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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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신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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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1~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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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푸틴 “남북러 철도 연결 공동연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시베리아 대륙횡단 철도망과 남북을 연결하는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2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기 위해 철도·전력망·가스관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 추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나진항을 거쳐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검토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의 본격적인 핵 폐기 조치 이행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곧바로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교통·물류·에너지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철도와 가스·전기 분야 경협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민간투자를 통한 경제보상 방안과 연계한 새로운 경협 청사진을 제시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선 북한의 열악한 교통·에너지 인프라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실무협상도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경협 확대 방안이 현실화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은 6·25전쟁 발발 68주년인 25일을 전후로 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유해 200∼300구를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군 유해가 48시간 이내에 판문점과 통일대교를 통해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할 것”이라며 “다만 북-미 간 협상이 계속되고 있어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갖고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 100명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진우 기자}

    •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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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상봉 2년 10개월만에 재개, 남북 100명씩… 정례화는 합의 못해

    남북이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 다만 정부가 추진했던 이산가족 상봉 규모 확대와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 등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와 단장으로 내세운 남북 대표단은 22일 북측 금강산호텔에서 적십자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은 약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수석대표 접촉, 대표 접촉, 종결회의 등을 거쳐 약 9시간 뒤인 오후 7시 15분에 공동 보도문에 합의했다. 우리 측에서 상봉 규모 확대 등을 테이블에 올려 당초 예상보다 논의가 길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남북 각각 200명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줄다리기 끝에 남북 100명씩으로 합의됐다. 또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이산가족 고향 방문 △상봉 행사 정례화 등도 언급했지만 합의가 무산됐다. 이날 종결회의에서 박 회장은 “이산가족 생사 확인, 고향 방문, 성묘 등을 정례적으로 하는 데 계속 합의해 나가자”고 했지만, 북측 대표인 박 부회장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고 답해 남북 간의 깊은 간극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한 가운데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과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회담 직후 ‘억류자 문제를 제기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체 흐름 속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했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하나 말하는 건) 긴 여정을 가는 데 조금 조심스럽다”며 북측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긴 어려웠단 분위기도 전했다. 북한도 우리 측에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여종업원 송환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됐다고 하는 건 전체 흐르는 물결 속에서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금강산=공동취재단}

    •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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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유해 송환 실무진’ 21일 방북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담긴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미군 관계자 약 5명이 21일 방북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유해 송환 관련 실무자들이 방북한 것으로 보여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미군 유해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 관계자 5명 내외가 이날 방북했다. 방북한 인원은 미군 유해 송환 업무를 맡는 하와이의 합동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유해 송환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송환 날짜까지 전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송환과 관련해 “이미 유해를 돌려받았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열린 공화당 지지자 유세 연설에서 “우린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got back). 오늘(today) 이미 200구가 송환됐다(sent back)”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 관계자들이 21일 방북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송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유해를 돌려준다고 해도 감식 등 절차를 고려하면 앞으로 며칠이 더 필요하다. 당장 유해를 운구할 관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초는 돼야 미국 본토에 유해가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미가 아직 송환 절차에 대해 협의하는 단계로 세부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엔군사령부 관계자 역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의 유해 송환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1, 2구도 아닌 200여 구의 유해를 비공개로 송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발언을 기점으로 이날부터 송환 절차가 본격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작업은 우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유해를 인수 인계하는 방식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넘겨준 유해를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로 보내 관련 의식을 거친 뒤 하와이 진주만의 히컴 공군기지로 옮긴다. 이후 기지 내에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유전자(DNA) 감식과 치아 검사, 쇄골 대조 등 세 가지 검사 방식을 거쳐 신원 확인을 한 후 유족에게 유해를 전달한다. 일각에선 차량에 실어 개성∼문산 도로를 통해 남쪽까지 송환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2007년처럼 미군 유해 발굴·인수팀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항공기에 유해를 실어 주일 미군기지를 거쳐 하와이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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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트럼프 입맛에 맞는 선물 공세… 비핵화 조치 진전은 없어

    북한이 사상 최대 미군 유해 송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해 송환을 통해 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적극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본격 내비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직접 비핵화와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다 보니 언제쯤 실질적인 비핵화 후속합의란 ‘본편’이 시작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사상 최대 유해 송환으로 북-미 신뢰 구축 노린 듯 미군 유해 송환은 1988년 12월 시작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 테이블에 처음 올라온 뒤 30년 동안 북-미가 논의해 온 주제다. ‘Leave no man behind(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버려두지 않는다)’를 철칙으로 삼는 미군은 북한과 협의할 때마다 유해 송환을 요청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은 7697명이며 이 중 북한에 묻혀 있는 유해는 5300구에 달한다. 북한이 공동성명 후속조치의 첫 단계로 미군 유해 송환을 선택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파격적인 것은 송환 유해의 수다. 19일(현지 시간) CNN 등 미국 언론 보도대로 한 번에 200구를 송환한다면 전례 없는 수가 된다. 앞서 1993년 148구의 유해가 송환된 연 최다 기록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번에 거론되는 200구는 북한이 2007년 송환 중단 후 지금까지 자체 발굴해 미국과의 ‘거래용’으로 보관해 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유해 송환이 미국에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신뢰 구축을 위해 속도감 있게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있는 유엔사에 유해를 넘기고, 유엔사가 간소한 행사를 한 뒤 미군 측에 이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군에서 DNA 검사와 신원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해 송환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번째 방북과 동시에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공동합의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유해 송환과 폼페이오 방북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 관건은 ‘부속합의서’, 디테일 담아야 대규모 유해 송환은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면서 성의를 보인 것에 대한 화답 성격도 있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앞서 양국이 서로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북한이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절차에 나설 경우 비핵화 합의 이행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유해 송환과 마찬가지로 엔진 시험장 폐기 또한 실질적인 비핵화라는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 개발을 완료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용도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속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부속합의서 작성을 위한 실무 접촉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거나 세부 표현을 꼬투리 잡아 물고 늘어질 경우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유해 송환과는 별도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 후속 협상에서 단계별 조치가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비핵화를 위한 세부 일정과 단계별 이행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북-미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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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전용기 2대+수송기 1대’ 띄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중국 베이징 방문에 항공기 3대를 띄워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했다. 세 번째 중국 방문이지만 항공기로 베이징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3월 베이징 첫 방문 때 전용열차를 이용했던 김정은은 이날 전용기인 참매1호(IL)-62를 이용했다. 지난달 두 번째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할 때 항공기를 이용했고,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 전용기를 탔던 것을 감안하면 항공기 이용이 최근 빈번해진 셈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항공기 사고나 미군의 격추 등을 우려해 해외 순방 시 열차를 고집했다. 김정은은 다롄 회동 때 참매1호에 전용 벤츠 차량 등을 실은 고려항공 IL-76 수송기까지 2대를 동원했다. 이번엔 또 다른 항공기인 ‘안토노프(An)-148’ 기종까지 추가했다. An-148은 김정은이 지방 시찰 때 애용하는 기종이다. 참모진이 여기에 탑승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3월 방중 때보다 수행단 규모가 대폭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싱가포르행 때는 중국 전용기를 빌려 다소 위세가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항공기를 3대나 직접 띄우며 ‘규모’를 자랑한 것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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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달래고 美 흔들고… 김정은, 양쪽서 실리 챙기기 외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한 지 일주일 만인 19일 방중(訪中)길에 올랐다. 3월 말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석 달 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세 번째 회담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후속 협의도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기습 방중을 두고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실익을 챙기려는 김정은식 외교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회담 일주일 만에 북-중 밀월 과시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메인뉴스는 첫 소식부터 김정은의 방중 및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몸이 달아 있는 중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국과 한국을 향해 “김정은이 우리를 찾아왔으니 비핵화 논의에서 중국을 배제할 생각 말라”고 하는 엄포와도 같았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영구 평화 기제 건설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가 함께 회담 성과를 이행하고 관련국들이 힘을 합쳐 함께 한반도 평화 과정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도 “북-미 회담 합의를 한걸음씩 착실하게 이행하면 새로운 중대한 국면을 열 것”이라면서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있어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중 우호 관계와 친선을 다지는 데도 비중을 뒀다. 비핵화 이행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보험을 확실히 들어두는 모양새였다. 김정은의 전격 방중에는 다양한 목적이 담겨 있다. 우선 시 주석에게 싱가포르행 전세기를 내준 데 사의를 표하는 한편 북-미 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기 위한 방문이다. 여기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비핵화 조치 등 대목에서 중국이 배제될지 우려하는 시 주석을 안심시키려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후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북-중이 전략적 이익을 조율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격화된 ‘김정은식 실리 등거리 외교’ 김정은의 방중은 북-미 회담 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을 다시 한번 흔들면서 중국을 아군으로 붙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무역전쟁 중인 미중의 대결 구도를 활용해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약속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거대한 판에서 보면 북한은 이미 3월 첫 방중부터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김정은의 행동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요한 방아쇠가 되거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과거 김정일의 ‘저팔계 외교’를 연상케 한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출간한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밝힌 대로 이념에 기초한 외교로부터 탈피해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챙기는 ‘견제 외교’라는 의미다. ○ 대북 제재 완화 타이밍 잡은 북한 김정은은 이런 중국의 의중을 파악해 시 주석에게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큰 명분은 방중 당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남북미 3개국이 끌고 가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수순대로면 동북아 질서가 개편될 텐데 중국으로선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더 중요해진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 평화협정 진행 속도에 맞춰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중국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북한도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 역할론을 띄우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넘어 경제협력의 물꼬도 트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한이 경제 건설로 전환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하며 자국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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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제재 벌써 푸는 中… 접경 공장 10곳 재가동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중 접경지역에 위치한 중국 공장 10곳 이상이 가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 여파로 올해 들어 감소세였던 중국 내 북한 파견 근로자 수도 지난달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세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이 틈을 비집고 벌써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 있는 A 의류 공장은 국제사회의 제재 포위망이 촘촘해진 지난해 말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가 이달 중순 다시 문을 열었다. 소식통은 “이 공장은 운영 재개에 앞서 북한 근로자도 5명 이상 충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단둥에서는 A 공장처럼 대북 교역을 하는 업체가 600여 곳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100곳 이상은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최근 운영을 재개했거나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집중돼 북한엔 ‘생명줄’ 같은 곳이다. 북-중 교역이 살아나면서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도 올해 초와 비교해 지난달에는 40∼50명 늘었고, 이달 들어 추가로 10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외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내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북한 근로자 송환’ 공지를 공장에 직접 발송하는 등 제재 이행에 적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송환 압박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여행사들은 최근 북한행 단체관광 상품을 대거 내놓는 등 북한행 단체관광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북-미 간 관계 회복을 빌미로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여행 사이트인 ‘취나얼왕’은 최근 평양, 판문점, 묘향산 등을 방문하는 다양한 북한 단체관광 상품을 대거 내놓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도 북한 단체관광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해 11월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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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재 그물 느슨해진 北中 접경… 6월만 北근로자 100명 급증

    중국이 이달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대북제재 이탈 움직임을 서서히 보이는 것은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를 일종의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통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북-중 관계는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고조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중반까지는 썩 내켜하지 않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본격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북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제재에 나선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압박도 크게 한몫했다. 미 재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훈풍이 불던 1월에도 대북 거래 의혹이 있던 중국 무역회사 2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며 중국의 제재 동참을 유도했다. 이런 기류는 3월 북-미가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고 시 주석이 김정은과 잇따라 만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관계 발전을 위한 ‘교류 확대’를 언급하자 중국이 제재로 고립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은 이달 들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한반도 비핵화 논의 국면이 본격화되자 본격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 회담 직후 “북한이 대북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제재를 조정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최근 대북제재 이탈 징후는 △북-중 교역 관련 공장 운영 재개 △북한 근로자 고용 확대 △북-중 관광 교류 증대 등으로 감지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5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훈춘(琿春) 일대 의류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 고용 증가 움직임을 포착해 보도했다. 일각에선 북-중 교역의 거점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이번 달에만 대북 투자를 문의하는 중국 사업가들이 20∼30% 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내 암시장 거래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 중국이 대북 수출 화물 검색과 북한산 임가공품 밀수 단속을 대폭 완화해 금수 품목들의 반출입이 늘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 지역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수입 금지 품목인 북한산 수산물 밀수도 최근 증가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중 교역의 핵심인 석탄, 철광석 등의 수출입은 대북제재의 ‘핵심’이라 중국도 관련 제재를 완화하는 데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4월 대북 수입액은 1178만 달러(약 127억 원)로 전년 같은 달 대비 88% 급감했다. 그러나 향후 북-미가 만들어 가는 비핵화 그림이 중국의 이익에 반할 경우 석탄, 철광석 등의 제재 완화 카드까지도 꺼내들어 판세 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북한 석탄 무역상들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국 석탄 수입상들과 사실상 가계약을 맺고 석탄을 헐값에 팔려고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미 석탄에 대한 제재도 ‘구멍’이 보이고 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제재 완화를 암시하는 발언이 나오기만 하면 중국은 유엔 등에 공식 제재 완화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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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직통번호 줬다는데… 북미정상간 핫라인 의미하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7일에)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 밝히면서 정상 간 주고받을 메시지 못지않게 그 연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의 전화 통화 계획을 밝히며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단독회담 중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불러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개인 전화는 도청의 우려가 큰 만큼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첫 통화에 사용될 가능성이 낮다. 이에 따라 별도 암호화 처리가 돼 있는 백악관 비서실 전화로 북한의 서기실(김정은 비서실)에 연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간 ‘핫라인’을 놓는다는 것. 북-미가 정상 간 전화 연결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회담 후 며칠 만에 공식 핫라인을 설치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이미 개설돼 있는 뉴욕의 북한 대표부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연락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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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폼페이오 “트럼프 임기 끝나기전”… 北비핵화 데드라인 못 박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 14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선(先) 비핵화 원칙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첫 임기를 마치는 2020년까지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시간표를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북한에 경제제재 조기 완화를 약속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CVID를 공동성명에 명시적으로 넣지도 못한 채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성급히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2021년 1월 비핵화 데드라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견 전 수행 중인 기자들과 만나 “2년 반 동안 주요 비핵화와 같은 조치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 비핵화 완수가 미국의 목표냐”는 질문에 “그렇다. 틀림없고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후 공개적으로 비핵화 데드라인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당초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비핵화 완료 시점을 넣으려 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신속한’이라는 문구를 담는 데 그쳤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시한을 공개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후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의 2020년 비핵화 완료 구상이 유효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들이 다 최종 문서(공동성명)에 담긴 것은 아니며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많은 부분이 있었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정보 사안은 공개를 못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핵 프로그램 규모에 대해 상당히 이해하고 있고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수주간 북한과 이를 위한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CVID 포함”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 시점과 CVID 논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다른 설명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와 같은 (북한에 대한) 경제·금융적 지원 제공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비핵화가 20%만 진행돼도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오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합의문에 CVID가 빠진 것에 대해 “장담하건대 ‘완전한(Complete)’이란 말은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누구도 검증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를 몇 개의 큰 단계로 나누고 먼저 북한이 주요 비핵화 조치를 하면 미국이 되돌릴 수 없는 폐기가 이뤄졌는지 검증한 뒤 제재 완화 등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며 “김 위원장과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관계 발전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timeframe)에 대해 한국과 북한이 논의하던 것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를 놓고 남북이 이미 논의한 게 있는 만큼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 시간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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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체제보장 장치’ 대가 요구에 美 ‘CVID 명시’ 막판 포기

    11일 오후 2시경.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 정부에서 한국 당국에 긴급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JW매리엇 호텔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 당초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익명을 전제로 브리핑할 예정이었다. 북핵 실무 총책인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겠다고 나선 건 사실상 북한을 겨냥해 최후통첩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얘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우리 정부는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지 채널을 긴급 가동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CVID에 착수한다면 이전에 없던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증(V·Verification)’을 콕 집어 “V가 중요하다(matter)”고 방점을 찍었다. 13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전날까지 ‘CVID’를 적시해 공동성명 안에 넣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 김 주필리핀 대사 등 미국 실무 대표단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단과 이날만 3차례 만나 CVID를 공동성명에 넣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측은 CVID를 넣는다면 연락사무소 설치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보증하는 가시적인 조치까지 함께 넣어야 한다고 맞섰다. CVID에 상응하는 확실한 체제안전 보장 장치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북측의 역제안을 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11일 저녁 늦게까지 두문불출하며 회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공동성명에 CVID를 구체적으로 담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소식통은 “특히 강경파 참모진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북한에 당장 어떤 반대급부를 ‘적어주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낀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 CVID가 빠진 데 대해 미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비판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진영이 그렇다. 아미 베러 민주당 하원의원은 13일 ‘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내용이 많이 결여됐다”고 혹평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공동성명에 뚫린 큰 구멍으로 핵미사일이 지나 다닐 정도”라고 쏘아붙였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비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단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비핵화를 약속한 ‘공식 사인’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진전’이란 자평이 내부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구두로 핵사찰 등 검증 계획 정도는 받아냈으니 트럼프 행정부가 저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한편 13일 방한한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 북-미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향후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 직전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공동성명 형식으로 두 정상이 서명한다는 것, CVID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질 등은 미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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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서명직후 김정은 면전서 “매우 영리한 협상가” 칭찬

    12일 오전 9시 5분(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북-미 정상회담장 입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레드 카펫을 밟고 동시에 들어섰다. 이틀 전 싱가포르에 입국해 불과 57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숙소를 마주했던 두 정상이 마침내 그 거리마저 좁힌 것. 북-미 정상이 마주 선 건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세월의 기다림이 무색하리만큼 양 정상은 서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손을 꽉 맞잡았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세기의 악수’는 12초 동안 이어졌다.○ 70년 만의 만남, 전 세계가 주시 센토사섬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텔 진입로 주변 인도에는 400명 넘게 취재진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8시 16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인 ‘캐딜락 원’이 섬으로 진입하고, 14분 뒤 김정은의 벤츠 차량까지 들어서자 회담장 주변의 긴장감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두 정상은 첫 대면에선 경직된 표정으로 서로를 주시했다. 먼저 다가선 건 트럼프 대통령. 악수 도중 김정은의 오른팔을 가볍게 붙잡으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김정은도 안부를 물으며 화답했다. 기념촬영이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김정은의 왼팔을 살짝 붙잡은 뒤 안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김정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들어설 땐 서로 등까지 살짝 두들겨 줬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자 김정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입을 통해 ‘정신 이상자’라고 되갚아주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듯했던 두 정상은 이날 9분 만에 그 앙금을 풀어낸 듯 서로에게 다가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정말 기분이 좋다. 오늘 회담은 엄청나게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환상적인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했다. ‘자랑’을 좋아하는 그가 평소와 달리 자신을 낮추며 “(회담이 열리게 돼) 영광”이라고도 했다. 김정은도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38분가량의 단독회담을 끝낸 뒤 바로 배석자가 붙는 확대회담을 위해 2층 발코니를 따라 걸어갔다. 이때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영화로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되기까지 반전을 거듭한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기시킨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스스로 대견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단독회담은) 정말, 정말 좋았다. (우리는) 훌륭한 관계”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곁에 있던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할 건가’라는 취재진의 세 차례 질문 세례에도 침묵을 지켰다.○ 트럼프, 김정은 면전에서 “인성 훌륭하고 똑똑” 확대회담에는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북한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나섰다. 당초 북측에선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 내 대표적인 ‘미국통’인 리수용-리용호의 외교라인을 가동했다. 확대회담에서 비핵화 및 체제 보장 등 실무 과제를 집중 논의하는 만큼 이들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확대회담은 1시간 42분 동안 이어졌다. 이후 양측은 56분 동안 업무 오찬도 가졌다. 오찬 자리에서 일부 의제와 관련해 더 세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통역 없이 단둘이 ‘1분 산책’ 오찬 뒤 두 정상은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 호텔 정원을 1분 남짓 산책했다. 산책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 정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명하러 가는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산책 시간은 짧았지만 지난해 날 선 발언을 주고받던 정상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만으로도 전 세계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두 정상이 함께한 마지막 일정은 공동성명 서명식이었다. 서명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가장 놀랐던 점’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인성이 훌륭하고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면전’에서 극찬하자 김정은이 활짝 웃었다. 이어 “(김정은은) 매우 능력 있고 영리한 협상가”라면서 “우리는 서로, 그리고 상대국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날 회담 일정은 오후 1시 49분 마무리됐다. 70년이 걸린 두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은 총 4시간 44분간 이어진 셈이다.싱가포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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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들어갑니다”… 무장경찰, 카펠라호텔 진입로 봉쇄

    “들어갈 수 없다. 건너편으로 즉시 이동하라.” 북한 비핵화를 놓고 12일 세기의 담판이 펼쳐질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11일 오후 싱가포르 본토와 센토사섬을 연결하는 710m의 센토사 게이트웨이를 건너자마자 곧바로 카펠라 호텔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보였다. 하지만 진입로 앞에는 싱가포르 경찰과 호텔 직원들이 호텔 쪽으로 향하는 차량들을 가로막았다. 수풀이 우거진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따라 300m가량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카펠라 호텔은 밖에선 호텔 건물조차 확인하기 어려워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처럼 보였다. 싱가포르 경찰은 이날 호텔 진입로 앞에서 대부분의 차량들을 우회시키며 호텔 진입로에서부터 회담 관계자를 제외한 모든 인력과 차량 이동을 원천 봉쇄한 것. 진입로 입구엔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무장 경찰 그림과 함께 ‘검문 중. 경찰의 지시를 따르라’는 위협적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회담이 열리는 12일부터 게이트웨이를 통해 아예 센토사섬으로 향하는 차량과 관광객을 완전히 차단할 계획이다. 11일까지는 케이블카 등을 통해 센토사섬 방문이 허용됐지만 회담이 열릴 카펠라 호텔로의 진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호텔 앞 건너편 도로에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노란색 철망을 설치하는 등 철통 경호에 나섰다. 카펠라 호텔 주변엔 무장한 구르카 용병들도 투입됐다.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꼽히는 이들은 네팔의 몽골계 소수 인종인 구르카족으로, 싱가포르 경찰 병력의 15%(1800명)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대한 경호도 대폭 강화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도착하기 전부터 두 호텔에 투숙객을 제외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상황이다. 샹그릴라 호텔로 향하는 길목에는 차량과 인력 이동을 막는 통제막이 설치됐으며 무장한 구르카 용병과 경찰이 곳곳에서 신원 확인을 거쳐 행인들의 출입을 허용했다. 3번의 보안 확인을 거쳐 도착한 샹그릴라 호텔에선 입구마다 경찰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출입하기 전후 호텔 전체의 출입을 아예 봉쇄했다. 입구가 여러 곳인 데다 지하 주차장과 통하는 출입구 등으로 동선이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샹그릴라 호텔과 달리 지하 주차장이 없는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북한 대표단의 이동이 있을 때마다 호텔 내부에도 펜스를 쳐 밖에서 누가 움직이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싱가포르=김재명 base@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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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셴룽 총리와 오찬 회동 트럼프 “흥미로운 회담… 매우 잘될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 회담을 제외한 공식 외교활동을 자제했다. 전날 오후 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한 이후 평소 모습과는 달리 거의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인 것. 정상회담을 준비해온 미국 대표단들은 이날 내내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온전히 12일 김정은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는 데 전력을 쏟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처음으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나섰다. ‘비스트(짐승)’로 불리는 전용차 ‘캐딜락 원’을 타고 30여 대의 경호 차량 호위를 받으며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 도착해 리 총리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여기엔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내일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회담을 할 예정이다. 내 생각엔 (회담이) 매우 잘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어 “싱가포르의 환대와 (회담 준비의) 전문성, 우정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른 생일 축하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14일이지만 싱가포르 측은 이날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형 케이크를 선물하며 미리 축하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돌아와 주싱가포르 미국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을 초청해 격려 행사를 가졌다.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마지막 공개 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메시지도 자제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식 일정에 들어가기 전인 오전 7, 8시 전후 트위터 메시지를 즐겨 올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를 넘겨 트위터로 첫 메시지를 내놨다. 전날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전 주요 7개국(G7) 회의 도중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판하는 트윗을 올린 지 정확히 26시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어 4개의 트윗을 올렸지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싱가포르에 있어서 좋다. 흥분된 분위기(excitement in the air)”라는 간단한 메시지 외에는 말문을 닫았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로키(low-key)’ 행보는 G7 정상회의와 18시간이 넘는 비행에 따른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핵 담판에 적지 않은 무게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와 관련해 그가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을 통해 북핵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0대 시절 다녔던 뉴욕 군사학교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960년대 초 핵전쟁 가능성이 고조됐던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에서 세계관이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친구들은 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영웅이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70년이나 지난 6·25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밝힌 게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의 역사의식을 갖고 한 말이라는 얘기다. 싱가포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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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협상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 회담전날 이례적 성명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싱가포르에는 북-미 간 팽팽한 긴장감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미국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회담 조기 종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담 당일 오찬 계획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는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김일성 김정일 부자 배지를 단 40대 북한 남성이 긴박한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고위급 인사로 보인 이 남성은 마주친 동아일보 기자가 ‘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묻자 “트럼프가 성의 있게 나와야 잘될 것이다. 저쪽(미국)에서 주는 걸 봐야 한다”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런데 이런 기류는 이날 저녁부터 급격하게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날 오후 늦게 백악관이 다음 날 오전·오후 회담은 물론 오찬 계획까지 통보하자 북-미가 의제와 관련해서도 큰 틀에서 합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북-미 비핵화 협상 주역 중 한 명인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두 차례 만나 “(협상이) 잘될 거라 본다”고 자신했다. 김 센터장은 “협상이 난항 중 아니냐”는 질문엔 “아니다. 나름대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한반도 CVID만 수용 가능한 결과” 회담 전날 밤 퍼진 이 같은 기대감은 이날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JW매리엇 호텔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다. 당초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익명을 전제로 브리핑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 ‘실무 총책’인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에 나선 것.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을 두고 싱가포르 현지에선 북-미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협상 돌파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외교적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폐기 검증에도 무게를 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의 ‘V(검증 가능한)’가 중요하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만 북한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폼페이오가 CVID 중 검증과 사찰을 특히 강조한 것을 두고 비핵화 시간표의 최종 합의를 위해 마지막 대북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앞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부터 비핵화 합의를 위한 막판 합의를 시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판문점에서 비핵화 의제 협상을 벌였던 두 사람은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접촉했다. 외교 소식통은 “언제까지 비핵화를 실현하느냐가 최대 쟁점”이라며 “미국이 북한 측에 비핵화 완료시기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北 “비핵화 명분 위해 종전선언 필요” 북한은 11일에도 완전한 비핵화 대가로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약속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 폐기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미국의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미국은 12일 회담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서명할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지 않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핵 폐기 대신 ‘한반도의 CVID’를 언급하며 추후 미국 전략자산의 철수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이전 미 행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체제 보장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싱가포르=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윤완준 특파원}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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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첫날 말 아낀 김정은-트럼프… 570m 거리서 첫밤

    10일(현지 시간) 오후 2시 35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항공기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착륙했다.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영접에 나선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32년 만에 한반도와 중국을 벗어나 국제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6시간 뒤인 오후 8시 20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된 ‘캐딜락원’에 올라 12분 만에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 뒤늦게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과 불과 570m가량 떨어져 있었다.○ 정상국가 외교 나선 김정은 김정은은 이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동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준 전용기에서 내린 김정은은 북한 인공기를 양쪽에 달고 북한 국무위원장 휘장을 새긴 전용 벤츠 차량을 타고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지난해 김정은이 암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인 김정남이 자주 이용하던 호텔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김정은은 호텔을 나와 이스타나궁을 방문해 리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을 했다. 리 총리의 에스코트를 받고 회담장으로 들어선 김정은은 싱가포르 핵심 내각들과 악수한 뒤 리 총리에게 회담에 배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을 직접 소개했다. 김정은은 리 총리에게 “조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리 총리는 “북한 인민들이 이날을 위해 많은 고난을 겪고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오래된 문제가 매우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리 총리를 먼저 만난 것을 놓고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일시적으로 교역을 단절했던 싱가포르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요구의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얘기다. 리 총리도 김정은과 만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합의가 나오고 대북제재가 해제된다면 북한과의 교역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매우 기분 좋다’ 외에 말 아낀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싱가포르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도착해 별도의 행사를 갖진 않았다. 김정은과 달리 싱가포르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 밑에선 대기하던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차례로 악수했다. 거수경례를 한 싱가포르 군 관계자에겐 똑같이 경례로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기자가 ‘회담과 관련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묻자 “매우 좋다(very good)”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다만 이후 한마디 말도 없이 전용차인 ‘캐딜락원’에 올라 삼엄한 경계 속에 샹그릴라 호텔로 직행했다. 현지 소식통은 “18시간 넘은 비행으로 우선 지쳐 보였고 아무래도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집중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상은 첫 대면에서 통역사들만 둔 채 단독(One-on-One) 회담으로 일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공동성명까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신진우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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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좋아하게 될지 5초면 판가름… 현장서 즉석으로 이뤄지는 일 있을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오후 8시 15분경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직후 삼엄한 경계 속에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직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본격적인 회담 탐색전에 나선다. 이 외엔 별도의 일정 없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회담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이것(북-미 정상회담)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자신감을 느낀다”며 첫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매우 긍정적인 마음으로 (싱가포르에) 갈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해야만 한다. 일이 진행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도 국민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길 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회담이 김정은에게 ‘(일생에) 한 번 오는 기회(one-time shot)’라고 콕 집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알려져 있지 않은 성격(unknown personality)의 리더”라면서도 “(그런 성향이) 좋은 쪽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며 이례적으로 김정은 개인에 대한 평가까지 내놓았다. 이번 회담이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인 동시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워싱턴 주변에선 큰 틀에서 회담 의제 조율이 사실상 마무리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몇몇 세부 의제는 정상회담 당일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김정은의 진정성은) 몇 분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며 초반 회담 분위기가 전반적인 회담 성패까지 좌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는 5초면 판가름 난다”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표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첫 만남을 앞두고 김정은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비핵화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는) 과정”이라며 일부 ‘단계적 해법’을 접목한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을 들고 나올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평화’와 ‘지속되는(lasting) 평화’ 그리고 ‘번영’을 차례대로 구분지어 언급하며 북-미 회담을 출발점으로 평화를 위한 체계적인 장치와 경제적 지원이 단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싱가포르=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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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경호에 차량 35대 투입… 리셴룽 총리 경호때보다 많아

    경호는 빈틈이 없었고, 관심은 뜨거웠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싱가포르 시내는 주말부터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6시간 간격으로 나란히 도착한 10일(현지 시간)에는 이른 오전부터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철제 가림막으로 대로 주변을 둘러싸면서 현지 당국의 빈틈없는 경호가 펼쳐졌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과 달리 경호가 다소 느슨했던 두 정상의 숙소 세인트레지스 호텔(김정은)과 샹그릴라 호텔(트럼프)도 전날부터 요새로 탈바꿈했다. 호텔 정문을 향한 차로 양옆으로 높이 75cm의 콘크리트 블록을 연이어 쌓아 장벽을 만든 것. 인도 쪽에도 주의 표지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검은색 사선 비닐을 씌운 블록을 2층으로 쌓았다. 특히 김정은을 위한 ‘특급 경호’가 압권이었다.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그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한 듯 전날부터 대형 가림막을 내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외부에는 성인 남성 허리춤까지 오는 화분도 빙 둘러 쌓았다. 호텔 안팎으로 북한 경호원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보는 이들까지 가슴을 졸였다. 호텔 엘리베이터는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호텔에 도착한 김정은이 스위트룸으로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재가동돼 발이 묶였던 투숙객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질 정도였다. 싱가포르가 준비한 ‘국빈 수준의 환대’는 남달랐다. 이날 김정은에게 제공된 싱가포르 경호차량은 모터사이클을 포함해 모두 35대가량으로 싱가포르 정상인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경호차량보다 많았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실상 첫 해외 방문에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이 경호 수준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총을 소지한 싱가포르 군인들의 엄호를 받으며 기지를 빠져나가 호텔로 이동했다. 대낮에 시민들의 카메라 세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김정은 일행보다는 조용한 입국 풍경이었다. 두 호텔 모두 임시 검문소는 물론이고 이동식 감시 카메라와 갑자기 돌진한 차량들을 방지할 바리케이드도 설치됐다. 사복경찰은 물론이고 구르카 용병들까지 배치돼 호텔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몸과 짐 수색을 철저히 받아야 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기자가 몰려든 가운데 북한 관련 주요 장소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9일 오후 싱가포르 노스브리지가 1번지 하이스트리트센터에 자리한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을 찾은 기자는 5분도 안 돼 부리나케 올라온 경비에 의해 제지당했다. 경비 곤익키안 씨는 “대사관에서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고 왔다. 최근 복도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달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대사관 직원이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있다가 기자들이 오면 잡고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시민들도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바짝 달아올라 있다. 하루 종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식당 종업원은 “역사적인 회담을 개최해 영광”이라며 “요즘 하루하루 뉴스를 꼭 챙겨 본다”고 전했다. 10일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기자의 국적을 물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오기로 했느냐”고 먼저 물었다. 이어 “젊은 세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예리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다. 외부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는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아주 많았다. 기자가 탄 한 택시의 운전사는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형을 죽인 사람 아니냐”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사실을 언급하더니 “(김정은은) 분명 무섭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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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북한 열공 중’… 김정은도 대외활동 없이 회담준비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세기의 만남’을 앞두고 비핵화 등 핵심 의제의 막판 점검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집중 분석에 나서는 등 ‘열공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내 책상 위에 핵단추 있다”고 위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더 크고 강력한 단추가 있다”고 엄포성 발언을 주고받았는데 이젠 회담장에서 만나게 된 만큼 세밀한 회담 전술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6일(현지 시간) 정상회담 준비 상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보고를 받으며 준비하고 있다. 검토해야 할 방대한 서면 자료들이 있다”고 전했다. 콘웨이 고문은 “짜임새 있고 광범위하게, 또 깊이 있게 하고 있다. 매우 잘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상대 ‘실전 연습’에 집중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사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란 지적을 자주 받았다. 단순하고 즉흥적인 성격의 그가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왔다. 급기야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회담 취소를 선언했을 때 워싱턴포스트(WP)는 “줄곧 보여 온 성급하고 전략 없는 즉흥성”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몇 주 동안 일주일에 8∼10시간을 쏟아부으며 회담을 준비해 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대북 협상 전면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과외 선생’을 맡고 있으며,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거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샘 넌,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으로부터 직접 1991년에 진행한 일명 ‘넌-루거법’의 입법 과정까지 상세하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넌-루거법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남은 핵 및 화학 무기와 운반체계 등을 어떻게 폐기하고, 그 대가로 기술 및 자금은 어떻게 제공할지를 담고 있다. 이른바 ‘카자흐스탄 모델’로도 알려진 이 방식은 핵무기를 해외로 반출해 폐기하는 것이어서 북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일주일째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집중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제현장 시찰에도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 고위 간부만 나서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최신 업데이트된 대미 과외를 받는 한편으로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회담을 이어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을 통해 미국의 전략과 의도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것으로 보인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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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北 호텔비 내줄 계획 없어… 北도 요청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 호텔 숙박비용을 대신 내줄 계획이 없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북한은 호텔 숙박에 지불할 만한 돈이 없다. 미국에 대신 내달라는 요청을 해왔느냐”고 묻자 “이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미국은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 호텔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호텔 숙박비 대납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3일 ‘미국은 김정은 호텔비를 지불할 신중한 방안을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대납 논란을 촉발시킨 워싱턴포스트 존 허드슨 기자는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은 (한국의) 햇볕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른 때라면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일들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흔치 않은 것들을 요구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만큼 일정 곳곳에 투입될 비용 역시 기록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로 확정된 카펠라호텔의 경우 △회담 장소 대관 △의전 비용 △‘베이스캠프’ 용도로 사용될 객실 비용 등을 더하면 하루에만 최소 1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또는 11일 현지 도착이 유력한 가운데 양국 정상 및 관계자들이 쓰고 갈 숙박비가 얼마나 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을 위해 자신이 머물 스위트룸이 있는 층은 물론 그 아래위 몇 개 층까지 통째로 빌릴 것으로 보여 3박 4일만 머물러도 객실 및 식사 등 부대비용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양국 정부가 자체 투입할 인력과 싱가포르 정부 제공 인력까지 합친 경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경비로만 이틀에 25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를 쏟아부었다. 이번엔 자국에서 열리지 않는 데다 일정 역시 더 긴 만큼 경비도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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