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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발의를 준비 중인 ‘1+1+α’ 법안의 위로금 지원 대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차선책을 선택해서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기억·화해·미래재단’(가칭)을 세워 한국 및 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1+1+α)으로부터 성금을 모아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급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변제된다는 구상이다. 법안명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유력하다. 문 의장이 위자료·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위안부 피해자 제외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위자료 지급 대상에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위안부 피해자 제외 결정’에 한몫했다. 문 의장은 ‘기억·화해·미래재단’ 기금을 조성할 때 현재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약 60억 원)을 포함하려던 계획도 위안부 피해자 단체의 반대로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법안에는 위자료·위로금 지급 비용을 별도로 적시하지 않기로 했다. 문 의장 측이 준비해왔던 법안 초안에서는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을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문 의장 측은 “모금이 예상치를 웃돌아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이달 둘째 주 정도에 법안을 발의할 구상이다. 이달 말 개최될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법안이 발의돼야 양국 정상이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법안은 강제징용 관련법을 발의했던 여야 의원 10명과 공동 발의하고 이례적으로 문 의장이 대표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자민당 중의원 의원 겸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간사장은 1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희상안’과 관련해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징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이라며 “양국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기부 협력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수출관리본부 인원을 현재 56명에서 70명으로 14명 늘린다고 밝혔다. 한일 수출 당국 간 국장급 정책대화를 앞두고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복귀를 위해 일본이 문제 삼고 있는 점들을 하나 둘 해결해 문제제기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수출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을 25% 늘리기로 했다. 한일 국정급 정책대화도 12월 중순에 열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한(한일)은 12월 4일 오스트리아에서 준비모임을 열고, 16일~20일 도쿄에서 국장급 정책대화를 열 계획”이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인력 충원과 국장급 정책대화를 끝내면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인 A그룹으로 복귀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 건 3가지 조건 중 2가지를 충족시키게 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호사카 신(保坂伸)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경제협력국장은 집권 자민당과의 회의에서 ①양국간 정책대화가 열리지 않아 신뢰관계가 손상된 점 ②수출 심사체제와 인력의 취약성 ③통상 무기에 대한 수출관리 부실을 언급하며 “3가지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이 화이트리스트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측은 일본이 문제시하는 수출관리체제를 보강해 (국장급) 정책대화를 가속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12월 하순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일한 정상회담을 향해 양국 간 협의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의 해법으로 발의를 준비 중인 ‘1+1+α’ 법안의 위로금 지원 대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차선책을 선택해서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기억·화해·미래 재단(가칭)’을 세워 한국 및 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1+1+α)으로부터 성금을 모아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급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변제된다는 구상이다. 법안명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유력하다. 문 의장이 위자료·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위안부 피해자 제외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다. 단체들은 위자료 지급 대상에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위안부 피해자 제외 결정’에 한몫했다. 지난달 27일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 10명은 문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의장은 ‘기억·화해·미래 재단’ 기금을 조성할 때 현재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약 60억 원)을 포함하려던 계획도 위안부 피해자 단체의 반대로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법안에는 위자료·위로금 지급 비용을 별도로 적시하지 않기로 했다. 문 의장 측이 준비해왔던 법안 초안에서는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을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문 의장 측은 “모금이 예상치를 웃돌아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이달 둘째 주 정도에 법안을 발의할 구상이다. 이달 말 개최될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법안이 발의돼야 양국 정상이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법안은 강제징용 관련법을 발의했던 여야 의원 10명과 공동 발의하고 이례적으로 문 의장이 대표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자민당 중의원 의원 겸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간사장은 1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희상안’과 관련해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징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이라며 “양국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기부 협력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15년 여름, 일본 총리관저와 국회의사당이 있는 ‘정치 1번지’ 도쿄 나가타(永田)정에는 연일 수만 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당시 쟁점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11개 안보 관련 법안(소위 ‘안보법’)의 제정 및 개정 문제였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 등 밀접한 제3국이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시위대는 일본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법안을 밀어붙이는 집권 자민당에 결사반대를 외치고 ‘평화정신’을 강조했다. 시위대들이 외친 구호 중에는 ‘무기 수출 3원칙 복구’도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2014년 4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하고 기존 ‘무기 수출 3원칙’을 대체했다. 그때부터 무기 수출은 원칙적 ‘금지’에서 ‘허용’으로 바뀌었다. 그런 마당에 집단적 자위권까지 도입하려 하니 일본 국민들의 불안이 커진 것이다. 아베 정권은 2015년 9월 안보법을 모두 통과시켰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이달 20일 일본은 세계 최대 무기전시회를 거리낌 없이 개최하는 나라가 됐다. 일본의 평화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안보법이 통과된 뒤로 4년, ‘무기 수출 3원칙’이 폐지된 지 5년이 넘게 지난 현재의 일본 모습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비즈니스맨 만난 자위대 전차 20일 일본 지바현에 있는 대형 전시장인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DSEI(Defence & Security Equipment International) 저팬’ 행사장. 대형 일장기 아래 육상자위대의 10식 전차가 보였다.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들이 연신 전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영어를 구사하던 한 비즈니스맨은 일본이 만든 수륙양용 구명비행정 US-2에 관심을 보이며 ‘모두 일본 부품으로 만들었느냐’ 등을 물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상자위관이 “100% 일본 부품은 아니다”라면서도 “수색과 구조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154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차와 최신 기관총, 야간투시경,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전투훈련 소프트웨어 등 첨단 무기 관련 제품이 전시됐다. 드론 방지 시스템, 수중탐사로봇 등 보안 분야 제품도 눈에 띄었다. 미국 최대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은 자사의 전투기 모형을 전시했다. 전시를 안내하던 관계자는 “일본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전차 제조사 패트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방위성이 처음으로 바퀴가 8개인 8×8 방식의 전차에 대해 공개경쟁 입찰공고를 했다. 패트리아는 최종 톱 3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동맹인 미국에서 주로 무기를 구매했는데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한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사겠다는 의미”라며 “일본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IHI 등 일본 기업 61개사도 참여했다. 전시회장 한쪽 벽면을 일본 대기업들이 대부분 차지했다. 기뢰 수색 등에 활용하는 수중용 로봇을 전시한 IHI 관계자는 “올해 처음 참가했다. 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회사를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뿐 아니라 훈장을 단 제복을 입은 군인들도 많았다. DSEI는 영국 런던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위 및 안보장비 전시회다. 이 행사가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도입 이후 일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방산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DSEI를 유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회 후원 명단에 일본 외무성도 포함됐다. DSEI 저팬 실행위원장을 맡은 니시 마사노리(西正典) 전 방위성 사무차관은 18일 전시회 개막식 인사말에서 “일본 국내외 기업들이 모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행사”라고 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정권이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하면서 공개적으로 무기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죽음의 상인, 물러가라” 무기 전시장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JR가이힌마쿠하리(海濱幕張)역. 시민 40여 명이 모여 “무기 판매상은 물러가라” “마쿠하리멧세는 무기전시회를 더 이상 열지 말라”고 외쳤다. 시민단체 ‘안보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의 모임@지바’의 회원인 가나미쓰 리에(金光理惠) 씨는 “일본은 전쟁 이후 평화헌법을 만들었다. 평화주의 정신에 비춰볼 때 어떤 무기 매매도 일본 국내에서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DSEI 저팬의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팔기 위한 것이다. ‘죽음의 상인’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방산 관련 전시회는 한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도 열리는 행사다. 다만 일본에선 다른 나라에서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연다. DSEI 저팬은 18∼20일 열렸는데 첫날인 18일에는 400여 명이 몰려 반대 시위를 했다. 인터넷을 통해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한다. 일본 시민단체인 ‘무기거래반대 네트워크’는 전시회 개최에 앞서 지난달 31일 도쿄에서 130명의 학자, 언론인, 시민이 참석한 공동성명을 내고 “헌법 9조가 있는 일본 정부는 무기 거래가 중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특징은 일본 언론의 표현 방식이다. 일본 언론들은 DSEI 저팬을 설명하며 ‘무기 견본시장’이라고 보도했다. 견본시장이란 견본을 소개하는 박람회 성격의 행사라는 뜻이다. DSEI라는 용어 자체가 가진 방위(Defence) 및 안보장비(Security Equipment)라는 의미보다는 ‘무기 소개’에 더 방점을 둔 것이다. 방위산업 자체에 대한 일본인들의 거부감이 그만큼 더 크다는 것을 감안한 접근법이다. ○ 족쇄 풀린 무기 수출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무기 수출 3원칙’을 밝혔다. 따로 법이나 규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무기 수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해석을 설명한 것이다. 1976년에는 무기 수출 자제 대상이 사실상 모든 국가로 확대됐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내각은 미국에 대한 무기 기술 제공을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로 인정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예외가 늘면서 무기 수출 3원칙은 계속 완화됐다. 아베 내각은 2014년 4월 ‘무기 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전격 폐지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명분으로 한 아베 정권의 무기 수출 3원칙 폐지는 중국 군사력 강화에 맞서는 한편 일본 방위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것이다. 미국은 즉각 환영했고 일본 방산업체들도 내심 반겼다. 하지만 5년간 일본 방위 장비의 완성품 수출 실적은 아직 ‘제로(0)’다. 미국 영국 등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10여 건의 수출 교섭을 벌였지만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없다. 해상자위대의 US-2는 인도와 5년째 교섭 중이지만 아직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인도는 1기에 100억 엔(약 108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인도 내부에서의 생산과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일본은 갈수록 무기전시회를 더 자주 열고 민관 합동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 이후 방위예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일본 방위성은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방위예산을 전년보다 1.2% 늘어난 5조3223억 엔(약 57조 원)으로 청구했다. 확정된다면 사상 최대다. 국내총생산(GDP)의 1% 미만인 일본의 방위비는 2.6%에 이르는 한국의 국방예산보다 이미 많은 상태다. 일본 시민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 지바시에서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22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으로 파국을 피했지만 ‘사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진실 공방은 4일째 이어지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지소미아와 관련한 일본 측의 왜곡된 발표에 대해 사죄했는지를 두고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상은 26일 오후 3시 반경 기자회견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가 외무성 사무차관 명의로 사죄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와 한국 측 설명이 있었다’는 질문에 대해 “한일 각각 (언론의) 보도에 약간 차이가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사죄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의 해명과 유감 표명을 접수했다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의 국회 답변과 비슷한 시간에 나온 발언이었다. 다만 확전을 피하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산상은 이날 ‘일본 측이 한국에 사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항의를 하고, 사죄를 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외교상의 문제도 있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일한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던 전날과 달라진 모습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지소미아 파기) 통보를 정지한 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측이 ‘언제라도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고 밝힌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 답변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기자회견에선 사죄를 둘러싼 진실 공방과 관련한 질문이나 답변이 없었다. 마이니치신문은 “과장급 협의는 12월 초 한국에서, 국장급 정책대화는 12월 하순 일한(한일) 정상회담 전 일본에서 여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지야마 경산상은 기자회견에서 국장급 정책대화와 관련해 “대화 재개 이외에 합의한 사항은 없다”며 “대화에서는 상호 간 수출 체제에 대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수출규제 관련) 대화를 거듭할 필요가 있어 그룹A(화이트리스트 국가) 복귀를 위해선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25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기한 만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약해질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하나의 사안과 다른 사안을 연계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이 신문은 “그가 한국에 2019년 부담금의 4, 5배를 요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소미아와 무관하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강하게 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및 수출규제 대립에 대해 “양국이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은 단기적 해결책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니다. 미국은 조연으로서 양국의 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앞으로도 양국의 역사 및 무역 문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 문제 해결에 대해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에) 전향적 희망을 갖게 했다. 3개국 협력은 이 지역에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의 배경을 둘러싸고 ‘진실게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들이 나서면서 한일 정상의 자존심을 건 ‘대리전(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25일 “진실은 정해져 있다”며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고 밝혔다. 전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밝힌 데 대해 일본 외무성 간부가 일본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을 재반박한 것이다. 윤 수석은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도 했다. 23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합의 발표 이후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실명을 걸고 일본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외교소식통은 “아예 합의문을 공개하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 경산성은 24일 오후 11시 25분 공식 트위터에 “(경산성 발표의) 골자는 한국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것”이라고 글을 올려 정 실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산상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사죄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경산성 간부는 NHK방송에 “한국 측 주장은 유감이다. 이대로라면 신뢰 관계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쨌든 (일본)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라는 단서를 남겨 다른 형식의 사죄 가능성은 시사한 셈이다. 이어 그는 “한국 측 발언에 하나하나 코멘트와 대응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며 추가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외교부는 22일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경산성 발표 내용에 대해 항의했고 이 자리에서 사과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를 두고 한일 간에 충돌하는 쟁점은 크게 4가지다. 경산성 발표 중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중단을 통보해 양국 협의가 시작됐다’는 내용과 ‘한국이 수출관리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일본에 전달했다’는 내용, 그리고 반도체 3개 품목은 개별 수출허가를 하는 기존 절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 등이다. 또 마이니치신문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이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이달 중순 먼저 한국에 외교적 대화 가능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수출 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을 내용으로 한 ‘빅딜’ 방안을 던졌지만 일본은 난색을 표했다. 이어 한미일 간 물밑 접촉 끝에 일본이 막판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수출 규제를 철회하려면 한 달 정도 걸린다는 입장도 전달해왔다”고 했다. 일본의 여론전에 정부와 여당에선 강경론도 높아지고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의 합의 실천을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보고,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지소미아를) 종료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반발 강도가 서서히 누그러지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이날 스가 관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대해 “일본에는 수출 규제 문제가 있다. 이를 일본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다음 달 20일로 알려진 지소미아 재검토 데드라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일 실무접촉을 통해 (수출 규제 관련) 대화의 구체적인 시기·장소·의제 (합의가) 조만간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청와대는 24일 미국이 주한미군 김축으로 압박해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를 양보했다는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한미군 문제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며 “한미 간에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미 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 지난 70년간 우리가 어마어마한 것을 투자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종전보다 한미 동맹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며 “지소미아가 굳건한 한미 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그렇게 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18∼19일 지소미아 문제로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주한미군 축소(감축)를 시사한 백악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했다”고 전했다.부산=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간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수출규제 및 지소미아와 관련한 양국의 합의에 대한 일본의 반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이 직접 나서 예고 없이 브리핑을 할 정도로 일본을 향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특히 청와대는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을 다룬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지도자로서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이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일시 봉합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감정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점과, 후속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 공개적으로 日 주장 반박한 정의용 정 실장은 이날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일본 정부의 반응과 경제산업성의 발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실장은 우선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절차 중단을 통보해 협의가 시작됐다”는 경산성의 발표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사전에 이러한 약속을 해서 협의가 시작된 것은 절대 아니다. WTO 제소 절차 정지의 결정은 모두 조건부였고, 모두 잠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협상 상황에 따라 WTO 제소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 실장은 또 22일 합의 내용 발표 직후 경산성이 “반도체 원료 등 3개 품목을 개별적으로 심사해 수출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사전 조율한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며 “(일본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가 애당초 합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경산성의 이 발표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고, 일본 측이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사과한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정부의 항의와 일본의 사과는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 간 회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국 정부에 사과한)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청와대의 일본 비판은) 국내 비판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 이례적으로 아베 발언 공개 문제 삼은 청와대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22일 양국 발표 직후 주위에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압박이) 강해 한국이 포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 그게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일본 일부 언론 보도는 실망스럽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본 고위 지도자들의 일련의 발언이다. 매우 유감스러울 뿐 아니라 전혀 사실과도 다른 얘기로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려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정 실장은 브리핑 말미에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라는 말이 있다”고 운을 뗐다. 정 실장은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그래?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유 트라이 미(You try me)’, 제가 그런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향해 ‘더 해볼 테면 해보라.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 국내 여론 감안해 서로 승리했다는 韓日 이런 거친 공방은 한일 정부 모두 ‘포스트 지소미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국 여론을 신경 쓰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 실장은 ‘일본 외교의 승리’ ‘(일본의) 퍼펙트게임’이라는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반박하며 “이런 일련의 행동은 외교협상에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이와 관련해 “일본 측의 시각으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는 국내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논리도, 근거도 없는 보도”라고 했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는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일 정부는 나란히 자국 여론만을 의식해 ‘우리가 이겼다’고 소리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결정에 주요 해외 언론 및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한(한일)의 안전에 기여하는 협정(지소미아)이 겨우 구조됐다”며 “불합리한 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건전한 관계 회복에 제대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보복임에 틀림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 수출 규제에 대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 시간) 한일 양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소식을 전하며 “협정의 연장은 서울이 워싱턴, 도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은 각국의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연장에 합의했다”며 “오랜 기간 한일 양국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는 이번 결정이 동아시아 역내 외교에서 미국의 역할 강화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전향적으로 현명한 외교를 전개해 나갈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이 23, 24일 이틀간 일본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2%가 “지소미아 연장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전채은 기자}

아사히신문은 23일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한(한일)의 안전에 기여하는 협정(지소미아)이 겨우 구조됐다”며 “불합리한 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건전한 관계회복에 제대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보복임에 틀림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 수출 규제에 대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도 같은 날 ‘(지소미아)실효 동결을 계속 살리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결정에서 생긴 시간과 교훈을 살려 착실히 (한일이) 서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이 수출관리(수출규제) 강화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표명했다”며 “일본 정부도 수출관리 재검토를 적극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전문가들과 일본 국민들도 한일 정부의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4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이 일본과 지소미아를 종료했을 경우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파기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피한 것은 한미 관계의 공고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한국이 막판에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며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전향적으로 현명한 외교를 전개해 나갈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이 23, 24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 대해 응답자의 66.2%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로 연장하고,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로 한 22일 양국 발표에 이후 한일이 서로 다른 정치적 접근법으로 설명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재조정에 대한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한쪽에서 선제안했는지 딱 끊어서 얘기하기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발표 직후 주위에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 한국이 포기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20일경부터 미국을 통해 한국 측의 복수의 타협안이 일본 정부에 전해졌다. 당시만 해도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해오던 일본이 응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제기했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제안에 상황이 반전됐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으로부터 21일 WTO 분쟁 처리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일본 정부가 ‘한국이 꺾였다’고 받아들여 수출관리(수출규제)에 대한 한일 간 대화 재개를 결정했다”고 23일 전했다. 한일 간 설명에 나타나는 일부 차이를 두고 ‘한일 발표문에 온도차가 있다. 우리가 현금을 주고 어음을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각 나라는 자국의 입장에서 발표를 하기 마련”이라면서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 지소미아 종료와 WTO 제소는 언제든 재가동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한일 양측 압박도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24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의 일부 ‘축소(감축)’까지 거론하며 한국 측에 양보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일본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를 피하기 위한 대응 마련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 미국 인사들은 방한 전 일본을 방문해 고위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와 수출관리 문제는 엮으면 안 된다.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수출규제를 둘러싼 양국 국장급 정책대화가 열리더라도 양측이 기술적으로 양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피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일본 경제산업성이 22일 발표한 긴급 기자회견의 핵심은 “(7월 수출 규제를 강화한 불화수소 등 3개) 개별 품목에서 일한(한일)이 건전한 수출 실적을 쌓고, 한국 측이 적절하게 운용하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수정 검토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일본 정부가 7월에 발표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없앨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산성 무역관리부장(국장급)은 “3개 품목은 계속 개별 심사를 한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계속 유효하다”라고 언급하면서도 이 대목을 잊지 않았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재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상대국의 관리 체계를 봐가며 부단히 수정한다”고 답했다. 화이트리스트인 A그룹과 달리 별도 관리 대상인 B그룹에 속한 한국이 A그룹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다 부장은 또 “이번 발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전혀 별개”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이 먼저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연장 선언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서로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발표와 어떻게 동시에 발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다 부장은 제대로 답을 못 했다. 한일 정부 간 교감 후에 이 같은 발표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던 한국 정부의 손을 마지막으로 붙잡은 포인트도 이 부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오후 4시경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안도 히사요시(安藤久佳) 경산성 사무차관이 총리관저를 찾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논의를 하는 게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국민 성금으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모금 시기와 명목 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일한(한일) 양국 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방안이라면 진전시켜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NHK가 20일 보도했다. ‘양국 간 약속을 지킨다’는 부분이 모금 시기 및 명목 조정과 관련된 것으로 한일 양국이 막판 접점 찾기 노력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문 의장의 제안과 관련해 “먼저 한국 기업이 기부금을 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징용 문제를 끝내면, 그때 일본 기업도 기부금 모금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과 동시에 기부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 당국자는 시간차에 대해 ‘3개월 후’를 예로 들었다. 앞서 5일 문 의장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이른바 ‘1+1+α(국민 성금)’ 방안을 공개 제안한 바 있다. 고위 당국자는 일본 기업이 내는 기부금 명목도 ‘배상’이나 ‘위자료’라면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만약 한일 학생 장학금 조성 등이 명목이라면 기부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은 강제징용 해법으로 “일본 기업이 미래경제발전기금 형태로 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그가 언급한 시간차와 명목 문제는 15일 한일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 때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이틀 앞두고 막바지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일 “현재 한일 핵심 고위급 간에 지소미아 종료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이 여전히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에 지속적으로 상황의 엄중함을 알리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소미아와 관련해 “아직 협의는 하고 있다. 포기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고 마지막까지 협의는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베 총리를 만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 NHK를 통해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가와무라 간사장이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국민 성금으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최근 제안을 설명하자 아베 총리는 “양국 간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방안이라면 진전시켜도 괜찮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게 ‘문 의장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도 청구권협정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소미아 파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미국의 메시지가 최근 들어 잇따라 도쿄에도 전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20일 집권 2887일째를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65)가 최장수 총리가 됐다. 20세기 초 2886일간 재임한 가쓰라 다로(桂太郞) 전 총리를 넘어선 기록이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집권 중이다. 총리 임기가 2021년 9월까지인 데다 당 대표 3선을 금지한 집권 자민당 당규를 바꿔 4연임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본인의 정치력에 따라 얼마든지 최장기 집권 신기록을 이어갈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 행사 ‘벚꽃을 보는 모임’의 사유화 논란, 장기 집권 피로감 등이 향후 입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장기 독주 배경으로 선거 연승 및 경제 부활을 꼽았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 직후인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를 포함해 총 6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압승했다. ‘선거의 아베’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미쿠리야 다카시(御廚貴) 도쿄대 명예교수는 19일 아사히 인터뷰에서 “자민당에서 총리를 대신할 인물이 나오지 않았고 야당은 분열됐다”고 진단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하자마자 무한정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2012년 말 4.3%였던 실업률이 지난해 말 2.4%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구직자 1명당 일자리 비율은 0.8에서 1.61로 높아졌다. 올해 3월 대학 졸업생 중 취업 희망자 97.6%가 일자리를 구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맞은 젊은이들이 아베 총리에게 몰표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의 연령대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때마다 2030세대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다. 정권 운영도 1차 집권 때보다 노련해졌다. 그는 9월 개각 직후 경제산업상 및 법무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경질하는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1차 집권 때 문제 있는 각료를 비호하다가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는 최근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인터뷰에서 “인사는 정(情)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직접 “내년에는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최근 한 시민단체는 “총리를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경제 성과도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적자, 지지부진한 연금개혁 등의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외교 관계도 사상 최악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베 정권이 역사 및 과거사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사죄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양국의 충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로부터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부 혹은 전부를 돌려받겠다는 계획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6%포인트 급락했다. 정부 차원의 벚꽃 감상 행사에 아베 총리의 지역구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에 대한 비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이 15~17일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9%로 나타났다. 직전인 지난달 18~20일 조사 때 지지율은 55%였다. 요미우리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월 이후 처음이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36%였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은 지난번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요미우리는 “총리가 주최하는 ‘벚꽃을 보는 모임’에 총리의 후원회 관계자들을 대거 초대한 것에 대한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9월 개각 이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경제산업상과 법무상 등 2명의 각료가 잇따라 사임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 응답자의 52%는 사임한 두 각료를 임명한 아베 총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을 밝혔다. 정당 지지율은 집권 자민당이 직전 조사 때보다 5%포인트 하락한 37%였으며,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2%포인트 증가한 7%였다. 이번 설문에서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21%로 1위를 차지했다. 9월 개각 이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이 1위였는데, 이번에는 2위(18%)로 내려앉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여당 내의 야당’으로도 통하는데, 아베 정권에 비판 의견을 밝히는 인물 중 하나다. 아베 총리에 대한 실망감이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인기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 후보로 15% 지지를 얻어 3위였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와 안보 전문가 사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방한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말한 데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할 수 없다’고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엄격화(수출 규제 강화) 조치 철회에 대해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15일 최종 결정하고,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와 한미 회담 등을 감안해 15일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다시 검토했지만 기존 입장 유지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본 NHK방송은 16일 “일본 정부 내에 지소미아 실효(失效)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17일 태국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며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재고하도록 요구했지만 회담은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16일 사설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 간 협력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하고 일본 정부도 수출 규제와 관련한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7월 수출 규제에 나선 이후 처음 액체 불화수소(불산액) 한국 수출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이후 일본은 3가지 규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수출을 허가했지만 불산액만큼은 1건도 허가하지 않았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15일 불산액 수출 2건을 허가했다. 일본 스텔라케미파 측은 7월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산액을 수출하려고 일본 정부에 신청했지만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번 허가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따른 분쟁 과정에서 명분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출 규제 철회 조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자신들이 제대로 수출 허가를 하고 있는데 한국이 양국 간 신뢰 저하를 이유로 성급하게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한국과 일본의 재계 인사들이 1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양국이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경제 및 민간 교류는 활성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이날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제28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허창수 전경련회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3월에 왔을 때와 비교해 일본 측 분위기가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크게 달라졌다. 일본 측이 예전보다 훨씬 더 양국 관계 정상화를 희망하는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지난해 일본 측이 구성원 변경 등을 감안해 대담 형식으로 대체했기에 정식 재계회의는 올해 2년 만에 열린 셈이다. 허 회장은 양측 모두 23일 0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기되기를 희망했다며 “회의 결과를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 참석자들이 충분히 한국의 힘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 일본 재계도 힘들어하고 있다”며 “양국 재계가 모두 ‘한일 관계가 빨리 정상화되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기업 역시 일본 정부와 마찬가지로 “징용 문제에 개입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재계회의는 ‘어떤 정치·외교관계 아래에서도 민간교류를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산업 협력관계를 한층 확대시킨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폐막했다. 또 내년 적당한 시기에 서울에서 한일재계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허창수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 한국 인사 13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경단련 회장,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노무라홀딩스 회장, 구니베 다케시(國部毅)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 회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유근형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약 일주일 앞두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핵심 측근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나쁘지 않은 안”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은 13일 집권 자민당 의원들과 회동하며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접근법에 대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의원들과 아베 총리 핵심 측근의 회동 소식을 전해 들은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안 자체 내용(일본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큰 틀)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려는 일본 민간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나 역시 큰 틀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핵심 측근은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만들자는 ‘1+1+α(국민 성금)’ 방안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6월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공식적으로 제시한 한일 기업이 기금을 만드는 ‘1+1’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곧바로 거절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아베 총리의 의중이 실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도 이날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문 의장의 제안 내용 중 ‘자발적’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1959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가 만든 외무성 산하 재단법인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사사에 이사장은 주미 대사를 지낸 인물로 이날 발언은 미국 측과의 상당한 교감을 가진 뒤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15일 도쿄에서 한일 외교당국의 국장급 협의와 민간 기업 차원의 한일 재계회의도 열린다.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 회동은 양국 기업의 자발적 기부가 진행된다면 주요 역할을 할 단체들의 만남이어서 주목된다. 또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한일 국장급 협의도 의미가 크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주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를 하기에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양측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