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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생소한 컬링 규칙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상대 스톤(투구하는 돌)보다 하우스(표적판) 중앙에 가까이 놓인 스톤 수가 점수가 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평소 접하기 힘들다 보니 그 규칙도 낯설기만 하다. 알쏭달쏭한 컬링 규칙들을 정리해 봤다. 컬링 선수들은 스톤의 이동 거리와 휘어짐,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열심히 스위핑(비질)을 한다. 만약에 스위핑을 하다가 스톤을 건드려서 이동 경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하우스를 향해 던진 스톤을 발이나 브룸(빗자루)으로 건드리면 그 스톤은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재호 KBS 컬링 해설위원은 “정지된 스톤을 건드리면 상대 팀과 협의해 원위치로 갖다놓으면 된다. 하지만 움직이는 스톤을 건드리면 바로 아웃이기 때문에 스위핑할 때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관계자는 “고의로 상대방 스톤을 건드리면 상대방이 심판에게 제소해 우리 스톤을 제거하란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자리를 이용해 공격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컬링에선 스톤이 링크 가장자리에 부딪치는 순간 아웃이 된다. 가장자리에 닿지 않게 투구해야 한다. 10엔드가 기본인 컬링에서 경기 도중 기권하는 경우가 있다. 18일 한국 팀과 붙은 중국은 8엔드 후 기권했다. 컬링에선 패색이 짙을 경우 ‘백기’를 드는 게 오히려 예의다. 이승준 송현고 컬링팀 코치는 “예선의 경우 점수 차가 많이 나면 다음 경기에 쓸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매너”라고 설명했다. 컬링 경기장에서 큰 소리로 응원하는 건 괜찮을까. 20일 대표팀 세컨드 김선영(25)은 “중요한 투구를 시작할 때 큰 소리를 들으면 집중력이 깨질 수 있다. 그때만 조심해 주시면 된다. 응원 소리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서 clue@donga.com·정윤철 기자}

4엔드까지 ‘팀킴(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표정은 어두웠다. 경기 초반 투구 실수 등이 나오면서 미국에 2-3으로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 하지만 가족보다 더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대표팀은 서로를 믿었다. 그들은 “긴장도 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평소처럼 침착해지자”며 서로 다독였다. 5엔드. 선공을 잡은 대표팀은 스킵(주장) 김은정(28)의 ‘한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우스에 양 팀 스톤이 몰려 있는 상황. 김은정의 손을 떠난 마지막 8번째 스톤은 먼저 10시 방향의 미국 스톤을 쳐냈다. 이후 이 스톤은 하우스 중앙으로 이동해 미국 스톤과 붙어 있던 한국 스톤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또 하나의 미국 스톤이 하우스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의 스톤 2개만 쏙 빼내는 ‘매직샷’이 터지자 관중석에서는 “대박!”이라는 환호가 나왔다. 후공인 미국은 마지막 스톤을 하우스 중심부에 넣으려 했지만 하우스 앞쪽에 위치한 한국의 스톤에 걸리면서 중심부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은 하우스 중심에서 가까운 1∼4번 스톤을 차지하면서 짜릿한 4점 스틸(선공 팀이 득점)에 성공했다. 6-3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에야 대표팀은 미소를 보였다. 여유를 되찾은 대표팀은 미국에 더는 리드를 내주지 않으면서 승리를 낚았다. 여자 컬링 대표팀(세계 8위)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미국(세계 7위)과의 평창 겨울올림픽 예선 7차전에서 9-6으로 이겼다. 6승 1패로 단독 1위를 유지한 한국은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에 참가한 10개 팀 중 PO 진출을 확정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1위로 예선을 마치면 4위와 준결승을 치르기 때문에 메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극적인 승리를 이뤄낸 대표팀을 향해 관중들은 “잘했어요” “최고였어요” 등을 외치면서 환호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여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똑 부러지는 말투 때문에 ‘김 비서’라는 별명을 가진 김선영은 “4강에 올라가서도 강팀들과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37)은 “우리 팀을 두고 ‘어떻게 한국에서 갑자기 이런 팀이 나왔나’라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10년간 만들어진 팀이다”라고 말했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대표팀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경기도청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들은 경북 의성에 위치한 경북컬링훈련원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평창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김선영은 “한국 컬링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부터 시작됐다. 그 도움으로 새 역사를 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을 건립하는 데 힘쓰고 그곳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키워낸 인물이다. 또한 그는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아버지께서 ‘너희가 올림픽에서 꼭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살아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1일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덴마크와 예선 8, 9차전을 치른다.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세계 강호를 연파하며 ‘강팀 킬러’로 떠오른 여자 컬링대표팀의 스킵 김은정. 19일 스웨덴을 꺾은 뒤 강릉컬링센터 믹스트존으로 들어선 그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매서운 눈매와 동료를 향한 명확한 지시로 ‘근엄 언니’라는 별명을 얻은 그이지만 ‘올림픽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말을 듣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올림픽 대표가 된 뒤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힘든 훈련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목이 메어 말을 멈췄던 그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해내야 했다. 그런 것(외부 환경 등)에 휩싸여 잘못되면 우리만 바보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안방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강릉컬링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했지만 경기장 바닥 보수 문제 등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간 강릉컬링센터를 이용한 후에는 형평성 및 경기장 설비 조성 문제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바람에 대표팀은 강릉컬링센터에서 관중을 동원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시뮬레이션’도 할 수 없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지난해 8월 집행부 내홍으로 인해 관리단체로 지정돼 대표팀 지원에 한계를 드러냈다. 김경애(24)는 “소음 대비 훈련을 위해 우리끼리 스피커를 동원해 큰 소리를 만든 뒤 연습했다”고 말했다. 국내 컬링 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저변이다. 국내 컬링 실업팀은 남자 3개팀, 여자 4개팀에 불과하다. 경기장 수도 부족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컬링연맹 관계자는 “충북 진천, 경북 의성, 경기 의정부, 서울 태릉, 강원 강릉에 전용경기장이 5개뿐이며 그나마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은 4군데다. 태릉컬링장(시트 3개)은 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시트 4개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자 대표팀은 해외 투어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키워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표팀은 1년에 세계선수권 등을 포함해 12개 정도의 해외 대회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남녀 컬링 세계 1위 캐나다는 컬링 경기장 수만 1500개에 이른다. 김민정 여자 대표팀 감독(37)은 “한국 컬링은 지금 고속도로가 아니라 가시밭길이다. 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스킵(주장) 김은정(28)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관중석을 향해 당당히 거수경례를 했다. 환한 미소를 짓는 캡틴을 향해 2349명의 홈팬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팀 킴’ 한국 여자 컬링이 강호들을 연파하며 단독 1위까지 뛰어올랐다. 매 경기 스톤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팀워크에 외국 선수들은 “로봇과 싸운 느낌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19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6차전에서 스웨덴을 7-6으로 눌렀다. 세계 랭킹 8위 한국은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 2017 겨울 아시아경기 금메달 중국(세계 랭킹 10위)을 꺾은 데 이어 유일하게 패배를 모르며 5연승을 질주하던 세계 5위 스웨덴마저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5승 1패를 기록해 이날 일본(5승 2패)에도 4-5로 패한 스웨덴(5승 2패)을 제치고 선두 자리까지 나서 예선 성적 상위 4개 팀이 진출하는 플레이오프에 바짝 다가섰다. 1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4위 팀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돼 메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한국은 20일 세계 랭킹 7위 미국과 맞붙는다.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경기를 마친 상대와 악수를 하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목이 쉬었다. 경기장에는 관중들의 “대한민국” 환호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잠긴 목에서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복수전에 나선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28)은 경기 내내 쉬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선영이!(동료 이름)”…. 패배를 인정한 중국 선수와 악수한 뒤 김은정은 멋진 승리를 합작한 동료들과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1년 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김은정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결승에서 한국(세계 8위)이 중국(세계 10위)에 5-12로 패하면서 은메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당시 김은정은 “내가 샷을 잘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에서 ‘승부사’ 김은정을 앞세운 여자 대표팀은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1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5차전에서 중국을 12-5로 제압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은 “지난해 아시아경기 상황은 잊고 오늘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정은 86%의 높은 샷 성공률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자신의 전체 샷 성공률(77%)보다 높은 수치다. 4승 1패인 대표팀은 일본과 공동 2위가 되면서 10개 팀 중 상위 4팀이 나서는 플레이오프 진출 전망을 밝혔다. 2014 소치 올림픽 때 올린 성적(3승 6패)을 이미 넘었다. 감독과 선수 5명의 성이 모두 ‘김’이어서 ‘팀 킴’으로 불리는 여자 대표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북체육회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은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선수 모두 자매 관계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컬링은 형제, 자매 등 가족이 팀을 꾸려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중 가족은 김영미와 경애 자매뿐이다. 2006년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들어섰다. 경북컬링훈련원은 대표팀의 ‘산파’ 역할을 한 곳이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경북 컬링은 1990년대부터 대구빙상장에서 10년간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연습시간 배정의 어려움을 피하고 컬링에 최적화된 빙질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전용 경기장 건립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기 위해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컬링이 생소한 종목이다 보니 (건립이) 쉽지가 않았다. 전용 경기장 건립의 필요성을 담은 자료를 만드는 등 여러 노력 끝에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도컬링협회의 도움으로 고향인 의성에 훈련원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성에 컬링장이 생기자 친구였던 김은정과 김영미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김영미의 동생인 김경애는 언니를 따라 컬링장에 왔다가 얼떨결에 컬링을 시작했다. 이후 김경애의 친구인 김선영과 경기도 출신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팀 킴’이 완성됐다. 김경애는 “경북컬링훈련원에서의 훈련은 힘들었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훈련장에 들어갈 때마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선수 가운데 4명이 의성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대표팀은 외국인이 자신들을 구별하기 좋도록 2013년에 독특한 애칭도 지었다. 아침식사를 하다가 각자 음식 이름을 따서 애칭을 만들었기 때문에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은정은 요구르트 상표인 ‘애니’ 등으로 부른다. 대표팀의 또 다른 이름은 ‘의성 마늘 소녀들’이다. 이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해온 의성의 특산물이 마늘인 데다 작지만 단단하고 다부진 느낌의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의성 마늘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한편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선수 가운데 1명이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라디오 방송 ‘스포르트-FM’은 이날 “컬링 믹스더블 선수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멜도니움 성분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크루셸니츠키는 믹스더블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팀 코리아’가 적힌 검은색 패딩을 입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57·캐나다)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연기를 마친 제자 차준환을 꼭 안아줬다. 그가 입은 패딩의 왼쪽 가슴 부위에는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오서 코치는 하뉴 유즈루(일본)가 빙판에 올랐을 때는 검은 패딩을 벗고 양복 차림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잠시 뒤 스페인 출신 제자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연기를 펼쳤을 때는 양복 위에 하늘색의 스페인 선수단 점퍼를 걸쳤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피겨 남자에서 오서 코치는 세 명의 제자가 출전할 때마다 옷을 바꿔 입는 ‘환복 퍼레이드’를 보여줬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오서 사단’은 5개국 5명. 남자 싱글에 출전한 세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 싱글의 개브리엘 데일먼(캐나다)과 엘리자베트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도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날 아이스아레나에서 가장 분주한 지도자였던 오서 코치는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면서 ‘빙판의 미다스 손’으로 거듭났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여자 싱글)의 금메달을 도운 데 이어 하뉴의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2014 소치, 2018 평창)를 이끌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하뉴 외에도 오서의 제자들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차준환은 개인 최고점(248.59점)을 기록했고, 페르난데스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서 코치는 경기 후 시상대에 선 하뉴와 페르난데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코치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서지만 정작 자신의 현역 시절에는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두 개의 올림픽 은메달(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을 따는 데 그쳤다. 오서 코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코치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의 성공을 보면서 코치 생활이 내 운명이었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오서 코치는 캐나다 토론토의 크리켓 스케이팅 앤드 컬링 클럽에서 선수들을 지도한다. 그는 “차준환과 하뉴, 페르난데스 모두 최상의 환경에서 경쟁하며 훈련 중이다. 그들은 서로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피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주 차준환과 세계 정상권 선수인 하뉴, 페르난데스는 앞으로도 많은 국제대회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오서 코치는 모든 제자들이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선수들이 똑같이 자랑스럽다. 한국과 일본, 스페인 선수 모두 내 팀의 일원이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살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차준환(17) 측 관계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차준환이 올림픽을 앞두고 독감에 걸린 데다 몸살이 심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준환의 어머니는 “강하게 키운 아이인데…. 아파서 평소처럼 경기를 못하니…”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초코파이 꼬마’ 차준환은 의연한 모습으로 악재를 이겨냈다. 그는 17일 끝난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경기에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달성하면서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쇼트프로그램(83.43점)과 프리스케이팅(165.16점), 총점(248.59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남겼다. 또한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정성일이 작성한 17위. 대회 내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차준환이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소년으로 돌아왔다. 그는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다. 사춘기라 엄마와 캐나다에서 같이 지내면서 많이 다퉜고 혼나기도 했다”면서 “출전을 앞두고 아빠와 통화하면서 약간 투정을 부렸는데 경기 중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멀리 내다보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발목 부상으로 고전한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한 번만 시도했다. 차준환은 “내게 맞는 4회전 점프를 하나씩 장착해 천천히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우승은 총점 317.85점을 기록한 세계 1위 하뉴 유즈루(24·일본)에게 돌아갔다. 2014년 소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1948년 생모리츠 대회와 1952년 오슬로 대회에서 우승한 딕 버튼(미국) 이후 66년 만에 올림픽 남자 싱글 2연패를 달성했다. 하뉴는 역대 겨울올림픽 10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뉴 우승 소식은 호외가 발행되는 등 일본 전역을 열광에 빠뜨렸다. 일본 팬들이 하뉴에게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센다이 출신이기 때문이다. 지진 당시 하뉴는 아이스링크 빙판이 갈라지자 스케이트 부츠를 신은 채 대피했다고 한다. 올림픽 2연패 달성에 따라 하뉴는 은퇴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하뉴는 “은퇴할 생각이 없다. 4회전 악셀 성공을 목표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선수 중 공식 경기에서 4회전 악셀을 성공시킨 선수는 없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살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차준환(17) 측 관계자는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차준환이 올림픽을 앞두고 독감에 걸린 데다 몸살이 심해 제 컨디션을 찾기 못했기 때문. 차준환의 어머니는 “강하게 키운 아이인데…. 아파서 평소처럼 경기를 못하니….”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초코파이 꼬마’ 차준환은 의연한 모습으로 악재를 이겨냈다. 그는 17일 끝난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경기에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달성하면서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쇼트프로그램(83.43점)과 프리스케이팅(165.16점), 총점(248.59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남겼다. 또한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정성일이 작성한 17위. 대회 내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차준환이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소년으로 돌아왔다. 그는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다. 사춘기라 엄마와 캐나다에서 같이 지내면서 많이 다퉜고 혼나기도 했다”면서 “출전을 앞두고 아빠와 통화하면서 약간 투정을 부렸는데 경기 중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멀리 내다보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발목 부상으로 고전한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한번만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행 가능한 4회전 점프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차준환은 “내게 맞는 4회전 점프를 하나씩 장착해 천천히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 우승은 총점 317.85점을 기록한 세계 1위 하뉴 유즈루(24·일본)에게 돌아갔다. 2014년 소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1948 생모리츠 대회와 1952년 오슬로 대회에서 우승한 딕 버튼(미국) 이후 66년 만에 올림픽 남자 싱글 2연패를 달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하뉴는 역대 겨울올림픽 10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뉴 우승 소식은 호외가 발행되는 등 일본 전역을 열광에 빠뜨렸다. 일본 팬들이 하뉴에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센다이 출신이기 때문. 지진 당시 하뉴는 아이스링크 빙판이 갈라지자 스케이트 부츠를 신은 채 대피했다고 한다. 하뉴는 “금메달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지진으로 고통 받았던 분들이 기뻐해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 달성에 따라 하뉴는 은퇴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하뉴는 “은퇴할 생각이 없다. 4회전 악셀 성공을 목표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4회전 악셀은 4회전 점프 중 가장 난도가 높기 때문에 기본 점수(15점)도 가장 높다. 남자 싱글 선수 중 공식 경기에서 4회전 악셀을 성공시킨 선수는 없다. 한편 북한 페어 렴대옥(19)-김주식(26) 조는 역대 북한 페어팀의 올림픽 최고 순위인 13위로 대회를 마쳤다.강릉=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뜨린 포워드 랜디 희수 그리핀(30·사진)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리핀은 지난해 3월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듀크대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한국을 위해 뛰어 달라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요청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특별귀화 전이던 2015년부터 초청 선수로 대표팀 경기를 뛰었던 그리핀은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리핀의 미들 네임인 ‘희수’는 어머니 이름이다. 등번호 ‘37’은 외할머니의 출생 연도(1937년)다. 열 살 때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리핀은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이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뛸 팀이 없어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기도 했다. 협회의 ‘러브콜’이 없었다면 다시는 아이스하키를 못 할 수도 있었다. 그리핀은 “대표팀 덕분에 아이스하키와 이별했던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 1, 2차전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그리핀이 고관절 부상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날 그리핀은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얼싸안으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핀은 “일본과 상대했기 때문에 남북 선수들이 더 협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림픽에서의 첫 골이 자랑스럽지만 팀이 져서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19)과 김주식(26)이 빙판에 오르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17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를 흔들면서 “김주식! 렴대옥!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외쳤다. 일부 한국 관중도 박수로 둘을 맞이했다. 안방 같은 응원을 받은 렴-김 조는 14일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69.40점을 기록해 자신들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경신했다. 이들의 기존 최고점은 65.25점.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강렬한 연기를 펼친 렴-김 조는 점프와 리프트 등 모든 요소에서 가산점을 챙기는 ‘클린 연기’를 펼쳤다. 11위로 16개 팀에 주어지는 15일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확보한 이들은 북한 피겨 최초의 톱10 진입을 노려 볼 수 있게 됐다. 렴-김 조는 자신들의 점수가 발표되자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북한 응원단은 “장하다. 우리 선수 장하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한국 관중으로부터 인형 선물을 받기도 했다. 렴-김 조는 2일부터 강릉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일찌감치 결전지에서 프로그램을 점검해 온 이들은 경기 전날인 13일에 예정에 없던 훈련도 했다. 당시 김주식은 “연습이 아주 잘돼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키스앤드크라이존에 렴대옥, 김주식과 동행한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캐나다)는 “두 선수는 성실함이 강점인 모범생이다. 항상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트 코치는 지난해 여름 캐나다에서 렴-김 조를 지도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주식과 렴대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김주식은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우리 응원단과 남측 응원단이 마음을 합쳐 열광적 응원을 해줬다. 그것에 고무돼 경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느꼈고 단합된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렴대옥은 “내가 빛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 당에서 나를 이만큼 키워 주고 이끌어 줬기 때문이지 나 혼자 빛난 것이 아니다. 우리 감독 동지와 짝패 동지(김주식)가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북한 김일국 체육상과 함께 페어 경기를 봤다. 김 체육상은 “렴대옥(149cm)이 크지 말아야 하는데 점점 몸이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어는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들어올리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여자 선수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한편 한국 페어 김규은(19)-감강찬(23) 조는 최하위(22위)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은 42.93점을 기록했다. 착지 실수를 범한 김규은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침에 컨디션도 좋았는데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를 했다”면서 “큰 대회에 나왔다는 데 만족하고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상대방에게 손을 대거나 미는 ‘나쁜 손’에 대한 벌칙이 예전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예선과 여자 500m 준결선에서 중국 선수 4명이 반칙으로 무더기 실격됐다. 남자 1000m 예선 6조에서 중국의 한톈위는 한국의 서이라와 함께 출전했다. 다섯 바퀴째 서이라가 1위로 올라설 때 한톈위와 충돌하며 4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한톈위가 서이라를 손으로 밀친 것으로 확인돼 한톈위는 반칙으로 실격됐다. 서이라는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앞서 열린 예선 4조에서는 중국의 런쯔웨이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로베르츠 즈베이니엑스(라트비아)를 손으로 밀쳐 실격됐다. 중국은 1000m에 출전한 3명 중 우다징만 준준결선에 진출했다. 여자 500m에서도 중국 선수 2명이 실격됐다. 한국 선수들과 악연이 있는 판커신은 준결선 1조에서 최민정과 함께 출전했다. 최민정이 1위로 통과한 가운데 판커신은 3위에 올랐다. 어차피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반칙을 저질러 파이널B로도 가지 못하고 실격됐다. 준결선 2조 취춘위도 최하위인 4위를 기록했지만 반칙으로 실격 처리됐다. 한국은 중국의 ‘나쁜 손’과 악연이 많았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승희를 결승선 통과 직전 잡아채려는 동작을 취했지만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다. 준결선에서는 심석희를 넘어뜨릴 뻔했다. 지난해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여자 500m 결선에서도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 동반 실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상대 선수에게 손을 대 실격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쁜 손’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전에는 선수가 넘어지는 등 확실하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 아니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자주 논란이 되자 좀 더 엄격한 쪽으로 판정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쇼트트랙 관계자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예전에는 애매한 상황이면 그냥 넘어갔을 것도 이젠 무조건 실격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한번 비디오 판독으로 결정된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경기에서 적용된 벌칙이 다음 경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강릉=김동욱 creating@donga.com·정윤철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은 내게 ‘꿈의 무대’다. 이 무대에서 ‘꿈의 연기’를 펼치겠다.” 일본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24)는 자신감에 넘쳤다. 13일 그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 이어 피겨 남자 싱글 2연패를 노리는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일본과 한국 등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하뉴는 “나처럼 이렇게 많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본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뉴는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NHK트로피에서 연습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치료에 집중한 하뉴는 그랑프리 파이널 등에 불참했다. 하뉴는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받아들여 내 에너지로 만들겠다. 팬들이 나를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웃었다. 전날 보조 링크에서 빙질 적응을 마친 하뉴는 이날은 메인 링크에서 프리스케이팅 곡에 맞춰 점프 등을 점검했다. 하뉴는 “빙판 연습을 재개한 뒤 3주 전에 3회전 악셀 점프를, 2주 전에 4회전 점프를 뛰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올림픽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하뉴는 남자 싱글에서 ‘미국의 점프 기계’ 네이선 천(19·세계 6위)과 4회전 점프 전쟁을 벌여야 한다. 통상 하뉴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5개의 4회전 점프를, 천은 7개를 뛴다. 그는 ‘몇 개의 4회전 점프를 구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게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 컨디션에 따라 결정하겠다”면서 “내가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하뉴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 피겨 팬들도 강릉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뉴가 출전하는 남자 싱글 경기 관람과 강릉 시내 명소 구경 등이 결합된 관광 패키지(3박 4일·고급 호텔 숙박)가 79만8000엔(약 799만 원)의 고가임에도 모두 판매됐다. 강릉 A모텔 주인은 “일본 팬들은 지난해 테스트이벤트로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이 끝난 뒤 ‘하뉴를 보러 반드시 올림픽 때 오겠다’며 일찌감치 방을 예약했다. 하뉴에게 줄 인형 꾸러미를 들고 온 일본 팬도 많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골리 신소정(28)이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 그의 포지션은 필드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그는 골대를 든든히 지키는 골리에 더 관심이 갔다. 신소정은 “골리의 무장이 변신 로봇 같아 멋있었다”고 말했다. 1년 뒤 골리로 전향한 이유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단일팀의 핵심은 신소정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스피드가 빨라진 현대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의 비중이 60% 이상 될 것”이라고 했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는 아픔 속에서도 16년째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신소정. 그를 골리의 세계로 이끈 매개체인 장비에 대해 알아봤다. 신소정이 사용하는 장비 중 가장 애착을 가진 것은 마스크다. 신소정은 “포지션 특성상 골리의 온몸으로 퍽이 날아오기 때문에 머리부터 목까지 전체를 보호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골리는 마스크에 자신만의 페인팅을 할 수 있다. 그의 마스크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가운데에 그려졌고, 오른쪽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 왼쪽에는 남산서울타워와 한옥이 담겨 있다. 신소정은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국적인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스크 뒤쪽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키우던 강아지를 새겼다. 그는 “둘이 내 뒤에서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든든하다”며 웃었다. 골리가 퍽을 잡아내는 장갑은 양쪽 모양이 다르다. 오른손에 착용하는 것은 ‘블로커’, 왼손에 착용하는 것은 ‘글러브’다. 블로커는 퍽을 쳐내는 역할을 하며 글러브는 퍽을 잡아낸다. 신소정은 “신체 중심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퍽이 날아오면 글러브로 막고, 오른쪽이면 블로커로 막는다”고 했다. 골리의 아이스하키 스틱은 중간 부위인 패들이 플레이어의 스틱보다 넓다. 패들로 퍽을 막기 때문. 신소정은 “스틱의 용도를 퍽을 전달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틱의 용도는 발밑으로 날아오는 퍽을 막는 것이다”고 말했다. 퍽이 날아올 때의 속도는 최대 시속 180km에 이른다. 퍽을 잘 포착하기 위해 신소정은 라켓볼 공을 벽에 던지면서 잡는 훈련을 매일 5∼10분 정도 한다. 그는 “특히 경기 전에는 눈 워밍업을 철저히 한다. 그래야 경기에 들어가자마자 슛을 막을 수 있다”면서 “볼펜으로도 트레이닝을 한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볼펜을 보면서 눈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신소정이 모든 장비를 착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15분. 신소정은 “장비를 착용할 때는 나만의 순서가 있다. 왼쪽 장비를 장착한 뒤에 오른쪽 장비를 착용한다. 이 순서대로 해야 마음 편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일팀은 12일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웨덴에 0-8로 졌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다섯 살 때 피겨를 시작한 후 항상 얼음판 곁을 지켜주던 어머니였다. 화장이 서툰 딸의 얼굴을 곱게 단장시켜 주었고 늘 격려의 말을 건넸다. 딸의 운전사 역할을 했고 모든 일정을 챙겨주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최고의 멘토는 바로 ‘엄마’였다. “그동안 많이 의지했고 믿었던 우리 엄마….” 김연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한국의 최다빈(18)이 1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며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를 장식했다. 최다빈은 ‘파파 캔 유 히어 미’(영화 옌틀 OST)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이 곡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다. 그는 3회전 점프 등을 실수 없이 해내며 65.73점을 받아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달성했다. 그러나 경기 후 최다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정숙 씨는 지난해 6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조용한 성격의 최다빈이지만 이날은 연기를 마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최다빈은 “날 믿어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 최다빈은 이모와 동행하고 있다. 최다빈은 팀 이벤트 여자 싱글에 나선 선수 10명 중 6위를 기록했다. 최다빈은 “함께 나선 동료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큰 부상이 없고 부츠도 잘 맞는다. 개인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뒤를 이을 ‘피겨 퀸’ 경쟁의 서막이 오른 이날,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가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1위 메드베데바는 쇼트프로그램 81.06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4월 자신이 세웠던 기존 세계 기록(80.85점)을 넘어섰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딸 당시 쇼트프로그램 기록은 78.50이었다. 김연아의 은퇴 이후 여자 싱글에서 독주하던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말 오른 발등뼈 미세 골절로 상승세가 꺾였다. 2015년 11월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13개·개인전 기준)에서 우승했던 메드베데바는 지난달 열린 유럽선수권에서는 같은 러시아의 샛별 알리나 자기토바(16)에게 왕좌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메드베데바는 개인전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면서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메드베데바는 “그동안 힘들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부상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바는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이다. 경기 시작 전 긴장을 풀기 위해 메드베데바가 듣는 음악도 엑소의 노래다. 메드베데바는 “엑소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지고 경기도 잘할 수 있게 됐다. 엑소의 모든 멤버가 건강하길 바라며 꼭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틀린 오즈먼드(캐나다·세계 2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세계 6위)도 팀 이벤트를 통해 빙질 적응에 나섰다. 31세의 노장 코스트너는 75.10점으로 메드베데바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연아를 롤 모델 중 한 명으로 꼽는 오즈먼드는 71.38점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팀 이벤트는 총 10개국이 겨루는 단체전이다. 각국의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선수들의 종목별 순위에 따라 1∼10점을 얻는다. 앞서 9일 경기에서 남자 싱글의 차준환이 5점(6위), 페어의 김규은-감강찬 조가 1점(10위)을 확보했다. 이날 아이스댄스 9위를 차지한 민유라-겜린 알렉산더 조(2점)와 피겨 여자 싱글 6위 최다빈(5점)이 7점을 더해 한국은 최종 13점을 거뒀다. 한국은 최종 9위를 차지해 상위 5개국이 출전하는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자신들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친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한국 대표 이기정(23)과 장혜지(21·이상 경북체육회)는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강릉컬링센터 곳곳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했고, 경기복을 선물로 관중석에 던졌다. 이들은 “오빠 라인 좋아요!”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라인은 스톤의 주행 코스를 뜻한다. 대회 내내 밝은 모습을 보여준 장혜지와 이기정이었지만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뒤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기정은 “다음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는 이런 결과를 얻지 않겠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기정과 장혜지는 10일 스위스와의 예선 6차전에서 4-6으로 패해 8개 팀 중 상위 4개 팀이 나서는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11일 열린 캐나다와의 예선 최종전에서도 이들은 3-7로 패했다. 최종 성적은 2승 5패로 6위.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기정과 장혜지는 선전했다. 이번 대회에 신설된 믹스더블에 출전한 팀 중 한국은 세계 랭킹(12위)이 가장 낮다. 하지만 8일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11위)를 꺾고 한국 선수단에 첫 승을 안겼고, 세계 3위 중국 등 강호를 상대로 연장 승부를 펼치는 끈끈한 투지를 보여줬다.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연장전에서 진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기정과 장혜지는 출전 팀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언젠가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기정은 경기 도중 눈을 자주 깜빡였다. 이기정은 “안구건조증 때문에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달성하지 못한 메달의 꿈을 남자 컬링 대표로 출전하는 쌍둥이 형 이기복(23)이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기정은 “형은 나보다 침착하다. 충분히 잘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올림픽을 마감하는 인사를 건넬 때 이들의 눈시울은 또다시 붉어졌다. 대회를 앞두고 “우리는 철저히 비즈니스 파트너다”라고 말했던 둘이지만 대회 내내 서로를 격려하는 애틋한 모습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기정은 장혜지에게 “수고했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에 장혜지는 “제가 오빠에게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그가 나타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맞이하며 환호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장에서 단연 눈길을 끈 선수는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 피타 타우파토푸아(35)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태권도 선수이자 통가 기수로 나섰던 그는 1년 6개월 만에 다시 기수로 등장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그는 상의를 벗고 몸에 기름칠을 한 채 기수로 나섰다. 이번 대회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전향해 출전했다. 그는 평창의 혹한이 무섭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얼어 죽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했지만 개회식 입장 때는 상의를 모두 벗고 입장했다. 심지어 여유 있게 춤을 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입고 나온 의상은 ‘마나파우’라는 통가 전통의상이라고 밝힌 그는 “춥지 않다. 나는 통가 사람이다. 나는 태평양을 횡단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물론 여기보다 리우 개회식 때가 좀 더 따뜻하긴 했다. 밖에 나갔을 때 춥긴 했지만 언제든 국가를 대표해 나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고 말했다. 태권도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로 전향한 그는 “미래에는 또 다른 스포츠에 도전해보고 싶다. 핸드볼도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육상선수에서 봅슬레이 선수로, 다시 스켈레톤 선수로 전향한 가나의 아콰시 프림퐁은 혼자서 국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평창 올림픽 출전을 위해 모금운동까지 벌여야 했던 그는 한국인 기업가의 후원을 받아 출전할 수 있었다. 이색 관중도 눈에 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 분장한 외국인 관중도 있었다. 선수단이 입장하기 전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개회식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육! 오! 사! 삼! 이! 일! 영!” 행사장 바닥은 순식간에 얼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 위에 숫자가 표시됐다. 관객들이 다 함께 함성을 지르며 카운트다운을 했다.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개회식장 밖에서 일제히 폭죽이 터지면서 평화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닥에서 일제히 점들이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으며 하늘의 별자리를 형상화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든 것은 개회식의 백미 중 하나였다. 평화를 상징하는 상원사 동종이 울려 퍼지면서 세상이 순백의 눈과 얼음 공간으로 변하는 장면,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 문양 속에 수백 명이 등장한 장구춤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5명의 소년이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 라인에서 등장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 ‘인면조’, ‘웅녀’ 등 전통 신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등장했다. 5명의 아이는 세계의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 오륜을 뜻한다. 영상 속에 나타났던 백호는 무대 위 백호 탈을 쓴 사람들로 변했다. 고대의 벽화 속에서 살아난 백호를 따라 설원에 도착한 아이들 앞에는 수묵화 형태로 백두대간이 펼쳐졌다. 아이들이 잠시 무대를 비운 뒤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형상화한 공연이 펼쳐졌다. 텅 빈 무대에서 전통 악기인 장구 연주 소리가 들려오고 영상을 통해 어둠 속에서 빛들이 모여 거대한 기운을 형성하는 모습이 재생됐다.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무대 중앙 장구 연주자들의 옷 색깔이 순식간에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바뀌어 ‘태극’을 형상화했다. 강광배(썰매), 박세리(골프), 진선유(쇼트트랙), 이승엽(야구), 황영조(마라톤), 임오경(핸드볼), 서향순(양궁), 하형주(유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들도 태극기를 들고 개회식장에 등장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22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이뤄진 ‘레인보우 합창단’이 애국가를 부르며 세대와 인종을 넘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음악도 이날 개회식의 특징 중 하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한국 가요가 각국 선수단 입장 내내 울려 퍼졌다. 세계에 퍼진 한류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일부 관중은 싸이의 ‘말춤’을 추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은 이어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로 표현되는 미래 내용도 담았다. ‘평화 올림픽’을 상징하기 위해 ‘촛불’도 등장했다. 무대에 다시 등장한 5명의 소년을 통해 강원도 주민 1000여 명에게 전해진 촛불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모양을 만들었다. 소년들이 비둘기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자 관중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평창=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김성모 기자}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선 ‘초코파이 소년’은 안정적인 연기로 시즌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활짝 웃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희망 차준환(17·휘문고)은 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 경기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77.7점(쇼트프로그램)을 획득해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말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82.34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순위는 10명 가운데 6위. 차준환은 “아직 완벽하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아쉽다. 스피드도 떨어지고 점프도 부족했다”면서 “살짝 긴장은 됐지만 안방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16일 시작되는 남자 싱글을 기약했다. 차준환은 “개인전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57·캐나다)는 차준환의 연기를 본 뒤 “만족스럽다. 물론 차준환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적도 있긴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막 독감에서 회복된 상태고 시니어 데뷔 후 국제 대회를 작은 대회 1번밖에 경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차준환의 올림픽 출전은 극적이었다. 1, 2차 대표 선발전까지 평창 올림픽 출전 후보는 이준형(22·단국대)이었다. 차준환은 부상 부진 속에 2차 선발전까지 대표 선발전 합계 총점에서 이준형에게 무려 27.54점을 뒤지고 있었다. 통상 몇 점 차로 순위가 갈리는 피겨계에서 이 점수는 사실상 뒤집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1월 열린 3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차분하게 연기해 우승하며 1∼3차 선발전 합계 총 684.23점으로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준형(682.10점)을 단 2.13점 차로 제칠 정도로 극적이었다. 어릴 적 초코파이 광고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차준환은 뛰어난 감성 표현 능력에 남성적이고 힘 있는 연기가 결합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28)와 일본의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24)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오서 코치가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다. 차준환은 나이를 감안하면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팀 이벤트는 국가별로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등 4종목에서 한 팀씩 나와 연기를 펼친 뒤 합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팀 이벤트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이날 차준환이 5점, 페어스케이팅 김규은(19)-감강찬(23) 조가 1점(10위)을 획득해 팀 포인트 6점으로 10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1일 최다빈(18·여자 싱글)과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아이스댄스)가 팀 이벤트에 출전한다. 팀 이벤트는 4종목 쇼트프로그램 성적 합산 상위 5개 팀만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해 메달을 가린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캐나다에 있을 때는 한국 겨울스포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이 더욱 놀랍네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맷 달튼(32)의 말처럼 한국은 겨울스포츠 강국이 아니다. 한국이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은 총 53개이며 종목은 3개(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다. 이 중 메달 42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캐나다 출신으로 특별귀화한 달튼은 평창 올림픽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전망했다. 그는 “여러 종목에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가 많다. 내가 올림픽에 출전한 캐나다 선수들을 보고 선수의 꿈을 키웠듯 한국 선수들의 노력은 어린 친구들을 겨울스포츠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9일 시작되는 평창 올림픽을 위해 태극전사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간난신고의 세월을 보냈다. 이들이 불모지 한국에서 평창 올림픽을 기회로 삼아 겨울스포츠를 도약시키기 위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은 ‘금메달’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골리 신소정(28)은 “이렇게 주목받는 게 처음이라 기쁘기는 한데…. 경기 내용으로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국가대표팀이다. 실업팀은 물론이고 초중고교, 대학 팀도 없다. 3년 전만 해도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는 16세 이상 선수가 10여 명에 불과해 엔트리(23명)를 채울 수도 없었다.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훈련할 때는 학생 선수들로 인해 오후 8∼10시에 야간훈련을 해야 했다.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훈련장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던 선수들의 수입은 하루 훈련수당인 6만 원이 전부였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은 올림픽을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31)은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일본 아이스하키클럽에서 유학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유학 시절 그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만두 가게에서 일했다.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미국인인 랜디 희수 그리핀(30)은 듀크대 대학원 생물학박사 과정을 휴학하고 올림픽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그리핀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참아냈다”고 말했다.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는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얻어 평창 올림픽에 나선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자동출전권을 폐지했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자동출전권을 부활시키면서 ‘한국 남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남자 대표팀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들어올렸던 백지선 감독(51)을 영입했다. 백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에게 열정(passion)과 연습(practice), 인내(perseverance)를 강조하며 정신력과 기량을 모두 끌어올렸다. 대표팀은 지난해 4월 사상 최초로 IIHF 세계선수권 톱디비전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설상 종목에서도 역사를 만들고 있다. 썰매 불모지인 한국에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이 종목 1세대 이용 총감독과 조인호 감독은 2005년부터 아스팔트 맨바닥에서 모형 썰매를 타며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종목을 개척했다. 2010년 5월 강원도에 국내 최초로 스타팅 훈련장이 마련되면서부터 한국 썰매의 싹이 텄다. 그해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3)과 서영우(27)가 합류하면서 한국 봅슬레이 간판팀이 탄생했다. 2013년엔 스켈레톤 윤성빈(24)이 가세해 ‘한국 썰매 신화’의 서막이 열렸다. 하지만 원윤종 조와 윤성빈이 훈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훈련 환경이 척박했다. 당시 이들이 받은 선수 지원금은 한 달에 40만 원 안팎. 썰매가 없어 국제 대회를 나갈 때면 낡은 썰매를 빌려 타야만 했다. 윤성빈의 ‘호랑이 연고’는 열악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 전에 몸에 바르는 웜업 크림 대신 윤성빈은 알싸한 냄새를 풍기는 연고를 발라 해외 선수들의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오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윤성빈은 “내 성적이 좋아지니까 그 연고를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보고, 그 연고를 바르는 선수가 늘어났다”며 웃었다. 대학 때까지만 해도 80kg 안팎의 몸무게를 유지했던 원윤종과 서영우는 썰매의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몸무게를 100kg 가까이 늘려야 했다. 하루 세 끼에 더해 간식 야식까지 5번 더 먹었다. 하루에 밥을 열 공기 먹은 적도 있다. 체계적 식단을 만들어 줄 사람이 없어 이용 총감독이 사비 등으로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살을 찌웠다. 윤성빈도 75kg이던 몸무게를 90kg까지 늘렸다가 최고 속도를 내는 데 알맞은 86kg을 유지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흘린 땀방울이 이제 결실을 맺을 순간을 맞았다. 평창 올림픽이 드디어 막이 오른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평창=김재형·임보미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가 음악에 포함된 ‘독도’ 가사 때문에 음악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민유라 조는 프리댄스 배경음악으로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을 사용한다. 논란이 된 부분은 노래 가사 중 ‘독도야 간밤에 너 잘 잤느냐’라는 구절이다. 6일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가사에 독도가 포함된 음악을 올림픽에서 사용해도 되는 것이냐는 팬들의 질의가 많았다”면서 “자칫 독도 가사 때문에 실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해 문제가 없는지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문의해 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ISU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독도 가사 사용 가능 여부를 최종 확인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IOC는 올림픽에서 스포츠에 정치적 이슈와 색깔이 반영되는 것을 금지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축구 대표팀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메달 박탈 위기에 처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유라 조는 원곡과 독도 가사를 빼고 새롭게 편집한 곡의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해 놓고 있다. 남북이 평창 올림픽 공동입장 시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하는 등 한반도기의 영토 표시를 놓고 논란이 생긴 가운데 피겨 종목의 음악 수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일부 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땅에서 경기를 하는데 왜 가사에 독도를 사용할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관중이 독도 가사를 불러줘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관중은 경기장에서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할 수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관중이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를 가져오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IOC는 이날 “관중의 한반도기 사용은 (선수들의 한반도기와는) 다른 문제다. 만약 어떤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 상황을 보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차준환(17)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톱10 진입이 현실적인 목표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는 자신감에 찬 표정이었다. 오서 코치는 6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차준환의 첫 공식 훈련을 지도했다. 오서 코치에 따르면 차준환은 올림픽 남자 싱글 경기에서 4회전 점프를 1번(프리스케이팅)만 시도할 예정이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아직 어린 선수다. 4회전 점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차준환이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기 때문에 신체에 무리가 많이 가는 4회전 점프에 집중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연기를 우선시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습을 마친 차준환은 “연습 시작 전에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환영합니다’라는 장내 안내방송을 듣고 올림픽에 참가하게 됐다는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생애 첫 올림픽인 만큼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오서 코치는 대한체육회가 제공한 ‘팀 코리아’ 패딩과 한국 대표팀 소속 AD카드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오서 코치는 이번 올림픽에서 차준환 외에 하뉴 유즈루(일본)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 등 5개국에서 온 5명의 선수를 지도한다. 오서 코치는 “같은 클럽에 소속된 다른 코치들이 스페인과 일본 팀의 AD카드를 받았고 나는 한국을 택했다”면서 “한국팀의 옷과 AD카드를 착용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는 스페인 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했다. 한편 북한 페어스케이팅 렴대옥(19)-김주식(26) 조는 이날 은사와 재회했다.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 전지훈련 당시 지도자였던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캐나다)와 만난 것이다. 북한 페어 팀 훈련장에 나타난 마르코트 코치는 렴-김 조의 점프 동작 등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마르코트 코치는 “렴-김 조의 실력이 지난해 여름보다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렴-김 조를 도와주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 선수들과 정치적인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두 선수는 물론 북한 코칭스태프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