모술에서 니깝 착용을 금지하고, 최근 탈환한 모술인터내셔널호텔 등 고층건물에 자살폭탄테러범을 겨냥한 저격수 부대를 배치했다. IS에 인간방패로 붙잡힌 주민들은 밀가루나 콩죽, 뽕나무 잎으로 하루 한 끼를 먹으며 연명하는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새 모이 가격이 10배나 올랐을 만큼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군이 수복한 IS 점령지 주민 호미라 씨는 BBC에 “며칠 동안 지하에 숨어 있어 감옥에 갇혀 있는 듯했다”며 “이라크군을 봤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모술 탈환전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8일 CBS에 출연해 IS 대응 전략을 소모전에서 전멸전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특정 거점에서 IS 세력을 다른 곳으로 내쫓는 식이었는데, 이젠 IS 세력을 포위해 전멸시키겠다는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IS 외국인 전사가 살아서 아프리카 유럽 미국 아시아 등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않으며 빈자의 고통을 공감하자는 이슬람 성월(聖月) 라마단이 시작되자마자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테러로 얼룩졌다. 지난해 라마단 첫날인 6월 7일에도 터키 이스탄불과 요르단 암만에서 폭탄 테러가 잇따라 벌어졌던 양상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도 라마단 기간에 잦은 테러를 감행해온 만큼 올해도 각지에서 피의 라마단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라마단 첫날인 27일 오전 8시 반경 아프가니스탄 동부 호스트 시 버스·택시 정류장에서 차량 폭탄테러로 군인 10명과 시민 8명 등 18명이 사망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부상자 6명 중 2명은 어린이이며, 최소 1명이 중태라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아프간 내무부가 밝혔다. 내무부는 “시신이 알아보기 힘들 만큼 훼손돼 사망자가 군인인지 시민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했다. 탈레반은 휴가를 마치고 인근 군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버스와 택시를 타려던 군인을 겨냥했다. 호스트 시 외곽에는 아프간군이 동참하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기지가 있다. 라마단 첫날이 공휴일이라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는 병사가 많았다. 이날 아프간 북서부 바드기스 주 카디스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무장 충돌로 정부군 6명과 반군 22명, 시민 8명 등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아프간에선 정부군이 탈레반, IS와 동시에 싸우고 있어 라마단 기간 동안 테러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통상 라마단 기간에는 이슬람 세력끼리 휴전하기 마련인데, 탈레반은 라마단 전날인 26일 “라마단 동안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겠다”고 예고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집트에서 소수종교인 콥트교 신도를 노린 무차별 총기난사 테러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이집트 매체 알아흐람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2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남부 220km 떨어진 민야 지방 동부지역에서 성 사무엘 수도원으로 향하던 콥트교 신도들을 태운 버스 2대와 트럭 1대를 겨냥해 벌어졌다. 도로를 달리던 버스들을 향해 군복을 입은 무장괴한 8~10명이 4륜 구동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접근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사망자는 어린이부터 60세 이상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이집트 내무부가 발표했다. 공개된 현장 사진을 보면 총격을 맞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사막에서 나뒹굴고 있고, 어린이가 입은 하얀 옷이 빨갛게 물들어 테러의 참혹함을 그대로 전해줬다. 부상자들은 카이로 나세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사고 직후 비상안보회의를 소집해 용의자 추적과 피해 상황을 총괄했다. 이집트 9200만 인구 중 90%가 무슬림이고, 10%가 콥트교 신도다. 다수 종교인 이슬람도 애도를 표했다. 수니파 이슬람 최고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에브 대(大)이맘은 “이번 공격은 국가를 불안케 하려는 의도”라며 “모든 이집트들이 끔찍한 테러에 맞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테러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없지만 평소 콥트교를 적대시하며 테러 대상으로 삼아온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IS는 지난해 12월 카이로의 콥트교회에서 자살폭탄테러로 29명을 숨지게 하며 콥트교에 대한 추가 테러를 예고했다. 부활절 전주인 종려주일을 맞은 지난달 9일에는 탄타와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에 연쇄 테러를 벌여 47명이 숨졌다. 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골 깊은 분쟁 중재자를 자처했을 때 세계는 특유의 해법을 기대했다. 신묘한 협상력으로 막대한 부를 이뤄냈다는 성공 스토리에다 ‘거래의 기술’이란 베스트셀러까지 쓴 부동산 재벌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22일)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23일)을 잇달아 만나며 자신이 중동 최대 이슈인 이-팔 분쟁 중재자임을 세계에 각인시키려고 했다. 그는 “두 지도자가 선의로 평화협상에 임하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이-팔 평화를 위해선 뭐든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팔을 방문한 28시간 동안 아무런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팔 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추후 평화협상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도 같은 날 트럼프의 이스라엘 방문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비유하는 칼럼을 실었다. 꾸준한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에게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든다는 심리학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나섰으니 평화가 이뤄질 것’이란 말을 반복하면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지만 실체 없는 공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워싱턴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유지해온 두 국가 해법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두 국가 해법 대신 어떤 해법으로 이-팔 분쟁을 풀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약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나 양국의 핵심 갈등 사안인 정착촌 건설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스라엘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맹비난하며 중동 내 반(反)이란 정서를 자극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공공의 적’으로 부각함으로써 평소 대립했던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가 사이에 안보협력 체제를 이끌어 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외교의 대원칙을 이용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해 이틀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폭력과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란이 절대 핵무장을 못 하게 하겠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예멘 시리아 등지에서 테러 세력을 지원하는 이란과 핵 협상을 맺었다”고 공개 비판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체결한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에도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관계가 껄끄러운 사우디에 대해선 호평을 늘어놓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어제(21일) 만난 사우디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매우 긍정적(positive)이었다”며 “두 국가가 이란에 대한 공통된 우려라는 상호 공감대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덕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텔아비브에서 리야드(사우디 수도)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다”며 “생애 처음으로 변화의 진정한 희망을 보았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박물관에서의 연설에서도 “이스라엘과 아랍-무슬림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두 진영 간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테러의 극단적 경험을 직접 해 왔다”며 “IS는 유대인을 노리고 이란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집권 2기를 시작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가치도 없고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란 없이는 지역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트럼프의 반이란 중동 정책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실험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핵 협상 6개국의 일원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유럽이 트럼프를 따라 하지 않아 참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중동 최대 이슈인 이-팔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베들레헴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팔 평화협상을 ‘가장 어려운 협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팔 분쟁 중재자로 나서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며 근본적인 평화 협상을 이끌어 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바스 수반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팔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며 “압바스 수반과 네타냐후 총리 두 사람 모두 내게 선의로 평화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의 1차 목표는 2014년 4월 중단된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23일 이스라엘박물관 연설에서도 평화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중재 성과를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미국을 찾았던 이-팔 정상 모두 양자 간 직접 대화 원칙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을 향해 손을 내밀며 협력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이슬람의 공통의 적인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평화의 종교라며 이슬람권 국가가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선봉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반(反)이슬람 이미지를 지우고 55개국 수니파 이슬람권 지도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이슬람은 증오의 종교라며 무슬림을 싸잡아 테러리스트로 비난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는 33분간의 취임 후 첫 해외 연설에서 이슬람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역사의 위대한 실험’이라고 치켜세웠다. “강의를 하거나 미국식 삶에 대해 말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슬람권에 주문했던 민주주의, 자유, 인권 같은 민감한 가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설문 초안을 5번이나 바꿨고, 워싱턴에서 리야드로 비행하는 14시간 동안에도 연설문을 고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를 첫 해외 순방국으로 정한 것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아랍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가 말하는 극단주의는 IS,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뿐 아니라 수니파 국가들의 주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도 포함돼 있다. 그는 극단주의와의 싸움을 서로 다른 신념이나 문명 간 대결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이란이 입에 담지도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도우며 지역안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달래기’를 마친 트럼프는 중동 최대 현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재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22일 두 번째 순방국인 이스라엘로 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잇달아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 이어 23일 오후 2시 예루살렘의 이스라엘박물관을 방문해 이-팔 평화협상의 밑그림을 발표할 예정이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3500억 달러(약 394조 원) 규모의 ‘선물보따리’를 안겼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 소원했던 양국 관계 복원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20일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과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전함과 전투기, 폭탄 등을 사우디에 판매하는 것이 핵심으로 양국 공통의 적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무기 거래가 사우디와 걸프 지역의 장기적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트럼프의 유대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중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여기에 민간 분야가 약속한 투자금 등을 합한 3500억 달러는 한국 정부 1년 예산(400조5000억 원)과 맞먹는 액수로, 무기 거래처럼 실제 계약을 마친 사업과 양해각서(MOU) 단계인 협력사업들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기 거래 서명식에서 “정말 대단한 날이다. 미국과 일자리를 향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자리(jobs)’라는 단어를 연이어 세 차례 사용하며 자신이 미국인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해외투자 성사를 통해 여론의 반등을 꾀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사우디가 밝힌 양국 기업 간 계약 규모는 2000억 달러가 넘는다. 무기 현지화 디자인과 자체 제조, 원유 해양시추기술, 조인트 벤처 창설 등 주로 군사와 석유 관련 사업이 다수였다. 미국 제조기업 GE는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포함한 여러 사우디 회사들과 석유가스, 전력, 의료, 광산, 발전기, 디지털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총 150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미 방위사업체 록히드마틴은 블랙호크 S-70 헬기 150대를 사우디에 수출하는 60억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우디는 저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우수한 원유 관련 기술을 받아들이고, 수입에 의존했던 상품들을 자체 제조해 산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아람코는 미국 업체들과 5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4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인프라 개선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1년 안에 해외 기업의 사우디 직접 투자를 원활하게 해주는 법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야드 공항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살만 국왕이 직접 영접한 가운데 군악대의 연주와 축포가 울려 퍼졌고, 하늘에선 전투기들이 하얀색 빨간색 녹색 연기를 내뿜으며 축하 비행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은 리무진을 함께 타고 공항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숙한 리야드 리츠칼턴 호텔에는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초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내 곳곳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 사진을 담고 ‘함께하면 승리한다’는 구호가 실린 광고판이 배치됐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19일 치러진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중도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69)이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2015년 서방과의 핵협상을 주도했던 로하니가 2021년까지 집권하게 되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메르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20일 오후 2시 로하니가 57.1%를 득표해 강경보수파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38.3%)를 18.8%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당선이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서방과의 핵협상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짙었다. 중도개혁파와 강경보수파의 뜨거운 진영 대결 열기를 보여주듯 대선 당일 밤 12시까지 투표 시간이 세 차례 연장됐다. 최종 투표율(4122만 명)은 73%로 집계됐다. 로하니는 이날 내무부의 당선 발표가 나온 뒤 자신의 이란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의 승리는 이란 국민의 것”이라며 “선거 공약을 지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트위터는 이란에서 금지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지만 고위 지도자와 관공서는 예외적으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당선 수락 연설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먼저 소감을 밝힌 것은 인터넷 제한을 완화해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로하니는 이어 국영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이란이 폭력과 극단주의를 버리고 세계와의 교류를 택한 것”이라며 “세계를 향해 이란을 더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 젊은이에게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 정의와 개인의 자유, 정치적 관용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상호 존중과 국가 이익에 기반을 두고 세계와의 관계를 넓힐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로하니는 이날 TV 연설에서 이란 미디어에서 언급이 금지된 개혁 진영의 정신적 지도자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형제’라고 칭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로하니는 재선되면 하타미를 포함한 개혁 진영 지도자들에 대한 가택연금 등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로하니의 이날 발언은 강경보수파인 시아파 종교권력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에선 1인자인 최고 지도자 권력이 막강해 대통령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최고 지도자는 대통령의 모든 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대선 기간에 로하니의 경쟁자인 라이시를 암암리에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니 재선은 개혁파엔 미래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분명한 청신호다. 특히 78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하메네이의 자리를 로하니가 이어받을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이 아니라도 대통령으로서 자신에게 친화적인 인물을 차기 최고 지도자로 세우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로하니는 향후 4년 동안 강경보수파의 반발을 딛고 청년층과 중산층의 변화 열망을 현실화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테헤란 시민 아라시 제란마예(29)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으니 이제 로하니가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말했다. 더딘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에 따른 경제성장 성과였다. 비판론자들은 선거 기간 내내 “서방에 의존하려는 경제정책은 실패했다”며 로하니를 공격했다. 최근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며 신규 제재를 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남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로하니가 재선된 직후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바꾸길 원한다면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민주적 개혁을 이뤄내 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협상’이라며 폐기를 공약한 이란 핵협상에 대한 공세를 로하니가 잘 방어할지도 관건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19일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이 대선 이틀 전 불어온 미국발 훈풍에 막판 기세를 올리고 있다. 로하니가 최대 업적으로 꼽는 서방과의 핵협상을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판하며 폐기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분간 이란 제재 해제를 연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제재 해제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둔 17일 내린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란 핵협상을 폐기하겠다는 당초 공약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이란 국민은 로하니 정부하에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이번 대선은 사실상 핵협상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짙은데 핵협상 폐기를 천명해온 트럼프 대통령마저 협상 결과를 유지해야겠다고 판단했을 만큼 협상의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개혁파 현직 대통령 로하니와 강경보수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의 양자대결로 굳어져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막판 변수는 투표율이다. 로하니는 투표를 망설이는 이들이 강경보수파에는 반대하면서도 로하니 정부의 경제 성과에 실망한 이들이 많다고 보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이 2013년 대선 당시 72.8%보다 높다면 로하니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7일 “선거와 관련된 정부 조직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투표를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공정한 선거 관리를 강조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9일간의 첫 해외 순방에 나선다. 연방수사국(FBI) 스캔들로 내환(內患)에 빠진 트럼프는 취임 5개월 만에 데뷔하는 국제무대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 국내 정치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방문하는 곳마다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사우디서 ‘반(反)무슬림’ 인식 지우기(19∼21일) 트럼프가 첫 순방지로 사우디아리비아를 택한 것은 아랍 국가에 ‘트럼프는 반(反)무슬림’이라는 인식을 지우려는 의도(16일 영국 텔레그래프)다. 트럼프가 원하는 ‘이슬람국가(IS) 섬멸’을 현실화하려면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트럼프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다소 소원해진 사우디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트럼프가 두 번이나 내렸던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 여파로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는 이슬람권 국가들을 어떻게 달랠지도 관건이다. 트럼프는 21일 아랍-이슬람-미국 회담에서 요르단, 알제리, 니제르, 예멘, 모로코, 터키, 파키스탄, 이라크, 튀니지 등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와 단체로 만난다. 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과도 따로 만나 친(親)아랍 행보를 선보일 예정이다.○ 24시간 안에 이-팔 분쟁 중재(22, 23일) 사우디 다음 순방지인 이스라엘에선 24시간 머무르는 동안 중동의 최대 이슈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해야 한다. 트럼프는 순방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각각 만나 정상회담을 가질 당시 이-팔 분쟁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팔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립서비스 차원의 발언만 해왔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는 가시적인 협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는 우선 네타냐후와 정상회담을 갖고 유대인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한 뒤 마사다 요새에서 연설한다. 이후 베들레헴에서 압바스와 만난다. 이스라엘은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공약을 미룬 채 정착촌 건설에 제동을 거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상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이스라엘 땅을 밟는다. 방문 기간이 짧은 만큼 이-팔의 구체적인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두 정상이 자신의 중재하에 평화협상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선 유세 때처럼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간 팔레스타인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어 신중한 단어 선택과 입조심이 필수다.○ 교황 그리고 국제 정상회의 첫 데뷔(24∼27일) 트럼프는 이스라엘 방문 뒤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 바티칸에서 12억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트럼프와 교황은 기후변화, 난민 위기 등을 두고 대립해왔다. 미국 대선 당시 교황이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건설 공약에 대해 “다리 대신 장벽 건설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크리스천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하자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모욕적”이라고 받아쳤다. 24일 만남에선 좀 더 부드러운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가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국제 정상회의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평소 천명해온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나토를 구시대의 유물인 양 비판해온 데 불만을 품고 있는 나토 회원국들을 달래면서도 특유의 협상력을 발휘해 분담금 인상을 설득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나토 회원국들은 영토 확장 야욕을 보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지막 일정인 26, 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선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공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각국의 공세를 견뎌내야 한다. 당초 트럼프는 해외순방 전 협약 탈퇴를 선언하려다 보류했다. 정상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미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트럼프를 강하게 압박할 공산이 크다. 정상들은 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천명해온 보호주의 무역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트럼프가 이를 어떻게 받아칠지도 관심사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재선에 나선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대선 나흘 전 갑작스러운 보수 단일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10% 안팎 지지율로 대선 레이스 3위를 달리던 모하마드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이 2위 주자인 에브라힘 라이시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한 탓이다. 이로써 중도개혁 로하니와 강경보수 라이시의 2파전으로 접어든 이란 대선은 19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갈리바프는 15일 “국민과 공화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중대 결심”이라며 후보 사퇴 선언과 함께 같은 보수파인 라이시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이란 메흐르통신이 보도했다.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이란에서 일자리 500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갈리바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라이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2위 자리를 다퉈왔다. 갈리바프는 결선 투표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적극 밀고 있는 라이시를 지지하면서 정치적 실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지지율을 지켜온 3위 주자 갈리바프가 사퇴하면서 이번 대선은 로하니와 라이시의 과반수 확보 대결이 됐다. 나머지 세 후보 지지율은 여론조사 결과 2% 미만이라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변수는 부동표의 향배다. 11∼1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로하니 28%, 라이시 12%, 갈리바프 9%를 기록했지만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24%, 답변 거부가 22%나 됐다. 이번 이란 대선은 서방과의 핵 협상 타결 후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강하다. 로하니는 재선하면 남아있는 서방의 제재를 모두 풀고 외국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반면에 라이시는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며 독자적인 경제성장을 천명했다. 로하니는 주로 개혁 세력과 여성, 라이시는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등 보수층과 빈곤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이들은 주로 도심 중산층으로, 보수파에는 반대하면서도 로하니의 부진한 경제성과에 투표를 주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하니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개혁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1997∼2005년 이란 대통령을 지낸 개혁 진영의 대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14일 텔레그램을 통해 로하니 지지를 호소하는 동영상을 발표했다. 그는 “사상의 자유, 법치, 인권, 사회경제 정의를 실현하려면 로하니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미국 아카데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유명 영화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도 이날 부동층을 향해 로하니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공주 8명이 벨기에 브뤼셀 호화 호텔에서 8개월여 동안 머무르며 하인 20여 명을 학대한 혐의로 9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UAE 아부다비 토후의 미망인인 셰이카 함다 알 나흐얀과 딸 7명이 2008년 호텔의 한 층 전체의 53개 객실을 통째로 쓰면서도 20여 명의 하인들에겐 월급으로 하루 방값에도 못 미치는 500달러(약 56만5000원)만 주고 사실상 감금하며 현대판 노예처럼 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당시 하인 중 1명인 31세 모로코 여성이 호텔을 탈출해 브뤼셀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공주들이 호텔 곳곳에 경비원을 배치해 하인들이 밖에 나가는 걸 막았고, 공주들이 먹다 남긴 잔반으로 식사를 하게 했다는 게 하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인들은 언제든 공주들의 명령을 받기 위해 24시간 내내 공주들 방의 바닥에서 대기하며 잠을 잤다고도 주장했다. 한 하인은 3일 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주들은 하인들에게 적합한 비자를 받아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브뤼셀 법원이 12일 첫 재판을 열기까지 무려 9년의 시간이 걸렸다. 공주 측이 법적 절차마다 이의를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공주 측이 고용한 최고급 변호사 3명은 벨기에 법원을 드나들며 ‘경찰이 공주의 스위트룸에 들어갈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지’ 등의 세부적 절차에 대해 법적 논쟁을 벌여 왔다. 공주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수십만 달러의 벌금과 실형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UAE가 공주들을 벨기에로 보내 형을 살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방송은 전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란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대통령에 선출됐던 1981년 대선 이래 모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런 역사를 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1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재선의 희망을 가질 만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로하니는 2013년 당시 득표율 50%를 넘기며 당선됐지만 이번 대선에선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노동계층의 반대 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을 뛰어넘는 이란의 1인자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로하니의 개방 정책과 경제 성과 부진을 비판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로하니가 서방과의 핵협상과 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이란의 순수성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공개 발언을 이어가는 건 로하니의 경쟁자이자 자신의 후계자로 여기는 강경보수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를 밀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가 라이시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점도 로하니에겐 걸림돌이다. 혁명수비대는 라이시가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후 78세의 고령인 하메네이 후임으로 최고지도자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장기적 미래를 고려해 라이시를 지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로하니가 업적으로 꼽고 있는 핵 협상에 대한 반감도 크다. 로하니는 최근 TV토론에서 “혁명수비대가 지난해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 미사일 표면에 ‘이스라엘은 사라져 버려야 한다’는 구호를 적어 공개하며 핵합의를 방해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서방과의 핵협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경제 상황에 노동계층이 로하니에게 슬슬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수년 동안 이어지는 경제난에 임금이 제자리 상태고, 공식 실업률이 12.7%에 이르면서 노동 여건이 여전히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로하니가 7일 이란 광산의 광부 집단 매몰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광부들은 그의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발길질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분개한 광부들이 “한 달 임금이 265달러(약 30만 원) 수준인데 이걸로 어떻게 먹고사느냐”고 항의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만 22세) 하원의원에 당선됐던 국민전선(FN)의 마리옹 마레샬르펜 의원(27·사진)이 6월 총선에 불출마하고 당분간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에서의 34% 득표를 바탕으로 다음 달 총선에서 주요 야당으로 도약하려던 국민전선은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의 조카이자 당내 현역 하원의원 2명 중 1명인 마레샬르펜의 갑작스러운 불출마에 당황한 기색이다. 마레샬르펜은 세 살배기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치계를 당분간 떠나겠다고 말했다고 르피가로가 9일 보도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주 남동부 지역의 국민전선 지구당 위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마레샬르펜은 당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의 둘째 딸의 딸로, 장마리의 셋째 딸인 마린 르펜과 이모, 조카 사이다. 마레샬르펜은 2010년 20세의 나이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2012년 현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174cm의 큰 키에 화려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당내 스타다. 마레샬르펜은 당의 설립자가 가장 신임하는 손녀이자 이모의 뒤를 이어 당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혀 왔기에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마레샬르펜의 갑작스러운 정계 은퇴가 당의 정치 노선을 두고 이모와 불화를 빚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