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주 스페인 중부와 남부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에서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고,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에서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관람했습니다. 특히 마드리드에서 ‘살아있는 리골레토’로 불리는 73세 바리톤 레오 누치가 부르는 리골레토는 굉장했습니다. 질다 역을 맡은 올가 페레트야트코와 함께 부른 2막 2중창은 청중의 열렬한 갈채에 응답해 다시 한 번 불러야 했습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흘렀습니다만, 11일 7년 만에 찾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였던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 군주의 성이었다가 기독교 정복 뒤 서유럽 양식의 건물들이 덧붙여진 언덕 위의 아름다운 궁전을 보고, 타레가는 기타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썼습니다. 같은 음이 빠르게 반복되는 트레몰로 주법이 인상적인 곡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성지’와 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타레가의 작품 중 더 널리 퍼진 선율이 있습니다. 1902년 작곡한 ‘그랑 발스’라는 곡입니다. 제목이 생소하죠? 이른바 ‘노키아 벨소리’로 알려진 곡입니다.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는 1994년부터 이 곡의 선율 일부를 이 회사의 전화기에 넣었고, 이는 곧 세계인에게 친숙한 선율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선율을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2012년에는 루마니아의 한 비올리스트가 객석에서 이 벨소리가 들리자, 이 벨소리를 받아서 즉흥연주를 하는 영상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12월 15일)은 타레가가 세상을 떠난 지 106년 되는 날입니다. 그는 기타가 가진 기교적인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 당대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블로 사라사테와 비교되며 ‘기타의 사라사테’로 불렸습니다. 단지 한 사람의 기타리스트를 넘어 기타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하루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그랑 발스’로 바꾸어 보겠습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해외 공연물을 소개하는 TV 채널에서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보았습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이 이번 시즌 공연한 따끈따끈한 영상입니다. 연말에 자주 공연되는 가족용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에 자주 방영될 것 같습니다. 이 오페라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돌아오는 길을 찾기 위해 빵 부스러기를 길에 떨어뜨리는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버리는 ‘나쁜 계모’도 없습니다. 제 발로 숲에 간 아이들이 밤이 늦어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라 체네렌톨라)에 유리구두도, 계모도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출판업이 활발하지 않고 ‘표준 버전’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던 18∼19세기에는 유명한 동화나 소설도 다양한 판본으로 소화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동화의 이면과 관련된 충격적인 주장이 있습니다. 1647년 한스(애칭은 헨젤)와 그레텔 메츨러라는 오누이가 숲에 사는 여성 제빵사 카타리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스는 예전에 맛있는 쿠키 제조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카타리나에게 청혼한 일이 있었고, 거절당하자 카타리나를 마녀로 고발했습니다. 무죄로 풀려난 카타리나는 숲으로 숨었습니다. 그를 메츨러 오누이가 찾아가 살해한 것입니다. 20세기 초 독일의 교사였던 한스 트락슬러(필명 게오르크 오세크)가 17세기 문헌을 치밀하게 조사해 이 같은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무서운 살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는 그저 ‘한스와 그레텔이 마녀를 죽인 사건’으로 알려졌고, 구전 끝에 동화로 각색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달 19∼27일에는 경기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 공연됩니다. 단지 동화를 기반으로 한 ‘가족용 오페라’로만 볼 수 없는, 더없이 정밀하고 화려한 관현악을 갖춘 명작 오페라입니다. 공연을 보시는 관객들은 작품 이면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진실도 머리에 떠올려 보고, 트락슬러의 분석처럼 가엾게 희생됐을지 모를 ‘마녀’ 카타리나에게도 한번쯤 동정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해외 공연물을 소개하는 TV 채널에서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보았습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이 이번 시즌 공연한 따끈따끈한 영상입니다. 연말에 자주 공연되는 가족용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에 자주 방영될 것 같습니다. 이 오페라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돌아오는 길을 찾기 위해 빵 부스러기를 길에 떨어뜨리는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버리는 ‘나쁜 계모’도 없습니다. 제 발로 숲에 간 아이들이 밤이 늦어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라 체네렌톨라)에 유리구두도, 계모도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출판업이 활발하지 않고 ‘표준 버전’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던 18~19세기에는 유명한 동화나 소설도 다양한 판본으로 소화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동화의 이면과 관련된 충격적인 주장이 있습니다. 1647년 한스(애칭은 헨젤)와 그레텔 메츨러라는 오누이가 숲에 사는 여성 제빵사 카타리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스 메츨러는 예전에 맛있는 쿠키 제조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카타리나에게 청혼한 일이 있었고, 거절당하자 카타리나를 마녀로 고발했습니다. 카타리나는 무죄 끝에 풀려나자 숲으로 숨었습니다. 그를 메츨러 오누이가 찾아가 살해한 것입니다. 20세기 초 독일의 교사였던 한스 트락슬러(필명 게오르크 오세그)가 17세기 문헌을 치밀하게 조사해 이 같은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무서운 살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는 그저 ‘한스와 그레텔이 마녀를 죽인 사건’으로 알려졌고, 구전 끝에 동화로 각색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달 19~27일에는 경기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 공연됩니다. 단지 동화를 기반으로 한 ‘가족용 오페라’로만 볼 수 없는, 더없이 정밀하고 화려한 관현악을 갖춘 명작 오페라입니다. 공연을 보시는 관객들은 작품 이면에 숨어있을 지 모르는 진실도 머리에 떠올려 보고, 트락슬러의 분석처럼 가엾게 희생됐을지 모를 ‘마녀’ 카타리나에게도 한번쯤 동정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찾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언덕 위의 옛 성. 지하실로 내려가니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술통이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읽어보았습니다. 1751년 제작된 세계 최대 포도주 술통. 폭 9m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왜 이렇게 커다란 술통이 필요했을까, 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술을 마시며 용기를 내고자 한 것일까? 갑자기 머릿속에 한 선율이 떠올랐습니다.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 마지막 곡인 ‘불쾌한 옛 노래’ 일부였습니다. ‘오래된 불쾌한 노래, 싫은 꿈을/이제 묻어버리자. 큰 관(棺)을 가져오라/그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 커야 한다.’ 이 가곡집은 슈만이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서정 간주곡’ 중에서 순서 없이 몇 개의 시를 가져와 곡을 붙인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는 언덕 아래 아늑하게 흐르는 네카어 강이 중세의 풍취를 전해주는, 한없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하이네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어떤 아픈 사랑의 추억을 가졌던 것일까요. 슈만이 이 시를 읽었을 때의 반가움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슈만은 하이네보다 열세 살 어렸고 두 사람은 같은 해인 1856년 세상을 떠났으니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만은 젊어서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이 작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훤하게 꿰고 있는 것은 물론 옛 성 지하실의 술통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유럽의 곳곳을 다니다 보면 옛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위대한 자취와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나 의미 깊은 역사 현장도 혼자서는 알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동아일보는 건축가이면서 문화해설가로 낯익은 정태남 씨와 함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을 내년 2월 12∼24일 돌아보는 ‘유럽 예술인문학 거장 50인과 함께하는 그랜드 투어’를 마련했습니다. 저도 함께 가고만 싶은 코스입니다. 서울 한남동에 새로 마련된 음악공간 ‘스트라디움’에서는 4일 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윤홍천 협연으로 슈만 ‘시인의 사랑’ 전곡 연주회가 열립니다. 이 가곡집에는 봄이나 초여름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만, 초겨울에 듣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전해줄 듯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찾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언덕 위의 옛 성. 지하실로 내려가니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술통이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읽어보았습니다. 1751년 제작된 세계 최대 포도주 술통. 폭 9미터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왜 이렇게 커다란 술통이 필요했을까, 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술을 마시며 용기를 내고자 한 것일까? 갑자기 머리 속에 한 선율이 떠올랐습니다.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 마지막 곡인 ‘불쾌한 옛 노래’ 일부였습니다. ‘오래 된 불쾌한 노래, 싫은 꿈을/ 이제 묻어버리자. 큰 관(棺)을 가져오라/ 그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 커야 한다.’ 이 가곡집은 슈만이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서정 간주곡’ 중에서 순서 없이 몇 개의 시를 가져와 곡을 붙인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는 언덕 아래 아늑하게 흐르는 네카 강이 중세의 풍취를 전해주는, 한없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하이네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어떤 아픈 사랑의 추억을 가졌던 것일까요. 슈만이 이 시를 읽었을 때의 반가움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슈만은 하이네보다 13살 어렸고 두 사람은 같은 해인 1856년 세상을 떠났으니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만은 젊어서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이 작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훤하게 꿰고 있는 것은 물론 옛 성 지하실의 술통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유럽의 곳곳을 다니다 보면 옛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위대한 자취와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나 의미 깊은 역사현장도 혼자서는 알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동아일보는 건축가이면서 문화해설가로 낯익은 정태남 씨와 함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을 2월 12~24일 돌아보는 ‘유럽 예술인문학 거장 50인과 함께하는 그랜드 투어’를 마련했습니다. 저도 함께 가고만 싶은 코스입니다. 서울 한남동에 새로 마련된 음악공간 ‘스트라디움’에서는 4일 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윤홍천 협연으로 슈만 ‘시인의 사랑’ 전곡 연주회가 열립니다. 이 가곡집에는 봄이나 초여름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만, 초겨울에 듣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전해줄 듯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작곡가 샤를발랑탱 알캉(1813∼1888)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이솝의 향연’을 들으며 동요 ‘악어떼’(이요섭 작사 작곡)를 떠올렸습니다. 주제와 25개의 변주로 되어 있는데, 주제 리듬이 ‘♪♪ ♪♪/♬♬♬♬ ♪’로 ‘악어떼’를 연상시킬 뿐 아니라 그 화음도 단조의 ‘으뜸화음-으뜸화음-딸림화음-으뜸화음’을 반복해 흡사합니다. 주제 마지막 부분에 ‘악어떼!’ 하는 외침이 들릴 것 같습니다. 주제는 동요를 연상시킬 만큼 단순하지만 25개의 변주는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활짝 편 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왼손, 같은 음표를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두들겨대는 오른손…. 변주마다 피아니스트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교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알캉이 활약한 19세기 중후반은 경제력을 손에 쥐게 된 시민층이 연주회장과 사교계 살롱을 가득 채운 시대입니다. 연주가들을 고용했던 귀족과 달리 이들은 숭배하는 대상을 따라 연주회장을 찾아갔고, 연주자들은 남다른 표현력과 기술로도 무장해야 했습니다. 바이올린의 파가니니, 피아노의 리스트처럼 알캉 역시 이 시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 쇼팽의 연인이었던 작가 조르주 상드 등 영웅적 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이 그의 친구였습니다. 이달 6일 경기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한지호 씨의 독주회에서 ‘이솝의 향연’을 들었습니다. 어려운 악구들을 손에 쥐고 놀듯 하는 한 씨의 기교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통적 악기 교수법에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효율성, 과학이 더해진 이 시대는 19세기 명인들이 ‘자기만’ 연주할 수 있도록 쓴 곡도 어렵잖게 넘어서는 명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씨는 차세대 음악명인들의 집결지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2014년 우승자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인 30일은 알캉의 202회 생일이군요. 한지호 씨가 연주하는 ‘이솝의 향연’은 12월 27일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슈만 ‘크라이슬레리아나’, 쇼팽 ‘24개의 전주곡’도 연주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작곡가 샤를발랭탱 알캉(1813~1888)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이솝의 향연’을 들으며 동요 ‘악어떼’(이요섭 작사 작곡)를 떠올렸습니다. 주제와 25개의 변주로 되어있는데, 주제 리듬이 ‘♪♪ ♪♪/¤¤¤¤ ♪’로 ‘악어떼’를 연상시킬 뿐 아니라 그 화음도 단조의 ‘으뜸화음-으뜸화음-딸림화음-으뜸화음’을 반복해 흡사합니다. 주제 마지막 부분에 ‘악어떼!’하는 외침이 들릴 것 같습니다. 주제는 동요를 연상시킬 만큼 단순하지만 25개의 변주는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활짝 편 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왼손, 같은 음표를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두들겨대는 오른손…. 각 변주마다 피아니스트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교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알캉이 활약한 19세기 중후반은 경제력을 손에 쥐게 된 시민층이 연주회장과 사교계 살롱을 가득 채운 시대입니다. 연주가들을 고용했던 귀족과 달리 이들은 숭배하는 대상을 따라 연주회장을 찾아갔고, 연주자들은 남다른 표현력과 기술로도 무장해야 했습니다. 바이올린의 파가니니, 피아노의 리스트처럼 알캉 역시 이 시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 쇼팽의 연인이었던 작가 조르주 상드 등 영웅적 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이 그의 친구였습니다. 이달 6일 경기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한지호 씨의 독주회에서 ‘이솝의 향연’을 들었습니다. 어려운 악구들을 손에 쥐고 놀듯 하는 한 씨의 기교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통적 악기 교수법에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효율성, 과학이 더해진 이 시대는 19세기 명인들이 ‘자기만’ 연주할 수 있도록 쓴 곡도 어렵잖게 넘어서는 명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씨는 차세대 음악명인들의 집결지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2014년 우승자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인 30일은 알캉의 202회 생일이군요. 한지호 씨가 연주하는 ‘이솝의 향연’은 12월 27일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슈만 ‘크라이슬레리아나’, 쇼팽 ‘24개의 전주곡’도 연주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무대 위의 ‘지휘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내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단 한 음표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손끝만으로 어떻게 수많은 연주자를 이끌 수 있을까요? 전문 음악인들도 이에 생각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교향악단 지휘 경력이 있는 음악평론가 톰 서비스는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이라는 책에서 한 지휘 교실 풍경을 소개하며 개탄합니다. 4분의 4박자는 이런 도형을, 8분의 6박자는 저런 도형을 그리듯이 박자를 저으라는 식인데, 이런 걸 가르치는 일이 진정한 지휘 기술을 익히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손으로 정확한 동작을 그린다고 해서 연주자들이 정확하게 따라 연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휘자가 연주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손짓’보다 훨씬 신비한 차원을 가집니다. 지휘자 오토 클렘퍼러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다른 지휘자가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소리가 확 달라져 놀랐던 경험을 회상합니다. 클렘퍼러가 문을 열고 나타났던 것입니다.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가장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인물로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감독이자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지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연주자들이 맞춰 나갈 수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계속 손을 나비 날갯짓처럼 팔랑팔랑 떠는 것이 그의 지휘 포즈입니다. 3박자, 4박자, 6박자의 도형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이끄는 연주는 충분히 정밀하고 열광적인 것으로 정평이 있습니다. 비결은? 일부 연주자는 “지휘 동작이 정밀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된다”며 웃는다고 합니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비창’을 연주합니다. 게르기예프의 내한은 2012년 이후 3년 만입니다. 엄밀하지 않은 그의 비트가 이번에는 어떤 불꽃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무대 위의 ‘지휘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내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단 한 음표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손끝만으로 어떻게 수많은 연주자를 이끌 수 있을까요? 전문 음악인들도 이에 생각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교향악단 지휘 경력이 있는 음악평론가 톰 서비스는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이라는 책에서 한 지휘 교실 풍경을 소개하며 개탄합니다. 4분의 4박자는 이런 도형을, 8분의 6박자는 저런 도형을 그리듯이 박자를 저으라는 식인데, 이런 걸 가르치는 일이 진정한 지휘 기술을 익히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손으로 정확한 동작을 그린다고 해서 연주자들이 정확하게 따라 연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휘자가 연주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손짓’보다 훨씬 신비한 차원을 가집니다.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다른 지휘자가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소리가 확 달라져 놀랐던 경험을 회상합니다. 클렘페러가 문을 열고 나타났던 것입니다.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가장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인물로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감독이자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지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연주자들이 맞춰나갈 수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계속 손을 나비 날개짓처럼 팔랑팔랑 떠는 것이 그의 지휘 포즈입니다. 3박자, 4박자, 6박자의 도형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이끄는 연주는 충분히 정밀하고 열광적인 것으로 정평이 있습니다. 비결은? 일부 연주자는 “지휘 동작이 정밀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된다”며 웃는다고 합니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비창’을 연주합니다. 게르기예프의 내한은 2012년 이후 3년만입니다. 엄밀하지 않은 그의 비트가 이번에는 어떤 불꽃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들어본 곡은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였습니다. 처음 듣는 귀에도 애수와 박력을 모두 갖춘 멋진 곡으로 들렸지만, 마지막 화음이 울리는 순간 머릿속에 ‘…?’ 하는 물음표가 켜졌습니다. 한마디로 ‘이상하게’ 끝났기 때문입니다. 교향곡의 마무리는 통상 전 악기가 한꺼번에 장중하게 으뜸화음을 울리고 끝나기 마련인데, 이 곡은 강한 화음이 울린 뒤 플루트의 여린 소리를 길게 남기고 끝났습니다. 참 독특하다 싶었습니다. 드보르자크가 ‘별나게 끝나는’ 데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그의 여러 작품을 접한 뒤 확신으로 다가왔습니다. 통상적인 마무리를 가진 작품을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첼로협주곡은 강한 당김음을 준 뒤 멈칫하는 느낌으로 끝나고, 피아노 3중주곡 ‘둠키’는 갑자기 현란하게 고조되더니 무 자르듯 중단되는 느낌입니다. 드보르자크는 왜 작품을 특이하게 끝내는 데 집착했을까요. 내심을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상상은 가능합니다. 그는 프라하 교외에서 여인숙과 푸줏간을 경영하던 ‘촌사람’의 아들로 순박한 기질을 타고났습니다. “내 음악은 있는 체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윗도리 단추 하나 푼 것처럼 격식을 버리고 들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장중한 격식을 버린’ 작품의 마무리로 나타났을 수 있습니다. 또 그의 시대는 후기낭만주의의 절정기이자 저널리즘의 융성기였습니다. 작곡가마다, 작품마다 제각기 강렬한 개성을 선보이지 않으면 ‘특색이 없다’ ‘예전 작품을 답습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드보르자크의 작품들은 저마다 철저한 개성으로 무장했지만, 사람들이 작품마다의 개성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도록 ‘마무리’에 별난 장치를 했을 수 있겠습니다. 1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에서는 성시연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2 ‘드보르자크 vs 시벨리우스’를 연주합니다. 제목에는 두 작곡가를 넣었지만 이날은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입니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과 후스파(派) 서곡, 고봉인이 협연하는 첼로협주곡이 무대에 오릅니다. 역시 저마다 독특한 ‘끝맺음’을 가진 곡들입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한 세기 전인 1915년의 12월 8일은 핀란드의 국가적 자랑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사진)의 탄생 5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이날을 국경절 휴일로 지정하고 기념 콘서트에서 시벨리우스에게 자신의 새 교향곡을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가 당시까지 발표한 네 교향곡 중 3, 4번 교향곡을 대중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3번부터 작품의 길이와 오케스트라의 편성을 줄여 간결하고 추상적인 교향곡을 쓰고 있었는데, 대중은 1번이나 2번처럼 격동적이고 애국적인 교향곡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축 이벤트에서 초연할 곡인 만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봄날, 시벨리우스의 눈에 백조 떼가 집으로 날아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백조들은 집 위를 돌다가 햇살이 비치는 안개 속으로 ‘반짝이는 은(銀) 리본처럼’ 유유히 사라져 갔습니다. 작곡가는 “그 모습과 소리는 일생 마주친 가장 감명 깊은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 그는 ‘굉장한 주제가 머리에 떠올랐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백조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형상화할지 고심하던 그가 해답을 찾았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작품은 예정대로 12월 8일, 작곡가 자신이 지휘해 초연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중의 불안한 시기였지만 청중은 큰 갈채를 보냈으며 세 차례 추가 콘서트도 매진되었습니다. 특히 ‘백조의 동기’로 불리게 된 마지막 악장의 주제는 희망찬 이미지로 환영을 받았습니다. 거위나 백조처럼 목이 긴 새의 울음소리는 대체로 듣기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시벨리우스는 하늘을 나는 백조의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만들었을까요. 11월 13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00회 연주회에서 시벨리우스가 백조의 모습과 소리를 형상화한 교향곡 5번과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7번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은 인기 높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올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열어온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1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의 첫 교향곡인 교향곡 1번으로 그 여정을 마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한 세기 전인 1915년의 12월 8일은 핀란드의 국가적 자랑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탄생 5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이 날을 국경절 휴일로 지정하고 기념 콘서트에서 시벨리우스 자신이 새 교향곡을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가 당시까지 발표한 네 교향곡 중 3, 4번 교향곡을 대중들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3번부터 작품의 길이와 오케스트라의 편성을 줄여 간결하고 추상적인 교향곡을 쓰고 있었는데, 대중들은 1번이나 2번처럼 격동적이고 애국적인 교향곡을 듣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축 이벤트에서 초연할 곡인만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봄날, 시벨리우스의 눈에 백조 떼가 집으로 날아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백조들은 집 위를 돌다가 햇살이 비치는 안개 속으로 ‘반짝이는 은(銀) 리본처럼’ 유유히 사라져갔습니다. 작곡가는 “그 모습과 소리는 일생 마주친 가장 감명 깊은 것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 그는 ‘굉장한 주제가 머리에 떠올랐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백조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형상화할지 고심하던 그가 해답을 찾았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작품은 예정대로 12월 8일, 작곡가 자신이 지휘해 초연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중의 불안한 시기였지만 청중들은 큰 갈채를 보냈으며 세 차례 추가 콘서트도 매진되었습니다. 특히 ‘백조의 동기’로 불리게 된 마지막 악장 주제는 희망찬 이미지로 환영을 받았습니다. 거위나 백조처럼 목이 긴 새의 울음소리는 대체로 듣기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시벨리우스는 하늘을 나는 백조의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만들었을까요. 11월 13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00회 연주회에서 시벨리우스가 백조의 모습과 소리를 형상화한 교향곡 5번과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7번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은 인기 높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올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열어온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1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의 첫 교향곡인 교향곡 1번으로 그 여정을 마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한국인들이 유튜브에서 고전음악 동영상을 이렇게 많이 찾아본 일은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의 영광을 안은 올해 쇼팽 국제콩쿠르 결선 연주입니다. 올해 21세. 젊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로맨틱한 선율은 귓전을 감미롭게 울렸습니다. 쇼팽이 이 곡을 작곡할 때 나이가 바로 만 스무 살이었습니다. 당시 쇼팽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는 음악원 동급생으로 소프라노인 콘스탄차였습니다. 내성적인 쇼팽은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이 협주곡의 느린 2악장에 자신의 애틋한 감정을 담았습니다. 사실은 그 1년 전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2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출판 순서가 뒤집혀 협주곡 1번이 나중에 작곡되었습니다)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쇼팽은 곧 고국을 떠나 서유럽에서 실력을 펼칠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1830년 10월 그는 고별 연주회에서 협주곡 1번을 연주했습니다. 연주회에는 콘스탄차도 참석해 노래를 불렀지만 쇼팽의 타는 마음은 알지 못했죠. 이듬해 폴란드에는 혁명이 일어났고, 러시아군은 이를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이후 쇼팽은 살아서 조국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작곡가의 사랑에서 탄생한 이 곡의 감미로운 느린 2악장 로망스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 트루먼과 로렌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국 영화 ‘암살’의 미라보 다방 장면에도 이 곡이 흐르죠. 마침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우승자 조성진은 아닙니다. 2000년 우승자이자 올해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중국의 리윈디가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협연합니다. 11월 8일 같은 장소에서는 2010년 이 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아의 율리아나 아브데예바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갖습니다. 협주곡을 연주하지는 않지만 전반부는 녹턴(야상곡) 21번으로 시작해 쇼팽의 독주곡만으로 무대를 채웁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브람스의 교향곡 3번 음반을 오디오에 올려놓습니다. 시작부터 관악이 활기찬 상승 음형(音形)을 연주합니다. 음이름으로는 F-A플랫-F인데, 뒤의 F가 첫 음보다 한 옥타브 높습니다. 마치 문을 활짝 열어젖히거나 강력한 주장을 외치는 느낌입니다. 브람스는 이 음형 또는 동기(모티브)가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Frei aber froh)’를 뜻한다고 지인에게 귀띔했습니다. 음이름의 F-A-F에서 착안한 것이죠. 그렇지만 ‘자유로우니 즐겁다’는 말은 자연스러워도 ‘자유로운데도 즐겁다’는 표현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예술가다운 수사학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실 이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 이전에는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 이른바 ‘F-A-E 동기’가 있었습니다. 이 동기는 브람스와 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 자신의 표어로 즐겨 입에 올리곤 했다고 합니다. 브람스의 정신적 사부이면서 요아힘과 교분이 두터웠던 슈만도 이 세 개 음표의 동기에 의한 ‘F. A. E. 소나타’를 작곡한 바 있습니다. 브람스는 현악사중주 2번 A단조의 1악장에서 이 동기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세 사람과 연관되지만 F-A-E는 유독 ‘브람스의 모토’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짙은 우수를 작품에 담아낸 브람스와 어울리는 표어이기 때문일까요. 그가 ‘논리상의 어색함’을 감수하면서 교향곡 3번에서는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를 외친 것도 애써 ‘고독’에서 벗어나 보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교향곡의 3악장에서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의 절절한 고독과 애수를 느끼게 됩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제음악으로 쓰여 대중적으로 알려진 선율이기도 합니다. 22, 2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핀란드의 지휘 거장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지휘하는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이 브람스 교향곡 4곡 모두를 연주합니다. 교향곡 3번은 둘째 날인 23일 무대에 오릅니다. 마침 ‘만추의 교향곡’이라는 애칭을 가진 교향곡 4번도 같은 날 연주되는군요. 계절감에 딱 맞는 프로그램입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악장이 끝날 듯하다가 점차 고조되더니 중단 없이 4악장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현악기가 감동적인 선율을 노래하고, 트럼펫이 울려 퍼집니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화음이 울리고 난 뒤 “어, 지휘자는 두 번 지휘봉을 내렸는데, 3개 악장만 있는 작품인가?”라고 생각하는 청중도 있을 것입니다.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그 전 악장이 중단 없이 이어지게 한 것은 베토벤이 교향곡 5번에서 시도했던 수법입니다. 러시아의 거장 쇼스타코비치도 교향곡 7번에서 3악장이 조용하게 끝나고 4악장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듯 시작하게 곡을 설계함으로써 마지막 두 악장의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교향곡 끝의 두 악장을 연결시키는 것은 ‘앞 악장들의 모순과 투쟁을 마지막 악장에서 해소하겠다’는 작곡가의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에서 3, 4, 5악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약간 다릅니다. 농부의 춤, 천둥, 비 갠 뒤의 정경을 각각 묘사하고 있지만 시간상으로 연속됨을 강조하기 위해 악장들을 이어놓은 것입니다. 슈만의 교향곡 4번은 네 개 악장 전체가 중단 없이 연주됩니다. 슈만은 개성이 각기 다른 교향곡의 네 개 악장이 밀접히 연결되는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악장들을 이어놓았을 뿐 아니라 앞 악장의 선율들이 뒤 악장에서도 다시 모습을 비추도록 했습니다. 수십 년 뒤 프랑스 작곡가들이 애호했던 이른바 ‘순환주제’를 앞서 시도한 것입니다. 20세기 초의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악장들을 합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었습니다. 7번 교향곡은 아예 전체를 합쳐 한 개 악장의 교향곡으로 만들었습니다. 15일 곽승 지휘 KBS교향악단은 전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슈만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합니다. 23일엔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이 3, 4악장이 이어진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곡 전체가 하나로 융합된 교향곡 7번을 연주합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은 31일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콘서트에서도 연주됩니다.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악장이 끝날 듯하다가 점차 고조되더니 중단 없이 4악장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현악기가 감동적인 선율을 노래하고, 트럼펫이 울려 퍼집니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화음이 울리고 난 뒤 “어, 지휘자는 두 번 지휘봉을 내렸는데, 3개 악장만 있는 작품인가?”라고 생각하는 청중도 있을 것입니다.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그 전 악장이 중단 없이 이어지게 한 것은 베토벤이 교향곡 5번에서 시도했던 수법입니다. 러시아의 거장 쇼스타코비치도 교향곡 7번에서 3악장이 조용하게 끝나고 4악장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듯 시작하게 곡을 설계함으로써 마지막 두 악장의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교향곡 끝의 두 악장을 연결시키는 것은 ‘앞 악장들의 모순과 투쟁을 마지막 악장에서 해소하겠다’는 작곡가의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에서 3, 4, 5악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약간 다릅니다. 농부의 춤, 천둥, 비 개인 뒤의 정경을 각각 묘사하고 있지만 시간상으로 연속됨을 강조하기 위해 악장들을 이어놓은 것입니다. 슈만의 교향곡 4번은 네 개 악장 전체가 중단 없이 연주됩니다. 슈만은 개성이 각기 다른 교향곡의 네 개 악장이 밀접히 연결되는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악장들을 이어놓았을 뿐 아니라 앞 악장의 선율들이 뒤 악장에서도 다시 모습을 비추도록 했습니다. 수십 년 뒤 프랑스 작곡가들이 애호했던 이른바 ‘순환주제’를 앞서 시도한 것입니다. 20세기 초의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악장들을 합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었습니다. 7번 교향곡은 아예 전체를 합쳐 한 개 악장의 교향곡으로 만들었습니다. 15일 곽승 지휘 KBS교향악단은 전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슈만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합니다. 23일엔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이 3, 4악장이 이어진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곡 전체가 하나로 융합된 교향곡 7번을 연주합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은 31일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콘서트에서도 연주됩니다.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입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1980년대, 집에 새 오디오를 갖추게 된 저는 ‘빵빵한’ 소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느라 바빴습니다. 놀러온 친구들은 팝송을 듣고 싶어 했지만 저는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었죠. 곧잘 턴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음악이 드뷔시 ‘아라베스크 1번’과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귀에 익은 그 음성(Je crois entendre encore)’이었습니다. “클래식밖에 없어?” 하며 따분한 표정을 짓던 친구들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어? 이게 클래식이었어?” 드뷔시의 곡은 당시 한창 인기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시그널 곡이었습니다. 원곡은 피아노곡이지만 일본 신시사이저 연주자인 도미타 이사오의 연주로 방송을 자주 탔죠. 휘파람 소리를 연상시키는 시원한 합성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제의 곡은 본디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이지만 폴 모리아 악단이 경음악 ‘Pearl Fishers’로 편곡해 역시 FM 대중음악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새파란∼ 수평선∼’이란 가사로 익숙한 노래 ‘진주조개잡이’와는 다른 곡입니다. 이렇게 클래식 작품이 대중음악에 뛰어들어 인기를 얻는 사례는 많습니다. 가을에 즐겨 듣는 에릭 카먼의 팝송 ‘All by myself’나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도 각각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교향곡 2번에서 느린 악장 주선율을 따서 편곡한 노래죠. 국립오페라단이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를 국내 초연합니다. 선사시대 실론 섬이라는 색다른 배경에서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사전지식 없이 이 공연을 보는 40대 이상의 옛 대중음악 팬이라면, 1막에서 남자 주인공 나디르가 부르는 ‘귀에 익은 그 음성’을 듣고 움찔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 제목이 ‘진주조개잡이’더니, 진짜 옛날 폴 모리아가 연주하던 선율이네!”라고요. 이 선율도 아름답습니다만, 이 노래보다 앞서 나오는 남자들의 2중창 ‘성스러운 사원에서(Au fond du temple saint)’를 비롯해 실로 아름다운 선율이 많이 나오는 오페라입니다. 다재다능했던 작곡가 비제가 펼쳐 내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카르멘’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유럽에서 가장 ‘싱싱한’ 콘서트홀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콘서트홀, 두 곳을 보고 왔습니다. 올해 1월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와 1888년 개관 이래 ‘세계 최고 음향의 공연장’으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입니다. 14일에는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이 악단 음악감독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내불(內佛)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연주곡은 말러 교향곡 1번과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이 악단의 유럽투어 일환으로 펼쳐진 공연이었습니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필하모니 드 파리는 ‘찌그러진 식빵’ 같은 불규칙한 실내 곡선과, 무대에서 가장 먼 객석까지의 거리가 38m에 불과하다는 효율적인 배치가 특색입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소리는? 최신 음향이론이 적용된 이 공간의 음향은 한마디로 ‘잘 조정된 소리’로 들렸습니다. 공연장 음향은 어떤 정밀한 설계를 적용해도 막상 뚜껑을 열기까지는 예상이 불가능한 ‘복잡계 과학’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필하모니 드 파리의 음향은 고음역이 세부까지 정밀하게 잘 들리면서도 윤택했습니다. 2400명이나 수용하는 공간으로서는 음량도 크게 전달됐습니다. 17일에는 콘세르트헤바우에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연주로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야니너 얀선이 협연한 버르토크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감상했습니다. 13년 만에 찾아온 장소이고 앉은 자리도 정반대였지만 느낌은 예전과 같았습니다. 넓은 고급차에 앉은 듯한, 특히 타악기를 비롯한 중저음의 안락함이 과하지 않게 온몸을 감싸는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에도 관현악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잠실 제2롯데월드 내 롯데홀이 원래 이달 문을 열 계획이었다가 개장 연기라는 곡절을 겪었으나 내년에는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며, 서울시향 전용 연주홀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서양음악의 꽃으로 꼽히는 관현악을 더 고급스럽게 느끼게 해줄 새 공간들이 품격과 실용성을 갖춘 장소로 널리 사랑받게 되기를 기대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유럽에서 가장 ‘싱싱한’ 콘서트홀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콘서트홀, 두 곳을 보고 왔습니다. 올해 1월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와, 1888년 개관 이래 ‘세계 최고 음향의 공연장’으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서트허바우’입니다. 14일에는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이 악단 음악감독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내불(內佛)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연주곡은 말러 교향곡 1번과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이 악단의 유럽투어 일환으로 펼쳐진 공연이었습니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필하모니 드 파리는 ‘찌그러진 식빵’ 같은 불규칙한 실내 곡선과, 무대에서 가장 먼 객석까지의 거리가 38m에 불과하다는 효율적인 배치가 특색입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소리는? 최신 음향이론이 적용된 이 공간의 음향은 한마디로 ‘잘 조정된 소리’로 들렸습니다. 공연장 음향은 어떤 정밀한 설계를 적용해도 막상 뚜껑을 열기까지는 예상이 불가능한 ‘복잡계 과학’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필하모니 드 파리의 음향은 고음역이 세부까지 정밀하게 잘 들리면서도 윤택했습니다. 2400명이나 수용하는 공간으로서는 음량도 크게 전달됐습니다. 17일에는 콘서트허바우에서 로열 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연주로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야니네 얀선이 협연한 버르토크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감상했습니다. 13년 만에 찾아온 장소이고 앉은 자리도 정반대였지만 느낌은 예전과 같았습니다. 넓은 고급차에 앉은 듯한, 특히 타악기를 비롯한 중저음의 안락함이 과하지 않게 온몸을 감싸는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에도 관현악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잠실 제2롯데월드 내 문을 여는 롯데홀이 원래 이달 문을 열 계획이었고 개장 연기라는 곡절을 겪었으나 내년에는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며, 서울시향 전용 연주홀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서양음악의 꽃으로 꼽히는 관현악을 더 고급스럽게 느끼게 해줄 새 공간들이 품격과 실용성을 갖춘 장소로 널리 사랑받게 되기를 기대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

1906년 5월, 오스트리아 제국 빈 국립오페라극장 감독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 6번 초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행진곡처럼 시작하는 첫 악장, 역시 쿵쿵거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두 번째 스케르초(빠른 춤곡) 악장, 느린(안단테) 세 번째 악장, 위협적인 느낌이 드는 긴 네 번째 악장으로 구성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리허설 도중 말러는 마음을 바꿉니다. “2악장과 3악장 순서를 바꿔야겠어요. 안단테 악장을 두 번째로, 그 다음에 스케르초로 갑시다!” 작품은 그가 바꾼 대로 공연되었습니다. 말러는 악보 출판사에도 ‘바꾼 순서대로 악보를 출판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5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말러는 두 차례 더 이 작품을 지휘했고 그때마다 안단테 악장을 스케르초 앞에 배치했습니다. 그의 생전에 다른 지휘자가 이 작품을 지휘한 콘서트도 세 번 있었지만, 역시 순서는 같았습니다. 연주 순서가 다시 바뀐 것은 말러가 죽고 8년 만인 1919년이었습니다. 말러의 부인이었던 알마가 말러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지휘자 빌럼 멩엘베르흐에게 편지를 보내 “스케르초가 먼저, 느린 악장이 그 다음에 와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이 주장이 말러의 생전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 멩엘베르흐는 연주 순서의 ‘수정’에 앞장섰고, 이후 출판된 악보의 악장 순서도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오늘날 알마가 ‘정직하지 않은 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편이 죽은 뒤 알마는 말러의 삶을 정리한 회상록을 펴냈지만 수많은 지인과 관련자들이 “이기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말러의 삶을 왜곡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1997년에야 출간된 알마의 일기장은 그에 대한 세상의 의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습니다. 알마가 회상록에 쓴 얘기들이 일기와도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15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박영민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합니다. 말러 생전 연주된 순서대로 두 번째 악장을 안단테, 세 번째 악장을 스케르초로 연주합니다.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