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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EU가 수입하는 러시아 원유의 약 67%에 달하는 양이다.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올해 말까지 9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31일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 잡기에 나선 우리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브뤼셀에서 개최한 EU 정상회의 뒤 “유조선 등을 통한 해상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완전 금수를 반대해 육로 수입은 일단 허용한다. 러시아가 31일 네덜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31일 한때 124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한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L당 2012.33원, 2008원으로 상승세가 계속됐다.EU, 러 원유 금수로 에너지 전쟁… 국제유가 120달러 돌파 전체 67%인 해상 수입 바로 막기로… 러에 연간 100억달러 타격 줄듯헝가리 등 반발에 육로 수입은 유지 “파괴력 최대” “한계 드러내” 엇갈려유가 뛰며 글로벌 인플레 압박 심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무기를 구입하는 막대한 돈줄에 제약을 가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진전이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달 30일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 가운데 약 67%에 달하는 해상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결정한 후 트위터에 올린 일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EU의 금수 조치에 따라 러시아가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헝가리 등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힌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은 허용했다. 향후 완전 금수 조치 여부를 둘러싼 EU 회원국 간 갈등을 예고한 셈이다. 러시아는 31일 네덜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맞불을 놓았다. 유럽-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유럽의 대체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값이 급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8.1%로 역대 최고치였다.○ EU 회원국 이견에 완전 금수는 보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 폴란드 등이 올해 말까지 송유관 수입을 줄이면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육로 수입량은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수입하는 10∼11%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수입량을 약 90% 줄인다는 것.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이 차지한 비중은 24.7%에 달했다. EU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CNN은 “이번 조치가 100% 수입 차단은 아니더라도 EU가 시행한 러시아 제재 중 파괴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드루즈바 송유관을 이용한 육로 수입은 일단 유지하기로 해 한계도 드러냈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폴란드 등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4000km 길이의 세계 최장 송유관이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각각 65, 87, 96%에 달하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는 당장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금수 조치는 우리에겐 핵폭탄이다. 준비에 5년 이상 필요하다”며 금수를 반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 35%에 달했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12%까지 낮춘 독일, 중동 원유 수입으로 대체 전략을 세운 이탈리아 등 서유럽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BBC는 “EU 회원국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연말까지 원유 수입량을 90% 줄이겠다는 EU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재가 약해지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휘발유·경유 가격 가파른 상승세 그럼에도 금수 조치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셸 상임의장은 “유럽 전역에서 이미 높은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러시아는 EU 제재에 맞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확대하고 있다. 31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24달러에 육박했다.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3월 말 이후 2개월 만이다. L당 2000원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이날 2012.33원을 기록해 경유 가격(2008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경유 수급 차질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보다 올랐다가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재역전한 것. 유럽이 원유 금수 조치에 앞서 대체 에너지를 찾으면서 아시아의 천연가스 현물가격(지난달 27일 기준)도 지난해 대비 114% 오른 100만 BTU(열량 단위)당 22달러로 치솟았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 연합 후보로 나선 게릴라 출신의 구스타보 페트로 상원의원(62·사진)과 무소속 부동산 재벌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77)가 각각 40.3%, 28.1%의 득표를 얻어 1, 2위를 기록했다. 득표율 절반을 넘긴 후보가 없어 둘은 다음 달 19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페트로 후보가 최종 승리하면 1886년 건국 이후 최초로 좌파 정부가 들어선다. 페트로 후보는 젊은 시절 급진 좌파 게릴라단체 ‘M-19’에서 활동했고 2012∼2015년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냈다. 2018년 대선에서 이반 두케 마르케스 현 대통령에게 패했지만 이번에 빈곤 해소, 마약 퇴치 등의 공약을 내세워 득표율 1위를 달성했다.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플레이션, 양극화 등으로 인한 국민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실시됐다. 2019년과 2021년 연이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는 등 중도우파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져 결선투표에서도 페트로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칠레, 온두라스, 페루 대선에서 속속 좌파 후보가 승리한 데다 이번 페트로 후보의 1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도 ‘좌파 거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재집권 등이 유력해지면서 중남미에 ‘핑크타이드’(온건 좌파 정권의 잇따른 집권) 열풍이 거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보조금 지급,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좌파 후보가 각광받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분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전달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 요새 점심 회동을 하려면 1인 당 얼마 정도 예산을 잡으면 적당할까요? 서울 시내에선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려면 1만5000원도 부족할 것 같네요.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를 조금씩 떨어뜨려 ‘조용한 도둑’이라고도 불립니다. 지금의 100만 원이 10년 뒤 100만 원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은퇴 후 쓰려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목돈을 모으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물가상승률에 내 돈의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 적금 붓기도 꺼려진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처럼 높은 물가상승률은 10년 뒤, 20년 뒤 내 돈의 가치를 얼마나 잠식할지, 목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돈벌이는 과연 몇 살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데이터톡이 따져봤습니다. ● 지금 1억 원은 10년 후 얼마의 가치? 지난 10년 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1.4%였습니다. 10년 전 목돈 1억 원을 예금 금리 2%로 은행에 넣어놓았다면(보통 현금 1억 원을 금고에 넣지 않고 은행에 넣어 두니까 예금 금리 만큼 투자수익률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10년 전 1억 원의 실질가치는 지금 1억608만 원이 되어있겠죠. 실질가치가 뭐냐고요?1년 전 월급이 300만 원, 생활비도 300만 원이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1년 뒤인 현재 물가가 10% 올라서 생활비가 330만원이 들게 됐습니다. 월급은 여전히 300만원입니다.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어디서 30만 원을 빌려야 하겠죠. 1년 전 300만 원 몫을 하던 월급이 이제 그만큼의 몫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내가 가진 돈의 액수는 달라지지 않더라도 물가상승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재화가 줄어들면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돈의 가치를 실질가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1억 원의 실질가치는 물가상승률이 금리(투자수익률)보다 높아지는 순간부터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물가상승률이 1.4%보다 1%p 높은 2.4% 수준이라면 지금 1억 원의 실질 가치는 10년 뒤 9616만 원, 20년 후에 9247만 원, 30년 후에는 8892만 원이 됩니다. IMF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4%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죠.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계속 4%를 유지한다면 지금 1억 원은 10년 후 8235만 원, 20년 후 6782만 원, 30년 후 5585만 원이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내 돈의 절반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35세에 5억 원 있어도 파이어족 불가능 물가가 치솟으면 돈벌이를 계속해야 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싱글이라면 적게는 5억 원의 금융자산만 모아도 퇴직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데이터톡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와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35세에 5억 원이 있어도 물가상승률이 2.4%를 넘어가면 파이어족(30대 후반~40대 초반 은퇴)이 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현재 35세인 싱글인 A가 5억 원의 자금을 모아 연 4%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넣어놓았다고 가정해 봅니다. 사망 예상 시점은 84세(한국인 기대 수명, 2020년), 은퇴 후 예상생활비는 월 165만 원(국민연금연구원, 2020년)입니다. 옆의 그래프를 보죠. 물가상승률이 1.4%인 경우 A는 38세에 일을 그만둬도 다른 이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38세 이후부터는 사망 시점까지 필요한 생활비의 총액(주황색 선)이 내 자산의 가치(파란색 선)보다 적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아질수록 생활비 총액선이 ‘내가 모은 돈의 가치’ 선과 만나는 지점은 점점 뒤로 밀립니다. 물가상승률이 2.4%라면 초록선과 파란선이 만나는 45세에야 은퇴가 가능합니다. 40대 초반에 파이어족이 되겠다는 꿈은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3.4%라면 55세에, 물가상승률이 4%라면 60세에나 퇴직할 수 있습니다. 30세 싱글이면서 금융자산 3억 원을 모은 B의 사례를 하나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B는 A보다 나이가 적어 앞으로 살아갈 날이 A보다 더 많은데 모아놓은 돈은 A보다 적기 때문에 퇴직 가능한 시점이 A보다 늦습니다. 물가상승률이 1.4%인 경우 B는 48세에 은퇴할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2.4%이라면 57세에, 3%라면 66세에 은퇴가 가능합니다. 물가상승률이 4%라면 70세나 퇴직하겠네요. 30세에 3억 원이 있어도 조기은퇴는 불가능한 셈입니다. ( ̄ヘ ̄;)●WSJ, “살인적 물가에 4% 법칙 흔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은퇴자들이 수십 년 간 안전한 공식으로 여겨오던 4%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Cut Your Retirement Spending Now, Says Creator of the 4% Rule‘, 2022년 4월19일) 4% 법칙이란 은퇴 첫해에 노후자산의 4%를 꺼내 쓰고 이듬해부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만큼 조금씩 늘려 꺼내 쓰면 최소 33년 간 자금고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으로, 1994년 미국의 재무 전문가 빌 벤젠이 만들었습니다. 빌 벤젠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이번 인터뷰를 통해 1926년 이후 지금까지 4% 법칙이 유효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의 물가 급등이 장기적 추세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이 설 때까지는 더 조심스럽게 지출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같이 유례없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 아래서는 매달 노후 자산의 4%보다 적게 꺼내 써야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투자조사 전문기관인 모닝스타는 인출액을 3.3%로 낮춰야 노후 30년이 안전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의 시뮬레이션이나 벤젠의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지금 같은 인플레 상황 아래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거나 더 오래 돈벌이를 할 궁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지네요. 국내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3~4%대의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적어도 물가상승에 기름 붓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외신읽기가 어렵다구요? 국제부 기자 어깨너머에서 외신을 본 경력만 3년. 광복이가 놓치기 아쉬운 훌륭한 외신만 엄선해 전해드릴게요. 바쁜 일상 속 짬을 내 [광복이 외신클럽]을 완독해내신 당신을 위해 매 회 귀염뽀짝한 동아일보 인턴기자 광복이의 일상도 함께 공개합니다! ※‘광복이’는 생생한 글로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매주 한 번씩 등장하는 국제부 임보미 기자의 반려견(부캐)입니다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18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초등학생 19명,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생된 학생들은 모두 4학년, 같은 반 친구들이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총기난사 소식을 전한 뉴스에 ‘미국 최악의 예외주의는 빈번한 총기사건’(The spate of gun violence shows American exceptionalism at its worst)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부제는 조금 더 냉소적입니다. 텍사스와 미국 전역이 또 다시 눈물 흘리고 있지만 행동에 나설 자가 있을까?(Texas and the country are sweeping, again. But will anyone act?)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는 18번째 생일을 기념해 소총 2자루를 샀다고 합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집에서 할머니를 먼저 총으로 쏜 뒤 범행을 위해 학교로 차를 몰았습니다. 범행의 전개가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10년 전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너무 비슷합니다.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에서도 20세 남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먼저 총으로 쏜 뒤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학년생 20명을 포함해 28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할머니로, 1학년이 4학년으로 바뀌었을 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비슷합니다. 10년 전까지 갈 것도 없이 불과 2주 전에도 뉴욕주 버팔로 한 슈퍼에서 18세 남성이 10명을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미국의 트라우마 전문의로 총기규제 대표 지지자 중 한 명인 조 사크란 의사는 미국의 반복되는 총기사고의 비극을 두고 “계속 같은 영화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라운드호그 데이’(사랑의 블래홀·자고 일어나도 계속 같은 날을 맞는 기상캐스터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나쁜 버전 같다”고 평했습니다. ○미국의 총기 예외주의이코노미스트는 총기에 있어 미국이 극히 예외적이 국가인 점을 강조합니다. 우선 압도적으로 높은 총기 소지율입니다. 스위스 국제연구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 100명당 소지한 총기 수가 120.5개입니다. 내전으로 시름하는 예맨(2위·52.8개)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양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비슷한 총기난사 사고가 벌어진 뒤 총기 규제 법안을 강화시켰지만 미국만큼은 관련 규제법에 변화를 거부해왔다고 지적합니다. 10년 전 샌디훅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현 대통령이자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에게 총기규제 법안의 개혁을 맡겼습니다. 바이든은 2013년 모든 총기 구매에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이 법안은 전미총기협회(NRA)가 강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는 상원의 벽에 번번이 막혔습니다. 바이든은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온라인에서 총기 부품을 각각 구매 후 조립해 일명 ‘유령총’을 만들지 못하도록 정책을 손보려 했습니다. 참사가 일어났던 주들에서도 주 차원의 총기규제 법안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방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없는 한계는 뚜렷했습니다.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주에서는 허가받을 필요 없이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하는 주법을 통과시키고 나선 겁니다. 미 의회에서 총기규제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이던 1994년 상원에서 통과시킨 ‘살상용 무기 금지법’이 일몰 조항(10년 후 자동 폐기)으로 2004년 폐기된 뒤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법안이 폐기됐으니 상황은 1994년보다도 못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론은 이런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NRA로 대표되는 총기 이익단체는 수정헌법2조(무기소지의 자유)를 근거로 규제가 강화되지 못하도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원래 총이 많은 나라라 그렇다고? 웃기지마…NYT의 팩트폭행미국에서 총기난사사고는 워낙 자주 나왔던 뉴스라 사실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이번 난사사건이 발생한 뒤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당시 텍사스 한 교회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 이후 신문에 실렸던 기고문을 친히 다시 소개했습니다. 제목은 ‘총기사고를 어떻게 줄일까(how to reduce shootings)’입니다. 5년 전 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 소개하기 적절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기고문은 ‘미국은 총기사용에 있어서 예외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이 하는 주장을 수치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Q&A 형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Q1.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총이 많으니까 총기 사고도 많은 거 아니야?A. 응. 아니야. 총이 많은 것도 맞지만 총기사고는 더 많거든. 미국은 인구 100명당 보유 총기 수가 120.5개로 압도적 1위야. 선진국 중에서는 캐나다가 그 다음(34.7개)이거든? 단순히 총이 많아서 사고가 많이 나는 거면 미국이 캐나다보다 총기를 3.5배 정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까 총기사고도 3.5배 정도가 돼야 하잖아? 그런데 인구 10만 명당 총기사고로 사망한 사람 수는 미국이 3.4명으로 캐나다(0.6)보다 5.6배나 높아. Q2. 총기사고보다 차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잖아? 그렇다고 차를 금지할래?A. 물론 금지 안하지. 대신 ‘규제’하지. 1950년부터 교통안전규제가 계속 강화됐고 덕분에 자동차 주행거리 1억 마일당 차사고 사망자 수는 1946년 9명에서 2021년 1.33명으로 약 7분의 1로 급감했어. <미국 주요 자동차 규제>1950년 미국산 차 안전벨트 도입 1968년 연방 자동차 표준 안전기준 도입1974년 전국 속도 제한 도입(시속 88km) 1978년 테네시주 어린이 안전벨트 의무규정 도입1993년 자동차 안전 등급제 도입 1999년 에어백 의무화 2000년 자동차 제조사 결함 의무보고 Q3. 총기 규제를 강화한다고 총기사고 사망자가 줄 것 같아?A. 총으로 막는 죽음보다 총으로 생기는 죽음이 더 많아. 총기 보유수준이 평균 이상인 주가 총기관련 사망자 수가 더 높은 경향이 뚜렷해. 자살이든 타살이든 이단 총이 있으면 사람이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져.Q4. 총기난사 때문에 죽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난사하려고 마음먹은 놈이 막는다고 막아져? 자살하는 사람은 또 어떻게 막을 건데? A. 물론 총기난사를 작정한 놈을 완전히 막기란 불가능하지. 실제로 총기관련 사망은 난사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는 친구, 가족의 총에 맞아 죽는 경우가 훨씬 많아. 다만 총기난사 사건 때마다 경각심이 생겨서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어. 주별로 비교해보면 총기규제가 강할수록 총기 관련 사망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해.○사람들 마음 찢어놓는 총기사고에도 의원님들의 마음은 확고부동 이번에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텍사스 주는 이미 2019년 한 해에만 두 차례 연달아 총기난사 사고를 겪었습니다. 당시 그레그 애보트 주지사는 향후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애보트 주지사는 오히려 허가 없이도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이번에도 애보트 주지사는 총기사고가 난 뒤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텍사스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선출된 베토 오루크는 회견 도중 애보트 주지사의 말을 가로챈 뒤 “주지사님은 이번 사고가 예측 불가능했다고 말하셨지만 이건 완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당신이 다른 선택을 할 때까지 이번 사태의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계속 벌어질 것입니다. 누군가 아이들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제처럼 계속 죽어나갈 것입니다”라고 일침했습니다. 하지만 애보트는 주지사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오루크 후보에게 뒤진 적이 없습니다. 설령 오루크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당선된다 한들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주 의회에서 그가 총기규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합니다. 오늘(27일), 미국에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NRA의 최대행사인 연례총회가 열립니다. 이 행사에는 애보트 주지사는 물론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해 연사로 나설 예정입니다. 텍사스에서 총기난사사고로 초등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지 72시간 만에, 같은 텍사스에서 총기 규제를 완화시키려고 로비를 하는 단체의 성대한 행사가 열리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총기난사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던 정치인들은 이제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연설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를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깊은 분노가 느껴집니다. That the Uvalde atrocity and the nra‘s gathering will occur in the same state, in the same week, is a symbol of America’s divisions and dysfunction. 유밸디에서 벌어진 참사와 전미총기협회(NRA)의 행사는 같은 주(state)에서, 같은 주(week)에 열린다. 이는 미국이 얼마나 분열돼있고 고장 나있는 지를 보여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4일(현지 시간)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참사는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215번째 총기 사건이다. 이 중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은 27건. 상반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2018년부터 미국의 학내 총기 사건 사고 통계를 낸 미 교육매체 ‘에듀케이션위크’가 집계한 연간 최고치(2021년 34건)에 육박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은 61건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1999년 미 서부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이었던 가해자 2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진 이후 미 전역 학교에서 대형 총기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북동부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사망자 중 20명이 초등학교 1학년생이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에는 전 세계 총기의 40%인 4억 정이 있다. 미 인구(3억3000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보수 텃밭 텍사스주는 총기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강한 곳이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대체로 권총은 21세, 소총은 18세부터 구매를 허용한다.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공화당의 반대로 미 의회에는 총기 규제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은 이번 참사 이후 학교 총기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교사 및 교직원들을 무장시키자”고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4일(현지 시간)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참사는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215번째 총기난사 사건이다. 이중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은 27건. 상반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2018년부터 미국의 학내 총기사고 통계를 낸 미 교육매체 ‘에듀케이션위크’가 집계한 연간 최고치(2021년 34건)에 육박했다. 미 연방조사국(FB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은 61건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1999년 미 서부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이었던 가해자 2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진 이후 미 전역 학교에서 대형 총기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북동부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사망자 중 20명이 초등학교 1학년생이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에는 전 세계 총기의 40%인 4억 정이 있다. 미 인구(3억3000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등록되지 않은 총기까지 합하면 실제 훨씬 많은 수가 유통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보수 텃밭 텍사스주는 총기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강한 곳이다. 지난해 총기소지 면허제를 폐지해 21세 이상 성인은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도 총기 소지가 가능해졌다.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 이후 방송에 출연해 학교 총기사고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교사 및 교직원들을 무장시키자”고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니 참 슬픈 일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패한 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포워드 데이먼 리는 팀의 패배보다 더 큰 슬픔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미국 텍사스 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로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21명이 목숨을 잃은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리는 “총을 구하는 게 이렇게 쉬워서는 안 된다. 지금은 애들 분유보다 총을 구하는 게 더 쉬운 것 같다”며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로 미국 내 분유 품귀현상이 일어난 반면 반복된 총기사고에도 총기규제는 강화되지 않는 상황을 비꼬아 비판한 것이다. 리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언급하며 “이래선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여겨지는 나라에서 정말 황당한 일이다. 이렇게 생명을 잃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기 전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 역시 “지금 농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체 언제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런 데서 망연자실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데에도 정말 지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 감독은 개인적으로 총기사고 피해 유족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 말콤 커 씨는 1984년 베이루트에서 암살 당했다. 커 감독은 “HR-8(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강화) 법안에 반대한 상원의원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더 머무르기 위해 법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를 인질로 잡고있는 셈이다. 정말 한심하다”고 로비세력의 입김에 총기규제 강화에 미온적인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작심 비판했다. 골든스테이트의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 커 감독의 발언에 대해 “경기 전 모두가 총기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며 “감독님이 말씀하실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상상도 안된다. 감독님의 모든 말씀은 의미가 있고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임보미기자 b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2년여 만인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대면 회의를 재개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다보스포럼)에서 30년간 이어진 세계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화를 뒷받침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하게 교란됐다며 ‘전환점에 선 역사’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탈(脫)세계화가 주요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세계 ‘디커플링’ 우려 커져”FT에 따르면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회장은 “미중 갈등이 팬데믹으로 더 심해진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의 디커플링(decoupling·단절)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쇼어링’(국내로 제조업을 다시 도입하는 것), 지역주의, 재(再)국유화처럼 최근 출현한 경영 추세로 인해 세계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세계화와) 국가주의 보호주의 국수주의 등과의 갈등에서 누가 이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비용을 절감하며 세계화를 촉진시킨 아웃소싱이 이제는 공급망 불안을 가져오는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반면에 지정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그룹 조너선 그레이 회장은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와 더 가까운 곳에서 생산을’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워버그핑커스의 찰스 케이 최고경영자(CEO)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투자를 결정할 때 사라졌던 지정학적 요인의 중요성이 최근 다시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센티오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기업 투자자 회의나 실적 발표에서 해외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는 현상을 뜻하는 ‘온쇼어링’ ‘리쇼어링’ 같은 단어가 언급된 수치는 2005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젤렌스키 “러 제재 동참” 호소26일까지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연설로 개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주제) ‘전환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은 무력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둘지 결정할 때”라며 세계 경제 리더들에게 최대 수준의 러시아 제재(원유 수입 및 무역 금지 등)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어느 나라도 반대하지 않지만 배고픔 가난 절망 혼돈에는 반대한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 플랜’으로 유명한 조지 마셜 전 미국 국무장관 말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쳤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보스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라며 19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해 20년간 양심수로 복역하다가 풀려난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 이후 오랜만의 기립박수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창립자와의 대담에서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없다. 여러분은 매일 아침 ‘내가 오늘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러시아인 참가를 금지했고 러시아 관련 파트너십도 모두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은 다보스 중심가에 각국 대표들이 포럼 기간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러시아하우스’ 대신 ‘러시아 전쟁범죄 하우스’를 차렸다. 우크라이나 철강 재벌 빅토르 핀추크 재단이 제작을 후원한 이 전시관은 러시아군이 자행한 전쟁범죄 기록을 전시한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팬데믹 기간 30시간마다 한 명꼴로 억만장자가 탄생했고 동시에 33시간마다 100만 명은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면서 빈곤층을 돕기 위한 ‘연대세(連帶稅)’를 제안했다. 연대세는 가난한 사람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부유층에 물리는 세금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에 21일 반려견 전용칸이 시범운행을 시작했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일본에서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견은 보통 이동장(欌, 케넬)에 들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신칸센 전용칸에서 반려견 21마리 모두 주인 옆 좌석에 앉아 흔치 않은 ‘자유’를 누렸다. 반려동물과 더 편하게 기차여행하고 싶다는 승객 요청이 늘자 이동장과 합쳐서 무게 10kg 이하 중·소형견을 대상으로 전용칸을 시범 운영한 것이다. 이날 반려견들을 태우고 도쿄 우에노역을 출발한 열차는 북서부 산간 카루이자와역까지 약 한 시간을 달렸다. 웰시코기와 함께 기차여행에 나선 오쿠보 요코 씨는 AFP 통신에 “여행할 때마다 가방에 넣어놔야 해서 계속 (안부를) 확인해야 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얼굴을 보며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용칸 반려견 좌석은 청결 유지를 위해 비닐로 덮었고 강아지는 좌석 밖을 돌아다닐 수 없었다. 또 전용칸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됐고 개털이 날리지 않도록 운행 직후 곧바로 청소를 했다. 치와와를 데리고 신칸센에 탄 세이노 유카리 씨는 “여행을 함께하는 동안 이동장에 둔 강아지에 마음이 쓰였는데 그럴 일이 없었다”며 “고속철도 이동은 유쾌한 일만은 아닌데 오늘은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통계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티카’에 따르면 일본 반려동물산업 규모는 올 현재 1조7000억 엔(약 17조 원)에 달한다. BBC는 “도쿄를 돌아다니다 보면 강아지 전용 액세서리 전문점이 셀 수 없이 많고 럭셔리 브랜드 유모차(일명 ‘개모차’)도 흔하다.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반려동물 용품도 많다”며 “이렇게 정성스런 주인들에게 강아지를 이동장에 담아 두라는 건 잔인한 일”이라고 전했다. 일본 철도는 더 ‘애견 친화적’인 여행상품을 구상할 방침이다. 이날 전용칸을 운영한 JR동일본 자회사 JR동일본 스타트업은 “가족이 된 반려견이 사람과 함께 편안히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이번 시범운행이 애견 친화적 대중교통을 만드는 큰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영화 ‘불의 전차’(1981년) ‘블레이드 러너’(1982년) 주제곡으로 유명한 그리스 음악가 방겔리스(사진)가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본명 에방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나시우. 1967년 프랑스 파리에서 3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은 방겔리스는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전자음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불의 전차 주제곡은 1982년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그에게 안겨줬고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미싱’(1982년) ‘1492 콜럼버스’(1992년) 음악을 맡는 등 영화음악 거장으로 꼽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주제곡도 만들었다. 지난해 앨범 ‘Juno To Jupiter’를 내는 등 끝까지 음악과 함께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군 병력 증대가 절실한 러시아가 40대 이상의 군 입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며 군 병력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나이 제한을 없애 군 가용 자원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무기와 작전이 정밀해지면서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통 40~45세 경에 이런 전문성이 가장 숙련되는 경향이 있다”며 법 개정이 영역별 숙련된 전문가들의 활용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는 법 개정이 특히 의사, 엔지니어, 작전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러시아는 자국민의 경우 18세 이상 40세 이하, 외국인의 경우 18세 이상 30세 이하로 제한해 군입대를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군는 사실상 자군 병력을 총 동원해 우크라이나에서 석 달 가까이 전쟁을 치르며 심한 인적, 물적 피해를 본 상황이다. 애초 전쟁을 시작하면서 내세웠던 ‘키이우 장악’ 목표는 실패로 돌아간 지 오래다. 러시아는 최근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지역을 수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키이우 장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뒤 차순위 목표로 내세웠던 동부 돈바스 지역 장악 목표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잭 와틀링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지상전 전문가는 러시아가 보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로이터에 “러시아는 파병된 부대에 안정적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현재보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규 부대도 추가해야한다. 군입대 나이제한 폐지는 매우 복잡한 절차로 처리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다. 다만 고숙련 인력 동원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같은 날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핀란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 추진을 자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서부 지역에 12개 부대를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 최고 부자이자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최고경영자(CEO)인 스페이스X 관련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뒤 돈으로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미국 금융·기업 전문 웹사이트 인사이더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6년 스페이스X 법인 전용기에서 여성 승무원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동의 없이 이 승무원의 신체를 만졌다. 또 마사지를 받으면서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는 듯한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더가 입수한 당시 사건 진술서에 따르면 2016년 영국 런던으로 가는 전용기 자신의 방에서 머스크는 피해자(승무원)에게 전신 마사지를 요구했다. 당시 머스크는 옷을 다 벗고 하반신만 수건으로 가린 상태였다. 마사지를 받던 머스크는 하반신을 가린 수건을 걷었고 피해자 허벅지를 만졌다. 또 취미가 승마인 피해자에게 “더 하면(do more) 말(馬)을 사주겠다”고 말했다. 진술서는 해당 발언이 유사 성행위를 의미했다고 기록했다. 피해자는 머스크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그는 머스크의 ‘제안’을 거절한 뒤 자신에게 배정되는 일이 확연히 줄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친구에게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진술서에 “‘성행위’를 거절해 일에서 밀려나고 피해를 입는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2018년 피해자는 업무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했다며 스페이스X 인사팀에 2016년 전용기에서 일어난 사건을 담은 고소장을 전달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참석한 조정 자리를 마련해 사건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그해 11월 스페이스X는 머스크를 고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25만 달러(약 3억1600만 원)를 지급하는 ‘계약 해지’에 피해자와 합의했다. 재정 보상 사실과 머스크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밀 유지 조건이 달렸다. 인사이더는 트위터 인수에 나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반”이라는 글을 거론하며 그의 언행불일치를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친구가 인사이더에 제보해 알려지게 됐다. 이 친구는 “지구 최대 부자일 정도의 힘 있는 사람이 돈만 던져주고 상황을 모면한다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제보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부와 힘을 가진 사람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며 “계속 침묵한다면 우리도 그 시스템의 일부가 돼 머스크 같은 사람이 계속 끔찍한 일을 저지르도록 용인하는 꼴이 된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외신읽기가 어렵다구요? 국제부 기자 어깨너머에서 외신을 본 경력만 3년. 광복이가 놓치기 아쉬운 훌륭한 외신만 엄선해 전해드릴게요. 바쁜 일상 속 짬을 내 [광복이 외신클럽]을 완독해내신 당신을 위해 매 회 귀염뽀짝한 동아일보 인턴기자 광복이의 일상도 함께 공개합니다! ※‘광복이’는 생생한 글로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매주 한 번씩 등장하는 국제부 임보미 기자의 반려견(부캐)입니다유럽 축구에 ‘챔피언스리그’(유럽 각국 리그 최상위 32개 팀이 유럽 축구 최강 팀을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유럽 음악에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럽 방송 연합이 주최하는 유럽지역 국가대항 가요제)가 있습니다. 특히 14일 열린 올해 유로비전 결선에서는 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출전한 우크라이나 랩·포크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우승을 차지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www.youtube.com/watch?v=UiEGVYOruLk(멜로디 중독성 매우 높음 주의)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우크라이나 민속 음악에 힙합을 접목시킨 밴드입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이날치 같은 느낌이겠죠. 우승곡 ‘스테파니아’는 그룹의 리더 올레흐 프시우크가 어머니를 위해 쓴 헌정곡인데요. ‘넌 내게서 의지를 앗아갈 수 없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거거든’ ‘길이 망가진대도 난 늘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낼 거야’ 등의 가사는 이번 전쟁을 거치며 조국 우크라이나에 바치는 의미로 재해석 됐습니다. 리더 프시우크는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에게 “자랑스럽다”는 문자가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올해 우크라이나의 우승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문화는 공격을 받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와 우크라이나의 음악이 살아있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동아일보의 음악전문 임희윤 기자는 이들의 무대를 보고 “힙합 비트와 랩, 우크라이나 민속음악을 섞어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수시로 끼어드는 우크라이나 전통 관악기 텔렌카 연주 장면이 압권이다. ‘너네 이런 거 본 적 있어?’라고 쿨하게 묻는 듯한 연주…. 첨단을 넘는 전통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전쟁 통에 제대로 공연 리허설도 못한 우크라이나 팀이 우승을 했다니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실 유로비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온 음악 강국입니다. 2003년 이 대회에 처음 참여한 우크라이나는 올해까지 총 3차례(2004, 2016, 2022) 우승을 따냈습니다. TOP5 안에 든 것도 여덟 번인데 우크라이나보다 좋은 성적을 낸 나라는 스웨덴(11차례), 러시아(10차례)뿐입니다. 그동안 ‘유럽의 곡창지대’로만 알려졌던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문화적 토양도 비옥한 나라였다는 점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13일) ‘우크라이나 음악은 위협이 없었을 때는 늘 번창했다(When Ukrainian Music Wasn’t Under Threat, It Thrived)‘라는 기사에서 20세기 압제의 역사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만의 민족성을 지닌 현대음악을 구축한 작곡가들의 저력을 조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종이신문(15일자)에는 ’우크라이나 음악이 번창했던 한때(When Music From Ukraine Once Thrived)‘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한국과 비슷하게 온라인 버전보다 종이신문용 제목이 조금 더 함축적이고 신경 쓴 티가 납니다.○억압에 굴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의 저력 기사는 키이우에서 모더니즘이 만개했던 시기를 다뤘습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뒤 우크라이나는 1920년까지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잠깐의 독립을 누렸는데요. 이때부터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해 억압정책을 펴기 시작한 1930년대 전까지는 볼셰비키가 키이우의 예술을 강하게 규제하지 않았던 시기라고 합니다. 우크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이었는데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가 겪었던 문화통치기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우크라이나 현대음악의 뿌리는 ’우크라이나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콜라 리센코(1842~1912)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리센코는 작품 활동 초기 우크라이나 민속 음악 수집 및 편곡에 집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의 민족성을 녹여낸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이어 리센코의 제자인 미콜라 레온토비치(1877~1921)가 스승의 유산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민요와 우크라이나 민족 시인 타라스 셰우첸코(1814~1861) 등의 시, 산문을 접목시켜 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편곡 작품으로는 크리스마스 캐롤로 유명한 ’종들의 노래(Shchedryk)‘가 있습니다. 레온토비치는 우크라이나 전통 현악기인 반두라를 활용한 작품도 만들었는데요. 우크라이나 민족음악학자 마리아 소네비츠키는 이 같은 작업물을 “우크라이나의 음악적 주권을 세우는 중요한 실험이었다”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 권력을 장악한 스탈린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반두라 연주가들을 “민족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대거 처형하고 나섰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 등록됐던 반두라 연주자가 300여 명이었는데 1936년 이후에는 단 4명만 남게 될 정도였다고 해요. 레온토비치 역시 우크라이나 민족성을 고취시킨 ’죗값‘을 치러야 했습니다. 1921년 1월, 그는 잠자던 중 소련 비밀경찰의 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레온토비치가 살해당한 뒤에도 키이우 예술가들은 두려움에 떨기는커녕 더욱 단결했습니다. 그가 살해당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키이우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음악가, 비평가, 민속학자들은 그를 기리며 ’레온토비치 음악회‘를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서유럽 전역에서 유행하던 우크라이나식 모더니즘을 탐구했는데요. 작곡가 보리스 랴토신스키(1895~1968)가 이끈 이 음악회는 우크라이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수백 개의 앙상블, 교육기관을 후원했습니다. 이 곳은 키이우의 많은 젊은 작곡가들이 미학적, 이데올로기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습니다. 레온토비치 음학회의 예술적 실험은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비주얼아티스트, 작가, 학계, 감독들과도 활발한 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 중에는 1920~30년대 우크라이나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였던 레스 쿠르바스(1887~1937) 감독도 있었습니다. 그는 소비에트 연방 전역에서 인기를 얻었던 감독인데요. 하지만 대중적 인기도 스탈린 이데올로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시대 처형당한 수많은 예술가들처럼 그 역시 1933년 러시아 북부의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1937년 11월 총살당했습니다.레온토비치 음악회 역시 1928년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현대음악협회‘로 흡수되면서 해체되게 됩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출신 작곡가 니콜라이 로스라베츠(1881~1944)가 10년 가까이 현대음악협회 회장을 맡아 소비에트 연방 아방가르드 세대의 음악적 다양성을 키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당시 모스크바에는 현대음악협회 말고도 ’프롤레타리아음악협회‘라는 단체도 생겼는데요. 다양성을 추구한 현대음악협회와 달리 플로레타리아 음악 협회는 사회주의적 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작곡 기법을 중시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단체 모두 1932년 스탈린 정권이 모더니즘 문화를 엄중탄압하면서 해체됐습니다. 당시 소련 당국은 모더니즘 음악을 ’서구의 타락‘이라 비방하며 음악가들을 억압했습니다. 이후 소련에는 프롤레타리아 음악 협회의 뜻을 이은 단체인 ’소비에트 작곡가 조합‘만 남게 됩니다. 로스라베츠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추방당했고 레온토비치 음악회의 개혁적 정신을 이어온 단체들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우크라이나 음악의 뿌리를 찾아서 뉴욕타임스의 ’우크라이나 음악은 위협이 없었을 때는 늘 번창했다(When Ukrainian Music Wasn‘t Under Threat, It Thrived)’ 기사에 삽입된 일러스트입니다. 현대 우크라이나 음악의 기틀을 닦은 작곡가 미콜라 리센코(왼쪽)와 우크라이나의 민족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적 음악을 발전시킨 미콜라 레온토비치(오른쪽)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들의 작품 악보,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로 탄압의 대상이 됐던 반두라를 연주하는 음유시인도 있는데요. 이 모든 요소를 우크라이나 국기 배색을 활용해 꾸민 게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예쁘다고만 느꼈는데 기사를 다 읽고 나니 핵심 메시지가 이 그림 한 장에 다 녹아있었습니다. 1991년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늘날까지도 현대 우크라이나 음악까지 이어지는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클래식음악을 알리기 위한 앱 ‘우크라이나 라이브 클래식’이 대표적입니다. 전쟁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음악계에는 우크라이나 작곡가의 작품 연주 요청, 악보 요청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음악인들은 우크라이나 클래식음악에 대한 정보를 담아 이 앱을 만들었습니다. 앱은 지난 수 세기간 이어져온 우크라이나 고유의 음악 작품의 악보나 음원 등을 서비스하는데요. 덕분에 해외에 있는 음악가, 예술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음악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됐습니다. (위에 소개된 우크라이나 대표 작곡가 두 명의 일러스트도 이 사이트에서 받아왔습니다!) NYT는 이 앱이 “일종의 우크라이나 음악 역사의 디지털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기사는 우크라이나 음악 역사에서 ‘서사’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 됩니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왔던 “러시아의 문화는 유서가 깊다”는 통념 역시 국제사회의 정치적 헤게모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던지면서요.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 기사의 마지막 부분은 원문과 함께 읽어볼까요. NYT/ ‘우크라이나 음악은 위협이 없었을 때는 늘 번창했다(When Ukrainian Music Wasn’t Under Threat, It Thrived)‘ 원문 일부 발췌 And narratives matter, perhaps now more than ever. “The idea that ’culture is beyond politics,‘” Morozova, the music critic, said, “has long been promoted by those who put culture at the service of ideology and war crimes.” Performing music by canonical composers like Tchaikovsky or Shostakovich, she suggested, obscures the realities of Putin’s Russia. Instead, she argued, their music has become a sort of “cultural weapon” that serves to “make Russia attractive to Europeans.”Ukraine‘s absence from stages and scholarship from Wester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is a product of these politics, Sonevytsky, the ethnomusicologist, said. “This is an excellent moment to think about why we attach the term ’greatness‘ to Russian, but not Ukrainian, culture,” she said. “There is a kind of exceptionalism that empires produce and make seem virtuous that smaller countries, depicted as the ’threatening nationalists‘ on the border, are denied. So why do we only know composers who we consider to be ’great Russian‘ composers?”She paused, letting out a deep sigh, then added: “It’s all Russian soft power on the global stage.”음악 비평가 모러조바는 “‘문화는 정치를 뛰어 넘는다’는 말은 문화를 이데올로기와 전쟁범죄에 예속시키려는 세력이 퍼뜨렸다. 차이코프스키나 쇼스타코비치 같은 유명 작곡가들의 음악 연주는 푸틴의 러시아라는 현실을 흐릿하게 만든다”며 “이들의 음악이 유럽에서 러시아의 매력도를 높이는 일종의 ‘문화적 무기’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음악학자 소네비츠키 역시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의 영미권, 유럽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 데에도 이러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며 “왜 유독 ‘대문호’, ‘대작곡가’ 같은 칭호가 러시아 예술가들에게만 붙는지에 대해서도 곱씹어볼 때”라고 말했다. “강대국들은 인접한 약소국에서는 ‘위협적인 민족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금지했던 활동들을 자신들이 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일종의 예외주의를 만들어내곤 한다. 우리가 ‘대작곡가’로 알고 있는 게 다 러시아인인 이유는 다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지닌 소프트파워 때문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198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불의 전차’와 SF영화 신기원을 연 ‘블레이드 러너’(1982) 주제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리스 출신 작곡가 겸 음악가 반젤리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그리스 아테네뉴스통신(ANA)은 반젤리스가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치료 받다 17일(현지 시간) 밤 숨졌다고 그의 대리인을 통해 19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43년 그리스 볼로스에서 에방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나시우스로 태어난 반젤리스는 4세부터 혼자 피아노를 쳤다. 못이나 유리 등을 피아노 현에 매달고 쳐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음악을 스스로 깨우쳤다. 정식 음악교육을 받지 않아 악보 읽는 법도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서 작곡 편곡은 가르칠 수 있지만 창의성은 가르칠 수 없다”며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창의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아테네에서 유년을 보낸 그는 스무 살 때인 1963년 그리스 최초 록 밴드 ‘포르밍크스’를 결성해 활동했다. 1966년 밴드를 해체하고 이듬해 프랑스 파리로 간 반젤리스는 그리스 최고의 남자가수로 꼽히는 데니스 루소스 등과 3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를 결성했다. 이후 발매한 싱글 ’비와 눈물‘은 유럽 전역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 신시사이저를 접하게 된 이후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풍부한 사운드의 전자음악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대중음악의 상업성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1970년대 다큐멘터리, 영화, TV 시리즈 음악 작업을 하게 된다. 1981년 영화 ’불의 전차‘ 오프닝 신에서 바닷가를 달리는 영국 육상선수들 위로 아름다고 환상적으로 울리는 주제곡으로 오스카 음악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81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랐다. 1982년에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미래 암울한 로스앤젤레스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주제곡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또 천문학자 칼 세이건 교수의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1982)에도 그의 작품이 쓰였다.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과는 1992년 ’1492 콜롬버스‘ 음악을 만드는 등 영화음악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반젤리스는 영화음악 작업 제안을 많이 거절하기로도 유명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제안 받은) 영화 절반 정도는 음악이 필요하지 않았다. 음악을 억지로 쑤셔 넣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적 성공에 대해 “성공하면 계속 같은 틀 안에 머무르고 이전 성공을 답습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며 경계했다. 반젤리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세계 굵직한 스포츠 대회 음악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그의 마지막 음반 석 장을 발매한 데카는 “반젤리스는 특별한 독창성과 힘을 지닌 음악으로 우리의 삶을 채웠다. 그의 음악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반젤리스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한 그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그림이 먼저다. 그게 순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표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초기 누드 드로잉(사진)이 역대 경매에 나온 그의 작품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개인이 소장한 미켈란젤로 드로잉 작품은 10점이 되지 않을 만큼 희귀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켈란젤로가 처음 그린 누드로 알려진 드로잉 작품이 18일(현지 시간) 파리 크리스티 경매에서 2300만 유로(약 307억 원)에 팔렸다. 다만 당초 예상 낙찰가3000만 유로(약 401억 원)에는 못 미쳤다. 구매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미켈란젤로 작품 경매 최고가는 2000년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의 950만 유로(약 127억 원)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막 예술 활동을 시작한 21세 때인 1496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를 뽑지 않고도 영유아 환자 진단을 돕는 ‘스마트 젖꼭지’ 시제품이 개발됐다. 연구진 10명 중 9명이 한인이다. 영유아 질병이나 상태를 살펴보는 데 필요한 각종 수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젖꼭지 상용화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조지아공대 위치토주립대와 한국 부경대 연세대 소속 연구원 10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16일 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서 스마트 젖꼭지로 측정한 영유아 환자의 전해질 칼륨 나트륨 수치가 채혈 분석을 통한 수치와 비슷한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수치들은 미숙아의 탈수(脫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연구팀은 작은 센서를 부착한 일반 젖꼭지를 아이가 물면 센서가 침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도록 했다. 데이터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같은 기기로 전송돼 의료진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김종훈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신생아집중치료실 유아에게 줄줄이 달린 심박수 호흡률 체온 혈압 측정용 선들을 없애고 싶었다”며 “임상 연구 대상을 확대하고 체온, 포도당 농도, 다른 전해질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싱 소자(素子)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를 뽑지 않고도 영유아 환자 진단을 돕는 ‘스마트 젖꼭지’ 시제품이 개발됐다. 개발에 성공한 연구진 10명 중 9명이 한인이다. 영유아 질병이나 상태를 살펴보는 데 필요한 각종 수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젖꼭지 상용화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조지아공대 위치타주립대와 한국 부경대 연세대 소속 연구원 10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16일(현지 시간) 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서 스마트 젖꼭지로 측정한 영유아 환자 전해질 칼륨 나트륨 수치가 채혈 분석을 통한 수치와 비슷한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수치들은 미숙아의 탈수(脫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연구팀은 작은 센서를 부착한 일반 젖꼭지를 아이가 물면 센서가 침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도록 했다. 데이터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같은 기기로 전송돼 의료진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김종훈 워싱턴주립대 조교수는 “신생아집중치료실 유아에게 줄줄이 달린 심박수 호흡률 체온 혈압 측정용 선들을 없애고 싶었다”며 “임상 연구 대상을 확대하고 체온, 포도당 농도, 다른 전해질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싱 소자(素子)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줄리아 스물리악 씨(34)는 얼마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도착할 편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오랜 친구 데니스 안티포우 씨(33)가 보낼 것이었다. 안티포우 씨는 이달 초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며 줄리아에게 편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링크와 운송장 번호를 알려줬다. 무슨 내용이냐고 묻자 안티포우 씨는 “서프라이즈(surprise)”라고만 답했다. 줄리아는 “생일에 딱 맞춰 오겠다”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안티포우 씨 편지보다 그의 부고(訃告)가 먼저 도착했다. 안티포우 씨는 11일 소속 부대가 러시아군 공습을 받아 숨을 거뒀다. 줄리아는 생일을 맞은 오늘(18일)도 ‘유서’가 돼버린 친구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우크라이나 수도에 있는 키이우 대학교 한국어과 선후배로 만났다. 안티포우 씨는 2008년 서울대로 교환학생을 올 만큼 한국을 사랑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에서 한국어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키이우대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정부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유로마이단 혁명)에 적극 참여한 안티포우 씨는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강제 병합하자 우크라이나군에 자원했다. 공군에서 특수 드론(공중무인기) 조종술을 배운 그는 이듬해 동부 돈바스 전선 특수작전에 참여해 친러 분리주의자 반군 세력과 교전을 벌였다. 지구에서 가장 큰 항공기 ‘므리야’(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파괴) 조종사 아버지를 둔 안티포우 씨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했고 자부심도 남달랐다. 돈바스 전선에서 1년간 복무하고 제대한 그는 일상으로 복귀한 참전용사들이 직업을 구하도록 돕는 사업을 군대 동료들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국무부의 우크라이나 청년사업가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연수를 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그는 사업가로서 새로운 미래를 그리던 참이었다. 하지만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그는 다시 군에 입대했다. 3월 9일 그는 러시아군 폭격에 뇌진탕을 비롯해 크게 다쳐 두 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폭격 충격파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올랐을 때 하얀 섬광을 봤다는 그는 죽는 줄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안티포우 씨는 “의식을 찾고 팔다리가 제자리에 있는 걸 확인한 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며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느낌이 대단했다. 어제가 내 두 번째 생일”이라며 줄리아에게 말했다.안티포우 씨는 두 달 가까운 입원 기간에도 한국 방송사를 포함해 세계 각국 뉴스에 출연하며 우크라이나 전황을 알렸다. 그는 “몸만 나으면 바로 돌아가 싸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줄리아는 그가 회복할 때 쯤 전쟁이 끝나 전쟁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를 바랐다. 안티포우 씨도 친구들에게 전쟁에서 승리해 기쁨을 함께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이달 초 안티포우 씨는 허리가 여전히 아팠지만 서둘러 퇴원해 부대로 복귀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무거운 것 들 때만 아프니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폭격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줄리아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남달리 사랑한 친구를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유럽 정치에서 여풍(女風)이 거세다. 핀란드와 스웨덴 여성 총리들은 ‘강대국’ 러시아에 맞서 각각 70년, 200년 넘게 유지하던 중립국 지위를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결단해 유럽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30년 만에 여성 총리가 나왔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16일 엘리자베트 보른 신임 총리(61)를 임명했다. 프랑스 여성 총리는 1992년 에디트 크레송 총리 이후 30년 만이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의 최근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74%는 ‘여성 총리를 원한다’고 답했다. 파리에서 태어난 보른 신임 총리는 유명 그랑제콜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파리교통공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기술 관료 출신이다. 일중독자로도 유명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와 함께 일한 직원은 “새벽 3시까지 일하고 그날 오전 7시에 출근하는 진정한 워커홀릭”이라고 말했다. 보른 총리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모든 소녀에게 ‘늘 꿈을 좇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 무엇도 여성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통 환경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보른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대선 공약인 연금개혁과 기후변화 정책 추진을 맡을 전망이다. 그는 교통장관 시절 강한 반발 속에도 철도개혁을 완수해 ‘불가능한 개혁을 가능케 하는 장관’이라고 불렸다. 남다른 이력의 북유럽 여성 총리들은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37)가 15일 나토 가입을 공식 발표하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노려보는 세계 최연소 수반, 인스타그램 세대 정치인 마린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이끌다”고 평했다. 옛 소련과의 겨울전쟁(1939∼1940년) 결과 영토 일부를 내주는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맺은 핀란드는 1948년부터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마린 총리는 임박한 나토 가입으로 국경을 1340km 접한 러시아가 핀란드에 전기를 끊고 가스 공급 중단을 위협하며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나토 가입은 핀란드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확정 발표한 스웨덴 최초 여성 총리 마그달레나 안데르손(55)은 이 과정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814년 이후 한 번도 참전한 적이 없는 스웨덴의 중립국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이 결정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안데르손 총리는 지난달 “국가안보 사안은 국민투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독일 최초 여성 외교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42)도 푸틴 대통령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단결을 이끌어내는 데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베어보크 장관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발트3국을 찾아 “나토 회원국으로서 독일에 100%로 의존해도 된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5~11세 대상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17일(현지 시간) 허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증상이 성인보다 아동에게 약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증상이 있거나 입원하는 어린이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3차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최대도시 뉴욕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이로서 미국에서는 제도적으로 5세 이상 모든 인구가 부스터샷을 접종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다만 5~11세 어린이들 사이에 3차 접종이 얼마나 호응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서는 5~11세 아동 중 불과 28.8%만이 2차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