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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대한민국 정치판에선 온통 사랑꾼 남편들만 보이는 듯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공개적으로 절절한 아내 사랑을 보여준 데 이어, 한동훈 대표는 아내 등 가족이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한 달 가까이 답을 피하고 있습니다. 평소 참으로 말이 많고 반응도 빠른 그답지 않은 모습이기에 세간에선 “아내 지킴이가 한 명 더 추가된 것이냐”는 말이 나옵니다.● “아내가 순진한 면도 있다” ‘사랑꾼 경쟁’의 포문은 윤 대통령이 열었죠.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아내 사랑을 쏟아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말에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선거를 잘 치르고 국정도 욕 안 먹고 부드럽게 하길 바라는 것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새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어찌 됐든 제가 검찰 총장 할 때부터 없는 것도 만들어서 제 처를 많이 좀 악마화시킨 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때부터 귀를 의심했습니다.)이어진 아내 관련 질문에 대통령은 “(아내가) 어떤 면에서 순진한 면도 있다”며 “제 아내라서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바탕 위에서 잘잘못을 가려보자는 것”이라고 엄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밤에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김 여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밤새 직접 답을 하고 있더라고 했죠. 다들 듣고 가장 경악한 부분이었는데, 윤 대통령에겐 일상이었나 봅니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석상에서 직접 말했겠죠.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대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디올백 수수 사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의 불법행위 사건 △인사개입 사건 △채 해병 사망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지방선거 개입 △총선 개입 △대선 불법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개입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의혹 △국가기밀정보 유출 등 13건을 꼽고 있습니다. 의혹의 가지 수와 종류만으로도 대통령이 지금 자기 아내를 “순진한 면이 있다”고 감쌀 때는 아닌 듯합니다. 대부분의 순진한 사람들은 저런 의혹에 잘 안 휘말립니다.윤 대통령은 이날 “(제가) 변호사면 (아내를) 디펜드해야죠. 하지만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이면 (변호) 할 수 없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이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담화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엔 아내 앞에서 꼼짝도 못 하는 남편 이미지만 남았습니다. ● “혜경아 사랑한다”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1월 14일엔 ‘여사 대전’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법 통과와 제1야당 대표 부인에 대한 재판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진행된 겁니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15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던 즈음, 국회 본회의장에선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습니다. 김 씨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 경선에 출마했던 2021년 8월, 민주당 중진 의원 배우자 3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밥을 산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식사비가 법카로 결제된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김 씨가 수행비서 배모 씨와 공모해 법인카드를 썼다며 “유력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범행”이라고 했습니다.이 대표는 그런 아내의 재판을 몇 시간 앞두고 페이스북에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죠.“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동네 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 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 해 준 반지 꼭 해줄게.”구구절절한 사랑의 세레나데 중간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 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하지만 법원은 150만 원 벌금형을 내리면서 “(김 씨가) 선거에 도움이 되는 자들에게 기부행위를 해 선거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액수를 떠나 행위 자체의 의도가 불법이라는 겁니다.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밥값이 얼마이건 간에 김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당 경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부인들에게 밥을 산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 논란을 일으킨 데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올바른 처신이었겠죠. 그런데도 그 흔한 유감 표명도 없이 재판 직전 굳이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에 보란 듯이 저런 글을 올리니 여론몰이용 쇼로 보일 뿐입니다. 법카 쓴 게 잘못됐다는 건데, 애꿎은 금가락지 사정까지 우리가 왜 알아야 할까요. 아내를 향한 애절한 마음 전달이 목표였다면, 둘이 집에서 말로 하거나 카톡으로 보냈어도 됐을 일입니다. 그러니 여권에서도 “연애를 정치에 이용하는 비겁한 행위”(국민의힘 조정훈 의원) “그분들 하는 행태를 보면 ‘놀고들 있네’라는 생각이 든다”(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는 등의 반응이 나온 겁니다. ● “그래서 아내가 쓴 글이 맞냐고요” 한 대표도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한 달째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11월 5일 한 유튜버가 “한 대표와 아내 등 일가 7명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 내외를 비난한 글이 당원 게시판에 다수 올라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사건이죠. 한 대표는 보름만인 21일에야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 “위법 등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한동훈’으로 작성된 글은 자신이 아닌 동명이인이 쓴 것이라면서도, 그럼 가족이 쓴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는 애매모호하게 답하며 요리조리 피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쓴 글이 아니다”라고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당원 보호를 위한) 당의 의무가 있다”고 엉뚱한 답을 계속하니 듣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럼 안 쓴 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논란이 계속되자 국민의힘은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글 1068건을 모두 조사했더니, ‘한동훈’ 이름으로 올라온 게 161건,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 907건이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이 중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된 글 12건만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고, 한 대표의 아내와 딸, 모친, 장인 장모와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글 907건은 ‘단순 정치적 견해 표명’(463건) 언론사 사설 및 기사(250건) 격려성 글(194건)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죄가 되느냐’부터 따지는 다분히 ‘검사’스러운 시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속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건 ‘죄가 성립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썼느냐’거든요.국민의힘은 29일엔 이 문제를 처음 주장한 유튜버를 형사고발하기로 하면서 “‘자살하라’, ‘개목줄’ 등 극단적 표현의 글은 당 대표 및 가족과 무관한 제3의 당원이 쓴 글임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가 그런 글을 직접 썼다는 허위 사실을 전제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원 ‘한동훈’이 한 대표가 아니라는 점만 강조하고, 당원 ‘진은정’이 한 대표 아내 진은정이 맞느냐에 대한 대답은 또 안 한 겁니다. 그러니까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즉각 “한 대표 가족이 글을 썼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로 고발을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는 거죠.선거철마다 여야 양쪽에서 영입 제안을 받아 온 한 기업인 출신 인사가 있습니다. 그는 “솔직히 내 욕심 같아선 정치에 도전도 해보고 싶은데 아내가 결사반대해서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사랑꾼 정치인들께서도 저렇게 아내와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면 정치 욕심은 접었어야죠. 공직자나 공인이 되는 순간 가족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엄정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올가을 대한민국은 소비와 투자, 생산이 모두 후퇴하는 저성장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고요. 그런데도 자기 가족만 지키려는 정치인만 득실대는 탓에 대한민국 정치판은 오늘도 되는 건 없고 시끄럽기만 합니다. 사랑꾼 남편 없으면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나도 언젠가 국장(한국증시)으로 돌아갈 휴면 개미다.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투자 업계 관계자들과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삼부토건의 주식차트를 직접 들어 보이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이 대표는 이날 “우리 주식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겪는 이유 중 핵심은 경제정책 부재, 불공정한 시장, 지배경영권 남용, 안보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며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하겠다”고 했다. 그는 “핀셋 규제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상법 개정을 굳이 안 해도 된다”며 “그런데 저희 예측으로는 (자본시장법 개정) 가능성이 제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어서 될 리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원회에서는 처리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전에는 상법개정도 할 것처럼 열심히 적극 이야기하더니, 이제 진짜 할 것 같으니까 뒤로 물러섰다”고도 했다. 그는 발언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삼부토건 주가 그래프를 들어 보이며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제출한 ‘대통령실 수사외압 등 권력형 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상설특검안)에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대표는 “(주당) 1020원 대에서 5500원까지 아주 단기간에 5.5배 올랐다”며 “아주 전형적인 주가조작 그래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00원 대에서 5500원에 갈 때까지 누군가는 샀다는 이야기”라며 “누군가가 팔아서 이익을 본 만큼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손해를 보고 평생을 가슴 두드리면서 살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부토건은 나중에 실제로 돈을 투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주 엄밀히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라며 “한두 푼도 아니고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이 생겼을 것 같은데 조사해 봐야 한다. 상설특검에서 추진한다고 하니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1월에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지난 15일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있었고, 열흘 뒤인 25일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있었죠. 이 대표는 15일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5일엔 무죄를 받았습니다. 애초 민주당 안팎에선 공직선거법 무죄, 위증교사 유죄를 내다보는 전망이 많았는데 서로 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입니다.두 번의 이 대표 재판을 바라보면서 국회의원들도 참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데, 제아무리 헌법기관이어도 조직 생활은 만만치 않은 듯 보이더군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이번 재판 전후로 보여준 슬기로운(?) 사회생활 한 번 같이 보겠습니다.1. 오지 말랬다고 진짜 안 가면 안 된다 사회생활 할 때 가장 고민되는 점 중 하나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릴 때는 민주당 의원들처럼 일단 다들 갑시다. 오지 말라 했다고 정말 안 가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이 대표는 두 차례의 재판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굳이 자신을 배웅하러 법원 앞으로 나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공직선거법 때는 재판 당일 오전, 이렇게 공지했습니다.오늘 오후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선고 공판과 관련해, 대표께서는 의원님들이 현장에 오시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향을 밝히셨고 언론에도 공지하였습니다. 참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위증교사 재판 때는 사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는지, 전날 저녁부터 미리 아래처럼 공지했고요.내일 오후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선고 공판과 관련해 조금 전 이해식 비서실장이 대표께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의원들께서는 현장에 오시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입장임을 의원단에 전달했습니다.그래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현장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될 때 정답은? 가는 거였습니다. 15일에는 무려 71명의 현역 의원이 찾아 경쟁적으로 법원에 들어가는 이 대표와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했습니다. 이런 걸 ‘눈도장’이라고 하는 거겠죠. 사석에선 “나는 안 갈 것”이라던 의원들도 25일 현장에 적지 않게 나타났더군요. 당 지도부와 당직 의원을 비롯해 60여 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이 대표를 배웅 나왔습니다. 오지 말라는 말만 믿고 정말 안 간 사람만 민망해질 듯합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이 대표가 오지 말라고는 했지만, 많은 의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해 법원 앞으로 모였다”고 전했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오지 말란다고 진짜 안 오는 게 바보”라며 “이 대표도 사람인데, 재판이 끝나고 나온 뒤에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서 감동하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2. 자리 선정이 반이다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리 선정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결혼식 가서도 꼭 인증 사진은 찍어야 하죠. 남는 건 결국 사진뿐이거든요.제가 작년 1월 이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러 나갈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 ‘찐명’부터 ‘탈(脫)명’까지, 사법리스크 이후 ‘이재명계’ 석 ) 그날도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의원들 간 치열한 어깨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왕 사진 찍히는 거 제대로 찍히자는 생각이었는지, 코로나가 이어지던 때였는데 마스크도 벗은 채 찍힌 사람들이 많았었죠. 이날도 상당수가 밤 10시 40분 넘어 조사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 남아 이 대표를 기다렸습니다. 당시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은 박홍근(당시 원내대표), 정청래 서영교 박찬대(당시 최고위원), 조정식(당시 사무총장). 천준호(당시 당대표 비서실장), 김성환(당시 정책위의장), 김병기(당시 수석사무부총장), 이해식 김남국(당시 사무부총장) 임오경(당시 대변인) 등이었는데, 지금도 한 자리씩 차지하시는 분들이죠. 박찬대 의원은 올해 5월 역사상 유례없는 단독 출마로 원내대표가 됐고, 당시 이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천준호 의원은 최근까지도 이 대표의 무한 신임을 받으며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해식 의원은 천 의원에게 당 대표 비서실장 바톤을 넘겨받았고요.이번에도 많은 의원들이 자리 선정을 두고 희비가 갈렸습니다. 특히 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나온 이 대표 근처에 서려는 자리 경쟁이 치열하더군요. 앞 사람에 자신의 얼굴이 가리자,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리던 한 의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자 자축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의원들도 많이 포착됐죠. 눈물을 흘린 의원들의 이름은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지라시’로 빠르게 돌았고, 페이스북엔 이들의 명단이 열거됐습니다. 3. “충성은 공적 순이 아닌 선착순”최근 한 지인이 “충성은 공적 순이 아닌 선착순”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민주당 의원들의 페북 메시지 행렬을 보며 또 한 번 배웠습니다. 무죄 선고가 나오기가 무섭게 민주당 의원들의 페이스북은 “무죄 환영”이라는 메시지로 도배됐습니다. 열흘 전엔 ‘사법 살인’이라고 사법부를 맹비난하더니 이번엔 사법부를 극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재판부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했고,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무도한 검찰 독재정권의 폭정 속에서도 상식과 양심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더군요. 이밖에도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사건 조작으로 야당 대표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종 책임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적었고, 5선의 박지원 의원은 “험한 파도는 노련한 선장을 만든다. 김대중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살아 돌아왔다”고 썼습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사필귀정!,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다”라고 썼고요.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올리려는 마음이었는지, 일단 한 줄만 먼저 간단하게 올리고 추후 수정하는 경우들도 보이더군요.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다행입니다. 안심입니다. 자의적이고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습니다. 이제는 제발 민생입니다’라며 무죄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올렸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유죄 때는 입장을 내지 않았죠. 지난 20일엔 자신의 평산책방 페이스북에 고양이와 뽀뽀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혼자 한가하냐”는 친명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메시지도 쓸까 말까 고민될 때는 쓰는 게 답인가 봅니다. 사회생활은 참 어려운 겁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홀로 딸을 키우던 30대 싱글맘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국은 불법 사채 근절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24일 ‘살려고 빌린 돈이 삶을 옥죄어 죽음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최근 30대 싱글맘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수십만 원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1000만 원 넘게 불어나 삶을 옥죄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절망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가늠조차 어렵다”고 썼다. 그러면서 “사채업자들의 폭리와 악질 추심은 끝을 모르는데 ‘채무자 대리인’ 제도처럼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파제에는 구멍이 숭숭”이라며 “여전히 법은 멀고, 주먹만 가깝다”고 지적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불법 추심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로, 대리인이 선임된 경우 대부업체는 채무자가 아닌 대리인에게만 연락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불법 사채 금지법을 제출했다”며 “법정금리 초과 대여는 위반 정도에 따라 이자 무효, 원금까지 무효, 형사처벌 추가 등 금융 약자의 삶을 지켜낼 수 있게 강력 제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고,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서민들이 불법 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박장범 KBS 사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청문 대상자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31번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박민 현 사장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박 신임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청문회에서는 박 신임 사장이 올해 2월 진행한 윤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야당은 박 신임 사장을 향해 파우치 용어를 쓴 것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냐고 물었지만 그는 “파우치란 단어는 상품명일 뿐”이라며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맞섰다. 사흘간 청문회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은 21일 박 신임 사장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한 뒤 국회의 응답이 없자 이틀 만인 23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박 신임 사장의 임기는 박민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 3년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KBS를 김건희 방송국으로 전락시켰다”며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조만한 백’이라고 불러준 대가였다”고 비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인사가 24일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해 논란이 되자 정부가 행사에 불참했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내빈 인사에서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일본의 전쟁 중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하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약 1500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동원돼 차별받은 사실은 물론이고 사죄나 유감의 표현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추도식은 앞서 7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우리 정부에 매년 개최하겠다고 약속한 핵심 조치였으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인사를 참석시키면서 첫해부터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하는 파행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일본은 오히려 추도식 직전인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배포한 입장을 통해 “한국과 정중한 의사소통을 실시해 왔다. 한국 측이 불참한다면 유감스럽다”며 행사 파행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다. 외교부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전날인 23일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불참 계획을 밝혔다. 당초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일본에 도착한 정부 당국자들과 유가족 9명은 25일 사도광산 옛 기숙사 터에서 별도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22일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 참석 일본 대표로 발표한 이쿠이나 정무관의 이력이 논란이 되자 일본 측에 인사 교체를 요청했으나 일본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도식에서 일본 대표의 추도사 내용에 추모와 반성 등의 의미를 담아 달라는 정부 요청에도 일본은 명확한 입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이 참석자를 포함한 추도식 준비 과정에서 강제 노역을 한 조선인 노동자를 기리는 진정성 있는 조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를 우리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면서 ‘총체적 외교 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日대표 ‘강제동원-사죄’ 언급 안해… 정부, 日 약속위반에 “협의”만[사도광산 외교 참사]야스쿠니 참배전력 日대표 논란에… 정부 “日 고위급 참석” 안일 대응전시물에 ‘강제’ 표현 빠져도 방관日, 한국측 좌석 치워달라 요청 거부… 되레 “韓 불참 유감” 파행책임 돌려“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일본의 전쟁 중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내빈 인사’라는 형식으로 사도 광산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를 언급했다. 이를 ‘추도사’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조선인 노동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들이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했지만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사죄나 유감 표현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강제 노역-사죄 언급 없이 오히려 “불참 유감”이는 양국 합의로 올 7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정과 동시에 사도광산 인근에 설치한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관의 전시물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당시 일본 측은 전시물에 모집, 알선, 징용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한 사실을 적시했다. 또 “한반도 출신 노동자는 일본 출신자와 비교해 위험한 작업에 종사한 사람 비율이 높았다”며 차별받은 내용도 넣었다. 우리 정부는 전시물에는 ‘강제’라는 표현이 없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강제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을 문제 삼아 우리 정부가 불참한 이번 행사의 ‘내빈 인사’에는 이런 내용조차 없었다. 추도식은 ‘개회-묵념-개회사-인사-내빈 인사-헌화-폐회’ 순으로 40여 분간 진행됐다. ‘추도식’ 명칭과 달리 ‘추도사’라는 식순 자체가 없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을 문제 삼아 우리 정부와 유족이 불참해 좌석 절반 이상이 텅 비어 있었다. 정부는 빈자리가 된 의자를 치워 달라고 했지만 일본 측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에서는 오히려 한국 때문에 행사가 파행됐다며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분위기가 크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일본 측은 성심성의껏 대응해 왔다.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한국이 국내 여론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 진정성 없는 日 조치에도 안일 대응”정부는 7월 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전 조선인 강제 노역 관련 전시시설 마련 등 일본의 ‘선제적 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전시물의 ‘강제’ 표현을 비롯해 추도식 준비 과정 등 일본의 약속에 대한 이행 전반이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한국 정부와 유가족들이 추도식을 ‘보이콧’했다.특히 일본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된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처럼 우리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되면서 총체적인 외교 부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정부 소식통은 “일본의 약속 이행에 진정성이 없다는 논란이 계속 제기됐지만 우리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은 있다”고 했다. 전시시설 설치, 추도식 개최 등 큰 틀의 약속 이행 여부 외 일본의 세부적인 후속 조치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당초 양국이 합의한, 매년 7, 8월경 개최될 예정이던 추도식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추도식의 명칭도 추도 대상이 불분명한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확정됐다. 유족의 참석 경비도 전부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추도식이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는 것을 관련된 분들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의 발언에도 정부는 “일본과 협의 중”이라는 반응만 보였다.일본 정부는 추도사에 강제 징용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사죄나 유감 등을 언급해 달라는 정부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추도식 이틀 전인 22일에야 정부 대표를 통보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논란이 불거진 22일 밤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일본이 수용해 외무성 정무관이 참석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사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홀로 딸을 키우던 30대 싱글맘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국은 불법 사채 근절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24일 ‘살려고 빌린 돈이 삶을 옥죄어 죽음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최근 30대 싱글맘이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수십만 원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1000만 원 넘게 불어나 삶을 옥죄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절망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가늠조차 어렵다”고 썼다. 그러면서 “사채업자들의 폭리와 악질 추심은 끝을 모르는데 ‘채무자 대리인’ 제도처럼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파제에는 구멍이 숭숭”이라며 “여전히 법은 멀고, 주먹만 가깝다”고 지적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불법 추심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로, 대리인이 선임된 경우 대부업체는 채무자가 아닌 대리인에게만 연락할 수 있다. 다만 대리인 제도를 이용하려면 상대방 전화번호를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데, 최근 불법 추심이 대부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이용해 익명으로 이뤄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상대 전화번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이 대표는 “민주당이 불법 사채 금지법을 제출했다”며 “법정금리 초과 대여는 위반 정도에 따라 이자무효, 원금까지 무효, 형사처벌 추가 등 금융 약자의 삶을 지켜낼 수 있게 강력 제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고,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서민들이 불법 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8일 국회에서 열린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파우치’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가 2월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수수해 논란이 된 디올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윤 대통령에게 아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파우치라고 작게 포장해서 사달이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김 여사가 받은 것과 같은 디올백 제품을 들어 보이며 “300만 원 상당의 고가 명품백을 마치 동전지갑 정도의 별것 아닌 패션 소품 정도로 평가절하를 시도했다”고 했다. 같은 당 정동영 의원도 “권력에 대한 아부가 명백하고, 공영방송인 KBS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정확한 표현”이라며 “디올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돌려 말한 것은 명백히 시청자를 속인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명품’ 등의 형용사를 잘못 쓰면 오히려 특정 상품을 홍보하게 될 우려가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으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파우치’라고 하면 작게 포장된 것을 생각한다”며 “대통령과의 면담은 아주 예민하다. 단어 하나하나 축소되거나 확대돼서 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그런 표현을 할 때는 그걸 풀어서 얘기했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파우치는 사실이고 팩트다. 공식 사이트상 제품 상품명이 ‘디올 파우치’”라며 “파우치는 영어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영어를 쓸 땐 우리말로 한번 다시 풀어 쓴다. 파우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작은 가방이라고 나온다”고 해명했다. 파우치 용어를 쓴 것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냐고 따져 묻는 정 의원 질의에도 “파우치란 단어는 상품명일 뿐”이라며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거부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15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의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2년에는 못 미치지만, 애초 민주당이 예상했던 벌금형 또는, 주장했던 무죄를 뒤집는 형입니다. 100만 원 이상 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집행유예가 그대로 유지되면 10년간입니다), 국회의원직도 상실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충격과 공포”(민주당 관계자)였다는 이날 판결의 막전 막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① 여유그동안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재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재판 전 만났던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이 대표에게 앞으로 있을 4개 재판 중 공직선거법 재판이 그나마 제일 쉬운 재판”이라며 “솔직히 위증교사는 모르겠는데, 공직선거법은 100만 원 미만 형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공직선거법이 아닌 위증교사 관련 무죄 주장 발언을 더 많이 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공직선거법보다는 위증교사에 좀 더 주력하는 분위기였죠.공직선거법 재판과 관련해선 당내 변호사, 검사 출신 의원들도 ‘무죄’를 자신해왔습니다.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은 “나도 10년 넘게 변호사 밥을 먹고 살았다. 항간에는 선거법 전문으로 소문도 나기도 했다”며 “‘내가 누구를 기억한다’ 이런 걸 갖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정치 현실을 비춰봤을 때 아무도 정치 못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역시 변호사 출신이자, 민주당 내 이재명 사법리스크 대응 기구인 사법정의특위 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위반은 행위에 관한 것을 처벌하는 것인데, 이 대표 사안은 인식이고 기억”이라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이자 고검장 출신인 박균택 의원은 재판 당일까지도 “당연히 무죄라고 본다. 증거상으로도 입증이 안 되고 또 법리상으로도 죄가 될 수 없다”고 했고요.사실 당 내에선 재판 직전까지 ‘80만 원’설이 가장 유력하게 돌았습니다. 일부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이 대표의 의원직이나 피선거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이 나올 거란 예상이었죠. 이런 추정엔 이 대표가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하는데, 법원도 제1야당을 상대로 그런 판결을 내리기엔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계산도 깔려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11일 라디오에서 “저는 (벌금) 80만원이 (선고)될 것 같다. 민주당의 대선 자금 문제까지 귀결되기 때문에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엄청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권 내에서 엄청난 비난 세례를 받았죠.② 충격이 대표도 재판 당일까지 사뭇 여유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애초 이 대표는 법원에 들어갈 때는 별도로 입장을 내지 않고, 대신 재판이 끝난 뒤엔 지지자들의 서초동 집회 현장을 찾아 발언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막상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이 나오자, 이 대표도 많이 당황한 듯합니다. 주문을 모두 들은 그는 재판장에서 한동안 말없이 판사석을 바라봤다죠.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는데.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합니다. 항소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 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입니다.”법원에서 나온 이 대표는 이같이 말한 뒤 곧장 국회로 향했습니다. 이 대표가 법원을 빠져나간 시간이 오후 3시 10분이었는데, 당은 그 뒤로 2시간 반이 넘도록 공식 입장도 내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만큼 당황했다는 거겠죠. 이날 재판 전부터 법원 앞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민주당 의원들은 일부 눈물을 흘리는 등 충격 속에 뿔뿔이 흩어졌고, 뒤늦게 집회에 참석하려던 의원들은 급하게 차를 돌렸다 합니다. 결국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일단 내일 광화문에서 다시 모이자”며 재판 종료 30여분 만에 자진 해산했고요. 국회로 간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당 대표실이 아닌 자신의 의원회관 818호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무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하죠. 여권 내에서 “당장 당 대표직부터 내려놓으라”는 압박이 이어질 것에 대한 선제 대응이었을 겁니다.이 대표는 회의를 마치고 나가면서 “당이 많이 혼란스러운데, 대표로서 어떻게 수습할지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은 혼란스럽지 않습니다”라는 한 마디만 남긴 채 오후 7시 경 퇴청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 등 친명계 지도부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 국회를 빠져나갔고요.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판사 출신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했다가 “이재명 재판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당 안팎 비판에 부랴부랴 사과하고 당직까지 내려놨던 친명계 김우영 의원은 이날 밤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에 불과할테지. 2심도 있고 최종심도 있으니까 아직 기회는 있을테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③ 분노하룻밤 자고 난 뒤엔 다 같이 본격 분노의 단계로 접어든 모습입니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지역위원장 등 195명이 참석한 비상 연석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대표는 불참했으나,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신 “저들이 아무리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해도,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민심의 법정에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재명은 무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회의를 마친 뒤 김준혁 의원은 “당원들이 잘못된 판결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니,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임기단축 개헌에 대한 시민 요구도 있고, 탄핵을 더 강하게 말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으니, 이런 부분을 지도부가 판단해달라는 지역위원장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 41명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탄핵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오늘부터 ‘촛불행동’ 등 시민단체와 공동행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죠.이어 오후 4시부터 비 오는 광화문에선 분노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공식 명칭은 여전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이었습니다만 사실상 ‘이재명 유죄 반대’ 집회였죠.이 대표는 직접 무대에 올라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습니다. 그는 이날 ‘동지’라는 표현을 13번 쓰면서 “동지 여러분, 이재명 팔팔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지 여러분, 동지가 무엇입니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아닙니까”라며 “나의 부족함을 대신 채워주고 너의 의지를 내가 대신 실천해 주겠다는 그런 약속을 나눈 사람들, 그게 바로 동지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동지들은 동지를 위해 이웃을 위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힘껏 나서 싸워야 한다, 맞습니까? 우리는 동지입니다”라고 했습니다.그러면서 “그래서 여러분, 포기하지도 말고 힘을 빼지도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 댓글이라도 쓰고,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으면 손 꼭 잡고 함께 참여해서 우리가 팔팔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소리쳤습니다.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라”니 ‘개딸’의 원조격인 이 대표의 과거 팬덤 ‘손가락혁명군’이 떠오르네요.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며 “(저들은) 이재명 대표만 꺾으면,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만 없애면 자신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고,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④현타당 일각에선 벌써 ‘현실 자각 타임’, 이른바 ‘현타’도 느껴집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도 “사법부가 화가 많이 난 듯하다. 그동안 지지자와 당이 계속 재판부를 압박하고, ‘법관 주제에’ 등 실언한 것도 판결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남은 25일 재판에 대한 두려움도 본격 엄습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선거법은 걱정을 안 했는데 선거법으로 이렇게 뒤통수를 맞고 나니, 위증교사 재판도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들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반명’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도 “오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사건이 야권 지각변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붕괴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3총 3김(이낙연·정세균·김부겸·김경수·김동연·김두관)도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더군요. 그의 말마따나 한동안 침묵하던 비명계도 주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꿈틀대는 모습입니다. 지난 총선 때 공천에서 떨어진 비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는 12월 1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관계 국제정세 전망’이란 주제로 특강을 듣는다고 합니다. 김 전 총리 측은 “특강은 미국 대선 얘기로 한정하며 국내 정치 부문은 다루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25일 재판 직후 열릴 특강에서 국내 현안 얘기가 안 나올 수 없겠죠. 초일회는 내년 1월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라 합니다. 이 대표와 지난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김두관 전 의원 측도 토요일인 16일 “‘3김’으로 하지 말고 ‘4김’이라고 해서 김두관 전 의원도 항상 포함시켜 달라”고 언론에 공지했더군요.한 비명계 전직 의원은 “지금 당장은 대안이 될 수 없겠지만, 내년 초가 되면 당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심화될 경우 당장 내후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부터 이 대표와 선 긋고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더군요. 원래 선거 앞 정치판에 의리란 없습니다.아직까지는 ‘단일대오’라지만 머지않아 각자 제 살길 찾는 시간이 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단 25일 재판부터 함께 지켜보시죠.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판결 다음 날인 16일 민주당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3차 장외집회를 개최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정권 규탄 집회를 판사 겁박이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연주 대변인은 17일 “대입 논술고사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온갖 민폐를 끼쳐가며 집회를 강행한 것은 오로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든 방어해 보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은 ‘정치 판결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외쳤다”며 “위증교사 재판에 압박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판결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민주당의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당 박상수 대변인은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판결’, ‘민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선언”이라며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거리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거짓 선동’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은 “세 살 아이도 이런 생떼는 안 쓴다”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판사 겁박’이란 지적에 “광화문 일대 장외집회는 이 대표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예정돼 있던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라며 “어떻게 이 장외집회가 판사 겁박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무논리성 정권 비호를 위해 왜곡할 심산이라면 다시는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 국민이 역겨워한다”라고 직격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과도한 장외집회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재판을 앞두고 주말마다 장외집회를 열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가 사법부에 압박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판부는 사실에 근거하고 법리적 판단에 기초해 재판을 진행하리라 생각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외부 분위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이) 있었다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발언을 하는 분들을 통제, 제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민주당이 전날 오후 광화문 북측 광장 앞 도로에서 연 장외집회엔 경찰 추산 약 1만5000명이 참여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과 민주당 및 4개 야당 등 야권이 함께한 집회엔 경찰 추산 약 2만5000명이 참여했다. 같은 시간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경찰 추산 약 8000명)는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보복성 예산 갑질, 화풀이 예산심사가 우려된다.”(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검찰을 비롯한 여러 권력기관이 검증 안 된 예산, 깜깜이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삭감하겠다.”(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 국회가 18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심사에 돌입한다. 야당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에 이어 대통령실 예산 삭감 등을 벼르고, 여당이 정부안 사수를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유죄 선고 이후 민주당이 예산 국면에서도 대여 공세 고삐를 더욱 바짝 죄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우려도 나온다. 예결위는 25일까지 소위 심사를 마치고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다는 목표다. 김 사무총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이번 예산심사에서 적어도 민주당은 소위 말하는 ‘쪽지예산’을 통해 (여당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과 경호처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특활비를 정쟁화하면서 수사기관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예결위 소속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하는데 사사건건 정쟁을 일으키고 예산을 무기로 삭감하려는 건 민생과 정반대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를 4조8000억 원에서 절반인 2조4000억 원으로 삭감한 것도 쟁점이다. 정부는 야당이 이대로 삭감을 강행하면 여야가 합의한 예산 증액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하는 지역화폐와 고교 무상교육을 놓고도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대신 전국의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지난해보다 5000억 원 늘린 5조5000억 원을 편성했다. 민주당은 중앙정부 지원 예산의 99.4%가 삭감된 고교 무상교육 예산도 복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을 종료하는 법안은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과됐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충당할 뿐 무상교육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판결 다음 날인 16일 민주당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3차 장외집회를 개최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정권 규탄 집회를 판사 겁박이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국민의힘 김연주 대변인은 17일 “대입 논술고사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온갖 민폐를 끼쳐가며 집회를 강행한 것은 오로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든 방어해보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은 ‘정치 판결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외쳤다”며 “위증교사 재판에 압박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판결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은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민주당의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당 박상수 대변인은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판결’, ‘민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선언”이라며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거리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거짓 선동’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에 민주당은 “세 살 아이도 이런 생떼는 안 쓴다”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판사 겁박’이란 지적에 “광화문 일대 장외집회는 이 대표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예정돼 있던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라며 “어떻게 이 장외집회가 판사 겁박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무논리성 정권 비호를 위해 왜곡할 심산이라면 다시는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 국민이 역겨워한다”라고 직격했다.다만 야당 내에서도 과도한 장외집회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재판을 앞두고 주말마다 장외집회를 열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가 사법부에 압박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판부는 사실에 근거하고 법리적 판단에 기초해 재판을 진행하리라 생각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외부 분위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이) 있었다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발언을 하는 분들을 통제, 제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민주당이 전날 오후 광화문 북측 광장 앞 도로에서 연 장외집회엔 경찰 추산 약 1만5000명이 참석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과 민주당 및 4개 야당 등 야권이 함께한 집회엔 경찰 추산 약 2만5000명이 참여했다. 같은 시간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경찰 추산 약 8000명)는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이대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돼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최종 확정 시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 등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1심이 유죄로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열흘 뒤인 25일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관련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죄책과 범정(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나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 “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상 ‘가중처벌’ 범위에 해당한다. 죄질이 무거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일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에 지도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무를 운영해 나갈 것이고 민주당은 단결해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16일 야권 공동으로 여는 김건희 특검 수용 집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한 총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다. 한동훈 대표는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5일 “최소한 기업의 지배구조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꿔놓겠다”라며 전날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계에서 이걸(상법 개정안) 반대한다고 하는데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이런 불공정함, 부당함에 기반한 부당한 이익을 노려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며 “당당하게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서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 재계에서 요구해 온 배임죄 개정 필요성은 열어놨다. 그는 “혹여 기업 경영에서 걱정되는 검찰 수사와 처벌의 문제, 특히 배임죄 문제는 집권 여당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다”며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를 만난 자리에서 배임죄 폐지를 건의 받고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최근 중도 우클릭을 이어가는 이 대표가 상법개정과 배임죄 폐지라는 ‘투트랙’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무리한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주주는 물론이고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서로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이사가 어떻게 모두 보호할 수 있겠는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헤지펀드나 국제기업사냥꾼 등의 경영권 탈취 싸움에 노출될 때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도 침해될 것”이라며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을 막론한 경제 8개 단체는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을 남발하고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할 거라고 반대했다”고 했다.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여당 역시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업이 합병이나 물적분할을 할 때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형 최종 확정 시 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 등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1심이 유죄로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열흘 뒤인 25일엔 위증교사 의혹 관련 1심을 앞두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죄책과 범정(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나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이날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상 ‘가중처벌’ 범위에 해당한다. 죄질이 무거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일부,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발언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이 대표는 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에 지도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도부와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무를 운영해나갈 것이고 민주당은 단결해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16일 야권 공동으로 여는 김건희 특검 수용 집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한 총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다. 한동훈 대표는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뿐 아니라 일반 주주로까지 확대해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사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주주마다 각자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계 우려와 여당 반대에도 연내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했다.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고, 감사위원 2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도 담았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사안이다. 재계는 ‘트럼프 스톰’에 각국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는데, 한국은 오히려 정치권이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대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30대 기업(자산 기준) 중 8곳(26.7%)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해외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에선 4곳이 해당했다. 한경협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성명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재계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 10대 기업중 4곳 이사회 위협”민주당,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민주 “상법 개정해 지배구조 개선”재계 “각국, 트럼프 당선후 자국 우선… 왜 한국만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재계의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대신 상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섣부른 상법 개정은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일본, 대만 등은 기업 지원책 위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데 한국은 소송 리스크와 이사회 장악 우려가 커지는 법안을 왜 무리해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상법 개정해 지배구조 개선”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개정안은 또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독립이사가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행 규정은 4분의 1이다.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가 이달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내건 조건이다. 이 대표는 “증시가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재계에선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경영권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소송 남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단기·장기 투자자인지, 국내외 투자자인지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결정이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송 리스크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을 위축 시킬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 없는 이유다.독립이사(사외이사) 규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이사회를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이사를 이사회의 3분의 1까지 늘리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더 선임하기 어려워 이사회를 아예 축소해 규제 요건을 억지로 맞추려 할 것”이라며 “이사회 역할을 오히려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30대 기업 중 8곳 이사회 위협”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항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와 분리해 뽑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대주주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감사위원을 뽑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행동력이 높고 해외 투자자 결집에 유리한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인 ‘자본 다수결의 원칙’(보유한 지분만큼 의결권 행사)에 어긋나 한국에만 존재하는 조항이다.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기업(자산 기준) 중 4곳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외국 국적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등 해외 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으로 넓힐 경우 16곳으로 늘어난다. 해외 자본이 최소 1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능한 기업도 100대 기업 중 84곳에 달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법원을 믿지 못하고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나.” 지난달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법원에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작심한 듯 이같이 말했다. “법원을 믿고 조용히 기다려 주시면 우리나라 전체가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것에 대한 탄식이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 혐의(25일) 1심 선고가 임박하면서 거야의 사법부 압박이 나날이 노골화되고 있다. 그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을 앞두고 겁박에 가까운 여론전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달부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100만 명 넘게 서명한 ‘이재명 무죄 탄원서’를 모았다. 이들은 “판사님들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판단이 많은 국민의 정의와 상식과 일치하리라 믿고 있다”고 쓴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이재명은 무죄’라는 손팻말을 든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릴레이 서명 운동 중이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도 이 대표 ‘변호의 장’이 된 지 오래다. 국정감사장에선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씨를) ‘모른다’ 한 것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이라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합리적인 법 해석”(전현희 최고위원)이란 주장이 쏟아졌고, 국회 의원회관에선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방탄’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다. 민주당도 이재명 지키기에 당력을 쏟고 있다. 기존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응하던 ‘검찰독재대책위원회’로 부족하다 싶었던지, 박균택 김기표 김동아 이건태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의원들을 총동원한 이재명 사법리스크 전담대응기구인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이달 5일 추가로 출범시켰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의 공소장은 ‘거짓 시나리오’”라며 “법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한준호 최고위원)는 등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졌다. 과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나오기에 적절한 발언인가 싶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이 대표는 어떤 생각으로 듣고 있었을까. 요즘 본인도 밤낮으로 SNS에 무죄를 주장하며 ‘셀프 여론몰이’ 중인 걸 보면 적어도 말릴 생각은 없는 듯하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그토록 무죄를 자신한다면 이렇게 세 과시할 일이 아니다. 이러면 사법부가 실제 무죄 판결을 내려도 “170석 거야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냐”는 반대 진영의 반발과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스스로 명분을 내주는 셈이다. 요즘 민주당은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있다. 이 대표 선고 다음 날인 16일엔 조국혁신당 등과 대규모 합동 집회를 한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을 내세웠지만 판결 내용에 따라 ‘이재명 무죄 환영’ 또는 ‘이재명 유죄 반대’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민주당은 집회 때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주문처럼 외쳐 왔다. 그런 민주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법치 정신을 다잡아야 할 때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법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감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을 믿고 국민 여러분이 조용히 좀 기다려주시면 우리나라 전체가 좀 한 단계든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법원을 믿지 못하시고 자꾸 이런저런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그런 행동을 하시면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 자리를 빌려서 그런 행태들은 좀 삼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질문에 작심한 듯 이같이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장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탄식이었습니다.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선고가 이번 주 금요일(15일) 나옵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경기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 구형을 받았죠.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 의원직 상실과 향후 5년간 피선거권 제한이 따릅니다. 물론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됐을 때 얘기지만, 당장 1심 결과만 이렇게 나와도 ‘사법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부담이 상당할 겁니다. 반대로 벌금이 100만 원 이하로 나온다면 ‘윤석열 정권 조기 퇴진’ 공세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거고요.이 대표는 이달 25일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죠.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두 개의 재판을 앞두고 거야의 사법부 압박이 나날이 노골화되는 배경입니다. 법원장의 간곡한 호소에도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까지 가세한 ‘여론전’이 연일 이어지는 중이죠.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10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총 101만1449명(11일 오전 9시 반 기준) 서명한 탄원서를 모았습니다.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바라는 탄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대표는 직전 대선에서 현 대통령과 경쟁해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했으나, 대한민국 국민 1614만7738명의 선택을 받은 직전 유력 대선주자”라며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좌우 배석 판사님, 판사님들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판단과, 많은 국민의 정의와 상식이 일치하리라 믿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탄원서는 강성 친명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취합해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라 합니다.이에 질세라 현역 의원들도 ‘이재명 무죄’를 주장하는 릴레이 서명 운동을 온라인상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직접 ‘증거조작! 정치기소! 이재명은 무죄!’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뒤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일종의 챌린지 형태입니다. 현역 의원들은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무죄 탄원서 서명에 동참해달라는 독려의 글도 올리고 있습니다.‘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도 어느덧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의 장’이 돼버린 듯한 모습입니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국감에선 대놓고 이 대표를 엄호하는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씨를) 모른다’ 한 것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이라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합리적인 법 해석”이라고 판사들 앞에서 한 수 가르치듯 말했죠.국회 의원회관에서도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방탄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친명 의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더 여민포럼’은 지난달 16일과 22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죄 관련 토론회를 두 차례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무죄라고 확신한다”는 주장부터 “검찰을 앞세운 합법을 가장한 전대미문의 새로운 독재” “(검찰이) 수사라는 포장 뒤에 숨어 야당을 탄압한다”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민주당도 당 대표 지키기에 당력을 조직적으로 쏟아붓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11월 5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전담 대응 기구인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출범했죠. 기존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응하던 검찰독재대책위원회로 부족하다 싶었던지, 박균택 김기표 김동아 이건태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등이 총동원된 별도 특위를 꾸린 겁니다.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은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정치 검찰의 수사·기소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사법정의특위는 이 대표의 억울함과 진실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위 첫 회의에선 “머지않아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될 텐데, 설령 무죄가 선고돼도 그 동안 (이 대표가) 받은 정신적 사법적 피해는 어쩌겠나”(박균택 의원)라는 등 무죄를 전제로 한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당 지도부의 공개 회의석상에서도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월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은 “오늘은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팩트체크를 해보겠다”며 이 대표는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으며, 해당 사건이 법리적으로도 위증교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장은 ‘거짓 시나리오’”라며 “법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나오기에 과연 적절한 발언인가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앉아있던 이 대표는 어떤 생각으로 이를 지켜봤을까요. 적어도 자제시킬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합니다. 본인도 밤낮없이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며 직접 여론몰이 중이니까요. 이 대표는 최근 한밤 중 자신의 페북에 ‘시신 없는 살인, 위증 없는 위증교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그런데 사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그렇게 스스로 무죄라고 확신한다면 이렇게 세 과시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이러다 사법부가 실제로 무죄 판결을 내리면 그 땐 오히려 “법원이 170석 거야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반대 진영의 반발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테니까요. 민주당 스스로 명분을 내주는 꼴이 될 겁니다. 요즘 민주당은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장외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 다음 날인 16일엔 조국혁신당 등과 손잡고 야 5당 합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한다 하죠. 김건희 특검을 명분으로 여는 집회이지만, 판결 내용에 따라 ‘이재명 무죄 환영’ 또는 ‘이재명 유죄 반대’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 동안 민주당은 매번 집회 때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주문처럼 외쳐왔습니다. 지금은 민주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법치 정신을 다잡아야 할 때 같습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제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9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이 곧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썼었는데() 진짜 한 달 반 만에 현실이 됐습니다. 11월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9%였습니다.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입니다. 한 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하면서 결국 취임 30개월 만에 10%대를 기록한 겁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9%였고, 부정 평가는 72%였습니다. 긍정 평가는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 부정 평가는 최고치였습니다.● 결국 20%가 무너졌다지난 칼럼에서도 설명해 드렸지만, 통상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20%’를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되는 기준으로 봅니다. 내각제 국가에선 30%가 무너지면 내각이 총사퇴하고 총선을 다시 치르고, 대통령제 국가에선 20%가 무너지는 순간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된다는 거죠.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붕괴하고 있다는 경고등이기도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주 만에 8%포인트가 빠져 18%에 그쳤죠. 대전‧세종‧충청(29%), 서울(22%), 부산‧울산‧경남(22%)은 물론, 전국 평균(19%)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의 통화 녹취를 폭로하자, 한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는 “솔직히 이제 어디 가서 부끄러워서 여당 지지한다고 말도 못 하겠다. 이건 보수의 수치”라고 하더군요. 보수 지지층의 이런 마음이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상 여론조사 결과는 계단식으로 떨어진다”며 “지난 9월부터 누적된 기류가 한 달여 만에 결국 20% 선 붕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야당은 추석 연휴 직후부터 ‘지지율 20%가 무너지면 정권도 더 못 버틴다’며 전면 총공세를 예고해 왔죠. 실제 11월 2일 민주당이 서울역 일대에서 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에는 민주당 추산 30만 명이 모였습니다. 경찰 추산 2만 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민주당은 상당히 고무된 느낌입니다. 애초 당내에선 10만 명도 어렵다고 전망했었거든요.민주당 중앙당은 일주일 전부터 각 시도당에 ‘참석자 규모를 미리 취합해 보내라’면서 사실상의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요즘 행락 철이라 지방은 버스 전세도 쉽지 않다. 지역별로 많아야 한두 대씩 빌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최대 1만 명 정도 아니겠냐”고 했고, 한 재선 의원도 “참가자들로부터 버스비와 식대 등 5만 원씩 걷어야 하다 보니 그렇게 많이 못 모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막상 토요일 당일 서울역 일대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의 행렬에 대단히 만족한 겁니다. 한 원내지도부 의원은 집회를 마친 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왔다. 이제 이 기세를 꺾을 수 없다. 사실상 매주 이렇게 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직접 탄핵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촛불혁명’과 ‘심판’ 등의 용어를 쓰면서 사실상 정권 끌어내리기를 예고했습니다.“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합니다.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이, 그리고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되어 복귀했지만,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증명해 냅시다.”“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합시다.”아무래도 1심 선고를 2주 앞둔 만큼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자제한 듯합니다. 본인도 “지금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며 “제가 드리지 못하는 말씀은 여러분께서 직접 현장에서 더 높이, 더 많이 말씀해 주시도록 부탁드린다”고 하더군요. ● 민주당 “일단 특검 후 다음 스텝으로” 야권 내에서는 앞으로 대응 전략과 관련해 대략 세 가지 방향이 거론됩니다. 특검, 임기 단축, 탄핵 등입니다.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임기 단축이나 탄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특검’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이달 14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고, 대통령 및 대통령 가족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여당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 권한을 없애는 국회 규칙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본 특검과 상설특검을 병행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일단 우린 특검이 최우선이다. 11월에는 특검에 주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윤석열로는 안 되겠다’는 여론이 강해질 것”이라며 “결국 자연스레 탄핵이든 임기 단축 개헌이든 그다음 스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야당의 특검 공세를 국민의힘이 계속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란 거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집회 다음 날인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에서 임기 단축 개헌 및 탄핵 언급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일단 특검이 최우선”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아무래도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 탄핵을 되풀이하는 데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계산했을 겁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을 때의 역풍도 염두에 둔 듯하고요.다만 야권 강경파 사이에선 ‘임기 단축 개헌’과 ‘탄핵’ 주장이 거리낌 없이 터져 나오는 중입니다. 당장 민주당 최고위원들부터 집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 내려와야 한다”(이언주 최고위원) “윤 정권을 침몰시키자”(김병주 최고위원)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김민석 최고위원)이라며 경쟁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죠. 임기 단축 개헌은 말 그대로 윤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자는 겁니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반이 남았지만 지금 당장 나가라는 거죠. 사실상의 하야 요구인 셈입니다. 이부영 전 의원 등은 10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임기 2년을 단축하는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했죠.민주당 내 강경파로 손꼽히는 김용민 의원도 내년 3월에 국민 투표로 개헌을 진행해 내년 5월로 윤 대통령 임기를 끝내는 타임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으로서도) 임기 단축을 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데 같이 동참하는 정치세력으로 남는 것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도 “임기 단축안은 헌법학자 등 학계와 여권 내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라며 “국민의힘이 일단 살아 남으려면 대통령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이 낫겠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민주당보다 더 마음이 급한 조국혁신당은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11월 안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겠다는 입장이죠. 황운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수 없는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달 중 탄핵 소추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이 댓글로 의견을 달아 참여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운영하겠다 하죠. 이들은 임기 단축 개헌이 오히려 여당 동의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탄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특검이든, 탄핵이든, 임기 단축이든, 야당은 잃을 것 없는 꽃놀이패를 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도 용산은 요지부동 묵묵부답으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듯합니다. 이달 중순까진 미국 대선에,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등 아직 버텨볼 만한 변수가 많다고 보는 거겠죠. 지지율 하락세는 이미 한참 전 상수가 된 듯 한데, 10%대 지지율 성적표를 손에 받아든 대통령 치고는 너무 여유있어 보입니다.ps. 어제(11월 4일) 국회 시정연설에도 불참했던 윤 대통령은 여야 할 것 없는 비판을 의식한 듯 밤 늦게서야 7일 대국민담화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입장이 궁금해집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31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여당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권을 배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회의 예산 심사 법정 기한(11월 30일)이 지나더라도 정부의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운영위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만 의결에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처리에 반대해 퇴장했다.운영위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및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뒤 전체회의를 열고 규칙 개정안 등 30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다. 이날 처리된 규칙 개정안은 상설특검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때 대통령과 그 가족이 수사 대상일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 교섭단체의 추천 권한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규칙 개정안을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김건희 상설특검’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예산안과 부수 법안이 법정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운영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자동 부의제를 폐지하는 대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했다.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정 구속 기간 중 국회의원 세비 반납’ 법안과 함께 국회가 의결한 공공기관의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운영위를 통과했다.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운영위원장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를 구성해놓고 협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의사일정을 강행하며 민생 불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런 의미 없는 행위에 결단코 동참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상설특검 규칙개정안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민주당 등 야당 운영위원들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서원대 객원교수를 11월 1일 열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신 교수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가 2022년 대선 당일까지도 윤석열 캠프의 회의자료로 활용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