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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겠다.” 노태악 신임 대법관(58·사법연수원 16기·사진)은 4일 취임사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사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상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재판 절차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했다. 노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2월 구성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 속했던 6명의 법관 중 한 명이다. 판결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노 대법관은 “우리는 판결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고 사회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예측 가능한 법적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사회 변화와 발전에 따른 시대의 요청 또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법관의 취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눈(雪)을 퍼서 우물을 채우는 것처럼 정의와 화합의 샘물이 넘쳐흐르는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오길 소망한다.” 3일 퇴임한 조희대 대법관(63·사법연수원 13기·사진)은 준비했던 퇴임사에 이런 구절을 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대법관 취임식 때 썼던 문장을 다시 인용하며 6년 전을 되돌아본 것이다. 하지만 조 대법관의 퇴임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조 대법관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퇴임식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간소하게라도 퇴임식을 열자고 3차례나 요청했지만 끝내 사양했다고 한다. 동료 대법관들은 “후배 법관들이 볼 수 있도록 퇴임사를 법원 내부망에라도 남겨 달라”고 했는데 조 대법관은 “조용히 떠나고 싶다”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3일 오전 10시 조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11층 대접견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이 자리에서 1시간가량 대화하며 6년간 대법관으로 근무한 소회를 얘기하고 인사를 나눴다. 오전 11시경 동료 대법관, 재판연구관들의 환송을 받으며 대법원을 떠났는데 기념 촬영도 하지 않았다. 조 대법관은 퇴임 하루 전 소부 선고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에는 소부 선고를 하지 않지만 조 대법관이 “맡은 사건 중 끝낼 수 있는 건 끝내고 가고 싶다”고 해 이례적으로 선고를 했다고 한다. 경북 경주 출신인 조 대법관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조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 대법관 후임인 노태악 대법관(58·사법연수원 16기)은 4일 취임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눈(雪)을 퍼서 우물을 채우는 것처럼 당장은 효과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정의와 화합의 샘물이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3일 퇴임한 조희대 대법관(63·사법연수원 13기)은 준비했던 퇴임사에 이런 구절을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대법관 취임식 때 썼던 문장을 다시 한 번 인용하며 6년 전을 되돌아 본 것이다. 조 대법관은 퇴임사를 준비하면서 주위에 “취임사 때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은 그냥 한 게 아니다. 6년 동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대법관이 준비한 퇴임사를 아무도 듣지 못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조 대법관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퇴임식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동료 대법관들과 재판연구관들은 “후배 법관들이 볼 수 있도록 법원 내부망에라도 퇴임사를 넘겨 달라”고 했다. 조 대법관은 “조용히 떠나고 싶다”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임기를 마친 대법관들은 공식 퇴임식을 연다. 조 대법관도 당초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되 간소하게나마 퇴임식을 하고 대법원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조 대법관이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청해 퇴임식이 열리지 않았다. 주변에 간소하게나마 퇴임식을 열자고 3차례나 요청했는데도 조 대법관은 끝내 고사했다고 한다. 법관으로 근무한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 조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11층 대접견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이 자리에서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6년간 대법관으로 근무한 소회를 얘기하고 인사를 나눴다. 조 대법관은 오전 11시경 동료 대법관들과 재판연구관들의 환송을 받으며 2층 중앙현관을 통해 대법원을 떠났다. 기념 촬영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평판사보다 소박하게 떠난 대법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대법관은 퇴임 하루 전인 2일 소부 선고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에는 소부 선고를 하지 않지만 조 대법관이 “맡던 사건 중 끝낼 수 있는 사건은 끝내고 가고 싶다”고 해 이례적으로 선고를 진행했다고 한다. 조 대법관은 6년 동안 직무 관련 해외출장이나 지방법원 격려 방문도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재판을 우선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한다. 경북 경주 출신인 조 대법관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됐다. 조 대법관 퇴임으로 박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대법관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대법관 등 4명이 남았다. 조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는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해 11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방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방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와 관련해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제재가 정당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올 1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선 대통령비서실이 특검에 제공한 증거들이 위법 증거라는 의견을 냈다. 조 대법관은 “수사권이 없는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이 특정인이 수사와 기소, 유죄 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거를 수집해 검사에게 제출하는 것은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역당국이 압수수색 등 신천지예수교(신천지)에 대한 강제 수사는 교인들을 숨게 만들어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천지 교단에 대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금은 신천지 측과 협의해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는 것도 상당히 유용한 조치의 하나로 보고 있다”며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로 신천지 교인들이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신천지 측이 제공한 교인 명단과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명단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과 관련해 김 총괄조정관은 “우리가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기준의 차이 같은 게 있어서 그렇지 지자체가 확인한 명단이 신천지 측이 (정부에) 제공한 정보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정리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일선 검찰청에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으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일선 검찰청에 신천지에 대한 강제 수사는 반드시 대검찰청과 사전 협의하라는 업무연락을 돌리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월 8일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武漢)에서 귀국한 신천지 교인 중 1명이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명단에는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정훈 기자}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 중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올 1월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1월에 나왔고 지난달 18일 신천지 교인 31번 확진자가 나온 뒤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기 시작하기 이전에 신천지 교인이 우한을 방문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법무부를 통해 신천지 교인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교인 중 일부가 1월 중 우한시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또 “(1월 중) 우한을 방문한 교인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아 보이고, 아직 조사 중이어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처음 발병했다. 국내에선 올해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31번 확진자가 지난달 18일 확인된 뒤로 급격히 퍼졌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가 2월 이후 확산됐는데 1월부터 중국을 다녀온 신천지 교인 규모를 역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어떻게 국내 신천지 교인에게 광범위하게 유행하게 됐는지 규명하는 데 참고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와 관련해 “신천지 교인 중 확진 판정을 받은 비율은 예상외로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 자세한 수치는 조사 종료 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 27일까지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신천지 교인은 3610명이다. 이 중 우한에서 입국한 이는 국내 교인 41명, 해외 교인 1명 등 총 42명이다. 법무부는 이 숫자에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포함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4일 후베이성 지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된 뒤 지난달 29일까지 입국이 실제 차단된 사례는 9만5743건에 이른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호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89·사진) 일가의 은닉 재산을 환수하는 근거가 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의 제3자 재산 추징 관련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7일 헌재는 박모 씨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 2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 씨를 포함한 전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의 추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낸 4건의 소송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13년 8월 검찰은 박 씨가 27억 원을 주고 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땅을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라 추징했다.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 2205억 원 중 일부를 환수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박 씨는 “국가가 공무원이 과거에 불법으로 조성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해당 재산을 취득한 제3자한테까지 추징할 수 있게 한 법률 조항은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헌재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몰수 대상을 범죄 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파생된 부분으로 한정해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범인의 몰수·추징 면탈이나 불법 재산 은닉을 도와주려는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제3자에 대한 추징을 허용하고 있다”며 “불법 재산 자체뿐 아니라 그에서 파생된 재산까지도 추징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4일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한 것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라가는 등 감염 진행 상황이 엄중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휴정 권고는 없었다.○ 2주 특별 휴정기로 주요 재판 연기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휴정기에 준해’ 재판기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형사사건의 경우 구속 피고인에 대한 재판, 구속영장 실질심사, 구속적부심 민사사건은 가압류나 가처분 심문기일 등 긴급을 요하는 사건이 아니라면 재판 날짜를 미뤄달라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의 권고에 따라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서울행정법원, 서울가정법원 등 서울 지역 법원들은 2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휴정하기로 했다. 광주고·지법, 대구고·지법, 수원지법, 제주지법도 2주간 휴정을 결정했다.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판결정보 특별열람실’ 등 대법원 청사도 출입이 일부 제한된다. 일부 법원들이 휴정을 결정한 24일은 부장판사 이하의 정기인사 이동으로 원래 재판이 많지 않은 날이어서 당일 휴정 결정에 따른 혼란은 크지 않았다. 법원이 특별 휴정기를 갖는 건 이례적이다. 법원은 매년 7월 말과 12월 말 무렵 2주가량의 정기 휴정기를 갖고 이에 맞춰 판사들이 휴가를 간다. 이 같은 정기 휴정 외에 법원이 별도의 휴정기를 정하는 것은 흔치 않다. 주요 재판도 연기됐다. 25일 열릴 예정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 씨(53·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수감 중) 재판은 다음 달 9일로 연기됐다. 27일로 잡혀 있던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도 연기됐는데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6일 열리기로 돼 있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37·수감 중) 재판도 날짜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법원 소부 선고도 대법관 회의를 거쳐 연기될 수 있다.○ 법정 내 ‘마스크 착용’ 허용도 권고 조 처장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와 속기사를 포함한 재판 참여관 등의 법정 내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휴정기에도 부득이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법정 내 마스크 착용을 허락하라는 것이다. 대법원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단정한 의복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법정 출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규칙에 따라 법정 경위들은 모자나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한 방청객이 있으면 이를 벗도록 안내해왔다. 특히 증인은 재판장에게 얼굴을 보이고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 마스크 착용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는 재판장들이 늘고 있다. 6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 1심 선고공판 때 재판장이 피고인들과 방청석에 마스크 착용을 권유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1일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재판에 임했다. 법원행정처는 25일 오전 10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한 코로나19 대응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를 취소하거나 온라인 화상회의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전국 법원에선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체온이 측정되면 법원 청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법정에 출석할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고열 증상을 보이면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도록 한 뒤 담당 재판부에 연락해 재판 진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박상준 speakup@donga.com·이호재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돼 사법연구 발령이 나면서 재판에서 배제됐던 현직 법관 8명 중 7명이 다음 달 1일 재판부에 복귀한다. 복귀하지 않는 1명은 스스로 사법연구 연장을 희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원이 재판부로 돌아가는 셈이다. 17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연구 발령 상태이던 서울고법의 임성근 신광렬 이민걸 부장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심상철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 조의연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성창호 부장판사, 대전지법 방창현 부장판사 등 7명에 대해 재판부 복귀 인사 조치를 했다. 7명은 3월 1일부터 재판부에 복귀한다. 서울고법의 이태종 부장판사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사법연구 기간이 8월 31일까지 연장됐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연구 발령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진 잠정적인 조치였다”며 “사법연구 기간이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경우에 따라 기간이 상당히 걸릴 수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달 13일, 임성근 부장판사는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김예지 yeji@donga.com·이호재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당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논란을 빚은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9기)가 영장 관련 업무에서 손을 뗀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부장판사는 서울동부지법의 형사단독 재판부로 24일부터 이동한다. 박 부장판사는 서울동부지검이 지난해 3월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A4용지 절반 분량의 별지에 기각 사유를 적었다. 당시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되었던 사정” “(환경부) 공무원들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후보자를 내정하던 오래된 관행이 있어 범죄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라며 김 전 장관의 영장을 기각했다.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예규가 정해놓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의 기각 사유를 벗어나 법원 내부와 정치권에서 비판을 받았다. 영장 기각에 반발한 서울동부지검은 그 이후 주요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 때 박 부장판사를 피해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박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지 않던 시점을 선택해 청구했다. 유 전 부시장의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수사와 소추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3일 부산고검, 부산지검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검찰 수사와 기소의 판단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을 향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추 장관은 21일 이른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실현 방안 등을 의제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강행할 예정이다. 검찰 안팎에선 4·15총선거를 2개월 남겨 놓고 추 장관과 일선 검사장들이 공개석상에서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尹 “검사는 소추권자… 수사는 소추에 복무” 윤 총장은 13일 일선 검사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검사는 소추권자다.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는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안이 중대해서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하는 사람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검찰 내 수사와 기소의 판단 주체를 분리하려고 하는 추 장관과는 정반대로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 공소 유지 등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윤 총장은 또 “형사소송법이 재판에서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제는 더 이상 조서 작성의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검사의 배틀필드는 조사실이 아니라 법정”, “법정이 집무실”이라고 강조해왔다. 검찰 내 수사와 기소의 판단 주체를 분리하면 수사 검사는 조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사실상 업무가 끝나기 때문에 사법부가 중시하는 공판중심주의와도 역행한다는 것이 윤 총장의 시각이라고 한다. 법조계에서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버리면 검사가 공소 제기 이후 공판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침이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6조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회의 공개하고 회의록 남겨야” 검찰 반발 추 장관은 21일 ‘검찰개혁 관련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회의엔 고검 차장검사 등 지검장이 아닌 검사장은 제외됐다. 이른바 ‘1·8 대학살’로 불리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전까지 윤 총장을 보좌했던 한동훈, 이원석 고검 차장검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이 결론을 내린 뒤 ‘반대에 대한 특별한 의견이 없으면 모두 찬성한 것으로 하겠다’는 식으로 회의를 끝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추 장관의 인사 말씀 정도만 공개되고 이후 본회의가 비공개된다면 ‘밀실회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수사와 기소 분리는 기존 검찰 개혁 관련법보다 더 검찰 내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검찰 전체가 회의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의 전체를 검찰 내부망을 통해 생중계하거나 최소한 회의록을 만들어 검찰 구성원에게 회의 직후 그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당 대표 출신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추 장관이 선거사범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들을 불러 모은 것도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선거 관련 회의를 이미 했는데 다시 회의를 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댓글 여론 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0·수감 중)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3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경공모 회원 등 6명도 벌금 700만 원부터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각각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형법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이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해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돈을 받았다고 인정한) 고 노회찬 의원이 작성한 유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김 씨가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기업들에 친정부 성향 단체 지원을 강요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1)과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4)이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과 조 전 정무수석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두 사람의 직권남용죄는 인정되지만 강요죄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2심에서 김 전 실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조 전 정무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 33곳에 69억 원을 지원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원심과 같이 직권남용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고 작성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을 선고할 때 내놓은 직권남용죄 성립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요죄에 대해선 원심과 달리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자금 지원을 요구한 김 전 실장 등의 행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전경련 측을 겁먹게 한 ‘해악의 고지’는 아니라는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일본의 공판부 소속 총괄심사검찰관은 의견만 제시할 뿐 기소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최근 일본 법무성 관계자로부터 일본 검찰의 수사와 기소 시스템에 대해 이 같은 답변을 받았다. 1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거론했다. 하지만 일본 검찰의 사례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日 사례는 수사와 기소 분리 아닌 ‘체크’ 역할” 법무부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위해 일본 검찰의 ‘총괄심사검찰관’ 제도를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괄심사검찰관 제도에 대해 법조계에선 “공판부 소속 검사가 수사 내용을 보고 의견을 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와 기소의 절대적 분리가 아니라 수사에 대한 의견을 내는 정도인데, 추 장관이 일본 사례에 과도한 해석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검찰청이 2014년 6월 작성한 ‘검찰개혁 3년간의 노력’ 보고서에 따르면 총괄심사검찰관 제도는 “‘옆으로부터의 체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해법으로 마련된 제도다. 특수부 수사를 진행할 때 변호인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법령 해석에 문제는 없는지 의견을 말하는 ‘체크’를 수행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또 특수부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탈세 사건, 불구속 기소 사건에는 총괄심사검찰관이 지명되지 않는다. 실제 총괄심사검찰관은 특수부에서 기소하려는 사건에 대해 기소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의견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증거를 다르게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 정도로 의견을 낸다. 총괄심사검찰관이 기소를 반대하더라도 ‘의견 진술’ 정도로 해석돼 상위 결재권자의 승인이 있는 경우 기소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다수라고 한다. 한국 검찰은 수사팀이 기소하기 전 검사에게 피의자 변호인 등의 역할을 맡겨 반대 의견을 듣는 일종의 ‘레드팀’을 2018년 7월부터 이미 운영하고 있다.○ 법무부, 위법 논란에 분리 아닌 ‘리뷰’로 톤다운 추 장관이 수사와 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위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기소 권한을 입법 절차 없이 마음대로 고치겠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검찰에선 “수사만 하고 기소는 다른 검사에게 떠넘기면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를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잘 해오고 있는데, 추가 기소를 막으려는 의도로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한다는 것 아닌가 싶다”며 “(추 장관의) 의도나 배경이 너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분리’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발언 이후 첫 발언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분리는 법령 개정을 하기 이전이라도 지방검찰청 단위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수사에 대한 ‘리뷰’ 수준을 의미한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직접수사에 대한 리뷰를 늘려 정당성을 더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소권을 아예 다른 곳에서 갖자는 것이 결정된 게 아니다. 앞으로 어느 곳에서 기소를 할지, 의견 개진은 어떻게 할지 등은 현재로선 결정된 부분이 없다”고 했다.김정훈 hun@donga.com·이호재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례군청 익명제보 사건’ 수사기록과 판결문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향후 재판 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자 편에 선 공무원이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려고 공공기관에 익명의 제보를 해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어서 검찰은 유사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전남 구례군수의 비서실장을 지낸 A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90만 원을 확정받은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판결 등에 따르면 A 씨는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2008∼2010년 각 읍면 단위의 동향보고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발언과 장소 등을 정보 보고 형태로 받았다. 이 중 법 위반이 의심되는 100건을 추려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한 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측 캠프에 보냈다. 캠프 측 관계자 B 씨는 보고서에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추가한 뒤 제3자를 통해 익명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했다. 당시 선거에선 A 씨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됐다. 선관위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와 B 씨를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법 조항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13명 중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7명에게 적용됐다. 2011년 1월 A 씨와 B 씨에게 9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호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책상 위에 검은색 노트를 펼쳐놓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대한민국 국회라고 적힌 이 수첩에는 검찰 관련 메모가 파란색과 빨간색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특히 ‘안대희(국민검사)’ ‘박영수’라는 단어는 맨 첫 줄과 둘째 줄에 있었다. 하지만 추 장관은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내 이 2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추 장관은 “특정 부서를 우대하는 인사가 바로 직전의 인사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단행된 검찰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 등 검찰 내 이른바 ‘특별수사통’ 검사들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준비했다가 직접적인 언급을 아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003년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했는데 당시 광주지검 검사이던 윤 총장은 이 수사팀에 참여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당시 중수부장이었다. 윤 총장은 또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 근무했다. 박영수 전 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장을 2년 동안 지냈다. ‘안대희’ ‘박영수’라는 이름 아래에 ‘계좌를 보여주며’라는 구절을 쓴 것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했다. “특별수사통 검사의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비판하기 위한 것” “윤 총장의 최근 수사 방식을 겨냥했다”는 말이 나왔다. 수첩에 적힌 ‘검사의 객관 의무’ ‘검찰은 법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사법적 기관’ 등은 추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설명하는 데 활용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15 국회의원 총선거 기간에 3대 중점 단속 대상으로 정한 ‘공무원 등의 불법적인 개입’은 이전 중요 선거 때는 중점 단속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윤 총장은 취임 후 첫 ‘전국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10일 주재한 뒤 검찰이 총선 때 집중 단속할 대상으로 △금품수수 △여론조작 △공무원과 단체 등의 불법적인 개입 등을 정했다. 이 3가지 주요 단속 대상 중 금품수수와 여론조작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2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정한 3대 중점 단속 대상에 포함된 항목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단체 등의 불법적인 개입’은 김 전 총장의 중점 단속 대상에는 없었다. 윤 총장이 ‘흑색선전’ 사범 단속을 빼고 공무원의 불법 개입 항목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대검찰청은 회의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공무원 등의 선거개입 및 동원, 불법사조직, 유사 기관 설치 및 동원 등의 행위는 적극적인 실체규명 후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한 ‘외곽단체’를 설립하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겠다”고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의 국가정보원의 댓글사건, 박근혜 정부 당시의 정보 경찰의 선거개입 사건에 이어 현 정부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는데도 유사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사전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윤 총장은 신년사에서도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훈 hun@donga.com·이호재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생산부터 수사 상황 보고까지 이른바 하명(下命) 수사의 ‘처음과 끝’이 모두 청와대로 나와 있다. 청와대는 두 달 전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 처리”라고 강조했다. 당시 자체조사는 지난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공범으로 기소된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맡았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기존 해명이 공소장 내용과는 너무 달라 법조계에선 “청와대가 거짓 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靑 “정기보고” vs 檢 “수시점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지난해 11월 26일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을 울산지검으로부터 재배당해 수사에 착수하자 청와대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사흘 뒤인 같은 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대해 9차례 중간보고를 받았지만 대부분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졌다”며 통상적 업무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인 12월 4일 최 비서관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수사 기관이 일상적으로 벌이는 활동에 대해 보고받는 건 민정수석실 업무 중 하나”라며 “9번 중 민정비서관실이 보고받은 것은 한 번뿐이었고. 나머진 반부패비서관실로 오는 정기 보고서였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7일 공개된 공소장에서 검찰은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총 21번 보고받으며 “수시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중 18번이 지방선거 전에 집중된 것도 정기보고가 아닌 수사 상황을 수시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민정비서관실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하여 보고받는 부서가 아니었지만 수사기밀이 담긴 보고서를 별도로 받았다. 반부패비서관실에 올라온 수사 상황 보고서는 당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백 민정비서관에게도 즉시 보고하도록 조치됐다.○ 울산 방문 목적 등도 靑 해명과 배치 하명 수사 단초가 된 첩보문건 생산 배경도 청와대 해명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제보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첩보문건에 접촉 필요성이 있는 인사 명단이 적혀 있다는 의혹에 대해 “허위 조작 보도”라며 반발했다. 검찰은 민정비서관실 소속이던 문해주 전 행정관이 최초 제보에서 불리한 팩트는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단순 소문은 기정사실화하며 새 ‘범죄첩보서’를 생산했다고 봤다. 문 전 행정관은 수사 착수 시 필요한 진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상자 이름과 직함까지 부기했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에서 울산에 직접 내려가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검경갈등 요소 파악 차원”이라며 부인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민정비서관실 소속 파견 경찰이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 수사 상황을 챙겼다고 적었다.○ 법조계 “양형기준상 가중 요소 많아” 검찰과 청와대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일부라도 유죄로 인정된다면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송 시장과 청와대 보좌진이 공모해 산재모병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울산시 공무원들을 통해 내부 문건을 빼낸 혐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선거범죄 양형기준상 ‘공무원의 지위이용 선거운동’의 가중요소인 △선거일에 임박한 경우 △계획적 조직적 범행 △상당 기간 반복 범행 등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유 부분은 ‘당내 경선 관련 매수’의 권유나 알선 등으로 형이 가중될 수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이호재 기자}

“선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우리 헌법 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제가 취임사, 신년사 등에서 몇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선거범죄 수사는 정치 영역에 있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7월 윤 총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전국 검사장급 회의로,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신속한 선거 대비 체제를 갖추기 위해 마련됐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선거 연령 하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변화된 선거제도 아래 치러지기 때문에 과거 선거에 비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여러분이 헌법 질서를 지키는 수호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선거 범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고 했다. 윤 총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검찰 구성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선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도 강조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은 것으로서,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향후 선거 사건의 수사 착수, 진행, 처리 과정 전반에서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일체의 언행이나 처신에 유의해 달라고 했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전국 지검장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검찰총장이 지시한 사항을 3번이나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상황은 문제고, 앞으로 총장 지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 지검장은 윤 총장이 회의실을 나가고 전국 18개청 지검장 및 59개청 공공수사부장들만 남자 이 지검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이 지검장은 얼굴이 상기됐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지검장은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지냈으며, 윤 총장 취임 이후 광주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달 22,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고 이 지검장에게 3차례 지시했다. 이 지검장이 불응하자 당시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검사의 전결로 최 비서관이 기소됐다.김정훈 hun@donga.com·이호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에 관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이례적으로 국회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7일 오후에만 공소장 비공개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바꿔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마치 공소장을 공개할 것처럼 했다가 말을 다시 주워 담는 원칙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소장 비공개 입장 수차례 바꾼 법무부 법무부는 7일 오후 4시 12분 A4용지 5장 분량의 ‘공소장 자료 제출에 관한 법무부 입장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 법무부가 기소와 동시에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법무부는 “기소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와 관련해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갖춘 나라들에서는 (법무부가 아닌)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 절차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또 “미국 연방 법무부의 공소장 전문 공개 사례들 중 일부 사례는 대심재판에 의해 기소가 결정된 이후 법원에 의해 공소장 봉인이 해제된 사건이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유무죄 답변을 한 사건 등”이라며 기소 당시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공소장을 게시한다”는 추 장관의 전날 주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법무부의 입장이 뭐냐”라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27분 후 “‘앞으로 공판 첫 기일에는 언론과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이 빠졌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첫 재판 이후에는 공소장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법무부는 다시 14분 뒤에 “저 추가 문구 의미는 제1회 공판기일 이후에는 절차 거쳐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시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다시 9분 후엔 “국회 요구가 있으면 절차에 따라 제출되고 그 외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법무부가 이처럼 수차례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법무부 내에서도 공소장 비공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내부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뒤 여론의 비판을 받자 한때 공개를 검토했다 다시 비공개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 “미국에서 공소장은 기소와 동시 공개가 원칙” 법무부는 미국 검사 매뉴얼을 제시하면서도 “물론 연방 법무부의 보도자료상으로 보도 경위가 확인되지 않는 사건도 있다”며 물러설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 법무부가 공소장을 공개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미국 법무부 연방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국 검찰 관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미국의 공소장 공개 원칙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당연히 기소와 동시에 공개가 원칙”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히려 비공개를 원하면 검사가 판사에게 소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공개가 원칙이고 특별한 경우에 검사가 요청을 하고 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비공개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이 섣부른 공소장 비공개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미국 사례를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을 추 장관이 왜곡하고 있다는 혹평까지 제기된다. ○ 공세 수위 높이는 야권 송 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 전문(全文)이 공개된 것에 대해 추 장관과 법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가 대응할 일이다. 법원에서 사실 관계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공소장 공개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기로 했다. 이슈 자체가 당에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반면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검찰이) 총선 후 이 사건의 전말을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는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총선을 앞두고 잠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지만 오히려 사건만 더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추 장관은 아군인 진보진영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썼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호재·한상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이례적으로 국회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미국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그때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신설한 법무부 대변인실 개소식에 참석해 공소장 비공개 배경을 묻는 취재진에 “당연히 공개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한국도 공판 절차가 개시되면 형사사건 공개심의위 등 절차를 거쳐 형사사법 정의를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동석한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미국도 배심재판에서 공소사실 요지가 진술된 후에야 법무부 홈페이지에 (공소장을) 첨부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이 법정에서 낭독된 다음 공소장이 공개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추 장관 등의 주장과 달리 사건 기소 즉시 공소장이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 법무부는 홈페이지에 공소사실 요지를 적은 보도자료를 공개하면서 그 아래에 공소장 전문을 파일로 함께 첨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추 장관이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달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동부지방법원 대배심이 가격담합 혐의 등으로 기소한 제약사 경영진 사건이다. 공소장 제출 날짜가 ‘2020년 2월 4일’로 적혀 있어 법원에 접수된 당일 공소장을 공개한 것을 알 수 있다. 5일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닥재 제조사 임원 사건 역시 공소가 제기된 날 보도자료와 함께 공소장이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검사가 기소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일부 사건의 경우 시민들로 이뤄진 대배심에서 기소를 결정한다. 간혹 대배심이 비밀 수사 목적 등으로 공소장 비공개 요청을 하면 법원의 공개명령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때도 공소장은 1∼5일 안에 공개된다. 대배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사가 기소할 경우엔 기소 당일 바로 공소장을 공개한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피고인에 대한 죄명과 구체적인 범죄사실 등이 기재돼 법원에 제출되는 문서라는 점에서 공소장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5일 공소장 전문을 실명과 함께 공개하는 미국 사례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공소장 실물을 공개하지만 피고인 이름은 비실명으로 처리한다. 추 장관 역시 해외 사례와 함께 국내에서도 2005년 이후 공소장을 비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내용을 법무부 검찰국 등으로부터 보고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靑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전문은 (donga.com/news/article/all/20200207/99578275/1)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김정훈 hun@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