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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육상 스타 모 파라(39)가 어린 시절 인신매매로 영국에 끌려와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과거를 고백했다. 파라는 11일(현지 시간) 공개된 BBC 다큐멘터리 예고편에서 “난 소말리아에서 후세인 압디 카힌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고 인신매매의 희생자다”라고 밝혔다. 인신매매, 강제노동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는 파라는 “나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파라는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000m와 1만 m에서 연거푸 2관왕에 오른 육상 영웅이다. 영국 육상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 보유자로 201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으며 ‘이민자 신화’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파라는 4세 때 아버지가 소말리아 내전으로 사망한 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지부티의 한 삼촌 집에서 살던 파라는 9세 때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손에 이끌려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여성은 파라에게 “친척들과 유럽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모하메드 파라’는 당시 이 여성이 가짜 여행서류에 적었던 이름이다. 하지만 영국에 도착하자 이 여성은 파라가 지니고 있던 친척들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찢어버렸다. 이후 “입에 음식을 넣고 싶으면 집안일을 하고 애들을 돌봐라. 가족들을 다시 보려면 아무 말도 말라”는 협박 속에 살았다. 처음 몇 년은 학교에도 못 가고 집안일에 시달린 파라는 12세 때부터 학교에 다니게 됐다. 영어가 서툴렀던 파라는 스포츠에만 흥미를 붙였다. 그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밖으로 나와 달리는 것뿐이었다”고 회고했다. 파라는 용기를 내 체육 교사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고, 체육 교사는 그가 소말리아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 2000년 이 교사의 도움으로 영국 시민권을 얻은 파라는 육상에만 전념하며 영국의 육상 스타로 발돋움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언더도그’를 응원하는 이들에게 올 시즌 삼성 김현준 만큼 매력적인 선수는 없다. 김현준은 2021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허리 부상으로 부진했던 그는 관심 속에 입단한 유망주가 아니었다. 드래프트 당시 그는 하위 라운드 중 ‘복병이 될 수 있는 선수’ 정도로 소개됐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김현준은 개막 후 첫 주에 팀의 간판타자 구자욱의 부상으로 1군에 콜업됐다 구자욱이 복귀하면 1군 등록이 말소되는 전형적인 백업 선수였다. 하지만 구자욱의 부상이 길어지고 시즌 개막 전 주전 중견수로 낙점됐던 김헌곤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김현준은 시즌 초엔 수비 능력만 인정받았지만 6월부터는 3할 타자로 변모해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6월 16일 LG전을 시작으로 이달 9일 SSG전까지 20경기 연속 안타를 쳐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이승엽이 갖고 있던 20세 미만 연속 경기 안타 기록(19경기)을 깼다. 2002년 10월생인 김현준의 나이는 만 19세 9개월이다. 이승엽은 만 19세 11개월이던 1996년 8월에 1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1995년 당시 삼성에서 고졸 신인 최고대우 계약금(1억3200만원)을 받고 입단한 이승엽이 세웠던 기록을 계약금 33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김현준이 갈아 치운 것이다. 김현준은 10일 SSG전에서도 안타를 쳐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21경기로 늘렸다. 김현준의 활약에는 삼성의 ‘새옹지마’가 녹아있다. 김현준이 1군에 설 기회는 1차적으로 삼성이 자유계약선수(FA) 박해민을 놓치면서 생겼다. 김현준은 박해민이 비운 중견수 자리에서 활약하며 2015년 구자욱으로 끊긴 삼성 출신 신인왕 탄생도 기대하게 했다. 김현준의 뒤늦은 신인왕 레이스 참전이 가능했던 데에는 구자욱의 부상 장기화도 영향을 미쳤다. 구자욱 역시 루키 시절 붙박이 주전이었던 박한이, 채태인 등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얻은 기회를 잡았었다. 박한이 삼성 2군 타격코치는 김현준이 2군에 있을 때부터 “기회만 잡으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코치는 김현준에 대해 “일단 타자는 컨택트 능력이 중요한데 (공을) 맞추는 재주가 좋다. 폼도 예쁘고. 발이 좀 느리다는 것 빼고는 쳐지는 없다”고 했다. 또 “신인에게 그런 기록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지만 현준이에게는 약이 될 것 같다. 현준이는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야구 잘하더니 연락 안 오더라고요. (2군) 내려왔을 때 고민이 많다면서 찾더니만”하면서 웃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4연패를 달성했다. 조코비치는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닉 키리오스(27·호주)에게 3-1(4-6, 6-3, 6-4, 7-6)로 역전승했다. 2018, 2019, 2021년에 이은 4연패이자 대회 통산 7번째 우승이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윔블던 남자 단식 4연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차례 연속 정상에 오른 로저 페더러(41·스위스)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7번 우승한 피트 샘프러스(51·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다인 8회 우승자 페더러에게는 1승 차로 다가섰다. 여섯 살이던 1993년 당시 샘프러스의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장면을 보고 테니스를 시작하게 됐다는 조코비치는 “피트의 우승이 7회인데 올해 나도 같은 걸 이루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한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통산 우승 횟수를 21회로 늘리면서 페더러(20회)를 밀어내고 이 부문 단독 2위가 됐다. 1위는 라파엘 나달(36·스페인)로 조코비치보다 한 번 더 많은 22번 우승을 했다. 조코비치가 메이저 무대에선 시즌 세 번째 대회 만에 우승하자 영국 BBC는 “(조코비치는) 호주에서 추방을 당한 뒤로 우승하기까지 시련을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는 올 1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 출전을 위해 멜버른에 도착했으나 호주 연방정부는 그를 추방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프랑스 오픈에선 나달에게 져 8강에서 탈락했다. 윔블던 우승 후 조코비치는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은 분명히 몇 달간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감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잔디코트 윔블던에서의 조코비치는 여전히 강했고 4회 연속 우승으로 건재함을 입증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결승전까지 윔블던 28연승을 달렸다.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기록이다. 패자(敗者) 키리오스는 조코비치를 두고 “그는 아주 침착했다.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거의 신(神)이다”라고 했다. 조코비치는 3세트 4-4로 맞선 상황에서 키리오스의 서브 게임 때 0-40으로 뒤지다 내리 다섯 포인트를 따내며 브레이크에 성공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코트의 악동’ 키리오스는 이날 비교적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가다 2세트 들어 실수가 잦아지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경기 도중 “저 여성은 무슨 술을 700잔은 마신 것 같다”며 시끄럽게 하는 한 관중을 쫓아내 달라고 심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키리오스는 욕설을 해 주의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이미 부과받은 벌금 1만4000달러에 4000달러가 추가됐다. 키리오스는 조코비치(15개)의 두 배인 서브 에이스 30개를 기록했고, 공격 성공 횟수에서도 62-46으로 앞섰지만 실책으로 자멸했다. 키리오스는 조코비치(17개)의 두 배 가까운 33개의 실책으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테니스 유망주 조세혁(14·남원거점 스포츠클럽)이 윔블던 대회 14세 이하(U-14) 남자 단식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조세혁은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단식 결승전에서 커렐 오브리얼 은고노에(14·미국)를 2-0(7-6, 6-3)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U-14 부문은 18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니어 부문과는 별개로 올해 새로 만들어졌다. 세계 각국의 유망주 16명이 초청을 받았는데 4명씩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1위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부를 가렸다.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랭킹 1079위인 조세혁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긴 뒤 4강에서 1번 시드 이반 이바노프(484위·불가리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 은고노에는 576위다. 한국 선수의 윔블던 주니어 부문 역대 최고 성적은 1994년 여자 단식의 전미라, 2013년 남자 단식의 정현이 거둔 준우승이다. 조세혁은 아시아테니스연맹(ATF) 14세 이하 남자부 랭킹 1위 자격으로 ITF가 운영하는 14세부 유럽 투어링팀에 선발돼 이번 대회에 초청을 받았다. ITF 투어링은 각국의 우수한 주니어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세계 정상급 선수로 키우려는 프로그램이다. 14세 이하 국가대표인 조세혁은 해외투어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중학교를 지난달 자퇴했다. 부모가 모두 테니스 선수 출신인 조세혁은 키 181cm, 몸무게 69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췄다. 서브가 좋고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지도자로 많은 선수를 발굴하고 가르쳤던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66)은 조세혁의 이번 우승을 두고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며 “결국엔 16, 17세 때 경쟁력을 발휘해야 성인 무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4강을 목표로 참가했다는 조세혁은 “(윔블던 대회를) 상상만 하다가 초청받게 돼 기뻤는데 우승까지 해 기분이 두 배로 좋다”며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키움의 안우진(23·사진)이 NC 구창모(25)와의 ‘영건 에이스’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안우진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의 안방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면서 안타는 2개만 내주는 호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0승(4패)째를 챙긴 안우진은 2018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쌓았다. 이날 안우진은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7km를 찍었다. 5회엔 빠른 공을 무기로 세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8회까지 투구수 100개를 채운 안우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자 손아섭을 삼진 처리하고 마무리 투수 문성현에게 공을 넘겼다. 한 경기 개인 최다인 11탈삼진을 추가한 안우진은 시즌 누적 탈삼진을 125개로 늘리면서 NC의 외국인 투수 루친스키와 이 부문 공동 1위가 됐다. 안우진은 경기 후 “상대 팀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하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신중하게 던지게 된다”며 “아프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을 잘 소화한 점에서 전반기의 나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은 6회말에 볼넷 1개와 안타 3개를 묶어 2점을 뽑으면서 NC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이겼다. 구창모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4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2패(4승)째를 당했다. 9위 NC는 4연패에 빠졌다. 선두 SSG는 삼성을 7-2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전날까지 8연패 중이던 삼성은 이날 1군 코치 4명을 2군으로 내려보내고 대신 2군 코치 4명을 1군 엔트리에 올리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9연패를 끊지 못했다. 4이닝을 던지는 동안 6점을 내주고 강판된 삼성 선발 투수 백정현은 올 시즌 승리 없이 10패째를 당했다. LG는 ‘잠실 라이벌’ 두산에 9-0 완승을 거두고 2017년 5월 5∼7일 이후 1890일 만에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이겼다. 롯데는 고승민의 데뷔 첫 연타석 홈런과 박세웅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KT를 9-1로 눌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장수정(27·대구시청·사진)이 여자프로테니스(WTA) 125K 시리즈 노디아 오픈에서 우승했다. 장수정은 9일(현지 시간)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열린 노디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리베카 마사로바(146위·스페인)를 2-1(3-6, 6-3, 6-1)로 꺾었다. 이날 영국에서는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이 열렸다. 윔블던 예선 결승 3회전에서 패하며 본선 자력 진출에 실패했던 장수정은 대기 1번까지 갔지만 추가 기권 선수가 나오지 않아 본선 무대를 눈앞에서 놓쳤었다. 장수정은 이때 본 ‘쓴맛’을 결국 우승이라는 ‘달콤함’으로 바꿔냈다. 세계랭킹 155위 장수정은 이번 대회 결승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2-0 완승을 거듭했다. 32강에서 만난 클라라 버렐(95위·프랑스), 16강에서 만난 판나 우드리바르디(100위·헝가리) 등 상위 시드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수정은 결승에서 마사로바의 강력한 서브에 밀려 이번 대회 처음으로 1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강한 포핸드 공격으로 상대 서브 게임을 두 차례 연속해 브레이크하며 흐름을 돌렸다. 5년 전 호놀룰루에서 열렸던 이 시리즈 결승에서 1-2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장수정은 이번 우승으로 1982년 이덕희(WTA 포트마이어스 대회 우승) 이후 한국 여자 테니스 선수 중 가장 큰 대회에서 우승했다. 앞서 조윤정이 WTA 투어 단식에서 세 차례(2002 2003 2006)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했었다. WTA 125K 시리즈 대회는 WTA 투어 바로 아래 등급 대회로 세계랭킹 100위권 선수들이 출전한다. 남자프로테니스(ATP)로 치면 챌린저에 해당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 출신으로 카자흐스탄 귀화 선수인 옐레나 리바키나(23·세계 랭킹 23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카자흐스탄에 메이저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리바키나는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온스 자브르(28·튀니지·2위)와의 결승전에서 2-1(3-6, 6-2, 6-2)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00만 파운드(약 31억3000만 원).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 랭킹 20위 안에 들지 못하는 선수가 윔블던 정상을 차지한 건 2007년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윌리엄스는 이미 세계 1위까지 오른 적이 있었고 윔블던 우승도 3차례나 한 뒤였다. 스포츠 베팅업체 ‘시저스포츠북’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리바키나의 우승 확률을 1%로 예측했다. 그만큼 그의 우승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바키나 자신도 “윔블던 대회 둘째 주까지 경기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놀랍다”며 “지금의 행복감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리바키나는 최고 시속 196.3km에 이르는 강한 서브로 53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30개의 서브 에이스로 이 부문 2위를 한 카롤린 가르시아(29·프랑스·55위)보다 23개나 많았다. 그동안 리바키나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21년 프랑스 오픈에서 거둔 8강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리바키나는 2018년 카자흐스탄으로 귀화했다. 당시 세계 랭킹 175위이던 그는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가 최적의 훈련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까지 약속하자 귀화를 선택했다.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장인 불라트 우테무라토프(65)는 광산, 금융, 호텔업 등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사업가인데 그동안 여러 명의 러시아 선수를 귀화시켰다. 현재 카자흐스탄 남녀 테니스 국내 랭킹 1위가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리바키나는 이번 대회 기간에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윔블던 주최 측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런 러시아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막았기 때문이다. 리바키나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카자흐스탄 대표라는 것”이라며 “태어난 곳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모스크바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엔 “시즌이 아닐 때는 슬로바키아와 두바이에서 훈련한다”며 피해갔다. 샤밀 타르피셰프 러시아 테니스협회장(74)은 10일 “리바키나의 우승을 축하한다”며 “올해 윔블던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했다. 아프리카 대륙 및 아랍권 국가 선수로는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던 자브르는 첫 세트를 따내며 기선 제압엔 성공했지만 2세트부터 리바키나의 강서브에 고전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엘레나 리바키나(23·세계랭킹 23위)가 우승 확률 1%를 뚫고 새 조국 카자흐스탄에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안겼다. 리바키나는 9일(현지시간)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8·튀니지·2위)를 2-1(3-6 6-2 6-2)로 꺾었다. 여자테니스협회(WTA) 세계랭킹 20위권 밖 선수가 윔블던에서 우승한 건 2007년(비너스 윌리엄스)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윌리엄스는 이미 세계랭킹 1위에 올랐었고 윔블던 우승도 3차례(커리어 통산은 5차례)를 거둔 뒤 이룬 성적이었다. 승부예측업체 시저스포츠북이 대회 전 예측한 리바키나의 우승 가능성은 1%였다. 리바키나 스스로도 “윔블던에서 둘째 주를 맡게 되리라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놀랍다”며 “지금의 행복감을 표현할 말을 못 찾겠다”고 했다. 이번 윔블던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한 가운데 열렸다. 4년 전 귀화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리바키나 역시 이번 대회 출전이 불가능했다. 리바키나는 세계랭킹 175위에 그쳤던 2018년 재정 및 훈련지원을 제안한 카자흐스탄으로 귀화했다. 카자흐스탄은 테니스 협회 회장인 불라트 우테무라토프의 재정지원으로 러시아 선수들의 귀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포브스 추정 우테무라토프 회장의 순자산은 25억 달러(약 3조 2369억원)이다. 그 결과 현재 카자흐스탄 테니스의 탑랭커(남자 1~3위, 여자 1~2위)는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우테무라토프 회장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리바키나가 영국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에게 우승 트로피를 받는 장면을 지켜봤다. 대회기간 리바키나는 러시아와 자신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을 계속 받아왔다. 우승을 한 뒤에도 국적에 대한 논란이 일자 리바키나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난 카자흐스탄 대표라는 것이다. 태어난 곳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리바키나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모스크바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이 비 시즌 슬로바키아, 두바이에서 훈련한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난 어디에서도 살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리바키나처럼 역시 이번 결승전이 생애 첫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이었던 자베르는 아프리카 출신 최초 그랜드슬램 우승을 미루게 됐다. 이날 패배 전까지 자베스는 11연승 중이었고, 이 연승은 모두 잔디코트에서 쌓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리바키나는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반격을 시작했다. 결국 2006년(아멜리 마우레스모) 이후 16년 만에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첫 세트를 내주고 우승한 선수가 됐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도 흔한 포효 한번 내지르지 않았던 리바키나는 자베스와 코트에서 인사한 뒤에야 공중에 주먹을 뻗는 소박한 승리 세리머니를 했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 감정표현이 거의 없던 리바키나도 부모님의 반응이 어떨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엄청 기뻐하실 것”이라며 숨겼던 눈물을 쏟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농구 삼성이 아시아 쿼터를 통해 필리핀 국가대표 윌리엄 나바로(25)를 영입했다. 삼성은 7일 나바로와의 계약 사실을 알리며 “움직임과 활동량이 좋고 공격과 수비가 모두 뛰어난 선수”라고 소개했다. 키 198cm의 포워드인 나바로는 지난달 경기 안양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도 출전했다. 필리핀 국가대표로 뛸 당시 나바로는 ‘프런트 코트를 돌아가게 하는 핵심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지난 시즌 9승 45패의 1할대 승률(0.167)로 10개 팀 중 최하위에 그친 삼성은 나바로가 앞선에서 공격을 지원하면서 리바운드와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스윙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바로는 8월 12∼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필리핀 대표팀으로 참가한 뒤 삼성에 합류한다. 전날 DB도 아시아 쿼터 선수로 필리핀 국적의 이선 알바노(26)를 영입했다. 185cm의 가드인 알바노는 지난 시즌 독일 리그에서 뛰었는데 28경기에 출전해 평균 9.8득점, 2.3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다른 구단들의 필리핀 선수 영입 발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를 팀당 2명까지 둘 수 있다. 단, 아시아 선수에 한해 한 명 더 둘 수 있도록 한 ‘아시아쿼터’ 제도를 2020∼2021시즌부터 도입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일본 선수만 아시아쿼터 대상이었는데 2022∼2023시즌부터는 필리핀 선수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8일 한국가스공사가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필리핀 국가대표 가드인 샘조지프 벨란겔(23·175cm)과 계약한 바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승리는 가장 끈질긴 자의 것이다(La victoire appartient au plus opini^atre).” 라파엘 나달(36·스페인·세계랭킹 4위)이 14번 정상을 차지한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주경기장 필리프샤트리에 코트에 쓰여 있는 문구다. 도버해협 건너편에서도 나달은 자신을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22회) 우승 기록 보유자로 만든 이 문구를 잊지 않았다. 나달은 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25·미국·13위)에게 먼저 1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는 먼저 세 게임을 땄지만 이내 3-3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듀스 끝에 일곱 번째 게임을 따내며 다시 앞선 상태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나달은 발바닥 관절이 변형되는 ‘뮐러바이스 증후군’ 때문에 그동안 왼발 만성 통증을 안고 뛰어왔는데 이번 윔블던을 앞두고는 다행히 고주파절제술로 통증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엔 발이 아니라 배가 문제였다. 16강전 도중 복부에 패치를 붙인 게 포착됐던 나달은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이날 8강 경기 중 찾아온 고통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관중석에 있던 나달의 아버지 세바스티안 씨는 ‘당장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의사와 물리치료사도 ‘기권하는 게 맞다’고 권했다. 나달은 “나는 경기 도중 기권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나달은 프로 무대에서 1269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 도중 9번 기권했는데 뒤지고 있던 상태에서는 한 번도 기권한 적이 없다. 치료를 받고 돌아온 뒤에도 나달은 서브 때 점프를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경기력이 떨어져 있었다. 서브 스피드는 급감했고 더블 폴트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인트가 필요할 때면 강력한 포핸드, 절묘한 각의 백핸드 샷을 베이스 라인에 떨어뜨리며 프리츠는 물론이고 관중들까지 당황케 했다. 총 4시간 21분을 버틴 나달은 결국 3-2(3-6, 7-5, 3-6, 7-5, 7-6)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고통이 심했지만 (이대로) 윔블던을 떠나기는 싫었다. 내게 조금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리츠를 지도하는 폴 아나코네 코치는 “나달이 ‘나달’했다(Rafa did what rafa does)”는 말로 상대 선수를 치켜세웠다. 나달은 8일 열리는 준결승에서 닉 키리오스(27·호주·40위)와 맞붙는다. 키리오스는 6일 크리스티안 가린(26·칠레·43위)을 3-0(6-4, 6-3, 7-6)으로 완파하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코트 위 의자 앞의 물병도 줄을 맞춰 세워 둘 만큼 강박적으로 루틴에 집착하는 나달과 달리 키리오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선수다. 둘 간의 상대 전적에서는 6승 3패로 나달이 우위이지만 윔블던에서는 1승 1패로 동률이다. 단, 나달의 몸 상태 때문에 준결승전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나달은 “준결승을 소화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어딘가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매일매일 몸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타부타 이야기했다가는 거짓말쟁이가 될지 모른다”면서 “윔블던 우승보다는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기권 가능성도 내비쳤다. 반면 2014년 윔블던 16강에서 나달을 꺾고 스타덤에 올랐던 키리오스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대회 4연패를 노리는 ‘트리플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대회 개인 7번째 우승을 노리는 패자(覇者)의 품격도 느낄 수 없기는 마찬가지. 테니스 역사에 손꼽히는 ‘위대한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랭킹 3위)는 첫 두 세트 동안에는 야니크 시네르(21·이탈리아·13위)에게 연달아 세트를 내준 ‘좋은 선수’일 뿐이었다. 하지만 승리를 코앞에 둔 바로 그 순간 ‘어린 왕자’가 머뭇거리자 ‘황제’는 주저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결국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에서 열린 2022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시네르에게 3-2(5-7, 2-6, 6-3, 6-2, 6-2) 역전승을 거두며 또 한 번 ‘뻔한 결말’을 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좋은 선수들 가운데 위대한 선수를 가리는 전쟁터에서 조코비치가 ‘황제는 어린 왕자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윔블던에서 26연승을 기록한 조코비치는 “첫 두 세트 동안 시네르는 잃을 게 없었다. 나는 스스로 의심에 빠졌고 시네르는 점점 더 스스로를 믿었다. 다행히 경기는 5세트까지라 나도 반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3세트가 되니 시네르는 잃을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시네르의 정신적 부담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가운데 4대 메이저 대회만 5세트까지 경기를 치른다. 조코비치가 메이저 대회에서 세트 스코어 0-2로 뒤지다가 3-2로 역전한 건 이번이 7번째다. 지난해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도 역시 ‘어린 왕자들’ 소속인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3·그리스·5위)에게 0-2로 뒤지다 3-2로 역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조코비치가 ‘황제를 시해하려거든 아주 재빨라야 한다. 그러지 못할 거라면 아예 시도도 하지 말라’는 단순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도 본인이 ‘어린 왕자’였던 2006년에는 4회전에서 마리오 안치치(38·크로아티아)에게 2-3으로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뒤로 윔블던에서 치른 5세트 경기에서는 10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조코비치는 2013년 결승에서 앤디 머리(35·영국·52위)에게 0-3으로 패한 뒤 윔블던에서 48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0-3 패배를 당한 적이 없었다. 49번째 경기 만에 0-3 패배 위기를 맞자 사실 황제도 흔들렸다. 조코비치는 “테니스를 20년째 하고 있는 나도 늘 나에 대한 의심에 빠진다”고 말했다. 조코비치가 ‘평정심’을 되찾은 곳은 화장실이었다. 그는 “(2세트가)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코트)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혼자 힘이 되는 말(pep-talk)을 좀 했다”며 머쓱해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역대 공동 2위인 20번 우승을 차지한 ‘레전드 선수’가 화장실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관중이 웃음을 터뜨리자 조코비치는 “진짜다”라며 함께 웃었다. 경기장에는 더 큰 웃음과 함께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조코비치는 8일 열리는 4강에서 캐머런 노리(27·영국·11위)를 만난다. 안방 팬들의 응원을 안고 뛸 노리가 조코비치를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8강에서 노리에게 2-3(6-3, 5-7, 6-2, 3-6, 5-7)으로 역전패한 다비드 고팽(31·벨기에·7위)은 “노리가 ‘인생 경기’를 선보이고 조코비치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노리가 이길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 이렇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노바크는 노바크다. 관중이 상대 선수를 응원할 때 더 잘한다. 완전 외계인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슈퍼스타는 나서야 할 순간을 알고 있었다. SSG 추신수가 5일 안방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첫 끝내기 홈런으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추신수는 양 팀이 3-3으로 맞선 9회말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롯데 마무리 김원중이 던진 포크볼을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SSG 선수가 올해 끝내기 홈런을 친 것도 이날 추신수가 처음이었다. 이 홈런은 이날 50번째 생일을 맞은 김원형 SSG 감독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됐다. 김 감독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하는데 이 말을 오늘 추신수가 증명해준 것 같다”며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홈런을 칠 때 문학구장에 퍼진 뱃고동 소리에 맞춰 환호한 이들 가운데는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도 섞여 있었다. 정 구단주는 이날 경기 전 더그아웃을 직접 찾아 김 감독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한 뒤 경기를 지켜봤다.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 씨와 둘째 아들, 딸도 홈런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저리그(MLB) 시절을 포함해도 1501일 만에 남편과 아버지가 터뜨린 끝내기 홈런을 축하했다. 추신수는 “직전 타석에서 잘 맞은 공이 잡혀 아쉬웠는데 관중석에서 딸이 ‘아빠 잘했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힘이 났다. 마음이 편안해져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홈런이 없었다면 선두 SSG는 2위 키움에 0.5경기 차로 쫓길 수도 있었다. 키움이 9연승을 달렸기 때문이다. 키움은 잠실 방문경기에서 두산에 1-2로 뒤진 채 9회초 2아웃을 맞이했지만 2사 만루 상황에서 이정후의 평범한 땅볼을 잡은 두산 2루수 강승호가 1루에 악송구를 하는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송성문의 적시타로 9회에만 3점을 뽑은 키움은 두산에 4-3 승리를 거뒀다. 두산은 양석환이 4회 2점포에 이어 9회 1점 홈런을 더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키움의 연승을 막지는 못했다. 대구에서는 3위 LG가 김현수, 문보경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6위 삼성에 4-1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4연패에 빠졌고 올 시즌 아직 선발승이 없는 삼성 백정현(5이닝 2실점)은 시즌 9패째를 기록했다. 대전에서는 NC가 연장 승부 끝에 1-0 승리를 거두며 최하위 한화를 5연패에 빠뜨렸다. KT와 KIA가 맞붙을 예정이던 광주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엄격한 ‘올 화이트’ 드레스 코드로 유명하다. 이 대회 복장과 장비 규정은 ‘모든 참가 선수는 흰색 복장을 갖춘 뒤 코트에 들어와야 한다’고 정해 놨다. ‘옅은 흰색이나 크림색은 흰색이 아니다’라는 설명까지 따로 해놨을 정도다. 그러니 윔블던에 10번째 출전한 닉 키리오스(27·호주·세계 랭킹 40위)가 이런 규정을 모를 리 없다. 키리오스는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 모자부터 신발까지 전부 흰색으로 착용하고 나서 브랜던 나카시마(21·미국·56위)에게 3-2(4-6, 6-4, 7-6, 3-6, 6-2) 역전승을 거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키리오스는 신발과 모자를 빨간색 나이키 에어 조던 제품으로 바꾼 뒤 방송용 ‘온코트(On-court) 인터뷰’에 응했다. 이어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옷차림에 관한 질문이 나온 게 당연한 일. 이에 대해 키리오스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규칙을 어겼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냥 내가 가지고 있던 에어 조던 제품을 착용했을 뿐이다. 내일은 (신발 전체가 흰색인) 나이키 트리플 화이트를 신어야겠다”고 능청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코트 위의 악동’으로 불리는 키리오스가 올해 윔블던에서 돌발 행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회전 때는 경기 도중 언쟁을 벌였던 팬이 앉아 있는 관중석을 향해 침을 뱉어 벌금 1만 달러(약 1300만 원) 징계를 받았고, 3회전 때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비속어를 내뱉어 벌금 4000달러(약 520만 원)를 또 물게 됐다. 3회전 상대였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2·그리스·5위)는 “키리오스는 사악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키리오스는 “그런 것(비난)을 보고 들으면 그냥 웃고 넘긴다. 그것도 나에 대한 관심이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Any publicity is good publicity)’는 말도 있지 않느냐”면서 “내가 윔블던 8강에 다시 올라와 지금 배 아플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키리오스는 “2019년 윔블던 대회 당시엔 경기를 앞두고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에이전트에 의해 술집에서 끌려 나왔었다”며 “나도 많이 컸다. 이번엔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윔블던 남자 단식 8강 진출자들 가운데 올 시즌 잔디코트에서 가장 많이(11승) 이긴 선수가 키리오스다. 키리오스는 4일 경기에서도 어깨 부상을 이겨내고 역전승을 거두며 박수를 받았다. 키리오스는 “오늘은 다른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그저 모두에게 내가 정말 테니스를 잘 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편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윔블던 참가를 막은 건 부당하다며 이 대회를 주최하는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AELTC)에 20만7000파운드(약 3억2000만 원), 영국테니스협회(LTA)에 62만 파운드(약 9억7000만 원)를 벌금으로 부과했다. 샐리 볼턴 AELTC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해 내린 우리의 결정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 WTA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테니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엄격한 ‘올 화이트’ 드레스 코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밥먹듯 대회에 나서는 프로 선수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닉 키리오스(27·호주·세계랭킹 40위)는 4일(현지시간) 윔블던 남자 단식 16강에서 ‘신성’ 브렌던 나카시마(21·미국·56위)를 3-2(4-6, 6-4, 7-6, 3-6, 6-2)로 꺾은 뒤 코트 위에서 진행한 승자 인터뷰 때 신발과 모자를 모두 빨간색 제품으로 바꿔 착용하고 등장했다.키리오스는 오히려 이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은 앞선 라운드와 달리 아무런 잡음을 만들지 않았다. 키리오스는 1라운드 때는 관중을 향해 침을 뱉었고, 3라운드 때는 경기 중 욕설을 해 총 1만 4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3라운드 상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2·그리스·5위)는 경기 후 그를 두고 “사악하다”고 비난까지 했다.다만 키리오스는 이날만큼은 어깨 부상 속에도 역전승을 일궈내는 투혼으로 박수 받았다. 그 스스로도 “오늘은 모두에게 다른 소동 없이 내가 정말 테니스를 잘 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그의 악동기질이 다시 발휘됐다. 윔블던 드레스 코드를 준수해 흰 운동복, 흰 운동화로 경기를 마친 키리오스는 빨간색이 들어간 에어 조던 운동화에 빨간색 에어조던 모자까지 챙겨 쓰고 나왔다. 윔블던 규정에는 ‘모든 선수들은 전부 흰색 복장을 갖춰야 한다. 이는 선수가 코트에 들어올 때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흰색에는 옅은 흰색이나 크림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 코트 인터뷰에 빨간색 신발과 모자 차림으로 섰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키리오스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규칙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아니다. 그냥 내 조던일 뿐이다. 내일은 트리플 화이트를 신어야 겠다”고 능청스러운 답변을 이어갔다.키리오스는 이번 대회 기간 자신의 ‘태도 논란’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며 코웃음을 쳤다. “그런 것(비난)을 보면 웃고 넘긴다. 그것도 나에 대한 관심이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Any publicity is good publicity)’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달관한 태도를 보인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내가 윔블던 8강에 다시 올라와 지금 배 아플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키리오스의 윔블던 8강 진출은 19세의 나이로 당시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숱한 잡음 속에서도 그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건 자신감도 한몫 한다. 키리오스는 공공연히 “올해는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윔블던 8강 진출자들 가운데 올 시즌 잔디코트에서 가장 많은 승리(11승)를 거둔 선수가 키리오스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있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은퇴 전에 윔블던에서 한 번 더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2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는 3일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에서는 센터코트 개장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프로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처음 이 대회 남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로드 레이버(84·호주)를 시작으로 역대 윔블던 단식 챔피언 26명이 한 명씩 소개됐다. 소개 순서는 윔블던 우승 횟수 순이었다. 5회 우승자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에 이어 6회 우승자인 빌리 진 킹(79·미국)과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까지 입장을 마치자 사회를 맡은 수 바커(66·영국)는 “더 없나요? 8회 우승자가 있죠?”라고 물었다. 관중석이 술렁이는 사이 함께 사회를 맡은 존 매킨로(53·미국)가 “로저 페더러”라고 외치자 센터코트 정문이 열리며 페더러가 환한 미소로 등장했다. 센터코트를 가득 채운 1만5000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로 전설을 맞이했다. 페더러 바로 앞에 소개됐던 조코비치 역시 미소를 머금고 페더러를 향해 박수를 쳤다. 페더러가 자신의 옆에 서자 조코비치는 반가운 듯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페더러는 지난해 이 대회 8강전을 끝으로 연달아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미 마흔을 넘긴 터라 페더러가 이대로 은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페더러는 “이 코트에서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승리와 가장 큰 패배,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다 이곳에 있었다. 이곳에 돌아와 한 번 더 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코트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2001년 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피트 샘프러스(52·미국)를 16강에서 꺾었던 것과 2003년 첫 우승을 꼽았다. 페더러는 “이곳이 그리웠다. 지난해 (윔블던을) 떠나면서 앞으로 ‘올해는 어렵겠구나’ 싶었지만 복귀에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페더러가 윔블던에 나서지 못한 건 1999년 첫 참가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대회 전통에 따라 늘 흰 운동복을 입고 센터코트에 들어섰던 페더러는 이날은 짙은색 정장을 입고 코트에 나왔다. 하지만 신발만큼은 흰 테니스화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A 에인절스가 한 경기에서 삼진 20개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 팀이 정규 이닝(9이닝) 경기에서 20개의 삼진을 당한 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이전까지 같은 기록이 7차례 있었다. 에인절스는 4일 휴스턴과의 방문경기에서 2-4로 패했는데 팀 전체 아웃카운트 27개 중 20개가 삼진으로 채워졌다. 나머지는 땅볼 4개, 뜬공 2개, 주루사 1개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 20삼진은 역대 8번째다. 시애틀(1986, 2012년), 디트로이트(1996, 2016, 2019년), 휴스턴(1998년), 보스턴(2017년)이 불명예를 안은 적이 있다. 이날 에인절스는 선발로 나선 9명의 타자뿐 아니라 교체 출전한 타자 3명까지 12명의 타자가 모두 삼진을 당했다. 3번 지명타자로 나선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8)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삼진으로 2차례 물러났다. 에인절스는 2∼4일 휴스턴과의 3연전에서 모두 48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3연패했다. 9이닝 경기 기준으로 3연전에서 삼진 48개를 당한 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특히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우트(31)는 이번 3연전에서 11타수 무안타에 그쳤는데 삼진만 9번을 당했다. 3연전 중 1, 2차전에서는 7타수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트라우트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만 3차례 뽑힌 선수로 4일 현재 홈런 23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거포다. 에인절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 중 삼진을 가장 많이 당한 팀이다. 4일까지 전체 경기(162경기)의 절반인 81경기를 했는데 783차례의 삼진 아웃을 당해 경기당 평균 9.7개를 기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출산 후 복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두 아이의 엄마 타티아나 마리아(35·독일)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신의 커리어 최고 기록을 썼다. 세계랭킹 103위 마리아는 3일(현지시간)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25·라트비아·17위)에 2-1(5-7 7-5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었다. 2007년 윔블던에 데뷔했지만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는 3회전(32강) 이상 진출한 적이 없었다. 3회전 진출도 7년 전(2015년 윔블던)이 마지막이었다. 2018년 이후에는 메이저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그의 랭킹은 250위권 밖이었다. 하지만 대회 둘째 주, 마리아는 윔블던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이날 경기 승리 후 마리아는 “계속 ‘이게 끝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세트 한때 1-4로 뒤졌지만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2013년 첫 아이를 낳고 지난해 4월 둘째를 출산한 마리아는 “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둘째를 낳고 복귀한 이유도 같았다”며 “내가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신이 몇 살이든, 아이가 몇 명이든 상관없다. 계속 도전하고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첫째 딸 샬롯(9)과 함께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실내 코트에 도착해 딸과 연습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뤘기 때문에 (이 승리가) 더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로 역대 독일 여자 선수 중 최고령 8강 진출 기록도 세운 마리아는 8강에서 같은 독일의 율레 니마이어(23·66위)와 4강 진출을 다툰다. 니마이어 역시 이날 마리아의 승리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니마이어는 “시즌 내내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닌다는 게 정말 힘들 것이다. 심지어 아직 한 살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게 무척 힘들 텐데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마리아는 1980년 이본 굴라공(71·호주) 이후 나오지 않고 있는 ‘엄마 선수’의 윔블던 우승에 도전한다. 출산 후 윔블던 외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로는 1973년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모두 재패한 마거릿 코트(호주)가 있다.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도 2009, 2010년 US오픈, 2011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부상으로 이번 2022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은퇴하기 전에 윔블던에서 한 번 더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3일 윔블던 센터코트에서는 코트 설립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호주 테니스 전설 로드 레이버(84)를 비롯해 역대 윔블던 단식 챔피언 26명이 한명씩 소개됐다. 소개 순서는 윔블던 우승횟수 순이었다. 2차례 우승자인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을 비롯해 5차례 우승자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 6차례 우승자 빌리 진 킹(79·미국)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까지 입장을 마쳤다. 그러자 사회를 맡은 수 바커(66·영국)는 “더 없나요? 오, 8회 우승자가 있죠?”라고 물었고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함께 행사를 진행하던 존 매켄로(53·미국)가 “로저 페더러”라고 외치자 센터 코트 정문이 열리며 페더러가 환한 미소로 등장했다. 센터 코트를 가득 채운 1만5000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로 전설을 맞이했다. 6회 우승자로 페더러 바로 앞에 소개됐던 조코비치 역시 미소를 머금고 입장하는 페더러를 향해 박수를 쳤다. 페더러가 자신의 옆에 서자 조코비치는 반가움을 참지 못한 듯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페더러는 지난해 이 대회 8강전을 끝으로 연달아 무릎 수술을 받아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팬들은 그가 그대로 은퇴할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했다. 페더러는 센터 코트에 대한 추억과 이곳에서 또 경기를 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이 코트에서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승리와 가장 큰 패배,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다 이 곳에 있었다. 이 곳에 돌아와 한 번 더 뛸 수 있길 바란다”며 윔블던 복귀를 다짐했다. 그는 센터코트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2001년 윔블던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16강에서 꺾었던 것과 2003년 첫 윔블던 우승을 꼽았다. 페더러는 “이곳이 그리웠다. 지난해 (윔블던을) 떠나면서 앞으로 한해가 어렵겠구나 싶었지만 복귀에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무릎이 자꾸 말썽이다”라고도 했다. 페더러가 윔블던 대회에 나서지 못한 건 1999년 그가 윔블던에 데뷔한 이래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회 전통에 따라 늘 흰 운동복 차림이었던 페더러는 경기에 뛰지 않는 올해는 짙은 색의 정장 차림이었다. 하지만 신발만큼은 구두 대신 흰 테니스화를 고수했다.임보미기자 bom@donga.com}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의 연승 행진이 37경기에서 멈췄다. 시비옹테크는 3일 끝난 윔블던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알리제 코르네(32·프랑스·37위)에게 0-2(4-6, 2-6)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 2회전까지 37연승을 기록 중이던 시비옹테크는 2월 16일 두바이 챔피언십 8강전에서 진 이후 약 5개월 만에 패배했다. 37연승을 달리는 동안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을 포함해 6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여자 테니스 37연승은 1997년 마르티나 힝기스(41·스위스) 이후 25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상대 선수들이 “차원이 다른 테니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정도로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처럼 보이던 시비옹테크도 잔디코트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그는 2018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 출신이다. 하지만 성인 무대 진출 후 잔디코트에선 지난해 윔블던의 16강이 최고 성적이다. 지난달 우승한 프랑스 오픈은 클레이코트, 1월 4강까지 올랐던 호주 오픈은 하드코트다. 시비옹테크는 경기 후 “대개 코트에 다시 설 땐 계획이 있고 뭘 바꿔야 할지 아는데 이곳(윔블던)에선 그걸 몰라 혼란스러웠다”며 “잔디코트에선 모든 일이 너무 빠르게 벌어진다”고 했다. 세계 1위를 꺾은 코르네는 “8년 전 이 코트에서 세리나를 이겼을 때가 떠오른다. 나에겐 행운이 깃든 코트”라고 했다. 코르네는 2014년 윔블던 대회 때도 1번 코트에서 ‘테니스 여제(女帝)’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를 꺾은 적이 있다. 당시 세계 1위가 윌리엄스였다. 코르네는 “좋은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데 나도 그런 것 같다”며 “난 이가의 팬이다. 여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선수를 이겨서 기쁘다”고 했다. 라파엘 나달(36·스페인·4위)은 남자 단식에서 로렌초 소네고(27·이탈리아·54위)를 3-0(6-1, 6-2, 6-4)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나달은 3세트 경기 도중 네트 앞에서 소네고에게 훈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나달은 기자회견에서 “계속 거슬리게 해서 그랬다. 좋게 얘기하긴 했지만 (소네고를 네트로 부른 건) 잘못이었다. 내 실수”라고 했다. 외신은 소네고가 공을 치는 순간뿐 아니라 공이 상대(나달) 코트로 넘어간 뒤에도 괴성을 지른 것을 두고 나달이 항의했다고 전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먼드 듀플랜티스(23)가 ‘21세기 인간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듀플랜티스는 1일 자신의 조국인 스웨덴의 스톡홀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WA) 2022 다이아몬드리그 결선에서 6m16을 넘으면서 실외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5m63, 5m83, 5m93, 6m03을 모두 1차 시기에 넘으면서 우승을 확정한 듀플랜티스는 바를 6m16까지 올렸다. 육상 역사상 실외에서는 아직 아무도 넘어본 적이 없는 높이였다. 1차 시기에는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 깔끔하게 바를 넘으면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듀플랜티스는 “공중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저 바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엄청 집중했던 기억만 난다. 그러고 나선 (땅에 도착해) 얼간이처럼 뛰고 있었다”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스톡홀름에서 많은 응원을 받아서 훨씬 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듀플랜티스가 2020년 9월 1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운 6m15가 실외 최고 기록이었다. 듀플랜티스는 역시 다이아몬드리그 결선에서 이 높이를 뛰어넘으면서 세르게이 붑카(59·우크라이나)가 1994년 세운 세계기록(6m14)을 26년 만에 깨뜨렸다. 1988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붑카는 선수 생활 동안 총 35차례(실외 17회, 실내 18회)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인간새’로 불렸던 선수다. 현재 실내 세계기록 보유자도 2020 도쿄 올림픽 챔피언인 듀플랜티스다. 그는 올해 3월 21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6m20을 뛰어넘으면서 역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기록을 1cm 높였다. 최근 2년간 실내외 세계기록을 6차례 경신한 듀플랜티스는 또 지난해 8월부터 출전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15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듀플랜티스는 이제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세계실외선수권 우승에 도전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유럽선수권, 세계실내선수권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수집한 그의 완벽한 커리어에는 세계실외선수권 금메달 딱 한 자리만 비어있다. 듀플랜티스는 “유진에서 뭔가 특별한 걸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듀플랜티스는 장대높이뛰기 선수로서는 최적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그레그 씨는 1992년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5위를 한 장대높이뛰기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헬레나 씨도 스웨덴 육상 국가대표를 지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